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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B-52 전략폭격기가 10일 한반도 상공으로 출격해 비행훈련을 실시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나흘 만에 미 핵무장 전략무기가 무력시위에 나서자 북한은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하며 대미 비난으로 맞섰다. 한미 군 당국에 따르면 이날 괌 앤더슨 기지를 출발한 B-52 폭격기 1대가 경기 평택 미군 오산기지 상공에서 한국 공군과 주한 미 공군 전투기들의 호위를 받으며 100m 고도의 저공비행훈련을 한 뒤 괌 기지로 복귀했다. 군 관계자는 “미국의 ‘핵우산’ 제공을 재확인하고, 확장 억제 능력을 북측에 알리는 효과가 크다”고 밝혔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은 “적의 어떤 도발에도 대응할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B-2 스텔스 폭격기와 F-22 스텔스 전투기, 핵추진 항공모함 등도 3월 한미 연합 군사연습인 키리졸브를 전후해 한국에 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확성기 방송이 8일부터 이어지고 있지만 북한의 도발 징후는 포착되지 않고 있다. 다만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인민무력부(한국의 국방부에 해당)를 방문해 “수소탄 시험은 미제 핵전쟁 위험에서 자주권과 민족 생존권을 수호하며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와 지역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자위적 조치”라며 “대사변을 위한 만반의 전투준비 상태를 갖추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노동신문은 또 논평에서 “핵전쟁 도발 흉계를 꾸민 미국이 우리더러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전에 비핵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강도적 주장”이라며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9일 육군 미사일 사령부를 방문해 적이 도발하면 신속, 정확히 응징할 것을 지시했다. 정부는 또 국민의 신변 안전을 위해 개성공단에 하루 이상 체류하는 인원을 입주 기업체별 필수 인원으로 제한하는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일 공단 출입을 허용하되 체류 인원 최소화로 북한의 도발에 대비하겠다는 것. 또 국가정보원 국가사이버안전센터는 “8일부터 사이버 위기 단계를 정상에서 한 단계 올린 ‘관심’ 경보를 발령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르면 12일 ‘대국민 담화’ 를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동개혁법 입법 지연과 경기 침체 등 힘든 상황에서 북 핵실험까지 겹쳐 박 대통령의 고민이 깊다”며 “국민 단합과 정치권의 협조를 호소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윤완준·장택동 기자}

군 당국이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상응 조치로 8일 낮 12시부터 전방지역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재개했다. 이에 북한 김기남 노동당 비서는 “나라의 정세를 전쟁 접경에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난하는 첫 반응을 나타냈다. 군은 북한이 도발하면 서너 배로 보복 응징할 계획이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대북 심리전의 핵심 수단인 확성기 방송은 지난해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이후 재개했다가 8·25 남북합의로 중단한 지 4개월여 만에 이어졌다. 군 당국자는 이날 “낮 12시를 기해 전방부대 11곳의 대북 확성기(고정식)와 이동식 확성기 6대를 가동해 방송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확성기 방송은 하루 2∼6시간씩 밤낮 없이 불시에 진행된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군 관계자는 “중국의 4차 핵실험 비난과 김정은 정권의 포악성, 북한의 인권 실상을 집중적으로 다뤘다”고 말했다. 북한 김기남 당비서는 이날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수소탄 시험 완전 성공 경축 평양시 군민연환대회’ 축하연설에서 “주체 조선의 첫 수소탄 시험 성공을 배 아프게 여기고 있는 미국과 그 추종 세력들은 벌써부터 심리전 방송을 재개한다, 전략핵 폭격 비행대를 끌어들인다 하면서 나라의 정세를 전쟁 접경에로 몰아가고 있다”고 말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전했다. 북한군 포병부대는 8일 오전부터 병력과 무기를 보강하며 대남 감시 태세를 강화했다. 한국군도 확성기 조준포격 등 도발에 대비해 무인정찰기와 대포병탐지레이더, 대전차 미사일, 대공방어무기 등을 증강 배치했다. 군은 북한의 사이버공격에 대비해 정보작전방호태세인 인포콘(INFOCON)을 5단계(평시 준비태세)에서 4단계(증가된 경계태세)로 격상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나카타니 겐(中谷元) 일본 방위상은 이날 통화를 하며 북 핵실험을 규탄하고 한일, 한미일 3국 간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윤완준 기자}
북한이 4차 핵실험에 참여한 것으로 보이는 과학자들을 관영 매체에 등장시켜 “수소탄보다 더 위력한 것도 만들어 내겠다”고 주장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8일자 6개면 전체를 ‘수소폭탄 실험 성공’을 선전하는 내용으로 채우면서 국가과학원 산하 연구소 소속 연구자들의 인터뷰를 실었다. 111호제작소 실장인 이정철은 “핵융합 연구를 진행하는 나라들이 핵분열 반응을 전혀 이용하지 않는 4세대 핵무기인 순수 핵융합 무기 개발 능력을 암암리에 키우고 있다”며 “자주권을 수호하기 위해 우리가 원자탄을 보유하든 수소탄을 성공시키든 그보다 더한 것도 만들어 내든 그 누구도 시비할 명분은 없다”고 주장했다. 1세대는 핵분열을 이용한 핵폭탄, 2세대는 수소폭탄, 3세대는 소형 수소폭탄인 중성자탄이다. 북한 과학자들의 언급대로라면 중성자탄에 이어 4세대 핵무기까지 개발하겠다는 것으로 들린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춘근 선임연구원은 “무엇을 가리키는지 불분명하지만 (태양의 중심만큼 온도가 높은) 플라스마를 이용한 핵융합 기술을 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북한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은 2002년 평양을 방문한 미국 정부 특사 일행에게 “핵은 물론이고 그보다 더한 것도 가지게 되어 있다”고 주장해 2차 북핵 위기가 불거졌다. 나중에 북한은 이것을 “(주민들의) 일심단결”이라고 주장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수소폭탄 실험을 지시하기 4일 전인 지난해 12월 11일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 차관급 당국회담. 남측 대표단이 기조연설에서 “핵 문제를 해결하라”고 강조하자 북측 대표단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벌떡 일어섰다. “핵은 여기서 남조선과 논의할 게 아니다. 못 들은 걸로 하겠다”며 회담장을 박차고 나갔다. 하루 전인 10일 북한은 김정은의 수소폭탄 보유 발언을 보도했다. 김정은은 이어 1일 신년사에서 “남조선 당국은 (8·25) 북남 고위급 긴급 접촉의 합의정신을 소중히 여기고 그에 역행하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수소폭탄 실험을 지시해 놓은 김정은이 ‘핵 문제는 한국과 얘기할 일이 아니니 상관하지 말고 대북 확성기 방송을 틀지 말라’고 요구한 셈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김정은의 생일인 8일에 대북 확성기 방송 전면 재개를 결정했다.○ 김정은 생일에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핵 문제와 관련해 한국을 배제한 채 미국을 맞상대하려는 김정은의 ‘통미봉남(通美封南)’이 단숨에 남북 간 구도에 들어온 셈이다. 기습적인 핵실험으로 생일에 축포를 쏘려던 김정은은 오히려 자신에 대한 모독이자 체제 위협으로 여기는 확성기 방송을 맞닥뜨리게 됐다. 김정은이 군사적 긴장을 최고조로 높이는 초강경 대응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확성기에 대한 조준 타격을 위협하고 포격 도발까지 벌였던 군사적 공세를 다시 펼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지난해 8월 도발 국면 때처럼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군사적 공격 위협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군사적 긴장을 지속할 물자가 부족한 김정은으로서는 준전시상태 등 강대강(强對强) 구도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김정은이 군사적 긴장을 높이다 8·25 접촉 때처럼 전격적으로 대화를 제안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핵개발은 ‘자위적 권리’라고 주장하는 김정은이 대화 대신 군사적 공격 등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 수소폭탄 실험 26차례 방송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유성옥 원장은 “북한이 6일 핵실험 뒤 발표한 공화국 정부 성명에 김정은의 핵전략이 모두 드러났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성명에서 지금까지 개발한 핵무기를 가진 핵보유국으로 미국이 인정해주면 더는 핵을 개발하지 않는 모라토리엄(유예)을 할 수 있으니 북-미 직접 대화에서 평화협정 체결을 통한 체제 보장 대가를 내놓으라는 것. 이를 안 들어주면 핵개발을 지속하겠다는 위협이다. 7일자 노동신문에서도 이런 속셈이 드러났다. 6개 면 중 5개 면을 수소폭탄 내용으로 채운 이 신문은 “(핵실험으로) 미국의 전략적 인내 정책은 종말을 고했다”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KN-08 사진을 실었다. 그러면서 “핵-경제 병진노선을 관철하겠다”고 거듭 주장했다. 북한 방송들은 6일 핵실험 이후 7일 오전까지 수소폭탄 실험 성명을 26차례나 반복했다. 노동신문은 또 “지금까지 미국의 핵위협 공갈을 받는 우리나라를 그 어느 나라도 구원해주려고 하지 않아 정의의 수소탄을 틀어쥐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이 1일 신년사에서 “외세에 의존하지 않겠다”고 강조하면서 내세운 신조어 “자강력 제일주의”의 실체가 드러난 셈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북한은 6일 4차 핵실험 사실을 공개하면서 “수소탄(수소폭탄)까지 보유한 핵보유국의 전열에 당당히 올라섰다”고 선포했다. 그러면서 “미국에 맞선 자위적 권리”라며 핵개발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김정은은 핵무기를 ‘체제 유지를 위한 유일한 생존 전략’으로 보고 있다.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핵을 포기한 뒤에 무너진 것처럼 “핵을 포기하면 북한이 사라질 것”이라는 공포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미국보다 중국 겨냥? 북한의 ‘깜짝 핵실험’은 다목적 카드로 보인다. 북한은 이날 발표한 특별중대보도에서 “침략의 원흉” 운운하며 시종 미국을 겨냥했다. 올해 임기가 끝나는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적극적인 대북 제재를 주도하기 힘든 상황임을 염두에 뒀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김정은의 전략적 타깃은 오히려 중국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핵실험을 하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논의 등 한미일 군사동맹이 강화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중국이 고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밀월 관계를 보이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이래도 북한을 버릴 것이냐”는 메시지를 주려는 의도도 깔려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핵실험은 체제 결속을 강화하고 김정은에 대한 주민들의 충성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5월 7차 당 대회까지 경제강국 건설이나 인민생활 향상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주민들의 눈을 외부로 돌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8일 김정은 생일을 앞두고 김정은 우상화에 이용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북한 매체는 “첫 수소탄 핵실험을 실시했다”는 발표를 반복 방송하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북한 핵개발 인력 4000∼5000명 추정” 북한은 1953년 강원 원산에 핵물리연구소를 세운 뒤 3대에 걸쳐 60년 이상 핵개발을 체계적으로 진행해 왔다. 김정은도 2013년 3월 31일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의 병진 노선’을 제시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가 주도하고 있다. 김정은이 직접 핵개발을 진두지휘한다는 뜻이다. 당 중앙군사위원회는 당 군사 정책의 수행 방법을 결정하고, 군사력 강화와 군수산업 발전 사업을 지도한다. 노동당 기계공업부와 산하 원자력총국이 핵기술 개발을 총괄하고 영변원자력과학연구센터와 평성과학연구센터가 핵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현재 당 중앙군사위원이자 기계공업부장은 김춘수다. 1990년대 초반 소련이 붕괴한 뒤 핵과학자들을 데려왔고 이란과 파키스탄에서 기술 지원을 받아 우수한 과학 인력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핵개발 인력은 이론 소재 물자 개발 등 4000∼5000명으로 추산된다”며 “이들은 평양 은하과학자거리, 은정과학자거리에서 집단 거주하고 있다”고 말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윤완준 기자}

“북한도 8·25 합의 이행 의지를 밝히고 있는 만큼 민간 통로 확대와 이산가족 문제 해결 등 남북관계 정상화에 힘써 주길 바란다.” 박근혜 대통령이 5일 국무회의에서 남북관계에 대해 한 발언이다.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주문하기는 했지만 북핵 실험이 임박했다는 위기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외교안보 부처에서도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경보음은 없었다. ‘소형화된 수소폭탄’의 성공 여부를 떠나 정부가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북한 ‘대화 제스처’에 뒤통수 통일부는 5일까지만 해도 신년 대통령 업무보고의 기조를 큰 틀에서 ‘남북관계 정상화를 통해 비핵화를 견인하는 선순환, 남북교류협력의 진전과 심화’ 등으로 잡았다. 하지만 6일 북한의 핵실험 소식을 접한 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업무보고 기조를 바꿔야 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에 낙관적 태도를 가진 데에는 핵 개발에 대한 언급 없이 “남북 대화와 관계 개선을 위해 앞으로도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신년사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정보당국은 북한의 수소폭탄 개발 언급을 무시했다. 지난해 12월 10일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우리 조국은 수소탄(수소폭탄)의 거대한 폭음을 울릴 수 있는 강대한 핵보유국”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정보당국은 “북한이 수소폭탄을 개발했다는 정보는 갖고 있지 않다”며 무게를 두지 않았다. 국방부와 국가정보원은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징후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최소 한 달 전 핵실험을 예측할수 있다고 장담하던 군도 완전히 농락당한 셈이 됐다. 외교부는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한 뒤 특별 중대보도를 예고할 때까지 1시간이 지나도록 핵실험 여부도 단정하지 못했다.○ 대응 수단도 마땅치 않아…대북 확성기는? 북한은 철저하게 핵실험 징후가 사전에 포착되지 않도록 감췄다. 주호영 국회 정보위원장은 이날 국정원 보고를 받은 뒤 “북한이 외부에 노출 안 되도록 하기 위해 버튼만 누르면 될 정도로 미리 준비한 것 같다”며 “미국과 중국에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 고위 관계자는 “한미 정보당국이 며칠 전부터 첩보위성 등으로 풍계리 일대 핵실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핵실험이 지하에서 이뤄지는 거라 예측할 수 없는 측면이 크다”고 해명했다. 2번 갱도에서 지하로 연결된 북동쪽 2km 부근에서 실험을 했기 때문에 전혀 파악이 안 됐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이날 “반드시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지만 국제사회의 제재에 동참하는 것 외에 북한에 대응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8·25 합의 당시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이라는 조건으로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 만큼 핵실험으로 방송 재개의 여건이 마련됐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만 북한이 합의를 깼는지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 있고, 확성기 방송 재개로 대응할 사안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직접 피해를 본 게 아니니까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며 “확성기 방송 재개도 검토할 수 있지만 섣불리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 중국을 통한 북한 컨트롤 한계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근간으로 한다. 그러나 이날 북한이 다시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남은 2년의 임기 동안 남북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중국 경사론(傾斜論)’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중국과의 외교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북핵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은 중국에 사전 통보조차 없이 핵실험을 강행함으로써 중국의 통제에서 벗어났음을 선언했다.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그래도 중국의 (북한에 대한) 태도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이 지금까지 하던 ‘립 서비스’ 이상의 것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 대중 외교의 파탄”이라고 지적했다. 당분간 대북 강경론이 힘을 얻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북정책의 목표를 북핵 포기에서 북한 정권 교체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는 게 패착’이라고 생각하도록 강력한 핵 해결의 모멘텀을 만들어야 한다”며 “국제사회와 함께 금융 제재 등 알맹이가 있는 제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윤완준·우경임 기자}

북한이 6일 처음으로 소형화된 수소폭탄 실험을 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8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생일을 이틀 앞둔 시점이자 북한이 2013년 2월 3차 핵실험을 한 지 3년 만이다. 북한은 이날 조선중앙TV 특별 중대보도를 통해 발표한 공화국 정부 성명에서 “조선노동당의 전략적 결심에 따라 6일 (오전) 10시(한국 시간 10시 반) 첫 수소탄(수소폭탄) 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자체 기술에 100% 의거한 시험을 통해 새롭게 개발된 시험용 수소탄의 기술적 제원이 정확하다는 것을 완전히 확증했으며 소형화된 수소탄의 위력을 과학적으로 해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소탄까지 보유한 핵보유국의 전열에 당당히 올라섰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근절되지 않는 한 핵개발 중단이나 핵 포기는 하늘이 무너져도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수소폭탄을 수소탄이라고 쓴다. 핵실험 장소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일대다. 군, 정보 당국과 국내외 전문가들은 “미국, 옛 소련이 실시한 수소폭탄 실험의 위력이 20∼50Mt(메가톤)인 데 비해 이번에는 3차 핵실험과 비슷한 6∼7kt(킬로톤) 정도에 그쳐 수소폭탄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은 “수소폭탄으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소폭탄 전 단계의 핵무기로 수소를 사용해 핵융합을 일으키는 ‘증폭핵분열탄’ 실험을 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증폭핵분열탄인지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수소를 사용한 초기 단계의 핵폭탄 실험을 했다면 수소폭탄 등 핵무기를 소형화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할 능력까지 갖추겠다는 ‘핵강국 플랜’을 과시한 것이다. 소형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과 맞물려 북핵 위기가 새로운 차원으로 진입한 것. 북한은 “김정은이 지난해 12월 15일 첫 수소탄 시험을 진행하라고 명령했다. 올해 1월 3일에 최종 명령서에 수표(서명)했다”고 했다. 실험은 전격적으로 이뤄졌지만 중국의 압박에 대비해 치밀한 준비를 한 점도 주목된다.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1년 전부터 핵실험 이후 중국의 원유 공급 중단에 대비해 러시아 싱가포르 이란 시리아 등으로 원유 수입 루트를 다변화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김정은의 1일 신년사에 핵이 언급되지 않자 핵실험 가능성이 당분간 낮아졌다고 판단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기만전술에 허를 찔렸다”고 말했다. 정부는 중국, 러시아와도 협력해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를 전방위로 강화하고 남북 대화와 교류도 대북 제재와 발맞춰 당분간 보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 내에서도 벌써 네 번째 핵실험인 데다 북핵 위기가 완전히 새로운 차원에 접어든 만큼 비핵화 정책에 근본적인 재검토와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유성옥 원장은 “이번에도 북핵 문제를 어정쩡하게 넘기면 김정은에게 정말 잘못된 메시지를 준다”며 “핵개발을 계속하면 체제 종말이 온다는 메시지를 주도록 북핵 해결의 게임체인지에 정부가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북한 이수용 외무상이 북한 관리로서는 18년 만에 처음으로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다포스포럼)에 참석할 것으로 4일 알려졌다. 다보스포럼에 참석하는 북한 관리 중 최고위급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서구 자본주의 경제 발전을 논의하는 포럼에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외교 수장을 파견하는 배경이 주목된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이수용은 20~23일 다포스 포럼에 참석하기로 하고 주최 측과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북한 윤영석 대외경제성 부총국장과 한웅 농업개발은행 사장 등이 대표단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문송 북한 대외경제협력위원회 부위원장이 1998년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이래 북한 관리들의 참석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대표단이 다보스 포럼에서 어떤 일정을 참석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김정은이 1일 신년사에서도 밝힌 경제강국 건설, 인민생활 향상 방침 등을 선전하며 김정은 집권 5년 만에 북한 경제가 많이 발전했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5월에 열리는 제7차 노동당대회를 앞두고 경제와 민생 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한편 국제사회의 지원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자리가 될 가능성도 있다. 올해 다보스 포럼은 제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전 세계 50여 개국 정상과 국제기구 수장, 글로벌 기업인 등 약 3000여 명의 글로벌 리더들이 참석한다.윤완준기자 zeitung@donga.com}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4일 “원숭이는 백두산”이라며 “올 한 해 백두산으로 같이 가기 위한 꿈을 꾸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통일부 직원들에게 말했다. 홍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통일부 시무식에서 “올해가 원숭이의 해다. ”어릴 적 생각을 떠올리며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노래를 끝까지 읊어보니 백두산 얘기로 이어지더라“며 이렇게 말했다. 시무식 분위기를 돋우기 위한 비유로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한 셈이다. 홍 장관은 ”원숭이가 지혜를 뜻한다. 지혜를 모아 평화통일에 다가가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 장관은 ”올해 남북이 의미 있는 신뢰를 쌓아 남북관계를 보다 실질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현실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 한 해 무엇보다 평화통일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신뢰 쌓기에 보다 많은 노력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식적 대화가 아니라 남북관계 발전과 지속 가능한 평화 구축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대화를 이뤄야 한다“며 ”남북이 합의한 사항은 반드시 이행하는 회담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 장관은 특히 ”정치적 상황에 따른 이벤트성 일회성 교류만으로는 진정한 신뢰를 쌓기 어렵다“고 강조했다.윤완준기자 zeitung@donga.com}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1일 신년사 메시지의 핵심은 5월 제7차 노동당 대회의 성공과 경제 강국 건설에 맞춰져 있다. 당을 전면에 내세워 북한 주민들을 쥐어짜는 ‘김정은식 총력전’을 벌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집권 5년 차를 맞은 김정은의 최대 과제는 국제적 고립과 경제난을 벗어나 체제를 안정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내건 슬로건은 인민생활 향상과 경제 건설. 김정은은 “당 7차 대회가 열리는 올해에 강성국가 건설의 최전성기를 열어나가기 위한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전투적 구호까지 제시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일성 시대의 천리마운동과 성격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천리마운동은 1950년대 생산을 증대하기 위해 북한이 주민들을 총동원한 방식이다.○ 주민 총동원 강조하며 시장경제적 개혁 시사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군사 정치 사상 문제에 앞서 경제 강국 건설을 가장 먼저 내세웠다. 구체적으로 전력 석탄 금속공업 철도운수의 4개 부문에서 성과를 내라고 다그쳤다. 새롭게 등장한 ‘자강력제일주의’는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 외부 의존 대신 내부 경제건설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에 대한 언급은 60회로 2012년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가장 많았다. 당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사회주의 집단주의 목표를 강조한 것은 김정일 시대 권력의 핵심이던 군부 대신 자신의 사람으로 당을 채워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뜻이기도 하다. 김정은이 ‘젊은 노동당, 친위 노동당’을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김정은이 “5대 교양 사상을 혁명의 원동력으로 삼자”고 사상 단속을 강조한 것은 김일성의 유일사상 10대 원칙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면서도 “우리(북한)식 경제관리 방법을 전면적으로 확립하기 위한 사업을 적극 조직 전개해 우월성과 생활력이 높이 발휘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2012년 ‘6·28 경제관리 개선조치’ 등을 가리킨다. 농업 수확량 일부를 농민에게 분배하고 공장 기업소가 생산 판매 분배를 독자적으로 결정하는 시장경제적 요소가 포함된 조치이다. 정부 관계자는 “7차 당대회에서 김정은이 시장경제 개혁 조치를 공식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비난하면서도 남북대화·북-중관계 의식 북한은 지난해 12월 남북 차관급 당국 회담에서 금강산관광 우선 재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회담을 결렬시켰다. 하지만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8·25 합의 정신을 거론하고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에 손을 내밀 필요성이 있다는 것. 국제적 고립과 재정 부족에 가로막힌 현실을 타개하려는 의도가 대남·대외 메시지에 담겨 있다고 정부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8·25 합의를 비롯한 남북합의를 존중하고 남북관계 개선의 길을 열어나가겠다고 밝힌 만큼 남북 간 신뢰를 통해 한반도 평화통일 시대를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고 공식 반응을 내놓았다. 김정은은 “체제통일 시도, 통일외교 ‘구걸’,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하라”며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했던 지난해보다 대남 비난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이후 강조한 통일외교에 적대감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은 핵무기 개발이나 핵-경제 병진노선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에 무게를 뒀다.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행사를 가리켜 “핵폭탄을 터뜨리고 인공지구위성을 쏴 올린 것보다 더 큰 위력”이라고 주장했을 뿐이다. 중국과 국제사회를 의식해 핵실험과 장거리로켓 발사를 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김정은이 수소폭탄을 언급한 이후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예정됐던 모란봉악단의 공연 무산과 북-중 관계 개선의 기회를 놓친 점도 염두에 뒀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정은이 “우리식의 다양한 군사적 타격 수단들을 더 많이 개발·생산해야 한다”고 주장할 때 북한 방송은 지난해 5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장면의 사진을 내보냈다. SLBM은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다양한 신무기 개발에 주력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기도 하다.○ 뿔테 안경 쓴 김정은 김정은은 평소에 쓰던 금속테가 아닌 뿔테 안경을 쓰고 신년사를 낭독하는 등 과거에 시도하지 않던 ‘이미지 메이킹’에 나섰다. 뿔테 안경을 쓰면 인상을 부드럽게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과거 김일성 주석을 떠올리게 하는 효과도 있다. 자세도 바뀌었다. 김정은은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 당시 단상에 두 팔을 올린 채 엉덩이를 뒤로 뺀 상태에서 25분간 연설문을 읽었다. 하지만 1일엔 꼿꼿한 자세로 29분간 신년사를 읽었다. 목소리도 안정적이었다. 현장 실황인 열병식과 달리 신년사는 녹화방송 형식이어서 김정은이 속도를 조절해가며 다시 읽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날 북한 신년사 방송은 과거 오전 9시를 전후했던 것보다 늦어진 낮 12시(한국 시간 낮 12시 반)에 진행됐다. 지난해 12월 29일 북한의 대남총책이던 김양건 노동당 비서가 갑자기 사망하는 바람에 조정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지만 확실치는 않다. 윤완준 zeitung@donga.com·조숭호 기자}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1일 신년사에서 한국 정부에 “지난해 8·25 고위급 접촉 합의 정신을 소중히 여기라”며 “남북 대화와 관계 개선을 위해 앞으로도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날 29분간 김정은의 육성 신년사 연설을 방송했다. 김정은은 “(8·25 합의에) 역행하거나 대화 분위기를 해치는 행위를 하지 말라”고 주장한 뒤 “민족의 화해와 단합,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누구와도 마주 앉아 민족 문제, 통일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5월 열리는 7차 노동당 대회 성공을 강조하고 경제 강국 건설을 가장 먼저, 가장 비중 있게 거론했다. 지난해와 2014년 신년사에 등장했던 ‘자위적 핵 억제력’ ‘병진노선’은 올해 언급하지 않았다. 정부는 대화·평화 공세로 나오되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등을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걸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에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동아미디어그룹 연중기획 ‘준비해야 하나 된다―통일코리아 프로젝트’가 2016년 4년 차를 맞아 ‘평화의 축’과 남북이 윈윈하는 ‘교류협력의 축’이 발맞춰 속도를 내는 신(新)남북협력을 제안한다. 북핵 문제 해결을 통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함께 마련하지 못하면 통일의 길은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대로 갈 수는 없으니 ‘통일을 지향하는 이웃’으로서 지금보다 더 촘촘한 새로운 협력의 길을 모색해 보자는 것이다. 통일코리아프로젝트는 통일 이후의 장밋빛 결과보다 좋은 통일을 만들어 가기 위해 남북이 함께 노력해야 할 과정에 주목해 왔다.박근혜 정부 집권 4년 차에 들어섰지만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는 좀처럼 마련되지 않고 있다. 김정은 체제 아래의 북한은 일부 시장화 모습을 보였지만 평양에만 돈이 돌았고 대다수 주민의 삶의 질, 국가재정, 대외관계는 더욱 악화되는 모순적 상황에 놓였다. 집권 5년 차를 맞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자신이 공언한 ‘인민생활 향상·경제발전’을 위해 어떻게 대남·대외관계 개선에 나설지, 핵문제로 담판을 벌일지 고민이 깊어질 것이다. 지난해 연이은 숙청과 최측근 김양건의 급사 이후 올해 권력 재편을 앞두고 권력 내부가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 대박’을 성공시키려면 북한의 이런 변화 흐름을 짚어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치밀한 준비와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동아일보는 2016년 새해를 맞아 평화의 축과 남북이 윈윈하는 교류협력의 축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발맞추는 신(新)남북협력을 제안한다. 북핵 문제를 포함한 정치군사 분야의 불안 해소와 교류협력의 진전을 병행하는 남북협력으로 상호 의존이 깊어지면 ‘통일을 지향하는 이웃’이 되는 남북관계의 새로운 진전도 자연스럽게 뒤따를 것이다. 》 지난해 12월 11, 12일 차관급 남북 당국회담이 열린 개성공단종합지원센터 회담장. 한국 측 대표 황부기 통일부 차관은 남북 수석대표 접촉에서 북한 농촌 마을별 개발계획 구상을 북한 측 대표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부국장에게 설명하려 했다. 하지만 전종수는 “민간이 하는 일에 왜 당국이 나서느냐”며 논의 자체를 거부했다. 한국 측은 사업계획이 담긴 조감도를 준비했지만 북한 측에 보여주지 못했다. 그렇다고 북한이 개발협력에 관심이 없다는 뜻은 아니라고 정부 관계자들은 전한다. 다만 한국 정부가 해주겠다고 나서면 거부감을 보인다는 것이다. 정부는 어떻게든 개발협력의 통로를 열고 싶어 한다. 과연 어떤 접점을 찾아야 할까.○ 남북판 KOICA, 민간 중심 개발협력기구 만들자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뒤로 빠지고 민간이 중심이 된 남북개발협력기구를 만들어 대북 개발협력을 통합해 지휘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가 만들었지만 경협 위주라는 이유로 현재 뚜렷한 활동이 없는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를 개발협력기구 성격으로 완전히 바꾸는 것도 한 방법으로 가능하다. 쉽게 말해 외교부가 나서는 게 아니라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개발도상국에 공적개발원조(ODA)를 제공하는 형식을 생각하면 된다. 글로벌 스탠더드인 ODA 개발협력 방식이다. 보수·진보단체가 망라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홍사덕 대표상임의장은 “(남북개발협력기구가)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민화협도 그와 비슷한 활동을 위해 남북경제협력위원회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방식이라면 5·24 조치, 유엔 대북 제재에 제한을 받지 않고 남북 협력 범위를 크게 확대할 수 있다고 본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 주민에게 필요한 빵 공장, 국수 공장을 만들고 농촌을 개발하면서 기술교육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ODA 방식으로 양말 비누 등 생필품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를 개발협력으로 지원하는 데서 나아가 북한의 지하자원을 개발하는 호혜적 협력에 나선다면 유엔의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새로운 협력의 틀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한 관계자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지난해 6월 방문한 장천 남새(채소)전문협동농장을 예로 들었다. 북한이 ‘농촌 문화건설의 본보기’로 선전한 이곳은 한국이 구상하는 복합농촌단지와 성격이 똑같다는 것이다. 김정은도 거부만 할 게 아니라 북한에 필요한 사업을 한국과 협력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에 도움 되는 경제개발구에 참여하자 국책 통일연구원이 올해 발간할 예정인 ‘전환기 남북관계의 타개 및 발전전략: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업그레이드’ 제안 보고서에서 성기영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북한이 지정한 19개 경제개발구 중 복합농촌단지 사업 취지에 부합하는 지역을 선정해 시범사업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도 “우리 국익과 경제에 도움이 되고 정부 정책에 부합하는 농업개발구를 두고 제한된 조건에서 북한과 협력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함경남도 북청농업개발구, 함경북도 어랑농업개발구가 그 본보기다. 이를 정부가 아니라 남북개발협력기구를 중심으로 민간단체들이 분야별 컨소시엄을 꾸리면 된다. 투자가 아닌 ODA식 개발협력의 새로운 틀로 접근하는 것이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한국 기업이 중국 기업에 투자해 북한 주민 생활의 질을 높이기 위한 생필품 생산, 주택 개량, 태양광 등 소규모 전력 사업에 간접적으로 진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남-북-러 3각 협력인 나진-하산 물류프로젝트는 북-중 합작 기업인 나선콘트란스에 한국이 러시아를 통해 투자하는 방식이다. 나선콘트란스 모델을 남-북-중 협력에 적용하되 대규모 인프라 사업이 아니라 북한 주민 삶의 질을 개선하는 사업에 초점을 맞추자는 것이다. 정작 신(新)남북협력 시대를 열기 위해 넘어야 할 관문은 ‘북한은 변하지 않는데 왜 우리만 협력하느냐’는 국민 정서다. 정부 관계자는 “핵문제에서 북한이 조금만 진전된 모습을 보이면 북한이 절실히 원하는 협력의 돌파구를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지난해 12월 29일 급사한 최측근 김양건 당 비서의 시신에 손을 얹은 채 울먹였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30일 김양건을 조문했다면서 이 모습을 지난해 12월 31일 자 신문에 공개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은 김양건에 대해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내 충실한 방조자이자 친근한 전우였다”며 “금방이라도 이름을 부르면 눈을 뜨고 일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공포통치로 권력 엘리트들을 다잡아온 김정은이 김양건에 대해서는 유독 비통함을 보인 것이다. 김양건의 부인은 김정은의 생모 고영희와 친분이 깊다. 이 때문에 김정은은 김양건의 부인을 이모라고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인연에 자신에게 충성을 다한 최측근의 사망이 김정은에게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집권 5년 차를 맞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최측근이 갑작스레 사망하고 좌천됐던 인사가 복권되는 등 북한 권력층 내부가 요동치고 있다. 북한 매체들은 30일 “김양건 당 비서(사진)가 교통사고로 29일 오전 6시 15분에 서거했다”고 보도했다. 73세인 김양건은 김정은의 최측근으로 대남·대외 관계 총책으로 떠오른 인물이다. 정부는 비교적 온건대화파로 분류됐던 김양건의 사망이 대남 및 대외 관계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김양건이 대남·대외 분야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김정은에게 조언했던 만큼 그의 공백이 대남·대외 정책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8·25 고위급 접촉으로 마련된 ‘2+2 남북 고위급 협의체’의 지속 여부가 주목된다. 2+2는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김양건 비서 간 고위급 협의체다. 통일부 관계자는 “2+2 협의체를 유지하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홍용표 장관 명의로 판문점 남북 연락관 채널을 통해 북한 통일전선부에 “김양건 비서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조의를 표한다”고 조전을 보냈다. 김양건의 사망과 관련해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이 국장으로 치르겠다면서 김정은을 장의위원장으로 하는 장의위원회까지 구성한 만큼 숙청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이 공개한 김양건 장의위원에는 지난달 초 좌천돼 지방 협동농장으로 쫓겨 갔던 최룡해 당 비서의 이름이 올랐다. 당 비서인 김기남과 최태복 사이에 서열 6위로 호명된 최룡해는 김정은의 또 다른 최측근이며, 좌천 두 달 만에 당 비서 지위를 되찾은 것으로 정부는 분석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김양건 북한 노동당 비서는 김정은 체제의 대남·대외 분야 1인자이며 핵심 참모 역할을 했다. 북한 매체들이 30일 김양건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가장 가까운 전우, 견실한 혁명동지”라고 치켜세울 정도였다. 그런 만큼 정부는 그의 갑작스러운 사망이 북한의 대남·대외 정책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한국을 여러 번 방문했던 김양건은 남북의 차이점과 실상을 잘 아는 대화 파트너였다. 전문가들이 당분간 남북관계가 다소 경직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는 이유다. 김양건은 2012년 김정은 체제 본격 출범 이후 승승장구해 왔다. 통일부 관계자는 “남북대화에서 북한 측 주장과 판단을 주도하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김양건은 남북대화에서 ‘말이 통하는’ 인물이었다. 남북대화에서 비교적 온건한 태도로, 논쟁이 벌어져도 좀처럼 화를 내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인천아시아경기 때 전격 방문한 3인방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정부 관계자는 “당시 만나본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최룡해 당 비서는 김양건에 비하면 대남관계는 전혀 모른다고 할 정도”라고 전했다. 김양건은 남북 정상회담 논의가 오간 2009년 10월 싱가포르 비밀접촉에도 관여했다. 김양건은 한국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발렌타인’ 30년산 2병을 하룻밤에 다 마실 정도의 ‘말술’ 스타일이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김양건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남북대화를 담당하는 통일전선부 라인 인사들이 대거 숙청당하는 와중에도 혼자 살아남았다. 다른 관계자는 “무색무취한 스타일로 실권보다는 오래 살아남는 처세를 가진 인물”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김양건의 이런 노회한 스타일이 오히려 남북관계에 속도를 내려는 김정은의 생각을 막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판단에 따라 정부 내에서는 오히려 대남·대외 관계 개선이 필요한 김정은이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남북대화에 속도를 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인민생활 향상과 경제개발의 필요성을 느끼는 김정은이 남북·대외관계 개선에 더 적극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 김양건 후임으로는 올해 초 숙청설이 나왔으나 김양건 장의위원 명단에 이름이 올라 복권된 것으로 보이는 원동연 통일부 부부장 등이 거론된다. 다른 관계자는 “하지만 당 비서라는 위상으로 볼 때 복권된 최룡해가 김양건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통일부가 30일 오전 김양건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회의를 열어 김양건이 참여한 8·25합의가 의미 있는 합의임을 강조하는 조전을 보낸 것도 김양건의 공백이 남북관계 경직으로 이어지는 걸 막기 위한 것이다. 북한 인사의 사망에 조전을 보낸 것은 8년 만이다. 정부 관계자는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30일 ‘윤 일병 사망사건’의 주범인 이모(27) 병장이 군 교도소에서 또다시 동료들을 폭행하고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추가 기소된 사건의 1심 재판에서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 병장은 윤 일병 사망사건으로 군사법원 2심에서 징역 35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여기에 징역 3년을 추가로 선고한 것. 형량이 확정되면 총 38년 동안 징역을 살아야 한다. 이 병장은 감방 동료를 폭행하고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10월 말 추가 기소됐다. 이 병장은 동료의 몸에 소변을 보거나 동료가 잘 때 코를 곤다는 이유로 때리는 등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동료에게 종이를 씹어 먹도록 강요하기도 했다고 한다. 재판부는 “이 병장은 중형이 예상되는 재판을 받으며 구금된 상태에서도 인권유린 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윤완준기자 zeitung@donga.com}

재활 치료를 마치고 두 다리로 우뚝 선 하재헌 하사(21)의 표정은 늠름했다. “마음 같아서는 전방 야전에서 뛰고 작전도 나가고 싶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29일 오전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 로비. 하 하사는 하우송 병원장의 손을 잡고 의족을 찬 두 다리로 걸어 나왔다. 약간 절뚝거렸지만 걷는 데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 하사는 8월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색작전을 벌이던 중 북한군의 목함지뢰에 두 다리를 잃었다. 이달 초 퇴원한 김정원 하사(23)가 북한의 도발로 오른쪽 발목을 잃은 데 비해 하 하사는 두 다리와 엉덩이, 왼쪽 고막까지 크게 다쳤다. 김 하사가 퇴원한 이달 2일 하 하사는 고막 수술을 받았다. 하 하사도 이제 김 하사처럼 두 다리로 걸을 수 있게 됐다. 하 하사는 소속 부대인 1사단의 경례 구호인 ‘전진!’을 우렁차게 외치며 경례해 의료진과 환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하 하사는 ‘군에 돌아가 어떤 일을 하고 싶냐’는 동아일보 기자의 질문에 “마음으로는 전방에 가고 싶다”면서 “제 조건에 맞춰 행정 업무를 하면서 최선을 다해 전우들을 도와 군에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두 다리로 걷는 느낌’을 묻는 질문에는 “지뢰 폭발 이후 다시는 걷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의족을 착용하고 걷는 첫걸음이 아기 때 걸음마 하듯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첫발을 내딛는 게 어색하고 힘들었지만 다시 걸을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고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중환자실에서 혼자 (부상과) 싸울 때 상실감에 빠졌지만 스마트폰을 통해 국민의 응원을 접한 뒤 국민을 위해서라도 (빨리) 일어나 군에 돌아가 국민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힘든 재활과 수술 과정을 버틸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하 하사는 “저를 응원해 주신 국민 덕분에 용기를 잃지 않고 웃을 수 있게 됐다”며 거듭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국군수도병원에서 4주 정도 마무리 치료를 더 받은 뒤 군에 복귀한다. 하 하사는 이날 병원 앞에 준비된 국군수도병원행 앰뷸런스까지 혼자 걸어간 뒤 올라탔다. 그런 그에게 다시 박수가 터져 나왔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지난해 5월 성추문 의혹을 받던 사관학교 동기생의 전역지원서 양식을 임의로 바꾼 현역 육군 소장이 ‘6개월 징계유예’라는 경징계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6개월 징계유예는 6개월간 추가 비위 사실이 드러나지 않으면 징계하지 않는 처분이어서 ‘솜방망이 봐주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육군은 8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당시 육군 인사참모부장이었던 류성식 소장에 대해 견책 처분을 의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육군 관계자는 “류 소장이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고 훈·표창을 받은 경우 처벌 경감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 육군참모총장이 감경권을 행사해 징계유예로 최종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군 검찰은 류 소장의 비위 사실을 확인하고도 류 소장을 기소하지 않기로 해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한편 홍모 예비역 육군 소장은 지난해 5월 암에 걸렸다며 전역했다. 당시 홍 소장은 군에서 성추문에 휩싸인 상황이었다. 홍 소장의 전역지원서에는 군 검찰과 헌병 등 감찰기관의 조사를 받았는지를 기록하는 확인란이 없었다. 비위 사실이 있는 장성이 받을 수 있는 전역 전 처벌을 피하기 위해 류 소장이 임의로 전역지원서 양식을 바꾸도록 한 것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에서 받아낼 수 있는 협상의 최대치라고 판단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28일 한일이 합의한 일본군 위안부 해법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외교 협상에서 100% 만족스러운 결과는 없다”고도 했다. 또 정부는 이날 합의안이 2012년 이명박 정부 당시 한일이 주고받은 ‘사사에 안(案)’보다 진일보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위안부 문제가 제기된 지 24년,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로도 3년 가까이 끌어온 사안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 결과물에 만족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 ‘도의적’ 수식어 뗀 책임 통감 이날 합의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은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軍)의 관여로 다수 여성에게 상처를 입힌 문제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사사에 안’이나 아시아여성기금 사업 당시 일본 총리 서한에는 ‘도의적 책임’이라는 언급만 있었다. 외교부는 “책임 앞에 수식어가 없기 때문에 일본 정부의 책임을 최초로 분명히 인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은 “우리는 법적 책임이 있다고, 일본은 없다고 해석할 수 있게끔 외교적 지혜를 발휘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전직 고위 외교당국자는 “‘책임을 인정한다(I accept responsibility)’에 비해 ‘책임을 통감한다(I am sorry)’의 의미가 약한 게 사실”이라며 “일본 보수는 이 부분을 놓고 ‘책임 인정이 아니다’라고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아베, 2012년 취임 후 ‘사죄’ 첫 언급 기시다 외상은 또 “아베 총리는 일본 총리대신으로서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입은 모든 분에게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가 2012년 총리 취임 이후 자신의 언어로 ‘사죄와 반성’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건 처음이다. 반면 사죄 언급은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전 총리를 비롯해 여러 차례 있었다. 또 아베 총리는 이날 합의에 대해 “차세대에 사죄의 숙명을 지지 않게 하기 위한 합의”라고 말해 ‘자신의 사죄=위안부 문제 재론 방지’ 목적임을 내비쳤다.○ 최종적·불가역적 합의의 유효성 한일 외교장관은 이번 합의가 착실히 이행될 경우 이 문제가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된다’고 합의했다. 기시다 외상은 “이번 합의로 한국이 골포스트를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다”고 말해 그간 주장해 온 ‘한국의 골대 이동론’을 되풀이했다. 앞으로 이 합의의 ‘최종적·불가역적’ 성격이 지켜질지는 일본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1993년 고노 담화 직후 한국 정부는 “더 이상 위안부 문제를 한일 외교 현안으로 제기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일본이 독도, 교과서, 야스쿠니 신사로 역사 도발을 지속하면서 약속은 번복됐다. 국제법에 정통한 전직 외교관은 “국제관계에서 ‘최종적(final)’이라는 단어와 달리 ‘불가역적인(Irreversible)’은 잘 쓰지 않는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합의는 정부 간 합의여서 민간 차원이나 정치권의 문제 제기가 이번 합의에 구속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가역적’이라는 약속 때문에 이들의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조숭호 shcho@donga.com·윤완준·홍정수 기자}
북한의 핵무기가 8개 이상일 것으로 군 당국이 추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25일 “북한이 6kg보다 적은 양의 플루토늄으로도 핵무기 1개를 제조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북한이 6, 7개의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기존 관측보다 1, 2개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군 당국은 해외 사례를 기준으로 북한도 핵무기 1개를 만드는 데 플루토늄 약 6kg이 필요할 것으로 평가했다. 국방부는 북한이 현재 약 40kg의 플루토늄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6, 7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하지만 북한이 6kg보다 적은 5kg 정도의 플루토늄으로 핵무기 1개를 만들면 제조할 수 있는 핵무기 수는 8, 9개로 늘어난다. 다만 이는 핵무기 자체에 활용하는 플루토늄의 양을 줄여 핵무기의 숫자를 늘릴 수 있다는 뜻이지 핵탄두에 탑재가 가능한 핵무기 소형화나 경량화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군의 판단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핵무기 보유량을 늘리기 위해 이런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핵탄두를 미사일에 탑재하기 위한 핵무기 소형화, 경량화 기술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8월부터 영변의 원자로를 다시 가동하고 있어 플루토늄 보유량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