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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예술원이 개원 70주년을 맞아 심포지엄 ‘향연’을 다음 달 4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연다. 1954년 개원한 대한민국예술원은 원로 예술가 지원 및 예술창작 활동 지원사업 등을 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단체다. 이번 심포지엄은 ‘포스트휴먼(Post-human) 시대의 예술’을 주제로 연극연출가 손진책 예술원 부회장이 연출을 맡았다. 문학 분과에서는 황유원 시인이 ‘나무 인간의 속삭임’을 주제로 포스트휴먼 문학의 개념을 논의한 후 황동규, 김후란 시인 등이 시를 낭송한다. 음악 분과에서는 주대창 광주교대 교수가 ‘손맛 음악의 디지털 맛’을 주제로 발표하고 원로 성악가 바리톤 김성길 등의 무대가 마련됐다. 연극 분과는 예술원 회원인 원로 배우 신구와 박정자 등이 연극 ‘스페이스 리어’를 시연한다. 미술 분과는 인간과 기술적 상상력의 결합을 논의한 후 미디어아트 실연을 펼친다. 무용 분과는 포스트휴먼 시대 무용계의 변화를 살피고, 영화 분과는 영화 ‘프랑켄슈타인’을 통해 포스트휴먼 시대의 주체 형성을 탐색한다. 신수정 예술원장은 “고희라는 특별한 해를 맞아 관객과 함께 누리는 잔치를 준비한 만큼 많은 분이 찾아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무료 관람이며 국립극장 홈페이지(www.ntok.go.kr)에서 예약할 수 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아빠와 산책에 나섰다가 편의점에 들르게 된 그린이. 아빠는 콜라, 사이다는 설탕이 많아 안 사준다고 단호하면서도 바나나 우유를 먹고 싶다는 말에는 못 이기는 척 사준다. 바나나 우유를 사달라는 그린이 말을 아빠가 거절하지 못하는 덴 이유가 있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일찍 잃은 그린이 아빠는 목욕탕 다녀온 친구들이 바나나 우유 먹는 게 그렇게 부러웠단다. 다음 날, 하굣길 다시 편의점에 들른 그린이는 매대에서 바나나 우유 1+1 행사를 발견한다. 아빠와 같이 나눠 먹을 생각에 신이 나서 바나나 우유를 사는데,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갑자기 편의점이 과거로 돌아가는 통로로 변하고, 그린이는 낯선 목욕탕 입구에 서 있게 된다. 거기서 아빠와 쏙 닮은 또래 친구를 만난다. 아빠의 어린 시절 상처를 위로해주고 싶은 어린 그린이의 마음이 불러낸 마법이었을까. 어른이 된 아빠 속에 여전히 남아 있는 작은 아이를 유심히 들여다볼 줄 아는 그린이의 속 깊은 마음이 결국 다 큰 아빠를 울린다. 일상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편의점을 매개로 아빠와 어린 아들의 애틋한 마음이 연결된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할머니와 아빠와 아이. 세 가족의 저녁 식탁에 올라온 것은 계란프라이와 컵라면, 김이 전부다. 예전에 할머니가 차려준 밥상에는 신선한 상추, 나물, 먹음직스러운 전이 가득했었는데. “할머니, 진짜 요리법 다 까먹었어?” 아이의 질문에 할머니가 막막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기억을 잃어가는 할머니. 속상해진 아빠는 반찬 투정하지 말고 먹으라며 괜히 버럭 화를 낸다. 그날 밤, 배가 고파서 차마 잠들지 못하는 아이 앞에 할머니가 입었던 것 같은 꽃무늬 티셔츠와 몸뻬 바지를 입은 작은 소녀가 나타난다. 두 사람은 우유갑 기차를 타고 그림처럼 아름다운 바다, 들판, 꽃길을 지나 밤새 어디론가 달려간다. 도착한 곳은 바로 소녀의 할머니 집! 앞치마를 두른 할머니는 아이들을 꼭 안아준 뒤 꽃잎 한 소쿠리, 달 한 그릇 떠서 밥도 짓고 전도 부친다. 푸짐한 밥상이 차려진다. 아이들이 먹는 건 밥만이 아니라 꽃밥보다 달고, 달전보다 더 고소한 할머니의 그 깊은 사랑. 봉긋해진 꼬마들 배만큼, 행복도 추억도 쌓인다. 시간은 흐르고, 할머니는 연약해져도 아이들을 자라게 한 그 사랑은 시들지 않는다. 아련하고 서정적인 그림체가 뭉클함을 더해 준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신나게 노는 데 여념이 없던 금동이. 엄마가 안 본다고 너무 먹어댄 탓일까. 갑자기 아랫배가 살살 아파온다. 심상치 않은 느낌. 식은땀이 흐르고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들어진다. 바로 화장실에 달려가야 할 상황이란 직감이 온다. 배 속의 똥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100초까지는 내가 참아볼게. 그러니까 얼른 가!” 절체절명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주어진 시간은 단 100초. ‘할 수 있다, 참을 수 있다’를 되뇌면서 놀이터부터 아파트 7층까지 발길을 옮기는 금동이. 하지만 오늘따라 가는 길목마다 왜 이리도 난관이 많은지. 벌써 집에 가냐고 붙들고 늘어지는 친구들, 떡볶이 먹고 가라고 권하는 동네 누나, 속도 모르고 엘리베이터 문 닫히기 직전에 우르르 타는 이웃들, 갑자기 말 거는 옆집 아주머니, 너무 꽉 묶여서 푸는 데 한참 걸리는 운동화끈…. 금동이는 과연 100초 미션을 해결할 수 있을까. 갑자기 찾아온 생리현상 때문에 화장실에 가기까지 벌어지는 긴박한 상황을 아이들 눈높이에서 우스꽝스럽고 재치있게 풀어낸 그림책이다. 100초까지 세는 동안의 긴장감이 유머러스하게 그려진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영화 티켓값이 올라서 극장에 사람이 없다는 한 배우의 발언이 논란이 됐을 때, 올여름 찾았던 미국 캘리포니아 한 도시의 영화관을 떠올렸다. 대형 쇼핑몰에 있는 멀티상영관이었고, 디즈니에서 개봉한 화제의 신작을 보러 간 것이었지만 극장엔 달랑 우리 가족과 아이를 동반한 한 남자, 두 팀뿐이었다. 평일 낮이긴 했지만 방학 중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비어 있을 줄은 몰랐다. 빈 상영관과 애니메이션의 요란한 대사가 빚어내는 부조화가 을씨년스러웠다. 극장 산업의 침체는 국내에 한정된 현상은 아니다. 시장 조사 업체 컴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북미 박스오피스 수입은 90억 달러를 조금 넘기는 데 그쳤다. ‘바비’ 등 흥행작이 터지면서 팬데믹 타격을 회복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그 이전인 2019년보다 20%, 2018년보다는 24% 감소한 수치다. 논란처럼 티켓 가격 때문이었을까. 미국 티켓 가격은 국내총생산(GDP) 상위 20개국 중 중간 정도다. 매년 평균 티켓 요금 지수를 발표하는 더넘버스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평균가는 10.78달러였다. 소득 대비 가격은 더 낮다. 한국, 미국, 일본, 중국, 프랑스 최저시급 기준으로 영화 관람을 위한 노동시간을 계산한 영화진흥위원회 보고서(2021년 기준)에 따르면 미국은 46분으로 5개국 중간인 한국(66분)보다 훨씬 낮았다. 부담 되는 가격이 아니어도 관객은 줄었단 뜻이다. 한국 가격도 액면가와 다른 부분이 있다. 주말가로 1만5000원이라지만 통신사 할인 등이 일반화돼 있어 정가를 내는 경우는 드물다. 올해 상반기 국내 영화관 객단가는 9768원이었다. 작년보다 3.1% 떨어진 수치다. 가격 탓은 손쉽고 휘발성 강하지만 개인 취향에 따라 지갑을 여닫는 가치 소비 시대에 극장의 고전을 티켓값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을 쓴 일본 작가 이나다 도요시에 따르면 쇼츠, 릴스 같은 짧은 콘텐츠가 출현하며 문화는 ‘감상’에서 ‘소비’의 대상이 됐는데, 가성비가 절대적 기준이 된다. 10분 안에 줄거리를 요약한 콘텐츠가 넘치는 시대에 2시간을 버텨야 하는 영화관은 돈을 떠나 시간, 기회비용 등 모든 측면에서 가성비가 낮은 공간이 됐단 의미다. 연극 같은 무대예술은 어차피 감상자 마음대로 볼 수 없고, 책은 애초에 독자가 읽는 방식을 결정할 수 있지만 영화는 다르다. 볼 건 넘치고 시간은 부족한 시대, 극장의 수동적 관람이 ‘비효율적’이라고 느끼게 된 이들에게 빨리 감기가 가능한 대체재가 매일 쏟아지면서 영화의 향유 방식을 뒤바꿔 놨다. 역설적으로 관객의 기대치는 훨씬 높아졌다. 빨리 감기와 건너뛰기를 포기해도 좋다는 확신이 있어야만 영화관에 가기 때문이다. 팝콘 브레인(즉각적 자극에 길들여진 뇌)과 효율적 콘텐츠 소비 속에서 현재 영화관은 얼마나 독자적 매력을 갖춘 작품을 차별적 경험 속에서 제공하고 있는가? 지금 가격 논쟁보다 중요한 건 이에 대한 대답 같다.박선희 문화부 차장 teller@donga.com}

‘자, 갑니다.’ 아나운서의 안내 방송과 함께 배드민턴 셔틀콕을 힘차게 날리는 어린이. 경기가 시작됐다. 그런데 받는 사람은 정해져 있지 않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다 곧 땅에 고꾸라질 것 같은 공. 하지만 그렇지 않다. 자고 있는 줄 알았던 고양이가 꼬리로 셔틀콕을 ‘탁’ 받아친다. “고양이 선수, 자는 줄 알았는데요.” 놀라움을 드러내는 중계방송. 그러나 저러나 고양이가 친 셔틀콕은 높은 건물 위로 떠오른다. 이렇게 높이 올리간 공을 바로 받아칠 사람이 있을까. 그때 베란다 창을 열고 누군가 시원하게 스매싱을 한다. 멀리, 더 멀리 날아가는 셔틀콕. 받아내는 사람이 있을까? 있다. “이번엔 저수지의 오리 선수가 받았습니다. 조금 느리게 넘겨주는데요.” 오리를 지난 공은 이제 나무, 거미, 두더지, 구름, 해까지 거쳐가며 더 멀리멀리 날아간다. ‘이젠 끝이구나’ 할 때마다 누군가 나타나서 공을 살린다. 모든 것은 연결돼 있고, 이어진다. 낙심할 필요 없다. 누군가 또 공을 살려낼 테니까! 서로 어울려 산다는 건 통통 튀는 즐거운 게임이 계속 된다는 것. 도우며 살아가는 유쾌한 모습을 재치 있게 그려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처음에는 어색하고 부끄러웠지만 이제는 무대에 서는 게 즐겁고 행복합니다.” 뮤지컬 ‘마이 마더’ 공연에 참여한 류채영 양(15)에겐 새로운 꿈이 생겼다. 그는 “소중한 경험을 통해 뮤지컬 배우의 꿈을 꾸게 됐다”고 말했다. 경남 거제시 거제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 청소년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친구야! 문화예술과 놀자―나도 케이팝 스타’가 27일 열렸다. 이 프로그램은 동아일보, 경남도교육청, 거제시문화예술재단과 거제중앙중학교가 공동 주최하고 K공연예술비전연구소가 주관했다. 이번 행사에선 거제중앙중 학생 20여 명과 김춘경 동덕여대 방송연예과 교수, 김태욱, 김유진 등 전문강사로 구성된 멘토단이 케이팝 콘서트 뮤지컬 ‘마이 마더’를 무대에 올렸다. ‘마이 마더’는 청소년들의 따뜻한 시선으로 엄마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창작 뮤지컬이다. 총괄감독을 맡은 김춘경 교수는 “학생들이 자기 삶을 나누며 서로 공감하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성희 거제중앙중 교장은 “문화예술 교육을 통해 성장하는 학생들의 모습에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거제시문화예술재단 김준성 관장은 “미래 세대인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 예술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7년부터 지역문화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동아일보는 2012년부터 경남교육청과 ‘나도 케이팝 스타’를 공동 주최하고 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배우들도 다른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늘 있었습니다. 그러다 영화 ‘도둑들’(2012년)을 찍을 때 함께 출연한 린다화 선배님이 ‘나는 그냥 영화인’이라고 하는 말씀을 듣고는 연출과 제작을 하면 좋겠단 꿈을 꾸게 됐어요.” 배우 이정재가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코엑스 공동주관으로 열린 ‘국제방송영상마켓 2024’(BCWW 2024) 에 참석해 배우이자 영화 연출자, 제작자로 활약하게 된 계기와 경험을 나눴다. 이정재는 2022년 개봉한 영화 ‘헌트’를 연출했다. 이정재는 “막 데뷔했던 1990년대 초반에는 ‘배우는 다른 일을 하면 안 되고 연기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자기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어 부르는 싱어송라이터를 보면서 부러워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헌트’ 시나리오를 4년 동안 썼고, 각본을 쓰는 동안 촬영한 작품이 7, 8개 정도였다”며 “즐겁고 재미있어서 하는 일이다 보니까 촬영 중인 작품에도 오히려 방해되지 않고 오히려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이정재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2022년 비영어권 드라마 최초로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올해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스타워즈 시리즈인 ‘애콜라이트’ 에서는 주연을 맡았다. 그는 “달라진 한국 콘텐츠의 위상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에 가면 ‘오징어 게임‘뿐 아니라 한국에서 지금 나오고 있는 드라마나 영화, 예능에 관해서까지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다”며 “ 선배들의 노력과 희생 덕분에 이런 시대가 왔다고 생각한다. 나도 후배나 동료를 위해서 좋은 기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말 공개될 ‘오징어 게임’ 시즌 2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후반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곧 본격적인 홍보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24회를 맞이한 국제방송영상마켓은 29일까지 사흘간 진행된다. 국제방송영상마켓은 국내 방송영상산업 관계자와 해외 주요 구매자들이 참여하는 행사로 올해는 ‘글로벌 무대의 미래를 열다‘라는 슬로건 아래 277개사에 달하는 전 세계 콘텐츠 산업 관계자들이 참여한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세상일 마음먹기 나름이라고들 하지만, 그 마음이란 걸 먹는 게 참 어렵다. 여기, 마음 하나만은 끝내주게 잘 먹는 고양이가 한 마리 있다. 기지개를 쭉 켜기로 마음먹고 바로 스트레칭. 저 멀리 가보기로 마음먹고 거침없이 달려간다.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일을 해 보기로 마음먹기도 한다. 그러니까 이 고양이는 생선만 먹는 것이 아니라, 수시로 마음을 먹는다. 마음을 먹으면 뭐든 다 할 수 있다. 물론 마음을 먹고 한다고 해서 모든 일이 생각처럼 다 잘되는 것은 아니다.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하냐고? 아무것도 안 하기로 마음먹으면 된다. 새로운 기회를 노리거나, 발로 벽을 긁기로 마음먹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마음만 먹으면 뭐든 다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마음을 잘 먹는 비법은 이 마음 저 마음 가리지 않고 골고루 먹어 보는 것이다. 어렵고 망설여지는 마음일수록 적극적으로 먹자. 그리고 떠오르는 일이 있다면, 그냥 해보면 된다. 마음먹은 고양이처럼 말이다. 내가 먹은 음식만 나를 만드는 게 아니라 내가 먹은 마음이 나를 만들기도 한다는 걸 아이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책. ‘마음먹다’는 문구를 재치있게 활용해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조길용 씨 별세· 성대 목사·성옥 아이액츠 대표·성화 씨 부친상, 박형용·이진우 매일경제신문 편집국장 장인상·박희정씨 시부상=21일, 창원파티마병원 장례식장, 발인 23일 오전 11시 반. 055-270-1900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배우 최민식이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영화관 티켓 가격이 비싸다고 비판한 것에 대해 현직 교수가 “무지한 소리”라고 지적했다. 20일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영화관 사업은 민간 기업이 하는 것인데 ‘가격을 인하하라’는 이야기가 용기가 필요한 소리인가”라며 영화 관람료가 너무 올랐으니 최저임금 인하하라고 했으면 소신 발언이라고 인정하겠다”고 했다. 이 교수는 또한 “팬데믹 중에 영화관들이 부도 위기에 직면했었는데, 최민식은 자신의 영화를 상영해 주는 극장을 위해 출연료 기부라도 했었나?”라며 “대출금리가 올라 임대료가 오르고, 최저임금이 올라 극장 청소 인력의 인건비도 올랐다. 1만5000원 이하로 사업할 수 있으면 주주가 있는 다른 기업의 극장에 요구하지 말고 당신이 극장 하나 세워서 싸게 사업하라”고 했다. 앞서 최민식은 17일 한 방송에서 “영화관 가격이 비싸서 관객들이 극장을 찾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민식은 “극장 가격이 많이 올랐다. 좀 내리세요”라며 “영화 한 편에 1만5000원이면 집에서 편하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보지 발품 팔아서 극장까지 가겠나. 나라도 안 간다”고 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바이트 씨가 가게를 열고 싱싱한 재료들로 갖가지 아이스크림을 만든다. 새콤달콤 상큼한 딸기 아이스크림, 아몬드와 땅콩이 콕콕 박힌 고소한 너트 아이스크림,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알록달록 구슬 아이스크림…. 그런데 새로운 아이스크림을 만들 때마다 신기한 동물들이 나타나 한 입만 달라고 조른다. 딸기 아이스크림을 만들면 새콤달콤딸기꼬리 토끼가, 구슬 아이스크림을 만들면 동글동글구름구슬 돼지가 나타난다. 우유 아이스크림을 만들자 하양하양 소프트 양 떼가 나와 딱 한 입만 달라고 보챈다. 바이트 씨는 매번 동물들에게 안 된다고 단호하게 거절한다. 거기엔 귀여운 비밀이 숨어 있다.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은 듣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마법의 단어다. 거침없는 붓 터치와 콜라주, 점토를 활용한 그림 덕분에 한 장씩 책장을 넘길 때마다 다양한 재료로 먹음직스럽게 만든 시원하고 꾸덕꾸덕한 아이스크림들이 눈앞에 바로 펼쳐지는 것 같다. 경쾌하고 발랄한 상상력의 전모는 책 마지막에 드러난다. 상상력으로 빚어진 각양각색의 아이스크림을 아이들과 눈으로 음미하며 읽기 좋은 책이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음주 상태에서 전동 스쿠터를 운전해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슈가에 대해 소속사 빅히트 측이 내놓은 부정확한 해명이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이동장치의 정확한 명칭에서부터 주행거리와 처벌 수위 등을 놓고 사안을 사실보다 축소하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전동 킥보드가 아니라 전동 스쿠터슈가의 음주운전 혐의 입건 사실이 알려진 7일 빅히트 측은 “음주상태로 귀가하던 중 헬멧을 착용한 상태로 전동 킥보드를 이용했다”고 밝혔다. 슈가 역시 “가까운 거리라는 안이한 생각과 음주 상태에서는 전동 킥보드 이용이 불가하다는 점을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도로교통법규를 위반했다”며 ‘전동 킥보드’라는 표현을 썼다.하지만 이후 슈가가 안장이 달린 전동 스쿠터에 앉아 주행하고 있는 CCTV 장면이 공개되며 거짓 해명 논란이 일었다.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전동 킥보드와 전동 스쿠터 모두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도로교통법상 ‘차’에 해당해 음주 상태로 운전하면 형사 처벌을 받는다. 다만 처벌 수위에 차이가 있다. 범칙금 10만원만 받는 전동 킥보드와는 달리 최대 시속이 더 높은 전동 스쿠터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2년 이하의 징역 등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사건 축소 의혹이 일자 소속사 빅히트뮤직은 팬 커뮤니티인 위버스에 다시 글을 올리고 “제품의 성능과 사양에 따라 분류가 달라지고, 사고에 대한 책임 범위도 달라질 수 있음을 인지하게 됐다”며 사과했다.●실제 주행거리는 얼마?음주 운전 주행 거리를 500m라고 밝힌 점도 논란이다. 소속사는 “전동 킥보드로 500m 이동했고 범칙금과 면허취소 처분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슈가도 “집 앞 정문에서 전동 킥보드를 세우는 과정에서 혼자 넘어지게 됐다”며 “가까운 거리라 안일한 생각을 했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슈가가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집부터 CCTV에 찍힌 건물까지의 지도 상의 직선 거리가 461m일 뿐, 차도를 이용해 이동하기 위해서는 실제 이보다 훨씬 먼 거리를 돌아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주행 거리가 소속사가 밝혔던 500m보다 훨씬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음주 및 처벌 수위도 논란슈가는 ‘맥주 한 잔’을 마시고 잠깐 운전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측정된 혈중알코올 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0.08% 이상)으로 확인됐다. 처벌 수위도 논란이다. 슈가와 소속사는 당초 “면허취소 처분과 범칙금이 부과됐다”고 밝혀 사건이 일단락된 것처럼 해명했지만, 추가 조사가 남아 있는 상태다. 논란이 일자 소속사 측은 “당사와 아티스트 모두 향후 절차가 남아있다는 점을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해당 사안이 종결된 것으로 잘못 인지했다”며 “사안의 심각성에 비추어, 내부 커뮤니케이션 착오로 잘못된 정보를 전달했다”고 밝혔다.현재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 중인 슈가는 지난 6일 밤 용산구 한남동 일대에서 음주 상태로 전동 스쿠터를 탔고 주차하다가 혼자 넘어졌다고 밝혔다. 다만 사회복무요원 근무 시간 외 일어난 사건이라 병무청 차원의 추가 징계는 없을 전망이다. 병무청은 8일 “해당 사회복무요원은 근무시간 이후 개인적으로 음주 상태에서 운전, 경찰에 적발돼 도로교통법 등 관련법에 따라 처벌될 예정”이라며 “향후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루이비통을 설명하는 주요 철학은 ‘여행 예술(Art of Travel)’이다. 이는 루이비통이 1854년 실용성과 우아함의 조화를 이룬 트렁크를 선보이며 160여 년의 역사를 시작한 것에서 기인한다. 창립자 탄생을 기점으로 200년 이상 장신 정신을 바탕으로 여행 예술의 가치를 표현해온 루이비통의 고유한 철학은 최근 한국에서 다양한 결실을 맺고 있다. 올해 4월 한강 잠수교에서 하우스 최초의 2023 프리폴 여성 컬렉션 패션쇼를 진행한 것에 이어 루이비통은 세계인이 주목하는 도시 ‘서울’을 여행 예술의 종착역으로 삼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전개 중이다.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루이비통 메종 서울 4층의 전시 공간인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에서 진행되는 문화 전시다. 루이비통 메종은 2019년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동래학춤 및 수원화성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한 건물이다. 이곳에서는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의 소장 컬렉션을 선보이는 ‘미술관 벽 너머’를 통해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을 무료 전시해오고 있다. 30일부터 9월 17일까지 미국의 상징적인 아티스트 신디 셔먼의 ‘온 스테이지 - 파트Ⅱ’를 연다. 루이비통이 올해 상반기 진행한 전시 중에는 서울 중구 퇴계로 복합 문화 공간 피크닉에서 연 ‘패션 아이’ 서울 편 출간 기념 사진전도 있었다. 지난 2016년 루이비통이 첫선을 보인 패션 아이 컬렉션은 특정 도시나 지역 및 국가를 패션 사진작가의 시선으로 담아낸 여행 사진 출간물이다. 짙은 그림자와 풍부한 색이 돋보이는 초현실주의적 사진 세계를 구축해온 네덜란드 출신 사진작가 사라 반 라이 특유의 시선으로 바라본 ‘서울’ 편이 공개되면서 서울은 루이비통 출판사가 출간한 세 권의 여행 서적인 ‘패션 아이’ ‘트래블 북’ ‘시티 가이드’에 모두 등장하는 도시가 됐다. 전시는 다음 달 2일까지 열린다. 한국과 함께하는 여행의 일환으로 루이비통은 국내 여성 인재 발굴을 위한 ‘우먼업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경력 단절 여성들에게 루이비통 클라이언트 어드바이저, 운영 지원 등 양질의 다양한 취업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루이비통은 5월 말 서울시청에서 약 100명의 참석자와 함께하는 커리어 토크 콘서트 및 1대1 맞춤형 취업 컨설팅을 진행했다. 루이비통코리아 및 담당 업무, 우먼업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시간제 근무 옵션으로 유연하게 일하고 있는 루이비통 직원이 직접 강연에 나서 경험을 나눴다. 참가자들은 루이비통에 지원할 경우 전일제, 시간제 중 근무 옵션을 선택할 수 있고 정규직 최종 선발자는 1년간 특별 멘토링도 지원받는다. 지난해에는 루이비통이 매년 현대미술 작가와 협업해 선보이는 ‘아티카퓌신’ 컬렉션에 한국인 아티스트 최초로 박서보 화백이 참여하기도 했다. 아티카퓌신 프로젝트는 카퓌신백에 현대미술 작가들의 독특한 작품을 담아내는 프로젝트인데 박서보 화백은 대표 연작 ‘묘법(描法)’ 시리즈를 기반으로 한 작품을 선보였다. 박 화백과 함께 루이비통 시티 가이드 ‘서울’ 개정판도 선보였다. 개편 후 새롭게 선보인 서울은 한국전쟁 이후 자유화를 거치며 글로벌 대중문화의 허브가 된 서울의 현재 모습을 박서보 화백의 시선으로 담았다. 루이비통은 향후에도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한국 관광 홍보 및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협업하며 다채로운 프로젝트를 전개할 계획이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고금리와 커지는 경기 불확실성 등 기업들의 경영 환경도 험란해지고 있다. 하지만 어려워진 경영 여건 속에서도 주력 사업을 강화하고 미래 먹거리를 개척하려는 기업들의 도전은 오히려 가속화되고 있다.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바꾸어나가기 위해서다. 현대차는 미래 사업 추진 과정에서 직면한 리스크에 적극 대응 중이다. 최근 완성차 시장에서는 미래 전기차 주도권을 두고 전통의 업체와 신생 전기차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전통의 완성차 업체로서 오랜 시간 자동차를 만들고 판매하며 축적해 온 여러 노하우와 고유의 강점을 적극 살려 유연하고 신속하게 전동화 전환을 추진하고 나섰다. 또한 수년간 어려움에 처한 중국 사업 역시 수익성 제고와 이미지 개선을 추진해 반전에 나섰다. 공장 생산 능력 및 라인업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을 추진하는 한편 글로벌 모델 생산을 통한 신흥 시장 수출 확대를 진행할 방침이다. GS그룹은 2023년을 ‘유례없는 장기 침체와 위기의 시작’으로 규정하고 ‘위기 극복을 위한 현장 인재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허태수 회장은 “세계 경기 하락과 유가, 환율, 물가의 급변동 등 일련의 사업 환경의 변화는 유례없는 장기 침체의 시작을 예고하고 있다”면서 “위기 극복의 지혜와 기업의 생존이 자발적으로 혁신하는 현장의 인재들에게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GS그룹은 꾸준히 추진해 온 디지털 혁신과 신기술 스타트업 투자를 바탕으로 장기 침체기를 기업의 생존력을 높이고 신사업을 창출하는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LG는 대내외 경영 환경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도 고객 가치 관점에서 과감한 투자와 혁신으로 미래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LG는 고객 가치를 혁신하고 새로운 경험을 전하기 위한 미래 성장 동력으로 ‘A-B-C(AI, 바이오, 클린테크)’ 분야를 적극 육성하고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AI 분야에서는 최고 수준의 AI 및 빅데이터 기술을 확보하고 대규모 R&D 추진을 위해 5년간 3조6000억 원을 투자한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혁신 신약 개발을 위해 5년간 1조50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단행한다. LG화학은 혁신 신약 연구와 더불어 신약 파이프라인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M&A 등을 포함한 다양한 전략을 검토하고 첨단 바이오 기술 확보에도 집중한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미·중 경쟁과 글로벌 경기침체 등 각종 위험 변수와 기회 요인에 맞춰 유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시나리오 플래닝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축구 선수들이 여러 상황에 맞는 세트 플레이를 평소 반복해 연습하면 실전에서 같은 상황이 닥쳤을 때 골로 연결시킬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SK그룹 역시 다양한 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응 가능할 수 있도록 전사 시스템과 모든 임직원의 역량을 높여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SK그룹은 글로벌 시장의 다양한 변수를 동시에 고려하기 위해 미국, 중국, 유럽, 일본 등 시장별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올해 창립 127주년을 맞은 두산그룹은 ‘변화 DNA’를 바탕으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성장 가능성이 높은 친환경 에너지 사업과 첨단 미래 기술을 적용한 기계 및 자동화 사업, 반도체와 첨단 소재 사업을 중심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포스코홀딩스를 중심으로 이차전지 소재 및 수소, 친환경 철강 등 ‘친환경 미래 소재 대표 기업’으로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핵심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경을 넘나들며 그룹의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 CJ제일제당 역시 불확실하고 어려운 경영 환경 극복을 위해 주력 사업인 식품과 그린 바이오 외 새로운 미래 먹거리 창출에 적극 나섰다. 지난해 새롭게 출범한 FNT 사업 부문을 통해 웰니스 식품 소재, 영양 대체단백, 배양단백 등 신성장 동력 확보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언젠가부터 인도를 걷다 멈추는 일이 잦아졌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걸을 때는 신경이 여간 곤두서는 것이 아니다.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오토바이 때문이다. 주택가 인도에서도 태연히 운행하거나 횡단보도를 가로질러 가는 오토바이 때문에 길 가편에 아이들을 붙들고 서 있을 때마다 불쾌함과 의문이 동시에 든다. 멈추고 조심해야 하는 건 사람이 아니라 오토바이여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 그보다 애당초 오토바이가 왜 인도로 올라와 있는가. 오토바이가 인도 위를 운행하거나 횡단보도를 가로지르는 것. 모두 불법이지만 어느새 너무 익숙한 풍경이 됐다. 팬데믹 시대 배달문화와 퀵커머스가 특수를 누리면서 가장 신속하게 배달할 수 있는 오토바이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직후인 2021년부터 배달라이더 종사자가 40만 명을 넘겼다. 한 해 전인 2020년만 해도 배달 라이더 인력에 대한 공식통계 자체가 없었다. 배달 라이더는 플랫폼노동 종사자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10만 명가량으로 추정되는 게 전부였다. 이륜차 운행이 이처럼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관련 교통사고 건수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배달 시간에 쫓겨 무리한 운행을 하다 보니 오토바이가 도로 위 무법자가 돼 버린 것이다. 이륜차 교통사고 건수는 2017년 1만4000건이었지만 5년 만에 1만8600건으로 32%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사상자 수는 1만7000명에서 2만4000명으로 41% 늘었다. 전속 노동자가 아니란 이유로 산재보험법 사각지대에 놓여 보호를 받지 못했던 라이더들의 어려움은 최근 산재보험법 개정을 통해 일정 부분 해소됐다. 외부 활동이 자유로워지면서 배달 건수나 이용자 수도 이전보단 감소 추세다. 하지만 팬데믹 시대 자리 잡게 된 이륜차의 비정상적 주행 문화만은 계속 고착화되고 있다. 특히 인도를 침범하는 오토바이가 급증하는 건 문제적 현상이다. 2021년 이륜차 보도통행 적발은 2만522건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비해 70%나 늘었다. ‘그래도 된다’ 는 안이한 인식이나 체념이 운전자나 보행자 모두에게 자리잡기 시작해서가 아닌지 우려스러운 수치다. 교통문화는 한 사회가 우선시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편의성이나 효율성이 떨어지더라도 보행권과 안전권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제도화해 나가는 사회가 선진국이다. 프랑스, 스위스 등 유럽 국가들이 자동차 도심 주행 속도를 시속 30km 이하로 규정한 것이나 미국 뉴욕시가 잦은 사고의 원인이 된 배달용 전기자전거 속도를 시속 20km 이하로 제한한 것은 보행권을 당장의 편의보다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의 도로문화는 이미 사람보다 차가 편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여기에 팬데믹이 남긴 이륜차 주행문화 때문에 인도에서도 안전을 위협받는 지경이 됐다. 문화란 건 한번 자리 잡으면 바꾸기 어려워진다. 인도 위로 올라온 이륜차는 이제라도 단호한 조치로 바로잡아야 한다.박선희 산업2부 차장 teller@donga.com}

높은 습도와 무더위…5월부터 때 이르게 찾아온 무더위에 벌써 한여름이 성큼 온 것 같습니다. 부랴부랴 여름철 패션 아이템 구비에 나선 분들 많으실텐데요. 여름 패션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장마 패션’이죠? 비 오는 날 빗물이 다 스며든 캔버스 운동화만큼 불편한 게 또 있을까요? 그래서 구비해야 할 필수 아이템이 바로 레인부츠. 생활문화기업 LF에 따르면 이달 1∼23일 LF몰 내 ‘레인부츠’를 키워드로 한 검색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6배 급증했다고 합니다. 지난달과 비교해도 6배 늘었습니다. 관심도가 높아진 만큼 판매율도 높았습니다. LF가 수입·유통하는 브랜드 ‘핏플랍’의 레인부츠는 이달 판매량이 예상보다 350% 이상 늘었습니다. 국내에 새롭게 소개된 바버의 레인부츠도 이달 매출이 지난달 대비 3배 이상 급증했다고 합니다. 장마 패션의 상징이자 장마철 낭만의 핵심으로 자리잡은 레인부츠는 어떻게 매치하는 것이 좋을까요. 검은색 짧은 레인부츠는 어디에나 무난하게 매치하기 좋은 만능템입니다. 얇은 원피스나 짧은 팬츠와도, 격식 있는 블레이저와도 잘 어울립니다. 조금 쌀쌀해진다 싶으면 원피스 위에 후드티를 툭 걸치고 레인부츠를 착장하면 무심하면서도 캐주얼한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비가 갑자기 그쳤을 땐 굳이 신발을 갈아 신지 않고도 일반 부츠처럼 보일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 요즘에는 레인부츠에 답답함을 느끼는 이들이 가볍게 신을 수 있는 에틸렌 비닐아세테이트(EVA) 소재 등으로 만들어진 러버슈즈도 인기인데요. 러브슈즈의 가장 큰 장점은 바닷가에서 놀 때도, 갑자기 비가 올 때도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신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캐주얼 브랜드뿐만 아니라 구찌, 프라다, 발렌시아가 등 여러 명품 브랜드들이 러버 소재 샌들을 다양한 디자인으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만약 컬러풀한 색상을 활용해 우중충한 장마철 패션에서 포인트를 줬다면 신발은 차분한 색으로 묵직하게 선택해 중화시켜 주는 것이 좋습니다. 러버슈즈를 짧은 팬츠에 신으면 그 자체로 편안한 장마철 룩이 완성됩니다. 하지만 비 올 때만 러버 슈즈를 신을 수 있다는 것은 편견. 러버 소재의 젤리 슈즈를 비치드레스에 신으면 완벽한 휴양지룩이 탄생하거든요. 청바지 아래 발목양말과 매칭해도 좋고 셔츠나 정장 스커트, 평범한 오피스룩에 매칭해도 독특한 개성을 뽐낼 수 있습니다. 올여름에는 레인부츠부터 러버슈즈까지 다양한 장마패션템들을 멋지게 활용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유통팀 기자들이 큐(Q)레이션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뉴스를 인스타그램 Q매거진(@_q_magazine)에서 만나보세요.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얼마 전 40대 대기업 팀장이 새벽까지 일하다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다는 전언과 새벽 3시 출입기록 등이 공개돼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한국인의 행복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가깝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직장 문화에 대한 불만이 높은 것은 눈여겨볼 만한 지표다. 객관적으로는 선진국에 진입한 한국에서 여전히 문화 지체 현상이 가장 심한 분야 중 하나가 의외로 직장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소셜 분석을 제공하는 바이브컴퍼니의 썸트렌드에서 최근 1년간(28일 기준) ‘일’이란 단어에 대한 감정어 분석을 해봤다.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 소셜미디어 게시글에 언급된 일이란 단어를 분석하자 긍정(53%) 감정이 가장 높았고 연관어로 ‘좋다’ ‘행복하다’ ‘잘하다’ 등이 나왔다. 하지만 ‘직장’을 넣어보자 지배적 감정이 부정(56%) 감정으로 변했다. 주요 연관어도 ‘괴롭히다’ ‘스트레스’ ‘힘들다’가 주를 이뤘다. 일은 좋아도, 직장은 싫고 힘들다는 것이다. 직장 문화의 문제는 기업의 규모나 유명도와도 별 상관이 없어 보인다. 최근 유독 대기업이나 유명 정보기술(IT) 기업에서 과로, 스트레스, 괴롭힘으로 인한 극단적 선택이 문제가 됐다. 상대적으로 인사나 복지제도가 잘 운영되고 있는 대기업조차 일부 구성원들의 인식이나 일하는 방식은 제도와의 부조화가 심각하다는 뜻이다. 국내 대기업에서 10년간 일한 외국계 임원이 쓴 책 ‘한국인은 미쳤다’는 외부자적 시선에서 강박적 과로 문화, 지나친 성과주의, 가차 없는 감시와 평가 등 한국의 여러 직장 문제를 지적한다. 출간된 지 꽤 된 책인 데다 Z세대 유입 등으로 적어도 외형적으론 조직이 급속히 변했지만, 어떤 지적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외형만 선진화된 까닭에 조직 내 갈등이 오히려 심해진 측면도 있다. 수평적이지 않은 수평문화, 자율적이거나 유연하지 않은 자율·유연근무 같은 것들은 괴리감과 모순을 심화시킨다. 또 다른 한 축이 이런 갈등에서 파생된 직장 내 괴롭힘이다. 소셜 분석에서 직장과 관련해 가장 많이 언급된 연관어가 ‘괴롭히다’였다. 최근 한 잡포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유형으로 가장 많은 것은 따돌림 및 차별(56.3%), 모욕과 명예훼손 발언(50.8%), 업무 외 강요(37%) 등이었다. 한 시민단체 조사에 따르면 2019년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이후 노골적 폭언 등은 줄었지만, 업무나 식사 배제 등 교묘한 정서적 학대는 늘었다. 올해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임금근로자들의 월간 총근로 시간은 164.2시간이었다. 주중 활동 시간의 절반에 달하는 이 시간이 만족스러워야 삶의 질이 높아지고, 행복감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직장이 힘든 건 개인적 불행이자 조직과 사회적 차원의 손실이다. 되풀이되는 비극을 막는 한편 ‘잘살지만 불행한 한국인’ 미스터리를 해결할 한 축으로 직장 문화를 다시 들여다볼 때가 됐다.박선희 산업2부 차장 teller@donga.com}

ESG 활동이 기업의 필수 요소가 되면서 친환경을 실천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들은 환경을 위해서라면 좀 더 비싼 제품도 구입할 의향이 있다. 소비 활동에서 제품의 원료, 생산 방식, 포장재 등의 친환경성을 중요하게 고려한다. 최근에는 친환경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도 확대되고 있다. 전경련이 최근 공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87%가 “사회적 책임의 이행 수준이 높은 기업의 제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하겠다”고 답했다. 덴마크 프리미엄 매트리스 브랜드 템퍼는 최근 ‘템퍼 폼’만의 독보적인 성능에 안전성과 지속가능성을 강화한 신제품을 선보였다. ‘프로&프리마 매트리스 컬렉션’에는 오코텍스의 ‘MADE IN GREEN’ 라벨이 부착돼 있다. 오코텍스는 유럽, 일본 등 18개 섬유연구기관이 모인 오코텍스협회가 주관하는 유럽의 품질 인증으로 심의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MADE IN GREEN’ 라벨은 유해 물질 테스트를 거친 소재, 친환경 시설 제조, 안전하고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작업장에서 제작된 제품에 부여되는 것으로 오코텍스 스탠더드 100과 오코텍스 스텝(STeP) 2가지 인증을 모두 획득한 제품에 주어지는 높은 수준의 라벨이다. 템퍼 매트리스 신제품에 부착된 QR코드 라벨을 통해 누구나 해당 제품의 여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기존에 찾아보기 어렵던 수준의 투명성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으로 다른 매트리스 제품과 차별화되는 특징이다. 템퍼만의 기능성 역시 업그레이드됐다. ‘프로&프리마 라인’은 누웠을 때 몸에 가해지는 압력 완화 효과를 20% 향상시켜 차별화된 편안함과 지지력을 제공하는 템퍼 폼만의 장점을 강화했다. 이와 함께 기존 컬렉션 대비 10배 높은 통기성으로 수면 내내 2도 더 낮은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템퍼 에어폼(TEMPUR Air Foam)’이 적용된 프리미엄 라인인 ‘템퍼 프로 에어 라인’을 추가했다. 2023 프로&프리마 컬렉션은 매트리스의 느낌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폼 매트리스 타입도 ‘소프트’ ‘미디엄’ ‘미디엄 펌’ ‘펌’ 4가지로 변경했다. 새롭게 추가된 ‘펌(Firm)’ 타입은 좀 더 단단한 느낌을 선호하는 고객들을 위한 것으로 선택의 폭을 넓혔다. 템퍼코리아 관계자는 “새로운 컬렉션은 최상의 수면 환경을 제공하는 템퍼 매트리스만의 강화된 기능성과 다양한 취향에 맞춘 제품, 지속가능성 구현을 위한 노력의 3박자를 갖췄다”며 “특히 ‘MADE IN GREEN’ 라벨이 부착된 모든 제품은 사회적 책임을 준수하는 친환경적인 시설에서 철저하게 테스트를 거친 소재로 생산됐다는 것을 보장하는 것으로 앞으로도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환경에서 생산된 프리미엄 제품으로 고객과의 신뢰를 구축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전 세계 K열풍, 한국인의 속내는 K팝, K푸드 등 전 세계적으로 ‘K’ 열풍이 거세다. K의 선전은 한국인의 자긍심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본보가 1850명 설문 조사를 통해 국가 자긍심에서부터 가장 부끄러운 K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의 속마음을 들여다봤다.》세계적으로 ‘K’ 열풍이 거세다. K팝 인기를 필두로 한 K콘텐츠의 영향력은 K푸드, K뷰티 등으로 급속히 확장되고 있다. K열풍에 힘입어 한국 콘텐츠 산업은 코로나19 기간이었음에도 2019년 126조7000억 원에서 지난해 146조9000억 원 규모로 16%가량 성장했다. ‘오징어 게임’ ‘더 글로리’ 등이 줄줄이 히트를 치면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향후 4년간 K콘텐츠에 25억 달러(약 3조30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도 K콘텐츠의 달라진 위상과 무관치 않다. 한국 문화와 한국적인 삶에 대한 관심이 이처럼 높아지고 있음에도 정작 ‘K’에 대해 자긍심을 느끼는 한국인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한국인 5명 중 1명꼴로 ‘한국인인 것이 싫다’고 답했다. 한국인인 것에 거부감을 드러낸 답변은 특히 K팝의 가장 열렬한 소비자이자 수혜자인 이른바 ‘잘파세대’(Z세대+알파세대·10∼20대)에서 가장 높았다. ● 자긍심 낮은 한국인 잘파세대는 ‘빨간불’ 동아일보와 SM C&C 설문플랫폼 틸리언프로가 최근 전국 10∼60대 남녀 1850명을 대상으로 한국인으로서의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한국인인 것이 뿌듯하고 자랑스럽다’고 답한 응답자는 55.2%로 절반을 조금 넘기는 데 그쳤다. 나머지 절반가량(44.8%)은 한국인인 것이 별로 자랑스럽지 않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객관적인 문화·경제적 여건을 감안했을 때 한국인은 전반적으로 자긍심이 낮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물적·심적 자원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는 더 행복해야 한다”며 “압축성장 과정에서의 비교 압박 속에서 부정적 성향이 두드러진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진표 성균관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전통적으로 자신에게 엄격한 한국 문화 때문에 스스로의 성취를 폄훼하는 경향이 있다”며 “문화적, 경제적으로 긍정적인 여지가 충분하지만 부정적인 측면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라고 봤다. 응답자 5명 중 1명(22.6%)꼴로는 아예 “한국인인 것이 싫다”고 답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런 부정성이 특히 10∼20대인 잘파세대에서 가장 강하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한국인인 것이 싫다’는 응답은 전체의 22.6%였는데 알파세대인 10대에서는 28.8%, Z세대에서는 29.4%로 눈에 띄게 높았다. ● “한국 사회, 힘들고 복잡하고 피곤한 곳” 잘파세대는 한국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복수 응답)로 입시 및 취업 경쟁 등 혹독한 경쟁(39%), 야근 등 삶 자체가 힘들고 피곤(34.3%), 과시 등 보여주기식 문화(20.3%) 등을 꼽았다. 이모 씨(28·인천 미추홀구)는 “서울에서 대학을 다녔고 공기업에 다니고 있지만 내 삶이 이보다 더 나아지기 힘들다는 생각을 늘 한다”며 “미래가 뚜렷하게 안 보이기 때문에 내 삶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해 떠올리는 이미지 역시 주로 부정적인 것이었다. 이들이 꼽은 한국의 주요 이미지(복수 응답) 중 상위 5가지는 ‘경쟁적이다’ ‘정신없다’ ‘힘들다’ ‘복잡하다’ ‘피곤하다’였다. 이는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이 가장 높고(60.3%), 한국인인 게 싫다고 응답한 비율(18%)이 가장 낮았던 50대에서 ‘선도적이다’ ‘세련됐다’ 등의 긍정적인 이미지가 상위권에 오른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특히 20대는 K팝, K드라마, K반도체 등 중에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K를 꼽아 달라는 질문에서 모든 항목에 대해 전 세대 평균보다 낮은 선택률을 보였다.● K 세계로 뻗어도 “K의 성공과 내 삶 무관”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잘파세대의 세대적 특성에 한국적 특수성이 더해진 결과로 분석했다. 젊은 세대일수록 사회에 대한 불만이 높고 행복감이 떨어지는 것은 국가를 막론한 보편적인 성향이지만, 한국은 압축성장 이후 해결되지 못한 공정성, 양극화 문제 등이 가중되면서 잘파세대의 자긍심이 비교적 낮아졌다는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는 “한국의 극적인 위상 변화를 체감하면서 자긍심을 느끼는 장년층과 달리 선진국 진입 후 성장한 젊은 세대는 오히려 공정성 등에서의 불만, 반항심 때문에 비판적 성향이 더 큰 측면이 있다”고 했다. 실제로 고도의 경제 성장기를 거치며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의 진입을 지켜본 50∼60대 장년층들은 한국인인 것이 뿌듯하다는 답변이 58.5%에 달해 전 세대 중 가장 높았다. 10∼20대 응답자들은 K의 활약을 자국에 대한 자부심으로 연결시키지 않았다. 대학원생 황모(27) 씨는 “K콘텐츠를 즐겨 보긴 하지만 그것 때문에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가 생기진 않는다”며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재력, 연줄, 집안으로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 미래가 없는 것 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모 양(14·부산)은 “K팝 성공이 나하고는 상관없다”고 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집단주의 문화에서 개인주의 문화로 옮겨가고 개인적 성공과 행복을 추구하는 이가 많아지면서 국위 선양이 국가에 대한 자부심으로 연결되는 시대가 지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 주도하에 애국주의적 관점에서 홍보하는 K에 대한 반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류웅재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한국 콘텐츠 내에서도 팝, 영화, 드라마 등의 특성이 모두 다른데 정부에서 단일대오를 갖춘 획일화된 방식으로 K란 단어를 확대 재생산하면서 클리셰처럼 반복되는 데 식상함을 느낄 수 있다”며 “애국주의를 강조하는 프레임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사회적 신뢰도 회복과 행복 계몽 필요” 국가 자긍심은 삶의 만족도와도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한국은 행복 열등국가다.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의 2022년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들이 스스로 매긴 주관적 행복도 점수는 10점 만점에 5.95점으로 세계 57위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에서는 35위였다. 김석호 서울대 교수는 “국가 자긍심은 개인의 생활과 사회경제적 조건을 국가가 보장해준다는 정책과 제도에 대한 신뢰가 기반이 되고 투명하게 작동한다고 믿을 때 높아진다”며 “결국은 사회적 신뢰 회복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번 설문 결과에서도 다른 세대에 비해 출산, 직장 등 사회적 스트레스가 높은 30∼40대는 ‘현재 삶에 만족한다’는 응답이 33%로 전체 평균(37.7%)보다 낮았는데, 국가 자긍심 역시 51.8%로 전 세대 평균(55.2%)보다 낮게 나왔다. 특히 젊은 세대가 자긍심과 행복감을 갖고 사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압축성장 당시를 지탱하던 가치관이 아니라 행복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과 행복 계몽운동 같은 의식적 노력이 필요한 때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 사회 내의 문제에만 집중하기보다 외부·객관적 시각에서 우리 사회의 성취를 바라보고, 역사적 이해를 바탕으로 자긍심을 높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지금까지 ‘더 잘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성장의 추동력이 됐다면 이제는 우리가 소홀히 했던 행복에 대한 계몽이 필요한 시대”라며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간과돼 왔던 행복 문화를 확산시키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압도적 지지 받은 ‘K팝’, 혐오감 불러일으킨 ‘K정치’ [토요기획] 세계 휩쓰는 K 열풍, 한국인 속마음은 한국인의 최애·극혐 K 살펴보니 10대 응답자 62% “K팝 자랑스러워”K드라마-반도체-푸드 인기도 높아한국 사람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K는 ‘K팝’인 반면에 가장 부끄러워하는 K는 ‘K정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K가 붙은 단어 중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단어가 무엇이냐는 질문(이하 복수 응답)에 K팝을 꼽은 응답자가 전체의 47.8%로 가장 많았다. 특히 10대의 경우 K팝을 꼽은 이들이 전체의 62.7%에 달했다. K팝은 최근 비단 엔터테인먼트 업계뿐만 아니라 외교,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떨치고 있다. 미국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은 “K팝이 긴장된 국제 정세 속 외교·경제·안보 등 다방면으로 한국의 정치외교적 입지를 넓히는 데 지대한 기여를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BTS는 유엔총회 연설, 백악관 초청 등 민간 국가 홍보 대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K팝에 이어 K드라마·영화(38.5), K반도체(31.5%), K푸드(30.9%) 순으로 응답률이 높았다. 한국을 자랑스럽게 느끼게 하는 요인으로 가장 많이 꼽은 것도 ‘K팝 등 세계적 주목을 받는 콘텐츠의 영향력’(44.9%)이었다. ‘한국 기업들의 선전’(38.3%), ‘의료시스템과 복지’(28.5%), ‘K푸드와 K패션 등 한국 소비재 인기’(27.7%), ‘스포츠 선수 활약’(24.4%)도 많이 꼽혔다. 반면 K가 붙는 가장 부끄러운 단어로는 K정치(52.7%)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K지옥(26.7%), K장남·장녀(21%), K워킹맘(21.3%), K직장인(19.8%) 등이 뒤를 이었다. K정치가 부끄럽다고 답한 이들은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많았다. 50대의 67.9%, 60대의 70.2%가 K정치가 부끄럽다고 답해 장년층일수록 정치에 대한 관심도 높고 불신 역시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부정부패가 높은 사회라는 인식과 사회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부정적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부끄러운 K에 ‘K워킹맘’ ‘K직장인’ 등이 다수 포함된 것은 직장과 출산 등에 대한 사회적 스트레스가 반영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은 좋아도 직장으로 들어가는 순간 그 안의 위계적 문화와 경쟁이 큰 압박감으로 작용하는 구조”라며 “일하는 여성들이 양육 등에서 느끼는 어려움도 이런 부담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교수는 “직장은 다른 문화에서 일했던 기성세대가 포진해 있어 단번에 문화를 바꾸기 어렵고 세대 갈등도 많을 수 있다”며 “출산, 육아와의 양립이 어려운 직장 문화가 스트레스가 되고 있는 만큼 사회적 인프라를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