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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당국이 가습기 살균제 사용을 중단하도록 다시 한번 강력히 권고했다. 동물에게 실험했더니 임산부가 숨졌을 때처럼 허파꽈리(폐포)를 딱딱하게 만든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는 9월 28일~10월 26일 독성·안전성평가 연구기관인 안전성평가연구소(KIT)에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하는 가습기 살균제 흡입실험을 의뢰했다. KIT는 실험용 쥐를 4개 집단(각 20마리씩)으로 나눈 뒤 3개 집단은 각각 가습기 살균제 제품 1종류씩, 나머지 1개 집단은 증류수를 들여 마시도록 했다. 하루 6시간씩 흡입하고 한달이 지난 지난달 27일 1차 부검을 실시했다. 그 결과 가습기 살균제 흡입 집단 가운데 2개 집단의 쥐에서 폐포가 딱딱해지는 폐섬유화 증상이 확인됐다. 3개 제품 중 2개 제품이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보건당국은 다음주 중 조직검사 결과가 나오면 전문가 검토를 거친 뒤 가습기 살균제의 위해 여부를 결론지을 방침이다. 제품안전기본법에 따라 강제 수거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시중에 유통된 가습기 살균제는 모두 13개 제품. 나머지 10개 제품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흡입실험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가습기 살균제에 포함된 성분을 분석하고 있다. 앞서 보건당국은 4~5월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던 임산부 중에서 5명이 폐질환으로 숨지자 역학조사를 벌인 뒤 가습기 살균제 사용을 자제하도록 권유했었다. 전병율 질병관리본부장은 "가습기 살균제를 의약외품으로 지정하는 내용의 고시를 이달 중에 개정하겠다. 가습기 살균제 외에도 생활용품 전반의 위해성을 평가하고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총리실에 TF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는 가습기는 세척제 없이도 깨끗이 씻기만 하면 위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1주일에 한 번 부드러운 솔을 이용해 중성세제로 구석구석 씻어주면 좋다. 물통에 5분의 1 정도 물을 넣고 충분히 흔들어 안을 씻은 뒤 매일 물을 갈아주는 식이다. 가습기 살균제 업체들은 동물실험 결과 발표가 성급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A기업 관계자는 "이번 동물실험이 평소 사용 환경보다 흡입량이나 흡입시간이 과도하다"며 "보건당국은 역학조사 결과와 동물실험 과정 모두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동물실험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동아일보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과 함께 1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100인 복지포럼 제2회 세미나’를 열었다. ‘글로벌 재정위기 시대, 새로운 복지의 길을 묻다’를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 복지 전문가들은 “경제위기를 맞아 한국복지제도를 고치고 우선순위를 다시 결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저소득층이 체감할 수 있도록 복지제도를 효율적으로 바꾸고, 경제를 살리면서 일자리를 만드는 복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김성식 정책위 부의장, 민주당 주승용 정책위 수석부의장도 토론자로 나서 복지전문가들과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행사에는 손건익 보건복지부 차관과 김용하 보사연 원장 등 복지전문가와 시민 150여 명이 참석했다. 》○ 경제를 살리는 복지 (강석훈 교수)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가 저성장으로 갈 것이란 예측이 많다. 중국 역시 성장률이 떨어지고 한국도 성장률이 정체돼 있다. 한국은 전체 인구 대비 노인빈곤율이 45.1%로 선진국 평균 14.6%보다 크게 높다. 고령화와 노인 빈곤 문제가 앞으로 큰 문제가 될 것이다. 한국의 임금격차는 이스라엘 미국 다음으로 심하다.한국도 2003년부터 복지 지출을 크게 늘렸지만 사회보험 사각지대가 매우 넓다. 경제 불안정 요소가 많아지면서 복합 리스크가 커졌다. 경제나 복지 한 가지 정책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지금까지는 ‘무조건 복지를 늘려라’ ‘경제가 이런 상태인데 어떻게 늘리느냐’는 식의 주장 일색이었다.경제와 복지의 적정 조합을 찾는 것이 과제다. 무조건 복지재원만 늘려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일자리를 통해 지속가능한 복지체계를 구축하는 일이 시급해졌다. 총선이나 대선 등 정치적인 목적으로 몇 조 원씩 쓰겠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것은 큰 문제다. 요즘은 누가 길거리에서 많이 외치느냐에 따라 우선순위가 정해지는 듯하다. 하지만 근로능력이 없는 사람에 대한 기초적인 생활보장이 최우선으로 추진돼야 한다. 또 사회보험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 일자리를 만드는 복지 (이철선 위원)국민의 14.6%인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함에 따라 2018년엔 약 165만 명의 경제활동인구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노인부양 부담은 늘어 국가재정 지출이 늘어날 것이다.은퇴 세대는 가진 돈은 없는데 30년은 더 살아야 하기 때문에 삶의 질이 매우 떨어지게 된다. 정부 각 부처가 다양한 고용정책을 실행하고 있지만 컨트롤타워의 부재로 걸핏하면 사업이 중복된다.기업에서의 정년 연장이 지난해부터 이슈가 됐지만 법제화에 실패했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지만 중소기업에선 미흡한 상황이다. 기업들이 고령자를 위해 일자리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고령친화산업을 육성해 복지를 확충하는 방안을 모색할 때다.이러한 산업을 키우면 복지도 숨통이 트일 것이다. 더구나 고령친화산업은 전형적인 내수산업으로 외부의 영향을 덜 받는다. 고용을 늘리는 기업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청년과 고령자가 같이 일할 수 있는 사업을 늘리고 임금체계도 고쳤으면 한다.○ 복지제도의 효율화 (강혜규 실장)지금까지 새 제도를 도입하는 데 급급했다면 앞으로는 이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가 중요해졌다. 서비스 품질과 이용자 체감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한정된 재원을 제대로 분배하려면 복지전달 체계의 개선이 시급하다. 사회복지서비스는 공급과잉 상태다. 보육시설은 최근 10년 새 두 배, 노인장기요양시설은 3년 새 여섯 배 늘었다. 사회복지서비스 부문 예산은 복지부 전체 예산의 21.9%를 차지하고 있다.보육시설 3만4428곳 가운데 39.6%가 지도점검에서 지적사항을 통보받았다. 이런 시설에선 질 낮은 일자리만 창출되고 있다. 시설종사자의 월평균 임금은 164만8000원으로 전산업 평균의 61% 수준이다. 정부 돈을 부정하게 받는 시설에 대한 처벌과 규제도 필요하다. 또 소비자의 실질적 선택이 가능하도록 ‘시장형’ 시설로 바뀌어야 한다.정리=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이진한 기자 likeday@donga.com ▼ 패널 토론 ▼“스웨덴 모델 도입? 합의 이끌 정치력이 관건”금융위기에 이어 재정위기다. 세계 경제가 흔들리는 지금, 한국 복지는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경제 성장의 과실로 복지가 확대된 선진국 선례를 본다면 한국 복지는 어려운 상황임이 분명하다. 이날 토론자들은 복지정책 없는 경제정책이나 경제정책 없는 복지정책, 그 어느 하나만으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데 동의했다.○ 경제와 복지가 함께 지속 가능하려면윤홍식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는 스웨덴 모델을 언급하며 정부 역할을 강조했다. 1920, 30년대 대공황 당시 세금을 늘려 복지를 늘리는 집권 사민당의 정책은 좌우파로부터 모두 비판을 받았지만 현재는 재정건전성, 소득균형, 경제성장 세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것.스웨덴 모델과 비교할 때 한국은 복지 재원 자체가 부족하다. 윤 교수는 “지출할 곳이 많은데 세금이 적은 게 한국 재정의 문제다. 조세저항을 극복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정치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숙희 한양사이버대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복지 재원이 한정돼 있다면 사각지대부터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고용보험은 비정규직과 영세자영업자가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사업주는 가입하지 않음으로써 보험료 부담을 덜고, 근로자는 그만큼 월급으로 더 받기 때문에 가입률이 낮은 것. 자영업자는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는 있지만 실업급여는 받을 수 없다. 최 교수는 “고용보험료 감면을 통해 이들이 생애 위기를 대비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고용과 복지 연계하려면고용과 복지가 선순환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윤 교수는 “좋은 일자리와 관련해 미국은 절반, 스웨덴은 90% 정도를 정부가 만들었다”며 공공부문의 일자리 확대를 주장했다. 반면 이준영 서울시립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정부의 일자리 사업은 비정규직이나 단기 인턴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대신 이 교수는 네덜란드나 스웨덴처럼 좋은 일자리를 나누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다만 시간제근무(파트타임 잡)가 고용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 역시 사회적 기업을 예로 들며 정부의 개입에 우려를 표시했다. 사회적 기업이 고용과 복지를 연계한 모델로 떠올라 정부가 적극 육성했지만 자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정부보다 민간이 주도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인 기본소득 보장 필요해노인 일자리 창출만으로는 노인 빈곤 해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성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노인 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최고인데, 노후소득이 보장되지 않아 이미 고용률도 높다”고 말했다. 기초노령연금, 국민연금 등 기본적인 소득이 우선적으로 보장되면 내수도 활성화할 것이라고 최 위원은 말했다. 가족복지를 강화하자는 목소리도 높았다. 최 위원은 “스웨덴은 가족수당이 관대해 사회 서비스가 확대되고 여성의 경제참여율이 80%를 웃돌게 됐다”고 말했다. 국가가 돌봄을 책임지면서 복지 확충과 경제성장이 동시에 가능했다는 것이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토론 나선 與野 정책위 부의장 ‘보편복지 공감, 방법론 이견’ ▼세미나에 참여한 여야 의원 모두 ‘보편적 복지’가 한국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재원조달이나 우선순위 등 구체적 방법론에서는 확연한 견해차를 보였다.김성식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은 “한국은 공공사회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보다 낮은 편인데, (시민들의) 다양한 사회적 욕구를 포퓰리즘이라며 비판함으로써 소통에 실패한 점은 인정한다”며 “적절한 수준의 복지 확대는 필요하다”고 밝혔다. 주승용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서 무상급식을 선두로 보편적 복지시대가 열렸다”며 “‘3+1’(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반값등록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복지 지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세금을 더 걷어야 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지만, 증세 속도에는 이견이 있었다. 김 의원은 “사회문화적 타협 수준이나 조세부담률을 볼 때 고부담 고복지 구조로 가기는 쉽지 않다”며 “1%포인트 올리는 데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다. 시급한 복지 분야부터 조금씩 확대해 나가자는 것이다.반면 주 의원은 “‘내가 세금 내고, 나도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의식이 자리 잡으면 조세저항은 줄어들 수 있다”고 반박했다. 내가 내는 돈으로 가난한 일부 계층만 혜택을 본다고 생각하면 당연히 세금이 아깝다고 생각하지만, 나도 어려울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조세저항이 적어진다는 주장이다. 주 의원은 “현재 19.3%인 조세부담률을 참여정부 말기 수준인 21%대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복지 지출 우선순위도 달랐다. 김 의원은 “사회안전망이 부족한 만큼 저소득 자영업자나 현재 고용보험에서 제외되고 있는 비정규직이 사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일자리를 통한 지속가능한 복지’를 주장했다. 반면 주 의원은 “있는 재원으로 찔끔찔끔 지원할 것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보육, 교육, 주거, 일자리 문제에 적극 재원을 투입해 저출산, 저성장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 토론참석 전문가 ::▽ 사회정무권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한국사회정책학회 회장)▽ 토론 패널윤홍식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최성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준영 서울시립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최숙희 한양사이버대 실버산업학과 교수}

혈액투석을 하는 병·의원 4곳 중 1곳만이 인력과 장비, 운영 상태 모두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혈액투석을 하기 위해 인공신장실을 운영하는 전국 610개 의료기관의 평가 결과를 1일 발표했다. 평가대상은 상급종합병원 44곳, 종합병원 168곳, 병원 88곳, 의원 310곳이다. 평가항목은 △혈액투석 전문 의사 비율 △의사(또는 간호사) 1인당 하루평균 투석 횟수 △응급장비 보유 여부 △혈액투석용수 수질 등 치료환경 부문과, △혈액투석 적절도 △혈관 협착 여부 △정기검사 여부 등 11개 의료서비스 부문이다. 평가 결과 모두 양호한 1등급을 받은 의료기관은 145곳(23.8%)에 그쳤다. 병원 규모별로 보면 상급종합병원 22곳, 종합병원 49곳, 병원 5곳, 의원 69곳이었다. 2등급 의료기관은 195곳, 3등급은 155곳이었다. 개선이 필요한 4등급(68곳)과 낙제점을 받은 5등급(47곳)은 전체의 19%였다. 5등급을 받은 의료기관 가운데는 종합병원도 5개나 포함됐다. 2년 전 같은 조사에서 5등급을 받았던 24개 의료기관 가운데 11개 기관이 이번에도 같은 등급을 받았다. 병원이 개선 작업을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의사가 하루평균 22.7회, 간호사가 4.5회 투석을 했다. 전문가 단체가 정한 1일 최대 투석횟수(의사 50회, 간호사 6.5회)를 넘지 않아, 평균적으로는 합격점이었다. 그러나 의사 투석기준을 넘긴 의료기관은 22곳(간호사 45곳)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 2곳은 의사 1인당 투석횟수가 100회를 넘었다. 지난해 혈액투석 환자는 5만8232명. 5년 전인 2006년보다 31.9% 늘었다. 총진료비도 1조3643억 원으로 60.7% 증가했다. 혈액투석기를 보유한 의료기관도 545곳에서 710곳으로, 투석기는 1만410대에서 1만4804대로 늘었다. 심평원은 평가 결과를 홈페이지(www.hira.or.kr)에 공개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67개 소속단체 회원 4000명이 모인 가운데 제47회 전국여성대회를 개최한다. ‘새로운 대한민국, 여성의 힘으로’라는 주제 아래 내년 선거를 앞두고 여성의 정치 참여 50% 달성 등 여성발전을 위한 공약을 수립하도록 촉구할 예정이다. 김활란 여성지도자상 시상식이 이날 함께 열린다. 양성평등 실현을 위해 헌신한 공로로 이배용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64)이 받는다. 올해의 여성상은 송명순 육군준장(53), 올해의 여성 1호상은 유중근 대한적십자사 총재(67), 우수지방자치단체장상은 염홍철 대전시장(67)과 강운태 광주시장(63)이 수상한다.}
특허가 끝나고 1년이 지난 약품의 가격을 53.55% 낮추는 조치를 내년 1월 7500개 품목에 대해 시행하기로 정부가 확정했다. 8월 정부 발표보다 대상 품목이 1200개 줄어든 대신 리베이트 처벌 수위는 높아진다.보건복지부는 약가제도 개편 및 제약산업 선진화 방안의 세부고시를 마련해 31일 입안예고했다. 이 고시는 3개월의 경과 기간을 거쳐 내년 4월 실시된다. 평균 인하율은 14%다.8월 복지부는 약가 인하 조치를 의약품 8700개(전체의 62%)에 적용해 2조1000억 원의 약값을 절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날 대상 품목을 7500개(전체의 53%)로 줄였다. 이에 따라 약값 절감비용도 1조7000억 원으로, 약 4000억 원이 줄어들게 됐다.나머지는 당초 발표와 다르지 않다. 신약과 복제약을 구분하지 않고 일괄 인하한다. 특허기간이 끝나고 1년 동안은 제약산업 보호를 위해 신약은 종전의 70%, 복제약은 59.5% 선에서 약가를 결정한다. 다만 한 개 품목만 건강보험에 등재된 단독 등재 의약품과 진료에 필요한 기본적인 의약품인 필수의약품 등 가격 인하 대상에서 제외한 의약품을 3600개에서 4700개로 늘렸다.일각에서는 복지부가 제약업계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한발 물러섰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리베이트 처벌 수위를 높여 ‘건전한 제약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반응이다.우선 의료계 약계 제약계 대표가 참여한 협의체를 구성해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보건의료계 대협약(MOU)’을 연말까지 체결할 방침이다. 제약업계의 자정 선언을 유도하고 자체감시체계도 마련한다. 그 대신 의약품 대금 지급을 최대 23개월까지 미루는 관행을 개선하고 수가를 현실화해 나가기로 했다. 그러나 자정 선언 이후에 리베이트가 적발되면 곧바로 해당 의약품을 건강보험 급여 목록에서 삭제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이와 함께 정부는 중장기 약가 제도도 만들 계획이다. 임채민 복지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장관이 바뀔 때마다, 상황이 달라질 때마다 약가 정책이 여러 가지 이름으로 등장하는 일은 없도록 할 것이다. 적어도 5∼10년간 지속되는 약가 책정 모델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제약업계는 정부의 고시안이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반발하며 일시적 생산 중단과 함께 정부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을 검토하고 있다.한국제약협회 소속 주요 제약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은 하루 전인 30일 긴급회동을 갖고 “전체 제약사들이 감내할 수 있는 선은 1조 원 이내다. 2조 원이 넘는 매출 감소는 생존에 치명적”이라며 “그런데도 최근 복지부와 가진 워크숍에서 제약업계 요구사항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조만간 발효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제약업계가 이중의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미 FTA 조항에 포함된 ‘허가-특허 연계제’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특허권을 강화해 국내 제약사들에 불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약협회는 이날 성명서에서 “안으로는 대폭적 약가 인하를 통해 국내 제약산업 기반을 무너뜨리고, 밖으로는 한미 FTA로 토종 제약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성토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장애아 엄마로 산다는 건 큰 괴로움이다. 몸이 고달파서가 아니다. 아픈 아이가 나의 배 속에서 나왔기에 죄책감을 떨칠 수 없어서다. 경북 김천에서 올라와 경기 부천시 부천재활요양병원(전 꾸러기병원)에 입원 중인 정현 정민(6)이 쌍둥이 자매의 엄마 이주연 씨(34)도 그랬다. 단 하루도 ‘모두 내 탓’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회사를 다니던 중에 임신했어요. 쌍둥이란 말에 더 열심히 일했어요. 둘을 키우려면 돈이 두 배로 들 것 같아서요. 지금은 임신 막바지까지 동동거리고 일한 거나 빨리 재활치료를 받지 않은 것 모두 후회스럽기만 하네요.” 정현이 1.01kg, 정민이 970g. 쌍둥이 자매는 미숙아로 태어나 인큐베이터에서 99일간 지냈다. 겨우 2kg이 된 아이 둘을 안고 병원을 나서면서 이 씨는 기뻐서 울었다. 잘 버텨주어서, 살아주어서 고맙다고. 》처음에는 쌍둥이가 장애인 줄도 몰랐다. 우유 한 통 먹이는 데 한 시간이 걸리는 두 아이. 작게 태어난 만큼 속도가 느린 거라 생각했다. 크면서 나아질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상한 점만 늘었다.다른 아이들은 뛰기 시작할 때, 정현이는 걷기 위해 발걸음만 떼면 넘어졌다. 정민이는 제대로 앉지도 못했다. 17개월이 됐을 무렵 대구의 큰 병원에 갔다. 뇌성마비 진단을 받았다.“뇌성마비라고요?”처음에는 슬프지도 않았다. 이게 무슨 병일까,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그저 어리둥절했다. 엄마에게 안기거나 유모차를 타고 다니니까 아픈 아이라는 실감도 나지 않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우리 아이가 장애인이 되는 거구나.’“금방 낫는 병이 아니라는 것, 평생 장애인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 모두 인정하고 싶지 않았어요.”양가 어른들은 쌍둥이만 보면 눈물부터 흘렸다. ‘아이가 이상하다’ 싶으면서도 끝내 병원 가란 말을 꺼내지 못한 어른들이었다. 쌍둥이는 아무것도 모르고 해맑게 웃기만 했다. 이 씨는 마음을 다잡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정현 정민이 옆에는 엄마인 자기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 씨는 씩씩해질 수밖에 없었다.“정현 정민이 장애인 맞아요. 그래도 다른 아이들보다는 낫다니까요. 걱정하지 마세요.” 조곤조곤 말하던 이 씨의 목소리가 젖어들었다. 가끔은 엄마도 위로받고 싶다면서.두 돌이 된 다음 날 대전의 재활병원에 입원했다. 진단을 받은 뒤 꼬박 8개월 만이다. 이처럼 치료가 늦어진 건 차례가 밀려 있었기 때문이다. 벌써 4년째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부천재활요양병원에는 9월에 입원했다. 대기 반 년 만에 차례가 돌아왔다. 재활 치료 때문에 경북 상주에서 대구, 대전을 거쳐 부천까지 온 셈이다. 이 병원도 11월까지만 입원할 수 있다. 그 후 입원을 신청한 병원에서는 아직 연락이 오지 않았다. 이 씨의 고민이 깊다.오전 7시, 어김없이 눈을 떴다. 치료 일정이 꽉 차 있는 쌍둥이를 7시 반에 깨웠다. 세수하고 밥 먹이고 나면 8시 반. 대근육을 발달시키는 물리치료와 소근육을 발달시키는 작업치료를 연달아 받았다.입원하기 전 오른쪽 발을 끌고 다니던 정민이는 7월 다리뼈를 교정하는 수술을 받았다. 그 때문에 똑바로 걷기 위한 연습을 열심히 해야 하는데, 힘들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 씨는 정현이보다 몸이 더 불편한 정민이의 치료 과정을 일일이 따라다녔다.잠깐의 휴식이 끝나고 오전 11시 반, 자전거와 승마기구 치료를 받았다. 다리 근력을 키워주는 치료다. 지나가던 사람이 고개를 돌려 ‘이상하다’는 시선으로 아이를 보지 않을 정도로 제대로 걸을 수 있기를 엄마는 소망했다.물리치료 한 차례 더 받고 나면 점심시간. 미역국 계란장조림 시래기무침 김치. 두 아이 식사가 나오자 엄마까지 셋이 오순도순 나눠 먹었다. 오후에도 언어치료 작업치료 물리치료가 차례로 이어졌다. 정민이가 가장 힘들어하는 건 아델리치료. 코르셋처럼 몸에 딱 맞는 ‘아델리슈트’를 입고 걷기 운동을 했다. 몸이 균형감각을 유지하며 흔들리지 않도록 자세를 잡아주는 치료다.“힘들다고 하지 않던 정민이가 ‘숨을 못 쉬겠어, 엄마 얼른 퇴원하자’ 그래요.”그래도 언니처럼 걷고 싶다면서 참아냈다. 쌍둥이지만 걷기가 수월한 언니 정현이가 휠체어도 가져오며 동생 정민이를 보살폈다.오늘 치료가 끝났다. 밥도 먹고 놀기도 하면서 잠을 잘 준비를 시작했다. 때로는 5분 거리에 있는 마트에 다녀오기도 한다. 온종일 병실에 갇혀 ‘감옥살이’를 하는 젊은 엄마 이 씨에게 유일한 외출시간이다. 쌍둥이가 바람도 쐬고 잘 걷는지 확인할 수도 있다. 먹고 싶은 게 많은 아이들 간식을 사기도 한다.오후 10시경 쌍둥이가 잠이 들었다. 온전히 이 씨 혼자만의 시간이다. 몸이 천근만근 무겁지만 눈은 말똥말똥, 잠은 오지 않는다. ‘다음은 어느 병원으로 가야 하나.’ 벌써 네 번째 병원이다. 아이들이 학교 가기 전에 제대로 치료를 받고 싶은데…. 병원조차 마음껏 다닐 수 없는 현실이 원망스럽다. 잠을 청하다 일어나 빨래를 하고 엄마들끼리 하소연도 한다. 12시가 넘어서야 다시 잠을 청해본다.3주 전 아빠가 입원 한 달 반 만에 병원에 왔다. 집 근처 병원에 입원했을 때는 자주 오던 다정한 아빠였다. 그러나 경북 김천에서 경기 부천까지 생계를 팽개치고 오가기는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해체되는 장애아 가정도 많다. 엄마와 장애 아이가 병원에 입원하면 아빠나 다른 가족과는 떨어져 살 수밖에 없다.다행히 치료비 부담은 덜하다. 장애아가 두 명이라 의료급여 지원을 받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나이에 따라 매달 80만∼160만 원의 병원비를 내야 한다. 이 씨는 언어치료 미술치료 같은 비급여 진료비만 내고 있다.“쌍둥이가 아프니까 하루 종일 같이 있어요. 안 그랬으면 돈 벌러 나갔을 걸요. 하나만 아팠다면 하나는 다른 사람 손에 맡겨야 했을 거고요. 지금은 이렇게 살갑게 모여 지내요. 아니었다면 아이 어린시절을 오롯이 함께 보내는 기쁨을 모르지 않았을까 싶네요.”인터뷰 내내 어렵게 질문을 이어가던 기자에게 이 씨가 한 말이다. 어려운 현실에도 포기하지 않고 엄마가 두 아이와 함께 찾아낸 보물. 그것은 바로 ‘행복’이었다.▼ “우리 병원마저 재활치료 접으면 아이들 갈 곳 없어요” ▼지난해 19세 이하 장애인은 모두 10만 명. 그러나 어린이재활병원은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민간병원들은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며 기피하는 진료 분야이기 때문이다.2008년 경기 부천시에 어린이재활병원인 꾸러기병원을 연 정순탁 원장(39·사진). 처음에는 소아병상만 100병상을 운영했다. 1년 뒤부터 성인병상을 늘리기 시작해 지금은 성인병상(120병상)이 소아병상(80병상)보다 많다. 올해 6월 아예 부천재활요양병원으로 이름도 바꿨다. 성인환자를 더 많이 받기 위해서다.“기본적으로는 건강보험 수가의 문제죠. 소아환자가 많을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니까요.”소아환자는 아직 관절 척추가 유연해 통증이 적다. 물리치료보다 운동치료에 시간을 쏟는다. 성인보다 치료사는 더 필요하고 의료기기는 덜 사용한다. 병원으로서는 수입은 그대로인데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 수가는 성인과 소아가 같다.외래 진료를 받으면 하루 한 번만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다. 만약 운동치료와 작업치료를 한꺼번에 받고 싶다면 입원을 해야 한다. 문제는 입원병상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 운동치료실, 작업치료실은 공간이 넉넉해야 한다. 이 공간을 모두 마련하려면 병원 측의 경제적 부담이 커진다.재활치료는 근육과 뼈가 굳지 않은 7, 8세 이전에 집중적으로 받아야 한다. 그러나 어린이재활병원이 부족해 정현 정민 자매처럼 병원을 찾아 전국을 떠도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부천재활요양병원만 해도 낮 병동(하루 6시간 이상 치료를 받으면 입원으로 인정하는 제도)은 7개월, 입원 병동은 3개월가량 기다려야 한다. 현재 30명의 아이가 대기하고 있다. 정 원장은 “우리 병원이 소아재활을 접는다고 하면 아이들이 당장 갈 곳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대학병원은 기다리는 환자가 더 많다. 자칫 치료시기를 놓칠 수도 있고, 치료환경도 썩 좋지 않다. 운동장같이 넓은 대학병원에서 주차하고 장애아를 업고 다니며 2, 3분 진료받는 일 자체가 버겁다. 꾸준히 치료를 받으려면 집 가까운 곳에 병원이 있는 것이 좋다.정 원장은 “대학병원에서는 아이가 이상하다, 검사해 보니 뇌성마비다, 이런 이야기를 5분 안에 모두 들어야 한다. 엄마와 아이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이야기인데 그렇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장애 진단을 내릴 때도 부모가 받아들일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두려고 한다.재활병원은 어떻게 해야 늘어날까. 정 원장은 “수가를 올리는 것이 시급하지만 당장 어렵다면 바우처 지원이라도 제대로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언어나 미술치료 등을 받을 수 있는 장애치료 바우처가 지급되고는 있지만 기간도 짧고 지자체별로 들쑥날쑥하다는 것.그에게 병상 수를 줄여가면서도 소아재활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장애아 치료도 보람이 크지만 사실 엄마 때문이기도 합니다. 병원 문을 열었을 당시 병실마다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세상에 어머니를 보내셨다고 합니다. 오늘 하루도 어머님들의 노고에 격려를 보냅니다’란 글귀를 붙여두었습니다. 꿋꿋한 엄마들을 보며 받은 감동이 소아재활을 포기하지 못하게 하는 힘입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6·25 전사자 보상금이 5000원이었던 사실이 밝혀져 국가유공자 홀대 논란이 빚어진 가운데 일부 생존 국가유공자에게 병의원 진료비 76억 원을 환수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26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민은 의무적으로 건강보험에 가입해야 하지만 국가유공자와 가족은 관련법에 따라 건강보험과 국비지원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국비지원을 선택하면 전국 6곳의 보훈병원과 310곳의 위탁 병의원을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나머지 병의원을 이용할 땐 건보공단 부담금까지 본인이 다 내야 한다.2002년 국가유공자 137만2000명 중 82.5%인 113만2000명은 건강보험을 선택했고, 17.5%인 24만 명은 국비지원을 택했다. 그러나 국비지원을 택한 이들 가운데 3만227명은 여전히 국가 지정 병원이 아닌 민간 병원을 이용했고, 2002∼2010년 건보공단이 부담한 진료비가 76억 원으로 집계된 것이다. 건보공단이 환수하려고 나선다면 1인당 평균 25만1858원을 물어내야 한다.최모 씨(63·서울 강동구)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 최 씨는 2006년 건강보험에서 탈퇴했지만 그 후로도 3년간 대학병원에서 말기콩팥병 치료를 받았다. 건보공단이 6178만 원에 달하는 진료비를 부담했다. 최 씨는 소득이 없는 상태다. 치매 치료를 받는 김모 씨(86·울산)도 2004∼2007년 일반 병원을 이용해 건보공단이 1000만 원을 부담했다. 김 씨는 2007년부터는 의료급여 수급권자가 됐다.국가유공자들이 민간 병의원을 선호하는 이유는 이용할 수 있는 병의원의 수가 적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보훈병원은 9월 문을 연 중앙보훈병원과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에 1곳씩 모두 6곳뿐이다. 위탁지정병원은 국공립 의료원을 비롯해 310곳이라지만 병의원이 전국에 3만 개가 넘는 것에 비하면 1%에 불과하다. 국비지원으로 무상진료를 받는 대신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진료비 환수 사실을 통보하기로 결정한 건보공단은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공단 관계자는 “건강보험 재정의 손실을 막고 다른 가입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환수하기는 해야 한다”면서도 “소득이 없는 고령 노인들이라 환수할 재산도 없고, 사정도 딱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환수 조치 대상 국가유공자 1만여 명(유가족 제외) 가운데 60대 이상은 80%에 달한다.일부에서는 이런 상황을 낳은 원인부터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진료비 환수를 하기 전에 보훈병원의 진료 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것. 유영옥 한국보훈학회장(경기대 국제관계학과 교수)은 “보훈병원의 수를 늘리고 질을 높여 국가유공자가 제대로 진료받을 수 있었다면 생기지 않았을 문제다”라며 “미국의 보훈병원은 171곳으로, 대통령과 부통령이 이용할 정도로 환경이 좋다”고 말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올해 한국인 평균수명은 남성이 77.3세, 여성이 84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보다 남성은 0.9세, 여성은 1.1세 수명이 늘었다. 유엔인구기금이 25일 발표한 ‘2011년 세계인구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평균수명은 남성 68.1세, 여성은 72.3세였다. 한국은 세계 평균보다 남성은 9.2년, 여성은 11.7년 더 사는 ‘장수 국가’인 셈이다. 반면 북한의 평균수명은 남성 65.9세, 여성 72.1세로 세계 평균에 못 미쳤다. 지난해 보고서에서는 한국 남성의 평균수명이 76.4세, 여성이 82.9세였다. 불과 1년 새 남성은 0.9세, 여성은 1.1세 늘어난 것이다. 저출산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한국 합계출산율은 1.4명으로 전 세계 평균 합계출산율(2.5명)보다 1.1명 적었다. 아이를 적게 낳는 선진국의 평균인 1.7명보다도 적다. 한국은 182개국 중에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1.1명), 오스트리아 포르투갈(1.3명)에 이어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았다. 다만 지난해(1.24명)보다는 개선됐다. 매년 발표되는 ‘세계인구현황보고서’의 평균수명과 합계출산율은 유엔인구기금이 5년간 평균을 바탕으로 자체 추정한 것이며 통계청 수치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한편 조만간 세계인구가 70억 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총인구는 69억7400만 명으로 2010년(69억870만 명)에 비해 6530만 명이 늘었다. 중국이 13억 4760만 명으로 단연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4840만 명으로 25위, 북한은 2450만 명으로 49위를 기록했다. 남북인구를 합하면 7290만 명으로 19위 수준이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김민찬 군(11)은 뇌성마비와 청각장애를 가진 중증 장애아다. 태어나자마자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뇌수종까지 생겼다. 총 16차례나 수술을 받았지만 후유증은 컸다. 청력과 한쪽 시력을 잃었고 얼굴 근육도 마비됐다.초등학교를 다닐 나이. 그러나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모든 게 엄마 문경애 씨(46)의 몫이다. 4남매의 아빠인 가수 션이 17일 문 씨를 도와 민찬이의 ‘1일 아빠’를 자처했다. 동아일보-푸르메재단의 어린이재활병원 모금 캠페인 ‘기적을 부탁해’를 알리기 위해서다.17일 오후 2시. 서울 강북구 수유동 까리타스 어린이집 앞. 마땅히 다닐 곳이 없어 민찬이가 머무는 곳이다. 민찬이는 여기서 가장 큰 형이다. 션이 민찬이를 맞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선생님과 함께 민찬이가 계단을 내려왔다. 션이 다가섰다.“민찬이, 안녕. 오늘은 아저씨가 아빠야.”션은 민찬이를 번쩍 안아 차에 태웠다. 차에 부딪히지 않도록 머리를 감싼 뒤 엉덩이부터 차에 태우는 손길이 능숙했다. 이어 서울 성동구 성동장애인복지관으로 이동했다.“엄마가 안아 옮기기에는 벅찰 것 같아요.”(션)“아기일 때는 괜찮았는데 이제는 34kg이나 돼요.”(문 씨)“동생이 있다면서요.”(션)“아침 9시에 동생부터 어린이집에 맡겨요.”(문 씨)동생 성환 군(6) 이야기를 하는 엄마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성환이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서다. 성환이는 세 살까지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더 자라면 형을 낯설어 할까 봐 네 살 때 집으로 데리고 왔다. 성환이는 민찬이를 꼭 ‘형님’이라고 부른다. 장애아를 형제로 둔 아이는 일찍 철이 든다.“어느 날 성환이가 너무 가여워서 민찬이를 할머니 집에 맡기고 놀이공원에 놀러가자고 했어요. 그랬더니 안 된대요. 형님하고 같이 가야 된대요. 지금도 성환이가 다섯 살이나 많은 형의 기저귀나 붕대 심부름을 도맡아 해요.”(문 씨)문 씨의 하루는 오롯이 민찬이의 치료 일정으로 꽉 차 있다. 매일 장애인복지관 2, 3곳을 돌며 1시간 반씩 치료를 받는다. 한곳에서 한꺼번에 치료를 받으려면 재활병원에 입원해야 하는데 엄두가 나지 않아 포기했다. 1, 2년씩 대기해야 하는 데다 입원하면 온 가족이 생이별을 하기 때문이다. 결국 몇 년째 대기시간이 짧고 6만∼9만 원으로 저렴한 프로그램을 찾아 매일 장애인복지관 뺑뺑이를 돌고 있다.성동장애인복지관으로 가는 내내 민찬이는 차에 머리를 박거나 몸을 비틀었다. 그렇게 40분 걸려 오후 3시 복지관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기 직전 주사에 들어있던 빨간 약을 입 안으로 흘려 넣어줬다. 간질 발작을 막아주는 약이다. 뇌수종을 앓은 민찬이는 뇌압이 올라가면 발작이 온다.손으로 뜯어내 버린 인공 와우도 반창고로 귀에 붙였다. 그래야 ‘웅웅’거리는 소리나마 희미하게 들을 수 있다. 한쪽 눈에 항생제를 바르고 붕대로 덮어줬다. 눈을 감을 수 없다 보니 먼지에 그대로 노출돼 감염이 쉽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차에서 내리는 데만 챙겨야 할 일이 하나둘이 아니다. 민찬이를 차에서 내리던 션이 “엄마가 직접 운전까지 하시면서 데리고 다니신대요. 여럿이 도와도 힘이 드는데…”라며 나직하게 말했다. ▼ “아이 나아지는데 대기자 많다고 치료 중단” ▼민찬이는 복지관 앞 청계천을 걸었다. 션이 민찬이의 허리를 잡아주자 한 걸음씩 내디뎠다. 휘청거렸다. 느릿느릿 5, 6걸음을 걷더니 그대로 주저앉으려 했다.“민찬아, 안 돼. 기다려. 똑바로 서 있는 거야. 그래 그렇게.”(문 씨)누군가가 잡아줘야 하지만, 자꾸만 몸이 오른쪽으로 기울지만, 그래도 걷는다. 아무도 걸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치료사 박현정 씨가 “한 손으로 턱을, 한 손으로 배를 잡고, 배를 살짝 쳐주면 허리가 곧게 펴진다”고 알려줬다.“발을 디뎌야지. 하나, 둘. 잘하고 있어.”(션)30분간 걸었으나 민찬이가 왕복한 거리는 50m 남짓이다. 결국 민찬이는 털썩 주저앉는다. 햇살을 보면서 자꾸만 ‘하하’ 웃는다. “앉으니까 편한가 보네”라며 션도 민찬이를 마주 보고 ‘허허’ 웃는다.“그런데 이런 노력도 물거품이 될 수 있어요. 30세 된 장애아들을 둔 어머니가 어느 순간 갈 곳이 없어 집 안에 갇혀 지낸대요.”(문 씨)수술비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도 크다. 수술비는 매번 수천만 원이 들었다. 간호사였던 엄마는 아이를 돌보느라 일을 그만뒀다. 차상위계층 의료급여 대상자가 됐다. 매일 10차례 넘게 가는 붕대며 기저귀 값도 만만찮다.오후 4시 10분, 걷기 운동을 끝내고 서울 강동구 서울종합장애인복지관으로 향했다. 또다시 40분이 넘게 걸렸다. 민찬이의 키에 맞춘 ‘후방지지 워커’가 완성됐다기에 찾으러 가는 길. 걷기를 돕는 지지대다.“민찬아, 꽝 하면 뒤로 움직였다 앞으로 가는 거야.” “어머니, 보셨어요? 부딪힐 거 같으니 미리 피했어요.” 워커를 잡은 민찬이를 조마조마하며 따라가던 션이 외쳤다.션이 장애인 재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교통사고로 전신 화상을 입은 이지선 씨와 만난 뒤부터다.“저도 중학교 때 크게 화상을 입은 적이 있거든요. 학교 대청소를 하던 중 쓰레기를 태우다가 원인 모를 폭발이 일어났어요. ‘누구든지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걸 절실히 느꼈죠. 빨리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게 됐고요.”(션)“재활 치료를 신청하려면 새벽부터 줄서기는 기본이에요. 차례가 되더라도 대기자가 많아 최대 2년까지만 다닐 수 있어요. 아이가 좋아지려는데 기간이 끝났다고 하면 얼마나 속상한지 몰라요.”(문 씨)민찬이가 힘이 들었는지 또 걸음을 멈추고 주저앉았다. 그만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부모는 아이가 웃어 주고 말을 시작하는 모든 단계마다 새록새록 행복한 건데, 이런 기약이 없다면 정말 힘들지 않을까. 그냥 엄마는 위대하다는 생각이 드네요.”(션)연예인이라서 보여주는 나눔인 줄 알았는데, 이날 션은 진심으로 민찬이를 돌봤다. 나눔이 몸에 밴 사람이랄까. “받는 사람이 행복한 일이라 생각하니 어려운 거예요. 근데 주는 사람이 더 행복하더라고요.”민찬이를 차에 태우며 인사를 나눴다. “병원 세워지면 거기서 꼭 보자.” 션의 말에 민찬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머니, 민찬이가 알아들었나 봐요.”션과 헤어져 귀갓길. 집에서도 엄마의 일과는 끝나지 않았다. 민찬이를 씻기고 밥을 먹이고 재운 다음부터 동생 성환이를 돌본다. 아이들을 재운 뒤에는 치료 받을 곳이 없는지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한다. 11년간 하루 3, 4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다.그런 엄마의 바람은 하나다. 누워만 있던 아이가 걷는 모습을 보니 자꾸 욕심이 생긴다면서. 어린이재활병원이 생겨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좋은 치료를 받아 한쪽 눈이라도 잘 보였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사람들이 우리 민찬이를 피해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푸르메 어린이재활병원(가칭)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센터(DMC) 인근에 들어선다. 서울 마포구청이 터(3215m²)를 무상으로 제공했고 푸르메재단이 320억 원을 모금해 병원을 짓는다.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로 내년 5월 착공해 2014년 5월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이 병원은 지적장애 뇌성마비장애 지체장애를 가진 어린이와 청소년을 진료한다. 진료인원은 하루 500명, 연간 15만 명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에서 어린이 재활을 돕는 병원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어린이 환자가 많을수록 적자가 커지게 돼 있는 건강보험 수가구조 탓에 민간병원들이 기피하고 있기 때문.올 7, 8월 푸르메재단이 서울지역 장애아동과 청소년 34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치료 대기시간이 평균 14개월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4년이 걸린 사례도 있었다.재활병원 안에는 장애청소년의 사회 적응을 돕는 직업재활센터도 함께 건립한다. 여기서는 장애 종류에 따라 맞춤형 직업교육을 실시한다. 기업들과 연계해 작업장도 만든다. 재활과 양육을 함께 하는 어린이집과 문화체육시설도 들어선다. 설계와 시공은 재능 기부로 이뤄진다. 건축사무소 ‘간삼파트너스’가 설계를, 건축관리업체 ‘한미글로벌’은 시공관리를 맡았다. 나머지 건축비 250억 원, 의료장비 50억 원, 시설기자재비 20억 원 등 320억 원은 모금을 통해 마련한다. 의료장비나 건축자재를 직접 기부받을 수도 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보건복지부가 5월부터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양전자단층촬영(PET) 장치 등 영상장비의 수가를 인하했지만, 병원들이 다시 올려 받을 수 있게 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김홍도)는 21일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을 비롯한 45개 병원이 영상장비 건강보험 수가를 내리도록 만든 고시를 취소하라며 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법령상 복지부가 영상장비 수가가 포함된 상대가치점수를 직권으로 조정하려면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의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절차를 거치지 않아 위법하다”고 말했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도 받아들이면서 2심 선고가 나오기 전까지 수가 인하의 효력이 정지돼 환자들은 전과 같은 수준으로 부담해야 한다. 판결문이 송달되는 22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예를 들어 뇌 CT 수가가 8만1150원에서 9만5160원으로 오르면서 환자 본인부담금(60%)도 4만8690원에서 5만7096원으로 1만 원 정도 늘어난다. 허리 MRI 촬영의 경우 수가가 15만7660원에서 22만4410원으로 올라 환자 본인부담금(60%)은 9만4596원에서 13만4646원이 된다. 다만 5월 이전의 진료에 대해 소급 적용하지는 않는다. 물론 영상장비 진료비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사례가 더 많아 실제 환자부담은 이보다 높다. 병원별로 또 촬영부위별로 CT는 20만∼50만 원, MRI는 30만∼70만 원, PET는 80만∼130만 원이다. 이번 판결로 건강보험 재정절감 계획에 차질이 예상된다. 복지부는 5월부터 CT는 14.7%, MRI는 29.7%, PET는 16.2%를 인하하면서 건강보험 재정이 연간 1291억 원, 환자 부담이 387억 원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복지부가 절차상의 문제로 소송에서 패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의료행위전문평가위를 거치지 않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결정한 정책이 수십 건에 이르므로 소송이 잇따를 가능성도 있다. 최희주 건강보험정책관은 “2001년 이후 수가를 조정(대부분 인상)할 경우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를 거치지 않았다.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병원협회 이상석 상근부회장은 “영상수가 인하 과정에서 절차적인 문제가 있었고, 수가 인하 근거가 희박했던 점을 법원에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환영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한국이 자궁과 유방을 잘라내는 수술 건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6일 발간한 ‘2009 환자조사 심층분석’에 따르면 2009년 국내 자궁절제 수술 건수는 인구 10만 명당 430.7건으로 OECD 1위였다. OECD 평균 수술 건수(115.6건)의 3.73배였다. 2위인 룩셈부르크는 263.8건이었다. 자궁절제 수술률이 가장 낮은 국가는 칠레로 26.2건에 그쳤다. 국내 유방절제 수술 건수도 10만 명당 102.6건으로 가장 많았다. 한국은 OECD 가입국 중 유일하게 100건을 넘어섰다. 핀란드가 99.5건으로 그 뒤를 이었으며 멕시코는 13.8건을 기록해 수술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OECD 평균 수술 건수는 58.6건으로 한국의 절반 수준이었다. 한국의 수술 건수는 많았지만 자궁·유방 신생물(양성 악성 등 새로 생기는 이상 조직)로 퇴원한 건수는 비슷했다. 이는 국내 환자가 특별히 많지 않다는 뜻이다. 결국 한국은 자궁·유방 질환자에 비해 절제술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한국이 유독 자궁과 유방의 절제 수술이 많은 이유에 대해 의료소비자연대 관계자는 “의사들이 자궁과 유방에 조금만 이상이 생겨도 쉽게 들어내는 등 여성 보호에 대한 인식이 낮다”고 지적했다. 수술 비용이 적어 약물보다 수술을 선호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임순 순천향대 산부인과 교수는 “수술 비용이 적은 데다 환자들이 장기간 병의 경과를 지켜보기보다 수술처럼 빠른 치료법을 선호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대전을지대병원 의사는 ‘교수’ 신분을 유지하지만 서울을지병원 의사는 ‘과장’으로 호칭이 바뀔 수 있다. 대법원은 13일 ‘을지대 의대 협력병원 의사는 의대 교수로 인정할 수 없다’는 2007년 8월 교육과학기술부의 시정명령에 대해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3년간 소송 끝에 패소함에 따라 을지병원의 전임교원 100여 명은 교수 지위를 잃게 될 처지가 됐다. 비단 을지병원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을지병원처럼 협력병원을 두고 있는 병원은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가천의대 길병원, CHA의과대 강남차병원, 관동대 의대 제일병원, 한림대 의대 강동성심병원 등 모두 7곳. 여기서 일하는 전문의 1600명도 같은 처지가 될 수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대법원이 교과부의 손을 들어준 것은 을지병원 전문의가 교육이나 임상연구보다 외래 진료에 치중하고 있고, 외래진료에서 급여를 받는 영리행위를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을지학원이 불법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을지병원에서 일하는 전임교원 100여 명을 겸임교원으로 전환하거나, 을지병원을 학교법인 소속으로 전환해야 한다. 다른 협력병원은 교과부의 조치를 좀 더 지켜보고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교과부가 모든 협력병원에 같은 기준을 적용할 것인지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각각 400명 이상의 협력병원 전임교원이 있는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들은 “먼저 교과부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한다. 재단도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다른 협력병원 관계자는 “의사 1600명의 교수 지위를 박탈하면 줄 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 보완책이 나오지 않겠느냐”며 낙관론을 펴고 있다. 의사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일단 사학연금을 받을 수 없는 데다 교수 지위를 인정받지 못 하면 학회 활동도 제약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사립학교 교원은 사학연금 수혜자가 될 수 있고 국가에서 건강보험료를 보조받는다. 교과부는 사립의대 교원이 의대 부속병원이 아닌 협력병원에서 겸직할 수 있도록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지만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강의시간이나 전임교원 수 등 전임교원의 자격을 시행령으로 만들 것으로 보인다. 의료법인을 학교법인으로 전환한 사례도 있다. 순천향대병원은 협력병원으로 있던 천안순천향병원과 구미순천향병원을 2008년 학교법인으로 전환했다. 순천향대는 당시 의료법인 소속 교수 190명에게 퇴직금을 수백억 원 지불하면서 교수들의 불안정한 신분 문제를 해결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국토해양부 △항만개발과장 이철조 △부산지방해양항만청 항만정비〃 김성환 ◇국민연금공단 △업무이사 김민수 △기획조정실장 이종신 ◇동아방송예술대 △부총장 한종범 ◇세계일보 ▽기획조정실 △재경팀장 김도영 △인사관리팀장 김원택}

“인천 송도에 영리병원 생기는 것 아시죠? 거기서 일할 수 있습니다.” 헝가리 의대로 유학 갈 학생을 모집한다는 E유학컨설팅사에 전화를 걸었을 때 돌아온 답이다. 최근 이런 상술이 부쩍 기승을 부리고 있다. 외국에서 간호사 자격증을 딸 수 있는 간호대학을 알선하는 U사, 체코 의대 유학생을 모집하는 B사 등 많은 유학컨설팅사가 영리병원을 내세워 유학생을 모집하고 있다. 정부가 관련법의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제정 및 개정해서라도 경제자유구역에 영리병원을 세우겠다고 12일 발표했으니 이런 업체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사는 이달 안에 헝가리 의대 설명회를 두 차례 연다. E사 상담원은 “외국 의사면허가 국내에서도 인정되기 때문에 현지 의대를 나와도 바로 국내 병원에서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상담원은 “용지가 확보됐기 때문에 송도 영리병원이 곧 건립될 것”이라며 “국내 경제자유구역 6곳에 외국 병원들이 앞다퉈 들어오면 한국인 의사 수요가 많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이 말이 사실일까. 사실 E사가 모집 중인 것은 헝가리 의대 입학이 아닌 예비과정(Pre-med)이다. 4개월에 980만 원, 6개월에 1280만 원의 학비가 든다. 생활비는 별도다. 이 과정을 끝내면 의대시험을 봐야 한다. 6년을 배워야 의사면허 시험을 볼 수 있다. 의대 진학이 국내보다 수월하다고 쳐도 의사가 되기까지 밟는 과정은 국내와 비슷한 것이다. 영리병원 취업도 장담할 수 없다. 우선, 병원이 들어서지 않았다. 법적 뒷받침이 돼도 병원이 건립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병원이 들어선 후에는 채용이 확 늘어날까. 현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ISIH 컨소시엄은 병원 규모를 600병상 정도로 잡고 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싼 병원비를 전액 자비로 낼 수 있는 고소득자 외에는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저런 사정을 모두 따져 보면 영리병원이 한국인 의사를 많이 채용할 것이란 업체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갓 졸업한 의대생에게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국내 진출에 실패하면 헝가리에서 의사가 되는 것은 어떨까. 헝가리에서는 시민권이 없으면 의사 개업을 할 수 없다. 이래저래 학생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외국 의사면허에 도전하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다만 과대 광고에 현혹돼 괜히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학생이 있을까 봐 걱정이다.우경임 교육복지부 woohaha@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