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3억 뇌물 공여 혐의’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특검 수사 차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9일 04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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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암초에 부딪혔다. 법원이 19일 새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의 433억 원 뇌물 공여 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특검의 수사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특검은 일단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심도 있게 검토한 뒤 박근혜 대통령 뇌물 수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보강 수사를 할 방침이다.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돈과 박 대통령의 요청으로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모녀에게 지원한 돈의 성격을 규명하는 것이 박 대통령 뇌물 수수 혐의 수사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뇌물 수수 혐의 수사 난항 예상

특검에 이 부회장 구속 여부는 박 대통령의 뇌물 수수 혐의를 사전 검증받는다는 의미가 있었다.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과 최 씨 모녀에게 지원한 돈은 박 대통령이 받은 뇌물"이라는 주장을 법원이 인정해 주길 바랐던 것. 하지만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박 대통령을 겨냥했던 특검 수사의 동력이 떨어지게 됐다.

법조계에선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 원을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 액수에 포함시킨 게 '패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두 재단 출연에는 삼성 계열사를 포함해 53개 대기업이 참여했다. 따라서 삼성의 출연금을 '대가성 있는 뇌물'이라고 본다면, 정부에 바라는 게 있으면서 출연금을 낸 다른 대기업들도 똑같이 뇌물 공여 혐의로 처벌해야 하는 것. 이런 경우를 법원이 예상하고 이 부회장 영장을 기각했다는 분석이 많다.

또 영장 기각 결정에는 "대기업 총수라고 특별대우를 할 필요는 없지만, 불구속 재판을 받을 권리는 보장해야 한다"는 여론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 "합병은 경영권 승계와 무관"

1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심사에서 특검팀과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뇌물죄' 성립 여부를 놓고 4시간 가까이 공방을 벌였다. 특검은 파워포인트(PPT)를 이용한 프레젠테이션을 했고, 변호인단은 7000페이지가 넘는 의견서를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에게 제출했다.

영장심사에 특검 측에서는 양재식 특검보(52·사법연수원 21기)와 김영철 검사(44·33기) 등 4명이 참석했다. 이 부회장 측은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과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송우철 변호사(55·16기) 등 6명의 변호인단이 참석했다.

특검은 "박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재단 출연과 최 씨 모녀 지원을 요청했으며, 그 대가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등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도왔다"며 '뇌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이 터진 2014년 말 승마협회 주최 '승마인의 밤' 행사 당시 삼성 측이 사건을 염두에 두고 최 씨의 딸 정유라 씨(21)의 참석을 막은 사실 등을 들어 "삼성이 오래전부터 최 씨의 실체를 알고 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법정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내 경영권 승계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합병은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서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합병이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부라는 특검의 '밑그림' 자체가 틀렸다는 것. 이 부회장이 적극적으로 직접 변론을 하자 변호인들도 이 부회장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리를 폈다.

변호인단은 "삼성의 재단 출연과 최 씨 모녀 지원은 모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에 이뤄졌고, 그마저도 박 대통령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며 "'부정한 청탁'은 추호도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박 대통령이 2015년 7월 25일 이 부회장을 독대해 "승마 지원이 더디다"며 강하게 질책해 어쩔 수 없이 최 씨 모녀를 지원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이 부회장은 최 씨 모녀 지원 사실을 전혀 보고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장관석기자 jks@donga.com
권오혁기자 hy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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