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수

홍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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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동아일보 홍정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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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15~2026-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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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 엄마’ 돕기 위해 뭉친 3040엄마들

     한파가 몰아친 6일 오전, 미혼모 돕기 바자회 ‘맘(mom), 나누장(場)’이 열린 서울 중구 블루워시인더스트리 건물 1층도 허연 입김이 선명할 정도였지만 이내 나눔의 열기로 뜨거워졌다. 오전 11시 문을 열자마자 발 디딜 틈 없이 들어찬 손님들은 대부분 유모차를 끌고 오거나 어린아이의 손을 잡은 여성이었다. 맘 나누장은 30, 40대 엄마들이 어린 미혼모들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마련한 행사다. 부모교육 전문기업 ‘그로잉맘’의 공동대표 이다랑 씨(31)와 이혜린 씨(30)가 재능기부 형식으로 4월부터 운영한 오프라인 ‘엄마성장모임’에 참석한 여성들이 기획했다. 매달 만나 육아 고민을 나누던 멤버들은 지난달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선바자회를 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대부분 기부와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어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수익금을 어디에 기부할 것인지 고민 끝에 이들은 미혼모 지원단체인 ‘위드맘한부모가정지원센터(대표 이효천)’를 떠올렸다. 마땅히 살 곳이 없어 신생아를 데리고 모텔을 전전하는 미혼모들에게 주거 공간을 제공하는 사업을 주로 하고 있다. 각각 세 돌, 두 돌이 지난 아이를 키우는 이다랑 씨와 이혜린 씨는 “우리 모두 엄마로 성장했으니 다른 엄마들의 성장을 응원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각자 일과 육아로 바쁜 가운데서도 ‘엄마’들은 자신의 활동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보람을 느꼈다며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디자인 관련 일을 하다 5년 전 쌍둥이를 임신하며 직장을 그만둔 박유미 씨(43)는 맘 나누장에 내놓을 캘리그래피 공예품을 만들며 “잊었던 재능을 되살려 잃어버린 자존감과 활기를 찾았다”고 말했다. 이혜린 씨는 “직장에 다니는 엄마들도 ‘내 아이를 놔두고 일한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나 내 아이와 함께 살아갈 또래 아이들의 엄마들을 도울 수 있다는 고마움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그로잉맘은 이런 모습을 ‘집단 모성’이라고 표현했다. 이다랑 씨는 “오직 내 아이 하나만 잘 키우자는 ‘맘충’(엄마를 비하하는 표현)이 아닌, 우리 아이가 더 나은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서로를 품고 나누는 엄마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며 웃었다. 그로잉맘은 올해뿐 아니라 내년 이후에도 재능 기부와 자선 행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따뜻한 바자 매장 안에는 ‘엄마 CEO’가 직접 만들어 파는 오미자차의 향기가 퍼졌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16-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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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오르크 켈 “촛불 혁명, 투명 사회 만들 역사적 기회”

     “모두에게 아주 좋은 교육입니다. 유일무이한 역사적인 기회예요.” 온 국민을 분노로 몰아넣은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묻자 게오르크 켈 전 유엔글로벌콤팩트 사무총장(62)은 ‘기회’를 얘기했다. 29일 열린 ‘2016 소셜 임팩트 콘퍼런스’ 참석차 방한한 켈 전 총장은 2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는 오랫동안 부패해온 국정 관리체계를 완전히 ‘리셋’할 수 있는 특별한 계기”라고 강조했다.  기업윤리 전문가인 켈 전 총장이 2000년 설립한 유엔글로벌콤팩트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촉구하는 유엔 산하기관이다. 세계 160개국 8000여 개 기업이 참여하는 유엔글로벌콤팩트를 15년간 이끌어온 켈 전 총장은 퇴임한 뒤 ‘아라베스크 파트너스’의 부대표로 재임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기업 가치와 연결짓게 하는 게 그의 역할이다.  10년 전부터 한국을 방문하고 있는 켈 전 총장은 26일 열린 5차 촛불 집회에도 참가했다. 2시간가량 행진에 동참했다는 그는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건강한 민주주의를 보여줬다”며 “자랑스러워할 만한 모습”이라고 극찬했다. 국민의 분노가 국가정책과 자본을 좌지우지한 비선(秘線)을 향한 것에 대해 “이번 계기로 한국 사회는 투명성이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 절실하게 배웠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명성은 켈 전 총장이 약 1시간에 걸친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반복한 단어였다. 그는 투명성이 “부패를 막는 최고의 보험이자 위험을 막는 조기 경보 시스템”이라고 표현했다. 이번에 대기업의 총수들이 부패 범죄에 연루돼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는 것 역시 불투명한 거버넌스(지배구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세계가 정보통신기술을 바탕으로 ‘100%의 투명성’의 사회로 바뀌어가고 있는데 기업과 정부는 아직도 ‘내가 하는 모든 것이 공개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부패와 스캔들이란 ‘바보 같은 일’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투명성을 위해 켈 전 총장이 제안한 것은 일종의 ‘방화벽’이었다. ‘빅 머니(기업)’와 ‘빅 파워(정부)’가 지나치게 가까워지면 반드시 부패가 생길 수밖에 없기에 둘 사이에 분명한 경계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는 미국 국민의 절반가량이 ‘기업과 정부가 지나치게 가까워 법제도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다’고 믿는다는 설문조사를 인용하기도 했다.  그는 “기업의 재단출자 한도가 없거나, 정부가 기업들의 참여를 당연시하는 등 공공과 민간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으면 늘 부패의 위험이 생긴다”며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스스로 어느 정도 고립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선 실세’ 최순실 씨와 박근혜 대통령, 그리고 대기업의 자본이 사실상 ‘일심동체’로 움직여 한국 사회를 어지럽혔던 그간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켈 전 총장은 “급격한 투명성의 진화를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기업이 모든 재정과 의사결정구조를 완벽하게 공개할 수 있어야 지속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라베스크 파트너스가 영국 옥스퍼드대와 공동으로 진행한 최근 연구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 분야에서 공적 책임을 훌륭하게 해내는 기업일수록 성과도 좋았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어떤 일도 어둠 속에서 이뤄져서는 안 됩니다. 모든 것은 완벽하게 공적인 빛(light)에 드러나야 합니다. 한국은 이번에 어둠을 밝히기 위해 ‘촛불 집회’로 보여준 성숙한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해결책을 찾아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켈 전 총장은 덧붙였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16-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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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이 무너뜨린 국격, 국민이 쌓아올렸다

     역대 최대 규모의 군중이 대통령 퇴진을 외친 야간 집회였는데도 경찰에 연행되거나 부상을 당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들이 떠난 길거리는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 깨끗했다. 참가자들은 일주일 뒤 다시 모일 것을 약속하고 일상에 복귀했다. 지난달 29일 시작된 주말 촛불집회가 한 달째 계속되며 26일에는 참가 인원이 전국적으로 190만 명(주최 측 추산)으로 불어났다.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박근혜 대통령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바람에 구호도 하야(下野)에서 체포, 구속으로 강도가 세졌지만 우려했던 경찰과의 충돌 등 불상사는 전혀 없었다. 이를 두고 나라 안팎에서 “박근혜 정권이 무너뜨린 국격(國格)을 국민들이 다시 쌓아올리고 있다”며 극찬하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5차 촛불집회에는 150만 명(경찰 추산 27만 명)의 시민이 모여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첫눈에 비까지 흩날리는 궂은 날씨도 이들을 막지는 못했다. 부산 광주 등 각 지역에서도 40만 명(경찰 추산 6만 명)이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비옷을 입거나 우산을 쓴 참가자들은 “강제 수사하라” “구속하라”를 외쳤고, 일부 참가자들은 27일 새벽까지 밤샘 집회를 하기도 했다. 위태로운 순간도 있었지만 참가자들은 “질서, 비폭력”을 외치며 끝까지 평화 집회를 지켰고, 상황이 모두 끝난 뒤에는 자발적으로 길거리의 쓰레기를 치웠다. 5차에 걸친 집회에서 성숙한 시민의식이 자리 잡아 새로운 시위 문화를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서울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법원이 청와대 앞 200m까지 행진을 허용하면서 청와대를 동·서·남쪽으로 포위하듯 에워싸는 U자형의 ‘청와대 인간 띠 잇기’를 실현해 보였다. 5차 촛불집회에 대해 중국 신화통신은 “한국 국민들이 축제 형태로 평화로운 집회의 새 장(場)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은 민주주의의 역사를 새로 썼다. 이제는 190만 명이 합심해 이해타산에 따라 싸우는 정치권에 휘말리지 않도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전주영 aimhigh@donga.com·홍정수·이유종 기자}

    • 2016-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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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적인 콘서트장” 하나된 광장

     26일 시민 150만 명(주최 측 추산)을 촛불집회가 열리는 서울 광화문광장으로 이끈 숨은 주역은 문화공연이었다. 주최 측이 준비한 무대에는 안치환, 양희은, 노브레인 등 쟁쟁한 가수들이 차례로 등장했다. 대중가수들은 12일 3차 집회(이승환), 19일 4차 집회(전인권) 때에도 어김없이 무대에 올라 자칫 격앙되기 쉬운 집회를 축제의 장(場)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집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오후 3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 전북 진안군에서 올라온 농민들이 풍물 공연을 펼치고 있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렸지만 비옷을 입은 시민 50여 명은 이들을 둘러싼 채 흥겨운 우리 가락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어느 순간 한 여성이 풍물패 안으로 들어가 현대무용을 추기 시작했다. 춤사위가 10분 넘게 이어지다 여성이 주먹을 위로 뻗어 올리자 시민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박근혜는 하야하라”고 외쳤다. 집회 내내 광화문광장 일대에서는 대중가요를 개사한 노래가 울려 퍼졌다. 1차 행진을 앞둔 오후 4시경 광장에 ‘동물원’의 노래 ‘변해가네’가 나오자 시민들은 ‘우∼ 너무 쉽게 변해가네’라는 가사 대신 ‘우∼ 너무 늦게 하야하네’라고 따라 불렀다. 오후 6시에 시작된 본집회 문화공연 역시 시민들의 뜨거운 환호 속에 진행됐다. 무대에 가장 먼저 오른 뮤지컬 배우들은 뮤지컬 ‘레미제라블’에 수록된 ‘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를 번안해 불렀다. 어느새 촛불집회의 애창곡이 된 이 노래는 ‘너의 생명 바쳐서 깃발 세워 전진하라’ 같은 가사를 담아 민중가요처럼 들리지만 영화 등을 통해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다. 오후 6시 45분에는 100만 명이 넘는 시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가수 안치환이 무대에 올라 첫 곡으로 ‘광야에서’를 열창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본 어떤 바다보다도 아름답고 숭엄한 촛불의 바다가 펼쳐져 있다”며 “우리가 비폭력을 유지하는 이유가 인간답게 퇴진할 기회를 주려는 것이란 걸 (대통령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히트곡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하야가 꽃보다 아름다워’로 개사해 부르자 시민들은 머리 높이 촛불을 들고 환호했다. 오후 8시 지나 시작된 2차 행진 대열 곳곳에서도 타악 공연, 대중가요 ‘떼창’ 등이 벌어졌다. 오후 9시경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앞에서는 대학생 100여 명이 둥글게 모여 자발적인 ‘떼창’ 무대를 가졌다. 이들은 아이돌 그룹 빅뱅의 ‘뱅뱅뱅’을 크게 틀어놓고 춤을 췄다. ‘빵야빵야빵야∼ 다 꼼짝 마라’라는 가사는 ‘하야하야하야∼ 근혜 꼼짝 마라’로 바꿔 불렀다. 김호정 씨(24·여)는 “역사의 현장이라 생각하고 나왔는데 이젠 ‘역사의 콘서트장’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차길호 kilo@donga.com·홍정수 기자}

    • 2016-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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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에도 연행-부상 0명… “비폭력” 외치며 과격행동 막아

     “작은 촛불 하나 켜보면 달라지는 게 너무나도 많아 (중략) 세 개가 되고, 네 개가 되고, 어둠은 사라져가고∼.” 26일 청와대를 불과 400m 남겨 놓은 서울 종로구의 촛불집회 현장. 반짝이는 촛불 속에 그룹 god의 노래 ‘촛불 하나’가 울려 퍼졌다. 역대 최대 규모의 인파가 모인 이날 집회에서 다섯 번째 촛불 역시 평화 속에 타올랐다. 연행자와 부상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평화 속에 타오른 5번째 촛불 사상 처음으로 청와대 200m 앞이 시위대에 열렸지만 이날도 시민들은 비폭력을 외치며 절제된 분노를 표출했다. 술에 취하거나 흥분한 일부 참가자가 조금이라도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면 “평화시위” 구호를 위치며 자제시켰다. 중년 여성 참가자 두 명은 경찰기동대 버스 위에 앉아 비상 대기하는 의경들에게 간식을 건네기도 했다. 오후 8시 정각 1분간 모든 불과 촛불을 끄는 일제 소등 퍼포먼스를 열 때에는 참가자뿐 아니라 광장 주변의 상점들도 절반가량 동참했다. 곳곳에서 열린 자유발언의 장(場)에서는 발언자를 격려하면서도 약자에 대한 혐오 발언을 자제하는 성숙함이 빛났다. 한 참가자가 ‘병신년(丙申年)’을 언급하며 격한 표현을 동원하자 시민들이 “내려와”를 외치며 중단시켜 결국 발언자가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 주최 측 추산으로 150만 명이 운집했지만 질서를 지키려는 모습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인파로 붐빈 지하철 1호선 종각역에서는 출구에서 혼란이 빚어지자 시민들이 “아이 있는 가족부터 나가게 하자”며 서로 양보했다. 광화문광장 곳곳에 설치된 간이화장실에는 긴 줄이 생겼지만 시민들은 짜증내기보다 오히려 화장지 등 개인용품을 서로 나눴다. 박모 씨(30)는 “자신을 공주로 아는 대통령만 이런 곳이 불편할 뿐”이라며 “우리는 오히려 집회가 주는 불편함이 즐겁다”고 말했다. 공식 행사가 끝난 뒤 솔선수범해서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 역시 앞선 촛불집회와 마찬가지였다. 집회 중간에 눈비가 내려 물에 젖은 종이 쓰레기가 바닥에 질척거렸지만 시민들은 이에 연연하지 않았다. 이예나 씨(24·여)는 테이크아웃 잔 등을 재활용해 종이컵 쓰레기를 줄이자는 ‘하야 초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일촉즉발 위기에도 부상자·연행자 0명 기적 인간 띠 잇기 행사가 법원 허용 시간을 넘기며 서울 종로구 신교동 사거리에서는 경찰과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 뻔한 순간도 있었다. 경찰이 해산을 요구하자 참가자들은 “차벽은 위헌” “불법경찰” 구호를 외치며 도로를 점거했다. 경찰은 오후 6시 30분경부터 이들을 경복궁역 방향으로 밀어내기 시작했다. 이때 일부 참가자가 스크럼을 짜고 저지하는 과정에서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돌발행동이 벌어지려 하면 시민들이 “비폭력”을 외치는 등 자제해 물리적 폭력사태로 이어지진 않았다. 오후 11시경 통인동 사거리에서는 시민 20여 명이 맞서고 있던 경찰을 안아주는 훈훈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경찰도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 2차 행진에서 청운동 방향으로 시위대가 몰리자 차벽을 당초 계획했던 내자동사거리보다 북쪽으로 물린 통의 사거리에 설치했다. 참가자 김현진 씨(29·여)는 “법원이 정한 집회시간을 넘겨 물리적으로 도로를 점거하는 것은 집회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행위”라면서도 “경찰도 이들을 자극하며 폭력시위의 빌미를 줘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조모 씨(34) 등 대구경북민권연대 회원 4명이 북악산을 넘어 청와대로 진입하려다 오후 10시경 군 수도방위사령부에 검거됐다. 이들은 군사기지와 군사시설 보호구역을 지나가며 페이스북을 통해 진입 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홍정수 hong@donga.com·정동연 기자}

    • 2016-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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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기획]“성매매의 늪에 빠진 여성들, 아픔 있는 제가 구해야죠”

     “그냥 신나게 탬버린 치고 노래 번호만 검색해 주면 돼. 한 시간에 3만 원은 줘.” 2013년 가을이었다. 친하게 지내던 한 살 위 언니가 웃으며 말했다. ‘놀면서 돈까지 많이 벌 수 있다니….’ 열여섯 경민(가명)은 호기심이 일었다. 그 언니를 따라 노래방에 갔다. “언니들 보면서 잘 따라 해.” 노래방에서 만난 ‘삼촌’이라는 사람이 친절히 말했다. 경민이는 처음 보는 20대 중반의 언니와 함께 어느 방에 들어갔다. ‘손님들이 만지려고 하면 안 돼요∼라고 해야지. 그리고 술만 따라야지.’ 순진한 착각이었다. 같이 들어간 언니는 나이 많은 아저씨들이 보는 앞에서 자연스럽게 윗옷을 벗었다. 경민의 입에서 “헉” 소리가 나왔다. 언니는 “뭐 해, 애기야”라며 손짓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경민을 아래위로 훑었다. 눈앞이 하얘졌다. 눈을 질끈 감고, 언니를 따라 옷을 벗었다. 방을 나와서야 알았다. 그곳이 ‘끝까지 가는 방’이었다는 사실을. 삼촌이 ‘설마 처음 일하는 애가 얼마나 버티겠느냐’는 생각에 시험 삼아 수위 높은 방을 골랐다는 사실은 한참 뒤에 알았다. 그날 바로 ‘더는 못 한다’고 했어야 했는데…. 그 말이 어려웠다. 그렇게 3년이 지났다.가정폭력과 외로움 때문에… 열아홉 경민은 대전의 여성인권상담소 느티나무에서 활동하며 성매매 여성들의 탈업(脫業)을 돕는 현장 활동가를 꿈꾼다. 평일 낮에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일을 하지 않을 때에는 성매매를 하는 미성년자 아이들에게 멘토링을 하는 등 ‘반(反)성매매’ 활동에 열심이다.  기자는 얼마 전 느티나무 사무실에서 경민을 만났다. 건강한 피부와 큰 목소리, 부드러운 표정을 지닌 소녀였다. 느티나무의 소장은 경민이 걱정되는지 “인터뷰 동안 같이 있을까”라고 말했다. 경민은 “가세요. 나중에 기사로 보세요”라며 웃었다. 자신의 과거를 솔직하게 언론에 밝히는 이유는 딱 한 가지. 한때 자신처럼 성매매 굴레에 빠져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여성들을 구해 내고 싶어서다. 어린 경민의 기억 속에 부모는 자주 다퉜다. 아버지는 3, 4개월에 한 번씩 집에 들어올 때마다 어머니에게 손찌검을 했다. 결국 초등학교 6학년 때 부모가 이혼했다. 경민은 아버지의 손에 넘겨졌다.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했던 것처럼 경민에게 화풀이를 했다. 조금만 집에 늦게 들어와도 “학교 끝났으면 바로 집에 와야지”라며 이유 없이 때렸다. 결국 1년을 참다가 가출했다. 한 달간 친구 집을 전전하다 돌아왔지만 아버지는 매몰차게 경민을 내쫓았다. 학교도 그만두고 대전에 있는 할머니 집으로, 다시 어머니 집으로 떠돌았다. 하지만 어머니 집엔 ‘새아빠’가 있었다. 새 가족을 꾸린 어머니는 경민이 없이도 잘 지내는 것 같았다. 낯선 동네에 마음 둘 곳이라곤 세 살 많은 남자친구밖에 없었다. 그는 어느 날 “내가 좋아한다면 어디까지 해 줄 수 있느냐”라며 “내가 사고 싶은 게 있는데…”라고 말했다. 남자친구가 온라인 채팅사이트로 조건만남을 주선했다. 경민은 성매매를 하고 받은 돈을 10원도 남기지 않고 몽땅 남자친구에게 건넸다. 그게 성매매의 시작이었다. 경민은 “지금 생각해 보니 완전히 나를 이용해 먹은 것”이라고 했다. 그때 경민을 걱정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 공장에서 야간 일을 하던 어머니는 자기 한 몸 챙기기도 힘들었다. 일주일에 6차례 오후 8시에 삼촌이 모는 차를 타고 보도방(유흥업소에 여성 도우미를 공급하는 무허가 업체)으로 출근해 노래방과 주점을 옮겨 다녔다. 새벽 5시 일이 끝나면 삼촌 차를 타고 퇴근했다. 집에서 화장을 지우고 교복으로 갈아입으면 밖에서 기다리던 삼촌이 다시 학교에 데려다줬다. 학교에선 하루 종일 잠만 잤다. 경민은 “왜 너만 못 하느냐”란 말이 가장 듣기 싫었다. 경민은 ‘진상’ 손님을 만나도 “싫어요”라고 꺼리는 대신 “손님이 너무 진상인데 시간 조금만 빼 주세요”라고 주인에게 부탁했다. 그래서 보도를 찾는 노래방과 주점에선 경민을 유독 예뻐했다. 책임감도 강했다. “오늘 손님 많을 텐데 내가 없으면 언니들이 힘들겠지”, “이 방을 박차고 나가면 언니들이 돈을 못 벌겠지”, “내가 가장 어리니까 더 참아야지” 하면서 버텼다. 그런 경민도 견디기 힘들 때가 있었다. 손님들이 몰래 사진을 찍을 때가 그랬다. ‘찰칵’ 소리가 나면 화가 나야 하는데 경민은 자기도 모르게 얼굴부터 숨겼다. 저항을 해도 도리어 “넌 술집 여자잖아. 내가 돈 줬잖아”라는 말이 되돌아왔다.  초저녁에 가게 문을 열자마자 경민을 찾는 손님도 있었다. 그는 경민의 몸에 손도 대지 않고, 술도 먹이지 않았다. 다만 노래방 화면 앞에 서서 춤추길 강요했다. 한 곡당 만 원, 옷가지를 하나 벗으면 5만 원짜리 지폐를 유리컵에 꽂았다.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드는 자신이 수치스러웠다. 하지만 소용없는 후회였다. 아버지 또래 성매매 남성들은 경민의 나이를 꼭 물었다. 거짓말로 “스물세 살”이라고 둘러대면 하나같이 경민의 몸을 만져 대며 “우리 딸이 열일곱인데”, “우리 아들이 스무 살인데”라며 자기 자식 이야기를 꺼냈다. 속으로 “어쩌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냥 “네네” 하고 이야기가 빨리 끝나기만 바랄 뿐이었다.“쉬고 싶다” 한마디에 돌아온 폭언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됐을까.” 2차를 나가서 성관계를 맺으면 머릿속으로 딴생각을 했다. ‘제발 빨리 끝나라’고 기도했다. 너무 힘든 날은 모텔 현관문을 계속 바라봤다. 경찰이 저 문을 따고 들어와 이 생활을 끝내 주길 바랐다. 단 한 번도 그런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일한 곳은 경찰 단속을 미리 알았어요. 삼촌의 누나가 여경이라고 했는데 꼭 단속할 날을 알려줬어요.” 몸은 하루가 다르게 망가졌다. 사무실 언니들과 콘돔 4000개짜리 한 박스를 사면 6개월도 가지 않았다. 질염은 감기처럼 사소한 질병이었다. 아래에서 까만 분비물이 나오거나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는 돼야 겨우 “아프다”는 얘기를 꺼낼 수 있었다.  오래 일한 언니들은 호르몬이 망가져 4, 5개월에 한 번씩 생리를 했다. 경민이 한 달에 한 번씩 생리를 하면 삼촌은 “넌 왜 이렇게 자주 하느냐”라고 타박했다. 물티슈로 피를 막고 2차를 나갔다. 찬물로 아래를 씻어 내면 일시적으로 피가 멈췄다. 지난해 8, 9월에는 몸이 덜덜 떨려 패딩을 꺼내 입어야 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이힐을 신다 보니 자주 넘어졌다. 발목은 늘 파랗게 멍들어 있었다. 지난해 12월 말 유흥업소가 붐볐다. 하룻밤에 네다섯 곳을 돌았다. 10월에 시작한 생리가 끝나질 않았다. “꼭 유산한 것 같았어요.” 하혈이 계속되자 응급실에 실려 갔다. 삼촌한테 전화를 걸어 “몸이 너무 안 좋은데 일주일만 쉬었다 나오면 안 될까요” 간청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 마라. 이래서 어린 ×은 안 된다”였다. 일을 시키고 따르는 관계였지만 그래도 어느 땐 ‘가족’ 같다고 생각했던 삼촌이었다. 여름이면 짧게나마 언니들과 휴가도 같이 갔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생각했다. ‘이래서 남은 남이구나. 더 있으면 안 되겠다.’ 경민은 휴대전화를 끄고 그날로 일을 그만뒀다.  연락을 안 받자 삼촌은 경민의 집까지 찾아왔다. 밖에서 문을 계속 두드렸다. 결국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고 집을 옮겼다. 그래도 가슴 철렁한 일은 자꾸 일어났다. 길을 걷는데 누군가 뒤에서 “보라야” 하고 불렀다. 술집에서 쓰던 가명이었다. 뒤돌아보면 안 되는데 순간적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예전에 봤던 성매매 남성이었다. 경민은 모르는 사람처럼 앞으로 내달렸다.800만 원보다 소중한 80만 원 경민은 8월부터 집 대신 그룹홈에서 지내기 시작했다. 티움에서 만난 현장 활동가가 소개해 준 곳이다. 그곳에서 경민은 성매매를 했던 ‘경험 활동가’들도 만났다. 그들은 “괜찮아, 더 잘할 수 있어.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면 돼”라고 용기를 줬다. 멋있었다. 이곳에서 일하며 돈의 소중함도 배웠다. 성매매 업소에선 한 달에 최고 800만 원씩 벌었다. 현금으로 돈을 받으니 씀씀이도 커졌다.  지금 경민은 80만 원을 받는 월급 날짜를 기다리며 ‘작은 것’ 하나 사는 즐거움을 맛본다. 가끔 생활비가 부족할 때 “딱 하루만 나가서 돈을 벌까” 하는 유혹에 빠질 때가 있다. 그래도 이제는 엄마 생각에 꾹 참는다. 그는 “고등학생 딸이 밖에서 이런 일(성매매)을 한다는 사실을 엄마도 인정하기 싫었을 것”이라며 “엄마가 보내 준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라’는 문자메시지도 잊기 어려웠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자신을 응원해 주는 수많은 선배 활동가들과 선생님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내가 그곳으로 돌아간다면 힘들게 일하는 그분들이 얼마나 회의감이 들겠어요.” 경민은 이제 몇 년씩 성매매의 늪에 빠져 탈출할 생각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구하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 “과거의 저처럼 이 일 아니면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자괴감에 빠진 사람들이에요. 똑같이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사람에게 마음속 진실된 이야기로 울림과 감동을 주고 싶어요.”박훈상 tigermask@donga.com·홍정수 기자  }

    • 2016-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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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同性 성추행에 속끓는 신입들

     신입사원 최모 씨(25)는 지난달 열렸던 회사 워크숍을 떠올리고 싶지도 않다. 저녁자리에서 술이 몇 순배 돌아가자 부장은 취한 얼굴로 막내 직원 두 명을 차례로 일으켰다. 이어 자기 옆자리로 불러 술을 한 잔씩 따라준 뒤 ‘러브샷’을 하고 입을 맞췄다. 최 씨가 당황한 표정을 짓자 귀를 깨물기도 했다. 최 씨는 “토할 것 같았다”면서도 “모든 선배가 지켜보고 있는 데다 입사한 지 몇 달 되지도 않은 막내라 불쾌하다는 티를 낼 수도 없었다”고 회상했다. 최 씨는 겉으로는 웃는 표정으로 “감사하다”며 인사까지 하고 자리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는 “입술이 썩은 것 같은 기분에 혼자 밖으로 나가 담배를 두 대 연달아 피웠다”고 고백했다.  각종 회식 자리에서 이와 같이 동성 상급자들의 ‘뽀뽀’로 괴로워하는 남성들의 호소가 끊이지 않는다. 상사들은 친밀감의 표시로 하는 행위이지만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불쾌함을 넘어 수치심까지 느낄 수 있다.  문제는 이성 간에 이뤄지는 성폭력에 비해 동성 간 성폭력은 문제 제기를 하기가 상대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술을 마신 상태에서 공개적으로 이뤄지는 가벼운 신체접촉은 대부분 장난으로 치부되곤 한다. 지난해 입사한 박모 씨(26)는 “술자리에서 상무님이 입을 맞춘 뒤 ‘더 생각나면 밤에 내 숙소로 찾아오라’고 말하기까지 했다”며 “당한 사람 입장에선 성희롱적 발언인데도 다들 웃어넘기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상대방이 자신보다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은 사람이라는 점 때문에 섣불리 나서지 못하기도 한다. 5년 차 직장인 박모 씨(32)는 한 술자리에서 아버지뻘 되는 거래처 임원에게 혀까지 오가는 ‘설왕설래(舌往舌來)’ 입맞춤을 당했다. 박 씨는 “상품 홍보를 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트러블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면서도 “업무상 마주칠 때마다 생생하게 떠올라 치욕스럽다”고 말했다. 최근 동성에 의한 남성 성폭력 피해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남성이 성적 피해를 호소하고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법적으로는 여성 성폭력 피해자에게 준하는 보호를 받지만 사회 전반에서 동성에 의한 남성 성폭력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가해자 개인의 문제가 크지만 근본적으로는 사회 전반적인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며 “남성 성폭력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각종 성희롱 예방교육에서 남녀 모두 성폭력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16-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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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유라, 작년 5월 제주서 ‘원정 출산’한 까닭은…‘상속 포기각서’도 작성

    최순실 씨(60·구속 기소)의 딸 정유라 씨(20)가 지난해 5월 제주에서 '원정 출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정 씨는 지난해 5월 8일 제주의 한 종합병원에 입원해 남자아이를 출산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출산 이틀 후인 10일 퇴원해 제주의 한 산후조리원으로 옮겼으나 이곳에서도 오래 머물지 않고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산 당시 정 씨는 미혼모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 씨가 굳이 제주에서 출산한 까닭은 그의 사촌언니인 장시호 씨(37·구속)가 제주에서 활동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장 씨는 2012년 7월 제주 서귀포시의 한 고급 빌라를 구입해 최근까지 머물렀다. 정 씨가 출산 전후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장 씨의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편 정 씨는 출산과 결혼 등의 문제를 놓고 어머니인 최 씨와 심한 갈등을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SBS 보도에 따르면 정 씨는 임신 중이던 지난해 1월 재산 상속을 포기하는 각서를 작성했다. 각서에는 재산 상속을 포기하고 최 씨와 공동 소유한 강원도 부동산까지 반납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정 씨의 남편 신모 씨도 '태어날 아이에 대해 부모로서 모든 책임을 다하고 저희 부모님과 유연이(정 씨의 개명 전 이름) 부모님께 절대 의지하지 않고 저희들만의 힘으로 아이를 책임지고 키울 것을 맹세한다'는 내용의 자필 '다짐서'를 작성하기도 했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16-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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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드뉴스]수능D-1, 불붙은 SNS응원 열전

    #.1수능 D-1, 불붙은 SNS응원 열전#.2이맘때면 수험생에게 '대학에 딱 붙자'는 의미로떡이나 엿을 선물했습니다.하지만 요즘엔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데요.이베이코리아가 자사 인터넷쇼핑몰인 옥션의지난주 수능 선물용 제품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작년 동기 대비 엿(15%), 떡(3%) 등의 식품류 판매가 줄었습니다.이는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의 영향도 있지만실용성을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이는데요.같은 조사에서 다이어리와 방석은 각각 880%, 296%,핫팩과 손난로도 153%가 늘었죠.#.3오프라인에서의 이같은 변화와 함께톡톡 튀는 문구와 이미지로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응원문화'는갈수록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분위기입니다."떡보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격려 메시지가 더 힘이 된다" -수험생 김모 군#.417일 코앞에 닥친 수능을 앞두고 각종 SNS에는수험생을 격려하는 글이나 수험생 스스로 공부를 인증하는 사진들이 넘쳐납니다.#.5자신이 공부하는 모습을사진으로 '인증'하고 수능에 임하는 각오를인스타그램(SNS의 일종)에 올리는 수험생을'공스타그램(공부+인스타그램)족(族)' 이라 부르는데요.#.6인기 있는 공스타그래머는 팔로워가 수만 명에 이릅니다.해시태그 '#공스타그램'으로 검색되는 글만해도15일 기준으로 59만여 개나 되죠.사람들은 댓글과 '좋아요'로 응원 선물을 보냅니다.#.7팔로어가 8700여 명인 'studying_apri***'는 "결전의 시간이 끝나면 10대를 열심히 살아온 나에게 박수쳐 주고 싶다"는 글과 함께 정돈된 책상 사진을 올렸죠.#.8사람들은 응원의 댓글을 남깁니다."꼭 좋은 결과 있을 거에요. 끝까지 응원할게요""진짜 고생 많으셨어요. 진짜 본받고 싶어요.""열심히 해온 만큼 좋은 결과 있으실 거에요."" 수능 얼마 안 남았는데 끝까지 힘내고 시험 잘 치세요"#.9"응원해주시는 분이 많아지니 힘을 내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됐고, 그걸 보는 분들도 다시 자극을 받는 것 같다"- 2만4800명이 팔로잉하는 계정 'sherry.1031'을 운영하는 이해솔 씨(18)#.10수능을 앞둔 친구나 친인척의 건투를 비는 글들도 많습니다.#.11수능 D-1.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수험생을 응원하는 사람들은 모두 같은 마음일 것입니다.준비한 만큼 긴장하지 말고 시험 잘 치르시길 바랍니다.(To 수험생)}

    • 2016-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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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탁금지법에 수능 떡까지 된서리?

     고등학교 3학년 김모 군(18·서울 송파구)은 17일 치르는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대학생 사촌누나로부터 방석을 선물 받았다. 10시간 가까이 앉아 있어야 하는 시험장에서 꼭 필요한 아이템이었다. 평소 이맘때면 수험생용 선물로 반짝 인기를 모은 찰떡은 서너 개를 받는 데 그쳤다. 학교 후배들이 단체로 건네는 떡이나 엿도 올해는 사라졌다. 김 군은 “떡보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격려 메시지가 더 힘이 된다”고 말했다. 실용성을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에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까지 맞물리며 수험생 격려 문화가 변하고 있다.  ‘합격 떡’ ‘합격 엿’은 9월 28일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치명타를 맞았다. 청탁금지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우려 때문에 단체 주문이 줄었기 때문이다. 서울 강동구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신모 씨(59)는 “수능 단체 떡 주문이 작년보다 30% 감소했다”고 말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이달 7일 “수능 응원용 식품 제공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유권해석을 내놓았지만 “교사에게라도 돌아간다면 법에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에 주춤해진 것이다. 떡이나 엿의 빈자리는 공산품이 메우고 있다. 이베이코리아가 자사 인터넷쇼핑몰인 옥션의 지난주 수능 선물용 제품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작년 동기 대비 엿(15%), 떡(3%) 등 식품류 판매가 줄어든 반면 다이어리와 방석은 각각 880%, 296% 증가했다. 핫팩과 손난로도 153% 늘었다. 모바일 SNS 공간은 수험생 격려의 장(場)이 됐다. 댓글과 ‘좋아요’로 응원 선물을 보내는 것이다. 자신의 공부 모습을 ‘인증’하고 수능에 임하는 각오를 담은 게시물을 올리며 막바지 힘든 시기를 이겨내는 수험생도 많다. 이른바 ‘공스타그램(공부+인스타그램)’족(族)이다. 팔로어가 8700여 명인 ‘studying_apri***’는 “결전의 시간이 끝나면 10대를 열심히 살아온 나에게 박수쳐 주고 싶다”는 글과 함께 정돈된 책상 사진을 올렸다.  인기 있는 공스타그래머는 팔로어가 수만 명에 이른다. 해시태그 ‘#공스타그램’으로 검색되는 글도 15일 기준으로 59만여 개나 된다. ‘yiseo***’는 “좋은 분들과 이야기하며 좋은 인연 만든 것 같아 행복하다”는 감사 인사를 전했다. 2만4800명이 팔로잉하는 계정 ‘sherry.1031’을 운영하는 이해솔 씨(18)는 “응원해주시는 분이 많아지니 힘을 내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됐고, 그걸 보는 분들도 다시 자극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서형석 skytree08@donga.com·홍정수 기자}

    • 2016-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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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즉각 하야하는게 맞아”… “퇴진 뜻 없으니 빨리 탄핵해야”

     12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3차 주말 촛불집회에 모인 100만 명(주최 측 추산·경찰 추산 26만 명)의 시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폭발한 민심(民心) 속에는 더 이상 ‘2선 퇴진’은 의미가 없었다. 14일부터 학계와 시민 단체, 그리고 국민들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하야를 주장하는 목소리를 구체적으로 내고 있다. 국민들이 탄핵과 하야를 외치는 논리도 명확하다.○ “법적, 현실적으로 탄핵이 답” 탄핵과 하야는 주체와 법적 정당성 측면에서 가장 큰 차이가 있다. ‘관직이나 정계에서 물러남’을 뜻하는 하야는 대통령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개념이다. 대통령이 하야할 경우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는 헌법 조항(68조 2항)에 따라 두 달 이내에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치러진다. 반면 탄핵은 국회와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을 자리에서 밀어내는 법적 절차(헌법 65조)다. 대통령의 경우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발의와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단을 거쳐 파면된다. 탄핵을 주장하는 목소리에는 법적 절차에 따라 최순실 씨(60·구속)의 국정 농단을 자초한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특히 이런 주장은 법학자들 사이에서 주로 나온다.  법학자 출신으로 진보 성향 교육감 중 한 명인 김승환 전북도교육감도 이날 열린 도교육청 확대간부회의에서 “대통령에게 권력 행사를 위임할 당시 기대했던 신뢰가 무너지면 견제 장치가 작동하는 게 원칙”이라며 “대표적인 것이 국회가 대통령을 탄핵 소추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바로 이런 때 쓰라는 헌법상의 절차가 탄핵”이라고 밝혔다.  탄핵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시민들의 주장도 많다. 지난달부터 열린 세 차례의 촛불집회에 모두 참가했던 김모 씨(30·교사·경기 안산시)는 “상황이 이 지경까지 됐는데도 대통령이 가만히 있다는 건 제 발로 물러날 의사가 없다는 것 아니냐”며 “하루라도 빨리 탄핵 절차를 밟는 게 낫다”고 말했다. ○ “불투명한 정국…하야로 수습해야” 이에 비해 즉각적인 퇴진, 즉 하야를 주장하는 시민들의 목소리에는 탄핵 정국으로 벌어질 불투명성에 대한 우려와 현 정치권의 시국 수습 능력에 대한 의문이 깔려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15일 박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가지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 한 예다. 참여연대는 14일 오전 추 대표의 양자 회담 소식이 전해지자 “정치적 흥정을 위한 ‘영수회담’은 의미가 없고 2선 후퇴나 중립 내각도 수습책이 될 수 없다”며 “박 대통령은 즉각 대통령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놨다. 이후 시민들 사이에서도 “시민사회가 나서서 만든 100만 촛불을 정치권이 독식하려 한다”는 격한 목소리까지 나오자 결국 민주당은 회담을 취소하고 당론도 ‘즉각 퇴진’으로 바꿨다. 시민들도 정부와 국회에 대한 불신을 짙게 드러냈다. 대학 시절 진보 단체에서 활동했던 김모 씨(33·직장인)는 “정치권이 탄핵 절차를 제대로 이끌 것이라는 기대가 없다”며 “오히려 탄핵 정국에서 박 대통령이 불리한 정국을 뒤집기라도 할까 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공무원 A 씨(32)는 “탄핵이나 거국 중립 내각 같은 상황이 되면 모든 사안마다 권한과 자격을 놓고 분란이 일어날 것”이라며 “차라리 대통령이 빨리 하야해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고 말했다.권기범 kaki@donga.com·홍정수·정동연 기자}

    • 2016-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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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세계 추천도서 앱 만든 두 ‘40대 아재’

     “독서 분야에서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플랫폼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도서 추천 애플리케이션(앱) ‘헌드리더(hund-reader)’를 개발한 46세 동갑내기 서정철 소프트마인 대표와 정창욱 보라보라소프트 대표의 꿈은 같다. 젊은이들이 좋은 책을 많이 읽게 하는 것이다. 두 ‘늦깎이 창업자’는 국내외 유명 대학들과 세계적 명사들의 추천도서, 각국의 문학상 수상작 등 전 세계의 권위 있는 추천도서 목록을 집대성했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추천을 받은 책을 정리해 ‘객관적인 도서추천 랭킹’을 제시한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스타트업 업계는 ‘30세만 넘어도 트렌드를 못 따라간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유행에 민감하다. 20여 년간 교육솔루션 개발에 종사해 온 정 씨와 달리 서 씨는 포스코, 삼성전자 등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4월에야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이런 곳에서 ‘할아버지’나 다름없는 서 씨와 정 씨가 용기를 내 앱 개발에 뛰어든 것은 “어떻게 하면 자녀들에게 좋은 교육을 해줄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고등학교뿐 아니라 대학(서울대) 동창이기도 한 두 사람은 지난해 10월 서 대표의 제안으로 “혁신적인 교육 앱을 같이 개발하자”며 의기투합했다. 무턱대고 시작은 했지만 아이디어는 잘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자녀들과 함께 칼 세이건의 공상과학(SF)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콘택트’를 보던 서 씨는 무릎을 딱 쳤다. 서 씨는 “칼 세이건은 천체물리학자이지만 그의 저서에는 과학뿐 아니라 철학, 문학, 지리 등 수많은 인문학적 교양이 어우러져 있다”며 “누구든 훌륭한 고전과 명저를 두루 접할 수 있도록 추천도서 정보를 제공하자는 생각에 착안했다”고 말했다.  7월(앱스토어에는 10월) 출시된 이 앱은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5점 만점에 4.8점이라는 높은 평점을 받고 있다. 정 대표는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9개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전 세계 독자들이 언어의 장벽을 넘어 명저에 대해 토론할 수 있길 바란다”는 포부를 밝혔다.홍정수기자 hong@donga.com}

    • 2016-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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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차 촛불 2만→ 2차 20만→ 3차 100만… 대통령의 영혼없는 사과, 기름 부었다

     “내 손으로 (대통령을) 뽑았기 때문에 속죄하는 마음으로 나왔습니다.” “사람들이 왜 화를 내는지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대통령의) 영혼 없는 사과에 화가 났습니다.”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촛불을 들고 분노했다. 아빠 손을 잡고 나온 어린아이부터 유모차를 끌고 온 주부, 백발의 노인까지 성별과 나이, 직업, 지역을 가리지 않았다. 그들의 분노에는 후회와 안타까움, 수치심 그리고 박탈감 등 저마다 다른 이유가 있었다.○ 다양한 사람들, 하나의 목소리 이날 열린 3차 주말 촛불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100만 명(경찰 추산 26만 명)이 참가했다. 2주 전 청계광장에서 2만 명(경찰 추산 1만2000명)으로 시작된 촛불 물결은 지난주 20만 명(경찰 추산 4만5000명)을 거쳐 이날 100만 명이라는 거대한 바다가 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일과 이달 4일 대국민 사과를 했음에도 촛불집회 규모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박 대통령의 사과가 국민들을 이해시키기는커녕 실망과 분노를 안겨줬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두 딸과 함께 촛불집회에 참여한 직장인 박모 씨(38)는 “박 대통령의 ‘영혼 없는 사과’에 화가 났다”면서 “뉴스를 보며 궁금해하는 자녀들에게 이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교실을 뛰쳐나온 ‘교복부대’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본행사가 시작되기 전인 오후 3시, 교복을 입은 중고교생들은 서울 광화문역 6번 출구 계단을 끊임없이 올라왔다. 중고교생 1000여 명은 출구 앞 빈 공간에 모여 붉은 피켓을 들고 “박근혜는 하야하라”라고 외쳤다. 주변에 몰려든 어른들은 “파이팅” “장하다”라고 소리치며 응원하기도 했다. 학생들을 광장으로 이끈 건 최순실 씨(60·구속)의 딸 정유라 씨(20)의 이화여대 부정 입학 의혹이었다. 대학 진학을 위해 늦은 밤까지 학원과 독서실을 전전하는 학생들에게 ‘돈 있는 부모 둔 것도 능력’이라는 정 씨의 글은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줬다. 중학교 2학년 김민수 군(14)은 “앞서 주말 촛불집회 때는 ‘집회에 나가겠다’고 하니 부모님께서 극구 말리셨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버지께서 허락해 주시며 ‘집회에 가서 앞으로 네가 어떻게 한국 사회를 바꾸어 나갈지 생각해 봐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등 평생 여당만 지지했다는 어르신들도 촛불 대열에 동참했다. 대구에서 올라온 정모 씨(65)가 바로 그렇다. 그는 자신을 새누리당 ‘골수 지지자’라고 밝혔다. 정 씨는 “좌파가 싫어 평생 새누리당을 찍었다. 그런데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인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나라꼴이 걱정돼서 서울까지 올라왔다”며 “나 같은 보수층도 등을 돌렸다. 이제 대통령이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촛불집회는 서울 등 국내뿐 아니라 미국, 프랑스 등 세계 10여 개 국가, 30여 개 도시에서도 열렸다. 교민들은 국민과 국가의 대표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모국의 대통령에 대한 부끄러움을 호소하며 촛불을 들어올렸다.○ 정치권 직무유기에도 분통 시민들의 분노는 박 대통령뿐 아니라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정치권으로도 향했다. 초등생 자녀와 함께 참석한 서모 씨(37·여)는 “속상한 마음에 대통령에게 ‘하야하라’고 외쳤지만 야당도 믿음직스러워 보이진 않는다”며 “오늘 집회도 야당이 아닌 시민들이 주도한 것인데 ‘숟가락’ 얹으려는 일부 국회의원들을 보면 속이 상한다”고 말했다. 분노의 원인은 국정 공백 상태에도 제 살길 찾기 급급한 여당과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야당에 대한 실망감에도 있었다. 조동환 씨(65)는 “새누리당은 이번 사태가 터진 뒤에도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기는커녕 비호하기에만 바빴고 야당도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며 “이렇게 대규모 집회가 열리게 된 건 정치권 탓도 크다”고 주장했다. 한편 매주 토요일 열리는 대규모 촛불집회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9일에는 서울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개최되고 26일에는 서울에서 다시 대규모로 열린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집회를 통해 시민들은 대통령과 정치권에 ‘공’을 던진 것”이라며 “대통령이 얼마나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는지, 정치권이 얼마나 정국을 잘 수습하는지에 따라 다음 집회 때 표출될 민심의 크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전주영 aimhigh@donga.com·홍정수 기자}

    • 2016-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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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이슈]서울대 교수 30% 동참 처음… 대통령 지역구서도 “진상 규명”

     “믿었던 정부에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가만히 있을 순 없고, 뭐라도 해야 한다는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보다 더 정치에 무관심했던 동료들도 같이 이름을 올리길 원할 정도였으니까요.” 인디밴드 기타리스트 이모 씨(35)는 8일 ‘음악인 시국선언’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 광화문광장 발표 자리에도 참석했다. 처음에는 개인적으로, 소극적으로만 목소리를 냈다. 최순실 씨(60·구속)의 국정 농단이 불거지자 울화가 치밀어 자신이 운영하는 공연장 겸 맥줏집에 뮤직비디오 대신 ‘술 맛 떨어지는’ 방송 뉴스를 틀어주는 식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더 적극적으로 분노를 표현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음악인들이 시국선언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자발적으로 나서 서명을 했다. 이 씨는 “행사장에 가보니 유명 가수뿐 아니라 국악, 클래식을 전공하는 음악인들도 모두 모였더라”며 “12일 민중총궐기대회에는 아예 광화문에서 콘서트를 열기로 한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후 각계각층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5일 대통령의 첫 대국민 사과 후 본격적으로 시작돼 보름이 지난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각종 사회단체와 중고등학교, 개인까지 포함하면 수백 건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2016년 현재 전국을 휩쓸고 있는 시국선언은 과거와 얼마나 다를까. 동아일보는 시국선언에 담긴 민심을 분석하기 위해 주요 대학과 시민단체 등이 내놓은 시국선언문 201개 중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수집 및 분석이 가능한 146개의 내용을 분석했다. 또 시국선언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구속도 각오해야 했던 80년대 시국선언 시국선언의 사전적 의미는 ‘정치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을 때 교수와 같은 지식인이나 종교계 인사 등이 한데 모여 우려를 표명하는 것’이다. 과거 국내에서 이뤄진 시국선언은 주로 종교인이나 재야인사, 교수 등이 앞장서 내놓는 경우가 많았다. ‘릴레이식’ 시국선언이 본격화한 것은 1986년이다. 이전에도 시국선언은 있었다. 하지만 같은 사안을 놓고 여러 단체가 시국선언을 이어간 것은 이례적이었다. 당시 문교부(현 교육부)가 대학 자율화를 후퇴시키는 정책을 내놓자 이에 반대한 고려대 서울대 전남대 인하대 등 29개 대학 교수 780여 명이 잇따라 시국선언에 나섰다. 이 같은 분위기는 1년 뒤인 1987년까지 이어지면서 6월 민주항쟁의 원동력이 됐다. 민주화 이전의 시국선언은 고문과 구속, 때로는 죽음까지 각오해야 할 정도의 엄중한 행동이었다. 1986년에도 시국선언을 한 교수들에 대한 탄압이 이어지자 ‘시국선언 교수에 대한 보복을 중지하라’는 제하의 기사(동아일보 1986년 8월 8일자)가 나오기도 했다. 민주화 이후 의사 표현이 자유로워지면서 시국선언은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등장하곤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2009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2013년), 세월호 참사(2014년)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민주화 이후 개별 시국선언이 갖는 파괴력은 확연히 줄었다는 평가도 있다. 2016년 가을의 분위기는 또 다르다.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시국선언은 20대의 젊은 학생들이 주도하고 있다.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의 특혜 입학 논란에 휩싸인 이화여대를 비롯해 여러 대학에서 시국선언문을 앞다퉈 발표했다.  이후 시국선언이 봇물 터지듯 나오면서 여러 기록을 낳고 있다. 7일 서울대 교수들의 시국선언은 개교 이래 최대인 728명(서울대 교수 전체의 약 3분의 1)이 서명에 참여했다. 음악인들의 시국선언에도 역대 최대인 2350여 명이 이름을 올렸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지지 기반인 대구 경북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박 대통령의 지역구였던 대구 달성군의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은 개교 이래 첫 시국선언에 나섰다. 선언문에는 ‘국민의 목소리에는 귀를 닫고, 일개 개인의 사견을 곧이곧대로 국정에 반영하는 무능한 지도자’ ‘철저하고 투명한 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총학생회장 금준호 씨(21)는 “학교 안팎에서도 우려보다는 응원이 많았다”며 “상황이 심각해진다면 전국 대학들과 함께 움직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이 부끄럽다” 해외 동포들도 동참 해외에서 시국선언이 쏟아진 것도 이례적이다. 지난달 31일 재외동포언론인협회에 이어 버클리 캘리포니아대(1일)와 하버드대(4일) 소속 유학생들이 시국선언을 했다. 영국(6일)과 중국 상하이(7일)의 교민들도 시국선언에 나섰다. 교민들은 “한 나라의 대통령이 연루된 스캔들인 만큼 외국인들도 큰 관심을 갖고 있어 우리의 입장을 알리고자 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미국 워싱턴에서 유학 중인 김모 씨(33)는 “이웃 주민이 ‘대통령이 무당 친구를 통해 나라를 좌지우지한다던데 사실이냐’고 물어보더라”며 “해명을 하긴 했지만 부끄럽고 당황스러웠다. 시국선언을 한 유학생들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상하이 시국선언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우수근 둥화(東華)대 교수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중국은 외국인들이 모이는 것에 상당히 민감한 나라다. 하지만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연행될 각오를 한 사람들끼리 모였다”고 말했다. 2009년과 달리 ‘시국선언에 반대하는 시국선언’이 사실상 없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1980년대 이전의 시국선언은 민주화를 위한 ‘투쟁의 도구’였지만 최근에는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돼 선언 자체를 두고도 찬반 논란이 일어나곤 했다”며 “하지만 이번에 반대의 목소리가 없다는 건 대다수 국민 의견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비선 실세’ 등장 전후에 집중 계층별로 보면 초반에는 대학생들이, 후반에는 대학교수들이 시국선언을 주도하는 분위기였다. 대학생들이 낸 시국선언 125건 중 71건(56.8%)이 초반부인 10월 26∼31일에 집중됐다. 반면 교수들의 선언문은 32개 중 절반 이상(17개·53.1%)이 11월 1∼4일에 몰렸다. 2일 발표한 시국선언에 참여했던 한 원로 학자는 “아무래도 교수들이나 원로들은 철저한 수사를 ‘요구’할지, ‘촉구’할지 등 표현 하나하나에 민감하다”며 “심사숙고하다 보니 선언문 작성에도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석 기간(10월 26일∼11월 11일) 중 가장 많은 시국선언이 나온 날은 11월 3일이었다. 이날 하루에만 대학생 단체 21곳, 대학교수 모임 8곳, 시민·노동단체 4곳 등에서 모두 37건의 시국선언이 동시에 나왔다. 시국선언 준비 기간을 고려하면 최 씨의 귀국(10월 30일)과 검찰 소환(10월 31일), 구속영장 청구(2일), 구속(3일) 등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3일은 또 학생의 날이다. 이날 발표된 선언문 내용의 수위도 높았다. 22개 선언문에 담긴 단어를 분석한 결과 ‘하야’ ‘퇴진’ ‘사퇴’ 등의 표현을 쓴 것이 72.7%(16개)에 달했다.‘정유라 특혜’에 중고교생도 분노 대학생과 중고교생들은 정유라 씨에 대한 특혜 논란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분석 대상 선언문 중 정 씨의 이름이 등장한 것은 총 52회. 이 중 46회가 중고교생과 대학생의 선언문에서 나왔다. 시국선언에 참여했던 대학생 김모 씨(24)는 “정 씨가 리포트에 쓴 ‘해도 해도 안 될 망할 ××들’이란 표현을 봤다면 대부분 평범한 학생들은 누구든 화가 치밀어 올라 뭐라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민주주의의 위기’로 받아들이는 경향도 대학생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강하게 나타났다. 선언문에 자주 등장한 단어 중 ‘민주주의’가 10위 안에 들어간 건 대학생(8위·176회)이 유일했다. 아예 ‘민주주의에 사망 진단을 내린다’로 시작되는 선언문(보건의약학생대표자협의체)도 있었다. 헌법을 언급하거나 헌법 조항을 직접 인용한 선언문도 70개 중 40개나 됐다. 반면 대학교수 모임과 시민단체의 선언문에서 ‘민주주의’ 언급 비중은 각각 15위, 18위로 낮았다.  적지 않은 중고교생이 시국선언에 나선 것도 화제가 되고 있다. 과거에는 중고교생의 정치적 발언을 금기시했지만 이번에는 ‘눈감아주거나’ 나아가 ‘응원까지 하는’ 일도 있었다. 북원여고(강원 원주시)에서는 학생들이 붙인 대자보 옆에 교사들이 ‘여러분이 제자라는 것이 자랑스럽다’는 ‘화답 대자보’를 붙이는 일도 있었다. 원광고(전북 익산시)에서는 학교가 직접 ‘학생회에서 만든 선언문을 교내에 붙여도 된다’고 허락하기도 했다. 이 학교 송태규 교장은 “학생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보겠다는데 못 하게 할 순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물론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시국선언을 막으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학교 측이 관련 내용이 담긴 기사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해 구설에 올랐다. 경기 고양시의 한 고등학교는 시국선언을 한 학생들에게 “교칙에 따라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최 씨의 측근들이 문화체육계에 깊게 관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관련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도 큰 목소리를 냈다. 문화체육 관련 단체가 낸 시국선언 7건에 많이 등장한 단어에는 다른 곳과 달리 ‘차은택’(전 창조경제추진단장·18회), ‘김종’(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16회)이라는 이름이 올랐다. 문화계 ‘블랙리스트’(16회)와 ‘검열’(9회)도 많이 언급됐다. 시국선언에 참여한 무용평론가 장광열 씨는 “일부 사람들의 이해관계만으로 중요한 문화 정책이 강행된 데 대해 충격과 실망을 감출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권기범 kaki@donga.com·홍정수 기자  }

    • 2016-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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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순실 게이트’ 안종범-김종 연루에 “학교 복귀 반대” 비판 거세

    '최순실 게이트'에 대학 교수 출신 인사들이 대거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대학가에서 '폴리페서(정치참여 교수)'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6일 검찰에 구속된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은 성균관대, 출국이 금지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한양대 교수 출신이다. 이 가운데 안 전 수석은 지난달 31일 성균관대에 사표를 제출해 3일 수리됐다. 하지만 김 전 차관은 적어도 현재로서는 다시 학교에 복귀할 수도 있어 "학교 측이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신을 '성균관대 경제대학 10학번 최○○'라고 밝힌 한 학생은 지난달 27일 고내 건물에 '학교는 안종범 교수를 파면해야 한다'는 대자보를 붙였다. 최 씨는 정현식 K스포츠재단 전 사무총장이 "최순실 씨와 안 전 수석의 지시로 SK에 80억 원을 요구했다"고 보도한 본보 기사를 인용하며 "더 이상 학교와 경제대학의 명예가 짓밟히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고 성토했다. 성균관대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같은 내용의 '성균관대 대신 전해드립니다'에는 6일까지 540명이 넘는 사용자가 공감을 표시했다. 성균관대 인터넷 커뮤니티 '성대사랑'에도 지난달 29일 "안 교수가 복귀해 재정학 강의를 하면 '기업 협박해서 돈을 뜯어내 재정을 확보하겠다'라고 답안지를 써내면 되는 것이냐"는 등 안 전 수석을 조롱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한양대에서도 김 전 차관의 수업을 들었다는 한 학생이 익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렸다. 이 학생은 "(김 전 차관이) 학장이 된 1년 만에 바로 공직에 가더니 각종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받는 상황이 됐다"며 "다시 교수가 돼 학교로 돌아오는 건 절대 반대"라고 밝혔다. 김 전 차관의 수업을 들었던 한 4학년 학생도 "교수 시절 수업보다 딸랑딸랑(아부한다는 의미)거리며 대외 인맥 쌓기에만 치중해 별명이 '벨(bell) 킴'이었을 정도였다"며 "원래도 신뢰받는 교수가 아니었는데 학교로 복귀하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말했다. 연세대에서도 최근 김형수 전 미르재단 이사장(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장)이 검찰에 소환되자 대학원생들이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느냐'는 대자보를 붙이고 사과와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영달을 위한 교수의 정치 참여가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정치권이나 정부에서 일하는 교수는 학생들을 생각해서라도 도덕성을 원칙으로 삼아야 하는데 불미스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자칫 모든 정치 참여 교수가 나쁘다는 식으로 연결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16-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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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고생-주부들도 거리로… “질서 지키자” 큰충돌 없이 마무리

     교복 차림의 중·고교생, 유모차에 아이를 태운 가족, 주말 데이트를 하는 연인들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에 가세했다. 5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최순실 게이트’를 규탄하며 열린 2차 주말 촛불집회에 주최 측 추산 20만 명(경찰 추산으로는 4만5000명)이 참가했고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 곳곳에서도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3차 주말 집회가 열리는 12일에는 민중총궐기 등 대규모 행사까지 예정돼 있어 집회 참가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전국 각지에서 타오른 촛불 진보 시민사회단체 모임인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 문화제를 열었다. 농민 백남기 씨 영결식에 이어 열린 집회는 오후 4시경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오후 6시부터는 종로와 을지로를 거쳐 서울광장을 돌아 다시 광화문광장까지 오는 행진이 진행됐고 광화문 일대에는 시간이 갈수록 많은 시민이 모여들었다. 촛불을 켜든 참가자들은 집회와 행진 과정에서 ‘박근혜는 거짓 사과를 멈추고 하야하라’, ‘못 살겠다 갈아엎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당초 주최 측에 행진 금지를 통고했지만 이날 법원이 ‘금지 통고 집행 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행진이 허용됐다. 주최 측은 이날 오후 7시 반을 넘기면서 20만 명가량이 집회에 참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경찰이 집계한 인원은 4만5000명 선이지만 경찰 역시 이날 참가자가 지난달 29일 1차 주말 집회 참가자의 4배 이상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첫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2만 명, 경찰 추산 1만2000명이 참가했다. 이날 촛불 물결은 전국 곳곳에서도 일어났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지지 기반인 대구 지역에서도 시민·사회·노동 단체 관계자 등 1200여 명이 중구 2·28기념공원에서 ‘정권 퇴진, 대구 1차 시국대회’를 열었다. 광주 금남로에서는 민주주의 광주행동 등이 촛불 집회를 열었고 부산역 광장에서도 91개 단체가 동참하는 ‘박근혜 정권 퇴진 부산운동본부’가 출범했다. 울산과 제주, 경기 용인, 경북 포항 등에서도 박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지지층도 “속죄하는 마음”, 12일이 ‘분수령’ 집회에는 시민단체는 물론이고 대학생과 중·고교생 모임, 가족 단위로 나온 사람들 등 다양한 계층의 시민이 참여했다. 집회 전날 박 대통령이 내놓은 대국민 담화에 분노하는 이들이 다수였다. 직장인 황모 씨(31·여)는 “진정성 제로(0)에 구색 맞추기식 사과를 보고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왔다”라고 말했다. 정권을 옹호하던 보수층도 아쉬움을 표했다. 경기 남양주시에서 온 조일권 씨(65)는 “(대선에서) 박 대통령을 찍었던 사람으로서 너무도 실망스러워 속죄하는 마음으로 나왔다”라며 허탈해했다. 네 살짜리 딸을 유모차에 태우고 아내와 나온 직장인 홍모 씨(45)는 “야당이 ‘탄핵’이라는 말을 함부로 꺼내기 부담스러워한다면 시민들이 나서는 수밖에 없지 않느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 참가자가 다수를 차지한 가운데 집회는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일부 참가자가 과격한 모습을 보이려 하면 “경찰 통제에 따르자”라고 외치고 집회가 끝난 뒤 쓰레기를 자발적으로 치우는 시민의식도 눈에 띄었다. 박 대통령의 연이은 사과에도 시민들의 분노는 오히려 커지는 가운데 12일 3차 주말 촛불 집회가 정국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는 시민이 갈수록 늘어나는 데다 민중총궐기와 전국농민대회가 예정돼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5일 영결식을 치른 고 백남기 씨는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집회 중에 쓰러진 바 있다. 농민단체도 백 씨 사망과 쌀값 폭락 등의 문제를 놓고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민중총궐기 투쟁본부 측이 ‘100만 총궐기’를 외치는 가운데 경찰 관계자는 “5일 참가자의 2배 이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라고 밝혔다.김도형 dodo@donga.com·최지연·홍정수 기자}

    • 2016-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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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성폭력 피해 상처를 공개합니다”… SNS서 ‘#폭로’ 확산

     “스무 살 때였습니다. 40대인 그는 편의점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성관계를 해봤냐’ ‘네가 성인이 아니라 지금까지는 널 건드리지 않았다’라고 말했습니다. 지하철역으로 갈 때는 계속 손을 잡고 어깨를 안았습니다. 너무나 무서웠습니다.” 지난달 26일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사진가 J를 고발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을 올린 이는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성폭력) 가해를 하는 끔찍한 일이 멎길 바란다”는 내용도 남겼다. 마지막에 ‘#사진계_내_성폭력’이라는 해시태그(#·게시물에 특정 주제로 된 꼬리표를 달 때 쓰는 기호·글과 사진이 쏟아지는 공간에서 특정 주제를 묶어서 볼 수 있는 일종의 검색어 기능을 함)를 덧붙인 이 글은 인터넷에서 329번 공유됐다.  특정 집단에서 겪은 성폭력 경험을 SNS에 공개하고 이를 공유하자는 움직임이 최근 확산되고 있다. 지금까지 ‘대나무숲’(일종의 익명 게시판) 같은 익명 공간에서 은밀히 피해를 알려온 피해자들이 최근 들어 공개적으로 글을 올리고 있다. 1일 트위터 페이스북에서 ‘#○○○_내_성폭력’이라는 해시태그로 올라온 글을 검색한 결과 특정 공간에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경험담이 쏟아졌다. ‘주변에 사는 여배우나 스태프를 불러내 술시중을 들게 했다(#공연계_내_성폭력)’ ‘운동권 내에서 알고 지내던 사이인 사람에게 성폭행을 당했다(#운동권_내_성폭력)’는 글도 있었다. 피해자들이 ‘#○○○_내_성폭력’이라는 해시태그를 다는 것은 해당 내용을 널리 알리기 위한 것이다. 해시태그는 사용자들이 직접 특정 주제를 제시하고 서로 모아 볼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이를 활용하면 다른 사용자들도 특정 주제의 글을 더 쉽게 찾고 공유할 수 있다. 지난해 일어난 네팔 대지진 당시 세계의 누리꾼들이 SNS에서 ‘#prayfornepal’(네팔을 위해 기도하자)이라는 해시태그로 슬픔을 나눈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움직임은 지난달 중순 한 누리꾼이 ‘국내의 오타쿠(마니아)들과 어울리던 중 한 남성에게 지속적으로 성폭력을 당했다’는 글을 올리면서 본격화했다. 당시 이 사용자는 ‘#오타쿠_내_성폭력’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글을 올렸다. 이 글에 용기를 얻은 여성들은 해시태그 앞부분만 바꿔 ‘#공연계_내_성폭력’ ‘#대학_내_성폭력’ ‘#문단_내_성폭력’ 등이 달린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최근 성추문 논란에 휩싸인 소설가 박범신 씨 등의 이름도 이 과정에서 오르내렸다. 다만 SNS의 특성상 이런 문제 제기가 일방적 폭로로 이뤄진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한 소셜네트워크 분석업체 관계자는 “SNS는 첫 글의 확산성이 가장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반론은 무시될 가능성이 크다”며 “또 실명을 명시한 글은 소송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권기범 kaki@donga.com·홍정수 기자}

    • 2016-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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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미김-김자반-김스낵… 세계 입맛 잡는 ‘차세대 슈퍼푸드’

     세계에서 김을 양식으로 생산하는 나라는 한중일 3개국이다. 이른바 ‘김 삼국지’에서 단연 선두는 바로 한국산 김이다. 세계 수출량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산 김은 일본산보다 맛있고 중국산보다 깨끗하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김 수출액은 최근 6년간 연평균 약 25%씩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수출액 3억500만 달러(약 3500억 원)를 기록했을 정도로 오름세가 가파르다. 올해 들어서도 수출액은 2억7531만 달러(약 3153억 원)로 전년 동기에 비해 약 24% 증가했다. 이런 성과는 한국산 김의 뛰어난 맛과 향 그리고 일찌감치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소포장과 다양한 가공제품을 선보인 덕분이다. 김을 처음 접하는 해외 소비자에게 부담을 덜 주고 ‘1인 가구’의 생활방식에도 적합하기 때문이다.○ 철저한 맞춤형 공략이 성공 비결 미역과 다시마 등 대부분의 해조류는 재료 그대로를 말리거나 소금에 절인 상태로 판매한다. 이와 달리 김은 마른김 외에도 들기름에 구워 소금을 뿌린 조미김, 볶아서 반찬용으로 먹는 김자반, 튀각·부각 형태의 김스낵 등 다양한 가공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기름을 발라 굽고 소금을 뿌려 자르는’ 과정을 거쳐 눅눅해지지 않도록 적은 양을 개별 포장해 판매하는 일명 ‘도시락김’이 일반적이다. 1·2인 가구가 늘면서 이런 소포장 형태 김 제품의 인기가 더욱 높아졌다.  조금씩 사서 그대로 먹을 수 있는 특성 때문에 외국인들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올해 미국 전문식품협회가 차세대 슈퍼푸드로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노화 방지에 효과적인 해조류를 꼽으면서 해외 김 소비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시장의 경우 현지인의 입맛에 맞춰 양념한 칩이나 큐브 형태의 스낵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한류 열풍을 타고 신흥 수출국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라크와 헝가리, 스웨덴은 올해 수출량이 전년 대비 500% 이상 크게 늘었다. 이슬람 시장에는 전 생산 과정에 할랄 인증을 받은 김이 진출했다. 할랄은 아랍어로 ‘허용된’이라는 뜻으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살 또는 가공됐음을 인정받은 것이다. 해외 수출이 많아지면서 물류비용이 늘자 이를 줄이는 방법도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해조류바이오연구센터와 한국식품연구원은 기존 플라스틱 용기를 이용한 조미김 포장을 주머니 형태의 포장으로 바꿔 부피를 절반 이상 줄이는 기술을 지난해 개발했다. 김 업계에서는 쌀 소비가 줄어드는 추세에 맞춰 기존의 밥반찬용 조미김 외에 더욱 다양한 형태의 가공·포장법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소비량이 정체되고 있는 만큼 양보다 질에 초점을 맞춘 기술 개발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옥영수 수산업관측센터장은 “브랜드를 개발하거나 일본처럼 김 등급제를 도입하면 소비자의 선택권을 강화하고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 이용한 화장품과 의약품 개발도 기대 현재는 식용 김의 생산성을 높이는 연구가 중심이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김의 성분과 효능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화장품과 의약품 개발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다른 해조류에 비해 생산비용이 낮고 산업 규모도 큰 만큼 가까운 미래에 김의 유용한 성분을 응용한 산업이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김 등 해조류에 많이 들어 있는 수용성 식이섬유인 알긴산은 체내 중금속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미세먼지와 중금속으로부터 건강을 지키려는 소비자의 욕구가 높아지는 만큼 해조류에 대한 관심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김에는 칼슘 등 무기질이 풍부해 골다공증 예방과 콜레스테롤 감소, 면역력 강화에도 효과가 있다. 특히 김에 다량 함유된 요오드는 태아와 어린이 성장에 필수적이다. 이 밖에 김에는 피부를 자외선으로부터 보호하는 성분인 ‘포피라(porphyra) 334’가 함유돼 있다. 해조류에 포함된 포피라 334 성분은 염증 질환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돼 최근 이를 이용한 자외선 차단제가 상용화돼 시판되고 있다. 2013년에는 인천대 해양 RIS사업단이 국내 최초로 서해 장봉도 김에서 ‘바이오매스 201F’라는 자외선 차단 성분을 추출해 화장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해조류들이 바다에서 강한 자외선을 받지만 조직에 손상을 입지 않는다는 점에서 착안한 연구 덕분이다. 물론 김을 이용한 의약품이나 화장품 원료 개발 연구는 아직 다른 해조류에 비교하면 초기 단계다. 하지만 다시마나 미역 등 다른 해조류에 비해 김은 두께가 얇기 때문에 유용한 성분을 추출하기가 훨씬 편하다. 오병준 목포수산식품지원센터장은 “얇은 풀과 굵은 나무를 비교해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며 “김은 식품은 물론이고 다른 용도로도 상품화에 매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김산업연합회는 내년에 열릴 2017 완도국제해조류박람회에서 식품뿐 아니라 헬스케어 등 다목적 신(新)성장동력의 하나로 김을 집중 조명할 계획이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16-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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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산업연합회 김덕술 회장 “3년內 독립적인 김산업연구소 설립… 다양한 브랜드 개발, 신성장동력으로”

     “아직 서구에서는 ‘노리’라는 일본 이름이 더 알려졌지만 머지않아 ‘김’이라는 우리 이름으로 불릴 겁니다.” 김덕술 김산업연합회 회장(53·사진)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 개천절이었던 3일 그가 대표로 있는 김생산·수출업체 ㈜삼해상사의 서울 송파구 사무실에는 휴일인데도 많은 직원이 출근해 수출 관련 업무를 진행하고 있었다. 김 회장은 “세계 김 시장의 절반을 한국산이 차지하고 있다”며 “한국이 김 종주국임을 적극적으로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1987년 김 도매업을 시작한 김 회장은 2010년부터 7년째 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그가 처음 회장이 됐을 때 한국산 김의 수출액은 1억 달러(약 1150억 원)였는데 6년 만에 3배 규모로 성장했다. 김 회장이 김 산업에 뛰어들 때만 해도 많은 양식어민들이 스스로를 ‘뱃놈’이라고 낮춰 부르곤 했지만 이제는 김 산업에 뛰어드는 젊은 귀어(歸漁)민이 늘어나고 있다. 김 회장을 비롯해 업계 종사자들의 숙원은 독립적인 김산업연구소를 만드는 것이다. 김 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인력과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수산과학원에서 김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인력은 단 2명에 불과하다. 한국의 대표 약용작물인 인삼은 지난해 수출액이 약 1억5000만 달러(약 1700억 원)로 김 산업의 절반 수준이지만 전국에 연구기관만 20여 곳에 이른다. 전남도가 꾸준히 정부에 김 연구기관 설립을 건의하고 있지만 예산 문제로 표류하는 상황이다.  김 회장은 종자 개발뿐 아니라 생산·유통 과정을 개선할 수 있도록 3년 안에 연구기관을 짓는 것이 목표다. 공정 표준화 외에 신제품 개발과 홍보, 마케팅 분야의 전문성도 강화해야 김 산업을 한국의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으로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양적 성장에 치중했다면 앞으로는 용도별, 지역별로 특성을 살린 브랜드를 만들고 위생기준도 엄격히 만들어 질적 성장에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16-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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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역사왜곡의 뿌리 ‘도쿄전범재판 속기록’ 번역 나서

     “이런 역사적인 문서가 70년간 우리말로 옮겨지지 않고 묻혀 있었다는 걸 믿을 수가 없었어요.” 프리랜서 번역가 서라미 씨(34·여)와 송연지 씨(28·여), 번역업체 직장인 김병찬 씨(51), 통역장교 출신 강신우 씨(29) 등 4인은 최근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일본의 전쟁범죄를 심판한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전범재판) 속기록 번역을 시작한 것이다. 한 번도 한국어로 공식 번역된 적이 없는 이 속기록 일부를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번역해 출간한다. 서 씨가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지난해 봄 남편과 일본으로 여행을 갔던 서 씨는 서점에서 ‘도쿄전범재판과 통역’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1946년부터 2년 반 동안 열린 이 재판에 당시 우리나라는 독립국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에 피해 국가로 참여하지도 못했다. 전쟁을 지시한 히로히토 일왕은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천황이 곧 국가’라 생각하는 일본으로서는 “일본은 죄가 없다”는 인식을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서 씨가 발견한 책 역시 당시 총리로 전쟁을 진두지휘해 A급 전범으로 처벌받은 도조 히데키를 우호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재판 자체의 문제점을 다루고 있었다.  한국에 돌아온 서 씨는 속기록의 한국어 번역본을 읽어 보려 했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그나마 구할 수 있는 것은 국회도서관에 보관된 일본어와 영어판 원본뿐이었다. 서 씨는 “일본의 역사왜곡 뿌리가 된 중요한 기록을 아무도 우리말로 옮기지 않았다는 게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중국의 경우 올해 5월 재판 기록 중 자국과 관련된 부분을 번역해 출간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 재판에 대한 관심 자체가 거의 없었다. 역사 전공자가 아니었던 서 씨의 고민은 1년 넘게 이어졌다. 그는 “군사 외교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재판이었던 만큼 평범한 번역가인 제가 나설 자격이 있는지 두려웠다”고 회상했다. 올해 5월 일본은 재판 70주년을 맞아 도쿄전범재판을 재검증하기 위해 총리 직속기구까지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서 씨는 결국 8월 말 전 직장 동료 송 씨와 선배 김 씨, 그리고 시동생 강 씨에게 차례로 연락했다. 이들은 주저하지 않고 프로젝트에 동참했다. 48만 쪽에 이르는 속기록 전체를 번역하지는 못하더라도 도조 히데키의 증언을 발췌해 ‘A급 전범의 증언’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하기로 한 것이다.  네 명의 번역가는 각자의 전공 분야를 살려 본격적인 번역 작업에 들어갔다. 근현대 한일관계사를 전공한 송 씨는 당시의 역사적 배경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 경영서적 등 단행본 번역 경험이 풍부한 서 씨는 복잡한 법적 용어와 어려운 옛날식 표현을 부드럽게 다듬었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국제정치를 전공한 강 씨는 “도조가 변호인들의 도움으로 작성해 낭독한 ‘증언록’은 법리적으로만 보면 꽤나 객관적인 텍스트”라며 “해석에 따라 일본의 책임이 상당히 없어질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들었다”고 말했다. 역사에 조예가 깊은 김 씨는 “도조는 별명이 ‘면도날’일 정도로 철두철미한 군인으로만 알려져 있다”며 “실제 증언대에서 벌어진 책임공방에서는 비장함을 잃은 모습이 드러나 흥미롭다”고 말했다.  이들이 크라우드펀딩이라는 방식을 선택한 것은 더 많은 사람에게 도쿄전범재판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펀딩 시작 20여 일 만에 169명으로부터 400만 원이 넘는 후원을 받았다. 강 씨는 “저희가 번역하는 부분은 일부에 불과하다”며 “남은 부분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시간을 들여서라도 완성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홍정수기자 hong@donga.com}

    • 2016-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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