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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우경임 논설위원입니다.

woohaha@donga.com

취재분야

2026-04-16~2026-05-16
칼럼97%
사건·범죄3%
  • [수요논점]“환자 살리려면 의사 쓰러지는 구조… 모두 영웅 될 순 없어”

    《지난달 뇌출혈로 쓰러진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개두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를 기다리다 사망했다. 이 사건은 한국의료의 민낯을 보여줬다. 누구나 병원에 쉽게 갈 수 있는 의료 강국이지만 정작 위·중증환자는 수술을 받지 못해 생명을 잃을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가 만성적인 전공의(인턴·레지던트)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장기적으로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올해 필수의료과목 전공의 확보율을 보면 소아청소년과가 28.1%로 가장 낮았고 흉부외과 47.9%, 외과 76.1% 순이었다. 최근 끝난 전공의 모집에서는 이른바 서울 빅5 병원도 충원에 실패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수가 인상을 포함한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젊은 의사들은 정부가 쉬운 처방만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26, 29일 4명의 전공의에게 그들이 생각하는 필수의료 기피 해법을 들어봤다.》 ―왜 전공의들이 필수의료과목을 기피하는 것인가. 이혜주=수술 받은 환자가 극적으로 회복할 때 그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흉부외과를 선택한 이유다. 그런데 레지던트 3년차에 그만두고 1년 정도 쉬고 있다. 각오하고 갔는데도 번아웃(소진)이 왔다. 2박3일 동안 응급상황이 반복돼 라면 한 끼 먹으면서 수술하는 교수님도 봤다. 전공의를 마쳐도 내 삶이 나아질 것이란 희망이 없었다.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문제다. 사명감만으로 버티기 힘들다. 여한솔=2019년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 추석연휴에 당직을 서다 세상을 떠났다. 같은 해 송주한 세브란스병원 중증환자전담의가 과로로 쓰러졌고 최근 가족과 이별했다. 밤을 새우다 죽을 수 있다는 걸 보면 그 분야로는 안 가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의사는 다른 직업보다 도덕성과 사명감이 투철해야 한다. 알지만 모든 의사가 영웅이 될 수는 없다. 강민구=보상체계가 기형적이다. 생명과 직결된 어려운 수술은 할수록 손해가 나고, 미용 같은 쉬운 진료는 보상이 크다. 전반적으로 의료수가가 낮으니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를 할수록 이익이 난다. 누가 수술실을 지키려 하겠나. 이들은 수련 과정의 전반적인 개선 없이 수가 인상만으로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병원의 수익 구조와 전공의를 싼 인력으로 보는 관행, MZ세대(밀레니엄+Z세대)의 가치관 등이 맞물린 복합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수련 과정의 어떤 문제가 필수의료 공백을 불러오나. 강민구=수가 인상은 누구나 찬성한다. 보건의료계 전체가 혜택을 보니까. 이보다 앞서 젊은 의사들을 ‘갈아 넣는’ 의료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술기(術技·수술방법)를 익혀야 하는 전공의들이 교수진의 업무 보조로 바쁘다. 병원은 사실상 최저임금에 이들을 쓰고 있어 추가로 의사를 고용할 동기가 없다. 미국 캐나다 영국처럼 전공의들이 수련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정부가 비용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병원이 마구 부리지 못하게 하는 거다. 여한솔=의대를 졸업하고 바로 수술할 수 있는 의사는 없다. 그런데 병원은 전공의를 교육생이 아니라 싼 의료 인력으로만 본다. 수술을 참관할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업무에 시달린다. 진료과목이 지나치게 세분되는 것도 수련 과정에서 파생된 문제다. 신경외과만 해도 뇌혈관·척추·종양 등으로 세분된다. 수련 과정 동안 이를 다 익힐 수 없다 보니 인턴·레지던트를 마치고 세부 분야를 정해 더 배운다. 서울아산병원만 해도 신경외과 의사가 25명인데 개두수술이 가능한 의사는 2명뿐인 것이 비극의 발단이 됐다. ―MZ세대 의사의 등장도 필수의료 기피 현상과 관련이 있다는데…. 강민구=인턴 경험하고 나면 ‘이렇게는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보통 전공의는 24시간 당직을 서고 다음 날 정상 근무한다. 36시간 연속 근무를 하는 거다. 정말 1분도 자지 못하는 날이 있다. 이번에 전공의협의회장 선거에서 36시간 연속 근무 개선이 가장 호응이 컸던 공약이다. 전공의들이 지원을 기피하는 과목을 보면 수련을 마쳐도 당직을 계속해야 하는 과들이다. ‘워라밸’은 MZ세대에게 민감한 이슈다. 우리 사회 전체가 변화하는데 20, 30대 의사만 예외일 수 없다. 그럼에도 업의 본질에 헌신하는 의사가 있다. 이들이 못 버티고 포기하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 이혜주=신경외과, 흉부외과 같은 바이털과를 지원하는 전공의가 9시 출근, 6시 퇴근까지 바라지 않는다. 이런 바이털과는 수련을 마치면 오히려 근무시간이 늘어난다. 개인의 삶을 완전히 포기해야 하는데 우리 세대에서는 심각한 문제다. 여한솔=요즘 인턴들은 시간을 초과해서 일을 시키거나, 맡은 일이 아니면 항의를 한다. 환자 돌보는 일이 시간과 업무가 무 자르듯 하기 어려워 우리끼리는 ‘그레이존’이라고 부르는 영역이다. 그러니 시스템을 갖추고 야근수당도 챙겨주는 대형병원을 선호한다. 직장 구할 때 대기업 가고 중소기업 안 가는 것과 똑같다. ―정부 정책이 정답이 아니라면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 여한솔=서울아산병원 사건을 조사한 복지부는 의사들이 휴가와 출장 순번을 잘 조정하라는 대책을 내놓았다. 그럼 의사가 아파서 비우면 어떻게 되나. 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해 대형병원 환자 쏠림을 막고 의사 부담을 덜어야 한다. 맹장수술은 어느 병원이든 할 수 있는데 무조건 KTX 타고 대학병원으로 온다. 대학병원은 수가가 낮으니 환자수를 늘려 손해를 벌충하므로 환자를 모두 받는다. 응급실 근무하며 모기 물렸다고 오는 것도 봤다. 사회적 낭비다. 이지후=병원도, 환자도 전공의를 수련 받는 의사라는 인식이 없다. 정부가 수련 과정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병원이 전공의를 업무보조를 하는 인건비 싼 인력으로 대하는 관행이 바뀌지 않을 것이다. 환자 역시 의사의 서툼과 배움을 용납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남자 의대생이 분만을 참관하면 항의를 한다.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이혜주=지금 요양병원에 일한다. 흉부외과 근무할 적보다 근무 시간은 절반, 월급은 3배가 됐다. 형평성에 어긋난 보상체계는 바로잡아야 한다. 환자를 보호해야 하지만 의사가 위축되지 않도록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위급 상황에서 심폐소생술(CPR)을 했다가 소송당한 의사도 봤다. 살려놓은 환자가 후유증이 있다고 고소한 건데 그런 일을 당하면 소신껏 진료할 수가 없다.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 무너지는 선배들을 보면서 소송에 휘말리기 쉬운 과목은 피하고 싶어지는 거다. ―의사 수를 늘리면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는 문제 아닌가. 여한솔=동네에 병원이 즐비하다. 총량이 문제가 아니라 배분이 왜곡돼 있다. 수도권 큰 병원에는 몰리고, 지방에는 가지 않는다.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으로 몰리고 내·외·산·소는 외면한다. 의사가 늘어나도 이런 구조는 그대로일 거다. 오히려 의사의 과잉 진료로 환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 강민구=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의대 증원해도 전문의 배출되는 데 10년 걸린다. 그동안은 이를 방치하겠다는 건지…. 신경외과 전문의 수를 보면 외국과 비교해 적지 않다. 모두 척추치료만 하는 게 문제다. 젊은 의사들의 용기 있는 선택을 돕는 유인 구조를 먼저 만들어 달라. 이들은 10년 뒤를 걱정했다. 앞으로 뇌출혈, 심장병 같은 응급환자를 수술할 의사가 없고 어린이는 병원을 찾아 원정을 가야 할지 모른다. 정부가 정확한 진단 없는 쉬운 처방만 계속한다면 그 대가는 건강을 위협받는 국민이 치르게 된다는 얘기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 202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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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우경임]“세입자 구합니다”

    ‘에어컨 무료 설치’ ‘도배 새로 해드림’. 전세 만기가 임박해도 세입자를 찾지 못하는 요즘, 마음을 졸이던 집주인들이 이런 혜택을 내걸고 세입자 모시기에 나섰다. 갱신 계약 시 보증금 인상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등장했다. 금리 상승으로 대출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목돈이 필요한 전세 수요가 급감한 탓이다. 보통 이사는 아이 학교를 옮기거나, 평수를 늘리거나, 교통이 편리한 곳처럼 지금보다 나은 주거 환경을 누리기 위해 한다. 이에 맞춰 전세금을 올려줘야 하기 마련인데 대출 이자가 부담스러워 살고 있는 집에 눌러앉는 현상이 나타났다. ▷신학기면 학군 수요로 북적이는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방학 내내 이사하는 집이 뜸했다. 이 단지는 인근 학교와 학원가 프리미엄을 누리려는 세입자가 많다. 그래서 전·월세가 전체 가구의 60%가 넘는데 최근 전·월세 거래가 감소했다. 특히 전세는 6월에 42건이 거래된 후 7월(27건), 8월(15건)뿐이었다. 1억∼2억 원 가격을 낮춘 전세 매물들이 나오고 있고 최근 전용 84m² 전세를 계약하려던 세입자가 계약금 1000만 원을 포기한 사례도 있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8월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은 모두 3만4496건으로 2년 전(1만5828건)에 비해 118%나 증가했다. 계약갱신요구권, 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법 시행 2년이 되는 이달이면 전셋값 폭등 대란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됐으나 완전히 빗나갔다. 오히려 ‘깡통전세’ ‘역(逆)전세난’ 걱정이 커지고 있다. 전세 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면 기존 세입자들이 이사를 하고 싶어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달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건수가 421건, 그 액수가 872억 원으로 역대 최고인 것으로 집계됐다. ▷월세가 전세대출 금리보다 유리해지고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전세가 빠르게 반전세·월세로 전환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전국 주택 전·월세 거래 중 월세 거래 비중이 51.6%를 차지했다. 월세 거래가 전세 거래를 앞지른 것이다. 두 달 넘게 전세금은 하락하는데 월셋값은 상승하는 전·월세 시장의 디커플링도 계속되고 있다. ▷세입자 품귀 현상은 주택 매매 가격이 하락한 데 따른 당연한 귀결로 전셋값이 정상화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동안 전세금이 올라도 너무 오른 것이 사실이다. 올해 5월 서울 아파트 전세 평균 가격이 6억3339만 원으로 약 4년 동안 무려 46%나 상승했다. 알뜰살뜰 월급 모으고, 살림한다고 모을 수 있는 돈이 아니다. 세입자로선 전셋값이 오르면 올라서, 전셋값이 내리면 내려서 집 구하기가 어려우니 그게 문제다.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 2022-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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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해력과 리터러시 [횡설수설/우경임]

    ‘금일 심심한 사과를 드리면서 사흘간 무운을 빈다.’ 인터넷상에선 최근 문해력 논란을 불러일으킨 단어를 조합한 글짓기 놀이가 한창이다. 금일(今日)은 이 단어가 오늘이 아닌 금요일을 뜻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과제를 늦게 제출한 대학생의 사연에서 따온 것이다. 최근에는 ‘마음이 깊고 간절한’을 뜻하는 ‘심심(甚深)한’ 사과가 화제가 됐다. 한 웹툰 작가 사인회 예약 사이트서 오류가 발생하자 이에 대해 주최 측이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심심’을 맛이 밋밋하다거나 지루하다는 뜻으로 오독해 다시 항의가 빗발쳤다. ▷지난 광복절 ‘사흘 연휴’를 다룬 기사에는 일부 독자가 기사의 사실이 틀렸다며 비난하는 댓글을 줄줄이 달았다. 3일을 뜻하는 우리말 ‘사흘’을 4일로 이해한 것이다. ‘무운을 빈다’는 지난해 11월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에 의해 소환된 단어다.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표의 대선 출마선언을 두고 이 전 대표가 ‘무운을 빈다’고 했더니 전쟁에서 이기고 지는 운수인 ‘무운(武運)’을 운이 없다는 ‘무운(無運)’으로 해석한 기사가 보도됐다. ▷표음문자인 한글은 한자를 모르면 그 뜻을 파악하기 어렵다. 더욱이 요즘은 책을 읽지 않으니 문맥상으로 의미를 추론해 익히지도 못한다. 실제 교사들이 문해력이 낮은 학생들을 가르치느라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수학 문제가 길어지면 이해하지 못하고, 영어를 한글로 바꿔 줘도 뜻을 모른다. 비단 청소년만의 문제일까. 성인 880여 명을 대상으로 복약지도서 임대차계약서 등을 제시한 문해력 테스트를 했더니 평균 점수가 54점이었다는 조사도 있다. ▷청소년은 한자어가, 어르신들은 외국어가 낯설다. 남발되는 외국어는 문해력 저하의 주요 원인이다. 최근 ‘Pick up’(가져가는 곳) ‘Counter’(계산대) 등 한글 안내 없이 온통 영어만 쓰인 햄버거 매장이 ‘노(NO) 노인존’이라며 논란이 됐다. 번역 없이 영어를 그대로 옮긴 신기술 용어와 ‘최애템’(최고로 아끼는 아이템) ‘킹받네’(열받네)같이 영어와 한글을 섞은 신조어가 많이 쓰이는 것도 어르신들의 문해력을 떨어뜨린다. ▷젊은 세대는 말 그대로 문해력이, 노인 세대는 ‘디지털 리터러시(Literacy)’ 같은 이른바 새로운 디지털 기술에 접근하고 이용하는 문해력이 문제다. 고도의 압축 성장에 따른 세대 간 단절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기도 하다.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에 따르면, 문해력 수준이 높을수록 양질의 일자리를 얻을 뿐 아니라 건강 상태가 좋고, 지역사회 활동에 활발히 참여한다. 문해력은 단순히 읽고 쓰는 능력이 아니라 삶을 풍요롭게 향유할 수 있는 자산인 셈이다.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 2022-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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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우경임]주목받는 ‘애그테크’ 일자리

    여름꽃 달리아. 꽃도 화려하고, 꽃말도 예뻐 관상용으로 인기가 있다. 그런데 질병에 취약해 키우기가 쉽지 않다. 경기 고양시 ‘단비농장’ 송준호 대표(42)는 1년 반 넘게 해외논문을 참고로 실험을 반복해 무균주 달리아를 개발했다. 올해는 4000m²까지 농장 규모를 확대해 대량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송 대표는 원래 미술학도였다. 석·박사까지 미술을 전공했지만 교수 임용이 어렵다고 판단되자 과감히 애그테크(AgTech)로 길을 틀었다. ▷애그테크는 농업(agricultur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농산물을 재배하는 것을 일컫는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햇빛을, 영양분이 가득한 물이 흙을 대체한다. 더 이상 땅을 일군 자리에 씨를 뿌리지 않는다. ‘농사짓다’의 정의도 바꾼 셈이다. 4차산업을 만난 농업이 농촌이라는 지리적 한계를 벗어난 혁신과 성장의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온·습도를 자동 조절해 된장, 고추장을 담그는 스마트 장독을 설계한 충북 충주시 ‘금봉산농원’ 조연순 대표(39). 그도 전통 장 사업을 애그테크로 확대하고 있다. 자연 바람과 할머니의 손맛에 기대던 발효 과정을 첨단기술로 구현한 것이다. 전북 익산시에서 농업회사법인 ‘별곡’을 운영 중인 한정민 대표(27)는 연구소에서나 볼 법한 원심분리기를 가동해 쌀겨(미강)에서 단백질을 추출한다. 이를 단백질 보충제나 화장품 원료로 판매한다. 애그테크라는 새로운 기회에 올라탄 청년들이 만들어가는 성공 스토리다. ▷첨단산업으로서의 농업의 가치도 재평가되고 있다. 2020년 귀농·귀촌 실태조사에 따르면 30대 이하 귀농 이유의 첫 번째는 농업의 비전·발전 가능성(39.1%)이었다. 무엇보다도 애그테크 일자리는 MZ세대의 가치관에 부합한다. 제주 서귀포시 귤 농장 ‘귤메달’ 양제현 대표(29)는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던 직장인이었다. 아버지의 병환 이후 일을 돕다가 ‘뿌린 대로 거두는’ 이 일을 평생 직업으로 삼기로 했다. 그는 생산부터 판매까지 책임지는 1인 기업으로 자율성을 갖고 일한다는 점, 직장에 매인 것보다 ‘워라밸’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세계 최대 IT 전시회인 CES의 내년 기조연설은 그 역사상 처음으로 농기계 제조사 대표인 존 메이 디어&컴퍼니 최고경영자(CEO)가 맡았다. 미래산업으로 떠오른 애그테크의 성장성을 가늠할 수 있다. 특히 식량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애그테크를 육성하려는 각국의 의지도 강하다. 애그테크에 승부를 거는 청년들이 많아질수록 그 미래도 밝을 것이다.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 2022-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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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과 내일/우경임]‘왜’가 없는 연금개혁

    윤석열 대통령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했던 연금 노동 교육 등 3대 개혁 가운데 연금개혁에 먼저 시동이 걸렸다. 안상훈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이 “지난 정부에서 하지 않고 떠넘겨진 과제가 국민연금 모수개혁”이라며 그 개혁 방향을 언급한 데 이어 보건복지부가 내년 3월까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 재정추계 결과를 제출하겠다고 했다. 국회 연금특위의 논의를 토대로 도출한 개혁안이 내년 10월 국회를 통과하면 연금개혁이 마무리된다. 내는 돈(보험료율)과 받는 돈(소득대체율)의 숫자를 조정하는 모수개혁을 내년 안에 완수하는 것, 정부가 제시한 연금개혁 방향과 시간표다. 국민연금은 전 국민이 개혁 당사자이자 대상자이다. 그만큼 복잡한 이해관계가 충돌한다. 최근 한국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연금 개혁이 필요하다’(87%)는 데 공감하지만 ‘보험료가 부담 된다’는 응답(66%) 역시 많았다. 연금개혁안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내 연금은 빼고 개혁하라는 저항이 거셀 것이다. 그런데 정부의 로드맵만 보면 그 어려운 연금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와 결기가 보이지 않는다. 안 수석은 노후에 적절한 소득을 보장하면서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지역 간, 세대 간 공정한 시스템을 확립하겠다는 서로 상충하는 목표를 제시했다. 청년 1명이 노인 5명을 부양해야 할지도 모르는 고령사회가 임박했다. 노후 소득 보장과 세대 간 형평성을 양립시킬 묘수는 없다. 그것도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면서 말이다. 기초·퇴직·주택 연금과의 다층 구조 설계나 직역연금과의 통합 같은 구조개혁이라면 모를까, 모수개혁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다. 연금특위는 국회에 설치됐다. 당초 대통령 직속 설치가 공약이었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고, 여소야대 국회를 감안해도 이는 개혁 후퇴로 비친다. 대통령이 뒤로 물러서는데 앞장설 관료는 없다. 2007년 국민연금 개혁과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은 대통령이 직접 고통 분담을 호소하며 국회를 압박했기에 성공했다. 총선을 일 년 앞둔 내년 4월이면 국회 연금특위 활동이 종료된다. 표심을 거스르는 개혁에 국회가 계속 총대를 메겠나. 정부, 경제계, 노동계가 모여 사회적 합의를 한다며 숫자 싸움을 벌이다가 자칫 기초연금 확대나 정년 연장 같은 전리품만 챙기고 헤어질 수도 있다. 지난 정부는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 개편안 4개를 발표했다가 여론이 들끓자 이를 황급히 거둬들였다. 당시 대통령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했고 연금개혁은 아예 실종됐다. 과거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으려면 정부는 ‘왜’ 국민연금 개혁이 필요한지 국민을 설득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마련해야 한다. 지금처럼 살살 개혁할 테니 따라와 달라는 식이나 몇 년 후 기금 소진 같은 숫자로 공포를 부추기는 식으로는 동력을 얻을 수 없다. 국민연금은 산업화로 날로 성장하던 시대에 설계됐다. 기술 발달로 인해 일자리가 감소하고 합계출산율 0.8명이라는 인구절벽이 닥친 축소사회에는 맞지 않는다. 다음 세대에 홀로 다섯 노인을 부양하라고 할 것인가, 아니면 아이를 키우는 데 투자하라고 할 것인가. 평생 안정적인 일자리를 누린 공무원의 노후를 민간이 책임질 것인가, 아니면 공공과 민간의 연금 벽을 허물어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인가. 알쏭달쏭한 수사(修辭)를 목표로 제시하는 대신에 당장 욕을 먹더라도 왜 개혁이 필요하고, 왜 고통을 나눠야 하는지 정부가 이야기해야 한다. 모두를 기쁘게 하는 개혁은 개혁이 아니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 2022-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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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우경임]대한제국공사관

    미국 워싱턴 로건서클, 백악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이곳에 태극기가 펄럭이는 붉은색 건물이 있다. 옛 주미 대한제국공사관이다. 이 건물에는 우리 근현대사의 굴곡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조선에서 열강들의 각축전이 벌어지던 1891년. 고종은 특명을 내려 미 국무부 차관의 소유였던 이 건물을 2만5000달러를 들여 매입했다. 1910년 강제병합 직후 일제는 이 건물을 5달러에 빼앗았다. 되찾아오기까지는 102년이 걸렸다. 2012년에야 민관이 힘을 합쳐 이 건물을 다시 사들였고, 6년 뒤 원형대로 복원해서 개관했다. ▷1888년 1월 박정양 주미 공사는 백악관서 클리블랜드 대통령을 만나 고종의 국서를 전달했다. 이때 박 공사는 청나라가 요구했던 영약삼단((령,영)約三端·세 가지 별도 약정이라는 뜻)을 어기고 청나라 공사를 배석시키지 않았다. 자주독립 국가로서 당당히 외교권을 행사한 것이다. 박 공사는 미행일기(美行日記)에서 “미국은 민주국으로 예절이 퍽 간편하다”며 세 번의 절 대신 악수로 인사를 나눴던 미 대통령과의 만남을 기록했다. ▷자주외교의 길을 모색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했던 대한제국공사관 6곳은 1905년 을사늑약(乙巳勒約)으로 대한제국의 외교권 박탈과 함께 일제히 폐쇄됐다. 주미 공사관을 제외하고 영국 러시아 프랑스 중국(청) 일본 등 해외에 설치됐던 공사관들은 흔적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1905년 5월 런던의 주영 공사관에서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외교관이었던 이한응 열사가 일제의 주권 침탈에 항거하며 31세 나이로 자결했다. 이 사실이 고국에 보도돼 항일운동에 불을 댕겼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그 자리에는 임대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1905년 12월 주청 공사관의 마지막 보고는 “한국의 일체 외교 교섭 사무는 일본 외무성이 담당한다고 한다”며 이에 어떻게 대응할지 훈시를 내려달라는 내용이었다. 베이징 톈안먼 동쪽 둥자오민샹(東交民巷)에 있던 주청 공사관 건물은 1915년 철거됐다. 설치 기간이 가장 오랜 주일 공사관 터는 옛 주소와 과거 사진이 남아 있지만 그 위치를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 ▷현재 우리나라 재외공관은 대사관 116곳을 포함해 모두 167곳이다. 청나라 허락을 받아 공사를 파견하고 일제에 의해 재외공관이 한순간에 폐쇄됐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대한제국공사관의 실태를 조사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조선이 자주국가임을 널리 알리고 근대화를 모색하는 한편으로 외교활동의 거점이 됐던 곳”이라며 “기초 고증연구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망국의 위기에도 주권을 지키고자 고군분투했던 역사를 기억 속에 남겨야 한다는 제안이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 2022-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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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광장 재개장[횡설수설/우경임]

    도로 한가운데 텅 빈 섬 같았던 광화문광장이 나무가 늘어선 공원으로 단장하고 내일 재개장한다. 세종문화회관 쪽으로 광장을 옮기는 대신 면적이 두 배(4만300m²)로 늘어났다. 212m 길이 역사물길과 분수를 만들고 그 주변에 시민들이 쉴 수 있는 자리를 배치했다. 역사성을 되살리는 데도 공을 들였다. 조선시대 사헌부 터와 배수로 등 발굴된 유구, 궁궐 앞 넓은 단을 뜻하는 월대를 원형대로 복원한다. ▷광화문 앞길은 조선시대에 육조(六曹)가 도열해 있던 거리였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붉은 악마들이 광화문으로 뛰쳐나와 거리를 가득 메우기 전까지는 광화문의 주인은 시민이라 할 수 없었다. 월드컵 응원을 계기로 시민들은 광화문에 모여 응집된 에너지를 분출하기 시작했다. 2008년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까지 광화문에서는 크고 작은 시위가 끊이지 않았고 이때 광장민주주의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2009년 서울시는 세종로 차선을 줄여 광화문광장을 조성했다. 시민들의 공간으로 돌려주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후에도 광화문광장은 시민들이 평온하게 일상을 누리는 곳이 아니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집회의 장소였고, 광화문 일대는 1인 시위부터 트럭, 천막시위까지 잦은 시위로 몸살을 앓았다. 서울시는 이번에 광화문광장을 재개장하면서 소음이 발생하거나 통행을 방해할 수 있는 집회·시위는 허용하지 않겠다고 한다. 앞으로 광장 북측 육조마당과 세종대왕 앞 놀이마당 등 2곳 광장의 사용 신청을 받게 되는데 엄격한 심사로 집회나 시위로 변질될 행사는 애초부터 걸러낸다는 것이다. ▷경쟁력 있는 도시일수록 자연을 불러와 시민들이 쉴 공간을 만든다. 프랑스 파리시는 2024년까지 드골광장에서 시작되는 샹젤리제 거리를 광화문광장처럼 나무가 울창한 산책로로 재조성하고 있다. 걷기 쉽게 거리도 다시 포장하고 횡단보도도 재배치한다. 명품 브랜드 상점이 즐비한 상업화된 공간이 되자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마찬가지로 경복궁∼광화문광장으로 이어지는 서울의 역사적·지리적 중심 거리도 시민들이 접근하기 쉽도록 개선돼야 한다. ▷한국 근현대사의 결정적인 순간마다 광화문이 등장하곤 한다. 그러나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순간만이 광화문의 의미는 아니다. 매일 출퇴근하는 시민, 손을 잡고 거닐던 연인, 아이와 나들이로 즐거웠던 부모…. 서울시민 중 광화문과 연결된 이런 추억 하나쯤 갖지 않은 이는 드물 것이다. 광화문이 정말 시민의 공간이라면 소리치고 투쟁하는 공간으로만 머물 것이 아니라 이런 소소한 일상을 누릴 수 있는 모두의 공간이어야 한다. 광화문광장이 공원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이 그래서 반갑다.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 2022-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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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우경임]남남끼리 가족

    결혼과 혈연으로 맺어지지 않았더라도 함께 산다면 가족일까, 아닐까. 남남이지만 함께 주거를 하면서 경제 단위로 기능하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 친족이 아닌 가족을 꾸린 인구가 지난해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1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러한 새로운 가족의 형태가 늘어나면서 전통적인 가족의 정의가 도전받고 있다. ▷1인 가구는 지난해 전체 가구의 33%를 돌파해 20년 만에 두 배가 넘게 증가했다. 비(非)친족 가족은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봐야 한다. 우리나라 1인 가구는 학업과 직장, 이혼과 사별 등 선택의 여지없이 혼자 살게 된 비율이 높다. ‘혼자 살고 싶어서’ 자발적으로 1인 가구를 택한 비율은 1인 가구가 된 전체 원인 중 16.2%에 불과하다(통계청, 2021 통계로 보는 1인 가구). 외로움도 덜 수 있고, 규모의 경제도 가능하니 1인 가구로서는 동거가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 비혼 남녀나 동성 친구끼리 같이 살거나, 어르신끼리 서로 돌보며 노후를 보낸다. 공유주택같이 공간만 합쳐 사는 경우도 있다. ▷동거인이 결혼한 배우자보다 만족도가 높다는 실태조사 결과도 있다. 2020년 기준으로 동거인에게 만족한다는 비율은 63%였는데, 이는 배우자 만족도(57%)보다 6%포인트 높은 것이다. ‘남보다 못한 가족’이 현실이란 얘기다. 아무래도 가족 관계에서 오는 책임이나 의무에서 비켜나 있고, 남남이다 보니 개인을 보다 존중하게 돼 갈등이 덜하다고 한다. ▷우리 사회 인식도 빠르게 바뀌고 있는 것 같다. 국민 10명 중 7명은 ‘혼인이나 혈연관계가 아니어도 생계와 주거를 공유하면 가족’이라는 데 동의했다(여성가족부, 2020년 가족다양성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그러나 법으로 정한 가족의 정의가 협소하다 보니 비친족 가족은 청년대출, 신혼부부청약, 아동수당 등 각종 제도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1인 가구가 소득은 낮고 의료비 지출은 많은데도 소외돼 있는 것이다. 누구를 가족으로 볼 것인가를 합의하는 데 진통이 따르겠지만 언제까지 이들을 제도권 밖에 둘 수는 없다. ▷40대 들어 친구와 동거를 시작한 경험담을 쓴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의 작가 김하나, 황선우 씨.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보통의 가족과 별반 다르지 않다. 빨래 개기 같은 가사 분담으로 티격태격하고, 집값 대출을 갚기 위해 고민한다. 이들은 결혼은 아름다운 일이라는 전제 아래 ‘그렇지 않더라도 어떤 시절을 서로 보살피며 의지가 된다면 또한 충분히 따뜻한 일 아닌가’라고 묻는다. 그러고는 ‘개인이 서로에게 기꺼이 그런 복지가 되려 한다면 법과 제도가 거들어주어야 한다’고 했다. 결혼과 출산을 하고 싶어도 포기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는 세태를 생각하면 더욱 귀담아들을 말이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 2022-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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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제안 톱10’ 논란 [횡설수설/우경임]

    ‘가요 톱10도 아니고….’ 국민의 소리를 적극적으로 정책에 반영하겠다며 대통령실이 공개한 국민제안 톱10. 그런데 열흘간 투표가 끝나기도 전에 국민투표를 당장 중단하라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국민제안 톱10은 대통령실이 지난달 신설한 소통 창구인 국민제안에 올라온 약 1만2000건의 청원 중에 10개를 추려 온라인 국민투표에 부친 것이다. 현재 ‘대형마트 의무 휴업 폐지’가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고 있다. 이어 ‘9900원 K-교통패스 도입’ ‘휴대전화 모바일 데이터 잔량 이월 허용’ 등의 순서다. ▷문제는 국민제안 톱10이 이른바 숙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인기투표라는 데 있다. ‘최저임금 차등적용’ 배너를 예로 들면, ‘현재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최저임금을 지역·업종별로 차등 적용’, 달랑 이 한 줄의 설명과 함께 ‘본 제안이 마음에 드시면 하단의 ‘좋아요’를 눌러 주세요’라고 되어 있다. 최저임금이 얼마인지, 지역과 업종은 어떻게 분류되는지 같은 기본적인 판단의 근거는 제공되지 않는다. 물론 ‘싫어요’를 선택할 수도 없다. 댓글 같은 공론의 장도 열려 있지 않다. ▷대통령실은 지난 정부의 국민청원이 오히려 세대·이념·젠더 갈등을 촉발했다는 문제의식 아래 국민제안 내용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청원 내용과 청원자를 공개하면 국민청원이고, 이를 비공개하면 국민제안이라는 설명이다. 사실상 같은 제도다. 국민청원 당시에도 정부와 국회의 갈등 조정 과정이 생략된 역기능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한 줄짜리 설명과 인기투표로 진행되는 국민제안도 이런 우려를 피해 갈 수 없다. ▷‘최저임금 차등적용 관련 국민제안 온라인 투표 참여합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던 소상공인들이 모인 카페마다 국민제안 순위를 올리자는 독려 글이 올라오고 있다. 소상공인들의 집단행동에 맞서 아르바이트생들은 “지금도 최저임금과 주휴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국민제안이 오히려 양측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인기투표로 정책을 결정하면 갈등이 조정되기보다 증폭되기 쉽다는 것을 보여준다. ▷생계가 달리거나 건강이 달린, 누군가에게는 삶이 송두리째 바뀔지도 모를 정책들을 온라인 인기투표로 결정한다는 그 발상에도 한숨이 나오지만, 온라인 투표 과정 자체도 허술하다. 이해관계로 뭉친 단체들이 조작 투표를 해도, 한 사람이 기기를 바꿔 여러 차례 투표를 해도 걸러낼 방법이 없다. 이렇게 수렴된 국민 의견이 어떤 대표성을 가질 수 있겠는가. 그런데도 바로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하니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라는 비판이 나온다.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 2022-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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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Z세대의 불매운동[횡설수설/우경임]

    X세대, 밀레니얼(Millennial)세대, Z세대…. 인위적으로 나누는 세대론이 허구라는 반박도 많지만 동시대를 살며 경험한 역사적 사건이 그 세대의 사고방식을 결정하기 마련이다. 요즘 세대론의 중심에는 MZ세대가 있다. 30대인 밀레니얼세대와 20대인 Z세대를 묶어 부르는 말로 디지털 플랫폼이라는 시공간적 혁명을 태어나면서부터 경험한 세대다. 정보기술(IT) 및 모바일 기기에 익숙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MZ세대가 그들의 놀이터 중 하나였던 페이스북을 떠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대해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도 시작된다”고 쓴 글을 페이스북이 트위터와 달리 방치했다는 이유다. MZ세대의 눈치를 보던 코카콜라와 유니레버 등 대형 광고주들이 페이스북 유료 광고 중단을 발표했고 그 직후인 26일 페이스북 주가가 8.3% 하락해 하루 만에 시가총액 560억 달러(약 67조4000억 원)가 날아갔다. 결국 페이스북은 자사 규범을 위반한 정치적 게시물에 경고 딱지를 붙이겠다며 항복을 선언했다. ▷미국 스타벅스는 직원들의 ‘BLM’(Black lives matter·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티셔츠 착용을 금지했다가 불매운동의 역풍을 맞았다. 페이스북과 스타벅스는 SNS를 통해 순식간에 모였다가 흩어지며 행동에 나서는 MZ세대의 힘을 간과한 것 같다. 반면 정치사회적 이슈에 침묵했던 구찌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가 이번에는 인종차별 반대 의지를 분명히 했고, 나이키 아디다스 등은 이를 활용해 마케팅에 나섰다. ▷보통 합리적 소비라면 가격 대비 성능이 좋아야 했다. 그런데 Z세대는 착한 기업에 지갑을 열고 나쁜 기업에 지갑을 닫는 ‘미닝 아웃’ 소비를 한다. 미닝(meaning)과 커밍아웃(coming out)의 합성어로 내 돈을 가치 있는 데 쓰겠다는 뜻이다.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로 반일 불매운동이 한창이던 지난해 7월 당시 Z세대는 ‘일본인에게 호감이 간다’는 응답이 51%로 모든 세대를 통틀어 가장 많았음에도 불매운동 참여율은 76%에 달했다.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이 고착되면서 청년세대는 인종, 계급, 지역적 요인보다 그 세대에 속했다는 이유만으로 겪는 불평등이 더 심각한 세상을 경험해왔다. 이들은 물리적 거리나 인종적 차이에 상관없이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처지를 공감하고 연대한다. 이번 ‘#BLM’ 운동으로 결집했고 소비를 통해 기업을 압박하는 영리함을 보였다. 다음 시대의 주인공, MZ세대가 움직이고 있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 2020-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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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쁜 부모 방치하는 더 나쁜 정부[광화문에서/우경임]

    23kg 아홉 살 아이가 컴컴한 여행가방 안에 갇히던 순간 얼마나 무서웠을까. 뜨거운 지붕 위를 맨발로 걸어 집을 나온 아이는 얼마나 겁이 났을까. 한 아이는 죽고 한 아이는 살았다. 심장이 벌렁거려 읽기조차 힘든 뉴스들이었다. 읽기도 힘든 뉴스를 쓰기로 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엉엉’ 우는 소리나 띄엄띄엄한 언어로밖에 고통을 호소할 수 없는 아이들이 또 잊혀질까 봐. 아무런 힘이 없어 언로가 막힌 아이들의 인권은 쉽게 무시된다. 우리는 평소 ‘살려 달라’는 아이들의 비명을 외면하다가 죽음으로 증명하고 나서야 분노한다. 2013년 여덟 살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경북 칠곡군 사건 이후 아동학대특례법이 제정됐다. 가해 부모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다. 2016년에는 추운 겨울 화장실에서 찬물 학대를 받다가 일곱 살 신원영 군이 숨졌고, 2017년에는 다섯 살 고준희 양이 친부에게 살해당해 암매장됐다. 그로부터 1년 뒤 위기 아동을 찾아내기 위해 공적 정보를 통합한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이 도입됐다. 그런데도 비극이 재발했다. 정부는 부산을 떨며 민법상 친권자의 징계권 삭제, 어린이집과 학교에 다니지 않는 아동 전수조사 등 뒷북 대책을 내놓았다. 최근 두 건의 아동학대 사건 모두 사전에 경고음이 울렸다. 충남 천안 여행가방 학대 사건의 경우 한 달 전 병원의 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다.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경남 창녕 맨발 소녀 역시 학대의심 아동으로 등록돼 있었으나 행정력은 딱 전산망까지만 닿았다. 아이를 구한 건 목숨 건 탈출이었다. 이쯤에서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아동보호전문기관을 비난하기는 쉽다. 하지만 아동학대가 발견됐는데도 왜 아동을 보호할 수 없었는지를 들여다봐야 한다. 학대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다 치자. 시퍼렇게 멍든 아이가 부모의 위협에 “넘어져서 다쳤다”고 한다. 경찰이 증거 수집 없이 “내 자식 내가 가르친다”는 부모로부터 아이를 데리고 나온다면, 그 경찰은 어떤 책임을 지게 될지 모른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나서 피해 아이를 가해 부모와 분리시켰다고 한다면, 아마 그 아이는 피해가 더 심각한 아이에게 밀려 갈 곳이 마땅치 않을 것이다. 전국에 72곳뿐인 학대피해 아동쉼터는 늘 포화 상태다. 올해 아동학대 방지 예산은 285억 원으로 사실상 표(票)를 가진 부모의 수당인 아동수당 예산(2조2883억 원)의 1.2% 수준이다. 학대받은 아동을 구출할 수단과 시설이 마땅치 않다면 당연히 예방적인 개입이 어려워진다. 아동학대가 드러나면 부모는 악마가 되고 엄벌하라는 공분이 인다. 관련 부처 장관들이 모여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이를 약속한다. 부모의 잔혹한 행위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예산과 인력을 들여 아동보호 시스템을 구축할 책임이 있는 정부는 그 뒤에 숨어버린다. 엄벌을 한들 아이는 살아 돌아오지 않고, 부모가 감옥에 간 동안 남은 아이들의 삶이 망가진다. 매년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3만 건이 넘는다. 올해 예상되는 출생아 수(27만 명)의 10%가 넘는 아이들이 학대에 노출돼 있다는 얘기다. 이 아이들을 보호하지 않으면서 아이는 낳으라는 정부, 나쁘다고 생각한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 2020-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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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룸살롱은 열고 감성주점은 닫고… 원칙 잃은 서울시 방역

    서울시가 룸살롱 등 일반유흥업소 집합금지명령을 집합제한명령으로 완화한 첫날인 그제 서울 강남구 역삼동 D가라오케(룸살롱) 직원인 20대 여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해당 가라오케 동료 등 접촉자 53명을 자가 격리했고 진단검사가 진행 중이다. 이 여성은 방문판매업체 ‘리치웨이’ 관련 감염인 것으로 확인됐지만 단 하루만 늦게 확진 판정을 받았어도 D가라오케가 집단 감염의 불씨가 될 수 있었을 아찔한 상황이었다. 서울시는 룸살롱 등 일반유흥업소는 방역수칙 준수를 전제로 영업 재개를 허용한 반면 클럽 콜라텍 감성주점 등 무도(舞蹈)유흥업소와 코인노래방은 영업 금지를 유지했다. 기준을 알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오자 서울시는 “그동안 룸살롱을 통한 코로나 전파 사례가 없었고, 이용자들의 밀집·밀접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룸살롱 같은 일반유흥업소는 1m 거리 두기나 잦은 환기 등 방역수칙이 준수되기 어렵고 은밀한 이용이 많아 감염 추적이 어렵다는 점에서 영업 재개 허용에서 다른 업종보다 우선시해야 할 이유가 없다. 방문판매업체 노인요양시설 지하철 등에서 산발적인 집단 감염이 계속 발생하면서 수도권 확진자는 최근 2주간 전체 확진자(657명)의 81%를 차지했다.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환자 비율도 10%를 넘어섰다. 수도권에서 확진자 수가 폭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가운데 서울시의 일관성 없는 방역이 이를 부추길까 우려된다. 방역당국은 수도권 환자 폭증 가능성에 대비해 중증환자 병상 및 생활치료시설 확보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런데 정작 서울시가 앞장서서 방역수칙을 완화한 것은 국민들의 경각심을 낮추고 의료 시스템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민 안전 앞에서는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고 강조했다.}

    • 2020-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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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라인 시험 커닝[횡설수설/우경임]

    과목마다 방대한 분량을 외워야 하는 의대 시험은 단기 암기력의 싸움이라고들 한다. 인기 전공은 성적순으로 배정되므로 시험 스트레스도 엄청나다. 인하대 의대 1, 2학년 109명 중 91명이 3, 4월 시험에서 집단 커닝으로 0점 처리되는 일이 벌어졌다. 온라인 시험을 끼리끼리 한곳에 모여 치르거나 전화나 메신저로 정답을 공유한 사실이 적발된 것이다. 코로나19로 대부분 대학이 온라인 중간고사를 치른 상황에서 ‘터질 게 터진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단 한 번의 시험이 인생을 바꾼다면…. 부정행위의 비용보다 그로 인한 효용이 커 보일 때 커닝의 유혹이 강해진다. 조선시대 과거시험부터 근래 대입과 공무원시험까지 부정행위는 늘 있었다. 커닝 기법은 기술 발달에 따라 교묘해졌다. 1993년 광주대 입시에선 시험장을 먼저 나온 수험생이 남은 수험생에게 정답을 삐삐로 전송했다 적발됐다. 2004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선 이른바 공부 잘하는 ‘선수’가 시험장에 휴대전화를 숨기고 들어가 ‘도우미’ 후배들에게 답을 보냈고 이들이 응시생에게 다시 답을 전송해주는 부정행위가 있었다. 2013년 연세대 법학대학원에서는 교수 컴퓨터에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해 시험지를 빼낸 사건이 있었고, 2014년 토익 시험에선 무선 영상 송수신 장비로 촬영한 정답을 외부에 대기하던 중개인이 무전기로 응시자에게 전달했다. ▷온라인 시험처럼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면 악마의 속삭임은 더욱 커질 것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대졸 공채 필기시험인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온라인으로 치렀다. 응시자는 컴퓨터로 시험을 치르되 스마트폰으로 응시생의 얼굴과 손, 모니터, 마우스가 나오도록 촬영해 실시간 전송토록 했다. 감독관은 이 화면을 원격으로 모니터링했다. 만약 부정행위가 적발되면 5년간 삼성 공채에는 응시할 수 없도록 했다. 반면 인하대 의대를 포함해 대부분의 대학 시험은 온라인 화면에서 정답을 고르는 식일 뿐 모니터링은 이뤄지지 않았다. ▷인하대 의대에는 불이익을 예상하면서도 부정행위에 참여하지 않은 소수의 학생이 있었다. 부정행위에 동조하지 않으면 성적이 낮을 수 있거니와 소속 집단에서 따돌림을 당할 수 있는데도 이를 거부했다. 부정행위를 근본적으로 예방하는 것은 내재된 도덕성이다. 그럼에도 원격교육의 발전을 위해선 시험의 공정성을 담보할 제도적 보완이 필수적이다. 부정행위 시도가 어렵도록 시험을 설계하고 기술적인 장치도 보완해야 한다. 어렵게 한발 내디딘 온라인 교육이 도덕적 해이를 막지 못해 후퇴해서는 안 될 것이다.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 2020-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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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의연 사태서 드러난 정부와 NGO의 공생관계[광화문에서/우경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의 내부고발로 시작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사태에서 또 하나의 불편한 진실을 봤다. 정부와 정부를 감시해야 할 비정부기구(NGO)의 끈끈한 공생관계 말이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지워진 역사가 될 뻔했던 위안부 문제를 공론화했고 이를 외면하던 한일 정부의 행동을 이끌어냈다. 한국 시민사회의 척박한 토양 속에서 정대협이 거둔 성과는 여성운동으로서, 시민운동으로서 독보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 할머니가 “30년간 이용당했다”며 피해자 중심주의와는 거리가 멀었던 활동을 폭로하기 전까지는. 정의연은 1990년 설립된 정대협과 한일 위안부 합의에 반발해 2016년 설립된 정의기억재단이 2년 전 통합해 출범했다. 이번 정부 들어 정의연에 대한 국고보조금은 연간 5억∼6억 원으로 수배가 뛰었다. 정의연이 진보 정부와 협력적 공생관계라면 보수 정부와는 적대적 공생관계를 맺으며 피해자보다 스스로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를 복기해 보자. 당시 외교부 당국자들은 할머니들을 일일이 설득하기보다 정대협과 타협하는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 뒤늦은 고백대로 정대협의 ‘친일 프레임’에 찍힐까 두려워서라기보다 시민단체를 포섭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손쉽게 통제하려는 관료적 속성의 발현이라고 본다. 윤 의원 역시 합의안에 대한 사전 설명을 들은 것은 인정하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당사자인 할머니들에게 전달하지 않았다. 정부와 정의연의 결탁 사이에서 배제된 할머니들은 TV를 보고 위안부 합의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 타결 이튿날인 12월 29일.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을 만난 이 할머니는 “당신 뭣 하는 사람이에요? … 이렇게 한다고 알려줘야 할 것 아녜요. 나이 많아서 모른다고 무시하는 거예요?”라고 분개했다. 이후 정의연은 위안부 합의 파기를 주장했고 정부는 합의 후속 절차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가 정부를 좌지우지할 힘을 갖는다면 시민운동은 성공한 것인가. 2000년 초반 시민운동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출신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곳곳을 장악했다. 그 결과는 시민 없는 시민단체였다. 권력을 감시하는 시민단체가 권력이 되면 시민운동은 존재의 본질적인 이유가 없어진다. 학계에서는 2000년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 시행을 시민단체와 정부의 결탁이 시작된 계기로 본다. 재정적 자립이 어려운 NGO를 활성화한다는 취지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시민운동에 독이 됐다. 국고보조금을 선택적으로 주거나 뺏고, 활동가들을 각종 자문단에 참여시키면서 시민사회의 자율성이 크게 훼손됐다. 정권 코드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시민단체에 대한 신뢰도는 갈수록 추락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절규에도 국회에 입성한 윤미향 의원은 여성·시민운동가로서 대표성을 상실했다. 코로나 이후 큰 정부의 탄생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를 견제할 시민사회가 정의연 사태로 위축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시민운동의 순수성을 의심하게 만든 과오만으로도 윤 의원은 사퇴해야 한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 2020-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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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대 정원[횡설수설/우경임]

    아이가 콧물을 훌쩍거려도, 눈이 간지럽다고 비벼도, 피부 발진이 생겨도 쪼르르 병원에 달려갔다. 동네 병원이 상가 건물마다 들어서 있으니 평소 의사 부족을 실감하지 못했다. 그런데 개구쟁이인 아이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피가 줄줄 흐르는데 병원을 찾지 못해 크게 당황한 적이 있다. 흉터 제거를 하는 성형외과는 보였지만 봉합 수술을 하는 외과는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상급병원 응급실로 가서 꿰맸다. ▷일은 고되고 의료사고 위험이 큰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 부족 현상은 심각하다. 응급의료·중증외상센터는 만성 구인난에 시달린다. 지방 산모들은 산부인과를 찾아 원정 출산을 간다. 의료계는 의사 수는 충분하나 낮은 수가로 배분이 왜곡된 수급 불균형의 문제라고 본다. 하지만 건강보험 적용 확대 및 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를 의사 수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당청은 2006년부터 3058명으로 동결된 의대 정원을 공공의료 중심으로 500명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의대 졸업자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1.9명)보다 적은 7.9명,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OECD 평균(3.3명)보다 적은 2.3명(한의사 제외하면 1.9명)이었다. 반면 의료계는 연평균 의사 증가율이 3.1%로 OECD 평균(1.2%)보다 2.6배 높다는 것을 근거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데 반대한다. 이런 속도면 의사 수가 곧 OECD 평균을 웃돌 것이라는 주장이다. ▷의대 정원 확대는 정부와 의사, 국민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린다. 의료계 내에서도 입장이 조금씩 다른데 특히 낮은 수가를 박리다매로 보충하던 개원의들은 반발할 것이다. 전문의가 되기까지 10년 동안 투입한 비용과 노력을 생각하면 납득 못 할 일도 아니다. 우수 학생들의 의대 편중이 심화되고 사교육 시장도 들썩거릴 수 있다. 이렇게 복잡한 함수다 보니 어느 정부도 의대 정원을 공론화하지 못했다. ▷코로나19는 우리 보건의료 시스템의 관성을 깨는 충격을 가했고 그 방향을 틀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임상의사뿐 아니라 기초의학과 제약이나 의료기기 산업 분야에서 연구의사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월드 스타’가 된 우리 진단키트 업체들의 기술력 뒤에는 의사가 있었다. 우리는 코로나19 사태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모인 의료계의 실력을 봤다. 의료계가 의대 정원 문제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것으로 본다. 정원이 늘더라도 의사로 배출되기까지는 10년이 걸릴 테니 그럴 시간은 충분하다.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 2020-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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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의 공직윤리[횡설수설/우경임]

    ‘사랑이 넘치고 늘 사랑을 속삭였던 사람’ ‘소고기 스튜로 가족들에게 이름을 날렸던 사람’.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10만 명에 근접한 24일 뉴욕타임스(NYT)는 1면을 비롯한 4개 면에 사망자 1000명의 이름과 각각 설명을 단 부고 기사를 게재했다. ‘헤아릴 수 없는 손실’이라는 제목처럼 이들은 사망자 1, 2, 3…이 아니라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과 친구들이었다. NYT가 긴긴 부고 기사를 작성 중이었던 22, 23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 소유 골프장인 버지니아주 ‘트럼프 내셔널’에서 골프를 치고 있었다. ▷코로나19로 골프를 중단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76일 만에 필드에 나간 것은 경제 재개 의지를 보여주려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2014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에볼라 사태 당시 골프를 쳤던 것을 비판한 그의 트윗 글이 회자되고 있다. 이런 ‘내로남불’ 행태가 없다. ▷문제는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는 트럼프식 정의가 미국 공직사회를 지탱하는 가치인 정직과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세금으로 인맥 관리용 만찬을 즐기고, 보좌관에게는 반려견 산책과 세탁물 수거 등 사적인 심부름을 시켜 ‘갑질’ 논란으로 도마에 올랐다.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러시아 스캔들’ 위증으로 유죄가 인정된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기소를 취소해 사법 정의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부동산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는 취임 이후 외국 정상과의 회담을 본인 소유 플로리다 리조트에서 열고, 그 호텔·리조트에 연방공무원을 1600박 이상 묵게 하는 등 공사 구분이 없다. 딸과 사위가 버젓이 국정을 휘젓는다. 그의 눈높이에선 ‘부하 직원에게 개 산책시킨 게 뭐가 문제냐’ 싶었을 것 같다. 트럼프는 국무장관의 갑질 논란에 대해 “그는 (보좌관에게) ‘내 개를 산책시켜 줄 수 있느냐. 나는 김정은과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을 것”이라고 감쌌다. ▷트럼프와 골프를 쳤던 이들을 인터뷰해 ‘커맨더 인 치트(Commander in Cheat·속임수 사령관)’란 책을 쓴 스포츠 기자 릭 라일리는 “트럼프가 골프를 치듯, 그러니까 규칙은 마치 다른 이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처럼 대통령직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지적해야 한다”고 했다. 골프에서 속임수를 써서라도 그저 이기는 데만 몰두하는 것처럼 국정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국민의 안전은 안중에 없고 가족을 잃은 슬픔에는 공감하지 못하는 그의 행보가 곱게 보이지 않는다. 공직자로서 책임과 윤리, 헌신이 없는 대통령 한 명이 공직사회 전체를 오염시킨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 2020-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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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괴질’[횡설수설/우경임]

    주로 5세 미만 영유아들이 걸리는 가와사키병은 혈관에 염증이 생기는 급성 질환이다. 1967년 이를 처음 발견한 일본 소아과 의사의 이름을 따왔다. 해열제가 듣지 않는 고열이 5일 이상 계속된다. 눈이 충혈되고 입술이 붉게 변한다. 혀가 붓고 빨갛게 변해 마치 딸기처럼 된다. 피부 발진도 나타난다.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주로 일본 한국 등에서 나타나는데 한국의 경우 2014∼2016년 연간 5000명가량이 발병했다. ▷서구사회에선 생소한 이 질병을 코로나19가 소환했다. 유럽과 미국에서 가와사키병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어린이 괴질(怪疾)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 이탈리아 베르가모, 미국 뉴욕처럼 코로나19가 창궐했던 지역에서 환자가 속출했다. 다만 가와사키병과 달리 10대에서도 발병하고 혈관뿐 아니라 심장 신장 등 장기에도 염증을 일으킨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4일 이를 ‘소아 다기관 염증 증후군(MIS-C)’으로 명명했다. 미국 뉴욕 110명 등 15개 주에서 환자가 보고됐고 유럽에서도 영국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등에서 환자가 발생했다. ▷영국 미국 이탈리아 의료진은 코로나바이러스가 그 원인이라고 사실상 결론을 내렸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13일 “어린이 MIS-C 환자들의 60%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으며 나머지 40%는 항체를 갖고 있었다”고 했다. 코로나19는 고령 환자의 치명률이 높아 ‘부머 킬러(Boomer Killer)’로 불리는 반면 어린이와 청소년은 비교적 가볍게 앓는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어린이들에게 이런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한다면 전적으로 다른 이야기가 된다. ▷우리 보건당국은 “현재까지 (MIS-C 환자가) 국내에서 확인되거나 알려진 바 없다”고 했다. 그러나 신종 인플루엔자A(H1N1)가 유행했던 2010년에도 가와사키병 환자가 늘었었다. 가와사키병은 유전적 요인을 갖고 있거나 바이러스 침투 시 면역체계가 이상 반응해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감염병 사태 속에서 마냥 안심할 일은 아니다. ▷‘어린이 괴질’이라는 용어가 공포심을 야기하지만 코로나19에 감염된 어린이와 청소년에서 MIS-C의 발병 비율이 높지는 않은 데다 조기 발견하면 치료가 가능하다고 한다. 코로나19는 무증상 감염자가 숨은 전파자가 되고, 증상이 발현하기 직전에 전파력이 왕성하다. 바이러스가 온몸 이곳저곳을 공격해 합병증을 일으키고 사이토카인 폭풍이나 염증 증후군처럼 면역체계의 빈틈을 파고든다. 인류가 만나보지 못한 아주 고약하고 끈질긴 바이러스임에는 분명하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 2020-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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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교 선택권이 바꿀 코로나 이후의 학교[광화문에서/우경임]

    “왜 학교에 다니니.” 아이에게 물어본다면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 ‘엄마가 가라고 하니까’ ‘꼭 다녀야 한다면서’ 같은 답을 하거나 아니면 뚱한 표정으로 쳐다볼 것이 분명하다. ‘미래를 위해서’ 같은 정답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 대다수 아이들은 법으로 강제된 의무교육이라서 학교에 다닌다. 대학입시를 치르기까지 초중고교 12년 시간표는 배워야 할 과목과 내용, 수업시수 등이 빈틈없이 짜여 있다. 아이들은 그에 따라 똑같은 수학 문제를 풀거나 영어 단어를 외운다. 다른 선택지는 없다. 그런데 코로나19가 공교육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공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가 수업 및 등교를 선택하는 전례 없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온라인 개학을 하고 원격 수업을 하는 동안 학생들은 재미있는 수업을 먼저 듣거나, 재미없는 수업을 1.5배속, 2배속으로 빠르게 돌려 들었다. 틀어만 두기도 한다. 공부에 의욕이 있다면 같은 내용을 다룬 인터넷 강의를 찾아 들었다. 반드시 이수해야 할 수업이 정해져 있어도 교실에 꼼짝없이 앉아 있는 것에 비하면 상당한 자율성을 갖는다. 온라인 수업을 학교 밖 강의와 비교할 수 있다는 점도 교육 수요자인 학생에게 힘을 실어준다. 여기에 더해 학생과 학부모는 등교 개학 이후 학교를 갈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가정학습을 하면 연간 2주 내외는 등교하지 않아도 출석으로 인정해 준다. 사실상 등교 선택권이 주어진 셈이다. 이태원발(發) 집단 감염으로 코로나19의 지역사회 확산 우려가 큰 상황에서 입시가 임박한 고3과 중3을 제외하고는 가정학습을 선택하는 비율이 꽤 높을 것이다. 애초에 학교에 왜 가야 하는지 몰랐던 학생들과 이들의 건강을 걱정하는 학부모의 이해가 일치할 가능성이 크다. ‘학교의 미래, 미래의 학교’의 저자 김재춘 영남대 교수(전 교육부 차관)는 “학교가 자생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나. 강제로 다니게 하고 그래야 상급 학교 진학 자격을 주므로 유지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200년 전 탄생한 근대 학교의 유효기간이 코로나19 사태로 더 짧아질 것 같다”고 했다. 등교가 미뤄진 두 달여 동안 학교는 온라인 개학을 했고 교사는 원격 수업을 제공했다. 누구도 총대를 메지 않으려던 미래 교육이 최소한 5년은 앞당겨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인적으로는 수업·등교 선택권이 원격 수업만큼이나 학교를 바꿀 것이라 생각한다. 지난해 학업을 중단한 초중고교생은 5만2539명. 이미 탈(脫)학교 흐름이 거센데 코로나19로 ‘꼭 학교에 가야 하나’는 의문이 커지기 시작했다. 수업과 등교의 선택권을 경험한 학생들은 획일적인 공교육에 코로나 이전처럼 순응하기 어려울 것이다. 혁신이 두려운 교육 공급자도, 입시 경쟁으로 앞만 보던 수요자도 코로나19 사태로 깨달았다. 네모난 교실에 모여 책상 줄을 맞춰 앉아 똑같은 교과서를 배우는 것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지식이라면 학교 밖에도 배울 곳이 널려 있다. 코로나 이후, 학교의 기능과 역할이 재정립되지 않는다면 학생들은 영영 학교로 돌아가지 않을지도 모른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 2020-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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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시대의 효도[횡설수설/우경임]

    포항의료원에 두 달 넘게 입원 중인 104세 최모 할머니는 국내 최고령 코로나19 확진 환자다. 어제 최 할머니의 가슴에는 붉은색 카네이션이 곱게 달렸다. 가족들과 만날 수 없어 쓸쓸히 어버이날을 보낼 할머니를 위해 의료진이 달아드렸다. 혹시라도 외로움과 상심이 깊어져 최 할머니의 병세가 악화될까 준비한 것이다. “고맙습니다.” 다행히 최 할머니는 두 손을 모아 인사하며 연신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전국의 요양병원·요양시설에서 오매불망 자식들 보기만을 기다리는 어르신이 많다. 6일부터 생활방역 체제로 전환됐음에도 고위험군인 어르신과 기저질환자가 밀집한 생활을 하는 요양병원·요양시설은 아직 외부인에게 문을 열지 않았다. 방역당국은 “올해는 면회를 자제하고 영상통화로 안부를 살피는 게 좋겠다”고 권고하고 있다. 자식들은 속이 타들어간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요양병원·요양시설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다수 발생했고, 고령일수록 치명률이 높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면회를 허용하기가 조심스럽다. 최 할머니 역시 요양시설 내 집단감염으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일부 시설은 유리벽을 사이에 두거나, 야외에 비닐 천막을 설치해 면회를 하도록 한다. 동영상을 찍어 가족들에게 보내주거나 어버이날 당일 예약시간을 정해두고 화상통화를 연결해 주는 곳도 있다. ▷자식들이 두려워하는 최악의 상황은 코로나로 격리되거나 면회가 금지돼 임종을 지키지 못할 경우다. 특히 확진 환자는 감염 우려가 있어 화장이 끝나고 한 줌의 재로 만나게 된다. 작별 인사를 나눌 기회도 없이 허망하게 떠나보낸다면 그 상실감이야 이루 말하기 어려울 터다. 이에 대구가톨릭대병원은 음압병실을 임종실로 만들어 가족 중 1명이 레벨D 방호복을 입고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도록 했다. 화장 순서가 밀려 있거나 드라이브스루 장례식을 치르는 해외에 비하면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엄격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던 지난달 주말, 옆집 노부부 댁에 마스크를 쓰고 장갑을 낀 아들이 ‘딩동’ 벨을 누르고는 장바구니를 내려놓고 발길을 돌리는 모습을 봤다. 버선발로 뛰어나온 할머니는 아파트 복도 창밖을 내다보며 장성한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손을 흔들었다. 주위에선 ‘대구에 계신 부모님께 매일 새벽배송 업체를 통해 음식 재료를 배달시켰다’ ‘요구르트를 정기 배달시키고 안부를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등 코로나 효도법이 공유된다. ‘거리는 멀어도 마음은 가까이’. 어느 시대든 효도는 충분치 못하고 자식들의 가슴은 후회로 차오르기 마련인데, 코로나 시대는 효도의 법칙마저 바꿔버렸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 2020-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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