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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범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사진)이 지난주 돌연 사의를 표명하고 26일부터 출근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문체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김 차관이 22일 김종덕 문체부 장관에게 사의를 표했고, 김 장관이 후임자를 찾을 때까지만 근무해 달라고 했으나 김 차관이 개인적 사정을 이유로 안 된다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26일부터 병가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차관은 26일 이미 사표를 내고 수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차관실에서 개인 짐을 모두 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임명된 김 차관이 6개월 만에 갑자기 사퇴하자 그 배경에 궁금증이 일고 있다. 김 차관은 21일에만 해도 정부세종청사에서 22일 예정된 대통령 신년 업무보고 내용을 언론에 사전 브리핑하고 문체부 직원들과 다음 달 점심 약속을 잡는 등 정상 업무를 수행했다. 문체부 일각에서는 조만간 있을 개각과 연관이 있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한 문체부 관계자는 “김 차관이 개각에서 신상에 변동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미리 사표를 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2월경 문체부 조직 개편을 놓고 김 1차관과 김종 2차관이 갈등을 빚었다는 소문이 문체부 내부에서 돌기도 했다. 김 1차관의 사의 소식에 문체부는 초상집 분위기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의 면직, 정성근 장관 후보자의 낙마, 김 2차관의 한양대 인맥설, 체육국장 등의 경질을 둘러싼 청와대 개입설, 김 장관의 홍익대 출신 인사 중용 의혹 등이 연이어 터진 상황에서 1차관마저 석연찮게 그만두자 “악재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1차관은 대통령비서실 공보기획행정관과 국정홍보처 정책홍보관리실장, 해외문화홍보원장 등 국내외 홍보 업무를 주로 맡았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이날 오후 11시 “김 1차관이 22일 일신상의 이유로 장관에게 사표를 제출한 뒤 26일부터 건강이 좋지 않아 29일까지 연가를 사용했지만 30일부터 정상 출근해 후임 차관이 임명될 때까지 1차관으로서의 소임을 다할 것”이라는 내용의 입장을 발표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한국신문협회(회장 송필호) 회원사들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지상파방송 광고총량제 도입 등 방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과 관련해 26일자로 ‘최성준 방통위원장과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보내는 공개질의서’를 발표하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섰다. 이들 회원사는 질의서에서 최 위원장에게 6개 항목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6개 항목은 △광고총량제 도입 효과를 따로 조사하고도 그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공개행정’의 원칙을 부인하는지 △전체 미디어산업의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문체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 및 신문·유료방송 등 이해 관계자와 충분한 협의를 했는지 △미디어 간 ‘부익부 빈익빈’을 재촉하려는 속뜻은 무엇인지 △지상파 방송에 광고를 몰아주려는 법규는 ‘다양성 구현’이라는 미디어 정책의 핵심 가치를 치명적으로 침해하지는 않는지 △광고총량제로 공영방송의 공공성이 위축될 위험이 있지 않은지 △‘지상파 내부 경영 문제’를 광고 몰아주기로 미봉하려는 것은 아닌지를 묻고 있다. 이들은 문체부에 대해서도 “신문 등의 경영 상황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것은 물론이고 전체 미디어정책의 총괄 부처로서의 역할도 소홀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질의서는 신문협회 회원사 47곳 중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문화일보를 뺀 44곳의 동의를 받아 채택됐다. 신문협회는 “신문사들이 이처럼 강력하게 대처하는 것은 광고총량제로 신문·유료방송 등 경영 기반이 취약한 매체가 받을 타격이 워낙 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광고총량제는 방송광고의 전체 허용량만 제한하고, 시간과 횟수 또는 방법 등에 관한 사항은 방송사에서 자율로 정하는 제도다. 방통위는 지난해 12월 24일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을 포함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한국신문협회(회장 송필호) 회원사들이 26일 지상파 방송 광고총량제 도입 등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과 관련해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과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보내는 공개질의서를 발표했다. 신문 업계가 공개질의까지 하는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은 이 시행령이 예정대로 올 상반기에 시행되면 신문 잡지 유료방송 등 다른 매체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한데도 방통위가 그대로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공개질의서에선 광고총량제 등이 도입되면 지상파 방송으로의 광고 쏠림 현상이 벌어지면서 경영 여건이 취약한 매체들은 광고 감소로 생존 자체를 위협받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 객관적 자료 없이 도입부터 결정 우선 방통위가 광고총량제 도입으로 지상파 방송의 연간 광고 매출 증대 효과에 대한 객관적이고 신뢰할 만한 자료 없이 도입 방침부터 발표한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광고총량제 도입 효과에 대해선 조사 주체별로 300억∼2700억 원까지 큰 편차를 보인다(표 참조). 방통위는 지난해 8월 광고총량제 도입을 발표했다가 그 효과에 대한 논란이 일자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용역을 발주했다. 하지만 KISDI의 조사 결과를 점검하는 전문위원회가 부실한 내용을 지적하며 더 구체적인 결과를 요구했지만, 방통위는 이에 응하지 않았고 그 결과도 발표하지 않았다.○ 미디어 다양성 및 공영방송의 공공성 훼손 우려 공개질의에선 방통위가 지상파 방송에 광고를 몰아주려는 것은 ‘다양성 구현’이라는 미디어 정책의 핵심 가치를 치명적으로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신문 잡지 등은 사회적 이슈에 대해 보수, 진보 등 상이한 견해를 가진 다수 매체의 경쟁을 통해 여론 다양성을 구현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지상파 광고 몰아주기로 신문의 재정적 기반인 광고가 위축되면 미디어 다양성 역시 침해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처럼 KBS와 MBC 등 공영방송이 광고를 하는 상황에서 광고 규제를 풀면 공영방송의 공공성도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광고 유치를 위해 프로그램을 더 선정적으로 만들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디어 전체의 균형 발전 정책을 담당하는 문체부는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문체부는 최근 방통위 입법예고에 대해 “신문협회 등의 반대 등을 고려해 신중히 처리해 달라”는 의견을 냈을 뿐이다. ○ 타 매체 몫 뺏기에 혈안이 된 지상파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는 ‘한류를 유지, 발전시키려면 그동안 방송콘텐츠 수출액의 85%를 차지해 온 지상파에 대한 낡은 광고 규제 등을 풀어야 한다’는 식의 보도를 1월 셋째 주 메인 뉴스에 10여 건이나 내보냈다. 그러나 방송콘텐츠 수출액의 80% 가까이를 차지하는 드라마를 상당수 외주사가 제작하는 만큼 한류 확산이 지상파만의 공이라고 보기 힘들다. 지상파는 광고총량제 외에도 유료방송에 대한 재송신료 인상(가입자당 월 280→400원), VOD 서비스 편당 단가 인상(1000→1500원), 초고화질(UHD) 방송을 위한 700MHz(메가헤르츠) 등 황금 주파수의 지상파 할당, 지상파의 자회사 등 특수관계사가 납품하는 프로그램의 편성 제한을 없애줄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상파의 전방위적 공세는 신문과 유료방송은 물론이고 외주제작사 몫까지 뺏어 지상파의 경쟁력 하락에 따른 광고 수입 감소를 극복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2013년 지상파방송이 벌어들인 재송신료는 1200억 원대였는데, 가입자당 월 400원으로 올리면 2000억원을 훌쩍 넘는다. 그만큼 일반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등의 몫이 줄어들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케이블TV방송협회는 “지상파가 별다른 근거 없이 재송신료 등의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지상파 수입 증대를 위해 다른 매체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태도”라고 입장을 밝혀왔다. 근본적으론 방통위가 전체 미디어 시장을 보는 큰 그림 없이 근시안적으로 지상파 우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광고 규제를 완화하는 기본 방향은 맞지만 한정된 광고 시장에서 방통위가 광고총량제 도입처럼 지상파 위주의 정책을 편다면 신문 유료방송 등이 무너져 미디어 생태계가 교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위 글자는 3000년 전 갑골 문자 중 하나다. 갑골문은 청나라 광서제 25년(1899년) 국자감 좨주(祭酒)였던 왕의영이 약재인 용골(龍骨)을 구하다가 뼈에 새겨진 글자를 발견하면서 그 존재가 알려졌다. 지금까지 4000여 글자를 찾았다. 자, 그럼 이 글자는 현재 무슨 한자가 됐을까. 우선 사람이 서 있는 모습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그 위에 귀가 과장되게 그려져 있고 그 옆에는 입 모양을 형상한 그림이 있다. 이 글자는 당초 소리를 듣고 얘기해주는 사람을 표현했으나 나중엔 만물과 영혼의 소리를 듣는 귀한 사람이라는 의미로 확장됐고, 결국 숭배할 만한 대상을 표현하는 뜻으로 바뀌어갔다. 오늘날의 ‘성(聖)’ 자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저자는 갑골문의 문자적 해석에만 몰두했던 학자들과는 달리 갑골문의 모양에서 당시 시대상황과 풍습, 사람들의 감정을 흥미롭게 파헤치고 있다. 기(棄·버리다)와 미(微·작다) 자에는 고대 인구수 조절을 위해 저지른 참혹한 영아 및 노인 살해의 흔적이 들어 있다. 또 호랑이를 둘러싸고 창으로 사냥했던 것이 희(戱·놀다) 자가 된 사연과 야생 돼지(豕·시)가 거세 돼지(축·축)로 변하면서 가축이 되가는 과정, 그리고 가(家·집) 자로 연결되는 얘기 등 한자에 담긴 인문학적 진실이 흥미롭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한자의 탄생 / 탕누어 지음 김태성 옮김 / 340쪽 1만5000원 김영사 이 글자는 3000년 전 갑골 문자 중 하나다. 갑골문은 청나라 광서제 25년(1899년) 국자감 좨주(祭酒)였던 왕의영이 약재인 용골(龍骨)을 구하다가 뼈에 새겨진 글자를 발견하면서 그 존재가 알려졌다. 지금까지 4000여 글자를 찾았다. 자, 그럼 이 글자는 현재 무슨 한자가 됐을까. 우선 사람이 서있는 모습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그 위에 귀가 과장되게 그려져 있고 그 옆에는 입 모양을 형상한 그림이 있다. 이 글자는 당초 소리를 듣고 얘기해주는 사람을 표현했으나 나중엔 만물과 영혼의 소리를 듣는 귀한 사람이라는 의미로 확장됐고, 결국 숭배할 만한 대상을 표현하는 뜻으로 바뀌어갔다. 오늘날의 ‘성(聖)’ 자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저자는 갑골문의 문자적 해석에만 몰두했던 학자들과는 달리 갑골문의 모양에서 당시 시대상황과 풍습, 사람들의 감정을 흥미롭게 파헤치고 있다. 기(棄·버리다)와 미(微·작다) 자에는 고대 인구수 조절을 위해 저지른 참혹한 영아 및 노인 살해의 흔적이 들어있다. 취(取·가지다) 자는 귀를 들고 있는 사람, 즉 전쟁에서 죽인 적 병사의 귀를 잘라 갖던 풍습에서 나온 말이다. 말(馬)의 종류를 표현하는 28개의 글자와 옥(玉)을 구별하는 151개 글자에서 당시 사람들이 귀중하게 여겼던 물건의 실체를 좇는다. 또 호랑이를 둘러싸고 창으로 사냥했던 것이 희(戱·놀다) 자가 된 사연과 야생 돼지(豕·시)가 거세 돼지(¤·축)로 변하면서 가축이 되가는 과정, 그리고 가(家·집) 자로 연결되는 얘기 등 한자에 담긴 인문학적 진실이 흥미롭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여자는 화가다. ‘눈을 영혼의 창’이라고 믿는 그는 주로 크고 휑한 눈을 가진 아이를 그린다. 어린 딸을 데리고 첫 남편에게서 도망치듯 샌프란시스코로 건너온 여자는 곧 화가입네 하는 사기꾼과 재혼했다. 1950년대 말 갤러리의 벽은 높았다. 수완 좋은 여자의 남편은 갤러리 대신 유명인이 찾는 클럽 바에서 전시회를 열고 여자의 눈 큰 아이 그림(빅 아이즈)은 인기를 얻는다. 그러나 여자는 자신이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을 딸에게 조차 숨긴다. 28일 개봉하는 ‘빅 아이즈’는 화가 마거릿 킨과 남편 월터 킨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1960년대 월터 킨은 당시 아내의 작품을 자신의 것인 양 팔아 큰 인기를 얻었다. 이후 두 사람은 이혼하고 소송을 통해 그림의 진짜 주인을 밝혀낸다. 재판정에서 빅 아이즈 그림을 그려 내라는 판사의 지시에 1시간 만에 그림을 그려낸 마거릿과 달리 월터가 어깨 통증을 이유로 그리기를 거부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영화의 감독은 팀 버턴이다. 마거릿 킨 작품의 애호가로도 유명한 팀 버튼은 “어릴 적부터 빅 아이즈의 큰 눈에 매료됐고 그 눈에서 예술적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실제로 팀 버턴의 애니메이션 ‘크리스마스 악몽’이나 ‘유령 신부’ 속 캐릭터, 영화 ‘가위손’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등장하는 조니 뎁은 마거릿 킨의 그림처럼 크고 휑한 눈을 가졌다. 팀 버턴은 다소 무겁거나 신파적으로 흐를 수 있는 이야기를 가볍고 코믹하게 매만졌다. 원색을 강조한 동화적인 색감과 분위기는 여전하지만 팀 버턴 특유의 기괴함은 줄었다. 영화는 대신 마거릿의 진실 찾기와 함께 팝아트가 태동했던 1960년대 미국의 시대상을 함께 보여준다. 특히 남편 월터가 유명인과의 인맥, 언론을 통한 가십을 이용해 그림에 지명도를 입히며 가격을 올리는 과정은 흥미롭다. 그는 그림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빅 아이즈 포스터, 엽서 등을 내놓으며 미술 시장에서 상업적 성공도 거둔다. 배우의 호연도 빛났다. 마거릿 킨 역을 맡아 섬세하고 불안한 여성 화가의 모습을 그려낸 에이미 애덤스는 지난해 ‘아메리칸 허슬’에 이어 2년 연속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12세 이상.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워터 디바이너’는 참혹한 전쟁의 상처 속에서도 더욱 또렷해지는 아버지와 자식의 유대감을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한국도 전쟁의 아픔을 겪었다고 알고 있는데 더 많이 공감할 수 있길 바랍니다.” 영화 ‘글래디에이터’(2000년)의 근육질 장군은 어디로 갔을까. 19일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말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하는 배우 러셀 크로(51)는 살짝 ‘치킨 할아버지’가 떠오르는 푸근한 인상이었다. 이번이 그의 첫 방한이다. 28일 개봉하는 영화 ‘워터 디바이너’는 크로가 주연은 물론 메가폰까지 잡은 감독 데뷔작. 워터 디바이너(Water Diviner)란 광활한 호주의 척박한 땅에서 삶의 터전을 마련하려 지하수를 찾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영화에서 크로는 제1차 세계대전 터키에서 벌어진 갈리폴리 전투에서 세 아들을 잃은 뒤 아들 시신이라도 찾으려는 워터 디바이너 조슈야 코너 역을 맡았다. 그는 “길고도 험한 여정에도 부정(父情)을 잃지 않고 인생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과정을 담담히 그리려 했다”고 설명했다. “시나리오를 읽고 소름이 돋을 정도로 감명 받으면 작품을 선택한다”는 크로는 “이 작품을 어떻게 책임질까를 고민하다 연출까지 맡았다”고 떠올렸다. 그간 함께 작업한 리들리 스콧과 론 하워드 감독 등을 지켜보며 자연스레 연출의 길도 생각해왔단다. ‘워터 디바이너’ 촬영을 앞두고 “두 감독이 ‘감독이란 직업에 푹 빠질 것’이라며 격려해줬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할리우드 톱스타의 자리를 유지해온 비결도 들려줬다. 그는 연기에서 중요한 3가지로 “집요한 노력과 협력적 태도, 세밀한 표현력”을 들었다. 주위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알고, 부족한 부분을 열심히 채우려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대에 끊임없이 연극공연을 하면서도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공원에 갔습니다. 거기서 연기에 대한 소망을 다짐하곤 했죠. 별 것 아닌 행동이지만 그런 절제와 노력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게 아닐까요.” 크로는 차기작으로 아시아를 배경으로 한 ‘행복한 피난민(가제)’의 연출을 고려하고 있다. 어선에 몸을 실고 호주로 피난을 떠난 베트남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는 “진심어린 메시지가 있는 영화라면 어떤 역할이라도 상관없이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이번 주 지상파TV 3사는 메인뉴스에서 한류 관련 기획보도를 닷새간 14건이나 쏟아냈다. 보도의 내용은 판에 박은 듯 유사했다. 요약하자면 ‘지상파가 한류 수출액의 80% 이상을 맡으며 큰 공헌을 했다, 하지만 중국 자본이 국내 제작진을 휩쓸어가는 등 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선 광고 규제 완화 등 지상파를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리포트에는 “현 상황에서 중국 자본과 맞설 수 있는 대항마는 지상파 방송사들 정도입니다”(15일 SBS ‘8뉴스’)라는 과시적 표현도 있었다. 최근 중국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블랙홀처럼 한국의 콘텐츠 제작인력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진단은 맞다. 하지만 지상파만이 그에 맞설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은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다. 국내 방송 콘텐츠 시장 규모가 7조 원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벌써 20조 원 규모로 성장한 중국과는 덩치 싸움을 할 수 없다. 그보다는 참신하고 다양한 콘텐츠 개발과 이를 위한 창의적 제작환경 조성으로 승부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지상파가 새로운 콘텐츠나 포맷을 선보인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중장년층을 위한 시사·정보 토크 프로그램을 개척한 종합편성채널이나 ‘응답하라 1994’ ‘미생’ 등 화제의 드라마를 방영한 tvN 등 케이블 채널에서 더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오히려 지상파는 ‘슈퍼스타K’나 ‘꽃보다 할배’ 같은 케이블의 프로그램을 베끼고 있는 상황이다. 지상파가 한류 수출액의 80% 이상을 담당한다는 자랑도 엄밀히 말하면 지상파의 ‘공’이라고만 볼 순 없다. 2013년 방송산업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상파의 프로그램 수출액 1억1700만 달러 가운데 78.4%가 드라마 수출액인데, 지상파 주요 드라마 대부분은 외주 제작사가 기획, 제작한다. 한류 발전은 지상파 방송뿐만 아니라 외주사와 스태프 등이 함께 노력해야 가능하다는 의미다. 최근 중국은 한국 외주 제작사에 직접 드라마를 의뢰하면서 “홍자매가 쓰는 로맨틱코미디” “연출은 신우철 PD가 해야 한다” 등을 조건으로 내건다. 어느 방송사가 편성해 방영됐느냐보다 어떤 콘텐츠인지를 따지는 것이다. 정작 한류의 발목을 잡는 건 창작 의욕을 꺾는 지상파의 ‘갑질’일지도 모른다. 한 드라마 제작자의 말처럼 “제작비는 50%가량만 주면서 저작권은 지상파가 거의 다 가져가는 불공정한 현실”이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더 위협적일 수 있다.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한류의 위기가 닥쳤지만 한류 콘텐츠의 80% 이상을 만드는 지상파 방송사는 30년 이상 동결된 수신료, 광고 규제 등에 발이 묶여 있습니다.’(KBS 1월 14일 ‘뉴스9’) ‘한류 콘텐츠 수출의 80% 이상을 맡고 있는 지상파 방송이 무너질 경우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 타이완은 보여주고 있습니다.’(SBS 1월 13일 ‘8뉴스’) ‘우리나라 방송 콘텐츠 수출의 85%는 지상파 시장이 이끌고 있습니다. 한류를 견제하는 움직임에 맞서 새로운 활로를 뚫는 것도, 축적된 경험과 제작 능력이 있어 가능한 일입니다.’(MBC 1월 12일 ‘뉴스데스크’) 최근 지상파TV 3사가 약속이나 한 듯 메인 뉴스에서 지상파 방송과 한류를 결부시킨 리포트를 연일 보도했다. ‘한류를 이끈 지상파 방송을 위해 좋은 제작 여건이 형성되지 않으면 한류는 물론이고 방송산업이 무너진다’는 식으로 내용은 대동소이했다. 광고총량제 도입, 가상·간접광고 확대 등에 대한 논란이 나오는 가운데 지상파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한류를 명분으로 삼았으나 논리의 비약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만한 경영으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해 KBS MBC SBS는 각각 300억∼500억 원의 적자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광고 판매율은 5년 전 70%대에서 최근엔 50%대로 떨어졌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경영난을 호소하며 광고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우룡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는 “광고총량제가 도입돼 방송 3사가 추가 광고 수입을 올린다고 해도 내부의 군살을 빼지 않으면 효과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지상파의 적자와 위기는 내부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감사원 감사 자료에 따르면 KBS는 2직급 이상 상위 직급이 2008년 47.2%에서 2013년 57.8%로 늘었다. 2013년 MBC 경영평가보고서에 따르면 MBC 정규직 1425명 중 일반 사원은 3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차장대우 이상 간부에 속한다. KBS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직원의 평균 근속 연수는 18년 9개월에 평균 연봉이 9547만 원으로 1억 원에 가깝다. KBS는 지난해 고액 임금이 논란이 되자 “KBS 직원의 연봉은 경쟁사의 88% 선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황근 선문대 교수는 “지상파 방송들이 경영 압박을 받는 것은 임금과 인력 구조 등 오래된 문제를 개혁하지 못한 요인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적자의 상당 부분은 과도한 월드컵 중계권료에서 비롯된 만큼 지상파 방송사는 방만한 경영부터 반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SBS가 월드컵 독점 중계권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2006년 2500만 달러였던 중계권료는 2010년에 6500만 달러로 껑충 뛰었고 2014년에는 7500만 달러(약 900억 원)까지 치솟았다. SBS는 이렇게 사들인 중계권을 KBS, MBC에 재판매했다. 브라질 월드컵으로 KBS는 180억 원을, MBC는 100억 원을 손해 봤다.○ 콘텐츠 투자는 부진, 저작권은 독점 반면 지상파TV의 콘텐츠 제작비용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14 방송산업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지상파 방송의 자체 제작비는 5488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21.3% 줄었다. 외주 구매를 포함한 전체 제작비도 1조296억 원으로 13.7%가 줄었다. ‘방송 콘텐츠 수출의 85%를 지상파가 이끈다’는 지상파의 주장에 대해 외주제작사들은 “말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상주 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국장은 “방송 콘텐츠 수출의 80% 가까이를 차지하는 지상파 드라마는 대부분 외주제작사가 만들지만 해외 판권을 포함해 모든 저작권을 지상파 방송이 갖기 때문에 지상파가 수출한 것으로 통계가 잡히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서정보 suhchoi@donga.com·조종엽 기자}

제59회 신문의 날 표어 공모 한국신문협회 ·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 한국기자협회는 제59회 신문의 날을 맞아 표어를 공모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공모부문: 제59회 신문의 날 표어 ○공모기간: 2015년 1월 19일(월) ~ 2015년 2월 27일(금)○공모소재 -독자의 기대와 시대적 상황에 부응하는 신문의 사명과 책임 -신문의 공익성과 독자의 신뢰를 증진시킬 수 있는 내용 -신문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 신문이 우리 삶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 기타 신문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수 있는 내용○공모방법: 한국신문협회 홈페이지(www.presskorea.or.kr)에서 공모신청서를 작성, 응모○출품규격 및 출품 작수: 20자 이내, 개인별 표어 2점 이내 ○시상내역: -대상 1명 (상금 100만원과 상패) -우수상 2명 (상금 50만원과 상패)○발표: 3월 26일 이후 개인별 통보○시상: 신문의 날 기념대회 ○제출 및 문의처 : 한국신문협회 (100-745) 서울 중구 세종대로 124 프레스센터 1302호 (TEL : 02-733-2251/2, FAX : 02-720-3291)※ 주의사항 1. 규격에 어긋나지 않을 것. 2. 다른 대회에 출품했던 작품은 무효 처리함. 3. 타인 명의의 응모는 불가능하며, 필명인 경우 본명을 밝혀야 함. 4. 접수된 작품은 일체 반환되지 않으며, 입상작 저작권은 한국신문협회에 있음.}

‘우리가 영원을 시간의 무한한 지속이 아니라 무시간성으로 이해한다면, 현재를 사는 사람은 영원을 사는 것이다. 우리의 삶에는 끝이 없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논리철학논고’(1922년) 중에서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20세기 초 철강업으로 수억 달러의 부를 축적한 오스트리아 명문가 출신이다. 빈에 있는 비트겐슈타인 가문의 궁전 같은 저택에는 음악가인 브람스 말러 멘델스존과 화가 클림트 등이 드나들었다. 하지만 완벽해 보이는 이들에게 비극 역시 멀지 않았다. 권위적이던 아버지 카를은 사업을 물려받도록 강요하다가 큰아들과 둘째아들이 자살했다. 1차 대전에 참전한 아들 세 명 중 1명은 숨지고 피아니스트 파울은 오른팔을 잃었으며 루트비히는 포로가 됐다. 2차 대전 때는 나치의 유대인 탄압에 시달리며 재산을 많이 빼앗겼다. 그리고 형제끼리 불화했다. 이 책은 막대한 부를 가진 한 가문이 2번의 세계대전 속에서 불행을 겪으면서도 어떻게 사회에 봉사했는지를 보여준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한국신문협회(회장 송필호)는 9일 ‘테러와 겁박(劫迫)이 언론활동을 멈출 수는 없다’라는 성명을 내고 “프랑스 시사만평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제작진에 대해 자행된 무장 테러는 용서할 수 없는 반인륜적 범죄로 인류사회와 함께 규탄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성명에서 “언론을 상대로 한 테러는 전 세계 언론인들과 언론활동을 겁박하고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는 반문명적 폭력”이라며 “언론의 보도나 논조에 대한 반대 의견은 있을 수 있으나 표현 방식은 평화적 이성적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양질의 일자리’는 세계 어디서나 문제인 모양이다. 여론조사업체인 갤럽이 6년간 세계의 각종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건 양질의 일자리였다. 여기서 양질의 일자리는 ‘일주일에 30시간 꾸준히 일할 수 있고 정기적으로 일정한 보수를 받는 일자리’를 뜻한다. 갤럽의 최고경영자가 쓴 이 책은 어떻게 하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지를 제시하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건 국내총생산(GDP·한 해 동안 국가에서 이뤄지는 모든 생산과 소비의 총합) 성장의 둔화 때문이다. 정부는 돈을 풀어 일자리를 만들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지만 이는 허사다. 결국 민간의 돈을 가져와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또 대기업 역시 경제의 중추이긴 하지만 일자리를 만드는 데는 큰 기여를 하지 못한다. 저자는 일자리 창출이 개별 도시의 역량에 달려 있다고 지적한다. 도시의 대학과 리더들이 힘을 합쳐 새로운 산업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GDP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성장과 신생 기업의 출현이 일자리 창출에 핵심이 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우선 초등학교부터 고교 3학년까지의 교육 초점을 바꿔 자유로운 기업가 정신을 키우도록 하는 것이다. 혁신이 아무리 많이 일어나도 그걸 사업화하는 기업가 정신이 없다면 혁신도 무용지물이기 때문. 여기에 불필요한 사회복지 지원금과 의료비용을 줄여 효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국민총행복(GNW)이란 개념을 통해 일자리 만들기가 행복 증진은 물론이고 GDP 성장의 가장 큰 요소임을 보여주고 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아파트 단지 노인정에 모인 노인들에게 간단한 체육 활동을 가르쳐줄 만한 자원봉사자는 어디 없을까? 은퇴 후 문화재 해설 봉사를 하고 싶은데 어디를 찾아가야 할까? 자원봉사자를 구하는 사람과 봉사를 희망하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웹사이트가 최근 생겼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체육 관련 자원봉사자를 통합 관리하는 ‘문화체육자원봉사’(csv.culture.go.kr)를 22일 개설했다. 이 시스템은 문화 체육 분야 시설이나 단체에서 필요한 봉사자를 쉽게 모집하고, 봉사를 원하는 개인이나 단체, 전문가들은 자신에게 적합한 봉사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어 시골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통기타 등 악기를 가르쳐줄 자원봉사자를 찾는다면 이 사이트의 게시판에 글을 올린다. 이 글을 본 기타 연주자가 자원봉사를 하기로 하고 신청하기를 택하면 매칭이 된다. 거꾸로 자원봉사자가 먼저 이런 봉사를 할 수 있다고 게시판에 올릴 수도 있다. 자원봉사자와 봉사받는 곳이 서로 연결되면 전국 229개 문화원과 228개 생활체육회가 ‘시군구 지원센터’가 돼 지원과 관리 기능을 수행한다. 문체부 관계자는 “현재 약 700곳에서 240여 건의 자원봉사 활동을 요청했으며 170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며 “참여하는 사람은 적재적소에서 봉사하는 보람을, 지역 현장에선 인력 부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한국신문협회(회장 송필호)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지상파 방송에 광고총량제 등을 허용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데 대해 “타 매체 희생을 바탕으로 지상파 방송만 살찌우려는 편향적 내용을 담고 있다”며 “즉각 철회하라”는 성명을 28일 발표했다. 신문협회는 성명에서 “광고총량제가 도입되면 지상파 방송의 60분짜리 프로그램에 붙는 광고의 시간이 현행 6분(24개)에서 9분(36개)으로 50%나 늘어난다”며 “지상파 방송으로의 광고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면 경영 기반이 취약한 신문, 유료방송 등 타 매체의 희생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신문협회는 이어 “지상파 방송 외에 타 매체가 취약해질 경우 여론 다양성이 훼손될 것”이라며 “문화체육관광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관계 부처, 신문 유료방송 등 여러 매체 이해관계자의 종합적 논의를 통해 신중히 검토해야 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지상파 방송의 광고총량제가 허용될 경우 지상파 방송의 광고 매출이 얼마나 증가할 것인지는 조사 주체마다 예측치가 다르다. 방송학회는 연간 2759억 원이, 케이블TV방송협회는 1000억∼1500억 원이, 방통위 광고균형발전위는 376억 원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신문협회는 “방통위가 자체적으로 광고총량제 도입 효과를 조사하고도 그 결과는 일절 공개하지 않고 도입부터 발표해 지상파 방송 특혜 논란을 스스로 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방통위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2015년 2월 2일까지 입법예고한 뒤, 3∼5월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은 광고총량제 외에도 가상광고 허용 범위 확대, 간접광고 및 협찬 고지 제도 변경 등 지상파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내용이다. 신문협회 성명과 관련해 방통위 측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광고총량제 등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내고 있는 만큼 향후 공청회 등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뒤 최종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문체부도 “방통위로부터 개정안 자료를 받은 뒤 신문협회 잡지협회 등 타 매체 관련 기관과 긴밀히 상의해 방통위에 의견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크리스마스이브에 만난 정수일 문명교류연구소장의 얼굴은 여든의 나이에도 잔주름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탄탄했다. 일흔한 살이던 2005년부터 올 6월까지 연평균 5회, 457일에 걸쳐 세계를 종횡으로 누빈 강철 체력이 얼굴에 드러난 듯했다. 남미 끝 우수아이아, 아프리카 끝 케이프타운, 아시아 대륙의 남단 카냐쿠마리 등 안 가본 곳이 드물다. 두 달 반의 아프리카 답사에선 비행기만 무려 32번을 탔다. 그는 이 ‘종횡 세계일주’를 통해 인류 문명의 발상지와 문명 교류의 흔적을 샅샅이 답사했다. 그 결과 지난해 한국출판문화상을 수상한 ‘실크로드 사전’을 포함해 6권의 교류사 책과 역주서를 펴냈고 최근 마지막 결실로 ‘해상 실크로드 사전’과 ‘실크로드 도록-해로편’(창비)을 발간했다. 그는 “이번 책은 세계일주의 최종 완성품이자 또 다른 출발점”이라고 했다. 해상 실크로드가 단순히 육지 실크로드의 후속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크로드는 중앙아시아를 통한 오아시스길, 시베리아 부근의 초원길, 동남아를 통과하는 해상길 등 3대 간선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이 중 오아시스길과 초원길은 중세 이후 사실상 끊겼습니다. 하지만 해상 실크로드는 나날이 발전해 15세기 이후엔 신대륙 아프리카 오세아니아로 연결되는 등 전 세계적 문명 교류의 통로가 됐습니다. 실크로드를 유라시아 대륙으로 국한시키는 기존 개념은 이제 폐기돼야 합니다.” 즉, 해상 실크로드라는 키워드를 통해 유라시아 대륙(구대륙)의 문명 교류라는 좁은 틀을 벗어나 전 세계적 문명 교류를 설명하겠다는 것이다 . 이를 위해 그는 내년에 ‘해상 실크로드 사전’ 영문판을 출간하고 추후 가칭 ‘문명교류 사전’과 ‘근현대문명교류사’를 집필할 예정이다. 그는 “‘문명교류 사전’의 경우 아프리카 남미까지 아우르는 표제어 5148개를 이미 골라놓았다”고 말했다. 그가 해상 실크로드에 주목하는 건 그가 새롭게 정립하려는 문명론을 뒷받침할 고리가 되기 때문이다. “중남미에 갔더니 윷놀이 색동저고리 상투 등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조사한 문명의 현장에서 결국 인류 문명이 큰 줄기에선 하나라는 보편성을 확인했습니다.” 그의 얘기를 듣다 보니 그는 실크로드를 통한 문명 교류사 연구에서 문명 자체에 대한 담론 연구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문명을 힘과 힘의 대결 단위로 봐선 안 됩니다. 문명은 교류를 통해 발전하고 이것이 인류를 유지시켜 온 힘입니다.” 그가 앞으로 바라는 것 중 하나는 한국이 실크로드와 문명교류 연구의 메카가 되는 것. 중국이 ‘실크로드의 끝은 중국’이라는 식의 자국 중심적 연구를 막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전과 도록 출판은 메카가 되기 위한 초석을 놓는 작업”이라며 “최근 서울 주요 대학에서 실크로드 중앙아시아 유라시아 등의 이름을 내건 연구센터와 대학원이 활발하게 생겨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를 마친 뒤 사무실 벽에 걸린 글씨를 보여줬다. 만공 스님(1871∼1946)이 무궁화 꽃잎을 붓 삼아 썼다는 ‘세계일화(世界一花)’였다. 세계는 한 떨기 꽃, 즉 세계는 하나라는 뜻이었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사서삼경 중 가장 번역이 어렵다는 시경(詩經)의 완역 주해서(을유문화사)가 나왔다. BC 11∼5세기 궁중과 민간의 노래 가사 305편을 묶은 시경은 당시 사람들의 감정을 진솔하게 표현한 중국 최초의 ‘시가집(詩歌集)’이다. 정상홍 동양대 교수는 10여 년간 공들여 번역한 이 책의 특징은 문화인류학 민속학의 고증을 통해 새로운 해석을 추가한 것. 시경 시대 이전의 원시 종교적 요소가 잔존해 있다는 판단 아래 주술 노래, 토템 노래, 성적 충동, 애정시 등을 중시해 기술했다. 정 교수는 “후대의 기준에 따른 해석이 아니라 당시 사람들이 느꼈을 감정을 그대로 해석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그녀는 완전히 발가벗은 채 스타킹만 신고 있었으며 그 스타킹 역시 발목 높이까지 피에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양손에서는 핏물이 뚝뚝 떨어지고 얼굴은 식인종처럼 하고서 몹시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끔찍한 공포영화의 한 장면일까. 아니다.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자폐증이 있는 딸이 자해를 한 모습을 아버지가 묘사한 것이다. 머리를 벽에 찧거나 스스로를 물어뜯기도 하는 자해는 일부 자폐아의 특징 중 하나다. 이 책은 왜소증 다운증후군 자폐증 정신분열증 청각장애 트랜스젠더 등 ‘비정상적’ 아이를 둔 부모들의 양육 이야기다. 읽기 쉬운 책은 아니다. 16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도 버겁지만 사회에서 비정상으로 여기는 자녀들을 어떻게든 정상적 생활을 하게끔 만들고 싶은 부모들의 절절한 심정이 책 읽는 내내 가슴을 짓눌렀다. 수시로 찾아오는 절망에도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아이에게 헌신하는 부모의 모습은 애절하다 못해 숭고하게 느껴진다. 책에서 감동을 느꼈다면 저자가 10여 년간 ‘비정상 자녀’를 둔 300가족을 만나 직접 얘기를 들은 ‘팩트’의 힘도 한몫했다. 저자는 부모의 심정에 무조건 동정적이거나 안타까워하지 않는다. 역경을 이겨내고 행복과 마음의 평안을 찾은 부모의 모습이 있는가 하면 절망으로 갈팡질팡하는 모습도, 심지어 자포자기 끝에 아이를 죽이는 얘기까지 진솔하게 담았다. 이 책은 또 ‘비정상’ 자녀의 질병이나 증세에 대한 찬반 논란, 각종 과학적 연구 결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던 사안 등을 광범위하게 보여주는 ‘내공’ 덕에 수기 모음집 수준을 벗어났다. 이런 이유로 2012년 미국에서 발간된 뒤 전미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뉴욕타임스 타임 이코노미스트 보스턴글로브 등 주요 언론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 이 책의 목차를 보면 12개의 장 중 1장과 마지막 장의 제목은 병이나 증세 명을 담은 다른 제목과는 달리 ‘아들’과 ‘아버지’다. ‘아들’은 바로 저자 자신이다. 저자는 어릴 적부터 여성적 취향을 보이다가 사춘기에 들어 비로소 동성애자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한 아들이었다. 이성애자로 살아야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부모의 기대와 사회적 혐오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저자의 어릴 적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아버지’ 역시 그의 이야기이다. 성년이 된 그는 남편 존과 결혼을 했고, 체외수정으로 다른 여성을 통해 아이를 얻었다. 저자는 법적으로 아버지이자 가정에서는 어머니가 됐다. 그는 어릴 적 재앙과 같았던 게이라는 사실이 이젠 행복을 느끼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고 토로한다. 사회는 물론이고 부모 역시 자녀들이 다른 아이들과 ‘차이’를 갖는다는 것을 쉽게 인정하지 못한다. 부모들은 자녀가 정상인이 되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 때문에 아이들이 감당 못할 짐을 지우는 일이 허다하다. 저자는 남과 다른 아이가 비정상이 아니라 다른 정체성을 갖고 있을 뿐이라는 점을 부모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것이 출발점이 된다. 그래야 부모가 원하는 것이 아닌 아이가 필요한 것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남과 다른 아이들에 대한 우리의 무지를 일깨운다. 매우 달라 보이는 이들이 사실 정상인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점, 그리고 그걸 다양성으로 포용해야 한다는 점 역시 깨우쳐 준다. 영국 가디언지의 서평대로 이 책은 차이가 있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 대한 연구로 시작해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진다.서정보 기자suhchoi@donga.com}
올 한 해 문화 정책은 어떤 성과를 남겼을까. 17일 문화체육관광부는 각 분야의 성과를 집계해 발표했다. ▽문화=매달 마지막 수요일인 ‘문화가 있는 날’은 참여 문화시설이 대폭 늘었다. 올 1월 883개에서 11월 1574개로 78% 늘어났다. 양적으로는 성장해 문화 저변을 넓히는 데는 기여하고 있지만 경쟁력 있는 인기 작품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옆에 국립한글박물관이 개관한 것도 눈에 띈다. 한글날 문을 연 이 박물관은 12월 11일까지 두 달여간 10만여 명이 관람했다. 건축 분야에선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에서 한국관이 1995년 첫 참가 이후 처음으로 최우수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콘텐츠=올해 말 기준 콘텐츠 산업 매출액은 97조 원, 수출액은 55억 달러(약 6조225억 원)로 전년 대비 각각 5.4%와 12% 증가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를 통해 케이팝, 뮤지컬 등 라이브 공연의 중국 진출이 자유로워졌다. 특히 7월 중국과 ‘영화공동제작에 관한 협정’을 맺어 한중 합작 영화는 중국 수출 시 편수 제한을 받지 않게 됐다. 5월에는 콘텐츠 창업자를 지원하기 위한 콘텐츠코리아랩이 발족해 지금까지 14개 팀이 혜택을 봤다. ▽체육=지난해 체육비리 감사를 계기로 편파판정 폭력 입시부정 조직사유화 등 4대 비리를 없애기 위해 신고센터를 개설했고 합동수사반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부터 방과후 스포츠 강습 프로그램을 학교 밖에서도 운영해 22만여 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관광=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1400만 명을 넘어섰다. 관광수입 역시 올해 말까지 167억 달러(약 18조2865억 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38% 늘어난 6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한국은 바람, 중국은 물, 일본은 불.’ 한중일 3국의 특성을 풍수화(風水火)로 비유해 분석한 독특한 저서가 나왔다. 수학자이자 문명비평가인 김용운 한양대 명예교수(84)가 언어 풍습 자연 신화 역사 등을 통해 삼국의 민족적 원형을 살피고 그 특성을 비교한 ‘풍수화’(맥스미디어·사진)를 최근 펴냈다. 책에 따르면 한국인이 수많은 침략에도 끝까지 저항하는 기백과 한번 일어서면 신명을 내는 바람 같은 특성이 있다. 중국은 만리장성 안으로 들어오는 모든 문화를 융합시키는 물의 특성을 갖고 있다. 일본은 지진 해일 등 재해가 많고 도망갈 곳이 없는 섬의 특성 때문에 내부적으론 지배자에 순응하면서도 외부적으론 정복을 정당화하는 팔굉일우(八紘一宇·팔방에 빛을 비춰 통일), 즉 불의 정신을 지녔다. 저자는 663년의 백강(현 동진강 하구) 전투가 이후 한중일 관계의 틀을 만든 핵심적 사건이라고 주장한다. 백제 멸망 직후 중국 당나라-신라 연합군과 백제 유민-왜(倭)가 벌인 이 전투에서 당과 신라가 승리를 거뒀다. 이후 일본 열도로 물러난 백제 유민과 왜는 ‘반(反)신라’ 의식을 내면에 각인한 채 ‘일본’을 세웠다. 일본의 끊임없는 정한론(征韓論)은 여기에서 출발했다. 중국은 한반도를 조공국이 있는 곳으로 여기기 시작했고 신라는 한반도에 영역을 고정한 채 중국과 친밀한 관계를 이어갔다. 이 같은 한중일의 관계는 임진왜란 등 역사에서 계속 되풀이됐고 최근 과거사나 영토 관련 분쟁에서도 유사한 구도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삼국의 정신적 원형을 살펴 서로 그 특성을 이해하고 관계를 재설정해야 한다”며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비핵화와 영세중립국화, 동북아 공동체 형성이 현재의 갈등을 막을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