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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3일 오후 7시 반 서울 마포구 서교동 가톨릭청년회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멘토로 불리는 법륜 스님이 기획한 청춘콘서트의 새 사회자로 배우 김여진 씨가 등장했다. 김 씨는 두 시간 넘게 비정규직 이슈에 대해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 등 패널들에게 결코 밀리지 않는 ‘내공’을 선보이며 대화를 주도해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 한 대학생은 “대화 내용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김 씨가 연예인인지 정치인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2. 같은 날 오후 8시 반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의 멤버인 정봉주 전 열린우리당 의원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무효 정당연설회’에 참여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막지 못해 죄송하다. 30일 오후 7시 10만 명이 모일 수 있는 장소에서 (한미 FTA 저지를 위한) ‘나꼼수 콘서트’를 개최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변 시민들은 ‘나꼼수’ ‘정봉주’를 열광적으로 외치며 록 콘서트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최근 들어 정치와 연예계의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유명 연예인이 정치에 참여하는 초기 폴리테이너(폴리티션+엔터테이너) 시대를 지나 ‘폴리테이너 2.0’ 시대가 왔다는 분석도 나온다.초기 폴리테이너는 인기 연예인이 국회의원에 당선되거나 유력 정치인의 군중 동원 기능을 했다. 신영균, 강신성일 전 의원 등 1세대 폴리테이너는 한국 영화계 최고의 스타로서 정치권에서 그 힘을 활용하기 위해 영입한 경우에 해당한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에 해당하는 2세대 폴리테이너는 이주일(정주일) 정한용 이덕화 씨 등으로 연예 활동을 하면서도 꾸준히 정치권과의 관계를 유지한 인물들이 대표적이다. 2007년 대선 때만 해도 이덕화 씨 등이 선거대책위원회 산하 ‘문화예술지원단’ 멤버 자격으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각종 유세를 지원했다.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특정 세력의 ‘정치적 수단’이라기보다는 나름대로 독립적인 위치에서 민감한 이슈에 대해 거침없이 말하며 정치적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방송인 김제동, 배우 김여진 씨가 대표적으로, 특히 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다. 김제동 씨는 트위터 팔로어가 63만여 명, 김여진 씨는 15만1000여 명이다. 사실상 ‘SNS당’ 대표 수준인 것이다. 한나라당이 7·4전당대회에서 동원 가능했던 총 선거인단 수가 김제동 씨 팔로어의 3분의 1 수준인 21만여 명이다. 이들을 ‘소셜테이너’(소셜+엔터테이너)라고 부르는 것도 SNS의 힘과 무관치 않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이 가끔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이나 형평성을 잃는 경우도 있어 ‘견제와 균형’이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이와 함께 요새는 종종 정치권이 연예인 또는 연예계화되는 현상도 발견되고 있다. 정봉주 전 의원이 ‘나꼼수’ 활동으로 현역 의원 시절보다 대중적 인지도가 더 높아졌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정 전 의원의 트위터 팔로어는 18만3000여 명이다.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의 ‘최루탄 투척’ 뒤 오히려 이를 적극 홍보하고 나선 것에 대해서도 일부 좌파 인터넷 매체는 ‘불멸의 김선동’이란 프로그램까지 만들어 옹호하고 있다.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결국 정당 정치가 유권자와의 소통에 실패하고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기본적 존중이 사라진 상황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김용철 부산대 정치학과 교수는 “국회의원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유권자가 갈수록 없어지다 보니 ‘나꼼수’가 인기를 끌고 정치가 최소한의 권위조차 잃으면서 다른 분야에 영역을 내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유례없는 국회 본회의장 내 ‘최루탄 테러’로 대한민국 국회가 세계적 비웃음거리가 됐지만 정작 국회는 사건 발생 사흘째인 24일까지도 당사자인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에 대한 징계나 사법처리 방안은 물론이고 유사한 사건을 막을 대책 논의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김 의원과 민노당은 반성은커녕 사건을 합리화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국민 사이에선 “이러다가 다음번에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화염병이 터지는 거 아니냐”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오고 있지만 국회만 귀를 막은 채 “수사기관이 알아서 하겠지”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이다.이러한 국회의 고질적인 ‘폭력불감증(violence insensitivity)’과 정치적 집단 망각은 사회병리적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나라당 일각에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며 야간 불법시위를 한 시위대에 경찰이 물대포를 사용한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집권여당조차 웬만한 불법과 폭력에 대해선 대충 눈을 감고 넘어가려는 태도가 국회와 사회 곳곳의 폭력불감증을 부추긴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 반성 모르는 민노당과 김선동 민노당과 김 의원은 각각 인터넷 홈페이지에 최루탄 투척 관련 사진을 버젓이 걸어두고 있다. 민노당은 홈페이지에 김 의원이 최루탄 투척 후 본회의장 밖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쏜 안중근 의사의 심정으로, 윤봉길 의사의 심정으로…’라고 주장한 대목을 촬영한 동영상도 올려놨다. 김 의원 역시 본회의장 단상에서 최루탄 가루를 뒤집어쓴 자신의 사진과 동영상을 홈페이지 전체의 절반 크기로 올려놓고 “한미 FTA로 피눈물을 흘리게 될 서민들의 분노를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전달하고 싶었다”고 주장했다.한 진보좌파 인터넷매체는 팟캐스트 방송을 통해 ‘불멸의 김선동’이라는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김 의원의 최루탄 투척의 불가피성을 주장해 인터넷과 모바일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프로그램 이름은 2004∼2005년 KBS에서 방송된 인기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서 제목을 따온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 누리꾼은 “김 의원이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해 안중근, 윤봉길 의사를 거론하더니, 한미 FTA에 반대하는 세력이 급기야 민족의 영웅인 이순신 장군까지 들먹이고 있다”고 비판했다.김 의원은 23일 국회 대신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진행된 한미 FTA 반대 집회에 참석했다. 이어 24일 정오에는 청와대 앞에서 한미 FTA 비준안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서명 포기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전개한 뒤 다시 서울광장으로 가 한미 FTA 반대 집회에 합류했다. 이에 광복회 박유철 회장은 24일 성명을 내고 “그의 신중치 못한 행동으로 인해 국가와 민족을 위해 위대한 삶을 살다 가신 안중근 의사와 윤봉길 의사의 존재가치가 폄하되고, 희화화돼 국제적 망신거리로 전락된 것에 대해 분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결한 독립운동 정신을 당리당략에 이용하지 말고 김 의원은 안, 윤 의사의 영전에 무릎 꿇고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정작 국회는? 이런 상황에서 국회 사무처는 24일 오전에만 3차례 회의를 열었지만 김 의원 고발 문제에 대해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국회 사무처의 핵심 관계자는 “조금 더 관망하며 지켜보자는 얘기가 많았다”면서 “최종 결심은 박희태 국회의장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사무처의 다른 관계자는 “법률적 검토와 함께 정무적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정무적 검토가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한나라당이 국회 사무처로 미룬 만큼 말 그대로 여야 간 정치적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이와 관련해 권오을 국회 사무총장은 “사무처가 (고발)하면 결국 국회의장이 (고발)하는 형식인데 의장으로서는 국회를 정상화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의원들 간의 일에 사무처가 나서는 것이 맞느냐는 문제도 있다”며 “(김 의원에 대한 고발 여부가) 다음 주 정도에는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국회가 소극적인 것은 거대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의 ‘몸 사리기’가 원인이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한미 FTA 비준안 처리에 대해 찬반이 갈리는 상황에서 괜히 김 의원 문제를 건드리면 역풍을 맞는다”며 “한나라당은 가만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18대 국회가 끝나가는 상황에서 김 의원을 국회에서 추방하는 것이 실효가 없다는 판단도 하고 있다. 4·27 전남 순천 보궐선거에서 야권 단일화를 염두에 둔 민주당의 양보로 국회에 들어온 김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다시 민주당의 양보를 얻어 재선될 가능성이 높지 않고, 사법처리 역시 6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임기 안에 법원의 최종 판단까지 나오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다.하지만 국회의 ‘김선동 책임 떠넘기기’는 스스로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국회의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 국회의원에게 위축될 수밖에 없는 수사기관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겠다는 발상이기 때문이다.국회 사무처는 선진국 의회처럼 모든 국회 출입구에 스피드게이트와 금속탐지기를 설치해 의원들도 전자출입증을 소지하고 위험물 반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탐지기를 통과해야만 입장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 지난해 말 도입을 추진했으나 국회 운영위원회의 반대로 예산이 삭감돼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 고발정치권이 손놓고 있는 동안 시민단체들이 나섰다. 라이트코리아와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 등 4개 보수단체 회원 30여 명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에서 최루탄이 터진 것은 의회 민주주의의 심각한 위기 사태”라며 “김 의원을 구속 수사해 의원직을 박탈한 뒤 민노당은 해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곧바로 대검으로 가 “김 의원이 국회회의장모욕죄(형법 138조) 특수공무방해(형법 144조) 특수폭행(형법 261조) 총포 도검 화약류 등 단속법 및 국회법을 위반했다”며 고발장을 냈다. 보수단체 ‘인권KOREA’도 김 의원에 대한 고발장을 서울남부지검에 접수시켰다. 검찰은 고발장을 검토한 뒤 수사 착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

민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와 관련해 트위터로 손학규 대표를 맹비난한 소설가 공지영 씨에 대해 하루 뒤인 24일 항의 논평을 냈다. 사연은 이렇다.공 씨는 23일 오전 6시 25분경 트위터에 ‘대한민국 건국 이래 가장 무능하고 썩어빠진 제1야당, 손학새(손학규+철새) 민주당’이라는 한 누리꾼의 글을 퍼 나르며 “저도 전두환 때 민한당 유치송 (총재) 이후 손학규 같은 야당 (대표) 처음 봅니다. 잘 몰라서 묻는 건데 한나라당서 파견되신 분…맞죠?”라고 비꼬았다. 한나라당 출신인 손 대표가 한나라당의 비준안 처리를 일부러 저지하지 않았다는 뉘앙스였다. 팔로어가 24만4800여 명인 공 씨의 트윗은 인터넷과 모바일 공간에서 빠르게 퍼져나갔고, 주요 언론매체에도 보도됐다.하지만 민주당은 공 씨가 당과 손 대표를 맹비난한 당일 아무런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그러더니 하루가 훨씬 지나서야 이용섭 대변인이 논평을 내고 공 씨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이 대변인은 “사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명망 있는 작가인 공 씨가 중요한 사안을 사실 확인도 없이 트윗 내용 그대로 재인용함으로써 허위 내용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트위터상에 알려진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특히 손 대표가 한나라당의 강행처리 전략을 사전에 알았을 가능성에 대해 “손 대표와 김진표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의 기습처리 계획을 사전에 전혀 인지하지 못했으며, 당일 오후 3시경 한나라당이 본회의장을 기습 점거한 후인 3시 20분경에야 본회의장으로 달려간 것이 전부”라고 반박했다. 또 이 대변인은 “제1야당의 대표를 ‘한나라당에서 파견되신 분’으로 비하한 것은 명망 있는 사회 지도층으로서 매우 부적절하고 무책임한 언급”이라며 “사실에 근거한 적절한 해명을 통해 국민들의 오해를 불식시켜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민주당 관계자는 “23일에는 통합 신당 출범 여부를 놓고 중앙위원회가 소집돼 있어 당 차원에서 공 씨 트위터에 신경 쓸 겨를이 거의 없었다”며 공 씨에 대한 당 차원의 언급이 뒤늦게 나온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선 한나라당의 비판에는 거의 실시간으로 반박해 온 민주당이 유독 같은 범야권 내 정치세력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파워에는 눈치 보기에 급급해 이런 일이 벌어진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한 초선 의원은 “비준안 처리를 놓고 의원 6명의 민주노동당에 내내 끌려다니더니, 이젠 같은 편인 줄 알았던 소설가의 일방적 주장에 눈치만 보다가 뒤늦게 논평 한 장 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SNS에서 생산되는 이상하고 해괴한 주장에 대해서는 제1야당다운 기개로 대응하고 필요하면 반박하는 게 정상”이라며 “우리가 ‘SNS 당’보다 못하다는 것이냐”며 한숨을 쉬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국회의사당 내에서, 국회의원이 최루탄을 투척하는 사태로 인해 한국 의회정치가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세계 의정사에서도 유례가 없는 국회 내 최루탄 폭력으로 대한민국 18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불명예를 안고 전 세계의 웃음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1966년 당시 김두한 의원이 사카린 밀수사건에 항의하며 본회의장에 인분(人糞)을 투척하고, 전두환 정권하에서 여당인 민주정의당이 1985년 예산안 처리를 위해 본회의장에 철봉을 설치한 적은 있지만 이는 수십 년 전, 서슬 퍼런 독재 정권 시절의 일이다. 특히 단일 임기 내에 해머 전기톱 소화기에 이어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는 있는 최루탄까지 폭력의 수단으로 사용한 것은 18대 국회가 처음이다. 해외 언론은 이번 사건을 자세히 전하며 한국의 국격(國格)을 문제 삼았다. 미국의 정치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한국 국회, 한미 FTA 저지 위해 최루탄 사용’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정당들은 논란이 있는 정책을 둘러싸고 폭력에 의존하는 역사를 갖고 있다”며 2008년 한미 FTA 상정 과정에서 등장한 해머를 예로 들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사진과 함께 최루탄 사건을 보도하면서 “한미 FTA로 격한 사건이 일어난 것은 처음이 아니다”라며 “2008년 당시 야당 의원들은 망치를 동원해 방어벽을 친 회의실로 진입하려 했었다”고 전했다. CNN 등 미 주요 방송사는 ‘국회에 최루 가스(tear gas) 등장’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계속 내보내고 있다. 여야 의원들도 정치적 이해득실을 떠나 망연자실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이런 모습을 보려고 국회의원 된 것이 아닌데 참담하다”고 했다. 최루탄 투척의 장본인인 김선동 의원이 속한 민주노동당 내에서도 “최루탄 투척은 너무 심했다”며 당 이미지가 ‘폭력’으로 덧칠되는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태라면 국회가 민의의 수렴은커녕 외부의 치료가 필요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국회 본회의장에 최루탄을 버젓이 들고 들어가 ‘폭파’를 운운한 사람을 공천하는 한국 정치의 후진적 인력 충원 및 평가 시스템을 하루빨리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내년 총선에서는 반드시 후보들의 이력과 활동을 평가해 도덕적 불감증에 빠진 정치권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이런 가운데 민노당 이정희 대표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루탄 투척 사전 논의설을 묻는 데 대해 시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자세한 말씀은 드리지 않겠다”면서도 “한미 FTA 비준을 막기 위해서는 민주노동당은 어떤 일이라도 하겠다, 어떤 비난이라도 다 받고, 다 질 각오가 돼 있다, 책임질 것 있으면 진다고 공언한 바 있다”고 했다. 김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신의 최루탄 테러에 대해 반성 없이 “진짜 테러범은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다. 대한민국 국민, 서민의 꿈과 희망을 빼앗는 테러를 했다”고 주장했다.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대한민국 헌정회는 김 의원을 국회에서 추방할 것을 공개 촉구했다. 헌정회는 긴급회동을 가진 뒤 성명을 내고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서의 최루탄 투척은 어떤 명분으로도 방임될 수 없는 엄중한 범죄행위”라고 질타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한나라당이 2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전격 처리하면서 ‘합의 처리’를 강조해온 여야 협상파 의원들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예산안 강행 처리 후 “물리력에 의한 의사진행에 동참하지 않고 이를 어길 경우 19대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했던 한나라당 내 ‘국회 바로세우기 모임’ 소속 의원 중 비준안 처리에 찬성한 이들의 향후 거취가 초점이다. 모임 소속 의원 21명 중 황우여 원내대표,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 권영세 진영 이한구 구상찬 김선동 김세연 김장수 윤석용 주광덕 의원 등 11명은 찬성표를 던졌다. 본회의 직후 이들은 강행 처리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내년 총선 불출마 여부에 대해선 누구도 분명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황 원내대표는 “국민 앞에 좀 더 좋은 모습 보여줘야 했는데…”라며 씁쓸해했다. 김세연 의원은 “의사진행 과정에서 의원들 간 몸싸움은 없었다”고 규정한 뒤 “의원들 간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을 찾느라고 그런(전격 처리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남 위원장은 “끝까지 노력했고 선진적 국회의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최선을 다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 불출마 여부에 대해선 “그런 것은 나중에 얘기하자”며 말을 아꼈다. 일각에선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의 ‘최루탄 투척’을 제외하곤 이렇다 할 물리적 충돌이 없었던 만큼 불출마 결정의 기준인 ‘물리력’ 행사 여부가 분명치 않은 점도 이들의 태도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모임 멤버 중 임해규 김성식 김성태 성윤환 정태근 현기환 의원 등 6명은 기권했고 정병국 권영진 홍정욱 의원 등 3명은 표결에 불참했다. 권 의원은 최루탄이 터지는 것을 보고 퇴장했고, 홍 의원은 의원총회 후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않았다. 지역구가 농촌 지역(강원 홍천-횡성)인 황영철 의원은 반대했다. 비준안 합의 처리를 촉구하며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날까지 열흘째 단식 농성을 한 정태근 의원은 본회의 뒤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에도 국회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 참으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총선 불출마 여부에 대해선 “동료들과 상의해 추후 말하겠다”고 말한 뒤 단식을 중단하고 병원으로 향했다.모임에 속해 있지는 않지만 지역구가 농촌인 한나라당 김재경 김광림 신성범 여상규 정해걸 의원과 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도 기권했다. 자유선진당 심대평 류근찬 권선택 김낙성 이진삼 임영호 의원은 반대표를 던졌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표결에 불참했다. 당 안팎 강경파의 비판에도 합의 처리를 주장해 온 민주당 내 협상파 의원들의 처지도 복잡하다. 특히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과 ‘6인 협의체’를 가동하며 물밑 협상을 주도했던 김성곤 의원은 마침 이날 오후 2시 반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내 의원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출판기념회를 열어 본의 아니게 한나라당에 강행 처리의 빌미를 줬다는 원망 섞인 말도 듣고 있다. 또 다른 협상파인 김진표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후 “오늘 2시 박희태 국회의장에게 전화해 시급한 민생법안, 예산안 문제를 먼저 처리한 뒤 비준안 처리 건을 논의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며 허탈해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도착하는 동안 날치기한 것으로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한 것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

자유선진당 이회창 전 대표(사진)가 21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촉구하며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전 대표의 지역구는 충남 예산-홍성이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선진당은 ‘선(先)대책, 후(後)비준’ 당론을 정했지만 (여야 대치 장기화 때문에) 결과적으로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5월 당 대표직을 사퇴하기 전까지 한미 FTA 대책을 진두지휘해온 만큼 책임을 통감하고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선대책 마련이 시간적으로 어려운 현 시점에서 한미 FTA는 우선 비준돼야 하고 부족한 부분을 정부가 성실하게 보완하도록 요구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선대책, 후비준’이란 당론을 관철해 내지 못한 상황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그는 18일 의총에서도 “선대책을 촉구하는 부대의견을 조건으로 비준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전 대표의 총선 불출마 선언은 내년 대선 재도전을 염두에 두고 정치적 승부수를 둔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이 전 대표는 5월 대표직에서 사퇴한 이후 쭉 총선 불출마 선언을 고심해 왔다고 한다. 선진당의 지지 기반이 약화되는 데다 야권이 통합을 통해 단일대오를 준비하는 것과 달리 한나라당은 내부 분열이 가속화하는 등 보수진영의 정권 재창출 가도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선주자로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해선 지역구를 과감하게 포기함으로써 지역주의적 이미지를 탈피하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벌써부터 이 전 총재가 ‘대(大) 중도신당론’을 전파하는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과 협력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이 전 대표는 간담회에서도 ‘총선 불출마가 정계은퇴로 이어지는 것이냐’는 질문에 머뭇거리지 않고 “정계은퇴와는 상관없다”고 선을 그었다. 당내에선 그의 선택이 심대평 대표에게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심 대표가 최근 당과 전혀 상의 없이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 FTA 비준안 협조를 구하기 위해 초청한 청와대 오찬에 참석한 일을 불쾌하게 생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농촌과 농민을 살리지 못하는 한미 FTA는 결코 비준할 수 없다”고 밝혔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간 충돌이 ‘치킨게임(Chicken Game·어느 한쪽이 양보하지 않으면 모두 파국으로 치닫는 게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17일 ‘김밥 의원총회’를 통해 한미 FTA 비준안을 조속히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은 한나라당은 야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대국민 홍보전에 들어갔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18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민주당이 쇄국주의에 빠져 안으로 위축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것인지를 국민은 엄정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며 “민주당은 원내대표 간 합의를 번번이 묵살하고 당론을 앞세우고 있다. 의회민주주의 확립에 동참하라”고 비판했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을 상대로 국익을 챙기라고 촉구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한나라당이 역사 앞에 책임지는 자세로 당당히 나아갈 수밖에 없는 고충을 국민은 이해할 것”이라며 비준안 처리 의지를 거듭 밝혔다. 민주당은 ISD 폐기를 거듭 요구하며 한나라당과 평행선을 달렸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도 ISD 재협상 의사를 피력했다”며 “국가 간에 남는 것은 문서인 만큼 ISD 폐기 재협상을 시작한다는 양국간 합의를 장관급 이상이 서명한 문서로 작성하라”고 촉구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희망은 살아있지만 한나라당 의총 결정은 민주당의 요구를 묵살한 동문서답이고 강행처리를 위한 명분 쌓기”라고 비판했다. 전운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여야 협상파 의원들은 이날도 수시로 접촉하며 협상의 불씨를 살리려 했다. 민주당 김성곤 의원은 “(비준안의) 실력저지라는 건 의회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어서 신중해야 한다. 몸싸움이 일어나면 저는 그 가운데서 3000배를 드리겠다”고 말했다. 비준안 합의 처리를 요구하며 13일부터 국회 의원회관에서 단식 농성 중인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도 “민주당 내에서 점차 협상과 타협의 목소리가 높아져가고 있다. 아직 협상의 여지는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 등 여야 협상파 의원들로 구성된 ‘6인 협의체’는 한미 장관급 서면합의를 받아오는 것을 민주당의 최종 요구로 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사진)이 내년 1월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자기계발서를 낼 계획이다.이 책을 출간하기로 한 김영사 관계자는 16일 “원고는 10월경 받았다. 안 원장이 ‘청춘콘서트’를 진행하면서 젊은이들에게 했던 얘기들을 정리한 것으로 사회 변화를 위한 철학이 담길 것”이라고 밝혔다. 출판 버전의 ‘청춘콘서트’인 셈이다.이를 놓고 대선후보 급으로 부상한 안 원장이 정치권 진입을 위한 프로그램을 단계적으로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안철수연구소 보유 주식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자신의 핵심 지지층으로 부상한 ‘2040세대’의 민심을 겨냥한 책을 총선과 대선이 잇따라 열리는 내년 1월에 내기로 한 것은 예사롭지 않은 행보라는 것이다.여권 관계자는 “안 원장이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응원과 재산 환원 결정을 모두 글인 편지로 하지 않았느냐. 이 책은 사실상 ‘안철수 대선 출사표’가 될 듯하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지금까지 ‘CEO 안철수 영혼이 있는 승부’ ‘CEO 안철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 등 여러 권의 자전 에세이와 자기계발서를 냈다.한편 안 원장이 올해 부임한 이후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모집 경쟁률이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에 따르면 2012학년도 융합과학기술대학 전기 모집 석사과정 경쟁률(모집단위가 다른 ‘분자의학 및 바이오제약학과’ 제외)은 2.81 대 1을 기록해 지난해 1.66 대 1보다 훨씬 높아졌다. 박사과정 경쟁률도 지난해 2.0 대 1보다 높은 2.45 대 1을 기록했다.특히 안 원장이 교수로 있는 디지털정보융합학과는 석사과정 경쟁률이 2.22 대 1에서 4.43 대 1로 급등했고, 박사과정도 2.67 대 1에서 3.5 대 1로 올랐다. 디지털정보융합학과 학과장인 강남준 교수는 “안 원장이 직접 입학설명회를 세 차례나 개최하는 등 신입생 유치에 공을 들였다”며 “안 원장이 정치적으로 집중 조명을 받으면서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이 홍보 효과를 누리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

민주당이 16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위한 이명박 대통령의 ‘선(先) 발효-후(後) 재협상’ 제안을 사실상 거절했다. 대신 정부가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의 폐기 또는 유보를 위한 재협상을 즉시 시작하겠다는 양국 장관급 이상의 서면 합의서를 받아올 것을 요구했다.이 대통령이 전날 국회를 방문해 ‘한미 FTA 비준안을 통과시키면 발효 3개월 안에 ISD 재협상을 미국에 요구하겠다’고 민주당에 제안한 데 대한 역제안인 셈이다. 한국 대통령의 약속을 믿을 수 없고 미국 장관이 서명한 문서를 믿을 수 있다는 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민주당은 이날 오전 10시 10분부터 오후 3시 35분까지 5시간 25분 동안 의원총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전체 의원 87명 중 74명이 참석했다. 의총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점심은 도시락으로 해결했다. 이용섭 대변인은 의총 뒤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의 구두 약속은 당론 변경의 사유가 될 수 없다”며 “민주당은 ‘ISD 폐기, 유보를 위한 재협상을 즉시 시작하겠다’는 양국 장관급 이상의 서면 합의서를 받아올 것을 바란다”고 말했다.이는 기존 민주당의 주장에서 크게 진전된 것이 없는 내용이어서 한미 FTA 비준안을 놓고 여야 충돌 가능성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일각에선 결국 한미 간 ISD 재협상 서면 약속이 불발되고 한나라당이 비준안 강행처리를 시도하면 민주당이 물리력으로 저지하면서 거대 여당에 ‘짓밟히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온다. ▼ 강경 vs 협상 반으로 갈린 민주… 與가 밟고가길 바란다? ▼○ 다시 공은 정부여당으로이 대통령의 제안을 민주당이 역제안 카드로 받아치면서 공은 다시 정부여당으로 넘어갔다. 특히 정부가 ISD 폐기 또는 유보를 위한 양국 장관급 이상 합의서를 받아올 수 있는 지, 받아올 의사가 있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그러나 이 대통령이 정치 현안을 놓고 국회를 처음 방문해 직접 내놓은 대국민 약속에 대해 야당이 ‘못 믿겠다. 미국 측이 서명한 문서를 받아오라’고 하자 정부에선 “도를 넘었다”는 불쾌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국가 간 협상에는 관행과 룰이 있는데 합의서를 요구하는 것은 한미 FTA를 하지 말자는 것”이라며 못마땅해했다.한나라당도 “국가원수에 대한 모욕”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의총이 진행되던 시간, 홍준표 대표는 당 소속 재선 의원들과 오찬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한미 FTA를 국회법 절차에 따라 처리하기로 만장일치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국회 본회의가 예정된 24일 비준안 표결 처리를 시도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오찬에 참석했던 한 재선 의원은 “한나라당이 FTA 비준안을 처리하지 않으면 존재 이유가 없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홍 대표의 발언은 ‘처리’에 방점이 있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기자들에게 “한미 양국의 책임 있는 분들이 ISD를 재협상하기로 했으면 그것으로 끝난 것인데 다시 해오라는 것은 외교상 무리”라며 민주당의 새로운 제안을 비판하기도 했다.한나라당은 당초 의총을 열어 민주당 의총 결과를 놓고 한미 FTA 비준안 처리 전략을 논의하려 했으나 하루 연기했다. 민주당이 이 대통령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간주한 것이다. 그 대신 홍 대표 등 지도부는 별도의 회동을 갖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이날 저녁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를 만나 절충점을 찾아보려 했으나 팽팽한 견해 차이만 다시 확인한 채 별다른 성과 없이 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팽팽했던 강경파-협상파 대립민주당 의총에서는 손학규 대표 등 지도부를 제외하고 26명이 발언에 나섰다. 강경파와 협상파로 정확히 반반으로 갈려 치열한 힘겨루기를 벌였다고 한다.협상파인 김성곤 의원은 “대통령이 직접 나섰으니 정치 신뢰를 회복한다는 차원에서 대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무기명 투표를 통해 당론을 정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자 정범구 의원 등은 “이런 중차대한 문제를 비밀투표에 부치자는 건 비겁하다”고 반발했다. 민주당은 나중에 다시 의총을 열어 한미 FTA 비준안 처리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의총에 앞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정동영 최고위원은 전날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독(毒) 중의 독인 ISD 조항이 든 독만두를 먹고 나서 3개월 뒤 위장을 세척하자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독이 든 걸 알면 빼고 먹어야지 독이 든 독만두를 왜 먹이려 하나”고 비판했다.이인영 최고위원도 “이 대통령이 빈손으로 국회에 오는 것이 민망해 속이 드러나 보이는 비닐장갑을 끼고 온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손 대표는 “재협상 후 비준, ISD 폐기라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못 박았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700억 원 상당(15일 현재 가치)의 보유 주식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한 결정을 계기로 또다시 기성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안 원장은 15일 오전 9시 반 경기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단지 오래전부터 생각해 온 것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강의나 책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말해왔는데 그것을 행동에 옮긴 것이다”라고 딱 두 마디만 했다. ‘환원 계획을 정치적 행보로 보는 시각이 있다’ ‘추가 환원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절 답변하지 않고 알 듯 말 듯한 미소를 지으며 대학원 건물로 들어갔다. 안 원장이 기자들과 만난 시간은 불과 2분 30초가량. 전날 안철수연구소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저소득층 자녀 교육 기회 확대 등 환원 재산의 사용처까지 구체적으로 적시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지극히 말을 아꼈다.정치권 인사 중 상당수는 말만 쏟아내고 작은 이해관계에 이전투구하는 여의도 정치권을 ‘졸렬하게’ 만들어버렸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평소 안 원장에게 비판적이던 한나라당의 수도권 재선 의원조차 “안철수의 행보는 ‘긴 말 필요 없이 행동으로 보여준다’는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8·24 무상급식 주민투표 이후 안 원장은 서울시장 후보 양보(9월 6일), 박 시장 지원 서신 공개(10월 24일), 1500억 원 상당 주식 사회 환원(11월 14일) 등 몇 가지 행동만으로 총선, 대선을 앞둔 정국에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다만 안 원장의 기부 결정이 ‘정치적 의도’로 의심받는 건 아쉬운 대목이다. 그가 말한 대로 “단지 오래전부터 생각해 온 것을 실행에 옮긴 것뿐”이라면 하필 사실상 정치에 발을 담근 뒤 ‘정치 이벤트’처럼 보이는 기부를 했느냐는 지적이다.일각에선 안 원장이 정치에 뛰어들려면 응당 거쳐야 할 검증 절차를 ‘기부 이벤트’로 ‘물타기’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없지 않다. 실제로 여권 일각에서 “안 원장이 정치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무수한 검증 공세가 시작될 것”이란 말이 종종 들려왔다. 그러나 안 원장의 통 큰 기부는 그런 시각을 한순간에 ‘우습게’ 만들어버리고 “저런 기부를 하는데 무슨 검증이냐”는 여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공익 법인이 정치적 모체 변신 가능성안 원장이 환원 재산을 새로운 공익 법인 설립에 출연할 뜻을 시사하면서 이 법인이 사실상 안 원장의 정치적 모체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안 원장의 정치적 비전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대거 재단에 참여하고 안 원장이 정치에 참여할 경우 자연스레 안 원장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안철수재단’이 정치세력화의 모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 원장은 전날 e메일에서 “뜻있는 많은 분의 동참을 기대한다”며 주변의 참여를 독려했다. 안 원장의 지인으로는 청춘콘서트를 함께 기획한 평화재단 이사장인 법륜 스님과 ‘시골의사’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병원장을 비롯해 김종인 전 의원, 최상용 전 주일대사 등이 꼽힌다. 청춘콘서트에 참여해온 수많은 인사도 안 원장의 뜻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안 원장은 스스로 약 300명의 멘토가 있다고 말해 왔다. 안 원장이 밝힌 저소득층 교육과 분야는 다르지만 한반도 평화와 남북교류를 위해 역할을 해온 평화재단도 안철수재단의 모습을 가늠하는 데 참고가 된다. 1998년 설립된 평화재단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문규현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박세일 서울대 교수 등 좌우를 넘나드는 인사가 대거 참여하고 있다.○ 안철수 3가지 강점안 원장의 기부에 대해 기존 정치인이 갖지 못한 강점을 내세운 ‘차별화 전략(Differentiation strategy)’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장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아직 정치권에 발을 담그지 않은 안 원장은 일관성과 신뢰성, 비전 제시 덕목에서 다른 정치인에 비해 높은 상품 가치를 지닌다”고 분석했다.안 원장의 행보가 워낙 기존의 정치 문법과는 다른 만큼 그의 또 다른 전공 분야인 경영과 마케팅의 관점에서 안철수라는 정치적 상품을 분석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안 원장은 세계 최고 경영전문대학원(MBA) 중 하나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을 졸업했다.김상훈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진정성 마케팅(Authentic marketing)’을 안 원장의 핵심 전략으로 꼽았다. 진정성 마케팅이란 무조건 좋아 보이는 ‘과대 포장’을 풀고 브랜드의 진짜 가치를 일관성 있게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기법. 부정직한 제품, 가식적인 서비스, 허위 마케팅으로 점철된 기성 정치권에 지친 소비자(유권자)들에게 진솔함으로 다가가는 것. 김 교수는 “안 원장의 이번 기부 선언이 과거 무료로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배포한 ‘착한 경영’과 맞물려 진정성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안 원장의 행보는 ‘공유가치 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의 관점에서도 해석할 수 있다. CSV는 기업이 수익을 내면서도 환경, 빈곤, 양극화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도 함께 해결해 자본주의의 근본적 갈등을 해소하고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자는 새로운 경영학 개념이다. 안 원장은 전날 안철수연구소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기업이 존재하는 것은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기여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보다 큰 차원의 가치도 포함한다고 믿어왔다”며 이번 사회 환원이 CSV의 일환이라는 점을 시사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수원=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정치적 침묵’에 들어갔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4일 안철수연구소 주식 지분(37.1%) 절반(1500억 원 상당)의 사회 환원을 전격 발표해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안 원장이 환원 계획을 직접 공개했고, 그 배경과 취지를 자세히 설명한 점 등을 들어 내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정치 행보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0·26 서울시장 보선 이틀 전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에게 응원 편지를 보낸 데 이어 이번에도 편지(e메일)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안철수식 정치 스타일’을 다시 보여줬다는 말도 나왔다.○ 왜? 안 원장은 “다른 목적을 갖고 있지 않고, 오래전부터 생각해 온 것을 실천한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순수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차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프로그램의 성격을 넘어섰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2007년 대선에 이어 내년 대선에서도 주요 정치인의 재산 환원 선언이 잇따를 가능성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2007년 대선에서 재산의 사회 환원 공약을 제시했으며 2009년 사저 등을 제외한 331억 원을 재단법인 ‘청계’ 설립에 출연했다. 안 원장도 특정 법인에 기부하기보다는 별도의 공익 법인을 만들어 주식을 기부하는 방식을 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안 원장은 공익법인이 만들어지면 이를 기부문화 확산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 원장의 이런 행보는 ‘청춘콘서트’와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통 큰 양보’ 등으로 부각된 ‘공감’ ‘배려’ 등의 이미지에 ‘헌신’ ‘나눔’이라는, 기성 정치권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정치적 자산의 축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지지율이 더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10·26 서울시장 보선 후 ‘대선에 뛰어들려면 정치권에 들어와서 검증을 받으라’는 식으로 정치권이 안 원장을 정치공학 프레임에 가두려는 상황에서 안 원장이 재산 환원 공개 카드를 꺼내들며 다시 한 번 기존 정치권을 뒤흔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안 원장은 15일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서 자신의 재산 환원에 대해 직접 태도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 대선 행보 본격 탄력?정치권은 안 원장의 이날 재산 환원 결정으로 안 원장에 대한 유권자의 기대감이 더욱 높아지면서 그의 대선 행보가 본격화되거나 앞당겨질 것으로 보고 있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정치학)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안 원장의 사회 환원은 한국 정치가 보여주지 못한 비전을 제시하는 정치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며 자연스레 유권자들의 관심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안 원장에게 지속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야권의 통합 과정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잠재적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안 원장이 당장 야권 대통합에 함께하지는 않지만 높은 지지를 받고 있고, 이러한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야권 전체에 소중한 자산”이라며 향후 역할을 기대했다.특히 안 원장은 이날 e메일에서 “건강한 중산층의 삶이 무너지고 있고 꿈과 비전을 갖고 보다 밝은 미래를 꿈꿔야 할 젊은 세대들이 좌절하고 실의에 빠져 있다”며 10·26 선거에서 기존 정치권을 ‘탄핵’한 ‘2040’ 민심을 겨냥했다. ○ 미묘한 시점안 원장은 내년 총선과 대선의 최대 화두 중 하나이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공을 들이고 있는 복지 이슈와 교육 문제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안 원장은 “오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의 핵심 중 하나는 가치의 혼란과 자원의 편중된 배분이며 그 근본에는 교육이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규정한 뒤 “자신이 처한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해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고 마음껏 재능을 키워가지 못하는 저소득층 청소년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일에 (환원되는 내 재산이) 쓰였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정치권의 복지 이슈 논쟁이 ‘무상급식’ 방식과 시기를 놓고 여야 간 이전투구 양상으로 전개되어 온 상황에서 ‘저소득층 교육 기회 확대를 위한 재산 헌납’이라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역시 기존 정치권과의 차별화를 시도한 것으로 해석된다.특히 안 원장은 정치세력 결집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말도 했다. 그는 “오늘의 제 작은 생각이 마중물이 돼 다행히 지금 저와 뜻을 같이해 주기로 한 몇 명의 친구처럼 많은 분들의 동참이 있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이른바 내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안철수 신당’에 참여하도록 요청하는 ‘안철수식 화법’이 아니냐는 적극적 해석도 나온다.한편 이날 안 원장의 결정에 대해 안철수연구소 직원들은 놀라면서도 크게 동요하지는 않았다. 박근우 홍보팀장은 “안 원장이 2005년 대표이사 자리를 그만둘 때에도 직원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고 스스로 결정해 사의를 밝힌 바 있다”며 “이번도 오래 근무한 직원에겐 고개를 끄덕일 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 원장은 이날 결정에도 남은 186만 주만으로도 안철수연구소 최대주주의 위치를 유지하게 된다.○ 정치권 엇갈린 반응안 원장의 이날 결정을 놓고 여야의 반응이 엇갈렸다.한나라당은 당 차원의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당 핵심 관계자는 “정치인이 사회 환원을 한 것도 아닌데 굳이 논평을 낼 이유가 있느냐”며 “마냥 훌륭한 일로 치켜세우기도, 그렇다고 정치적 행보로 폄훼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박근혜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참 쉽지 않은, 좋은 일을 했다고 본다”며 “기업가들의 기부문화를 선도하는 좋은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올해 8월 형제들과 만든 아산나눔재단에 2000억 원의 사재를 출연한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는 “아주 좋은 일이며 이런 기부문화가 각계각층으로 확산됐으면 좋겠다”며 “우리 모두 (안 원장과 같은) 키다리 아저씨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우리 사회에 보탬이 되는 ‘큰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

《 지난달 11일 대검찰청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했다. 그는 “법사위를 근거 없는 의혹 제기의 장으로 활용하는 행태는 우리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며 “자신 있다면 면책특권이 없는 자리에서 얘기하라”고 말했다. 국감에서 여권 인사의 뇌물 수수 의혹을 제기한 박지원 민주당 전 원내대표를 겨냥한 것이다. 》3년 전 법사위 국감에선 주 의원 자신이 당시 임채진 검찰총장으로부터 똑같은 얘기를 들었다. 주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100억 원대 비자금 의혹과 임 총장의 ‘삼성 떡값’ 수수 의혹을 제기했고, 임 총장은 “지금 바깥에 나가서 기자들에게 제가 뇌물을 먹었다고 발표하라. 면책특권 뒤에서 말씀하지 마시라”고 말했다. 다음 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의혹을 거듭 주장한 주 의원은 지난해 10월 명예훼손 혐의를 인정받아 서울중앙지법에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 면책특권은 ‘거짓 폭로’의 보호막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정치 1번지’이자 ‘거짓말 공화국 1번지’다. 거짓 폭로가 난무하는 이유는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면책특권이라는 보호막이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2007년 “명백히 허위임을 알면서도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는 면책특권 대상이 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한계를 규정했지만 그동안 국회에서 터져 나온 폭로가 처벌받은 경우는 거의 없다. 주 의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사회의 감춰진 부분을 드러내는 것도 국회의원의 임무”라며 “다만 정치적으로 책임질 각오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인 그는 “정치인은 의혹 앞에서 항상 갈등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검사일 때는 수사를 한 뒤 확신이 설 때만 기소를 했지만 국회의원은 수사권이 없어서 스스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권의 자정이 쉽지 않은 만큼 괴담 수준의 말을 옮기는 의원에 대해서는 유권자가 심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지도부의 ‘하청’과 소영웅주의의 합작품‘묻지 마 폭로’가 당 지도부의 ‘작품’인 경우도 적지 않다. 지도부가 폭로거리를 갖고 있다가 대정부질문이나 국감 때 초·재선 의원들에게 “해보라”고 종용한다. 지시에 따를 경우 공천이나 당직에서 인센티브가 있다는 것을 암시적으로 전달하기도 한다.초선인 한나라당 A 의원도 “2009년 당의 핵심 인사가 ‘내 방에 자료가 한 가득 있으니까 한번 해보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당시 경제 관료들의 론스타 관련 의혹 자료였다. 당시 한나라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표적 경제공약인 ‘금융과 산업 분리 완화’를 위해 법 개정을 추진했고, 야당은 “재벌에 은행을 주는 법”이라며 반대했다. 여권으로서는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할 ‘불쏘시개’가 필요했던 셈이다. A 의원은 “고심 끝에 그동안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밝혀진 것 없는 의혹을 다시 제기하기는 위험하다고 판단해 거절했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의 소영웅주의와 지역구 유권자를 의식한 ‘노출 강박증’도 허위 폭로를 부른다. 실제 3선 이상의 중진 의원 가운데 초·재선 시절 상대 당이나 주요 정치 인사에 대한 ‘저격수’로 활약하며 주목을 받은 이가 적지 않다. 제기한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도 크게 상관은 없다. 사실 여부가 드러나지 않더라도 폭로에 참여한 대부분의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에서 “그 의혹은 밝혀지지 않았을 뿐 사실이다”라고만 주장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정치권 내부의 검증 기능이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전직 의원은 “예전에는 ‘○ 의원 심했어, 그만해’라고 충고해주는 중진 의원들이 있었지만 요즘에는 지도부도 이를 자제시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의혹은 빠르고 진실은 더디다정치권의 ‘묻지 마 폭로’는 특히 선거 국면에서 증폭된다. 상대 진영에 대한 ‘흠집 내기’가 표심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2002년 병풍 의혹을 제기해 대선 판도에 결정적 영향을 줬던 ‘김대업 학습효과’가 있다. 선거 기간 제기된 의혹의 진실은 선거가 끝난 뒤 한참 뒤에나 밝혀지거나 묻히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네거티브 선거로 얼룩졌던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한 후보의 캠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한 인사는 “선거판에서는 ‘진실이 신발을 신는 사이 거짓은 동네 두 바퀴를 돈다’는 말이 통한다”면서 “루머는 확산되기 쉬운데 짧은 선거 운동 기간 이를 진실로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박선희 씨(30)는 “‘손가락이 12개다’와 같은 황당한 주장이 아니라 있을 법한 얘기이다 보니 사실이든 아니든 특정 후보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면 그 후보의 이미지에 영향을 준다”면서 “선거가 끝난 뒤 고소, 고발이 이뤄지고 판결이 나더라도 관심이 안 간다”고 말했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광우병 촛불’ 직·간접 피해 3조7513억 ▼온 사회를 뒤흔든 거짓말은 종종 국민에게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청구’한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려 죽는다’는 괴담으로 촉발돼 서울을 마비시켰던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가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경제연구원(KERI)이 2008년 9월 25일 발표한 ‘촛불시위의 사회적 비용’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첫 촛불집회인 2008년 5월 2일부터 100번째 집회가 열린 같은 해 8월 15일까지 100회의 촛불집회가 유발한 사회적 비용은 3조7513억 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2007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0.4%에 달하는 액수다. 사회적 비용 중 상인들의 영업 손실 등 직접피해 비용은 1조574억 원, 사회 불안정 등에 따른 간접피해 비용은 2조6939억 원으로 나타났다고 보고서는 밝혔다.물론 촛불집회 주최 세력들은 “악의적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촛불집회의 중심이었던 서울 광화문 일대 상인 172명은 ‘광우병 대책회의’ 등 촛불집회 단체들을 상대로 “물질적, 정신적 손해를 봤다”며 18억4300만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내기도 했다. 당시 재판부는 “업소마다 매출 감소율이 다르고 시민단체들이 시위 당시 상인들에게 영업상 손실이 발생할 것을 알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요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저지하기 위한 ‘제2 촛불집회’가 유발하는 사회적 비용은 얼마나 될까. KERI 관계자는 “한미 FTA 비준안 처리 여부가 결정돼야 사회적 비용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1차 촛불집회의 사례에 비춰볼 때 대외신인도 등 거시경제 부문에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각종 선거철 공약도 엄청난 혼란과 사회적 비용을 야기해왔다. 이명박 대통령이 올해 4월 백지화한 동남권 신공항은 엄밀한 경제적 분석을 생략한 채 표를 얻기 위해 내놓은 공약이 얼마나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이 대통령은 대선 때 동남권 신공항을 ‘지방성공시대의 의미, 통합을 위한 약속’으로 규정했지만 집권 후 신공항 사업을 차일피일 미뤘다. 영남권 지방자치단체들이 대선 공약 이행을 요구하자 정부는 경제성 분석작업에 착수했고 결과는 경제성이 없는 걸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부는 민심 이반을 우려해 동남권 신공항 포기 선언을 미뤘으며 결국 현 정부 여당의 텃밭인 영남권에서 반정부 집회가 벌어지고 수도권과 호남에서는 역차별 우려를 제기하는 등 전국을 사분오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백지화 직후 4월 1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논평을 내고 “신공항 공약 백지화로 엄청난 사회적 비용과 지역갈등이 조장됐다”며 “정치권은 무분별한 개발 공약에 대한 폐해 방지와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호 자유기업원장은 거짓말과 공약에 따른 사회적 비용 발생에 대해 “사람과 말을 신뢰하기 어려운 사회일수록 경제활동에 제약을 받고 그만큼 국민이 지불해야 할 사회적 비용이 증가한다”며 “말이든 공약이든 투명도를 검증하고 책임을 지우는 사회적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

흑색선전과 공약(空約). 한국 정치를 규정짓는 양대 요소다. 유권자들은 크고 작은 선거 때마다 승리를 위해서는 물불 가리지 않고 ‘아니면 말고’ 식의 공격을 해대거나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쏟아내는 정치권 인사들의 행태에 농락당한다. 내년 총선과 대선 시즌을 맞아 더욱 정교한 형태의 ‘거짓말 드라마’가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점점 폭발력 커지는 흑색선전역대 대선에서 흑색선전이 가장 기승을 부렸던 것은 2002년 대선이다. 특히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를 겨냥해 쏟아진 △병풍 △한인옥 씨 10억 원 수수설 △20만 달러 수수설 등 선거 판세를 뒤흔든 ‘이회창 3대 의혹’은 그해 국정감사 등과 맞물리며 대선 직전까지 대부분의 선거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당시 노무현 민주당 후보 측은 의혹이 잠잠해질 듯하면 국회 대정부질문 등에서 면책특권을 활용해 다시 의혹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이슈를 이어갔다. 그러다 보니 선거 전에 이렇다 할 법적 판단은 이뤄지지 못한 채 유권자들은 여야 간의 거짓말 공방과 진실 게임을 지켜보다 투표장으로 가야 했다. 이들 3대 의혹은 선거가 다 끝난 뒤에야 검찰 수사와 대법원 판결 등을 통해 사실무근으로 판명됐다.2007년 대선에선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의 ‘BBK 의혹’이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2008년 2월 BBK 특검은 이 대통령의 BBK 주가조작사건 관련 의혹이 사실무근이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일각에선 관련 의혹을 계속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선 주요 흑색선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확산되고 심지어 특정 후보 지지자들 중 일부는 이를 가공해 추가 의혹을 양산하는 등 이전과 다른 양상을 보였다. 당시 야권 무소속 박원순 후보에 대해 제기된 하버드대 로스쿨 학력 위조 의혹에 대해 하버드대가 박 후보의 로스쿨 객원연구원 경력을 확인하자마자 이 내용은 SNS를 거치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선 “한나라당은 내 학력도 위조했다고 주장해라” “나경원 후보가 서울대 법대 졸업한 것은 맞느냐”며 나 후보를 공격하는 소재로 활용됐다. 나 후보의 ‘연회비 1억 원 피부과 이용 의혹’과 관련해선 SNS에 해당 피부과의 소재지와 내부 사진 등이 실시간으로 퍼지기도 했다. 내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흑색선전이 더 만연할 것이라는 우려는 그래서 나온다. 특히 ‘팩트’를 교묘히 왜곡하고 여기에 감성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으로 SNS를 통해 순식간에 전파시키는 방식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 휴지조각 공약선거를 앞두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가 당선 후 폐기하는 공약은 믿고 찍어준 유권자들에 대한 배신이라는 점에서 흑색선전 못지않은 악성이다. 이 때문에 공약 불이행은 종종 정권 차원의 리더십 약화로 이어졌다. 공약 파기→정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 하락→사회적 혼란 등 국정 환경 악화→국정운영 동력 상실→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 가속화라는 악순환이 정권마다 되풀이된 셈이다.헌정사에서 공약 파기가 본격적으로 논란이 된 것은 노태우 정부 때부터다. 1987년 대선에서 당시 노태우 민정당 후보는 ‘대통령 임기 중 국민에게 신임을 다시 묻겠다’며 중간평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취임 후 의회 권력이 여소야대로 재편되자 1989년 3월 5공 비리와 5·18민주화운동 문제 처리, 지방자치제 실시 등을 조건으로 야당과의 비밀 합의를 통해 중간평가 공약을 파기했다.1999년 7월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내각제 개헌 철회도 헌정사에 기록될 대표적인 공약 파기 사례다. DJP(김대중+김종필) 공동정부는 결국 2001년 9월 파경을 맞았다.이명박 대통령도 자유롭지 못하다. 동남권 신공항 외에 ‘MB 노믹스’의 핵심 공약을 여러 이유로 지키지 못했다. 한반도 대운하와 공기업 민영화가 대표적이다. 이를 기반으로 한 ‘747’ 공약에 대해선 글로벌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지키지 못할 약속을 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공약 파기의 이유는 상황 변경, 권력 투쟁 등 다양하다. 이 대통령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 철회만 해도 국민 통합 차원에서 마지못해 이뤄진 측면도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선거 승리를 위해 덜컥 공약을 내놨다가 뒤늦게 철회하는 패턴이 반복될수록 정치권에 대한 불신은 쌓여간다는 사실이다.○ 정치권의 ‘집단 거짓말’ 개헌2007년 1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4년 중임제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다. 개헌 논의로 대선 판이 흔들릴 것을 우려한 여야는 이례적으로 한마음 한뜻이 됐다. 그해 4월 11일 한나라당 김형오, 열린우리당 장영달, 통합신당모임 최용규, 민주당 김효석, 민주노동당 권영길, 국민중심당 정진석 당시 원내대표가 ‘개헌은 18대 국회 초반에 처리한다’는 내용의 전격 합의문을 발표했다.당시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은 개헌안 발의를 유보하며 “현 정부에서의 개헌이 어렵다면 다음 정부에서의 개헌을 차선의 방안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를 위해 정치권의 확실한 담보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그러나 합의문이 거짓으로 판명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8대 국회 들어 합의문의 서명 당사자인 김형오 의원은 국회의장에 취임해 헌법연구자문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개헌 논의에 시동을 걸었지만 정치권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여권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이재오 전 특임장관이 나서 불씨를 다시 지폈지만 정략적 복선이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다른 정파의 의구심 속에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다. 친박(친박근혜)계는 “대선을 겨냥한 친이(친이명박)계의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경계했다. 어찌됐든 18대 국회는 개헌 약속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해명·사과하고 개헌 논의를 위한 최소한의 절차라도 밟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는 지적이 많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인들이 흑색선전과 거짓말을 일삼는 이유는 그렇게 하더라도 정치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는 선거 구조 때문”이라며 “거짓말을 하는 정치인과 그 세력에 대해서는 각종 선거에서 철저하게 응징할 수 있는 국민적 여론 수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

여야는 8일에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둘러싼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채 기 싸움을 이어갔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은 한미 FTA와 관련해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괴담을 유포하는 사람을 구속 수사하겠다’는 검찰 발표에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저해할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비판하며 ‘적전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 “검찰 나서면 되레 부작용”황영철 한나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검찰이 나서면 국익을 위한 한미 FTA 토론을 억압할 수 있다’는 의견을 검찰에 전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정부가 SNS상의 ‘한미 FTA 괴담’과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집권여당은 발을 빼겠다는 태도다.원내대책회의에서 검찰의 방침을 처음 문제 삼은 사람은 최근 이명박 대통령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태근 의원이다. 이에 다른 참석자들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모양새만 연출된다” “여당이 한미 FTA 비준안을 강행 처리하려고 검찰과 손을 잡은 것처럼 비칠 수 있다”며 동조했다고 한다.하지만 일각에선 “아무리 당청 관계가 소원해졌다고 해도 집 안에서 총질 하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한 당직자는 “FTA 반대 움직임이 ‘제2 촛불’로 번지는 상황에서 집권여당이 FTA 괴담 대응에 정부와 손발을 맞추기는커녕 파열음을 내면 어떻게 하느냐”라고 말했다.○ “FTA 처리 없다” 되풀이한 여당이날 아침 한나라당 소속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이 오후에 외통위 전체회의를 열어 비준안 처리를 시도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여야 의원들은 ‘5분 대기’ 태세를 유지했다.그러나 남 위원장은 오후 5시 기자회견을 열어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9일째 점거 중인 외통위 회의실이 아닌 정무위 소회의실에서였다. 그는 “9일에도 한미 FTA 비준안을 처리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처리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말을 바꾸는 등 복잡한 심경을 내비치기도 했다.여야 지도부는 거친 입담을 주고받았다.한나라당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관련 태스크포스(TF)까지 만들어 연구할 정도로 한미 FTA를 치밀하게 검토했다”며 “노 전 대통령만큼은 욕되게 하지 말라”고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진표 원내대표 등을 겨냥했다.민주당은 김효재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전날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야권이 FTA를 반미 선동의 도구로 삼고 있다’고 비판한 대목을 문제 삼았다. 김 원내대표는 “FTA 반대 세력을 반미 친북주의자로 몰아붙이며 전형적인 매카시즘 수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여기에는 한나라당 남 위원장도 가세했다. 그는 “(김 정무수석의 편지나 검찰의 발표는) 적절치 않고 비준동의안 처리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오히려 야당 의원들을 자극해 쪽박을 깨는 일”이라고 비판했다.비준안 처리 디데이로 알려진 10일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어서 한나라당의 강행 처리 가능성을 놓고 여러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수능일에 강행 처리할 경우 수능 이슈에 가려져 비판을 덜 받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유권자들의 정치적 혐오를 더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의 ‘ISD 절충안’ 결실 볼까민주당 내에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의 핵심 쟁점인 ISD 문제에 대해 절충안이 제시돼 협상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절충안은 ‘FTA 비준안이 발효되는 즉시 ISD 존치 여부에 대한 협상을 시작한다는 약속을 미국에서 받아오면 비준안 처리를 물리적으로 저지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민주당 의원 87명 가운데 김진표 원내대표를 포함해 강봉균 김성곤 김동철 의원 등 45명이 구두 또는 서면으로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한나라당은 이 같은 움직임을 일단 지켜보겠다는 태도지만 민주당이 이 절충안을 당론으로 채택해 제안해 올 경우 긍정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절충안에 부정적이어서 당론 채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
민주당의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손학규 대표 등 지도부와 당 바깥 야권통합 추진기구인 ‘혁신과 통합’은 12월 중 하루에 민주당의 독자적인 전당대회(오전)와 통합전대(오후)를 잇달아 여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7일 전해졌다. 당초 손 대표가 주장한 ‘12월 18일 이전 야권 통합전대(원샷 경선)’와 이에 반발하는 예비 당권주자 및 당내 의원들의 주장을 절충하자는 것이다. 이 같은 구상이 전해지면서 민주당 상임고문 등 원로들과 의원, 지역위원장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권노갑 김원기 임채정 등 상임고문 7명은 8일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오찬 회동을 갖고 현 지도부 사퇴 등 ‘선(先)민주당 쇄신’을 요구하기로 했다. 권 고문은 “한나라당 출신의 손 대표가 민주당을 깨고 신당을 창당해 기득권을 유지하려 한다”고 직공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원외 지역위원장 7명은 7일 회동을 갖고 전대 소집 요구서의 초안을 작성해 이를 원외 지역위원장 90여 명에게 발송했다. 초안은 “서울시장 선거에 후보를 내지 못한 초유의 사태에도 손 대표는 ‘박원순(서울시장)의 승리는 민주당의 승리’라고 호도하고 있다”며 “손 대표는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돼 있다. 한 원외 지역위원장은 “대의원(1만1000여 명) 3분의 1 이상의 서명을 받아 15일까지 이석현 전대위원장에게 제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박지원 의원 등은 의원들을 상대로 손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서명 작업을 시작했다. 7일 하루 48명이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손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야권통합은 시대적 흐름이자 국민의 명령”이라며 “작은 기득권에 갇히면 도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을 만나 통합신당에 참여해 줄 것을 제안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다시 ‘정치적 침묵’에 들어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현 정부에서 민간위원으로 참여해 온 2개 대통령직속 위원회 활동을 사실상 마무리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안 원장은 7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직속 제1기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마지막 회의에 불참했다. 지난 2년간 위원회의 1기 장관급 민간위원으로 활동해 온 안 원장은 이명박 대통령도 참석한 회의에 “강의시간과 겹친다”며 불참했다고 한다. 안 원장은 2008년 6월부터 차관급 민간위원으로 일해온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회의도 6월 이후로 불참하는 등 위원회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이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안 원장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위해 현 정부와의 인연을 마감하는 등 주변 정리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안 원장은 과거 이 위원회 활동에 열성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권 핵심 관계자는 “안 원장은 미래기획위원회의 경우 6월 1박 2일 일정으로 경기 용인에서 열린 워크숍에 참석할 정도로 관심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이 8·15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시한 ‘공생발전’ 개념도 안 원장이 3월 관훈클럽 초청포럼에서 대기업 중심 경제 생태계를 비판한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라는 말도 있다.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이날 안 원장에 대해 “안 원장과 그가 대표하는 제3세력이 함께하는 것이 대선 승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이사장은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안 원장이 잠깐의 정치적 행보로도 국민의 높은 지지를 얻은 것은 대단한 능력이다. 지금과 같은 지지를 계속 받는다면 야권의 대표선수가 될 수 있고 그렇게 된다면 안 원장을 돕고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야권의 잠재적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문 이사장이 안 원장의 야권 대선 후보 선출 가능성을 언급하고 지지 의사까지 밝힌 것이어서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안 원장의 정치 개시 시점에 대해서는 “내년 총선 이전이면 더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라디오에 출연해 “안 원장이 지금이라도 (자신에 제안한 민주진보 통합정당에) 참여한다고 하면 대환영”이라면서도 “그러나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참여해야지, 단지 프리라이더(무임승차자)가 되겠다고 하면 함께하는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

범야권이 ‘제2의 촛불’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정국 주도를 꾀하고 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 때 ‘촛불’을 통해 반(反)이명박 정권 정서를 결집시켰던 것처럼 이번엔 한미 FTA를 고리로 야당, 한미 FTA를 반대하는 시민단체, 일반 시민, 학생들을 ‘제2의 촛불’로 규합해 정치적 동력을 만들어보겠다는 것이다.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등 일부 야권 인사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공연히 ‘촛불’이라는 표현으로 민심을 자극하고 있다. SNS에는 ‘Again 2008’이라는 문구가 퍼지면서 “‘제2의 촛불 시위’를 만들자”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등 야5당과 장외 한미 FTA 반대 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는 5일 오후 7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한미 FTA 저지를 위한 범국민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 등 각 당 지도부가 대부분 참석하는 이날 집회는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후 서울 시내에서 열리는 한미 FTA 반대 집회로는 가장 큰 규모인 5000명 이상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민노당 이 대표는 트위터에서 “여의도 촛불 행사(3일)에 이어 다음 촛불은 5일 토요일 7시 서울광장입니다. (한미 FTA 반대 자료인) ‘국회를 점령하라’ 보시고 오세요”라며 행사를 ‘촛불 집회’로 규정하고 자신의 팔로어(10만7600여 명)에게 구체적인 행동 지침까지 알렸다. 범국본이 3일에 이어 4일에도 연 여의도 ‘한미 FTA 저지 촛불문화제’에는 일반 시민들은 물론이고 교복을 입은 중고교생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주부 등도 참여했다. 3일 행사에서 자신의 직업을 배우라고 밝힌 한 참석자는 “국회, 청와대를 점령하러 가자. 저는 연행도 각오하고 나왔다”고 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SNS상에서는 ‘촛불문화제’ 관련 글이 퍼나르기(리트윗)되면서 한미 FTA 반대론 확산에 한몫하고 있다. 누리꾼 K 씨는 4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촛불 문화제를 인터넷 TV로 보고 있습니다. 어린아이들도 많이 참여했네요. 촛불 들고 있는 열 살 남짓 아이를 보니 울컥하네요”라고 말했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도 트위터를 통해 각종 촛불 문화제 참석 후기에 ‘강추’(강력 추천)라는 댓글을 달아 퍼나르고 있다. 정 최고위원이 강추를 단 후기에서 한 고교생은 “공부도 중요하지만 옳고 그른 것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고, 한 대학생은 “집회에 나가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몸을 사릴 때가 아니다. 나와 우리 후손의 미래가 달린 일”이라고 주장했다.반면 한나라당은 일부 의원이 트위터에 반박 글을 띄우는 것 빼고는 별다른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 않다. 홍준표 대표는 4일 트위터에서 “SNS 공간의 잘못된 정보가 마치 사실인 양 인식되어 널리 퍼지고 있는 것은 참으로 무서운 일”이라며 한미 FTA 반대론자들을 비판했다. 그러나 홍 대표의 팔로어는 1900여 명이 전부다. 한 여권 관계자는 “한미 FTA 반대 괴담을 반박하는데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국회는 3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대치로 온종일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우여곡절 끝에 본회의가 취소됐지만 이번엔 ‘10일 직권상정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긴박했던 국회 오전 7시. 국회는 본청 건물에 대한 출입 제한 조치를 단행했다.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외부세력이 국회로 들어올 수 있다는 첩보에 따른 조치였다. 내년도 예산 심의 등을 위해 본청을 찾은 의원 보좌진은 곳곳에서 국회 방호원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오전 8시 40분 본청 출입제한 조치는 해제됐지만 국회 주변에는 14개 중대 1500여 명의 경찰이 배치돼 검문검색을 실시했다. 오전 8시. 국회 귀빈식당에서는 민주당 손학규, 민주노동당 이정희,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 등 야 5당 대표들과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대표들이 모여 ‘비준안 저지를 위한 결사 항전’을 재확인했다. 손 대표는 “이명박 정권이 국익에 손해를 끼치는 FTA를 강행 통과시키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5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한미 FTA 저지 범국민대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실에서는 야당 의원들의 점거 농성이 사흘째 이어졌다. 한나라당 소속 남경필 위원장은 오후 1시 반 기자회견을 자청해 “오늘은 회의를 열지 않을 테니 회의실 불법 점거 사태를 해제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민주당 손 대표를 향해서는 “민노당과 함께해 (내년 총선에서) 몇 석 더 얻으려 하는 것이라면 국가지도자가 되겠다는 꿈은 버리라”고 비난했다. 또 “몸으로 (FTA 비준안 처리를) 막으려는 민노당과 대화하지 않을 것이다. 민노당 김선동 의원을 더는 외통위원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했다. 야당의 점거 농성이 계속되면서 남 위원장은 방한 중인 에스토니아 외교위원장 일행을 자신의 방이 아닌 농림수산식품위 소회의실에서 접견했다. 여야 간에 감돌던 전운은 오후 3시 본회의가 갑자기 취소되면서 다소 누그러졌다. 본회의는 당초 오후 2시로 예정됐다가 한나라당 의원총회로 인해 한 차례 연기됐다. 이어 개의를 불과 10분 앞두고서 갑작스럽게 취소됐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한나라당 이명규, 민주당 노영민 원내수석부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안건도 몇 건 없는데 굳이 오늘 본회의를 열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고, 여야는 이를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장실 관계자는 “12월 말에 처리해도 한미 FTA는 내년 1월부터 발효되는 데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야권의 ‘무조건 FTA 반대’ 장면을 계속 노출해 자연스레 비준안 처리를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청와대, 부글부글 한나라당은 대국민 여론 호소에 주력했다. 홍준표 대표는 “민주당이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상황을 연출하면서 한미 FTA를 총선용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민주당 손 대표는 물론 (한미 FTA를 체결할 당시 노무현 정부 요직에 있었던)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만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의 유럽 순방 기간인 이날 비준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 좌절되자 여당 원내 지도부에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민주당의 반대는 예상됐던 것이었던 만큼 여당이 애초부터 한미 FTA 비준안 처리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마디로 철학 부재, 전략 부재”라며 “과반 여당이 국가 대사 하나를 표결로 통과시키지 못해서야 다음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효재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하루빨리 여권 전체가 단합해 비준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놓고 여야가 극한 충돌로 치달으면서 지난달 31일 작성됐다가 야당의 반발로 당일 휴지조각이 된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문 성격을 놓고서도 아전인수식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우선 합의문 서명자의 대표성이 쟁점이다. 한나라당은 여야가 교섭단체 대표권을 확인한 뒤 서명한 만큼 ‘정치적 효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민주당은 ‘가(假)합의’인 만큼 효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2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합의문은 국회법상 교섭단체 대표권을 서로 확인하고 각 당의 내부 조정을 거쳐 전권을 갖고 서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진표 원내대표는 같은 인터뷰에서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를 했더라도) 의원총회와 최고위원회의에서 추인되지 않으면 효력이 사라진다. 그래서 ‘조건부 가서명’을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가서명한 것인데도) 민주당을 압박하기 위해 합의문을 언론에 공개하는 등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에 대해 배신감을 느낀다”고 비난했다. 합의문의 효력 범위도 쟁점이다. 김 원내대표는 “농축수산업, 중소상공인을 위한 피해대책은 상당히 어려운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다. 여당이 합의했고 이를 공개까지 했는데도 다시 재검토하겠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황 원내대표는 “정부는 여야 합의가 깨진 이상 피해 보전 대책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그는 1일 최고위에서도 “야당이 합의를 파기한 만큼 정부, 여당은 피해 분야 지원 대책을 별도로 마련하겠다”고 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성난 2040’에 사실상 탄핵을 받은 제도권 정치가 자성과 혁신은커녕 1980, 90년대식 ‘극한투쟁’으로 회귀하는 퇴행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의 협상 채널이 마련한 합의안이 길거리 투쟁과 회의장 점거 등으로 폐기됐다.무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의 당선은 여야 정치권에 ‘그들만의 리그’에서 벗어나 국민과의 소통, 대화와 타협 같은 정치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라는 신호였다. 그러나 선거 이틀 뒤인 지난달 28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30여 개 시민단체가 결성한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경찰이 물대포를 동원해 진압하는 등 길거리에서 물리적 충돌이 빚어진 뒤 한국 정치는 협상과 토론이 무력화된 ‘정치적 블랙아웃(blackout)’ 상태로 치닫고 있다.여야는 지난달 29, 30일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를 놓고 마라톤 협상을 벌였다. 한나라당 황우여,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새벽 가까스로 농수축산업과 중소상공인 피해보전 대책 마련에 합의하고 최대 쟁점인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에 대해서도 FTA 발효 이후 한미 양국이 협의하도록 하는 내용의 절충안을 도출해냈다.그러나 협상안은 그날로 없던 일이 됐다. 민주당은 당일 아침 의원총회에서 “ISD는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며 합의안에 퇴짜를 놨다. 민주노동당은 ‘야권연대’를 내세워 민주당을 압박했다. 이후 민주당, 민주노동당 의원 30여 명은 FTA 주무 상임위원회인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장으로 몰려갔고 남경필 위원장은 질서유지권을 발동해 국회 경위 30여 명을 투입했다. 이 과정에서 국회 사무처의 P 경위가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과 충돌해 머리에 상처를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국회가 우왕좌왕하는 동안 진보 진영과 보수 진영은 국회 밖에서 맞붙었다.소설가 이외수 씨,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이른바 진보 진영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오피니언 리더들은 트위터 등에 FTA 반대 글을 올렸다. 한국에서 팔로어가 가장 많은(99만여 명) 이 씨가 트위터에 “한미 FTA로 너무 많은 것을 잃게 된다”(지난달 31일)고 쓰자 이는 실시간으로 퍼져 나갔다.이에 맞서 보수성향의 ‘대한민국 지킴이연대’라는 단체는 1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익은 뒷전으로 미루고 당리당략만 일삼고 있다”며 “야권이 한미 FTA로 내년 총선, 대선에서 반사 이익을 노린다면 강력한 국민적 저항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여야 협상이 종잇장 뒤집듯 무참히 파기되고 국회 내 회의장이 농성장으로 바뀌는 일련의 과정은 ‘성난 2040’의 기성정치 혐오증을 심화시켜 정당 정치의 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특임장관실이 윤원철 한양대 경제금융대 교수에게 의뢰해 20∼39세 1202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4%가 ‘나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정당이 없다’고 답했다. 정당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로는 △‘정당제도의 실효성 의문’(38.5%) △‘정쟁만 키운다’(29.1%) △‘나의 이해와 무관하다’(27.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특히 여야 협상의 전권을 갖는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이 2003년 “원내정당화를 지향하겠다”며 ‘정치 업그레이드’ 차원에서 만들어 정착시킨 직제(과거엔 원내총무)지만 원내대표 간 협상이 백지화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협상 기능이 계속 무력화되면 ‘정치권에 맡겨봐야 되는 일이 없다’는 비아냥거림만 키우고 정당 기능 악화로 연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여야는 1일 협상 불발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데 급급했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번번이 원내대표의 합의를 무산시키고 있다”고 주장했고,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도 “이명박 대통령이 3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한테서 ‘ISD 재협상을 하겠다’는 확답을 받아 와야 처리에 응할 수 있다”고 했다.민주당 등 야당은 외통위 회의실을 점거해 한나라당의 강행 처리 가능성에 대비했다. 외통위 회의실이 위치한 국회 본청과 국회 출입문 주변엔 수백 명의 경찰이 하루 종일 배치됐다. 2008년 12월 ‘해머 폭력’으로 국제적 망신을 자초했던 외통위 회의장에는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타협과 대화를 확신하지 못하는 여의도 국회의 모습. 유권자들의 마음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