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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성향의 시민단체 ‘대한민국재향군인회’는 12일 서울역 광장에서 북한의 6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 단체 회원 3000여 명은 정부가 7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기를 추가 배치한 일을 지지하면서 정부에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서 김진호 재향군인회장은 “북한이 3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할 수소폭탄 시험을 단행하는 등 잦은 핵실험과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북한의 이런 움직임은 김정은 세습독재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경고와 제재를 무시한 것”이라며 “사드 추가 배치와 송영무 국방장관의 전술핵 재배치 검토 주장 등 정부의 강한 안보정책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북한과 대화를 하려면 대등한 군사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우리도 핵을 손에 쥐고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 앞에서는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종교, 시민단체 관계자 50여 명이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경찰이 7일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 과정에서 이를 막는 시위대를 강경 진압했다며 항의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내가 죄인이잖아요….” 그날 엄마가 무릎을 꿇은 이유였다. 아이에게 장애를 안겨줬다는 죄책감과 함께 20년을 살아온 엄마는 이제 이웃에게 죄인이 됐다고 자책하며 스스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떨궜다. 5일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열린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 2차 주민 토론회’에서 장민희 씨(46·여)는 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 가장 먼저 무릎을 꿇었다. 장 씨는 8일 기자에게 “아이가 지적장애 1급 판정을 받은 날 남편을 붙잡고 내가 죄인이라며 한참을 울었다”며 “이날도 이웃들에게 죄인이 됐다는 생각이 들어 그저 간절함이라도 전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장 씨가 무릎을 꿇자 장애학생 엄마들 사이에서 안타까움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일부 설립 반대 주민도 당황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쇼하지 말라”는 비아냥거림이 터져 나왔다. 이를 본 다른 장애학생 엄마들이 하나둘 장 씨 옆으로 다가오더니 무릎을 꿇었다. 누가 하자고 한 것이 아니었다. 서로서로 곁에 있어줘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다. 20여 명의 엄마들은 그날 그렇게 함께 죄인이 됐다.○ “제발 학교만 짓게 해주세요” 주원이(가명·20) 엄마 김모 씨(50)도 장 씨 곁에 무릎을 꿇었다. 김 씨는 “무릎 꿇고 눈물 흘린 걸 쇼라고 하는데, 솔직히 무릎 꿇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 학교만큼은 보내야 했다. 일반학교 다니면서 너무 힘들어서 그랬다”라고 말했다. 그는 무릎 꿇은 채 들었던 조롱 섞인 말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장애인에게 학교가 뭐가 필요하냐고, 그냥 (복지)시설로 보내라고 하더군요. 어떤 분은 차라리 하수처리장이 낫다는 말도 했어요. 제 아이가 오물인가요.” 주원이는 1급 지적장애다. 일반학교를 다니다 4학년 때 다른 아이들 수업에 방해된다고 해 특수학교로 옮겼다. 사실상 쫓겨난 것이다. 장애학생 부모 모두가 같은 상황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등하교에 2시간은 기본이고 3시간 걸려 다니는 학생들도 많다. 김 씨도 ‘등굣길 사투’를 설명하다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우리 주원이는 자폐와 1급 지적장애가 있어 지능이 두 살에 머물러 있어요. 대화도 불가능하고 신호등도 구별 못 하는데….” 토론회에서 엄마들은 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호소했다. “여러분도 부모이시고 저희도 부모입니다. 지나가다 때리셔도 맞겠습니다. 하지만 집 근처에 아이가 다닐 학교를 세우는 일은 포기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반대 주민들의 분위기는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한 장애학생 엄마가 “장애인이라고 나가라고 하시면 저희 딸은 어떻게 합니까”라고 말하자 반대 측 한 주민은 “당신이 알아서 해. 주민도 권리가 있어”라고 맞받아쳤다. 사실 이날 무릎을 꿇은 엄마들 대부분은 자녀가 고학년이다. 나중에 특수학교가 들어서도 자녀를 보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같은 처지의 다른 엄마들을 위해 뛰어다니고 있다.○ 깊어지는 갈등의 골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강서구의 특수교육 대상자는 645명. 하지만 특수학교는 1곳(정원 100명)이다. 대상자 중 82명(12.7%)만 이 학교에 다닌다. 나머지는 대부분 구로구 등 다른 지역 특수학교로 원거리 통학을 한다. 특수학교 부족은 강서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시 특수교육 대상자 1만2804명 중 특수학교(29곳)에 다니는 학생 수는 4457명(34.8%)에 불과하다. 25개 구 중 8곳에는 특수학교가 한 곳도 없다. 서울에는 2002년 종로구 경운학교를 끝으로 15년 동안 공립 특수학교가 설립되지 않았다. 1일 문을 연 강북구 효정학교는 사립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강서구와 양천구의 교육 수요를 감안해 2013년 가양동 공진초교를 마곡지구로 이전한 뒤 정원 142명의 특수학교를 세우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근처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특수학교가 한 곳도 없는 자치구가 8개나 되는데 왜 강서구에 두 개를 세우냐는 것이다. 한 주민은 “동네에 장애인복지관이나 노인정 등 복지시설이 이미 많다. 아파트 한 채가 전 재산인 사람도 많은데 그런 시설이 또 들어오면 어쩌라는 말이냐”고 토로했다. 갈등의 골이 깊어진 이유 중 하나로 지난해 총선 때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내세운 공약이 꼽힌다. 김 의원은 이곳에 국립한방의료원을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그 대신 마곡지구의 한 공원 부지에 특수학교를 세우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김 의원은 “특수학교를 아예 짓지 말자는 게 아니라 대체 부지를 논의하는 것이다. 한방의료원 역시 수익사업이 아니라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공공시설”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방의료원은 예비타당성 조사도 진행되지 않았다. 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기존의 학교 용지를 해제하고 부지 용도를 바꾸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학교를 짓는 일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특수학교 설립을 계속 추진하는 동시에 지역 발전시설 및 문화시설을 유치해 주민들을 설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이지훈 easyhoon@donga.com·김하경·김예윤 기자}

지난해 4월 22일 경기 남양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오모 씨(53)가 잠이 든 채 숨졌다. 외상은 아무것도 없었다. 고통에 몸부림친 흔적도 없었다. 부검 결과가 이상했다. 오 씨의 몸에서 니코틴이 너무 많이 나왔다. L당 1.95mg. 혈액 중 니코틴 농도가 L당 3.7mg 이상이면 치사량으로 알려졌다. L당 1.40mg 중독으로 사망한 사례도 있다. 하지만 오 씨는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았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곳곳에서 타살 정황이 드러났다. 한국 최초의 ‘니코틴 살인 사건’이었다. 7일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고충정)는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오 씨 부인 송모 씨(48·여)와 황모 씨(47)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황 씨는 송 씨의 내연남이다. 니코틴 살인 사건의 범인이 마침내 가려진 순간이다. 재판부는 여러 간접증거를 들어 두 사람을 유죄로 봤다. 우선 오 씨의 몸에서는 니코틴뿐만 아니라 수면제 성분의 졸피뎀이 나왔다. 아내 송 씨는 오 씨와 6년간 동거했다. 그리고 오 씨가 숨지기 두 달 전 혼인신고를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송 씨는 남편이 숨지고 한 달도 되기 전에 아파트 등 약 10억 원의 재산을 처분했고 약 8000만 원의 보험금을 청구하기도 했다. 송 씨와 내연관계인 황 씨에게선 휴대전화 인터넷을 통해 ‘살인의 기술’ ‘퓨어 니코틴 치사량’ 등을 검색한 흔적이 발견됐다. 결정적인 건 오 씨가 숨지기 일주일 전 황 씨가 인터넷을 통해 중국에서 니코틴을 구입한 것이다. 순도 99%의 니코틴 원액이었다. 송 씨가 남편 재산을 처분한 뒤 약 1억 원을 황 씨에게 송금한 사실도 확인됐다. 하지만 이게 전부였다. 니코틴을 언제 어떻게 오 씨에게 주입했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오 씨의 몸에선 주삿바늘이나 피부에 붙이는 패치 등 약물을 외부에서 투입한 어떤 흔적도 나오지 않았다. 니코틴 원액은 기체로 만들기가 어려워 호흡기로 투입하기가 어렵고 잠든 사람의 입을 벌려 마시게 할 경우 입안이 불에 타는 듯한 통증을 일으켜 먹이기도 어려웠다. 경찰과 검찰 모두 이 부분을 밝히지 못했다. 송 씨와 황 씨는 줄곧 범행을 부인했다.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을 때 억울함을 호소하며 눈물을 흘렸다. 재판부도 고심의 흔적이 역력했다. 구체적인 살해 시기와 방식을 입증하는 직접증거가 없던 탓이다. 이날 법정에서 재판장은 선고문 낭독에 앞서 서류를 만지며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재판장은 “피고인에게 죄가 있는지 의심될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쪽으로 판단하는 게 형법의 기본 원칙”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방청석에 있던 오 씨의 유족이 한숨을 내쉬었다. 재판장은 “검찰은 범행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나 피고인들의 유전자(DNA) 등 직접적인 살인의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특히 피해자 몸속에 니코틴이 어떻게 주입됐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판결은 무죄로 기우는 듯했다. 하지만 재판장은 “살인의 심증이 직접증거에 근거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며 “각각의 간접증거가 범죄사실을 완전히 입증하진 못하더라도 종합적인 증명력이 인정되면 유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전의 순간이었다. 1시간에 걸친 유죄 판단의 이유를 설명한 재판부는 “잔인한 살인을 저지르고도 변명으로 일관하며 후회나 반성을 보이지 않았다”며 “반인륜 범죄로 참작의 여지 없이 사회와 영구 격리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의정부=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보호관찰요? 아이들은 무죄 받은 걸로 생각합니다.” 중부권의 한 보호관찰소에서 10년 넘게 보호관찰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A 씨. 그는 최근 부산과 강원 강릉 등지에서 또래 소녀를 집단폭행한 10대 소녀들 가운데 보호관찰 대상자가 여러 명 있었다는 사실에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A 씨가 현재 보호관찰을 맡고 있는 청소년은 90여 명에 달한다. 몇 달 전까진 130명이 넘었다고 했다. 한 명 한 명 신경을 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매주 한두 명은 연락 끊고 잠수를 타요. 부모님이건 선생님이건 전혀 두려워하질 않는 아이들이어서 규정 안 지키면 벌준다고 겁을 줘도 아무 소용이 없죠.” 그의 목소리에는 고단함과 무력감이 묻어났다. ○ 보호관찰 결정 후 7일은 ‘증발의 시간’ 최근 친구에게 잔인하게 폭력을 휘두른 10대 소녀들이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소년법을 개정해서라도 청소년 범죄자를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의 피해자 가족도 채널A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가해 학생은 다른 사건에 연루된 적이 있다고 한다”며 “그렇게 (심한 폭행을) 해도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처벌을 받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엄한 처벌을 촉구했다. 영남 지역의 보호관찰소에서 근무하는 B 씨는 비행 청소년을 처벌하기보다 교화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 앞에 좌절하기 일쑤다. 법원이 소년 범죄자에게 보호관찰을 선고한 뒤 일주일간은 보호관찰관들에겐 공포의 시간이다. 보호관찰은 해당 청소년이 선고 후 7일 내에 항소 포기 의사를 밝혀야 확정되는데 이 기간에 관찰 대상자가 잠적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보호관찰관들로선 처분이 확정되기 전까진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다. B 씨는 이 기간을 “관찰 대상자가 증발해 버리는 ‘끊어진 다리’ 같은 시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경기 의정부시에서는 보호관찰 처분을 받자마자 가출해 모텔 등을 전전하며 필로폰을 투약하고 성매매를 한 16세 소녀가 두 달 만에 다시 붙잡히는 일도 있었다. 청소년 보호관찰 대상자의 재범률은 12.3%(2016년)로 성인(5.6%)의 두 배가 넘는다.○ 학교 울타리 밖의 청소년 교화는 속수무책 “선도교육 대기 학생이 넘쳐서 2, 3주씩 징계가 미뤄지는 일도 있고요. 기다리다 지쳐 학교에서 자체 처리하기도 하고요….”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일하는 교사 C 씨는 “‘특별교육이수 처분’에는 사각지대가 너무 많다”며 아쉬워했다. 특별교육이수 처분은 학생이 문제를 일으켰을 때 열리는 선도위원회가 정할 수 있는 징계 중 하나로 외부기관에서 이뤄지는 교육을 받는 징계다. C 씨는 “교육기관을 정할 때 학생의 비행 종류와는 상관없이 연령대로 가르는 등 주먹구구식이 많다”며 “비슷한 문제를 일으킨 아이들이 학교 밖에서 만나 어울리면서 오히려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학교와 각종 센터, 교육기관은 청소년들이 경찰서와 법원을 드나들기 전 미리 이들을 챙길 수 있는 대표적 기관이다. 그러나 학교와 기관들이 청소년들의 비행을 막을 수 있을지를 두고는 현장 교사들마저 의문을 표하고 있다. 충남 지역의 한 고등학교 교사 D 씨는 “교내봉사, 사회봉사 처분으로 아이들을 단시간에 바로잡을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처벌을 받는 과정에서 수업을 빼먹고, 학급 친구들과도 점차 멀어지게 된다는 것. D 씨는 “‘교실 밖 교육’이 늘면서 오히려 자연스럽게 학교 밖으로 밀어내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울타리 안에서 교화가 어려운 비행 청소년들은 법무부가 운영하는 ‘청소년꿈키움센터(청소년비행예방센터)’로 보내져 특별 교육을 받는다.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거나 법원이 교육 명령을 내린 청소년들도 이곳에 온다. 2011년부터 운영된 꿈키움센터에서 교육을 받은 비행 청소년은 매년 증가해 지난해 7만5000여 명에 달했지만 전국 센터 수는 여전히 16곳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승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선도 프로그램이 길어야 4, 5일 정도에 불과해 교화 효과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모가 반대하면 교육을 받지 않아도 되고 내용도 심리상담 수준에 그쳐 범죄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공정식 한국심리과학센터 소장(경기대 교수)은 “독일은 가해 청소년들이 스스로 후회와 반성의 과정을 거치도록 ‘피해자 고통 공감 훈련’을 집중 실시해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권기범 kaki@donga.com·김단비·김예윤 기자}
정부가 7일 새벽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기를 추가 배치하는 가운데 이에 반대하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부상자가 발생했다. 경찰은 이날 0시경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사드 추가 배치에 반대하는 성주·김천 지역 주민 및 시민단체 등 400여 명의 해산을 시작입했다. 시위대는 사드 추가 배치 소식이 알려지자 6일 오후부터 마을회관 근처에 모여 장비 진입을 막기 위한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진입로 확보 등을 위한 군의 협조 요청에 따라 100여 개 중대 8000여 명을 투입했다. 그러나 해산 과정에서 시위대가 격렬하게 저항하면서 양 측에 몸싸움이 벌어졌고 경찰과 시위대 모두 부상자가 발생했다. 앞서 사드 배치 반대 시민단체가 공동 운영하는 마을회관 종합상황실은 6일 오후 3시경 “내일(7일) 새벽에 발사대를 추가 배치하는 것을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했다”며 “지난 정부의 최대 적폐인 사드배치를 기정사실로 하는 추가 장비 도입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최대한 많은 인원을 집결시켜 사드 추가 배치를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주장했다. 한편 시위대 해산이 시작된 직후 경기 평택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K-55)에서는 사드 장비 수송 차량이 성주로 출발했다. 이날 0시 32분쯤 검은색 가림막으로 둘러쳐진 미군 차량 10여 대가 오산기지 후문을 빠져나갔다. 대형 특수차량 4대에는 발사대로 추정되는 장비가 실렸다. 군용 유조차를 비롯한 지원 차량이 뒤따르고, 행렬 앞뒤로 경찰차 10여 대씩이 배치됐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성주=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소설가이자 시인, 비평가인 마광수 전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66)가 5일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51분 마 전 교수가 자신의 아파트 베란다에서 숨져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경찰은 “같은 아파트 다른 층에 살며 왕래하던 누나가 오후 1시 35분경 발견하고 신고했다”고 밝혔다. 고인의 방 책상에는 A4 용지 한 장의 자필 유언장이 놓여 있었다. 지난해 9월 3일 작성된 것으로, 자신의 유산을 가족에게 남긴다는 내용이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날 고인의 누나는 “‘그동안 썼던 글들이 부질없다. 외롭다’는 말을 자주 했다”며 울먹였다. 고인의 고교 동창은 “평소 죽고 싶다는 말을 많이 했다”며 “5일 오전 통화한 뒤 낮 12시 반경 ‘만나러 와줄 수 있냐’고 다시 전화해 찾아가던 중이었다. 황망하다”고 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 마 전 교수는 한때 최고의 윤동주 연구자이자 문학뿐 아니라 미술에도 조예가 깊은 ‘천재 교수’로 불렸지만 시대와의 혹독한 불화를 겪었다. 연세대 국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고인은 박두진 시인의 추천을 받아 1977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윤동주 시인을 연구한 문학이론서도 주목받았다. 28세에 홍익대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해 1984년 모교인 연세대로 자리를 옮기면서 문단과 학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성적 욕망을 자유롭고 파격적으로 표현한 책을 잇달아 출간하면서 외설적인 작가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에세이집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 장편소설 ‘광마일기’는 대중적 인기를 얻었지만 논란도 함께 불러일으켰다. 장편소설 ‘즐거운 사라’(1991년)는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1992년 이 작품이 미풍양속을 해치는 외설이라는 이유로 강의 중에 제자들 앞에서 긴급 체포됐고,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학교에서도 해임됐다. 1998년 사면을 받아 복직했지만 2000년 재임용 심사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자 휴직계를 냈다. 2003년 다시 복직했다 지난해 8월 정년퇴임한 고인은 우울증 증세로 약물 치료를 받아왔다. 그는 “이 땅에서 살아가기가 싫다. ‘즐거운 사라’를 쓴 것을 후회한다”며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고인은 문학가로서 명예를 회복하겠다며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철학적 사유를 담은 소설 ‘미친 말의 수기’(2011년)와 불안하지만 아름다운 젊음을 그린 소설 ‘청춘’(2013년)을 출간했다. 그의 작품은 자주 논란에 휩싸였지만 자유로운 파격으로 가득했던 그의 강의실은 학생들로 북적였다. 매 학기 첫 강의마다 다양한 생각과 여러 경험을 해 보라는 의미에서 학생들에게 “자유가 너희를 진리케 하리라”고 당부했다. 연세대 교훈인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를 변형한 것. 하지만 그는 한 번 더 날아오르지 못한 채 자신의 시집 제목 ‘모든 것은 슬프게 간다’처럼 떠났다. 1985년 연극학과 교수와 결혼했지만 1990년 이혼했고 자녀는 없다. 유족으로는 누나가 있다. 빈소는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 발인은 7일 오전 11시 반. 02-797-4444손효림 aryssong@donga.com·김예윤 기자}

“집이 흔들렸어요. 너무 무섭네요.” 3일 낮 12시 36분. 이용자가 약 460만 명인 국내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에 “방금 지진이 난 것 같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처음에는 “너무 민감한 것 아니냐”며 믿지 않는 댓글이 달렸다. 하지만 곧이어 “나도 진동을 느꼈다”는 내용의 댓글이 잇달아 올라오기 시작했다. 북한이 역대 가장 큰 위력의 핵실험을 감행한 직후 소방서에는 ‘지진 신고’가 이어졌다. 소방청에 따르면 이날 “땅이 흔들렸다”는 내용의 119신고가 30여 건 접수됐다. 신고는 서울 등 수도권뿐 아니라 북한과 상당히 떨어진 충남 등지에서도 들어왔다. 소방청 관계자는 “낮 12시 반쯤 ‘흔들림이 느껴졌다’는 신고가 전국 각지에서 집중적으로 접수됐다”고 설명했다. 과거 여러 차례 북한의 핵실험이 있었지만 이로 인한 진동을 직접 느꼈다는 주민들의 신고가 쏟아진 건 이례적이다.○ ‘연이은 도발’에 부쩍 커진 불안감 이날 핵실험에 이어 중대 발표까지 하는 북한의 모습을 보며 곳곳에서 걱정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과거 핵실험 때와 달리 도발의 간격이 좁혀지는 것에 대한 우려였다. 이날 오후 3시경 서울역 1층 맞이방 앞에는 시민 100여 명이 대형 TV 앞에 모여 관련 뉴스를 주시했다. TV에서 ‘30분 뒤 북한이 중대 발표를 하기로 했다’는 자막이 흘러나오자 한 노인이 다른 손님들에게 “조용히 좀 해보라. 뉴스가 안 들린다”고 외치기도 했다. ‘지난해 5차 핵실험의 9배 위력’이라는 자막이 나오자 일부 시민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대전행 열차를 기다리던 김철현 씨(62)는 “올여름 들어 북핵 관련 소식이 너무 자주 들리는 것 같다”며 “강경책이든 유화책이든 정부가 확실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모 씨(74)는 “예전에는 전시 대비 훈련을 자주 했는데 요즘은 민방공 훈련에도 사람들이 별 관심들을 갖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과 인접한 강원, 서해 5도 지역 주민들은 일단 차분해 보였다. 하지만 북한의 반복되는 도발을 막기 위해 강도 높은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백령도 주민 김경찬 씨(51)는 “김정은이 집권한 뒤 되풀이되는 북한의 도발에 이제는 짜증이 날 정도”라며 “정부가 북한의 반복되는 도발을 막기 위해 강력한 대응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안보 위기가 조업 제한이나 지역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보였다. 동해안 최북단인 강원 고성군 명파리 이장인 장석권 씨(62)는 “새 정부 출범 이후 고성 주민들의 염원인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희망이 커졌는데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로 사실상 물거품이 된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탈북자단체들은 “수소탄 실험은 예상한 수순”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완성을 선언하고 대외 개방 등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서두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이날 남북 접경지역 경찰서 13곳의 비상근무 체계를 ‘경계 강화’에서 한 단계 높은 ‘병호’로 격상시켰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전국 경찰서에 경찰특공대 등 작전부대 출동대기 태세를 확립하라고 지시했다.○ ‘설마…’ 무덤덤한 반응도 여전 핵실험이 휴일 한낮에 실시된 탓인지 나들이 나온 시민들은 대체로 무덤덤한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지구촌 나눔 한마당 2017’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은 돗자리를 펴고 사진을 찍으며 행사를 즐겼다. 한 시민은 “스마트폰으로 북한 핵실험 뉴스를 확인했지만 당장 큰일이 벌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들과 구경을 나온 김모 씨(42·여)는 “이런 일이 생길 때면 평소보다 한 줄 ‘뉴스 속보’를 챙겨 보긴 하지만 나들이를 취소할 만큼 심각하게 여기지는 않는다. 주변에 ‘피란 키트’ 같은 걸 장만하겠다는 엄마들이 있긴 한데 그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 청계광장에서 두 아들과 나들이를 즐기던 홍모 씨(39·여·서울 성동구)는 “그동안 비슷한 소식을 자주 접해서인지 전쟁으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까지 당일치기로 놀러왔다는 이모 양(18)은 “서울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다 핵실험 기사를 봤다”며 “초등학생 때부터 툭하면 핵실험 소식을 들어서인지 별로 무섭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에 오래 살았던 외국인들도 일단 차분한 반응이었다. 국내 거주 16년 차인 이란인 모세 씨(37)는 “김정은은 외교적인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정말 미사일을 쏠 것 같아 가끔 걱정이 된다”며 “하지만 당장 한국을 떠나야 할 것 같다는 극단적인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러시아에서 온 바실리 씨(43)는 “걱정스럽긴 하지만 한국 정부가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현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부 외국인은 “북한이 괜한 불안감을 조성한다”며 반감을 드러냈다. 콜롬비아 출신 에드윈 씨(38)는 ‘김정은’을 또박또박 발음하며 “한국은 김정은만 아니면 정말 평화로운 나라인데 자꾸 불안함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김동혁 hack@donga.com·김예윤·신규진 기자}
서울 숭의초등학교 학교폭력사건 재심을 실시한 서울시 학교폭력지역위원회(학폭지역위)가 학생 3명에게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조치를 내렸다. 논란이 됐던 대기업 회장 손자는 조치 대상에서 빠졌다. 가해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이유로 알려졌다. 1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학폭지역위는 지난달 24일 숭의초교 학폭사건과 관련해 가해학생 3명의 사과와 함께 선도 조치를 결정했다. 그러나 재심 대상이었던 대기업 회장 손자 A 군에게는 아무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A 군이 현장에 있었다는 근거가 없어 가해 여부를 판단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숭의초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판단과 사실상 같은 내용이다. 숭의초교 학폭위는 조사 당시 정황상 ‘A 군이 가해학생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다른 학생 3명에게 화해·사과 권고를 내렸다. 피해학생 부모는 이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했다. 이후 서울시교육청은 특별감사를 실시하고 7월 12일 “A 군이 학폭위 심의 대상에서 누락되고 관련 자료가 A 군 부모에게 제공된 점 등으로 볼 때 학교가 사건을 축소 은폐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학교장과 교감, 생활지도부장, 담임교사 등 4명을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숭의초교는 지난달 10일 서울시교육청에 징계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재심을 요청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의 감사는 대기업 회장 손자의 가담 여부가 아니라 사안 처리의 절차적 문제였다”고 해명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에게 검은색 유기견 ‘토리’를 소개해 입양시킨 동물보호단체 대표가 개를 훔쳤다며 고발당했다. 30일 검찰 등에 따르면 동물보호단체 ‘케어’ 전 직원 A 씨는 28일 이 단체 박모 대표(46·여)를 특수절도 혐의로 인천지검 부천지청에 고발했다. A 씨는 고발장에서 박 대표가 2012년 5월 부산 수영구 김모 씨(69·사망) 주택에 남편과 함께 무단 침입해 마당에 있던 개(그레이하운드)를 훔쳤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지난달 26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에게 토리를 직접 전달하며 유명해졌다. 발단은 2012년 4월 김 씨가 ‘비스토’ 경차에 ‘비스킷’이라는 이름의 개를 매달고 도로를 달리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져 논란이 되면서였다. 박 대표는 당시 김 씨를 동물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지만 무혐의 처분이 났다. A 씨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러자 박 대표가 남편과 함께 김 씨 집으로 가 직접 개를 훔쳐 왔다”며 “박 대표가 ‘개가 없어진 걸 알고 김 씨가 (나한테) 수차례 전화를 걸었는데 (내가) 잡아떼니까 더 연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누군가가 비스킷을 구출해 왔다며 우리 단체에 건네준 것”이라면서 “이미 올 초 경찰에서 무혐의로 수사 종결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미성년 제자를 성(性)의 상대로 삼는 교사들의 일탈이 사회 문제로 번지고 있다. 여성 교사가 성적 정체성이 채 확립되지 않은 어린 남학생과 성관계를 맺는 것은 위계에 의하지 않았다 해도 성적 학대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남의 초등학교에서 저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30대 초반 여교사 A 씨는 올봄 교내 체험학습 과정에서 고학년 B 군을 알게 됐다. B 군에게 마음이 끌린 A 씨는 ‘사랑한다’는 휴대전화 문자를 몇 차례 보내고 자신의 사진도 전송했다. B 군은 선생님의 ‘접근’이 부담스러웠지만 외면하기도 어려워 가끔 답장을 보냈다. 그러다 6월경 A 씨는 B 군과 처음 성관계를 가졌다. 이후 성관계는 몇 차례 더 이뤄졌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B 군 부모가 아들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경남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계는 A 씨에 대해 미성년자의제강간혐의(13세 미만에 대한 간음, 추행)로 구속했다. A 씨는 경찰에서 자신의 범행을 털어놓으면서 “아이를 사랑했다. 서로 좋아하는 감정이 있었다. 따로 꾀거나 협박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유부녀인 A 씨는 남편, 아이와 정상적인 가정을 꾸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안동현 한양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명확히 성학대나 성폭행으로 다뤄야 한다”며 “지금은 교사 주장대로 ‘좋아서 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성적자기결정권 등 판단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어른이 (학생을) 이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신을 지켜줘야 할 어른이 성적으로 자기를 이용했다고 생각하게 되면 이성(異性)은 물론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경남도교육청 김상권 교육국장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어 “충격적인 성 관련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 교육을 책임진 기관으로서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일탈 행위를 한 여교사는 직위 해제했으며 무관용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B 군은 교육 당국이 알선한 아동센터에서 심리 치료를 받으며 평소처럼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에서도 13세 중학생 제자와 성관계를 한 30대 여성 학원강사가 최근 항소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재판부는 “학생의 성적 무지 등을 이용해 자신의 성적 만족을 얻기 위한 의도로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며 “아동이 건강하게 성적 정체성이나 자기결정권을 찾아가며 성장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하는데도 이 같은 책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에는 대구에서 30대 기간제 여교사와 중학교 3학년 제자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창원=강정훈 manman@donga.com / 김예윤 기자}

“이렇게 생크림을 플라스틱 통에 넣은 뒤에 지방에서 수분이 분리될 수 있게 잘 흔들어 주세요.” 25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의 ‘2017 A FARM SHOW(에이팜쇼)―농림식품산업 일자리 박람회’ 창업관에 차려진 ‘은아목장’ 부스. 김지은 씨(32·여)가 간단하게 버터 만드는 법을 선보이자 관람객이 몰려들었다. 이들이 건네받은 통을 흔들자 몇 분 지나지 않아 통 안에 하얀 덩어리가 생겼다. 여기저기서 “신기하다”는 탄성이 터졌다. 은아목장은 경기 여주시에서 젖소를 키우며 유제품을 만들고 이를 활용한 각종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조옥향 대표(65·여)의 큰딸인 김 씨가 이날 ‘창농 전도사’로 나섰다. 김 씨는 프랑스 제과학교 ‘르코르동블뢰’를 수료한 뒤 동생과 함께 목장을 ‘6차 산업 체험농장’으로 바꿨다. 현장에서 직접 만든 버터를 먹어본 김도희 씨(21·여·동신대 4학년)는 “농식품 관련 창업에 관심이 있었는데 이런 체험까지 할 수 있어 재밌다”며 신기해했다. 올해 박람회에선 ‘벤처농부’들의 성공 스토리부터 농림식품산업 관련 공공 및 민간기업 100여 곳의 채용정보까지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다. 농산물을 이용한 먹을거리를 맛보는 시식행사와 버터 만들기 등 각종 체험 이벤트도 방문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 벤처농부 성공담에 각종 체험행사도 풍성 제1전시장에 마련된 창업관은 이날 박람회가 시작된 오전 10시부터 사람들로 북적였다. 은아목장의 김지은 씨와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 ‘강보람고구마’를 만든 강보람 씨(26·여) 등 여성 벤처농부들은 자신들의 성공 노하우를 공개해 특히 많은 인기를 누렸다. 유기농 이유식을 만들어 파는 ‘에코맘’, O2O(온·오프라인 연계) 방식으로 농산물을 판매하는 ‘팜토리’ 등 농산물 가공식품을 만들어 파는 농업벤처기업들도 소개됐다. 즉석에서 창업상담도 이뤄졌다. 농식품 가공 부문 창업을 고민하는 양선미 씨(37·전업주부)는 “은아목장에 산양유를 활용한 가공식품의 전망에 대해 물어봤는데 실제 해당 업계에서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라 더 신뢰가 갔다”며 만족해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에이티움’ 부스에는 한때 방문객들로 긴 줄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에이티움은 aT가 화훼 분야의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창업 멘토로 나선 화훼 디자인 벤처 ‘단크(Danc)’의 전사랑 대표(28·여)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한 케이스다. 플라워카페를 차리고 싶다는 김찬종 씨(27)에게 전 대표는 “6개월간 무료로 매장을 지원받고 선호도 조사 등도 할 수 있었다”며 지원 프로그램을 적극 이용하라고 조언했다. 외식 창업에 성공한 이들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시식행사도 방문객들에게 큰 인기였다. 새우 요리를 만드는 푸드트럭 ‘슈퍼박스’, 수제 디저트 카페 ‘카페 에이미’, 완도 해산물로 요리를 만드는 ‘해초밥상’ 등은 각자 대표 메뉴를 선보였다. 이들은 모두 aT의 청년 창업외식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창업했거나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이 만든 시식용 음식은 내놓자마자 동이 날 정도였다.○ 고교생부터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중년까지 일자리 정보를 찾는 방문객들은 전시장 앞 게시판에 붙어있는 수십 건의 채용공고에 우선 관심을 보였다. 관심 있는 채용정보를 메모하거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도 많았다. 제1, 2전시장에선 농기계, 농약, 비료, 종자 회사와 CJ제일제당, 농심 등 식품회사까지 다양한 농산업 회사들이 채용관을 열고 방문객을 맞았다. 한국농어촌공사 등 관련 공공기관과 농협중앙회, NH농협은행, 농협네트웍스 등 농협의 유통·금융 계열사도 채용 상담을 진행했다. ‘농협사료’ 채용관을 찾은 이채리 양(18·청주농고 3학년)은 채용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필요한 자격증이 무엇인지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채용 담당자는 “9월부터 입사 지원을 받는다”며 채용 전형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했다. 농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50, 60대 구직자도 많았다. 식품 분야 취업을 원하는 주부 백옥려 씨(63)는 CJ푸드빌의 채용 부스를 찾았다. 백 씨가 자신이 나이가 많아 취업이 어려울 것 같다고 걱정하자 CJ푸드빌 박재현 과장은 “주부 사원도 많다. 직영 매장 점포에선 4시간 등 시간제로 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1층 전시장 앞 취업 멘토링 부스에서 진행된 면접 컨설팅, 면접 이미지 메이킹, 취업서류 컨설팅 서비스 등도 큰 호응을 얻었다. 취업을 앞둔 고교생이나 취업준비생들은 준비해온 취업지원서와 자기소개서를 내밀며 컨설턴트에게 조언을 구했다. 한쪽 부스에선 이력서에 쓸 증명사진을 현장에서 무료로 찍어줬다. 한 취업준비생(24·여)은 “면접에서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도록 어울리는 의상 색깔에 대한 설명까지 들었다.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만족해했다.주애진 jaj@donga.com·김예윤 기자}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군사연습 사흘째인 23일 오후 2시.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적의 공습에 대비한 민방공 대피훈련이 전국에서 동시에 실시됐다. 북핵 위기가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열린 훈련 현장을 동아일보 취재진이 점검했다. ◆쇼핑거리=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 사이렌이 울리자 주민센터 직원 3명이 나타났다. 손에는 민방위 로고가 박힌 대형 깃발을 들었다. 행인들은 말없이 서 있는 공무원들을 멀뚱히 바라봤다. 한 외국인은 한국인을 붙잡고 “무슨 소리냐”라고 물었다. 적의 폭탄이 투하되고 지상군 공격이 시작됐을 때 나오는 공습경보였지만 시민들 표정은 한가로웠다. 공습경보가 울리면 행인들은 가까운 지하철역이나 건물 지하주차장 등 지하시설로 대피해야 한다. 만약 핵 공격이면 지하 4, 5층 깊이인 15m 아래까지 내려가야 폭발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행정안전부가 만든 스마트폰 앱 ‘안전디딤돌’을 활용하면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대피소를 찾아볼 수 있다. ◆도로=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앞 왕복 8차로 도로를 지나던 차량들은 공무원들의 통제에 일제히 멈췄다. 일부 차량이 경적을 울렸지만 이내 잦아들었다. 8차로를 드문드문 메운 차량들은 정확히 5분 뒤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민방위 훈련 규정(5분 정차 후 이동)은 지켜졌다. 하지만 실제 공습 상황에선 차량을 오른쪽 갓길로 옮겨 정차해야 한다. 운전자는 차 키를 꽂아둔 뒤 지하시설로 피신해야 한다. ◆백화점=롯데백화점 1층 안내데스크 앞에 있던 중국인 관광객들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화장품 매장의 위치를 안내하던 데스크 직원은 사이렌 소리에 개의치 않고 설명을 이어갔다. 곧 이어 “민방위 훈련이 시작됐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하지만 화장품과 귀금속 코너 등 대부분의 직원은 별다른 동요 없이 손님을 맞았다. 한 백화점 직원은 “훈련이지만 오가는 고객들을 통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백화점은 대표적인 다중이용시설이다. 공습경보가 울리면 직원들은 업무를 중단하고 손님들을 지하주차장 등 대피시설로 안내해야 한다. ◆지하 대피시설=명동 지하쇼핑센터는 대피시설로 지정됐다. 매뉴얼대로면 이 시간 몰려드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뤄야 했다. 하지만 현장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타 지하에서 위로 올라가는 사람들이 줄지어 있었다. 비상시에는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 등 전동장치 대신 계단으로 오가야 한다. 지역 민방위대장은 “지난해 민방위 훈련 때 실제 상황처럼 행인들을 통제하려다 몸싸움까지 난 적이 있다. 어차피 통제에 따를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관=이날 낮 12시 50분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덩케르크’ 등 영화 상영이 한창이었다. 훈련 시작 직전인 오후 1시 55분 모든 영화가 중단됐다. 상영관에선 “잠시 후 사이렌이 울리면 20분간 멈춘 뒤 다시 이어 상영하겠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공습경보가 울리자 상영관에 있던 관객 80여 명은 직원 안내에 따라 비상계단을 통해 지하 1층의 대피시설로 지정된 마트 안으로 이동했다. 매뉴얼대로 지켜진 사례였다. ◆초고층(50층 이상) 건물=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는 123층, 높이 555m의 초고층 건물이다. 취재진은 이 건물 34층에 입주한 A업체의 대피 훈련에 참여했다. 사이렌 소리에 직원들은 비상구 계단을 통해 22층으로 걸어 내려갔다. 22층은 피난안전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피난용 엘리베이터가 따로 있었다. 일반 건물은 계단으로 대피하지만 초고층 건물은 통상 20층 단위로 1곳씩 설치된 피난안전구역으로 일단 이동한다. 이곳에는 화재나 정전에도 가동되는 피난용 엘리베이터가 별도로 있다. 높은 층에서부터 걸어서 내려가려면 오래 걸리고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 정체를 빚기 때문이다. A업체 직원들은 매뉴얼대로 대피하긴 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22층 피난용 엘리베이터 앞에는 수백 명이 줄지어 있었다.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데만 20분을 기다렸다. 직원들은 “이 정도 시간이면 공습이 이미 끝났을 것 같다”며 농담을 주고받았다. ◆학교=서울 도봉구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은 사이렌이 울리자 모두 운동장과 1층 복도에 모였다. 교내에 별도의 지하 대피소가 없기 때문이다. 행안부 앱 ‘안전디딤돌’을 검색해 보니 서울 강북구 도봉구 동대문구 동작구 용산구 은평구 중구 등 7개구에는 학교 자체 대피소가 한 곳도 없었다. 서울시내 초중고교는 1364곳이지만 자체 대피소를 두고 있는 학교는 75곳에 불과하다. 김예윤 yeah@donga.com·최지선·이지훈 기자}

17일 오전 청와대 인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 사거리에서는 ‘소리 없는 아우성’이 울려 퍼졌다. 60여 명의 이 지역 주민들은 저마다 ‘예전처럼 조용하게 살고 싶어요’ ‘학생들의 수업 방해 더 이상 안 돼요’ 등의 구호가 적힌 작은 팻말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보행 신호가 켜질 때마다 말없이 횡단보도를 오가며 행인들에게 자신들의 뜻을 알렸다. 주민들은 침묵시위의 취지에 맞춰 마이크와 확성기는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 그 대신 수화 통역사가 호소문 낭독에 동석했다. 수화 통역사는 시위대 대표가 호소문을 육성으로 낭독하는 동안 곁에서 같은 내용을 손짓으로 옮겼다.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지만 주민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입니다”라는 대목에서는 입을 꾹 다물고 오른손을 가로로 세워 왼쪽 손바닥을 강하게 탁탁 내리치며 무언(無言)의 항의를 전달하는 식이었다. 청운효자동 주민들이 침묵시위에 나선 것은 청와대와 가깝다는 이유로 전국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연일 집회와 기자회견 등을 열면서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촛불집회가 끝나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 상황이 나아지리라 믿었지만 오히려 더 심해져 견딜 수가 없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청운효자동 집회 금지 주민대책위원회(대책위)’에 따르면 올해 5월 이후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부근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경찰에 신고한 건수는 총 102건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한 번 신고를 하면서 여러 날에 걸쳐 집회를 열겠다고 한 경우도 있어서 실제 집회 개최 건수는 300건 가까이 된다”고 말했다. 주민들에게 가장 큰 괴로움은 집회·시위로 발생하는 소음이다. 김종구 대책위원장은 “자체적으로 집회 소음을 측정했더니 현행법상 낮 시간대 소음 허용 기준인 65dB(데시벨)을 훌쩍 뛰어넘어 최고 90dB까지 측정됐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집회·시위와 표현의 자유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라고는 하지만 그 때문에 우리 주민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일상생활이 보장될 수 있도록 집회·시위를 자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대책위는 8일부터 일주일간 주민들로부터 접수한 110여 건의 피해사항을 토대로 탄원서를 작성해 청와대와 국회, 경찰청에 전달하기로 했다. 이들은 앞서 지난달 20일에도 서울 종로경찰서에 비슷한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대책위는 또 다음 달 법원에 “주민 거주지역을 감안해 집회 개최를 제한해 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도 낼 방침이다. 이날 침묵시위에 참여한 주민 중 일부는 부근에서 천막농성을 벌이던 다른 시위대와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한 금속노조 조합원은 천막에 다가온 주민들에게 “집회 신고를 했으니 방해하지 말라”고 항의했다. 이에 효자동에서만 46년째 살고 있다는 주민 박모 씨(69·여)는 “자기 권리를 주장하려면 남의 권리를 침해하지 말라”며 “마이크로 유행가까지 부르는 이유가 뭐냐”고 목소리를 높여 대꾸했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20대 여성 J 씨는 지난해 5월 평소 다니던 성당의 50대 신부(神父) A 씨에게서 성추행을 당했다. 지방에서 서울로 유학 와 홀로 생활비를 벌며 공부와 취업 준비를 병행하던 J 씨가 믿고 의지하던 성직자였다. A 씨는 함께 저녁식사를 한 뒤 귀가하는 J 씨에게 “커피 한잔 달라”며 J 씨의 집에 따라 들어갔다. A 씨는 커피를 몇 모금 마신 뒤 돌변했다. J 씨를 껴안고 몸을 더듬었다. J 씨의 완강한 거부에 A 씨는 돌아갔지만 이후에도 J 씨에게 계속 연락을 했다. 참다못한 J 씨는 석 달 뒤 사과를 요구하려고 한 식당에서 A 씨를 만났다. A 씨는 식당 계산대 앞에서 강제로 J 씨에게 입을 맞추려 했다. J 씨가 도망치듯 집으로 가자 A 씨는 집까지 쫓아가 “나와 보라”며 소리를 질렀다. 결국 J 씨는 지난해 12월 A 씨가 소속된 교구에 성추행 피해를 알렸다. 하지만 교구 관계자는 “세상의 보복은 건강한 방법이 아니다”라며 경찰 신고를 만류했다. J 씨는 성폭력 피해 지원 단체인 ‘한국 여성의 전화’를 찾았다. 경찰에 신고하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았다. 지원 단체의 무료 법률 지원 예산이 바닥나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었다. 예산이 충당될 때까지 석 달을 기다렸다. 그동안 J 씨는 고통과 직면해야 했다. 자신을 농락한 신부, 그를 감싼 성직자들, 그들을 믿었던 자신에게 울화가 치밀었다. 수면장애에 우울증을 앓았다. 다행히 경찰 조사는 순조로웠다. A 씨는 성추행을 시인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5월 A 씨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A 씨는 J 씨에게 합의를 요청했다. J 씨는 “신부복을 벗지 않으면 합의할 수 없다”고 했지만 A 씨는 “한 번 실수로 신부직을 내놓을 순 없다”며 버텼다. 그 대신 합의금 1000만 원을 제시했다. 4일 기자와 만난 J 씨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돈으로 해결하려는 태도가 혐오스러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J 씨의 변호사는 현실적인 조언을 했다. A 씨가 초범인 데다 성추행 정도가 비교적 가볍고, 실수를 했다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성직자의 지위가 고려돼 재판에 넘겨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J 씨는 고민에 빠졌다. A 씨가 금전 손실 없이 형사책임마저 피해 간다면 분노를 누그러뜨릴 수 없을 것 같았다. J 씨는 고심 끝에 합의금 1000만 원을 받아 자신이 도움을 받은 지원 단체에 전액 기부하기로 했다. 변호사 선임을 못 해 석 달간 괴로워하며 기다려야 했던 아픔을 다른 피해자들은 겪지 않기를 바랐다. J 씨가 합의해준 덕에 A 씨는 1일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그는 지방 수도원으로 전출됐다. J 씨는 “씁쓸하지만 현명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광복절인 15일 오후 5시경 서울 종로구에 있는 주한 미국대사관 앞은 4000여 개의 빨간 우산으로 뒤덮였다. 온종일 100mm 가까운 비가 내리는 가운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진보성향 집회 참가자들이 촛불을 상징하는 빨간 우산을 일제히 펼쳐든 것이다. 당초 계획했던 미국대사관 ‘포위 집회’가 법원의 불허로 무산되고 비가 내리자 새로 만들어낸 집단행동이었다. 빨간 우산을 쓴 집회 참가자들은 미국대사관을 향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반대” “한미동맹 철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수백 개의 꽹과리와 큰북이 내는 굉음이 미국대사관 주변에 울려 퍼졌다. 광복절이지만 태극기를 든 집회 참가자는 보이지 않았다. 같은 시각 서울 종로구 대학로 주변에 모인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광복절에도 촛불시위대는 태극기를 들지 않는다. 태극기를 부끄럽게 여기고 촛불은 영광으로 생각하는 건 잘못”이라고 비난했다.○ “사드 반대” vs “핵무장”…양극단 구호 난무 민주노총 등 진보성향 단체들은 이날 오후 2시부터 6시경까지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8·15 전국노동자대회’ ‘8·15 범국민평화행동’ 등의 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약 1만 명(경찰 추산 약 7000명)이 참가했다. 노동자대회와 평화행동 등의 명칭을 내걸었지만 사실상 ‘사드 반대’를 주장하는 집회였다. 일부 참가자는 반미(反美) 구호를 외쳤다. 박석민 민주노총 통일위원장은 연단에서 “사드를 반드시 막겠다는 결의가 필요하다. 자주 없이 평화는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통일선봉대 관계자는 “상주군 사드부대까지 찾아가 사드 철회를 외치고 야만적인 환경영향평가를 온몸으로 막아냈다”고 말했다. 사드가 배치된 경북 성주군 주민 80여 명도 집회에 참석해 ‘사드배치 결사반대’가 적힌 피켓을 들고 호응했다. 일부 시위대는 주한 미국대사관 앞으로 몰려가 욕설을 하며 “박근혜도 우리가 쫓아냈다. 미국 놈의 명줄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소리쳤다. 광화문광장 옆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는 민중연합당이 ‘8·15 자주평화통일 결의대회’를 열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이석기 전 통일진보당 의원 등의 석방을 주장했다. 서울 대학로에서는 전군구국동지연합회 등 300여 개 보수성향 단체들이 모여 ‘8·15 구국국민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핵무장, 한미동맹 강화” 등의 구호를 외쳤다. “문재인 정권 퇴진” 등 반정부 구호도 쏟아졌다. 주최 측 추산 약 1만 명(경찰 추산 약 4000명)이 모였다. 이들이 든 태극기와 성조기가 대학로 주변 건물과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 역사 내를 가득 메웠다.○ 2만 명 도심 행진…도로 정체 진보, 보수 집회 참가자들이 각각 집회 후 행진을 하면서 서울 도심 일대에 극심한 교통 체증이 빚어졌다. 진보 집회 참가자들은 서울광장에서 세종로사거리를 거쳐 주한 미국대사관 앞까지 약 1km를 행진했다. 당초 미국·일본대사관을 둘러싸는 2km 구간을 행진하려 했으나 전날 법원의 불허로 미국대사관 앞까지 행진하는 것으로 경로가 바뀌었다. 당초 3개 차로를 점거해 행진할 계획이었지만 미국대사관 앞으로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4개 차로의 차량 통행이 막혔다. 이 때문에 광화문 주변을 지나는 차량들이 오후 5시부터 1시간 가까이 ‘거북이걸음’을 할 수밖에 없었다. 민중연합당도 세종문화회관에서 청와대 사랑채를 거쳐 서울광장까지 3.5km 구간을 행진하며 1, 2개 차로를 점거했다. 보수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6시부터 대학로에서 종로5가, 종각사거리, 을지로입구, 대한문 방향까지 2시간 동안 3개 차로를 점거해 행진했다.김배중 wanted@donga.com·김예윤·구특교 기자}

“차라리 ‘전용 시위장’을 만들어 주세요.”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를 찾은 송모 씨(38)가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 소음으로 불면증에 시달리던 송 씨는 이날 회사 업무까지 잠시 중단하고 주민센터에 왔다. 이날이 집회시위 피해신고서 접수 마감일이기 때문이다. 송 씨의 집은 청와대에서 200m가량 떨어져 있다. 15년째 조용한 주택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변했다. 그는 “시위대가 폭 4, 5m 골목을 행진하며 ‘이석기 석방’을 외치고 담벼락에 술병을 버리거나 노상방뇨까지 한다”며 “전용 시위장을 설치하는 법안을 만드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새 정부 출범 후 청와대 근처 집회시위가 급증하면서 주민들이 “살 수가 없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급기야 주민들은 ‘청운효자동 집회시위 금지 주민대책위원회(주민대책위)’를 만들어 8일부터 14일까지 피해신고서를 접수했다. 고사리손으로 신고서를 작성한 초등학생부터 백발이 성성한 80대 노인까지 다양했다. 이들이 고발한 피해 실태는 겉보기보다 심각했다. 본보는 주민대책위와 함께 14일 낮 12시까지 접수된 피해신고서 85건을 분석했다. 가장 많은 피해는 소음(76건·중복 응답 가능)이었다. 주민 대부분은 밤낮 가리지 않는 확성기와 마이크 소리에 괴로워했다. 차도에 설치된 확성기 옆을 지나다 갑자기 큰 소리가 나서 “고막 손상을 입었다”는 주민도 있었다. 대중교통 이용 등 ‘통행 불편’을 느끼는 주민도 절반(42건)에 달했다. 피해 신고서를 낸 한 주민은 “시위대가 집 근처 주차장 공간을 몽땅 차지해 내 승용차는 도로에 불법 주차했다”고 밝혔다. 이어 영업 방해(27건)와 정서 장애(23건), 수업권 방해(21건)의 순이었다. 근처에서 13년째 한식당을 운영하는 김모 씨(50·여)는 “차량 이동이 막히면서 매출이 50%가량 떨어졌다”며 “직원 2명을 최근 그만두게 했지만 지금 같아선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쓰레기와 노상방뇨에 따른 악취, 장애인의 통행 불편 사례도 10건 이상이었다. 청운초교 A 군(10)은 피해 신고서에 “시끄러워서 공부를 할 수가 없다. 이상한 물건(버려진 천막, 흉상 등) 때문에 보기 싫다”고 적었다. 주민들은 “오죽하면 피해신고서까지 쓰겠느냐”며 하소연했다. 2014년 세월호 집회와 지난해와 올해 초 촛불집회 때도 불편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주민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응원하고 동참했다. 주민 유모 씨(53·여)는 “세월호 집회 때는 주민들이 나서서 천막까지 함께 설치해줬다”며 속상해했다. 유 씨는 “아들이 고3 수험생인데 집회 소음 탓에 수능 모의고사를 망쳤다고 해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14일 오전에도 대형버스를 타고 온 집회 참가자 수십 명이 주민센터 앞 주차장을 가득 메웠다. 한 집회 참가자가 피해신고서를 접수하는 주민을 향해 “오늘도 시끄럽게 하러 왔어요”라며 비꼬듯 말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접수한 피해신고서를 청와대와 국회, 경찰청 등에 제출하기로 했다. 또 17일 오전 10시 반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근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회 반대를 위한 집회’를 벌일 예정이다. 청운효자동 통장협의회 정모 회장은 “문제를 제기해도 당국은 집회 시위의 자유를 금지할 수 없다고만 한다”며 “집회총량제 같은 대안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구특교 kootg@donga.com·김예윤 기자}

“가난하던 시절 몸 바쳐 나라를 일으켜 세우신 분들께 작게나마 기쁨을 드릴 기회가 생겨 오히려 제가 감사하죠.” 탤런트 김성환 씨(67·사진)가 5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파독(派獨) 광부와 간호사들을 위로하는 무대에 선다. 대한노인회 독일 지회 창립 1주년 기념 공연이다. 1970년 TBC 공채 탤런트로 시작해 연예계 생활 48년째인 김 씨의 첫 해외 공연이기도 하다. 김 씨는 지난해 대한노인회 홍보대사에 위촉됐다. 김 씨는 이번 공연에서 출연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2일 만난 김 씨는 “그분들이 (형편이) 아주 넉넉한 것은 아니라고 들었다”며 “첫 해외 공연을 뜻깊게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연기와 라디오 진행을 하면서 트로트 앨범까지 낸 김 씨는 3시간 동안 40곡의 노래를 부른다. ‘꿈에 본 내 고향’, ‘타향살이’, ‘불효자는 웁니다’를 비롯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곡이 대부분이다. 김 씨는 “하루 10시간씩 40곡을 순서대로 연습하고 있다”면서 “목이 쉴 정도라 이제는 출국 전까지 목 관리를 해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파독 간호사 출신으로 현재 프랑크푸르트에 사는 대한노인회 독일지회 하영순 회장(74·여)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공연에는 독일 전역에서 교민 600여 명이 모인다”며 “함부르크에서 8, 9시간씩 버스를 타고 오는 분은 물론이고 스위스와 노르웨이에서 오겠다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11월에는 일본 도쿄(東京)에서 재일교포 위로 공연을 한다. 김 씨는 “독일 공연 소식을 듣고 미국, 필리핀 지회에서도 요청이 왔다”며 “올해 공연을 다 열 수 있도록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문예슬 인턴기자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서울 동대문 D의류상가 도매상인들은 자신들의 일터를 ‘동대민국(東大民國)’이라고 부른다. 개장 시간 오후 8시∼이튿날 오전 8시, 밤낮이 뒤바뀐 이곳은 ‘치외법권’ 지역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상인운영회(운영회)라는 자치 조직이 특정 세력에 의해 사유화되면서 상인들을 상대로 ‘입점비’ ‘퇴점비’ 등을 뜯어내는 등 불법적인 관행이 10년 넘게 이어져 온 것이다. 상인들에겐 운영회의 지시가 곧 법이었고 그 ‘법’을 어기면 옷 장사를 할 수 없었다. 국내 의류시장 매출의 30%인 연간 15조 원을 벌어들이는 동대문 의류상가 일각의 어두운 실태가 최근 경찰 수사로 드러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동대문의 대표적 도매상가인 D상가 운영회의 불법행위를 수사해 지난달 서모 사장과 오모 전무를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점포주와 상인 사이 똬리 틀고 전횡 D상가는 지하 2층∼지상 5층 규모에 점포는 400여 곳에 이른다. 상인들은 평균 보증금 5000만 원, 월세 180만 원을 내며 4.23m²(약 1.25평) 크기 점포 한 칸을 얻어 장사하고 있다. 점포마다 소유주가 따로 있지만 이들로부터 임대 계약과 관리 권한을 위임받은 운영회가 중간 길목에서 상인들에게 전횡을 일삼는 구조다. 상인들은 운영회가 계약이나 규약 등 법적 근거도 없이 걷어가는 돈이 한 해 수천만 원에 달한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운영회는 처음 입주하는 상인들에게 점포 보증금과는 별도로 500만∼3000만 원의 ‘입점비’를 물려왔다. 운영회는 상가 활성화 또는 기존 상인에게 주는 권리금이라는 명목을 내세웠지만 운영회로부터 권리금을 돌려받은 상인은 거의 없다. 사실상 강제적 기부금인 셈이다. 입점비 액수는 정해진 기준도 없다. 상가 운영 경험이나 인맥이 취약할수록 더 많은 액수를 요구받는다는 게 상인들의 증언이다. 운영회는 계약이 만료된 점포를 다른 점포로 ‘강제 이주’시킨 뒤 추가로 입점비를 받기도 한다. 한 상인은 “가게를 안 옮기고 버티자 운영회에서 찬조비로 2000만 원을 요구해 계약서에도 없는 돈을 내고 겨우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상인들은 운영회의 횡포를 못 이겨 가게를 접을 때에도 200만∼800만 원의 퇴점비를 내야 했다. 운영회가 전액 돌려줘야 할 보증금의 일부를 퇴점비 명목으로 차감하고 나머지만 돌려주는 식이다. 운영회는 퇴점비에 대해 “가게가 빠진 뒤 반품이나 환불 문의가 있을 것에 대비한 것”이라고 해명한다. 하지만 상인들은 “반품, 환불 요구는 드문 일인데 운영회로부터 퇴점비를 제때 돌려받은 경우는 거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상인들은 매주 5만∼15만 원의 홍보비와 명절 행사비용으로 한 해 50만∼100만 원을 운영회에 납부한다. 하지만 실제 집행 내용은 공개되지 않아 상인들은 “그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알 길이 없다”고 했다. 특정 인테리어 업체와 계약해 점포 수리를 하라는 운영회의 강요에 못 이겨 멀쩡한 점포를 시세보다 웃돈을 주고 고치는 경우도 많다. 한 상인은 “갈취 피해를 덜 당하려면 운영회 간부에게 고급 양주나 현금 등 수백만 원을 지속적으로 상납해야 한다”고 말했다.○ 운영회 고위 간부들 수십억 횡령 혐의 경찰은 운영회의 이 같은 관행이 10년 넘게 이어져 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운영회가 상가 주인들로부터 일정 권한을 위임받았더라도 경비, 청소 등 일반적인 관리 수준을 넘어 별다른 법적 근거 없이 거액을 요구한 행위는 공갈죄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 경찰은 “운영회 측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어김없이 보복이 가해졌고 조직폭력배로 보이는 사람들이 큰소리로 겁박하는 경우도 있었다”는 상인들의 진술을 토대로 특수공갈과 강요 혐의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또 운영회 고위 간부들이 홍보비와 행사비 명목으로 걷은 돈 수십억 원을 횡령한 정황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영회 측은 “입점비는 동대문시장의 관행에 따라 받아왔지만 얼마 전 없앴고 퇴점비도 받지 않고 있다. 홍보비도 투명하게 집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상인들은 “최근까지 입점비를 요구받았고 퇴점비 역시 운영회가 돈이 없다며 보증금 자체를 안 돌려주고 있어 떼어가지 못하는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 상인들 왜 10년 넘게 당했나 ▼‘문제 상인’ 찍히면 다른 상가에도 입점 거부당해1주일 단위로 의류 제작 ‘스폿’ 방식… 가게 옮기면 수천만원 재고 부담서울 동대문 D의류상가 도매상인들은 동대문 특유의 의류 생산 방식 때문에 상가운영회의 부당한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시장 반응을 주시하면서 일주일 단위로 디자인을 바꿔 소량 제작하는 이른바 스폿(Spot) 생산 방식이어서 운영회의 점포 이주 요구에 취약하다는 얘기다. 상인들이 운영회 측 요구에 불응하다 아예 다른 상가로 가게를 옮기게 되면 새 장사를 준비하는 2, 3주 동안 그전에 만든 옷은 유행이 지나버려 재고로 남게 된다. 통상 보름 치 재고가 쌓이면 손실액은 3000만∼5000만 원에 이른다. 운영회의 ‘착취’를 피해 다른 상가로 옮기기도 쉽지 않다. 다른 상가의 운영회도 운영회 측과 갈등을 빚고 나온 상인은 ‘문제 상인’으로 간주해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의류 도매상은 국내 최대 시장인 동대문에서 밀려나면 기존 수입을 유지하기 어렵다. 간신히 쫓겨나지 않았더라도 한 번 미운털이 박히면 상가 내에서 점포를 자주 옮겨야 하거나 입점비나 퇴점비 등의 액수가 더 늘어난다. 오후 8시∼다음 날 오전 8시인 ‘올빼미 영업시간’도 상인들이 문제 제기를 부담스러워하는 이유다. 한 상인은 “경찰에 신고하고 싶어도 휴식을 취해야 할 낮에 깨어 있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D상가의 상인은 약 80%가 여성이다. 이들 대부분이 오전에 잠깐 눈을 붙이고 오후에는 밀린 집안일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숨죽이던 상인들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해 매출까지 크게 줄자 “더는 못 견디겠다”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서울연구원의 지난달 발표를 보면 올 2분기 동대문 관광특구 상인들의 매출 체감도는 사드 사태 전인 전년 동기의 50∼60% 수준에 불과하다. 구특교 kootg@donga.com·김예윤·김배중 기자}
▼ 상인들 왜 10년 넘게 당했나 ▼‘문제 상인’ 찍히면 다른 상가에도 입점 거부당해1주일 단위로 의류 제작 ‘스폿’ 방식… 가게 옮기면 수천만원 재고 부담서울 동대문 D의류상가 도매상인들은 동대문 특유의 의류 생산 방식 때문에 상가운영회의 부당한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시장 반응을 주시하면서 일주일 단위로 디자인을 바꿔 소량 제작하는 이른바 스폿(Spot) 생산 방식이어서 운영회의 점포 이주 요구에 취약하다는 얘기다. 상인들이 운영회 측 요구에 불응하다 아예 다른 상가로 가게를 옮기게 되면 새 장사를 준비하는 2, 3주 동안 그전에 만든 옷은 유행이 지나버려 재고로 남게 된다. 통상 보름 치 재고가 쌓이면 손실액은 3000만∼5000만 원에 이른다. 운영회의 ‘착취’를 피해 다른 상가로 옮기기도 쉽지 않다. 다른 상가의 운영회도 운영회 측과 갈등을 빚고 나온 상인은 ‘문제 상인’으로 간주해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의류 도매상은 국내 최대 시장인 동대문에서 밀려나면 기존 수입을 유지하기 어렵다. 간신히 쫓겨나지 않았더라도 한 번 미운털이 박히면 상가 내에서 점포를 자주 옮겨야 하거나 입점비나 퇴점비 등의 액수가 더 늘어난다. 오후 8시∼다음 날 오전 8시인 ‘올빼미 영업시간’도 상인들이 문제 제기를 부담스러워하는 이유다. 한 상인은 “경찰에 신고하고 싶어도 휴식을 취해야 할 낮에 깨어 있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D상가의 상인은 약 80%가 여성이다. 이들 대부분이 오전에 잠깐 눈을 붙이고 오후에는 밀린 집안일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숨죽이던 상인들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해 매출까지 크게 줄자 “더는 못 견디겠다”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서울연구원의 지난달 발표를 보면 올 2분기 동대문 관광특구 상인들의 매출 체감도는 사드 사태 전인 전년 동기의 50∼60% 수준에 불과하다. 구특교 kootg@donga.com·김예윤·김배중 기자}

《 “(최저임금이) 1만 원 되면 장사 접을 거예요. 직원이 사장보다 돈을 더 벌 텐데요. 나중에 취업도 안 돼 빈곤층으로 떨어질까 겁이 납니다.” 16일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편의점을 하는 A 씨(52)는 한숨부터 쉬었다. 여름은 편의점의 성수기다. 그의 점포는 요즘 하루 매출 220만 원을 올린다. 일 매출 200만 원을 넘으면 보통 ‘대박’ 편의점으로 불린다. 하지만 A 씨가 하루 14시간 이상 일하고 손에 쥐는 돈은 월 200만 원이 채 안 된다. 1000원짜리를 팔면 가맹 수수료, 임차료, 공과금 등을 다 내고 약 100원 남는데, 여기서 70원 정도가 인건비로 또 떼인다. 내년에 최저임금이 16.4% 인상되면 인건비는 80원 정도가 된다. 》 그는 “비수기에는 150만 원 남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건비 아끼려고 부부가 12시간 교대로 근무하고 300만∼400만 원 겨우 버는 곳도 많다. 직원 처우 개선도 좋지만 사장이 살아야 직원도 살지 않겠느냐”고 호소했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을 발표하자 자영업자, 중소기업, 재계는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인상으로 3년 후인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 시대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가 크다. 영세 자영업자들은 ‘생존의 위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 성남시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김모 씨는 “기껏 해야 월 300만 원을 버는데 통상임금 인상까지 고려하면 내년엔 140만 원 정도가 추가로 더 든다”고 말했다. 그는 정규직 3명, 시간제 2명 등 총 5명을 고용하고 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시간제 아르바이트생을 한 명 줄여야 할 수도 있다. 일부 영세 업주들 사이에선 “차라리 내가 직접 다른 점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 낫겠다”는 자조 섞인 반응도 나온다. 중소기업도 비상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중소기업이 추가 부담할 금액이 15조2000억 원”이라고 추산했다.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와 새로 최저임금 대상이 되는 근로자 460만 명을 대상으로 순인상분, 4대 보험료, 특별격려금 등을 계산한 결과다. 최저임금이 2020년 1만 원이 되면 중소기업의 인건비 추가 부담액은 매년 81조5259억 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세상인과 중소기업은 정부 지원책도 비용 증가분을 만회하기에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업주의 인건비 부담 능력’을 무엇을 근거로 판단할지도 미지수다. 주유소를 운영하는 김 씨는 한 달에 많아야 300만 원을 벌지만 매출은 3억4000만 원이다. 유류세 60%가 붙기 때문으로 매출액을 인건비 부담 능력 기준으로 보기에 힘들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서 5년째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모 씨(53)는 “대기업·중견기업 기준과 중소기업·소상공인 기준을 나눠 최저임금 인상률 차이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에 따른 폐업률 증가로 실업, 물가 인상, 투자 위축, 고용 감소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피자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전모 씨(32)는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 고용을 줄이거나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1만 원 시대로 인한 부담은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도 당장의 인상을 감내할 여력은 있지만 장기적으로 투자 및 고용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저임금 수준의 고용 비중이 절반에 육박하는 유통업계는 이미 1만 원 가능성에 대비해 재무계획을 다시 세우고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이번 인상으로 연간 인건비가 250억∼500억 원이 더 든다”며 “어떻게 전략을 세워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9급 공무원 초봉이 최저임금보다 적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9급 1호봉 공무원의 기본급은 139만5800원으로 직급보조비(12만5000원)를 더해도 152만800원으로 내년도 최저임금 월급(주 40시간 근무 기준 157만3770원)보다 적다. 물론 공무원 급여는 각종 수당이 더해지고, 최저임금과 연동해 올라 최저임금과 역전될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최저임금보다 높게 유지하려면 공무원 급여 역시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저임금 확정 직후 “내년 최저임금이 역대 최고 인상 폭(450원)의 2.4배에 이르는 1060원이나 오른 데 대해 경영계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최근 중소기업의 42%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고, 소상공인의 27%는 월 영업이익이 100만 원에 못 미치는 현실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경총은 “영세·소상공인의 경영 환경은 나빠지고, 일자리 창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김현수 kimhs@donga.com·김예윤 / 세종=최혜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