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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9월 굴욕 외교 논란을 빚은 ‘용산기지 이전협상 평가 결과 보고서(2003년 11월 18일·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가 10일 이석태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또 한 차례 수면위로 떠오르게 됐다. 보수 야당이 이 후보자가 해당 보고서 작성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으로 근무한 사실을 토대로 당시 밝혀내지 못한 문건 유출 경위를 거듭 추궁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실은 9일 “기밀 문건이 2004년 9월 21일 고 노회찬 의원을 통해 외부로 유출되는 과정에 이 후보자가 관련된 것은 아닌지 질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당시 문건 유출 용의자 목록에는 이 후보자에 대한 언급도 돼 있다”고 주장했다. ‘용산기지 이전 협상보고서’는 2004년 굴욕 외교 논란이 일었던 미군 사령부 용산기지 이전에 대한 협상 실패 원인을 분석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일례로 “협상팀은 대통령의 지시를 무시하고 조속한 이전에만 매달렸다” “(협상팀이) ‘노무현 대통령이나 NSC 인사들은 반미주의자들이므로 이 문제의 개입은 최소화시킨다’는 기조를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에 대한 지나친 맹종적 자세와 현상유지적 속성으로 당당하고 합리적인 협상외교를 전개하지 못했다”라거나 “외통부, 국방부 및 NSC 관련부문의 인사개편을 적극 검토함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해당 보고서는 2004년 9월 21일 고 노회찬 의원을 통해 공개됐고, 큰 파장이 일었다. 당시 노 의원 측은 “정책보좌관이 국방부 문서 열람을 통해 메모한 내용”이라는 취지로 입수 경위를 주장했었다. 당시 청와대는 문건 유출 용의자를 수색한다고 공포했지만 규명하지 못했다. 이 후보자는 용산기지 이전 협상과 관련한 국회 국정감사에도 출석했지만 구체적 답변은 내놓지 않았다. 2004년 10월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 회의록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상당한 기간이 지나서 잘 모르겠다” “잘 모르겠다”는 취지의 답변으로 일관했다. 자유한국당은 잊혀져 있던 이 문건을 다시 꺼내 헌법재판관에 내정된 후보자를 상대로 재차 질의하기로 했다. 당시 이 후보자가 속한 대통령 비서실을 통해 노 의원 측으로 유출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이 후보자는 2004년 퇴임 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 자격으로 본인이 청와대 근무 당시 작성한 국가기밀 문서 내용을 주제로 토론회까지 개최했다”며 “해당 정보에 대해 유리한 위치에 있을 당시의 자료를 개인적 활동을 위해 사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이석태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2015∼2016년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장을 맡았을 때 법률로 금지하고 있는 겸직을 했다는 의혹이 7일 ‘거짓 해명 논란’으로 확산됐다. 이 후보자는 겸직 금지 규정을 위반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특조위) 실무자들이 대한변호사협회에 문의한 결과 ‘변호사를 휴업했기 때문에 (법인 탈퇴 등) 별도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위원장 재직 중엔 법인에서 급여를 받지 않았다”고 답했다. 동아일보는 전날 “이 후보자가 특조위원장 재직 중에도 법무법인 덕수에 적을 두고 급여를 받은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2015년 당시 대한변협 회장이었던 하창우 변호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특조위로부터 그런 문의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 변호사는 “법인 구성원에서 탈퇴했다면 변협에 알리고 변협은 법무부에 넘길 뿐이지 그런 문의나 해석을 했다는 건 변협에선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하 변호사는 “법무법인 구성원은 법인에서 발생하는 모든 법적 문제에 대해 민법상 책임이 있으며 이 때문에 겸직이 금지되는 공무원직을 맡은 사람이 법인 탈퇴 조치를 하지 않고 그대로 뒀다면 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의 해명과 당시 변협 회장의 해석이 전혀 다른 것이다. 법무법인 덕수의 등기부등본에서도 이 후보자는 2001년 법인 설립 때부터 이사 또는 구성원으로 등재된 뒤 한 번도 탈퇴한 적이 없다. 지난달 21일 김명수 대법원장에게서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인 27일 법인에서 탈퇴했고 이달 4일 등기했다. 즉, 이 후보자는 겸직을 금지하고 있는 세월호특별법의 취지와는 달리 특조위원장 시절에도 법무법인의 구성원 변호사로 권리와 의무를 행사한 셈이다.최우열 dnsp@donga.com·장관석 기자}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소득주도성장의 환상에서 벗어나 경제 현실을 직시하라”며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시종일관 정부 경제정책의 문제점을 파고들었다. 연설 초반부터 “문재인 정부는 경제에서 무모하고 무능하며, 정치는 무책임하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소득주도성장 중 최악의 결정은 유례없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라며 “바른미래당은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하고 업종과 규모별 차등 적용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 또 현 정부를 ‘일자리 실패 정부’라고 혹평하며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정책으로 취업준비생의 40%가 ‘공시족(공무원시험 준비생)’이 됐다. 구직시장이 심각하게 왜곡됐다”고 질타했다. 여권의 반기업 정서에 대해선 “노동자와 상생하려 하는 대다수 성실한 기업인에 대한 존중과 인정이 필요하다. 일부 기업인의 불법행위로 모든 기업인에 대한 평판까지 훼손하여 기업가 정신을 멍들게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신고리 5, 6호기 공사 중단, 대입정책 공론화 정책과 관련해 “억지로 여론을 만들어서는 안 되지만, 여론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해서도 안 된다. 비겁함과 무책임 정치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낙하산 인사’ 논란에 대해서도 “‘사람이 먼저다’라는 구호가 ‘내 사람이 먼저다’로 변질되지 않았는지 인사 상황을 겸허한 자세로 되돌아보라”고 말했다.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 동의에 대해서는 “북한 비핵화가 실질적 진전 없이 교착 상태에 빠진 만큼 한반도 비핵화와 판문점선언 지지를 위한 국회 차원의 결의안 채택을 제안한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연설이 끝나자 문희상 국회의장은 “김관영 원내대표님, 아주 썩 잘하셨습니다”라고 격려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전날 문 의장을 ‘블루하우스 스피커’라고 했던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연설 때는 고함을 치며 항의했지만 이날은 비교적 차분히 경청했다. 김 원내대표가 2016년 1월 민주당을 탈당해 다른 정치적 행보를 택했지만, 비교적 품위 있게 비판한 점을 평가한 듯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11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이은애 헌법재판관 후보자(사진)가 과거 두 차례 위장전입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이 후보자의 남편이 판사 재직 당시 위장전입을 했으며, 보유한 상가 건물 임대차 계약을 맺으면서 임차인들이 권리금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을 담아 ‘갑질’ 논란도 나오고 있다. 5일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에 살던 이 후보자는 2007년 장남과 함께 마포구의 한 빌라로 전입한 뒤 20일 만에 다시 서초구의 집으로 전입했다. 또 2010년에는 장남과 함께 송파구 잠실동의 한 아파트에 전입신고를 한 뒤 10일 만에 다시 서초구의 본가로 전입했다. 김 의원은 “실제 거주하지도 않는 주소지로 두 차례나 위장전입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했다. 김 의원은 또 이 후보자의 남편인 박모 씨가 판사로 재직하던 1995년 3월 광주로 전입신고한 점도 석연치 않다는 입장이다. 박 씨는 당시 서울형사지법 판사로 재직하고 있었기 때문에 위장전입이 의심된다는 것. 이에 이 후보자 측은 “장남이 중고교 시절 학업에 전념하지 않아 진지하게 전학을 고려했다. 그 과정에 두 차례 친척 집 인근의 주택으로 전입신고까지 했다가 장남이 학업에 열중할 뜻을 밝혀 다시 돌아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른바 좋은 학군에 속한 학교에 전학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고 실제로 전학을 하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 남편 박 씨와 시어머니가 소유한 부산 동래구 상가 임대차계약서에 세입자에게 불리한 ‘갑질’ 조항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후보자가 제출한 인사청문요청 자료에 따르면 박 씨 등은 임대차계약서에 “임대 물건의 반환 시 어떠한 명목과 이유로도 권리금을 일절 청구할 수 없다” “권리금 혹은 임대기간에 발생한 임대물건에 대한 유무형의 권리에 대한 요구를 갑과 다른 모든 사람에게 일절 요구 혹은 주장할 수 없다”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김 의원은 “권리금은 더 이상 영업을 영위할 수 없는 소상공인들에게 피와 같은 소중한 권리”라며 “임대인 지위를 이용해 이를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취지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눈먼 돈’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특수활동비(특활비) 전체 규모는 찔끔 줄이면서 대북 교류 담당 부처 특활비는 올해보다 크게 늘리거나 규모를 유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2019년도 부처별 특수활동비 편성 현황’에 따르면 내년 특활비는 14개 부처 및 기관에 총 2876억 원 규모다. 지난해 19곳의 부처, 기관에 3168억 원의 특활비가 편성됐던 것과 비교하면 292억 원(9.2%)가량 줄어든 수치다. 대법원, 공정거래위원회, 방위사업청, 국민권익위원회,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내년부터 특활비 배정 대상에서 빠졌다. 하지만 대북 관련 업무가 많은 부처의 특활비는 올해보다 늘어났다. 통일부 특활비가 올해 21억 원에서 내년에는 25억 원으로 14.8% 증가했다. 지난해 정부는 2018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며 통일부 특활비를 전년보다 3300만 원 줄인 바 있다. 1년 만에 지난해 삭감 이전보다 큰 액수를 배정한 것. 국가정보원도 ‘안보비’ 비목으로 올해보다 1000억 원가량 늘어난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7억1000만 원이었던 외교부 특활비는 내년에 7억 원이 배정돼 사실상 동결됐다. 대통령비서실과 경호처 특활비도 각각 97억 원과 85억 원으로 올해와 같은 규모로 편성됐다. 반면 국회의 내년도 특활비는 10억 원으로 올해 63억 원에 비해 84.4% 감소했다. 한편 외교부와 통일부의 내년도 예산안도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구축을 추진하는 현 정부 정책 기조가 반영됐다. ‘한반도 평화구조 정착 및 통일 외교 추진’ 예산은 올해 8억 원에서 내년 9억 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북한 인권 관련 예산은 기존 138억 원에서 25억 원으로 급감했다. 북한인권재단 운영 예산은 올해 108억 원에서 내년에는 8억 원으로 무려 92.6%나 깎였다. 강석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자유한국당)은 “이번 외교·통일 예산안은 말이 마차를 끄는 게 아니라 마차가 말을 끄는 격”이라고 지적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의 금메달 수상자에 대한 병역특례 논란이 갈수록 뜨겁다. 군 복무를 미룬 일부 선수의 ‘병역특혜’ 시비로 촉발된 이번 논란은 제도 전반의 형평성·공정성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인터넷에선 ‘병역특례 대상을 더 확대하라’ ‘시대착오적 병역특혜는 폐지해야 한다’ 등 갑론을박이 넘쳐나고 있다○ 학업·경력단절 손실 한 방에 해결하는 ‘병역특혜’ 병역특례를 받으면 군 복무 시 학업·경력 단절에 따른 유무형의 손실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 4주간의 군사훈련으로 병역을 이행하고 해당 특기 및 분야에서 활동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축구대표팀으로 출전해 금메달을 딴 손흥민이 대표적 사례다. 영국 토트넘과 2023년까지 재계약한 그의 주급은 8만5000파운드(약 1억2100만 원)로 군 복무기간(21개월)으로 환산하면 110억 원대다. 다른 금메달 수상자들도 기량 저하나 경제적 손실 등 군 복무로 인한 불이익을 피할 수 있게 됐다. 병역특례는 1973년 ‘병역특례 규제에 관한 법(병역특례법)’이 제정되면서 시작됐다. 국가산업 육성과 경쟁력 제고, 국위선양 및 문화 창달을 위해 주요 기간 산업체 및 연구기관·이공계 대학(원)·예술문화체육 특기자를 전문연구·산업기능·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해 ‘병역혜택’을 준 것. 1980년 이후 저출산 추세로 병역자원이 감소하자 적용 대상이 점차 축소됐고 1984년엔 병역특례법이 폐지(병역법에 흡수)되면서 ‘병역특례’ 용어는 공식적으론 사라졌다. 현재 전문연구·산업기능·예술체육요원은 승선근무예비역(선원) 공중보건의(의사) 공익법무관(변호사) 등과 함께 대체복무자로 분류된다. 그럼에도 ‘병역특례’ 용어가 여전히 통용되는 것은 이를 특혜로 보는 인식이 많기 때문이다. 전문연구·산업기능요원의 경우 병무청장이 지정한 연구기관과 업체에서 일반 직장인처럼 출퇴근을 한다. 근무시간 외엔 자기계발 등 활동에 크게 제약을 받지 않는다. 병무청 관계자는 “자유로운 환경에서 학업 경력을 살려가며 병역을 이행하는 것은 군 복무와 비교할 수 없는 장점”이라고 말했다.○ 잦은 형평성·공정성 시비… 손질 불가피 이 때문에 그동안 병역특례를 둘러싼 형평성과 공정성 시비가 반복됐다. 2007년에 터진 병역특례 비리사건이 대표적이다. 산업기능요원 선발 과정에서 업체가 친인척이나 지인의 자제를 뽑거나 금품을 주고 선발된 사람들이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전직 고위 관료의 아들과 인기가수 등도 포함돼 큰 파장이 일었다. 또 국민 여론을 내세워 체육특기자의 예외적 병역특례(2002년 한일 월드컵,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를 허용해 병역제도의 신뢰가 실추됐다는 비판도 있었다. 일각에선 병역특례 대상을 더 확대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스포츠나 고전음악뿐만 아니라 대중예술과 e스포츠 분야에서 세계 정상에 오른 사람들에게도 병역혜택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빌보드 차트 정상에 두 차례나 오른 방탄소년단도 적용될 수 있다는 말이다. 반면 ‘인구절벽’의 현실화와 군 복무자의 상대적 박탈감을 감안해 특례제도 자체를 폐지하자는 의견도 적지 않다. 그동안 군은 저출산에 따른 병역자원 감소에 대비해 대체복무제의 축소·폐지를 추진했지만 과학산업계 예술체육계의 반발로 유야무야됐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병역특례 개선에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4일 국무회의에서 “아시아경기에서 최고 성적을 낸 선수들에겐 병역이 면제되는데 이에 많은 논란이 따르고 있다”며 “병무청이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국민의 지혜를 모아 합리적 개선 방안을 내 달라”고 말했다. 다만 “개선 방안이 나온다고 해도 소급 적용할 순 없다”며 선을 그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민석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이날 라디오에 나와 “특례 제도 폐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조금 성급하고 위험한 발상”이라며 “은퇴 후 재능기부를 해서 문제를 해소하자는 안이 있다. (병역 면제 대상) 폭을 넓히되 시대에 맞게끔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사회적 공론을 통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올림픽 메달 수상자 등에게 예술 및 체육 지도자 자격으로 50세까지 군 복무를 이행하도록 하는 병역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장관석 기자}
정부가 국가정보원의 내년도 예산을 올해보다 최소 1000억 원 가까이 증액해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야당은 “국회와 정부의 특수활동비 감축 기조에 역행하는 예산”이라며 대폭 감액하겠다는 방침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국정원 예산은 총 5609억 원으로 편성됐다. 이는 올해 국정원 예산 4630억 원보다 979억 원 늘어난 규모다. 국정원 예산은 다른 부처 예산과 달리 해당 상임위인 정보위원회 심사를 거쳐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통보하는 방식으로 처리된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국정원의 올해 예산을 심사하면서 정부가 제출한 4930억 원에서 300억 원을 깎았다. 국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게 특활비를 상납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데다 청와대 스스로도 특활비를 삭감하겠다고 밝힌 점을 고려한 조치였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관계자는 “국회에서 전년도에 예산을 대폭 삭감했는데도, 정부가 예산을 1000억 원이나 늘리겠다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늘리겠다고 밝힌 국정원 예산은 2017년도 예산안까지 전액 ‘특활비’ 비목으로 편성돼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해당 비목을 폐지하면서 2018년도 예산안에서는 ‘안보비’ 비목을 신설했다. 국정원의 기존 특활비에는 직원 급여 등 경상경비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대폭 삭감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국정원은 안보비로 이름을 바꾼 후에도 해당 예산의 지출 내용을 국회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는 “깜깜이 예산이라서 특활비와 다를 바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권에서는 “국정원의 대공수사 기능을 폐지·축소한다면서도 예산을 1000억 원이나 늘리려는 건 ‘대북 퍼주기’ 예산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인 이은재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특활비성 금액의 대폭 증액은 부적절하다. 늘어난 국정원 예산이 과연 북한에 대항하는 ‘안보 예산’인지 철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국가정보원은 “급증하는 사이버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과학·정보인프라 확충과 동북아 안보 위협대응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예산 증액”이라며 “‘대북 퍼주기’라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며 국회의 예산 심사 과정에서 상세히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최우열 dnsp@donga.com·장관석 기자}
바른미래당 새 대표로 손학규 전 당 선대위원장(71)이 선출됐다.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소속 국회의원과 경기도지사, 통합민주당(더불어민주당 전신) 당 대표까지 지내며 여야 경계를 넘나든 손 대표가 이제 소속 의원 30명의 제3당 대표로 또 다른 도전에 나서게 됐다. 손 대표는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대회에서 27.02%를 득표해 하태경(22.86%), 이준석 후보(19.34%)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2, 3위인 하태경 이준석 후보는 최고위원에 올랐고, 여성 몫 최고위원으로 당선된 권은희 후보, 전국청년위원장(당연직 최고위원) 김수민 의원과 함께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했다. 이날 행사엔 바른미래당의 ‘양대 주주’인 유승민 전 대표, 안철수 전 대표는 불참했다. 안 전 대표는 전날 독일로 출국했다. 유 전 대표와 친한 인사들은 “자숙과 선거 불개입의 의미가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고 조영래 변호사, 고 김근태 전 의원과 함께 서울대 삼총사로 불리며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을 했던 손 대표는 1980년대 초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서강대 교수를 하다가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여야를 거치며 네 번의 국회의원과 경기도지사, 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지냈고 현재 여당인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두 차례 대표를 맡기도 했다. 이런 정치 이력 덕분에 ‘보수 정당의 개혁파’, ‘진보 정당의 합리주의자’라는 호평을 받기도 했지만 대선을 위해 쉽게 당을 옮긴 ‘철새 정치인’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2008년 이명박, 박근혜 후보의 양강 구도로 흐른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 반발하며 탈당해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와 경선에서 맞붙었지만 패배했고, 2012년 대선에선 문재인 대통령과의 경선에서 졌다. 이후 국회의원 선거에서 떨어져 전남 강진 토굴에서 2년여간 칩거한 손 대표는 2016년 10월 정계 복귀 뒤엔 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손 대표는 전대 후 기자들과 만나 이해찬 민주당 대표,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에 이은 ‘올드보이의 컴백’이라는 지적에 대해 “나이는 많지만 정치 입문 때부터 개혁을 주장했고 그런 입장엔 변화가 없다”고 반박했다. 손 대표는 “중도개혁의 통합세력으로 정치개혁 선봉에 설 것”이라며 야권 재편을 시사했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추진과 ‘제왕적 대통령제’ 폐지를 주장했다.최우열 dnsp@donga.com·장관석 기자}
국회와 법원, 일부 부처가 특수활동비를 폐지하거나 깎고 있는 가운데,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청와대 몫 특수활동비는 올해와 똑같은 규모로 편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예산 심사에서 청와대 특활비를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자유한국당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편성해 31일 국회에 제출하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청와대 특활비는 182억 원으로 책정됐다. 청와대는 올해도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이 96억5000만 원, 대통령경호처가 85억5000만 원 등 총 182억 원의 특활비를 받았다. 청와대는 지난해 5월 “청와대 특활비를 대폭 줄이겠다”고 발표하면서 이미 배정된 돈도 줄여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2018년도 특활비 예산도 비서실과 안보실은 전년 대비 22.7%, 경호처는 20.5% 삭감했다. 그러나 2019년도 특활비 예산은 올해와 똑같은 규모로 편성해 정권 초반 내세웠던 삭감 기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기재부는 28일 내년도 예산안을 공개하며 “특활비가 반영된 기관의 수가 올해 19개에서 14개로 줄었다. 전체 규모도 올해 3168억 원보다 292억 원(9.2%) 줄여 편성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이 요구한 청와대 및 각 부처의 구체적인 특활비 편성 명세는 제출하지 않았다. 안상수 국회 예결특위위원장은 3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예산 심사는 국회의 고유 권한이다. 국회가 특활비를 폐지한 기준에 맞춰 청와대 특활비도 심사하겠다”면서 대폭 삭감할 뜻을 밝혔다. 국회 특활비와 마찬가지로 역대 정부에서 청와대는 특활비 중 상당 부분을 각 부서 운영비, 회의수당 명목으로 관행적으로 배분해왔다. 이는 청와대 직원들의 급여 외 계좌로 입금되거나 사무실별로 현금으로 배당되곤 했다. 이 밖에 대통령과 비서실장, 수석비서관 등이 직원들에게 주는 격려금과 안보 활동 관련 기밀비용으로 쓰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우열 dnsp@donga.com·장관석 기자}

미국 정부가 중단했던 한미 연합훈련 재개 의사를 밝혔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28일(현지 시간) 미 국방부(펜타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방침을 알렸다. 매티스 장관은 “우리는 (북한에 대한) 신뢰 조치의 하나로 몇몇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었다”며 “이제 더 이상은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매티스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적대적(beligerent) 비밀 편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취소된 것은 김 부장이 보낸 ‘적대적 비밀 편지’ 때문이라고 전날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24일 오전 김 부장의 편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이어 방북이 전격 취소됐다는 것이다. CNN은 편지에 대해 “‘비핵화 협상이 무산될 수도 있다. 초기 협상이 무너지면 핵과 미사일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 12일 열린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북-미 협상이 계속되는 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겠다”고 밝혔고 같은 달 19일 한미 양국은 8월로 예정됐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유예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UFG 연습은 내년부터 ‘을지태극연습’이란 명칭의 한국 단독 민관군 합동훈련으로 바뀌어 실시될 예정이었다. 매티스 장관은 한미 연합훈련의 구체적인 재개 시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한미 양국이 공유하고 있는 1차적인 비핵화 목표가 북한이 갖고 있는 핵무기의 60%가량을 없애는 것이라고 28일 밝혔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이 돌연 취소되면서 비핵화 논의가 다시 교착 상태에 빠진 게 북한이 ‘보유 핵탄두 최소 60% 폐기’ 요구 등을 거부한 채 조기 종전선언과 해제에 가까운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한 데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한미 외교가에서 확산되고 있다. 서 원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북한의 비핵화 목표와 관련해 “(핵탄두) 100개가 있으면 100개를 다 처리하는 것”이라면서도 “비핵화 1단계가 핵무기 100개 중 60개 정도 폐기하는 수준인가”라는 질의에 “그렇다”라고 답했다고 정보위 여야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민기,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이 전했다. 서 원장은 이어 “북한은 선(先) 종전선언 채택을 요구하고, 미국은 선 비핵화를 선언하라는 것으로 충돌이 됐기 때문에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에) 못 가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구가인 comedy9@donga.com·장관석·신나리 기자}

신현수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이 최근 사의를 표명해 후속 인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서훈 국정원장이 28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신 실장의 사의 표명을 공식 확인했다고 한 정보위원이 전했다. 정보위 자유한국당 간사인 이은재 의원은 신 실장의 사의 표명에 대해 “대북 관련 예산 집행 문제와 관련해 서 원장과 신 실장 사이에 이견이 (사의 표명의) 발단 아니냐”고 서 원장을 추궁했다. 현장에 있던 서 원장과 신 실장은 이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 실장의 사의 표명은 이달 초부터 정보당국을 중심으로 흘러나왔다. 이를 두고 “법률가 출신인 신 실장이 올해 초부터 있던 남북 평화 교류에 수반하는 자금 집행 방식과 규모를 놓고 수뇌부와 이견이 있었다”는 설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지낸 신 실장(사법연수원 16기)은 지난해 6월 27일 검사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국정원 예산과 인사를 관장하는 기조실장에 임명됐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내년도 국회의원 해외출장 지원 예산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기로 했다. 국회 피감기관인 KOICA가 국회의원의 해외출장 자금을 지원하는 게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일자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 당장 내년도 해외원조 사업 감사를 해야 하는 국회는 예산 편성을 앞두고 고민에 빠지게 됐다. 국회 관계자는 27일 KOICA가 기획재정부에 국회의원 출장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국회 외교통상위원회가 무상 공적개발원조(ODA) 관련 사업 현장감사를 안 가거나, 필요한 예산을 국회가 자체 예산에 끼워 넣을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KOICA가 국회의원 출장비 지원 예산을 ‘0원’으로 책정하면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관련 국회의원 출장 예산을 자체 예산에 포함시켜 왔던 한국국제교류재단과 한국수출입은행도 대응책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피감기관 예산으로 해외출장을 다녀온 국회의원 및 보좌진 등 국회 관계자는 총 157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예산감시 시민단체 ‘세금 도둑 잡아라’가 이날 홈페이지에 공개한 국민권익위원회의 ‘타 기관 공직자 해외출장 지원’ 자료에 따르면 2016년 9월 김영란법 시행 이후 14개 기관이 국회의원과 보좌진, 입법조사관 등 157명의 해외출장을 지원했다. 이 가운데 신상이 확인된 사람은 국회의원 38명과 보좌진 및 입법조사관 16명이다. 기관별 지원자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이 39명으로 가장 많았고, 국무총리비서실(30명), KOICA(24명), 국가보훈처(16명), 수출입은행(14명) 순이었다. ‘세금 도둑 잡아라’ 측은 38명의 명단을 공개하라며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현재 의원 38명 중 26명의 신상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져 있다. 이 중에는 민주당 박광온, 자유한국당 조경태 의원 등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1인당 1000만 원이 넘는 출장비를 지원한 경우도 10차례에 이른다. 1인당 지원금액이 가장 컸던 출장은 수출입은행이 지난해 2개국 사업 현장점검 목적으로 익명의 국회 관계자 5명을 지원한 건이다. 당시 1인당 지원금액은 1624만8000원이었다.장관석 jks@donga.com·최고야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 검거 건수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이 27일 이학재 국회 정보위원장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인 2013년 국보법 위반 검거자 수는 121명이었는데 올해는 8월 현재 6명이었다. 이 가운데 재판에 넘겨진 사람은 한 명이다. 2014∼2016년 매년 60명대였던 국보법 위반 검거자는 지난해 5월 현 정부 출범 이후 급격히 줄었다. 지난해 월별 검거 현황을 보면 4월 검거자가 10명이었지만 7월에는 1명이었다. 지난해 7월부터 올 8월 사이 월평균 검거자는 0.7명으로 검거 실적이 한 명도 없는 달도 넉 달이나 됐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2017년에는 국보법 적용 조항이 찬양고무(189명), 이적단체 구성·가입(68명), 잠입·탈출(22명), 간첩(7명) 등으로 다양했다. 하지만 올해는 북한 국가보위성 등에 충성 맹세를 하고 쌀 등 금품을 보낸 혐의(자진 지원 3건)와 탈북자의 재입북 시도(잠입·탈출 3건) 두 가지였다. 공안당국은 문재인 정부의 국가정보원 대공 수사 기능 폐지 방침 등으로 공안당국의 수사 활동이 총체적으로 위축된 데 따른 결과로 보고 있다. 한 공안당국 관계자는 “정부가 관련 인력과 조직을 축소하는 기조여서 ‘산소호흡기’를 달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공 수사를 지휘하는 공안 검사들 사이에서도 “국보법은 사문화됐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학재 위원장은 “국정원과 경찰이 대북 안보 기관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충실하게 할 때 평화도 굳건하게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최우열 dnsp@donga.com·장관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고용 악화에 따른 비판에도 불구하고 핵심 국정기조인 소득주도 성장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영상 메시지를 통해 밝혔다. 문 대통령은 25일 민주당 전당대회에 공개된 영상 축사에서 “취업자 수와 고용률, 상용 근로자 증가,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의 증가 등 전체적으로 고용의 양과 질이 개선됐다. 우리는 올바른 경제 정책 기조로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단, “청년과 취약계층 일자리, 소득 양극화 심화, 고령화 시대 속의 노후 빈곤 문제를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보수 야당은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비판하며 소득주도 성장을 이끈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의 해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득주도 성장 예산으로 경제를 망치고 일자리를 망치는 불장난은 하루속히 손 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청와대와 민주당은 전당대회 사흘 전인 22일까지도 문 대통령이 행사에 참석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문 대통령 몫의 ‘대의원증’도 준비했다. 그러나 태풍 피해가 심상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자 23일 한병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추미애 대표에게 문 대통령 불참을 알리고 영상 축사로 갈음했다.김상운 sukim@donga.com·장관석 기자}
태풍 ‘솔릭’의 한반도 상륙으로 23일 국회와 여의도 정치권의 예정됐던 일정이 줄줄이 취소됐다. 각종 상임위가 잇따라 취소되거나 단축됐고 인사청문회도 연기됐다. 정부 각 부처가 국회 출석 등에 시간을 빼앗기지 않고 태풍 대응책 마련에 전력투구할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여야 3당 원내대표는 2017 회계연도 결산심사를 위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 이날 예정됐던 상임위원회 전체회의 일정을 취소하기로 합의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국회도 예결위를 비롯한 각 상임위를 오늘 하루 중지하고 태풍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오전에 개최됐던 교육위와 국토교통위 전체회의는 일찌감치 산회했다.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도 아예 28일로 연기됐다. 이 같은 국회 결정에 대해 일각에서는 “국회가 태풍 대비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은 좋지만 재난과 직접 연관이 없는 분야는 정상 업무를 하는 게 선진적 문화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런 지적을 의식한 듯 여야는 결산안 의결 등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 일부 상임위 전체회의와 소위원회 일정은 간사 협의를 거쳐 자율적으로 진행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5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날 오후 진행할 예정이던 대표 후보자 간 마지막 TV 토론회도 취소했다. 당 관계자는 “후보들 사이에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어서 이번 TV 토론회는 마지막 ‘빅 이벤트’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태풍 대비에 힘을 모으자는 취지로 취소했다”고 말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비무장지대(DMZ) 내 최전방 감시초소(GP) 철수와 관련해 “10여개 내외의 철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 장관은 2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같이 말한 뒤 “(GP) 한두 개를 먼저 시범적으로 철수하고, 더 확대해나가자고 (북한에 제의) 했다”고 말했다. 또 “GP는 남북이 서로 가까운 것부터 단수로 몇 개 철수하고 더 나아가서 복수로 철수하자고 했다”며 “(남북 GP 간 거리는) 가장 가까운 것은 700m 거리이고, 1㎞ 이내에 있는 GP부터 철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난달 장성급 회담에서도 철수 방식 등 세부 내용은 합의를 보지 못한데다 북측은 군사분계선(MDL) 인근 비행정찰금지구역 설정 등을 요구하면서도 GP 철수의 세부논의엔 미온적 반응을 보이고 있어 실행 가능성은 여전히 반반이다. 우리 측은 MDL상 인접한 남북 GP 수개를 골라 폭파 해체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북측은 GP를 그대로 둔 채 병력·장비 철수나 봉인폐쇄 방식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DMZ내 우리 군은 80여개, 북한군은 160여개의 GP를 각각 운용 중이다. 한편 북한을 ‘적대대상’이라고 보는 군 간부의 비율이 급감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방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정종섭 의원이 21일 한국국방연구원(KIDA)에서 제출받은 ‘2017 군 간부 및 장병 안보의식 조사’에 따르면 ‘북한은 적대해야 할 대상’ 이라고 응답한 군 간부는 65.2%였다. 같은 질문에 △2014년 56% △2015년 64.6% △2016년 72.3%로 3년 연속 상승하다 다시 감소한 것. 이번 조사는 KIDA가 군 간부 2300명을 대상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해 8, 9월에 실시했다. 북한을 ‘적대 대상’이라고 응답한 장병은 49.2%였다. 역시 2016년 같은 질문에 대한 장병의 응답률(51.6%)보다 소폭 하락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 알지 않느냐. 한 놈만 패고 끝장을 본다. 끝장을 보는 투지와 집요함이야말로 야당의 덕목이다.”(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20일 경기 과천 공무원인재개발연수원에서 열린 한국당 의원 연찬회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과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당 지도부는 물론이고 강연자들이 강한 야당을 주문하면서 의원 100여 명이 모인 연찬회장이 마치 ‘싸움의 기술’ 강연장을 방불케 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김 원내대표는 정기국회 대응전략 특강에서 “더 집요하게 나가 싸우라”고 독려했다. 그는 “한국당 의원들 사이에 ‘어설프게 했다가 나만 망신당하는 것 아니냐’는 자세가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며 “투쟁에서 승리할 때 국민은 비로소 야당을 집권 대체세력으로 바라본다”고 했다. 그는 “단순한 메시지를 반복하라”며 “반복되는 메시지에 대중은 주술처럼 빨려간다”고도 했다. 선거 참패와 저조한 당 지지율 속에 맞은 연찬회지만, ‘한 번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특히 김수현 사회수석,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 등을 경질하라는 요구가 쏟아졌다.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당정청 회동과 관련해 “유사 이래 최악의 고용 상황에서도 4조 원대 재정 추가 투입이 결론”이라며 “여러 집단과 세력에 둘러싸여 대통령 의사결정에 자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경제학 박사 출신인 김종석 의원이 ‘한국경제 진단과 대책’ 강의에서 “현 청와대 경제 정책은 사이비 유사 종교에 가까운 비정상적 처방이다” “어떤 경제학도 정부가 시장을 대체할 수 있다고 가르치지 않는다. 지금은 정부 반대로만 하면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하자 의원들은 박수갈채와 휘파람을 쏟아냈다. 한국당은 △소득주도 성장 폐기 △탈원전 정책 폐기 △북한산 석탄 진상 규명 국정조사 등을 결의했다. 한편 당 비대위가 소속 의원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고치거나 개선할 점으로 계파 갈등 및 보수 분열(55.8%)이 1위를 차지했다. 당이 고쳐야 할 점으론 세대교체 및 인재양성(48.4%)이, 당의 중심가치는 시장경제(57.9%)가 1위였다. 김 위원장은 “기존 한국당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다시 ‘성장’이라는 새 목표와 비전을 이야기하자”고 강조했다.과천=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청와대는 7월 신규 취업자 수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는 통계청 발표가 나오자 충격에 휩싸였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 입장을 별도로 발표할 계획은 없다”며 말을 아꼈지만 내부적으로는 작지 않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일자리 지표가 당분간 개선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었지만 이날 발표된 신규 취업자 수는 예상보다 훨씬 나빴기 때문이다. 취임 1호 업무지시로 일자리상황판을 설치한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국정목표로 민생경제 체감을 내걸며 청년일자리 점검회의를 직접 주재하기도 했던 만큼 충격파는 더욱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도 대통령정책실로부터 따로 보고를 받았다. 이날 아침 현안점검회의에서도 일자리 지표 악화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청와대는 지난달 신규 취업자 수 급감은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한 참석자는 “지표를 상세히 보면 보육서비스 종사자가 10만 명 줄어들었는데 계절적인 요인 등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수준”이라며 “일단 통계치가 갖는 의미부터 파악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당분간 고용동향 수치가 개선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연말을 기점으로 정책효과가 나타나면서 고용시장이 반등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현재로선 견뎌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정청은 19일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 등이 참석하는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문 대통령은 22일 청와대에서 17개 시도지사와 상견례를 겸한 간담회를 갖고 지역별 일자리를 점검한다. 문 대통령의 시도지사 간담회는 6·13지방선거 이후 처음으로 각 시도는 일자리 창출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자유한국당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장 실장의 경질을 요구하고 나섰다. 기재부 차관을 지낸 한국당 추경호 의원은 이날 ‘고용 쇼크’에 대한 성명에서 “검증되지도 않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밀어붙인 현 정부의 경제참모와 경제팀이 이제 책임질 차례”라고 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도 “대통령 집무실의 일자리상황판은 인테리어 소품이 아니다”라고 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장관석 기자}
“다시 태어나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부끄럽고 죄송합니다.” 수행비서 김지은 씨(33)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는 14일 법원을 나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2일 첫 정식 공판이 시작된 이후 안 전 지사가 법원 포토라인에 서서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안 전 지사는 취재진의 질문에 “재판에서 모든 것을 밝히겠다”고만 해왔다. 이날도 법원에 출석하면서 선고를 앞둔 심경, 예상 판결 등을 묻는 질문에 “지금은 드릴 말씀이 없다”며 대답을 피했다. 그러나 선고가 끝난 뒤 법원을 나서면서는 양손을 모은 채 침착한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안 전 지사는 판결에 대한 소회를 묻는 질문에 “국민 여러분에게 죄송하고 부끄럽다. 많은 실망을 드렸다”고 말했다. 다만 ‘김 씨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요청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안 전 지사가 “다시 태어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 여러 해석이 제기됐다. 일각에선 정치적 재기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한 여권 관계자는 “재기가 쉽진 않겠지만 ‘다시 태어나겠다’는 말에 다들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안 전 지사 측은 “철저히 반성하겠다는 뜻”이라면서 “지금 재기를 말하는 것은 국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말했다.김은지 eunji@donga.com·장관석 기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여비서 성폭행 혐의에 대한 1심 무죄 판결에 여야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의혹이 보도된 당일 즉각 제명 절차를 밟은 더불어민주당은 정작 침묵했고, 야당은 한목소리로 재판부를 질타했다. 민주당은 안 전 지사의 무죄 판결에 공식 논평을 내지 않고 침묵했다. 민주당 대변인단은 전날 회의를 열어 관련 논평을 내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안 전 지사를 쳐낸 상황에서 재판부를 존중한다는 논평을 할 수도 없고, 여성계의 목소리만 대변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곤혹스러워했다. 이런 스탠스는 6·13지방선거를 앞둔 3월 5일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의혹 보도가 나오자마자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안 전 지사 출당 및 제명을 의결한 것과 극히 대조적이다. 5일 추미애 대표는 트위터로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출당 및 제명 조치를 밟기로 결정했다”고 했고, 당 윤리심판원은 이튿날 곧바로 안 전 지사를 제명했다. 당시 여권 주변에선 “범여권 차기 대권주자였던 안 전 지사에 대한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견제심리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왔었다. ‘친문 유력 주자’를 상대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폭로가 터졌다면 당 지도부가 곧바로 제명이라는 초강수를 두기는 어려웠을 거라는 얘기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전체 선거구도에 미치는 악영향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조치였다. 당시로서는 (제명이) 최선이었다고 본다”고 했다. 야권에선 1심 판결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자유한국당 신보라 원내대변인은 “사법부가 사실상 미투 운동에 사형 선고를 내렸다. 이번 판결을 보며 안도하고 있을 수많은 괴물에게 면죄부를 준 사법부의 판단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은 “법적으로 무죄가 났더라도 안 전 지사의 정치적 도덕적 책임은 심대하다”고 했다. 민주평화당 김형구 부대변인은 “법원이 심사숙고해 결정을 내렸겠지만 의외의 결과다. 국민이 납득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권력을 가진 이가 위력을 행사해 성범죄를 저지를 수 있도록 허용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장관석 jks@donga.com·유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