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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19금(禁) 웹툰’이 요즘 20, 30대 여성 사이에서 인기다. 출판만화 시절 공개된 장소에서 성인 만화를 보기 부담스러웠던 여성들이 스마트폰, 태블릿PC가 등장하면서 남의 눈치 보지 않고 19금 콘텐츠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19금 웹툰이 성공하려면 여심(女心)을 잡아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유료 웹툰 사이트 레진코믹스의 김준협 PD는 “19금 웹툰 독자층은 7 대 3 정도로 여성이 많고, 작가도 여성이 6 대 4로 많다”고 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레진코믹스 사무실에서 ‘세컨드’의 안나래 씨(27)와 ‘캠퍼스 밀크푸딩’ ‘어느날 잠에서 깨어보니 베이글녀가 되어 있었다’의 탱크가이 작가(29)를 만나 19금 웹툰의 세계를 훔쳐봤다.○ “말초신경만 자극해서는 안돼” 야한 상상만 하느라 안색이 퀭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웬걸 예절 바르고 건강한 두 남녀가 나타났다. 이들은 19금 웹툰의 성공 조건으로 탄탄한 스토리와 리얼리티를 꼽았다. 남성의 성적 흥분만 자극하는 일본 성인물과 달리 요즘 젊은 세대의 솔직한 성(性)을 ‘리얼하게’ 담아야 남녀 독자 모두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 실제 여성 독자의 성적 환상을 충족시키는 여성 작가의 웹툰이 더 인기가 많은 편이다. 최근에는 오로지 여성만을 위해 기획된 19금 순정만화까지 등장했다. ‘19금’ 콘텐츠라고 해도 성기 묘사 등은 허용되지 않는다. ‘세컨드’는 단짝 친구의 연하 남자친구와 위험한 사랑에 빠진 여성이 주인공이다. 요즘 등장한 ‘쌍년’(나쁜 여자) 코드에 대한 여성들의 판타지를 담아냈다. 안 씨는 “‘만족감을 채워준다’는 여성 독자의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캠퍼스 밀크푸딩’의 주인공은 대학 복학생 모태솔로 ‘남마초’다. 탱크가이는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여자를 만나기 어려워하는 ‘초식남’(연애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남자를 식물에 비유한 것)의 세계를 반영했다”고 했다.○ “‘야동’(야한 동영상) 보면서 연습해야겠어” 안 씨는 좀 더 리얼한 웹툰을 위해 ‘민망한’ 노력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해 여름 새 웹툰을 준비하며 동갑내기 남자친구에게 야동을 구해 달라고 부탁한 것. 19금 웹툰이라 남녀의 정사 장면 묘사가 꼭 필요했다. 안 씨는 장장 한 달간 일본산 야동을 보면서 따라 그렸다. 민망하거나 흥분할 새가 없었다. 몸의 굴곡을 묘사하는 누드도 어렵지만 남녀가 벌거벗은 채 엉킨 모습을 그리는 일은 몇 배나 더 어려웠다. 탱크가이는 19금 웹툰을 그리는 사실이 민망해 여자 친구에게 비밀로 했다. 나중에 이를 고백했는데, 알고 보니 여자친구는 탱크가이를 포함한 19금 웹툰의 팬이었다. 그는 “카메라에 비유하면 여성 작가는 상대의 몸을 훑는 손에 집중해 분위기를 살리고, 남성 작가는 가슴 같은 특정 부위에 포커스를 맞춘다”며 “여성 작가는 파스텔톤, 남성 작가는 살색과 핑크색을 선호한다”고 했다. 성인 콘텐츠는 늘 음란물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레진코믹스의 일부 콘텐츠가 음란하다는 이유로 차단 조치를 내렸다가 곧 철회하기도 했다. 안 씨는 “19금 웹툰엔 요즘 성담론이나 고민을 담는 순기능도 있다”고 했다. 탱크가이는 “재미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처럼 성적 활기로 출산이나 결혼을 장려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웃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이른바 ‘19금(禁) 웹툰’이 요즘 20, 30대 여성 사이에서 인기다. 출판만화 시절 공개된 장소에서 성인 만화를 보기 부담스러웠던 여성들이 스마트폰, 태블릿PC가 등장하면서 남의 눈치 보지 않고 19금 콘텐츠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19금 웹툰이 성공하려면 여심(女心)을 잡아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유료 웹툰 사이트 레진코믹스의 김준협 PD는 “19금 웹툰 독자층은 7대 3 정도로 여성이 많고, 작가도 여성이 6대 4로 많다”고 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레진코믹스 사무실에서 ‘세컨드’의 안나래 (27)와 ‘캠퍼스 밀크푸딩’ ‘어느날 잠에서 깨어보니 베이글녀가 되어있었다’의 탱크가이(29) 작가를 만나 19금 웹툰의 세계를 훔쳐봤다. ●“말초신경만 자극해서는 안돼.” 야한 상상만 하느라 안색이 퀭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웬걸 예절 바르고 건강한 두 남녀가 나타났다. 이들은 19금 웹툰의 성공 조건으로 탄탄한 스토리와 리얼리티를 꼽았다. 남성의 성적 흥분만 자극하는 일본 성인물과 달리 요즘 젊은 세대의 솔직한 성(性)을 ‘리얼하게’ 담아야 남녀 독자 모두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 실제 여성 독자의 성적 환상을 충족시키는 여성 작가의 웹툰이 더 인기가 많은 편이다. 최근에는 오로지 여성만을 위해 기획된 19금 순정만화까지 등장했다. ‘19금’ 콘텐츠라고 해도 성기 묘사 등은 허용되지 않는다. ‘세컨드’는 단짝 친구의 연하 남자친구와 위험한 사랑에 빠진 여성이 주인공이다. 요즘 등장한 ‘쌍년’(나쁜 여자) 코드에 대한 여성들의 판타지를 담아냈다. 안 씨는 “‘만족감을 채워준다’는 여성 독자의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캠퍼스 밀크푸딩’의 주인공은 대학생 복학생 모태솔로 ‘남마초’다. 탱크가이는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여자를 만나기 어려워하는 ‘초식남’(연애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남자를 식물에 비유한 것)의 세계를 반영했다”고 했다. ●“‘야동’(야한 동영상) 보면서 연습 해야겠어.” 안 씨는 좀 더 리얼한 웹툰을 위해 ‘민망한’ 노력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해 여름 새 웹툰을 준비하며 동갑내기 남자친구에게 야동을 구해 달라고 부탁한 것. 19금 웹툰이라 남녀의 정사 장면 묘사가 꼭 필요했다. 안 씨는 장장 한 달간 일본산 야동을 보면서 따라 그렸다. 민망하거나 흥분할 새가 없었다. 몸의 굴곡을 묘사하는 누드도 어렵지만 남녀가 벌거벗은 채 엉킨 모습을 그리는 일은 몇 배나 더 어려웠다. 탱크가이는 19금 웹툰을 그리는 사실이 민망해 여자 친구에게 비밀로 했다. 나중에 이를 고백했는데, 알고 보니 여자친구는 탱크가이를 포함한 19금 웹툰의 팬이었다. 그는 “카메라에 비유하면 여성 작가는 상대의 몸을 훑는 손에 집중해 분위기를 살리고, 남성 작가는 가슴 같은 특정 부위에 포커스를 맞춘다”며 “여성 작가는 파스텔톤, 남성작가는 살색과 핑크색을 선호한다”고 했다. 성인 콘텐츠는 음란물 논란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지난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레진코믹스의 일부 콘텐츠가 음란하다는 이유로 차단 조치를 내렸다가 곧 철회하기도 했다. 안 씨는 “19금 웹툰에 요즘 성담론이나 고민을 담는 순기능도 있다”고 했다. 탱크가이는 “재미있다는 가장 큰 장점”이라며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처럼 성적 활기로 출산이나 결혼을 장려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기독교 최대 축일인 부활절을 맞아 5일 전국 성당과 교회에서 부활절 미사와 예배가 열렸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사진)은 이날 서울 명동성당에서 ‘예수 부활 대축일’ 미사를 집전했다. 염 추기경은 강론을 통해 “부활하신 주님께서 선물로 주신 평화의 삶을 각자 삶의 현장에서 살도록 노력하자”며 “나 자신부터 스스로 반성하고 쇄신해 이웃을 배려하고 사회를 생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천주교회는 전날 부활 성야 미사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실종자를 기억하는 뜻에서 노란 리본과 부활 달걀을 단 구조물을 제단 앞에 설치하기도 했다. 명동성당에선 노란색을 칠한 부활 달걀과 ‘세월호 희생자들을 품에 안은 성모’ 그림이 그려진 달걀도 판매했다. 서울대교구는 부활 달걀 판매 수익금 일부를 세월호 희생자 학생들이 다녔던 경기 안산시 단원구 와동성당에 전달할 예정이다. 개신교계에서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부활절연합예배준비위원회 등이 각각 부활절 예배를 열었다. 한기총은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장애인, 다문화가정, 북한이탈자 가정을 위한 부활절 예배를 진행하며 “이 시대 가난한 자, 소외된 자, 고통당하는 자, 외로운 자들에게 다가가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누며 섬기겠다”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NCCK는 소속 교회들이 공동 예배문과 기도문, 설교문으로 각 교회에서 진행했고 상징적 의미로 서울 후암동 중앙루터교회에서 ‘그리스도의 부활, 우리의 부활’을 주제로 예배를 열었다. 부활절연합예배준비위원회도 ‘그리스도의 부활, 화해와 통일로’를 주제로 예배를 열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소설가 최진영(34)의 두 가지 상상. 하나.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다가 그의 살을 뚝뚝 뜯어 오물오물 씹어 먹는다. 애인의 살은 찹쌀떡처럼 쫄깃하고 달다. 끔찍하거나 엽기적이기는커녕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둘.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다면 그의 육신은 불태울 수도 땅에 묻을 수도 없다. 늘 나의 죽음보다 가족이나 연인, 친구의 죽음이 더 큰 공포다. 작가는 두 가지 상상을 하나로 버무렸다. 그렇게 탄생한 소설이 ‘구의 증명’이다. 소설 속 ‘구’(남자)와 ‘담’(여자)은 처음 만난 여덟 살 때부터 서로 호감을 느꼈다. 가정 형편이 불우했던 두 사람은 서로를 의지했고 자연스럽게 사랑에 빠졌다. 성인이 된 구가 부모가 남긴 빚 때문에 쫓기다 죽는다. 담은 죽은 구를 자신의 집으로 옮겨와 먹는다. 빠진 손발톱부터 성기까지 야금야금. 소설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혼자 남은 자의 절절함을 보여준다. 1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작가를 만났다. 담이 시신을 먹은 까닭부터 물었다. “두 사람은 세상에 그들밖엔 보이지 않았어요. 담이 구를 따라 죽으면 둘은 아예 세상에서 없는 게 돼요. 담은 구를 먹으면 피와 살이 되니 오래 살 수 있고 자신 안에 구를 묻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거죠. 먹으면서 구의 존재를 증명한 거예요.” 설정은 충격적이지만 읽어 보면 호러 소설처럼 끔찍하고 괴기스럽다기보다 슬프고 애잔하다. 사랑하는 사람의 몸을 먹는 담을 떠올리며 사랑, 삶, 죽음 같은 흔하게 쓰는 단어를 깊이 고민하게 된다. “행복하자고 같이 있자는 게 아니야. 불행해도 괜찮으니까 같이 있자는 거지”라며 떨어지지 않으려는 그들의 사랑이 짠하다. 작가는 소설을 쓰는 내내 인디밴드 ‘9와 숫자들’의 ‘창세기’를 반복해서 들었다고 했다. “그대는 내 혈관의 피/그대는 내 심장의 숨/그대는 내 대지의 흙/그대는 내 바다의 물”(‘창세기’ 가사 일부) 그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크며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연인이 된 관계는 결속력이 다르다. 씨실과 날실이 얽힌 것처럼”이라고 했다. 소설에서 둘을 고립시키고 외롭게 만드는 장치는 빚이다. 대부업체는 지옥이라도 찾아가서 돈을 받아내려 한다. 작가는 “요즘 세상에 빚내서 학교에 다니고 집을 사는 모습이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만, 내가 보기엔 활활 타는 불덩이로 뛰어들어가는 모습이다. 지금 생활과 미래를 저당 잡히는 빚 권하는 사회에 대한 생각도 녹였다”고 했다. 인터뷰를 끝내며 꼭 담고 싶은 이야기가 있냐고 물었다. “타인에게 공감하는 노력을 했으면 해요. 구를 먹는 담이 조금이라도 이해가 된다면 타인의 불행을 예민하게 여기는 감각이 살아있는 거겠죠. 그런 예민함이 있으면 살면서 고통을 느낄 일이 많겠지만, 그래도 그 예민함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우리 시대가 상당히 우울한데, 명랑을 통한 삶의 기쁨이 필요합니다. 우울한 삶을 명랑 코드로 긍정적으로 기쁘게 바꿀 수 있도록 명랑콘서트를 마련했어요.”(정호승 시인·65) 4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웃음과 감동,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명랑콘서트’가 열린다. 행사는 북콘서트 프로젝트팀 ‘WeCanDo’(우린 할 수 있다) 대표 최명란 시인(52)이 기획했다. 이 행사에는 정호승 시인, 성악가 최용호(31), 아동문학가 최수진(31·건반), 기타리스트 김영수 씨(28) 등이 함께한다. 정 시인은 명랑이라는 콘셉트에 어울리는 자작시를 낭송하고 시에 얽힌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그는 “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첫 구절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를 ‘돈이 없는 사람’으로 비틀어 낭송하는 식으로 시의 이면에 숨어 있는 명랑함을 꺼내 건강한 웃음을 나누고 싶다”고 했다. 최 시인은 ‘찐한’ 경남 사투리로 좌중을 휘어잡는 명랑 토크를 선보인다. 특히 무대 위에서 한 잔 술 없이도 신나게 부르는 ‘무반주 노래 부르기’가 그의 특기다. 최 시인은 “시를 읊다가 즉석에서 노래가 터져 나와 반주팀이 준비할 시간도 없을 것”이라며 “청중 나이에 따라 노래 ‘하얀 나비’도 가수 김정호, 배우 심은경 버전으로 바꿔가며 부를 수 있다”며 웃었다. 테너 최용호 씨는 폭발력 넘치는 목소리로 관객석을 열광적인 분위기로 바꾸겠다는 각오다. 그는 “이번 콘서트에 많은 사람이 찾으셔서 관객도 우리도 행복하고 명랑해지길 바란다”고 했다. 최수진 씨는 키보드 반주를 맡았다. 최 시인은 개인적인 일로 힘든 시간을 갖고 은둔생활을 할 때 자신을 위태로운 삶에서 구해준 것은 시와 음악이었다고 고백한다. 이후 2012년 후반부터 한 달에 2, 3번씩 전국의 학교, 종교시설, 복지시설, 기업 등을 돌며 시와 음악을 나누고 있다. 최 시인과 팀원들은 “출연료가 적어도 뜻이 좋으면 가고, 뜻이 없으면 돈이 많아야 간다”는 원칙도 세웠다. 최 시인은 “공연할 때마다 끝까지 사람들이 객석을 채우고, 살아갈 힘을 얻었다고 말할 때 가장 기뻤다”며 “생동하는 봄에 시와 음악으로 명랑 기운을 듬뿍 받아 가시길 바란다”고 했다. 명랑콘서트는 무료로 진행된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우리 시대가 상당히 우울한데, 명랑을 통한 삶의 기쁨이 필요합니다. 우울한 삶을 명랑 코드로 긍정적으로 기쁘게 바꿀 수 있도록 명랑콘서트를 마련했어요.”(정호승 시인) 4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웃음과 감동,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명랑콘서트’가 열린다. 행사는 북콘서트 프로젝트팀 ‘WeCanDo’(우린 할 수 있다) 대표 최명란 시인(52)이 기획했다. 이 행사에는 정호승 시인(65), 성악가 최용호(31), 아동문학가 최수진(31·건반), 기타리스트 김영수(28) 등이 함께 한다. 정 시인은 명랑이라는 콘셉트에 어울리는 자작시를 낭송하고 시에 얽힌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그는 “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첫 구절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를 ‘돈이 없는 사람’으로 비틀어 낭송하는 식으로 시의 이면에 숨어 있는 명랑함을 꺼내 건강한 웃음을 나누고 싶다”고 했다. 최 시인은 ‘찐한’ 경남 사투리로 좌중을 휘어잡는 명랑 토크를 선보인다. 특히 무대 위에서 한 잔 술 없이도 신나게 부르는 ‘무반주 노래부르기’가 그의 특기다. 최 시인은 “시를 읊다가 즉석에서 노래가 터져 나와 반주팀이 준비할 시간도 없을 것”이라며 “청중 나이에 따라 노래 ‘하얀 나비’도 가수 김정호, 배우 심은경 버전으로 바꿔가며 부를 수 있다”며 웃었다. 테너 최용호 씨는 폭발력 넘치는 목소리로 관객석을 열광적인 분위기로 바꾸겠다는 각오다. 그는 “이번 콘서트에 많은 사람들이 찾으셔서 관객도 우리도 행복하고 명랑해지길 바란다”고 했다. 최수진 씨는 키보드 반주를 맡았다. ‘WeCanDo’는 2002년 최 시인과 김영수 씨가 야외무대에서 시낭송과 음악 연주로 불우이웃돕기 공연을 펼치며 시작했다. 원래 이름은 주말에 모인다는 뜻에서 위크엔드(Weekend)였지만 긍정하는 삶의 의미를 담아 팀 이름을 바꾸었다. 2012년 후반부터 한 달에 2, 3번씩 전국의 학교, 종교시설, 복지시설, 기업 등을 돌며 시와 음악을 나누고 있다. 명랑 콘서트는 무료로 진행된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시인이 남겨두어야 할 것은 시인의 발자취가 아니라 시정신이다. 시와 시정신은 시인의 결핍과 편견까지도 극복해 주기 때문에 시와 시정신은 시인보다 위대하다고 말할 것이다. 시인들은 돈도 밥도 안 되는 시를 쓰면서도, 시에 운명을 걸고 시에 순정을 바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천양희) “(정말로 좋은 시란) 글의 형식은 단호하게 짧아야 하며 시에 동원된 언어는 쉽고 평이하면서도 아름다워야 하고 시의 주제는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서 길어 올린 것이어야 한다. 좋은 시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을 오랫동안 만나 온 사람들처럼 만들어 준다.”(나태주) 70대 중견 시인들의 시론이 담긴 산문집이 최근 나란히 출간됐다. ‘직소포에 들다’ ‘마음의 수수밭’을 쓴 천양희 시인(73)이 ‘작가수업 천양희-첫 물음’(다산책방), ‘풀꽃’의 나태주 시인(70)이 ‘꿈꾸는 시인’(푸른길)을 선보였다. 등단 50년 동안 한결같이 시를 써온 천 시인은 시를 ‘내 팔자’ ‘생업(生業)’ ‘시업(詩業)’이라 부른다. 그러면서 “시업과 사업을 혼동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요즘은 시집이 너무 많고 시인도 너무 많아 가끔 ‘시멀미’가 날 때가 있다”고 일갈한다. 시집 35권을 낸 나 시인은 소설가나 수필가 등과 달리 ‘집 가(家)’가 아닌 ‘사람 인(人)’을 쓰는 시인의 자격을 설명한다. “시인은 끝까지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 인간의 본분과 인간의 냄새를 잃어서는 안 된다.… 마음이 부드럽고 촉촉하며 세상을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이어야 하겠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시인이 남겨두어야 할 것은 시인의 발자취가 아니라 시정신이다. 시와 시정신은 시인의 결핍과 편견까지도 극복해주기 때문에 시와 시정신은 시인보다 위대하다고 말할 것이다. 시인들은 돈도 밥도 안 되는 시를 쓰면서도, 시에 운명을 걸고 시에 순정을 바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천양희) “(정말로 좋은 시란) 글의 형식은 단호하게 짧아야 하며 시에 동원된 언어는 쉽고 평이하면서도 아름다워야 하고 시의 주제는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서 길어 올린 것이어야 한다. 좋은 시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을 오랫동안 만나 온 사람들처럼 만들어 준다.”(나태주) 70대 중견시인들의 시론이 담긴 산문집이 최근 나란히 출간됐다. ‘직소포에 들다’ ‘마음의 수수밭’을 쓴 천양희 시인(73)이 ‘작가수업 천양희-첫 물음’(다산책방), ‘풀꽃’의 나태주 시인(70)이 ‘꿈꾸는 시인’(푸른길)을 선보였다. 등단 50년 동안 한결같이 시를 써온 천 시인은 시를 ‘내 팔자’ ‘생업’(生業) ‘시업’(詩業)이라 부른다. 그러면서 “시업과 사업을 혼동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요즘은 시집이 너무 많고 시인도 너무 많아 가끔 ‘시멀미’가 날 때가 있다”고 일갈한다. 시집 35권을 낸 나 시인은 소설가나 수필가 등과 달리 ‘집 가(家)’가 아닌 ‘사람 인(人)’으로 시인의 자격을 설명한다. “시인은 끝까지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 인간의 본분과 인간의 냄새를 잃어서는 안 된다… 마음이 부드럽고 촉촉하며 세상을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이어야 하겠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올 1월 네이버 뮤지션리그 출신 혼성 듀오 니들앤젬(Needle&Gem)은 유명 인디 레이블인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와 정식 계약을 맺었다. 네이버 뮤지션리그 출신으로 유명 레이블과 정식 계약을 맺은 첫 사례다. 니들앤젬은 같은 레이블 소속인 10cm, 옥상달빛, 요조 등 유명 홍익대 앞 뮤지션들과 한솥밥을 먹게 됐다. 지난해 7월 문을 연 네이버 뮤지션리그는 자신의 음악을 대중에게 알리기 쉽지 않았던 음악 창작자들이 대중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이다. 니들앤젬의 멤버 에릭 유와 레베카 정은 뮤지션리그 초창기인 지난해 8월부터 자작곡 ‘돈(Dawn)’ ‘피전스 홈(Pigeon’s Home)’ 등을 올려 인기를 모았다. 네이버는 음악뿐 아니라 웹툰 웹소설 일러스트레이션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 있는 창작자들을 위한 콘텐츠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창작자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돼 콘텐츠 생태계도 활기를 띠고 있다. 뮤지션리그는 음악 창작자라면 누구나 참여하는 오픈리그와 오픈리그에서 이용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은 실력파 뮤지션이 모인 베스트리그로 구성된다. ‘빅베이비 드라이버’ ‘타마로즈’ ‘롱디’ 등 인디음악계의 실력파 뮤지션을 비롯해 음악을 공부하는 학생까지 1600개 이상 팀이 6700여 곡을 등록했다. 뮤지션리그가 활발한 이유는 팬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됐기 때문. 네이버는 오픈 당시부터 참가하는 음악 창작자가 이미지, 자기소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주소 등을 활용해 뮤지션 홈을 직접 꾸밀 수 있게 했다. 네이버는 만화가가 되는 문턱도 확 낮췄다. 출판 만화 시절 만화가가 되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기성 만화가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지우개질부터 시작해 10년 가까이 배워도 정식 데뷔할 기회를 잡기 쉽지 않았다. 네이버 웹툰도 뮤지션리그처럼 누구나 자신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도전만화 코너와 도전만화에서 승격한 작품들이 모이는 베스트 도전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베스트 도전에서 인정받은 작품은 네이버 웹툰에서 정식 연재 작가로 활동할 수 있다. 웹툰 작가의 안정적인 수익을 위해 2013년엔 페이지 수익 배분(PPS·Page Profit Share)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작가들은 △웹툰 페이지 하단에 텍스트나 이미지 광고를 붙이거나 △미리보기나 완결보기 등의 방식으로 콘텐츠를 유료로 판매하거나 △웹툰을 활용한 파생 상품을 노출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원고료 외의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를 통해 한 달 동안 약 8000만 원의 고수익을 올리는 작가도 나왔다. 또 정식 연재 작가에게 건강 검진을 제공하는 등 복리 후생 지원도 강화했다. 2013년 1월 문을 연 네이버 웹소설도 모바일 장르소설 콘텐츠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정식 작가가 아니라도 작품을 올릴 수 있는 챌린지리그에서 활동 중인 아마추어 작가는 지난해 6만2000여 명에 이른다. 네이버 웹소설 연재로 ‘억대 연봉’을 받는 작가도 등장하면서 순수문학 작가도 웹소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 밖에도 네이버는 일러스트레이션 창작자를 위한 ‘그라폴리오’, 애니메이션을 위한 ‘애니시어터’ 등도 운영 중이다. 한성숙 네이버 서비스총괄이사는 “역량 있는 창작자들이 이용자들과 손쉽게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창구 마련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한국문화재재단이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의 후원으로 중요무형문화재 공개행사를 4월 전국에서 잇달아 연다. 4월 2일 제주시 사라봉 칠머리당에서 열리는 제주칠머리당영등굿을 시작으로 경남 통영시 봉평동 용화사 광장에서 통영오광대(4일), 경남 사천시 선진리성 야외공연장에서 가산오광대(5일), 충남 당진시 송악읍 기지시리 일원에서 기지시줄다리기(9∼12일), 전남 순천시 삼산동 벚꽃축제행사에서 송순섭 명창의 동편제 수궁가 판소리(11일)가 공개된다. 인천 화수부두에서 서해안 배연신굿(배의 진수식을 거행하면서 베푸는 굿)과 대동굿(18, 19일), 충남 당진시 면천읍성 광장에서 면천두견주(18, 19일), 인천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에서 쇠뿔을 얇게 갈아 투명하게 만든 판에 작업하는 화각장 보유자 이재만 씨의 공개 시연(22∼24일), 경남 창녕군 영산면 무형문화재 놀이마당에서 영산쇠머리대기와 영산줄다리기(28일∼5월 3일) 등이 이어진다. 재단은 “이번 행사는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와 보유단체가 가진 예술적 기량과 기술의 정수를 선보이는 자리이자 우리 민족의 멋과 흥이 담긴 놀이와 의식을 전승지 현장에서 직접 감상할 수 있는 기회”라고 밝혔다. 02-3011-2166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2033년 11월 6일 우주인 6명을 태운 미국항공우주국(NASA) 우주선 ‘던’이 인류 최초로 유인 화성 탐사에 성공한다. 우주선에는 일본 도쿄 대지진으로 어린 아들 ‘태양’을 잃고 우주인이 된 일본인 외과의사 사노 아스토와 집권당인 공화당 부통령 후보의 딸인 생물학자 릴리언 레인도 탔다. 그들이 귀환하자 공화당은 ‘던’의 업적이 미국의 긍지이자 애국적 헌신이라며 승무원 영웅 만들기에 나선다. 그런데 얼마 후 레인이 선내에서 임신 후 사노의 손에 임신 중절 수술을 받았다는 추문이 나온다. 여기에 인간에게 치명적인 신종 말라리아를 미군이 만드는 데 레인이 관계됐단 의혹까지 나오면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형 스캔들로 커진다. 저자는 잘 짜인 거대한 스토리 속에 등장인물들의 내적 갈등과 철학적 고민을 촘촘하게 녹여 600쪽 분량의 장편을 술술 읽히게끔 썼다. 저자는 후기에서 소설의 주요 주제가 ‘분인(分人)’이라고 밝힌다. 사노는 말한다. “인간의 몸은 하나뿐이니 그걸 나눌 방법은 없지만, 실제로 우리 자아는 상대에 따라 다양하게 나뉘어. … 원만한 관계를 위해서는 아무래도 바뀔 수밖에 없지. 이런 현상을 개인의 분인화(dividualize)라고 하는 거야. 그리고 그 각각의 내가 분인이지. 곧 개인은 분인의 집합인 셈이고.” 영웅 대접을 받는 사노는 소설 첫머리에서 정체 모를 여성에게 “정직하지 않았어요”란 비아냥거림을 듣는다. 결말부에선 주변의 만류에도 영웅적 인간이라는 미명을 버리고 중대한 실책, 부끄러운 행동을 털어놓는다. 그는 모든 것을 잃을 각오로 자신의 분인 중에 정직을 택했기에 다시 신뢰를 얻는다. 기계문명이 극한까지 발달한 미래를 그저 어둡게만 그리는 ‘근미래 디스토피아’ 작품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작가의 충실한 취재와 상상력으로 그려낸 미래도 흥미롭다. 방범 카메라 영상이 전부 인터넷에 연결돼 누구나 특정 얼굴을 검색하면 얼굴이 찍힌 영상을 모조리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카메라를 피하기 위해 사람들은 새로운 성형기술로 얼굴을 수시로 바꾼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청록파 시인’ 박목월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식이 서거 37주기인 24일 서울 중구 문학의 집 서울 연회장에서 열렸다. 목월 선생 제자 모임인 목월문학포럼 회장 이건청 시인은 이날 개식사에서 “선생은 일제가 조선어 말살 정책을 펴고 있을 때도 우리 민족의 유구한 정서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표현해 한국 시의 수준을 한껏 추켜올렸다”고 말했다. 행사장에는 150여 명이 참석해 자리를 가득 메웠다. 김종길 이근배 시인이 추모사를 낭독하고 허영자 시인이 제자들의 헌정 시집 ‘적막한 식욕’을 유족에게 헌정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냉랭한 한일 관계를 녹일 한일 대표 시인의 대시집(對詩集)이 최근 양국에서 동시 출간됐다. 한국의 신경림 시인(80)과 일본의 다니카와 슌타로 시인(84)의 대시, 대담, 대표 시, 에세이를 묶은 ‘모두 별이 되어 내 몸에 들어왔다’(위즈덤하우스·사진). 1931년 도쿄에서 태어난 다니카와 시인은 10대 후반에 등단한 뒤 1952년 첫 시집 ‘이십억 광년의 고독’을 출판한 이래 시집을 포함해 200여 권의 책을 냈다. 두 시인은 지난해 1월부터 6개월간 번역자 요시카와 나기를 가운데 두고 전자메일로 시를 주고받았다. 지난해 4월 신 시인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자 침통한 심정을 담은 시를 일본으로 보냈다. “남쪽 바다에서 들려오는 비통한 소식/몇 백 명 아이들이 깊은 물 속/배에 갇혀 나오지 못한다는/온 나라가 눈물과 분노로 범벅이 되어 있는데도 나는/고작 떨어져 깔린 꽃잎들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 다니카와 시인도 일본에서 슬픔을 나눴다. “숨 쉴 식(息) 자는 스스로 자(自) 자와 마음 심(心) 자/일본어 ‘이키(息·숨)’는 ‘이키루(生きる·살다)’와 같은 음/소리 내지 못하는 말하지 못하는 숨이 막히는 괴로움을/상상력으로조차 나누어 가질 수 없는 괴로움/시 쓸 여지도 없다” 작은 키도 엇비슷한 두 시인은 들어가는 말과 나오는 말을 각각 맡아 썼다. 다니카와 시인은 들어가는 말에 “국가 간의 관계가 순조롭지 못할 때도 시인들은-그들도 그 안에 살고 있기는 하지만-또 하나의 편안한 공간에서 정치인들의 언어와 차원이 다른 시의 언어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라고 썼다. 신 시인은 나오는 말에 “우리가 서로 나라가 다르고 말이 다른 만큼 생각이나 정서가 같을 수야 없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지구 상에 같은 시대에 발을 딛고 사는 사람이라는 점입니다”라고 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우리는 미국에 건너올 때 김치만 가져왔는지 시조를 전혀 알리지 못했어요. 일본인들은 미국에 하이쿠(일본 고유의 정형시)를 널리 전파해 미국 교과서에도 하이쿠가 수록됐답니다. 우리는 시조가 진부하다며 부르지 않아요. 시조는 흘러간 유행가가 아닙니다. 한국인의 맥박이에요.” 설악산 신흥사 조실(祖室·규모가 큰 사찰의 최고 어른) 오현 스님(83)의 일갈이다. 그런데 장소는 국내 사찰의 선방이 아닌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다. 》 20일(현지 시간) 이 대학 한국학센터에서 스님을 초청한 가운데 ‘설악무산 그리고 영혼의 울림’ 행사가 열렸다. 필명인 오현 스님으로 더 유명한 스님의 공식 법명은 무산이다. ‘선(禪) 시조’의 대가인 스님은 2007년 시집 ‘아득한 성자’로 정지용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영어 시조 보급 운동을 펼치는 데이비드 매캔 전 하버드대 한국학 소장, 시조 번역가 하인즈 인수 펜클 뉴욕주립대 교수의 시조 강연에 이어 스님과 이 대학 동아시아어문학과 초빙교수로 이번 행사를 기획한 권영민 단국대 석좌교수의 대담, 이유경 명창의 시조창 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미국 계관시인이자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영문학과 교수인 로버트 하스 교수를 비롯해 현지 주민과 교민, 대학생 등 180여 명이 참석했다. 오현 스님은 참선법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해가 뜨면 일어나 밥 먹고, 웃을 일 있으면 웃고, 아첨할 일 있어 아첨하다 보면 하루가 후다닥 간다”며 “별거 없다. 하루 일과가 다 참선이고 따로 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시 권 교수가 “말이 어렵다. 그래서 선이 무엇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에 오현 스님은 장난치듯 권 교수를 때리는 시늉을 하더니 “참 딱하다. 내빈들은 다 알아들었는데 교수님만 자꾸 어렵게 듣는다”라고 하자 객석에선 박장대소가 터졌다. 스님의 말이 이어졌다. “학자들이 선을 말과 글로 만들어 놓았는데 그것을 따라가면 다 죽습니다, 죽어요. 선을 이야기하면 철사로 자기를 꽁꽁 결박하는 것과 같아요. 토끼는 뿔이 없고 거북이는 털이 없는데 토끼의 뿔, 거북이의 털 이야기를 내가 이 자리에서 죽을 때까지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소.” 오현 스님은 지혜를 들려 달라는 대담자의 요청에 “입은 열지 않으면 본전이고 열면 손해”라며 여러 번 천진한 웃음을 짓고서야 입을 열었다. “인류에는 절대존자가 없어요. 부처님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으로 태어났다 죽었어요. 내가 없으면 세상에 극락도 지옥도, 아무 것도 없어요. 내가 절대존자임을 먼저 자각하면 모든 사람이 한 분 한 분 다 절대존자임을 알고 받들게 됩니다. 이것이 석가모니 부처의 깨달음입니다.” 한반도를 비롯해 세계평화를 위한 화두도 나왔다. 오현 스님은 “핵은 인류 재앙의 근원이니 지금 폐기하지 않으면 인류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며 “미국은 기독교 정신으로 나라를 세웠으니 핵과 살상 무기를 만드는 막대한 돈으로 복음 사업에 사용하라”고 했다. 오현 스님은 다함께 5초간 세계평화를 위해 기도하자며 고개를 숙인 뒤 죽비로 손바닥을 세 번 힘 있게 내리쳤다. 권 교수는 “스님께서 아마 이 자리를 설악산 선방으로 알고 허공이 찢어지는 죽비를 치신 것 같다”고 했다. 하스 교수는 “오현 스님은 물에 비친 달을 바라볼 순 있어도 퍼 올릴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이 자리에서 퍼 올려 가지고 갈 수 있는 귀중한 것을 얻었다”고 말했다. 재미교포 학생 애슐리 김 씨(21)는 “시조를 구식이라고 생각했는데 스님 강연을 듣고 나니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재치 있게 풀어내는 게 미국의 힙합보다 낫다”고 했다.버클리(캘리포니아)=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우리는 미국에 건너올 때 김치만 가져왔는지 시조를 전혀 알리지 못했어요. 일본인들은 미국에 하이쿠(일본 고유의 정형시)를 널리 전파해 미국 교과서에도 하이쿠가 수록됐답니다. 우리는 시조가 진부하다며 부르지 않아요. 시조는 흘러간 유행가가 아닙니다. 한국인의 맥박이에요.” 설악산 신흥사 조실(祖室·규모가 큰 사찰의 최고 어른) 오현 스님(83)의 일갈이다. 그런데 장소는 국내 사찰의 선방이 아닌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다. 20일(현지 시간) 이 대학 한국학센터에서 스님을 초청한 가운데 ‘설악무산 그리고 영혼의 울림’ 행사가 열렸다. 필명인 오현 스님으로 더 유명한 스님의 공식 법명은 무산이다. ‘선(禪) 시조’의 대가인 스님은 2007년 시집 ‘아득한 성자’로 정지용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영어 시조 보급 운동을 펼치는 데이비드 매캔 전 하버드대 한국학 소장, 시조 번역가 하인즈 인수 펜클 뉴욕주립대 교수의 시조 강연에 이어 스님과 이 대학 동아시아어문학과 초빙교수로 이번 행사를 기획한 권영민 단국대 석좌교수의 대담, 이유경 명창의 시조창 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미국 계관시인이자 버클리대 영문학과 교수인 로버트 하스 교수를 비롯해 현지 주민과 교민, 대학생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 오현 스님은 참선법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해가 뜨면 일어나 밥 먹고, 웃을 일 있으면 웃고, 아첨할 일 있어 아첨하다 보면 하루가 후다닥 간다”며 “별거 없다. 하루 일과가 다 참선이고 따로 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시 권 교수가 “말이 어렵다. 그래서 선이 무엇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에 오현 스님은 장난치듯 권 교수를 때리는 시늉을 하더니 “참 딱하다. 내빈들은 다 알아들었는데 교수님만 자꾸 어렵게 듣는다”라고 하자 객석에선 박장대소가 터졌다. 스님의 말이 이어졌다. “학자들이 선을 말과 글로 만들어 놓았는데 그것을 따라가면 다 죽습니다, 죽어요. 선을 이야기하면 철사로 자기를 꽁꽁 결박하는 것과 같아요. 토끼는 뿔이 없고 거북이는 털이 없는데 토끼의 뿔, 거북이의 털 이야기를 내가 이 자리에서 죽을 때까지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소.” 오현 스님은 지혜를 들려 달라는 대담자의 요청에 “입은 열지 않으면 본전이고 열면 손해”라며 여러 번 천진한 웃음을 짓고서야 입을 열었다. “인류에는 절대존자가 없어요. 부처님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으로 태어났다 죽었어요. 내가 없으면 세상에 극락도 지옥도, 아무 것도 없어요. 내가 절대존자임을 먼저 자각하면 모든 사람들 한 분 한 분이 다 절대존자임을 알고 받들게 됩니다. 이것이 석가모니 부처의 깨달음입니다.” 한반도를 비롯해 세계평화를 위한 화두도 나왔다. 오현 스님은 “핵은 인류 재앙의 근원이니 지금 폐기하지 않으면 인류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며 “미국은 기독교 정신으로 나라를 세웠으니 핵과 살상 무기를 만드는 막대한 돈으로 복음 사업에 사용하라”고 했다. 오현 스님은 다함께 5초간 세계평화를 위해 기도하자며 고개를 숙인 뒤 죽비로 손바닥을 세 번 힘 있게 내리쳤다. 권 교수는 “스님께서 아마 이 자리를 설악산 선방으로 알고 허공이 찢어지는 죽비를 치신 것 같다”고 했다. 하스 교수는 “오현 스님은 물에 비친 달을 바라볼 순 있어도 퍼 올릴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이 자리에서 퍼 올려 가지고 갈 수 있는 귀중한 것을 얻었다”고 말했다. 재미교포 학생 애슐리 김 씨(21)는 “시조를 구식이라고 생각했는데 스님 강연을 듣고 나니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재치 있게 풀어 내는 게 미국의 힙합보다 낫다”고 했다.버클리(캘리포니아)=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대학교 미화원으로 일하던 남자는 어느 날 건물 벽을 휘감은 녹색 덩굴식물로 발견된다. 미화원들이 학교로부터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를 받고 점거 농성에 들어간 지 닷새째 되는 날이었다. 남자의 팔다리는 녹색 줄기로 변형돼 건물을 휘감았고 녹색으로 변한 얼굴만 알아볼 수 있었다. 남자의 딸은 패션몰 고객상담실에서 계약직 직원으로 일했다. 딸도 다른 계약직 동료들과 회사에서 해고된 날 매장 한가운데 기둥을 휘감은 덩굴식물로 발견된다. 이렇게 도시에는 절규하듯 기괴한 소리를 내는 인면수(人面樹)가 하나둘 늘더니 덩굴 숲을 이룬다. 도시의 기후는 건조한 편이라 사람들은 그저 인면수가 말라죽길 기다리며 물도 주지 않는다. 한때 사람이었을 인면수가 말라죽고 나면 수레에 담아 버리거나 불쏘시개로 쓴다. 그들이 건네고 싶어 하는 말은 기껏해야 한 장짜리 고막의 떨림이 아닌 온몸을 써서만 들을 수 있는 그 무엇 같다. 그래서 도시는 아예 듣기를 거부한다. 저자의 두 번째 소설집에 수록된 단편 ‘덩굴손증후군의 내력’의 줄거리다. 이 소설에서 ‘을’들은 일터에서 잘리자 덩굴식물로 변해 버텨 보지만 곧 말라죽거나 잘려나간다. 이 책에 실린 소설 8편에는 이른바 ‘각자도생’하는 암울한 오늘날이 그려진다. 모든 것을 녹이는 산성비가 내리는 도시에선 “나중 가면 피차 난처해질 뿐”이라며 몸이 녹아가는 피난민을 외면하고(‘식우’), 콜센터 상담원은 갑의 전화를 받느라 감정이 ‘피투성이’가 되고 성대결절까지 걸렸지만 하소연할 곳은 생면부지의 택시기사밖에 없다(‘어디까지를 묻다’). 저자가 지은 소설집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저자는 ‘그것’에 무엇을 놓을지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불행한 일이 나만은 아니길 바라는 괴물이 되거나, 나만은 괴물이 안 되길 바라거나.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냉랭한 한일 관계를 녹일 한일 대표시인의 대시집(對詩集)이 양국에서 최근 동시 출간됐다. 한국의 신경림 시인(80)과 일본의 다니카와 슌타로 시인(84)의 대시, 대담, 대표시, 에세이를 묶은 ‘모두 별이 되어 내 몸에 들어왔다’(위즈덤하우스). 1931년 도쿄에서 태어난 다나카와는 10대 후반에 등단한 뒤 1952년 첫 시집 ‘이십억 광년의 고독’을 출판한 이래 시집을 포함해 200여권의 책을 냈다. 두 시인은 지난해 1월부터 6개월간 번역자 요시카와 나기를 가운데 두고 전자메일로 시를 주고받았다. 지난해 4월 신경림 시인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자 침통한 심정을 담은 시를 일본으로 보냈다. “남쪽 바다에서 들려오는 비통한 소식/몇 백 명 아이들이 깊은 물 속/배에 갇혀 나오지 못한다는/온 나라가 눈물과 눈노로 범벅이 되어 있는데도 나는/고작 떨어져 깔린 꽃잎들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 다니카와도 일본에서 슬픔을 나눴다. “숨 쉴 식(息) 자는 스스로 자(自) 자와 마음 심(心) 자/일본어 ‘이키(息·숨)’는 ‘이키루(生きる·살다)’와 같은 음/소리 내지 못하는 말하지 못하는 숨이 막히는 괴로움을/상상력으로조차 나누어 가질 수 없는 괴로움/시 쓸 여지도 없다//” 작은 키도 엇비슷한 두 시인은 들어가는 말과 나오는 말을 각각 맡아 썼다. 다니카와는 들어가는 말에 “국가 간의 관계가 순조롭지 못할 때도 시인들은-그들도 그 안에 살고 있기는 하지만-또 하나의 편안한 공간에서 정치인들의 언어와 차원이 다른 시의 언어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라고 썼다. 신 시인은 나오는 말에 “우리가 서로 나라가 다르고 말이 다른 만큼 생각이나 정서가 같을 수야 없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지구상에 같은 시대에 발을 딛고 사는 사람이라는 점입니다”라고 했다.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구병모 지음302쪽·1만2000원·문학과지성사 대학교 미화원으로 일하던 남자는 어느 날 건물 벽을 휘감은 녹색 덩굴식물로 발견된다. 미화원들이 학교로부터 갑작스런 해고 통보를 받고 점거 농성에 들어간 지 닷새째 되는 날이었다. 남자의 팔다리는 녹색 줄기로 변형돼 건물을 휘감았고 녹색으로 변한 얼굴만 알아볼 수 있었다. 남자의 딸은 패션몰 고객상담실에서 계약직 직원으로 일했다. 딸도 다른 계약직 동료들과 회사에서 해고된 날 매장 한가운데 기둥을 휘감은 덩굴식물로 발견된다. 이렇게 도시에는 절규하듯 기괴한 소리를 내는 인면수(人面樹)가 하나둘 늘더니 덩굴 숲을 이룬다. 도시의 기후는 건조한 편이라 사람들은 그저 인면수가 말라죽길 기다리며 물도 주지 않는다. 한 때 사람이었을 인면수가 말라죽고 나면 수레에 담아 버리거나 불쏘시개로 쓴다. 그들이 건네고 싶어 하는 말은 기껏해야 한 장짜리 고막의 떨림이 아닌 온몸을 써서만 들을 수 있는 그 무엇 같다. 그래서 도시는 아예 듣기를 거부한다. 저자의 두 번째 소설집에 수록된 단편 ‘덩굴손증후군의 내력’의 줄거리다. 이 소설에서 ‘을’들은 일터에서 잘리자 덩굴식물로 변해 버텨보지만 곧 말라죽거나 잘려나간다. 책에 실린 8편의 소설에는 이른바 ‘각자도생’하는 암울한 오늘날이 그려진다. 모든 것을 녹이는 산성비가 내리는 도시에선 “나중 가면 피차 난처해질 뿐”이라며 몸이 녹아가는 피난민을 외면하고(식우), 콜센터 상담원은 갑의 전화를 받느라 감정이 ‘피투성이’가 되고 성대결절까지 걸렸지만 하소연할 곳은 생면부지의 택시기사 밖에 없다.(어디까지를 묻다) 저자가 지은 소설집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저자는 ‘그것’에 무엇을 놓을지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불행한 일이 나만은 아니길 바라는 괴물이 되거나, 나만은 괴물이 안 되길 바라거나.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

“눈 맑은 청노루 하나/타박타박 홀로 눈밭을 걷다가/고개 들어 문득/뒤돌아본다./하이얗게 눈 덮인 겨울 산등성,/앙상한 나목 사이로/달빛은 찬란히 쏟아지는데…//”(오세영 시 ‘박목월’ 전문) 박목월 시인(1915∼1978)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제자들이 ‘존경과 감사의 꽃다발’ 같은 헌정 시집 ‘적막한 식욕’(문학세계사·사진)을 최근 출간했다. 이건청 목월문학포럼 회장을 비롯해 김종해 신달자 오세영 정호승 등 문하생 출신 시인 40명이 참가했다. 제자들은 자신의 대표작과 함께 스승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은 시를 시집에 실었다. 김종해 시인은 그의 집을 찾았던 스승에 대한 다정한 추억을 떠올린다. “스승 목월 내외분이 우리집에 오셨다/상계동 저녁 어스름이 하늘에 깔리고/그 밑에서 불암산이 발을 씻고 있었다/목월은 지팡이로 불암산을 가리키며/그놈 참 자하산 같구나/(중략)아내와 아이들은 자하산을 모르지만/어머니 입가에 감도는 대웅전 같은 미소/”(‘저녁밥상’에서)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눈 맑은 청노루 하나/타박타박 홀로 눈밭을 걷다가/고개 들어 문득/뒤돌아본다./하이얗게 눈 덮인 겨울 산등성,/앙상한 나목 사이로/달빛은 찬란히 쏟아지는데……//”(오세영 시 ‘박목월’ 전문) 박목월 시인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제자들이 ‘존경과 감사의 꽃다발’ 같은 헌정 시집 ‘적막한 식욕’(문학세계사)을 최근 출간했다. 이건청 목월문학포럼 회장을 비롯해 김종해 신달자 오세영 정호승 등 문하생 출신 시인 40명이 참가했다. 제자들은 자신의 대표작과 함께 스승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은 시를 시집에 실었다. 김종해 시인은 그의 집을 찾았던 스승에 대한 다정한 추억을 떠올린다. “스승 목월 내외분이 우리집에 오셨다/상계동 저녁 어스름이 하늘에 깔리고/그 밑에서 불암산이 발을 씻고 있었다/목월은 지팡이로 불암산을 가리키며/그놈 참 자하산 같구나/(중략)아내와 아이들은 자하산을 모르지만/어머니 입가에 감도는 대웅전 같은 미소/”(‘저녁밥상’에서) 이명수 시인은 스승이 살았던 원효로를 배회하며 그리움이 담긴 시를 썼다. “원효로 종점 근처 목월 공원에도/눈이 옵니다/산도화(山桃花) 시비(詩碑)에 눈꽃이 피었습니다/전차도 끊긴 원효로/어둠 속에 발자국만 남겨 두고/선생님, 이제 갑니다//”(‘원효로 4가 5번지’에서)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