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

정미경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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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미경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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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5~2025-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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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미디어워치]스타벅스, 구글에 도전장?

    노트북 스크린에 고정된 두 눈. 테이블 옆에는 커피 한 잔이 놓여 있다. 주변의 소음을 막기 위해 이어폰을 꽂는 것도 필수다. 요즘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커피 전문점에 가면 노트북을 이용하는 모바일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노트북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개인정보단말기(PDA), 넷북, 태블릿PC도 많이 이용한다. 세계 최대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는 모바일족을 위한 무료 콘텐츠 서비스를 시작한다. 스타벅스 매장을 방문한 손님들은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스타벅스 디지털 네트워크(SDN)’에 접속해 콘텐츠를 공짜로 즐길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같은 유료 신문 사이트에 무료로 들어갈 수 있고 음악과 비디오 클립을 내려받을 수 있다. 호텔, 레스토랑, 주변 지역 정보도 검색할 수 있고 취업 준비생을 위한 구인 정보도 올라와 있다. 미국 내 스타벅스 매장에서만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SDN 서비스는 카페 문화를 즐기는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 ‘스타벅스 와이드 웹(Starbucks Wide Web)’으로 불리며 화제가 되고 있다. 인터넷을 뜻하는 ‘월드 와이드 웹(WWW)’에 빗댄 말이다. 스타벅스는 SDN 서비스와 함께 인터넷 접속도 무료로 전환했다. 시간제한 없이 무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한국의 스타벅스와는 달리 그동안 미국의 스타벅스 매장은 2시간 동안만 무료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고 그후에는 2시간당 3.99달러를 내야 했다. 전문가들은 스타벅스가 모바일족을 위해 SDN 서비스를 내놓고 무료 인터넷을 제공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것을 ‘미디어 브랜딩 전략’으로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4일 “스타벅스가 제2단계 브랜드 전략을 개시했다”고 말했다. 1990년대 스타벅스가 집과 직장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즐기는 커피 문화를 만들어낸 것이 제1단계 브랜드 전략이었다면 커피 문화와 미디어 문화의 결합을 통해 다시 한번 브랜드 파워의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디어 전략의 핵심은 콘텐츠다. 스타벅스는 현재 SDN 서비스를 미국 내 매장에서만 제공하고 있지만 조만간 해외 매장으로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세계 42개국에서 1만40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하루 평균 500만 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스타벅스의 콘텐츠 파급력은 구글 등 인터넷 포털에 버금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스타벅스는 고유 식별번호로 SDN에 접속하는 고객들의 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광고도 제공할 계획이다. SDN은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핵심인 콘텐츠를 둘러싼 경쟁에 스타벅스 같은 비(非)정보기술 기업도 뛰어들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커피숍 레스토랑 서점 공항 등 모바일족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이 같은 콘텐츠 서비스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서비스의 성공 여부를 점치기는 아직 어렵지만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최고경영자의 말대로 “미국 소비자기업들은 자신들의 특성에 맞게 콘텐츠를 활용할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만은 분명하다. 언론학 박사 mickey@donga.com}

    • 201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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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P 방송 매출 3조3003억… 지상파 첫 추월

    지난해 케이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매출이 지상파를 처음으로 넘어서며 방송 시장의 판도가 지상파에서 유료방송 쪽으로 옮아가는 양상을 보였다. 지상파의 방송 매출은 감소한 데 비해 PP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매출은 증가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상파 54개, PP 201개, SO 102개,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19개, 위성 DMB 1개, 위성방송 1개 등 총 378개 방송채널사용사업자를 대상으로 집계한 ‘2009년도 방송사업자 재산 상황’을 30일 발표했다. 방송사업자 재산 상황은 매년 말 사업자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집계 분석한 결과로 방통위가 6개월 이내에 공표한다.○ 방송 시장 소폭 성장 지난해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국내 방송 시장 규모는 8조8557억 원으로 2008년 8조5104억 원보다 4.2% 증가했다. 시장 침체로 광고 수입은 줄었으나 수신료 수입과 프로그램 판매, 협찬, 홈쇼핑 송출 수수료 등 기타 방송 수입이 늘어나면서 전체 시장이 성장했다. 광고 수입은 전년 대비 10.5% 줄어든 데 비해 수신료 수입은 6.9%, 기타 방송 수입은 17.3% 늘었다. 매체별로는 지상파와 케이블의 희비가 엇갈렸다. 지상파는 KBS와 EBS만 매출이 소폭 증가했을 뿐 MBC, SBS, 지역방송사 등은 모두 감소했다. 전체 지상파 매출은 3조2562억 원으로 2008년 3조4459억 원에서 감소했다. 주 수입원인 광고 매출이 12.7%나 줄어든 영향이 컸다. 전체 방송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상파가 40.5%에서 36.8%로 줄어들었으나 PP는 34.1%에서 37.3%로 늘어나 PP가 처음으로 지상파를 넘어섰다. SO도 19.7%에서 20.4%로 비중이 높아졌다. 지상파의 매출은 KBS(1조2720억 원), MBC(6486억 원), SBS(5376억 원)의 순으로 집계됐다. ○ 지상파 광고 비중 70% 이하로 광고 시장에서 지상파는 지난해 1조9183억 원의 수입을 올려 2008년 2조1980억 원에서 2797억 원(12.7%) 줄었다. 지상파는 2008년 광고 시장에서 70%를 차지했으나 2009년에는 68.2%로 떨어졌다. PP의 비중은 25.8%에서 27.3%로 늘어났다. 지상파 3사의 광고 수입을 보면 MBC가 2008년 5680억 원에서 지난해 4496억 원으로 20.8% 줄어 가장 감소 폭이 컸다. SBS는 4807억 원에서 4143억 원으로 13.8%, KBS는 5326억 원에서 5203억 원으로 2.3% 줄었다. 3사의 광고 수입은 1조3842억 원으로 전체 방송광고 수입 2조8136억 원의 절반에 가까운 49.2%를 차지했다. PP의 경우 5개 홈쇼핑채널이 1조9140억 원의 매출을 올려 전체 PP 시장에서 58%를 차지했다. CJ미디어, 티캐스트 등 194개 일반 PP 채널은 전년 대비 533억 원(4.5%) 증가한 1조2494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YTN, 매일경제TV 등 2개 보도전문채널은 전년 대비 101억 원(6.9%) 줄어든 1369억 원의 매출을 보였다. CJ 계열, 티브로드 계열 등 여러 개의 채널을 운영하는 복수방송채널사용사업자(MPP)는 홈쇼핑을 제외한 전체 PP 매출의 68.5%를 차지했다. SO 시장에서는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중 상위 3개사(티브로드, CJ, 씨앤앰)의 매출이 1조1446억 원으로 전체 매출(1조8045억 원)의 63.4%를 차지해 3강 체제 양상을 보였다. 이상희 방통위 이용자보호국 시장조사과장은 “지난해 금융위기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였는 데 비해 방송 시장이 4.2%의 매출 성장을 보인 것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며 “PP가 처음으로 지상파의 시장점유율을 추월하는 등 유료 케이블방송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고 말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1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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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사]식품의약품안전청

    ◇식품의약품안전청 △식품안전국장 손문기 △대구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 주광수 △의료기기안전국장 전은숙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정청장 유원곤}

    • 2010-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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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정상회담-인도적 지원 재개를”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은 17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남북 정상회담과 대북 인도적 지원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천안함 침몰사건을 언급하면서 “남북대결 상황이 극대화하면 6·25전쟁 같은 민족의 불행이 또다시 일어날 수도 있다”며 “이 시점에서 한반도 긴장 해소를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은 남북 정상이 직접 만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남북대결 구도의 가장 큰 희생자는 북한 주민으로 아사 직전의 상태에 놓이게 됐다”며 “남북 교류 협력 및 인도적 대북지원 전면 중단정책을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성명에는 개신교 122명, 불교 108명, 원불교 81명, 천도교 150명, 천주교 66명 등 종교인 527명이 서명했다. 곽선희 소망교회 원로목사,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 전병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 엄신형 전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 등과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 청정승가를 위한 대중결사 의장 진오 스님 등 조계종 중앙종회 의원, 동국대 정각원 원장 법타 스님 등 개신교와 불교계의 보수 진보 인사가 두루 참여했다.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 2010-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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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미디어워치]광고비중 높은 미국신문 글로벌 경제위기 직격탄

    최근 2, 3년간 전 세계를 휩쓴 경제위기 속에서 신문 산업도 큰 타격을 받았다. 인터넷 등 뉴미디어 때문에 독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경제위기가 닥치며 문을 닫는 신문사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정론지 중 하나인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2009년 4월부터 종이신문 발행을 중단하고 온라인판만 내고 있다. 시카고트리뷴,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2008년 말 모기업 트리뷴컴퍼니가 도산하면서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직원을 50% 가까이 감축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OECD 20개국 독자 감소세 올해 3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10 미디어 서밋 뉴욕’에는 신문사 대표가 많이 참석했다. 크게 주목을 끈 인물 중 한 명은 아서 설즈버그 뉴욕타임스 회장. 그는 연설의 상당 부분을 온라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연계에 할애했다. 이 자리에서 뉴욕타임스 종이신문의 경영 상태에 대해선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그만큼 종이신문의 광고와 구독 매출이 좋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14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뉴스와 인터넷의 진화’ 보고서에서도 신문시장의 위축은 그대로 나타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OECD 회원국의 2007∼2009년 신문 매출은 20∼30%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에 미국 신문 매출은 30% 줄어들어 OECD 30개 회원국 중 가장 감소율이 컸다. 2004년 600억 달러에 육박했던 미국 신문 매출은 2009년 380억 달러로 급감했다. 미국 신문이 매출 부진을 겪는 것은 광고 의존도와 깊은 연관이 있다. 미국 신문은 매출의 87%를 광고로 거둬들여 OECD 회원국 중 광고수입 의존도가 가장 높았다. 광고수입 비중이 77%인 캐나다 신문들도 매출이 16%나 떨어졌다. 반면 광고 수입이 38%에 불과한 덴마크는 매출이 6% 떨어지는 데 그쳤다. 매출이 6% 줄어든 네덜란드 역시 광고 의존도는 45%로 낮은 편이었다. 이 보고서는 “미국 신문들은 최근 2년 동안 광고매출이 23% 감소하면서 경영 상태가 많이 악화돼 대형 신문사가 파산하는가 하면 시장가치의 4분의 3이 줄어든 신문도 있다”며 “미국 신문들은 광고와 구독 수입 측면에서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신문의 광고수입 비중은 81.3%로 경제위기 같은 외부 요인에 크게 취약하다. 비회원국선 되레 부수 늘어 OECD 30개 회원국 중 20개국에서 신문 독자는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젊은 독자의 비율이 크게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1970년 18∼24세 젊은이의 73%가 신문을 읽었던 데 비해 2008년에는 31%로 낮아졌다. 그러나 일부 국가에서는 젊은 독자 비율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경우 20∼29세 연령대에서 각각 58%와 67%가 신문을 읽는다고 답했다. 2002∼2008년 OECD 회원국의 신문 유료 발행부수는 감소했지만 비회원국에서는 14% 늘었다. 특히 중국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5개국에서는 발행부수가 35% 늘어났다. 이 보고서는 “신문들이 인터넷과 무료 신문의 등장으로 광고수입과 발행부수가 줄어들면서 고전하고 있지만 OECD 비회원국과 경제위기 회복의 잠재적 효과를 고려한다면 일부 전문가가 제기하는 ‘신문의 사망’이란 주장은 맞는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10-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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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청점유율 30% 넘는 방송사, 자산 매각해야

    연평균 시청점유율이 30%가 넘는 방송사는 주식이나 프로그램 중계권을 비롯한 자산을 매각해야 한다. 방송광고 시간도 규제를 받으며 방송시간의 일부도 제3자에게 내줘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시청점유율 30%를 넘는 방송사업자에 대한 규제 방식을 담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13일 발표했다. 방송법에 따르면 방송사는 시청점유율 3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으며 신문이 방송을 겸영할 경우 신문구독률도 시청점유율로 환산된다. 시청점유율은 전체 TV 방송의 총 시청시간 중 특정 채널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시청점유율 30% 초과 방송사는 6개월 이내에 점유율 초과 상태를 해소할 수 있도록 주식이나 자산 등을 매각해야 한다. 시청점유율 1%를 초과할 때마다 매달 하루씩 광고를 내보낼 수 없으며, 주 시청시간대(평일 오후 7∼11시, 주말 오후 6∼11시) 방송시간의 30분의 1(주당 약 60분)을 6∼12개월 동안 제3자에게 내줘야 한다. 김준상 방통위 방송정책국장은 “방송사의 위반 정도를 심사해 3가지 규제를 선택적으로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구체적인 시청점유율 산정과 신문구독률 환산 방식 등은 시행령이 확정된 뒤 고시를 통해 밝히기로 했다. 방통위는 6월 관계부처 협의와 입법예고, 7월 규제개혁위원회 및 법제처 심사와 국회 의결을 거쳐 8월부터 개정안을 시행할 방침이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10-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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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일병합 무효선언, 100년의 숙제 해결한 또다른 3·1운동”

    《올해 5월 10일 한국과 일본의 지식인 213명은 서울과 도쿄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병합’ 100년에 즈음한 한일 지식인 공동선언”을 통해 100년 전인 1910년 체결된 한일강제병합 조약은 사실상 불법 무효라고 선언했다. 이 성명은 와다 하루키(和田春樹·72) 도쿄대 명예교수와 김영호 유한대 총장(70)이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역사적 화해와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모색해야 한다는 취지로 양국 지식인들과 5차례의 논의 끝에 한국에서는 109명, 일본에서는 104명의 서명을 이끌어냈다.》 와다 교수 日사회 저변에 변화 움직임… 정부로 확산 기대김 총장 중국을 동아시아공동체에 참여시킬 계기 될 것와다 교수는 일본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로 일제가 한국 침탈의 근거로 내세운 러시아의 남방진출 전략이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규명한 학자다. 1980년 신군부로부터 사형 선고를 받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구명 운동에도 적극 참여했다. 북한학 전문가로 제자였던 서동만 상지대 교수 1주기 추도식에 참가하기 위해 3일 내한한 와다 교수를 김 총장이 만났다. 두 사람은 일본이 한반도를 침탈하기 위해 맺은 을사늑약이 체결된 서울 덕수궁 중명전을 둘러본 뒤 동아미디어센터에서 2시간 동안 한일 양국의 새로운 관계에 대해 대담했다. 와다 교수는 5월 한일 지식인 공동선언을 새로운 시대를 여는 의미에서 또 다른 3·1운동으로 평가했다. 김 교수는 한일 역사 화해는 두 나라뿐만 아니라 중국을 동아시아의 공동체에 적극 참여토록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역사 문제 해결에는 정치인이나 관료가 먼저 나설 수 없는 만큼 더 많은 지식인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국 지식인 공동선언은 한국에서 반향이 컸다. 일본은 어땠나. ▽와다 하루키 교수=한국과 일본의 지식인들이 공동성명 형태로 병합의 원천무효를 선언한 것은 역사적인 의미가 크다. 한국과 비교했을 때 일본에서는 언론의 주목을 크게 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일본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은 있다. 반응 자체의 크기보다 일본 사회 저변에 흐르고 있는 변화에 의미를 두고 싶다. 시민의 영역에서 먼저 일어난 변화가 정부 영역으로 확산돼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 ▽김영호 총장=어떤 의미에서는 100년의 숙제를 해결했다고 생각한다. 한일 양국의 역사학자들이 모여 양국 역사를 정립하려는 두 차례의 한일역사공동연구회 활동에서는 큰 진전이 없었다. 일본과 중국 학자 간의 공동역사연구회 활동도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난징문제(대학살)에 대해 양국 학자들의 인식차는 컸다. 이런 상황에서 한일 양국 지식인들이 한일강제병합 과정에 나타난 불법부당과 그에 따른 효력의 원천 무효를 합의했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 ▽와다=한국을 지배한 뒤 일본은 식민지 문제를 반성할 기회가 3차례 있었다. 조선이 독립한 시점이 첫 기회였고, 1965년의 한일조약이 두 번째였다. 1995년 무라야마 총리 담화에는 식민지 지배가 조선인들에게 고통을 주고, 피해를 끼쳤다는 내용이 있었지만, 식민지 지배가 언제부터, 무엇을 통해 일어났는가를 설명하지 않았다. 이번 공동선언에서 한일강제병합 과정을 합의해 정립한 것은 이런 면에서 의미가 있다. 한일강제병합 100년이라는 이번 기회를 일본은 움켜잡아야 한다.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전쟁범죄와 식민지 범죄를 구별해, 식민지 범죄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제2차 세계대전 후 열린 도쿄 전범 재판이나 샌프란시스코 회의에서 승전국들은 일본에 전쟁 책임과 전쟁범죄에 대한 책임만 물었다. 식민지 문제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그 뒤 일본은 경제와 민주주의가 발전했고 시민사회도 성숙했다. 한국도 발전을 이뤘다. 시민사회가 성숙해지면 인권과 민주의식을 기반으로 식민지 지배 문제를 돌아보는 자립성을 갖추게 된다. 강만길 이태진 교수와 같은 한국 역사학자들의 연구 결과도 식민지 지배의 책임을 묻는 데 바탕이 되고 있다. ▽와다=일본 지식인 사이에서 전쟁과 군대에 대한 반성이 있었지만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 그러나 역사가 중에는 식민지 지배를 반성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진 이들이 많다. 관련 책도 많이 나왔다. 문제는 이런 인식이 정부나 여론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 시민들 중 일부는 ‘제국주의 문제는 정면으로 맞서 해결해야 한다’는 의식을 갖고 있다. 이게 중요하다. 여기서 출발해 사회로 퍼지고 정부가 바뀌는 것이다. 변화는 거기서 일어나는 것이다. ―이번 공동선언에는 지식인들만 나섰다는 한계가 있는데…. ▽김=관료는 힘은 있지만 역사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서기 힘들다. 정치인도 양심이나 인식과 달리, 입장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못할 수 있다. 지식인이 나서는 것은 역사적 임무다. 이번 공동선언을 독립기념관이나 백범기념관에서 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공동선언은 자국민 중심주의를 넘어서 동아시아 공동체를 구현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그곳을) 일부러 피했다. ▽와다=공동선언에 일본의 역사가들이 많이 참여했다는 사실에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일본 사회의 역사를 보는 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새로운 시대로 진입한다는 의미에서 이번 공동선언을 ‘3·1 독립운동’과 비슷한 ‘5·10선언’이라고 말하고 싶다. 역사적 굴레에서 벗어난다는 측면에서 양국이 함께한 ‘또 다른 3·1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양국 지식인은 자기비판에 게을러서는 안 된다. ―동아시아의 진정한 역사 화해는 어떤 의미인가. ▽와다=동아시아의 유교와 한자를 정체성의 요소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중요한 공통분모이기는 하지만 역사 대립과 침략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 궁극에 한일 문제가 있다. 심각한 역사 문제를 극복하고 관계를 개선하지 않으면 다른 어떤 관계도 성립할 수 없다. 공동체의 번영은 요원한 것이다. 한일 간의 역사 화해가 가능해진다면 동아시아 지역이 갖고 있는 다른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본다. 진정한 의미에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김=중국을 ‘중화사상’이라는 큰 우물에서 빼내는 것이 가능할지에 관심이 많다. 중국 대학에서 강연할 기회가 가끔 있는데, (현지인들이) 중화민족주의에 너무 빠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일본이 중국의 우물을 좀 깨부숴 주길 바란다. 일본이 아시아의 친구로 다가와 그런 일을 해주기 바란다. ―미래를 위해 한일 양국 정부에 기대하는 것은…. ▽와다=이번 공동선언이 바탕이 돼 일본에서 무라야마 담화를 뛰어넘는 새로운 무언가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거기에는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의 정신이 들어가 있어야 한다. 한국 정부는 한일조약과 관련해 정권 차원에서 받은 돈을 강제징용으로 고생한 노동자들에게 지원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본다. ▽김=1965년에 맺은 한일조약의 해석을 올바르게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조약 자체를 개정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실천 가능한 것부터 고치는 데 지식인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 차원의 공동성명이 나온다면 ‘인도에 반하는 범죄’ ‘식민지 범죄’ 개념이 들어가야 한다. 하와이 식민지배에 대한 미국의 반성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는 세계적인 흐름이다. 김 총장은 대담을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일왕이 강제병합의 원천 무효를 인정하고 방한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와다 교수는 “그렇게 방문한다면 고종과 민비(명성황후)의 묘소에 일왕이 사죄를 하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와다 하루키 교수△1938년 일본 오사카 출생 △1960년 도쿄대 문학부 서양사학과 졸업 △1966∼1984년 도쿄대 사회과학연구소 강사·조교수 △1985년 도쿄대 사회과학연구소 교수 △1996년 도쿄대 사회과학연구소 소장 △1998년 도쿄대 명예교수 △2001년 도호쿠대 도호쿠아시아연구센터 객원교수 △저서: ‘역사로서의 사회주의’ ‘한국전쟁’ ‘동북아시아 공동의 집’김영호 총장△1971∼2003년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 △1995년 일본 아사히신문 포럼21 위원 △1997년 경북대 경상대학장, 1998년 경영대학원장 △2000년 1∼8월 산업자원부 장관 △2001년 중국 연변대 석좌교수 △2005년 대구대 경영대학 석좌교수 △2007년 유한대 총장 △저서 ‘동아시아 공업화와 세계 자본주의’ ‘한국경제의 분석’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공동선언, 전 세계로 지식인 1000명 모으자”▼와다 하루키 교수와 김영호 총장은 이날 대담에서 5월 10일 발표한 한일 지식인 공동선언문에 추가로 참여할 지식인을 미국 유럽 등 세계 학자 1000여 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역사 화해 문제를 궁극적으로 세계 시민 전체의 문제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김 총장은 “지금까지 공동선언에 서명한 지식인은 한국과 일본에서 109명, 104명이다. 앞으로 한일 양국을 포함해 세계에서 1000명의 지식인을 모으고자 한다”며 지식인의 확대 참여를 제안했다. 그는 미국 하버드대의 한 교수로부터 서명에 참여하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와다 교수도 “일본에 역사학회가 있는데 그 회원을 비롯해 일본 지식인들이 더 참여토록 할 것이다. 시민단체와 재일교포 지식인도 많이 참여시켜야 한다. 영화감독 등 문화예술인들도 더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 국민 전체가 선언문의 내용을 읽었으면 한다”며 “포스터로라도 만들어 일본 국민에게 보여주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와다 교수는 “동참 지식인을 모을 때 한국 대표가 일본에 와서 강연회나 토론회를 열고, 정부 대표들을 직접 만나 성명의 뜻을 밝히면 좋을 것 같다”며 양국에서 교차 토론회를 여는 방안도 내놨다. 두 사람은 공동선언에 서명을 받기 위해 자국의 지식인들을 설득할 때 겪은 어려움을 서로 털어놓기도 했다. 김 총장은 “공동선언을 위해 지난해 12월 18일 처음 일본에 갔는데 (서명을 받는 일이) 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어려웠을 것”이라며 “한국에서도 진보와 보수층을 한자리에 앉히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양국 지식인들이 서로 존경과 신뢰를 지닌 덕분에 모든 것이 이뤄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와다 교수도 “한국과 함께한다는 사실 때문에 반대하는 학자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일본과 한국이 함께한 선언이어서 의미가 컸다”며 “일본인 중에는 병합조약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다. 이런 환경에서 (공동선언을 통해) 반성하는 모습이 더욱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나온 것은 하나의 성과”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최근 한국의 17개 역사학회가 한일강제병합에 대한 공동성명을 냈는데 한일 지식인 공동선언과 같은 내용은 아니지만 큰 흐름은 나온 것 같다”며 “일본의 새 총리가 누가 될지 모르지만 그 결과가 나오면 일본 지식인 대표와 한국 지식인 대표가 공동으로 방문했으면 한다”고 말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 2010-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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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미디어워치]느려터진 美 인터넷이 ‘TGiF 혁명’ 일등공신

    인터넷은 40여 년 전 미국에서 시작됐다. 미국은 인터넷 종주국이지만 인터넷 환경은 세계 최고 수준에 못 미친다. 미국의 인터넷 속도와 보급률은 체코나 루마니아보다 떨어진다. 미국의 인터넷 환경은 중위권에 속하지만 웹을 기반으로 혁신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보기술(IT) 기업은 거의 예외 없이 미국에서 나오고 있다. 트위터(Twitter) 구글(Google) 아이폰(iPhone) 페이스북(Facebook)처럼 미국 기업이 만들어낸 서비스는 디지털 미디어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이들의 머리글자를 딴 TGiF의 시대가 온 것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호에서 미국의 부실한 인터넷 환경이 오히려 구글 같은 혁신 기업이 출현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TGiF 패러독스’라고 부른다.국가차원 초고속망 투자 적어 올 3월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는 앞으로 10년 안에 미국 전역을 초고속통신망으로 연결하는 광대역통신망계획(NBP)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모든 미국인들이 초당 4메가비트(Mbps)의 속도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NBP는 200억 달러가 투입되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통신망 건설 계획이지만 인터넷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목표 수준이 너무 낮고 기간도 오래 걸린다. 지난해 영국 옥스퍼드대 사이드(SAID) 경영대학원이 세계 각국의 인터넷 속도와 보급률을 조사한 결과 미국은 15위였다. 1, 2위는 각각 한국과 일본이 차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은 94%에 이른다. 반면 미국은 국민의 65% 정도가 초고속통신망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미국은 한국 등 인터넷 선진국과는 다른 방식으로 인프라를 구축해왔다. 한국과 일본은 인터넷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인프라 구축에 정부 예산을 대거 투자했다. 반면 미국에서는 인터넷은 개인의 문제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지 않고 통신망 사업자에게 맡겼다. 미국에서는 통신망을 가진 전화회사와 케이블회사만이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다양한 인터넷 사업자가 기존 통신망을 공유하며 치열하게 경쟁하는 한국과는 다르다. 경쟁이 제한되다 보니 미국의 통신망 사업자들은 인프라를 구축하고 업그레이드하는 데 소극적이었다.열세 극복하려 혁신적 발상 한국과 일본이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는 동안 미국 IT 기업들은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해 인프라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시도를 해왔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는 어도비 플래시 방식으로 동영상 파일을 올리고 재생하는 기술을 개발해 인터넷 속도가 느린 점을 극복했다. 이들이 만들어낸 서비스는 세계 IT 패러다임을 바꿀 만한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다. 2000년대 초 형성된 미국 벤처 시장은 혁신 기업이 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구글은 인터넷 이용자들이 입력하는 연간 수천억 건의 검색어와 검색결과를 바탕으로 사회적 동향과 소비 심리를 예측하는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과 정보를 나누며 소셜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특정 집단의 정치적 선호도나 여론 동향을 파악하는 데 쓰이고 있다. 애플은 앱스토어를 통해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개발자와 수평적 관계를 구축하고 충성도 높은 이용자를 확보하는 전략으로 성공을 거뒀다. 미국의 초고속통신망 계획은 당분간 큰 진전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통신망 사업자들이 새로운 사업자가 진입해 인프라를 공유하는 데 거세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4월 미 항소법원이 FCC는 통신망 사업자를 규제할 권한이 없다는 판결을 내린 것도 큰 타격이 됐다. 앞으로 미국의 인터넷 인프라 확충 노력이 어떻게 진행될지, 이 같은 노력이 제2의 구글 같은 혁신 기업 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정미경 기자 언론학 박사 mickey@donga.com}

    • 2010-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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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프리카 들여다보기’ 20선] 나는 아프리카인이다

    아프리카 최남단 남아프리카공화국은 흑백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곳이다. 이 책은 1488년 포르투갈 항해사 바르톨로메우 디아스가 처음 이 땅에 발을 들여놓은 후 1994년 남아공 최초의 다인종 민주선거가 실시되기까지 500여 년에 걸친 갈등과 대립, 그리고 화해의 역사를 담고 있다. 남아공 출신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남아공 역사에서 기억할 만한 20개의 사건과 인물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포르투갈인들이 처음 상륙했을 때 이 땅에는 유목민 코이코이족이 살고 있었다. 1510년 5월 코이코이족은 포르투갈 병사들과 케이프타운 부근에서 전투를 벌였다. 원주민들이 유럽인에 대항해 처음 벌인 전투였다. 코이코이족은 소떼를 이용해 포르투갈 병사들에게 맞섰다. 휘파람을 불어 신호를 보내면 소들이 달려 나와 포르투갈 병사들을 에워쌌다. 그러면 그 뒤에서 코이코이족은 불을 붙인 막대기를 일제히 쏘아대며 공격을 감행했다. 이런 방식의 전투에서 포르투갈 병사들의 창과 칼은 거의 무용지물이었다. 포르투갈 장교 12명과 선원 50명이 사망하고 40여 명이 중상을 입었다. 포르투갈이 물러가자 영국과 네덜란드가 눈독을 들였다. 유럽인들이 동양 교역의 요충지인 이 땅을 포기할 리 없었다. 19세기 후반 요하네스버그, 킴벌리 등지에서 다이아몬드와 금이 발견되면서 유럽의 쟁탈전은 더욱 격화됐다. 저자는 남아공 인종차별주의와 억압 속에서 탄생한 두 명의 위대한 지도자로 마하트마 간디와 넬슨 만델라를 꼽았다. 간디는 1893년부터 20여 년간 이곳에 체류하면서 인도인들의 권리를 위한 투쟁을 벌였다. 당시 남아공에는 약 7만 명의 인도인이 노예로 이주해 살고 있었다. 간디는 인종차별 반대투쟁단체인 나탈 인도인의회를 결성하고 ‘사탸그라하’라는 비폭력 저항운동을 전개했다. 나탈 인도인의회는 나중에 만델라가 이끌었던 흑인 민권운동조직 아프리카국민회의(ANC)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저자는 1990년대 초 숨 가빴던 평화협상 과정과 1994년 만델라의 역사적인 대통령 당선을 뒤돌아보며 500여 년 역사 속에 등장했던 억압자와 피억압자, 영웅과 악당을 모두 조상으로 받아들이고 포용해야만 남아공의 새로운 민주적 질서를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책은 1996년 새 헌법이 선포되던 날 타보 음베키 당시 부통령이 의회에서 했던 연설로 끝을 맺는다. “저는 이 아름다운 케이프의 거대하고 광활한 공간을 떠다니는 고독한 영혼들, 코이코이족과 산족에게 지금의 제가 존재할 수 있게 해주신 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저의 존재는 유럽을 떠나 우리의 모국 땅에서 새로운 가정을 가꾼 이민들의 삶으로 형성됐습니다. 그들이 어떤 일을 저질렀든 변함없이 그들은 제 존재의 일부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 모든 사람의 일부로서 또한 그 어느 누구도 이 주장에 감히 저항하지 못한다는 인식 속에서 저는 주장할 것입니다. 나는 아프리카인이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10-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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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동아일보]오피스텔 인기 되살아나나 外

    부동산시장이 침체에 빠졌지만 오피스텔은 예외다. 사무공간이라는 본래의 취지에서 탈피해 주거시설로 변신하고 있는 오피스텔이 최근 분양하는 물량마다 뜨거운 청약 열기를 보이고 있다. 아파트 값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어지자 수익형 부동산인 오피스텔로 돈이 몰리기 때문이라는데…. ■ 지방선거 패트롤: 동남권 신공항 어디로6·2지방선거를 앞두고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문제가 영남지역 5개 시도 선거의 핫 이슈로 떠올라 있다. 개발 타당성 및 입지 조사를 끝낸 국토해양부조차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정치 논리’와 ‘지역발전 논리’가 뒤섞인 이 문제는 선거 후 어떻게 마무리돼야 할까. ■ 노 전 대통령 1주기 앞둔 봉하마을은 지금…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앞두고 고향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은 묘역 조성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지난 1년간 봉하마을에 다녀간 방문객만 400만 명. 이제 사흘 뒤면 노 전 대통령의 사람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인다. 그때 그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 세브란스병원도 VIP 검진센터 열었다1회 건강 검진비가 경차 한 대 값보다 높다면?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최근 VIP 고객의 건강 검진을 위한 건강증진센터를 열었다.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등 ‘빅5’가 모두 초고가 건강검진을 갖추게 된 것. 초고가 검진비는 1000만 원이 넘는 경우도 있다. ■ NYT와 WSJ의 뉴욕 大戰 들여다보니올드미디어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는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뉴욕 신문시장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최후의 위대한 신문 전쟁’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두 신문의 경쟁은 단순한 종이신문의 싸움이 아니다. 이들의 대결을 보면 두 신문의 디지털 전략을 볼 수 있다. ■ ‘대중과 호흡한 철학자’ 김태길 전집 나왔다“이런 내용이 일반인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지?” 김도식 건국대 철학과 교수가 아버지인 고 김태길 서울대 명예교수에게 자신이 쓴 소논문을 보였을 때 돌아온 물음이다. 한국 윤리학의 체계를 세운 철학계의 거목이자 철학의 대중화에 힘썼던 김 교수의 1주기를 맞아 그의 철학세계를 소개하는 책과 전집이 출간됐다.}

    • 2010-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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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미디어워치]WSJ 對NYT ‘뉴욕의 결투’

    지금 미국 뉴욕 신문시장에선 결투가 벌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싸움이다. 이들의 대결은 단순한 종이신문의 경쟁이 아니다. 누가 디지털 세계를 먼저 차지하느냐의 싸움이다. 전문가들은 NYT-WSJ 싸움을 ‘디지털 뉴스 시대의 첫 번째 위대한 전쟁’이라고 부르고 있다.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WSJ는 지난달 26일부터 ‘뉴욕판(Greater New York)’을 발행하며 뉴욕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뉴욕판은 별지 형식으로 월∼금요일 매일 14쪽씩 컬러로 발행된다. WSJ는 뉴욕 시장에 파고들기 위해 파격적으로 낮은 가격에 광고를 판매하고 있다. NYT의 광고주를 유인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자매지인 뉴욕포스트와 묶어서 광고를 구매하는 광고주에게는 큰 폭의 할인율을 적용해 주고 있다. WSJ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신문이다. 하루 평균 판매 부수가 210만 부로 NYT의 95만 부보다 월등히 많다. 지난해 미국 신문 판매 부수가 8.7% 감소했지만 WSJ는 0.5% 상승했다. 모기업 뉴스코프도 잘 나간다. 폭스스튜디오가 만든 영화 ‘아바타’의 대성공으로 주가가 급등하면서 현재 시장가치가 420억 달러에 이른다. 반면 NYT의 시가총액은 17억 달러에 불과하다. WSJ의 파격적인 광고판매 전략은 든든한 자본력이 받쳐주기에 가능하다. NYT는 맞대응 전략을 피하고 있다. NYT는 광고판매 가격을 낮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 대신 뉴욕 시장에서 신문 구독자와 웹사이트 접속자가 WSJ보다 많다는 것을 객관적 수치를 동원해 보여주는 광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수(Numbers)’라는 제목의 이 캠페인에 따르면 NYT는 뉴욕 시장에서 WSJ보다 구독자가 70% 이상 많다. 특히 구매력이 큰 여성 독자 비율이 62%로 남녀 독자가 엇비슷한 WSJ보다 높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누가 승리할지는 점치기 힘들다. 뉴욕의 광고주들에게 WSJ의 광고할인이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NYT가 오랫동안 쌓아온 신뢰도를 무시할 수는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들의 대결이 단순히 뉴욕 시장을 둘러싼 종이신문의 경쟁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 정보통신잡지 와이어드는 최근 분석기사를 통해 “NYT-WSJ의 뉴욕 전쟁은 결국 디지털 전쟁이다”라고 밝혔다. 직장인과 젊은층 인구가 많은 뉴욕은 미국에서 인터넷, 스마트폰, 아이패드 이용률이 가장 높은 도시다. 모바일 미디어를 이용해 뉴스를 검색하는 독자 비율도 높다. 두 신문의 경쟁은 디지털기기 사용자에게 얼마나 편리한 콘텐츠 환경을 제공하고 정교한 요금 부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느냐의 싸움이다. WSJ는 디지털 경쟁력이 NYT보다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WSJ는 2007년 온라인 콘텐츠를 유료로 전환한 데 이어 지난해부터 스마트폰용 콘텐츠도 돈을 받고 있다. NYT는 내년에야 온라인 콘텐츠 유료화에 나설 계획이지만 뉴미디어 대응력이 부족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요즘 뉴욕 신문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두 신문의 경쟁은 결국 어느 쪽이 더 치밀한 디지털 전략을 세우느냐에 따라 승부가 결정 날 것으로 보인다.정미경 기자 언론학 박사 mickey@donga.com}

    • 2010-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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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편 사업자 수 8월 결정, 9월 모집 공고”

    케이블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선정 절차가 9월 모집 공고와 함께 본격 시작돼 연내 마무리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8월 말까지 종편 및 보도채널 사업자 선정 기본계획을 확정짓고 9월부터 사업자 모집 공고, 신청서 접수, 사업계획서 심사 등을 거쳐 연내 사업자를 선정하는 계획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9월 모집 공고 이후 일정은 10월 사업계획서 제출 및 보정, 11월 말까지 심사, 12월 선정 발표 순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기본계획에는 심사기준, 선정방식, 사업자 수, 세부 추진 일정 등이 포함되며 업계·학계 토론회 및 자문단의 조언, 온·오프라인 공청회를 거쳐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업자 수는 글로벌 경쟁력, 시장 규모, 미디어 다양성 보장 등을 기준으로 결정하겠다고 김준상 방통위 방송정책국장이 말했다. 방통위는 6월까지 신문부수 인증기관을 지정하고 9월에 신문 구독률 환산을 비롯한 시청 점유율 산정 기준도 마련할 예정이다. 방송법에 따르면 신문이 방송을 겸영할 경우 신문 구독률을 포함한 방송사업자의 시청 점유율이 30%를 넘어서는 안 된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준비사업자에게 민감하고 중요한 일정은 명확하게 제시해 불필요한 논란이나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며 “올해 안에 사업자 선정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전체 일정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10-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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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금강산 몰수 철회해야” 유인촌 문화, 中에 협조 요청

    최근 북한이 금강산 관광 지구 내 관광 자산에 대해 몰수·동결 조치를 한 것과 관련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중국에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유 장관은 11일 중국 국가여유국장(관광담당 장관)에게 협조 요청사항을 담은 공한(공적인 편지)을 주중 한국대사관을 통해 전달했다. 유 장관은 “북측이 위법·부당한 행위를 철회하고 조속히 대화의 장으로 나와 금강산 관광과 관련한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관광이 재개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10-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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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문진 새 이사에 김재우씨 선임

    방송통신위원회는 12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보궐이사로 김재우 전 아주그룹 부회장(66·사진)을 선임했다. 김 이사는 경남 마산 출신으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삼성물산 특수사업본부장, 벽산 부회장 등을 지냈다. 1998년 워크아웃 대상 기업이던 벽산건설을 성공적으로 개조한 구조조정 전문가로, 현재 김재우기업혁신연구소장 겸 한국코치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김 이사의 임기는 김우룡 전 이사장의 남은 임기인 2012년 8월 8일까지다. 방문진은 19일 이사회를 열어 호선으로 새 이사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10-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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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뷰]이병률 시인이 본 윤정희 주연의 영화 ‘시’

    사람의 이야기를 가장 섬세하게 잘 다루는 이창동 감독의 이번 이야기는 시(詩)다. 그는 매번 허구를 끌어들이는 것 같지만 한 번도 그것이 허구인 적이 없다. 물론 이번 영화 역시 전편과 마찬가지로 인간 깊숙한 곳에 내재된 칼날에 대해 신랄하게 이야기를 풀어냈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제목이 시라니. 제목 하나로 나는 오랫동안 이 영화(13일 국내 개봉)를 기다려왔다. 그의 작품을 진심으로 아꼈던 나로서는 그가 만들었다는 영화 ‘시’가 또 한 번 사람 영혼을 먼지 나게 두들기겠구나 하고 짐작을 앞세웠다. 짐작은 맞았다. 이창동 감독은 영화 ‘시’를 통해 삶에 미안한, 번번이 생에 빚을 지고 사는 우리들 껍데기의 부피를 저울에 올려놓고 이것 좀 보라고 한다. 그리고 그 가늠할 수 없는 무게로 두 시간 내내 심장을 퉁퉁 붓게 한다. 어느 인디언 부족의 말에는 ‘미안하다’는 말이 없다고 한다. 대신 ‘모르고 한 일’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그 ‘모르고 한 일’ 가운데 저질러진 수많은 오류는 차라리 ‘미안한 일’보다는 인간적인 범주 안에 있을 것이다. 영화 ‘시’를 끌고 가는 한 가지 사건은 ‘미안한 일’과 ‘모르고 한 일’의 묘한 경계를 대면시키며 관객들을 극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인간의 숲은 경계란 것이 워낙 모호하므로 복잡하게 돼있다. 이창동 감독은 그 숲으로 걸어 들어가 복잡한 것을 풀려고도 하고 그 복잡한 것을 좀 더 헝클어 놓기도 한다. 그래서 이 영화 앞에서는 한참을 앉아 있다가 칼에 베인 듯 휘청휘청 걸어 나올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주인공 미자(윤정희)는 드러누운 손자에게 따져 물을 말이 있다. 대답을 듣기 위해서는 아니지만 손자를 흔들어 깨워 손자의 잘못을 야단하려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미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겨우 “왜 그랬어…?”라는 말을 하면서 손자가 뒤집어쓴 이불을 자꾸 끌어당기는 미자와 그 이불을 자꾸 뒤집어쓰려는 손자. 이 명장면에 그 어떤 대사도 배치시키지 않았다는 사실(실제로 손자와 할머니는 이 영화의 축을 이루는 한 사건에 대해 어떤 대화도 나누지 않는다)은 그토록 먹먹하고도 처연한 우리 삶을 들춰내려는 것 같아 소름까지 돋는다. 또 하나 인상적인 장면으로는 시 창작 수업을 듣는 미자와 수강생들이 각자 저마다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얘기하는 대목이다. 이 장면을 통해 분명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만이 시의 자격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며 오히려 그 정반대의 순간들이 서로 얽혀 시로 탄생되는 것이라는 ‘아픈 사실’을 호소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것이 시와 인생이 나란히 갖는 성품이며 본질일 것이다. 현실을 닮아 일그러진 낯을 가진 손자 역할의 이다윗, 연기의 경지를 넘어선 김희라의 놀라운 호흡과 현실의 고통을 누구보다도 믿음직스럽게 받쳐주고 있는 안내상의 광채. 영화를 통해 이 세 배우를 만났다는 사실 역시도 차가운 칼날 하나가 심장에 스친 기분이다. 삶이 불안한 것인지 불편한 것인지, 삶 앞에서 의연해야 하는 것인지 담담해야 하는 것인지를 이 영화는 가르쳐주지 않는다. 가르쳐주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 삶은 우리가 살아가는 하나의 시일 것이므로. 텍스트로서의 시는 세상에서 잠시 걸음을 멈춘 것 같지만, 심장으로서의 시는 영원할 것이므로.}

    • 2010-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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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일 세계 첫 지상파 3DTV 시범방송

    방송통신위원회는 19일 KBS가 지상파로는 세계 최초로 3차원(3D) TV 시범방송을 실시한다고 6일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KBS와 SBS가 각각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프리챔피언십(19일 개막)과 남아공 월드컵 경기(6월 11일 개막)를 3D로 중계하기 위해 신청한 지상파 임시채널을 이날 허가했다. 이 채널은 66번으로 7월 12일까지 운용되며 MBC EBS도 사용할 수 있다. MBC는 '쇼! 음악중심' '뽀뽀뽀', EBS는 '냉장고나라 코코몽' 등의 프로그램을 3D로 제작해 방영할 계획이다. 이 채널은 수도권 지역에서 3D TV 수상기를 가진 가정에서 볼 수 있다. 3D 시범방송은 19일부터 6월 10일까지 오후 7시~오후 10시 하루 3시간 동안 방송되고, 월드컵 기간인 6월 11일부터 7월 12일까지는 지상파 정규 방송시간과 동일한 오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방송된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10-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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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절린 카터 여사 방한… 고려사이버대와 ‘RCI-Korea’ 양해각서 체결

    《“내가 행복해야 남도 잘 돌볼 수 있습니다. 환자나 노약자를 간호하다 보면 이유 없는 자책감에 시달리게 되는데 그럴 필요 없습니다. 나를 위한 여유를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로절린 카터 여사(82)는 22일 ‘케어기빙(Caregiving·돌봄서비스)’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카터 여사는 “어느 사회든 주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환자나 노약자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정작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케어기버(Caregiver)’에 대한 관심은 매우 적다”며 “가족, 간병인, 요양보호사 같은 케어기버가 제대로 일하려면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자신의 모교인 조지아사우스웨스턴주립대(GSW)에 케어기빙 전문교육기관인 ‘RCI(Rosalynn Carter Institute for Caregiving)’를 설립한 카터 여사는 고려사이버대(옛 한국디지털대)의 초청으로 방한해 이 대학과 공동으로 국내 케어기빙 전문연구기관 ‘RCI-Korea’를 설립하는 행사에 참석했다. 카터 여사는 이날 행사에서 김중순 고려사이버대 총장과 케어기빙 공동연구 및 전문교육 과정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행사 후 고려사이버대 총장실에서 동아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가진 카터 여사는 피곤한 기색도 없이 “한국을 여러 번 방문했는데 올 때마다 한국인의 배려심에 감동한다”며 “아마 남편보다 내가 한국 방문을 더 즐거워할 것”이라며 웃었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 ―정신건강, 아동 여성 인권보호, 빈민구제 등 여러 가지 사회 이슈에 관심이 많으신데요. 케어기빙에 관심을 가지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습니까. “개인적인 경험 때문입니다. 어렸을 때 외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외할아버지가 우리 가족과 함께 살게 됐습니다. 70세 때 우리 집에 오셔서 94세에 돌아가셨죠. 돌아가시기 전 4년 동안 계속 아프셨습니다. 당시 어머니가 얼마나 힘들게 간병했는지 옆에서 지켜봤습니다. 우체국에 다니던 어머니는 매일 새벽에 출근해서 점심 때 할아버지 식사를 챙기기 위해 집에 들르셨습니다. 퇴근하고서도 쉬는 시간이 없었죠. 또 남편의 어머니, 형과 두 누님이 모두 암으로 돌아가시면서 케어기버가 얼마나 힘든 일을 하는지 알게 됐습니다.” ―미국 전역을 돌며 케어기버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셨는데요. 주로 어떤 어려운 점을 호소하던가요. “한 여성은 아픈 아버지를 돌보다가 너무 힘들고 지쳐 도망쳤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러다가 죄책감이 들어서 다시 돌아갔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여성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아픈 사람을 옆에서 돌보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RCI 조사에 따르면 치매 노인을 돌보는 가족 중에서 3분의 1은 우울증에 걸려 있습니다. 또 가족 간병에 시간을 쏟다 보면 사회활동에 적극 참여할 수 없으니 재정적 어려움을 겪을 확률이 높습니다.” ―한국에는 아직 전문 케어기빙 서비스를 받기보다는 가족이 아픈 사람을 돌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특별히 더 힘든 점이 있습니까.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케어기버의 80%는 가족입니다. 미국에는 1500만 명의 가족 케어기버가 있습니다. 대부분 무보수 노동이죠. 이들이 하는 일을 돈으로 환산하면 매년 3060억 달러어치의 노동을 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이들은 ‘외롭고 힘들다’고 호소하지만 자신의 상황을 개선할 해결책은 모르고 있습니다. 첫 단계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대화를 나누는 것입니다.” ―1987년 RCI를 설립하셨을 때 미국에서 케어기빙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었나요. “미국은 한국보다 고령화가 먼저 진행되면서 케어기빙 문제가 심각했지만 1980년대 후반만 해도 관심이 부족했습니다. 남편이 1981년 재선에 실패하면서 백악관에서 ‘비자발적 은퇴(involuntary retirement)’를 하게 됐죠(웃음). 이듬해 카터센터를 세우고 정신건강 이슈에 관심을 쏟게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케어기빙 문제가 눈에 들어오게 됐습니다. 미국 내 36개 의료복지단체에 케어기빙 프로그램이 있느냐고 문의했지만 모두 없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지금은 케어기빙 이슈가 많이 활성화돼서 전국연합체인 ‘전미퀄리티케어기빙연합(National Quality Caregiving Coalition)’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케어기버를 위해 어떤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합니까. “지원 프로그램에는 커뮤니티가 모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케어기버는 물론 복지기관, 기업, 사회단체가 참여해서 심도 있는 카운슬링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합니다. 또 가족 케어기버들은 전문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을 위한 전문적인 교육 프로그램도 갖춰야 합니다. RCI-Korea는 한국 상황에 맞는 케어기빙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카터 전 대통령 부부는 퇴임 후 활발한 사회활동을 펼치며 미국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편히 은퇴 생활을 즐기지 않고 적극적인 사회활동에 나서고 계신데, 무슨 계기가 있었나요.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 즐겁습니다. 남편과 저는 사회적 위치 덕분에 도울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것이 그저 고마울 뿐이지요.” ―외국 방문 때 꼭 부부가 동행하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미국 정치인 부부 중 가장 이상적인 파트너십이라는 얘기도 있는데요. “저희도 간혹 싸웁니다(웃음). 다만 저희 부부는 가정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서로 상대방의 공간을 지켜주려고 노력합니다.” 카터 여사는 인터뷰에서 케어기빙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많이 했다. 14세 때 아버지가 백혈병으로 돌아가시기 전 어머니가 간병한 얘기를 할 때는 눈물을 짓기도 했다. 카터 여사는 “9년 전 집짓기 운동인 해비탯의 봉사자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인들이 보여준 열정과 친절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며 “이번에도 한국과 함께 의미 있는 케어기빙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인터뷰=정미경 차장 mickey@donga.com■ ‘RCI-Korea’ 돌봄 교육이란보는 서비스다. 서비스를 하는 사람은 케어기버(Caregiver·돌봄 제공자) 또는 돌보미라고 부른다. 간병인, 요양보호사, 간호사 같은 전문직업인뿐만 아니라 가족도 포함한다. RCI-Korea는 돌봄에 대한 전문지식뿐만 아니라 돌봄 제공자가 스스로를 돌보는 방법도 가르친다. 지금까지 돌봄 교육은 돌봄을 받는 사람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의 스트레스는 간과해 왔다. 지난해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519만2710명으로 전체 인구의 10.7%. 노인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돌봄에 대한 수요도 급증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요양보호사 5만 개, 복지 서비스 1만 개 등 모두 6만 개의 돌봄 서비스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장기간 돌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육체적, 정신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치매 노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치매 노인을 돌보는 가족의 66% 이상은 요통, 심장질환, 고혈압, 관절염, 소화기질환 등의 신체적 질환을 한 가지 이상 앓고 있었다. 또 돌봄 제공자의 감정은 무시되기 쉽지만 우울증, 불안, 죄책감, 무력감, 좌절감 등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상당했다. 이서원 RCI-Korea 연구소장(44·고려사이버대 사회복지학부 교수)은 “가족이나 요양보호사 등 돌봄 제공자가 돌봄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과 체계적인 훈련을 하면 신체적 건강, 심리적 안정, 위기극복의 힘이 크게 증가한다”며 “돌봄 제공자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직무능력을 높이면 돌봄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RCI-Korea는 무엇보다 돌봄 제공자가 건강한 심신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교육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RCI-Korea에서 미국 RCI가 공동 개발한 자기돌봄과 관계회복, 케어기빙의 기초, 케어기빙 과정론 등 총 여섯 과목을 이수하면 ‘케어기빙 수료증(Caregiving Certificate)’를 수여한다. 이달에 필수과목인 ‘케어리빙의 기초’가 개설되고 나머지는 향후 3학기에 걸쳐 차례대로 신설된다. 자세한 내용은 02-6361-1977로 문의하면 된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케어기빙(Caregiving) ::노인, 장애인, 만성질환자처럼 스스로 자신을 돌보기 힘든 사람들을 돌보는 서비스를 말한다. 국내에서는 돌봄서비스, 사회서비스 등의 용어로 쓰이고 있다. 케어기버(Caregiver·돌봄 제공자)는 간병인, 요양보호사, 간호사 등 전문직업인뿐 아니라 가족도 포함한다.■ 로절린 카터 여사 약력△1927년 미국 조지아 주 플레인스 출생△1946년 조지아 사우스웨스턴주립대 졸업.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결혼△1970년 카터 전 대통령, 조지아 주지사 당선△1977년 카터 전 대통령, 대통령 당선(1981년 퇴임)△1982년 카터 전 대통령과 공동으로 비영리 자선단체 ‘카터 센터’ 설립△1987년 케어기빙 전문연구기관 ‘RCI’ 설립△1991년 아동 조기 면역 캠페인 ‘Every Child By Two’ 전개△자녀: 3남 1녀△수상: 미국 대통령 훈장(카터 전 대통령과 공동 수상·1999년), 유엔아동기금 아동생존상(1999년), 미국 공중위생국장 메달(2000년), 전미 여성명예의 전당 추대(2002년), 미국 평화상(카터 전 대통령과 공동 수상·2009년) 등}

    • 2010-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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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동아일보] 개인인터넷방송 ‘아슬아슬 수위’ 外

    “별풍선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캠코더와 컴퓨터만 있으면 자유롭게 나만의 방송을 할 수 있는 뉴미디어 공간 아프리카TV. 방송 시청자로부터 받은 응원의 ‘별풍선’을 현금화할 수 있게 되면서 청소년들까지 아프리카TV 진행자에 도전하고 나섰다. 별풍선 바람 때문일까. 그들의 ‘몸짓’과 ‘말투’도 변해가고 있다. 눈길을 빼앗기 위해 더 화려하게, 더 자극적으로….[관련기사] ■ MB “TK 세종시 피해의식 희한하다”이명박 대통령이 5일 대구와 광주를 연구개발(R&D)특구로 지정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일각에서 주장하는 ‘세종시 역차별론’에 대해 “참 희한하다.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특구 지정을 직접 확약한 배경은 뭘까.[관련기사] ■ 세무조사 루머 진화 나선 국세청‘현 정부 들어 호남 기업이 국세청 세무조사의 집중 타깃이 되고 있다더라….’ 최근 일부 지역에 나돈 소문이다. 그러자 국세청이 올해 예정된 정기 세무조사 대상 기업의 지역별 비율을 이례적으로 공개해 버렸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루머와 억측의 실태를 살펴봤다.[관련기사] ■ 수자원公 ‘철밥통 깨기’ 그후한국수자원공사의 연봉제는 공기업 가운데 가장 원칙에 철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같은 연차라도 일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연봉 차이가 최고 2600만 원에 이르고 평가에서 2년 연속 최하 등급을 받으면 회사를 떠나야 한다. 내부개혁을 통해 경쟁력을 키운 과정을 소개한다.[관련기사] ■ 신성한 산에서 만나는 인간의 야만 세계 최고봉 초모랑마(에베레스트)는 많은 산악인들에게 신성한 땅이다. 그러나 이곳은 인간의 탐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야만의 땅이기도 하다. 미국 기자 마이클 코더스가 쓴 ‘에베레스트의 진실’은 상업주의에 물든 초모랑마의 우울한 모습을 보여준다.[관련기사]}

    • 2010-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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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훈클럽 저술지원 10명 선정

    관훈클럽 신영연구기금(이사장 문창극 중앙일보 부사장 대우 대기자)은 24일 최수묵 동아일보 미디어연구소 기획위원(기막힌 뉴스, 기막힌 이야기), 주성하 동아일보 국제부 기자(서울에서 쓰는 평양 이야기) 등 10명을 2010년 상반기 언론인 저술·번역 출판 지원 대상자로 선정했다. 괄호 안은 저술 주제. △김석종 경향신문 편집국 부국장(산중대화-우리 시대의 선승들) △김환영 중앙일보 중앙SUNDAY 지식팀장(신문 기자와 독자를 위한 세계 석학론) △권귀순 한겨레 여론미디어팀 기자(한겨레 편집 변천사) △이성희 한국일보 생활과학부 차장(패션의 사회문화사) △김수연 연합뉴스 통합뉴스룸 기자(뉴스의 감성 화장법) △이동식 KBS 해설위원실장(한국음악 세계를 울리는 방법) △김은경 영남일보 문화부 기자(녹향, 대한민국 예술 일번지) △김기덕 동아방송예술대 방송콘텐츠학부 초빙교수(방송문장-이론과 실제)}

    • 2010-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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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어생활연구원 이사장 김희진 씨

    국어생활연구원 초대 이사장으로 김희진 전 국립국어원 국어진흥부장(사진)이 19일 취임했다. 김 이사장은 숙명여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 국립국어원 어문실태연구부장, 국어진흥부장을 지냈으며 ‘방송 뉴스의 어휘 선택’(공저) ‘의료인을 위한 우리말 바로 쓰기’ 등의 저서가 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10-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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