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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영어로 인터뷰를 하던 그가 짧은 한국어로 그간의 심경을 말했다. “나 정말 힘들었어. 처음 한국에 왔을 때부터 잘하는 팀들이랑 경기 하고 싶었어. 그런데 다들 ‘안 해, 싫어’라고 했어. 그래서 결심했어. 우리 수준을 높여서 다시 도전하자고. 이 자리에 선 우리 선수들이 너무 자랑스러워.”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래, 바로 이거야. 높은 팀들이랑 경기하니까 정말 좋아지잖아. 우리 팀, 더 좋아질 수 있어.” 16일 남자 아이스하키 세계랭킹 3위 스웨덴과의 경기가 끝난 뒤 한국대표팀 백지선(캐나다명 짐 팩·50) 감독은 외국 기자들에겐 “매 경기를 치르며 발전을 거듭하는 게 우리의 목표다. 경험이 쌓이면서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고 있다”고 담담히 말했다. 하지만 한국 기자들을 따로 만난 자리에서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은 이날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2017 유로하키투어 채널원컵 스웨덴과의 최종 3차전에서 1-5로 역전패했다. 하지만 내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하는 세계랭킹 1위 캐나다(14일 2-4 패), 4위 핀란드(15일 1-4 패)전에 이어 선전을 이어갔다. 대회 전만 해도 한국이 두 자릿수 점수차로 지지만 않아도 잘한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그렇지만 한국은 사상 처음 상대해 보는 아이스하키 강국들을 상대로 세 경기 모두 경기 중반까지 앞서 나가는 저력을 보였다. 한국은 유럽의 아이스하키 선진국들만 출전하는 이 대회에 캐나다와 함께 초청을 받았다. 평창 올림픽 주최국이라는 프리미엄에 올 초 톱 디비전(1부 리그) 진출에 성공한 성과가 보태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백 감독과 그를 보좌하는 박용수(미국명 리처드 박·41) 코치가 있다. 한 핀란드 아이스하키 관계자는 “한국 아이스하키가 가장 잘한 일은 백 감독을 사령탑으로 데려온 것”이라고 했다. 동양인 최초로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서 뛰었던 백 감독은 2014년 7월 부임과 동시에 NHL 정규시즌 738경기에서 241포인트(102골, 139어시스트)를 기록한 박 코치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후 백지선-박용수가 이끈 한국대표팀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팀으로 성장했다. 빠른 스피드와 조직력을 추구하는 백지선 아이스하키를 위해 박 코치는 미국 트레이닝 전문업체 ‘엑소스(EXOS)’의 훈련 프로그램을 도입해 아이스하키 선수에게 필요한 근력과 순발력을 키웠다. 둘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한다. 백 감독이 대표팀이 나아가야 할 큰 방향을 설정하면 박 코치는 디테일과 기술을 가르친다. 수비수였던 백 감독이 수비 전문이라면, 공격수였던 박 코치는 파워플레이 등 공격 전술을 짠다. 형, 동생 하는 사이인 둘은 수많은 대화를 통해 최선의 결정을 내린다. 박 코치는 “우리가 세계 톱 레벨 팀들을 압도하는 시간도 분명 있었다. 3피리어드 60분 내내 좋은 점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평창 올림픽까지 남은 시간 동안 형님(백 감독)을 도와 부족한 부분을 잘 채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드러난 과제는 분명하다. 먼저 골리 맷 달튼의 원맨쇼를 줄여야 한다. 달튼은 세 경기 동안 155개의 유효 슈팅 가운데 143개를 막아내며 세이브 성공률 0.923을 기록했다. 달튼의 방어력은 한국팀에는 분명 플러스 요인이다. 하지만 달튼만 바라보다 흔들릴 경우 속절없이 무너질 우려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근본적으로 수비 조직력을 끌어올려 상대 슈팅 시도를 떨어뜨려야 한다. 아울러 공격력 강화를 통해 쉴 새 없이 상대 문전을 위협하며 득점 기회를 노리는 것이 숙제다. 한국은 공격에서 18번의 파워플레이 기회를 한 번도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김상욱-김기성-테스트위드가 버티는 1라인은 상대방에게 크게 뒤지지 않았지만 백업 멤버는 이들과 기량 차가 컸다. 백업 멤버 육성이 절실하다. 이에 대한 해법이라도 꿰고 있는 것일까. 백 감독의 말에는 힘이 넘쳤다. “내가 평창 올림픽 목표가 금메달이라고 말하면 농담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누구도 지기 위해 경기하진 않는다. 아무도 모르는 게 하키다. 불과 2년 전을 생각하면 한국 하키가 이렇게 발전하리라 누가 생각했겠는가. 평창에서는 깜짝 놀랄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모스크바=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세계랭킹 3위 스웨덴에 1-5로 역전패하며 2017 유로하키투어 채널원컵을 3연패로 마감했다. 하지만 한국은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 랭킹 1위 캐나다, 4위 핀란드, 3위 스웨덴을 상대로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치며 2018 평창 올림픽 본선에서의 이변 연출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한국 대표팀은 16일 러시아 모스크바 VTB 아이스팰리스에서 열린 대회 3차전에서 개인기와 조직력에서 한 수 위의 전력을 과시한 스웨덴에 1-5로 졌다. 이번 대회 들어 가장 큰 점수 차 패배였지만 내용적으로는 가장 높은 점수를 줄만했다. 한국은 1피리어드부터 적극적인 포어 체킹(Fore Checking)과 이전 경기보다 한결 나아진 퍽 싸움을 바탕으로 대등한 승부를 펼쳤다. 한국은 1피리어드 유효 슈팅 수에서 6대 9를 기록하며 스웨덴을 깜작 놀라게 했다. 첫 골 역시 한국의 몫이었다. 한국은 2피리어드 시작 42초 만에 마이크 테스트위드가 선제골이 터뜨리며 기세를 올렸다. 테스트위드는 김기성의 슈팅이 골리에 리바운드된 것을 재빠르게 스냅샷으로 마무리해 골네트를 갈랐다. 캐나다와의 1차전(2-4패)에서 2어시스트, 핀란드와의 2차전(1-4패)에서 1골을 기록한 김기성은 스웨덴전 어시스트로 이번 대회 3경기에서 모두 포인트(골+어시스트)를 올렸다. 하지만 한국의 리드는 오래가지 못했다. 전열을 재정비한 스웨덴의 맹공이 시작됐고 2피피어드 3분 39초에 알렉산더 벅스트롬에게 동점골을, 5분 11초에는 앤튼 랜더에게 역전골을 허용했다. 11분 38초 파 린돔의 골로 1-3까지 스코어가 벌어졌다. 한국은 3피리어드 초반 두 차례의 숏 핸디드(페널티로 인한 수적 열세)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겼지만 파워 플레이가 펼쳐지던 9분 7초에 데니스 에버버그에 숏핸디드골을 허용했고 16분 24초에 안드레아스 룬퀴스트에 파워 플레이 골을 내주며 1-5로 경기를 마쳤다. 3경기 전패로 참가국 6개국 가운데 최하위로 대회를 마쳤지만 한국은 세계 정상급 팀들이 대거 출전한 채널원컵에서 경기를 치를수록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수문장 맷 달튼은 3경기에서 155개의 유효 슈팅 가운데 143개를 막아내는 신들린 선방을 펼쳤다. 백지선 감독은 “세계 최고 수준의 팀을 상대로 첫 번에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는 없다. 매 경기를 치르며 발전을 거듭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스웨덴전에서는 선수들이 경험이 쌓이고 강팀을 상대로 잘 싸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놓아지며 이전 경기보다 훨씬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19일 오전에 귀국하는 한국 대표팀은 내년 1월 초 평창 올림픽 본선을 겨냥해 소집돼 마지막 담금질에 돌입할 계획이다.모스크바=이헌재 기자uni@donga.com}

졌지만 희망의 싹을 볼 수 있는 경기였다.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15일 러시아 모스크바 VTB 아이스 팰리스에서 열린 2017 유로하키투어 채널원컵 2차전에서 한 수 위의 전력을 과시한 핀란드에 1-4로 역전패했다. 14일 세계랭킹 1위 캐나다에 2-4로 선전했던 한국은 이날도 경기 시작 10분 10초 만에 김기성이 선제골을 터트리며 앞서 나갔다. 김기성은 공격 지역 오른쪽 보드에서 퍽을 따낸 친동생 김상욱의 패스를 받아 골 크리스 오른쪽으로 쇄도하며 기습적인 스냅샷으로 골 네트를 흔들었다. 이틀 전 캐나다전에서는 김기성의 어시스트를 받은 김상욱이 골을 터뜨렸지만 이날은 반대로 김상욱의 어시스트를 김기성이 골로 연결시켰다. 한국의 리드는 27초 밖에 유지되지 못했다. 1피리어드 10분 37초에 사카리 마니넨이 문전 혼전을 틈타 동점골을 넣었고, 17분 23초에 페트리 콘티올라, 18분 31초에 히르키 요키파카가 잇달아 한국 골 네트를 갈랐다. 한국은 2피리어드에서 두 차례나 숏 핸디드 위기를 맞았으나 맷 달튼의 선방에 힘입어 실점을 하진 않았다. 하지만 3피리어드 1분 14초에 유쏘 이코넨에게 4번째 골을 허용하면서 1-4로 패했다. 캐나다와의 1차전에서 53세이브를 기록했던 달튼은 핀란드전에서도 57개의 유효 슈팅 가운데 53개를 막아내는 경이적인 선방 쇼를 펼쳤다. 이번 대회 2경기에서 달튼은 세이브성공률 0.938의 신들린 방어를 보이고 있다. 백지선 감독은 경기 후 “캐나다나 핀란드 같은 높은 수준의 팀을 상대로 골을 넣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게 희망적이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경험이 쌓일수록 더 좋아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한국 대표팀은 16일 오후 7시 세계 랭킹 3위 스웨덴과 대회 마지막 경기를 벌인다. 모스크바=이헌재 기자uni@donga.com}
“코레야, 코레야∼.” 러시아 관중의 응원과 박수 소리가 점점 커졌다. 경기가 끝난 뒤 마침내 러시아 관중은 한국 선수들을 위해 일제히 일어섰다. 진정 어린 기립박수였다. 한국 수비수 이돈구(안양 한라)의 목소리는 감격에 젖어 있었다. “캐나다 선수들은 아이스하키 기계인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붙어 보니 그 선수들도 사람이더라. 우리가 압박을 하자 밀리는 모습까지 보였다”고 말했다. 세계 제2의 아이스하키리그인 러시아아이스하키리그(KHL)의 심장 모스크바에 위치한 VTB 아이스팰리스 경기장. 14일 이곳에서 열린 2017 유로하키투어 채널원컵 한국-캐나다의 첫 대결은 기적과도 같은 성장을 이룬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에 깜짝 놀란 러시아 관중의 기립박수와, 한국을 맞아 뜻밖에 고전한 세계 최강 캐나다의 당혹감, 스스로의 성장에 자신감을 갖게 된 한국 선수들의 기쁨이 함께했다. 한국은 그동안 세계랭킹 1위이자 올림픽 3연패를 노리는 캐나다와의 대결 기회 자체가 없었다. 실력별로 1∼7부 리그로 나뉘어 치러지는 세계 아이스하키 무대에서 한국은 변방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세계 최강국들이 참가하는 이번 대회에 한국은 올림픽 개최국으로서 초대받았다. 그동안 성장해온 한국 아이스하키의 실력을 제대로 검증해 볼 수 있는 무대다. 남자 아이스하키 세계랭킹에서 캐나다는 1위, 러시아는 2위다. 금지약물 복용 혐의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징계를 받아 개인 자격으로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을 노리는 러시아에 캐나다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경기가 진행될수록 러시아 관중은 진정으로 한국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한국 대표팀이 퍽을 잡을 때마다 함성은 더욱 커졌다. 한국 선수들이 보여준 순간 스피드와 조직력은 팬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결과는 2-4, 한국의 석패였다. 그렇지만 4882명의 관중은 경기 후 한국 대표팀에 기립박수까지 보냈다. 2011년 평창이 겨울올림픽 유치를 확정 지은 직후 북미의 한 아이스하키 전문 블로거는 “한국과 캐나다가 맞붙으면 162-0으로 캐나다가 이길 것”이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하지만 이날 한국은 하늘과 땅 차이라던 캐나다를 맞아 당당히 맞섰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가 평창 올림픽 불참을 선언하면서 캐나다는 KHL 선수들을 중심으로 대표팀을 구성했다. 그렇지만 25명의 엔트리 가운데 23명이 NHL 출신이었고, NHL에서 200포인트 이상을 기록한 선수만 6명이었다. 경기 시작 2분 57초에 첫 골을 허용할 때만 해도 불안한 기운이 감돌았다. 하지만 NHL 우승컵인 스탠리컵을 2차례나 받은 백지선 감독 아래 몸과 정신을 단련한 한국 선수들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1피리어드 5분 1초에 김기성-김상욱 형제(이상 안양 한라)가 동점골을 합작했다. 김기성이 시도한 슈팅이 캐나다 골리의 패드에 맞고 튕겨 나오자 김상욱이 가볍게 쳐 넣었다. 지난 시즌 아시아리그 최우수선수(MVP) 김상욱은 1피리어드 17분 44초에 역전골까지 터뜨렸다. 뜻밖의 반격에 캐나다 선수들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캐나다에서 귀화한 골리 맷 달튼(안양 한라)의 눈부신 선방까지 이어지며 한국은 2피리어드 중반까지 2-1로 앞서 나갔다. 뒷심 부족으로 역전패했지만 캐나다의 간담을 서늘케 한 명승부였다. 백 감독은 “환상적이고 재미있는 경기를 했다. 우리 선수들이 최고의 팀을 상대로 좋은 경험을 쌓았다. 스피드와 조직력을 앞세운 한국 특유의 아이스하키를 발전시키면 평창 올림픽에서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평창 올림픽 본선 조별리그에서도 캐나다와 맞붙는다. 캐나다 윌리 데자르댕 감독은 “한국 선수들은 영리하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개개인이 아니라 팀 전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였다. 팀을 정말 잘 만들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칭찬했다. 한국 선수들에게는 승패를 떠나 소중한 자신감을 얻은 게 큰 수확이었다. 김상욱은 “조직력을 좀 더 가다듬는다면 올림픽 메달도 꿈만은 아닐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은 15일 세계랭킹 4위 핀란드, 16일에는 세계랭킹 3위 스웨덴과 역시 사상 첫 맞대결을 펼친다. 모스크바=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우리의 목표는 항상 하나였다. 평창 올림픽에서도 바라는 건 오직 금메달이다.” 블라디슬라프 트레티야크 러시아 아이스하키협회장이 러시아 대표팀의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출전 의사를 명확히 했다. 러시아는 이를 위해 평창 올림픽 개막(2018년 2월 9일) 직후인 내년 2월 10일 경기 안양 빙상장에서 한국 대표팀과 평가전도 갖기로 했다. 정몽원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과 트레티야크 회장은 14일 러시아 모스크바 VTB 아이스 팰리스에서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양국 아이스하키 발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트레티야크 회장은 “대한아이스하키협회의 도움으로 평창 올림픽 기간 중 아이스하키 경기가 열리는 강릉에 훌륭한 숙박 시설을 구할 수 있었다. 고마움을 잊지 않고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러시아 아이스하키의 최고 실력자인 로만 로텐베르크 협회 부회장도 동석했다. 로텐베르크 부회장은 러시아 아이스하키 대표팀 단장과 러시아아이스하키리그(KHL) 부회장을 겸하고 있다. 이날 AP통신은 “드미트리 체르니셴코 러시아아이스하키리그(KHL) 회장이 ‘누가 (평창에) 가고, 안 가는지를 우선 파악한 뒤 KHL도 그에 상응하는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선수단 규모를 파악하겠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로 보인다. 현재 시즌을 진행 중인 KHL은 평창 올림픽을 대비해 내년 1월 29일부터 2월 26일까지의 스케줄을 비워 놨다. 한편 러시아 아이스하키협회는 나이키가 제작한 대표팀 유니폼 착용을 고수하고 있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의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로텐베르크 부회장은 “유니폼을 둘러싸고 논쟁이 있다. 이미 제작된 유니폼이다. 다른 유니폼으로 바꾸면 기술적인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유니폼은 가슴에 커다란 쌍두 독수리가 새겨져 있고 소매 양쪽에는 러시아 국기가 그려져 있다. 평창에서 개인 자격 출전을 결정한 IOC로서는 국기가 그려진 러시아 아이스하키 대표팀 유니폼 착용을 허용할 수 없어 진통이 예상된다. 모스크바=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경기다운 경기를 해냈다.” 마스크를 벗고 취재진을 맞은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수문장 맷 달튼(31·안양 한라·사진)의 얼굴엔 그 어느 때보다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경기가 끝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온몸은 땀으로 흥건했다. 13일 열린 2017 유로하키투어 채널원컵 캐나다와의 경기에서 달튼은 신들린 듯한 선방으로 한국의 선전을 이끌었다. 세계 최고 공격수들로 구성된 캐나다는 달튼이 지키는 한국 골문을 향해 쉴 새 없이 퍽을 때렸다. 경기 내내 무려 56개의 소나기 슛이 쏟아졌다. 달튼은 그 가운데 53개를 막았다. 세이브율이 무려 94.6%였다. 경기 후 한국팀 최우수선수(MVP)는 달튼의 몫이었다. 캐나다 출신인 달튼은 2009년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보스턴과 계약했으나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이후 러시아아이스하키리그(KHL)를 거쳐 한국에 왔고 지난해 4월 특별귀화를 통해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날 그는 NHL 출신이 23명이나 포진한 친정팀 캐나다를 상대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기분이 묘하다”라는 말로 입은 연 달튼은 “세계 최강 캐나다와 상대한다는 생각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모든 사람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훌륭한 경기를 한 우리 팀이 자랑스럽다. 오늘처럼만 한다면 내년 2월 평창 올림픽에서 더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피드가 강조되는 최근 아이스하키 흐름에서 골리의 역할은 팀 전력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달튼이 골문을 든든히 지켜내면서 한국은 캐나다의 공세에 맞서 상대의 허를 찌르는 반격을 할 수 있었다. 달튼은 “비록 졌지만 한국 아이스하키 특유의 경쟁력을 보여준 게 수확이다. 더 많은 팬들께서 아이스하키의 즐거움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캐나다와 러시아 언론들로부터 평창 올림픽이 열리는 한국을 소개해 달라는 질문을 받은 달튼은 ‘한국인’답게 이렇게 말했다. “음식이 훌륭하고 사람들이 무척 친절하다. 평창과 강릉, 서울엔 볼거리, 즐길거리가 넘친다. 한국을 방문해 올림픽을 즐기시길 바란다.” 모스크바=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러시아는 내 심장 속에 있다.” 선수들의 붉은 티셔츠에 새겨진 문구에서 비장함과 결의가 느껴졌다. 러시아가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 선수들이 개인 자격으로 출전할 수 있도록 최종 결정했다. ‘올림픽 회의’가 열린 12일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 남부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사무실. 4층 높이의 오래된 이 건물은 회의에 참가한 100여 명의 선수와 코치, 개별 종목 협회 대표 등으로 오전부터 붐볐다. 평창 올림픽 개인 자격 출전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자리였다. 이날 발표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운 세계 각국 언론의 취재진은 참석자들보다 훨씬 많았다. ROC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 취재 신청을 한 언론사만 200여 개였다. TV 카메라만 해도 50개가 훌쩍 넘었다. 러시아 매체들은 물론이고 AP, AFP, 로이터 등 통신사들, 일본과 중국 언론 기자들까지 200명이 넘는 취재진이 몰렸다. 오전 11시에 시작한 회의는 약 한 시간 반 후인 낮 12시 반경에 끝났다. 삼삼오오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선수들의 얼굴에선 옅은 안도감이 느껴졌다.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알렉산드르 주코프 ROC 위원장은 담담한 목소리로 “모든 참석자의 의견이 일치했다. 러시아 선수들은 평창에 갈 것이다. 가서 싸우고,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라고 러시아 선수들의 평창 올림픽 참가를 공식적으로 승인했다. 만장일치였다. 주코프 위원장은 “200여 명의 러시아 선수가 평창 올림픽에 출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견은 시종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비록 평창 올림픽 출전을 결정했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징계에 따라 러시아 선수들은 국기와 국가를 사용하지 못한 채 ‘중립국’ 신분으로 출전하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lympic Athlete from Russia·OAR)의 일원으로 국기 대신 오륜기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 국가 대신 올림픽 찬가가 연주된다. 아무리 많은 메달을 따도 러시아의 메달 집계는 ‘0’으로 기록된다. 러시아가 IOC와 풀어야 할 숙제는 또 있다. IOC는 출전 자격을 갖춘 러시아 선수들을 평창 올림픽에 개별적으로 초청할 계획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출전 선수 명단을 만들어서 IOC에 제출하고 싶어 한다. ROC는 또한 2014 소치 올림픽 때 도핑 행위가 적발돼 올림픽 영구 출전정지 처분을 받은 25명의 선수와 관련해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소송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선수들은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듯 보였다. IOC의 징계 발표 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평창 올림픽 출전 허용 요청 편지를 보냈던 러시아 아이스하키 대표팀 주장 일리야 코발추크는 “모든 일이 잘 해결된 것을 신에게 감사한다. 마침내 올림픽에 나가게 됐다”고 기쁨을 표현했다. 당초 불참 우려를 낳았던 여자 피겨스케이팅 세계 1위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 러시아로 귀화한 한국 출신의 빅토르 안(안현수) 등 스타들이 대거 평창 올림픽에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모스크바=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오랜만에 만날 때마다 목소리가 굵어져 있어 깜짝깜짝 놀라요.” 2008 베이징 여름올림픽 여자 역도에서 금메달을 딴 ‘역도여제’ 장미란(34)이 선수 시절 했던 얘기다. 실제로 입문 몇 년 만에 세계적 선수가 된 한 외국 선수는 몰라볼 정도로 몸이 커져 있었다. 몇 해 지나지 않아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다. 전통적인 역도 강국 중국, 러시아 등은 지난해 국제역도연맹(IWF)으로부터 도핑을 이유로 국제대회 출전 금지 처분을 받았다. 이에 따라 위의 두 나라를 포함해 9개 나라가 이달 미국에서 열린 세계역도선수권대회에 선수들을 내보내지 못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역도가 정식 종목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지난주 국가 주도 도핑 스캔들의 중심에 선 러시아에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전면 출전 금지 조치를 내린 것은 스포츠계에 만연한 도핑에 대해 확실한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IOC 조사 결과 2014 소치 올림픽에 출전한 러시아 선수 가운데 25명이 도핑으로 적발됐다. 박탈된 메달만 11개다. IOC의 징계에 따라 러시아 선수들은 국기와 국가를 사용하지 못한 채 개인 자격으로만 평창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 그것도 엄격한 도핑 테스트 통과라는 전제 조건을 달고서다. 도핑은 스포츠에서 절대 용납될 수 없는 반칙이자 범죄다. 하지만 IOC가 선포한 ‘도핑과의 전쟁’이 무색하게 도핑은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왜 선수들은 자신의 신체와 미래를 한순간에 망칠 수 있는 ‘악마와의 거래’를 끊지 못하는 것일까. 얼마 전 국내 엘리트 체육인들과 가진 모임에서 이유를 미뤄 짐작할 수 있었다. “만약 정말 걸리지 않는 약물이 있다면 올림픽 메달을 위해 복용할 생각이 있는가”란 질문에 참석한 10명 가운데 절반가량이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약물 때문에 수명이 줄어들 수 있는데도 복용하겠는가”라는 질문에도 2명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 좋은 성적을 올리고 싶을 정도로 절실한 선수들이 적지 않단 얘기다. 사정이 이렇다면 도핑은 나쁜 것이라든지, 스포츠맨십에 벗어난다든지 하는 식의 교육은 사실상 무의미하다. 그렇지만 최근 IOC의 움직임에는 확실한 메시지가 하나 있다. “도핑은 하늘 끝까지라도 추적해서 잡아낸다”는 것이다. 예전엔 도핑을 해도 해당 대회만 넘기면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시료를 끝까지 보관해서 두고두고 재검사를 한다. 예전 같으면 100ng(나노그램·1ng은 10억 분의 1g) 이상이 검출돼야 적발할 수 있었지만 요즘엔 1ng만 있어도 된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때와 2012 런던 올림픽 때 넘어갔던 도핑이 요즘 적발되는 이유다.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도핑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 전 사이클 선수 랜스 암스트롱도 결국 ‘약쟁이’로 추락했다. 암스트롱의 시료에서는 결국 금지 약물이 검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반도핑기구는 전 동료들의 증언, 약물 공급 담당자와 주고받은 이메일, 금융결제 기록 등을 토대로 도핑 사실을 확인해 냈다. 그가 쌓아올린 ‘사이클 황제’로서의 모든 기록은 영원히 삭제됐다. 도핑 기술은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전자 변형을 통한 ‘유전자 도핑’이나 뇌를 자극해 운동 성과를 높이는 ‘브레인 도핑’까지 등장했다. 이를 막기 위한 반도핑 기술은 느리지만 착실하게 도핑을 추적하고 있다.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듯이 영원히 적발되지 않는 도핑도 없다.이헌재 스포츠부 기자 uni@donga.com}

“러시아 선수들은 지난 3년간 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 애썼다. 우리 선수들이 올림픽에 출전해서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러시아 출신의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슈퍼스타 알렉산드르 오베치킨(워싱턴 캐피털스)이 러시아 선수들의 평창 올림픽 출전을 호소했다. 오베치킨은 7일 미국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올림픽에 나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이 ‘위기’에서 ‘반전’으로 전환할 것인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일 “개인적으로 출전하는 선수들을 막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러시아 체육계 내에서 평창 올림픽 참가를 독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둘러싼 분위기는 푸틴 대통령의 발언으로 극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러시아의 피겨 스타이자 2014년 소치 겨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의 코치였던 예브게니 플류셴코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선수들은 올림픽에 가야 한다. 많은 선수들에게 이번 대회가 마지막 올림픽이 될 수 있다”며 올림픽 참가를 독려했다. 러시아 출신으로 오베치킨과 같은 팀에서 뛰고 있는 예브게니 쿠즈네초프는 “러시아 국기 없이 중립국 깃발을 달고 뛰는 건 마치 신분증을 빼앗긴 기분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올림픽 경기를 많은 러시아 팬들이 지켜볼 것이다. 그리고 메달을 따게 된다면 (IOC가 러시아 국가 연주를 금지시켰지만) 팬들은 러시아 국가를 부를 것이다. 만일 내가 러시아 국내 선수들 입장이라면 올림픽에 참가하겠다”고 말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6일 집행위원회를 열고 국가 주도 도핑 스캔들의 중심에 선 러시아에 대해 2018 평창 올림픽 출전 금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다만 별도의 약물검사를 통과한 ‘깨끗한’ 러시아 선수들은 개인 자격으로 참가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푸틴 대통령은 “IOC가 개인 자격으로 올림픽 출전을 하도록 하는 것은 러시아에 대한 모독”이라며 평창 올림픽 보이콧 가능성을 시사했다. 러시아가 평창 올림픽을 전면 보이콧할 경우에는 최악의 상황이 예상됐다. 하지만 IOC의 징계 발표 후 몇 시간 뒤 푸틴 대통령은 “선수들이 올림픽을 위해 얼마나 애써왔는지를 잘 안다. 선수들에게 올림픽은 매우 중요하다”고 누그러진 모습을 보였다. 러시아는 12일 올림픽 회의를 열어 러시아 선수들의 개인 자격 출전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하지만 내년 3월 대선 재출마 의사를 밝힌 최고 권력자 푸틴이 선수들의 평창행을 승인한 만큼 대다수 러시아 선수들은 평창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IOC 징계에 따라 러시아 선수들은 대회 기간 중 러시아 국가와 국기를 사용할 수 없다. 중립국 신분으로 ‘러시아 출신 선수(ORA)’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 하지만 IOC는 평창올림픽 폐막식 때 러시아 국기와 유니폼 착용을 허용하면서 ‘퇴로’를 열어줬다. ‘도핑 스캔들’은 러시아가 언젠가 한 번은 털고 가야 할 문제였다. 이번 중징계는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러시아는 2020년 도쿄 여름올림픽부터 다시 정상적으로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국제 스포츠 외교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번 IOC의 징계 발표에 앞서 토마스 바흐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사전 교감을 나눴을 가능성이 크다”며 “IOC로서는 명분을 얻을 수 있고, 러시아로서는 실리를 취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영국의 BBC 등 일부 언론은 IOC와 러시아의 거래설을 보도하기도 했다. 평창도 한시름 덜게 됐다. 도핑 파문을 딛고 평창에 온 러시아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보이면 색다른 화제를 불러올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평창 올림픽 성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제로 러시아 선수들이 얼마나 많이 오느냐는 것이다. 이에 따라 IOC 회의 참석차 스위스 로잔에 머물고 있는 평창조직위 관계자들은 러시아 선수들의 평창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외교라인을 통해서 러시아 선수들이 개인 자격으로 참가해도 빈틈없이 지원받을 수 있게 조치하겠다는 내용을 전달해 한 명의 선수라도 더 참가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파리=동정민 특파원}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이 두 얼굴의 카드를 받아 들었다. 올림픽 역사상 가장 깨끗한 ‘클린 올림픽’이 될 것인가, 경기력 저하와 정치적 논란으로 흥행에 실패한 올림픽으로 기록될 것인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6일 스위스 로잔에서 집행위원회를 열고 국가가 개입해 대규모 도핑(약물을 사용해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부정 행위)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러시아의 평창 겨울올림픽 출전을 금지시켰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이번 러시아 도핑 사태는 올림픽과 스포츠의 진정성을 향한 전례 없는 공격이다. 완전히 선을 그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정 국가가 도핑 때문에 올림픽 참가 금지 조치를 당한 것은 처음이다. 겨울 종목 강국 러시아는 도핑 스캔들로 11개의 메달을 박탈당하고도 22개의 메달로 2014 소치 겨울올림픽 4위에 올라 있다. 러시아의 불참은 평창 겨울올림픽 운영 및 흥행과 메달 경쟁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IOC는 다만 별도의 약물 검사를 통과한 ‘깨끗한’ 러시아 선수들은 개인 자격으로 참가할 수 있도록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평창 올림픽을 보이콧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선수들이 ‘중립국’ 개념의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lympic Athlete from Russia·OAR)의 일원으로 참가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 국기 대신 오륜기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 금메달을 따도 러시아 국가 대신 올림픽 찬가가 연주된다. IOC의 이번 결정은 도핑 문제를 방치해서는 올림픽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IOC는 평창 올림픽 때까지 2만 번의 도핑 테스트를 실시해 약물 없는 올림픽을 치르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미국 등 서방 세계의 음모”라는 러시아의 반발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는 일단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파리=동정민 특파원}

김기태 KIA 감독(48)과 조계현 수석코치(53)의 ‘동행(同行)’은 6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성과를 냈다. 김 감독은 2011년 가을 LG 사령탑으로 내정됐을 때 다섯 살 위인 조 수석에게 도움을 청했다. 대타자 출신인 김 감독과 명투수 출신인 조 수석은 적지 않은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2014시즌 김 감독이 시즌 도중 감독 자리를 박차고 나갔을 때 조 수석은 끝까지 의리를 지키며 함께 팀을 떠났다. 둘은 2015년부터 KIA에서 다시 의기투합해 3년째인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 일궜다. 두 사람이 이제는 감독과 단장으로 ‘동행 제2기’를 맞는다. 올해 KBO리그에서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모두 제패한 KIA는 6일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조 수석을 새 단장으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KBO리그 역사상 수석코치에서 프런트 수장인 단장 자리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IA는 최근 허영택 전 단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킨 데 이어 조 전 수석을 새 단장으로 임명했다. 3년 계약이 만료된 김 감독은 내년부터 2020년까지 새로 3년 계약을 했다. 조 신임 단장은 “허영택 사장님으로부터 어제 갑작스럽게 제의를 받았다. 김 감독에게 전화를 했더니 미리 알았는지 ‘형님, 축하합니다’라고 먼저 인사를 하더라. 김 감독을 잘 도와 더 좋은 팀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군산상고와 연세대를 나온 조 단장은 1989년 해태(현 KIA)에 입단해 2001년 두산을 마지막으로 은퇴할 때까지 126승 92패 17세이브, 평균자책점 3.17을 기록했다.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해 ‘팔색조’란 별명으로 불렸다. 조 단장의 선임으로 KBO리그에는 선수 출신 단장 시대가 한층 가속화됐다. 프로팀 감독을 지낸 양상문 LG 단장, 박종훈 한화 단장, 염경엽 SK 단장을 포함해 10개 팀 중 7개 팀 단장이 선수 출신이다. 삼성 홍준학 단장, 롯데 이윤원 단장, kt 임종택 단장 등 3명만 비선수 출신이다. 하지만 이들도 모두 야구 관련 일을 오래해 야구단에 익숙하다. 모기업에서 야구를 잘 모르는 단장을 내려보내던 시대가 점점 저물어가는 분위기다. KIA는 “야구인 출신 단장 선임으로 전문성을 강화하고자 했다. 풍부한 지도자 경력을 바탕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팀을 운영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남자 아이스하키는 ‘겨울 올림픽의 꽃’이라 불린다. 매회 올림픽은 대회의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하기 위해 남자 아이스하키 결승전을 폐막식 날에 편성한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가 불참을 선언하면서 평창 올림픽은 이미 대회 권위에 적지 않은 생채기가 났다. NHL은 1998년 나가노 대회를 시작으로 2014 소치 대회까지 5대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평창은 건너뛴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6일 러시아에 내린 평창 올림픽 출전 불허 선언은 또 다른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평창 올림픽의 아이스하키 티켓 판매 비중은 전체 입장 수입의 20% 정도다. 금액으로는 그리 큰 타격이 아니다. 문제는 대회의 권위다. 러시아의 불참은 세계 제2의 아이스하키리그인 러시아아이스하키리그(KHL)의 불참을 촉발할 수 있다. 미국의 스포츠전문 ESPN는 이날 IOC의 징계 발표 후 “KHL까지 불참하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모든 팀의 전력 약화로) 올림픽 역사상 가장 예측하기 힘든 대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랭킹 2위 러시아는 당연히 KHL 선수가 주력이다. 1위 캐나다는 국가대표 엔트리 25명 중 15명이, 미국은 7명이 KHL 소속이다. 현재 시즌을 진행 중인 KHL은 평창 올림픽을 대비해 내년 1월 29일부터 2월 26일까지의 스케줄을 비워 놨다. 러시아가 출전하지 못하면 KHL은 리그 중단을 취소할 가능성이 있다. 자칫하면 남자 아이스하키가 ‘삼류’로 전락할 수 있다. 희망적인 소식도 있다. 4차례나 올림픽에 출전한 러시아 하키 스타 일리야 코발추크 등 러시아 선수들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개인 자격으로 러시아 선수들의 평창 올림픽 출전을 허용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편지를 보냈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관계자는 “도핑과 관계없는 많은 러시아 선수들의 출전을 바라며 착실히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분(Boone)’ 가문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성공한 가족으로 꼽힌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3대에 걸쳐 메이저리거를 배출했다. 할아버지 레이 분을 시작으로 아버지 밥 분이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다. 밥 분의 아들 3형제 중 브렛 분과 에런 분 역시 메이저리거로 성장했다. 그런 분 가문에 또 하나의 훈장이 추가됐다. 에런 분이 메이저리그 최고 명문팀 뉴욕 양키스의 신임 감독으로 선임된 것이다. 양키스 구단은 5일 조 지라디 감독 후임으로 에런 분(44)을 제33대 감독으로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3년이며 4년째의 계약 연장 여부는 구단이 결정할 수 있다. 캔자스시티와 신시내티 지휘봉을 잡았던 아버지 밥 분에 이어 2대째 메이저리그 감독이다. 에런 분의 양키스 감독 취임은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2009년을 마지막으로 은퇴한 분은 ESPN 해설자 등으로 활동했지만 코치직이나 마이너리그 감독직은 전혀 수행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키스 구단은 그의 소통 능력을 높이 샀다. 브라이언 캐시먼 단장은 “에런은 뛰어난 대인 관계 기술을 갖고 있고 훌륭한 야구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우리 팀 시스템과 코치진, 선수단과 잘 어우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1997년 신시내티에서 데뷔한 분은 2009년 휴스턴에서 은퇴할 때까지 통산 타율 0.263, 126홈런, 555타점을 기록했다. 양키스에는 단 3개월 정도 몸담았지만 그는 양키스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힌다. 2003년 보스턴과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7차전에서 팀 웨이크필드를 상대로 연장 11회에 친 끝내기 홈런의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듬해 농구를 하다가 무릎을 다쳐 양키스에서 방출됐다. 그해 꼬박 1년을 쉬면서 금전적인 손해도 컸다. 10여 년 만에 화려하게 양키스 감독으로 복귀하게 된 분은 “핀 스트라이프(양키스의 줄무늬 유니폼)를 다시 입는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당장 일하러 가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러시아의 ‘피겨 요정’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18·사진)가 빙판 대신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낸다. 4일 타스통신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세계 랭킹 1위인 메드베데바는 5일(현지 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에 러시아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석한다. 그는 IOC 집행위원들을 상대로 러시아의 평창 올림픽 출전 허용을 호소할 계획이다. 5일은 러시아의 운명이 달려 있는 중요한 날이다. 러시아의 국가 주도 ‘도핑 스캔들’을 조사해 온 IOC는 이날 집행위원회를 열고 러시아의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출전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의 최종 발표에 앞서 알렉산드르 주코프 러시아 올림픽위원회 위원장 등 러시아 대표단이 최후 진술을 하게 되는데 메드베데바도 가세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상황은 러시아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데니스 오스발트 위원장이 이끌고 있는 IOC 징계위원회는 2014 소치 올림픽 당시의 러시아 도핑 스캔들을 파헤쳐 러시아 선수 25명의 성적과 기록을 삭제하고 11개의 메달을 박탈했다. 이 선수들에게는 향후 올림픽 영구 출전 금지 조치도 내렸다. 코너에 몰린 러시아는 세계기록(241.31점)을 갖고 있는 자국 내 최고 스타 메드베데바를 구원 투수로 등장시킨다. 메드베데바는 평창 올림픽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여서 IOC의 결정에 따라 자신의 운명도 바뀔 수 있다. 메드베데바는 발목 부상으로 7∼10일 일본 나고야에서 열리는 그랑프리 파이널에 불참한다고 발표했다. 부상이 아니라 IOC 집행위원회 참석이 불참 사유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IOC가 러시아에 전면 출전 금지 조치를 내릴 경우 평창 올림픽은 권위와 흥행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선수들이 평창에 오지 않기로 한 가운데 세계 제2의 아이스하키리그인 러시아 아이스하키리그(KHL) 선수들이 그 빈자리를 채울 예정이었다. 하지만 러시아가 출전하지 못하게 되면 KHL도 선수들을 평창에 보내기 어렵다. 국기와 국가를 쓰지 않는 ‘중립국’으로 출전하게 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엔 러시아가 대회를 보이콧할 가능성이 크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처럼 IOC가 각 종목 단체에 러시아의 출전 여부를 개별 결정하도록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시 러시아는 육상과 역도를 제외한 대부분 종목에 정상적으로 선수들을 출전시켰다. 하지만 러시아의 광범위한 도핑 조작을 확인한 만큼 IOC가 이번에는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올림픽 역사상 도핑으로 인해 특정 국가의 출전을 막은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바흐 위원장은 한국 시간으로 6일 오전 3시경 최종 결정을 발표한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역대 최고령 겨울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는 독일의 ‘철녀’ 클라우디아 페히슈타인(45)이 딸 또래의 선수들을 모두 제치고 또 하나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독일 연방경찰 소속 경찰관인 페히슈타인은 4일 캐나다 캘거리의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2017∼201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3차 대회 여자 매스스타트에서 8분38초89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2위 엘레나 묄레르 리가스(21·덴마크)와는 24세, 동메달을 차지한 다카기 나나(25·일본)와는 20세 차이가 난다. 역대 겨울올림픽에서 모두 9개의 메달(금메달 5개,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을 딴 ‘살아있는 전설’인 그는 지난달 노르웨이 스타방에르에서 열린 월드컵 2차 대회 여자 5000m에서도 금메달을 땄다. 매스스타트 금메달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신의 7번째 올림픽인 내년 평창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페히슈타인은 역대 겨울올림픽 최고령 금메달리스트가 된다. 현재 기록은 2014 러시아 소치 대회 바이애슬론에서 40세에 우승한 올레 에이나르 비에른달렌(노르웨이)이 가지고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상당히 좋았다고 생각한다.” 10개월 만의 복귀전을 치른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2·미국)의 얼굴엔 여유가 넘쳤다. 허리 부상에서 회복한 우즈는 1일 바하마 나소의 올버니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히어로 월드 챌린지 1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적어내며 선두 토미 플리트우드(6언더파·잉글랜드)에게 3타 뒤진 공동 8위에 올랐다. 우즈는 지난해 이 대회 1라운드에서 1오버파를 쳤다. 우즈는 올해 2월 유러피안투어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 2라운드를 앞두고 고질인 허리 통증으로 기권한 뒤 4월에 수술대에 올랐다. 301일 만의 복귀 라운드에서 우즈는 재기를 향한 성공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먼저 드라이버 샷의 비거리가 제 궤도에 올랐다. 미국 골프채널은 “우즈가 1번홀 티샷을 동반 플레이어인 저스틴 토머스보다 30야드 정도 더 보냈다”고 전했다. 2016∼2017시즌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상금왕과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1위 등을 차지한 토머스는 크지 않은 키(178cm)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까치발’ 샷으로 장타를 치는 선수다. 지난 시즌 드라이버샷 평균 비거리는 309.7야드로 투어 8위였다. 이번 대회는 PGA투어 정규 대회가 아니라서 정확한 비거리를 측정하진 않았지만 우즈가 건강을 회복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엔 충분했다. 우즈는 지난해 이 대회에선 16번홀과 18번홀에서 각각 더블보기를 범하며 막판 체력 저하를 드러냈지만 이날은 끝까지 제 컨디션을 유지했다. 파5홀인 9번홀과 15번홀에서 두 번의 보기를 범한 게 아쉬웠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이언샷과 퍼팅도 괜찮았다. 우즈의 복귀에 ‘골프광’인 타 종목 스타 선수들도 반색하고 나섰다. 현역 최고의 농구 스타 스테픈 커리(골든스테이트)는 자신의 트위터에 “마침내 긴 기다림이 끝났다”는 글을 올렸다.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도 역시 우즈의 복귀를 환영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국가 주도의 도핑 스캔들이 발각돼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출전 여부가 불투명해진 러시아가 30일 평창 올림픽 유니폼 공개 행사를 열었다. 이에 앞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14년 소치 대회에 출전한 러시아 봅슬레이 선수 3명을 추가로 징계한다고 발표했다. AP와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올림픽위원회는 이날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평창 올림픽 때 선보일 자국 대표팀 유니폼을 공개했다. 알렉산드르 주코프 러시아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우리에게 좋은 소식이 별로 없다. 올림픽 유니폼 발표가 팬들에게 작은 기쁨을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러시아올림픽위원회는 IOC의 징계에 항의하는 의미로 ‘나는 도핑을 하지 않는다’는 글을 새긴 티셔츠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올리기도 했다. IOC는 이날 러시아의 평창 참가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한 5일 집행위원회에 앞서 소치 올림픽 봅슬레이 남자 4인승 경기에 출전한 알렉산드르 카샤노프, 알렉세이 푸시카레프, 일비르 후진 등 3명의 성적(4위)을 삭제하고 향후 올림픽 출전을 금지했다. 이들은 지난주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 3차 월드컵 봅슬레이 남자 4인승에서 우승한 러시아 주축 선수들이다. 같은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또 다른 러시아팀의 성적이 지난주 무효가 되면서 이들이 동메달을 승계할 예정이었으나 무산됐다. 5위였던 영국이 동메달을 이어받는다. 소치 대회 도핑으로 IOC 징계를 받은 러시아 선수는 22명으로 늘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러시아의 국가 주도 ‘도핑 스캔들’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이 겨울 스포츠종목 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러시아 선수들의 평창 올림픽 출전을 지지하고 나섰다. IIHF의 지지 선언이 내달 5일로 예정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르네 파젤 IIHF 회장은 29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IOC에 우리의 의견을 명확히 밝히고자 한다. 러시아의 평창 올림픽 전면 출전 금지는 도핑과 관계없는 러시아 선수들에 대해서는 불공평한 처벌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약물과 관련 없는 ‘깨끗한’ 선수들의 평창 출전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도핑 스캔들을 조사하고 있는 IOC는 전날까지 2014 소치 올림픽에 출전했던 러시아 선수 19명의 도핑 사실을 확인한 뒤 향후 올림픽 영구 출전 금지 처분을 내렸다. 러시아가 소치 대회에서 획득한 33개 메달 중 11개 역시 박탈했다. IOC는 내달 5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집행위원회에서 러시아의 평창 올림픽 출전 허용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세계 아이스하키계는 러시아에 대한 IOC의 징계를 아이스하키의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세계 최고 선수들이 모이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는 일찌감치 평창 대회 참가 불가를 선언했다. NHL 선수들은 1998년 나가노 대회 이후 2014년 소치 대회까지 5개 대회 연속 올림픽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평창에는 오지 않는다. 이에 따라 아이스하키 강국들은 세계 제2의 아이스하키리그인 러시아아이스하키리그(KHL) 소속 선수들을 중심으로 선수단을 구성할 계획이었다. 세계 랭킹 2위 러시아는 물론이고 1위 캐나다도 25명 엔트리 중 16명이 KHL 소속이다. 그런데 KHL은 러시아의 평창행이 무산될 경우 KHL 선수들을 평창에 보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겨울올림픽의 꽃이라 불리는 남자 아이스하키가 자칫하면 ‘3류 종목’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IIHF는 이날 배포한 성명에서 “IIHF는 2016년부터 러시아아이스하키연맹 및 KHL과 엄격한 도핑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KHL 및 산하 리그에 소속된 약 400명의 러시아 선수가 도핑 테스트를 통과했다”며 “각 종목 협회로부터 인정받은 깨끗한 선수들은 자국을 대표해 평창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여름올림픽 때도 IOC는 러시아 선수들의 출전 허용 여부를 각 종목 단체가 결정하도록 했다. 육상과 역도 등은 러시아 선수들의 출전을 금지한 반면 대부분의 종목은 출전의 길을 열어줬다. 러시아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금 19개, 은 17개, 동메달 20개로 종합 4위를 차지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부럽다. 또 한 명의 ‘야구재벌’이 탄생했다. 프로야구 두산에서 자유계약선수(FA)가 된 민병헌이다. 롯데로 팀을 옮기면서 4년간 80억 원을 받기로 했단다. 1987년생이니 만 나이로 이제 서른이다. 그 나이에 로또를 여러 번 맞아야 가질 수 있는 돈을 벌게 됐다. 다치지 않고 지금 실력을 유지하면 4년 후 두 번째 FA가 된다. 80억 원은 보통 사람은 가늠하기조차 힘든 액수다. 연봉 1억 원을 받는 직장인이 쉬지 않고 80년을 일해야 벌 수 있다. 억대 연봉 직장인이 주변에 몇 명이나 될까. 민병헌이 야구를 잘하는 선수이긴 하지만 KBO리그에서 특별한 정도는 아니다. 국가대표 외야수 가운데 한 명이다. 태극마크를 달 수준의 선수라면 대개 이 정도 대우는 받는다는 뜻이다. 실제로 올해 FA가 돼 롯데에 잔류하는 손아섭은 98억 원, 롯데에서 삼성으로 옮긴 강민호는 80억 원을 받기로 했다. 올해 미국에서 뛰었던 황재균은 88억 원에 내년부터 kt 유니폼을 입는다. 메이저리그에서 18경기밖에 뛰지 못하고 1년 만에 국내로 돌아왔지만 돈방석에 앉게 됐다. 올해 필라델피아에서 돌아온 김현수는 100억 원 이상(이상 4년 기준)을 받을 게 유력하다. 국내 경기가 어렵다지만 프로야구는 예외인 것 같다. 구단들은 해마다 200억 원가량씩 적자를 보지만 FA에게는 선뜻 지갑을 열고 있다. 팬들 사이에서 거품 논란이 거세게 일 만도 하다. 그렇지만 구단들이 돈을 쓰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만큼 팀 성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성적은 팬들을 부른다. 팬이 늘어나면 티켓도 많이 팔린다. 단적인 예가 지난해 말 역대 최다인 4년간 150억 원에 롯데로 돌아온 이대호다. 메이저리그에서 후보 선수였던 이대호에게 최고 몸값을 안기면서 비난의 목소리도 높았다. 그렇지만 비즈니스적으로 볼 때 이대호의 영입은 괜찮은 선택이었다. 이대호가 없던 지난해 롯데의 안방 관중 수는 85만2639명, 입장 수입은 57억6900만 원이었다. 이대호의 합류로 전력이 강해진 롯데는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면서 관중과 입장 수입은 각각 103만8492명, 110억2800만 원으로 늘었다. 이대호가 150억 원을 받았다곤 하지만 연간 금액으로 따지면 37억5000만 원이다. 이에 비해 관중 수입은 무려 52억 원이 증가했다. 티켓 판매 외에도 구장에 와서 먹고 마시고, 기념품을 사는 금액도 상당하다. 롯데로서는 남는 장사를 한 것이다.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이대호 혼자만의 힘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타율 0.320에 34홈런, 111타점을 기록한 이대호가 없었다면 롯데의 선전 역시 없었을 것이다. 4년 100억 원에 왼손 거포 최형우를 데려온 KIA도 관중 수입이 102억7000만 원으로 2016년(78억2000만 원)에 비해 31.4%나 늘었다. KIA는 올해 정규시즌에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우승했다. 이에 비해 최형우와 차우찬(LG) 등을 놓친 삼성은 관중은 17%, 입장 수입은 22%나 줄었다. 물론 대형 FA를 데려와 실패한 사례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결정권을 갖고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자명하지 않을까. 이헌재 스포츠부 기자 uni@donga.com}

러시아는 2014년 자국에서 열린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33개의 메달(금메달 13개, 은메달 11개, 동메달 9개)로 금메달 수와 전체 메달 수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하지만 대부분 ‘약물의 힘’을 빌린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8일 발표한 메달 집계에 따르면 러시아의 전체 메달은 22개에 불과하다. 미국(28개), 노르웨이(26개), 캐나다(25개), 네덜란드(24개)에 이어 5위다. 순위는 이후에도 더 추락할 수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도핑 사실이 적발되면서 메달 박탈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IOC는 이날 3명의 러시아 바이애슬론 선수(올가 빌루히나, 야나 로마노바)와 2명의 봅슬레이 선수(알렉세이 네고다일로, 드미트리 트루넨코프), 1명의 스켈레톤 선수(세르게이 추디노프) 등 5명의 소치 올림픽 성적을 취소하고, 향후 올림픽 영구 출전 금지를 내린다고 발표했다. 빌루히나는 소치 대회 여자 바이애슬론 스프린트와 계주 은메달리스트이고, 로마노바 역시 계주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네고다일로와 트루넨코프는 이미 금메달을 박탈당한 봅슬레이 4인승의 멤버였다. 이달 초 IOC가 도핑을 이유로 소치 대회 남자 크로스컨트리 50km 단체 출발 금메달리스트 알렉산드르 렉코프의 메달을 박탈한 것을 시작으로 이날까지 벌써 19명이 도핑으로 영구 추방됐고, 11개의 메달이 박탈됐다. 소치 올림픽에서 딴 전체 메달의 3분의 1이 약물의 도움을 받은 셈이다. 박탈된 금메달만 무려 4개다. 러시아의 국가 주도 도핑 의혹은 2015년 말 처음 불거졌다.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그해 11월 ‘러시아가 소치 올림픽 때 소변 바꿔치기와 샘플 교환 등의 방법으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도핑 행위를 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의혹은 이듬해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 책임자였던 그리고리 롯첸코프의 폭로로 사실로 밝혀졌다. 미국으로 망명한 롯첸코프는 현재 연방수사국(FBI)의 보호를 받고 있다. 데니스 오스발트 변호사를 위원장으로 한 IOC 징계위원회는 러시아의 조직적인 도핑 조작을 폭로한 ‘매클래런 보고서’에 언급된 ‘귀부인 리스트’ 28명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도핑 결과나 나올 때마다 러시아 선수 이름이 명단에 오르고 있다. 러시아는 여전히 “IOC의 움직임에는 정치적인 음모가 숨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메달을 박탈당한 선수 중 몇몇은 스포츠중재위원회(CAS)에 제소할 계획도 밝혔다. 그러자 IOC는 이날 이례적으로 처음 금메달을 박탈당한 렉코프의 심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며 러시아의 의견을 반박했다. “롯첸코프의 진술이 매우 상세하고 분명하며, 진실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IOC는 내달 5일 집행위원회를 열고 러시아의 내년 2월 평창 올림픽 출전 허용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