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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자본이 아닌 ‘혁신을 가진 국가’와 ‘혁신을 가진 기업’이 우위를 차지할 겁니다. 혁신을 위해서는 여성과 다문화가정 출신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재가 필요합니다.”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78)은 18일 서울 서초구 효령로 한전아트센터 등에서 열린 ‘제4차 산업혁명 이후의 미래’라는 주제 강연에서 “한국은 양성평등 및 이민 정책에 대해 노력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이같이 밝혔다. 슈바프 회장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증기기관, 전기, 컴퓨터와 같은 단순한 발명이 아니라 로봇과 인공지능(AI)이 결합하듯 여러 업계의 혁신이 상호 연결된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대기업들에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 순응하기 위해서 ‘빠른 속도’와 ‘경량화’를 갖추라고 주문했다. 그는 “빨리 움직이는 물고기가 느리게 움직이는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한국 대기업들은 조직을 재정비해 자이언트(거인)가 되는 것을 막고 규모가 작더라도 빨리 움직이는 물고기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 규제가 4차 산업혁명의 물꼬를 막을 수도 있는 만큼 제도 정비를 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슈바프 회장은 “미국의 경우 제재가 많지 않아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혁신적인 기술을 많이 개발할 수 있었다”며 “한국에서는 규제가 하나의 장애 요소가 되고 있는 만큼 4차 산업혁명과 연관된 규제들을 잘 정비해 나가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기술을 보유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 간에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앞으로 고도의 기술과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고용 기회를 더 많이 갖게 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은행 세무사 회계사 등 전문직은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들을 잘 돌봐야만 한다”고 말했다. 슈바프 회장은 “우리는 주변에 놓인 기회와 리스크 중 리스크에 더 많은 우려를 하며 방어적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많은데,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회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눈사태나 지진해일(쓰나미)처럼 빠른 속도로 도래할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우리의 소비 행동, 사고방식 모두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4차 산업혁명은 초기 단계인 만큼 포용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대법원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사법 체계 변화와 대응의 중요성에 대해서 조언했다. 그는 “엄청난 속도로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의 미래에 대해 정부와 의회, 법원 등이 협업을 통해 대비해야 한다”며 “스위스에서는 우버 택시 때문에 교통 체계가 바뀌고 새로운 법적 문제가 대두돼 지난주 우버가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법이 제정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국내 정당 정치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메시지를 남겼다. 슈바프 회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포럼에서 “유럽이나 미국에선 기존에 있던 좌파와 우파의 간극 등은 줄고 있지만 옛것을 지키려는 정당과 새로운 변화에 문을 열고자 하는 정당의 간극이 새롭게 나타나는 추세”라며 “한국에선 이처럼 적응할 건가, 방어할 건가 식의 분리가 나타나질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슈바프 회장은 프리부르대에서 경제학 박사, 스위스 연방공과대에서 공학 박사, 하버드대 케네디 공공 정책 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71년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민관 협력을 위한 국제민간단체 세계경제포럼(WEF)을 창립했다. 신무경 fighter@donga.com·신진우·권오혁 기자}

법정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 렌즈가 증인석을 향해 있다. 증인으로 나온 남성이 떨리는 목소리로 답변하자 법정 내 경고등이 울린다. 거짓말탐지기가 작동한 것이다. 변호사 로봇은 과거 판례와 증거 자료를 종합해 매번 최적화된 변론을 내놓는다. 간단한 사건은 법정에 출석할 필요도 없이 온라인이나 가상현실을 통해 재판이 진행된다. 이는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전문가 오렌 에치오니 앨런인공지능연구소장과 로만 얌폴스키 미국 루이빌대 사이버보안연구소장이 내다본 미래 법정의 모습이다. 17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두 전문가는 “인공지능 판사가 등장할 수 있는가”란 질문에 “인공지능이 판사의 역할을 완전히 대신해선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에치오니 소장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업의 기술 및 미래 관련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루이빌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인 얌폴스키 소장은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경고해 온 전문가다. 두 전문가는 인공지능 판사의 등장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에치오니 소장은 “판결은 사람에 대한 공감과 사회적 합의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재산 분쟁 등에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판사의 기능을 아예 대체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얌폴스키 소장은 “‘인공지능 판사’는 인간 복제와 마찬가지”라며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허용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라는 점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공지능 변호사에 대해 에치오니 소장은 “변호사 일을 인공지능이 대체하는 것은 많은 사람이 반길 것”이라며 “비용 문제로 주저하던 많은 사람이 쉽게 법률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두 전문가는 “인공지능에 어떤 내용이 들어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론을 내놓을 수 있다”며 인공지능의 불확실성에 대해 공감을 표시했다. 에치오니 소장과 얌폴스키 소장은 18일 대법원에서 ‘4차 산업혁명의 도전과 응전, 사법의 미래’를 주제로 열리는 국제법률 심포지엄에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 등 세계적인 미래학자들과 함께 참석해 인공지능과 사법의 미래에 대해 심도 깊게 논의한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 등으로부터 재판부 교제와 청탁 명목 등으로 100억 원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구속 기소된 최유정 변호사(46·여)의 재판에서 최 변호사가 현직 판사의 이름을 거론하며 거액을 요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 심리로 17일 열린 최 변호사의 재판에서 이숨투자자문의 실질 대표 송창수 씨(40)는 증인으로 출석해 최 변호사를 알게 된 경위 등에 대해 상세히 밝혔다. 송 씨는 정 전 대표에게 최 변호사를 소개해주고 본인도 사건 청탁 명목으로 최 변호사에게 50억 원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송 씨는 이날 증인 신문에서 "수원지법에서 불법유사수신 사건으로 1심 재판을 받을 때 최 변호사가 해당 재판장인 A 판사를 거론하며 '언니 동생하는 사이'라고 했다"며 현직 판사와의 친분을 과시했다고 밝혔다. 여러 재판과 수사를 받고 있던 송 씨는 "판사를 통해 내 입장이나 의사를 법정 외에서 충분히 얘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일을 보려면 돈이 필요하니 현금 20개(20억 원)를 달라는 최 씨에게 돈을 건넸다"고 밝혔다. 송 씨는 브로커 이동찬 씨를 통해 최 변호사를 지난해 소개받았으며 최 변호사를 통해 법원에 로비를 해야 한다는 이 씨의 말에 명품 가방에 현금 1억 원을 넣어 건네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송 씨에 따르면 당시 이 씨가 현직 부장판사라며 언급한 '정유정'이라는 인물은 최 변호사였던 것으로 드러났고, 이 씨는 "개인적 사정으로 잠시 판사를 쉬고 있는데 다시 복직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송 씨는 "진짜 판사들에게 돈이 흘러갔는지는 모르지만 최 변호사가 접견에서 '판사와 만나고 왔다는 취지의 말을 여러 차례 했다"고 주장했고 이에 최 변호사 측은 "송 씨가 잘 모르는데 짐작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카카오가 수사기관의 감청영장 집행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통신비밀보호법상의 감청 규정에 따라 수집하지 않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은 증거능력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에 이어 카카오톡의 후속 조치까지 나오면서 검찰의 반발이 더욱 커지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톡 통신제한조치(감청)에 대해 현재와 같은 방식의 자료 제공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카카오는 수사기관이 카카오톡 대화에 대한 감청영장을 제시하면 영장을 통해 요청된 기간에 3∼7일에 한 번씩 서버에 저장된 내용을 찾아내 수사기관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작년 10월부터 응해 왔다. 앞서 카카오는 2년 전 카카오톡 감청 논란이 일자 수사기관의 감청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1년여간 감청에 응하지 않은 바 있다. 카카오가 이번에 다시 입장을 바꾼 것은 13일 대법원이 “실시간 감청이 아닌 카카오톡 감청은 통신비밀보호법상의 감청이 아니어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카카오가 3∼7일간 보관된 대화 내용을 추출해 보내주는 방식이 통신제한조치허가서에 기재된 감청 방식에 부합하지 않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즉, 감청이라는 행위는 실시간으로 행해져야 하는데 카카오의 집행 방식은 이미 송수신된 자료를 취합해 보내는 것이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실시간 감청을 통한 감청만이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카카오톡 실시간 감청은 현재 기술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검찰 관계자는 “카카오톡을 실시간으로 감청할 여건을 갖추지 못한 수사기관의 현실에 비춰볼 때 대법원 판결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살인과 강도, 성폭력 범죄, 국가보안법 위반 등 중대 범죄 수사를 위해 감청이 반드시 필요하므로 대법원이 견해를 변경하지 않을 경우 입법적, 기술적 보완이 절실한 상황이다”고 덧붙였다.권오혁 hyuk@donga.com·김재희 기자}
7세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훼손해 냉장고에 보관한 혐의로 기소된 부모가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이승련)는 14일 살인 및 사체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최모 씨(34)에게 1심과 같이 징역 30년을 선고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30년을 명령했다. 아내 한모 씨(34)도 1심과 같이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숨진 아이가)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가장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학대를 지속적으로 받았고 친모도 남편의 비정상적인 폭행을 저지하지 않고 딸만 돌보며 방관으로 일관해 고귀한 생명을 잃게 했다"며 "나아가 엽기적 방법으로 사체를 손괴해 일반인의 감정에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 부부는 2012년 경기 부천시 자택에서 초등학생 아들을 때리고 기아·탈진 등의 상태에서 방치해 숨지게 하고 아들의 시신을 훼손해 일부를 3년 간 냉장고에 보관한 혐의로 기소됐다.권오혁기자 hyuk@donga.com}
검찰이 카카오에 의뢰해 취득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위법한 방식으로 수집돼 증거 능력이 없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실시간 감청으로 증거 수집을 허가받은 뒤 송·수신이 완료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수집하는 방식은 위법하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13일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의 구성 등 혐의로 기소된 코리아연대 공동대표 이모 씨(44) 등 코리아연대 간부 3명에게 징역 2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과 달리 검찰이 제출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통신제한조치허가서에 기재된 실시간 감청 방식을 준수하지 않고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로 증거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카카오톡 대화 내용 외에 제출된 다른 증거들만으로도 이 씨 등의 혐의가 유죄임을 입증하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난민 신청을 한 이집트 동성애자에 대해 항소심 법원이 신청을 받아들였다.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윤성원)는 이집트인 H 씨(25)가 서울 출입국관리사무소장을 상대로 낸 난민 불인정 결정 취소 청구 소송에서 1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H 씨는 2014년 4월 관광 통과(B-2) 체류 자격으로 한국에 들어와 5월 난민 인정 신청을 냈다. H 씨는 이집트에서 동성애가 반종교적 행위로 인식돼 박해 가능성이 있고 주장했다. 출입국관리소는 "H 씨가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충분한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난민 인정을 거부했고 이에 H 씨는 지난해 10월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H 씨가 동성애자라고 볼 근거가 부족하고 이집트에 살면서 성 정체성을 숨겼던 점을 지적하며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이집트에서 박해를 받을 위험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해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H 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높다며 원심 판결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H 씨가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면접 조사와 법정 신문에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알게 된 경위와 입국 전 행적, 동성애자에 대한 이집트의 제재 상황 등을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며 "H 씨를 동성애자로 인정할 수 있고 자국에서 박해를 받을 위험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고 백남기 씨의 유족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백 씨에 대한 시신 부검 영장이 유족들의 사체 처분권을 침해했다며 13일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기로 했다. 민변은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검찰과 경찰은 부검을 하지 말아달라는 유족의 반복되는 호소에도 불구하고 부검영장을 집행하겠다는 입장만 반복하며 발부된 영장을 공개하라는 최소한의 요구에도 답하지 않고 있다"며 "이에 유족은 13일 오전 11시 영장발부행위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유족들의 사체처분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취지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발부된 영장의 효력을 결정 선고 시까지 정지시켜달라는 취지의 가처분도 함께 신청할 예정이다. 민변은 이번 헌법소원에 대해 "고인과 유족의 존엄성을 지키고자 하는 최소한의 조치"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헌법재판소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지난해 12월 백 씨의 유족들이 "경찰의 살수차 운용지침이 위헌"이라며 청구한 헌법소원 심판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헌번소원 신청 후 5년 간 결정이 안 되다가 청구인 사망 후 각하된 사건이 있었다"며 "백 씨의 유족들이 청구한 헌법소원도 (백 씨의) 사망을 이유로 그냥 각하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김용현 헌재 사무처장은 "해당 헌법소원은 백 씨가 아니라 백 씨의 유족이 제기했기 때문에 청구인 사망으로 각하될 가능성이 없다"고 답했다.권오혁기자 hyuk@donga.com신나리기자 journari@donga.com}
헌법재판소에 제기된 헌법소원 사건 중 국선 대리인이 맡은 사건의 인용률(승소율)이 해마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헌재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국선 대리인이 맡은 헌법소원 사건의 인용률은 8월 기준 20.6%였다. 같은 기간 사선 대리인의 인용률은 14.4%에 불과했다. 헌재 선고 건 중 위헌, 헌법불일치, 한정위헌, 한정합헌, 인용(취소) 등으로 결론이 난 사건들을 인용 사건으로 분류했다. 국선 대리인이 맡은 사건의 인용률은 2013년 5.0%, 2014년 16.0%, 2015년 18.1%로 2013년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선 대리인의 5년 평균 인용률은 14.1%로 사선 대리인의 5년 평균 인용률(14.9%)과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최근 5년 간 헌재에 접수된 사건 320건 중 10대 대형 로펌이 수임한 사건은 230건에 이르렀다. 이 중 66건은 아직 심리가 진행 중이고 위헌 3건, 헌법불합치 3건, 인용 결정 5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사회적 약자에게 법률 서비스를 지원하는 국선 대리인이 10대 대형 로펌보다 높은 인용율을 보이고 있다"며 "향후에도 국선대리인 인용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국선대리인에 대한 관리를 보다 충실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권오혁기자 hyuk@donga.com}

“법 위반 1호가 되고 싶진 않아요. 그렇다고 매번 하던 경품 행사를 없애려니 사람들이 ‘왜 이렇게 소극적이냐’며 불만이에요.” 지방공무원 J 씨는 다음 달 지역주민 등 800여 명이 참석하는 체육대회를 준비하느라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 후 첫 행사라, 그동안 열어 왔던 경품 행사 순서를 넣어도 좋을지 알쏭달쏭하기 때문이다. 주무 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 홈페이지에 질문을 남겼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다. 체육대회는 하루하루 다가오는데 답답하기만 하다. 부정청탁금지법이 12일로 시행 보름째를 맞는다. 깨끗하지 못한 암묵적 관행을 깨뜨리는 순기능도 있지만 권익위마저 쩔쩔 매는 모호한 법령 때문에 한국 사회가 얼어붙고 있다. 산업에 미치는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부정청탁금지법이 부른 ‘업무 병목현상’ 농림축산식품부 산하의 한 공공기관은 전문가가 동행하는 해외 출장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출장비 책정도 문제지만, 동행하겠다고 선뜻 나서는 기관이나 전문가도 없다. 이 기관 관계자는 “내년 계획을 완전히 바꿔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11월 포럼 개최를 준비하고 서울시의 한 부서도 마찬가지. 이 부서 관계자는 “우리 예산을 집행하는데도 법 조항을 하나하나 따져야 해서 일이 곱절로 늘었다”며 “시 감사부서에도 저촉 여부를 물었는데, 워낙 문의가 많아 금방 답을 못 해 준다”고 했다. 대관 업무를 담당하는 대기업 직원들의 하소연도 늘고 있다. 한 대기업의 대관 담당자는 “식사 3만 원 이하는 예외인 조항도 아무 소용이 없다. 공무원들이 사람 자체를 만나려 하지 않는다”며 “세종시의 한 공무원은 문자나 모바일 메신저도 보내지 말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업무 마비’ 권익위… 일부는 긍정 반응 모호한 법 조항으로 고민하는 실무자들과 시민들은 권익위의 유권해석만 바라보는 상황이지만 권익위는 문의에 답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법 시행을 전후로 각각 13일간 올라온 게시물 2223개 중 법 시행 이후 올라온 게시물의 수는 모두 1488개로 시행 이전의 2배에 달했다. 반면 권익위의 응답 횟수는 시행 이전 133개(전체 글의 18.1%)에서 시행 이후 15개(전체의 1.0%)로 뚝 떨어졌다. 김상겸 동국대 교수(법학과)는 “권익위에 일일이 해석을 요구하고 기다려야 한다는 건 법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는 뜻”이라며 “시행령을 보완하고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법 시행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있다. 한 사립대 대학원생 C 씨는 “논문 심사 때면 지도 교수에게 식사나 양주를 대접하는 것이 관행이었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 대형 병원의 한 교수도 “수술 청탁을 많이 받았는데 법 시행 이후 요청이 뚝 끊겼다. 청탁이 와도 ‘법 때문에 안 된다’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있게 돼 좋다”고 말했다.권기범 kaki@donga.com·권오혁·김민 기자}

'국악소녀' 송소희 씨(19·여)가 전 소속사와 지역 방송사 등을 상대로 공연 DVD 등의 제작 및 판매를 금지해달라며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김용대)는 송 씨가 전 소속사 대표 최모 씨 등 3명과 지역 방송사 K사를 상대로 낸 음반복제 및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고 9일 밝혔다. 송 씨는 2013년 12월 K사의 후원으로 '아름다운 락 콘서트 얼쑤' 공연을 했다. K사는 공연을 녹화해 DVD로 제작했고 이를 송 씨의 팬클럽 회원들에게 판매했다. 최 씨 등도 공연 음악을 DVD와 CD 등으로 만들어 판매했다. 송 씨는 "최 씨 등이 자신의 허락 없이 공연 내용을 DVD 제작·판매해 저작인접권자로서 갖는 복제권, 배포권, 방송권, 전송권을 침해했다"며 가처분 신청을 냈다. 송 씨 측은 전 소속사와의 전속계약 기간이 2013년 11월 종료됐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2014년 6월 계약이 해지된 것으로 판단해 송 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전속 계약에 의해 최 씨는 콘텐츠의 기획, 제작, 유통 및 판매에 대한 권한 및 의무를 갖는다"며 "계약기간 중에 개발, 제작한 콘텐츠인 해당 DVD 등은 최 씨에게 귀속되고 이를 위해 해당 공연에 관한 송 씨의 저작인접권을 이용할 권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송 씨가 입은 손해는 DVD 등의 판매 이익을 정산 받지 못한 손해로서 금전배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현 단계에서는 가처분을 시급히 명할 보전의 필요성도 부족하다"고 덧붙였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거액의 빚으로 법원에 개인 회생 신청을 한 가수 이은하 씨(55·여)의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미 파산 선고를 받은 이 씨에 대한 파산 절차가 계속 진행되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회생6단독 서창석 판사는 이 씨가 신청한 간이회생 절차를 폐지했다고 9일 밝혔다. 간이회생은 빚이 30억 원 이하인 소액영업소득자 개인이나 소기업이 법원의 관리·감독 하에 채무를 조정한 뒤 최장 10년 안에 빚을 갚게 하는 제도다. 서 판사는 "이 씨가 10년 동안 활동해 벌어들이는 수입으로 빚을 갚는 것보다 현재 자산으로 빚을 갚는 게 채권자들에게 더 낫다"며 "법원 조사위원의 조사 결과 회생보다 청산가치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지난 7월 심문기일에서 월 1000만 원의 수입이 있으며 충분히 빚을 갚을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이 씨의 건강이 좋지 않고 경제 상황도 이 씨의 주장과 달리 좋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밤차', '봄비' 등의 노래로 1970, 80년대 큰 인기를 누렸던 이 씨는 아버지의 빚보증을 서고 개인사업을 실패하면서 10억 원이 넘는 빚을 진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지난해 8월 파산 선고를 받은 이 씨에게 일부 소득이 있는 점을 고려해 개인 회생 신청을 권유했고, 이 씨는 6월 간이회생을 신청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 기소된 최유정 변호사(46·여)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에 징계 개시를 신청했다고 9일 밝혔다. '정운호 게이트'와는 무관하게 다른 의뢰인에게서 받은 성공보수금을 돌려주지 않아 변호사의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변회에 따르면 최 변호사는 2014년 12월 A 씨의 민사 사건을 수임한 뒤 성공보수금 3500만 원을 받고 증인 여비 등 보관금 명목으로 500만 원을 더 받았다. 최 변호사는 소송에서 패소했지만 4000만 원을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최 변호사는 A 씨의 가사 사건을 수임해 착수금 1000만 원, 성공보수금 1800만 원을 받은 뒤 세무 신고를 누락한 점도 확인됐다. A 씨의 사건은 '정운호 게이트'와는 무관한 사건으로 관련 의혹이 불거지기 전인 지난해 11월 서울변회에 진정이 접수됐다. 대한변협은 이달 중 최 변호사에게 경위서 제출을 요구한 뒤 소명을 들어보고 징계 청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부장판사 출신인 최 변호사는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등으로부터 재판부 로비 명목 등으로 총 100억 원의 수임료를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에서 일한 15년간의 경험을 통해 국제형사재판에 대해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는데 실현되지 않아 아쉬울 따름입니다.” ICTY 부소장 출신인 권오곤 김앤장법률사무소 국제법연구소장(63·사법연수원 9기·사진)은 2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권 소장은 서울의 한 사립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으로부터 2016년 가을학기부터 초빙 석좌교수 자격으로 국제형사법 강의를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다가 개강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학교로부터 ‘강의 불가’ 방침을 통보받았다. 강의시간도 잡히고 학생들의 수강신청까지 받던 상황에서 권 소장의 논문 실적이 대한변호사협회의 법학전문대학원 평가위원회의 평가 기준에 못 미쳐 ‘강의 적합성’이 없다는 학교 측의 판단 때문이다. 로스쿨 평가위는 ‘로스쿨의 교육·조직·운영 및 시설 등을 평가’하기 위한 조직이다. 로스쿨 평가를 위한 평가기법 개발, 평가기준 수립 등도 평가위가 담당한다. 평가위 기준에 따라 교원의 강의 적합성이 있으려면 최근 5년간 쓴 논문을 평가해 총점이 150점에 이르러야 한다. 논문이 실린 학술지에 따라 차등적으로 점수가 매겨진다. 평가위 기준에 따른 권 소장의 논문점수는 80점에 그쳤다. 권 소장은 1979년 서울민사지법에서 법관 생활을 시작해 2001년 한국인 최초로 ICTY의 재판관에 선출됐다. 2008∼2012년 ICTY 부소장을 맡는 등 올해 3월까지 15년간 ICTY에 몸담았다. 옛 유고슬라비아 연방 시절 일어난 보스니아 내전 당시 이슬람계 대량학살을 주도한 ‘발칸 도살자’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세르비아 대통령과 세르비아계 지도자 라도반 카라지치 사건의 재판장을 맡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으로 권 소장은 국내외에서 국제형사법 ‘베테랑’으로 평가받지만 로스쿨 교원 임용에 있어서 이러한 실무 경험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권 소장을 국제형사법 강의 적임자로 여겨 수업을 제안했던 학교 측은 “평가 기준이 불합리한 걸 알지만 로스쿨 전체 평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현실상 어쩔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권 소장은 “기계적으로 논문에 점수를 매겨 수업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다소 경직된 방식으로 보인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경직된 교원 임용 및 평가 제도로 인해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법조인들이 강단에 설 기회를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교육부와 변협은 서로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로스쿨에 대한 평가는 변협 소관”이라고 선을 그으며 “근본적으로 로스쿨 평가위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발생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변협 관계자는 “변협 로스쿨 평가위에서 권 소장의 임용에 대해 개별적으로 검토한 적이 없다”며 “평가위가 로스쿨 평가 기준을 제시한 것은 맞지만 이는 교육부 장관 직속 법학교육위원회의 논문 평가 기준을 거의 그대로 차용한 것”이라고 밝혔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강제 낙태·정관수술을 받은 한센인들에 대해 국가의 배상 책임이 있다는 항소심 판결이 다시 나왔다. 하지만 1인당 위자료 액수는 1심보다 줄어든 2000만 원으로 정했다. 서울고법 민사30부(부장판사 강영수)는 23일 엄모 씨 등 139명의 한센인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2000만 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1심에서 정관수술 피해자와 낙태수술 피해자에게 각각 3000만 원과 4000만 원으로 정한 보상비용에 비해 감액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국가가 근거 법령 없이 위법하게 한센인들을 대상으로 낙태·정관수술을 시행했고 이로 인해 한센인의 인격권과 평등권, 행복추구권 등이 침해됐다"며 강제 낙태·정관 수술을 받은 한센인에 대한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국가가 한센병 치료를 위해 체계적인 대책을 세워 시행해왔고 한센병에 대한 사회 편견과 차별 해소를 위한 계몽정책을 실시한 점 등을 고려해 위자료 액수를 1심보다 감액했다. 재판부는 "이 판결로써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지만 어찌 보면 국가 책임만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았던 우리 사회 국민 대다수의 책임이기도 하다"며 "오늘 판결로 한센인들이 겪었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고 사회 공동체의 건강한 일원으로 거듭나는 데 작은 밑거름이나마 되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이날 판결에 대해 한센인들과 소송대리인단은 판결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위자료 감액에 대해선 아쉬움을 표시했다. 박영립 변호사는 "법원이 우리 사회 소수자이자 약자인 한센인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배려를 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1심에서 인정된 위자료 액수도 충분하지 않았는데 2심에서 그렇게 장기간 심리하고 국가의 위법성을 명백히 인정하면서도 오히려 1심보다 적은 액수를 인정해 지극히 아쉬운 판결"이라고 밝혔다. 한센인 500여명은 국가가 강제 낙태·정관수술을 강제로 시켰다며 2011년부터 5차례에 걸쳐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선고한 건을 제외하고 현재 1건이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고 나머지 3건이 서울고법에 계류 중이다. 그간 법원은 정관수술 피해자에게 3000만 원, 낙태수술 피해자에게 4000만 원의 배상판결을 내려왔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척당불기(倜儻不羈).’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1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 추징금 1억 원을 선고받은 홍준표 경남도지사(62)가 좋아하는 글이다. ‘뜻이 크고 기개가 있어 남에게 얽매이거나 굽히지 않는다’는 의미. 이 척당불기가 ‘성완종 게이트’의 진실을 밝힐 핵심 카드로 떠올랐다. 유죄 판결을 받고 “노상강도를 당한 기분”이라며 재판부를 맹공했던 홍 지사는 10일 페이스북에 ‘윤 씨가 내 방에서 봤다는 액자도 거짓으로 지어 낸 것으로 밝혀졌는데도…’라고 주장했다. 윤 씨는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으로 2011년 6월 11일부터 30일 사이 성 전 회장의 돈 1억 원을 홍 지사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윤 씨는 재판 과정에서 “돈을 전달하던 그날 홍준표 의원실(의원회관 707호)에서 액자인지 족자인지 기억나진 않지만 척당불기란 한자(漢字)를 봤다. 한자가 어려워서 사전을 찾아본 기억이 분명히 난다”고 진술했다. 홍 지사 측은 줄곧 “윤 씨가 의원실에 온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 액자는 당시 윤 씨가 707호에 들렀는지를 입증하는 단서 중 하나다. 홍 지사 변호인은 “그 무렵 홍준표 의원실에는 의자제세(義者濟世·의로운 사람이 세상을 구한다)란 액자가 걸려 있었다”고 주장하며 언론 인터뷰 사진을 제시했다. 이는 2011년 6월 20일 오후 8시 25분 송고된 연합뉴스의 홍준표 의원 인터뷰 기사에서 확인된다. 변호인 측은 “척당불기란 액자는 한나라당 대표가 된 뒤 대표실에 걸어 뒀던 것으로, 의원실에는 걸어 둔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한쪽 진술이 틀렸거나 기억에 오류가 있는 셈이다. 하지만 707호실에 ‘의자제세’와 ‘척당불기’가 모두 걸려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11년 7월 5일자 한겨레신문 5면엔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여기엔 ‘홍준표 한나라당 새 대표는 4일 당선 일성으로 척당불기를 꺼냈다. 자신의 의원회관 사무실 액자에 굵직하게 적힌 이 사자성어는…’으로 시작된다. 같은 달 20일자 동아일보 A10면엔 ‘홍준표 대표실 척당불기에 다른 글자… 뒤늦게 알고 의자제세로 아예 액자 교체’라는 기사를 실었다. 척당불기의 당(儻)을 당(戃)으로 잘못 쓴 사실이 확인돼 액자를 의자제세로 교체했다는 내용. 이 기사에는 ‘대표실 벽에 걸려 있던 척당불기 액자의 글씨는 평소 친분이 있던 한 서예가가 선물한 것으로, 당 대표가 되기 전에는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벽에 걸려 있었다’고 돼 있다. 두 보도를 종합하면 오자가 포함된 척당불기 액자는 홍 지사가 당 대표로 뽑히기 이전엔 707호 어디엔가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당 대표로 취임한 뒤 707호의 척당불기를 먼저 당 대표실로 옮겨 걸었다가 오자가 발견되자 떼어 내고 의원실의 의자제세를 갖다 그 자리에 붙였다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척당불기 액자 논란. 항소심 재판부가 깨끗하게 해결해줄지 관심거리다.창원=강정훈 manman@donga.com / 권오혁 기자}
투자자 3000여 명을 상대로 약 1380억 원 규모의 투자사기를 벌인 유사수신업체 이숨투자자문의 실질적 대표인 송창수 씨(40)가 항소심에서 징역 13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황한식)는 22일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송 씨에게 1심과 같이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이숨투자자문 본부장 최모 씨(40)와 부대표 조모 씨(28)도 1심과 같이 각각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바지사장' 역할을 한 대표 안모 씨(32)와 투자금 관리담당 한모 씨(26)는 각각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송 씨 등은 합법적 금융기관의 외관을 만든 다음 해외선물 거래 투자명목으로 3000명에 가까운 피해자들로부터 1380억 원을 편취했다"며 "여러 명이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 사기범행을 저질렀고 다수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반복적으로 상당기간 이뤄져 죄질이 매우 무겁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사기 피해자들이 신청한 배상신청 명령에 대해선 1심과 달리 각하했다. 재판부는 "각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책임 범위가 명백하지 않아 배상명령을 하는 것이 부적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빠른 시일 내에 민사소송을 제기할 것을 권한다"고 밝혔다. 송 씨는 또 다른 사기 사건인 인베스트컴퍼니 사건 항소심에서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된 최유정 변호사(46·여)를 선임한 뒤 청탁 명목으로 50억 원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던 송 씨는 최 변호사를 선임한 뒤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한편 법조 브로커 이동찬 씨(44)로부터 송 대표 관련사건 청탁과 함께 4200만 원대의 뇌물을 받은 현직 경찰관도 이날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남성민)는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된 서울 강남경찰서 강력4팀장 김모 경위(49)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벌금 4200만 원, 추징금 385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경위의 범행은 묵묵히 직무를 수행하는 경찰의 명예를 훼손했을 뿐만 아니라 경찰공무원 직무집행의 청렴성과 공정성, 사회적 신뢰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김 경위는 지난해 10월 이 씨로부터 "송 씨가 운전기사인 김모 씨에게 절도 피해를 입었으니 구속 수사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현금 500만 원을 받았다. 이후 김 경위는 3월까지 송 씨 관련 고소 사건을 잘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총 5차례에 걸쳐 4200여만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의 지역구인 경북 경산 지역사무소에서 근무한 인턴 황모 씨가 중소기업진흥공단에 부정하게 채용된 것과 관련해 최 의원의 청탁 사실을 줄곧 부인해온 박철규 전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이 21일 법정에서 “최 의원이 직접 지원자를 그냥 합격시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증언했다. 수원지법 안양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박성인) 심리로 이날 열린 박 전 이사장과 권태형 전 중진공 운영지원실장의 공판에서 박 전 이사장은 증인 신문 과정에서 “최 의원이 직접 (최 의원실 인턴 출신) 지원자를 그냥 합격시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박 전 이사장과 권 전 실장은 2012년 상·하반기 및 2013년 하반기 중진공 신입직원 채용 과정에서 점수 등을 조작해 4명을 부정 채용한 혐의(업무방해)로 1월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 부정 채용된 입사자 중 최 의원 지역사무소 인턴 출신 황모 씨가 포함돼 최 의원의 부정 인사 청탁 의혹이 불거졌지만 검찰은 최 의원에 대해 한 차례의 서면조사만 한 뒤 무혐의 처분했다. 이날 박 전 이사장은 2013년 8월 1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최 의원을 국회에서 만나 “(인턴 출신) 황 씨가 2차 면접까지 왔는데 외부 위원의 강한 반발로 불합격 처리하는 게 좋겠다고 (최 의원에게) 말씀드렸다”면서 “(최 의원이) 한참 생각하시더니 내가 결혼도 시킨 아이인데 성실하고 괜찮으니까 믿고 써보라”고 밝혔다. 검찰이 “왜 최 의원 말을 그대로 따랐느냐”고 묻자 박 전 이사장은 “최 의원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이었고 당시 원내대표여서 (불이익이 따를까봐) 따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입장을 번복한 이유에 대해서 박 전 이사장은 “그 당시 심신이 많이 지친 상태였고 그걸 말한다고 상황이 뭐가 바뀐다고 생각한 것도 사실이다”라며 “재판 과정에서 한 달 넘게 고민을 했는데 제 인생에 있어서 언젠가 정리하고 갈 문제라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권 전 실장 측 변호인은 최 의원의 증인 채택을 신청했으나 재판부는 “청탁 여부가 직접 쟁점이 아니고 기소도 되지 않아 증인으로 불러서 물어보는 건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기각했다. 재판부는 임채운 현 중진공 이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최 의원의 인턴 인사 청탁 의혹 사건은 지난해 9월 이원욱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관련 의혹을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최 의원의 지역구인 경북 경산 지역사무소 인턴으로 일했던 황모 씨가 2013년 하반기 중진공 채용에 지원했으나 서류점수 조작과 채용정원 편법 확대에도 불구하고 합격권에 들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최 의원과 박 전 이사장이 2013년 8월 1일 국회에서 독대한 뒤 다음날 황 씨가 포함된 합격자 명단이 발표됐다. 감사원은 이러한 사실을 확인해 검찰에 수사 의뢰하면서 수사가 본격화됐다. 검찰이 최 의원의 인사 청탁 의혹을 무혐의 처리한 주요 근거였던 박 전 이사장의 진술이 뒤집어지면서 최 의원에 대한 재수사 요구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안양=권오혁기자 hyuk@donga.com}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 이원석)는 20일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수감 중)에게서 1억8000만 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및 알선수재)로 김수천 부장판사(57·사법연수원 17기)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부장판사는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정 전 대표 재판과 관련한 각종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세 차례에 걸쳐 총 1억8124만 원을 받은 혐의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해 2월 네이처리퍼블릭 위조 상품 판매 사건 항소심과 정 전 대표가 사내이사로 있었던 에스케이월드가 서울도시철도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입찰 보증금 반환 소송과 관련한 청탁 대가로 1억5624만 원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당시 정 전 대표에게서 2010년식 ‘레인지로버’ 차량을 받고 대금으로 송금한 5000만 원을 포함한 현금 1억5000만 원을 모두 5만 원권으로 쇼핑백에 담아 성형외과 원장 이모 씨(52·구속 기소) 병원에서 건네받았다. 차량 취득세와 보험료 624만 원도 정 전 대표 측이 대납했다. 2014년에는 에스케이월드 소송과 관련해 1000만 원권 수표 1장을 받고, 지난해 10∼12월 위조 화장품 사건 청탁과 정 전 대표의 상습 도박 사건 청탁에 관해 현금 1500만 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 김 부장판사는 금품 수수 사실은 인정했지만 사건 담당 판사 등에게 청탁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부장판사가 기소되면서 정 전 대표와 최유정 변호사(46·여·구속 기소) 간 수임료 갈등으로 시작된 법조계 비리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검찰 관계자는 “김 부장판사 외에 제기된 의혹에 관해서는 현재까지 입건할 만한 대상자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된 브로커 이민희 씨(56)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2차 공판에서 “정 전 대표 측이 오세훈 서울시장 등에게 명품 브랜드 사업 문제를 잘 부탁해 달라며 활동비 9억 원 정도를 줬다고 검찰에 진술했지만 당시 경황이 없어 말한 것이며 사실이 아니다”라고 진술을 번복했다.김민 kimmin@donga.com·권오혁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올케이자 박지만 EG회장의 부인인 서향희 변호사(42·사법연수원 31기)가 2012년 8월 변호사 활동을 중단한 지 약 4년 만에 활동을 재개한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서 변호사가 20일 재개업 신고를 했고 그 신고에 법적 하자가 없어 이를 수리했다”고 20일 밝혔다. 2004년 박지만 회장과 결혼한 서 변호사는 2012년 법무법인 새빛에서 일하다가 박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 후보로 결정된 뒤 변호사 업무를 중단하고 휴업했다. 대한변협은 서 변호사가 휴업 중이던 2013년 ‘철거왕’ 이금열 사건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알려진 내용만으로 변호사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법률 검토를 중단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