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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처럼, 아들처럼 대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모두 건강하세요.” 28세 박민형(가명) 씨가 퇴직 인사를 하며 사무실을 한 바퀴 돌았다. 박 씨의 눈을 애써 외면하던 여사원 한 명이 울기 시작했다. 울음은 전염병처럼 번지더니 50대 남성 부장도 눈물을 흘렸다. 부장은 연신 “미안하다”고 말했다. 박 씨는 2012년 말 인천에 있는 한 대기업에 연구직으로 입사했다. 입사 후 인천에서 집을 구해 새로운 고향으로 삼았다. 그런데 지난달 갑자기 회사 인사팀이 경남 창원의 다른 계열사로 전직하도록 권고했다. “싫다”고 버텼더니 한 임원(상무급)이 자신의 방으로 오라고 했다. “회사 경영 상황이 무척 어렵다. 네가 안 나가면 너의 상사 중에 누가 나가야 한다. 너는 아직 20대고 가족이 없으니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지 않느냐. 잘 한번 생각해 보라.” 박 씨는 결국 이달 8일 퇴직원을 제출했다. 인력 구조조정이 최근 재계의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분위기는 마치 1997년 외환위기 직후와 비슷하다. 당시는 주로 인건비 부담이 큰 부장급 이상이 희망퇴직을 당했지만 지금은 신입사원과 대리까지로 연령대가 떨어졌다. 3분기(7∼9월) 기준 실업급여 신청자 중 20대와 30대가 41%를 차지했다. 사상 초유의 ‘2030 명퇴’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30대 그룹의 한 부사장은 “더 이상 자를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내년 정년 연장 시행을 앞두고 올해 재계 인사팀은 50대 간부 직원들을 최대한 솎아 냈다. 간부급 중에선 더 자를 사람이 없다 보니 구조조정의 화살이 점차 아래로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4대 그룹의 전무급 간부는 “내년뿐 아니라 후년 경기 전망도 어둡다. 외환위기보다 더 큰 충격이 올 수도 있어 전방위로 비용을 줄이고 있다. 상시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고, 대상은 신입사원을 포함한 전 직원”이라고 말했다. 유난히 바람이 매서웠던 16일, 서울 강남구의 한 고깃집에서 대기업 마케팅팀 소속 직원 10여 명이 모여 송년회를 했다. 돌아가며 재치 있는 건배사를 외치며 호기롭게 폭탄주를 들이켰다. 그중 한 명이 “상무 2년 차에 잘린 그 선배 뭐하지”라고 한마디 내뱉자 갑자기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이 자리에서는 “착한 사람일수록 더 빨리 잘린다”는 푸념까지 나왔다. 을씨년스러운 2015년이 그렇게 저물어 가고 있다.▼ “너희 회사는 괜찮니?” 부모님 전화에 말도 못하고… ▼20대 후반인 A 씨는 2013년 12월 두산인프라코어에 입사했다. 이달 초 회사는 전 사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공고를 냈다. 하지만 A 씨는 버텼다. 입사한 지 겨우 2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어떻게 퇴직을 한단 말인가. 이 와중에 희망적인 뉴스를 신문에서 봤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신입사원에 대한 보호조치를 언급한 것이다. 자신도 살아남는 줄 알았다. 하지만 회사는 신입사원의 범주를 2014년 1월 이후 입사한 이들로 한정했다. 한 달 차로 자신은 구제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결국 A 씨는 최근 퇴직원을 제출했다. A 씨의 회사 동기 11명 중 9명이 희망퇴직했다. 동기 중 1명은 “못 나간다”고 버틴 끝에 같은 팀 과장급이 희망퇴직하면서 운 좋게 살아남을 수 있었다. 며칠 전 동기들끼리 술자리를 가졌다. 한 잔 두 잔 마시다 보니 눈물이 쏟아졌다. 퇴직한 동기들은 대체로 공기업 입사나 7급 공무원시험을 준비했다. A 씨는 대학원을 알아봤다. 요즘 희망퇴직 후 공부하겠다고 나선 20, 30대 젊은이가 넘치면서 대학원 경쟁률이 치솟고 있었다. 지도교수를 만났더니 “대학원생 2명 뽑으려 하는 데 벌써 60명이 문의했다”고 말했다. ‘더 공부해 경쟁력을 높여도 국내에 갈 기업이 없는 것 아닐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대학원을 졸업할 때 자신과 비슷한 처지로 퇴직한 2030들이 대거 인력시장으로 몰려나오면 일자리 구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 같았다. A 씨는 “아예 이민을 갈까 생각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A 씨는 부모님에게 퇴직 사실을 밝혔다. 하지만 동기 한 명은 차마 그러지 못했다고 한다. 그 동기는 매일 PC방으로 출근한다. 부모님이 “너희 회사가 감원을 한다고 언론에 나오던데 너는 괜찮으냐”고 수시로 묻는다. 그때마다 그는 “별일 없다”고 둘러댔다. A 씨는 “2년 지난 직원을 내보낼 거라면 도대체 신입사원을 왜 뽑는지 모르겠다. 뭔가 한국 고용시장이 구조적으로 잘못돼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소리 소문 없이 진행되는 구조조정 한 전자 대기업은 7월 일부 사업을 분사했다. 인사팀은 “분사 사업부에 일하던 직원들은 모두 분사된 회사로 적을 옮기든지 희망퇴직을 하라”고 권고했다. 입사 5년 차인 B 씨(29)는 이적 거부 의사를 밝혔다. 회사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아는 일류 대기업에 입사했지 중소기업에 일하러 온 게 아니라는 것이 B 씨의 거부 이유다. 그랬더니 인사팀은 “일단 분사된 회사에 파견을 가 1년 반 동안만 ‘지원업무’를 하라”고 권유했다. 월급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새로운 상사, 동료와 일해야 한다. 1년 반 후에 제대로 본사로 돌아올 수 있을지도 의심스러웠다. 돌아왔을 때 희망 부서로 갈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일 못해 파견 나갔던 사람’이란 낙인이 찍힐 수도 있다. 결국 B 씨는 희망퇴직을 선택했다. 회사와 협의해 연봉의 2.5배를 위로금으로 받았다. 회사는 ‘잡음을 내지 말 것’을 조건으로 달았다. B 씨는 “내 또래 퇴직자들을 보니 ‘결혼’이 중요한 변수인 것 같다. 결혼을 한 사람은 어떻게든 회사에 붙어 있으려고 했고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은 회사의 희망퇴직 요구에 비교적 쉽게 응했다”고 말했다. B 씨와 같은 그룹의 계열사에서 일하는 한 임원은 “지금 재계가 가장 몰두하는 게 ‘조용한’ 인력 구조조정이다. 인사팀은 ‘한번 고민해 보라’며 권유형으로 퇴직을 말한다. 그러고는 ‘퇴직금 플러스알파’를 제시한다. 회사 이미지를 고려해 잡음이 나지 않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싫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 2011년 중견 건설사에 입사한 C 대리(33)는 이달 초 인사 담당자로부터 희망퇴직 제안을 받았다. 인사 담당자는 “해외사업 상황이 안 좋아 50명 정도를 감원할 예정”이라며 “이달 안에 퇴직 의사를 밝히면 2년 치 연봉을 퇴직금으로 주겠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직원은 700명 정도다. 이 중 희망퇴직으로 7% 정도를 감원하겠다는 것이다. C 대리는 “사측이 희망퇴직을 강요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반발했지만 인사 담당자는 “내년에 퇴직하면 퇴직금이 깎일 수 있다”며 오히려 C 대리를 압박했다. 만약 C 대리가 끝까지 퇴직을 거부하면 인사팀은 최하 고과를 줄 것이 분명하다. 그럴 경우 연봉이 깎일 뿐 아니라 퇴직금도 대폭 줄어든다. 회사의 희망퇴직 권고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해외 수주 시장과 국내 주택 경기가 동시에 둔화되면서 건설업계도 구조조정의 된서리를 맞고 있다. 저유가 등으로 해외사업 여건이 악화되면서 매출 중 해외 부문 비중이 높은 회사들이 감원에 들어갔다. 삼성물산의 건설 부문은 지난해 9월 말부터 지금까지 임직원을 480명 이상 줄였다. 올해부터는 회사가 ‘상시적 인력구조 개선’에 나섰다. 희망퇴직 권고 대상자에는 사원급도 포함돼 있다. 위로금은 연봉의 2배 수준이다. 이에 앞서 3분기(7∼9월) 1조5000억 원 이상의 적자를 낸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달 초부터 전 직원이 돌아가면서 한 달씩 무급휴가를 내는 ‘무급순환휴직’을 시작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한 직원은 “감원을 막기 위해 사우회 측이 제안한 고육지책이었다”고 설명했다. 한화건설도 9월 부장급 이상 임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금융권에도 칼바람 불어 저금리와 저성장으로 장기 침체에 빠진 금융권도 최근 대규모 인력 감축이라는 홍역을 앓고 있다. 인터넷 금융 이용자가 늘어 창구 업무가 축소되면서 금융권의 구조조정은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15일 전체 임직원의 18%인 961명을 내보냈다. SC은행은 2018년까지 직원 1만5000명을 감축하기로 한 SC그룹의 글로벌 구조조정 계획에 따라 지난달 만 40세 이상, 10년 이상 근속한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퇴직 신청을 받았다. SC은행은 최근 대졸 공채 신입행원 50명 전원을 연봉제로 채용하는 등 성과주의를 확대하고 있다. 앞서 KB국민은행도 5월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해 1122명을 내보냈으며 희망퇴직을 매년 정례적으로 실시하기로 노조와 합의했다. 국민은행은 이르면 올해 안에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를 상대로 희망퇴직을 추가로 시행할 예정이다. 희망퇴직 대상자는 기존 임금피크제 대상 500여 명과 내년 임금피크제 대상자인 200여 명을 합한 700여 명이다. 우리은행도 임금피크제 대상자의 퇴직을 지원하는 ‘전직지원제도’를 통해 올해 상반기(1∼6월)와 10월 각각 192명, 13명을 감축했다. 내년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NH농협은행도 대규모 희망퇴직을 계획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내년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만 56세 직원을 대상으로 4일부터 8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는데 대상자 249명이 모두 희망퇴직을 선택했다. 매년 초 희망퇴직을 받는 신한은행의 경우 올해 초에 지난해의 2배가 넘는 311명이 퇴직했다. 신한은행도 내년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예정이어서 내년 초 희망퇴직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카드업계에도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고 있다. 메리츠화재가 3월 희망퇴직으로 400여 명을 내보냈고 현대라이프생명도 7월 5년 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받아 45명을 감축했다. 삼성생명은 10월 전직 지원 등을 통해 50명의 간부급 직원을 내보냈고 삼성카드도 같은 형태로 100명을 사실상 감원했다. 한 보험사에서 근무하는 D 씨(31)는 “요즘에는 제때 승진하지 못하면 40대 중반만 돼도 회사의 눈치를 보다 희망퇴직을 하거나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선배가 많아졌다”며 “정년은 늘어나는데 희망퇴직 연령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어 긴장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붐비는 실업급여 창구 17일 오후 3시경 서울 중구 삼일대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고용센터 1층 실업급여과. 40, 50대 장년층 20여 명이 실업급여 상담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실업급여라는 큰 글씨가 적힌 창구에서는 상담사들이 수급 자격을 설명하느라 분주했다. 그때 한 20대 여성이 문을 열고 들어와 준비해온 서류 뭉치를 꺼냈다. 얼마 전 결혼을 한 후 직장을 그만뒀다는 이 여성은 상담사에게 자신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지 묻기 시작했다. 고용센터에서 약 1시간 동안 머무는 가운데 20, 30대 젊은 청년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직원 E 씨는 “고용센터가 위치한 곳이 서울 중구여서 대기업 동향을 피부로 접하게 된다”며 “올해 들어 대기업 퇴직자가 부쩍 늘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엔 적어도 20년 이상 근속한 분들이 퇴직 대상이었는데 요즘에는 단기 근속자도 많이 온다”라고 말했다. E 씨는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 한 30대 여성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 여성은 육아휴직 중에 회사로부터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안내 받았다. 두 차례 임원 면담으로 희망퇴직을 권유받은 그 여성은 더 일하고 싶었지만 퇴직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 그 여성은 “휴직 중인 나에게까지 희망퇴직을 안내한 건 사실상 회사가 내보낸 거 아니냐”라며 실업급여를 신청했다. 하지만 ‘자발적 퇴직자’로 분류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었다. 퇴직하지 않을 시 인사상 불이익이 있었다는 것이 입증돼야 권고사직으로 보고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E 씨는 “그 여성이 일터로 복귀할 의사가 있었다는 걸 감안하면 억울한 심정도 이해된다”고 말했다. 요즘은 정보기술(IT) 업종에서 30대 퇴직자가 많다. E 씨는 “경쟁이 치열하고 기업의 체질개선이 빠르게 이뤄지다 보니 전보다 희망퇴직의 연령대가 낮아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한국 기업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곽도영 now@donga.com·천호성·박민우 기자박형준 lovesong@donga.com·박은서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을 단행함에 따라 이로 인해 신흥국의 경제위기가 얼마나 심화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양적완화로 풀린 천문학적인 자금의 상당 부분이 신흥국에 투자됐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이 자금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는 계기가 돼 경제가 취약한 일부 신흥국은 외화 유동성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돼 왔다. 특히 부채가 많은 브라질, 터키 등이 고위험국으로 꼽히고 있는 가운데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16일(현지 시간) 브라질 국가 신용등급을 투기 등급인 ‘BB+’로 강등했다.○ 신흥국 중에서도 “브라질, 터키 등 불안” LG경제연구원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돈 풀기’로 2009∼2014년 주식, 채권 투자, 대출 등의 형태로 신흥국에 유입된 해외자금이 3조5000억 달러(약 413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렇게 쏟아져 들어왔던 자금은 미 연준이 금리 인상 시그널을 강화하면서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에 신흥국에서 순유출된 외국인 주식 및 채권 투자금은 338억 달러(약 40조 원)였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4분기(―1194억 달러) 이후 7년 만에 최대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장에 넘쳐나는 유동성 덕분에 신흥국들이 맘껏 발행했던 외화표시채권의 만기도 줄줄이 돌아오고 있다. 17일 스위스 투자은행 UBS에 따르면 신흥국의 만기 도래 외채 규모는 올해 3450억 달러, 내년 5550억 달러에 달한다. 이후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4900억 달러의 만기가 돌아올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 인상에 따라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 신흥국들의 외채 상환 부담이 더욱 높아져 부도 위기에 몰리는 신흥국들이 나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브라질과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러시아 등이 ‘위기 진원지’ 후보로 꼽힌다. 브라질은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1.7% 감소하는 등 사상 최악의 경제침체를 겪고 있는 데다 달러 빚이 많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단기외채 규모가 큰 터키도 문제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말 현재 터키의 1년 미만 단기외채는 1295억 달러에 이른다. 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 가능성은 자원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들에 또 다른 악재다. 신환종 NH투자증권 글로벌 투자분석팀장은 “내년부터 러시아 가스프롬, 브라질 페트로브라스 등 국영 에너지 기업의 회사채 만기가 대거 돌아온다”며 “유가는 여전히 낮고,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늘어나면서 이들 국가의 재정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엇갈린 각국 통화정책도 혼란 부추길 가능성 커 기획재정부는 이날 내놓은 ‘중견국 경제동향과 취약요인 점검’ 자료에서 브라질 러시아 남아프리아공화국 태국 말레이시아 등 5개국을 미국의 금리 인상 이후 자본 유출 우려가 큰 나라로 분류했다. 다만 정부는 이들 국가에 위기가 발생해도 한국으로 전이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 만만치 않다. 신흥국 리스크도 문제지만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금리 정책이 제각각이라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금리를 인상했지만 일본, 유럽은 양적완화를 지속하는 등 통화 완화책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역시 17일에도 위안화 가치를 끌어내리는 등 위안화 평가절하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은 위안화 환율을 달러가 아니라 주요 13개국 통화로 구성된 통화바스켓에 연동하는 방식도 추진하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미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서 위안화 가치도 함께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엇갈리는 각국의 통화 정책을 두고 ‘대분열(그레이트 다이버전스)’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미국은 조이고, 유럽과 중국은 푸는 가운데서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한 금리 인상과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 사이에서 서로 다른 선택을 하고 있다. 브라질은 지난해 10월 이후 일곱 번에 걸쳐 기준금리를 연 14.5%로 끌어올렸다. 반면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앞서 10일 올 들어 4번째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전문가들은 각국 중앙은행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게 되면 고금리를 쫓아 글로벌 자금이 이리저리 이동하면서 시장이 출렁일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본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릴 여력이 있느냐, 금리를 내렸을 때 수출 확대 효과를 볼 만한 제조업 경쟁력을 갖췄느냐에 따라 각국이 다른 통화 정책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 “신흥국 타격땐 한국 수출도 초비상” ▼재계, 긴장속 대응책 마련 부심 “드디어 올 것이 왔네요. 앞으로 신흥국 수출이 얼마나 줄어들지가 관건입니다.” 전자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가 17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소식을 듣고 한 말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예고된 것이어서 한국 산업계는 비교적 차분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미국 금리 인상→달러에 대한 수요 증가→원자재 가격 하락→원자재 수출국 경제 침체’ 과정을 거치며 일부 신흥국이 위기에 빠진다면 한국 수출이 휘청거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자동차업계는 미국 금리 인상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 하락)하면 수출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기아자동차 1∼11월 미국 판매량 중 52%가 현지 생산이고 48%는 수출에서 나왔다. 환율이 상승하면 미국 자동차시장이 성장하는 상황에서 수익성이 개선돼 공격적 마케팅을 강화할 수 있다. 하지만 강한 달러 영향으로 신흥국에 투자됐던 자금이 빠져나가면 신흥국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 이 경우 신흥국 수요가 줄어든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신흥국에 수출하는 비중이 높은 편이다. 1∼11월 현대·기아차 판매량 중 중국 비중은 20.4%로 미국(17.7%)보다 높다. 브라질 비중은 2.8%, 러시아는 4.1%였다. 결국 미국 금리 인상은 자동차 업계에 ‘양날의 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자동차뿐 아니라 반도체, 디스플레이, 석유화학제품, 자동차 부품 등 신흥국 수출 비율이 높은 업종은 대체로 미국 금리 인상의 긍정 및 부정적 영향을 모두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년에 신흥국에 수출하는 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은 부정적이지만, 수출품 대부분이 달러로 결제되기 때문에 달러 강세로 인한 환차익은 긍정적 요인”이라고 말했다. 반면 철강 및 조선업계는 미국 금리 인상을 우려하며 긴장하고 있다. 신흥국 철강 수요가 위축되면서 국내 철강사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달러 강세가 되면 달러 표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게 돼 국제시장에서 중국산 철강 제품과의 가격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 조선업계 또한 신흥국에서 선박 발주가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 강한 달러로 국제 유가 하락세가 고착화되면 해양플랜트 발주량이 줄어들고, 해양플랜트 취소 사태가 추가로 발생할 수도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계약을 달러화로 맺는 만큼 금리 인상이 달러 강세로 이어질 경우 매출 증대와 가격 경쟁력 제고라는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경기가 위축되면 선주사들의 금융 조달이 어려워져 시황이 악화될 수 있어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명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정책팀장은 “국가부도 위험이 높거나 경쟁력이 약한 일부 신흥국 위기에 대한 수출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한다. 외환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위험 국가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나갈 때”라고 말했다. 장윤정 yunjung@donga.com / 세종=홍수용 / 이건혁 기자 박형준 lovesong@donga.com·강유현 기자}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 겸 수펙스추구협의회 전략위원장(61)과 김영태 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60)이 2016년 SK그룹 임원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최태원 회장의 경영 공백 기간에 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온 점을 높게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16일 내년도 그룹의 조직 개편 및 임원 인사를 했다. 지난해에는 부회장 승진이 한 명도 없었지만 올해는 2명의 부회장 승진자가 나왔다. 정 신임 부회장의 경우 지난해 37년 만에 적자를 낸 SK이노베이션을 올해 흑자로 돌아서도록 진두지휘했다. 특히 올해는 국제유가 하락과 경기 부진 등으로 시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선전했다는 평을 받았다. 김 신임 부회장은 그룹 운영 체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한편 구성원 역량을 결집시킨 능력을 높이 평가받았다. 사장단 인사에서는 지난해 주력 계열사 사장을 대부분 바꿨기 때문에 올해는 3개 계열사 사장을 교체하는 데 그쳤다. SKC 사장에 이완재 SK E&S 전력사업부문장(56)이, SK종합화학 사장에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김형건 사장(54)이 각각 내정됐다. 이 신임 사장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에서의 다양한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SKC의 체질개선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김 신임 사장은 풍부한 글로벌 경험을 기반으로 SK종합화학의 글로벌 확장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사장에는 송진화 SK이노베이션 Biz.Innovation본부장(44)이 전격적으로 발탁됐다. 송 신임 사장은 1971년생으로 미국 조지아공과대 산업시스템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엑손모빌 등 글로벌 기업을 거쳐 2011년 SK이노베이션에 합류했다. SK 고위 관계자는 “능력이 있으면 나이에 상관없이 발탁 인사를 한다”고 설명했다. SK그룹은 이날 82명의 신규 임원 선임을 포함해 137명의 승진 인사를 했다. 임원 승진자 수가 지난해보다 20명이나 늘어났다. SK 측은 “올해 SK이노베이션의 실적 회복과 SK하이닉스의 사상 최대 실적 등이 반영된 결과”라며 “공적이 있는 곳에 승진이란 상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실적이 좋은 SK하이닉스의 경우 19명의 임원 승진자를 대거 배출했다. 전체 승진자 137명 중 40대는 지난해 48%였지만 올해는 59%로 늘어났다.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 조대식 SK㈜ 사장 등 주요 계열사 CEO는 모두 유임됐다. 지난달 관세청의 시내 면세점 재심사에서 탈락해 서울 광진구 워커힐면세점 사업을 접게 된 SK네트웍스는 이번 인사에서 면세사업본부를 없앴다. 권미경 면세사업본부장(전무)은 고문으로 물러났다. SK그룹은 조직 개편을 통해 지금까지 6개의 위원회와 1개의 특별위원회로 운영되던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위원회를 7개로 재편했다. 기존 전략위원회와 ICT기술·성장특별위원회를 합쳐 에너지·화학위원회와 ICT위원회 등 2개의 위원회로 나눴다. 각 위원회는 전문성 강화와 신성장 동력 발굴 등을 담당하게 된다. SK그룹 이만우 PR팀장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젊고 유능한 인재를 전진 배치하는 세대교체형 인사를 했다”며 “이를 통해 창조적 혁신을 바탕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고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박형준 lovesong@donga.com·박선희 기자}
한국의 산업경쟁력을 고려해 현행 규제 중심의 환경정책을 개선하고 에너지 신산업을 통해 환경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6일 ‘산업경쟁력을 고려한 환경정책 방향’ 보고서를 통해 “주요국은 자국 여건을 충분히 고려해 환경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한국의 환경규제는 미국 일본 등 주요국에 비해 강하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등 온실가스 감축기술에 경쟁우위가 있는 유럽연합(EU)은 국가단위 배출권거래제를 선제적으로 시행한 반면 미국 일본 등은 시범사업 수준의 지역단위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며 자국의 산업경쟁력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검토 중이다. 전경련 유환익 산업본부장은 “새 정부 들어 친환경 기술개발을 장려하는 지원책은 줄고 있는 반면 규제 법안만 강화됐다”며 “규제보다 친환경차,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신산업 활성화를 통해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올해 8월 사면복권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은 첫 임원인사에서 쇄신보다 안정을 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실시하는 정기 임원인사에서 SK㈜,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네트웍스 등 핵심 5개 계열사 사장을 모두 유임시킨다. 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김창근 의장도 유임된다. SK그룹 고위 관계자는 15일 “지난해 주요 계열사 사장들을 대부분 교체하는 혁신을 했고, 이들 대부분이 올해 좋은 실적을 보였기 때문에 교체할 필요성이 낮다”며 “내년은 현 체제 속에 ‘주마가편(走馬加鞭·달리는 말에 채찍질하기)’의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대식 SK㈜ 사장,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 문종훈 SK네트웍스 사장 등 주력 5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는 모두 유임될 것으로 보인다.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7개 위원회 위원장도 대부분 유임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내년 3월로 3년 임기가 끝나는 백석현 SK해운 사장은 교체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임원 선임을 포함해 승진 인사 규모는 작년 수준(신규 87명을 포함해 117명)에 못 미치는 100명 안팎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SK 관계자는 “올해뿐 아니라 내년 경영 상황도 불확실해 승진 인사를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지난해 부회장 승진자는 한 명도 없었다. 현재 SK그룹에는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그룹 수석부회장, 사촌형인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임형규 ICT위원회 위원장 등 3명의 부회장이 있다. 최 회장은 이번 인사를 마무리 지은 후 지주사인 SK㈜와 핵심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의 등기이사직에 복귀하는 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그룹 오너들이 권한만 누리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어 최 회장이 책임경영 차원에서 주요 계열사의 등기이사를 다시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내년 2월과 3월 열리는 계열사별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 복귀가 결정될 예정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2월 대법원에서 회삿돈 횡령 혐의로 징역 4년을 확정받은 뒤 같은 해 3월 모든 계열사 대표이사직에서 사퇴했다. 이에 따라 현재 SK그룹 회장이지만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린 계열사는 한 곳도 없다.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LS산전은 충북 청주시에 있는 청주 1사업장에서 저압차단기와 개폐기(두꺼비집) 등을 생산한다. 과거 각 라인당 직원 대여섯 명이 있었지만 지금은 한두 명으로 줄었다. 그러고도 생산성과 품질은 더 좋아졌다. 어찌된 일일까. 저압차단기를 생산하는 G동 1층에 들어서면 무인 운반차부터 눈에 띈다. 무인 운반차는 통로 바닥에 테이프처럼 붙어 있는 궤도에 따라 자동으로 원료와 완제품을 실어 나른다. 만약 물리적 충격을 느끼면 그 자리에서 멈춰 서 경고음을 낸다. 무인 운반차가 옮긴 완제품을 포장하는 라인도 100% 자동화돼 있다. 중량감지 센서를 통해 포장재의 크기가 자동으로 정해진다. 포장 로봇은 품목별로 다른 크기의 상자에 정확히 제품을 넣어 포장을 마무리한다. 각 공정마다 자동화 기기인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가 설치돼 있다. PLC는 하루 평균 50만 건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역할을 한다. 전 공장에 걸쳐 수집된 정보는 현재 공정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불량이 일어난 곳은 없는지 알려주는 빅데이터로 활용된다. 라인 중간중간 카메라 플래시처럼 조명 빛이 주기적으로 터진다. 이는 완제품의 품질을 검사하는 또 다른 로봇이다. 맨눈으로 검사하면 작업자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품질 검사 로봇을 통해 그 편차를 최소화한 것이다. LS산전은 청주 1사업장을 스마트공장의 대표 사례로 꼽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6월 스마트공장을 핵심으로 하는 ‘제조업 혁신 3.0’ 정책을 내놓기도 전인 2010년부터 스마트공장을 준비했다. 7일 황교안 국무총리가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스마트공장의 효과는 컸다. 저압차단기 라인의 경우 38개 품목을 생산하는데 하루 생산량이 기존 7500대에서 최근 2만 대로 늘었다. 불량률은 97PPM(Part Per Million·100만 개를 생산할 때 나오는 불량품 수)으로 급감했다. 97PPM은 최우수 글로벌 공장 수준이다.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자동 분석을 통해 사전에 공정 이상이나 불량품을 감지해 즉시 문제를 처리한 덕분이다. 필요한 자재를 필요할 때 자동적으로 들여놓다 보니 설비 대기 시간은 절반으로 줄었다. 에너지 사용량이 60% 이상 줄었고 라인당 작업 인원도 절반 이하로 줄었다. LS산전은 남은 인력을 신규 사업 라인으로 재배치했다. LS산전 관계자는 “스마트공장으로 바꿨더니 품질 향상이 가장 두드러졌고, 작업 속도도 눈에 띄게 빨라졌다”며 “부분적으로 진행된 스마트화를 앞으로도 계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LS산전은 10월 경기 안양 LS타워 본사에서 자동화 분야 소프트웨어 전문 중소기업인 브레인넷(생산 관리), 이메인텍(설비 관리), 유디엠텍(공정 감시) 등 3개사와 스마트공장 구축 사업 및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각각 맺었다. 5년간 쌓인 스마트공장 운영 노하우를 중소기업에 전파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2040년에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한 명이 부담해야 할 사회복지비용이 최대 491만 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4일 ‘인구 감소와 경제시스템 위기’ 보고서를 통해 “2040년까지 생산가능인구가 21.9% 줄어들면서 생산가능인구 1인이 짊어져야 할 사회복지비용 규모가 광역시도별로 최소 164만 원에서 최대 491만 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16년 기준 생산가능인구 1인당 사회복지비용 부담은 최소 137만 원에서 최대 366만 원이다. 연평균 0.5∼1.7%씩 증가해 2040년에는 2016년 대비 13.7∼50.1% 늘어나는 것이다. 2040년 생산가능인구 1인당 사회복지비 부담액을 16개 광역시도별로 보면 전남이 491만 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전북 410만 원, 경북 372만 원, 강원 341만 원, 부산 329만 원, 대구 302만 원 순이었다. 2016∼2040년 1인당 사회복지비 부담 증가율은 부산이 50.1%로 가장 높았고 대구 46.7%, 경북 38.0%, 서울 36.3% 순이었다. 허원제 한경연 연구위원은 “산출된 비용은 사회복지 지출이 현재 수준으로 유지된다는 가정 아래에서 추정한 결과”라며 “사회복지 지출이 현 수준보다 더 늘어나면 1인당 부담비용도 비례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복지 지출을 줄이든지 생산가능인구를 늘려야 한다. 허 연구위원은 구체적으로 △유사 혹은 중복 복지사업 정리 △선심성 복지사업 폐지 △시급성에 따른 우선순위 복지사업 선(先)시행 △생산인구 확보를 위한 이민 확대 제도 개선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가장 아름답고 평화적인 혁명이 이뤄졌다. 지구를 위한 위대한 날로 기억될 것이다.”(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지구를 구하기 위한 최선의 기회이자 전 세계를 위한 전환점이다.”(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글로벌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이 12일 타결되자 전 세계 주요 지도자들은 한목소리로 환영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팽팽한 신경전 속에 막판까지 협상이 난항을 겪었지만 양측이 한 발씩 양보하면서 극적으로 합의 도출에 성공했다.○ 신기후체제 청사진 완성 교토의정서를 대신해 2020년부터 발효되는 파리협정은 신기후체제를 끌고 가게 될 청사진으로 평가받는다. 교토의정서가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의무적으로 부과했던 것과 달리 파리협정은 개도국을 포함한 195개 당사국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29개항으로 구성된 협정문에는 △감축 목표 △적응 △재원 마련 △기술 지원 등의 합의 내용이 빼곡히 담겼다. 우선 지구 온도 상승의 제한 폭과 관련해 회원국들은 ‘2도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1.5도 이하’의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각국의 감축 목표량이 모두 달성된다 하더라도 2.7도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한다’는 메시지다. 이는 몰디브, 투발루를 비롯한 도서 국가들의 요구사항을 대폭 수용한 것. 이 국가들은 “2도 상승은 섬나라들이 물에 잠겨 없어진다는 의미” “우리에겐 절박한 생존의 문제”라며 상승폭을 1.5도 밑으로 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해왔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법적 구속력과 관련해 감축목표(NDC) 부분에서는 자발적인 기여를 인정해 각국이 제출한 목표치를 그대로 받아들였고 구체적인 의무 할당량 수치나 미(未)이행 시 처벌조항 등은 넣지 않았다. 그 대신 5년마다 이행 상황 보고를 의무화하고 이를 위한 국제사회 공동의 이행점검(Global Stocktaking) 시스템을 만들도록 해 형식적으로는 법적 구속력을 갖췄다. 중국과 인도가 의무화에 반대했지만 결국 받아들이는 쪽으로 선회했다.○ ‘윈윈(win-win) 전략’ 통했다 선진국들이 개도국 지원을 위한 재원 마련에 합의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은 매년 1000억 달러(약 118조 원)를 지원하고 기술 전수와 정보 공유 등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협정은 또 유엔협약 중심의 탄소시장 외에도 당사국 간의 자발적 협력을 통해 국제탄소시장 메커니즘을 설립할 수 있도록 했다. 개도국의 배출량 검증 및 가격 산정의 투명성 문제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시장을 통한 거래 활성화의 필요성을 인정한 결과다. 막판까지도 치열한 협상전을 벌였던 선진국과 개도국은 파리협정에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다. 협정문이 최종 통과되자 총회장에 모여 있던 2000여 명의 각국 대표는 기립박수를 쳤고 서로 껴안으며 인사를 주고받았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선진국들은 개도국들에 대한 보상 및 지원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관련 조항들의 의무화는 피해가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는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과 일본, 유럽 국가들은 개도국의 손실과 피해 지원에 법적 구속력을 두는 것을 넘을 수 없는 금지선(red line)으로 여겼다”고 전했다. 개도국들은 지구 온도 상승 목표치와 재원 규모 등에서 요구사항이 상당히 반영됐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인도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20개 개도국 그룹인 ‘LMDC’의 구르디알 싱 니자르 대변인은 “개도국들의 이해를 고려한, 균형 잡힌 합의”라고 평가했다.○ 위기이자 기회, 그 새로운 시작 구체적인 이행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협정이 ‘말잔치’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출신의 기상학자인 제임스 핸슨 박사는 이번 협정에 대해 “행동이 수반되지 않는 의미 없는 약속일 뿐”이라고 혹평했다. 국내에서는 위기이자 기회인 신기후체제로의 전환에 본격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환경운동연합은 성명을 내고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강력한 신호”라며 “재생에너지 확대 등을 통해 에너지 정책을 전면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업들은 온실가스 감축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제조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한국의 산업 현실을 감안할 때 온실가스 감축 의무 부과는 경제성장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도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 에너지 효율화 등을 통해 온실가스를 추가로 줄이도록 노력하겠지만 대폭 감축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내놨다.이정은 lightee@donga.com·박형준 기자 / 파리=전승훈 특파원}
SK그룹과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는 “사우디텔레콤(STC)과 함께 중동 시장에 진출할 한국 벤처기업을 공동으로 선발해 육성하는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지난달 공모전을 실시했고 내년 1월 중순 최종 2개 벤처업체를 선발할 예정이다. 최종 심사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사업화를 직접 지원할 STC 관계자도 참석한다. 대전센터는 이들 업체가 조기에 정착하도록 1000만 원을 제공하고 KOTRA와 연계해 사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SK는 그룹 내 사업부서를 벤처기업과 매칭시켜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 STC는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오픈한 인큐베이팅 센터 ‘인스파이어 유’의 사무실을 무상으로 내주고 시장 정보를 제공하거나 투자자를 소개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3월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을 순방했을 때 대전센터와 SK가 사우디 최대 국영 통신사인 STC에 창조경제 모델을 수출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대전센터 측은 “중동 국가에 진출할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한국 창조경제가 사우디 정부의 포스트 오일 시대 준비에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GS에너지는 올해 5월 13일 한국 에너지 역사를 다시 썼다. 국내 유전개발 사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원유 매장량 확보에 성공한 것. GS에너지는 7400억 원을 투자해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 육상생산광구 조광권(원유를 채굴해 처분할 수 있는 권리) 지분 3%를 취득하고 지분에 대한 권리를 40년간 보장받았다. 2011년 이명박 정부가 자원외교의 대표적 성과로 내세웠던 UAE와의 원유개발 사업이 최종 결실을 맺은 것이다. 현재 저유가로 인해 GS의 원유 확보가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고유가 국면으로 바뀌면 아부다비 육상생산광구 조광권은 한국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부다비 육상생산광구는 총 매장량이 271억 배럴로 하루 약 160만 배럴을 생산하는 초대형 유전이다. 과거 75년간 엑손모빌, 토탈, 셸 등 글로벌 석유 메이저 회사들만이 참여해왔지만 계약기만 만료로 재입찰을 하게 됐고 GS에너지가 기회를 잡았다. 이 광구는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가 지분 60%를 보유하고 GS에너지 외에 프랑스 토탈(10%), 일본 인펙스(5%)가 참여하며 나머지 지분 참여 회사는 현재 선정 중이다. GS에너지는 이번 입찰에 성공하면서 하루 약 5만 배럴, 40년간 약 8억 배럴의 원유 생산량을 확보하게 됐다. 지난해 한국의 연간 원유 도입 물량은 약 9억2000만 배럴이었다. 아부다비 육상생산광구는 이미 원유를 생산 중인 광구로 탐사 및 개발에 대한 위험이 없다. 또 해당 광구에서 생산되는 원유는 국제시장에서 두바이유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머반유 유종으로 유황 함유량이 적어 휘발유나 경유 등의 제품 수율(收率·원료 투입량 대비 제품 산출량)이 높다. GS에너지 관계자는 “이번 지분 확보로 40년간 안정적인 현금 창출원을 확보하게 됐다”며 “올해 7월 말부터 전량이 국내로 들어와 향후 국가 에너지 안보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GS에너지는 이번 국제입찰 과정에서 한국석유공사와 함께 참여해 기술 및 상업성 심사, 기술 실사 등을 받으며 토탈, BP, 셸 등 글로벌 석유 메이저사들과 경쟁을 펼쳤다. 최종 낙찰을 받았다는 것은 UAE가 GS에너지의 기술력을 인정했다는 의미다. 한국 정부의 지원도 큰 힘이 됐다. 정부는 2011년 아부다비 정부와 ‘석유·가스 분야 개발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그 이후 이번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양국 정상이 상호 방문을 하면서 신뢰를 구축했던 게 조광권 획득의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GS에너지 나완배 부회장은 “글로벌 석유 메이저들만이 참여할 수 있었던 광구에 GS에너지가 참여할 수 있게 된 데에는 정부와 석유공사의 적극적 지원과 협조가 큰 역할을 했다”며 “GS에너지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안정적 수익을 만들어 낼 뿐 아니라 국익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GS에너지는 GS그룹 내 에너지전문 사업지주회사로 GS칼텍스, GS파워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LG디스플레이의 프로모션 담당 이정한 상무는 최근 유럽 출장길에서 깜짝 놀랐다. 영국의 대형 가전 매장 내 가장 주목도 높은 한가운데 전시 공간에서 LG 로고를 단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봤기 때문이다.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다른 국가의 가전 매장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 상무는 “지난해만 해도 LG TV는 대체로 구석에 전시됐지만 올해 들어 가장 좋은 전시 공간을 꿰차고 있다. OLED TV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짐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LG그룹은 올해 OLED TV 및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했다. OLED는 액정표시장치(LCD)와 달리 화면을 구성하는 픽셀 하나하나가 스스로 빛을 내 화질이 뚜렷한 것이 최대 장점이다. 기존 발광다이오드(LED) TV보다 응답 속도도 100배 이상 빨라 잔상(殘像)이 없는 자연스러운 화면을 구현한다. 광원(백라이트)이 필요 없어 두께가 얇고 전력효율도 좋아 차세대 초고화질 TV로 꼽힌다. LG전자는 2013년 1월 55인치 OLED TV를 세계 최초로 한국에 내놓으면서 TV 시장에 혁명을 일으켰다. 경쟁사들은 “OLED TV는 상용화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며 초고화질(UHD) LCD TV에 집중했지만 LG전자는 미래를 보고 과감하게 OLED에 투자했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OLED TV 시장은 2015년 100만 대, 2016년 200만 대, 2017년 400만 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TV용 패널과 관련해 개발부터 생산, 판매까지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중소형 OLED 시장에서 플라스틱 OLED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연구개발(R&D)을 진행 중이다.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와 자동차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OLED 제품을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가 신시장 개척에 나서자 점차 후발주자들도 생겨나고 있다. 중국의 스카이워스, 창훙, 콩카가 UHD OLED TV를 출시했고, 일본의 파나소닉도 UHD 해상도의 65인치 OLED TV를 유럽시장에 내놨다. LG 측은 “중국 가전업체들이 OLED TV 제조에 뛰어들수록 OLED 시장이 더 빠르게 커질 것”이라며 경쟁자 진입을 경계하기보다 오히려 환영하고 있다. 올해 들어 OLED에 대한 LG의 투자는 더 공격적이다. 지난달 27일 경기 파주 공장에 OLED 중심의 P10라인을 새로 짓기로 하고 1차로 1조8400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공장 부지는 직전 공장인 P9보다 1.5배 큰, 축구장 14개 크기의 규모(382×265m)로 100m 이상 높이로 세우기로 했다. P10라인에 최종적으로 투자될 금액은 10조 원 이상이다. 최근 실시된 2016년 임원인사에서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기존에 없던 OLED 시장을 개척한 공로를 인정한 것이다. 한 부회장은 “OLED는 디스플레이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며 “P10라인 투자는 한국이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OLED를 통해 경쟁국의 추격을 뿌리치고 지속적으로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역사적 투자”라고 말했다.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여러분, 먼저 최근 개봉된 영화 ‘베테랑’을 잠시 감상하시죠.”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이 7일 오후 중앙대 법대 대강의실 강단에 섰습니다. ‘베테랑’이란 단어에 100여 명의 학생들 눈빛이 반짝였습니다. 16만 회원사를 대표해 대통령 해외 순방에 단골로 동행하고, 각종 기업 관련 행사에 참여하느라 분초를 쪼개 사용하는 상의 부회장이 왜 대학생들 앞에 섰을까요. “1300만 명이 관람한 영화 베테랑이나 인기 TV 드라마를 보면 기업인의 모습이 한결같이 부정적입니다. 회장님은 인자한 얼굴 뒤에 추악한 내면을 숨긴 인물로 묘사되고, 사모님은 고상한 외모 뒤에서 속물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실제는 어떨까요.” 이 부회장은 ‘한국 기업 톡톡톡’이란 제목을 붙인 파워포인트 자료를 하나하나 넘기며 한국 기업 이야기를 풀어갔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병철 삼성 창업주에게 ‘기업의 역할이 무엇이냐’고 물었던 일화도 소개했습니다. 이 창업주는 “사업을 일으켜 많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생계를 보장해 주고, 세금 납부를 통해 국가 운영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합니다. 이 부회장은 “현실에서는 피부암으로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고도 부도 난 회사를 살리겠다며 죽기 살기로 회사를 정상화시킨 대기업 회장, 개도국에 ‘착한 기술’을 나누는 최고경영자(CEO) 등과 같은 모습이 대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미래를 이끌어갈 대학생들이 현실 속 기업과 기업인을 근거 없는 불만과 편견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강연 직후 공항으로 향한 이 부회장은 베트남 출장 뒤 10일 오전에 귀국해 그날 오후 세종대에서 또 강연합니다. 2011년 11월에 첫 대학 강연을 한 이후 지금까지 대학 5곳, 기업 8곳에서 강연했습니다. “굳이 상의 부회장이 직접 강연에 나설 필요가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최근 기업 호감도가 44.7점으로 조사될 정도로 형편없습니다. 대내외 경제 환경이 좋지 않아 기업들이 사업계획을 못 짜고 있을 정도인데 국민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아서 되겠습니까. 기업 재평가가 이뤄질 때까지 계속 강의할 계획입니다.” 이 부회장의 답변입니다.박형준·산업부 lovesong@donga.com}
국내 주요 그룹들이 내년 국내외 비즈니스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 사업 계획 구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동아일보가 3일 10대 그룹에 내년 사업 계획(투자와 고용 포함)을 설문조사한 결과 4개 그룹이 “올해보다 더 보수적으로 짜고 있다”고 답했다. 나머지 6개 그룹은 올해와 비슷했다. 더 공격적으로 짜는 그룹은 한 곳도 없었다.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커 10대 그룹이 내년에 공격적 경영에 나서길 주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10대 그룹의 매출액(1071조 원)은 국내 제조업 전체 매출액(2231조 원)의 48%를 차지했다. 한국 경제를 이끄는 성장 엔진 역할을 해 왔고 그 과실이 중견, 중소기업으로 퍼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에는 10대 그룹의 낙수효과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10대 그룹 중 4개 그룹은 내년 사업 환경의 불확실성에 대해 ‘올해보다 더 크다’고 답했고, 6개 그룹은 ‘올해와 비슷하다’고 했다. 그룹에 가장 위협이 되는 불확실성(복수 응답)에 대한 질문에 8개 그룹이 ‘중국 성장 둔화’를 꼽았다. 이어 ‘전 세계적인 저성장’(6개 그룹), ‘환율’(4개 그룹), ‘미국의 금리 인상’(4개 그룹), ‘총선용 포퓰리즘 정책’(3개 그룹) 등의 순이었다. 위기 돌파를 위한 성장동력으로는 10대 그룹 가운데 절반이 ‘정보기술(IT)’과 ‘융합’이란 키워드를 꼽았다.박형준 lovesong@donga.com·정세진 기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처리하면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란 걸 만들어 낸 게 포퓰리즘을 보여주는 발상 아니겠습니까. 내년 총선 앞두고 대기업을 때리는 정책이 얼마나 많이 나올지 걱정입니다.” 10대 그룹에 속하는 대기업의 한 임원이 한 말이다. 대기업은 세계적 저성장, 예측하기 힘든 환율 등과 같은 불확실성에 시달릴 뿐 아니라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포퓰리즘 정책 변수도 고민하고 있다. 10대 그룹 설문 조사에서도 3개 그룹은 그룹에 가장 위협이 되는 불확실성(복수 응답)으로 ‘총선용 포퓰리즘 정책’을 꼽았다. 불확실성이 크면 기업은 보수적으로 경영 계획을 세울 수밖에 없다. 실제 10대 그룹은 예외 없이 올해보다 더 보수적이거나 비슷하게 내년 사업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조사됐다. ○ “외환위기와 유사한 상황” 현재 주요 그룹의 위기감은 심각한 상황이다. 4대 그룹의 한 임원은 “내년 경제 상황이 안 좋기는 하지만 올해 반동으로 어떻게든 굴러갈 것이다. 하지만 내후년에는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경제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올해 들어 대기업들이 전례 없이 자율적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도 이 같은 위기감을 느낀 결과물”이라고 해석했다. 최근 위기감은 각종 위기 요인에 대해 손 쓸 도리가 없다는 점 때문에 더 증폭되는 양상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 순환적 측면을 넘어 구조적으로 저성장에 빠져 있고, 과거 한국 기업이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으로 성장했지만 지금은 중국이 그 전략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며 “이런 환경 변화는 한국 기업들이 노력한다고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중국 성장 둔화’나 ‘미국의 금리인상’ 등 위기 요인도 마찬가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10대 그룹은 당장 내년 경영 전략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삼성전자의 경우 내년 반도체 수요 예측에 고심하고 있다. 반도체는 거의 모든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필수품. 하지만 중국 경제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 미국의 금리인상 여부에 따라 신흥국들이 휘청거릴 수 있어 지금 단계에서 수요를 예측하기가 힘든 상태다. 철강산업은 중국산 철강재의 과잉공급이 해소되고 있지 않아 포스코는 내년에도 어려움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조선·해운도 글로벌 수요가 회복되지 않는 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10대 그룹의 내년 경영전략 키워드는 ‘위기 타개형’이 많았다. 현대자동차, LG, 포스코, 현대중공업, 한진, 한화 등 6개 그룹의 경우 내년 경영 전략에 수익성 개선, 경영 내실화, 경쟁력 강화, 성장 모멘텀 회복 등과 같은 키워드가 포함돼 있었다. ○ ‘정보기술(IT)’과 ‘융합’에 집중 투자 10대 그룹들은 위기를 느낄수록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특징을 보인다. 장석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기업의 실적은 언제나 불황 때 잘하는 기업과 못하는 기업의 차이가 더 크게 벌어진다”며 “힘들 때일수록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더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은 사물인터넷(IoT), 바이오제약, 자동차용 전지 등 3가지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IoT 개발자 지원에 1억 달러(약 1160억 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2017년까지 삼성전자의 TV에, 2020년까지 삼성의 모든 제품이 IoT로 연결될 수 있게 만들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출범시키고 친환경 차량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새로운 기회를 엿보고 있다. 차량과 IT의 결합도 성장동력 중 하나로 보고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SK(융합을 통한 사업 확장), 포스코(기술과 마케팅 융합), 현대중공업(조선과 IT 접목) 등 그룹도 IT 및 융합에 주목하고 있다. 성장동력 사업이 점차 구체화되면서 앞으로 그룹의 이미지도 점차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인 예가 LG그룹이다. LG는 현재 ‘친환경 자동차부품’과 ‘에너지 솔루션’ 사업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전자와 디스플레이, 화학 등을 주력으로 하는 현재 그룹의 모습이 10년 후 크게 바뀔 수 있는 것이다. 박형준 lovesong@donga.com·강유현 기자}
저성장 여파와 자영업자의 낮은 수익성으로 인해 가계소득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일 ‘가계소득 현주소 및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최근 10년간 가계소득 증감 원인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소득은 2004년 490조2000억 원에서 지난해 788조8000억 원으로 연 4.9%씩 증가했다. 1990년대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연 12.4% 성장했을 때 가계소득도 연 11.4%로 두 자릿수 성장을 했지만 2011년부터 저성장이 지속되면서 가계소득이 4%대로 주저앉은 것이다. 가계소득에서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영업자 소득의 경우 연 2.9% 증가하는 데 그치면서 평균 가계소득 증가율(연 4.9%)을 밑돌았다. 2013년 기준 자영업자의 연간소득(2072만 원)은 근로소득자(3074만 원)의 67.4%에 불과했다.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27.4%(2013년 기준)로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달러를 넘는 고소득 국가의 평균 비율 11.6%,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비율 15.8%보다 높았다. 전경련은 “자영업의 수익성이 낮은 데다 자영업자 수는 많다 보니 전체 가계소득 증가율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또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지출이 지난 10년간 1.7배로 빠르게 늘어난 것도 가계소득 증가를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분석했다.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의료, 금융, 정보서비스 등 고임금인 지식집약 서비스업을 활성화해 자영업자를 양질의 임금근로자로 흡수해야 가계소득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 ‘한일 수교 50주년 기념 재즈 콘서트’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붙어 있는 무대에 일본 재즈 피아니스트인 오조네 마코토(小曾根眞)가 입장했다. 그는 첫 곡으로 피아노 솔로 ‘오텀 리브스(Autumn Leaves)’를 연주하며 콘서트의 시작을 알렸다. 로맨틱한 피아노곡이기에 눈을 감고 감상하는 관객들도 보였다. 일본 기타리스트 요시다 지로(吉田次郞)가 한복을 입고 등장하자 객석에서는 “와∼” 하는 탄성이 나왔다. 그는 본인이 편곡한 3곳을 잇달아 연주했는데 그중에는 한국민요 ‘아리랑’도 들어 있었다. 귀에 익은 듯하면서도 한편으로 색다른 느낌이 나는 연주가 끝나자 관객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LG그룹은 “민간 차원의 한일 문화예술 교류를 활성화하고 한일 간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이번 콘서트를 개최했다”고 1일 밝혔다. 특히 ‘음악을 통해 한일 가교 역할을 하자’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의지가 크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 공연을 관람하기도 한 구 회장은 콘서트에 앞서 진행한 내빈 초청 리셉션에서 “재즈는 정해진 틀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을 열고 자유롭게 어울려 연주하는 음악으로 알고 있다”며 “한국과 일본도 다양한 민간 차원의 문화 예술 교류를 통해 서로 마음을 열고 소통하면서 보다 발전적인 관계로 나아가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에는 오조네, 요시다 씨 외에도 트럼펫 연주가 히노 데루마사(日野皓正), 한국의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 색소폰 연주가 이정식 등 8명이 출연했다. 히노 씨는 상대에 대한 존경과 이해를 바탕으로 평화로운 세계를 만들자는 의미로 작곡했다는 ‘존경’을 이정식과 함께 트럼펫 및 색소폰 연주로 선보였다. 웅산은 “한 무대에 서기 어려운 훌륭한 연주자들과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어 뜻깊고 감사한 마음”이라며 “우리의 가까운 이웃나라인 일본과 앞으로도 건설적이고 우호적인 관계가 이어지기를 예술가의 한 사람으로서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날 콘서트에는 벳쇼 고로(別所浩郞) 주한 일본대사 등 주한 외교사절단과 한일의원연맹 김태환 회장 대행(새누리당 의원) 등 양국 초청 인사 300여 명을 포함해 약 1000명이 참석했다. 벳쇼 대사는 “음악은 마음을 연결하는 장르인 만큼 한국과 일본도 하나가 되어서 새로운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LG아트센터는 11월 한 달 동안 한일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세계적인 연출가 니나가와 유키오(권川幸雄)가 연출한 일본 공연팀의 연극 ‘해변의 카프카’를 선보였다. LG는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당시에는 피해 복구를 위한 성금으로 1억 엔(약 9억4000만 원)을 기부하고 생활용품도 전달했다. 당시 구 회장은 히타치(日立), 도시바(東芝), 파나소닉, 알프스전기, 무라타(村田) 제작소 등 사업 관계가 있는 일본 기업에 직접 위로의 뜻을 담은 편지를 전달했다.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한국 경제는 국내외 협공을 당하는 심각한 상태다. 무지의 문제가 아니라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이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다.”(송정숙 전 보건사회부 장관) “그냥 위기가 아니다. 미증유의 경제위기다. 그런데 정치권은 정파적 이익에 포로가 돼 위기 대처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교수, 전직 장관, 변호사, 의사 등 지식인 1000명을 대표해 7명의 지식인이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미증유의 경제위기 적극 대처를 촉구하는 지식인 선언’을 했다. 이들은 성명서와 기자회견 발언에서 ‘백척간두의 위기’ ‘구조개혁은 피할 수 없는 지상과제’ ‘외환위기보다 더 심각한 상태’ 등과 같은 격한 단어들을 수시로 사용했다. 조동근 교수는 성명서를 읽으며 “백척간두의 경제위기를 목전에 두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국민적 상황 인식과 정치권의 대처 의지는 매우 우려스럽다. 사려 깊지 못한 인기영합의 경제민주화가 던진 충격파로 ‘저성장의 구조화’는 부정할 수 없는 경제 현실이 됐다”고 지적했다. ▼ “국회는 경제법안 즉각 처리, 勞는 쟁의 자제를” ▼성명서 낭독 후 7명의 지식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국회는 경제활성화 법안 즉각 처리하라” “정치권은 노동시장 개혁 적극 추진하라” “노동계는 쟁의 자제하고 기업 경쟁력 강화에 동참하라” “기업은 신성장동력 확보 위한 투자 확대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국회, 정치권, 노동계, 기업이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여야 원내대표를 만나 건의서를 제출했다. 이날 지식인들은 특히 국회의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개혁 법안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고 기업은 점차 부실화되고 있다. 현 상황이 위기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국회는 경제활성화 법안을 통과시키고, 정부는 좀비기업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현재 한국 경제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기 직전인 1996년과 너무나 비슷하다”며 “한국이 한 번 더 경제위기를 겪으면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최우선적으로 국회는 노동개혁 법안을 통과시키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비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선언에 서명함으로써 공동 참여를 표명한 지식인 1000명 중에는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장경순 전 국회 부의장, 유세희 전 한양대 부총장, 좌승희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김성기 변호사 등이 포함돼 있다. 조동근 교수는 “절박한 심정을 공유한 지식인들이 자연스레 모여 1000명을 이루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지식인뿐 아니라 경제인들도 경제 살리기를 촉구하며 단체 행동에 나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등 경제 5단체는 25일 한중 FTA 비준과 노동개혁 및 경제활성화 입법 처리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 제정,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의 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할 국회 본회의가 30일로 미뤄지면서 자칫 한중 FTA 연내 발효가 물 건너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핵심 쟁점이던 농어업 피해 보전 대책에 대해서는 여야가 상당 부분 이견을 좁혔지만 최종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 이견 좁혔지만 최종 합의 난항 27일 정부에 따르면 여야정 협의체를 통해 무역이득공유제, 피해보전직불제, 농수산 정책자금 금리 인하 등 주요 쟁점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의견이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FTA로 이익을 보는 산업의 이득 일부를 농수산물 등 피해 산업에 지원하는 ‘무역이득공유제’의 경우 실질적 효과를 내는 방향으로 이견을 좁혔다. 당초 야당은 세금 형태의 법제화를 요구했지만 정부와 여당은 △이득을 정확히 산정하기 어렵고 △사실상의 수출세 부과로 FTA 효과가 반감되며 △헌법상 과잉 금지, 비례 평등 원칙에 위반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혀 왔다. 정부와 여당은 그 대신 FTA로 혜택을 보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기부로 연간 1000억 원씩 쌓이는 상생기금을 조성하면 이 기금에 세제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와 여당은 급격한 수입 증가로 국산 농산물 가격이 하락할 경우 가격 하락분의 90%를 보전해 주던 ‘피해보전직불제’도 보전 비율을 95%로 높이기로 했다. 산업용보다 가격이 싼 농사용 전기를 적용하는 범위도 미곡종합처리장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밖에 농수산 정책자금 금리 인하, 밭 직불금 인상도 막판 미세 조정만 남았고 정부가 그동안 ‘수용 불가’의 입장을 밝혀 왔던 어업소득 비과세 확대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7일 “피해 보전 대책에 대해 야당의 주장을 거의 120% 받아들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급한 정부와 여당이 야당의 무리한 요구까지 들어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무역이득공유제의 경우 당초 야당의 주장처럼 세금으로 법제화된 것은 아니지만 관련 기금이 ‘준조세’의 성격이어서 변형된 형태지만 결국 무역이득공유제를 수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농업계 “대책 부족” vs 산업계 “결단 필요” 농업계는 여전히 피해 보전 대책이 부족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김진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은 “밭작물은 이미 10년 동안 중국 농산물로 10조 원이 넘는 피해를 봤는데 한중 FTA까지 발효되면 더 큰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한중 FTA의 경우 이제까지 타결한 FTA에 비해 농수산품 개방 비율을 낮춰 최대한 농수산 시장을 보호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쌀(협정 제외), 양념 채소류(고추, 마늘, 양파 등), 과실류(사과, 감귤, 배 등), 육고기(쇠고기, 돼지고기 등), 수산물(조기, 갈치 등) 등 국내에서 생산되는 주요 농수산물 시장은 개방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콩, 팥, 낙지, 새우 등 일부 품목에 피해가 있을 수 있지만 이보다는 오히려 고품질의 농산물을 중국에 수출하는 기회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는 정치권이 세부 쟁점에 얽매여 시간을 끌거나 FTA와 관련 없는 다른 사안과 연계하지 말고 큰 틀에서 결단을 내려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한중 FTA가 연내 발효되지 못할 경우 하루 40억 원의 수출 기회가 사라져 내년에만 1조5000억 원 이상의 손해가 예상된다. 엄치성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본부장은 “한중 FTA가 반드시 연내에 발효돼 대중 수출 활성화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재영 redfoot@donga.com·박형준·김성규 기자}

‘Happy Together, 다 함께 행복한 사회.’ 삼성그룹이 내놓은 비전이다. 삼성은 1994년 국내 기업 최초로 사회공헌 전담 조직인 삼성사회봉사단을 설립했다. 현재 각 계열사 아래 107개 자원봉사센터와 4730여 개의 자원봉사팀을 운영하고 있다. 해외에선 10개 지역총괄을 중심으로 70여 개국에서 지역맞춤형 사회공헌 사업도 펼치고 있다. 이를 통해 떠올릴 수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사회공헌을 펼치고 있다. 먼저 삼성은 교육 사회공헌에 나서고 있다. 1989년 달동네 어린 아이들에게 보다 나은 교육 환경을 마련해주기 위해 어린이집 사업을 시작했다. 부모들의 육아 고충과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성격도 강했다. 지난해 말 기준 지역 어린이집 31개, 직장 어린이집 32개 등 총 63개 어린이집을 운영 중이다. 초등학생을 위한 공부방도 운영하고 있다. 1994년 삼성사회봉사단이 출범하면서 임직원들은 공부방 자원봉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004년 공부방이 아동복지시설로 법제화되면서 시설 수가 증가함에 따라 임직원 자원봉사도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임직원 약 1만2000명이 전국 430여 개 공부방을 방문해 학습지도와 시설보수, 멘토링 등 활동을 진행했다. 둘째는 농어촌 자매결연을 통한 지역사회 공헌이다. 1995년 농어촌 60개 마을과 자매결연을 맺은 것을 시작으로 2014년에는 620여 개 마을과 자매결연을 했다. 삼성 임직원들은 농번기에 자매결연 마을을 찾아가 일손을 돕고, 그들을 회사에 초청하기도 한다. 또 기업과 농촌의 상생을 위해 지난해 8월 18일부터 9월 19일까지 21개 계열사의 전국 37개 사업장에서 추석 직거래장터를 열었다. 여기에 135개 자매마을이 참여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올해 여름에도 자매마을이 참여하는 서초직거래장터가 열려 쌀, 사과, 한우 등 50여 개의 특산품을 선보였다. 8월 27일 삼성 사장단 10명은 사장단회의가 끝난 후 서초직거래장터에서 1일 점장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서울 태평로에 본사가 있는 삼성증권, 삼성카드, 제일모직, 에스원도 서로 연합해 직거래장터를 열었다. 셋째는 임직원 재능기부 공헌이다. 임직원의 업무지식, 취미, 특기를 활용한 봉사활동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총 644개 재능기부 봉사팀이 활동 중이다. 4월은 ‘임직원 재능기부 집중 활동 주간’이다. 올해의 경우 임직원 1만여 명이 4월 재능기부 활동에 참여했다. 구체적으로 2006년에 창단한 삼성법률봉사단은 지난해 12월 기준 286명의 변호사가 활동하고 있다. 법을 잘 모르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무료 법률상담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년 동안 법률상담 건수는 2100여 건. 2006년 10월 창단한 삼성의료봉사단은 국내외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 의료 혜택을 베풀고 있다. 지진, 수해와 같은 대형 재해가 생기면 현장에 급파돼 응급 의료 구호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태안 지역에선 2007년 유류 오염사고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의료봉사활동을 실시했고, 세월호 침몰사고가 있었던 지난해 4월에는 사고 현장에 의료진 10명을 파견해 유가족 100여 명을 진료했다. 마지막으로 기부금 공헌에도 적극적이다. 삼성의 기부금 제도는 임직원 개인이 자율적으로 금액을 설정하면 매월 급여에서 해당 금액만큼 사회공헌기금으로 적립된다. 회사는 임직원의 기부금액과 동일한 금액을 출연해 사회공헌사업을 지원한다. 기부에 대한 임직원 참여율은 2011년 말 74%에서 지난해 88%까지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의 경우 회사가 출연한 기금을 더해 총 590억 원을 적립했다. 이렇게 조성된 기금은 국내외 소외이웃 돕기, 지역아동센터 운영, 개도국 학교 건립, 국내 희귀난치성질환 아동 의료비, 저소득가정 자녀 장학금 등에 지원됐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재계 인사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0대 그룹 중 LG그룹이 26일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을 그룹 지주회사인 ㈜LG의 신성장사업추진단장(부회장)으로 이동시키는 인사를 실시하면서 2016년 대기업 임원 인사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다음 달에는 삼성, 현대차, SK 등 주요 그룹들도 잇달아 임원 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성과에 기초한 혁신 인사 LG의 2016년 임원 인사의 핵심 키워드는 ‘성과’와 ‘혁신’ ‘위기 돌파’다. LG디스플레이 한상범 사장은 액정표시장치(LCD) 산업 성장이 둔화되던 2012년에 사장으로 취임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및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와 같은 신기술 제품을 성공적으로 사업화한 공로를 인정받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번 인사는 특히 LG가 그룹 차원에서 전력을 쏟고 있는 신성장사업인 에너지와 자동차 부품 분야에서 실적을 낸 이들이 대거 발탁됐다는 특징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LG전자 생산기술원장인 홍순국 전무. 그는 에너지와 자동차 부품 분야의 장비기술 개발로 수주 확대에 기여한 성과를 인정받아 부사장 단계를 뛰어넘어 소재·생산기술원장(사장)으로 발탁됐다. ㈜LG 사업개발팀 백상엽 부사장은 부사장 1년 차에 시너지팀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도 울릉도와 제주도 등 국내외 도서지역을 친환경 에너지 자립섬으로 바꾸는 솔루션 사업을 주진하며 성과를 인정받았다. LG전자 이상봉 부사장은 태양광 사업의 성과 개선 및 B2B(기업 간 거래) 사업 강화를 인정받아 사장으로 승진해 B2B부문장 겸 에너지사업센터장을 맡았다. LG화학 손옥동 기초소재사업본부장은 석유화학·소재 분야에서 전년 대비 영업이익 2배라는 성과 창출에 기여해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LG화학 김명환 배터리연구소장도 전기차용 전지 및 전력저장 전지 시장을 선도한 성과로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LG생활건강 정호영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LG화학 CFO 사장으로, 서브원의 이동열 부사장은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사업담당 사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LG생활건강의 이정애 전무는 생활용품시장에서 일등의 지위를 확고히 한 성과를 인정받아 전무 3년 차에 부사장으로 승진해 ‘LG그룹 최초의 여성 부사장’이란 기록을 세우게 됐다. 현재 LG 내 여성 임원 수는 15명이다. 애초 실적 부진으로 사장단 승진 폭은 작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LG는 이날 부회장 1명, 사장 7명 등 모두 8명의 사장단 승진 인사를 실시했다. 지난해는 사장단 승진자가 3명에 불과했다. LG 측은 “저성장과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어려운 경영환경을 돌파하기 위해 대폭의 혁신 인사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체 임원 승진자는 지난해(130명)보다 줄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LG는 이날 ㈜LG를 포함해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생활건강, LG하우시스 등 7개 계열사의 임원 인사를 확정했다. 27일엔 LG유플러스, LG CNS, LG상사 등 계열사의 인사를 실시하고 2016년 임원 인사를 마무리한다. LG유플러스 대표이사로는 권영수 LG화학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해 부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섭 LG유플러스 부사장은 LG CNS 대표이사로 승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는 각자 대표 체제로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은 ㈜LG로 옮겨 소재·부품, 자동차 부품, 에너지 등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임무를 맡게 됐다. LG전자의 테두리를 벗어나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 LG그룹 전체 계열사를 총지휘하게 된 것이다. 다만 ㈜LG의 구본무 대표이사 회장과 하현회 대표이사 사장 2인 대표이사 체제에는 변함이 없다. LG 고위 관계자는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오너인 구 부회장이 최적임자”라고 말했다. 실제 구 부회장은 스마트폰 사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LG전자가 실적이 악화되던 2010년에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그 후 LG전자는 자동차 부품과 에너지에 집중 투자하며 과거 굴뚝기업에서 현재 B2B 중심의 첨단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 삼성 내달초 사장단 인사… 승진 소폭 전망 ▼부회장이 빠져나간 LG전자는 과거 최고경영자(CEO) 중심 체제에서 사업본부별 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해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정도현 최고재무책임자(CFO), 조준호 MC사업본부장, 조성진 H&A사업본부장 등 3인의 각자 대표 체제를 구성했다. 또 기존 4개 사업본부(MC, H&A, HE, VC)를 그대로 두고 본부장 이동도 없애 본부별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체제를 만들었다.○ 나머지 그룹은 ‘소폭’ 승진 인사 예상 삼성은 다음 달 초 사장단 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올해 삼성전자를 포함해 대부분의 계열사가 지난해보다 실적이 안 좋기 때문에 사장 및 임원 승진은 최소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시 인사로 임원진을 교체해 온 현대차그룹은 12월 25일을 전후해 소폭의 승진 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지난해 433명의 대규모 연말 승진 인사가 있었던 것과 달리 올해는 상대적으로 실적이 부진해 지난해보다 승진 인사 규모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중순경 임원 인사를 실시하는 SK도 지난해 주력 계열사 사장을 대거 바꾸는 인사를 실시했기 때문에 올해는 비교적 소폭의 ‘안정’형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LG <승진> ▽부사장 △경영관리팀장 김인석 ▽상무 시너지팀 정원석 <이동> ▽전무 △인사팀장 노인호 △재경팀장 김홍기 ▽상무 △시너지팀 김동춘 △시너지팀 노진서 ◇LG전자 <승진> ▽부사장 △ID사업부장 권순황 △L&E연구센터장 이감규 △중동아프리카지역대표 차국환 △CHO 황호건 ▽전무 △TV상품기획담당 김상열 △VC사업본부 SW역량강화담당 김수옥 △HE해외영업그룹장 박형세 △CTO부문 SIC센터 SDT팀장 백우현 △키친패키지사업부장 송승걸 △캐나다법인장 윤태봉 △남아공법인장 이일환 △C&M 리니어컴프레서 개발 Task리더 정원현 △경영전략/관리담당 정현옥 ▽상무 △미국법인AS담당 강동준 △생산기술원 모듈장비개발담당 김상렬 △베트남법인장 김영락 △ID상품기획담당 김진규 △에어솔루션제어연구담당 김창범 △VC아시아오피스담당 김흥길 △컴프레서사업담당 노태영 △ADAS사업담당 박수범 △IPD영업Task리더 박형우 △미국법인ID B2B담당 백기문 △페루법인장 송성원 △LSR/UX연구소 LSR실장 안정 △노경담당 유성준 △MC연구소 플랫폼실장 윤동한 △HE연구소 SW개발실장 이강원 △곤산생산법인장 이지영 △미국법인HA담당 이태진 △정수기사업담당 이현욱 △세탁기개발담당 정진우 △홍보전략Task리더 조중권 △솔라생산Task리더 홍창직 △IVI AVN2 개발담당 황원용 △중아기획관리담당 황재우 ◇LG화학 <승진> ▽전무 △기초소재·구매담당 남도현 △중앙연구소장 겸 기반기술연구센터장 황인석 △정도경영담당 이종수 ▽상무 양선민 최승우 최종원 고명환 심규석 차의경 정혁성 채은식 최석원 강창범 성환두 김상민 조준형 ◇LG디스플레이 <승진> ▽부사장 △경영지원그룹장 이방수 △IT/모바일사업부장 정경득 ▽전무 △IT/모바일개발그룹장 김병구 △HR그룹장 김성민 △TV영업/마케팅그룹장 이상훈 △LGCDA패널공장장 이철구 ▽상무 △MI담당 고규영 △OLED영업/마케팅담당 김광진 △글로벌오퍼레이션2담당 김세준 △TV상품기획담당 김용범 △파주품질담당 김주일 △R&D기획관리담당 김찬호 △산업안전담당 박성배 △홍보/대외협력담당 손영준 △OLED기획관리담당 신영봉 △AD개발4담당 이상걸 △광저우법인장 허중범 △AD PO 제품개발실장 홍순광 ◇LG생활건강 <승진> ▽전무 △사업혁신총괄 김재홍 △생산총괄 이상범 ▽상무 △N커머스마케팅부문장 권도혁 △The Color Lab 부문장 김태훈 △화장품·한방마케팅부문장 문진희 △화장품·방판영업부문장 박만호 △홈케어사업부장 이재선 △HR부문장 장기룡 △Inner Beauty 연구부문장 최창일 △법무부문장 한준식 <선임> ▽사업부장 △퍼스널케어 최연희 △음료 이형석 ◇LG이노텍 <승진> ▽전무 △선행부품연구소장 강민석 △광학솔루션사업부장 문형철 △전장부품연구소장 신용철 ▽상무 △폴란드법인장 김진수 △상해법인장 변인범 △전략기획담당 허성 ◇LG하우시스 <승진> ▽부사장 △장식재사업부장 김명득 <상무> △마케팅담당 이교목 △품질·안전환경담당 우명수 <이동> ▽상무 △CFO 이동언 ◇서브원 <승진> ▽전무 차동석 윤방현 ▽상무 김진영 ◇LG경영개발원 ▽사장 정도경영TFT팀장 조석제 ▽부사장 △LG인화원장 이명관 ▽상무 이한구 ◇LG공익재단 <선임> ▽부사장 △공익재단총괄 남상건 ◇범한판토스 ▽부사장 최원혁 ▽상무 이용진 김동철 김학거 백진무 김정하 ▽전무 △KAM사업부장 최창욱박형준 lovesong@donga.com·정세진·황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