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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세계무역기구(WTO)를 밧줄로 묶었다.’ 이달부터 WTO의 분쟁 해결 절차가 사실상 중단되는 것을 두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은 이렇게 지적했다. 지난달 WTO 상소기구의 슈리 바부 체키탄 세르반싱 위원(모리셔스)의 임기가 끝났지만 미국이 신규 위원 선임을 반대하면서 상소기구 위원 7명 중 4명이 공석이 됐기 때문이다. 상소기구 판결은 사건마다 인적 구성을 달리한 3명의 위원이 돌아가면서 맡도록 돼 있기 때문에 핵심 기능이 마비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세 철폐를 주창하며 1995년 출범한 WTO가 처한 현 상황이 글로벌 통상질서가 자유무역에서 관리무역으로 변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진단한다.○ 거세지는 미국의 통상압력과 확산되는 갈등 미국발(發) 통상압력은 세계 각국을 동시 다발적으로 겨냥하고 있다. 올 2월 미국이 수입 철강 제품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한 이후 각국이 대응책을 내놓는 과정에서 갈등은 점점 확산되고 있다. 미국으로 수출되던 철강 물량이 다른 나라로 향하면서 각국은 잇달아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를 검토하거나 실시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미국의 조치 직후 세이프가드 조사를 개시해 7월부터 잠정 조치를 발동했다. 캐나다, 인도, 터키,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등도 철강에 관한 세이프가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WTO는 각국이 특정 상품 수입 급증 등으로 자국 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수입 제한 등 세이프가드를 취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다자-자유무역’에서 ‘양자-관리무역’으로 미국은 WTO뿐만 아니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다자 체제에 대한 불신을 잇달아 드러내며 다자 체제 대신 양자협상을 통한 자국 이익 챙기기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자국 우선주의는 이제 더 이상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만의 주장이 아니다. 미중 무역전쟁의 당사자인 중국뿐 아니라 독일 일본 등 강대국과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들이 통상 이익을 ‘관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례로 ‘보이지 않는 관세’로 불리는 기술규제(TBT)가 전 세계적으로 늘고 있다. 기술규제는 각국 정부가 기술표준이나 안전기준 등 국내 규제를 통해 해외 제품이 국내에 들어오기 어렵도록 하는 것을 뜻한다. 국가기술표준원에 따르면 WTO 회원국이 기술규제를 실시하겠다고 WTO에 알린 건수는 지난해 2585건으로 역대 최고치였다. 외국의 기술규제가 자국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이의를 제기하는 ‘특정무역현안’도 17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 가운데 약 60%는 WTO에 알리지 않은 채 실시된 ‘숨은 규제’였다. 이에 대해 선진국은 신흥국이 시장 개방 시기를 늦추면서 기술 유출, 지식재산권 침해 등 부당한 방법으로 이득을 챙기려 한다고 본다. 반면 신흥국은 선진국들이 세계화와 자유무역의 과실을 챙기기만 하고 기술 이전 등으로 개도국에 이를 나눠 주지 않으려 한다고 비판한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1980년대 후반부터 지속돼온 세계화와 자유무역 기조가 본격적인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통상 분야는 평시체제에서 전시체제로 바뀌었다. 자유무역시대가 가고 관리무역시대가 온 것이다.” 올해 1월 이후 9개월 동안 진행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한국 측 대표로 협상을 총괄해온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금 통상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는 변화는 국지적인 파도가 아니고 광범위한 조류”라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 주력 산업을 업그레이드하는 것만이 변화의 격랑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2007년 노무현 정부 당시 진행된 한미 FTA 협상에서도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참여하는 등 FTA와 인연이 깊은 김 본부장을 3일 만나 이번 협상 타결의 의의와 한국을 둘러싼 국제통상질서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 ―이번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시작할 당시 미국 측의 요구사항이 상당히 많았다고 들었다. “초기에는 미국 측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바에는 차라리 한미 FTA를 깨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강하게 나갔다. 지난해 9월 4일경 미국으로부터 한미 FTA 폐기 통보가 올지도 모른다는 각오를 했는데 협상을 시작하자는 연락이 왔다. 그래서 협상이라는 것은 항상 끝까지, 벼랑 끝까지 가봐야 하는 것이다.” ―협상 안건에 대해서는 어떤 전략으로 나갔나. “소규모의 실행 가능한 안건만 협상 테이블에 올렸다. 미국에서 의회 비준 절차 없이 할 수 있는 것으로 안건을 압축했다. 나중에 미국이 요청한 내용을 보니 우리의 레드라인(농축수산물 분야는 재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지킬 수 있을 것 같아서 협상을 시작했다.” ―이번 협상의 득실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크게 보면 한국과 미국 모두 3가지씩을 얻었다. 먼저 한국은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ISDS) 소송 남발을 막을 수 있게 됐고, 반덤핑 관세 계산 방법을 미국이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했으며, 철강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의 적용을 면제받았다. 미국이 얻은 것은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 철폐 시기를 2021년에서 2041년으로 늦춘 것, 미국 자동차 업체가 자국 안전기준에 따라 한국에 수출할 수 있는 차량 대수를 업체당 2만5000대에서 5만 대로 늘린 것, 한국이 자동차 환경기준을 2021년 다시 만들 때 국제적인 추세를 고려하기로 한 것 등이다.” ―이번 합의로, 한국이 앞으로 픽업트럭을 개발해 미국 시장을 공략할 기회가 사라졌다는 지적도 있는데… “픽업트럭은 현재 한국 자동차 업체들이 제조와 수출을 하지 않는다. 협상에 앞서 우리 자동차 업계로부터 임박한 피해를 없애는 것과 불확실한 미래의 이익을 얻는 것 중 하나를 골라야 할 때는 전자를 선택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임박한 피해라는 것은 자동차에 대한 관세가 부활한다거나 미국산 부품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해야 한다는 등의 규정이 도입되는 것 등을 말한다.” ―우리에게는 아직 자동차와 관련해서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 문제가 남아있다. 미국은 이 조항을 근거로 국가 안보를 위해 수입 자동차에 대해 고율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의 자동차에 대한 관세 면제를 요청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실무진에 “검토해보라”고 지시해서 낙관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러나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이 타결되면서 다시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 “캐나다와 멕시코가 대미 자동차 수출 쿼터를 각각 260만 대씩 받았다. 그렇다면 한국도 그렇게 되느냐는 건데, 우리는 한미 FTA 개정 협상으로 이미 자동차 문제는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7월 여야 원내대표들이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을 만나서 이런 뜻을 전달했고, 최근 정의선 현대자동차 총괄수석부회장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미국 측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고 들었다. 이번 USMCA에는 아주 주목할 만한 조항이 한 가지 있다. 시장경제를 하지 않는 국가와는 FTA를 맺지 않는다는 조항이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다. 더구나 USMCA는 16년의 일몰조항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조항이 없다. (미국이) 북핵 문제, 방위비 분담금 등 안보 이슈가 한미 간에 얽혀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라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서명식 당시에 미국 농수산물 수출도 확대될 거라는 말을 했는데 이건 무슨 뜻인가. “분명히 말하지만 농수산물 추가 개방은 없다. 농수산물에 대해서는 협상 자체를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개정 협상이 마무리돼 양국 간 교역량이 늘어나면 농업도 늘어날 거다, 그런 수준의 언급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의식한 말이라고 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미국에서 미중 무역갈등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분야가 대두(大豆), 축산물 등 농축수산물이다.” ―김 본부장이 한미 FTA와 첫 인연을 맺은 것은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일 때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수석 변호사로 일할 때였다. 1년에 2, 3개월 정도는 판결문 작성 때문에 새벽 4시에 출근을 했는데 어느 날 새벽 4시 반쯤 서울에서 전화가 왔다. ‘당선인이 통상 분야에 대해서만 보고를 못 받았는데, 브리핑 해줄 수 있느냐’는 거였다. 바로 서울로 와서 2시간 동안 보고했다. 동북아시아의 통상 환경은 구한말 신미양요, 병인양요가 일어났던 것과 같은 전시 상황이며, 우리가 먼저 개방과 개혁으로 치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김 본부장은 당시 외교통상부 산하 통상교섭본부의 통상교섭조정관(1급)으로 발탁됐고 1년 만에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승진했다. 당시만 해도 WTO 회원국 약 150개국 가운데 한국은 몽골과 함께 FTA가 전혀 없는 나라였다. 김 본부장이 동시다발적 FTA 전략을 추진하며 한국은 미국, 유럽, 중국 등과 협정을 체결하고 FTA의 허브로 거듭났다. ―한미 FTA는 2012년 3월 15일 처음으로 발효됐다. 약 6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긴 안목에서 봤을 때 한미 FTA가 우리나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쳤다고 보는가. “한미 FTA는 우리 민족에 있어서 일종의 통과의례라고 본다. 2011년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가 116억 달러였다. 5년 뒤인 2016년에 233억 달러를 기록했다. 흑자뿐 아니라 한미 간 교역량 자체가 늘었다. 간접적으로는 전 세계를 상대로 우리가 교역을 하고 투자를 유치하는 데 많은 긍정적 요인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캐나다 멕시코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에 대해서도 파상적인 통상 공세를 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세상 물정 모르고 좌충우돌하는 사람이라는 평가가 많았는데, 지금은 타고난 협상가라는 평가가 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수한 협상가이자 전략가다. 더구나 미국에는 트럼프 대통령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통상정책을 좌우하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그의 조상이 조지 워싱턴과 함께 미국 독립전쟁에 참전했던 인물로, 자부심이 대단하고 애국심도 강하다. 어렵고 까다로운 인물이다. 레이건 대통령 시절 USTR 부대표로 있으면서 당시 급부상하던 일본을 상대로 관리무역을 성공시킨 노하우가 있는 인물이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갈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중 간 무역갈등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는가. “미국과 중국은 서로 오판(誤判)을 하고 있다. 그 위에 상호 전략적 불신마저 깔려 있다. 각자가 자신만이 유일한 체제라고 생각하는 것이 전략적 불신의 원인 중 하나다. 미중 간의 무역 분쟁은 장기전이 될 수밖에 없다.” ▼ “무역갈등에 美도 中수출 막혀… 우리 고급 소비재 팔 기회” ▼ ―미국의 계산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미국은 중국에서 연간 5056억 달러어치를 수입하기 때문에 ‘실탄’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은 여야를 떠나 미국에서 폭 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는 백인 중산층의 몰락에서 오는 절실함이 바탕에 깔려 있다. 그 파도에 올라탄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상 압박을 미국의 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발(發) 보호주의 물결은 국지적 파도가 아니라 장기적이고 광범위한 조류이다. 우리도 이 점을 잘 이해해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무역 분쟁이 본격화하기 전 중국 측의 생각은 무엇이었다고 보는가. “대미 무역흑자만 줄이면 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중국은 미국의 공세가 자신들의 부상에 대한 견제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 기반만을 배경으로는 중국을 견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오판을 했다.” ―중국은 수치로 봤을 때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고, 미국은 교역 규모나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교역 상대국이다. 미-중 무역갈등을 둘러싸고 산업계에서는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미중 무역갈등의 여파를 쉽게 설명하면,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상품이 비싸진다는 얘기다. 글로벌 공급망을 바꾸는 데는 1년 정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사이 우리가 중국 대신 수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우리의 대중 무역 수출 중 70∼80%가 부품과 소재 등 중간재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어들면 우리나라 중간재의 대중 수출이 타격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해 대중 수출 품목을 소비재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무역갈등으로 미국이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게 된 고급 소비재 중 우리가 대신 중국으로 수출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리고 중국이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해외 기술을 획득하기 위한 인수합병(M&A)을 하기가 어렵지 않겠나. 이 또한 우리에게는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일본도 미국과 양자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친구라고 부르는 등 개인적인 호감을 보이는 데 대해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가장 큰 관심사다. 여기에 미국을 다시 끌어들이는 것이 목표였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 미국은 이제 더 이상 다자(多者)주의를 지향하지 않는다. 결국 일본이 이런 미국의 뜻에 양보를 한 것이고, 미국은 양자협상을 해야 일본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다고 보고 임하는 것이다.” CPTPP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관세 철폐와 경제통합을 목표로 한 경제체제로 일본, 호주 등 11개국이 가입돼 있다. TPP라는 이름으로 2015년 타결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탈퇴를 선언하면서 일본이 주도해 CPTPP로 이름을 바꿨다. ―CPTPP에 한국도 가입하나. “업종별, 품목별 간담회를 해서 모든 분야에서 CPTPP 가입이 미칠 영향에 대한 검토를 마쳤다. 그리고 우리가 미국이 가입하지 않은 CPTPP를 얼마의 입장료를 내고 가입할 건지 신중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리를 둘러싼 통상환경이 뿌리부터 바뀌는 것 같다. “우리나라 주력 산업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신기술, 신산업을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반도체의 경우 메모리 분야는 한국이 선도하지만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아직 점유율이 3%에 불과하다. 그런데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센서가 1000개가 넘는다. 이 센서를 다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 반도체가 필요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 퀄컴이 네덜란드 반도체 업체인 NXP를 인수하려 나서지 않았는가. 그래핀(흑연을 원료로 한 소재로 강하면서도 유연하고, 열전도성이 좋아 꿈의 신소재로 불린다)도 신기술 차원에서 검토해야 할 것 중 하나다. 탄소섬유도 우리 기업들이 추격할 수 있는 유망한 분야다.” ―주력 산업의 업그레이드를 강조했는데, 신기술과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특별히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첫째, 기술 인수합병(M&A)이다.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을 사거나 합병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기업투자펀드가 필요하다. 일본에서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우리 돈으로 100조 원에 상당하는 규모의 비전펀드를 조성했다. 한국도 이런 펀드를 여러 개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실리콘밸리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필요한 기술을 획득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둘째, 규제 완화다. 스마트헬스를 가정해보자. 지금은 스마트워치가 시계로 분류되지만 맥박이나 혈압, 당뇨 수치 등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의료기기로 분류된다면 새로운 규제 이슈가 생기게 된다. 우리나라가 이런 분야를 선도할 수 있도록 규제를 잘 풀어나가야 한다.” 인터뷰=천광암 편집국 부국장 iam@donga.com정리=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에너지 효율을 추구하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입니다. 지능형 전력망, 신기술을 적용한 가전제품 등으로 경제를 성장시키면서도 에너지 사용량 증가율은 낮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독일의 에너지전환 정책의 선구자인 페터 헤니케 독일 에너지전환위원회 공동의장(사진)은 4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에너지 효율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에너지 효율은 말 그대로 에너지 사용의 효율성을 높여 사용량을 줄인다는 개념으로 화석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꼽힌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열린 ‘2018 대한민국 에너지전환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기 위해 방한한 헤니케 의장은 독일의회의 기후변화 및 에너지 조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유럽의 대표적인 기후변화 및 에너지 연구소인 독일 부퍼탈연구소장을 지냈다. 헤니케 의장은 “독일 산업의 에너지 소비를 25% 줄이기 위해서는 90억 유로가 필요하지만, 이에 따른 기술 발전, 에너지 절감 효과 등을 합치면 650억 유로의 가치가 있다”며 “에너지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에너지 전환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최근 태양광 패널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이미 유럽에서는 태양광, 풍력이 석탄에너지보다 저렴한 발전원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해서도 “최근 해상 풍력이 각광받는데, 한국의 경우 수심이 얕은 바다가 많아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소규모 발전이 많은 재생에너지로 에너지 효율을 달성할 수 있을까. 지금도 국내 태양광 발전소 중에는 한국전력의 전력망이 닿지 않아 생산된 전력이 효율적으로 사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헤니케 의장은 “전력망은 국가가 제공하더라도 전력 생산과 판매는 훨씬 창조적이고 자유롭게 이뤄져야 한다”며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어나면 독점적 전력 판매, 생산, 공급자인 한국전력의 운명에 대한 논의도 새롭게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헤니케 의장은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이 탄소배출 감축 기준을 마련할 때 1년 이상 걸렸다”며 “감축 기준을 달성할 수 없다는 산업계를 대안을 제시하며 설득했다”고 전했다. “당시 독일은 이해관계자가 모두 모여 과학적 증거에 기반한 미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논의했습니다. 시간은 걸리지만 모두가 동의하는 목표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일입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총괄해 온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사진)이 “한미 FTA 협상 초기에는 미국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바에 차라리 한미 FTA를 깨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지난달 마무리된 한미 FTA 협상의 소회를 밝혔다. 김 본부장은 3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지난해 9월 미국으로부터 한미 FTA 폐기 통보가 올지 모른다는 각오를 했는데 다시 협상을 시작하자는 연락이 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본부장이 문재인 정부에서 통상교섭본부장을 맡은 뒤 언론과 인터뷰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 본부장은 “(농축수산물 재협상은 없다는) 원칙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아 협상을 시작했다”며 “한국과 미국이 모두 3가지씩 얻은 협상이었다”며 한미 FTA 재협상 결과를 평가했다. 김 본부장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한국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미중 무역 갈등은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상품이 비싸진다는 얘기인 만큼 우리가 대신 수출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미국발(發) 보호주의 물결은 장기적이고 광범위한 조류이며 우리도 이 점을 잘 이해해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변하는 통상환경에 발맞춰 주력 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도 했다. 김 본부장은 “자율주행차에 들어가는 센서를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 반도체나 탄소섬유 등이 우리 기업이 추격할 수 있는 유망한 분야”라며 “기업투자펀드를 여러 개 만들어 기술 인수합병을 강화하고 규제를 완화해 한국이 이런 분야를 선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현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2030년까지 한국전력의 전력구입비가 당초보다 9조 원 더 늘어날 것이라고 산업통상자원부가 분석했다.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와 신규 원전 건설 취소로 값싼 원자력 대신 비싼 액화천연가스(LNG)로 생산한 전기를 사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원전 비중을 줄여도 당장 전기료를 올리지 않을뿐더러 올린다고 해도 2030년까지 인상폭이 10.9%에 그칠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전기료 인상의 원인인 대규모 전력구입비 추가 부담이 불가피하다고 인정해 온 셈이다. 중장기적으로 전기요금을 상당 폭 올려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산업부는 올 7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요 현안 보고’ 자료를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했다. 보고 자료에서 산업부는 2022년 폐쇄할 예정이던 월성 원전 1호기를 4년 앞당겨 올해 폐쇄하고 신규 원전 6기의 건설 계획을 백지화함에 따라 전력구입비가 올해부터 2030년까지 추가로 8조9899억 원이 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먼저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에 따른 전력구입비 추가 부담액은 올해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1700억 원 수준이다. 이어 2023년부터 순차적으로 완공될 예정이던 신한울 3, 4호기와 천지 1, 2호기 등의 건설 계획이 없던 일이 되면서 2023∼2030년 전력구입비가 연평균 약 1조 원 더 들게 된다. 이는 연료비나 물가 상승 영향을 배제한 보수적인 추정이어서 실제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은 “탈원전은 60여 년에 걸쳐 진행돼 급격한 전기요금 인상은 없을 것”이라며 전기료 급등 논란을 일축했다. 하지만 한전은 올 상반기 전력구입비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조1000억 원 올라 8147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여기에 9조 원의 전력구입비 부담이 추가되면 전기료 인상 압박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내년에 심야시간대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24시간 공장을 가동하는 업종의 요금 부담이 커져 기업의 경쟁력이 약해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정부도 현안 보고에서 반도체, 정유, 석유화학, 섬유, 철강 등을 전기료 부담이 증가할 수 있는 업종으로 지목했다. 곽 의원은 “탈원전 과정에서 전기요금 인상은 필연적”이라며 “전기요금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국민에게 알리고, 국민들이 그 부담을 지는 것에 동의하는 것을 전제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미국의 통상 압력으로 경영 여건이 악화되는 만큼 전기료 조정은 신중해야 한다.”(철강업체 관계자) “미세한 가격 차로 경쟁하는 구조에서 전기료를 약간만 올려도 큰 영향을 준다.”(정유회사 관계자) 올해 7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철강, 석유화학 업체와 심야시간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안 관련 간담회를 열었을 때 업계 관계자들이 쏟아낸 발언들이다. 산업부의 내부 분석 결과 월성 원전 1호기 폐쇄와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로 전력구입비 가 9조 원 더 드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전기료를 올려 추가 부담액을 충당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가 탈원전 비용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딜레마에 빠진 이유다.○ 원전 발전 비중 줄며 한전 적자 확대 이미 탈원전으로 인한 비용 부담 때문에 한전의 실적이 추락하고 있다. 한전이 올해 상반기 적자를 낸 이유 중 하나는 전력구입비가 9조130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전력구입비(6조9440억 원)보다 29.8%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가 안전을 명분으로 원전 정비 기간을 늘리면서 원전이 쉬는 만큼 더 비싼 연료로 전기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원전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비용(발전단가)은 킬로와트시(kWh)당 61.96원이었다. 반면 석탄의 발전단가는 89.45원, 액화천연가스(LNG)의 발전단가는 93.11원으로 원전의 1.5배 수준이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75% 안팎이던 원전 가동률은 올해 상반기 평균 58.8%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발전량 중 원전의 비중은 30%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7%포인트 낮아졌다. 같은 기간 석탄 비중은 52%에서 54%로 상승했고, LNG 비중은 8%에서 13%로 뛰었다. 한전은 1조204억 원의 영업적자를 낸 2011년 가정용 전기요금을 2% 인상했다. 산업용 요금은 같은 해 8월과 12월 각각 6.1%, 6.5% 올렸다. ○ “탈원전으로 전기요금 230% 오를 것”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요금 인상률을 10.9%로 전망하며 탈원전으로 인한 영향은 없다고 주장해왔다. 2003∼2016년 실제 전기요금 인상률은 13.9%였다. 탈원전 정책이 추진된다고 해도 전기료 인상폭이 과거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근거가 희박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해당 전망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에 드는 비용이 30% 감소한다는 예측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다만 이 예측에는 발전소를 설치할 부지 마련 비용 등은 포함돼 있지 않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은 입지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도 국토가 좁고 산지가 많은 한국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에너지 전문가는 “주변 학계, 업계 관계자 중에 탈원전, 재생에너지 확대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이 없다는 정부 설명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황일순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는 지난해 8월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실 주최로 열린 ‘성급한 탈원전 정책의 문제점’ 토론회에서 “전기요금이 2030년까지 230% 인상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불리한 한국의 입지 조건 등을 고려한 전망이다. 지금 당장은 한전이 부담을 떠안는다 하더라도 앞으로 언제든 전기요금 인상 문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 산업용 전기료 올리면 철강-반도체 기업에 타격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심야시간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심야시간대 전기요금을 인상하되 낮 시간대 전기요금을 인하해 기업에 추가 부담이 되게 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설명해왔다. 이번 ‘현안 보고’ 자료에서 산업부는 “심야시간대 전기요금을 인상하면 연중 24시간 공장을 가동하는 반도체, 정유, 석유화학, 섬유, 철강 등 업종의 전기요금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정 업종의 부담이 늘어나며 피해가 몰릴 것이라고 본 것이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대부분 국가는 산업경쟁력 확보를 위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가정용의 70% 수준 이하로 저렴하게 유지하는데, 한국은 반대로 가고 있다”며 “정부가 탈원전으로 인한 비용 부담을 정확히 밝히고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미국과 캐나다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을 타결지었다. 미국이 협상 데드라인으로 정한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밤 12시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극적으로 합의에 성공했다. 양국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nited States-Mexico-Canada Agreement·USMCA)’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1994년 체결된 나프타는 24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미국은 올 8월 멕시코와 먼저 나프타 개정안에 잠정 합의한 뒤 캐나다를 상대로 협상을 벌여 왔다. 미국은 11월 30일로 임기가 끝나는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이 최종 합의안에 서명하려면 늦어도 9월 30일 밤 12시까지는 타결이 이뤄져야 한다며 캐나다를 압박했다. 캐나다가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면 캐나다를 제외하고 멕시코와 양자 협정을 맺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시한에 구애받지 않겠다”고 맞섰지만 결국 미국과의 힘겨루기에서 밀렸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크리스티나 프릴랜드 캐나다 외교장관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오늘 캐나다와 미국은 멕시코와 함께 새롭고 현대화된 21세기의 무역협정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뤼도 총리는 공동성명 발표 직전 주재한 긴급 각료회의 후 “오늘은 캐나다에 좋은 날”이라는 짧은 소감을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합의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기념비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나프타가 미국에 호의적인 방향으로 개정되지 않으면 이를 폐기하겠다고 위협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라고 후하게 점수를 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자신의 트위터에 “어제 늦은 밤 캐나다와 굉장한 새로운 무역 협정을 타결했다. 이는 나프타의 부족한 점을 메우는 협정으로 세 나라(미국 멕시코 캐나다) 모두에게 굉장한 협정”이라고 적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새 무역협정인 USMCA로 자동차 분야가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수입 자동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캐나다와 멕시코는 USMCA에 따라 각각 연간 자동차 260만 대에 한해 관세를 면제받는다. 무역확장법 232조에 대해 일정 수준까지 면제해 주는 방식이다. 자동차 생산 원산지 규정도 강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미(對美) 최대 자동차 수출국인 멕시코와 캐나다가 무역확장법 232조 관련 협의를 사실상 마무리함에 따라 한국 정부도 이번 합의가 우리 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일 브리핑에서 “한국산 자동차는 멕시코나 캐나다만큼 미국 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며 “완전 면제가 합리적인지, 또 유럽연합(EU)과 일본은 어떤 입장인지 검토해서 미국과 협상하겠다”고 밝혔다.위은지 wizi@donga.com / 세종=이새샘 기자}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4일 열릴 예정인 8차 일자리위원회를 앞두고 지난달 11일 8개 주요 그룹 관계자를 불러 모아 투자 및 고용 이행 계획을 협의하는 간담회를 가졌다. 일자리위원회 측은 이 자리에서 기업들에 구체적인 고용 및 채용 이행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재계 일각에서는 투자와 고용을 기업의 자율적인 결정에 맡기겠다던 정부가 ‘기업 옥죄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논란이 나오고 있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일자리위원회는 지난달 11일 서울 광화문 일자리위원회에서 삼성, LG, 현대차, SK, 한화, 신세계, GS, 포스코 등 최근 투자 및 고용 계획을 발표한 8개 기업 실무자들을 모아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A기업 관계자는 “워낙 급하게 불러서 부장급이 간 곳도 있고 임원이 간 곳도 있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B기업 관계자는 “강압적이지는 않았지만 기업에 구체적인 이행 계획 자료를 내라고 한 것 자체가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지 않겠냐”며 더 이상의 언급을 회피했다. C기업 관계자는 “정부와 함께 추진하기로 한 프로젝트와 관련해 고용효과가 얼마나 될지 분석해 줄 것을 요청받았지만 의무 사항은 아니었다”고 말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고용과 투자 관련 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열린 정부 주최 간담회에서 투자 이행 계획을 적어내라고 하면 압박감을 갖지 않을 기업이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일자리위원회 측은 해당 간담회를 ‘기업 옥죄기’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일자리위원회 관계자는 “지난달 11일 간담회가 열린 것은 맞지만 기업 고위 관계자를 부른 자리도 아니었고, 일자리위원회에서도 국장급 이하 실무진이 참석했다”며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추진하는 신산업 정책과 관련해 각 기업들의 불편, 애로사항을 듣겠다는 취지로 개최된 간담회였다”고 설명했다. 양식 제출 요구에 대해서는 “회의 장소에서 불편 사항이나 산업부와 함께 추진할 만한 프로젝트가 있다면 즉석에서 적어내도록 한 것이고, 반드시 내라고 강요한 것도 아니었다”고 해명했다.김재희 jetti@donga.com / 세종=이새샘 기자}
추석 연휴로 조업일수가 줄면서 9월 수출이 지난해보다 8% 이상 감소했다. 다만 조업일 영향을 뺀 하루 평균 수출액은 역대 최대 수준인 만큼 실제 수출이 극도의 부진에 빠진 것은 아니라고 정부는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9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2% 감소한 505억8000만 달러였다고 1일 밝혔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수출이 감소세를 보인 것은 올 6월(―0.1%) 이후 3개월 만이다. 감소 폭으로는 2016년 7월(―10.5%) 이후 최대다. 산업부 측은 “추석 연휴가 10월이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추석 연휴가 9월(24∼26일)에 있어 조업일이 지난해보다 4일 감소했고, 지난해 9월 수출이 사상 최대 수준이어서 수치상 감소 폭이 커 보이는 기저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조업일 감소로 수출액이 최소 80억 달러가량 감소했다. 지난해 9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9% 증가한 551억2000만 달러였다. 실제로 조업일 영향을 배제한 하루 평균 수출액은 지난해 대비 10.6% 증가한 25억9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였다. 1∼9월 누적 수출액 역시 지난해 대비 4.7% 증가한 4504억 달러로 역대 최대를 나타냈다. 월별 수출액이 5개월 연속 500억 달러를 돌파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무역 흑자는 97억5000만 달러로 80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품목별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품목별로 13대 주력품목 중 반도체(28.3%) 석유제품(13.5%) 컴퓨터(5.7%) 3개 품목만 수출이 증가했다. 반도체의 경우 지난달 108억5000만 달러에 이어 다시 1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최대 수출실적을 나타냈다. 석유제품도 유가 상승 등에 힘입어 11개월 연속 30억 달러 이상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일반기계(―2.7%) 자동차(―22.4%) 디스플레이(―12.1%) 등 다른 품목은 모두 전년 대비 수출이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대(對)중국 수출액이 23개월 연속 증가해 145억9000만 달러에 이르렀다. 인도로 수출한 금액도 11.2% 늘어난 12억8000만 달러였다. 반면 미국, 베트남, 일본, 유럽연합(EU) 등에 대한 수출은 감소했다. 김현종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수출에 반도체 비중이 높다는 지적에 동의한다”며 “화장품, 의약품 같은 유망 신소비재의 수출을 확대하는 등 수출 품목 및 시장 다변화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고액의 전세금을 부모가 자녀 대신 내주고도 증여세를 납부하지 않아 적발돼 추징된 세액이 한 해 200억 원을 넘어섰다. 집값과 함께 전세금이 치솟으면서 전세금 편법 증여가 매년 늘고 있는 것이다. 과세당국은 현재 전세금 10억 원 이상인 조사 대상을 앞으로 확대할 방침이어서 주의가 요구된다. 28일 국세청과 국토교통부가 자유한국당 김상훈 의원실에 제출한 ‘고액전세 편법증여 자금출처 조사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고액 전세주택을 매개로 한 편법증여 적발 건수는 101건, 추징 세액은 204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발 건수와 추징 세액 모두 국세청이 해당 조사를 실시한 이래 최대 규모다. 국세청은 2013년부터 전세금 10억 원 이상인 주택 세입자를 대상으로 변칙 증여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조사 첫해인 2013년 56건이던 적발 건수는 2015년 62건, 2016년 87건 등 매년 늘어나고 있다. 5년간 누적된 추징 세액만 805억 원에 이른다. 국세청 적발 사례들을 보면 부모로부터 전세금을 증여받은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은행 대출을 받거나 부모 은행계좌를 직접 관리하면서 조금씩 돈을 인출해 전세금을 충당하는 자녀들도 있었다. 증여세 면세 한도는 성인 자녀의 경우 5000만 원까지다. 하지만 그 이상의 전세자금을 지원하고도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서울 관악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 씨(35)는 2년 전 결혼을 하면서 전용 59m² 아파트에 3억6000만 원 전세로 입주했다. 부모님은 “결혼생활을 단칸 월세로 시작할 순 없다”며 전세금 전액을 대신 내줬다. 이 경우 증여세 5200만 원을 내야 하지만 이 씨는 아직 국세청에 신고하지 않았다. 이 씨는 “주변에도 결혼할 때 대부분 부모님이 도와주는 경우가 많은데 증여세를 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세청이 고액 전세 거주자에 대한 자금 출처 조사를 강화하면서 증여세 탈루 주의보가 떨어졌다. 결혼할 때 부모가 전세금을 보조해주는 경우가 많지만 지금까진 증여세를 실제로 내는 경우는 드물었다. 매년 수십만 쌍의 자료를 당국이 일일이 추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 정부가 주택임대차등록시스템을 가동하면서 향후 적발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세법상 성년이 된 자녀에게 10년간 총 5000만 원(미성년자는 2000만 원)을 넘게 증여하면 증여세를 내야 한다. 따라서 부모에게 받은 전세금이 5000만 원을 넘는다면 초과분에 대해 증여 금액에 따라 10∼50%의 증여세를 내야 한다. 공제금액을 제외한 과세표준을 기준으로 1억 원 이하는 증여 금액의 10% △5억 원 이하 20% △10억 원 이하 30% △30억 원 이하 40% △30억 원 초과 5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예를 들어 전세자금 5억 원을 부모가 대신 내줬다면 5000만 원을 제외한 4억5000만 원에 대해 8000만 원의 증여세를 내야 한다. 증여받은 달의 말일부터 석 달 이내에 신고를 하면 내야 할 세금의 5%(내년부터는 3%)를 감면해준다. 기한 내 신고하지 않았다가 나중에 적발될 경우 신고 불성실에 대한 가산세가 20%, 납부 불성실에 대한 가산세가 하루에 0.03%씩 붙는다. 증여세를 피할 순 없지만 세금을 줄일 순 있다. 양가 부모로부터 함께 증여받고 전세 계약을 신혼부부 공동명의로 하는 방법이 있다. 신랑 측이 전세금 3억 원을 증여했을 경우 2억5000만 원에 대해 10∼20%의 증여세(4000만 원)가 부과된다. 하지만 신랑과 신부가 양가에서 1억5000만 원씩 나눠 증여받으면 각각 1억 원에 대해 10%씩 총 2000만 원만 내면 된다. 부모로부터 전세자금을 빌리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 증여가 아니라 실제로 돈을 빌렸다는 입증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차용증을 작성해 공증을 받아두고 이자 지급 기록을 통장으로 남겨놓는 것이 좋다. 세법은 부모 자식 간 금전거래에서 연 4.6%를 적정 이자율로 보고 있다. 부모 명의의 집에 자녀가 거주하고 부모는 별도로 전세를 얻을 수도 있다. 이는 부동산 무상사용에 대한 이익의 증여에 해당된다. 주택시가의 2%가 1년간 무상사용에 대한 이익인데 보통 5년 치를 미리 과세한다. 이익 증여는 1억 원 이상일 때만 과세되는데 보통 시가 13억 원 이하인 경우 해당되지 않는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과세당국의 의지에 따라 앞으로 전세자금에 대한 증여세 부과가 강화될 수 있다”며 “최소한 전세금의 80%는 자금 출처를 확실히 입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김재영 redfoot@donga.com / 세종=이새샘 기자}

26일(현지 시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자본 유출 우려가 커졌을 뿐만 아니라 대출을 받은 국내 가계에 당장 비상이 걸렸다. 미국 금리 인상 분위기가 반영돼 국내 금융회사의 대출금리도 따라 오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연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대출금리 상승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부채 관리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금리인상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자칫 가뜩이나 부진한 내수경기에 타격을 줄 수도 있어 한은은 고민에 빠졌다.○ 기준금리 동결에도 시장금리 상승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2월 한 차례 더 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4%대 중·후반까지 오른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내 5%대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은이 당장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더라도 미국 기준금리가 오르면 채권시장 등을 통해 국내 시장금리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은이 지난해 11월 이후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았지만 시장금리는 계속 상승세를 보였다. 대표적으로 은행권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는 지난달 잔액 기준 1.89%로 2년 9개월 만에 최고를 나타냈다. 코픽스 금리는 지난해 8월 1.59%부터 12개월 연속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3.55%였던 국내 예금은행의 가중 평균 대출금리도 올해 7월 3.67%까지 0.12%포인트 올랐다. 이는 대출금리를 결정하는 시장금리가 장단기 금융채와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미 연준은 2016년 12월 0.5∼0.75%에서 이달 2.00∼2.25%까지 꾸준히 기준금리를 인상해 왔다. 이에 따라 미국 국채금리가 오르면서 은행권 혼합형 주택담보대출(5년 고정, 이후 변동금리)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AAA등급 5년물’ 금리도 지난해 초 연 2% 수준에서 이달 현재 2.4%대까지 올랐다. 향후 금리 수준에 대한 예상도 미리 반영됐다. 김봉수 KEB하나은행 여의도 골드클럽PB센터장은 “미국 금리가 오르면서 향후 국내 금리도 오를 것이라는 시장참여자들의 기대감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 한은 금리 올리면 대출금리 더 오를 것 한은이 기준금리까지 올리면 대출금리는 더 가파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융채를 비롯한 시중금리 전반이 오르기 때문이다. 시장의 예상대로 한국은행이 연내와 내년 상반기(1∼6월)에 각각 한 번씩 기준금리를 올리면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8월 연 3.34%의 금리로 3억 원(변동금리형, 원리금 분할상환 방식)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A 씨는 올해 2월과 8월 각각 금리가 3.57%, 3.56%로 변동돼 1년간 총 1036만5000원의 이자를 냈다. 금리 상승 전망이 현실화되면 A 씨가 받은 대출 금리는 내년 2월 3.81%, 8월 4.06%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8월에는 올해보다 69만 원 많은 1105만5000원의 연간 이자를 내야 하고, 후년에는 1218만 원을 부담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접어든 만큼 대출을 받을 때 고정금리를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변규동 우리은행 가락동지점 PB팀장은 “앞으로 1∼2년 동안은 금리 상승이 예상되기 때문에 상환 기간을 장기로 고려한다면 변동금리보다는 5년마다 고정금리가 변동되는 혼합형 대출 상품을 선택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 딜레마 빠진 한국 통화정책 미국이 예정된 시간표에 맞춰 금리인상 페달을 밟아 가면서 한국 통화정책의 운신 폭은 더 줄었다. 미 연준이 내년까지 기준금리를 최대 3.25%까지 올릴 수 있다고 시사하면서 현재 1.5%인 한국이 적절한 속도로 따라가지 않으면 금리 차에 따른 급격한 자본 유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단 한은은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하지만 자신감이 넘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경기하락 국면이라는 게 문제다. 연준은 이날 금리를 올리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2.8%에서 3.1%로 올려 잡았다. 한은은 다음 달에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현재 2.9%에서 더 낮출 것이 확실시된다. 경제 전망을 어둡게 보면서 금리를 올리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정부는 미국 금리 인상이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고 대응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혁신성장관계장관회의에서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한 시장 충격은 제한적”이라면서도 “미중 무역마찰 장기화 등 엄중한 국제 상황이 단기간에 그치지 않고 중기적으로도 갈 수 있다는 인식 아래 산업구조 개편, 수출입 다변화 등의 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모 mo@donga.com·김재영 / 세종=이새샘 기자}

태양광발전 시설을 설치한 산지(山地) 가격이 최고 100배 이상으로 올랐다고 산림청이 분석했다. 산지에 태양광 시설을 만들면 해당 토지에 식당이나 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용도를 쉽게 변경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산림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산지 태양광발전 시설 설치 관련 보고자료’에 따르면 경남 진주시에 태양광 시설이 들어선 산지의 개별 공시지가는 2009년 m²당 423원에서 지난해 5만 원으로 올랐다. 10년 만에 땅값이 약 118배 수준으로 급등한 것이다. 경기 여주시에 태양광 시설이 설치된 지역의 땅값도 2015년 m²당 3180원에서 지난해 4만300원으로 올랐다. 태양광 시설 설치 이후 땅값이 100% 이상 오른 사례가 전국 곳곳에 산재해 있다는 것이 산림청의 조사 결과다. 산지 땅값이 치솟는 것은 태양광 시설 설치 이후 용도를 임야에서 잡종지로 변경할 수 있게 한 규정과 관련이 있다. 임야는 땅을 개발할 때 별도로 전용허가를 받는 등 엄격한 규제가 적용되지만 잡종지에는 식당 주택 등을 짓기가 쉬운 편이다. 태양광 설치 덕분에 해당 산지의 활용도가 높아진 셈이다.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는 땅은 m²당 4480∼5820원인 ‘대체 산림자원 조성비’도 면제받을 수 있다. 정부의 신재생 에너지 확대정책 이후 산지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산지에 태양광발전 시설을 설치한 건수는 2384건으로 2016년(917건)보다 2.6배로 증가했다. 태양광발전 시설이 들어선 땅의 면적은 지난해 기준 1435ha로 1년 만에 900ha 이상 늘었다. 이렇게 늘어난 면적은 축구장 약 1250면 규모다. 올해도 8월 현재 태양광설비 설치 건수가 2799건에 이르러 이미 지난해 수준(2384건)을 넘어섰다. 태양광발전 시설에 대한 관심이 적었던 2012년만 해도 설치 건수는 32건(22ha)에 불과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신재생 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현행 7%에서 20%로 높이기로 했다. 특히 재생에너지 중 태양광 발전량 비중을 13%에서 57%로 올리기로 하고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의 비중을 높이려는 정책 취지는 좋지만 정책 추진 과정에서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작지 않다. 산림청은 보고자료에서 태양광 사업자가 노후생활 보장 등의 내용으로 광고한 뒤 투자자를 모집해 산지의 땅을 고가로 분양하는 행태가 있다고 봤다. 사업자가 토지 가치를 부풀려 광고하면서 가수요가 몰릴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산림청은 지난달 태양광발전 시설 땅의 용도를 변경할 수 없게 하는 내용을 담은 산지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지금은 태양광발전 시설을 철시한 땅을 임야에서 잡종지로 변경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태양광 시설 사용기간은 20년 동안 보장해주되 산지의 용도는 변경하지 못하게 막겠다는 것이다. 또 대체 산림자원 조성비 면제 혜택도 없애기로 했다. 이에 대해 태양광발전 업계 관계자들은 시행령 개정안 전면 폐지를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곽 의원은 “태양광 사업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당국이 철저하게 감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세종=이새샘 iamsam@donga.com·김준일 기자}

2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한국과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결과문서에 서명함에 따라 올 1월 이후 9개월 동안 이어진 개정협상이 마무리됐다. 새 한미 FTA는 국회 비준동의 절차를 거쳐 내년 초 발효될 예정이다. 미국이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따라 글로벌 시장에서 통상 압박의 강도를 높이는 가운데 한미 FTA 개정을 마무리해 통상 분야의 불확실성을 제거했다는 평가가 많다. 반면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에서 중복 소송 금지 조항이 포함됐지만 론스타 같은 글로벌 투자자가 하나의 소송을 완전히 끝낸 뒤 다시 소송할 여지가 있다. 이 때문에 독소조항 개정이 미흡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자동차 부문에서 미국의 요구를 대부분 들어준 ‘균형 잃은 협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 무역전쟁 속 불확실성 제거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 세계 주요국이 미국발 통상 쓰나미에 휩싸인 상황에서 미국이 가장 먼저 개정 합의한 무역협정이 한미 FTA라는 것이 의미가 크다”고 자평했다. 현재 미국은 캐나다 멕시코 등 미국의 오랜 우방과도 FTA 재협상을 진행하며 통상 압박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번 협상은 ‘농산물은 지키고 자동차는 내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한미 FTA 개정협상이 시작되기 전에는 미국 측이 농축수산물까지 협상 대상에 올려 관세 철폐를 주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농축수산물을 ‘레드라인’(금지선)으로 선언하고 협상에서 제외되도록 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그 대신 자동차 분야에서는 미국의 요구 사항을 거의 그대로 수용했다. 개정된 한미 FTA에서는 미국이 수입하는 한국산 화물차에 대한 관세가 없어지는 시기가 당초 2021년에서 2041년까지로 늦춰진다. 또 미국 수입차 업체가 자국 안전기준에 따라 한국에 수출할 수 있는 차량 대수가 업체당 2만5000대에서 5만 대로 늘어난다.○ “ISD 중복 제소 여전히 가능” 논란 정부가 협상의 성과로 내세우는 ISD 독소 조항 개정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단 이번 개정으로 론스타 벨기에 법인과 한국 정부가 ISD를 진행하는 동안에는 론스타 미국 법인이 한미 FTA를 통해 또다시 ISD를 제기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하지만 론스타 벨기에 법인과의 소송이 끝난 뒤 론스타 미국 법인이 한미 FTA를 근거로 재차 소송을 내는 것은 가능하다. 동시에 중복 제소하는 것만 금지될 뿐 순차적으로 여러 번 제소하는 것은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ISD는 보통 3년 이상 걸리는데 투자자가 손해 사실을 안 지 3년 내에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조항을 감안하면 동시에 제소하는 것만 막더라도 중복 제소를 실질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지적되는 간접수용 관련 조항도 개정 대상에서 빠졌다. 간접수용은 정부의 정책적 판단으로 발생하는 간접적 피해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다. 론스타, 이란 다야니 가문이 제기한 소송이 모두 이 간접수용 조항을 근거로 한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는 소송 남발을 막는 데 주력했다고 하지만 배상금 상한선 지정, 패소자 소송비용 부담 원칙 등 주요 장치는 빠져 있고 중복 소송 제한 조항도 소송을 제기했다가 철회한 뒤 다시 소송을 제기하는 식으로 악용될 수 있는 여지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 자동차 관세폭탄 우려 여전 한미 FTA 개정협상은 비교적 조기에 마무리됐지만 완전히 마음을 놓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수입 자동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려고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의 자동차 관세 면제를 요청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검토해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한국무역협회는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하게 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한국산 자동차가 관세 부과 대상에서 면제될 수 있도록 정부가 통상 역량을 집중해 달라”고 요청했다.세종=이새샘 iamsam@donga.com / 김성규 기자}
발암물질인 라돈의 피폭선량(인체가 받는 방사선의 양)이 기준치를 넘는 침대와 침구가 추가로 발견돼 리콜에 들어갔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18일 “㈜티앤아이의 가누다 베개, ㈜에넥스의 매트리스, ㈜성지베드산업 더렉스베드의 피폭선량이 각각 법적 안전기준인 연간 1mSv(밀리시버트)를 초과해 해당 업체에 수거 명령 등 행정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가누다 제품 중 문제가 된 것은 2011년 3월~2013년 7월까지 총 2만 9000여 개가 팔린 가누다의 견인베개와 정형베개다. 각각 피폭선량이 1.79mSv, 1.36mSv까지 검출돼 티앤아이 측이 자발적 리콜을 결정, 제품 수거가 진행 중이다. 에넥스 제품 중에는 앨빈PU가죽 퀸침대에 들어간 ‘독립스프링매트리스Q(음이온)’가 피폭선량 최고 9.77mSv까지 측정됐다. 2012년 8~11월 판매된 제품 244개 중 현재 5개가 수거된 상태다. 성지베드산업 제품 중에는 2013년부터 6000여 개가 판매된 더렉스베드의 피폭선량이 연간 최고 9.50mSv까지 측정돼 해당 모델 전체가 리콜에 들어갔다. 원안위는 “해당 업체들이 결함 제품 수거 등의 조치를 빠르게 완료하도록 철저히 관리할 계획이며, 앞으로 다른 생활용품에도 결함이 없는지 지속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서울 강남과 마포, 경기 과천 등 최근 시세가 많이 오른 주택의 공시가격을 현실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납부액도 늘어난다. 정부는 17일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 주재로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 후속 조치 점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시세가 급등한 주택의 집값 상승분을 공시가격에 반영하기로 했다. 그동안 종부세 등의 과세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이 실거래가의 50∼70% 수준이어서 과세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공시가격은 연간 1회 산정되기 때문에 가격이 급등한 지역일수록 공시가격과 실거래가 차이가 크다. 아울러 정부는 아파트가 아닌 주택의 시세 파악이 잘 안 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등지의 고가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시세와 큰 차이를 보이는 등 주택 유형이나 지역에 따른 형평성 문제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가격이 급상승한 아파트를 집중 모니터링해 내년 공시가격 산정 때 반영하고 지역별, 주택 종류별 차이를 줄이도록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인터넷카페를 통한 부동산 가격 담합을 제재하기 위해 공인중개사법을 개정하는 문제도 논의됐다. 공인중개사법을 일반인에게도 적용하거나 주로 기업 대상인 공정거래법을 부동산 거래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한 것이다. 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정부는 9·13대책을 통해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을 대폭 축소했다. 임대사업자를 위한 비과세 혜택이나 느슨한 대출 규제가 ‘갭 투자’(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것)에 악용돼 투기를 부추기고 있다고 보고 규제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12월 주택임대업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며 임대사업 등록을 유도한 지 9개월 만에 정반대의 정책을 내놓은 것이어서 정부 스스로 정책의 일관성을 포기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대책에 따르면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에 집을 가진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이 사실상 없어진다. 대책 발표일 이후인 14일 이후 취득하는 조정대상지역 주택은 임대 등록을 해도 집을 팔 때 일반 다주택자와 똑같이 무거운 양도세를 내야 한다. 2주택자는 기본세율(6∼42%)에 10%포인트가 추가되고, 3주택 이상 보유자는 20%포인트의 세율이 더해진다. 지금까지는 수도권 6억 원(공시가격), 비수도권 3억 원 이하 주택에 한해 8년 이상 임대를 주면 다주택자라도 집을 팔 때 양도세 중과를 피할 수 있었다. 아울러 종합부동산세를 낼 때 임대주택도 기존 주택에 합산해 세금을 내도록 했다. 현재는 8년 이상 임대를 주면 임대주택은 기존 주택과 별도로 과세해 세금을 덜 물린다. 임대주택을 팔 때 적용돼온 양도세 감면 혜택도 받기 어려워진다. 종전에는 수도권의 전용면적 85m² 이하 주택과 비수도권의 전용면적 100m² 이하 주택은 10년 이상 임대 시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됐다. 앞으로는 지역과 관계없이 수도권 6억 원, 비수도권 3억 원 이하인 주택에만 양도세 감면 혜택이 주어진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대출 규제도 강화된다.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내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사람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40%가 적용된다. 종전에는 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60∼80% 정도의 LTV를 적용했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 축소는 14일 이후 새로 취득하는 주택부터 적용된다. 대책 발표 전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지불한 임대주택은 종전의 혜택을 그대로 받는다.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갑갑하다.” 통계청이 8월 고용동향을 발표한 12일 오전 청와대 현안점검회의에서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은 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날 발표된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보다 3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달 장 실장이 “연말까지 회복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얼어붙은 경제심리 속에 고용지표 추락세가 좀처럼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청와대와 여당은 악화된 고용지표를 두고 경제체질 개혁을 위한 ‘성장통’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바꾸기 위해 감내해야 할 ‘일시적 고통’이라는 해명이다. 그러다 보니 소득주도성장 정책 지키기에 급급한 청와대와 여당이 정작 구체적인 일자리 대책 마련엔 사실상 손을 놓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여권 내에서도 청와대의 연말 고용 회복 기대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재앙에 가까운 고용 악화가 계속되면서 청와대가 ‘고통의 둔감화’를 기다리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黨·靑 “고용 악화는 성장통” 청와대는 이날 오전 현안점검회의에서 정책실 비서관들이 참여하는 별도 회의를 갖고 이날 발표된 고용동향 지표에 대해 논의했다. 하지만 별다른 후속 움직임은 나오지 않았다. 7월 고용동향이 발표되자 주말에도 긴급 고위 당정청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던 것과도 달라진 대응이다. 그러더니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고용 참사에 대해 “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우리 경제의 체질이 바뀌면서 수반되는 통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국민 곁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 국민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겠다”고 했다. 신규 취업자 수 증가폭이 유럽 재정위기의 한파가 세계 경제를 휩쓸던 2010년 1월 이후 8년 7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지만 유감 표명 없이 감성적 메시지만 내놓은 것.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연말이면 나아질 것”이라는 거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에서 열린 예산정책협의회에서 “구조조정을 거쳐 혁신을 해나가면 좋은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다. 대체로 금년 말이나 내년 초쯤 지나야 조금씩 개선 효과가 보이지 않을까 전망한다”고 했다. 이재정 대변인은 “이 시기의 어려움을 최저임금 인상이나 소득주도성장 탓으로만 몰아세우는 야당의 단순한 주장은 드러난 지표들과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소득주도성장 지키기만 열중 청와대와 여당의 반응은 고용 악화는 경제구조적 문제로 인한 것이라는 인식에 여전히 머물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엔 섣불리 정책적 책임을 인정하면 소득주도성장 정책 폐기 주장이 더욱 힘을 얻게 될 것이라는 현실적 고민도 반영됐다. 게다가 지난달 고용 쇼크로 경제 투톱인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 실장의 갈등이 증폭되면서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시장과 여론의 불신이 커진 상황.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소득주도성장 정책 유지 방침을 재천명하며 갈등을 봉합한 만큼 경제 정책을 선회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지난달 “직(職)을 걸고 고용 상황을 해결하라”고 요구한 지 한 달이 다 됐지만 여전히 대책 없이 ‘구조적 이유’만을 내세우는 건 집권세력으로서 책임감 있는 자세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정책 방향을 넘어 정치적 캐치프레이즈가 되어버린 소득주도성장을 지키려 도그마에 빠진 것을 두고 경제 전문가는 물론이고 일반 국민의 인식과 괴리가 점차 커지는 ‘갈라파고스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그러다 보니 여권 내에서도 연말 고용 회복 가능성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여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비공개 조찬강연에서 “내년 상반기까지도 고용 회복이 어렵다”며 “제조업에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업종이 잘 안 보인다”고 분석했다. 경제통인 민주당 최운열 의원도 “이대로라면 연말이나 내년 초에도 안 좋아질 것이다. 최저임금 때문에 현장에서 마찰음이 나고 못살겠다고 하면 체면 따질 것 없이 혼선이 없도록 정리해야 한다”고 했다.○ 경제정책 수정 논란 재점화 김동연 부총리는 이날 고용동향 지표와 관련해 “최저임금 인상 속도나 근로시간 단축 단위 기간을 조정하는 문제에 대해 관계부처, 당, 청와대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모두 최저임금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는 장 실장과 다시 한번 다른 목소리를 낸 것. 야당은 정부 경제정책에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자유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학살’ ‘경제자살’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당장 멈추기 바란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소득주도성장은 북한과 같은 저개발 국가에나 맞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 전반을 조율할 수 있는 사람이 정부에 있나 하는 회의가 든다”며 “각각의 경제 요인이 전체에 미치는 영향과 흐름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정부에 필요하다”고 말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김상운 / 세종=이새샘 기자}
정부가 9월 수출이 지난해에 비해 감소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수출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2일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주요 업종 수출점검회의를 주재하며 “9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감소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가 나오는 것은 24∼26일 추석 연휴로 조업일수가 나흘 감소하기 때문이다. 지난해는 10월 3∼6일이 추석 연휴였다. 산업부 관계자는 “나흘간 조업일수가 줄어드는 데 따른 수출 감소가 약 8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날 9월 수출 감소를 줄이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내놨다. 우선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미국 또는 중국에 대한 수출비중이 높은 기업들에 피해 확인 절차를 생략하고 수출자금 공급한도를 1.5배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또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 신흥시장에 특화된 해외 마케팅 활동에 21억 원을 투입한다. 수출 우량기업이 전기차, 바이오헬스 등 유망 신산업과 관련해 수출할 경우 수출보험 한도를 최대 2.5배 확대하기로 했다.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취업준비생 이모 씨(25)는 지난달 말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그만뒀다. 편의점 주인이 하루 5시간이었던 근무시간을 3시간으로 줄이자고 해서다. 근무시간을 줄여서는 생활비 대기가 빠듯했던 이 씨는 새 일자리를 찾아나섰지만 열흘 이상 실업 상태다. 그는 “9월이면 대학들이 개강을 해 알바를 쉽게 구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좀처럼 자리가 나질 않는다”며 당장 생계비 마련이 걱정이라고 했다. 경기 악화와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로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줄면서 청년층 실업률이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8월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7월에 비해 0.7%포인트 상승한 10.0%에 이르렀다. 이는 8월 기준으로 외환위기 여파가 이어지던 1999년 8월(10.7%) 이후 19년 만에 최고치다. 청년층 취업자 수도 392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만 명 줄어들었다. 올해 4월부터 5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이처럼 청년층 실업률이 높아진 데는 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관계자는 “20대 후반에 비해 10대 후반과 20대 전반에서 실업자가 많이 늘었다”며 “연령대로 봐서 음식·도소매 분야 일자리를 찾는 계층인데 그 수요만큼 일자리 공급이 따라주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9세의 8월 실업률(9.9%)보다 15∼19세의 실업률이 11.4%로 더 높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포인트 오른 수치다. 20대에는 대학을 졸업하고 정규직을 염두에 두고 구직활동을 시작하는 사람이 상당수 포함돼 있을 수 있다. 하지만 15∼19세이거나 대학을 졸업하기 전인 20대 초반의 청년들은 대부분 아르바이트 취업을 희망한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자영업자들이 아르바이트생을 해고하면서 상대적으로 어린 청년층이 일자리 한파에 내몰린 것으로 보인다. 공식 실업률 외에 실질적인 실업률을 보여주는 체감실업률도 청년층의 경우 23.0%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5%포인트 높아졌다. 이런 체감실업률은 8월 기준으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