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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우경임 논설위원입니다.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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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4~202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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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10%
건강10%
  • [횡설수설/우경임]평해튼

    ‘(남측) 언론들이 평양 시내 초고층 건물들이 미국 뉴욕 맨해튼을 방불케 한다고 전했다.’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수행한 남측 방북단과 언론의 반응이라며 이른바 ‘평해튼’을 자랑한 북한 노동신문의 27일 보도다. 화사한 옷을 입고 휴대전화로 통화하며 빽빽한 건물 사이를 걷는 평양 시민들의 모습. 방북단이 전하는 소식과 사진을 보면 평양은 상전벽해(桑田碧海)다. ▷평양과 맨해튼을 합성한 신조어 평해튼은 2016년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북한 부유층의 일상을 소개하며 만든 말이다. 김정은 시대 들어 은하거리(2013년), 위성거리(2014년), 미래과학자거리(2015년)가 줄줄이 완공됐다. 지난해 4월엔 ‘평양속도전’으로 단 1년 만에 여명거리가 완공됐다. 약 90만 m² 규모에 70층 아파트를 비롯한 고층 건물 44개동(4808가구)이 들어섰다. 이런 평해튼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아직 냉소적이다. ‘북한 내부에서’라는 평양 방문기를 펴낸 영국 건축가 올리버 웨인라이트는 사람이 없는 거리를 두고 “체제 선전을 위한 거대한 세트장 같다”고 했다. ▷코미디 영화 ‘몬티 파이튼’ 시리즈 주인공이자 BBC 여행 프로그램인 ‘80일간의 세계일주’ 진행자로 유명한 마이클 페일린. 북극, 사하라사막 등 안 가 본 곳 없는 그가 5월 드디어 북한 땅을 밟았다. 그의 여행기를 최근 영국 채널5가 방영했는데 호평이 쏟아진다. 페일린은 김일성 김정일 동상의 어느 한 부분이라도 잘려 방송되면 안 된다는 이유로 개미처럼 카메라에 잡혀 대사를 읽거나 오전 5시 꽝꽝 울려 퍼지는 기상 음악 ‘어디에 계십니까, 그리운 장군님’에 놀라 깨어난다. 경직된 사회에서 좌충우돌하는 코미디 배우의 모습이 요샛말로 웃프다. ▷북한 전문 여행사인 ‘고려투어’ 대표인 닉 보너가 페일린의 이번 여행에 동행했다. 보너는 언론 인터뷰에서 동상 앞에서 주머니에 손을 넣거나 뒷짐 지지 않기, 김정은 사진이 실린 신문 구기지 않기 등 북한 여행 주의사항을 알려준다. “북한은 변화를 원한다. 그런데 그 변화가 주민들이 아닌 지도자가 원하는 방향인 듯해서 걱정이 된다.” 평양을 보고 온 페일린의 소감이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 2018-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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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우경임]“엄마, 아빠를 돌려주세요.”

    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7세 어린이 수십 명의 깜찍한 항의 시위가 있었다. “스마트폰이랑 놀지 말고 나랑 놀아 주세요.” 맨 앞줄서 구호를 외친 에밀 루스티게는 엄마, 아빠가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것이 고민이었다. 알고 보니 친구들도 똑같은 고민을 하길래 길거리 시위를 계획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이를 알리고 시위를 도운 것은 에밀의 아빠. “함께 있어도 아빠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아들의 항의 때문이었다. 그의 아빠는 심지어 소아과 의사였다. ▷청소년의 33%가 ‘부모가 스마트폰을 그만하면 좋겠다’고 답했다는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청소년발달연구소의 조사 결과가 있다. 자신이 부모의 관심 밖이라고 느낀다는 것이다. 독일인명구조협회는 올해만 어린이·청소년(15세 미만) 20명이 익사했다고 물놀이 떠나는 ‘스마트폰 붙박이’ 부모에게 주의를 당부한 바 있다. 실제로 1월엔 중국의 한 워터파크에서 아이가 물에 빠진 줄도 모른 채 엄마가 스마트폰을 보는 동영상이 공개돼 공분을 샀다. ▷한국의 아파트에선 게임에 빠진 사춘기 아이를 혼내는 큰 소리가 주요 층간소음이다. 6월 여성가족부가 초중고교생 129만 명을 조사했더니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이 15%나 됐다. 그래서 스마트폰 중독은 부모의 골칫거리인 줄 알았다. 한데 아이들의 눈으로 보면 부모도 다를 바 없으면서 잔소리만 하는 셈이다. 사실 기저귀도 떼기 전에 스마트폰을 쥐여주고, 집에 오면 가족끼리 대화는커녕 스마트폰을 끼고 있는 어른들 아닌가. ▷스마트폰 중독은 도박, 쇼핑처럼 비물질 중독에 포함된다. 긴장 우울 같은 심리적 불안을 해소하고자 탐닉하게 된다. 부모와 바람직한 애착관계가 형성되고, 의사소통이 원활하면 스마트폰을 멀리한다. 굳이 스마트폰에 의존하지 않아도 마음의 소용돌이를 해결할 방법이 있어서다. 그동안 스마트폰 중독 연구에서 축적된 결론이다. 중독이 대물림되는 이유도 설명이 된다. 아이와 눈을 마주치기, 대화하기, 그리고 같이 놀아주기. 스마트폰이 아무리 발달해도 부모를 대신할 수는 없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 2018-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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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우경임]자기소개서 가슴앓이

    자기소개서를 표절했다가 불합격 처리된 수험생이 2018학년도 대입에서만 1406명.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도입한 ‘유사도 검색 시스템’을 통해 표절을 걸러냈는데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수험생들은 아주 평이한 질문을 받아들고도 자기소개서 쓰기를 쩔쩔맨다. 자신에 대해 쓰는 것이니 정답이 있을 리 없는데도 사지선다형 문제 풀이에만 익숙해진 탓이다. ▷자기소개서 분량은 최대 5000자(원고지 25장). 이를 채우기 위해 대입에 성공한 선배들의 자기소개서를 베끼거나 짜깁기를 하려 든다. 자기 생각을 글로 옮기기 어려워해 표절뿐 아니라 대필도 광범위하게 이뤄진다. 서울 대치동 학원가의 맞춤형 자기소개서 공정가격이 100만 원 안팎. 누가 쓰느냐에 따라, 첨삭 횟수에 따라 300만 원까지도 뛴다. 한 입시 컨설턴트는 “학원을 찾거나 선생님 또는 부모의 도움을 받기 때문에 100% 순수 자기소개서는 없다”고 단언했다. ▷하반기 취업 시즌을 맞아 취업준비생들도 자기소개서 쓰기에 끙끙대기는 마찬가지다. 잠깐만 인터넷을 검색해도 자기소개서 작법 교육이나 첨삭, 대필 광고가 주르륵 뜬다. 이런 수험생들을 걸러내고자 기업들은 인공지능(AI)을 서류전형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롯데그룹이 AI 시스템으로 자기소개서 표절을 걸러냈더니 상반기 서류전형에서 2% 정도가 탈락했다. AI는 수천 명의 자기소개서를 사람보다 수백 배 빠른 속도로 검증한다. 공정성 시비가 생길 리 없고, 효율성도 높아 기업들은 더욱 확대할 모양이다. ▷자기소개서에는 화려하거나 현학적인 표현보다는 투박해도 진실을 담아야 한다. 그래야 글을 쓴 사람의 이미지가 선명하게 떠오를 수 있다. 연애편지든, 자기소개서든, 일기든 진정성이 사람을 움직이는 법이다. 그런데 인간이 아닌 AI가 입학사정관이나 인사담당자로 본격 활약한다면 인간의 진정성은 통할 수 있을까. 인간은 수학이 어렵고, AI는 공감이 어렵다. AI한테 자기소개서를 제출하고 면접을 봐야 한다면 다시 입사에 성공할 자신이 없다는 생각까지 든다.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머릿속이 하얘질 취업준비생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 2018-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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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우경임]歷史 소각장이 된 박물관

    3일 날이 밝았고 붉은 화염은 사라졌다. 검게 그을린 외벽만 남은 브라질 국립박물관은 마치 거대한 소각장처럼 보였다. 인류의 역사를 증언하는 유물 2000만 점을 한 곳에 모아 불태운 셈이 됐다. 1만2000년 전 여성 두개골인 루지아는 가장 오래된 유골 중 하나로 인류의 이주 경로를 이해하는 열쇠였다. 500만 개의 절지동물 표본, 브라질 원주민 언어 녹음 기록, 이집트 케리마 공주 등 미라 7개…. 이를 토대로 이뤄진 연구도 함께 소실됐다. 전쟁 중 불탄 것으로 알려진 ‘인류 지식의 보고’ 고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화재와도 비견된다. ▷인류의 역사를 잿더미로 만든 이번 화재는 인재(人災)였다. 박물관이 문을 닫은 뒤 불길이 번졌는데 초기 진화에 실패했다. 브라질에 경제위기가 닥친 2014년 이후 연간 예산이 대폭 삭감돼 국립박물관의 보수도, 관리도 이뤄지지 않았던 탓이다. 스프링클러도 없었고 박물관 소화전 물탱크가 비어 있어 근처 호수에서 급수차로 물을 길어 와야 했다. 1818년 건립된 국립박물관은 5월 200주년을 맞았는데 당시 30개 전시실 중 10개가 문을 닫은 상태였다. ▷검은 비가 내리는 국립박물관 모습이 국운이 쇠한 브라질의 모습과 겹친다. 이 나라는 2000년대 신흥 경제대국으로 떠올랐던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중 맏형이었다. 이 시기 과도한 복지정책은 재정위기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박물관 연간 예산은 12만8000달러였는데 최근 5년간 전액 지원된 적이 없었다. 지난해는 8만4000달러, 올해는 1만3000달러(약 1450만 원)만 지원됐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우리가 누구인지를 잃어버렸다.” 고고학계의 탄식이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프랑스 루브르 등 세계적인 박물관들도 일제히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했다. 국립박물관 앞에 모인 국민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이번 화재가 브라질 정부의 무능과 경제난에 대한 분노에 불을 댕길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 현지 신문 오글로부에는 이런 글이 실렸다. “일요일의 비극은 일종의 국가적 자살이다. 그리고 과거와 미래 세대에 대한 범죄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 2018-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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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우경임]A고교 사태의 ‘공범’

    ‘우리 딸은 당신 딸의 들러리가 아니다.’ 30일 서울 강남 A고교 정문에 성난 엄마들이 벽보를 붙였다. 이 학교 교무부장이 나란히 문·이과 1등을 차지한 쌍둥이 딸이 볼 시험지와 정답을 사전 검토했다는 감사 결과가 발표되자 집결한 것이다. 엄마들은 혹시 딸의 수업에 방해될까 구호를 외치는 대신 침묵을 지켰다. 경찰 수사로 밝혀질 테지만 시험지와 정답 유출이 사실이든 아니든 우리 교육은 사망 선고를 앞두고 있다. ▷시험지 유출이 사실로 드러나면 공교육의 근간이 흔들린다. A고교는 한 해 수십 명씩을 이른바 SKY대에 보낸다. 이런 명문고에서 교사가 직접 반칙을 했으니 그동안 시험지 유출 사건과는 파장이 다를 것이다. 가뜩이나 학교의 실력을 믿지 못해 학원을 찾는다고 한다. 그런데 공교육의 ‘마지막 보루’인 교사의 직업윤리마저 무너진다면 학교도 함께 붕괴할 것이다. 경찰 입회 아래 시험 출제와 배포가 이뤄지고, 교실마다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라는 요구가 빗발칠 것이다. 고교 내신을 반영하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등 현행 대입제도도 위태로워진다. ▷교사의 배신도 뒷맛이 쓰다. 교사인 아빠가 “딸들을 고교 입학 후 수학학원을 보냈더니 성적이 올랐다”고 해명했다. 해당 학원에서 딸들이 속한 ‘레벨’로는 전교 1등이 어렵다고 엄마들이 반박했고 ‘쉬쉬’하던 사건은 더 커졌다. 지난달 대입 공론화 과정에서 교사 단체들은 학종을 축소하고 수능 위주 전형인 정시를 확대하는 방안에 반대했다. 고교 교육을 살려야 한다는 취지였다. 벌써 학부모들은 “학종이 교사 자녀들에게 유리한 전형이라 그런 것 아니냐”며 진의를 의심하고 있다. ▷만에 하나 사실이 아니더라도 해당 쌍둥이 자매는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쉽지 않을 것이다. 피도 눈물도 없는 내신 경쟁에 교육 현장에 불화와 의심이 피어오르고 있다. 서울 강남 고교에선 필기한 공책이나 수행평가 보고서가 종종 사라진다고 한다. 우리 교육의 참담한 모습이다. 미리 가르친 학부모가 문제인지, 안 가르친 교사가 문제인지, 정치로 왜곡된 교육행정이 문제인지 모르겠다. 어쩌면 모두가 A고 사태의 ‘공범’은 아닌가.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 2018-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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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우경임]나쁜 아빠들

    26세 아빠도, 73세 아빠도 있었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아빠들의 신상을 폭로하는 사이트 ‘Bad Fathers(나쁜 아빠들)’. 지난달부터 양육비 지급 판결에도 이를 외면한 나쁜 아빠 16명의 개인정보를 사진과 함께 공개하고 있다. 양육비 지급을 약속하면 명단에서 이름을 빼준다. 망신주기 효과를 노렸는데 성공한 전례도 있다. 코피노(Kopino·한국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아빠 찾기 사이트가 개설된 이후 연락이 두절됐던 한국인 아빠 40명이 나타났다. ▷비혼 이혼 사별 등으로 홀로 아이를 키우는 한부모 가구는 약 44만 가구. 10명 중 8명은 상대방과 헤어지고 양육비를 받지 못한다. 일을 하며 아이를 키우는 한부모들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양육비 소송을 지레 포기한다. 소송에 진 상대방이 양육비를 주지 않아도 처벌은 없다. 3년 전엔 정부가 양육비를 대신 받아주는 양육비이행관리원이 문을 열었다. 그러나 재산을 숨기거나 주소를 옮겨가며 도망 다니면 양육비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 법에 기대기 어려우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여론 재판에 나선 것이다. ▷덴마크에는 아이만 낳고 튀는 ‘히트앤드런(Hit and Run)’ 방지법이 있다.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정부에서 양육비를 먼저 지원하고 월급에서 원천징수를 한다. 미국과 영국, 스웨덴에선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계좌를 압류할 수도, 여권이나 운전면허를 취소할 수도 있다. 양육비 지급을 채권-채무 관계로 보는 한국과 달리 아동학대라고 보기 때문이다. ▷한부모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90만 원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양육비 지급 이행 요구에 소극적이다. 2015년 한부모 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상대방과 얽히기 싫다’(42%)는 이유가 많았다. 비혼 부모는 결별 과정에서, 이혼 부모는 재판 과정에서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해 원수가 되어 버린다. 다시는 만나고 싶지도 않고, 양육비를 끊어 화풀이를 하기도 한다. 사랑도, 이별도 어른들의 선택이다. 가여운 건 부모를 선택할 수 없는 아이들이다. 헤어지더라도 부모로서 할 일은 해야 한다.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 2018-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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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우경임]유튜브 조작 사건

    인터넷방송 세상에서 인터넷BJ이자 유튜브크리에이터 A 씨는 신화적 존재다. 곰팡이 핀 손바닥만 한 옥탑방에서 시작해 4억 원대 슈퍼카 구매 영상을 남길 정도로 성공했다. 최근 그가 유튜브 구독자를 끌어모으려고 300만 원짜리 컴퓨터를 경품으로 내걸었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경품 당첨자 5명이 동일 인물임을 네티즌 수사대가 밝혀냈고, 속았다고 생각한 구독자들의 탈퇴 행렬이 이어져 구독자가 20%나 줄었다. ▷다른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은 A 씨의 유명세와 몰락을 콘텐츠 삼아 돈벌이에 나섰다. ‘A 씨의 사생활이 문제 있다’ ‘평소 품행이 나쁘다’ 같은 내용의 영상을 반복해서 생산하고 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은 어떡하든 영상의 조회수를 올리고, 구독자들의 체류시간을 늘려 돈을 번다. 내용이 참이든 거짓이든, 증오심을 퍼뜨리든 말든, 이슈를 먹고 자라는 유튜브의 속성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유튜브는 한국인이 가장 많이, 가장 오래 사용하는 앱이다. 조회수를 늘릴 수만 있다면 가짜 경품뿐이랴. 가짜 뉴스도, 가짜 영상도 난무한다. 한국에서 유튜브는 동영상을 유통시키는 플랫폼만 제공할 뿐이고, 이용자 성향에 맞춰 제공하는 추천 동영상도 가치중립적인 ‘알고리즘’이 결정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에선 7월 거액을 투자해 전문가 패널을 배치하고, 구글 뉴스 엔진 등을 활용해 뉴스 신뢰성을 검증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기계의 판단만 믿는 것은 위험하다는 의미다. ▷최근 미국에서 애플, 유튜브,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가 일제히 극우주의자 앨릭스 존스의 ‘인포워스(Infowars)’ 콘텐츠를 삭제했다. 그때까지 “9·11테러는 미국 정부의 자작극”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은 총기를 규제하려는 음모”라는 그의 주장이 여과 없이 퍼져나갔다. 일본 유튜브는 혐한(嫌韓) 발언을 일삼던 일본 우익 논객 다케다 쓰네야스의 채널을 폐쇄했다. 해외에선 소셜미디어 플랫폼에도 사람의 판단이 개입하기 시작했다. 결국 사회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도, 위험에서 구해내는 것도 사람인 듯하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 2018-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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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우경임]김정남 암살범 유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일의 장남인 김정남은 ‘비운의 황태자’로 불렸다. 어머니 성혜림은 김정일과 만날 당시 이미 월북작가 리기영의 아들과 결혼한 상태였다. 김정남은 이 ‘잘못된 만남’으로 1971년 태어났다. 9세에 북한을 떠나 일생 동안 해외를 전전했다. 북한으로 돌아간 건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피살되고 나서였다. 사후 한 달 반이 지나 비닐과 끈에 겹겹이 싸인 채 암살 용의자들과 함께 평양행 비행기에 올랐다. ▷16일 말레이시아 샤알람 고등법원은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시티 아이샤(26), 도안티흐엉(30)에게 유죄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범행 당일 두 여성은 2분 33초 만에 김정남을 붙잡고 치명적인 VX 신경작용제를 발랐다. 암살에 관여했던 북한인 8명은 모두 말레이시아를 떠났고 “리얼리티 쇼인 줄 알았다”고 주장하는 여성 2명만 법의 단죄를 받게 됐다. 당시 국정원은 김정남 암살이 실행될 때까지 유효한 명령을 뜻하는 스탠딩 오더(standing order)라고 했다. ▷김정남에 대한 김정일의 부정은 각별했으나 이복동생이 후계자로 지목되고선 끊임없이 암살 위협에 시달렸다. 2012년 4월 김정은에게 편지를 보내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응징 명령을 취소해 주기 바란다. 피할 곳도 없고, 도망갈 곳은 자살뿐”이라고 애걸하는 처지였다. 젊은 독재자는 ‘유일영도체제’ 아래서 백두혈통 김정남의 존재 자체만으로 불편했던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남북 정상회담 이후 김정은의 한국 내 주가가 치솟았다. 김정은을 만나 악수한 뒤 “너무너무 영광”이라고 말한 걸그룹도 있다. “자유스럽고 호탕했다. 다행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다”(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우리나라에서 큰 기업의 2, 3세 경영자들 가운데 김정은만 한 사람이 있느냐”(유시민 작가) 등 호평도 쏟아졌다. 하지만 그가 이복형 김정남을 잔인하게 죽이고, 북한 주민의 인권을 탄압해온 어두운 면이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1년 6개월 전 김정남 피살 사건은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까지 거론됐으나 지금은 다 잊은 듯하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 2018-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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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우경임]여성 독립운동가

    ‘남자들은 각처에서 독립을 선언하고 만세를 부르는데… 무지몽매하고 신체가 허약한 여자의 일단(一團)이나 같은 국민, 같은 양심의 소유자이므로 주저함 없이… 동포여, 빨리 분기하자.’ 1919년 3·1독립선언서보다 한 달 앞서 썼다는 대한독립여자선언서다. 중국 서간도에서 활동하던 애국부인회가 여성들의 독립투쟁을 독려하기 위해 쓴 격문이었다. ▷3·1운동은 남녀 구분 없이 온 국민이 단결했던 민족운동이었다. 여성으로는 주로 유관순 열사만 기억되지만 17세 나이로 3·1운동에 참여했다 옥중 순국한 동풍신 열사도 있다. 이듬해 이를 재연했다 옥고를 치른 배화여학교 김경화 박양순 성혜자 소은명 안옥자 안희경 등 ‘제2 유관순’도 적지 않았다. 1920년 평남도청에 폭탄을 투척했던 안경신 열사처럼 작고 연약한 몸으로 항일 무장투쟁에도 참여한 ‘무명’의 여성도 많다. ▷독립운동가 남편을 둔 아내의 희생과 의연함은 끈질긴 독립운동의 밑거름이자 무기였다. 신흥무관학교를 세운 우당 이회영 선생의 아내인 이은숙 여사는 양반가 외동딸로 태어났으나 타지에서 독립운동가들을 밥해 먹이고 삯바느질로 군자금을 대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쪽지 한 장 남길 수 없었던 당시 독립운동가의 숨결을 세세히 기록한 ‘서간도 시종기’라는 회고록도 썼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아내인 이혜련 지사는 자녀 5명을 홀로 키우다시피 했다. 아내, 엄마로 고달픈 나날이었지만 미국에서 대한여자애국단을 구성하고 독립자금을 모금해 조국을 도왔다. ▷1909년 3월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수의를 지어 보내니 이 옷을 입고 가거라’며 사형을 앞둔 안중근 의사와의 면회는 끝내 하지 않았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 안 의사 사후에도 임시정부 뒷바라지를 했던 어머니 역시 독립운동가였다. 그럼에도 여성 독립운동은 잊혀진 역사다. 나라 잃은 설움에 가부장제 속박까지 여성의 삶은 이중 삼중으로 가혹했을 터다. 나라는 되찾았지만 이름은 찾지 못한 여성 독립운동가가 많다. 더 늦기 전에 치열했지만 가려진 삶이 온전히 빛을 보기를 바란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 2018-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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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우경임]출석번호 1번

    ‘1번 강○○ 군’ ‘51번 김○○ 양’처럼 출석번호를 남학생부터 매기는 것은 성차별이라고 국가인권위원회가 9일 판단 내렸다. 올 초 서울 A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을 둔 엄마가 “출석번호가 여학생을 차별한다”고 이의를 제기한 결과다. 인권위는 “남학생에게 앞번호, 여학생에게 뒷번호를 부여하면 남성을 여성보다 우선시한다는 차별의식을 확산시킬 수 있다”고 했다. ▷성차별적 관행을 개선하라는 권고를 받아든 A초교 교장은 다소 억울할 것 같다.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성차별을 한 것이 아니라 새 학년을 맞기 전에 4∼6학년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 전원에게 설문조사까지 해서 붙인 번호여서다. 학부모들은 ‘남녀 구분 없이 가나다순으로 정하자’는 응답(49.6%)이 많았던 반면에 정작 학생들은 ‘남학생 1번부터, 여학생 51번부터 하자’(53.9%)고 선택한 점도 흥미롭다. ▷이를 두고 인터넷상에선 갑론을박이 오갔다.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남자는 1·3번, 여자는 2·4번으로 시작하는 것도 성차별 아니냐, 가나다순으로 부여하면 ‘ㅎ’ 성을 가진 학생을 차별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14년 전엔 주민등록번호에 성차별적 요소가 있다는 진정이 접수됐다. 인권위는 전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제도라 개별적인 사건으로 다룰 게 아니라는 취지로 각하했다. 사회 시스템 전반을 손질해야 하는 혼란을 우려했을 게다. ▷출석번호 같은 형식적인 성평등보다 실질적인 성평등이 중요한 시대다. 인권위가 인권 문제를 간과한 점도 아쉽다. 학생에게 번호를 매기는 관행 자체가 인권과 거리가 멀다.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선 학생에게 식별번호를 부여하지 않는다.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는 평균 22.3명이다. 학생들이 빽빽이 앉은 ‘콩나물 교실’이라 이름 외우기 힘든 시절이 아니다. 번호로 불리면서 교련 수업을 받던 시절도 아니다. 굳이 출석번호를 매기는 것이 교사들의 편의 때문은 아닌지 의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인권위 권고를 받아들여 가나다순 출석번호를 권고한다고 한다. 이참에 출석번호를 없애는 것은 어떨까.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 2018-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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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우경임]SNS 기업 주가 폭락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는 끝나가는가. 2분기 실적 발표가 있던 지난주 페이스북과 트위터 주가가 각각 20% 폭락했다. 연이은 SNS 기업 주가 폭락이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붕괴를 연상시킨다. 이들 기업의 성장동력은 이용자 수다. 많은 이용자를 연결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광고를 유치하고 돈을 번다. 그런데 이용자가 감소할지 모른다는 신호가 감지되자 너도나도 주식을 던져버렸다. ▷세계 인구 절반이 SNS를 한다. 이렇듯 SNS 이용자가 늘어난 데에는 가짜 뉴스들이 한몫했다. ‘좋아요’ ‘리트윗’ 버튼을 타고 자극적인 이슈들이 퍼져 나갔다. 이들 기업은 돈이 되는 가짜 뉴스의 유통을 방치해 왔다. 국내 SNS 기업 역시 위기를 맞고 있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이 보여주듯 네이버 카카오 등 SNS가 가짜 뉴스에 오염된 지 오래다. 이용자들은 공공성을 상실한 SNS 플랫폼을 떠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SNS는 올드미디어를 대체할 뉴미디어로 떠올랐다. 그러나 신뢰의 위기에 봉착한 뉴미디어는 오히려 올드미디어 흉내를 낸다. 최근 페이스북은 독립적인 팩트체크 기관을 통해 거짓 게시물을 분류하고, 이 게시물에는 관련 뉴스들을 배치해 검증할 수 있게 했다. 그런데 페이스북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고백했듯이 개인정보 보호와 가짜뉴스 모니터링은 비용을 수반한다. 이윤 추구를 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면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9일(현지 시간) “가짜 뉴스가 어떻게 ‘국민의 적’이란 문구로 바뀌었는지 대화했다”며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 NYT 발행인과의 만남을 트윗으로 공개했다. 설즈버거는 “가짜 뉴스란 용어가 거짓이라고 지적했고, 대통령이 언론인을 ‘국민의 적’으로 낙인찍은 데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며 품격 있게 받아쳤다. 그러면서 “나는 대통령에게 NYT에 대한 공격을 멈춰달라는 게 아니라 언론에 대한 공격을 재고하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언론 공격은 결국 미국을 해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맞짱 뜨기’. 언론에 대한 신념을 지닌 뉴욕타임스 발행인은 할 수 있되 뉴미디어는 아마 어려울 것이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 2018-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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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우경임]중국 백신 파동

    중국의 부모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영·유아 수십만 명이 접종한 DPT(디프테리아 백일해 파상풍) 백신 등이 ‘가짜 백신’으로 판명됐다. 창춘창성(長春長生)바이오테크놀로지가 가짜 백신을 제조한 사실을 보건당국이 알고도 쉬쉬했던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분노한 민심이 시진핑 국가주석과 중국 공산당으로 향하고 있다. ▷아프리카를 순방 중이던 시 주석이 “끝까지 조사해 책임을 물으라”며 직접 수습에 나섰지만 민심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소리(VOA)는 중국 각지 어린이병원에서 “독(毒)제도 독정부, 중국 공산당을 전복하자”는 낙서가 발견됐다고 24일 전했다. 주중 미국대사관 웨이보에는 “중국 안에 미국산 백신을 맞을 수 있는 접종소를 설치해 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과감히 칼을 뽑고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나선 시 주석으로선 굴욕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백신 파동이 일파만파로 퍼진 배경에는 지난 40년간 급속히 성장한 중국 중산층이 있다. 개혁·개방의 혜택을 본 이들은 3월 시 주석이 장기집권의 길을 닦고 공산당 독재를 강화한 개헌이 시대착오적이라고 생각했을 터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경제가 침체할 것이란 우려도 커졌다. 꾹꾹 참던 민심의 뇌관을 건드린 것은 ‘내 아이의 안전’이었다. 백신을 맞힌 부모부터가 바로 1979년 한 자녀 갖기 운동 이후 태어난 ‘소황제’가 아니던가. 정부를 향한 분노의 수위가 10년 전 멜라민 분유 파동 때와는 다른 것도 이 때문이다. ▷유능한 관료가 국가를 이끈다는 현능주의(meritocracy)가 서구 민주주의보다 낫다는 자부심이 유난히 강한 중국이었다. 그러나 이번 백신 파동으로 국민에게 책임지지 않는 현능주의의 허점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데이비드 런시먼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저서 ‘자만의 덫에 빠진 민주주의’에서 경제, 전쟁 위기를 맞이할 때마다 민주주의는 유연성과 다양성을 발휘해 극복했다고 분석했다. 비록 혼란이 뒤따를지라도 소수의 결정에 의존하는 전체주의보다 적응력이 뛰어났다는 설명이다. 과연 ‘시진핑 체제’는 이번 위기에 어떻게 응전할 것인가.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 2018-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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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우경임]먹물 쓴 시황제 초상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초상화에서 검은 먹물이 흘러내린다. 이를 배경으로 29세 여성 둥야오충(董瑤瓊)은 “시진핑 독재 폭정에 반대한다”고 외친다. 최근 트위터를 통해 생중계된 중국 상하이(上海) 시내에 걸린 ‘중국몽’ 선전물 먹물 투척 사건이다. 인터넷상에선 시 주석 먹물 낙서를 모방한 사건이 잇달아 숨어 있는 중국 민심을 보여줬다. 2018년 3월 시 주석이 개헌으로 장기 집권의 길을 닦고 ‘시황제’로 등극한 지 반년도 지나지 않았다. ▷선거로 선출되지 않는 중국 공산당의 집권 정당성은 경제에서 찾을 수 있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공산당을 중심으로 단결해 연간 10% 안팎의 고도성장을 해왔다. 지난해 10월 시 주석이 ‘2050년까지 미국을 뛰어넘는 사회주의 강대국을 실현하겠다’고 장담한 배경이다. 개혁·개방 이후 40년간 역사를 되돌려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천명하며 민주주의와의 경쟁에서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1990년대 근대화이론은 경제 성장을 민주주의 이행의 전제로 봤다. 어느 정도 배가 불러야 개인의 권리를 자각하고 민주주의로 나아가게 된다는 논리다. 활발한 논쟁이 벌어졌던 근대화이론이 퇴조한 데에는 중국의 역할이 컸다. 중국인 1인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 5000달러를 넘어도 사회주의 체제는 굳건했다. 이른바 ‘차이나 모델’을 보라면서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에 훈수를 두는 상황이 됐다. 그런데 이번 먹물 투척 사건이 ‘시진핑 체제’에 균열을 일으키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중국 경제가 타격을 입으면서 시 주석의 리더십이 상처를 입게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6.7%를 기록하며 성장세가 둔화됐고, 미국발 관세폭탄을 맞은 첨단기업을 중심으로 주가가 폭락했다. 국내적으로는 부동산 폭락을 막고 가계부채를 줄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내우외환(內憂外患) 경제 위기를 헤치고 시 주석은 계속 황제로 남을 수 있을까. 문제는 경제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 2018-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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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우경임]팝콘 브레인

    직접 게임을 하는 것도 아니고 게임을 시연하는 유튜브 동영상에 푹 빠진 아이에게 잔소리를 했다. “매일 (동영상 속) 그 형처럼 게임만 하는 백수가 되고 싶니?” 눈을 동그랗게 뜬 아이가 “이 형, 백수 아니야. 유튜브 크리에이터란 말이에요”라고 반박했다. 주먹을 불끈 쥐며 “나도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될 거야”라고 덧붙였다. ▷초등생이 선망하는 직업으로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꼽힌다. 장난감을 리뷰하는 ‘마이린 TV’ 진행자 최린 군(12) 같은 초등생 유튜브 크리에이터도 등장했다. 궁금한 게 생기면 포털 검색이 아니라 유튜브로 바로 영상을 찾는다. 지금 초등생들은 아장아장 걷기도 전에 동영상을 보고 자란 신인류다. 10대 동영상 이용 시간은 20∼50대에 비해 압도적으로 길다. 하지만 뇌의 발달이 아직 끝나지 않은 유아와 아동기 때 동영상을 오래 시청하면 위험하다는 경고음도 계속 울리고 있다. ▷2011년 데이비드 레비 미 워싱턴대 교수는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이를 설명했다. 온라인에 익숙해진 뇌는 튀어 오르는 팝콘처럼 즉각적인 자극에만 반응할 뿐 진짜 현실에는 무감각해진다.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학교 가기, 숙제하기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바로 앞에 있는 엄마의 화난 얼굴에서도 감정을 읽지 못해 현실 적응력이 떨어진다.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할 때마다 이런 경고는 반복되곤 했다. 1970∼1980년대 TV는 바보상자로 불렸다. TV를 끼고 살던 세대들이 지금 정보기술(IT) 혁명을 이뤄냈듯이 지금의 동영상 세대도 뭔가 대단한 혁명을 해낼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곧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한다. 사고력과 창의력, 소통 및 협업 능력이 AI와 구별되는 인간의 능력으로 중시될 것이다. 그런데 아이가 깊게 생각하긴 싫어하고 남의 감정을 읽을 줄 모른 채로 자라난다면…. 팝콘 브레인이 되지 않으려면 온라인 접속을 스스로 제한하고, 그것도 힘들면 창밖을 바라보거나 친구와 전화라도 하라고 레비 교수는 조언했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 2018-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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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우경임]성전(性戰)

    1977년 출간된 ‘이갈리아의 딸들’은 페미니즘 소설의 고전이다. 노르웨이 작가 게르드 브란텐베르그가 썼다. 남녀 역할을 바꾼 미러링(mirroring) 방식으로 뿌리 깊은 성차별을 비틀어 보여준다. 가모장제(家母長制) 유토피아로 묘사되는 상상의 나라 ‘이갈리아’. 움(Wom·여성)은 맨움(Manwom·남성)을 지배한다. 맨움인 주인공 페트로니우스가 움에게 강간을 당하자 엄마 브램 장관은 “모두 잊자. 더럽혀진 맨움을 누가 원하겠니? 이제 해가 진 다음 바닷가에 가선 안 돼”라고 달랜다. 페트로니우스는 맨움 해방운동에 투신한다. ▷여성우월주의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워마드(Womad)’도 여성혐오를 성별을 바꿔 재현하는 ‘미러링’을 표방했다. 여성을 ‘김치녀’로 부르면, 이들은 남성을 ‘한남충’(한국 남자 벌레)으로 부르는 식이다. 당초 여성혐오 문화를 바꿔 보자는 의도였겠으나 최근 과격한 일탈이 계속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천주교 성체(聖體) 훼손 사진과 꾸란 소각 사진이 온라인에 올라온 데 이어 성당을 불태우겠다는 글까지 나왔다. ▷12일 남성우월주의 성향의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의 한 회원이 “워마드에 꾸란 소각 사진이 올라왔다는 사실을 이슬람 테러단체에 알렸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슬람 단체와 접촉한 것은 테러방지법에 저촉되는 일이 아니냐”며 ‘빠른 처리’를 청원하는 글이 올라왔다. 인터넷상 남녀 전쟁은 익명성에 기대 혐오가 혐오를 재생산하는 양상을 보인다. 이런 혐오 발언과 행위들로 ‘미투 바람’을 타고 모처럼 관심을 모은 여성운동에 역풍이 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페미니즘 진영에선 여성혐오가 사라지면 미러링도, 남성혐오도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혐오는 결코 놀이가 될 수 없다.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없으면 타인에 대한 존중이라는 미러링의 목적도 빛이 바랜다. ‘결국 세상은 우리에 의해 바뀔 것이다.’ 혜화역 시위에 등장한 피켓이다. 양성평등을 원하는 다수 남성과 여성의 공감이야말로 세상을 바꿀 동력이 될 수 있다.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 2018-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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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난해도 행복한 아이들의 ‘대장’… “꼭 필요한 어른 되고싶어”

    《동아일보가 오늘부터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자에 ‘나눔의 행복’을 배달합니다. 봉사와 기부로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변화시키는 사람들을 소개하는 지면인 ‘행복나눔 면’을 신설합니다.》 “대장! 대장, 언제 왔어요?” 22일 학교 수업을 마친 은지(가명·10)가 서울 A아동복지시설로 뛰어 들어가며 ‘대장’을 큰 소리로 불렀다. 김광현 WE모두나눔봉사단장(47)과 눈이 마주친 은지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대장’은 아이들이 매달 한 번 A아동복지시설을 찾는 김 씨를 부르는 별명이다. 이곳엔 부모를 잃거나, 부모가 떠나 혼자가 된 아이들 70명이 모여 산다. 부모와의 이별을 경험한 아이들은 누구를 만나든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김 씨를 ‘대장’이라고 부르며 경계를 푼 건 최근 들어서다. 김 씨는 동료 배우들과 함께 이곳에서 2016년 6월부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김 씨는 인터뷰 내내 스스로를 ‘무명 배우’라고 불렀다. ‘아는 여자’ ‘범죄도시’ 등 영화에서 단역 배우로 활동했다. 그는 프로야구 선수 출신이다. 학창 시절 4번 타자로 활약한 김 씨는 1994년 OB베어스 포수로 프로에 데뷔했다. 이후 삼성 등에서 활동하다 2000년 한국프로야구선수협의회 출범 사태로 사실상 방출됐다. 20년간 야구밖에 몰랐던 김 씨는 그 뒤 사업에 손을 댔지만 실패했다. 사람도 만나기 싫었고, 우울증까지 찾아왔다. 가슴속에 꾹꾹 눌러 담은 아픔이 ‘무명 배우’라는 단어에서 묻어났다. “‘모든 것을 잃었다’는 생각에 우울증이 심해졌어요. 그 순간 저를 일으켜 세운 건 바로 봉사였어요. 나처럼 혼자 버려진 사람이 어딘가에 있을 텐데 이들에게 손을 내민 적이 있나, 내 곁을 지켜준 사람들을 당연하게 여긴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쳐갔죠.” 프로야구 선수 시절 구단 차원에서 1년에 한두 차례 보육원에 봉사활동을 다니던 기억이 떠올랐다. 지인을 따라 봉사활동을 시작한 김 씨는 2014년 무명 영화·연극배우들을 모아 WE모두나눔봉사단을 만들었다. 김 씨가 처음으로 향한 곳은 경기 여주시 밀알선교장애인쉼터였다. “한국이 자살률 세계 1위인데, 여주시가 전국 1위라고 하더라고요. 홀몸노인, 장애인 등 벼랑 끝에 서 있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래요.” 매달 한 번씩 쉼터를 찾아 건물 보수, 청소 및 미용 봉사를 했다. 단원들이 직접 삼계탕을 끓여 장애인들과 나눠 먹었다. 계속된 단원들의 봉사에 이곳에 머물던 장애인이 20여 명에서 50여 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의 사연을 알게 된 여주시가 열악한 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쉼터 형편도 나아졌다. 봉사단은 2016년부터 아이들도 돌보기 시작했다. 이날 A아동복지시설 마당에 머리를 감고, 자를 수 있는 시설을 갖춘 미용버스가 도착했다. 머리를 맡긴 아이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봉사단원인 미용사 한은진 씨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행복해진다. 아이들에게 인생을 배우고 간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며 미용봉사를 돕던 한상원 씨는 “우리를 보면 ‘고생한다’ ‘수고한다’ 하는데 봉사를 안 해본 사람들은 절대 알 수 없는 행복이 있다”며 “주는 기쁨은 받는 기쁨에 비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씨는 영화 촬영장에서 배우들에게 승마를 가르치면서 WE모두나눔봉사단과 인연을 맺었다. 처음 WE모두나눔봉사단이 출범했을 때 회비는 3만 원이었다. 회비를 모아 삼계탕도 끓이고, 집수리도 했다. 무명 배우의 벌이가 변변치 않다 보니 단장인 김 씨조차 회비가 밀리곤 했다. 지금은 정식 회원이 60명으로 늘어났고 회원들의 처지를 고려해 회비를 1만 원으로 내렸다. 다행히 후원금 또는 물품으로 도와주는 분들도 생겼다. 김 씨는 나눔활동의 궁극적인 목표로 ‘사회에 진출한 아이들을 돕는 것’이라고 밝혔다. 마땅히 기댈 곳 없이 사회로 나간 아이들은 홀로 생존을 위해 분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아이들이 달랑 500만 원 갖고 사회에 나간다는데 얼마나 힘들겠어요. 배우가 되고 싶으면 연기를 가르치고, 미용사가 되고 싶으면 기술을 가르치는 ‘멘토’가 되고 싶어요.” 미용버스 곁에서 바비큐 파티를 위해 고기를 굽는 김 씨와 단원들 주위로 아이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마당이 금세 ‘깔깔’ 웃는 소리로 가득 찼다. “이름도 없고, 돈도 없지만 아이들에게 필요한 어른이 되려고요. 외롭지 않도록요.”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후원·봉사 문의 WE모두나눔봉사단}

    • 2018-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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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일은 학교에서만 먹어요”… 급식없는 방학이 두려운 아이들

    《손우성(가명·9) 군은 세 살 때부터 할아버지(76)와 산다. 5년 전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로 손 군이 거의 매일 먹는 저녁 밥상은 백미밥, 소시지볶음, 김치, 된장찌개. 과일과 채소는 학교 급식 때나 간신히 먹는다. 지난해 빈곤, 가족해체, 부모 실직 등으로 보호자가 식사를 제공하기 어려워 결식 우려가 있는 아동은 31만7234명이었다. 전체 아동(848만447명) 100명 가운데 4명은 하루 세 끼 ‘먹거리 기본권’이 위협받고 있는 셈이다. 아동기 결식과 영양불균형은 성인이 되어서도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빈곤 대물림’이 될 수 있다.》아빠는 아파서 몇 년째 병원에 있고 엄마는 베트남으로 돌아갔다. 손우성(가명·9) 군이 할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이유다. 할아버지는 “공부는 꼭 해야 한다”며 기초노령연금으로 꼬박꼬박 손 군의 학원비를 낸다. 그런데 식생활은 할아버지의 돌봄 능력을 벗어난 일이었다. “그냥 내 먹는 대로 같이 먹는 거요.” 21일 손 군의 저녁 식단은 흰쌀밥, 소시지, 된장찌개, 김치였다. 점심으로 먹은 학교급식은 그나마 균형 잡힌 식단이다. 이날 손 군은 간식은 따로 먹지 않았다. 평소에는 보습학원을 다녀와서 김치볶음밥 등 밥을 간식으로 먹고 태권도학원에 간다. 22일 아침 식단은 흰쌀밥, 소시지, 김치찌개, 감자볶음, 매실장아찌였다. 과일은 거의 먹지 않는다. “과일은 학교에서만 먹어요. 어제 급식에는 수박 한 조각이 나왔어요. 체리를 좋아해요. 2학년 때 체리가 급식으로 나왔는데 정말 맛있었어요.” 할아버지는 “할머니 제사에나 사과, 배를 산다. 평소에는 거의 못 사 준다”고 했다. TV 한 편에 놓인 꼬깃꼬깃한 마트 영수증에는 소시지 등 7800원이 적혀 있었다. 고기와 생선 섭취량도 부족했다. 손 군은 “집에서 고기 구워 먹은 기억이 없어요. 고기보다 고등어가 더 먹고 싶어요”라고 했다. 우유는 학교 급식으로 매일 먹고 있다. 손 군은 기초생활수급자에 해당돼 급식카드를 지급받을 수 있다. “급식카드를 쓰시면 한 끼는 편하게 드실 수 있다”고 했더니 할아버지는 “안 쓴다”고 했다. 하루는 급식카드를 가지고 짬뽕을 먹으러 갔는데 사용을 거절당했다. 할아버지는 현금을 지불했고 이후 꼬박 하루 세 끼 밥상을 차린다. 소득에 따라 건강 격차가 벌어지는 현상은 통계로도 입증된다. 동아일보는 중고교생 6만여 명이 참여한 2017년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 원자료를 분석했다. 스스로 건강 상태를 평가하도록 했더니 자신이 소득 ‘상’에 속한다고 한 집단의 47.8%가 건강 상태를 ‘매우 좋다’고 평가했다. 소득 ‘하’ 집단(21.3%)보다 2.24배로 많았다. 반면 소득 ‘하’ 집단 3.3%가 건강 상태를 ‘매우 나쁘다’라고 평가했는데 소득 ‘상’ 집단의 5.5배였다. 일주일간 과일 섭취 빈도, 채소 섭취 빈도도 소득에 따라 차이가 컸다. 아동기 식습관이 중요한 이유는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영양 불균형이 계속되면 이런 식습관과 대사과정을 몸이 기억하고 생애 전반의 건강을 좌우할 수 있다. 손 군과 김성민(가명·8) 군의 하루 식단을 분석해 보면 열량은 비슷하지만 김 군이 다양한 영양소를 섭취하고 있다. 필수영양소인 단백질을 섭취한 식품을 비교하면 김 군은 계란 쇠고기 콩 멸치 등 끼니마다 다른 식품을 먹었지만 손 군이 섭취한 식품은 소시지, 탕수육이었다. 초등생은 우유나 유제품을 하루 2개 이상 섭취하도록 권장한다. 김 군은 이날 우유, 요구르트, 치즈를 골고루 먹었지만 손 군이 먹는 건 학교 급식에서 나오는 우유뿐이었다. 서울대병원 김원경 급식영양과 파트장은 “(손 군의 식단을 보면) 채소나 과일, 유제품 섭취가 부족하다. 만약 이런 식단이 계속된다면 비타민 A, C, B2와 칼슘이 부족해질 수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건 어른이 됐을 때 나타날 건강상 문제였다. 그는 “어릴 때 채소를 안 먹다 보면 성인이 되어도 이런 식품을 멀리한다”며 “당장 눈에 보이진 않아도 (다양성이 부족한 식단을 지속하면) 성인이 돼서 만성질환에 노출될 우려가 크다”고 했다. 균형 잡힌 식사를 챙기기 어려운 돌봄 환경이 정서 발달에 영향을 끼친다는 우려도 나온다. 급식카드를 사용하는 아동들은 혼자 식당이나 편의점에서 허겁지겁 식사를 한다. 국립중앙의료원 이소희 정신건강의학과장은 “어린 시절 애착관계가 불안한 경우 정서 불안, 학습 부진뿐만 아니라 대인관계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015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가 소득에 따른 초등생 건강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저소득 가정 아동은 비만율, 우울감을 느끼거나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는 비율도 높았다. 김은정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장은 “빈곤과 돌봄 공백으로 인한 아동의 건강 불평등은 신체뿐 아니라 정신건강에서도 나타난다”며 “이제는 단순 끼니 해결을 넘어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데 관심을 가질 때다. 돌봄 공백에 놓인 아동에 대한 사회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했다. 김호경 kimhk@donga.com·우경임 기자}

    • 2018-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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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실 미세먼지, 양주 효촌초교 최고… 서울선 청담초교

    지난해 전국 초중고교 미세먼지(PM10) 농도를 측정한 결과, 교실 안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은 학교는 경기 양주시 효촌초로 나타났다. 서울에서는 강남구 서울청담초가 가장 높았다. 다만 학교 보건법의 적용을 받는 학교 실내 미세먼지 농도 기준치는 m³당 100μg으로 전국 초중고교 가운데 이를 초과한 학교는 없었다. 24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공개한 ‘2017년도 전국 초중고교 1만7198곳 미세먼지 측정결과’ 자료에 따르면 교실 안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았던 경기 양주시 효촌초는 m³당 100μg을 기록했다. 이어 전북 군산시 군산바다유치원(병설유치원)이 m³당 99.7μg △서울 강남구 서울청담초 m³당 99.5μg △서울 노원구 한천중 m³당 99.4μg △서울 강동구 신암중, 세종시 글벗중이 각각 m³당 99.3μg이었다. m³당 90μg 이상의 미세먼지 농도를 기록한 학교는 전국 719곳이다. 주로 주택가에 위치해 있는 상위 5개 학교가 교실 안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경기 양주시 효촌초 관계자는 “통계자료 입력과정에서 실제 검사수치와 다르게 m³당 100μg이 입력됐다”며 “지난해 11월 검사 결과 기준치의 절반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서울청담초 관계자는 “학교가 도로에서 먼 주택가에 위치해 있고, 이번에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한 교실은 일주일에 3회 청소용역업체가 와서 청소를 하고 있다”며 “올해 측정 결과(m³당 47.3μg)와도 차이가 커 수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실 안 초미세먼지 농도는 외부 공기 영향이 크다. 반면 미세먼지 농도는 문을 닫고 뛴다거나, 운동장 먼지를 털지 않고 교실에 들어오거나 하면 자체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 의원은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원인 분석과 함께 공기질 농도가 심각한 지역에 대해 우선적으로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하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2018-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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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現 中3 대입, 정시 선발 늘고 수능 상대평가 유지 가능성

    현 중3이 치를 2022학년도 대입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 정시 선발 비율이 확대되고 수능 상대평가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해 8월 수능 개편을 1년 유예하고 10개월간 논의를 이어왔지만 현행 대입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 셈이다. 대입 개편안 논의가 원점에서 맴돌면서 ‘교육부 책임론’이 다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국가교육회의 공론화위원회는 20일 공론화에 부칠 대입개편 4개 모형을 발표했다. 4개 모형은 16, 17일 전문가 및 이해관계자 35명이 참석한 시나리오 워크숍에서 △학생부(수시)-수능위주전형(정시) 간 비율 △수능 절대·상대평가 △수능 최저학력기준 활용 여부 등 3가지 쟁점을 조합해 도출됐다. ○ 정시 확대-수능 상대평가 무게 실려 4개 모형 중 3개는 정시 선발비율이 늘어나도록 설계됐다. 모형①과 모형④는 수능위주전형 확대를 못 박았다. 모형①은 수능위주전형을 45% 이상 선발하도록 했고, 모형④는 수능위주전형을 확대하되 수시모집에서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의 균형을 맞추도록 했다. 두 모형 모두 수능은 상대평가를 전제하고,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대학 자율에 맡겼다. 모형①은 기존 수시-정시 비율 1 대 1 안, 모형④는 수능-학생부교과-학생부종합 비율 1 대 1 대 1 안과 비슷하다. 모형③은 현행 대입제도와 가장 유사하다. 수시와 정시 비율을 대학 자율에 맡기고 수능 상대평가를 유지해 정시 확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모형②는 수시-정시 비율을 대학 자율에 맡기고 수능은 절대평가로 치른다. 수능이 절대평가로 치러지면 변별력이 약화돼 정시 확대는 어려워진다. 다만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활용할 때 등급을 높이거나 반영하는 과목을 늘리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주요 사립대는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엄격히 적용해 왔다. 이를 현행보다 강화할 수 없도록 하면 정시 대신 학종 확대도 어려워진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완화하면 응시자가 크게 늘어나 대학의 입학사정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영덕 대성학력연구소장은 “상위권 대학은 학생부교과전형을, 중·하위권 대학은 학생부종합전형을 늘릴 가능성이 큰 방안”이라고 내다봤다. ○ 현행 대입에서 큰 변화 없을 듯 이번 4개 모형 가운데 모형②만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이 포함됐다. 현행 수능은 영어와 한국사 등 2과목만 절대평가가 적용된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은 “3개 모형은 정시 확대-수능 상대평가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하지만 공론화 과정에서 유일한 절대평가안인 모형②에 표가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공론화위는 4개 모형을 두고 단순히 ‘4지선다형’으로 결론을 내는 것이 아니라 공론화 과정에서 나타난 의견을 종합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학린 공론화위원은 “국민 의견의 중심에 있는 내용을 뽑아내야 공정하지, 시나리오 4개를 단순 다수결에 부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결정 방식은) 조금 더 설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4개 모형 안에서 각각 찬성 의견이 많은 쟁점들을 다시 조합해 또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대학마다 사정이 다른데 정시 비율을 45%로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모형①이나 수능 절대평가로 변별력이 약화되는데 특정 전형에 쏠리지 않도록 권고한 모형②는 당장 적용하기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능 상대평가를 바탕으로 정시 비율을 늘릴 가능성이 있는 모형③과 모형④가 가장 현실성이 있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결국 지난해 8월 교육부의 수능 개편 시안 발표 시점으로 되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진보교육단체들은 “2022학년도 대입개편은 최소화하고 2025학년도 대입개편안에서 근본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부가 2016년 3월 수능개선위원회를 구성하면서부터 숱한 여론수렴 과정을 반복했기 때문에 사실상 대입개편안 정답은 나와 있다”며 “대입개편 원칙과 방향을 설득하는 대신에 400명에게 결정을 떠넘긴 교육부의 ‘책임론’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2018-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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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희연 “자사고-외고, 엄정 평가해 폐지 결정할 것”

    재선에 성공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 폐지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조 교육감은 14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당선 기자간담회에서 “당장 내년부터 자사고·외고의 지정 취소 여부를 결정할 5년 주기 운영성과 평가가 진행된다”며 “교육부와 협의를 통해 엄정한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본래 취지대로 운영되지 않는 학교들은 일반학교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에는 자사고 13곳, 2020년에는 자사고 10곳, 외고 6곳이 재지정을 위한 평가를 받게 된다. 우수학생을 선점하는 자사고의 선발효과를 완전히 없애기 위해 조 교육감은 법령 개정(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의 필요성도 시사했다. 조 교육감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감에게 자사고·외고 지정 취소 권한을 부여하거나 추첨제를 도입해 달라는 뜻이다. 현재는 교육감이 자사고·외고를 취소하려면 교육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조 교육감은 현재 법외노조 상태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노조 전임자 휴직 허가 방침을 고수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2월 교사 5명이 전교조 전임자 활동을 위해 휴직을 신청하자 이를 허가했고 교육부의 허가 취소도 거부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2018-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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