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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정부가 국가 최대 상수원인 콜로라도강 미드 호수의 물 부족 사태를 선언했다. 1930년대 후버댐이 완성된 이래 처음 있는 물 부족 선언이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 내무부 산하 개간사업국(USBR)은 16일 미드호 저수지 수위가 사상 최저로 떨어짐에 따라 ‘1단계 물 부족’을 선언했다. 1999년 이래 꾸준히 감소한 미드호의 저수량은 전체 용적의 40% 밑으로 떨어졌다. 이는 전년 동기(49%)보다 낮은 수치로 2022년 저수량은 이보다도 더 떨어진 34%로 전망된다. 기후변화로 인해 이 지역에 20년 넘게 가뭄이 지속되는 가운데 서부 지역의 인구와 농업용수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발생한 물 부족 사태다. 1단계 물 부족 선언에 따라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건 애리조나 지역 농부들이다. 내년부터 애리조나 지역으로 흐르는 수돗물의 연간 할당량이 18% 감소하게 된다. 이는 애리조나주 연간 물 사용량의 8%에 해당한다. 네바다와 국경 너머 멕시코도 연간 할당량이 각각 7%, 5% 줄어든다. 당장 영향을 받는 건 이 지역들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콜로라도강에서 수돗물을 공급받는 캘리포니아, 유타, 콜로라도, 와이오밍 등 서부 7개 주 4000만 명의 인구가 수돗물 공급량 삭감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들 7개 주는 2019년 콜로라도강 물 부족 문제에 대비한 비상 계획에서 물 공급량 의무 삭감에 합의한 바 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태어난 아이들의 언어, 운동능력 등 전반적 인지력이 팬데믹 이전에 출생한 영유아보다 현격히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로 외부 자극이 줄어들고 직장과 어린이집, 학교, 놀이터 등이 폐쇄되면서 부모들의 일과 육아 병행이 어려워진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12일(현지 시간) 영국 가디언은 미국 브라운대 연구진이 최근 발표한 ‘코로나19 팬데믹이 영유아의 인지 발달에 미치는 영향’ 연구결과를 보도했다. 연구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2011~2019년)에 태어난 3개월~3세 영유아의 지능지수(IQ) 중간값은 100 주변을 맴돌았지만 팬데믹 기간(2020~2021년)에 태어난 영유아의 IQ 중간값은 78에 그쳤다. 해당 연구는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지역 아동 672명을 대상으로 했다. 대상 아동 중 미숙아나 발달장애를 지닌 아동은 없었으며 대부분 백인이었다. 연구를 이끈 션 디오니 브라운대 소아과 조교수는 “절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주요 인지장애가 아니고서는 보통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연구진은 향후 인지력 발달에 영유아기 시절 기본적으로 형성된 인지력이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팬데믹 전후로 아동 지능수준의 차이가 커진 가장 큰 원인으로 가정 내 상호작용이 줄어든 것을 꼽았다.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는 걱정이 부모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했고 재택근무를 하는 부모의 경우에는 일과 양육의 이중고에 시달리면서 아이들과의 상호작용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사회경제적 환경이 좋지 않은 가정일수록 영유아들의 인지발달 수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디오니 교수는 “이번 연구가 상대적으로 사회적 지원이나 실업수당 제도가 잘 갖춰진 미국의 부유한 지역에서 진행됐기 때문에 경제적 수준이 더 낮은 지역 아동의 경우에는 상황이 더 좋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중국과 대만간 정치적 긴장의 불똥이 출판계로까지 튀고 있다. AP통신은 11일 대만계 작가 아이리스 치앙의 사연을 소개했다. 치앙의 책 ‘예술과 놀기’는 아이들에게 예술을 감상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내용이다. 4년 전 중국 출판사와 판권 계약도 마쳤다. 하지만 책은 아직 초판도 찍지 못했다. AP는 치앙을 “중국과 대만의 갈등이 심화된 데 따른 피해자”라며 “출판계는 중국이라는 큰 시장을 잃는다는 것 외에도 30년 넘게 이어진 양국간 문화 교류 기회가 사라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간 중국 공산당의 출판금지는 종교나 정치 지도자의 일대기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소재의 책에만 적용되던 일이었다. 중국과 언어가 같고 역사적 배경을 공유하는 대만 출판사들의 책은 그간 중국 본토에서 별다른 제약 없이 판매됐다. 80~90년대 룽잉타이(龍應台), 산마오(三毛) 등 대만 유명 작가의 작품이 중국 본토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만 출판사 꼬리표가 붙은 책은 소재를 불문하고 본토 출판이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대만 작가의 요리책 두 권을 중국에서 출판한 경험이 있는 대만 주간 비즈니스 편집자 로자인 리우는 “과거에는 주로 종교 관련 서적만 검열의 대상이었다. 가령 대만 음식에 대한 책은 괜찮았다. 하지만 이젠 ‘대만 음식’이라는 표현 자체가 문제가 된다”고 했다. 라우는 그간 북페어에서 중국 본토 출판계 사람들과 교류하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지만 현재의 정치적 긴장은 이런 기본적인 사람들 간의 교류도 사라지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중국 공산당이 공식적으로 대만 책 출판 ‘전면금지령’을 내린 것은 아니다. 다만 대만 출판사들은 본토 출판사들이 알아서 자기 검열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대만의 링킹 출판사 대표 린든 린은 “출판 교류는 사상의 교류다. 이런 교류는 출판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은 최근 자국민의 대만 관광객과 유학생 수 줄이기에도 나서고 있다. 최근 대만에서 열린 중국어권 영화·음악 시상식인 골든 로스터, 골든 멜로디에서도 중국은 자국 예술인들의 참석을 막았다.임보미기자 bom@donga.com}

미성년자 시절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차남인 앤드루 왕자(61)와 수차례 강제로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해온 여성이 앤드루 왕자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버지니아 주프레(38)는 2001년 미국의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강요로 뉴욕 맨해튼의 엡스타인 저택과 엡스타인의 조력자로 알려진 길레인 맥스웰의 런던 집에서 앤드루 왕자와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주프레는 소장에서 앤드루 왕자가 자신이 만 18세가 되지 않은 미성년자이고 불법 성매매의 피해자임을 알면서도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주프레는 엡스타인의 성범죄 고발에 앞장서기도 했다. 주프레는 소장에서 “20년 전 앤드루 왕자의 부, 권력, 지위, 인맥은 보호해 줄 사람 하나 없는 곳에 내몰렸던 아이를 학대하도록 했다”며 “그에게 책임을 지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이번 고소는 2019년 뉴욕주에서 아동피해자보호법을 만들었기에 가능했다. 이 법은 아동 피해자가 피해 시기와 상관없이 55세 전이라면 언제든 가해자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했다. 이 법안에 서명한 이는 여성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최근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다. 이 법은 미성년자 성폭행처럼 시효가 있는 범죄행위에 대해 고소 시기를 놓쳤던 피해자들에게 1년간 소송을 제기할 기회를 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시기가 1년 연장됐고 주프레는 고소 가능 기한(14일)이 만료되기 직전 뉴욕 연방법원에 소장을 접수했다. 헤지펀드를 운영하며 큰돈을 번 엡스타인은 최소 30여 명의 10대 소녀를 상대로 성매매·착취를 한 혐의로 2019년 7월 미국에서 체포돼 기소됐다. 한 달 뒤 수감 중이던 메트로폴리탄 교도소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엡스타인과 친분을 유지했던 앤드루 왕자는 엡스타인이 보낸 주프레와 성관계를 가졌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2019년 모든 공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세계를 파리의 중심부로 초대합니다.” 토니 에스탕게 2024 파리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장은 8일 도쿄 올림픽 폐회식에서 올림픽기를 넘겨받으며 이같이 외쳤다. 도쿄 올림픽 폐회식 말미에는 2024 파리 올림픽을 소개하는 영상이 방영됐다. 차기 대회 개최지인 파리의 유명 랜드마크를 중심으로 도심 곳곳을 비추며 오케스트라 연주가 이어졌다. 영상에는 파리의 상징 에펠탑에 가로 90m, 세로 60m짜리 대형 2024 파리 올림픽기가 휘날리는 모습이 담겼다. 에스탕게 위원장은 “세계에서 게양된 깃발 중 최대 크기”라고 소개했다. 파리 대회 조직위는 원래 폐회식에 맞춰 실시간으로 깃발을 올리려 했지만 날씨 사정상 올해 6월 ‘테스트’로 찍었던 사전 녹화 영상으로 대체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유럽 여행을 못 가고 있는 세계인들 마음속에 ‘파리에 대한 향수’를 일으키기엔 충분했다. 1924년 이후 100년 만에 올림픽을 개최하는 파리의 자부심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에스탕게 위원장은 “우리는 올림픽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이겠다는 목표가 있다. 우리의 계획은 전통적인 경기장이 아닌 도시 중심부에서 경기들을 치르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파리의 최고 명소인 에펠탑 인근에서 비치발리볼, 레슬링, 유도 경기가 열린다. 승마는 베르사유 궁전, 펜싱은 그랑팔레, 브레이크댄스는 콩코르드 광장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젊은층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파리 올림픽에서 처음 정식 종목에 채택된 브레이크댄스는 한국이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히는 종목이기도 하다. 축구, 수영처럼 거대 규격의 별도 경기장이 필요한 경우는 기존 경기장을 벗어날 수 없지만 경기장 크기 제약이 심하지 않은 종목은 적극적으로 도심으로 끌고 와 더 많은 이들과 함께하겠다는 계획이다. 2024 올림픽 중계방송은 경기 관람과 동시에 ‘파리 관광’을 하는 재미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지난달 24일 도쿄 올림픽 개막식 참석 후 프랑스하우스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독특하고 혁명적인 개회식을 만들고자 하는 열망이 있다”며 “개회식을 센강 위 선상에서 열 것”이라고 예고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토니(에스탕게 위원장)가 일년 전쯤 이 아이디어를 제시했는데 처음엔 미쳤다고 생각했지만 ‘한번 해보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확인했다. 이런 전략은 실용적이기도 하다는 평가다. 파리 올림픽의 경기장 건설 예산은 33억5000만 유로로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운영 예산(39억 유로)보다 적게 들 것으로 전망된다. 또 조직위는 파리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인 북부 생드니에 올림픽 선수촌과 수영 경기장을 지을 예정이다. 수영장은 추후 지역 사회에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2020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올림픽 기간 내내 그날그날 선수들의 기자회견 발언 중 주목할 만한 ‘명언’을 소개해 왔다. 8일 폐막을 맞아서는 ‘말 중의 말’을 선별했다. “결국 우리는 단순한 유희거리가 아니라 사람이다.” ―정신적 고충을 호소하며 평균대 종목을 제외한 모든 경기에 기권한 ‘체조 여왕’ 시몬 바일스(미국)는 선수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올림픽의 화두로 올려놨다. 올림픽 최다 메달 보유자(28개)인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미국)도 “선수들에게는 좀 약해져도 괜찮다고 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공감했다. “라면을 먹고 싶다. 간장라면이 엄청 당긴다. 6개월 동안 라면을 못 먹었는데 큰 사발로 먹고 싶다. 나트륨이 간절하다.” ―올해 41세로 생애 여섯 번째였던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하는 다이빙의 데라우치 겐(일본)이 ‘미래 계획’을 묻는 질문에 내놓은 위트 있는 답변. “캐디까지 여섯 명이 한 숙소를 썼다. 나이절 에드워즈(영국 골프 대표팀 주장)는 코를 정말 시끄럽게 곤다.” ―프로 골퍼 폴 케이시(영국)가 ‘최고의 결정’이었다며 폭로한 선수촌 생활. 그는 빅토르 호블란(노르웨이)에게도 선수촌 생활을 강력하게 추천했고, 그의 말을 듣고 선수촌에 짐을 푼 호블란도 선수촌 생활을 즐겼다고. “싱가포르 시민권을 따는 데 얼마나 걸리나요?” ―싱가포르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게 100만 달러(약 11억4500만 원)의 포상금을 준다는 얘기에 조정 남자 싱글스컬 은메달리스트 셰틸 보르크(노르웨이)가 던진 농담. “부러졌더라도 상관없다. 정신은 살아 있고 이게 바로 올림픽이 있는 이유다. 내 부상이 잘 보여서 그렇지 다들 여기저기 멍들고 상처투성이다.” ―중국과의 조별리그 경기 중 코뼈가 부러졌던 미국 여자 수구 대표팀 주장 마거릿 스테픈스(28)가 부상에 대해 남긴 말. 미국 팀의 3연속 올림픽 금메달을 이끈 스테픈스는 여자 수구 올림픽 최다골(49골) 기록도 남겼다. “말이랑 하는 스피드 데이트라고 보면 된다.” ―처음 보는 말과 경기를 해야 하는 어려움에 대해 근대5종 여자 선수 마리나 캐리어(호주)가 남긴 말. 근대5종 승마는 대회 20분 전 무작위로 추첨된 말과 장애물 비월 경기를 펼쳐야 하는데 여자 경기에서 펜싱, 수영을 1위로 마친 아니카 슐로이(독일)가 말을 듣지 않는 말 때문에 최하위로 처져 눈물을 흘려 화제가 됐다. “문제는 우리 중에 누가 성별을 바꿔야 할지다.” ―요트 470급 남자 2인승에서 프레드리크 베리스트룀과 함께 은메달을 딴 안톤 달베리(이상 스웨덴)가 다음 올림픽부터 470급 남자 2인승이 사라지고 혼성경기로 바뀌는 것에 대해 던진 자조적 농담. “세계 모든 사람이 아는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다. 2024 파리 올림픽도 우승하고 싶다.” ―도쿄 올림픽에서 첫 정식 종목이 된 스케이트보드 여자 스트리트 부문에서 금메달을 딴 13세 소녀 니시야 모미지(일본)가 ‘다음 목표’를 묻는 질문에 밝힌 야심찬 포부.임보미 기자 bom@donga.com}

2024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8일 2020 도쿄 올림픽 폐막에 맞춰 공식 트위터에 ‘메르시 도쿄 2020!(도쿄 2020 감사합니다)’라는 제목의 일러스트를 공개했다. 도쿄타워를 중앙에 놓고 이번 올림픽에서 활약한 금메달리스트 11명이 남긴 인상적인 장면을 담았다. 그중 한국인들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은 선수는 포스터 왼쪽에 주먹을 불끈 쥐고 있는 안산(20·광주여대)의 모습이다. 안산은 양궁 혼성, 여자 단체, 여자 개인전 금메달을 쓸어 담으며 여름올림픽 한국 선수 첫 3관왕에 올랐다. 안산은 이 진기록을 자신의 올림픽 데뷔 무대에서 일궈 더 큰 주목을 받았다. 포스터 정중앙에는 수영 5관왕 케일럽 드레슬(미국)이 포효하고 있고, 맨 위에는 차기 개최국 프랑스 선수로 이번 대회 유도 혼성 단체전과 여자 63kg급에서 2관왕에 오른 클라리스 아그베녜누가 서 있다. 24시간 차이로 금메달을 따낸 일본 유도의 아베 남매(히후미, 우타) 모습도 담겼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올림픽 육상 종목 중 최장 거리, 최장 시간을 자랑하는 남자 50km 경보는 ‘가장 잔인한 종목’이라고 불린다. 올림픽 종목 중에서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리고, 가장 긴 거리를 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잔인함의 차원이 한 단계 올라갔다. 도쿄의 더위를 피해 경보, 마라톤 종목이 도쿄에서 800km 북쪽의 삿포로에서 열렸지만 이곳마저 폭염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더위를 최대한 피해보려 경기 시작 시간을 오전 5시 30분으로 앞당겼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경보 경기 시간을 소개하며 “오전 5시 30분 경기를 하려고 새벽에 일어나야 한다는 걸 생각해 보라”며 선수들의 끔찍한 고통에 공감했다. 우려 속 6일 새벽에 시작된 경기에서는 전혀 우승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던 다비트 토말라(32·폴란드)가 3시간50분08초로 깜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토말라는 원래 20km 경보 선수였는데 올해 50km로 종목을 바꿨다. 심지어 50km를 완주해본 게 올해 3월 대회가 처음이었다. 두 번째 50km 완주 경기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딴 그는 “미친 것 아니냐”며 놀라워했다. 이날 삿포로의 기온은 경기가 시작될 때 25도였지만 경기가 진행될수록 점점 올랐고 경기 후반부인 오전 10시경에는 31도가 넘었다. 습도 역시 79∼86%로 측정돼 선수들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더 높았다. 선수들은 마실 물을 몸에 뿌려 샤워를 하다시피하며 레이스를 이어갔다. 동메달을 딴 에번 던피(30·캐나다)는 “우리가 걷고 있는데 앞에 대형 스크린에 뜨는 온도가 점점 더 올라갔다. 정말 잔인했다”고 말했다. 무더위는 기록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이날 토말라의 1위 기록은 올해 이 종목 최고기록 톱 20에도 끼지 못하는 성적이다. 올해 이 종목 최고기록인 3시간38분42초 기록을 세웠던 마루오 사토시(30·일본)는 4시간6분44초에 그치며 32위에 머물렀다. 더욱이 이날 열린 50km 경보 경기는 역사상 마지막 올림픽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도 잔인했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50km 경보가 여성 경기에는 없다며 정식 종목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삿포로에서 높은 기온이 이어지자 조직위는 7일 열리는 여자 마라톤 출발 시간을 예정보다 한 시간 당긴 오전 6시로 옮긴다고 6일 발표했다. 8일 남자 마라톤 출발 시간(오전 7시)은 아직 변함이 없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미국의 케일럽 드레슬(25)은 지난달 26일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자유형 100m에서 올림픽 신기록으로 우승하며 차세대 수영 황제의 탄생을 알렸다. 첫 올림픽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따낸 그는 넓은 윙 스팬을 뽐내며 포효했는데 독수리, 악어, 흑곰, 성조기로 왼팔을 빈틈없이 채운 문신이 야성미를 더했다. 하지만 경기 직후 이어진 TV 인터뷰에서 미국 집에 모여 응원하던 가족들과 영상통화가 연결되자 키 193cm의 거구는 속절없이 눈물을 흘렸다. 부인 메건이 “너무 자랑스럽다”며 울먹이자 드레슬은 주체할 수 없이 흐느꼈고 “다들 정말 고맙다. 사랑한다”는 인사를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무관중으로 치르는 도쿄 올림픽은 외국인 관광객 입국 불허 정책으로 선수들이 가족들과 얼싸안고 메달의 감격을 나눌 기회를 앗아갔다. 하지만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만큼 애틋함은 더했다. 금메달을 확정지은 순간에 가족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세리머니를 선보인 로맨티시스트도 있다. 이탈리아의 마시모 스타노(31)는 5일 삿포로에서 열린 남자 20km 경보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엄지손가락을 빠는 특이한 행동을 보였다. 그는 “6개월 된 내 딸 소피, 그리고 아내 파티마를 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갖고 있던 세계신기록을 경신하며 투포환 금메달을 딴 라이언 크라우저(29·미국)는 성조기를 흔들며 준비한 A4 용지 한 장을 꺼냈다. 종이에는 ‘할아버지, 우리가 해냈어요. 2020 올림픽 챔피언’이라고 적혀 있었다. 청력을 잃은 할아버지와 평소 필담으로 대화를 나눴던 크라우저가 보낸 메시지였다. 암과 투병하던 할아버지는 크라우저가 도쿄행 비행기를 타기 하루 전 세상을 떠났다. 6·25전쟁 참전용사였던 할아버지는 대학 시절 창던지기 선수였고 크라우저에게 투포환을 가르쳐준 사람이었다. 육상 1500m의 제이크 와이트먼(27·영국)의 경우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그의 아버지인 제프 와이트먼이 그의 코치인 동시에 올림픽 육상 경기장 아나운서를 맡고 있다. 1500m 준결선 경기가 끝난 뒤 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경기한 소감을 묻자 “지겨워 죽겠다. 목소리를 너무 많이 들었다”는 ‘현실 아들’다운 답변을 했다. 다만 그는 이내 “아빠가 소개하는 결선 경기가 기대된다. 정말 특별할 것”이라고 진심을 전했다. 로맨티시스트들 사이에서 ‘현실 부부’의 모습으로 웃음을 준 이도 있다. 4회 연속 올림픽에 나선 카누 스프린트의 사울 크라비오토(37·스페인)는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냐는 질문에 “파리 올림픽이 3년밖에 안 남아서 코치들이 계속하라고 하는데 아내가 절대 안 된다고 한다”며 웃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미국의 케일럽 드레슬(25)은 지난달 26일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자유형 100m에서 올림픽 신기록으로 우승하며 차세대 수영황제의 탄생을 알렸다. 첫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을 따낸 그는 넓은 윙스팬을 뽐내며 포효했는데 독수리, 악어, 흑곰, 성조기로 왼팔을 빈틈없이 채운 문신이 야성미를 더했다. 하지만 경기 직후 이어진 TV 인터뷰에서 미국 집에 모여 응원하던 가족들과 영상통화가 연결되자 193cm의 거구는 속절없이 눈물을 흘렸다. 부인 매건이 “너무 자랑스럽다”며 울먹이자 드레셀은 주체할 수 없이 흐느꼈고 “다들 너무 고맙다. 사랑한다”는 인사를 전했다. 드레셀은 이후 인터뷰에서 “내가 평소에 눈물이 정말 많다. 감정을 통제해야 하기 때문에 평소에 전화도 매일 못했다”고 폭풍 오열의 배경을 설명했다. 평소 같았으면 세계 각국 선수들의 일가친척은 집이 아닌 경기장에서 목이 터져라 응원을 하고 함께 눈물을 흘렸을 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무관중으로 치르는 도쿄 올림픽에서는 볼 수 없어진 풍경이다. 운동선수에게 출전 자체가 영광으로 여겨지는 올림픽 무대는 선수와 가족 모두의 희생 없이 설 수 없는 무대이기에 이들이 느끼는 감정은 더욱 특별하다. 하지만 드레셀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새벽까지 모여 응원을 쏟는 가족의 애틋함은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금메달을 확정지은 순간 가족에게 사랑의 세리머니를 날린 로맨티스트도 있다. 이탈리아의 마씨모 스타노(31)는 5일 삿포로에서 열린 남자 20km 경보에서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엄지손가락을 빠는 특이한 퍼포먼스를 했다. 그는 “6개월 된 내 딸 소피, 그리고 아내 파티마를 향한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자신이 가지고 있던 세계신기록을 경신하며 투포환 금메달을 딴 라이언 크라우저(29·미국)도 성조기를 흔들며 미리 준비해온 A4용지를 하나 꺼냈다. 종이에는 ‘할아버지 우리가 해냈어요 2020 올림픽 챔피언’이라고 적혀있었다. 청력을 잃은 할아버지와 평소 필담으로 대화를 나눴던 크라우저가 보내는 마지막 메시지였다. 암투병을 하던 할아버지는 크라우저가 도쿄행 비행기를 타기 하루 전 세상을 떠났다. 한국전 참전용사였던 할아버지는 대학시절 창던지기 선수를 지냈고 크라우저에게 투포환을 가르쳐 준 사람이었다.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며 크라우저는 절친이었던 장대 높이뛰기 선수 샘 캔드릭스가 올림픽 직전 코로나19에 걸려 출전이 무산되자 자신도 언제 경기에 나가지 못하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렸다. 하지만 그는 ‘순간을 즐기라’던 할아버지를 떠올리며 할아버지를 향한 메시지를 적었고 결국 포디엄에서 이 종이를 꺼낼 수 있었다. 육상 1500m의 제이크 위트먼(27·영국)의 경우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아버지이자 코치인 거프 위트먼이 올림픽 육상 경기장 아나운서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예선 경기에서 아버지 목소리를 들으며 경기한 소감을 묻자 “지겨워 죽겠다. 목소리를 너무 많이 들었다”는 ‘현실아들’다운 답변을 한 그는 이내 “아빠가 소개하는 결선 경기가 기대된다. 정말 특별할 것”이라고 진심을 전했다. 이런 로맨티스트들 사이에서 ‘현실부부’의 모습으로 웃음을 준 이도 있다. 4회연속 올림픽에 나선 카누 스프린트의 사울 크라비오토(37·스페인)는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냐는 질문에 “파리 올림픽이 3년밖에 안 남아서 코치들이 계속하라고 하는데 부인이 절대 안된다고한다”며 웃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역도는 가장 소란스러운 종목 중 하나다. 바벨을 올릴 때면 선수들은 저마다의 독특한 함성을 내지르며 괴력을 발산한다. 테니스도 선수 괴성을 듣는 재미가 남다르다. 마리야 샤라포바의 돌고래 괴성, 라파엘 나달의 신음소리 등 공을 칠 때 자신의 리듬과 파워를 유지하기 위해 소리를 내며 힘을 짜낸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올림픽에 처음 채택된 스포츠 클라이밍 경기장의 소음도가 치솟고 있다. 세계선수권에서 5회 우승을 거둔 체코의 아담 온드라(28)는 실력만큼이나 로커 부럽지 않은 샤우팅으로 유명하다. 온드라는 자신의 고함에 대해 “나도 진짜 싫다. 전혀 좋아 보이지 않는다”면서 “집중하려고 하는 거다. 특정 동작을 할 때 소리를 지르면 100% 잘된다는 확신이 있다”고 해명(?)한다. 그는 특히 가능한 한 많은 고정 루트를 이용해 4.5m 경사면을 오르는 볼더링 종목 때 가장 큰 소리를 낸다. 볼더링은 클라이밍 종목 중에서도 돌출부나 홀드가 손가락으로 겨우 잡을 수 있을 만큼 작아 선수들이 가장 큰 육체적 고통을 겪는다. 이런 ‘샤우팅’의 힘은 과학적으로도 증명됐다. 2014년 국제운동과학저널에 게재된 연구에서 30명을 대상으로 소리를 낼 때와 소리 없이 숨만 뱉을 때의 악력을 측정한 결과 소리를 낼 때 악력 증가(25%)가 소리 없이 호흡만 했을 때의 악력 증가(11%)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2015년 후속 연구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멀리뛰기 거리를 비교했는데 소리를 지를 때 뛴 거리가 소리 없이 숨만 쉬었을 때보다 5% 길었다. 연구진은 소리를 지를 때 위급상황에서 신체 반응에 대처하는 교감신경계의 반응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정숙이 요구되는 종목도 있다. 양궁 안산(20·광주여대)은 3관왕을 확정한 개인전 결승 슛오프에서 10점을 쏠 때 ‘대충 쏘자’는 혼잣말로 스스로를 다독였다. 양궁 대표팀의 심리 전략을 지원한 김영숙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선임연구위원은 “기보배(2012 런던 올림픽 양궁 2관왕)가 5글자(‘바람도 내 편’)로 혼잣말을 했던 것처럼 짧은 문장을 여러 개 만들어 선수가 최종 선택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양궁 2관왕인 이은경 현대백화점 감독은 박사학위 논문 ‘엘리트 양궁 선수의 심리 기술 측정을 위한 척도 개발’에서 양궁 선수들의 ‘혼잣말 전략’이 불안 및 각성 조절, 심상 조절, 목표 설정, 자신감, 끈기 중 가장 높은 일관성을 보인 전략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다만 이번 올림픽 양궁 2관왕에 오른 김제덕(17·경북일고)은 양궁장에서 흔치 않은 ‘샤우팅’으로 주목받았다. 이에 대해 김 위원은 “팀에 집중하는 효과가 컸다. 오진혁 선수가 조용해서 걱정이 되긴 했는데 제덕이의 파이팅을 받아줘서 팀 분위기가 더 좋아졌다”고 평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이스라엘 체조에 최초 올림픽 금메달을 안긴 아르템 돌고피아트(24)가 귀국한 3일 벤 구리온 국제공항에는 그를 환영하는 인파가 몰렸다. 공항에는 이스라엘 국기가 휘날렸고 샴페인이 터졌다. 이스라엘 전통 유대교의 양뿔나팔까지 등장했다. ‘국민영웅’이 된 그는 금메달을 손에 들고 약혼녀 마리아 셰코비카스와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하지만 정작 돌고피아트는 이스라엘의 결혼법상 정통 ‘유대인’으로 인정받지 못해 자국 땅에서 약혼녀와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다는 사실이 논란이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이민 가정 출신인 돌고피아트는 유대인 할아버지를 둬 이스라엘 시민권을 얻었지만 어머니는 유대인이 아니다. 유대인 종교법인 ‘할라차’는 모계가 유대인이어야 유대인으로 인정한다. 종교인이 주제하지 않는 민간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이스라엘 결혼법상 그처럼 유대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자나 무신론자 혹은 서로 다른 종교를 갖은 자는 결혼식을 이스라엘 밖에서 올려야 한다. 돌고피아트의 어머니 안젤라 빌란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들의 훈련 일정상 그게 불가능하다며 “나는 손자를 보고싶다”고 결혼법 개정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영웅이 정작 자국에서 결혼식을 올릴 수 없다는 소식에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야이르 라피드 외교장관은 예루살렘 포스트에 “나라를 대표해 금메달을 딴 사람이 이스라엘 땅에서 결혼을 못한다는 것은 용납이 안 된다. 개혁을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통을 강조하는 유대교 정당인 샤스당의 야례 데리 의원은 “올림픽 메달이 그를 유대인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이 나라에서 결혼은 73년간 유대교법에 따라 이뤄졌다”고 맞섰다. 다만 돌고피아트에게 금메달 축하 전화를 했던 나프탈리 베네트 총리는 결혼법 개정에 대한 의견을 묻는 언론 질의에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현재 이스라엘에서 결혼법 때문에 결혼을 하지 못하는 커플들은 인근 사이프러스에서 결혼을 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펜데믹 기간 해외여행이 제한되자 이스라엘인들이 지난해부터 온라인 혼인을 운영한 미국의 유타카운티 홈페이지에서 줌으로 결혼식을 올리기도 했다.임보미기자 bom@donga.com}

눈뜨고 일어나면 또다시 새 역사가 튀어나오는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세계신기록을 경신하고도 은메달에 만족해야 하는 일이 이틀 연속 나왔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Greatest of All Time·GOAT)’ 경기로 여겨졌던 ‘번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은퇴)의 100m 세계신기록(9초58) 경기(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마저 위협할 정도다. 4일 2020 도쿄 올림픽 육상 여자 400m 허들에서는 시드니 매클로플린(22)과 다릴라 무함마드(31·이상 미국)가 세계 신기록을 동반 경신하며 금메달과 은메달을 나눠 가졌다. 전날 같은 종목 남자 경기에서 1, 2위가 동시에 세계신기록을 경신한 놀라운 광경이 그대로 재현된 것. 매클로플린은 이날 마지막 40m 구간에서 무함마드를 제치고 51초46으로 피니시를 끊었다. 자신이 보유했던 종전 세계기록(51초90)을 0.44초나 줄였다. 마지막 허들 전까지 1위였던 무함마드 역시 세계기록을 깨고도 0.08초 차로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각자의 성을 따 ‘M&M’으로 불리는 두 선수는 치열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매클로플린은 무함마드와의 경쟁 관계에 대해 “강철이 강철을 강하게 한다. 우리 둘은 서로 최선의 결과를 내도록 밀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무함마드도 “시드니가 뭔가 보여줄 것을 알았다. 그렇게 강한 선수랑 함께하는 무대를 망칠 수 없다는 압박감이 크다.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 시드니에게 경의를 보낸다”고 했다. 하루 전 남자 400m 허들에서도 라이 벤저민(미국)은 기존 세계신기록(46초70)을 0.5초 넘게 단축시키고도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바로 옆 레인에서 세계기록 보유자인 카르스텐 바르홀름(노르웨이)이 45초94로 ‘마의 46초’ 벽마저 무너뜨렸기 때문이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따라 무관중으로 치러지고 있는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팬들의 함성을 K팝이 대신하고 있다. 무관중 경기 덕(?)에 K팝 노랫소리도 더 또렷이 들린다. 처음엔 올림픽에서 K팝을 듣고 놀란 팬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내 가수’ 노래 인증을 이어가다 이젠 아예 ‘올림픽 K팝 플레이리스트’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K팝이 올림픽 경기장을 채우고 있다. 4일 여자 배구 8강 한국-터키전 역시 명승부만큼이나 경기 내내 이어진 K팝 메들리가 또다시 주목받았다. 마지막 4강 진출이 달린 5세트, 뒤처진 한국이 추격점을 올릴 때마다 트와이스의 ‘알코올프리’ 세븐틴의 ‘아주나이스’ 엑소의 ‘파워’ 같은 익숙한 멜로디가 선수들의 흥을 돋우는 듯했다. 올림픽 기간 동안 배구장에서는 이들 외에도 블랙핑크, 에이티즈, 스테이시, 스트레이키즈 등 각종 K팝 가수들의 노래가 메들리 수준으로 나와 화제가 됐다. 1일 여자 배구 한일전 때도 한국이 득점할 때마다 오마이걸의 ‘던 던 댄스’가 나왔고 팬들 역시 ‘일본이 숙명의 한일전에서도 K팝을 틀고 있다’며 태연의 ‘위켄드’, 엔하이픈의 ‘기븐-테이큰(Given-Taken)’, 에버글로우의 ‘던던(Dun Dun)’을 들었다는 SNS 인증을 이어갔다. 이미 빌보드 차트 1위를 휩쓴 방탄소년단(BTS)의 ‘다이너마이트’, ‘버터’ 등은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복싱 등 종목을 가리지 않고 나와 그 인기를 인증했다. 안산이 양궁 여자 개인전 금메달로 3관왕을 완성했을 때도 양궁장에는 BTS의 최신곡 ‘퍼미션 투 댄스’가 울려 퍼졌다. 특히 BTS의 팬덤 ‘아미(ARMY)’ 사이에서는 도쿄 올림픽 성화 최종 점화자로 전 세계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여자 테니스 스타 오사카 나오미(일본)의 연습장에서 BTS의 ‘드림글로우’가 나온 게 화제가 됐다. BTS의 대형 히트곡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노래였기 때문이다. 결국 아미들은 SNS를 추적해 오사카가 BTS의 ‘찐팬’(열성적인 팬)임을 찾아냈다. 올림픽조직위원회 내 종목별 스포츠프레젠테이션부(SPP)는 경기의 보는 재미, 선수들의 사기를 고려해 음악을 배치한다. 일부 선수들은 연맹 등을 통해 자신이 듣고 싶은 노래의 선곡을 부탁하기도 한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그의 이름이 호명되자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비롯해 각국 체조 관계자들이 기립 박수를 보냈다. 일주일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 ‘체조 여왕’ 시몬 바일스(24·미국)에게 보내는 환호였다. 바일스는 3일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체조 여자 평균대 결선에 나섰다. 지난달 27일 단체전 결선에서 기권을 발표한 지 정확히 일주일 만이었다. 그는 단체전을 포함해 5개 개인 전 종목(개인종합, 뜀틀, 이단평행봉, 마루, 평균대) 결선에 올라 있었다. 하지만 ‘트위스티스(twisties·공중에서 몸 틀기를 시도할 때 몸에 통제력을 잃어 부상을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이는 정신적 어려움)’를 호소하며 앞선 경기를 줄줄이 기권했다. 바일스의 상태를 살핀 미국체조협회는 결국 전날 오후에야 바일스가 마지막 일정인 평균대 경기에 출전한다고 발표했다. 결선에서 바일스는 자신의 이름을 딴 특유의 고난도 기술은 시도하지 않았다. 앞선 예선 때 몸을 비틀며 뒤로 2회전하는 난도 6.5의 기술을 펼쳤으나 이날은 비틀기 없이 12세 때나 하던 기술(뒤로 2회전 후 착지·난도 4.0)로 경기를 마쳤다. 연기를 마친 바일스는 안도의 미소를 짓고 자신의 가슴을 토닥인 뒤 코치에게 뛰어가 안겼다. 결과는 14.000점(기술점수 6.1점, 수행점수 7.9점). 평소 15점을 훌쩍 넘던 것에 비하면 한참 낮은 점수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자신을 괴롭혀온 두려움과 맞서 평균대 위에서 90초간 사투해 얻어낸 값진 결과였다. 경기 후 동료 선수들과 일일이 포옹을 나눈 바일스는 “올림픽에서 한 경기 더 출전할 수 있다는 게 나에게는 무엇과도 맞바꿀 수 없는 것이었다. 5년간 이곳에 오기 위해 그렇게 훈련했는데 아무것도 못 하고 갈 순 없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메달로 이번 대회를 단체전 은메달 1개, 개인전 동메달 1개로 마무리한 바일스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금메달 4개, 동메달 1개)때만큼 밝은 미소로 포디엄에 섰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3일 일본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육상 남자 400m 허들 경기에서는 1, 2위 선수가 모두 기존 세계기록을 경신했다. 노르웨이 카르스텐 바르홀름(26)이 자신이 갖고 있던 세계기록(46초70)을 1초 가까이 줄이며 45초94로 들어왔고, 2위 라이 벤저민(25·미국) 역시 46초17을 기록했다. ‘번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의 은퇴 이후 관심이 줄어들 것이라 우려되던 육상 종목이었지만 이 경기를 두고 기자회견장에서는 ‘볼트의 100m 경기를 누른 올림픽 역사상 최고의 경기’라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달 31일 여자 100m에서 10초61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운 일레인 톰프슨헤라(29·자메이카)는 세계기록과 0.12초 차로 근접한 기록을 세운 뒤 “세리머니만 안 했어도 더 빠르게 뛸 수 있었다”고 말했다. 1일에는 이탈리아의 라몬트 마르첼 제이컵스가 남자 100m에서 유럽 신기록(9초80)을 찍고 볼트의 후계자 자리를 꿰찼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대회 육상 트랙·필드 경기에서 각종 기록이 쏟아진 배경에 선수들이 서 있는 ‘트랙’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올림픽을 포함해 역대 12차례 올림픽 육상경기장 트랙을 디자인한 몬도사(이탈리아)는 도쿄 경기장 트랙 표면 연구에만 약 3년간 공을 들였다. 이 회사의 국제 매니저 안드레아 발라우리는 “여러 소재와 다양한 종류의 고무를 실험해보는 과정에서 선수들을 상대로 선호도를 조사했는데 피드백이 다 같았다. 바로 도쿄 올림픽스타디움 트랙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선수들의 피드백을 통해 충격 흡수와 에너지 유지가 ‘트램펄린’ 같은 트랙 표면을 완성시켰다”며 “선수들 경기력 향상에 1∼2%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자 400m 허들의 시드니 매크로플린도 “바운스를 느낄 수 있다. 선수들의 동작을 그냥 흡수하는 트랙도 있는데 이건 선수들의 바운스를 흡수해 다시 선수들에게 준다”고 말했다. 높이뛰기 우상혁 역시 1일 2m35로 한국신기록을 쓰며 한국 역대 육상 트랙·필드 올림픽 최고 성적(4위)을 기록한 뒤 “트랙을 작정하고 만든 것 같다. 어제 여자 100m도 그렇고 컨디션 좋은 사람이 금메달을 딴다. 다 트랙이 좋으니까 좋은 기록이 나오는 거다”라고 도쿄 스타디움의 트랙을 극찬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전광판에 찍힌 점수는 두 선수가 똑같았다. 1, 2차 시기 평균 14.783점. 2일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체조 남자 뜀틀 결선 경기가 모두 끝났을 때였다. 경기장이 잠시 술렁거렸으나 ‘비밀병기’ 신재환(23·제천시청)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신재환은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데니스 아블랴진(28)과 동률을 이뤘지만 1, 2차 시기 시도 점수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1위를 확정지었다. 처음 출전한 올림픽 무대에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서는 순간이었다. 지난달 24일 이번 대회 예선을 1위로 통과한 신재환의 상승세는 결선에서도 계속됐다. 요네쿠라 기술(난도 6.0점·공중에서 3바퀴 반을 비틀어 돈 뒤 착지)을 1차 시기에 성공하며 14.733점을 받았다. 2차 시기에서는 ‘여2’(난도 5.6점·뜀틀을 짚고 두 바퀴 반을 비틀며 900도 회전하는 기술)까지 성공시키며 1차 시기보다 높은 14.833점을 받았다. 신재환의 금메달은 1996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여홍철 경희대 교수가 만든 ‘여2’를 통해 완성됐다. 신재환이 시도한 여2 점수가 가장 높았기 때문에 성적 우세 판정을 받았다. 데니스의 최고 점수는 2차 시기의 14.800점이었다. 경기 후 신재환은 전날 여자 뜀틀에서 동메달을 거머쥔 여서정(19)의 응원을 소개했다. 그는 “서정이에게 ‘기를 달라’고 했다. 그러자 서정이가 ‘오빠 꼭 잘하라’면서 주먹으로 하이파이브를 해 줬다”며 웃었다. 신재환은 도쿄 올림픽 출전을 한 달가량 앞두고 “나 자신에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2018∼2020년 뜀틀 세계 랭킹 1위를 질주하던 그는 6월 국제체조연맹(FIG)이 개최한 카타르 도하 월드컵에서 5위로 부진하며 간신히 올림픽 출전권을 지켰다. 안일함에 빠져 지냈던 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통상 훈련 시 한 번 기술을 할 때마다 5분은 쉬어야 하지만 30초 만에 다시 뛰었다. 신재환은 “도하 월드컵 때 기술 착지에 실패하면서 내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던 게 초심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신재환은 충북 청주 율량초 5학년 때 한 학년 위의 형이 충북소년체육대회에서 체조로 상을 받는 걸 본 뒤 곧바로 체조부를 찾아간 게 체조와의 인연이 됐다. 어릴 때는 부상 부담이 컸다. 충북체고 시절엔 허리 디스크를 앓기도 했다. 너무 아파서 체조를 그만하겠다고 말했을 때 아버지 신창섭 씨는 “여기서 그만두면 호적에서 팔 거다. 그만두는 순간 너는 내 아들이 아니다”라고 꾸짖었다. 디스크가 터지고 허리에 철심을 박고서야 아들의 부상 사실을 알아차린 아버지는 미안함에 펑펑 울었다고 한다. 금메달을 딴 뒤 신재환은 “돌봐준 가족에게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버지 신 씨는 운동에 관심이 많았다. 과거에는 택견 도장을 운영했고, 지금은 헬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헬스장에서 가족과 함께 응원을 한 신 씨는 우승 장면에 감격스러워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로 헬스장 매출이 60% 넘게 줄었다. 많이 힘들었는데, 재환이 덕분에 내 인생도 다시 필 것 같다”고 말했다. 신재환의 롤모델이자 2012 런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양학선(29·수원시청)은 올림픽 출전 전부터 “(신)재환이가 연습하는 걸 보면 누구보다 정말 잘 준비해 왔다. 아직 20대라 훈련을 한 만큼 실력이 곧바로 늘고 있으니 부담 갖지 않고 자신 있게 하면 메달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점쳤다. 신재환은 관중석에서 목이 터져라 외치는 양학선의 응원을 받으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결선 동점 신재환… ‘최고점수’ 0.033점 앞서 金 뜀틀, 최고점수→수행점수 순 따져‘여2’ 만든 여홍철 “착지 깔끔했다” 금메달과 은메달이 0.033점 차이로 갈렸다. 신재환과 데니스 아블랴진(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은 2일 도쿄 올림픽 남자 뜀틀 결선에서 1, 2차 시기 평균 점수가 14.783점으로 똑같았다. 체조 경기에서 1, 2차 시기 평균을 낸 최종 점수가 같으면 ‘뜀틀을 제외한’ 모든 종목은 1, 2차 시기 중 수행점수(Execution)가 더 높은 선수가 승자가 된다. 그것도 같으면 난도(Difficulty)가 더 높은 선수가 이긴다. 그래도 우위를 가리지 못하면 공동우승이다. 뜀틀만큼은 동점이 나오면 먼저 1, 2차 시기 각각의 점수를 비교해 최고 점수 선수에게 우승이 돌아간다. 점수가 같으면 다른 종목들처럼 개별 시기 중 수행점수, 기술점수 순으로 우승자를 가린다. 최상위 점수를 비교한 첫 타이 브레이크 기준에서 신재환은 ‘여2’ 기술을 시도한 2차 시기 14.833점이 최고점이었다. 아블랴진의 최고 점수는 2차 시기에 기록한 14.800점. 여기서 승부가 갈리지 않았더라도 신재환의 최고 수행점수(2차 시기·9.233점)가 아블랴진의 최고 수행점수(2차 시기·9.200점)보다 높아 최종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신재환의 금메달은 2차 시기에서 ‘여2’를 큰 실수 없이 깔끔하게 성공시켰기 때문에 가능했다. ‘여2’는 여홍철 경희대 교수가 개발한 기술로 뜀틀을 짚고 두 바퀴 반을 비틀며 회전하는 기술이다. 여 교수는 이 기술을 앞세워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아경기 금메달과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을 땄다. 여 교수는 “스타트 점수는 차이가 나봤자 0.3∼0.4점이다. 결국 착지가 중요한데 신재환 선수의 여2 기술이 깔끔하게 나왔다”고 평가했다. 여 교수는 애틀랜타 올림픽 때 착지 실수를 요즘도 아쉬워하고 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전 뭐라고 불려도 상관없었는데….” 한국 남자 체조 사상 첫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아버지 여홍철 경희대 스포츠지도학과 교수(50)의 그늘 아래 살아온 소감에 대해 여서정(19·수원시청)은 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처럼 실제 큰 부담은 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전날 자신의 첫 올림픽, 결선이라는 큰 무대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 기술 ‘여서정’(난도 6.2)을 1차에 성공시킨 여서정은 1, 2차 시기 평균 14.733점으로 도쿄 올림픽 체조 여자 뜀틀 동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여자 체조 사상 첫 메달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여서정과 여 교수는 한국 스포츠 사상 최초의 부녀 올림픽 메달리스트도 됐다. “‘여서정 아빠’로 불리고 싶다”던 여 교수의 꿈도 이뤄졌다. 여서정은 “축하 연락을 정말 많이 받고 있어서 실감이 난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홀가분했다. (간밤에) 편히 잤다”며 말문을 열었다. 누구보다 기뻐했을 아버지와의 통화 내용도 공개했다. 그는 “아빠가 정말 잘했다고, 믿고 있었다고 말해줬다. 농담으로 2차 시기(실수한 부분)는 아빠와 거의 똑같았다고 해줬다”며 웃었다. 여 교수가 은메달을 딴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당시 상황을 설명한 것. 19세 나이에 한국 체조 역사를 다시 쓴 그의 시선은 어느새 더 큰 무대를 향하고 있었다. “처음 올림픽에 왔을 때는 메달보다는 (연마한) 기술을 성공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올림픽 메달을 땄으니 더 높은 목표를 잡고 열심히 훈련하겠다. 스타트 점수를 올릴 수 있게 기술, 자세 등을 보완하겠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답게 기자회견장에서도 당찬 모습으로 할 말은 다 했다. 주변에서는 ‘부녀 사이’에 관심이 많지만 여서정 본인은 “훈련할 때 힘들 때마다 아빠보다 엄마와 얘기를 많이 했다. 여기까지 믿고 지지해 줘서 감사드린다”며 ‘엄마의 노고’를 먼저 챙겼다. 여서정의 어머니는 1994 히로시마 아시아경기에서 아시아경기 최초로 체조 단체전 동메달을 획득한 대표팀 멤버인 김채은 씨(48)다. 전날 자신의 우상인 아이돌 그룹 워너원 박지훈으로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축하를 전해 받은 여서정은 “저를 알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축하를 받아서 정말 좋았다”며 메달을 딴 순간처럼 활짝 웃었다. 가족 식사 메뉴도 이미 정해졌다. 서울에서 딸 경기 해설을 맡았던 여 교수는 “딸에게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아직 메뉴는 못 정했다”고 말했다. 여서정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아빠의 고민을 해결해준 듯했다. “한국에 가서 떡볶이를 먹기로 했다.”도쿄=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지난달 31일 도쿄 올림픽 배드민턴 남자 복식 결승에서는 대만의 이양-왕지린조가 중국의 류이천-리준쥔후이 조를 2-0으로 완파하고 우승했다. 이후 이양은 페이스북에 “메달을 나의 조국 대만에 바친다”는 글을 올렸고 차이잉원 대만 총통도 “우리나라의 첫 번째 배드민턴 금메달”이라며 축하했다. 그러자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는 “네 유니폼에 ‘중화대만(Chinese Taipei)’라고 쓰여 있어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는 것”이라며 대만의 자치를 주장하는 선수들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뉴욕타임스는 “웨이보에서는 대만의 배드민턴 우승을 불쾌해 하는 반응을 포함해 아예 대만의 금메달이 중국에 속하는 것이라는 언급들이 등장했고 대만의 독립을 주장하는 선수들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이는 ‘하나의 중국’을 주창하는 중국이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대만을 독립적인 국가로 인정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중국과 갈등을 이어오던 대만은 1981년부터 중화대만의 이름으로 올림픽에 나서고 있다. 대만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도 시상식장에는 대만의 중화민국기(청천백일만지홍기)가 아닌 중화올림픽위원회기(매화기에 오륜기를 그려 넣은 모양)가 올라가고 경기장에는 국가가 아닌 중화올림픽위원회회가 나온다. 한편 지난달 27일 배드민턴 여자복식 김소영-공희용 조와 조별리그 3차전에서 중국 선수 청친천이 경기 중 욕설을 큰 소리로 뱉는 영상이 퍼져 논란이 됐다. 이후 청친천은 자신의 웨이보에 “오해하게 해서 죄송하다. 이기기 위해서 격려를 했을 뿐인데 발음이 잘 안 됐다”고 사과했다. 팬들은 해당 비속어와 비슷한 발음인 ‘와치아웃(watch out)’ 이나 이탈리아어 인사 ‘챠오(ciao)’로 들렸다며 청친천을 옹호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성공만 하면 메달권이다.” 여서정(19·수원시청)이 3년 전 자신의 이름을 건 ‘여서정’ 기술(난도 6.2)을 처음 시도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듣던 소리다. 결국 여서정은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이 기술을 완벽히 성공시키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자 체조 사상 첫 올림픽 메달로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아버지 여홍철 경희대 교수(50)에 이은 한국 첫 부녀(父女)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탄생했다. 여서정은 1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기계체조 뜀틀 결선에서 5번째 순서로 나섰다. 여유 있는 미소를 지은 뒤 힘차게 도약해 1차 시기부터 ‘여서정’ 기술을 시도했다. 착지에서 짧게 두 발이 밀리긴 했지만 감점 없는 거의 완벽한 연기였다. ‘여서정’ 기술은 뜀틀을 짚고 두 바퀴 몸을 비틀며 회전(720도 회전)하는 기술이다. 여기에서 반 바퀴만 회전을 더 하면 아버지인 여 교수가 올림픽 메달을 딴 기술인 ‘여2’(뜀틀을 짚고 두 바퀴 반을 비틀며 회전하는 기술·900도 회전)가 된다. 여서정이 1차 시기에서 15.333점(기술점수 6.2, 수행점수 9.133)을 기록하며 이날 출전한 전체 선수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자 주변이 술렁거렸다. 전광판에 1위를 제칠 수 있는 타깃 포인트 기록이 14.833으로 찍혔다. 2차 시기에 신청한 기술은 난도 5.4로 평소 거의 실수 없이 수월하게 해냈던 것이라 금메달까지 바라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여서정은 착지에서 세 발을 물러나 14.133점(기술점수 5.4, 수행점수 8.733)을 기록해 평균 14.733점으로 브라질의 헤베카 안드라지(15.083점), 미국의 미케일라 스키너(14.916점)에 이은 3위를 확정지었다. 여서정은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며 가수 아이유의 ‘아이와 나의 바다’라는 노래를 많이 들었다. 여서정은 “여기 오기까지 너무 힘든 시간을 버텨서 ‘그렇게 오랜 시간 내가 되려고 아팠던 걸까’라는 가사가 많이 와닿았다”고 말했다. 체조 선수였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영향으로 9세에 체조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올림픽을 꿈꿨던 소녀는 그렇게 한국 여자 체조 최초의 메달을 수줍게 목에 걸었다. 올림픽 메달을 따게 된다면 “침대에 누웠을 때 바로 보이는 천장에 대롱대롱 달아놓고 잘 때, 일어날 때 매번 볼 것”이라던 그는 이제 매일 메달을 보며 잠들고 메달을 보며 눈을 뜨는, 꿈에 그리던 행복을 누릴 수 있게 됐다. 물론 딸의 바람만 이뤄진 것은 아니다. 여 교수 역시 “딸이 더 유명해져서 내가 ‘서정이 아빠’로 불리고 싶다”던 바람을 이루게 됐다. 이제 여서정의 시선은 아버지를 넘어 그리고 다음 올림픽과 신기술에 향해 있다. 여서정은 “아빠가 먼저 체조를 시작했으니 아빠의 그늘에 가려져 있지 않았나 싶다”며 “아빠를 이겨보고 싶다”고 말했다. 2024년 파리 올림픽 때 금메달을 목에 걸면 아버지를 이기게 된다는 뜻이다. 서울에서 방송 해설을 하며 딸의 경기를 지켜본 여 교수는 “뜀틀은 4초 안에 끝난다. 1년에 1초씩 준비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선수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다”며 “(딸을 다시 만나면) 꼭 안아주겠다. 서정이가 원하는 맛있는 음식 먹으러 가고 싶다. 딸이 이젠 나를 넘어서고 싶다고 했다는데 당연히 그래야 한다”며 자랑스러워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