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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원전 3호기의 준공이 늦어진다고 해도 밀양 송전선로 공사를 중단할 수는 없습니다. 멈추지 않고 건설을 해도 내년 10월 완공이 빠듯합니다.”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사진)은 21일 서울 강남구 한전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불량 케이블 교체 문제로 신고리 원전 3호기 준공이 지연되면서 일각에서 밀양 송전선로 공사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조직위원장을 맡은 세계에너지총회가 끝난 직후 18일 경남 밀양시로 내려가 “공사 중단은 없다”고 선언했다. 5개월여 만에 재개한 공사를 다시 멈춰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 때문이었다. 울산 울주군 신고리와 경남 창녕을 잇는 90.5km 구간 161개 송전탑 건설 공사는 밀양에 세우는 52개 건설 공사만 남겨두고 있다. 5월 공사를 시도했을 당시 8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더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 사장은 “주민들의 반대로 자재 반입이 늦어지고 있는 데다 겨울도 다가오고 있어 공사기간이 예상했던 8개월보다 훨씬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신고리 원전 준공이 지연돼도 송전선로 건설에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원전 준공 전에 송전선로 건설을 완료해야 원전을 짓는 대로 시운전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 사장은 송전선로 공사를 둘러싼 오해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일각에서 ‘수도권 전기 공급을 위해 밀양 주민이 희생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남권은 올여름 피크 때 150만 kW를 다른 지역에서 받아올 만큼 항상 전력 부족 상태에 있다”며 “밀양 송전선로는 영남권 전력 공급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사장은 “갈등을 조기에 매듭짓지 못한 데 대해 밀양 주민과 국민들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전은 공사 재개 뒤 아직 반대 주민들과 공식적인 협의를 갖지 못하고 있다. 조 사장은 “주민들도 찬성, 반대로 나뉘어 반목하고 있는 만큼 갈등을 방치할 수는 없다”며 “마을을 돌며 주민들에 대한 개별 설득을 계속하면서 조만간 주민 대표들과 협의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한국과 말레이시아가 47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맺어 양국 간 무역결제에 쓰기로 했다. 한국은행은 20일 김중수 총재가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말레이시아 중앙은행과 미국 달러화 기준 최대 47억 달러의 양자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스와프는 한국 원화와 말레이시아 링깃화를 맞교환하는 방식이며 원화를 기준으로 하면 5조 원 규모다. 만기는 3년이지만 양국 합의에 따라 연장할 수 있다. 한국은 무역거래에서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이달 들어 인도네시아와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말레이시아와 세 번째로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들이 가계부채를 성공적으로 줄인 데 비해 한국은 빚의 양과 질이 모두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금융위기를 가장 잘 극복했다는 찬사를 받기도 했지만 단기적인 경기 충격에서 벗어나는 데 급급한 나머지 정작 민간경제 부문에서 가장 위험한 ‘시한폭탄’을 키우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막대한 부채가 경기회복의 짐이 될 수 있다”며 선진국들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이 본격화되기에 앞서 가계부채 위기가 경제 전반에 확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20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91.1%까지 치솟았다. 2004년의 70.5%에서 거의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빠른 속도로 불어난 것이다. 반면 미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2007년 102.2%로 정점을 찍은 뒤 2011년 89.5%까지 떨어졌고 영국도 같은 기간 107.7%에서 100.9%로 하향세를 보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도 2011년 76.0%로 한국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가계의 채무상환능력을 나타내는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 역시 한국만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국은 2007년 이 비율이 145.7%였지만 2011년에는 162.9%로 크게 올랐다. 그러나 미국은 같은 기간 142.5%에서 119.6%로 큰 폭으로 떨어졌고, 영국도 185.3%에서 159.6%로 내렸다. 이 통계만 놓고 보면 현재 한국의 가계부채 위험수위는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 당시보다 높은 셈이다. 특히 가계와 정부 부문의 엄청난 부채로 장기불황에 빠져 있는 일본 역시 이 기간에 133.8%에서 131.6%로 부채 비율이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은 “경제 활성화가 지금처럼 더디게 진행된다면 가계부채는 더욱 심각한 지경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세종=유재동 기자·홍수영 기자 jarrett@donga.com}

장기화된 세계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으로 지난해 국내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성이 모두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0일 내놓은 ‘2012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율)은 2011년 4.5%에서 지난해 4.1%로 0.4%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1000원어치를 팔아 영업이익으로 41원을 남겼다는 뜻으로, 2002년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뒤 최저치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4.6%)보다도 악화된 것이다. 한은의 이번 분석은 결산일이 6∼12월인 46만4425개 기업을 대상으로 했다. 10만6228개 제조업과 11만7696개 도·소매업 등 금융·보험업을 제외한 국내 영리법인을 전수 조사했다. 기업의 성장성도 한 해 사이에 큰 폭으로 위축됐다. 지난해 기업들의 매출액 증가율은 2011년 12.2%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5.1%로 뚝 떨어졌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같은 기간 13.6%에서 4.2%로 증가율이 3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 스마트폰, 반도체 등 전기전자업만 매출액 증가율이 4.5%에서 9.4%로 상승했고 금속, 조선업의 경우 오히려 매출액이 줄었다. 내수 부진의 여파로 도·소매업의 경우 15.1%에서 4.2%로 매출액 증가율이 크게 축소됐다. 대기업의 경영 실적도 하향 평준화했다.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은 2012년 4.7%로 2011년(5.3%)보다 낮아졌다. 중소기업은 3.1%로 전년과 같은 수준을 보였다. 매출액 증가율에선 중소기업(5.3%)이 대기업(5.0%)을 웃돌았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세계경제 부진 여파로 수출형 대기업의 성장성,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많이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경제 불확실성으로 자금을 곳간에 쌓아두면서 안정성 지표는 다소 개선됐다. 부채비율은 152.7%에서 147.6%로, 차입금 의존도는 32.2%에서 31.9%로 낮아졌다. 투자가 위축되면서 은행 빚도 같이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17일 불량 케이블로 신고리 원전 3, 4호기의 가동이 지연돼 발생하는 손실에 대해 케이블 생산 업체에 손실 부담을 청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사장은 이날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해 “(원전 가동 지연에 따른 손실) 전액을 업체에 부담시키는 데 부정적인 의견도 있지만 한수원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산 가압류 등 구상권 청구를 추진할 것이냐”는 질문에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밀양 송전탑을 통해 전기를 보낼 예정이던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3, 4호기에 설치된 제어케이블이 성능시험에서 불합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내년 여름 완공 예정이었던 신고리 3, 4호기의 가동 시기가 수개월 지연될 것으로 보여 내년에도 전력난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신고리 3, 4호기의 제어케이블을 재검증한 결과 두 단계로 이뤄진 성능시험 중 첫 번째 단계도 통과하지 못해 모두 교체하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신고리 3, 4호기의 제어케이블은 원전 시험성적서 위조 파문을 일으킨 JS전선이 생산하고 새한TEP가 검증한 제품으로 원전 비리 수사 과정에서 품질서류 위조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당시 한수원과 정부는 이 제품들이 시험 결과를 위조한 다른 케이블과 달리 “실험조건이 규정에 맞지 않았다”며 곧바로 교체하지 않고 한국기계연구원에 재시험을 의뢰했다. 하지만 재시험 결과에서도 성능 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결국 전량 교체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 8월과 9월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었던 신고리 3, 4호기의 공사 일정은 상당 기간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제어케이블은 원자로 내부의 고열을 견뎌야 하는 등 상당한 기술력이 필요해 현재 국내에서는 JS전선과 LS전선 등 2개 업체만 생산해 왔다. 문제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JS전선과 LS전선이 제어케이블 등 원전 부품 입찰 과정에서 담합을 벌인 사실이 적발돼 LS전선의 제어케이블도 사용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결국 부품 교체를 위해서는 해외에서 제어케이블을 수입해야 하는데 납품사 선정과 최소 4∼6개월이 걸리는 국내 안전성 검사 등을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부품교체 과정에만 1년 이상이 소요돼 이들 원전이 2015년에나 가동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빠듯했던 전력 공급에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기대했던 신고리 3, 4호기의 가동 지연이 불가피해지면서 내년에도 전력 공급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고리 3, 4호기의 설비용량은 각각 140만 kW에 이른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내년 여름 최대 전력수요는 8166만 kW인 반면에 현재 원전 비리로 가동이 중단된 원전 4기가 모두 재가동되더라도 전력공급 능력은 8220만 kW에 그친다. 전력소비가 예상을 뛰어넘거나 발전소 한두 기만 고장 나도 대규모 정전 사태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한편 신고리 3, 4호기 가동이 늦춰지면서 밀양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는 일부 시민단체와 주민들의 저항도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이달 초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하며 “내년 여름철 전력난을 극복하기 위해 신고리 3호기 가동에 앞서 밀양 송전탑 공사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밀양송전탑 반대대책위’는 “이런 결과를 예상하고도 공사를 강행한 정부와 한전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당장 공사를 중단하고 사회적 공론화 기구 구성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공사 재개 보름째인 이날 한전은 차량을 동원한 자재 수송에 나서면서 주민과 다시 마찰을 빚었다.문병기·홍수영 기자·밀양=강정훈 기자 weappon@donga.com}
적정 수준의 담보가치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모두 초과해 부실 위험이 큰 주택담보대출이 총 4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홍종학 의원이 금융당국에서 제출받은 ‘주택담보대출의 LTV, DTI 분위 구간별 잔액’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LTV 60%를 초과하면서 동시에 DTI 50%를 초과하는 은행권 대출이 3조9091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LTV와 DTI 기준을 동시에 적용받는 주택담보대출 51조7000억 원의 7.5% 수준으로, 미래의 경기 상황에 따라 부실 우려가 커질 수 있는 ‘위험군’ 대출이다. 담보가치 대비 대출한도를 의미하는 LTV의 경우 은행들은 수도권에서는 50%, 지방은 60%까지 대출해주고 있다. DTI는 연소득 대비 대출상환 원리금의 비율로, 서울(50% 이내)과 경기·인천(60% 이내)에서만 규제가 적용된다. LTV 60% 초과 대출은 집을 공매나 경매에 넘겨도 빚을 다 갚지 못하는 ‘깡통주택’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집값이 떨어지면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초과 대출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의 법원경매를 통한 평균 주택 낙찰가율은 75.0%였고 한국자산관리공사 공매를 통한 평균 주택 낙찰가율은 72.6%였다. 금융당국은 LTV가 60%를 넘는 동시에 DTI가 서울 50%, 수도권 60∼75%를 초과하는 대출을 ‘고(高)위험군 대출’로 분류하고 있다. 특히 LTV가 100%를 초과하는 대출이 990억 원, DTI가 100%를 초과하는 대출도 275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홍 의원은 “시중 은행이 상환 여부가 불투명한 위험군에게도 마구잡이식으로 대출을 해주고 있다”며 “금융당국은 보험,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까지 포함해 금융기관들의 주택담보대출의 건전성을 정밀 분석하고 무분별한 대출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최근 원화가치가 상승하고 있는 것은 한편으로는 한국 경제가 ‘건강하다’는 신호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원화가치의 상승은 수출기업들의 가격경쟁력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위협요인이라는 이중성을 갖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 행진에 가려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원화가치 상승은 이미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8월과 지난달만 비교하더라도 똑같은 양의 상품을 수출했을 때 수출기업이 손에 쥐는 원화는 2.4% 줄었다. 원화강세 움직임은 이달 들어서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5일 원-달러 환율이 1월 23일(1066.2원) 이후 9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1066.8원까지 떨어진 것도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6월 24일(1161.4원)과 비교하면 환율은 4개월여 만에 100원 가까이 떨어진 셈이다. 원화가 지속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경상수지가 19개월째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데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다른 신흥국에 비해 한국 경제가 견실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원인을 감안할 때 원화강세 추세는 앞으로도 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당국의 속도 조절이 있겠지만 환율은 연중 최저점인 1054원 부근까지 하락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환율 수준이 수출기업들이 당장 ‘못 견디겠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급락 속도가 빨라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기업부터 상당한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아베노믹스’로 인한 일본 엔화가치의 약세가 이어지면서 원화만 강세가 이어지고 주요 선진국의 경기 회복이 기대보다 더뎌질 경우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지나친 원화강세가 수출이나 경상수지에 악영향을 주면 외국인 자금이 언제든지 한국 시장을 썰물처럼 빠져나갈 위험도 크다. 정부 당국이 최근 환율 움직임에 대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 사례를 보면 시차는 있지만 환율 하락이 경상수지 악화와 자본 유출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았다”며 “정부는 환율이 과도하게 떨어지지 않도록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원자력발전소 확대 정책에 급제동을 건 정부의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초안’을 놓고 여야 의원들이 공방을 벌였다. 1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의 국감에서 일부 새누리당 의원은 원전 축소가 실물경제의 위축이나 산업 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강후 의원은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11%로 늘린다는데 현실적이냐”고 물었다. 김동완 의원은 “전력예비율이 40%에 이르는 독일에서도 원전 축소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원전 축소를 주장해온 야당 의원들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는 평가를 내리면서도 “내용을 뜯어보면 원전 축소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당 김제남 의원은 “전력수요 증가 추세를 감안하면 원전 비중을 41%에서 29%로 낮춘다 해도 현재 가동 중인 23기 이외에 12∼18기의 원전을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며 “이게 무슨 원전 축소냐”고 따져 물었다. 전력난의 원인을 놓고 정부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새누리당 정수성 의원은 “2004년 2차 전력수급계획 당시 수요 예측과 실제 수요 간 차이가 12.4%에 이르렀다”며 정부의 전력 수요 예측 실패를 지적했다. 민주당 박완주 의원은 “1∼5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정부로부터 발전소 건설 사업권을 받은 민간기업이 발전소 건설 계획을 포기한 규모가 총 453만 kW에 이른다”며 이 때문에 전력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는데도 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한편 고질적인 전력난을 막기 위해 수백억 원을 들여 개발한 한국형 에너지관리시스템(EMS) ‘K-EMS’가 외국 제품을 표절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EMS는 전국 발전기와 송전망을 운영 및 관리하는 전력 운용의 핵심 설비다. 민주당 전정희 의원은 “충남 천안 후비급전소에서 시운전 중인 K-EMS를 살펴본 결과 수십 개의 프로그램 화면이 프랑스 아레바(옛 미국 알스톰) 제품과 일부 색깔만 다를 뿐 대부분 같았다”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거래소가 K-EMS를 시운전한 뒤에도 중앙, 서울 급전소에 상용화하거나 소스코드를 공개하지 못하는 것도 불법 복제 의혹 때문”이라며 “두 시스템의 화면이 공개되면 아레바에서 국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남호기 거래소 이사장은 “이게 복사됐는지 안됐는지는 우리도 알 수 없으며 이는 개발자(LS산전)의 몫”이라고 답했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8%로 하향조정했다. 신흥국을 덮친 경기침체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10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대내외 경제여건을 감안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7월에 발표한 4.0%보다 0.2%포인트 낮은 3.8%로 수정했다”고 말했다. 한은은 7월 내년 경제성장률을 0.2%포인트 상향 조정한 지 석 달 만에 전망을 다시 낮춘 것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2.8%로 3개월 전 전망을 유지했다. 한은이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것은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부정적 요인이 커졌다고 봤기 때문이다. 김 총재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했는데 한국만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앞서 IMF는 8일 내년 세계와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각각 2.9%와 3.7%로 소폭 내렸다. 한은은 특히 신흥국의 성장세 둔화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7월만 해도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돈줄 죄기)가 신흥국 경제성장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지 않았지만 최근 신흥국의 경기침체 양상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세 차례나 바꿈으로써 중앙은행의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현재 가동 중인 국내 원전 23기에 적어도 한 건 이상의 품질서류가 위조된 부품이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품질서류 위조와 고장으로 원전 가동 중단이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원전 안전관리의 총체적인 난맥상이 드러난 것이다. 정부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브리핑을 갖고 현재 가동 중인 원전 23기와 관련한 품질서류 2만2712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277개 품목의 서류가 위조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중대한 안전사고에 대비해 안전성을 시험하는 기기검증서 위조는 가동 중인 23기 중 월성 1호기를 제외한 22기에서 한 건 이상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일반 부품의 성능을 검사하는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부품이 설치된 원전은 23기 중 17기였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는 “최근 10년 내 제출된 품질서류를 모두 조사한 결과 가동 중인 원전 23기 모두에서 기기검증서와 시험성적서 위조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품질서류가 위조된 부품 중 225개 품목, 954개 부품은 이미 교체를 마쳤으며 나머지 부품들도 원전 정기점검 때 모두 교체하기로 했다. 다만 정부는 이번에 품질서류가 위조된 것으로 밝혀진 부품 중 원전 안전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품목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원전 가동정지 조치는 내리지 않았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최근 10년간 부품 결함과 관련해 원전이 불시 정지된 사례는 총 128건이었지만 이 중 이번 품질서류 위조 부품이 원인이 된 고장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5월 원전 안전과 직결되는 제어케이블 품질서류 위조로 일부 원전이 가동 중단된 데 이어 또다시 대규모 품질서류 위조가 드러나면서 원전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날 반복되는 원전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원전사업자 관리·감독에 대한 법률’을 제정해 원전 공기업들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원전 부품 품질관리 강화를 위해 품질검증 업체가 서류를 위조하지 못하도록 외국계 제3의 검증기관을 통해 시험성적서 진위를 재확인하게 하고 진입장벽을 낮춰 원전부품 산업의 경쟁을 활성화하도록 했다. 한편 정부는 9월 말 현재 품질보증서류 위조 또는 납품계약 비리 등의 혐의로 발주처, 납품업체, 검증기관 관계자 100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문병기·홍수영 기자 weappon@donga.com}

미래 에너지 전략의 핵심은 화석연료 위주의 에너지원을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가 있다. 화석연료가 고갈되면서 스마트그리드의 기술 경쟁력 확보는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 되고 있다. 한국전력은 2005년부터 배전지능화 시스템 개발 등 전력 정보기술(IT) 10대 과제를 정부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등 미래 스마트그리드 시대를 진작부터 준비해왔다. 현재 배전지능화 시스템은 배전선로가 고장 났을 때 정전구간을 자동 복구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스마트그리드는 기존의 전력망에 정보통신 기술을 접목해 공급자와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하는 차세대 전력망이다. 이를 통해 에너지 이용효율을 극대화하면 환경 문제와 전력 확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스마트그리드가 세계 에너지 시장의 판도를 재편성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스마트그리드 시스템이 구축되면 기업이나 가정 등 전력 소비자들은 전력관리시스템을 통해 전기사용 행태와 전기요금에 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받는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는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고 공급자는 소비자들이 전기요금이 낮은 시간대에 전력을 사용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전력수요를 분산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전기자동차를 사용하는 소비자라면 스마트그리드 기술로 개발된 연료전지 같은 분산형 전원을 구입해 전기요금이 낮은 심야시간대에 전기자동차를 충전할 수 있다. 또 자동차 주행에 사용하고 남은 전력은 주간시간대에 전력회사에 판매할 수도 있다. 한전은 그동안 개발했던 기술과 시스템을 시범 적용한 제주 실증사업을 5월 마무리하며 본격적인 스마트그리드 시대를 열었다. 제주 실증사업은 국내 첫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사업으로 2008년 12월 시작됐다. 정부는 세계에서 스마트그리드 분야를 선점한다는 목표로 약 2400억 원을 투자해 제주 구좌읍 약 6000가구를 대상으로 실증단지를 구축했다. 스마트그리드 인프라를 구축하고, 실제 서비스와 연계 서비스를 발굴하는 게 초점이었다. 한전은 제주 실증사업을 통해 스마트그리드 분야에서 서비스 경험을 쌓은 IT서비스 업체들과 공동으로 스마트그리드 사업을 신산업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하반기에는 실증사업을 통해 연구해온 신재생에너지, 전력저장장치(ESS), 빌딩에너지관리시스템(BEMS) 등을 도입한 스마트빌딩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번 계획은 실증단지 내에서만 적용된 스마트그리드 기술을 실전에 적용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한전은 스마트빌딩 구축사업을 통해 검증된 기술을 한전 사옥과 협력업체 공장 등에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스마트그리드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 방향인 창조경제의 한 축으로 부각되면서 사업 추진에 힘을 받고 있다. 한전은 우선 스마트그리드 기능을 구현하는데 핵심 인프라인 지능형전력계량인프라(AMI)와 ESS의 확산에 힘을 쏟고 있다. AMI 전담반을 구성해 2016년 1000만 가구, 2020년 2194만 가구를 목표로 약 1조7000억 원 규모의 보급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대용량 ESS의 본격적인 사업화를 준비하고 있다. 스마트그리드를 도입하는 민간 기업이 늘고 있어 한전은 정부와 공동으로 스마트그리드를 활성화하기 위한 중장기 정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또 민간기업의 지속적인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한 유인책과 법과 제도적 장치를 확보하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은 전력 IT 과제 추진, 제주 실증사업을 통해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향후 선진화된 스마트그리드 구축을 위해 대규모 해상풍력 계통연계기술, 효율적인 전력저장장치 운영기술 등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기술력 확보를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국내 제조업체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가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연구원과 공동으로 최근 국내 508개 제조업 관련 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3분기(7∼9월)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가 93을 나타내 전 분기(94)보다 제조업의 체감경기가 더 나빠진 것으로 집계됐다고 6일 밝혔다. 이로써 제조업 BSI는 2011년 3분기(91) 이후 9개 분기 연속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BSI는 기업이 체감하는 경기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작성한다.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제조업체들의 체감경기가 전 분기보다 좋아졌다는 것을, 낮으면 나빠졌다는 것을 뜻한다. 제조업 BSI 조사는 국내 제조업 및 제조업지원 서비스업 관련 기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으로 진행된다. 조사 대상 11개 제조업종 가운데 9개 업종은 전 분기에 비해 실적이 저조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내수 판매 부진과 북미시장 판매 감소 등을 겪은 자동차 업종(78)의 실적이 전 분기(95)에 비해 크게 악화됐다. 화학(87), 조선(88) 업종도 부진했다. 전자 업종(105)만 신형 스마트폰 출시 효과로 유일하게 전 분기보다 실적이 개선됐다. 부문별로는 매출(96), 내수(94), 수출(95), 경상이익(91) 모두 전 분기보다 실적이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경상이익은 영업이익에서 영업외수익을 더하고 영업외비용을 뺀 수치다. 수출의 경우 반도체(127), 전기기계(106)만 실적이 개선됐을 뿐 나머지 업종은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향후 전망은 나쁘지 않았다. 올해 4분기(10∼12월) 이후 경기 상황에 대한 전망을 나타내는 BSI 전망지수는 101로, 기준치를 웃돌았다. 전망지수는 2분기(105) 이후 3개 분기 연속 기준치를 넘어섰다. 업종별로는 전자 업종(109)의 기대감이 높았고 반도체(130), 자동차(108) 등의 업종도 실적이 나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조선(89), 전기기계(94)는 세계적인 업황 침체의 영향으로 실적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대진 산업부 산업정책과장은 “국내 제조업체들은 올해 안에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돈줄 죄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주요국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면서 차츰 실적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 한미동맹 60년의 과실이 가장 풍성하게 맺은 곳은 경제 분야. 6·25전쟁의 폐허 속에서 한국은 미국의 원조에 힘입어 생존과 성장의 기반을 마련했다. ‘한강의 기적’은 한국의 수출지향 산업화 전략이 밀고, 한국 제품의 주요 판로가 된 미국 시장이 끌어준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2007년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양국 경제관계가 상호 이익을 극대화하는 윈윈 단계로 진화했음을 의미한다. 황두연 전 통상교섭본부장과 태미 오버비 미 상공회의소 부의장에게 한미동맹과 경제발전의 상관관계와 그 미래를 들었다. 》▼ “교역 늘면 당연히 마찰도 커져… 동맹 토대로 실익 극대화 필요” ▼■ 황두연 前통상교섭본부장“전후(戰後) 복구 지원국-피지원국 관계에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이 되기까지 한미동맹 60년은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역사입니다.” 황두연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72)은 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미동맹 없이는 한국 경제의 건설도, 도약도 상상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미동맹은 안보 동맹의 성격이 크지만 1950년대 전후 복구, 60, 70년대 산업화, 80, 90년대 수출 확대, 2000년대 한미 FTA 체결까지 한국 경제사를 설명하는 데 빠뜨릴 수 없는 요소라는 얘기다. 황 전 본부장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걸쳐 제2대 통상교섭본부장(2001년 2월∼2004년 7월)을 지냈다. 1979년 경제기획원에서 상공부(현 산업통상자원부)로 옮긴 뒤 주로 무역과 통상 협상을 맡아 ‘트레이드(trade) 맨’이라 불렸다. 미국과의 통상 마찰을 최소화하는 한편으로 한미 FTA 협상의 초석을 놓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미동맹이 경제 성장에 기여한 가장 큰 역할로 황 전 본부장은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 시장을 한국에 열어준 점을 꼽았다. 그는 “수출에 첫발을 떼게 한 가발과 합판도, 전자산업의 대표상품이었던 컬러TV도 미국 시장이 주(主)였다”면서 “미국의 일반특혜관세(GSP) 혜택으로 한국 상품이 수출경쟁력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GSP는 미국이 개발도상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제품에 관세를 면제하거나 인하해 주는 제도로, 한국은 1988년까지 적용받았다. 이른바 ‘북한 리스크’로 인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줄여준 점도 강조했다. 황 전 본부장은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사들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조정할 때나 환율, 금융시장의 변동이 커질 때 한미동맹을 통해 한국의 안보가 튼튼하다는 점이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경제에서도 한미동맹이 굳건하다고 믿던 1980년대 중반 미국의 통상 압력이 시작됐다. 섬유 TV 철강 자동차 등 미국 내 시장점유율을 높여가는 상품을 차례로 문제 삼았다. 무역 보복 성격의 ‘슈퍼 301조’로 한국 시장을 열라고 압박했다. 황 전 본부장은 “국민들은 한국이 겨우 커 가는데 미국이 관세로, 쿼터(물량 제한)로 몰아치니 동맹이 맞느냐는 불만이 컸지만 한국 경제가 그만큼 성장했다는 방증이었다”고 말했다. 미국 내 한국 철강제품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지자 1980년대 후반 미국 캘리포니아 주 피츠버그의 철강업체들이 공장 문을 닫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고서야 그도 깨달았다고 한다. 한미 FTA의 초석은 양국 간 통상 마찰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놓였다. 2004년 6월 칠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에서 황 전 본부장은 로버트 졸릭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마주 앉았다. 졸릭은 “통상 마찰이 길어지고 있어 양국이 모두 손해를 보고 있다”면서 “모든 무역장벽을 없애고 자유무역 체제로 가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FTA 추진을 비공식 타진했다. 황 전 본부장은 당시 “FTA 말만 나와도 국회와 농민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할 것”이라며 조심스레 답했지만 속으로는 FTA를 통해 상호 이익이 되는 접점을 찾는 게 낫겠다고 여겼다. 미국과 FTA를 체결하면 세계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는 이점도 컸다. 이듬해 노무현 정부는 한미 FTA 사전실무점검회의를 잇달아 열며 FTA 추진을 공식화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분쟁에서 자국 기업인 애플의 손을 들어준 데 대해 “경제는 현실이기 때문”이라고 그는 해석했다. 황 전 본부장은 “경제 관계는 안보동맹과 달리 이해집단 사이에 마찰이 불가피하고 교류가 잦아질수록 마찰이 커진다”며 “경제적 마찰을 전체 동맹 관계 차원으로 확대 해석하면 양국 관계만 악화되고 우리나라가 얻을 실익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미 양국이 앞으로 원자력, 에너지 등 협력해야 할 분야가 많다”며 “앞으로 한미동맹은 더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 “창조경제로 한미 윈윈하려면 기업규제 풀고 투명성 높여야” ▼■ 태미 오버비 美 상공회의소 부회장“자유무역협정(FTA)의 골드 스탠더드(황금기준)로 불리는 한미 FTA는 양국 경제협력의 결정판이었다. 양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에서 협력할 부분이 여전히 많을 것이다.” 태미 오버비 미 상공회의소 부회장(55)은 한미동맹 60주년을 맞아 양국 경제협력의 어제와 내일을 이렇게 요약했다. 7, 8일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를 위해 인도네시아 발리에 가 있는 오버비 부회장은 바쁜 가운데서도 3일 국제전화와 e메일을 통해 인터뷰에 응할 정도로 한국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그는 한국이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변신한 유일한 국가라고 강조하면서 “이를 감안하면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들 여력이 충분하고 미국과의 경제협력이 그 밑거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버비 부회장은 “양국의 굳건한 안보동맹이 경제협력의 밑바탕”이라며 ‘이제 경제동맹이 거꾸로 더 굳건한 한미 결속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올해 참가 국가의 윤곽이 드러날 TPP. 미국이 주도하는 TPP는 2015년까지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의 관세 철폐와 경제 통합을 목표로 한다. 지금까지 베트남 페루 호주 멕시코 캐나다 등 11개국이 여기에 참가하기로 했다. 오버비 부회장은 “일본이 TPP 참가를 주저하다가 한미 FTA 체결을 본 뒤 참여 요청을 할 만큼 한미 FTA의 영향이 컸다. 한미 경제협력은 이제 양자 관계를 넘어 아시아와 글로벌 경제의 관점에서도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TPP는 기존 참가국이 전원 동의해야 참가가 결정되며 일본은 참가 신청 후 이를 기다리고 있다. 미국의 아시아 영향력 확대를 우려해 주저했던 중국에서도 참가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은 조만간 참가가 유력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정부는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태다. 그는 “TPP를 통해 한미 FTA는 한 단계 진화할 것이 확실하다”며 “한미 FTA를 비롯한 다른 어떤 FTA에도 포함되지 않은 국영기업, 클라우드 컴퓨팅, 규제 통합, 중소기업 이슈를 (자유무역 관점에서) 다룰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창조경제도 여러 차례 거론했다. 오버비 부회장은 “한국이 한 단계 도약한다면 혁신을 바탕으로 한 창조경제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전제한 뒤 “미 경제는 정보기술(IT) 분야와 창업 등 기업 혁신에 남다른 장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양국이 공동 이익을 찾기 위해 더 협력해야 할 분야”라고 말했다. 이어 창조경제 어젠다가 양국 모두에 혜택을 주려면 기업 규제 철폐가 좀 더 필요하고 기업 활동에서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동맹 60주년을 기념하는 헌사를 요청하자 그는 한국의 우수한 인적자원 얘기를 꺼냈다. “별 자원이 없는 한국이 단기간에 고도성장을 한 것은 인적 자본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은둔의 국가’에서 다른 나라의 ‘성장 모델’로 탈바꿈했던 길을 앞으로도 밟고 나갈 것으로 믿는다.” 오버비 부회장은 미국인들이 한국 음식 가운데 도전하기 어렵다는 된장찌개를 즐길 정도로 한국 생활에 익숙하다. 주한 미상공회의소 대표 등을 지내며 21년 동안 한국에 머물렀던 그는 2009년 미국으로 돌아가 미 상공회의소의 ‘넘버2’로 한미 경제협력의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가장 기억나는 한국에 대한 추억을 묻자 “솔직히 지금도 한국에서 지낸 시간이 그립다. 역동적이고도 에너지 넘치는 한국인들과 함께했던 것을 가장 잊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APEC 정상회의가 끝난 뒤인 15일경 한국을 다시 찾는다.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한국전력이 2일 대규모 공권력의 지원을 받아 경남 밀양시 송전선로 건설공사 재개를 강행한 것은 더는 공사를 늦추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전은 2007년 11월 정부의 승인을 받아 부산 기장군 신고리 원전에서 경남 창녕군 북경남변전소까지 총 90.5km 구간에 송전탑 161기를 세우는 사업을 시작했다. 여름철 전력피크에 대비해 각각 내년 8월과 9월에 완공할 예정인 신고리 원전 3, 4호기에서 발전한 전기를 변전소로 보내는 설비다. 원전을 새로 지어도 송전선로가 없으면 전기를 각 가정과 공장으로 보내는 변전소로 옮길 수 없다. 밀양 송전선로 공사는 이 사업의 일부다. 밀양시 5개 면에 세우는 송전탑 69기 중 청도면에 들어서는 17기만 건설이 완료됐다. 나머지 4개 면(단장, 산외, 상동, 부북면)의 52기는 2008년 8월 첫 삽을 떴지만 아직 마치지 못했다. 신고리 원전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기장군 등 다른 4개 시군이 건설을 끝내는 동안 밀양은 주민들의 반대로 공사가 11차례 중지됐다. 한전과 주민이 같은 수로 추천한 전문가협의체 등도 운영했지만 번번이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밀양의 일부 주민은 전체 송전탑의 3분의 1이 밀양에 들어설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 비해 민가와 농토에 가깝게 설계됐다며 거세게 반대해 왔다. 송전탑 반경 180m 이내에 민가가 20여 곳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고압 송전탑이 집, 학교 주변, 논밭 바로 위로 지나간다”며 “전자파로 암이 발생할 수 있고 재산권 행사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해 왔다. 또 이번 사업으로 세우는 송전탑이 100m 높이로 기존 다른 송전탑에 비해 규모가 크다고 반발하고 있다. 보통 송전탑 높이는 50∼70m 규모다. 주민들은 밀양 송전선로를 건설하지 못하면 내년 여름 전력난이 빚어질 수 있다는 얘기도 과장됐다고 주장한다. 신고리 원전 3, 4호기의 발전 용량은 각각 140만 kW로 국내 전체 전력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작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전은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지역에서 밀양의 면적이 넓을 뿐 면적 대비 송전탑 수를 따지면 많은 편은 아니라고 반박한다. 민가와 농토에 가깝다는 주장에는 “지형이나 설계상 불가피한 일이었다”며 “일부 선로를 우회하도록 설계하는 등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전자파 피해에 대해선 “2007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전자계 장기 노출 때 암이 진전된다는 생체작용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발표했다”며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송전탑이 대형이라는 반발에 대해선 “고전압 송전선로를 놓다보니 송전탑이 커졌는데 송전탑 크기를 작게 했다면 송전탑 개수가 지금의 3, 4배로 늘어났을 것”이라고 밝혔다. 밀양 송전탑 건설이 시급하지 않다는 지적도 맞지 않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여름 피크타임에는 100만 kW만 부족해도 순환단전, 블랙아웃(대정전)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재철 숭실대 전기제어시스템공학부 교수는 “140만 kW급 원전 건설에 3조 원이 드는데 지어놓고 가동을 못한다면 국가적 낭비”라면서 “원전도 수명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송전탑은 없어서는 안 될 시설이므로 한전과 반대 주민들이 원만한 합의에 이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전은 지난달 이례적으로 밀양시 5개 면 30개 마을 1800여 가구에 약 400만 원씩을 지급하는 ‘직접 보상’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환경, 반핵 단체들이 반대 시위에 가세하는 바람에 현재까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송전선로 건설에 8∼10개월이 걸려 지금 공사를 시작하더라도 원전 완공 시점에 맞추려면 빠듯하다”고 말했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수출에 이어 내수, 투자 등 주요 경제지표가 줄줄이 개선 움직임을 보이면서 본격적인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등락을 거듭하며 불안한 흐름을 보이던 경제지표들에 일제히 청신호가 켜지면서 한국 경제가 길었던 경기부진의 긴 터널에서 벗어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원화 강세 등 악재들이 남아 있어 아직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많다. 30일 통계청의 ‘8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경제지표인 광공업 생산은 전달보다 1.8% 늘면서 지난해 11월(2.1%)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나타냈다. 서비스업 생산은 여가업(3.7%), 교육업(2.0%) 생산이 늘면서 전달보다 0.7% 증가해 석 달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무엇보다 그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던 투자와 내수 핵심지표인 소비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8월 설비투자는 자동차와 운송장비 등의 증가세에 힘입어 전달보다 0.2% 증가했다. 지난해 8월과 비교하면 4.6% 증가하면서 2012년 4월(2.8%) 이후 1년4개월 만에 플러스 성장을 보였다. 소비는 백화점 등의 매출 증가로 전달보다 0.4% 증가했다. 향후 경기상황을 예고하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전달보다 0.3포인트 오르며 5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 경기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이 내놓은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9월 제조업 업황 BSI는 75로 전달보다 2포인트 상승해 두 달 연속 개선되는 등 얼어붙었던 기업 경기심리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특히 3대 경제지표인 생산과 소비, 투자가 모두 상승세를 보이면서 경제 전반에도 서서히 활기가 도는 모습이다. 8월 신규 취업자가 11개월 만에 40만 명대로 올라서는 등 내수시장 회복이 일자리 증가로 이어지고 있고, 초저금리에도 예금으로 쏠리던 자금이 증시와 부동산으로 옮겨가는 등 금융시장에도 온기가 돌고 있는 것이다. 장밋빛 전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높다. 자동차와 정보기술(IT) 분야를 제외하면 8월 광공업생산 개선이 여전히 미약한 데다 소비 역시 여름휴가 특수와 이른 추석효과에 힘입은 면이 크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실적 역시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다. 한은에 따르면 상장기업들의 2분기(4∼6월) 매출액 대비 세전순이익률은 3.5%로 2011년 3분기(3.1%) 이후 가장 낮았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수출 대기업이 해외시장에서 선전하면서 경제지표들이 좋아지고 있지만 긴 경기 부진으로 내수 비중이 큰 기업들은 여전히 좋지 않다”며 “하반기에도 기업과 국민들이 경기 회복을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홍수영 기자·세종=유재동 기자 gaea@donga.com}

“일제강점기 피해자 문제 해결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대립하고 있는 게 아니라 양국의 사법부 대 행정부가 대립하고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합니다.” 최봉태 대한변협 인권특위 위원장은 26일 서울 종로구 동서대 일본연구센터(소장 정구종)에서 열린 특별강연 및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5월 대법원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이유로 개인청구권이 소멸됐다고 볼 수 없다”며 미쓰비시(三菱)중공업 소송에서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7월 30일 부산고등법원은 미쓰비시중공업에 피해자 1명당 8000만 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일본 정부와 언론은 여전히 이 판결이 2007년 4월 일본 최고재판소의 판결과 다르다고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최 변호사는 “대법원은 배상을 강제한 반면 최고재판소는 중국인을 강제 징용한 니시마쓰(西松)건설에 대해 자발적 배상을 촉구한 점만 다르다”며 “청구권협정과 개인청구권은 다르다는 논점은 같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양국 정부와 기업이 ‘2+2’ 방식의 한일 공동 재단을 설립해 먼저 책임을 이행할 것”을 제안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 “운명을 받아들임으로써 운명과 한 몸이 된다. 운명과 한 몸이 되어야만 운명이 당신을 지배하지 않고, 바로 당신이 운명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내가 아닌 사람과 사는 지혜(루이제 린저·지식공작소·2001년) ‘생의 한가운데’로 유명한 독일 여류작가 루이제 린저의 인생 에세이 38편 모음집 가운데 ‘운명: 내 성격이 나의 운명이다’의 한 대목이다. 핑계가 늘었다. 일이 안 풀리는 것도, 애인이 없는 것도 금숟가락을 물고 태어나지 않은 탓이다. 신의 아들, 딸들과 경쟁하는 일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운명 탓으로 둘러대면 사람들도 그럴 수 있겠거니 쉽게 받아들이는 점을 이용했다. 변호사, 의사 등 전문자격증이 더이상 성공의 보증수표가 아닐뿐더러 이너서클에 들어가도 ‘계급 격차’를 느낀다. 사회 전반에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없어졌다는 패배감은 상당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벌인 설문에서 응답자 4명 중 3명(75.2%)은 열심히 노력해도 계층 상승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고 답했다. 사회 활동이 활발한 30대(80.2%)는 특히 비관적이었다. 청년층은 좌절당했다. ‘하류사회’로 내몰린 측면이 크다. 일본 사회학자 미우라 아쓰시는 “경제 양극화가 계층 간 ‘희망 격차’로 이어졌으며 이는 생활 능력에서부터 노동, 소비, 학습의욕의 저하를 낳아 하류사회를 확산시켰다”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계층 상승의 사다리를 걷어찬, 패자부활전의 기회도 주지 않는 사회 탓만 하고 있을 것인가. 1950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허무에 빠진 세계 젊은이들에게 생의 한 순간까지 완벽하게 사랑한 여인 ‘니나’를 선사한 저자는 “운명을 긍정하라”고 제안했다. 그저 웃음으로 견디거나 양손을 놓고 체념하란 게 아니다. 처한 상황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라는 얘기다.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성격이 운명(Character is fate)을 만들기에.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전남 광양만에서 양식장을 하는 박모 씨(65) 씨는 아파도 좀처럼 병원에 가지 않는다. 지난해 초 건강보험 혜택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박 씨는 수온 이상으로 어류 출하량이 줄어 연간 소득이 500만 원 밑으로 뚝 떨어지면서 2011년 8월부터 월 27만 원의 보험료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박 씨는 “93세 노모가 자칫 쓰러지기라도 하면 병원비를 어떻게 감당할지 막막하다”고 한숨지었다.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면서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4대 보험을 체납하는 가입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4대 보험을 통합 징수하는 건보공단이 25일 새누리당 민현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건강보험 징수율(부과액 대비 징수액)은 98.9%였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경기침체가 극심하던 2009년(98.8%) 수준이다. 국민연금 징수율은 95.6%로 2006년(95.4%) 이후 7년 만에 가장 낮았다. 이처럼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징수율이 떨어진 것은 자영업자가 대다수인 지역가입자들이 보험료를 체납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의 지역가입자 징수율은 96.2%로 지난해보다 1.6%포인트 떨어졌다. 국민연금은 지난해보다 2.4%포인트 낮은 70.4%에 그쳤다. 경기침체로 인해 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 낼 돈이 없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체납액도 늘고 있다. 6월 말 현재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의 20.0%인 152만5000가구가, 국민연금 비사업장가입자의 25.3%인 223만9000명이 6개월 이상 보험료를 체납했다. 건강보험은 6개월 이상 보험료를 내지 않으면 혜택이 정지되는데 지역가입자 5명 중 1명이 보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지속되는 불황으로 자금력이 달리는 영세·중소사업장이 늘면서 고용·산재보험 체납도 늘고 있다. 고용보험을 체납하고 있는 업체 수는 지난해 말 40만 개에서 올해 상반기 말 40만7000개로 늘었다. 같은 기간 산재보험을 체납한 업체는 43만5000개에서 44만7000개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4대 보험 누적 체납액은 6월 말 현재 9조1276억 원에 이르러 처음 9조 원을 넘어섰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