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복병 가계빚… 한국만 늘어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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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금융위기 이후 빚 줄여갈때 한국, 상환능력 대비 163%로 증가
서브프라임 위기때보다 위험도 높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들이 가계부채를 성공적으로 줄인 데 비해 한국은 빚의 양과 질이 모두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금융위기를 가장 잘 극복했다는 찬사를 받기도 했지만 단기적인 경기 충격에서 벗어나는 데 급급한 나머지 정작 민간경제 부문에서 가장 위험한 ‘시한폭탄’을 키우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막대한 부채가 경기회복의 짐이 될 수 있다”며 선진국들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이 본격화되기에 앞서 가계부채 위기가 경제 전반에 확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20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91.1%까지 치솟았다. 2004년의 70.5%에서 거의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빠른 속도로 불어난 것이다. 반면 미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2007년 102.2%로 정점을 찍은 뒤 2011년 89.5%까지 떨어졌고 영국도 같은 기간 107.7%에서 100.9%로 하향세를 보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도 2011년 76.0%로 한국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가계의 채무상환능력을 나타내는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 역시 한국만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국은 2007년 이 비율이 145.7%였지만 2011년에는 162.9%로 크게 올랐다. 그러나 미국은 같은 기간 142.5%에서 119.6%로 큰 폭으로 떨어졌고, 영국도 185.3%에서 159.6%로 내렸다. 이 통계만 놓고 보면 현재 한국의 가계부채 위험수위는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 당시보다 높은 셈이다. 특히 가계와 정부 부문의 엄청난 부채로 장기불황에 빠져 있는 일본 역시 이 기간에 133.8%에서 131.6%로 부채 비율이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은 “경제 활성화가 지금처럼 더디게 진행된다면 가계부채는 더욱 심각한 지경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종=유재동 기자·홍수영 기자 jarrett@donga.com
#한국#가계부채#금융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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