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지난달 19일 네이버 웹툰 댓글창에 때아닌 욱일기 논란이 일었다. 웹툰 ‘위장불륜’ 연재를 시작한 일본인 작가 히가시무라 아키코(43)가 2007년 팬미팅 포스터에 욱일기와 일본군 캐릭터를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작가가 사과문을 올리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자 상황은 일단락됐다. 누리꾼들은 “유명 일본 만화가가 한국 웹툰에 연재를 시작한다니 신기하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웹툰 시장에 국경이 사라지고 있다. 웹툰 플랫폼 배틀코믹스에서 3월 공개한 ‘황태자 약혼녀로 살아남기’는 스토리는 한국 작가가, 그림은 중국 작가 팀이 맡은 ‘글로벌 컬래버레이션’ 웹툰이다. ‘황태자…’를 기획한 다온크리에이티브는 내년 초까지 총 5편의 한중 합작 웹툰을 순차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이 회사의 권별빛 콘텐츠개발팀장은 “중국 작가 팀의 작화는 한 컷 한 컷이 일러스트 수준”이라며 “한국 팬들의 취향에 맞춘 스토리와 중국 작가 팀의 그림 퀄리티가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많게는 30명이 한 팀으로 움직이는 중국 웹툰 작가 팀은 편당 인건비가 국내 작품의 2, 3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진코믹스도 해외 웹툰 작가들을 발굴해 한국 맞춤형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2017년 서울시가 개최한 일본군 위안부 콘텐츠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프랑스인 작가 아나밸이 한국의 일상과 문화를 그려낸 '아나밸과 대한민국'이 대표적이다. 레진코믹스는 2014년부터 총 세 차례 ‘세계 만화 공모전’을 개최해 해외 웹툰 작가를 발굴하고 있다. 판타지 액션물 ‘프릭-퀀시’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인도네시아 출신의 스토리 작가 제로와 그림 작가 사콘, ‘펄스’를 내놓은 태국 작가 라타나 사티스 등이 이 대회를 통해 한국 시장에 데뷔했다. 레진코믹스 관계자는 “일본, 중국 일변도였던 과거와 달리 한국 웹툰 시장에 진출하는 해외 작가들의 국적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했다. 사실 해외 웹툰 수입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5년 한국으로 진출한 대만 작가 아만(阿慢)의 ‘백귀야행지’를 비롯해 각종 웹툰 플랫폼에서 이미 수백 편의 해외 웹툰이 수입돼 국내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단순히 해외 인기 웹툰을 수입하는 수준을 넘어 외국 작가들이 한국 시장을 타깃으로 해 기획한 작품을 생산하는 방향으로 다각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승한 레진엔터테인먼트 일본법인장은 “단순히 시장에 있는 만화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작품 기획 단계부터 한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고려하여 제작한다”고 밝혔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평생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서류만 만지며 살아왔잖아요. 어느 순간 ‘내가 손 쓰는 방법을 잊어버리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컨설팅업체 더랩에이치 김호 대표(50)의 말이다. 그는 66m²(약 20평) 남짓 되는 사무실의 절반을 목공 작업실로 꾸몄다. 수저, 도마는 물론이고 사무실 책상과 의자까지 이 작업실에서 직접 만들었다. 이번 여름휴가 때는 미국 메인주에 사는 목공 장인을 찾아가 연수를 받을 계획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직접 만든 작품을 판매하고 있는 그는 “5∼10년 안에 전문가 수준으로 기술을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손맛 좀 볼 줄 아는’ 중년이 늘고 있다. 목공은 특히 5060세대에게 인기가 많아 취미로 목공을 즐기는 이들을 가리키는 ‘취목족’이란 말이 생겨날 정도다. ‘취미 목수’들의 인터넷 카페는 회원 수가 21만 명을 넘어섰고, 매일 200건 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서울 양천구에서 목공 교실을 운영하는 유우성 씨(61)는 “최근 목공을 배우고 싶다는 사람이 급증했다. 정원이 다 찼는데도 배우겠다는 문의가 이어져 올해는 정원보다 더 많은 수강생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펑크록 밴드 ‘크라잉넛’을 프로듀싱한 음반제작자 김웅 씨(46)도 틈날 때마다 경기 고양시에 있는 가구 공방을 찾는다. “인생 후반전을 준비하겠다”는 다짐으로 가구 공예를 배우기 시작한 것이 어느덧 10년차. 전시회를 열 정도가 됐고 은퇴 후에는 전문 목수가 될 계획이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와 라이나전성기재단은 지난달 ‘대한민국 50+ 세대의 라이프 키워드’ 보고서에서 가족과 치열한 삶 속에서 잃어버린 자아를 되찾고 ‘다시 태어나는’ 5060세대를 ‘리본(Re-born)’ 세대로 정의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50∼64세 1070명 중 71%가 “생산적인 여가 활동을 원한다”고 답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5060세대가 원하는 것을 하며 자신을 위해 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문화재재단에서 운영하는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에도 이런 이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지정된 이들에게 전통 목공뿐만 아니라 옻칠, 나전칠기, 금속공예, 자수 등 15가지 전통 공예를 배울 수 있다. 수료 후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아 예술가가 된 사람도 있다. 지난달 28일 찾은 서울 강남구 한국문화의집에서는 전통공예건축학교 저녁반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스무 명 남짓한 50, 60대 ‘아재’들이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리고 앞치마를 두른 채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조종원 한국문화재재단 문화교육팀장은 “저녁반 수업의 수강생은 절반 이상이 50, 60대 직장인으로, 회사원 교수 건축가 등 직종도 다양하다”고 말했다. 문진호 씨(56)는 이곳에서 전통자수를 배우는 아내 김애현 씨(55)의 권유로 지난해부터 장롱, 탁자 등을 만드는 소목을 배우고 있다. 건축가인 문 씨는 “작은 한옥을 지어 내가 만든 가구와 아내가 만든 병풍으로 꾸민 후 노후를 보내고 싶다”고 웃었다. 회사원 송세근 씨(59)는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숨 가쁘게 살아오다 한 작품을 몇 달씩 걸려 만드는 삶에 매료됐다. 옻칠과 나전칠기를 배우고 있는 그는 “친구들에게 ‘술만 마시지 말고 나전칠기를 배워 보라’고 권한다”며 작업 중인 옻칠함을 들어 보였다. 전문가들은 ‘리본 세대’의 수공예 취미는 더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수공예는 아날로그적 삶으로 회귀하고 싶어 하는 현대인의 향수를 달래준다”며 “은퇴 후 삶이 길어지고, 주 52시간 근무제로 여가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공예를 즐기는 사람이 늘고 그 종류도 한층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지운 easy@donga.com·유원모 기자}

손맛의 경지에 오른 사람들은 어떤 물건을 만들어 낼까. 최근 장인(匠人)들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이색 전시회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수제 문화에 대한 시민들의 높아진 관심과 장인정신에 대해 새롭게 가치를 부여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다. 20일부터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세대를 넘어-수제화 장인’ 특별전은 한국 구두의 역사와 함께 수제화 장인들의 활동을 소개한다. 이번 전시에는 구두를 신은 고종황제의 사진, 산악인 허영호가 1995년 북극해 횡단 때 신은 특수 제작 등산화 등 구두와 관련된 유물과 기록 사진, 동영상 224개를 선보인다. ‘구두’의 어원은 구한말 신발을 뜻하는 일본어 ‘구쓰(くつ)’에서 유래했지만 ‘장인들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일본에서도 대를 잇는 제화공 가문을 찾기란 쉽지 않다. 우리나라에선 서울 중구 을지로 수표교 근처에서 4대에 걸쳐 83년간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송림 수제화’가 수제화의 명맥을 잇고 있는 대표적인 가문이다. 전시장에는 제작도구와 1950년대 만들어진 수제 등산화부터 “시간이 흐를수록 발 상태도 많이 좋아지고 있어 고마운 시간들이랍니다”라고 적힌 고객의 감사편지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전시의 백미는 수제 구두 공방을 그대로 옮겨와 재현한 공간이다. 손님을 맞는 접객부터 가죽을 재단하고, 바닥창을 제외한 가죽을 자르고 박음질하는 갑피, 바닥창에 갑피를 붙이고 밑창과 굽, 깔창 작업을 하는 저부 등 수제 구두 제작의 전 과정을 소개한다. 주말 전시장을 찾아가면 송림 수제화 장인들이 직접 구두를 만드는 것을 볼 수 있다. 위철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초청장을 뿌리지도 않았는데 이번 특별전을 찾는 관람객 중에는 중장년층의 비중이 굉장히 높다”며 “유행보다는 정성과 향수를 중시하는 5060세대의 특징이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10월 15일까지. 무료. 전북 전주시에 위치한 국립무형유산원에서는 평범한 생활용품을 예술품으로 승화시킨 무형문화재 전수자들의 작품을 즐길 수 있다. 29일 개막한 특별전 ‘장인의 손길, 일상을 꾸미다’로 갓, 신발, 나전칠기, 화각(華角·쇠뿔을 이용한 공예기법) 등 우리의 전통 기술을 그대로 살려 제작한 공예품 200여 점을 선보인다. 관람객이 손을 대면 꽃과 곤충이 반응하여 움직이는 초충도 인터랙티브 영상 등 체험형 프로그램과 전통 문양 스티커로 가족이나 지인에게 보낼 수 있는 우편엽서도 준비됐다. 8월 26일까지. 무료. 유원모 onemore@donga.com·이지운 기자}

“영리하고 정치적이며 신성한 성격을 가진 곤충.” 아리스토텔레스는 꿀벌을 이렇게 정의했다. 기원전 4세기부터 오늘날까지 꿀벌에서 영감을 얻고자 하는 철학자와 사상가들의 시도는 끊이지 않았다. 각각 양봉업자와 철학자라는 직업을 가진 형제인 저자는 이 ‘꿀벌’이라는 키워드로 서구 사상사를 조망한다. 자연철학자로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동물 581종에 대한 연구 기록을 남겼다. 그중 인간 다음으로 가장 방대한 설명을 남긴 동물이 꿀벌이었다. 자연은 그 무엇도 헛되이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믿었던 그에게 “완벽하게 균형 잡힌 질서”를 갖춘 꿀벌 군집은 하나의 소우주였다. 꿀벌을 이해하면 대우주의 신비가 풀릴 것이라 기대했다. 기독교가 전파되며 꿀벌은 서양사상사에서 자취를 감추기도 했다. 예수가 신과 인간을 잇는 유일한 존재인 기독교 사상에서 ‘하늘과 땅을 잇는’ 존재로 여겨지는 꿀벌은 이단의 상징으로 전락한다. 그러나 꿀벌의 ‘실업’ 상태는 오래가지 않았다. 중세 학자들이 성모 마리아의 ‘처녀 잉태’를 증명하는 수단으로 꿀벌을 다시 끌어들였다. 참고로 19세기 초 여왕벌의 교미가 관찰되기 전까지 꿀벌은 ‘교미 없이 번식하는’ 곤충으로 받아들여지곤 했다. 근대 철학·사상사에서 꿀벌의 입지는 더 탄탄해졌다. 그들이 상징하는 사상의 스펙트럼은 더욱 넓어졌다. 심지어 나치 독일의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하는 데에도 꿀벌을 사용했다. 21세기에도 꿀벌은 생태계 균형을 강조하는 ‘수분 매개형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인용한다. 저자들은 꿀벌이 “인간이 낀 색안경에 가장 걸맞은 세계상을 그들 눈앞에 펼친다”고 했다. 하지만 많은 사상가들이 꿀벌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건, 혹시 꿀벌을 그들 맘대로 해석하는 견강부회는 아닐는지. 재밌는 책이지만, 어쩌면 그들은 “우리는 그냥 꿀벌인데”라고 말하고 싶을지도 모른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부산 촬영이면 서울에서 왕복하는 데만 8시간이 넘게 걸리는데, 이건 근로시간에 포함되는 건가요?” 드라마 스태프인 A 씨는 “지방 촬영은 스태프 모두 전세버스를 타고 가는 게 관행”이라며 “7월부터 주 52시간 근로제를 시행하면 지방 촬영지에서 알아서 모이라고 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를 적용받는 업종에서 방송업, 영상·오디오 제작 배급업이 제외돼 해당 업계가 큰 혼란에 빠졌다. 콘텐츠 제작자들은 ‘개정 취지엔 공감한다’면서도 업계 특성을 무시한 일괄적 시행으로 오히려 임금만 줄어들고 제작환경은 열악해질 거란 우려를 제기한다.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방송 및 영상 제작업 등은 다음 달부터 주당 최대 68시간 근로를 지켜야 한다. 유예기간이 끝나는 내년 7월부터는 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주 52시간 근로만 허용된다. 한 케이블방송 스포츠 영상감독은 “야구 시즌에는 지방 3연전 출장이 비일비재하다. 한창 일하던 사람에게 중간에 끊고 집에 가라고 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며 “촬영 장비 세팅 및 철수 시간도 있는데 녹화하는 시간만 근로시간으로 적용하는 꼼수가 생길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후반 작업을 담당하는 컴퓨터그래픽(CG)업체나 편집회사도 사정은 비슷했다. 한 외주 편집사 대표는 “편집은 ‘몰입’의 영역인데, 근무시간 다 됐다고 끊을 수가 있나”라며 “작품당 돈을 받는 직무라 제작기간을 늘리면 당장 수입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물론 현장 근로자들은 제도의 취지에는 대체로 공감했다. 그간 방송계의 살인적인 노동시간은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발전차 기사로 한국방송스태프노조 설립을 준비하는 김두영 씨는 “오전 7시 방송국을 출발해 다음 날 오전 4시에 해산하는 날도 비일비재하다. 평균 19.5시간씩 주 5일을 일하는 셈”이라며 “이렇게 지쳐 ‘동태 눈’이 돼 일하면 사고가 잦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 조연출 A 씨도 “충분히 쉴 수 있다면 환영할 소식”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번 제도가 의도는 좋아도 처우가 열악한 근로자들의 대우를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단 점이다. 제작기간이 길어지면 제작비 상승이 불가피하다. 업계에선 30%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게 중론. 본보 취재 결과 지상파 방송사 등은 줄어든 근로시간만큼 스태프 임금이나 하도급 단가를 낮출 방침을 세우고 있었다. 최근 50명 규모의 촬영팀을 추가로 투입한 지상파 드라마운영팀장은 “지금도 드라마 두 편 중 한 편은 적자여서 제작비를 더 쓸 수 없는 상황”이라며 “주 52시간 근로제에 따라 인력을 추가 투입하면 스태프의 계약 단가 삭감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반기 방영 예정 드라마 2편을 제작 중인 제작사 팀장 B 씨는 “하도급 계약을 맺고 있는 현장 스태프의 근로자성 인정 여부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판단만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고 했다. ‘한류’를 이끌어온 콘텐츠 경쟁력 하락과 산업 위축도 우려된다. 영화제작사 관계자는 “제작비 상승으로 인해 신선하지만 흥행이 불투명한 작품에는 투자를 꺼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콘텐츠 대비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장에선 업계 특성을 고려한 ‘유연근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섭 SBS 드라마본부장은 “6개월이나 1년 단위로 주 52시간을 지킬 수 있는 탄력근로제 도입을 정부에 요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도 “업종 특성상 미니시리즈 촬영 4개월 동안 집중해서 일하고, 촬영이 끝나면 프로듀서를 포함한 스태프가 일반 직장인보다 쉴 수 있는 기간이 길다”고 했다. 유승호 강원대 교수(문화경제학회장)는 “노동시간 중심 규제가 콘텐츠처럼 창의적 분야에서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며 “사용자가 장시간 근로수단으로 악용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탄력근로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조윤경 yunique@donga.com·이지운 기자}

“드라마 ‘도깨비’ 때는 혼자 괜히 많이 짊어지고 가려는 압박감이 있었어요. ‘은교’(2012년)로 데뷔한 뒤 계속 대선배들과 작업하면서 ‘못 따라가면 어쩌나’ 불안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영화 ‘변산’은 또래 배우가 많아 부담을 좀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2016∼2017년 신드롬을 일으켰던 tvN 드라마 ‘도깨비’의 지은탁이 돌아왔다. 도깨비 신부가 아닌 좀 더 현실감을 갖춘 모습으로. 배우 김고은은 다음 달 4일 개봉하는 영화 ‘변산’에서 여주인공 ‘선미’ 역을 맡았다. 28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때로는 재기발랄한 지은탁 같았고, 때로는 서글서글하고 능청스러운 선미 같았다. “출연자 가운데 큰형인 고준 선배(용대 역)부터 막내인 저까지 촬영 내내 같은 숙소를 쓰며 동고동락했어요. 촬영장에서도 내내 서로 장난치기 바빴고. 일과가 끝나면 몰려다니며 술 마시고, 노래방 가고…. (박)정민 선배 빼고는 대부분 처음 알게 된 사이인데, 중학교 동창들이랑 노는 것 같았다니까요.” 전북 부안군 변산에서 나고 자란 청춘들을 그린 ‘변산’은 뭣보다 배우들의 ‘케미’가 돋보이는 영화. 한데 김고은은 작품을 소개해 달라는 말에 한참을 머뭇거렸다. 결국 어렵게 입을 떼며 “너무 뻔해서 쓰기 싫지만, ‘힐링’ 외엔 달리 적당한 말을 못 찾겠다”고 말했다. “작품 활동을 하면서 힘들다고 느끼는 것조차 사치라고 생각한 적이 많았어요. 그런데 이 작품을 찍으면서는 스스로의 감정을 좀 더 솔직하게 어루만질 수 있었습니다. 관객에게도 힐링과 위로를 전하는 게 최우선이겠지만, 저 역시 많은 위안을 얻었어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선후배인 박정민과 작품에서 만난 건 이번이 처음. 김고은은 현장에서 그의 연기를 보며 꽤나 놀랐단다. “나름 최선을 다해 연기를 대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선배를 보며 반성 많이 했습니다. 연기는 물론이고 랩 작사와 연습, 탭댄스 연습까지…. 정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몰입하고 노력하는 배우였어요.” ‘은교’로 강렬하게 데뷔한 그도 벌써 배우 생활 7년 차. 언젠가부터 충무로에 주목할 만한 신인 여배우가 등장하면 곧잘 ‘제2의 김고은’이란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젠 스스로 뿌듯해도 좋을 위치까지 오른 게 아닐까. “제 입으로 제 자랑요? 어휴, 무슨. 없어요, 없어. 굳이 따지면 ‘변산’에서 역할에 맞게 살을 찌운 거?(이번 작품을 위해 체중을 8kg 이상 늘렸다) 아직 한참 멀었죠. 무조건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드라마 ‘도깨비’ 때는 혼자 괜히 많이 짊어지고 가려는 압박감이 있었어요. ‘은교’(2012년)로 데뷔한 뒤 계속 대선배들과 작업하면서 ‘못 따라가면 어쩌나’ 불안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영화 ‘변산’은 또래 배우들이 많아 부담을 좀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2016~7년 신드롬을 일으켰던 tvN 드라마 ‘도깨비’의 지은탁이 돌아왔다. 도깨비 신부가 아닌 좀더 현실감을 갖춘 모습으로. 다음달 4일 개봉하는 영화 ‘변산’에서 여주인공 ‘선미’ 역을 맡은 배우 김고은은 28일 인터뷰에서 살짝 ‘아수라 백작’처럼 보이기도 했다. 지은탁의 재기발랄한 청순함과 선미의 서글서글한 능청스러움이 ‘변검’처럼 왔다 갔다 한다고나 할까. 근데 전혀 어색하지 않다. “출연자 가운데 큰형인 고준 선배(용대 역)부터 막내인 저까지 촬영 내내 같은 숙소를 쓰며 동고동락했어요. 촬영장에서도 내내 서로 장난치기 바빴고. 일과 끝나면 몰려다니며 술 마시고, 노래방 가고…. (박)정민 선배 빼고는 대부분 처음 알게 된 사이인데, 중학교 동창들이랑 노는 것 같았다니까요.” 전북 부안군 변산에서 나고 자란 청춘들을 그린 ‘변산’은 뭣보다 배우들의 ‘케미’가 돋보이는 영화. 한데 김고은은 작품을 소개해달라는 말에 한참을 머뭇거렸다. 결국 어렵게 입을 떼며 “너무 뻔해서 쓰기 싫지만, ‘힐링’ 외엔 달리 적당한 말을 못 찾겠다”고 말했다. “작품 활동을 하면서 힘들다고 느끼는 것조차 사치라고 생각한 적이 많았어요. 그런데 이 작품을 찍으면서는 스스로의 감정을 좀더 솔직하게 어루만질 수 있었습니다. 관객에게도 힐링과 위로를 전하는 게 최우선이겠지만, 저 역시 많은 위안을 얻었어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선후배인 박정민과 작품에서 만난 건 이번이 처음. 김고은은 현장에서 그의 연기를 보며 꽤나 놀랐단다. “나름 최선을 다해 연기를 대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선배를 보며 반성 많이 했습니다. 연기는 물론이고 랩 작사와 연습, 탭댄스 연습까지…. 정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몰입하고 노력하는 배우였어요.” ‘은교’로 강렬하게 데뷔한 그도 벌써 배우 생활 7년 차. 언젠가부터 충무로에 주목할만한 신인 여배우가 등장하면 곧잘 ‘제2의 김고은’이란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젠 나름 스스로 뿌듯해도 좋을 위치까지 오른 게 아닐까. “제 입으로 제 자랑이요? 어휴, 무슨요. 없어요, 없어. 굳이 따지면, ‘변산’에서 역할에 맞게 살을 찌운 거?(이번 작품을 위해 체중을 8㎏ 이상 늘렸다) 아직 한참 멀었죠. 무조건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지운기자 easy@donga.com}

미드(미국 드라마)로 본 쓴맛, 영드(영국 드라마)로 만회할까. 9일 방영을 시작한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는 OCN 입장에선 어쩌면 역전홈런 찬스를 잡은 건지도 모르겠다. 미드를 리메이크했던 전작 ‘미스트리스’는 야심 차게 선보인 투수였지만, 시청률 1%대란 초라한 성적표를 남기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하지만 현재 6회까지 방영한 ‘라이프…’는 5% 가까이 오르며 상승세를 탔다. 누상에 있는 주자를 불러 모아 한 방이면 끝내기도 가능할 것 같은 분위기다. 일발장타를 기대하는 이 타자는 영국에서 건너온 거포 용병. 2006년 주인공 형사가 우연한 사고를 겪은 뒤 눈을 뜨니 1970년대. 그곳에서 똑같이 형사를 한다는 줄거리다. 당시 BBC 원작은 미국 에미상까지 받은 웰메이드 드라마로 미국 ABC방송이 리메이크했을 정도였다. 물론 한국리그에서 서양 용병이 승리를 보장하진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꽃보다 남자’ ‘하얀 거탑’ 등 아시아권 리메이크는 대박이 곧잘 터졌지만, ‘미스트리스’는 물론 ‘앙투라지’ ‘슈츠’ 등의 장타율은 신통찮았다. 2016년 tvN ‘굿 와이프’ 정도가 성공 사례로 꼽힌다. 한국판 ‘라이프…’는 지금까지는 분위기가 좋다. 원작의 틀을 잘 유지하면서 ‘현지화’도 기막히게 해냈다는 평이다. 예를 들면 원작의 주요 무대였던 영국 펍 ‘레일웨이 암스’는 소줏집 ‘인성상회’로, 영국 프로축구 ‘맨체스터 더비’는 한국 프로야구 해태와 삼성의 라이벌전으로 바꿨다. 심지어 유니폼도 ‘빨강 대 파랑’으로 맞췄다. 원작에서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음악으로 등장한 데이비드 보위의 ‘라이프 온 마스’는 조용필의 ‘미지의 세계’가 대신했다. 여기에 최근 한국 시청자들에게 잘 먹혀드는 복고 분위기도 잘 살렸다. ‘응답하라 1988’이 선보였던 ‘쌍팔년도 정서’가 매력적이다. 연탄가스를 마신 주인공에게 동치미 국물을 들이붓는 등 당시 정황을 디테일하게 표현했다. 1971∼89년 인기 드라마 ‘수사반장’의 상징인 배우 최불암이 당대 분위기 그대로 깜짝 출연한 것도 화젯거리. BBC 관계자들조차 “한국판은 오리지널의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도 지역적 매력이 물씬하다”고 극찬했단다. 다만 ‘라이프…’는 이제 초반부인데도 벌써부터 드라마의 향배를 두고 격론이 오가고 있다. 원작의 결말이 워낙 파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정서와는 맞지 않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적지 않다. 흥행과 호평이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던 원작의 영광을 한국에서도 재현할 수 있을까. 일단 흐름은 나쁘지 않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고생하셨습니다. 저도 너무 힘들어서, 이겼으면 좋겠다고….” 24일 새벽 한국-멕시코 월드컵 예선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아프리카TV에서 중계하던 BJ 감스트(본명 김인직·28)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90분간 열띤 해설을 펼친 그의 목소리는 잔뜩 쉬어 있었다. 35만 명이 넘는 누리꾼도 그의 중계방송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함께 응원했다. 붉은악마들이 인터넷방송으로 몰리고 있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 카카오와 지상파 3사 간의 중계권 협상이 결렬되면서 중계권을 따낸 아프리카TV에 누리꾼이 대거 집결했다. 멕시코전이 열린 이날 아프리카TV에는 감스트를 비롯해 중계방송을 진행한 BJ만 1100명이 넘는다. 채널마다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십만 명에 이르는 시청자가 몰려들었다. 아프리카TV 관계자는 “BJ들은 (TV 중계방송) 화면 원본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자유롭게 이를 활용해 방송 콘텐츠를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보니 인터넷방송에서 ‘축구 레전드’들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국가대표 출신인 이상윤 건국대 축구부 감독(49)은 이번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자신의 개인방송 채널을 개설했다. 이 감독은 “인터넷방송에선 시청자가 궁금해하는 점을 채팅창에 올리면 실시간으로 바로 답해줄 수 있다”며 “순간순간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꾸밈없이 표현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 외에도 2002년 월드컵 대표였던 최태욱 서울 이랜드FC 코치, 이주헌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등도 아프리카TV에서 중계방송을 하고 있다. 평소 게임 방송이나 ‘먹방’을 진행하던 BJ들도 월드컵 시즌에는 ‘편파 해설가’로 변신하기도 한다. 축구 지식은 부족하지만 친구와 함께 중계방송을 보는 듯한 편안한 분위기가 매력이다. ‘치맥(치킨+맥주)’이나 주전부리를 곁들여 더욱 기분을 내기도 한다. 서울 중구 서울광장이나 강남 등지에서 펼쳐진 거리응원 현장을 생중계하는 BJ들도 관심을 끌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트럼프 저격수. 미국 UC버클리 정책대학원 교수이자 클린턴 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낸 저자의 별명이다. 저자는 트럼프노믹스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다.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보장제도인 메디케어를 없애고 민영 보험에 가입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이용권 제도를 도입하는 건 기만적이라고 주장한다. 경제력이 없는 노인층에게 이용권은 의료비 인상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동권(right-to-work)법이 사실은 근로자 대부분의 임금을 낮추고 혜택은 줄이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한다. 근로자가 조합비를 내지 않아도 조합원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 노조 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노동권법이 시행되면 노조가 임금 인상,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협상할 수 있는 힘이 약화된다는 것이다. 경제학과 친하지 않아도 긴장할 필요는 없다. 친구가 맥주 한잔하며 설명해주는 것처럼 썼기 때문이다. 저자는 삽화도 직접 그렸다. 표지에서부터 등장하는 삐뚤빼뚤 귀여운 만화로 논지를 알기 쉽게 정리하고 트럼프와 그의 정책을 신랄하게 풍자했다. 재미있게 술술 읽힌다. 다만, 논지가 깊이 있고 탄탄하기보다는 쉽고 명료하게 주장을 정리해 배꼽 잡는 농담으로 인기를 끄는 교수의 교양 수업 같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연광철 서울대 성악과 교수(53·사진)가 독일어권 성악가로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영예인 카머젱거(Kammers¨anger·궁정가수) 칭호를 21일(현지 시간) 베를린 국립오페라극장으로부터 받았다. 동양인 성악가가 카머젱거에 선정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카머젱거는 독일 왕정 시대 때 기량이 뛰어난 성악가에게 왕이 부여했고, 오늘날에는 주 정부가 수여한다. 청주대 음악교육과를 졸업한 연 교수는 불가리아 소피아 음대, 베를린 국립음대에서 유학했다. 1993년 플라시도 도밍고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고, 베를린 국립 오페라극장 전속 단원으로 10년간 활동했다. 한국인 성악가가 이 칭호를 받은 것은 2011년 전승현이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극장에서 받은 이후 두 번째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작품만 본다면, 이런 거 그린 사람은 거의 미친 사람이라 할 수 있겠죠.” 19일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명 공포 웹툰 ‘기기괴괴’의 오성대 작가(36)는 예상(?)과 달리 평범한 청년이었다. 그는 “작가가 이상한 사람일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는 독자가 무척 많다”며 “심지어 주변 사람들도 ‘혼삿길 안 막히게 멀쩡한 것도 좀 그리라’면서 걱정해준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오 작가는 ‘기기괴괴’ 이전부터 꾸준히 공포 스릴러 장르를 선보이며 ‘한국의 이토 준지’라는 평을 받는다. 하지만 내년 어여쁜 신부와의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인지라 살짝 세간의 평이 걱정된 걸까. 이달 발간된 ‘기기괴괴’ 단행본 저자의 말에 그는 꽤 귀여운 말을 남기기도 했다. ‘기괴한 만화를 그리지만 그렇게 기괴한 사람은 아닙니다.’ 의외로 오 작가가 ‘공포물 전문 만화가’를 꿈꿨던 건 아니었다. 게임회사를 관두고 처음 웹툰에 뛰어들었을 땐 로맨틱 코미디 만화도 시도했었다. 하지만 고민 끝에 당시엔 상대적으로 흔치 않던 공포물을 ‘블루오션’으로 판단했다. “실은…, 공포영화나 잔인한 게임을 그리 즐기는 편이 아니었어요. 진짜 하고 싶었던 장르는 개그 만화였죠. ‘기기괴괴’를 연재하며 이따금 외전처럼 선보이는 ‘장르파괴괴’는 꾹꾹 참아오던 개그 본능을 쏟아 붓는 거랄까요. 다행히 본편보다 낫다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본편이건 외전이건 독자들이 오 작가에게 열광하는 건 소름 끼치도록 참신한 아이디어 때문이다. 옴니버스식으로 이어지는 ‘기기괴괴’는 하나의 에피소드가 짧으면 1편, 길 땐 10편 정도로 구성된다. 실수로 금반지를 삼킨 뒤 온몸의 살갗이 금으로 변한 여성을 그린 ‘14K’나 신체를 찰흙처럼 빚어내 완벽한 성형 미인을 꿈꾸는 ‘성형수’ 등 기상천외하면서도 인간의 본성을 잘 꿰뚫는다는 반응. 그는 어디서 이런 희한한 소재를 얻는 걸까. “거창할 건 없습니다. 사람들은 일상에서 살짝 비틀림이 생겨도 거기에서 공포감을 느끼더군요. 크고 거창한 게 아니어도 세상을 남들과 다른 시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합니다. 저라고 그게 쉽진 않지만,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죠, 하하.” ‘기기괴괴’는 2013년 선보인 뒤 6년째 줄곧 네이버 웹툰 조회수 정상권이다. 오 작가는 연재 초기부터 늘 메모장 하나를 끼고 다녔다고 한다. 한 문장짜리 짧은 아이디어부터 결말만 남겨둔 긴 스토리까지 다양한 아이템이 빼곡했다. “동시에 여러 아이템을 ‘이리저리 만져 보는’ 스타일이에요. 조금씩 살을 붙여 나가다가 그중 하나가 완성되면 작업에 들어가는 게 제 방식이죠. 정통 공포물은 물론 코미디, 감동 스토리 등 전개 방향은 천차만별입니다. 다양한 소재와 스토리를 단편처럼 이어가니까 늘 새로운 작업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 좋습니다.” 아직 구체화 단계는 아니지만 오 작가는 조만간 SF(공상과학) 만화도 그릴 계획이다. 데뷔 초기 게임 ‘스타크래프트’를 소재로 웹툰을 그렸던 것도 그의 그런 소망이 담겨 있었다. 왜 SF일까. “음…. 그냥, 해보고 싶으니까요? 하하.”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대종교 21대 총전교에 박민자 전교(76·사진)가 추대됐다. 총전교는 대종교의 최고지도자다. 대종교 역사상 여성이 총전교 자리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총전교는 대종교 총본사 전교와 종무원장을 역임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피아니스트 손열음(32·사진)이 제62회 이탈리아 부조니 국제피아노콩쿠르 예선 심사위원장을 맡는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이 콩쿠르는 이탈리아의 유명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페루치오 부조니를 기리기 위해 1949년 만들었다. 알프레드 브렌델, 마르타 아르헤리치를 배출했다. 예선은 올해 8월에, 본선은 내년 8월에 각각 열린다. 이 콩쿠르에서 심사위원을 맡은 한국인으로는 이미주 김미경 김대진 백건우 한동일 진은숙 등이 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욕먹기 싫어서 욕설 없는 방송을 하게 됐습니다. 아들이 태어난 이후 ‘아이들이 보고 있다’는 생각에 더 조심하게 됐지요.” 매일 오후 8시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통통한 아저씨가 화면에 등장한다. 1만 명이 넘는 시청자가 지켜보는 앞에서 게임을 진행하는 그의 이름은 풍월량(본명 김영태·36). 아마존 사가 보유한 세계 최대 개인방송 플랫폼 ‘트위치’에서 시청시간 부문 국내 1위를 달리는 인터넷 게임방송 스트리머다. 서울 강남구 샌드박스네트워크 본사에서 만난 풍월량은 게임 중 난적을 만날 때 짐짓 화난 표정을 지어 보이곤 한다. 그러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욕설이나 거친 행동은 없다. 10년째 인터넷 방송을 하면서도 한 번도 태도나 언행 문제로 구설에 오른 적이 없어 팬들이 ‘선비 방송’이란 애칭을 붙여줬다. 저(低)자극 방송을 추구하다 보니 시청자 폭이 넓어졌다. 시청자의 대부분이 젊은 남성인 보통 게임방송과는 달리 풍월량 방송은 10대 이하, 40대 이상 시청자가 각각 15∼20%에 이른다. 여성 비율도 30%로 다른 방송에 비해 높다. “온 가족이 거실에서 치킨 먹으며 방송 본다는 분도 계셨어요. ‘남이 게임하는 거 보는 게 그리 재밌느냐’며 핀잔하던 엄마가 요즘은 먼저 ‘풍월량인지 뭔지 좀 틀어 봐라’ 하시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풍월량은 ‘12세 이용가’를 기준으로 방송을 진행한다고 했다. “욕은 안 하지만 총싸움이나 공포 게임도 하거든요. 어린아이들은 부모님이 시청지도를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바람과 달을 벗 삼은 한량’이라는 뜻으로 예명을 지은 풍월량은 그야말로 성공한 덕후다. 백수 시절이던 2008년 혼자 게임하기 심심해서 시작한 방송이 폭발적 반응을 얻어 전업 방송인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의 꿈은 10년, 20년 후에도 계속 인터넷 방송인으로 남는 것이다.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처럼 지긋한 연세에도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분들이 국내외에 많이 계세요. 좋아하는 게임을 하며 시청자 여러분과 함께 나이를 먹어 가는 삶, 멋지지 않나요?”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대학생 이필규 씨(23)는 요즘 유튜브로 웹 예능을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5∼10분짜리 영상을 몇 편씩 보다 보면 서울과 경기 수원을 오가는 등하굣길도 무료하지 않다. 이 씨는 “요즘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가로로 들고 있으면 대개 웹 예능을 보고 있더라”고 했다. 웹 예능이 새로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여행, 토크, 먹방 등 기존 TV 예능과 포맷은 유사하지만 한 편에 5∼10분 내외로 짧으며 주로 포털이나 유튜브,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유통된다. 특히 출퇴근이나 등하굣길의 자투리 시간에 가볍게 보는 장르로 각광받고 있다. 이달 초 시즌2를 마친 ‘빅 픽처’는 통합 재생 수 1억 회를 돌파했다. 평일 퇴근 시간대 재생 수는 하루 평균 5만5000회로 다른 시간대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주말에는 오히려 평일의 30% 수준으로 떨어진다. ‘빅 픽처’를 연출한 미스틱엔터테인먼트의 여운혁 콘텐츠제작사업부 사장도 “출퇴근 시간대, 특히 퇴근 시간대에 재생 수가 확 올라간다”며 “직장인이나 학생들이 잠깐씩 짬 나는 시간에 웹 예능을 즐기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많은 웹 예능들이 영상을 업로드하는 시점이 평일 오후 5시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웹 예능이 젊은 층에 인기가 높은 이유는 뭘까. 일단 지상파 예능과 비교할 때 표현의 제약에서 훨씬 자유롭다. ‘빅 픽처’는 하하와 김종국이 광고주를 모집하고 간접광고(PPL)를 내보내 드라마 제작비 70억 원을 모으는 게 메인 콘텐츠다. 상표 노출이 자유로운 웹 콘텐츠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한국판 웹 예능’의 효시라 할 수 있는 tvNgo의 ‘신서유기’(2015년) 역시 TV에서 보기 힘든 과감한 B급 개그코드로 인기를 끌었다. 최근엔 여기에 세분화 전략이 먹혀들고 있다. 최근 창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웹 예능 ‘포토피플’은 해외여행이라는 흔한 포맷에 사진 촬영이란 콘셉트를 추가해 화제를 모았다. 전반적인 여행 정보보다는 사진 촬영 기법이란 좀 더 디테일한 주제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눈에 띄는 성장세에 비해 뚜렷한 수익 모델이 없다는 점은 웹 예능이 풀어야 할 숙제다. 웹 예능도 경쟁이 가열되며 유명 연예인 출연이나 해외 촬영 등 ‘사이즈’는 커졌지만 재생 수 수익은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간접광고를 적극 활용하고 있지만 ‘너무 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여전히 웹 예능 시장은 블루오션이라는 게 전반적인 평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올해 발표한 ‘2018 콘텐츠산업 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을 통한 영상 이용 비율은 전년보다 약 28% 증가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스마트폰과 영상에 익숙한 젊은 층이 대중문화의 주요 소비자로 성장할수록 웹 예능 시장은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일본 수출을 성사시킨 ‘포토피플’의 조창완 PD는 “웹 콘텐츠는 처음부터 언어별 자막을 선택할 수 있게 제작돼 해외 수출이 용이하다”며 “콘텐츠 수출을 통해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머릿속에서 누군가 내게 말을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 어느 날 당신의 친구가 조심스럽게 이런 말을 꺼낸다면? 대부분 조현병 혹은 정신분열증이라는 병명을 머릿속에 떠올릴 것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상담을 받아 보기를 권하거나 덜컥 겁이 난 것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쓸지도 모른다. 오늘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환청=조현병’이라는 등식은 채 100년도 되지 않은 것이다. 1938년 독일의 쿠르트 슈나이더 박사가 환청을 조현병의 1급 증상 중 하나로 명명한 것이 이런 믿음으로 굳어졌다. 영국의 심리학자인 저자는 이 대중적 선입관에 반기를 든다. 그는 평범한 사람들도 실재하지 않는 목소리를 듣는 경험을 한다고 주장한다. 조현병 환자의 75%가 환청을 경험하는 건 맞지만 그런 목소리를 듣는다고 해서 전부 조현병에 걸린 건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의 사고는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울리는 ‘내 안의 목소리’와 대화하는 과정이다. 타석에 들어선 야구선수가 “직구를 노리자”라고 중얼거린다면, 이는 그의 머릿속에 울린 “무슨 공이 들어올까?”라는 목소리에 대한 대답일 수 있다는 것이다. 머릿속을 채우는 목소리는 용기를 주는 조력자로, 영감을 주는 여성인 뮤즈로, 계시를 주는 신으로 우리와 함께한다. 책 말미에서 저자는 묻는다. “당신에게 말을 거는 그 목소리가 당신인가, 아니면 목소리와의 대화를 통해 끝없이 직조되는 것이 당신인가? 뭐가 됐든 간에 목소리가 멈추면, 당신은 어디로 가는가?” 저자는 조현병 환자, 어린이, 스포츠 선수, 소설가 등과의 다양한 임상 사례를 바탕으로 문학, 철학, 신학을 유려하게 넘나든다. ‘내 목소리’와 ‘내 안의 목소리’, 그리고 ‘나’의 관계를 분석하는 복잡한 작업을 섬세한 필치로 그려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검붉은 립스틱, 징이 잔뜩 박힌 초커, 갈기갈기 찢어진 티셔츠에 빨간 망사 스타킹 차림의 앳된 소녀. 냉소적인 눈빛부터 살벌한 욕설까지 어느 것 하나 삼촌뻘 형사팀장(조진웅)에게 지지 않는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영화 ‘독전’의 포문을 연 마약 전과 여고생 수정은 많은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인터넷에는 “그 마약 소녀가 도대체 누구냐”는 물음도 줄을 이었다. 영화 속 모습은 낯설지만 안방극장에서는 익숙한 얼굴이다. 수정 역을 맡은 배우 금새록(26)은 KBS 주말드라마 ‘같이 살래요’에서 유동근의 막내딸인 현하로 출연하고 있다. 음산한 고딕 펑크 옷차림 대신 알록달록한 추리닝 패션을 선보이는 현하는 수시로 말썽을 일으키지만 미워할 수 없는 귀여운 사고뭉치다. 전형적인 막내딸 캐릭터지만 톡톡 튀는 연기로 호평받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소속사 사무실에서 5일 만난 금새록은 수정보다는 현하에 가까웠다. 호감 가는 둥근 얼굴형과 쌍꺼풀 없는 선한 눈매는 ‘독전’ 촬영 때 그가 풀어야 할 숙제였다. 이해영 감독도 그의 둥글둥글한 인상 때문에 고민했다고 한다. 금새록은 수시로 욕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이 감독에게 보내 검사를 받았다. 시도 때도 없이 고래고래 악을 쓰며 욕하는 연습을 해 어머니를 수시로 놀라게 했다. 대사뿐만 아니라 작은 디테일에서도 ‘세상 무서울 것 없는 비행 청소년’ 느낌이 묻어나도록 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말로 하는 욕은 해봤어도 손가락 욕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자연스러운 손의 각도를 찾기 위해 손가락 욕을 하는 영화 장면을 모조리 캡처해 수시로 보며 공부했어요.” 이 감독은 이런 그에게 “모든 것을 내던지고 달려드는 근성이 진심을 전하게 만든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학창시절 한국무용을 전공한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 배우로 진로를 바꿨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정말 하고 싶은 길을 찾았다는 생각에 행복했다. “연기 선생님에게 혼나서 울어도 행복하더라고요. 매일 학원에 제일 일찍 가서 제일 늦게 나오는 제 모습을 보며 ‘내가 이렇게까지 몰입해서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금새록은 폭넓은 역을 소화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차기작인 영화 ‘아워 바디’(가제)에서는 삶에 찌든 비정규직 희정 역을 맡아 촬영을 마쳤다. “‘독전’의 수정이가 저라는 걸 많은 분들이 못 알아보시는 게 오히려 기분 좋아요. 앞으로도 맡은 배역 그 자체로 관객에게 다가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12일 오후 1시 45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 북-미 정상회담을 생중계하는 TV에서 ‘정상회담 많은 진전. 합의문 곧 서명’이라는 자막이 나오자 화면을 지켜보던 시민 100여 명이 웅성댔다. 가방을 메고 지나던 중년 여행객은 TV 앞으로 다가와 풀썩 주저앉았다. 한 노인은 “결국 나오긴 나오는구나”라며 무릎을 탁 쳤다. 이후 40분이 지나도록 모습이 나오지 않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나타나자 탄성이 낮게 흘렀다. TV를 배경으로 휴대전화 ‘셀카’를 찍는 사람도 있었다. 최모 씨(68·광주)는 “북-미와 남북의 만남이 계속되면 한반도에 진짜 평화가 오지 않겠느냐. 유라시아철도 타고 여행하는 게 꿈이었는데 죽기 전에 가능할 것만 같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부터 서울역을 비롯한 유동인구가 많은 곳은 역사에 남을지 모르는 회담 장면을 보려는 사람들이 TV 앞으로 모였다. 카페나 도서관에서도 스마트폰 화면에 열중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직장인 장모 씨(35)는 오전 10시부터 사무실 책상 구석에 스마트폰을 세워두고 생중계를 봤다. 장 씨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악수할까 궁금해서 둘이 만나는 순간만은 생방송으로 보고 싶었다”며 “점잖게 악수하기에 ‘회담이 수월하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교실에서 TV로 지켜본 학교도 적지 않았다. 경기 지역 모 중학교 교사 김모 씨(37)는 공동성명을 학생들과 돌려봤다. 김 씨는 “단순히 회담만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한반도 정세를 다 같이 생각하고 토론해 보자는 의미였다”고 말했다. 다만 오후 4시경 발표된 공동성명 내용에 대해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반도의 지속적 안정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노력한다’는 문구에 남북 긴장 완화가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정모 씨(33)는 “친구들끼리 비무장지대(DMZ) 인근 땅을 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농담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는 조항에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자영업자 김모 씨(69)는 “북한 핵 폐기에 대한 구속력 있는 내용이 들어갈 줄 알았는데 아쉽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서울역에서 TV 중계를 보던 서모 씨(58)는 “원론적 수준의 합의다. 오늘은 시작에 불과하고 앞으로가 중요할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오전 10시 4분 두 정상이 악수한 순간 실시간 시청률은 31.02%를 기록했다. 합의문에 서명하는 순간은 26.53%, 트럼프 대통령 기자회견은 25.78%였다. 이는 시청률 조사회사 ATAM이 수도권 700가구를 조사해 지상파 3사, 종편 4사, 보도채널 2사 시청률을 합친 것이다. 4월 27일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남북 정상이 만나 악수한 순간 실시간 시청률은 34.06%였다.권기범 kaki@donga.com·김정훈·이지운 기자}

흔해빠진 이야기다. 아버지를 여의고 인생의 나락에 빠진 흙수저 주인공 박새로이가 호프집 ‘꿀밤’을 차리고 요식업계의 거물로 성장해 아버지의 원수에게 복수한다는 내용. 그런데 다음 웹툰 전체 매출 1위를 기록 중이며 독자 평점도 9.9점으로 1위다. 연재 중 드라마화가 결정되기도 했다. 이달 중 완결을 앞둔 웹툰 ‘이태원 클라쓰’(그림)의 작가 광진(본명 조광진·31)을 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만났다. “뻔하다는 건 많이 나온다는 건데, 재밌으니까 많이 나오는 거 아닐까요?” 광진은 이태원 클라쓰의 성공 요인으로 철저히 클리셰를 따르는 뻔한 스토리를 꼽았다. 우직하게 소신을 지키며 ‘성공’과 ‘복수’라는 목표를 이뤄내는 주인공을 보며 독자들은 대리만족을 느낀다. 3개 시즌 연재에 2년이 채 안 걸렸을 정도로 시원시원한 스토리 진행도 매력 포인트다. 그래서 독자들은 이태원 클라쓰를 ‘사이다 웹툰’이라 부른다. 일상적 공간이지만 기존의 웹툰에서는 본 적 없는 호프집을 공간적 배경으로 활용한 점도 매력 포인트다. 다년간의 아르바이트 경험을 토대로 진상 손님을 응대하는 아르바이트생의 고충, 클럽문화 등 이태원의 밤문화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소시오패스(조이서), 트랜스젠더(마현이) 등 사회적 소수자를 주요 인물로 내세운 점도 눈에 띈다. 광진은 “이들을 통해 다양성을 존중하는 개방적인 이태원 분위기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광진의 작품 활동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만화창작과에 진학했으나 집안 사정으로 한 학기밖에 다니지 못했고 2013년 ‘그녀의 수족관’으로 데뷔한 이후엔 주로 성인물을 그렸다. ‘돈만 좇는 작가가 될 수 없다’는 생각에 소년물 ‘이태원 클라쓰’를 준비해 네이버 웹툰 등에 보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그는 아마추어 작가들이 연재하는 다음 ‘웹툰리그’에서 바닥부터 다시 연재를 시작했고 독자 투표 1위를 기록하며 화려하게 다음 웹툰에 입성했다. 광진은 이태원에 진짜 호프집 ‘꿀밤’을 이달 중 열 예정이다. 작품에서 직원으로 나오는 후배 장근수와 최승권이 실제로 꿀밤에서 일하게 됐다. 광진은 꿀밤 운영을 이들에게 맡기고 하반기에 연재할 예정인 차기작 ‘이기주의자’ 준비에 매진할 계획이다. 이태원 클라쓰는 영화사 쇼박스에서 2019년 상반기 방영을 목표로 드라마화 작업 중이다. 성미 급한 누리꾼들은 벌써 유아인 류준열 등 쟁쟁한 배우들을 ‘가상 캐스팅’ 후보로 올리고 있다. 세 살배기 딸의 이름을 붙여준 여주인공 조이서 역으론 누굴 희망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귀엽고 예쁜 외모에 앙칼진 연기도 잘하는 아이유 씨가 좋을 것 같다”며 수줍게 웃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