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훈

전승훈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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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라는 정글에서 새로운 세상을 발견합니다. 도시를 산책하고 탐사하는 즐거움을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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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6-02-27~2026-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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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둥둥둥∼ 소리가 보이나요? 음악을 알록달록 느껴봐요

    최근 우리 그림책들은 길을 잃은 듯 보입니다. 아니, 아예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헤매는 격이라 할까요. 아름다운 그림들을 모아 순서대로 묶어 책처럼 보이게 만든 것이 너무 많습니다. 그림책은 포트폴리오가 아닙니다. 처음 그림책이 만들어진 것은 남녀노소 구분 없이 글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서였습니다. 내용에 관계없이 궁극적으로 그림책은 글이 없이 그림만으로도 이야기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누구나 글을 배울 수 있게 된 지금, 그림책은 글을 알기 전 유아들이 처음 문학을 만날 수 있는 책이 됐습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잘 만든 그림책일수록 유아들은 물론이고 어른들에게도 감동을 준다는 사실입니다. 지난해 출판사 비룡소에서 나온 ‘zebra’ 시리즈는 그림책이 유아문학이면서 모든 독자를 아우르는 힘을 가졌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이 시리즈는 글을 최적, 최소로 줄이고 책이 가진 물성을 최대로 끌어올린 디자인과 아름다운 그림이 할 말을 잃게 만듭니다. 책을 덮으면 영화 한 편을 본 듯 모든 감각이 살아납니다. ‘알록달록 오케스트라’는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입니다. 책을 읽었는데 음악이 들립니다. 음악을 모른다면 그것이 무엇일지 궁금한 마음이 점점 커지게 만듭니다. 책장을 넘기는 내내 오케스트라를 이루는 모든 악기의 특징과 소리가 귓가에 맴돌게 됩니다. 정보를 전달하는 데 급급해 섣불리 텍스트로 설명하지도 않습니다. 악기 소리를 시각적 이미지로 표현한 방식이 충분히 감각적이고 독창적이며 풍성합니다. 시각적인 자극이 청각적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완성도 높은 논픽션 그림책입니다. 글과 그림을 연결하여 소리를 전달할 수 있게 된 것은 그 안에 이야기가 흐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악기 하나하나가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한 사람 한 사람으로 그들이 속한 곳에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합니다.김혜진 어린이도서평론가}

    • 2013-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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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전승훈]개방적인 5060세대의 힘

    타렉 알헤시(29)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출신이다. 2009년 초 이스라엘과의 가자전쟁 당시 집 주변이 폭격당하는 와중에 도망쳐 나왔다. 그는 천신만고 끝에 프랑스 파리로 이민을 올 수 있었다. 그는 식당이건 공사판이건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그러나 프랑스어를 잘하지 못하는 그를 따뜻하게 대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타렉을 만난 것은 2010년 프랑스 연수 시절 파리 6구에 있는 생제르망 데프레 성당 지하였다. 이곳에서는 1957년부터 이방인을 따뜻하게 환영해 주는 파리 시민들의 모임(Cercle International de L'ARC)이 열려 왔다. 전문직에서 은퇴한 자원봉사자들은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 등에서 온 낯선 외국인들에게 무료로 프랑스어를 가르쳐 주고, 파리 시내를 함께 산책하고,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함께 하는 활동을 해왔다.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연락된 타렉은 이곳에서 만난 친구들과 아마추어 사진작가 동호회 활동에 열심이었다. 나도 연륜 있는 이들과 만나면서 비로소 파리라는 도시에서 ‘사람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전직 외교관 출신의 60대 자원봉사자와 함께 독일과 일본의 2차대전 이후 과거사 사과에 관한 토론을 벌였던 기억도 생생하다. 그에게선 늘 활기가 넘쳤다. 그는 친구들을 만나 ‘요즘 무슨 약 먹느냐’는 대화를 하는 대신, 이곳에서 매일 각국에서 온 새로운 젊은이들의 생각을 접하다 보니 저절로 회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을 보면서 우리의 은퇴자 문화의 미래를 생각했다. 한국 사회에서도 고학력인 데다 정보기술(IT)에도 익숙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는 커다란 사회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는 지난 대선에서도 활발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과 높은 투표율로 막강한 영향력을 보여줬다. 이들은 더이상 세상과 고립된 탑골공원, 종묘공원에만 머물러 있지 않을 것이다. 요즘 5060세대의 변신을 상징하는 인물은 ‘가왕(歌王)’ 조용필(63)이다. 그가 10년 만에 내놓은 앨범은 그야말로 파격이다. ‘한국적 정한(情恨)’을 담은 절절한 목소리를 가진 그가 서양 작곡가에게 곡을 맡겼다는 것부터가 놀랍다. ‘바운스’와 ‘헬로’에는 최신 팝음악과 같은 후렴구가 등장하고, 래퍼 가수가 피처링에 참여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한 신곡 발표 쇼케이스도 여느 K팝 아이돌 가수들 뺨칠 정도로 세련됐다. 조용필처럼 변신하는 5060세대는 더이상 꼰대가 아니다. 낯선 이방인이나 젊은이들의 문화에 좀더 개방적이고, 자원봉사에도 적극적인 ‘열린 5060세대’는 우리 문화를 한층 깊이 있게 만들어줄 힘이라고 생각한다.전승훈 문화부 차장 raphy@donga.com}

    • 2013-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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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앙숙을 단짝으로 만든 마법같은 ‘보고서 미션’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학교는 가장 영향력이 큰 집단입니다. 그런 학교가 연일 신문에 거론됩니다. 아이들이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행복해 보이지 않습니다. 어른들은 자신이 편리하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여러 방법으로 서열화해버립니다. 아이들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옆의 아이를 경쟁자로만 인식하게 됩니다. 사람을 사귀고 친구가 되는 과정은 지식으로 배울 수 없습니다. 성장기에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몸으로 체득해야 하는 과정입니다. 사람 사이의 감정은 매번 묘하게 바뀌어서 정답이 없으니 말이죠. 이 책은 이런 고민에서 시작됩니다. 김기민과 조현섭은 절대 친구가 될 수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입니다. 모범생 기민이는 현섭이를 ‘기생충’이라고 부르고, 공부에 뜻이 없는 현섭이는 기민이를 잘난 체하는 ‘재수뽕’이라고 부릅니다. 이해할 수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두 사람이 만나는 접점은 ‘싸움’입니다. 여기까지는 많은 동화가 보여 주었던 출발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작가가 제안한 해결 방법이 신선합니다. 두 사람은 ‘친구 보고서’라는 것을 제출해야 하는 벌을 받았습니다. 그 보고서를 쓰기 위해서는 방학 전까지 매일 학교 급식을 같이 먹어야 하고, 일주일에 두 번 각자 집을 방문하여 두 시간씩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더구나 그때마다 사진을 찍어 인증 샷을 남겨야 하니 거짓말을 할 수도 없습니다. 결론은 해피엔딩입니다. 둘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동화니까 당연히 그래야지 하겠지만 그 과정은 녹록하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이 조금씩 가까워지는 과정이, 독자의 기대에 적절히 부응하면서도 상투적이지 않아서 재미있습니다. 둘이 한 공간에 있고, 처음 말을 걸고, 같이 할 시간을 약속하고 하는 것이 연애의 한 장면 같지만, 이런 과정이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이해해 가는 과정인 것을 작가는 아이들 시점을 잘 유지하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신인 작가의 첫 책이 이런 정도의 안정감과 재미를 가진다는 것이 놀랍고 기쁩니다. 한 책을 읽고 그 작가의 다음 책을 기다리게 되는 독자의 설렘을 작가는 알까요? 이 책과 독자인 저의 만남도 해피엔딩입니다.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

    • 2013-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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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사회]행동하는 지성, 순응주의자에 던지는 마지막 호소

    “분노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만약 누군가 세상을 바꾸기 위해 거리에서 시위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착각이다. 분노가 진정한 참여로 변모되는 것이 필요하다. 변화는 노력을 필요로 한다. 행동해야만 한다.” 2010년 ‘분노하라!’를 펴내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던 스테판 에셀(1917∼2013)의 유작과 자서전이 동시에 출간됐다. 올해 2월 26일 타계한 그가 패배주의와 순응주의에 빠진 세계인들에게 던지는 마지막 호소가 담겨 있다. 에셀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드골 장군 휘하에서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다 체포된 후 독일 부헨발트 포로수용소에서 구사일생으로 탈출한 투사였다. 종전 후에는 프랑스 정부의 외교관으로 1948년 유엔 세계인권선언 초안 작성에 참여했고, 수많은 국제 분쟁과 인권 운동, 불법 이민자 문제 등에 중재자로 나서며 사회운동가로 활약했다. ‘분노하라!’는 2009년 프랑스 전국레지스탕스평의회 기념식에서 행했던 그의 연설문을 기초로 한 얇은 책이었다. 이 책은 삽시간에 세계 100여 개국에서 번역 출간돼 ‘아랍의 봄’으로부터 미국의 ‘월가를 점령하라’, 스페인의 ‘분노한 사람들(인디그나도스)’ 운동에까지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어떻게 아흔세 살 된 노인의 짤막한 글이 21세기 세계인들의 가슴에 불을 지를 수 있었는가는 가장 큰 의문이었다. 그것은 세계 경제위기라는 시대적 상황도 있었지만, 저자가 보여준 평생의 삶의 무게와 두께가 던진 감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서전 ‘세기와 춤추다’에는 1917년 러시아혁명이 있던 해에 태어나 20세기와 함께 ‘춤을 춰 왔던’ 그의 파란만장한 삶이 담겨 있다. 프랑수아 트뤼포의 영화 ‘줄 앤 짐’의 실제 모델이었던 부모의 이야기, 20세기를 대표하는 지성인들과의 만남까지 흥미진진한 내용이 많다. 그는 1997년에 펴낸 이 자서전에서 자신의 삶이 20세기에 끝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히려 21세기 들어 마지막 10여 년간 더욱 뜨거운 삶을 살았다. ‘포기하지 마라’는 타계하기 직전인 1월 스페인 기자와 네 차례 만나 대담한 내용을 엮은 책이다. 그는 이 책에서 인권이 악화되는 상황에 분노할 것을 재차 촉구하면서도 “혁명의 길이나 전체주의 사상으로는 아무것도 얻어낼 수 없다. 혁명은 결국 전체주의를 부른다”고 경계했다. “20세기 동안 유럽인들은 조직화된 운동과 자신의 양심을 멀리하고 모든 판단을 통제하는 이데올로기를 떠받들었다. 이것은 인간에 대한 모든 신뢰를 잃게 만들었다. 인간은 그 자체로 충분하다. 전지전능한 안내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나는 위기로 인한 고통에 대한 대답이, 또 다른 피델 카스트로나 또 다른 체 게바라를 불러오는 것이 아니라 민주적 가치를 지키는 개혁적 민주주의의 힘을 결집시키는 데 있다고 본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3-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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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사회]물 지배자가 세상을 지배한다

    “하늘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의 발언이 20세기의 진리였다면, 미국의 해군 전략가 앨프레드 마한의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말은 19세기의 생생한 진리였다. 그런데 ‘부와 권력을 향한 인류 문명의 투쟁’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을 읽게 된다면 누구나 한번쯤은 21세기야말로 “물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일성(一聲)을 발하지 않을까? 본래 인간은 물이 없으면 살 수가 없다. 우리의 체중 가운데 3분의 2가 물이다. 우리는 하루의 시작을 몸 안의 물을 배설하면서 시작하고 대체로 매일 2∼3L의 물을 마시며 살아간다. 그러고 보면 물 없이는 하루도 제대로 살기 어려울 텐데, 정작 물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물과 관련한 인간과 국가의 흥망성쇠를 찾아가려 시도한 점이 참신하게 다가온다. 게다가 이를 광범위한 세계사의 형식으로 요리해냈다는 점은 더욱 흥미롭다. 저자는 전문 역사학자가 아니라 저널리스트지만 현대 사회가 직면한 핵심 문제를 광범위하고도 심층적인 연구조사를 통해 역사적 통찰력으로 풀어냈다. 게다가 번역자는 해양 문명사의 권위자인 주경철 교수와 안민석 박사다. 이야기는 이른바 세계 4대 문명의 발상지라 불리는 나일 강, 티그리스·유프라테스 강, 인더스 강, 황허 강과 관련된 제국의 흥망성쇠에서 시작한다. 주기적으로 범람하는 강이라는 자연과 이를 기술적으로 어떻게 통제하느냐로 점철된 인간과의 투쟁과 화해의 역사, 그 가운데 형성된 사회의 위계질서와 중심지의 이동이 상세한 지도와 함께 제시된다. 이후 8세기부터 이슬람 제국이 지리적으로 급속히 팽창하는 과정에서 비아랍 세계의 피정복민을 이슬람 사회로 흡수하는 데 비교적 관대했던 요인 중 하나를 물 부족 현상에서 찾는다든가, 동서양을 이어주는 인도양 교역로를 선점했던 이슬람 세력이 결국 기독교 세력에 그 주도권을 빼앗기는 까닭이 이슬람 문명이 근본적으로 육지 지향적이어서라고 해석하는 대목 등은 논쟁의 여지를 던지는 신선한 해석이라 할 수 있다. 중국사를 연구하는 필자의 입장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점은 중국의 수로 체계, 특히 대운하의 개통과 이에 대한 집착이 지닌 장단점을 로마, 미국과의 거시적인 비교를 통해 제시한 부분이다. 저자는 중국이 6세기 약 1800km에 이르는 대운하의 건설을 통해 건조한 북방 지역과 수량이 풍부한 남방 지역을 새롭게 통합하는 데 성공했고, 이것이 이후 13세기까지 이어지는 경제 혁명과 세계 문명의 정점에 도달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한다. 아울러 중국과 달리 로마 제국을 통합할 대규모 수로가 없었던 유럽은 서로 경쟁하는 국가들로 분열되고 침체된 암흑기가 장기간 지속됐다고 보았다. 대운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은 곧 내부적인 성장과 안정을 의미했기에 14세기 이후 중국은 내향적이면서도 자급자족적 방향으로 흐른 반면에 유럽은 이슬람 세력과의 경쟁 및 새로운 돌파구 마련을 위해 15세기 이후 바다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고 비교했다. 또한 저자는 19세기 초반에 건립된 이리 운하와 1914년 완성된 파나마 운하 등 미국의 과감한 운하 프로젝트가 분리주의적 지역 성향을 극복하고 동서 방향의 대규모 국민 통합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이를 남북 방향의 국가 통합에 기여한 중국의 대운하와 유사하다고 보았다. 대단히 거시적인 차원이기는 하지만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중국의 대운하가 가진 양날의 칼 같은 기능을 예리하게 집어낸 부분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물이야말로 인류의 역사적 진보의 키워드인 농업혁명, 산업혁명, 도시화에 결정적인 요소라고 보았다. 이는 기본적으로 역사의 승자, 강자가 되기 위한 위기이자 기회로서 물을 파악한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유럽 중심적인 시각을 담고 있다. 그래서일까? 책을 덮으면서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 다투지 않고 뭇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처하기에,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上善若水)’던 노자(老子)의 경구를 떠올리게 된다. 조금 더 낮은 곳에서 문명의 차이에 상관없이 공유할 수 있는 물의 본질까지 담겼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조영헌 고려대 역사교육과 교수}

    • 2013-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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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4시간 책소식 전달 ‘온북TV’ 개국

    24시간 책 소식을 전하는 케이블방송 ‘온북TV’가 23일 오전 10시에 개국했다. 경기 파주출판도시에 자리 잡은 온북TV는 신간을 전하는 ‘오늘 나온 새 책’, 저자와의 만남 ‘온북 초대석’, 보도 프로그램 ‘책동네 뉴스’, ‘북로거 책수다’ 등 자체 제작한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온북TV는 KT올레 264번, 티브로드디지털 175번, 강원방송디지털 291번, 스마트폰 앱 에브리온TV 403번에서 볼 수 있다.}

    • 2013-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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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보살펴주셔서 감사했어요”

    친구를 사귀는 일이 누구에게나 쉬운 일은 아닙니다. 나 아닌 다른 존재와 만나 얼굴을 익히고, 진심을 나누게 되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까요? 살아가는 동안 그런 존재를 마주하게 되는 순간은 어떤 날이었을까요? 이 책은 첫 만남은 어색했지만 이름을 지어 부르고 먹을 것을 챙겨주고 보금자리를 마련해주며 보살피는 사이, 둘도 없는 동무가 된 할아버지와 토끼 이야기입니다. 실제 작가의 할아버지 이야기에 즐거운 상상이 더해졌답니다. 옆집이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데리고 갈 수 없었던 토끼 한 마리가 할아버지에게 맡겨집니다. 원하던 것도 아니고 토끼를 키워본 적도 없던 할아버지는 토끼 때문에 전에 없이 해야 할 일이 많아졌습니다. 처음엔 귀찮고 어색했지만 곧 토끼 돌보는 데 푹 빠진 할아버지는 매일 예전엔 하지 않았던 새로운 일들을 하나씩 시작하게 됩니다. 토끼를 먹이려고 옥상에 텃밭을 가꾸고, 뚝딱뚝딱 토끼집도 짓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젠 할머니보다 토끼와 나누는 일상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할아버지와 토끼는 함께 나이 드는 둘도 없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기운도 전과 같지 않고 이빨도 다 빠진 토끼가 할아버지보다 먼저 세상을 뜹니다. 보름달이 뜬 날, 달 속에서 토끼는 할아버지를 내려다보고, 할아버지는 밤하늘을 환히 밝히는 달을 바라보며 토끼와 눈을 맞춥니다. 마지막 장을 넘기면 할아버지를 포옥 싸안은 토끼 뒷모습이 따뜻합니다. 2006년부터 꾸준히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려온 고정순 작가의 첫 창작 그림책입니다. 그가 이전에 그린 전통 문화를 담은 정보 책들은 내용 전달에 비중을 둔 다른 책들과 달리 회화성이 강합니다. 정보 그림책이 자칫 놓치기 쉬운 ‘그림’책으로서의 정체성을 비교적 잘 지켜내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작가의 그런 특징이 이 책에도 반영됐습니다. 토끼와 할아버지 사이에 있었던 이야기들을 부드럽게 흐르듯 유쾌한 선과 맑고 차분한 채색으로 정겹게 그려냈습니다. 책 전체에 할아버지와 토끼를 아끼는 마음도 담뿍 담겼습니다. 김혜진 어린이도서평론가}

    • 2013-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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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경영]“불황, 한방에 보낼 수 있다”

    “지금 당장 이 불황을 끝내라.” 이 지긋지긋한 불황을 끝내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도 있단 말인가? 불황을 끝내려고 모든 나라가 머리를 쥐어짜고 있는 와중에 이런 무책임하고 경박한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런데 ‘지금 당장’ 불황을 끝내라고 불호령을 내리는 사람은 다름 아닌 미국 프린스턴대의 폴 크루그먼 교수(60)다. 크루그먼 교수는 칼럼과 저작을 통해 일반 독자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학문적으로는 2008년 55세의 젊은 나이에 노벨 경제학상을 단독 수상한 저명한 경제학자다. 경력이 이러하니 그를 무책임하다거나 경박하다고 몰아붙일 수도 없다. 오히려 왜 이런 불호령을 내리는지 경청하고 볼 일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다른 저명한 경제학자들과는 달리 그의 생각을 간결한 문체로 일반 대중에게 쉽게 설명하면서 반대론자들과는 뜨거운 논쟁을 마다하지 않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논쟁의 상대는 그의 진보적 성향에 동의하지 않는 보수 논객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의 내로라하는 리더들과 쟁쟁한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까지 포함된다. 이렇다 보니 일부에서는 그가 교수가 아니라 ‘피곤한 논객’이라고 폄훼하기도 한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책이다.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라기보다는 칼럼니스트로서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책이다. 동의하지 않는 바가 있으면 노벨상을 수상한 존경받는 경제학자들도 공격한다. 그는 지혜로운 대중을 기반으로 여론의 압력을 행사함으로써 정치인들이 정책방향을 바꾸도록 촉구하고, 그럼으로써 지금의 불황을 완전히 끝내버리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지금 당장’ 이 불황을 끝낼 수 있을까? 그는 불황을 끝내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런데도 불황이 끝나지 않는 것은 알 만한 사람들이 불황의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불황 이전에 하던 주장을 되풀이하거나 정치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금 어느 집 차가 고장이 나서 가지 않는다고 하자. 그런데 주인은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실제로 엔진이 고장 난 것이 아니라 배터리만 갈면 되는데 갈아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는 현재 세계 경제가 이와 같다고 한다. 엔진이 고장 난 것이 아니라 배터리를 갈면 되는데, 해보지도 않고 의심과 반대를 한다는 것이다. 현실에서 배터리를 가는 치유책은 케인스(1883∼1946)의 수요확대정책이다. 특히 금리가 영에 가까워서 케인스가 말한 유동성 함정에 빠진 국가는 ‘오리지널’ 케인스의 처방에 따라 재정지출을 대폭 늘려야 한다. 아니 위기발생의 원인을 찾아 치유책을 마련하지 않고 무책임하게 재정지출을 늘려서 위기를 타개하라고? 일본은 재정지출을 크게 늘렸는데도 불황에서 헤어나지 못했고, 그리스는 복지병에 걸려 위기를 맞았는데 또 퍼주라고? 물론 모든 나라에 대해 재정지출을 늘리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그리스의 경우 또다시 퍼주는 복지를 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진짜 유동성 함정에 빠졌는데도 소극적인 통화확대정책으로 결국 정부부채만 늘리게 되었다고 한다. 1930년대 대공황 과정에서 탄생한 케인스 경제학을 오리지널 그대로 지금 적용하려니 어쩐지 내키지 않는다. 그동안 경제학은 케인스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발전해 왔는데 케케묵은 케인스 경제학을 다시 보라니 믿음이 가지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 죽은 케인스의 위력을 다시 느끼게 된다. 오히려 실제 증거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비웃는 자들이 무책임하게 보인다. 저자의 주장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새롭게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그는 이전부터 현대경제학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시장만능주의가 거시경제학의 암흑시대를 낳았다고 공박했다. 특히 일본의 장기침체를 보면서 세계는 대안정기(Great Moderation)에 있는 게 아니라 곧 다른 나라에서도 일본과 같은 장기침체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잘못된 경제학은 잘못된 결과를 낳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얼마나 잘못된 경제학에 세뇌돼 있는가? 시간을 내어 이 책을 읽으며 직접 판단해보기를 권유한다.박원암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 2013-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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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한말 배설 생애 책으로 펴낸 정진석 교수

    “배설은 그리스 독립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바이런과 비견되곤 합니다. 배설의 파란만장한 삶은 영화나 TV 대하드라마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겁니다.” 정진석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74)가 영국인으로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한 배설(裵說·어니스트 토머스 베델·1872∼1909·사진)의 생애를 추적한 책을 펴냈다. ‘나는 죽을지라도 신보는 영생케 하여 한국동포를 구하라’(기파랑)라는 책 제목은 배설이 37세의 나이에 숨을 거두며 독립운동가 양기탁에게 남긴 유언에서 따온 말이다. 정 교수는 40년 가까운 세월을 배설에 대한 연구에 매달렸다. 그는 기자협회보 편집실장이던 1976년 대한매일신보 국한문판을 손으로 한 장씩 넘겨가며 영인 작업을 벌이면서 언론인 배설의 삶에 매료됐다. “한국과 별 관련이 없던 배설이 어떻게 한국에서 일제의 검열을 안 받는 치외법권을 이용해 대표적인 항일 언론인이 됐는가가 궁금했어요. 그의 출생부터 한국에 오게 된 경위가 하나도 알려진 게 없었지요.” 정 교수는 배설을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쓰기 위해 1985년 영국 런던정경대(LSE)로 유학을 떠났다. 그는 영국 국립문서보관소를 뒤져가며 배설의 출생증명서, 졸업증, 일본에서 형제들과 함께 운영하던 회사 등록 서류까지 방대한 자료를 수집했다. 배설의 유족과도 만나 대한매일신보사에 걸려 있던 영국기와 태극기, 배설에 대한 추모 글을 모은 ‘만사집’ 같은 유품을 기증받기도 했다. 2011년 문화재청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이 유품은 현재 서울 종로구 세종로 일민미술관에 있는 신문박물관(PRESEUM)에 전시돼 있다. 정 교수가 발굴한 외교문서를 보면 일제 통감부가 영국 정부에 배설을 추방하고 신보를 폐간시키라고 얼마나 심각하게 협상을 벌였는지 알 수 있다. 또 상하이 주재 영국 고등법원 판사와 검사, 일본인 서기관과 증인들, 한국인 의병대장 증인까지 참여한 배설의 재판기록은 우리 사법사에 남는 국제재판으로 기록됐다. 배설은 최근 서재필기념사업회에 의해 ‘올해의 민족언론인’으로 선정됐다. 정 교수는 “배설은 황성신문에 실렸던 장지연의 시일야방성대곡을 영어로 번역해 세계에 알렸다”며 “그가 운영한 대한매일신보는 국채보상운동의 총합소이자 신민회의 비밀 총본부, 항일 민족운동의 커다란 울타리였다”고 평가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3-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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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앞을 볼 수 없는 아빠처럼 눈을 꾹 감아봅니다

    올봄은 참 수선스럽게 옵니다. 해 비치다가 비 오다가 설핏 눈도 내리고 다시 해 비치길 여러 날 했습니다. 날씨가 그러니 마음도 덩달아 어수선합니다. 이럴 때 따뜻한 보리차 한 모금 목으로 넘기면, 그 기운이 온몸으로 퍼지면서 편안해집니다. 오늘 소개할 책이 전하는 기분이 그렇습니다. 어수선한 머리를 따뜻하고 편안하게 합니다. 아빠와 딸의 이야기입니다. 아빠는 사고로 머리를 다쳐 시력을 잃었습니다.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없지만, 아빠는 눈을 제외한 모든 감각으로 세상을 만납니다. 학교 급식 냄새를 맡고 딸이 돌아온 줄 알고, 공기가 무거워지는 감각으로 비가 올 걸 알아냅니다. 어쩌면 우리가 눈을 뜨고 있어서 눈에만 의지하기 때문에 이런 감각들 전부를 놓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딸은 아빠 옆에서 눈을 감아 봅니다. 여러 가지 소리가 들립니다. 비가 내리고 자동차가 지나갑니다. 눈을 더 꾹 감았습니다. 새가 날아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새가 비를 피해 날아가는 게 눈을 감고 있는 아이의 눈에도 보입니다. 아빠가 느끼는 세상을 아이도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 책엔 그리 거창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책을 펼치면 왼쪽에는 글이 있고 오른쪽에는 그림이 있습니다. 그림책인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페이지마다 글자 수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러 번 읽을수록 더 천천히 읽게 됩니다. 설명하지 않는 짧은 문장을 통해 아빠가 느끼는 세계가 조금씩 느껴져서입니다. 책의 뒤표지에 보면, 이 책을 초등 저학년 정도에 권하고 있지만, 그보다 큰 아이들이 천천히 생각하며 읽기를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글씨가 적다고 해서 저학년 책은 아닙니다. 빨리 읽는다고 해서 잘 읽는 것은 아닙니다. 이 책은 따뜻한 보리차 한 모금 삼키듯, 천천히 서두르지 말고 읽어야 잘 보이는 책입니다. 다 읽고 나면, 조용히 눈을 감고 눈이 아닌 감각으로 주변을 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권합니다. 비 그치고 무지개 뜨는 소리, 들을 수 있을까요?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

    • 2013-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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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용기타]핵무기는 ‘한방’의 경제학

    한반도의 상황이 폭발 직전의 활화산 같은 모양새다. 국제 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2월 12일 3차 핵실험을 강행했고, 정해진 순서대로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에 강력히 반발하며 다각도로 군사적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신문과 TV에서는 한계 수위로 치닫는 북한의 도발을 보도하면서도 핵무기를 사용한 전면전 발발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국민을 안심시키지만, 국방과 안보를 공부한 필자가 볼 때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은 아슬아슬하기 짝이 없다. 사실 사이버 테러와 생화학 무기로 대표되는 북한의 비대칭 전력은 재래식 병력을 출동시키지 않고도 얼마든지 우리의 일상 터전과 생명을 파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이러한 상황에서 ‘경제학으로 보는 전쟁의 역사’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이 책은 매우 각별할 수밖에 없다. 흔히 우리가 ‘무생물적 산술과학’으로 오해하기 쉬운 경제학은 불확실하고 구체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내리는 인간의 의사결정에 관한 학문이다. 예를 들면 단위면적당 가격이 저렴한 도시 근교의 전원주택에서 한가한 노년을 보낼까, 아니면 보안과 경비가 잘된 도심의 공동주택을 구입할까 등의 심리적이고 이성적인 결정 말이다.이러한 프레임으로 지난 천 년의 전쟁과 군사 지형을 다시 볼 경우 똑같은 역사적 사실이라도 그것을 해석하고 판단하는 결과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가령 중세시대에 지어진 성곽들은 현대인의 눈에 턱없이 비효율적인 군사시설로 비치기 쉽다. 그러나 이 책의 분석틀에 따르면 왕의 전 재산을 투입하고도 모자라 약탈에 가까운 세금 징수를 통해 이뤄졌던 성채 건설은 ‘기회비용’ 측면에서 볼 때 탁월한 선택이었다. 총포의 화력도 형편없고 먼 거리를 빠르게 달릴 이동수단도 마땅치 않던 그 시대, 잘 지은 성채 하나는 상비군을 양성하고 들판에서 전투를 치르는 비용보다 훨씬 싸게 먹혔기 때문이다. 게다가 견고한 성채의 위용은 그 자체로 적의 도발 의지를 무력화하는 심리적 요새 역할도 했으니 그 부가 소득은 만만찮았을 것이다.1960년 2월 13일, 프랑스가 알제리 르간에서 60kt의 원자폭탄을 실험한 것을 ‘대체의 법칙’이라는 경제이론으로 분석한 대목도 눈여겨볼 만하다. 냉전의 두 주축인 미국과 소련의 핵 독점을 깨뜨린 이 사건을 두고 미국이 발칵 뒤집힌 것은 프랑스가 개발한 핵폭탄의 위력 때문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서방의 핵우산 역할을 자처하던 미국을 대놓고 불신했다는 것, 그리고 피차 전멸을 의미하는 핵무기의 특수성을 전략적으로 이용해 드골 정부가 정치 경제적 거래를 시도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후 상황이 참 복잡하게 얽혀들었지만, 프랑스는 이 작은 핵폭탄을 지렛대 삼아 미국으로부터 적잖은 이익을 챙겼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추락한 국가적 자긍심까지 회복했다. 그러니 현재의 북한처럼 궁지에 몰린 집단이 핵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군사적 사건과 경제이론이 수시로 교차하는 이 두툼한 책을 한달음에 읽었지만 그중 섬뜩할 만큼 필자의 관심을 끈 것은 사이버 테러와 생화학 무기로 대표되는 21세기의 비대칭 전력, 그리고 사설 용병업체와 민간 보안업체의 경제적 작동 원리를 설명해 주는 마지막 장이다.인터넷과 생물학, 교통이 발달하면서 현대의 전쟁은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게릴라식 전투로 급속히 옮아가고 있다. 사이버 테러는 9·11테러 이후 강화된 보안검색 속에서 활동반경이 줄어든 국제테러조직이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생산성을 올리기 위해 개발한 돌파구였다. 북한도 이미 오래전부터 사이버 해킹 인력과 생화학 무기를 개발하는 데 공들여 왔다.미국이 사설 용병업체나 보안업체 인력을 전쟁에 활발히 투입하는 것도 경제적 맥락에서 보면 선명하게 이해된다. 모병제로 전환한 이후 국가의 병력 유지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비용도 훨씬 저렴하고 자국의 젊은이를 포화 속으로 밀어 넣는다는 도덕적 비난을 감수할 필요도 없는 민간 용병업체는 딱 좋은 대안이다.핵과 미사일뿐 아니라 각종 사이버 테러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돼 있으면서도 정작 21세기형 전쟁에 대한 정의조차 제대로 내리지 못하는 지금, 한국의 안보 담당자와 독자에게 일독을 권한다. 우리에게 절실한 군사적 통찰과 진실이 이 한 권에 담겨 있으니 말이다.김종하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원장}

    • 2013-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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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사회]얽히고설킨 韓-中-日-러 영토분쟁은 美의 음모?

    일본에서 ‘반미(反美)’는 한국에서보다 더 심한 금기어였다. 일본 외무성에서 36년간 근무한 고위 관리이자 자위대 사관학교인 방위대 교수를 지낸 저자가 쓴 이 책은 그래서 큰 논란을 낳았다. 1945년 패전 후 현대 일본사를 미국에 대한 자주파와 친미파 간의 대립 구도로 조명했기 때문이다. “기대려면 큰 나무에 기대자!”고 주장한 요시다 시게루 총리, “일본 열도를 소련에 강력히 대항할 수 있는 ‘불침항모(不沈航母)’로 만들겠다”고 했던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 이라크전쟁에 자위대를 파견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대표적인 대미 추종 그룹으로 재임기간도 길었다. 반면 패전 처리비 삭감(이시바시 단잔 총리), 소련과의 국교 회복(하토야마 이치로 총리), 중일 국교 정상화(다나카 가쿠에이 총리) 주장 같은 대미 자주 노선을 걸어 온 인사들은 공직에서 추방되거나 각종 스캔들로 정계를 은퇴해야 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그는 “미국이 일본 내 자주파를 친미파로 바꾸는 시스템이 일본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다”고 주장한다. 그 대표적인 도구가 검찰과 언론이라는 것이다. 그는 “가령 미국 대통령이 일본 총리를 잘 만나주지 않고 주요 언론이 이를 문제 삼을 경우 그것만으로도 정권 유지는 어렵다”고 말한다. 저자는 동북아시아 영토분쟁의 배경에도 미국이라는 강대국의 ‘분할과 통치(divide and rule)’라는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고 분석한다. 점령국이 철수할 때 식민지 국가가 단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분쟁의 여지를 남겨두곤 했는데, 일본이 러시아 중국 한국과 영토분쟁을 겪고 있는 원인도 미국의 의도적 조작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는 가설이다. 전직 외교관이 수많은 외교문서와 자료를 토대로 썼다고 하지만 책은 다분히 음모론적이다. 실제 아사히신문은 ‘전형적인 음모사관’이란 서평을 싣기도 했다. 대미 외교에서 일본의 국익을 주장하면서도 정작 주변국의 국익을 배려하는 시각을 갖추지 못한 것도 아쉽다. 그런데 이 책에는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일본이 태평양전쟁 패전 후에도 위안부를 모집했다는 사실이다. 패망 후 3일째 되던 날인 1945년 8월 18일 일본 내무성 하시모토 경비국장은 각 지방 지사에 점령군(미군)을 위한 위안부를 모집하라는 지령을 내렸다. 8월 27일 오모리에서 문을 연 위안부 시설에는 1360명의 위안부가 모였다. 저자는 “역사상 패전국은 많다. 점령군을 위한 위안부가 거리에 출몰한 경우도 많다. 그런데 치안 총책임자인 내무성 경비국장, 혹은 나중에 총리까지 된 국가의 핵심인물이 솔선해서 점령군을 위한 위안시설을 만든 나라가 과연 있을까”라고 묻는다. 일본 정부가 종전 후에도 국가 차원에서 위안소를 만들었는데, 전시에 운영했던 위안부가 ‘민간 매춘업’이었다는 주장이 얼마나 허황된 거짓말인지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3-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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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전승훈]공포마케팅과 대중지성

    공포가 일상화된 사회에서는 웬만한 겁주기로 통하지 않는다. 어린 학생부터 노인까지 장사꾼들의 ‘공포 마케팅’에 시달린다. “수학 올인반, 죽을 때까지 시킵니다. 집에서는 잠만 재우십시오.”(학원 광고) “은퇴 후 최소 20억 원이 필요합니다.”(금융회사 직원) 영국 켄트대 사회학과 교수 프랭크 푸레디가 쓴 ‘공포정치’(이학사)는 현대사회가 어떻게 공포를 정치화하는지를 설명한다. 이제 ‘공포정치’는 더이상 프랑스 대혁명 당시의 단두대 정치를 펼쳤던 로베스피에르나, 히틀러 스탈린과 같은 독재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좌파나 시민단체도 불안한 미래에 대한 극단적 시나리오를 통해 겁을 주는 방식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설파하려 한다. 지구온난화, 원전 공포, 석유 고갈, 먹거리 오염, 테러와의 전쟁, 통일비용, 연금 고갈, 금융시장 붕괴까지…. 21세기의 삶은 곳곳이 지뢰밭이다. 핵실험, 미사일 발사, 개성공단 폐쇄 등 연일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도 전 세계를 향한 ‘공포 마케팅’이다. 부시-이명박 정권 이후로 존재감을 철저히 무시당해 온 북한이 제발 나를 ‘장기판의 졸(卒)’로 보지 말라는 몸부림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전쟁 위협 와중에도 철저히 실리를 챙겼는데, 아들 김정은은 예측 불가능한 인물이라 불안감을 더해준다. 그런데 요즘 한국인들은 조용하다. 주말이면 여느 때처럼 고속도로가 꽃구경 인파로 가득 찬다. 일각에서는 우리 사회의 안보불감증이나 비현실적 낙관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내 생각엔 안보불감증보다는 ‘공포의 면역화’ 현상이 아닐까 싶다. 북한의 ‘불바다’ 발언도 수없이 반복돼 온 데다 이미 다른 공포에도 충분히 시달려 왔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대에 어느 나라인들 안전할까. 지구 반대편 작은 국가의 재정위기로 하루아침에 내가 직장에서 잘릴 수 있다는 공포가 상존하는 세상이다. 대지진과 쓰나미를 겪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주변 25km 지역에서 가족과 함께 2년간 살아 온 한 남성은 ‘원전의 재앙 속에서 살다’(돌베개)란 책에서 “지구상에 더이상 안전한 곳은 없다”며 대피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의 뇌는 상존하는 위험이지만 피할 수 없을 경우에는 ‘의도적 눈감기’를 한다. 늘 공포를 안고 살아갈 수는 없기에 생존을 위해 뇌가 선택하는 착각 본능이다. 전쟁위협 속에 생필품 사재기나, 주식시장 패닉 현상은 북한의 공포 장사꾼이 원하는 바일 것이다. 요즘 한국인들이 침착한 이유는 각종 ‘공포 마케팅’의 허와 실을 꿰뚫어보기 시작한 한층 똑똑해진 대중 지성의 발현이라고 믿고 싶다. 전승훈 문화부 차장 raphy@donga.com}

    • 2013-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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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몽골로 호주로 학술 탐사하며 과학 대중화 이끄는 박문호 박사

    “서호주 사막에서는 밤이 갑자기 엄습해요. 해가 질 무렵 혼자서 급히 컵라면을 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옆구리가 이상했어요. 가만 보니 은하수가 제 곁에 내려와 있는 겁니다. 그 느낌은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2년 전 여름 호주 사막으로 과학탐사를 떠났던 박문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은 “황량한 사막 위로 쏟아지는 별빛 아래 섰을 때 비로소 우주 행성 시스템에 속해 있는 우주인임을 절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매년 여름 서호주 사막, 몽골 초원, 미국 네바다 주 사막 등지로 학술탐사를 떠난다. 40, 50대 직장인, 주부, 대학생을 포함한 약 25명의 탐사대원이 동행한다. 과학문화운동단체 ‘박문호의 자연과학세상(박자세)’ 회원들이다. 5년 전부터 박 박사가 매주 진행하는 ‘137억 년 우주의 진화’와 ‘뇌과학’ 강의를 들은 이들의 모임으로 회원 수는 약 2000명이다. 강의는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천문학, 우주팽창이론, 대륙이동설, 진화론, 뇌과학까지 광범위한 과학이론을 망라한다. 탐사를 다녀온 뒤엔 대원들이 공동으로 1년간 작업 끝에 연구 결과를 책으로 펴낸다. 지난해 ‘서호주’(엑셈)에 이어 최근에는 ‘몽골’(엑셈) 편을 엮어 냈다. “탐사를 다녀온 회원들이 스스로 과학 전문가가 되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실크로드, 아프리카, 남미까지 지구 진화와 인류의 이동 경로를 탐사한 학술서적을 20권 정도 출간할 계획입니다.” 박 박사가 이끄는 해외 탐사에는 전문가가 동행하지 않는다. 그 대신 탐사대원 전원이 전문가가 되기 위해 공부한다. “탐사 전엔 국내 지질박물관을 방문해요. 일반 주부라도 암석의 종류를 모두 알 수 있을 정도로 암석학을 외우고 공부합니다. 탐사 기간엔 일절 술을 마시지 못해요. 하루 종일 탐사하고 밤에는 텐트 속에서 파워포인트를 활용해 졸면서 공부를 해요.” 몽골을 탐사할 때 회원들은 700쪽이 넘는 연구 자료를 만들었다. 공항 로비는 물론이고 고비 사막까지 7∼8시간 버스를 타고 가면서도 몽골의 역사, 종교, 지질, 천문학 강의를 진행했다. “아무것도 없는 사막을 찾는 이유는 지구 행성의 초기 모습을 탐구하기 위한 것입니다. 문명으로 오염되기 전 원초적 자연을 만나는 것이죠. 과학적 지식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자칫 영적인 차원으로 빠질 수가 있어요. 이를 막기 위해 대학교재로 사용되는 검증된 교과서만 가지고 공부합니다. 일상적인 대화도 금지하고요.” 박 박사는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대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구공간 수유+너머, 삼성경제연구원, 서울대, KAIST, 불교TV 등에서 우주와 자연, 뇌를 주제로 강의했으며, 베스트셀러인 ‘뇌, 생각의 출현’(휴머니스트)을 썼다. 최근엔 5년간의 뇌과학 강의록과 도판을 정리해 ‘그림으로 읽는 뇌과학의 모든 것’(휴머니스트)을 펴냈다. 그는 “자연과학 강의는 백 마디 철학적, 인문학적 해석보다 수학을 이용하는 것이 지름길”이라고 강조한다. 일반상대성이론 강의에는 미적분 기호가 무수히 등장하는데 그는 모든 수식을 칠판에 써가면서 강의하고 회원들에게는 모두 암기하도록 요구한다.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해 본 사람이 국내에만 10만 명쯤 될 겁니다. 그런데 과학을 공부하는 인구는 왜 마라톤 인구보다 적을까요. 마라톤 풀코스가 42.195km가 아니고 10km였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이 도전하지 않았을 겁니다. ‘쉽게 쓰는 과학’ ‘실용적인 과학’만으로는 과학이 대중화될 수 없어요. 대중의 과학운동을 노벨상 수준으로 높일 때 과학 공부에 미치는 사람들도 생겨날 겁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3-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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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꽃 한송이 사자에게 건네는 소녀 “사자야, 네가 있어서 든든하구나”

    콜롬비아라고 하면 기껏해야 ‘백 년 동안의 고독’, ‘콜레라 시대의 사랑’으로 알려진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와 열광적인 축구가 생각납니다. 그만큼 멀고도 잘 알지 못하는 나라입니다. 콜롬비아는 각종 분쟁과 내전으로 생긴 난민이 현재까지 100만여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만큼 온 나라가 불안한 상태이지만 그 속에서도 아이들이 희망으로 자라나고 있습니다. 그 나라의 어린이 책 작가들은 아이들이 자신이 속해 있는 세계의 현실을 똑바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들은 그런 아이들에게 무엇보다 용기를 주고 싶었을 것입니다. 항상 진실을 구하며 자라나기를 희망했을 것입니다. 그런 바람으로 만들어진 그림책 ‘집으로 가는 길’은 2007년에 멕시코의 폰도 데 쿨투라 에코노미카 출판사가 만든 ‘바람 끝에서 상’을 받았습니다. 베네수엘라 방코 델 리브로 제30회 어린이 부문 ‘최고의 책’으로도 선정됐습니다. 표지에서 꽃 한 송이를 사자에게 건네며 한 소녀가 밝게 웃고 있습니다. 한나절 동안 학교에선 학생으로 지냈지만 방과 후 집으로 가야 하는 시간부터 아이의 현실은 그리 환하지 않습니다. 아이는 책임감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어야 합니다. 홀로 집에 가는 길, 엄마 대신 장을 보고 동생을 챙겨야 합니다. 저녁 식사도 준비해야 하고 엄마 마중도 나갑니다. 그래도 오늘은 사자가 함께 있어 든든합니다. 오늘처럼 언제나 함께해 준다면 아이도 힘든 시기를 잘 이겨 나가겠지요. 어느 새 사자는 가고, 아빠가 웃고 있는 사진 액자 앞에는 꽃이 놓여 있습니다. 용기를 내기 위해 꽃으로 손을 내밀어 희망으로 세상과 마주한 소녀가 대견합니다. 소녀와 함께 걷는 사자를 보며 놀라 기절초풍하는 주변 인물들, 말도 표정도 없지만 소녀를 돕는 사자의 재치가 그림을 읽는 잔잔한 재미를 맛보게 해 줍니다. 책을 덮고 나서 1948년과 1985년을 관통하며 콜롬비아가 겪은 일들을 찾아보는 시간을 갖는다면 더 좋겠습니다.김혜진 어린이도서평론가}

    • 2013-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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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서人]늘 1등 하기위해 고통 안고 살아… 책은 내 상처 치유한 행복처방전

    “제가 워낙 워커홀릭(일중독) 스타일이라 쉴 때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불안해요. 세상에 뒤처져 간다는 느낌? 내가 숨을 쉬고 있다면, 뭔가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1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SM엔터테인먼트 본사에서 만난 가수 보아(본명 권보아·28)는 화사한 분홍색 재킷을 입고 나타났다. 요즘 SBS ‘K팝 스타’의 심사위원을 맡아 솔직하고 감성적인 조언으로 각광받는 그는 역시 똑 부러지는 말투와 재치 있는 유머로 인터뷰에 응했다. 열네 살에 데뷔한 보아는 ‘케이팝 붐’이라는 배경도 없던 시절 일본에서 춤과 노래 실력으로 당당하게 일곱 차례나 오리콘차트 정상에 올랐다. 그는 연예계 활동 때문에 중학교를 그만둔 뒤 개인적인 노력으로 일본어와 영어를 공부했고, 검정고시를 통해 고교 과정을 마쳤다. 공교육은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꾸준한 독서를 통해 내면을 키워온 그의 책과 독서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제 성장 과정을 모두 지켜보셨잖아요. 학교에 다닐 수 없고 일반적인 삶을 살 수 없는 상황에서 책을 통해서라도 간접경험을 많이 쌓고 싶었어요. 대중가수는 시대의 흐름을 놓치면 안 되거든요. 철학이든, 심리학이든, 패션이든 어떤 분야에서든 늘 열려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보아의 독서 목록에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인간’,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 같은 소설은 물론이고 ‘스타벅스, 커피 한잔에 담긴 성공신화’ ‘호텔경영학’ 같은 경제경영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책까지 다양한 장르의 책들이 들어 있다. 특히 좋아하는 일본 작가 쓰지 히토나리, 아사다 지로의 소설은 한국어판과 일본어판으로 번갈아 가며 읽었다. “책은 대중의 시선을 피해 숨을 수 있는 나만의 ‘은신처’이기도 했어요. 방송사에 가면 기자분들이 많이 오는데, 제가 대기실에서 책을 읽고 있으면 ‘아, 공부하는구나’ 하고 안 들어오더라고요. 호호.” 그는 이날 인터뷰 자리에 평소 즐겨 읽던 책 세 권을 가져왔다. 여러 번 읽었는지 곳곳에 밑줄을 그은 흔적이 눈에 띄었다. 첫 번째 책은 독일의 의사 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이 쓴 ‘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은행나무). ‘행복 닥터’로 유명한 저자가 사람마다 다른 행복에 대한 기준과 일상에서의 행복론을 소개한 책이다. “가수나 연예인은 항상 커다란 것을 성취해야만 인정받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늘 1위를 해야 하고, 기록을 세워야 하고, 상도 대상을 받아야 하죠. 어찌 보면 허망할 수도 있는, 커다란 성취에만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은 이 책에서처럼 일상의 소소한 행복에 감사하는 법을 배워야지 우울증에 안 걸릴 것 같아요.” ―어릴 적부터 1등에 익숙해져 있지 않았나. “일본에서 처음 활동을 시작할 때 오리콘차트라는 말도 생소했어요. 그런데 1위를 일곱 번 정도 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 맨 윗자리가 당연해지더군요. 그러나 세상이 변하는 만큼 사람들의 취향도 바뀌고, 너무 많은 신인들이 등장하는 가요계에서 언제나 정상을 지킨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죠. 그런데 사람들은 그걸 당연하게 여기고, 저도 당연하게 여기고…. 그러다 갑자기, 그런 생각들이 내 목을 조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성공이 아닌, 자신의 행복을 돌아보게 된 계기는…. “데뷔 후 10년이 지난 20대 중반이 되고 보니 그동안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기 위해 고통을 안고 왔지만, 정작 제 고통을 감싸 안아줄 사람은 누구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창작의 고통은 엔터테이너에게는 숙명이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겐 행복이 되지요. 어쨌든 제 고통도 치유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또 다른 창작물이 나오고 좋은 활동을 할 수 있는 거죠. 백 마디 말보다 책 한 권이 상처를 제대로 치유할 때가 있어요.” 보아는 프랑스 작가 기욤 뮈소의 소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밝은세상)도 추천했다. 캄보디아에서 의료봉사를 하던 의사가 한 노인이 선물로 준 캡슐을 먹고 잃어버린 사랑을 찾아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주인공은 죽은 옛 애인을 살리면 지금의 가족을 잃게 된다는 딜레마에 빠진다. 보아는 “사람들은 누구나 고치고 싶은 과거의 실수가 있지만 그 실수마저도 현재의 나를 있게 한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해준 책”이라고 했다. ―고치고 싶은 과거가 있다면…. “글쎄…. SM엔터테인먼트랑 너무 일찍 계약한 것?(웃음) 회사가 너무 어릴 적부터 제게 연습만 시킨 것? 그래서 성장에도 문제가 생긴 것? 하하. 이런 과거를 고칠 수 있다면 아마 지금의 키가 170cm는 될 수도 있었겠죠. 반대로 그렇게 되면 지금의 ‘가수 보아’는 없었을지도 모르지요. 일본어나 영어도 물론 잘할 수 없었겠죠.” 세 번째로 추천한 책 스즈키 히데코 수녀의 ‘힘들 땐 그냥 울어’(중앙북스)는 보아가 우연히 인터넷 서점을 검색하다가 제목만 보고 “여기 바로 내 마음이 있네”라며 구입한 책이다.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송혜교 씨가 ‘내가 정말 힘들 때 한 번도 내게 울고 싶으면 그냥 울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고, 모두 다 힘내!라고 했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와요. 정말 공감이 됐어요. 제가 어렸을 때 죽을 만큼 외롭고 힘들 때, 누가 옆에서 힘내! 하면 솔직히 짜증났어요. 이렇게 힘내고 있는데 어떻게 더 힘을 내라는 건지. 차라리 ‘힘들지. 힘들면 그냥 울어’ 하고 해주는 말이 훨씬 고마운 법이지요.” 보아는 자신도 10대 때는 ‘주변이 원하는 보아’라는 이미지에 얽매였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오리콘차트 1위를 못하면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졌다고 했다. “또다시 올라갈 곳이 있기 때문이죠.” ‘K팝 스타 심사위원’으로서 보아는 어떨까. “항상 무대에 서면 주인공이었는데, 역할을 바꿔 제가 주인공을 만들어주는 일을 한다는 게 재밌어요. 전 아직 한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하기엔 어린 나이예요. 친구들의 ‘최대치’를 끌어내는 역할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했어요. 전문적인 것은 옆에 계신 두 분(앙현석 박진영)이 알아서 하실 거라고 믿었죠.” 요즘 TV에 비치는 그의 얼굴은 이전보다 훨씬 성숙하고 편안해 보인다. 이렇게 예뻐진 비결이 뭐냐고 묻자 그는 “여성 연예인이 예뻐질 때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카메라의 마법이고, 또 하나는 인기다”라며 웃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3-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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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널A ‘이만갑’ 서재필언론문화賞

    종합편성TV 채널A의 예능 프로그램 ‘이제 만나러 갑니다’가 2일 재단법인 서재필기념회(이사장 안병훈)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이성준)이 주는 제3회 서재필언론문화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서재필언론문화상 심사위원회(위원장 남시욱)는 “이 프로그램이 탈북 여성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북한의 실상을 파헤치고 국민들이 북한과 통일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하는 데 크게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시상식은 9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열린다. 서재필언론문화상은 한국 최초의 민간 신문인 ‘독립신문’을 창간한 서재필 선생의 언론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3-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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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판인 사관학교 SBI “청년실업 무풍지대”

    “출판계가 어렵다고 하지만, 책을 만드는 것만큼 젊은이가 도전할 만한 매력적인 직업이 있을까요? 과거와 미래를 잇는 가장 창조적이고 지성적인 작품을 만들어내는 일이잖아요.” 지난달 29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국출판인회의 강당에서 열린 제8회 서울북인스티튜트(SBI) 졸업식장에서 만난 현의영 씨(26·여)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6개월 과정의 출판인 예비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출판사 동녘에 편집자로 취업하게 됐기 때문이다. SBI는 출판인회의가 2005년에 개원한 출판인 예비학교. 수강료가 전액 무료인 데다 졸업 후 취직률 100%를 자랑하는 ‘청년실업 무풍지대’다. 입학 경쟁률이 7 대 1을 넘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SBI 편집자반에서 강의하고 있는 김장환 청어람미디어 주간은 “입학시험에는 명문대 졸업생도 우수수 떨어지는가 하면 재수 삼수를 거쳐서 들어오는 지원자도 많다”고 말했다. 현재 SBI를 졸업한 600여 명이 출판 편집자와 디자이너, 마케팅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고 1기 졸업생들은 각사 팀장급으로 일하고 있어 SBI는 ‘출판계의 사관학교’로 불린다. 출판사 휴머니스트의 경우 직원 32명 중 9명이 SBI 출신이다. 이처럼 출판사들이 SBI 졸업생을 선호하는 이유는 철저한 실무중심 교육과정 때문. 학생들은 이론 교육뿐 아니라 출판사에 들어온 초고 원고를 함께 분석하고, 기획안을 짜고, 교정과 편집, 본문과 표지 디자인까지 하며 실제로 책을 만들고 마케팅 계획서까지 짜보기도 한다. SBI 졸업생들에게 가장 큰 자산은 졸업생 네트워크다. 1∼3기 졸업생의 경우 2007∼2011년 매달 한 차례씩 저작권, 디지털 환경론, 번역론 등 소주제를 정해 꾸준히 공부하는 ‘성장하는 편집자들의 모임’을 가져왔다. 1기 졸업생인 박태근 알라딘 인문사회MD(마케팅디렉터)는 “처음부터 출판에 뜻을 둔 졸업생이 많아 이직률이 매우 낮다”며 “개별 출판사를 넘어 소통할 수 있는 젊은 편집자들의 네트워크가 서로 간에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학원 SBI 원장은 “기존엔 출판사들이 대졸 신입사원을 뽑으면 1, 2년간 실무를 가르쳐야 하는 탓에 경력사원을 뽑으려는 경향이 강했다”며 “SBI가 현장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졸업생들을 배출하면서부터 출판계가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젊은 편집자들로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3-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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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후드티 쓴 흑인은 총 맞을만 한가… 우리속의 인종차별

    작년 2월 미국에서 한 소년이 총에 맞아 열일곱 짧은 삶이 멎었습니다. 손에는 금방 편의점에서 사온 사탕과 음료수 캔이 들려 있습니다. 비를 맞지 않으려 뒤집어쓴 ‘후드’ 위로 피가 배어나옵니다. 후드티를 입은 모습이 위협적이었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총을 쏜 스물여덟의 청년이 연행되었습니다. 사건은 그렇게 끝이 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스물여덟 청년이 체포되지 않고 풀려났습니다. 열일곱 소년이 흑인이라 위협적일 수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자신이 위협적이라고 생각되면 확인하지 않고 무기를 사용해도 된다는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 법이 적용되었습니다. 스물여덟 청년은 백인입니다. 흑인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한 미국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정의롭지도 않고 정당하지도 않지만, ‘합법적’인 이 상황이 내 앞에 닥쳤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라는 질문에서 이 동화가 시작됩니다. 열일곱 마틴의 옆집에 사는 열세 살 제이가 주인공입니다. 제이에게 마틴은 둘도 없이 좋은 형입니다. 제이는 한국인 입양아, 자신이 버려진 아이라는 사실이 늘 목에 가시처럼 걸려 있죠. 마틴은 이런 제이에게 넌 버려진 아이가 아니라 ‘발견된’ 아이라고 힘을 줍니다. 폭력에 대해선 더 큰 폭력이 아닌 마음으로 맞서야 한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그런 형이 죽었는데, 아무도 처벌을 받지 않는 것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어 제이는 용기를 냅니다. 작은 아이의 용기는 비겁했던 여러 사람들을 부끄럽게 했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각자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동화를 읽다 보면, 이것이 실제 일어난 일이란 것이 답답합니다. 제이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도 인종차별의 대상일 수 있음이 가슴 서늘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돌려보면, 이 땅에서 우리도 별 죄의식 없이 인종차별을 하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차별에 대한 인식, 그것이 용기의 시작입니다. 하지만 나 하나 작은 힘이 움직인다고 세상이 많이 달라질까요? 동화는 마지막에 이렇게 답을 줍니다. “그건 모르지. 하지만 세상은 변할 거야. 아주 천천히.”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

    • 2013-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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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사회]공포를 정치화하는 현대의 진보와 보수

    오늘날 정치에서 더이상 좌파와 우파의 구분이 가능한 것일까. 통상적으로 좌파는 사회 변화와 진보를 지향하고, 우파는 전통적인 가치를 유지하는 노선을 취한다고 구분해 왔다. 그러나 영국 켄트대 사회학과 교수인 저자는 “요즘의 우파는 더이상 전통을 지키지 않고, 좌파는 더이상 변화를 신봉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영국 보수당이나 미국 공화당의 온정적 보수주의는 유럽 좌파의 ‘제3의 길’과 비슷하게 수렴하는 반면 좌파 진영은 유전자학이나 정보기술 혁신을 ‘진보적 악(惡)’이라 표현하며 불안감을 부추긴다. 이처럼 과거와 단절된 보수와 변화를 두려워하는 진보는 양측 모두 역사의식을 잃고 방황한다. 대신 현재에만 집중하는 21세기의 좌파와 우파가 공유하는 가치는 ‘공포 보수주의(conservatism of fear)’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통치자들이 사랑받기보다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데서 더 큰 안전을 발견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공포정치’는 수세기 동안 절대왕정, 파시즘, 독재국가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요즘에 ‘공포’를 주요 정치적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좌파도 우파 못지않다. “공포 보수주의의 가장 일관된 옹호자들은 시애틀, 제노바, 런던의 거리로 뛰쳐나온 반자본주의 시위대가 아닐까. 그들의 급진주의는 변화에 대해 전적으로 반대하는 급진주의다. 이들의 반자본주의는 인간 해방이라는 오랜 꿈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공포이자, 자연이 지배하던 정적인 농촌 공동체에서 피난처를 찾고자 하는 본능이다.” 우파는 지난 300년 동안 예기치 못한 사회적 혼란이 있을 때마다 유대인, 프리메이슨의 음모론을 제기해왔다. 과거의 좌파는 이러한 모든 형태의 미신에 맞서 싸웠다. 그러나 저자는 “오늘날의 자칭 좌파는 새로운 기술과 관련된 위험과 음모에 관한 소문을 퍼뜨리기 위해 인터넷을 이용해 하이테크 미신들을 구체화한다”고 비판한다. ‘공포정치’란 정치인들이 자신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사람들의 불안을 의식적으로 조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의 정치 엘리트들은 일부러 공포를 조장할 필요가 없다. 테러와의 전쟁, 환경오염, 세균전, 원자력발전, 조류독감, 구제역,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 불법이민, 먹거리, 연금고갈까지 공포문화는 이미 우리 사회 전반에 내면화돼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정치인부터 시민단체(NGO)까지 맞닥뜨린 문제는 다만 공포를 최소화할 것인가, 아니면 정치화할 것인가 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정치의 위기와 공포의 만연을 지적하면서도 낙관적인 전망으로 책을 맺는다. 그는 우선 좌파와 우파라는 구석기시대적 구분법을 집어던질 것을 촉구한다. 대신 지식으로 무장하고 기꺼이 과거로부터 학습하고 미래를 직시하는 보다 확신에 찬 강건한 정치를 촉구한다. 1933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취임연설처럼 “우리가 두려워해야 하는 유일한 것은 공포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3-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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