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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에 있는 한 소형 입시학원. 최근 온라인 수납 방식을 도입하면서 카카오페이 자회사 페이민트가 제공하는 온라인 결제(‘결제선생’)를 이용하기로 했다. 결제선생은 청구부터 결제까지 카톡 창 안에서 해결하는 서비스로, 전자금융업자(PG)를 끼지 않아 가맹점 입장에서는 결제수수료를 낮출 수 있다(1.4%→1.1%). 해당 학원 관계자는 “PG 업체를 통한 온라인 결제 서비스 대비 월 11만 원가량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내수 침체 장기화에 중소 자영업자부터 대형 가맹점까지 결제 수수료 절감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으로 PG사와 밴(VAN)사가 도맡아 왔던 결제 프로세스를 대체하는 기술이 확산하는 가운데 티메프 사태로 인한 PG사에 대한 불신도 이 같은 ‘단순 결제 서비스’ 확장을 부추기고 있다. 결제선생은 전통적으로 PG사 업무였던 ‘자금 정산 기능’을 카드사가 직접 하도록 하고 ‘데이터 전자 수·발신’에만 집중하고 있다. 가맹점 입장에서는 PG사에 줘야 하는 수수료(0.3%) 대신 카톡 메시지 발송 비용(55원)만 부담하면 된다. 김영환 페이민트 대표는 “대금 정산도 다음 날 받아볼 수 있다”면서 “입소문 덕분에 사업 출시(2020년 9월) 후 4년여 만에 7만여 개 가맹점을 모집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토스플레이스는 이번 주부터 ‘토스테이블오더’ 선결제 베타 서비스를 실시하면서 가맹점주로부터 추가 수수료를 받지 않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식당 테이블에 있는 QR코드 안내판 사진을 찍어 메뉴 선택부터 결제까지 가능하다. 최근 식당 내 키오스크나 탁자에 메뉴 선택부터 결제까지 가능한 단말기를 설치해 주는 이른바 ‘테이블오더’ 업체들은 오프라인 결제임에도 PG사를 거치도록 프로세스를 구축해 소상공인들의 수수료 부담을 늘린다는 지적이 있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 점주는 “테이블오더 등을 쓰려면 매출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내고, 태블릿 기기 이용 명목으로 월 1만5000원가량의 구독료를 내야만 했는데 무료로 쓸 수 있는 서비스 덕분에 월 20만 원가량을 아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쿠팡, 배달의민족 등 온라인 대형 가맹점들 역시 최근 카드사와 직승인 계약을 체결하는 등 수수료 절감에 애쓰고 있다. ‘직승인’은 요청, 승인 등 카드 결제 시 필요한 과정에서 PG, 밴사 등을 건너뛰고 가맹점과 카드사가 바로 거래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통적으로 PG사가 제공하던 온라인 결제 대행 서비스를 배민페이, 쿠페이 등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로 대체하고, 밴사에 위탁해 오던 거래 승인 업무를 BC카드에 맡겨 직접 수행하는 것이다. 업체 측은 “이렇게 아낀 비용을 대고객 마케팅 등에 활용해 소비자 편익을 늘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 등에 따른 중소상공인, 기업 등 수익성 악화가 결제 프로세스를 단순화하려는 수요에 불을 붙이고 있다”면서 “보험료, 대학 등록금 등 수수료 이슈로 기존 카드 결제가 활성화되지 않는 영역까지 확장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탄핵 정국 장기화로 외환시장 불안이 가중되는 가운데 외환당국의 환율 방어로 인해 외환보유액이 2018년 이후 6년여 만에 4000억 달러 선 밑으로 내려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달 4일 한국은행 발표 자료에 따르면 11월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153억9000만 달러로 전월 말 대비 3억 달러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보유액은 10월부터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을 전후해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며 환율이 오르자 외환당국이 환율 방어를 위해 달러 매도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정치적 혼란이 계속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9일 장중 원-달러 환율이 1438원을 훌쩍 넘어서는 등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당국의 개입이 불가피해졌는데, 자칫 외환보유액 4000억 달러 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외환보유액이 갑자기 큰 폭으로 줄면 국가신용 등에 타격이 올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환율이 1500원에 근접하고 외환보유액이 3000억 달러대로 줄면 환투기 세력의 공격이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에 정치적 불확실성을 빠른 시일 내에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금융권도 외화 수급 상황을 면밀히 체크하기로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9일 금융 상황 점검 회의에서 “외화자금 동향을 모니터링하며 금융회사의 충분한 외화유동성 확보를 지도하라”고 당부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신무경 기자 yes@donga.com}
초유의 비상계엄 사태에 금융주가 폭락하면서 4대 금융지주의 시총이 이틀 새 12조 원 넘게 증발했다. 금융지주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발맞춰 주주환원에 적극 나서면서 시장 가치를 높여왔는데, 비상계엄 사태로 정부 정책 추진력에 대한 심각한 의구심이 쏟아지면서 주가가 도리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코스피도 외국인의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이틀째 1% 안팎의 하락세를 보였다.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KB금융은 전날보다 9600원(10.06%) 내린 8만5800원에 마감했다. 신한지주(―5.50%), 하나금융지주(―3.25%), 우리금융지주(―3.77%), 기업은행(―3.50%) 등 다른 금융주들도 일제히 큰 폭으로 내렸다. 금융주들은 전날에도 많게는 5∼6%씩 빠지면서 지수 하락세를 주도했다. 이로써 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그룹의 시가 총액은 비상계엄(3일 종가) 이후 이틀 새 12조457억 원가량 감소했다. KB(6조603억 원), 신한(3조3227억 원), 하나(1조8383억 원), 우리(8243억 원) 순으로 감소 폭이 컸다. 금융권은 비상계엄으로 국가 대외 신인도에 직간접적 타격을 입으면서 다른 업종 대비 환율과 금리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영향을 받는 금융주들이 시장의 혹독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계엄 사태와 이로 인한 탄핵 정국으로 정부 기능이 사실상 마비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기존 밸류업 정책의 수혜를 입었던 금융주들의 폭락세가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이날 전반적인 증시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코스피는 전날 대비 22.15포인트(0.90%) 내린 2,441.85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도 0.92% 하락 마감했다. 불법 계엄 사태로 한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외국인 투자가들은 4일과 5일 이틀간 코스피 시장에서 7000억 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도했다. 증권업계에서는 한국은행이 내년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2.1%→1.9%)한 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보호무역주의 가시화로 수출 둔화가 우려되는 것에 더해 계엄과 탄핵 등으로 국내 정치 불안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 증시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원-달러 환율도 전날보다 5.0원 오른 1415.1원에 거래됐다. 이 같은 상황은 이른바 ‘산타 랠리’로 연일 상승세를 보이는 미국 유럽 등 주요국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4일 뉴욕 증시는 경기 낙관론 등에 힘입어 3대 지수가 일제히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08.51포인트(0.69%) 오른 45,014.04에 장을 마쳐 처음으로 45,000선을 넘었다. 정부는 시장 불안감을 달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도 긴급회의를 열고 “과도한 불안감을 갖기보다는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냈다. 정부는 △10조 원 규모의 증권시장안정펀드 △40조 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등을 가동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한국은행도 환매조건부증권(RP) 매입 등 유동성 무제한 공급을 추진할 계획이다. 최 부총리는 이날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만나 현재 한국 경제·금융 시장 상황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곧 국제 신용평가사, 우방국 경제 라인 등과도 소통하며 상황을 공유해 나갈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은 비상계엄 이후 금융시장 불안과 관련해 전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를 소집해 시장 상황 급변에 대비한 대응 계획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전모 씨(65)는 6개월 전 내놓은 집이 팔리지 않고 있어 고민에 빠졌다. 은퇴 후 보유한 부동산을 정리해 대출금을 갚고 지방 전원주택으로 이사하려고 했지만, 집이 팔리지 않으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전 씨는 “처음 내놨을 때보다 가격을 1억 원 내렸는데도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은퇴 후 고정 수입이 100만 원대로 줄어든 상태라 대출 이자 부담이 상당히 크다”고 했다. 자산의 대부분을 부동산으로 쥐고 있는 한국의 고령층은 보유 자산에 비해 쓸 수 있는 돈이 적다. 현금화가 가능하고 배당 소득 등이 유입되는 금융 자산과 달리 부동산 자산은 즉시 유동화하기 어렵고 대출 이자 등으로 그나마 있는 소득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인이 보유한 순자산의 77.1%가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채권 등 금융자산 비율은 22.9%에 그쳤다. 한국인의 비금융자산 보유 비율은 미국(37.3%), 일본(43.1%, 2022년 기준) 등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전 씨처럼 한국에선 집 한 채가 고령층 보유 자산의 대부분인 경우가 많아 노인 빈곤층의 비율도 높아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한눈에 보는 연금 2023’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0.4%로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OECD 평균(14.2%)의 3배에 달하는 수치였다. OECD는 빈곤율을 ‘중위소득의 50% 미만 소득을 가진 인구 비율’로 정의하고 있는데, 보유 자산을 고려하지 않는 OECD 기준에선 ‘똘똘한 집 한 채’로 노후를 대비한 한국 고령층 상당수는 빈곤층으로 분류됐다. 대출을 지렛대 삼아 부동산 구입에 쓰다 보니 고령자들은 빚만 잔뜩 지고 있는 경우도 많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올해 1분기(1∼3월) 말 기준 92%로 주요국 중 5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자산의 높은 부동산 비중은 경제 성장 동력도 약화시킨다. 주식, 채권 등으로 흘러갈 자본이 부동산에 묶이면서 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한 심포지엄에서 “한국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생산성이 높은 부문으로 더 많은 자금이 공급돼야 한다”며 “국내외 금융 여건이 완화되는 상황에서 가계와 기업이 과도한 대출을 받아 부동산과 같은 비생산적 부문으로 자금이 흘러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특별취재팀▽팀장=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영국 남동부 억필드에 거주하는 맬컴 마케시 씨(83)는 농부로 일하다가 2006년에 은퇴했다. 은퇴 전엔 매일 소젖을 짜며 농사일을 했던 그지만 은퇴 후엔 네덜란드, 스위스, 이탈리아에 있는 가족들을 만나 여행을 즐긴다. 마케시 씨는 “일할 때는 저소득층에 속했지만 지금은 연금 덕분에 도리어 형편이 나아져 중산층에 해당할 것”이라고 자랑했다. 마케시 씨는 한 달에 2400파운드(약 425만 원) 정도의 연금을 받고 있다. 국가연금이 그중 65%를 차지하고 있고 개인연금 17%, 퇴직연금은 10% 정도다. 나머지 8%는 세상을 떠난 마케시 씨의 아내가 고용주로부터 받았을 연금의 절반이다. 마케시 씨는 “여유가 생길 때마다 국가연금에 조금씩이라도 항상 추가로 납입했다. 아내도 마찬가지였다”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도 한두 개 갖고 있다. 소득세를 피하면서 수익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영국 노동연금부가 관리하는 국가퇴직연금신탁(NEST)은 2012년 디폴트 옵션을 의무화했다. NEST 가입자의 99%가 디폴트 옵션에 가입하고 있는데 연평균 수익률은 8∼9%에 이른다.● 60대에 창업 도전… 고령층 소비가 경제 뒷받침 한국에서 2025년은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 ‘원년’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장수 국가인 일본은 고령사회(노인 14% 이상)에서 초고령사회로 오기까지 10년이 걸렸고 프랑스는 39년이 걸렸지만 우리나라는 고령사회가 된 2018년부터 불과 7년 만에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게 된 것이다. 게다가 내년 1965년생을 시작으로 954만 명 규모의 ‘2차 베이비부머’들이 10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은퇴 수순을 밟는다. 문제는 기록적인 고령화 속도와 달리 노년층의 은퇴 후에 대한 준비는 미진하기만 하다는 점이다.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소득절벽에 시달리는 노인들이 대규모로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는 이유다. 준비 없는 초고령화로 신음하는 우리와 달리 선진국은 두둑한 연금을 바탕으로 고령층이 활발한 소비와 경제 활동에 나서는 추세다. 정부가 잘 운용해온 공적연금뿐만 아니라 사적연금이 이를 뒷받침하고, 재취업 시장도 탄탄한 덕이다. 덕분에 노인들은 선진국 경제의 ‘비밀 무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따르면 70세 이상 미국인은 현재 총 가계자산의 약 26%를 보유하고 있다. 연금 부자도 많다. 미국 최대 퇴직연금 자산운용사 피델리티는 올해 2분기(4∼6월) 말 기준 자사 401K(미국 퇴직연금제도) 가입자 중 계좌에 100만 달러(약 14억 원) 이상의 잔액을 가진 가입자가 49만7000명으로 사상 최대치라고 밝혔다. 이 같은 자산을 바탕으로 노인들은 거침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 지난해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소비자 지출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은 총지출의 약 22%를 담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7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미국이 고금리 추세, 장기화된 코로나 팬데믹, 미중 갈등 등 글로벌 경제 불안정성 속에서도 탄탄한 경제성장을 자랑할 수 있었던 것은 노인 소비 덕분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베이비붐 세대만 해도 현재 77조1000억 달러(약 10경8109조6200억 원)의 부를 축적했고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라는 쌍둥이 재앙으로부터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들 중 대부분이 은퇴했기 때문에 노년층의 지출은 실업률에도 영향을 덜 받는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의 경우에도 연구조사평가 및 통계위원회(DREES)에 따르면 2024년 월 4000유로(약 590만 원) 이상의 연금을 받는 은퇴자가 약 7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전체 연금 수급자 1700만 명 중 4.4%가량이다.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는 장피에르 퐁생 씨(78)는 법정 정년인 60세에 은퇴한 후 두 아이의 아빠가 됐다. 은퇴 땐 뒤늦은 재혼에서 얻은 딸이 고작 한 살이었고, 이듬해엔 아들까지 태어났다. 60대 초반에 ‘늦깎이 아빠’가 된 그는 과감하게 부동산 컨설팅 창업을 결심했다. 60대 창업은 녹록지 않았다. 현직에서 잘 알던 지인들은 이미 퇴직해 고객을 확보하기가 어려웠다. 부동산 경기가 나쁘면 아예 수입이 ‘0유로’인 달도 있었다. 전기료 등 고정 비용만 나가 적자를 볼 때도 허다했다. 퐁생 씨는 “그래도 든든한 연금보험금이 3곳에서 나왔기 때문에 창업을 시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공적연금에 일반 퇴직연금과 고위 임원용 퇴직연금까지 3곳에 ‘연금 파이프라인’을 뚫어놨던 것. 3곳에서 들어오는 연금 수입은 현재 월평균 6000유로(약 882만 원)에 달한다. 그는 ‘3중 연금’ 덕에 어린 두 자녀를 제대로 교육시킬 수 있었다. 연금을 든든한 발판 삼아 사업도 키울 수 있다. 퐁생 씨의 지금 소득은 퇴직 전의 60%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제 두 아이는 훌쩍 자라 독립을 앞두고 있지만 그는 계속 일할 계획이다. 퐁생 씨는 “일하는 게 재밌어서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계속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금으로 크루즈 여행”, 여유 누리는 은퇴 부자들“내년 70세 생일을 맞아 아들 둘, 손자 넷을 데리고 한국-일본 크루즈 여행을 갈 겁니다. 경비는 모두 제가 냅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비크로프트에 사는 애니타 하워드 씨(69)는 학교 교사를 하다가 은퇴 후 주민들에게 미술 수업을 하고 책을 쓰면서 노후를 보내고 있다. 혼자 사는 그는 현재 아무런 경제 활동을 하지 않지만 본인의 연금만으로 손주까지 함께하는 크루즈 여행을 계획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롭다. 하워드 씨가 은퇴 후에도 자녀, 손주를 챙길 수 있는 이유는 호주 퇴직연금 ‘슈퍼애뉴에이션’과 노령연금이 생활을 든든하게 받쳐주기 때문이다. 하워드 씨는 매달 4000호주달러(약 360만 원)의 퇴직연금과 노령연금을 받고 있다. 집의 일부 공간을 렌트하며 월 600호주달러(약 54만 원) 정도 추가 수입도 거둔다. ‘슈퍼’(최고)라는 이름을 내건 호주 퇴직연금 슈퍼애뉴에이션은 1992년부터 근로자 가입이 의무화됐는데 연간 수익률 8%대, 지난해엔 수익률 9%대를 기록했다. 맡겨두면 두둑한 연금자산을 누릴 수 있는 호주의 노인들은 “퇴직연금을 중도에 인출해 쓰는 건 인생이 끝장난 사람이나 할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워드 씨도 “교사로 근무했을 때 월급의 10%는 퇴직연금에 넣었다”며 “지금은 월요일마다 친구들과 모여 노래를 부르고 주민들에게 1시간 반 동안 미술을 가르치면서 만족스러운 은퇴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일본 도쿄에 거주하는 중학교 교사 출신 시노미야 마사요 씨(70)는 국민연금과 후생연금(퇴직연금의 일종) 등 월 63만 엔(약 585만 원)을 받고, 함께 살고 있는 남편은 국민연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시노미야 씨는 “개인연금도 많이 적립했다. 남편도 조그만 부동산이 있기 때문에 일상생활 면에서 식사나 의료 등 힘든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도 사회 담당 강사로 재취업해 경제활동을 이어나가는 시노미야 씨는 은퇴 전보다 월급(현재 17만 엔·약 159만 원)은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지만 노후가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는 “정규직 담임 교사로 일할 때와 비교하면 책임이 줄어든 데다 학부모들과 부딪칠 일이 없고, 휴일도 많아졌다”며 “여유가 생긴 덕분에 웃는 얼굴로 학생들을 대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누구의 할머니, 아내보다 선생님으로 불리는 것에 자부심이 있다. 밖에 나가서 일할 때가 재미있어 은퇴 후에도 일을 계속하는 것”이라며 웃었다.특별취재팀▽팀장=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2025년을 앞두고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내년과 후년 성장률이 1%대로 전망되는 등 저성장이 고착화될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초고령사회 원년을 마주하게 됐기 때문이다. 2024년 7월 1일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은 19.2%로 내년 초고령사회 진입이 기정사실화됐다. 고령사회가 된 2018년 이후 불과 7년 만의 일이다. 가뜩이나 경제 활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초고령사회라는 난제에 직면한 것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재집권으로 수출이 위협받는 가운데 내수라도 살려야 하는데 고령인구와 노인빈곤율의 급증은 소비 진작과 경제 선순환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드리우고 있다.● 준비 없이 맞이한 초고령화미국 등 선진국에서 부자 노인이 여전한 소비력을 보이면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과 달리 한국의 고령층은 지갑을 닫고 있다. 근로소득에 의존하면서 살다가 은퇴 후 생활비를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연금을 받아들고는 얇아진 주머니 사정에 소비부터 줄이는 것이다. 미국의 퇴직연금제도인 401K의 10년간(2013∼2022년) 연평균 수익률은 7.79%인 반면에 한국 퇴직연금의 10년간(2014∼2023년) 연평균 수익률은 2.07%에 불과하다. 매월 50만 원씩 30년을 꾸준히 퇴직연금을 넣는다고 가정할 경우 미국 근로자는 7억2000만 원을 손에 쥐게 되지만 한국 근로자에게 돌아오는 퇴직금은 2억5000만 원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미국 등 선진국 은퇴자가 연금 수익 등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보내는 반면에 한국은 ‘쥐꼬리 연금’, ‘은퇴 거지’라는 자조 섞인 신조어가 나오는 이유다. 벌어둔 자산이 대부분 부동산에 묶여 있다는 점도 한국의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고령층 자산의 83.66%는 부동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은 9.41%, 금융투자 자산은 1% 미만이다. 자산은 많아도 이를 바탕으로 풍족한 소비를 할 수 있는 노인은 별로 없다는 뜻이다. 일자리로 근로소득을 확보할 처지도 안 된다. 한국의 일하는 노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많은 37.3%에 달하지만, 이 중 절반 가까운 노인들이 월 100만 원도 못 벌고 있다. 정부에서 노인형 일자리를 양산하지만 월 급여는 21만 원에 불과하다. 고령 취업자를 직군별로 살펴보면 단순 노무(34.6%)와 농림어업 숙련종사자(23.3%)의 합이 절반 이상이다. 한국의 고령층은 연금뿐 아니라 금융자산, 일자리 기회가 모두 부족한 ‘삼저(三低)’ 상태에 놓여 있는 셈이다. 김모 씨(73)도 2010년 그간 운영해온 가게를 닫은 뒤 마땅한 벌이가 없어 생활이 막막해진 경우다. 국민연금에 최소 금액만 넣은 탓에 월 수령액이 4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동안에는 다행히 인근 학교에서 숙직 전담 기간제 근로자로 일하면서 월 90만 원씩 챙겼지만, 지난해 실직하면서 이마저도 끊겼다. ● 활력 떨어지는 한국 경제도 조로화 기로초고령화는 한국 경제에도 최대 위협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우선 경제의 허리를 담당하는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중이 내년부터 70%를 밑돌기 시작해 2050년에는 51.9%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65세 이상의 고령인구는 내년 20%를 넘은 뒤 2050년에는 40.1%까지 치솟을 예정이다. 이 같은 문제는 노동생산성 저하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OECD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4.4달러로, OECD 회원국 38개국 중 33위에 머물렀다. 미국(77.9달러), 독일(68.1달러), 프랑스(65.8달러), 영국(60.1달러) 등의 국가가 한국을 크게 앞섰다. 한국은행은 지난해까지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은퇴 연령에 진입하면서 2015∼2023년 연간 경제성장률이 0.33%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가 은퇴할 경우 2024∼2034년 11년에 걸쳐 연간 경제성장률이 0.2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진단한다. 결국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발맞춰 제도 개선 논의가 본격화되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차 베이비붐 세대의 경우 근로 의지가 강하고 교육 수준 및 디지털 친화력이 높은 만큼 이들의 특성을 반영한 취업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은에서는 이들의 고용률이 증가할 경우 경제 성장률 하락폭이 최대 0.22%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연금 제도 개선으로 노인들의 주머니를 든든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의 의무연금 소득대체율은 31.2%로 OECD 회원국의 평균치(50.7%)를 크게 밑돌고 있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센터장은 “(개인들도) 퇴직금이나 주택 등의 자산을 활용해서 장기간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 수 있는 연금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특별취재팀▽팀장=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생명보험회사들이 기존 보험의 만기 전 유사한 다른 보험으로 갈아타게 하는 ‘부당 승환’을 하다가 금융 당국에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5일 삼성생명과 미래에셋생명, 한화생명, 동양생명 등 9개 생명보험사에 44억6000여만 원에 달하는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고 2일 밝혔다. 부당 승환은 보험설계사가 더 많은 판매수수료를 얻고자 보험 리모델링, 보장 강화 등 명목으로 이미 보험에 가입한 소비자에게 유사한 다른 보험으로 갈아타도록 권유하는 과정에서 벌어진다. 삼성생명은 2019년 3월∼2021년 3월 보험설계사 등 모집조직이 114건의 생명보험계약을 모집하면서 부당 승환을 저질러 20억21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미래에셋생명은 과징금 9억2600만 원(34건)을 부과받았고, 한화생명은 7억6600만 원(98건), 동양생명은 3억6600만 원(87건)을 부과받았다. 이 밖에 신한라이프, iM라이프, 흥국생명, ABL생명, 푸본현대생명도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됐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생명보험회사들이 기존 보험의 만기 전 유사한 다른 보험으로 갈아타게 하는 ‘부당승환’을 하다가 금융 당국에 적발됐다.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5일 삼성생명과 미래에셋생명, 한화생명, 동양생명 등 9개 생명보험사에 44억6000여만 원에 달하는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고 2일 밝혔다.부당 승환은 보험설계사가 더 많은 판매수수료를 얻고자 보험 리모델링, 보장강화 등 명목으로 이미 보험에 가입한 소비자에게 유사한 다른 보험으로 갈아타도록 권유하는 과정에서 벌어진다.삼성생명은 2019년 3월~2021년 3월 보험설계사 등 모집조직이 114건의 생명보험계약을 모집하면서 부당승환을 저질러 20억21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미래에셋생명은 과징금 9억2600만 원(34건)을 부과받았고, 한화생명은 7억6600만 원(98건), 동양생명은 3억6600만 원(87건)을 부과받았다. 이 밖에 신한라이프, iM라이프, 흥국생명, ABL생명, 푸본현대생명도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됐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26년을 영업했습니다. 특정 은행 출신이라고 영업을 잘하고, 못하는 게 아닙니다. 영업은 영업입니다. (계파 상관없이 오로지) 일 잘하는 사람을 쓰겠습니다.” 내년 1월 취임을 앞둔 정진완 우리은행장 후보자(56·사진)는 1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금융그룹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자추위) 면접 과정에서도 내부 계파 갈등 문제가 언급됐었다면서 “(상업, 한일)출신과 관계없이 직원들이 잘하는 걸 더 잘하게 해주는 게 내 역할이고, 그것이 현재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우리금융 자추위는 정 후보자 추천 선임 배경으로 ‘내부통제 이슈 등을 고려해 조직 쇄신에 주안점을 뒀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 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 자리에서 우리은행의 ‘온정주의적’ 조직 문화가 윤리 의식 저하를 일으켜 금융사고를 일으켰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 후보자는 “내 면접 준비 자료 내용과 금감원장의 지적 사항이 똑같았다. 인정하고, 옳은 이야기”라고 답했다. 그는 “자추위 면접 과정에서 ‘조직문화 혁신할 자신 정말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 실패하면 엄청난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고. 시간이 걸릴 수 있는 문제지만 과감하게 고쳐 나가겠다”라며 “월요일 출근하자마자 태스크포스(TF)와 관련 조직을 구성해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화를 이끌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서 우리은행장 최종후보자로 선정된 직후 “일련의 금융사고로 실추된 은행 신뢰 회복을 위해 내부통제 전면적 혁신과 기업문화 재정비에 우선적 목표를 두겠다”라며 “혁신형 조직 개편, 성과 중심의 인사 쇄신을 통해 신뢰받는 은행으로 거듭나겠다”고 소감을 전한 바 있다. 본부 규정과 현장 영업 간 괴리를 좁혀 나가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정 후보자는 “금융 사고 발생 보완책으로 사고 대응 인력을 추가하는 내부 규정이 생기면, 도리어 영업점 인력이 줄어 고객 대응과 민원 문제가 생기는 등 충돌 상황이 벌어진다”라면서 “제도와 영업 현장 사이에서 의사결정 상황이 발생할 때 현명한 방법들을 찾아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은행은 이날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해외영업점 직원들이 사용하는 은행 전산프로그램에 지문 인증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직원 본인의 지문 인증을 통해 타인의 접근, 직원 간 업무 대행 등을 막아 금융사고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날까지 바레인 등 총 10개 영업점에 도입을 완료했고, 내년 상반기까지 256개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은 우리금융·은행에 대한 검사를 이번 주까지 추가로 진행한다. 금감원은 정기 검사는 지난달 15일 종료 예정이었으나 같은 달 22일로 한 차례 연장한 뒤 29일로 추가 연장한 바 있다. 현재 7명가량의 인원이 남아 자료 수집 등을 진행하고 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들이 단기 성과에 치중하는 경영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며 신상필벌의 조직 문화를 확립하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과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이 원장은 “금융회사 내에 아직도 온정주의적인 조직 문화가 광범위하게 존재해 금융 사고를 지속시키는 원인이 된다”며 준법의식을 중시하는 조직 문화를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 “은행지주가 고위험 금융투자상품 판매, 점포와 인력 축소를 통한 비용 절감 등 손쉬운 방법으로 단기 성과를 올리는 데 집중해 왔다”며 “이 때문에 고객 보호와 내부 통제 기능이 약화됐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날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재임 중에도 우리은행에서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불법 대출 행위가 발생했다고도 밝혔다. 이 원장은 이날 간담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금융 현 회장과 행장 재임 중에도 전임 회장 친인척 대출 관련 불법 행위가 확인돼 중점 검사하고 있다”면서 “이런 것들이 이사회에 제대로 보고됐는지, 통제 기능은 작동했는지, 작동하지 않았다면 왜 안 했는지 점검해 12월 중 결과를 언론에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2020년 4월 3일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법인과 개인사업자에 350억 원 규모의 부당 대출을 해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데, 금감원이 최근까지도 유사한 부당 대출이 상당수 실행됐다고 확인한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달부터 우리금융·우리은행에 대한 정기 검사를 진행 중이다. 다만 임 회장 징계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편 이 원장은 MBK의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시도와 관련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그는 “5년, 10년 안에 사업을 정리해야 하는 구조를 가진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하게 됐을 때 총괄 사업 차원에서 고민하지 않고, 사업 부문 분리 매각으로 중장기 주주가치 훼손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를 화두로 삼아 논의해 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영풍 측의 회계상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번 주부터 감리로 전환해 현장 조사에 착수한다는 입장이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차기 KB국민은행장 후보로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60·사진)가 선정됐다.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은행장이 되는 첫 사례로 KB금융이 안정 대신 변화와 혁신을 추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KB금융지주는 27일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를 열고 차기 행장 단독 후보로 이 대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대추위는 “KB금융 계열사 CEO가 은행장이 되는 최초 사례로 지주, 은행, 비은행 등 KB금융 전 분야를 두루 거치며 탁월한 성과를 입증한 경영진이 최대 계열사인 은행을 맡아 은행과 비은행 간 시너지 극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인사 철학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1991년 국민은행에 입사해 영업기획부장, 개인고객그룹 전무, 경영기획그룹 부행장을 역임했다. 2021년 KB금융지주에서 재무 총괄 부사장(CFO)으로 일하다가 2022년 KB라이프생명보험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대추위는 이 후보가 푸르덴셜생명보험과 KB생명보험의 성공적 통합을 이뤄냈다는 점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국민은행장의 임기는 2025년 1월부터 2년이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용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우리금융지주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자추위)가 이번 주 우리은행장 단일 후보를 발표할 것으로 점쳐진다. 우리은행 내부의 상업은행-한일은행 경쟁 구도가 아직도 뿌리 깊은 가운데 이번 행장 후보군 6명도 3명은 상업은행, 3명은 한일은행 출신으로 짜였다. 자추위가 후보군도 반반씩 ‘기계적 균형’을 맞춰야 할 정도로 분파적 조직 문화가 아직도 심각하다는 것을 방증한 것이다. ● 합병 후 25년째 라인 갈등1999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대등 합병한 이후 우리은행에서는 두 은행 출신 사이의 계파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합병 후 약 10년 동안은 관료나 민간기업 등 외부 출신들이 주로 수뇌부를 꾸렸지만, 이후에는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이 번갈아 행장을 맡고 임원도 양쪽 출신을 거의 동수(同數)로 구성하며 갈등을 인위적으로 봉합해 왔다. 상업은행 출신이 행장이 되면 수석부행장을 한일 출신이 맡고, 한일 출신이 행장이 되면 상업 출신이 2인자 자리를 맡는 식이었다. 심지어 한일 출신인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은 “내 영문 머리글자가 ‘CH’라면서 상업(C)과 한일(H)이 들어가 있는 만큼 조직 화합의 적임자”라고 자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1년부터 이순우, 이광구 행장 등 상업 출신이 연달아 행장을 맡으며 이런 기계적 균형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한일 출신들이 소외당하고 있다는 불만이 내부적으로 커진 것이다. 그러다가 막상 한일 출신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이 취임한 이후에는 또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며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합병 이전에 입사한 직원들이 모두 정년을 맞아 퇴사하기 전까지는 이런 식의 갈등이 계속될 것”이라는 비관도 나온다. ● 새 행장 발표 앞두고 또 긴장우리뿐 아니라 KB, 신한, 하나 등 4대 금융지주는 모두 인수합병(M&A)으로 커 왔다. 이 가운데 유독 우리금융만 분파적 조직 문화가 남아 있는 이유로는 정부 등 외부 입김이 꼽힌다. 우리금융은 1998년 공적자금을 받은 이후 26년 만인 올해 3월에야 비로소 정부 보유 지분 모두를 털어냈다.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금융당국, 예금보험공사, 감사원 등의 온갖 감시를 받다 보니 직원들의 외부 ‘줄 대기’ 문화가 자연스레 형성됐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지주 출범 초창기부터 회장 자리는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로 채워지니 내부에 충성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라며 “직원들이 은행원으로서의 실력을 키우며 본업에 집중하기보다는 줄 대기, 파벌 간 권력투쟁에 익숙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상대 은행을 흡수 합병해 탄생한 신한은행(조흥은행과 합병), 하나은행(외환은행과 합병)과 달리 우리은행의 경우 한일-상업은행이 대등 합병을 했다는 점에서 파워가 엇비슷한 세력끼리 파벌 싸움이 더 길게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은행 내부 갈등을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지는 의견이 엇갈린다. 당장 새 행장이 발표되면 상업-한일 어느 쪽이든 간에 또다시 계파 간의 반목이 불거질 수 있어 은행 안팎에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우리금융의 한 전직 임원은 “우리은행의 위기는 실적을 무시하고 출신과 파벌을 위주로 인사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합병한 지도 25년이 흘렀기 때문에 기계적 안배보다는 실력 위주의 인사 평가 시스템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출신 안배가 당분간은 ‘필요악’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또 다른 전직 임원은 “상업과 한일 어느 한쪽이 우위를 잡으면 다시 내부적으로 서로 갈등 양상이 커져 은행 조직이 망가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30대 남성 A 씨는 불법 사금융업체로부터 급전을 빌렸다가 연 3만6000%에 달하는 이자 지급을 강요받고, 가족과 지인 등에게 나체사진이 유포되는 불법추심에 시달렸다. A 씨는 금융감독원과 법률구조공단의 지원을 받아 해당 불법 사채업자를 상대로 대부계약 무효확인 및 위자료 소송을 냈고 1심 선고 직전 합의금을 받아냈다. 27일 금감원에 따르면 A 씨는 불법 사금융업체를 상대로 낸 대부계약 무효확인, 기지급한 원리금 및 불법추심 행위에 대한 위자료 등 총 3750만 원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과 관련 1심 선고(28일)를 하루 앞두고 합의금을 받고 소송을 취하하기로 결정했다. 이 소송은 금감원과 구조공단이 지원 중인 반사회적 불법 대부계약 원천 무효화 소송 9건 중 처음으로 마무리된 건이다. A 씨는 2022년 8월부터 불법 사채업자 3명에게 수차례에 걸쳐 모두 1000만 원을 빌리고, 5∼30일간 불법 추심을 받아 모두 3000만 원을 상환하는 등 연 600∼3만6000% 상당에 이르는 이자 지급을 강요받았다. A 씨는 추심 과정에서 변제 담보 목적으로 제공한 가족과 지인의 연락처, 나체사진 등을 활용한 지속적 협박에 시달리기도 했다. A 씨는 금감원의 안내를 받아 법률구조공단에 소송지원을 요청했고 6월 27일 소송을 제기했다. A 씨가 소송을 제기한 불법 사채업자 3명은 자금 조달, 대출수익금 정산과 배분, 대출수익금 현금인출을 각각 담당하며 조직적으로 불법 사금융업체를 운영했다. 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광고를 보고 연락한 채무자들에게 20만∼30만 원 등 소액 대출을 내준 뒤, 일주일 상환 기간 동안 10만 원가량의 대출이자를 받았다. 상환기간을 초과하면 하루 3만∼5만 원의 연체이자를 받기도 했다. 금감원과 법률구조공단은 지난 10월과 11월 두차례 변론에서 A 씨가 체결한 불법 사금융업자와의 대부계약이 현저하게 고율로 정해진 이자 약정인 점, 대부계약 체결 당시부터 채무자의 가족과 지인의 연락처를 받고, 변제 담보 목적 나체사진 확보해 불법추심이라는 범죄행위를 저지르려는 동기가 표시된 점을 토대로 민법 103조 법리를 적용해 적극적으로 변론에 나섰다. 피고 측의 반론은 없었다. 민법 103조에 따르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다. 이에 따라 피고 불출석에 따른 자백 간주로 1심 선고 시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없이 법원 판단이 이뤄질 예정이었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나머지 소송에서도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나가고, 검찰, 경찰과도 지속해서 협력해 추가 피해사례를 파악하고 무효화 소송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최근 5년간 국내 은행 점포가 1000개 넘게 줄어든 가운데 금융당국이 소비자들의 금융접근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공동 점포 등 대체 수단 설치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했다. 26일 금융감독원은 ‘금융 접근성 제고를 위한 금융권 공감의 장’ 세미나를 열고 연내 은행연합회와 은행권 공동으로 대체 수단 활성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 공동 점포, 이동 점포 등 점포 대체 수단 설치 협의 절차와 비용 분담 원칙 등에 대한 은행권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고령층 등의 금융 소외를 막겠다는 취지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융권이 디지털 전환과 비용 절감에 집중하며 물리적인 점포 등은 축소하는 과정에서 고령자, 장애인, 비도심 거주자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금융소비자의 금융 거래 환경이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10월 말 현재 국내 은행 점포 수는 5690개로 5년 전(6738개)보다 15.6%(1048개)가량 줄어들었다. 특히 2024년 폐쇄 점포(85개)의 72.9%는 도보생활권(1km) 내 점포 통폐합이 많았다. 우리나라의 인구(성인) 10만 명당 은행 점포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2.7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15.5개)을 밑돌았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은행권의 무분별한 점포 폐쇄를 막기 위해 사전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적정 대체 수단을 마련하는 방안을 세워 왔다. 하지만 은행권이 단순 입출금 기능을 제공하는 자동입출금기기(ATM) 설치에 집중해 금융소비자의 실질적 접근성 보완은 미흡했다. 최근 들어 은행이 막대한 이익을 얻어 가면서도 경영 효율화라는 명목으로 금융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등 사회적 책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26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보고 지연 의혹 여파로 연임을 포기한 것이다. 차기 행장은 이번 주에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조 행장은 최근 우리금융지주 이사회에 “조직 쇄신을 위해 연임하지 않겠다”라는 뜻을 전달했다. 또 이사들로 구성된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자추위)에 “차기 행장 후보 ‘롱리스트’에서 저를 제외하고 후임 행장을 선임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 행장은 이날 오전 매주 화요일 열리는 임원 회의에서 “마무리를 잘하는 것도 리더의 역할”이라며 연말까지 흔들림 없는 업무 수행을 당부했다. 자추위는 그간 차기 행장 후보군을 추리기 위해 외부 전문가 인터뷰, 평판 조회, 업무 역량 평가, 심층 면접 등의 절차를 진행해왔다. 현재 거론되는 후보는 김범석 우리은행 국내영업부문 부행장, 박장근 우리금융 리스크관리부문 부사장(우리은행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 겸임), 이정수 우리금융 전략부문 부사장, 정진완 우리은행 중소기업그룹 부행장, 조병열 우리은행 연금사업그룹 부행장, 조세형 우리은행 기관그룹 부행장 등 6명으로 알려졌다. 자추위는 예년과 달리 롱리스트나 ‘숏리스트’를 별도 공개하지 않고, 최종 후보를 한 번에 발표할 전망이다. 발표 시점은 29일로 점쳐진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달 말에는 최종 후보 추천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저녁 시간대까지 문을 열고 고객들을 맞이하는 은행 점포들이 늘어나고 있다. 은행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 고도화로 모바일 뱅킹 이용이 확대됐지만, 대출 상담 등 창구에서만 해결할 수 있는 업무가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일부 점포의 영업시간을 늘리는 등 다양한 형태를 실험해 보는 모습이다. 신한은행은 오후 8시까지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이브닝플러스 점포를 기존 9개에서 20개로 확대했다고 25일 밝혔다. 해당 점포를 방문하면 입출금통장과 체크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고, 예·적금 신규 가입과 제반 신고 등 주요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해당 점포에서 화상으로 본사에 근무하는 45명의 직원들과 대출 업무 상담을 할 수도 있다. 은행권에서 주요 업무를 오후 8시까지 처리할 수 있는 점포는 이브닝플러스가 유일하다. 신한은행은 일반적인 직장인 근무 시간대가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임을 고려해 전국 주요 상권의 시간당 유동 인구, 2030 고객 수, 사무실 건물 분포 등 데이터를 분석해 대상 점포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도 오후 6시까지 문을 여는 점포인 ‘KB 9to6 뱅크’를 8월 들어 기존 72곳에서 82곳으로 확대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오후 6시까지 여는 점포를 각각 2곳씩 운영하고 있고, NH농협은행은 오후 5시까지 여는 점포를 10곳 운영 중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존까지는 관공서를 끼고 있는 점포 등에 한정해서만 영업시간(오후 4시)을 연장하곤 했는데, 최근에는 일반 점포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분위기”라면서 “(업무시간 확대 차원에서) 점심시간대에 교대 근무 대신 전 직원이 일하는 집중 근무제(국민, 우리은행)로 전환하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온라인 모바일 서비스를 확대하고 비용 효율화 측면에서 오프라인 점포는 줄여 나가는 가운데서도 일선 영업점의 영업시간을 확장하는 것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우선 인공지능(AI) 상담이나 챗봇 등이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고객 응대 서비스(CS)에 한계가 있는 데다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여신 규제 등으로 인해 맞춤형 대출 설계를 원하는 실질적인 수요가 적지 않다는 게 가장 큰 요인이다. 여기에 기존 점포 채널의 효율적인 활용 방안을 찾아보려는 움직임이 ‘탄력 점포’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규 영업시간 외 점포를 찾는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은행들은 네이버, 카카오 등 지도 앱에서 야간 시간대 점포 운영 현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섯 시 은행’ ‘이브닝플러스’ 등을 치면 된다. 한편 은행 일선 영업 점포는 6월 말 현재 5731개로, 6년 전보다 1000여 개 줄어들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금융감독원이 은행, 증권 등 금융회사 임직원의 금융 투자상품 매매 과정에서 중대한 위법 사실이 발견되면 해임 요구(면직)까지 가능하도록 제재를 강화한다. 금융당국의 금융회사 검사 과정에서 선행매매, 직무 관련 정보를 이용한 위법 사실이 지속적으로 발견되면서 양정(量定) 기준을 높인 것이다. 24일 금감원은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 개정 사전 예고를 진행하고 이르면 내년 초에 개정안을 시행하기로 했다. 시행세칙 개정안에 따르면 선행매매, 직무정보 이용 등 불건전 매매를 한 금융회사 임직원이 △공정한 자본시장 거래 질서를 훼손한 경우 또는 △해당 행위가 언론에 공표돼 금융기관이나 금융업계의 공신력을 실추시키는 등 사회·경제적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에 해당하면 해임 요구를 받을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행 규정이 경직적이어서 위법 경중에 따라 재량을 발휘한 합당한 제재를 내리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며 “규정 개정으로 책임에 상응하는 합당한 제재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제재 양정 강화는 이복현 금감원장의 중점 관심 사항이기도 하다. 이 원장은 금융권에서 금융사고가 터질 때마다 법률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을 최대한 가동해 제재하겠다는 입장을 누차 강조한 바 있다. 이번 시행세칙 개정도 이 원장의 주도하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개정안에는 금융회사에 유리한 부분도 담겼다. 그동안 금감원은 특정 금융 상품의 불완전 판매와 관련해 검사 시점마다 위법 행위가 추가 발견됐다면 해당 기관에 대해 별건으로 제재를 해왔는데, 앞으로는 추가 발견된 위법 행위가 이미 제재받은 위법 행위와 동일한 법규 위반에 해당하면 제재 수준이 높아지지 않을 경우 제재하지 않기로 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독서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다독’으로 인해 생겨날 수 있는 질병을 보장해 주는 보험 상품이 나왔다. 19일 교보생명은 책 읽는 자세와 눈 건강 관련 질병을 보장하는 ‘교보e독서안심보험(무배당)’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이 상품은 책을 많이 읽다 보면 겪을 수 있는 안구와 근육 및 관절 장애, 비주얼 디스플레이 터미널(VDT) 증후군, 척추 관련 질환 등을 보장한다. 관련 질환 진단을 받고 직접적인 치료를 목적으로 수술받으면 연간 1회에 한해 수술보험금을 10만 원까지 지급한다. 보험료는 40세 남성 고객 기준 1290원 수준으로, 한 번만 내면 1년간 보장을 받을 수 있다. 가입 나이는 20세부터 최대 60세까지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1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소문로에 있는 신한은행의 인공지능(AI) 지점. 점포에 들어서자마자 성인 남성 평균 키만 한 대형 스크린에서 여직원이 기자를 응대했다. 고객 응대에 높은 평가를 받은 신한은행 직원의 얼굴과 동작, 음성 등을 수집해 AI로 학습시킨 ‘AI 은행원’이었다. 마이크에 대고 “환전하러 왔어요”라고 말하자 번호표를 내주며 AI 창구로 안내해줬다. AI 창구에 들어서자, 이번에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처럼 생긴 기기의 스크린에서 남직원이 응대했다. 환전하러 온 것을 알고 있는 AI 은행원은 곧장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통한 본인 확인을 요청했다. 중간에 AI 은행원의 말을 끊고 ‘오늘 환율’을 물었더니 미국 달러(1396.53원)와 엔, 유로, 위안화 환율을 안내해 주기도 했다. 환전까지 소요된 시간은 5분 남짓. 일반 지점에서 직원을 통해 환전할 때보다 더 빨랐다. 헤매는 고객에게 도움을 주고자 AI 창구 옆에 직원 대기 공간이 있었지만, 부를 일은 없었다. AI가 예·적금 가입부터 환전, 대출까지 내주는 은행권 최초 AI 지점이 이날 문을 열었다. 기존의 디지털 지점은 ATM에서 체크카드와 보안 매체를 발급하거나, 화상 연결을 제공받는 등 유인 점포를 단순 보완하는 개념이었는데, 이제는 AI 무인 점포가 유인 점포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온 것이다. 가장 큰 특징은 AI 은행원과 문답이 가능하다는 것. 기존의 디지털 점포가 ‘일방향’으로 정보를 제시하는 것에 그쳤다면 이제는 상호 의사소통이 되는 ‘쌍방향’ 점포가 됐다. 고객들은 AI 은행원과의 문답을 통해 예금담보대출부터 금융거래확인서, 보안 매체 재발급 등 65개 금융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AI 지점을 열기 위해 연초부터 생성형 AI를 개발했다. 특히 지난 6개월간 일선 현장에서 일어나는 고객 응대 상황들을 데이터화해 입력하고 학습시키는 과정을 거쳤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이 점포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등을 담은 데이터들을 자체 학습한 것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AI 은행원이 곱하기 부호(×)를 알파벳 엑스(X)로 읽는 등 다소 어색한 부분이 있었고, 질문을 듣고 대답하기까지 과정에서 반응 속도가 다소 느리다는 한계점도 있었다. 그러나 스크린에서 텍스트 창을 동시에 제공함으로써 이런 문제점들을 어느 정도 보완했다.다른 은행들도 디지털 점포와 AI 활용을 늘려나가는 추세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우리은행 등은 2022년부터 최근까지 디지털 점포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번 주부터 디지털 점포에 AI 은행원의 금융 안내 서비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농협은행의 경우 지난해 10월부터 AI 은행원이 일선 창구에서 펀드 상품 설명을 보조하고 있다. 한편 은행 점포에 AI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디지털 문해력이 부족한 고령층의 은행 접근성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AI 도입으로 인한 은행권 인력 감축, 점포 축소 등에 따른 고객 불편 가능성도 점쳐진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디지털에 익숙지 않은 노령층에 AI 은행 확대는 은행에 대한 접근성을 도리어 어렵게 만들게 될 것”이라며 “AI 은행원이 배치된 무인점포는 자칫 금융사고나 오류가 발생했을 때 빠르게 대처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고 지적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금융당국이 서민들의 급전창구인 ‘카드론’ 조이기에 나선다. 카드론 잔액이 심상치 않게 불어나자 카드사들에 연말까지 월별 카드론 증감액을 제출하도록 요청하기로 했다. 특히 최근 들어 급격하게 카드론을 늘린 현대·롯데·우리카드가 집중 관리 대상이다. 6일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11, 12월에 각각 카드론 월 증가액 목표치를 받는 등 증가 속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관리할 것”이라면서 “카드론 월 증가액이 5000억 원이 넘는 것은 과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신전문금융업계에 따르면 10월 카드론은 5000억 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7, 8월 6000억 원대가 늘어났다가 금융당국의 대출 관리 기조 등으로 인해 9월 잔액이 1440억 원 감소했던 것이 다시 반등한 것이다. 당국은 일부 카드사들이 카드론 한도를 늘리는 등 공격적으로 영업을 한 영향 탓에 카드론 잔액이 10월 들어 다시 상승 전환됐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은 앞서 10월 중하순 롯데·현대·우리카드의 카드론 증가세가 가팔라지자, 월말 예상치를 급히 요청하면서 카드론 관리를 독려하기도 했다. 주요 관리 대상이 된 카드사들은 2022, 2023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카드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위험 관리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카드론을 줄였는데 올해 들어 카드채 금리가 내려가는 등 안정적인 자금 조달이 가능해지면서 카드론이 늘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주요 상호금융회사의 가계대출도 10월 들어 증가세로 돌아선 것으로 조사됐다. 본보가 농협·수협·신협중앙회 등을 통해 받은 가계대출 잔액에 따르면 7∼9월 모두 월별로 감소세를 보였으나 10월에는 2400억 원대 순증했다. 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상대적으로 대출 규제나 한도가 느슨한 상호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쏠린 결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이 모니터링을 지속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카드론, 상호금융권 대출 등 2금융권에서 ‘풍선효과’가 현실화되자 금융위원회는 11일 오전 9시 반 정부서울청사에서 사무처장 주재로 금융권 가계부채 점검 회의를 연다. 주요 논의 주제는 상호금융권 가계대출 관리 방안으로 알려졌다. 새마을금고, 농협, 수협, 신협 등이 공동으로 안건을 작성해 보고한다. 개별 은행 중 신용대출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iM뱅크, 경남은행, 토스뱅크 등도 포함됐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