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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금니 아빠’ 이영학(35)의 여중생 살인사건을 둘러싼 경찰의 초동수사 부실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피해자 김모 양(14)이 이영학의 딸과 만난 사실을 경찰이 뒤늦게 알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범행 장소 파악이 늦어진 탓이다. 관할 경찰서장 보고 시점을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이 김 양 어머니로부터 “딸이 이 양과 만났다”라는 말을 들은 건 1일 오후 9시. 하지만 경찰은 2일 오전 11시경 이 양 집을 찾았다. 집은 비어 있었다. 경찰은 주변 탐문을 벌였다. 김 양이 이 양 집을 찾았고 지난달 이 양 어머니 최모 씨(32)가 투신한 사실 등을 파악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후 9시 사다리차를 동원해 이영학의 집에 진입했다. 하지만 김 양은 이미 살해돼 시신이 옮겨진 뒤였다. 이때까지도 경찰은 김 양이 강력범죄의 희생자가 됐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관할 중랑경찰서장은 김 양의 실종 사실을 4일 오전에야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합동수사팀이 꾸려진 날이다. 예규에 따르면 실종아동 신고를 접수하면 경찰서장이 현장출동 경찰관을 지정해야 한다. 실종신고 직후 경찰의 움직임도 아쉬움이 크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30일 오후 11시 20분경 실종신고 후 경찰은 “오후 11시 30분부터 1일 오전 2시까지 망우 사거리 일대 PC방과 노래방 찜질방 등을 집중 수색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보가 12일 0시를 전후해 망우 사거리 인근 PC방과 노래방 등 40곳을 직접 확인한 결과 “경찰이 김 양을 찾으러 방문했다”고 답한 곳은 5곳에 그쳤다. 30곳은 경찰이 찾아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나머지 5곳은 “모른다”고 답했다. 이영학의 집에서 400m가량 떨어진 한 편의점 직원은 “경찰이 온 적은 없지만 ‘김 양을 찾는다’는 친구들이 왔다”고 말했다. 김 양 친구들은 편의점 직원에게 “담당 수사관이 배정이 안 돼 우리가 나섰다”고 말했다. 실제 김 양을 찾아 나섰던 친구 A 양(14)은 1일 오전 10시경 이 양으로부터 “김 양을 만났다”는 말을 들었다. 경찰보다 약 11시간가량 앞선 것이다.김예윤 yeah@donga.com·권기범 기자}

‘어금니 아빠’ 이모 씨(35)에게 살해된 김모 양(14)이 실종신고 후 12시간 넘게 생존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양이 살아 있을 당시 경찰은 이 씨 집에서 불과 120m 떨어진 곳 주변까지 탐문했지만 이 씨의 집까지 확인하진 못했다. 경찰이 더 적극적으로 수색했다면 김 양을 살릴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김 양이 1일 오전 11시 53분에서 오후 1시 44분 사이 살해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10일 밝혔다. 당초 김 양이 살해된 시점은 지난달 30일 오후 3시 40분에서 오후 7시 46분 사이로 추정됐다. 이 씨의 딸 이모 양(14)의 진술이 근거였다. 그러나 이 씨는 추가 조사에서 “1일 오전 11시 53분 딸을 집 밖으로 내보낸 뒤 김 양을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김 양의 어머니는 지난달 30일 오후 11시 20분 “딸이 친구를 만나고 멀티방에 간다고 한 뒤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결과적으로 김 양을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적어도 12시간 있었던 셈이다. 경찰은 신고 접수 후 김 양 가족의 동의를 받아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했다. 하지만 김 양의 전화는 꺼져 있었다. 마지막으로 확인된 위치는 서울 중랑구 망우사거리. 경찰은 1일 새벽까지 2, 3시간가량 주변을 수색했다. 하지만 김 양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 망우사거리에서 직선으로 120m 거리에 있는 이 씨의 집에 김 양이 갇혀 있었지만 확인하지 못했다. 경찰은 다음 날도 서두르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야간 근무로 밤을 새웠기 때문에 오전에 쉬고 오후 4시경부터 김 양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뒤져봤다”고 말했다. 경찰은 1일 오후 9시가 돼서야 김 양 어머니에게 연락해 “딸이 이 양 집에 갔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고도 하루가 더 지난 2일 오전 11시에야 경찰은 이 씨의 집을 찾아갔다. 인기척이 없어 다시 돌아간 경찰은 이날 오후 9시에야 집에 있던 이 씨의 형을 설득해 집 내부를 살펴볼 수 있었다. 그때는 이 씨 부녀가 김 양의 시신을 이미 강원 영월군의 야산에 유기한 뒤였다. 김 양 가족들은 실종신고 당일인 지난달 30일 동네 곳곳에서 김 양을 찾아 헤맸다. 한 주민은 “김 양의 어머니가 ‘딸이 가출할 애가 절대 아닌데 이상하다’며 걱정 가득한 얼굴이었다”고 전했다. 김 양의 친구는 “너무 착하고 순한 성격이라 연락 없이 집에 안 들어올 아이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양의 어머니가 실종신고 후 이 양에게 전화해 딸의 행방을 물었을 때 이 양은 “모른다. 저 위로 올라간 것 같다”며 거짓말을 했다. 이 씨는 10일 오전 서울 중랑구 자택에서 진행된 현장검증에서 김 양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딸과 함께 잠든 김 양을 옮기는 모습을 태연하게 재연했다. 이 씨는 김 양의 목을 조르는 시늉을 하며 장롱에서 끈 모양의 의류를 꺼내 목을 졸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양은 김 양이 수면제를 먹고 안방에서 잠들어 있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버지 이 씨에게 김 양의 상태를 전혀 묻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안방에서 이 씨와 김 양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확인하기 싫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의 범행 동기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경찰은 “이 씨가 일부 언급한 내용이 있지만 도저히 신뢰하기 어려울 정도의 수준이어서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이 씨가 자신의 온라인 대용량 저장공간에 성관계 동영상을 다수 보관하고 있는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영상에는 지난달 6일 투신자살한 아내 최모 씨(32)의 성관계 모습도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가 인터넷에서 1인 성인 마사지숍을 운영했다는 흔적도 새로 발견됐다. 경찰은 이 씨가 최 씨를 이용해 성매매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권기범 kaki@donga.com·김예윤·구특교 기자}

“제가 죽였습니다. 딸에게 미안합니다.” ‘어금니 아빠’ 이모 씨(35)가 여중생 딸의 친구인 김모 양(14)을 살해했다고 10일 자백했다. 경찰에 붙잡힌 지 5일 만이다. 이날 이 씨는 경찰의 3차 조사를 받으며 범행을 시인했다. 이 씨는 자백 내내 흐느끼며 여러 번 “딸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살해 동기를 말하진 않았다. 숨진 김 양과 유족에게도 사죄하지 않았다. 경찰은 “김 양이 목 졸려 살해된 사실을 이 씨가 시인했다”고 밝혔다. 이 씨의 딸 이모 양(14)이 알려진 것보다 더 적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양은 김 양을 집으로 유인한 뒤 직접 수면제를 먹였다. 경찰은 “오래전부터 같은 병을 앓으며 아버지에게 크게 의지한 이 양이 이날도 시키는 대로 따른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체유기 공범으로 이 양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특히 이 씨는 김 양을 특정해 서울 중랑구 자신의 집으로 끌어들였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딸에게 “친하게 지내던 김 양에게 전화해 보라”고 지시했다. 경찰은 “김 양이 초등학교 시절 이 양의 옛날 집에 몇 번 놀러온 적이 있다”며 “이 씨는 과거 김 양이 자신의 아내와도 가까웠던 사이라 쉽게 유인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양을 부르기 전에 이 씨가 범행 대상을 물색한 정황도 포착됐다. 본보 취재 결과 범행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 이 양은 초등학교 6학년 동창과 중학교 같은 반 친구 등 수십 명에게 ‘만나서 놀자’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친구들은 평소 연락이 없었던 이 양의 갑작스러운 요청에 대부분 회신하지 않았다. 이후 이 양은 김 양에게 전화를 걸어 “집에서 영화를 보며 놀자”고 제안했다. 이 양은 다음 날 낮 12시 17분 김 양을 집에 데려갔다. 이 양은 집에 온 김 양에게 드링크 음료를 건넸다. 이 양은 음료에 수면제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씨 지시에 따라 김 양에게 음료를 전했다. 오후 3시 40분 이 씨가 “나가서 놀다 오라”고 말하자 이 양은 혼자 외출한 뒤 다른 친구 2명과 분식집 등을 갔다. 이때 누군가와 여러 차례 통화했다고 한다. 이 양은 오후 8시 14분 데리러 온 이 씨와 함께 귀가했다. 집에 온 직후 이 씨는 “내가 김 양을 죽였다”고 딸에게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양은 경찰 조사에서 “김 양이 죽어 있는 모습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11시경 김 양의 어머니가 실종신고 후 전화를 걸어 행방을 묻자 “모른다. 저 위쪽으로 올라갔다”고 말했다. 이 씨 부녀는 이튿날 김 양의 시신이 든 여행가방을 BMW 차량에 싣고 강원 영월군으로 향했다. 이 양이 다녔던 학교 관계자는 “이 양이 지난달 6일 어머니의 자살 사건을 겪은 뒤에도 학교에서 너무 담담히 지내 교사들이 놀라워했다”고 전했다. 이 양은 지난달 27∼29일 진행된 중간고사 때 첫날만 시험을 치르고, 이후 “감기에 걸렸다”며 결석했다. 이 양은 시험까지 거르며 김 양을 전화로 유인한 것이다. 경찰은 부검 결과 김 양의 혈액에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성폭행 정황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 씨가 흔적을 없앴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씨가 지난해 11월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트위터 계정에는 10대 여성에 대한 성적 관심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다. 이 씨는 여성 신체를 빗댄 표현을 담아 “함께 지낼 동생을 구한다”는 글을 여러 차례 올렸다. “나이 14세부터 20세 아래까지 개인룸과 샤워실을 제공한다”며 “독립할 수 있을 때까지 식대와 생활비를 주고, 부분 모델을 겸한 연수를 해주겠다”고 꼬드기는 내용이었다. 이 씨는 10대 여성의 것으로 보이는 계정 60여 개를 팔로잉하며 수시로 동향을 살피기도 했다. 경찰은 이 씨가 개인적 욕구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을 집중 수사하고 있다.권기범 kaki@donga.com·김예윤 기자}
‘어금니 아빠’ 이모 씨(35)는 이웃들에게 자신의 정체를 꽁꽁 숨겼다. 만남이나 대화를 피하진 않았다. 하지만 “무슨 일 하냐”고 묻는 이웃들에게 매번 다른 직업을 내세웠다. 자신의 이중생활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이 씨의 의도된 행동이라는 분석이다. 9일 동아일보 취재진이 만난 서울 중랑구 이 씨 자택 주변 주민들은 이 씨의 직업을 작가, 학원장, 자동차 튜닝업자 등 제각각 다르게 알고 있었다. 지난해 10월 이 씨와 집 월세 계약을 맺었던 건물 관리인 정모 씨는 당시 이 씨와 마주 앉아 나눈 대화를 정확히 기억했다. 정 씨는 “그때 이 씨가 자기를 방송사에 원고 보내는 작가라고 말했다”며 “입주 직후 이 씨가 현관 앞에 직접 폐쇄회로(CC)TV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 씨(64)는 “이 씨가 딸과 또래 여학생 2명을 데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 라면 음료수 등을 사러 왔다”며 “믹스커피 큰 통을 자주 사가면서 학원을 운영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주민 박모 씨(57)는 “이 씨가 자신이 살던 건물 옆 차고에서 외제차 튜닝을 자주 해서 물었더니 ‘이걸로 먹고산다’고 해 정비업자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또 피해자 김모 양(14)의 시신을 야산에 유기한 직후인 3일 서울 도봉구의 한 은신처를 계약하면서 공인중개사에게 자신을 중식당 주방장이라고 소개했다. 여러 직업을 소개했지만 이 씨는 일정한 직업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원에 대해서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이 씨가 별다른 직업 없이 후원금으로 생계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씨와 아내 최모 씨(32)의 관계도 ‘비정상적’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주민 박 씨는 “두 부부가 젊은데도 늘 멀리 떨어져 걷고 서로 말도 안 했다”며 “평소 동네 사람들과 인사도 안 하고 지내던 이 씨가 아내가 죽은 뒤 갑자기 인사성이 밝아지고 친근하게 말을 붙여와 황당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이 씨가 아내가 숨지기 며칠 전 뜬금없이 ‘아내가 성폭행을 당해 DNA 검사 중’이란 민감한 얘기를 해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아내 최 씨는 지난달 6일 자택 건물 5층에서 투신자살했다. 앞서 같은 달 1일 최 씨는 이 씨의 어머니와 사실혼 관계인 A 씨(60)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며 강원 영월경찰서에 고소했다. 사흘 후 이 씨와 함께 A 씨 집을 찾은 최 씨는 다음 날 2차 신고를 했다. 경찰 관계자는 “남편 이 씨가 최 씨에게 성폭행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며 A 씨와 성관계를 가지라고 요구해 4일 성관계가 이뤄졌고 이 문제로 부부싸움을 한 뒤 최 씨가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씨가 최 씨의 자살을 방조한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이다. 또 A 씨를 10일 성폭행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본보 기자가 9일 강원 영월군 A 씨 자택을 찾았을 때 그는 밭에서 일하고 있었다. 최 씨 사건에 대해 묻자 A 씨는 강하게 답변을 거부하며 자리를 떴다. A 씨는 이날 채널A와의 전화 통화에서 “성폭행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이날 경찰의 2차 조사를 받았다. 그는 취재진에게 “들어가서 조사받겠다”고 말했지만 막상 경찰 앞에선 제대로 진술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내내 이 씨는 의자를 잡거나 머리를 긁적이며 시선을 피했다. 횡설수설하다 뜬금없이 2, 3일 시간을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날 처음 조사를 받은 딸 이모 양(14)은 “피곤하다” “자고 싶다”는 말만 반복했다.김예윤 yeah@donga.com / 영월=이지훈 기자}

딸의 친구인 여중생 김모 양(14)을 살해해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 아빠’ 이모 씨(35)가 범행 당시 끈으로 목을 졸라 살해한 정황이 8일 확인됐다. 이 씨가 1일 딸과 함께 김 양의 시신을 강원도 영월의 야산에 유기한 뒤 서울 도봉구 한 빌라로 도피할 때 지인의 차를 얻어 탄 사실도 드러났다.○ 살인 혐의 등 불리한 질문 땐 무반응 이날 서울 중랑경찰서는 피해자 김 양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끈으로 목을 강하게 조를 때 생기는 상처가 다수 발견된 점 등을 근거로 경부압박 질식사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김 양이 야산에서 나체 상태로 발견됐지만 성폭행당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휠체어를 타고 경찰에 출석한 이 씨는 범죄 혐의와 수법, 동기 등을 묻는 질문에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 씨는 개인 신상 관련 질문에 대해서만 고개를 끄덕이거나 가로젓는 식으로 답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가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이 나오면 고개를 숙이거나 가만히 쳐다보면서 답변을 회피했다”고 전했다. 이 씨는 이날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도 시신 유기에 대해선 고개를 끄덕이며 시인했지만 살인 혐의 관련 질문에는 의사 표시를 하지 않았다. 이 씨와 딸 이모 양(14)은 5일 서울 도봉구 은신처에서 검거될 당시 수면제를 과다 복용해 쓰러진 채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가 범행 직후 유튜브에 ‘김 양이 약을 잘못 먹고 숨졌다’고 주장했는데 그런 상황이라면 바로 병원에 알리는 게 당연한데도 시신을 감췄다”며 살인 혐의가 의심된다고 밝혔다. 김 양이 지난달 30일 이 씨의 서울 중랑구 자택에 딸 이 양과 함께 들어가 이튿날 시신으로 나오기까지 집을 오간 사람이 이 씨뿐이었다는 사실도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드러났다. 경찰은 이날 이 씨와 이 씨의 도주를 도운 혐의로 박모 씨(35)를 모두 구속했다. 박 씨는 3일 오후 3시경 영월에 시신을 버린 뒤 서울에 도착한 이 씨 부녀를 도봉구 은신처까지 차로 태워다 준 혐의다. 박 씨는 이 씨가 자주 가던 카센터 직원이며 동갑내기 친구로 지내던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생활고’라더니…외제차 몰며 ‘이중생활’ 딸의 난치병을 치유하겠다며 모금 활동을 벌인 이 씨는 생활고에 시달린다는 말과는 다른 행적을 보였다. 이 씨는 그동안 인터넷 등을 통해 “딸을 살리려면 수술을 받아야 한다. 월세와 공과금이 밀려 걱정이다”라며 도움을 호소하는 글을 다수 올렸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미국 포드 토러스(신차 기준 4000만 원대) 승용차를 소유하며 직접 몰고 다녔다. 누나 명의의 현대 에쿠스 차량과 형의 지인 명의로 된 BMW 차량도 자기 것처럼 이용했다. 김 양 시신을 유기할 때는 이 BMW 차량을 썼다. 이 씨는 지난해 7월 토러스로 차를 바꾸기 전 시가 6000만 원가량인 유명 스포츠카 머스탱을 몰았다. 이 씨는 지난해 말 수백만 원대 반려동물을 분양 받았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반려동물 직거래 사이트에 닥스훈트 강아지를 분양하고 싶다는 글을 올리며 “지난해 닥스훈트 암컷을 300만 원에 분양 받았다. 지금은 1000만 원이 넘는다”고 썼다. 경찰은 지난달 5일 서울 중랑구 5층 자택에서 투신자살한 이 씨 부인 최모 씨(32)가 평소 이 씨에게서 학대를 받은 정황이 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팔꿈치과 무릎 아래를 제외한 전신에 문신이 있었으며 허벅지 안쪽에 여성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최 씨 몸에 이 씨와 비슷한 문양의 문신이 있었다”며 “문신이 반강제로 새겨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김예윤 yeah@donga.com·권기범·최지선 기자}

추석 연휴가 마무리되고 있다. 그러나 열흘간 쉰다는 게 먼 나라 이야기인 사람도 많았다. 특히 59개 공공기관의 첫 합동채용을 앞둔 취업준비생에게 이번 연휴는 휴식이 아니라 마지막 담금질 시간이었다. 이번 합동채용으로 3000∼4000명이 취업한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연휴를 잊은 이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추석을 하루 앞둔 3일 오전 8시경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학원가. 청년들은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을 상징하는 트레이닝복에 슬리퍼를 신고 학원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김모 씨(24·여)도 머리카락을 질끈 묶고 학원에 있었다. 강의실은 이미 공시생으로 가득했다. 김 씨는 시험이 50일가량 남아 긴장이 가시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내일은 오전 7시부터 나와서 자리를 잡아야겠다”며 “저녁에는 학원이 문을 닫아 근처 대학 도서관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오 무렵 노량진 명물인 ‘컵밥’ 가게들은 공시생들로 북새통이었다. 한 가게 사장은 “역대 최장 연휴라지만 시험 준비생들이 줄어든 것 같지는 않다”며 이마의 땀방울을 닦아냈다. 사법시험은 폐지됐지만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고시촌도 연휴와는 거리가 멀었다. 카페마다 두꺼운 책을 탁자에 놓고 공부하는 사람들이 들어찼다. 10년째 법무사 시험을 준비하는 오모 씨(48) 역시 신림동에서 연휴를 보냈다. 고향은 경남이지만 명절에 언제 내려갔는지 까마득하다. 오 씨는 “나이도 많은 데다 직장도, 아내도 없어 고향에 가면 부모님과 친척 눈치만 봐야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 대신 추석 당일 저녁에 친한 고시생들과 맥주 한 모금 함께 하며 향수를 달랬다. 다음 달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대표 학원가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는 연휴 내내 불야성이었다. 학원들은 각종 ‘추석 특강’을 내세우며 쉼 없이 움직였다. 학원 앞은 여느 때처럼 자녀들을 태우러 온 학부모 차로 정체를 빚었다. 박모 양(18·고3)은 명절이면 부모님 고향인 대전에 갔지만 올해는 가족 모두 가지 않았다. 대전의 할아버지는 “명절보다는 손녀 대학 진학이 우선”이라고 선언했다. 박 양은 “친구들과 ‘코인 노래방’에 잠시 들르는 걸로 스트레스를 날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향에 갈 생각을 미룬 채 아르바이트에 열중하는 청년들도 적지 않았다. 4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에서 만난 임모 씨(25)도 연휴를 아르바이트로 보냈다. 연휴에는 시급을 평소의 1.5배로 준다. 부산이 고향인 임 씨는 “정규직 공채를 준비하며 아르바이트도 하는데 시급을 이만큼 주는 때도 드물어 자원했다”면서 “나 같은 사람에게는 반가운 연휴”라며 웃었다. 상당수 근로자 역시 긴 휴식은 꿈같은 얘기였다. 지하철 근로자가 그랬다. 서울 강남구 서울교통공사 수서차량기지 기관사 218명 가운데 이번 연휴에 92명이 일했다. 5일 만난 22년 경력 최병진 차장(50)은 ‘징검다리 근무’로 연휴 기간에 6일을 일한다. 이날도 오전 근무를 한 최 차장의 옷은 땀으로 젖어 있었다. 충남에 있는 아버지 산소 벌초도 못했다. 그는 열차 운전을 하며 “추석 때 쉬지는 못해도 추석 연휴를 즐기는 시민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었다”는 안내 방송을 틈틈이 했다. 이날 오전 그의 코멘트는 “가을볕에 알곡이 익어가듯 풍요로운 추석에 가족과 함께 웃음 풍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였다.구특교 kootg@donga.com·김예윤·최지선 기자}

“한번 물어봐봐. 명절 없어지면 좋겠다는 운전사가 99%야.” 박모 씨(47)의 말에 빙 둘러선 3, 4명이 “맞다, 맞다”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박 씨는 경력 9년 차의 고속버스 운전사다.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승차장에서 만난 박 씨는 출발을 앞두고 동료들과 쉬고 있었다. 추석이 다가오면서 고속버스 운전사에게도 최장 열흘간의 연휴가 화제다. 하지만 이들은 즐거움보다 걱정과 두려움이 더 커 보였다. 명절 때마다 벌어지는 ‘피로와의 사투’ 탓이다. 보통 명절 연휴 때는 같은 목적지도 평소보다 짧게는 1시간, 길게는 3시간까지 더 걸린다. 물론 연휴가 길면 차량이 분산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긴 연휴는 고속버스 운전사들도 경험한 적이 없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서울과 경북을 오가는 경력 7년 차의 임모 씨(47)는 “긴 휴일에 고속도로 통행료도 공짜라 놀러가는 차량이 쏟아져 나올까 하는 걱정과 통행량이 분산될지 모른다는 기대가 반반”이라고 말했다. 귀성·귀경 차량 때문에 도로가 막혀 운행시간이 늘어나도 휴식시간까지 늘어나는 건 아니다. 좁은 운전석 안에서 오래 있을수록 정해진 휴식시간은 줄어든다. 이날 승차장에서 만난 운전사 3명은 “명절에 고속도로가 막힌다고 정해진 배차 간격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모두 다른 버스회사 소속이다. 전주, 익산 등 전북지역을 운행하는 박 씨는 “평소 전주 가려면 3시간 운전해 2시간 쉬고 다시 올라오는 스케줄인데 명절 때는 내려가는 데만 4, 5시간 걸린다”며 “배차간격은 바뀌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못 쉬고 올라와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이나 전남 여수 등 장거리 노선 운전사들은 명절 때 6, 7시간 정도는 각오하고 운전대를 잡는다. 앞선 구간에서 사고라도 나면 8, 9시간 채우는 건 자주 있는 일이다. 단거리 노선도 예외는 아니다. 운행 횟수가 많기 때문이다. 보통 3시간 30분 이상 걸리는 장거리 노선은 하루 1, 2회 운행하지만 단거리 노선은 4, 5회다. 최모 씨(43)는 “장거리 목적지는 가는 시간이 길어 고생하는 대신에 상대적으로 숨 돌릴 틈이 더 있는 편이다”라며 “단거리 노선은 운행 사이사이 휴식시간이 짧아 못 쉬고 운전할 때도 자주 있다”고 말했다. 도로가 막히고 운행시간이 길어지면 피로가 쌓일 수밖에 없다. 이때 승객들의 돌발행동은 자칫 대형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명절 때는 술 취한 승객이 많아 고속버스 운전사들을 당황하게 한다. 장모 씨(54) 역시 명절 때마다 곤욕을 치른다. 술에 취한 채 버스에 탄 뒤 길이 막히자 “다른 길로 돌아가라”며 소리치고 짜증 내는 귀성객을 명절 때마다 1, 2명씩 겪는다. 장 씨는 “고향에 빨리 가고 싶은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 안에서는 조금 자제해야 한다”며 “말을 섞으면 싸움으로 번질까봐 항상 대답 없이 꾹 참는다”고 말했다. 피로가 쌓이면 찾아오는 것이 졸음이다. 지난해 7월과 올 5월 영동고속도로, 이달 초 천안∼논산고속도로에서 각각 발생한 버스 추돌사고가 운전사들에게는 남의 일로 여겨지지 않았다. 이날 만난 운전사들은 “길이 막혀 운행 시간이 길어지면 승객들은 대부분 잠이 들어 버스 안이 조용하다”며 “한자리에 앉아 아무 말 없이 운전하다가 어느 순간 잠이 온다”고 입을 모았다. 운전사 김모 씨(51)는 “고속버스 운전사는 그래도 졸음을 참는 데 베테랑이지만 요새 사고 나는 걸 보면 한순간인 것 같다”고 말끝을 흐렸다. 졸음을 참고 운전해 고속도로를 벗어나도 끝이 아니다. 터미널 승차장에 들어서기까지 도시마다 차량 정체가 심각한 탓이다. 김 씨는 “버스가 30분 넘게 터미널 주변을 돌 때도 있다. 규모가 작은 터미널은 더 힘들다”고 말했다. 평소에는 주차와 청소를 마친 뒤 귀가한다. 하지만 명절 때는 무조건 집으로 갈 수 없다. 이른바 ‘임시 대기’ 탓이다. 수요가 급증해 정해진 버스가 승객을 다 태우지 못할 경우 상황에 따라 각 버스회사에 차례로 운행이 추가로 편성된다. 김 씨는 “보통 다음 날 쉬는 운전사들이 퇴근하지 못하고 회사 요청에 따라 기다린다”며 “너무 피곤하면 거절해도 상관없지만 회사 부탁을 대놓고 거절하는 직원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재개발 사업은 주민과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 조합장은 수시로 담당 공무원을 만날 수밖에 없다. 수도권의 한 재개발지구 조합장 A 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지자체 공무원 B 씨를 알게 됐다. 올 1월 A 씨는 B 씨에게 10만 원짜리 상품권을 건넸다. “아이 운동화 한 켤레나 사줘.” B 씨가 한사코 거절하자 이렇게 말하며 점퍼 호주머니에 억지로 찔러 넣고 돌아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자체 암행감찰에 이 사실이 적발됐다. 두 사람 모두 법원에서 2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이었다. 자진신고하지 않은 B 씨는 감봉 2개월 징계까지 받았다. A 씨는 “호의가 독이 됐다. 내 잘못된 행동으로 공무원 앞길까지 막은 것 같아 미안할 뿐”이라고 말했다.○ “실수 되풀이 않겠지만…청탁은 아냐” 청탁금지법 시행이 28일로 1년을 맞는다. 27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올 7월까지 각종 신고 4052건이 접수됐다. 이 중 121건(307명)이 과태료 부과 요청 또는 수사 의뢰로 처리됐다. 실제로 과태료 부과와 기소가 결정된 건 40건(94명)이다. 본보는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과태료 부과 처분을 받은 사람을 수소문해 7명을 직접 또는 전화 인터뷰했다. 적게는 1만5000원, 많게는 30만 원 상당의 금품을 건넸다가 적발됐다. 대부분 직무연관성을 인식하지 못한 결과였다. 인허가, 지도 및 단속, 인사·평가 같은 직무와 관련이 있으면 한 푼도 주고받아선 안 된다. 단, 이런 경우를 제외하면 직무연관성이 있어도 원활한 직무수행 차원에서 식사 3만 원, 선물 5만 원, 축의금 10만 원까지 허용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3·5·10’을 지켜도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 회사원 C 씨는 세무서 공무원에게 5만 원짜리 우편환을 보냈다. 과세자료 공개를 요청하는 민원 때문에 알게 된 공무원이다. 결혼 휴가를 떠나 자리에 없다는 소식을 듣고 축의금을 보낸 것이다. 해당 공무원은 자진 신고했다. 법원은 C 씨가 이전에도 민원을 신청한 걸 이유로 직무 관계자의 청탁으로 판단하고 과태료 10만 원을 결정했다. C 씨는 “수차례 민원을 넣으며 얼굴을 익혔는데 (결혼을)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지방의 한 마을 이장인 D 씨는 관내 공무원이 영전해 열린 송별회 자리에서 전별금 명목으로 30만 원을 건넸다 지자체 감사에 적발됐다. 그는 “수십 명이 모인 자리의 회식비에 보태라고 준 거지 개인에게 준 돈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평소 술도 잘 안 마시고 경각심도 있었는데 오해 탓에 과태료까지 물어 정말 억울하다”고 말했다. 지방에서 활동하는 변호사 E 씨는 한 식당에서 낯익은 지방법원 판사를 만났다. 판사는 가족과 식사 중이었다. E 씨는 식당을 나가며 판사 가족의 식사비 2만8000원을 몰래 계산했다. 판사는 자진 신고했다. E 씨는 “위반일 줄 알았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연은 제각각이지만 이들은 “다시는 (선물을) 주지도, 받지도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위반자는 “사소한 거라도 주고받지 말라는 뜻 아니냐. 앞으로 선물할 생각을 안 해도 돼 마음 편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탁금지법이 취지에 맞게 시행 중인지 의문도 제기했다. C 씨는 “부정한 청탁을 막는 게 원래 목적인데 미풍양속까지 오해를 사는 경우가 너무 많은 것 같다”고 털어놨다. 상급자 여러 명에게 한과세트를 선물했다가 적발된 한 공공기관 직원은 “1만5000원짜리 명절 선물로 무슨 부정 청탁을 하냐”며 “청탁 없었다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권익위 조사관은 들어주지도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예방주사’ 효과, ‘꼼수’도 여전 위반자들은 대체로 2, 3배 상당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전과자로 남지 않는 가벼운 처벌이지만 주변에 미치는 효과는 작지 않다. 서울의 한 지구대에서 근무한 F 경위는 출동현장에서 신고자 등으로부터 음료수를 받았다가 적발됐다. 20만 원의 과태료를 내고 타 지구대로 전보됐다. F 경위의 한 동료는 “과거에 음료수 한잔 정도 받아 마시던 관행은 있었다”며 “요즘에는 민원인이 호의로 건네는 박카스만 봐도 손사래를 친다”고 말했다. 상품권을 받았던 공무원 B 씨의 동료도 마찬가지다. 자체 징계는 기록에 남아 포상, 승진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동료 공무원은 “내 주변에는 없겠지 하며 막연히 생각했는데 확실히 각인됐다”며 “사소한 지시도 없어지고 밖에서 사람 만나던 일도 확 줄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탁금지법을 피하기 위한 꼼수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는 단골손님에게 “주류는 외부에서 반입해 달라”고 제안하고 있다. 식당 주인은 “메뉴가 대부분 3만 원 전후라 술값이 포함되면 금액을 쉽게 넘는다”며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를 없애려 일부 손님을 대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일부 음식점은 메뉴를 무시한 채 ‘1인당 3만 원’으로 맞춰 달라는 손님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식당 관계자는 “단체 손님인 경우 매출 등을 고려해 거절하지 않는다”며 “가급적 저렴한 식재료를 이용해서 가격을 맞추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한국행정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음식점 업주들의 46.3%가 고객들이 3만 원을 맞추려 ‘편법을 쓴다’고 응답했다. 결혼식장에서는 일명 ‘축의금 쪼개기’가 성행이다. 동호회나 회사, 단체 단위로 축의금을 내는 경우 10만 원을 넘는 경우가 많아 구성원 개인 단위로 금액을 나누는 것이다. 올 4월 결혼한 G 씨는 평소 알고 지낸 특정 업체 대표를 포함해 일면식 없는 해당 업체 소속 직원 명의로 각각 10만 원씩 총 50만 원의 축의금이 들어온 사실을 확인하고 모두 돌려줬다. 그는 “법 위반 소지가 있고 상대도 잘못을 깨닫고 사과했다. 마음만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김배중 wanted@donga.com·김예윤 / 대전=지명훈 기자}

전북 임실 소충·사선문화제 양영두 위원장(사진)은 24일 “소충·사선문화제는 나라 사랑과 고향 사랑의 축제”라고 말했다. 올해로 55회째인 문화제를 31년째 이끌고 있는 양 위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소충(昭忠)은 말 그대로 나라의 부름에 응한다는 뜻이고, 사선(四仙)은 네 선녀가 하늘에서 찾아 내려온 곳이 임실이라는 향토 전설을 담았다”며 문화제 이름을 풀이했다. 소충·사선문화제는 구한말 이석용 의병장과 28의사의 충절을 기리고 아름다운 4선녀 전설이 깃든 임실을 홍보하는 향토 문화행사다. 임실군이 주관한 ‘소충제 군민의 날’을 1999년 사선문화제와 합쳤다. 사선문화제는 1986년 지역 주민들이 임실군 홍보를 위해 만들었다. 양 위원장은 “관 주도 행사가 민간 행사로 흡수된 것은 이례적”이라며 “지역에 애정을 가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온 행사라 명맥을 오래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화제에서 수여하는 소충·사선문화상에 대해 양 위원장은 “비록 상금은 없지만 교육 언론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분들에게 명예를 드리는 것”이라며 “지역 인물 대상에서 상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범위를 전국으로 넓혔다”고 말했다. 수상자는 문화제전위원들이 미담을 직접 발굴하거나 각 기관, 단체의 추천을 받은 후보자 가운데 공적심사위원회를 통해 선정한다. 올해 제26회 소충·사선문화상 대상에는 정대철 국민의당 상임고문(통일시대준비위원장)이, 특별상에는 황호택 동아일보 고문이 선정됐다. 나종우 전북문화원 연합회장(문화예술)을 비롯한 6명은 본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시상식은 제55회 문화제 마지막 날인 다음 달 1일 임실군 사선대광장에서 열린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술에 취한 외국인 관광객에게 수천만 원의 바가지를 씌운 술집 주인과 종업원 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광경찰대는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과다한 술값을 청구한 이모 씨(42)와 엄모 씨(55·여) 등 용산구 이태원 술집 3곳의 업주와 종업원 등 모두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미국인 관광객 A 씨는 지난해 7월 이태원의 한 외국인 전용주점에 방문해 신용카드로 48만8400원을 3회에 나눠 결제한 뒤 의식을 잃었다. 그러나 A 씨는 미국으로 돌아가고 두 달 후 총 6회에 걸쳐 1700만 원이 결제된 신용카드 대금 청구서를 받았다. A 씨가 주점에 머무른 시간은 1시간 40분에 불과했다. A 씨는 같은 해 11월 한국 경찰에 e메일로 신고했다. 이태원의 또 다른 술집 주인 엄 씨 역시 올 1월 자신이 운영하는 주점에 1시간을 머물다 간 독일인 관광객 B 씨의 신용카드로 5회에 걸쳐 총 790만 원을 결제하게 하는 등 바가지를 씌웠다. 경찰은 업주들이 외국인 관광객이 혼자 술을 마시러 오는 경우 정신을 잃었을 때 챙겨줄 일행이 없다는 점을 노려 범죄를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들은 모두 짧은 시간에 의식을 잃었다. 특히 B 씨의 모발에서 수면제 성분인 졸피뎀이 검출됐다. 다만 경찰은 “현재까지 해당 주점들에서 졸피뎀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같은 수법으로 외국인 관광객에게 술값 바가지를 씌운 사례가 더 있는지 수사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예윤기자 yeah@donga.com}

장남의 마약 투약 혐의로 독일 방문 중 19일 오전 급히 귀국한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아버지로서 아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저의 불찰”이라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남 지사는 이날 오전 10시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 아들이) 너무나 무거운 잘못을 저질렀다. 아버지로서 참담한 마음”이라면서 “많은 분께 심려 끼쳐 드린 점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며 머리를 숙였다. 장남과 관련된 연이은 질문에 “아들의 잘못도 제 책임”이라고 강조하던 남 지사는 이내 말을 잇지 못하고 잠시 눈시울을 붉혔다. 남 지사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묻자 “최선을 다해 도정을 수행하겠다”며 일각의 지사직 사퇴설을 일축했다. 내년 지방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선 “정치적 역할에 대해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17일 필로폰 투약 혐의로 경찰에 긴급 체포된 장남 남모 씨(26)는 이날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영장실질심사 후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도망의 염려가 있어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남 씨는 혐의를 대체로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 지사는 이날 오후 7시경 장남이 수감된 서울 성북경찰서 유치장을 찾아 면회했다. 손에는 아들의 옷가지가 들려 있었다. 30분간 면회를 마친 남 지사는 장남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데 대해 “아들로서 사랑하기 때문에 마음이 너무 아프고 힘들다. 안아주고 싶었는데 (쇠창살에) 가로막혀 못 안아줬다”며 “하지만 사회인으로서 지은 죄에 대해 (죗값은) 있는 대로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들이 ‘미안하다’고 해서 솔직하게 재판에 임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남 지사는 “아들이 마약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몰랐다”고 답했다.수원=남경현 bibulus@donga.com / 김예윤 기자}
1930년대 일본 정부가 당시 군 위안부 모집과 조직에 개입한 증거가 될 수 있는 일본 행정부 문서가 공개됐다. 호사카 유지(保坂祐二) 세종대 교수는 19일 오전 서울 광진구 세종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938년(쇼와·昭和 13년) 1월 내무성 경보국(警保局·현 경찰청) 문서 ‘상하이 파견군 내 육군위안소의 작부 모집에 관한 건’, ‘시국이용 부녀유괴 피의사건에 관한 건’과 같은 해 2월 18일 내무성 경보국장 지시가 담긴 ‘지나 도항 부녀 취급에 관한 건’의 내용을 우리말로 번역해 공개했다. 이날 호사카 교수가 소개한 경보국 문서 2건에 따르면 1938년 1월 일본 효고(兵庫)현과 와카야마(和歌山)현에서 부녀자 유괴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성매매 업주들은 “군으로부터 중국 상하이(上海) 파견군위안소에 작부를 보내달라는 의뢰를 받았고, 간사이(關西) 지방에선 (우리에게) 편의를 제공해 줬다”고 진술했다. 이에 경찰은 간사이 지방 오사카(大阪)현과 나가사키(長崎)현에 해당 진술의 사실 여부를 조회했다. 이후 두 현으로부터 각각 내무성과 주상하이 일본총영사관의 의뢰를 받아 (성매매 업주들에게) 승선 등 편의를 제공했다는 회신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호사카 교수는 “경보국 문서 2건은 일본 정부가 군의 위안부 조직을 도왔다는 증거”라며 “1945년 패전하기 전까지 일왕 직속의 일본 육군은 황군(皇軍)이라 불릴 정도로 권력이 강해 행정부는 군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같은 해 경보국장 지시를 담은 문서는 중국에 위안부로 보내는 여성들에 대해 “현지 상황을 볼 때 어쩔 수 없이 필요해 경찰도 특수하게 고려해줘야 한다”면서 “이 모집 및 주선이 제국(일본)의 위신에 상처를 입히고 황군의 명예를 더럽힐 수 있으니 ‘부녀매매에 관한 국제조약’의 취지와 어긋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호사카 교수는 “군 위안부 동원을 위해 부녀자를 납치하면 관련 국제조약을 맺은 일본의 체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일본 정부가 인지했다는 것을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문서는 해당 조약에 어긋나지 않도록 ‘추업(醜業·매매춘)을 목적으로 하는 여성은 매춘부이고 만 21세 이상인 자로 호적상 부모의 승인을 받을 것’이라는 내무성이 결정한 조건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호사카 교수는 “이 같은 조건은 당시 식민지에서는 거의 지켜지지 않았고 일본에 있는 조선인은 중국에 데려가기 더 쉬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문서 내용과 관련해 호사카 교수는 “1993년 일본군 위안부의 존재를 인정하고 동원의 강제성과 일본군의 책임을 인정한 고노 담화에서도 일본 정부의 책임은 빠졌다”며 “군에 편의를 제공한 행정부도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개된 문서들은 1997년 3월 ‘아시아여성기금’이 출간한 자료집 ‘정부조사 종군위안부 관계자료 집성’(전 5권)에 들어 있다. 1995년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사과금’을 모금해 만들어진 민간기금인 아시아여성기금은 해산될 때까지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모면하려는 시도라는 비판을 받았다. 호사카 교수는 “아시아여성기금이 출판한 자료라 큰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일본 정부 공문서임이 확실하다”며 “이 자료를 수집한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에게 공식 허가와 협력을 얻었다. 아직 한국에 정식으로 번역된 적이 없었던 자료”라고 말했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남경필 경기도지사(사진)의 아들이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투자 유치 등을 위해 독일에 있던 남 지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아들의 범죄 소식을 직접 밝히고 귀국길에 올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중국에서 필로폰을 들여와 흡입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18일 남모 씨(26)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남 씨는 남 지사의 두 아들 중 첫째다. 경찰에 따르면 남 씨는 즉석만남 목적의 채팅앱을 통해 필로폰을 함께 투약할 여성을 찾다가 덜미가 잡혔다. 경찰관이 여성을 가장해 만든 대화방에 남 씨가 “얼음(필로폰의 은어)을 같이 즐기자”며 접근해 왔다고 한다. 남 씨는 17일 오후 11시경 약속 장소에서 수사관에게 체포됐다. 남 씨는 “(마약 투약 제안이) 장난이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은 남 씨가 혼자 살던 서울 강남구 오피스텔에서 사용하고 남은 필로폰 2g을 발견했다. 마약 투약 여부를 가리는 간이 소변검사 결과도 양성으로 나왔다. 남 씨는 경찰 조사에서 “집에서 혼자 필로폰을 흡입했다”고 진술했다. 서울의 한 의류회사 직원인 남 씨는 9일 중국 베이징(北京)에 갔다. 그곳에서 유학 시절 알게 된 중국인에게 약 40만 원을 주고 필로폰 4g을 구입했다. 한국 내 거래 가격의 약 10% 수준이다. 남 씨는 속옷에 필로폰을 숨기는 방법으로 16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경찰은 남 씨가 필로폰을 다른 사람에게 제공했는지 수사 중이다. 특히 남 씨가 중국 출국 전 채팅앱에서 비슷한 대화를 했던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남 씨는 혼자 수차례 투약했다고 진술했으나 입국 후 하루 사이에 구입한 필로폰의 절반인 2g이 사라졌다. 통상 주사를 사용할 경우 약 60명이 동시에 투약(1인당 0.03g)할 수 있는 분량이다. 남 씨가 진술한 흡입 방식으로는 6, 7회(1회 0.3g) 정도 가능하다. 경찰은 “자택 주변 폐쇄회로(CC)TV 등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차 조사를 마친 뒤 남 씨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성북경찰서 유치장으로 이동했다. 남 씨가 체포될 당시 남 지사는 독일 베를린에 체류 중이었다. 그는 14일 출국해 핀란드와 독일을 방문 중이었고 19일 오후 귀국할 예정이었다. 큰아들의 체포 소식을 전해 들은 남 지사는 18일 오전 7시경 자신의 페이스북에 관련 소식을 알렸다. 그는 “군 복무 중 후임병을 폭행하는 죄를 지었던 제 큰아들이 또다시 범죄를 저지르고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과 경기도민께 죄송하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남 지사는 일정을 앞당겨 19일 오전 7시경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어 오전 10시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사과 기자회견을 연다. 남 지사의 큰아들이 물의를 일으킨 건 처음이 아니다. 남 씨는 2014년 강원 철원군에서 군 복무 당시 후임병을 폭행하고 성추행한 혐의로 같은 해 9월 군사재판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에도 남 지사는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했다. 그는 같은 해 8월 “아들이 조사 결과에 따라 법으로 정해진 처벌을 달게 받을 것”이라며 “아버지로서 벌을 같이 받는 마음으로 반성하고 뉘우치겠다”고 밝혔다. 남 씨는 전역 후 대학을 자퇴하고 모로코와 아랍에미리트 등에서 봉사활동을 한 뒤 직장을 다니고 있다. 바른정당은 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인 남 지사의 악재에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내년 지방선거가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재선을 노리는 남 지사에게 아들 문제가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김예윤 yeah@donga.com·김배중 / 수원=남경현 기자}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 ‘대한민국재향군인회’는 12일 서울역 광장에서 북한의 6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 단체 회원 3000여 명은 정부가 7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기를 추가 배치한 일을 지지하면서 정부에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서 김진호 재향군인회장은 “북한이 3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할 수소폭탄 시험을 단행하는 등 잦은 핵실험과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북한의 이런 움직임은 김정은 세습독재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경고와 제재를 무시한 것”이라며 “사드 추가 배치와 송영무 국방장관의 전술핵 재배치 검토 주장 등 정부의 강한 안보정책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북한과 대화를 하려면 대등한 군사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우리도 핵을 손에 쥐고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 앞에서는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종교, 시민단체 관계자 50여 명이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경찰이 7일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 과정에서 이를 막는 시위대를 강경 진압했다며 항의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내가 죄인이잖아요….” 그날 엄마가 무릎을 꿇은 이유였다. 아이에게 장애를 안겨줬다는 죄책감과 함께 20년을 살아온 엄마는 이제 이웃에게 죄인이 됐다고 자책하며 스스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떨궜다. 5일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열린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 2차 주민 토론회’에서 장민희 씨(46·여)는 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 가장 먼저 무릎을 꿇었다. 장 씨는 8일 기자에게 “아이가 지적장애 1급 판정을 받은 날 남편을 붙잡고 내가 죄인이라며 한참을 울었다”며 “이날도 이웃들에게 죄인이 됐다는 생각이 들어 그저 간절함이라도 전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장 씨가 무릎을 꿇자 장애학생 엄마들 사이에서 안타까움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일부 설립 반대 주민도 당황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쇼하지 말라”는 비아냥거림이 터져 나왔다. 이를 본 다른 장애학생 엄마들이 하나둘 장 씨 옆으로 다가오더니 무릎을 꿇었다. 누가 하자고 한 것이 아니었다. 서로서로 곁에 있어줘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다. 20여 명의 엄마들은 그날 그렇게 함께 죄인이 됐다.○ “제발 학교만 짓게 해주세요” 주원이(가명·20) 엄마 김모 씨(50)도 장 씨 곁에 무릎을 꿇었다. 김 씨는 “무릎 꿇고 눈물 흘린 걸 쇼라고 하는데, 솔직히 무릎 꿇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 학교만큼은 보내야 했다. 일반학교 다니면서 너무 힘들어서 그랬다”라고 말했다. 그는 무릎 꿇은 채 들었던 조롱 섞인 말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장애인에게 학교가 뭐가 필요하냐고, 그냥 (복지)시설로 보내라고 하더군요. 어떤 분은 차라리 하수처리장이 낫다는 말도 했어요. 제 아이가 오물인가요.” 주원이는 1급 지적장애다. 일반학교를 다니다 4학년 때 다른 아이들 수업에 방해된다고 해 특수학교로 옮겼다. 사실상 쫓겨난 것이다. 장애학생 부모 모두가 같은 상황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등하교에 2시간은 기본이고 3시간 걸려 다니는 학생들도 많다. 김 씨도 ‘등굣길 사투’를 설명하다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우리 주원이는 자폐와 1급 지적장애가 있어 지능이 두 살에 머물러 있어요. 대화도 불가능하고 신호등도 구별 못 하는데….” 토론회에서 엄마들은 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호소했다. “여러분도 부모이시고 저희도 부모입니다. 지나가다 때리셔도 맞겠습니다. 하지만 집 근처에 아이가 다닐 학교를 세우는 일은 포기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반대 주민들의 분위기는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한 장애학생 엄마가 “장애인이라고 나가라고 하시면 저희 딸은 어떻게 합니까”라고 말하자 반대 측 한 주민은 “당신이 알아서 해. 주민도 권리가 있어”라고 맞받아쳤다. 사실 이날 무릎을 꿇은 엄마들 대부분은 자녀가 고학년이다. 나중에 특수학교가 들어서도 자녀를 보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같은 처지의 다른 엄마들을 위해 뛰어다니고 있다.○ 깊어지는 갈등의 골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강서구의 특수교육 대상자는 645명. 하지만 특수학교는 1곳(정원 100명)이다. 대상자 중 82명(12.7%)만 이 학교에 다닌다. 나머지는 대부분 구로구 등 다른 지역 특수학교로 원거리 통학을 한다. 특수학교 부족은 강서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시 특수교육 대상자 1만2804명 중 특수학교(29곳)에 다니는 학생 수는 4457명(34.8%)에 불과하다. 25개 구 중 8곳에는 특수학교가 한 곳도 없다. 서울에는 2002년 종로구 경운학교를 끝으로 15년 동안 공립 특수학교가 설립되지 않았다. 1일 문을 연 강북구 효정학교는 사립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강서구와 양천구의 교육 수요를 감안해 2013년 가양동 공진초교를 마곡지구로 이전한 뒤 정원 142명의 특수학교를 세우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근처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특수학교가 한 곳도 없는 자치구가 8개나 되는데 왜 강서구에 두 개를 세우냐는 것이다. 한 주민은 “동네에 장애인복지관이나 노인정 등 복지시설이 이미 많다. 아파트 한 채가 전 재산인 사람도 많은데 그런 시설이 또 들어오면 어쩌라는 말이냐”고 토로했다. 갈등의 골이 깊어진 이유 중 하나로 지난해 총선 때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내세운 공약이 꼽힌다. 김 의원은 이곳에 국립한방의료원을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그 대신 마곡지구의 한 공원 부지에 특수학교를 세우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김 의원은 “특수학교를 아예 짓지 말자는 게 아니라 대체 부지를 논의하는 것이다. 한방의료원 역시 수익사업이 아니라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공공시설”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방의료원은 예비타당성 조사도 진행되지 않았다. 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기존의 학교 용지를 해제하고 부지 용도를 바꾸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학교를 짓는 일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특수학교 설립을 계속 추진하는 동시에 지역 발전시설 및 문화시설을 유치해 주민들을 설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이지훈 easyhoon@donga.com·김하경·김예윤 기자}

지난해 4월 22일 경기 남양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오모 씨(53)가 잠이 든 채 숨졌다. 외상은 아무것도 없었다. 고통에 몸부림친 흔적도 없었다. 부검 결과가 이상했다. 오 씨의 몸에서 니코틴이 너무 많이 나왔다. L당 1.95mg. 혈액 중 니코틴 농도가 L당 3.7mg 이상이면 치사량으로 알려졌다. L당 1.40mg 중독으로 사망한 사례도 있다. 하지만 오 씨는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았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곳곳에서 타살 정황이 드러났다. 한국 최초의 ‘니코틴 살인 사건’이었다. 7일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고충정)는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오 씨 부인 송모 씨(48·여)와 황모 씨(47)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황 씨는 송 씨의 내연남이다. 니코틴 살인 사건의 범인이 마침내 가려진 순간이다. 재판부는 여러 간접증거를 들어 두 사람을 유죄로 봤다. 우선 오 씨의 몸에서는 니코틴뿐만 아니라 수면제 성분의 졸피뎀이 나왔다. 아내 송 씨는 오 씨와 6년간 동거했다. 그리고 오 씨가 숨지기 두 달 전 혼인신고를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송 씨는 남편이 숨지고 한 달도 되기 전에 아파트 등 약 10억 원의 재산을 처분했고 약 8000만 원의 보험금을 청구하기도 했다. 송 씨와 내연관계인 황 씨에게선 휴대전화 인터넷을 통해 ‘살인의 기술’ ‘퓨어 니코틴 치사량’ 등을 검색한 흔적이 발견됐다. 결정적인 건 오 씨가 숨지기 일주일 전 황 씨가 인터넷을 통해 중국에서 니코틴을 구입한 것이다. 순도 99%의 니코틴 원액이었다. 송 씨가 남편 재산을 처분한 뒤 약 1억 원을 황 씨에게 송금한 사실도 확인됐다. 하지만 이게 전부였다. 니코틴을 언제 어떻게 오 씨에게 주입했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오 씨의 몸에선 주삿바늘이나 피부에 붙이는 패치 등 약물을 외부에서 투입한 어떤 흔적도 나오지 않았다. 니코틴 원액은 기체로 만들기가 어려워 호흡기로 투입하기가 어렵고 잠든 사람의 입을 벌려 마시게 할 경우 입안이 불에 타는 듯한 통증을 일으켜 먹이기도 어려웠다. 경찰과 검찰 모두 이 부분을 밝히지 못했다. 송 씨와 황 씨는 줄곧 범행을 부인했다.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을 때 억울함을 호소하며 눈물을 흘렸다. 재판부도 고심의 흔적이 역력했다. 구체적인 살해 시기와 방식을 입증하는 직접증거가 없던 탓이다. 이날 법정에서 재판장은 선고문 낭독에 앞서 서류를 만지며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재판장은 “피고인에게 죄가 있는지 의심될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쪽으로 판단하는 게 형법의 기본 원칙”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방청석에 있던 오 씨의 유족이 한숨을 내쉬었다. 재판장은 “검찰은 범행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나 피고인들의 유전자(DNA) 등 직접적인 살인의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특히 피해자 몸속에 니코틴이 어떻게 주입됐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판결은 무죄로 기우는 듯했다. 하지만 재판장은 “살인의 심증이 직접증거에 근거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며 “각각의 간접증거가 범죄사실을 완전히 입증하진 못하더라도 종합적인 증명력이 인정되면 유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전의 순간이었다. 1시간에 걸친 유죄 판단의 이유를 설명한 재판부는 “잔인한 살인을 저지르고도 변명으로 일관하며 후회나 반성을 보이지 않았다”며 “반인륜 범죄로 참작의 여지 없이 사회와 영구 격리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의정부=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보호관찰요? 아이들은 무죄 받은 걸로 생각합니다.” 중부권의 한 보호관찰소에서 10년 넘게 보호관찰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A 씨. 그는 최근 부산과 강원 강릉 등지에서 또래 소녀를 집단폭행한 10대 소녀들 가운데 보호관찰 대상자가 여러 명 있었다는 사실에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A 씨가 현재 보호관찰을 맡고 있는 청소년은 90여 명에 달한다. 몇 달 전까진 130명이 넘었다고 했다. 한 명 한 명 신경을 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매주 한두 명은 연락 끊고 잠수를 타요. 부모님이건 선생님이건 전혀 두려워하질 않는 아이들이어서 규정 안 지키면 벌준다고 겁을 줘도 아무 소용이 없죠.” 그의 목소리에는 고단함과 무력감이 묻어났다. ○ 보호관찰 결정 후 7일은 ‘증발의 시간’ 최근 친구에게 잔인하게 폭력을 휘두른 10대 소녀들이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소년법을 개정해서라도 청소년 범죄자를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의 피해자 가족도 채널A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가해 학생은 다른 사건에 연루된 적이 있다고 한다”며 “그렇게 (심한 폭행을) 해도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처벌을 받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엄한 처벌을 촉구했다. 영남 지역의 보호관찰소에서 근무하는 B 씨는 비행 청소년을 처벌하기보다 교화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 앞에 좌절하기 일쑤다. 법원이 소년 범죄자에게 보호관찰을 선고한 뒤 일주일간은 보호관찰관들에겐 공포의 시간이다. 보호관찰은 해당 청소년이 선고 후 7일 내에 항소 포기 의사를 밝혀야 확정되는데 이 기간에 관찰 대상자가 잠적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보호관찰관들로선 처분이 확정되기 전까진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다. B 씨는 이 기간을 “관찰 대상자가 증발해 버리는 ‘끊어진 다리’ 같은 시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경기 의정부시에서는 보호관찰 처분을 받자마자 가출해 모텔 등을 전전하며 필로폰을 투약하고 성매매를 한 16세 소녀가 두 달 만에 다시 붙잡히는 일도 있었다. 청소년 보호관찰 대상자의 재범률은 12.3%(2016년)로 성인(5.6%)의 두 배가 넘는다.○ 학교 울타리 밖의 청소년 교화는 속수무책 “선도교육 대기 학생이 넘쳐서 2, 3주씩 징계가 미뤄지는 일도 있고요. 기다리다 지쳐 학교에서 자체 처리하기도 하고요….”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일하는 교사 C 씨는 “‘특별교육이수 처분’에는 사각지대가 너무 많다”며 아쉬워했다. 특별교육이수 처분은 학생이 문제를 일으켰을 때 열리는 선도위원회가 정할 수 있는 징계 중 하나로 외부기관에서 이뤄지는 교육을 받는 징계다. C 씨는 “교육기관을 정할 때 학생의 비행 종류와는 상관없이 연령대로 가르는 등 주먹구구식이 많다”며 “비슷한 문제를 일으킨 아이들이 학교 밖에서 만나 어울리면서 오히려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학교와 각종 센터, 교육기관은 청소년들이 경찰서와 법원을 드나들기 전 미리 이들을 챙길 수 있는 대표적 기관이다. 그러나 학교와 기관들이 청소년들의 비행을 막을 수 있을지를 두고는 현장 교사들마저 의문을 표하고 있다. 충남 지역의 한 고등학교 교사 D 씨는 “교내봉사, 사회봉사 처분으로 아이들을 단시간에 바로잡을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처벌을 받는 과정에서 수업을 빼먹고, 학급 친구들과도 점차 멀어지게 된다는 것. D 씨는 “‘교실 밖 교육’이 늘면서 오히려 자연스럽게 학교 밖으로 밀어내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울타리 안에서 교화가 어려운 비행 청소년들은 법무부가 운영하는 ‘청소년꿈키움센터(청소년비행예방센터)’로 보내져 특별 교육을 받는다.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거나 법원이 교육 명령을 내린 청소년들도 이곳에 온다. 2011년부터 운영된 꿈키움센터에서 교육을 받은 비행 청소년은 매년 증가해 지난해 7만5000여 명에 달했지만 전국 센터 수는 여전히 16곳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승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선도 프로그램이 길어야 4, 5일 정도에 불과해 교화 효과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모가 반대하면 교육을 받지 않아도 되고 내용도 심리상담 수준에 그쳐 범죄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공정식 한국심리과학센터 소장(경기대 교수)은 “독일은 가해 청소년들이 스스로 후회와 반성의 과정을 거치도록 ‘피해자 고통 공감 훈련’을 집중 실시해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권기범 kaki@donga.com·김단비·김예윤 기자}
정부가 7일 새벽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기를 추가 배치하는 가운데 이에 반대하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부상자가 발생했다. 경찰은 이날 0시경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사드 추가 배치에 반대하는 성주·김천 지역 주민 및 시민단체 등 400여 명의 해산을 시작입했다. 시위대는 사드 추가 배치 소식이 알려지자 6일 오후부터 마을회관 근처에 모여 장비 진입을 막기 위한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진입로 확보 등을 위한 군의 협조 요청에 따라 100여 개 중대 8000여 명을 투입했다. 그러나 해산 과정에서 시위대가 격렬하게 저항하면서 양 측에 몸싸움이 벌어졌고 경찰과 시위대 모두 부상자가 발생했다. 앞서 사드 배치 반대 시민단체가 공동 운영하는 마을회관 종합상황실은 6일 오후 3시경 “내일(7일) 새벽에 발사대를 추가 배치하는 것을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했다”며 “지난 정부의 최대 적폐인 사드배치를 기정사실로 하는 추가 장비 도입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최대한 많은 인원을 집결시켜 사드 추가 배치를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주장했다. 한편 시위대 해산이 시작된 직후 경기 평택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K-55)에서는 사드 장비 수송 차량이 성주로 출발했다. 이날 0시 32분쯤 검은색 가림막으로 둘러쳐진 미군 차량 10여 대가 오산기지 후문을 빠져나갔다. 대형 특수차량 4대에는 발사대로 추정되는 장비가 실렸다. 군용 유조차를 비롯한 지원 차량이 뒤따르고, 행렬 앞뒤로 경찰차 10여 대씩이 배치됐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성주=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소설가이자 시인, 비평가인 마광수 전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66)가 5일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51분 마 전 교수가 자신의 아파트 베란다에서 숨져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경찰은 “같은 아파트 다른 층에 살며 왕래하던 누나가 오후 1시 35분경 발견하고 신고했다”고 밝혔다. 고인의 방 책상에는 A4 용지 한 장의 자필 유언장이 놓여 있었다. 지난해 9월 3일 작성된 것으로, 자신의 유산을 가족에게 남긴다는 내용이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날 고인의 누나는 “‘그동안 썼던 글들이 부질없다. 외롭다’는 말을 자주 했다”며 울먹였다. 고인의 고교 동창은 “평소 죽고 싶다는 말을 많이 했다”며 “5일 오전 통화한 뒤 낮 12시 반경 ‘만나러 와줄 수 있냐’고 다시 전화해 찾아가던 중이었다. 황망하다”고 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 마 전 교수는 한때 최고의 윤동주 연구자이자 문학뿐 아니라 미술에도 조예가 깊은 ‘천재 교수’로 불렸지만 시대와의 혹독한 불화를 겪었다. 연세대 국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고인은 박두진 시인의 추천을 받아 1977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윤동주 시인을 연구한 문학이론서도 주목받았다. 28세에 홍익대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해 1984년 모교인 연세대로 자리를 옮기면서 문단과 학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성적 욕망을 자유롭고 파격적으로 표현한 책을 잇달아 출간하면서 외설적인 작가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에세이집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 장편소설 ‘광마일기’는 대중적 인기를 얻었지만 논란도 함께 불러일으켰다. 장편소설 ‘즐거운 사라’(1991년)는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1992년 이 작품이 미풍양속을 해치는 외설이라는 이유로 강의 중에 제자들 앞에서 긴급 체포됐고,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학교에서도 해임됐다. 1998년 사면을 받아 복직했지만 2000년 재임용 심사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자 휴직계를 냈다. 2003년 다시 복직했다 지난해 8월 정년퇴임한 고인은 우울증 증세로 약물 치료를 받아왔다. 그는 “이 땅에서 살아가기가 싫다. ‘즐거운 사라’를 쓴 것을 후회한다”며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고인은 문학가로서 명예를 회복하겠다며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철학적 사유를 담은 소설 ‘미친 말의 수기’(2011년)와 불안하지만 아름다운 젊음을 그린 소설 ‘청춘’(2013년)을 출간했다. 그의 작품은 자주 논란에 휩싸였지만 자유로운 파격으로 가득했던 그의 강의실은 학생들로 북적였다. 매 학기 첫 강의마다 다양한 생각과 여러 경험을 해 보라는 의미에서 학생들에게 “자유가 너희를 진리케 하리라”고 당부했다. 연세대 교훈인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를 변형한 것. 하지만 그는 한 번 더 날아오르지 못한 채 자신의 시집 제목 ‘모든 것은 슬프게 간다’처럼 떠났다. 1985년 연극학과 교수와 결혼했지만 1990년 이혼했고 자녀는 없다. 유족으로는 누나가 있다. 빈소는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 발인은 7일 오전 11시 반. 02-797-4444손효림 aryssong@donga.com·김예윤 기자}

“집이 흔들렸어요. 너무 무섭네요.” 3일 낮 12시 36분. 이용자가 약 460만 명인 국내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에 “방금 지진이 난 것 같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처음에는 “너무 민감한 것 아니냐”며 믿지 않는 댓글이 달렸다. 하지만 곧이어 “나도 진동을 느꼈다”는 내용의 댓글이 잇달아 올라오기 시작했다. 북한이 역대 가장 큰 위력의 핵실험을 감행한 직후 소방서에는 ‘지진 신고’가 이어졌다. 소방청에 따르면 이날 “땅이 흔들렸다”는 내용의 119신고가 30여 건 접수됐다. 신고는 서울 등 수도권뿐 아니라 북한과 상당히 떨어진 충남 등지에서도 들어왔다. 소방청 관계자는 “낮 12시 반쯤 ‘흔들림이 느껴졌다’는 신고가 전국 각지에서 집중적으로 접수됐다”고 설명했다. 과거 여러 차례 북한의 핵실험이 있었지만 이로 인한 진동을 직접 느꼈다는 주민들의 신고가 쏟아진 건 이례적이다.○ ‘연이은 도발’에 부쩍 커진 불안감 이날 핵실험에 이어 중대 발표까지 하는 북한의 모습을 보며 곳곳에서 걱정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과거 핵실험 때와 달리 도발의 간격이 좁혀지는 것에 대한 우려였다. 이날 오후 3시경 서울역 1층 맞이방 앞에는 시민 100여 명이 대형 TV 앞에 모여 관련 뉴스를 주시했다. TV에서 ‘30분 뒤 북한이 중대 발표를 하기로 했다’는 자막이 흘러나오자 한 노인이 다른 손님들에게 “조용히 좀 해보라. 뉴스가 안 들린다”고 외치기도 했다. ‘지난해 5차 핵실험의 9배 위력’이라는 자막이 나오자 일부 시민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대전행 열차를 기다리던 김철현 씨(62)는 “올여름 들어 북핵 관련 소식이 너무 자주 들리는 것 같다”며 “강경책이든 유화책이든 정부가 확실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모 씨(74)는 “예전에는 전시 대비 훈련을 자주 했는데 요즘은 민방공 훈련에도 사람들이 별 관심들을 갖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과 인접한 강원, 서해 5도 지역 주민들은 일단 차분해 보였다. 하지만 북한의 반복되는 도발을 막기 위해 강도 높은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백령도 주민 김경찬 씨(51)는 “김정은이 집권한 뒤 되풀이되는 북한의 도발에 이제는 짜증이 날 정도”라며 “정부가 북한의 반복되는 도발을 막기 위해 강력한 대응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안보 위기가 조업 제한이나 지역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보였다. 동해안 최북단인 강원 고성군 명파리 이장인 장석권 씨(62)는 “새 정부 출범 이후 고성 주민들의 염원인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희망이 커졌는데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로 사실상 물거품이 된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탈북자단체들은 “수소탄 실험은 예상한 수순”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완성을 선언하고 대외 개방 등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서두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이날 남북 접경지역 경찰서 13곳의 비상근무 체계를 ‘경계 강화’에서 한 단계 높은 ‘병호’로 격상시켰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전국 경찰서에 경찰특공대 등 작전부대 출동대기 태세를 확립하라고 지시했다.○ ‘설마…’ 무덤덤한 반응도 여전 핵실험이 휴일 한낮에 실시된 탓인지 나들이 나온 시민들은 대체로 무덤덤한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지구촌 나눔 한마당 2017’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은 돗자리를 펴고 사진을 찍으며 행사를 즐겼다. 한 시민은 “스마트폰으로 북한 핵실험 뉴스를 확인했지만 당장 큰일이 벌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들과 구경을 나온 김모 씨(42·여)는 “이런 일이 생길 때면 평소보다 한 줄 ‘뉴스 속보’를 챙겨 보긴 하지만 나들이를 취소할 만큼 심각하게 여기지는 않는다. 주변에 ‘피란 키트’ 같은 걸 장만하겠다는 엄마들이 있긴 한데 그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 청계광장에서 두 아들과 나들이를 즐기던 홍모 씨(39·여·서울 성동구)는 “그동안 비슷한 소식을 자주 접해서인지 전쟁으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까지 당일치기로 놀러왔다는 이모 양(18)은 “서울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다 핵실험 기사를 봤다”며 “초등학생 때부터 툭하면 핵실험 소식을 들어서인지 별로 무섭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에 오래 살았던 외국인들도 일단 차분한 반응이었다. 국내 거주 16년 차인 이란인 모세 씨(37)는 “김정은은 외교적인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정말 미사일을 쏠 것 같아 가끔 걱정이 된다”며 “하지만 당장 한국을 떠나야 할 것 같다는 극단적인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러시아에서 온 바실리 씨(43)는 “걱정스럽긴 하지만 한국 정부가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현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부 외국인은 “북한이 괜한 불안감을 조성한다”며 반감을 드러냈다. 콜롬비아 출신 에드윈 씨(38)는 ‘김정은’을 또박또박 발음하며 “한국은 김정은만 아니면 정말 평화로운 나라인데 자꾸 불안함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김동혁 hack@donga.com·김예윤·신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