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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두 달 연속 국내 경기의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KDI는 10일 내놓은 ‘2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생산 증가세가 완만한 수준에 머무른 가운데 대외 여건 악화로 경기 하방 위험이 높아지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이 내수에 악재가 되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관세 전쟁’ 본격화로 수출 여건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KDI는 지난달에도 “경제 심리 위축으로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되는 모습”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KDI가 두 달째 같은 전망을 이어 가면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KDI는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정국 불안에 따른 가계심리 위축으로 소비 부진 역시 지속되고 있다”며 “내수 부진이 지속되면서 고용 증가세의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소비 동향을 보여 주는 소매판매는 승용차, 가전제품, 의복 등을 중심으로 1년 전보다 3.3% 감소했다. 비상계엄 직후 얼어붙은 가계와 기업의 심리지표 또한 지난달까지 낮은 수준을 이어 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전(全)산업 생산은 1년 전보다 소폭(1.4%) 느는 데 그쳤다. 제조업 등에서 생산이 늘었는데도 계속되는 건설업 부진(―8.3%)이 전체 생산을 끌어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무역분쟁이 격화하면서 통상 환경 악화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KDI는 짚었다. 반도체를 빼면 수출이 이미 둔화하고 있는데 통상환경 악화로 수출 여건이 더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전체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0.3% 감소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14일부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나 쇼핑몰 등이 무료 서비스를 유료로 바꿀 땐 한 달 전부터 고객에게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를 반복해 어기면 최대 1년간 영업정지가 내려질 수 있다. 1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으로 전자상거래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다크패턴 방지법’이 14일 시행되면서 이에 맞춰 하위 법령을 개정했다. 다크패턴이란 기만적인 방법으로 유료 전환이나 가격 인상 동의를 받아내는 등의 눈속임 상술을 말한다. 개정 시행령에는 체험판 등 무료 서비스가 유료로 전환되거나 정기결제 대금이 인상될 경우 소비자에게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유료 전환·대금 인상 전 30일 이내에 알려야 하고, 소비자가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종료해야 한다. 기존에 동의했더라도 이를 취소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 역시 알려야 한다. 소비자가 구독 취소 등을 선택했을 때 팝업창 등을 통해 선택을 바꾸라고 반복해서 요구하는 일도 금지된다. 다만 소비자에게 ‘7일 동안 다시 보지 않기’ 등의 선택지가 주어졌다면 7일 이상 간격으로 선택을 바꿀 수 있다는 팝업창을 띄우는 것은 허용된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대왕고래 프로젝트’ 1차 시추 결과를 둘러싼 비판에 대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사진)이 “연구개발(R&D) 사업에 1000억 원을 투자해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사기극이라 얘기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정부의 섣부른 발표가 국민적 기대감을 불필요하게 높였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이에 대한 사과도 없었다. 7일 안 장관은 대왕고래 프로젝트 1차 시추 결과 발표 이후 처음으로 가진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기극’이라는 비판은 과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안 장관은 지난해 프로젝트 발표 과정에서 ‘정무적 개입이 있었다’는 취지의 산업부 관계자 발언이 나온 데 대해서도 “정치적 논란이 제기되는 것을 브리핑 과정에서 설명하다 보니 표현이 잘못 나간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며 국민적 기대감을 불필요하게 부추겼다는, ‘용산 책임론’에 대해 선을 그은 것이다. 당시 대통령의 브리핑에 호응하듯 안 장관 역시 “동해 석유·가스전의 매장 가치가 삼성전자 시총(당시 약 455조 원)의 5배 수준”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안 장관은 “(대왕고래 가스 매장량에)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은 바뀌기 어렵다”면서도 “1700여 개 넘는 시료를 확보했고, 이를 분석해 추가 유망구조 위치를 파악할 예정”이라며 “비관적으로 볼 건 아니”라고 했다. 가이아나 같은 경우는 14공을 시추해서 성공했고, 노르웨이는 34번 만에 성공한 만큼 이제 시작이라는 얘기다. 예산을 추가로 투입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안 장관은 “모든 개발비를 해외 투자자에만 의존하면 나중에 개발됐을 때 국부 유출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우리 예산으로 사업에 참여해 합당한 국부를 지키며 자원 개발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에서 ‘통상전쟁’을 총괄할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 후보자(사진)가 미국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한국, 유럽연합(EU)의 규제 움직임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고 6일(현지 시간) 밝혔다. 한국 등이 구글 등 미 빅테크 기업들의 독과점을 규제하는 입법을 추진하면 ‘보복 관세’ 등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이날 미 상원 재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그리어 후보자는 ‘EU와 한국 등 많은 국가들이 미국 테크 기업들에는 특별한 요건이나 세금을 부과하지만 자국이나 중국 기업에는 이를 면제한다. 이런 조치에 대응해야 하는가’라는 질의에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믿는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 기업들을 어떻게 규제할지 등을 EU, 브라질이나 다른 국가들에 맡겨선 안 된다”며 “그들이 우리를 차별해선 안 된다.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독점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했다. 이 법안은 지난해 10월 발의됐지만 여야 간 시각 차와 탄핵 정국으로 인해 아직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그리어 “북미무역협정 무임승차 안돼”… 멕시코-加 진출 韓기업 등 겨냥“韓-EU 빅테크 규제 용납못해” 對美수출 무관세 혜택 변경 내비쳐韓기업, 美로 공장 이전 잇단 고심정부 일각에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무역정책으로 인해 온라인 플랫폼 규제 동력이 완전히 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입법 논의 과정에서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그리어 후보자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이용해 제3국이 ‘무임승차’ 하는 것을 막겠다는 뜻도 밝혔다. 미국보다 생산원가가 낮은 멕시코에서 물건을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 기업 등을 겨냥한 발언이다. 그는 ‘USMCA에서 향후 어떤 구체적인 변경을 추진할 것인가’라는 질의에 “원산지 규정 등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제3국이나 우려되는 다른 국가들이 이 협정으로 미국과 우리의 무역 파트너(멕시코, 캐나다)들을 희생시켜 혜택을 받거나 무임승차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은 트럼프 1기 때 멕시코, 캐나다와 USMCA를 맺고 이들 국가에 무관세를 적용해 왔다. 이에 한국 기업들은 USMCA를 통한 무관세 혜택과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멕시코로 ‘니어쇼어링’(인접국으로 생산기지 이전)에 나섰다.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 기아, LG전자, 포스코, 현대모비스, HL만도 등 500여 개에 이른다. 캐나다에도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퓨처엠 등 이차전지 업체를 중심으로 100여 개 기업이 둥지를 틀었다. 트럼프 2기에서 통상 압박이 이어지면서 국내 기업들은 미국으로 생산기지 이전을 고심하고 있다. 미국으로 생산시설을 옮기면 적지 않은 신규 투자비가 필요한 데다 멕시코와 비교해 임금 부담이 8배 이상 높아진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케레타로 공장에서 생산 중인 건조기 물량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 공장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LG전자도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생산하는 냉장고 일부 물량을 미국 테네시주 공장으로 옮기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한 달 전과 같은 2%로 유지했다. 다만 길어지는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정책 변화가 한국의 성장률을 끌어내릴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IMF는 이날 ‘2024년 한국 연례 협의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 같은 분석을 내놨다. 보고서에서 IMF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0%로 내다봤다. IMF는 지난달 17일 내놓은 세계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제가 2.0% 성장할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의 영향이 본격화한 후에도 같은 전망을 유지한 것이다. 이는 한국 정부의 성장률 전망(1.8%)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견조한 수출과 민간 소비, 투자의 완만한 회복이 이 같은 성장률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다만 IMF는 한국 경제에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다는 단서를 달았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미국 신정부 정책 변화가 본격화하면 2%대 성장률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약세인 점, 중국 등 한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의 경기가 부진한 점 역시 올해 한국 경제 성장에 위협이 되는 요인이라고 IMF는 짚었다. 이어 IMF는 정치적 불확실성 장기화는 투자와 소비 심리에 악영향을 미치고 금융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한국의 정국 혼란이 경제에 미친 영향을 IMF가 신중히 주시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IMF 측은 경제 관련 데이터들이 좀 더 나오면 4월 이후에 성장률 전망치를 조정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한편 IMF는 한국이 건전재정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고 권하면서도 하방 리스크가 현실화해 성장이 둔화하면 취약계층에 대한 추가 재정 지원이 고려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개발 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1차 탐사 시추에서 경제성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7개 유망구조(석유·가스가 발견될 가능성이 있는 구조) 중 석유와 가스가 가장 많이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돼 가장 먼저 시추가 이뤄진 곳에서조차 경제성을 확인하지 못했다. 나머지 6개 유망구조 시추를 위한 예산 확보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동해 심해 가스·석유전 개발 사업의 미래도 불투명해졌다.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왕고래 1차 탐사 시추 작업 결과 가스 징후가 일부 있음은 확인했지만 규모가 유의미한 수준,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47일간의 시추 작업이 이달 4일 종료됐는데, 매장된 석유와 가스의 경제성을 판단하는 데 핵심이 되는 ‘탄화수소 가스 포화도’ 수치가 상업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판단이 나온 것이다.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지난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발표해 세계적 관심을 불러모았던 사업이다. 당시 안덕근 산업부 장관도 “동해 석유·가스전의 매장 가치가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 수준”이라고 말한 바 있다.애초 정부는 대왕고래에서 최소 5차례의 탐사 시추가 필요할 것으로 봤지만 1차 시추 결과 추가 시추를 진행할 정도의 매장량도 발견되지 않았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가스량이 경제적으로 생산 광구로 전환하거나 추가 탐사 시추를 할 정도까지는 이르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이번 1차 시추 작업 결과는 향후 프로젝트 추진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여겨졌다. 올해 대왕고래 관련 예산이 국회 통과 과정에서 대부분 삭감된 만큼 1차 시추 결과에 따라 향후 추가 시추 예산 확보 가능성도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대왕고래 시추 작업이 1차에서 중단되게 되면서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개발사업의 나머지 6개 유망구조 시추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윤 대통령이 직접 탐사 시추 계획을 발표하며 예상 성과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잡아 기대 효과를 부풀렸다는 비판도 제기된다.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일반적인 자원 개발 차원에서 보면 첫 시추에서 바로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이번 시추 결과가 해외 투자 유치에 긍정적이라고는 표현하지 못하겠지만 (나머지 유망구조의 시추는) 투자 유치를 통해 리스크를 낮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정부는 ‘대왕고래’ 유망구조(석유·가스가 발견될 가능성이 있는 구조) 시추 과정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정밀 분석하기 위해 미국 업체 ‘코어랩(Core-Lab)’과 우선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동해 유전 가능성을 제기한 ‘액트지오(ACT-GEO)’는 분석 기관이 아닌 만큼 대상에서 빠진다. 석유·가스전 개발의 첫 삽으로 평가받은 ‘대왕고래 프로젝트’(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개발 사업)가 일단 실패로 돌아가면서 액트지오의 신뢰성에 대해 다시 한번 논란이 일고 있다. 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대왕고래에서 수집한 시료와 데이터 분석을 맡길 기관을 선정하기 위해 글로벌 5개 업체를 대상으로 지명경쟁 입찰을 실시했다. 이 중 미국의 지질구조 분석 업체인 코어랩과는 이달 내 선정을 목표로 우선협상을 하고 있다. 계약금은 100만 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최종 선정된 업체에 대왕고래에서 나온 1700개 이상의 시료 분석을 맡겨 이를 후속 탐사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데이터 분석 업체가 아닌 액트지오는 이번 입찰 대상에서 빠졌다. 미국의 자문 업체인 액트지오는 앞서 한국석유공사 등에 낸 용역 보고서를 통해 경북 포항시 영일만 일대 140억 배럴이 넘는 가스·석유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최근 액트지오는 이 외에 51억 배럴 이상의 추가 가스·석유가 울릉분지(마귀상어)에 묻혀 있을 가능성을 내놓기도 했다. 액트지오의 이 같은 평가를 기점으로 시작된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사실상 실패하면서 액트지오의 신뢰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이 또다시 나오고 있다. 지난해 6월 발표 당시부터 액트지오는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이 단독으로 운영하는 사실상 1인 기업이라는 점 등이 문제로 제기된 바 있다. 사무실이 미국 텍사스주의 한 가정집으로 되어 있는 데다, 현지에서 세금까지 체납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부실 업체’ 논란은 더욱 커졌다. 대왕고래에 이어 마귀상어까지 액트지오가 연달아 유망성 평가 용역을 따낸 과정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 특혜를 준 게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해 석유공사가 액트지오에 용역비로 지불한 금액은 40억 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석유공사가 대왕고래 시추에 들인 예산은 총 1000억 원이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비상계엄 및 탄핵정국 이후 처음으로 나온 국제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평가에서 한국이 이전과 같은 등급(AA―)을 유지했다. 다만 ‘트럼프 리스크’에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약 한 달 만에 또다시 0.3%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이날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유지했다. 피치는 앞서 2012년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올린 뒤 이를 유지해 왔는데, 12·3 비상계엄 사태에도 신용등급 하락은 일단 피한 것이다. 한국의 신용등급 전망 역시 ‘안정적’이라고 봤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한국 경제와 국가 시스템에 실질적인 영향은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7%로 낮춰 잡았다. 피치는 지난해 12월 9일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2025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0%으로 낮춘 바 있다. 이후 한 달도 안 돼 0.3%포인트를 추가로 내린 것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심리 위축,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보편관세 부과에 따른 수출 둔화 우려가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의 이유로 꼽혔다. 정국 혼란이 계속될 경우 신용등급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피치는 보고서에서 “정치적 교착상태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정책 결정의 효율성, 경제 성과, 재정건전성 등이 악화될 수도 있다”며 “더 심각한 정치적 변동성에 따른 위험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치는 정부 부채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경우 신용등급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자동차, 반도체 등 5대 산업계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트럼프 리스크’ 현실화에 따른 업계의 위기감을 쏟아냈다. 정부는 1분기(1∼3월) 중 최소 34조 원을 투입해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신설해 첨단산업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5일 정부는 최 대행 주재의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미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업계 의견을 들었다. 기재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 장관과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주요 산업협회장 등이 이날 회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5대 협회는 약 40분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정부 대응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로 예정된 회의 시간도 20분 가까이 길어졌다. 반도체 업계는 지난해 한국의 대미 반도체 집적회로(IC) 수출이 전체의 7.5%(106억8000만 달러)를 차지한다며 반도체 관세가 부과되면 수요 둔화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딥시크’ 쇼크에 직면한 미국이 중국 인공지능(AI) 견제를 위해 수출 통제를 확대하면 한국 역시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배터리 업계는 미국이 캐나다에 고율 관세 부과를 본격화할 경우 미국 수출을 염두에 두고 캐나다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캐나다에서 생산되는 셀을 미국 외 국가에 수출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LG, SK, 삼성 등 배터리 3사가 공동으로 리플릿 등을 만들어 대미(對美) 아웃리치(대외 접촉 지원 활동)에 나서는 등 고육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동차 업계 역시 한국GM의 미국 수출 의존도가 90%에 달한다는 점을 들어 한국을 수출기지로 활용해 온 자동차 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철강 업계는 한국에 부여한 연간 263만 t가량의 무관세 쿼터가 축소되면 미국 현지 삼성, 현대자동차·기아 등에 대한 소재 공급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는 요구도 빗발쳤다. 반도체 업계는 52시간 적용 제외를 담은 반도체 특별법에 대한 조속한 처리를, 자동차 업계는 관세 폭탄을 피해 기업들이 국내로 돌아올 수 있도록 내수 진작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정부는 업계 요구사항을 검토한다고 밝히면서 1분기 중 배터리, 바이오 등 첨단전략산업을 지원하는 기금을 한국산업은행에 신설하겠다고 했다. 최소 34조 원 규모로 기금을 꾸리겠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재원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재정을 투입한다면 추가경정예산(추경)에 포함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지난해 영세 자영업자의 폐업이 급증하며 ‘소상공인 퇴직금’ 지급액이 역대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금을 담보로 소상공인들이 받아간 대출도 9조 원을 처음 넘어섰다. 근로자 중에선 일용직 근로자의 감소세가 두드러져 길어지는 내수 부진에 취약계층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소상공인 퇴직금 담보 대출 25% 급증4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에게 지급된 노란우산 폐업공제금은 1조3908억 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1300억 원가량(10.4%) 늘어난 규모로, 2023년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선 데 이어 또다시 사상 최대치를 새로 썼다. 2007년 도입된 노란우산은 연 매출 120억 원 이하 소기업, 소상공인이 돈을 적립하면 폐업이나 고령 등으로 생계가 어려울 때 이자를 얹어 돌려주는 공제 제도다. 일종의 소상공인 퇴직 안전망인 셈이다. 이 중 폐업공제금은 폐업을 이유로 공제금을 타 간 경우로, 지급액이 늘어난 건 가게 문을 닫은 취약 자영업자가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다. 소상공인이 퇴직금을 담보로 빌려간 대출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노란우산 공제계약 신규 대출액은 9조515억 원으로, 이 역시 사상 최대였다. 1년 전보다 25.1% 늘었고, 2년 전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로 급증한 액수다. 노란우산 공제계약 대출은 은행권 대출이 어려운 소상공인에게 본인이 적립한 부금 내에서 돈을 빌려주는 상품이다. 대출을 갚지 못하면 나중에 지급될 퇴직금에서 차감된다. 경영 상황이 악화되며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소상공인이 그만큼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내수 침체가 취약계층부터 덮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3분기(7∼9월) 도소매, 운수, 숙박음식업 자영업에 종사하는 가구의 월평균 사업소득은 178만2000원으로 1년 전보다 7.1%(13만6000원) 줄었다. 2019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감소세다. 특히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 이후로는 자영업자의 생계난 등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최근 들어 폐업공제금 신청이 특히 집중되고 있다. 부금 내 대출 신청도 늘어나는 등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일용직 근로자 15만 명 ↓ 취업시장에서도 일자리 한파는 취약계층에게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일용직 근로자 수는 1년 전보다 14.7%(15만 명) 급감한 87만1000명이었다. 모든 달을 통틀어 1983년 2월(75만 명), 1984년 2월(86만9000명) 이후 역대 세 번째로 적은 수준이다. 이 기간 전체 임금근로자 수는 0.2%(4만9000명) 줄었는데, 일용직 근로자 감소세가 유난히 두드러졌다. 일용직 근로자가 급감한 건 건설경기가 얼어붙으면서 대표적인 취약계층 일자리로 꼽히는 건설업 일자리가 빠르게 사라진 게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 관계자는 “플랫폼 일자리가 늘면서 일용직 근로자 수는 감소하는 추세다”라면서도 “다만 지난해 감소세가 유난히 가팔랐던 건 건설경기 한파 영향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건설업 취업자 수는 지난해 12월 역대 가장 큰 폭(―7.2%)으로 줄며 8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소비 위축 등으로 이어지면서 내수 침체가 더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 전망치가 계속 하향 조정되고 있어 올해 경기도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태라면 소비가 계속 침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악화하면서 올해도 세수가 부족해 3년 연속 ‘세수 펑크’가 날 수 있단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세수 전망치를 한 차례 내려 잡았지만 연말로 갈수록 소비가 얼어붙으며 이마저도 달성하지 못할 것이 유력해졌다.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8월 예산안을 짜며 올해 세금이 382조4000억 원 걷힐 것으로 봤다. 정부는 지난해 국세 수입을 337조7000억 원으로 전망했는데, 이보다 44조7000억 원 많은 수준이다. 특히 법인세를 중심으로 올해 세수가 늘 것이라고 정부는 보고 있다. 정부가 목표로 잡은 올해 법인세 수입은 88조5000억 원으로, 지난해 예상치(63조2000억 원)보다 25조3000억 원 많다. 세수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부가가치세는 4조3000억 원, 유류세가 포함된 교통·에너지·환경세는 3조90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소득세는 총 10조6000억 원 더 걷힐 것이라는 게 정부 전망이다. 하지만 최근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세입 전망도 덩달아 어두워지고 있다. 법인세의 경우 지난해 실적을 토대로 올해 내게 되는데, 이미 주요 반도체 대기업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10∼12월)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를 1조 원 이상 밑돌았다.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부동산 경기 한파가 이어지는 점도 변수다. 이 경우 부가가치세, 양도소득세 수입이 줄어들 수 있다. 게다가 유류세 인하 조치가 또다시 연장되면 교통·에너지·환경세 세입도 정부 전망치를 밑돌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부터 소비가 얼어붙는 등 경기 부진이 심화하면서 정부는 지난해 국세 수입 수정 전망치도 달성하지 못한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세수 재추계를 발표하면서 지난해 연간 세수가 당초 정부 목표치보다 29조6000억 원 덜 걷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실제 걷힌 세금은 이보다도 1조 원 넘게 부족한 336조 원대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확정 발표되면 올해 정부가 더 걷어야 하는 세금도 46조 원 안팎으로 늘어나게 된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여파에 가계가 지갑을 닫으면서 부가가치세 등의 세수가 예상치를 밑돈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경제 여건도 당초 정부 예상보다 악화된 상황이라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때 국세 수입 예산을 함께 수정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지난달 초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8%로 0.4%포인트 인하한 바 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 시간) 행정명령을 통해 미 동부 시간 4일 0시(한국 시간 4일 오후 2시)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중국에는 기존 관세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그간 ‘관세 무기화’를 공언해 온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처음으로 미국의 1∼3위 교역국에 관세 부과 결정을 내린 것이다.캐나다는 즉각 “미국산 제품에 25%의 보복 관세를 매기겠다”고 나섰고, 중국도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을 제소하겠다”고 맞서는 등 ‘글로벌 통상전쟁’이 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산 가전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의지를 피력했었고, 멕시코와 캐나다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 많아 향후 한국 경제에도 부담이 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에 따라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관세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이어 “불법 이민자와 펜타닐을 포함한 치명적 마약이 미국 시민을 죽이는 주요 위협이 됐다”며 “미국 국민을 보호하고 안전을 보장하는 게 대통령으로서 나의 의무”라고 관세 부과 배경을 설명했다. 관세 정책을 바꾸려면 의회 승인 등이 필요하지만 IEEPA를 통해 대통령 권한으로 즉각 관세 인상을 실현한 것이다.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세 나라가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매길 경우 관세율을 더 높이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선임 고문은 “3개국이 관세에 반발한다면 관세를 (더) 인상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내 유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캐나다산 에너지 제품은 다른 상품과 달리 관세율을 10%로 낮춰 적용할 예정이다.세 나라는 강하게 반발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같은 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1550억 캐나다달러(약 156조 원)의 미국산 제품에 똑같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도 X를 통해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는 2일 “미국을 WTO에 제소하고 상응하는 반격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로 멕시코와 캐나다를 북미 수출용 제품 생산의 거점기지로 삼아온 한국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무관세 혜택을 노리고 멕시코에는 자동차와 가전 등 500여 개 한국 기업이 진출했다. 캐나다에도 배터리 업체들이 다수 진출해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일부 품목의 생산처를 미국 본토로 옮기는 등의 경영 전략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트럼프, 美 3대 교역국부터 ‘관세폭격’… WSJ “가장 어리석은 무역전쟁”트럼프 ‘국제경제비상권한’ 발동… 러 등 적국에 쓰던 조치 꺼내들어美언론 “북미시장 교란 위험” 비판과거 통상전쟁 교역-생산감소 불러불법이민 등 개선땐 철회 가능성도“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보호무역주의의 새 시대를 열었다. 세계 통상전쟁이 ‘스테로이드’를 맞았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트럼프 대통령이 1일(현지 시간)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중국에는 기존 관세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글로벌 통상전쟁’의 서막을 열었다. 특히 3개국이 미국에 보복하면 관세율을 더 올리겠다고도 강조했다. FT는 각국 간의 통상전쟁이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은 것처럼 격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이번 조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 폭탄’을 무기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앞세운 세계 경제 재편에 시동을 거는 첫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방국까지 가리지 않고 때리는 전방위 통상전쟁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을 키우는 ‘트럼프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IEEPA 발동해 관세 폭탄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이번 관세 부과가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IEEPA는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대통령이 외국과의 경제 거래를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그간 북한 러시아 이란 등 미국의 적국에 대한 경제제재 때 주로 쓰였다.하지만 1∼3위 교역국인 멕시코 캐나다 중국을 상대로 ‘IEEPA’란 칼까지 직접 꺼내 들었다는 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를 단순한 ‘엄포용 카드’가 아닌 ‘실질적 무기’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적극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멕시코와 캐나다는 국경을 맞대고 있고, 미국의 대표적인 우방국으로 꼽혀 온 나라들이다.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이 800달러 이하의 캐나다 물품을 수입할 때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최소 기준 면제’ 조항도 앞으로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선별적 관세가 아닌, 모든 품목에 일률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세 나라를 시작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다른 나라에도 속속 관세 폭탄을 투여할 것이란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다음 타자로는 유럽연합(EU)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EU가 아주아주 나쁘다”며 유럽산 자동차 등에 관세를 부과할 뜻을 밝혔다. 한국과 일본도 사정권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한국산 가전, 일본산 철강 등에도 관세 부과 의지를 밝혔다.● WSJ “가장 어리석은 무역 전쟁”관세 폭탄을 맞은 세 나라는 지체 없이 ‘보복’을 선언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같은 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1550억 캐나다달러(약 156조 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똑같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관세, 비관세 조치를 모두 동원한 대응 조치를 예고했다. 중국은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뜻을 밝혔다.미국 주류 언론의 반응도 차갑다. 관세 부과가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통상전쟁(The Dumbest Trade War in History)”이라고 비판했다. 블룸버그통신도 “북미 지역의 통합된 시장을 교란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과거에도 통상전쟁은 교역 감소, 주요국 생산 급감 등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 미국이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통해 주요 교역국과 관세 전쟁을 벌인 것은 1930년대 대공황을 악화시킨 원인으로 꼽힌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중국을 관세 등을 통해 적극 압박했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크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 및 펜타닐 등 마약류의 미국 유입에 대한 책임을 이번 관세 부과 이유로 강조한 부분에도 주목한다. 향후 상대국들의 보복 조치와 미국 내 거센 비난 등에 직면할 경우 이 문제들이 어느 정도 해결됐다는 걸 명분으로 이번 조치를 철회하거나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9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에 “불법 이민을 막지 않으면 최대 25%까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하지만 멕시코가 국경 단속을 강화하자 해당 조치를 철회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지난해 일을 그만둔 10명 중 4명은 폐업이나 정리해고 등 탓에 어쩔 수 없이 일터에서 짐을 싼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부진이 길어지면서 단시간 취업자는 처음으로 250만 명을 넘어서고, 고용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있는 초단시간 근로자 역시 급증하는 등 일자리 질도 뒷걸음질했다.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비자발적 퇴직자는 1년 전보다 10만 명 넘게(8.4%) 늘어난 137만2954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퇴직자의 42.9%에 달하는 규모로, 정년퇴직 등으로 일을 관둔 경우와 비교해도 8.3배에 달했다. 비자발적 퇴직자란 휴·폐업, 정리해고, 사업 부진 등으로 원치 않게 일을 그만둔 뒤 쭉 실직 상태인 사람을 뜻한다.원치 않게 일을 그만둔 퇴직자는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1년 전보다 47만 명 넘게(35.9%) 급증하며 180만 명을 넘어섰다. 이후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와 엔데믹(풍토병화) 영향에 매년 줄어 2023년에는 126만6192명까지 내려왔다. 3년째 감소세를 이어가던 비자발적 실직자 수가 작년 다시 증가한 건 누적된 고물가에 가계가 지갑을 열지 않는 등 내수가 가라앉으며 관련 업종에서 고용이 위축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 월평균 도소매업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6만1000명 줄었고 제조업 고용 역시 소폭(―6000명) 꺾였다. 건설경기 한파에 건설업 취업자 수 또한 1년 새 4만9000명 줄어 통계 작성 이래 감소 폭이 가장 컸다. 특히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의 영향이 있었던 12월에는 전체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5만2000명 뒷걸음질했다. 고용의 질도 악화했다. 일주일에 1∼17시간 일한 단시간 취업자는 2023년 226만8000명에서 지난해 250만 명으로 23만2000명 증가했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0년 이후 최대 규모다. 이 중 주휴수당과 각종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취업자는 1년 전(160만 명)보다 14만2000명 늘어난 174만2000명이었다. 이 역시 역대 최대치다. 반면 통상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주 53시간 이상 취업자는 지난해 274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32만7000명(10.7%) 줄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재기하기 어려워진다”며 “기술 관련 교육 기회를 많이 만들어 주고 서비스가 아닌 기술 창업을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6000달러대를 보일 것이 유력해졌다. 이로써 1인당 GDP는 2년 연속으로 일본과 대만을 앞설 것으로 관측된다. 2일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DP는 1년 전보다 454달러(1.28%) 늘어난 3만6024달러로 추산된다. 지난해 경상GDP 추계치인 2542조8596억 원을 미 달러로 환산한 뒤 통계청 추계 인구(5175만1065명)로 나눠 계산한 값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평균인 1363.98원이 적용됐다. 정부 전망대로 추산한 지난해 1인당 GDP는 지난해 10월 국제통화기금(IMF)이 추정한 규모(3만6132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당시 IMF는 일본과 대만의 1인당 GDP를 각각 3만2859달러, 3만3234달러로 내다봤다. 17년간 대만을 앞섰던 한국의 1인당 GDP는 2022년 대만에 추월당한 뒤 이듬해 다시 역전했다. 2023년 한국의 1인당 GDP는 대만보다 2898달러 많았다. 정부 전망을 기준으로 하면 지난해에도 비슷한 격차를 내며 대만을 앞섰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의 1인당 GDP는 2023년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넘어선 바 있다.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 가격이 오른 반면 원자재 가격은 하락하면서 GDP 성장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더해 인구 증가세가 둔화하며 1인당 GDP를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보호무역주의의 새 시대를 열었다. 세계 통상전쟁이 ‘스테로이드’를 맞았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트럼프 대통령이 1일(현지 시간)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중국에는 기존 관세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글로벌 통상전쟁’의 서막을 열었다. 특히 3개국이 미국에 보복하면 관세율을 더 올리겠다고도 강조했다. FT는 각국 간의 통상전쟁이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은 것처럼 격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이번 조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 폭탄’을 무기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앞세운 세계 경제 재편에 시동을 거는 첫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방국까지 가리지 않고 때리는 전방위 통상전쟁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을 키우는 ‘트럼프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IEEPA 발동해 관세 폭탄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이번 관세 부과가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IEEPA는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대통령이 외국과의 경제 거래를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그간 북한 러시아 이란 등 미국의 적국에 대한 경제 제재 때 주로 쓰였다.하지만 1~3위 교역국인 한 멕시코 캐나다 중국을 상대로 ‘IEEPA’란 칼까지 직접 꺼내 들었다는 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를 단순한 ‘엄포용 카드’가 아닌 ‘실질적 무기’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적극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멕시코와 캐나다는 국경을 맞대고 있고, 미국의 대표적인 우방국으로 꼽혀온 나라들이다.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이 800달러 이하의 캐나다 물품을 수입할 때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최소 기준 면제’ 조항도 앞으로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선별적 관세가 아닌, 모든 품목에 일률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세 나라를 시작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다른 나라에도 속속 관세 폭탄을 투여할 것이란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다음 타자로는 유럽연합(EU)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EU가 아주아주 나쁘다”며 유럽산 자동차 등에 관세를 부과할 뜻을 밝혔다.한국과 일본도 사정권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한국산 가전, 일본산 철강 등에도 관세 부과 의지를 밝혔다.● WSJ “가장 어리석은 무역 전쟁”관세 폭탄을 맞은 세 나라는 지체없이 ‘보복’을 선언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같은 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1550억 캐나다달러(약 156조 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똑같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관세, 비관세 조치를 모두 동원한 대응 조치를 예고했다. 중국은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뜻을 밝혔다.미국 주류 언론의 반응도 차갑다. 관세 부과가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통상전쟁(The Dumbest Trade War in History)”이라고 비판했다. 블룸버그통신도 “북미 지역의 통합된 시장을 교란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과거에도 통상전쟁은 교역 감소, 주요국 생산 급감 등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 미국이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통해 주요 교역국과 관세 전쟁을 벌인 것은 1930년대 대공황을 악화시킨 원인으로 꼽힌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중국을 관세 등을 통해 적극 압박했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크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 및 펜타닐 등 마약류의 미국 유입에 대한 책임을 이번 관세 부과 이유로 강조한 부분에도 주목한다. 향후 상대국들의 보복 조치와 미국 내 거센 비난 등에 직면할 경우 이 문제들이 어느 정도 해결됐다는 걸 명분으로 이번 조치를 철회하거나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9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에 “불법 이민을 막지 않으면 최대 25%까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하지만 멕시코가 국경 단속을 강화하자 해당 조치를 철회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6000달러 대를 보일 것이 유력해졌다. 이로써 1인당 GDP는 2년 연속으로 일본과 대만을 앞설 것으로 관측된다.2일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DP는 1년 전보다 454달러(1.28%) 늘어난 3만6024달러로 추산된다. 지난해 경상GDP 추계치인 2542조8596억 원을 미 달러로 환산한 뒤 통계청 추계 인구(5175만1065명)로 나눠 계산한 값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평균인 1363.98원이 적용됐다.정부 전망대로 추산한 지난해 1인당 GDP는 지난해 10월 국제통화기금(IMF)이 추정한 규모(3만6132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당시 IMF는 일본과 대만의 1인당 GDP를 각각 3만2859달러, 3만3234달러로 내다봤다.17년간 대만을 앞섰던 한국의 1인당 GDP는 2022년 대만에 추월당한 뒤 이듬해 다시 역전했다. 2023년 한국의 1인당 GDP는 대만보다 2898달러 많았다. 정부 전망을 기준으로 하면 지난해에도 비슷한 격차를 내며 대만을 앞섰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의 1인당 GDP는 2023년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넘어선 바 있다.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 가격이 오른 반면 원자재 가격은 하락하면서 GDP 성장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더해 인구 증가세가 둔화하며 1인당 GDP를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영올드’의 부상에 발맞춰 국내 금융시장도 변화의 물결을 맞이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앞서 9일 국민 노후 대비를 위해 ‘노후지원 보험 5종 세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고령층의 노후 자금 마련을 돕는 차원에서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연금, 요양시설 입주권 등으로 유동화(현금화)하는 방안을 도입하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험료 납입을 마치고 유동화 여력이 되는 종신보험 계약 건수는 360만 건 정도”라며 “고령층은 금융자산이 적고 부동산과 종신보험을 주로 보유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보험도 주택연금처럼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아래 마련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정책이 도입되면 종신보험의 보험료 납입이 완료됐으며,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동일한 경우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미리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사망보험금이 3억 원이고 50%를 연금으로 받기로 할 경우 1억5000만 원을 연금으로 다달이 수령하고, 나머지 1억5000만 원은 사망 시 유족이 받는 식이다. 정부는 또 세제 혜택이 풍부해 ‘만능 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및 연금 계좌에 ‘의료 저축 계좌’의 기능도 부여한다. ISA의 경우 의료비 목적으로 돈을 인출할 때 납입한도를 복원해주기로 했다. 사망보험금을 유가족들을 위해 미리 맞춤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험금 청구권 신탁’도 지난해 11월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됐다. 그동안 금융권에서 판매된 신탁 상품은 부동산, 퇴직연금, 펀드 등이 대상으로 보험성 자산은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가 법령 개정을 거쳐 보험금을 신탁 재산에 추가하면서 금융사가 고객을 대신해 사망보험금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사망보험금 3000만 원 이상이면 보험금 청구권 신탁에 가입해 사망보험금의 지급방식, 금액, 시기 등의 세부사항을 계획해 놓을 수 있다. 정모 씨(41)는 3년 전 이혼한 뒤 올해 여덟 살 된 외동딸을 키우고 있다. 정 씨는 최근 은행 상담을 거쳐 3억 원의 ‘보험금 청구권 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딸의 대학 입학 후 졸업까지 매년 2000만 원씩 학자금을 지급하고, 나머지 돈은 딸의 졸업 이후 한꺼번에 지급하는 조건이다. 정 씨는 “아이가 미성년자일 때 (내가) 세상을 떠나더라도 딸이 대학을 다니고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금전적으로 문제는 없을 것이라 안심”이라고 전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귀여운 애완동물도 천수(타고난 수명)를 누리게 해드립니다.’ 지난해 말 방문한 아시아 최대 신탁은행인 미쓰이스미토모신탁그룹 도쿄 본사에서 받아든 ‘오히토리사마신탁’(1인 가구 신탁) 금융상품 안내서에는 이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일본 최초로 신탁 사업을 시작한 이 회사는 다양한 고령층 대상 금융 서비스에 더해 홀로 사는 노인을 위한 상품까지 내놓았다. 금융회사가 노인이 숨질 경우 부고를 주변인들에게 알리고, 유품 정리, 장례까지 책임져 줄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과 PC, 노트북을 수거해 데이터를 삭제해 주고, 반려동물을 정해진 사람에게 인도해 주는 일까지 도맡는다. 다니구치 요시미쓰 미쓰이스미토모신탁그룹 특별이사는 “각각의 서비스를 개별 업체에 맡기려면 번거롭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제대로 이행됐는지 등을 담보할 수 없다. 은행의 ‘신뢰도’ 때문에 소비자들이 믿고 역할을 맡기는 것”이라며 “해당 상품은 고객 수요가 많아 꾸준히 가입 건수가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다.‘영올드(Young old·젊은 노인)’가 급부상하면서 고령자들의 건강하고 독립적인 노후 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각종 산업이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금융상품과 서비스가 대거 등장하고, 일상생활에서부터 건강관리 등을 지원하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로봇과 같은 최첨단 기술, ‘에이징 테크’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은행들, 앞다퉈 신탁 비즈니스로… ‘에이징 테크’도 급부상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 아오조라은행 등 일본 금융회사들은 고령화에 따른 고객의 요구에 맞춰 유언 신탁과 유산 정리 업무를 확대하고 있다. 유언서 작성과 보관, 유언 집행까지 은행이 도맡아 해주고 유산 분할 협의서 작성, 상속 재산의 인도까지 아우른다. 평생 일군 재산을 ‘내 뜻대로’ 정확하게 상속되길 원하는 똑똑한 영올드가 늘어남에 따라 해당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급증세다. 한국 금융회사들도 최근 신탁 비즈니스에 대거 뛰어들고 있다. 치매가 발생하면 운용 자금을 병원, 간병, 생활비 등으로 지원해 주는 치매 신탁(후견 지원 신탁), 사망 시 장례비를 준비해 두는 상조 신탁, 손주 등의 대학 입학이나 결혼 등 행사 발생 시 일정 금액을 상속하거나 증여해 주는 이벤트형 신탁 등이 대표적이다. 신탁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해 하나금융그룹은 미쓰이스미토모신탁그룹과 업무 제휴를 맺기도 했다. 과거와 달리 스마트폰 등 최신 기술에 상대적으로 친숙한 영올드를 겨냥한 각종 테크놀로지, 일명 ‘에이징 테크’도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의 헬스케어 스타트업 ‘카사나’는 건강 모니터링 기능을 갖춘 스마트 변기 커버를 개발했다. 변기 커버에 센서를 달아 심박수, 혈중 산소 수치, 심박수 변화도, 화장실 사용 빈도 등을 측정해 클라우드에 자료화한다. 이를 기반으로 고령자와 케어 담당자가 실시간으로 만성질환 관리에 대해 논의할 수 있게 도와준다. 미국 ‘마이티헬스’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나이와 건강 상태에 적합한 맞춤형 운동과 영양 계획을 제안해 주고 나섰다. 수면의 질 개선, 스트레스 지수 저하, 폐경 관리 등에 대한 전문 강좌도 제공한다. 일본 최대 손해보험사 손보저팬보험이 만든 요양 사업자 ‘손보케어’는 2019년 ‘퓨처 케어 랩 인 저팬’을 설립하면서 요양 기술을 개발해 왔다. 대표적인 게 돌봄용 입욕 장치. 휠체어에 탄 채로 오르고 내릴 필요 없이 씻을 수 있게 도와주는 장치로 2021년 9월 개발해 200여 대를 보급했다. 손보저팬보험 관계자는 “낙상 위험 등을 사전에 감지해 주는 수면 측정기도 1만9000여 대를 도입하는 등 요양 산업에 혁신 기술들을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니어 리빙’ 시장도 확대 고령 친화적인 주거공간과 돌봄 서비스 등을 결합한 시니어 리빙 시장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시니어 리빙 시장을 중심으로 한 실버산업 규모는 2020년 72조 원에서 2030년 168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운동 시설과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등을 갖춘 호주의 ‘BUPA(부파)’ 은퇴자 마을에서 만난 린 씨(78)는 “집을 팔아 이곳에 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면서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고 관계를 맺는 데 만족한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이경자 팀장은 “강력한 경제력을 가진 5060세대가 곧 고령층에 진입함에 따라 시니어 하우징 수요층이 세분화되며 확장될 것”이라며 “향후 10년이 성장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상위 0.1%의 초고소득 자영업자는 1년간 평균 15억 원 넘는 소득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을 포함한 상위 20%는 하위 20%의 100배에 달하는 소득을 냈다. 서울의 초고소득 자영업자는 연평균 25억 원을 벌어 하위 사업자와의 격차가 가장 컸다. 30일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시도별 개인 사업소득 신고 현황에 따르면 2023년 귀속 사업소득 신고자는 총 772만1416명이었다. 이들이 신고한 사업소득은 평균 1859만 원이었다. 소득이 많은 순으로 줄 세웠을 때 가운데에 해당하는 중위소득은 637만 원이었다. 반면 상위 0.1%에 해당하는 초고소득 자영업자는 평균 15억6322만 원을 벌었다. 상위 20%로 넓혀 보면 6958만 원을 벌어 하위 20%(69만6000원)의 100배였다. 2022년에는 이 격차가 98.2배였는데 1년 새 더 벌어졌다. 지역별로는 서울에서 소득 상·하위 자영업자 간 격차가 두드러졌다. 서울의 소득 상위 0.1% 자영업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평균 25억3611만 원을 벌었다. 17개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20억 원대다. 반면 서울의 소득 하위 20% 자영업자는 평균 54만 원을 신고해 세종(48만9000원)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소득 상위 20%(8341만 원)와의 격차 또한 전국에서 가장 큰 154.5배였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권한대행직을 맡은 뒤 한 달이 흘렀다.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1인다(多)역’을 소화해온 최 권한대행을 향한 평가는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경제 관료 출신답게 ‘관리형’ 업무 스타일로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해왔다는 의견과 내수 부진 및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표류하는 한국 경제의 위기를 타파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비판이 공존하는 상황이다.26일 세종 관가에 따르면 기재부 내부에서는 권한대행직을 맡은 지 한 달이 된 최 권한대행에게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최근 기재부 노동조합의 ‘2024년 닮고 싶은 상사’ 투표 결과 최 권한대행이 선정된 것이 대표적이다. 그가 닮고 싶은 상사로 뽑힌 것은 20여 년 전인 2006년 자금과장 시절 이후 처음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무래도 기재부 장관이 권한대행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처음이고, 업무에 어려움이 많은 만큼 내부에서라도 응원해줘야 하지 않겠냐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기재부 관계자도 “지난달에만 해도 비상계엄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부총리를 저격하는 글이 내부 익명 게시판에 올라올 정도였다”라며 “최근에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서 일을 덤덤하게 잘하고 있다며 칭찬하는 글이 게시되고 있다”고 말했다.동시에 너무 많은 역할을 수행 중인 최 권한대행에 과부하가 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최 권한대행은 지난달 27일 권한대행직에 오른 뒤 3일 차에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까지 겸직하면서 대통령 권한대행과 국무총리 직무대행, 경제부총리에 이어 중대본부장까지 ‘1인4역’을 맡아왔다. 그가 설 연휴 기간 공개적인 외부 일정은 줄이고 서울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는 점 역시 강행군에 따른 피로 누적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 관계자는 “권한대행을 맡기 전에도 바빴는데 지금은 제때 밥을 먹지 못할 정도로 빠듯한 일정을 소화 중”이라며 “기재부 직원들이 경제 정책 관련 보고 일정을 잡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새해 한국 경제 적신호가 켜진 가운데 최 권한대행 체제로는 위기 극복에 한계가 극명하다는 비판도 많다. 대통령 리더십 부재 속에서 최 권한대행이 적극적으로 정책을 펼치기에는 움직임에 제약이 너무 많은 탓이다. 특히 최 권한대행의 일정 및 업무 보조, 부처 간 정책 조율 등을 모두 기재부가 담당해야 하는 탓에 경제 분야에 상대적으로 소홀해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정부 부처 관계자는 “경제 침체 장기화가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올해 기재부 업무계획도 그렇고 눈에 띄는 경제 정책이 실종됐다는 얘기가 많다”라며 “기재부가 경제 부처가 아닌 ‘의전 부처’가 됐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말했다.실제 기재부 내부에서는 ‘굵직한 경제 정책 보고는 나중에, 간단한 보고는 빠르게’ 하는 분위기가 팽배한 모습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큰 경제 정책은 어차피 권한대행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범위가 좁고, 국회 협의가 필수적인 만큼 직원들도 굳이 보고를 서두르지 않고 있다”며 “대신 간단한 보고는 차관에게 직접 하면서 과거보다 빠르게 처리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최 권한대행이 한국 경제의 추가 침체를 막는 정도의 ‘방어적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2기 행정부 출범 등 대내외적인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권한대행 체제로는 적극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며 대응하는 것이 쉽지 않은 탓이다. 계엄 사태 이후 각 정부 부처의 업무 추진 동력도 떨어졌고, 정계도 조기 대선 모드로 전환하며 국정 현안 협의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권한대행 체제에서는 정부가 새로운 경제 정책은커녕 기존에 발표된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는 것조차 어렵다고 봐야한다”고 분석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권한대행 직이라는 것이 국민으로부터 선출된 자리가 아닌 만큼 현상 유지를 하면서 더 악화되지 않게 관리하는 역할이 최선일 것”이라고 설명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