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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게 된 이후 가끔 직접 만나본 적 없는 분들에게서 뜻밖의 편지를 받게 될 때가 있는데 며칠 전에도 그런 편지를 받고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2019년 10월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33회 인촌상 시상식에서 언론·문화부문 수상자였던 소설가 한강 씨는 한 독자의 편지를 소개하며 수상 소감의 운을 뗐다. 그는 “작가들의 전성기가 보통 50, 60대이니 앞으로 적어도 10년간은 뒤를 돌아보지 말고 소설을 계속 써 달라는 당부가 담겨 있었다”며 “장편 한 편당 평균 3년이 걸리니 10년간 운이 좋다면 3편, 나쁘면 2편 정도를 쓸 수 있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전거를 배울 때 일단 페달을 밟는 법을 알고 나면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몸이 기울며 커브를 알아서 틀게 된다”며 “그 편지를 받고 10년 동안 쓸 수 있을 만큼의 글을 쓰고 싶어졌으니 그렇게 마음이 기울어진 대로 저의 삶이 흘러가 주기를 바란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당시 그는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해 한국문학이 해외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 등에서 공로를 크게 인정받았다. 이후 2019년 산클레벤테 문학상 수상, 노르웨이 ‘미래도서관’ 프로젝트 작가 선정 등이 이어지면서 국내 독자만이 아니라 세계의 독자들이 주목하는 한국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본보와 가진 인촌상 수상 인터뷰에서는 “지금까지 쓰고 싶은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시간을 보내왔다. 그 결과는 통제 밖의 영역”이라며 “오직 쓰는 과정에 있는 사람만이 작가이며, 다행히 지금 쓰고 있으니 나는 아직 작가”라고 말했다. 국제적 명성뿐 아니라 국내 활동 당시부터 예술성을 인정받아 2005년 35세 최연소로 이상문학상을 받는 등 국내 주요 문학상을 두루 수상했고, 탄탄한 작품성, 예술성에 성실성까지 더한 문학적 성취를 보여준 것도 당시 인촌상 수상자 선정의 배경이 됐다. 심사위원들로부터 “40대에 이미 대부분의 작가가 평생 성취한 것 이상의 것을 성취했다”는 찬사를 받은 그였다. 인촌상 심사단은 “더욱 고무적인 것은 이 작가가 막 전성기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이라며 “우리가 이 작가의 손에서 세계의 고전이 될 작품들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도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 성취한 것만으로도 수상자로서 충분하지만 한강은 이후의 활약이 더 기대되는 작가”라고 평했다. 그로부터 5년 뒤 그는 한국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가 됐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친구가 새치기를 할 때도, 억울하게 오해를 당했을 때도, 우산이 바뀌었을 때도, 머뭇머뭇 대다가 항상 말할 때를 놓쳐버리는 부끄러움 많은 아이. 말할까 말까, 어떻게 말할까 고민하는 동안 하릴없이 머리만 긁적긁적 할 뿐, 결국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답답함만 쌓여간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머리만 긁적대며 본의 아니게 꿀 먹은 벙어리로 살아가던 아이. 어느 날 간질간질하던 머리 위에서 불쑥 두 개의 뿔이 솟아 오르더니, 지붕을 뚫고 구름을 뚫고 하늘 끝까지 자란다. 신기한 뿔에 온갖 새들과 구름이 모여든다. 점점 더 무거워지는 머리. 도저히 참지 못하고 용기 내 소리친다. “다들 비켜 줄래? 너무 무거워!” 놀랍게도 그렇게 소리치고 나자, 머리 위를 무겁게 내리누르던 새들이며 구름이 놀라 모두 사라진다. 머리를 간지럽히던 뿔도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마음에 있던 말을 또박또박 전달한다는 것이 이렇게 후련하고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배운다. 처음이 어려웠을 뿐, 한 번 입을 뗀 아이는 그제야 하고 싶었던 말을 시작한다. 꾹꾹 누른 마음이 머리 위 뿔처럼 자라난다는 상상을 통해 수줍음 많은 아이들을 응원해주는 책이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던 10일(한국 시간) 오후 소설가 한강(54)은 자택이 있는 서울 종로구 자하문동에서 여느 때처럼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아들과 함께했던 저녁 식사를 막 끝내던 참이었다. 스웨덴에서 전화가 왔다. 전화를 걸어 온 사람은 오후 8시 노벨 문학상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 있던 마츠 말름 노벨위원회 상임 사무국장이었다. 한국 최초이자 18번째 여성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가 됐다는 소식을 그렇게 처음 접했다. 누구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깜짝 발표였다.한강은 이날 수상자 발표 후 노벨위원회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너무 놀랐고 영광이다. 지지해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나는 어릴 때부터 책과 함께 자랐다. 나는 한국 문학과 함께 자랐다고 말할 수 있다”며 “이 뉴스가 한국 독자들과 동료 작가들에게 좋은 소식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어떻게 노벨 문학상 수상을 축하할 것이냐란 질문에 그는 “내가 술은 안 마신다”면서 “전화 통화 후 아들과 차를 마시면서 오늘 밤 조용히 축하할 것”이라며 웃었다. 가장 영감을 준 작가에 대한 질문에는 “어릴 때부터 봤던 많은 작가들이 영감이 됐고 영향을 미쳤다. 스웨덴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그중 한 명인데 그의 ‘사자왕 형제의 모험’을 어릴 때 좋아했고 인간에 대한 내 질문을 그 작품과 연관시킬 수 있었다”고 답했다. 그는 가장 좋아하는 자신의 작품으로 ‘작별하지 않는다’를 언급하며 “모든 작가들은 가장 최근의 작품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맨부커상을 안긴 ‘채식주의자’에 대해선 “3년 동안 쓰면서 매우 힘든 시간을 보냈다. 책에 등장하는 적절한 이미지를 찾기 위해 매우 고군분투했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한강은 비극적인 한국 현대사에 꾸준히 천착해왔다. 지난해 11월 세계한글작가대회 특별강연에서 그는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소년이 온다’를 쓴 과정을 설명하며 “역사 속의 인간을 들여다본다는 행위는 폭력의 반대편에 서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역사 속의 일을 그린다는 것은 결국 인간의 본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일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소년이 온다’는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중학교 3학년인 동호가 친구 정대의 죽음을 목격한 후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다. 한강은 “소설을 쓰기 위해 한 달 정도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증언집을 읽었다”며 “900여 명의 증언을 읽으면서 당시의 상황적인 파편들을 경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1970년 광주에서 태어나 1980년 서울로 온 한강은 자신의 고향에서 5·18이 일어난 것을 보고 처음으로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2019년 인촌상 수상 당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선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부친 한승원 소설가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사방에 널린 책들 속에서 자랐다는 것. 그는 “책 속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으니 현실의 세계가 절대적이지 않았고, 그렇게 두 세계에서 살 수 있었던 점이 유년기의 나를 도와줬다”고 말했다. 소설을 진지하게 대하기 시작한 건 중학교 3학년 무렵이었다고 한다. 대학 시절 습작기를 거쳐 출판사에 취직한 뒤 3∼4시간씩만 자면서 글을 썼다. 그는 뜨거움이나 열정보다 끈기로 소설을 써왔다고 했다. 그는 집필 땐 칩거한 채 작품에만 오롯이 몰두하는 작가다. 한강은 “지금까지 쓰고 싶은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시간을 보내왔다. 그 결과는 통제 밖의 영역”이라며 “오직 쓰는 과정에 있는 사람만이 작가이며, 다행히 지금 쓰고 있으니 나는 아직 작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따금 그는 소설 밖 세계를 꿈꾸기도 한다고 했다. “전에 만들고 불렀던 노래들을 담담하게 다시 녹음해보고 싶습니다. 그사이 새로 만든 노래들도 넣고요. 음반 제목은 오래전 보았던 연극의 대사인 ‘안아주기에도 우리 삶은 너무 짧잖아요’로 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백일몽일 뿐이지만 언젠가 그런 여유가 찾아올 수도 있겠지요.”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걸그룹 뉴진스의 하니(사진)가 15일 열리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하겠다고 밝혔다. 환노위는 ‘직장 내 괴롭힘’ 및 ‘아이돌 따돌림 문제’에 관해 물을 예정이다. 10일 가요계 등에 따르면 하니는 전날 뉴진스 팬 소통 플랫폼 포닝에 “국회에 나가기로 결정했다”며 “국정감사에 혼자 나갈 것”이라고 적었다. 하니는 “걱정 안 해도 된다”며 “나와 멤버들, ‘버니즈’(뉴진스 팬덤)를 위해서 나가기로 정했다”고 했다. 그는 또 “아직 매니저와 회사는 모른다. 많이 생각해봤지만 나가는 게 맞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배움이 많은 경험일 거라고 생각한다”며 “뉴진스와 버니즈를 지키겠다”고 덧붙였다. 뉴진스 따돌림 의혹은 지난달 11일 이들이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복귀를 요청했던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처음 제기됐다. 하니는 당시 하이브 산하 레이블인 빌리프랩 소속 걸그룹 아일릿의 매니저가 자신을 겨냥해 “무시해”라고 말하는 등 소속사 내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하니는 “다른 팀(빌리프랩 소속 걸그룹) 멤버에게 인사를 했는데 해당 그룹 매니저가 (저희를) 무시하라고 말했다”며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빌리프랩은 폐쇄회로(CC)TV와 해당 인물 조사 결과 사실이 아니라고 맞섰다. 빌리프랩 측은 7일 공식입장을 통해 “신인 아티스트(아일릿)를 음해하려는 시도를 즉시 멈춰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무시하라는 발언도, 인사를 하지 않은 일도 없다”고 반박했다. 논란이 커지면서 하니는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소속사 어도어 김주영 대표는 증인으로 채택됐다. 한편 뉴진스 팬덤인 버니즈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경찰서에 업무상 배임 및 업무 방해 혐의로 김 대표 등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하이브의 홍보책임자 등에 대해서는 개인정보 탈취 및 불법 누설 혐의가 있다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가을은 언제나 여행의 설렘으로 두근거린다.선선한 바람과 청명한 하늘. 걷기도 좋고, 떠나기도 좋다.보석 같은 국내 지역 명소들로 구성된 ‘로컬100’과 걷는 즐거움으로 가득한‘코리아둘레길’ 중에서도 가을철 찾기에 더없이 좋을 여행지 10곳을 골라 소개한다.》진주남강유등축제 경남 진주이맘때 진주의 밤은 남강을 따라 흐르는 아름다운 등으로 수놓아진다. 진주남강유등축제는 임진왜란 진주대첩 당시 풍등과 횃불로 남강을 건너는 왜군을 저지한 데서 유래됐다. 강에 띄운 등은 성 밖의 가족에게 안부를 전하는 통신수단이 되기도 했단다. 국난 극복에 몸을 바친 이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매년 남강에 유등을 띄운 진주의 전통은 면면히 이어져 오색등불로 수놓아진 가을 야간 축제로 거듭났다. 20일까지 진주성과 남강 일원에서 펼쳐지는 올해 행사는 진주대첩, K-콘텐츠 등 테마를 바탕으로 다양한 전시와 부대 행사를 선보인다.강릉커피축제 강원 강릉 한국 커피 1세대 바리스타로 꼽히는 보헤미안 박이추, 테라로사 김용덕 등에는 공통점이 있다. 커피의 도시 강릉에서 사업을 시작했다는 것. 저명한 커피 명인들을 두루 배출한 강릉은 명실상부 국내 커피산업의 메카다. 커피 맛에 자부심을 가진 유명한 카페와 바리스타들이 전국의 커피 문화를 선도하는 축제가 매년 가을마다 강릉커피거리와 강릉시 일원에서 열린다. 올해는 24일부터 27일까지 ‘커피, 바다와 다시 만나다’를 주제로 준비됐다. 아름다운 강릉 바다와 가을의 정취를 향긋한 커피와 함께 만끽하기 더없이 좋을 기회다.북평민속5일장과 무릉별유천지 강원 동해 북평민속5일장은 1796년부터 문헌에 등장한 전국 최대 민속 5일장이다. 매달 끝자리가 3, 8일인 날에 열린다. 지역 특산물, 잡화, 어물전 등이 들어서고 민속극 북평원님답교놀이가 상설 공연돼 볼거리가 넘쳐난다. 북적북적한 재래시장 구경을 마쳤다면 인근 무릉별유천지도 들러보자. 1968년부터 40년간 쌍용 C&E가 석회석을 쇄석하던 공간이 이제는 ‘하늘 아래 경치 좋은 곳’이란 뜻을 가진 이색 관광 명소로 탈바꿈했다. 익사이팅 체험 시설, 전망대, 카페 등을 갖췄다. 인증 사진 필수인 별미 ‘시멘트 아이스크림’도 놓치지 말 것.용문사와 은행나무 경기 양평천년 고찰 용문사는 경내의 아름드리 은행나무로 더 유명하다. 수령 약 1100∼1500년 정도로 추정되며 높이만 42m로 국내 최고 기록을 갖고 있다. 가을철 황금빛으로 절정을 이룬 은행나무의 압도적 자태는 가을철 많은 이의 발길을 이끈다. 통일신라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가 나라 잃은 설움을 안고 금강산으로 가다가 심었다는 전설과 의상대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가 자라 나무가 됐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수려한 경관을 배경으로 자리한 용문사는 고즈넉한 산책과 사색의 시간을 갖기 제격이다. 장생포문화창고와 지관서가 울산 1973년 수산물 가공창고로 이용되다 방치된 시설이 폐산업시설 리모델링을 통해 복합문화시설로 재탄생했다. 외벽을 가득 채운 거대한 돌고래 그림이 그려진 건물로 들어서면 아동 대상 상설공연과 기획전시 등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6층에는 오션 뷰로 입소문이 난 북카페 지관서가가 들어와 있다. 지관서가는 울산시가 공간을 제공하고 SK가 사회공헌 사업 일환으로 조성한 북카페로 총 7호점까지 개관했다. 장생포점에서는 선박들이 즐비한 장생포와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보며 망중한의 시간을 즐길 수 있다.남파랑길 42코스 경남 남해걷기 좋은 남해 길 중에서도 다채로운 바다 풍경에 숲길까지 어우러져 가을을 만끽하기 더없이 좋은 길이다. 파도치는 소리가 앵무새 소리를 닮았다고 해‘앵강만’으로 불리는 이 지역을 따라 걷다 보면 동해를 닮은 절벽과 서해를 닮은 갯벌, 남해의 몽돌해변을 품은 절경을 모두 만나게 된다. 돌담을 막아 만든 원시 어로시설 석방렴 체험을 해볼 수 있는 홍현 해라우지마을부터 바다에 닿은 계단식 논의 전경이 펼쳐지는 가천 다랭이마을까지가 하이라이트. 시작점에 남파랑길 여행지원센터가 있어 여행 정보를 얻기 좋다.서해랑길 42코스 전북 고창선운산과 선운사는 가을이면 꽃무릇과 단풍으로 절경을 이루는 명소다. 수많은 문인에게 영감을 준 선운사의 가을 단풍은 10월 말경이면 도솔천을 따라 오색찬란한 절경을 이룬다. 서해랑길 42코스는 천마봉을 거쳐 선운산을 넘고 동백나무 숲이 병풍처럼 감싸안은 도솔산 선운사에 닿게 된다. 총 11.6㎞, 최고 고도 337m에 달하는 하드워킹 코스니 산을 좋아한다면 도전해 보자. 등산 구간이 부담스럽다면 선운사 입구부터 선운산 도솔암 마애여래좌상까지 역방향(4㎞)으로 걸어도 된다.DMZ 평화의 길 15코스 강원 철원한반도의 아름다운 가을 풍경 속에서 평화와 통일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길. 시작점 백마고지역은 한국전쟁 중 철원 백마고지 전투가 벌어졌던 곳으로 당시 치열했던 공방전을 기념하기 위해 역이름으로 정했다. 주변에 백마고지 기념탑, 철원 노동당사가 있으니 함께 둘러보자. 소이산 꼭대기에 서면 철원평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연꽃과 갈대가 어우러지는 새들의 낙원 철원 학저수지 둘레길은 걷는 즐거움을 더한다. 역사와 문화에 생태자원까지 두루 어우러져 지루할 틈이 없다.서해랑길 47코스 전북 부안가을 낙조 맞이 절경을 찾고 있다면 부안으로 가 보자. 서해랑길 47코스는 가을 노을을 즐기기 좋은 노을맛집으로 구성된 길이다. 변산반도 해안선을 따라 형성된 채석강, 채석강 절경을 보기 좋은 격포해변, 중국의 적벽강만큼 경치가 뛰어나다 해서 이름 붙인 적벽강, 썰물 때 바닷길이 갈라지는 한국판 ‘모세의 기적’을 볼 수 있는 하섬전망대 등 즐비한 관광 명소를 두루 지난다. 계절별 야생화를 감상하기에도 좋은 길.해파랑길 45코스 강원 속초설악해맞이공원에서 일출과 함께 걷기를 시작해보길 추천한다. 대포항, 외옹치항 같은 속초의 대표 항구와 속초해수욕장, 실향민 집단촌인 아바이마을, 청초호와 영랑호 등 구간마다 산과 바다, 호수가 어우러진 속초의 다양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주변에 설악산국립공원, 영랑호, 보광사 등도 함께 들러보기 좋은 길이다. 속초 대표 관광지를 모두 지나고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가족여행지로 안성맞춤이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잠이 오면, 모두 잠에 빠져든다. 그렇다면, 잠은 잠을 잘까? 밤마다 어둠이 오는 길을 따라 달리면서 깨어 있는 모든 것들 재우는 잠. 모두가 잘 때, 정작 깨어 있는 그 잠 말이다. 이 책은 도시와 숲을 지나, 사람들과 황새, 고양이, 무당벌레까지 모두를 재우는 잠을 의인화시켜 이야기를 풀어간다. 모두를 마법처럼 재우는 잠은 작고 동그란 검은 요정처럼 생겼다. 모두를 재우다 잠은 문득, ‘나는 왜 깨어 있지?’라는 질문을 품게 된다. 하지만 말해 줄 수 있는 이들이 없다. 잠이 다가가면 모두 까무룩 잠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남들처럼 잠들고 싶어 몽실몽실 민들레 씨앗 위에도 누워보고, 보송보송 병아리떼 위에도 누워보고, 높이 뜬 열기구 위에도 누워보는 잠. 그래도 잠들지 못하는 잠. 울고 싶은 마음으로 지쳐 털썩 누웠을 때, 그릉그릉 잠든 고양이 숨소리와, 셀 수 없이 많은 꿈들의 유영을 지켜보다 스스륵, 그제야 잠도 잠에 빠지고 만다. 잠들기 싫어하는 아이들과 읽기에 좋은 책. 잠의 나른한 모험과 꿈의 세계가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그림으로 표현됐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옆집에 사는 윌슨 아저씨. 자전거 타고 빵집으로 출근한 뒤 케이크를 만드는 것이 일상인 윌슨 아저씨를 누구도 특별히 눈여겨보지 않는다. 하지만 리즈는 다르다. 리즈는 사람들이 윌슨 아저씨의 이상한 점을 알아보지 못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푸른빛 얼굴, 너무 긴 목. 그는 공룡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브라키오사우루스나 디플로도쿠스일 것이다. 아저씨의 정체를 알리기 위해 엄마, 선생님, 반 친구들에게도 말해 보지만 아무도 믿지 않는다. 결국 고생물학자인 메리 박사까지 찾아간다. 하지만 리즈의 호기심은 뜻하지 않게 윌슨 아저씨의 체포로 이어지고 만다. 그도 그럴 것이,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던 공룡이 사람 분장을 하고 살고 있었다는 것이 리즈로 인해 들통났으니까. 리즈는 뒤늦게 섣부른 행동을 후회한다. 정성스럽게 빵을 굽고 반죽해 케이크를 만드는 것이 가장 행복한 윌슨 아저씨에게 닥친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윌슨 아저씨가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가는 과정을 통해 나와 다른 모습의 타인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일깨워준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대한민국예술원이 개원 70주년을 맞아 심포지엄 ‘향연’을 다음 달 4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연다. 1954년 개원한 대한민국예술원은 원로 예술가 지원 및 예술창작 활동 지원사업 등을 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단체다. 이번 심포지엄은 ‘포스트휴먼(Post-human) 시대의 예술’을 주제로 연극연출가 손진책 예술원 부회장이 연출을 맡았다. 문학 분과에서는 황유원 시인이 ‘나무 인간의 속삭임’을 주제로 포스트휴먼 문학의 개념을 논의한 후 황동규, 김후란 시인 등이 시를 낭송한다. 음악 분과에서는 주대창 광주교대 교수가 ‘손맛 음악의 디지털 맛’을 주제로 발표하고 원로 성악가 바리톤 김성길 등의 무대가 마련됐다. 연극 분과는 예술원 회원인 원로 배우 신구와 박정자 등이 연극 ‘스페이스 리어’를 시연한다. 미술 분과는 인간과 기술적 상상력의 결합을 논의한 후 미디어아트 실연을 펼친다. 무용 분과는 포스트휴먼 시대 무용계의 변화를 살피고, 영화 분과는 영화 ‘프랑켄슈타인’을 통해 포스트휴먼 시대의 주체 형성을 탐색한다. 신수정 예술원장은 “고희라는 특별한 해를 맞아 관객과 함께 누리는 잔치를 준비한 만큼 많은 분이 찾아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무료 관람이며 국립극장 홈페이지(www.ntok.go.kr)에서 예약할 수 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아빠와 산책에 나섰다가 편의점에 들르게 된 그린이. 아빠는 콜라, 사이다는 설탕이 많아 안 사준다고 단호하면서도 바나나 우유를 먹고 싶다는 말에는 못 이기는 척 사준다. 바나나 우유를 사달라는 그린이 말을 아빠가 거절하지 못하는 덴 이유가 있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일찍 잃은 그린이 아빠는 목욕탕 다녀온 친구들이 바나나 우유 먹는 게 그렇게 부러웠단다. 다음 날, 하굣길 다시 편의점에 들른 그린이는 매대에서 바나나 우유 1+1 행사를 발견한다. 아빠와 같이 나눠 먹을 생각에 신이 나서 바나나 우유를 사는데,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갑자기 편의점이 과거로 돌아가는 통로로 변하고, 그린이는 낯선 목욕탕 입구에 서 있게 된다. 거기서 아빠와 쏙 닮은 또래 친구를 만난다. 아빠의 어린 시절 상처를 위로해주고 싶은 어린 그린이의 마음이 불러낸 마법이었을까. 어른이 된 아빠 속에 여전히 남아 있는 작은 아이를 유심히 들여다볼 줄 아는 그린이의 속 깊은 마음이 결국 다 큰 아빠를 울린다. 일상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편의점을 매개로 아빠와 어린 아들의 애틋한 마음이 연결된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할머니와 아빠와 아이. 세 가족의 저녁 식탁에 올라온 것은 계란프라이와 컵라면, 김이 전부다. 예전에 할머니가 차려준 밥상에는 신선한 상추, 나물, 먹음직스러운 전이 가득했었는데. “할머니, 진짜 요리법 다 까먹었어?” 아이의 질문에 할머니가 막막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기억을 잃어가는 할머니. 속상해진 아빠는 반찬 투정하지 말고 먹으라며 괜히 버럭 화를 낸다. 그날 밤, 배가 고파서 차마 잠들지 못하는 아이 앞에 할머니가 입었던 것 같은 꽃무늬 티셔츠와 몸뻬 바지를 입은 작은 소녀가 나타난다. 두 사람은 우유갑 기차를 타고 그림처럼 아름다운 바다, 들판, 꽃길을 지나 밤새 어디론가 달려간다. 도착한 곳은 바로 소녀의 할머니 집! 앞치마를 두른 할머니는 아이들을 꼭 안아준 뒤 꽃잎 한 소쿠리, 달 한 그릇 떠서 밥도 짓고 전도 부친다. 푸짐한 밥상이 차려진다. 아이들이 먹는 건 밥만이 아니라 꽃밥보다 달고, 달전보다 더 고소한 할머니의 그 깊은 사랑. 봉긋해진 꼬마들 배만큼, 행복도 추억도 쌓인다. 시간은 흐르고, 할머니는 연약해져도 아이들을 자라게 한 그 사랑은 시들지 않는다. 아련하고 서정적인 그림체가 뭉클함을 더해 준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신나게 노는 데 여념이 없던 금동이. 엄마가 안 본다고 너무 먹어댄 탓일까. 갑자기 아랫배가 살살 아파온다. 심상치 않은 느낌. 식은땀이 흐르고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들어진다. 바로 화장실에 달려가야 할 상황이란 직감이 온다. 배 속의 똥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100초까지는 내가 참아볼게. 그러니까 얼른 가!” 절체절명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주어진 시간은 단 100초. ‘할 수 있다, 참을 수 있다’를 되뇌면서 놀이터부터 아파트 7층까지 발길을 옮기는 금동이. 하지만 오늘따라 가는 길목마다 왜 이리도 난관이 많은지. 벌써 집에 가냐고 붙들고 늘어지는 친구들, 떡볶이 먹고 가라고 권하는 동네 누나, 속도 모르고 엘리베이터 문 닫히기 직전에 우르르 타는 이웃들, 갑자기 말 거는 옆집 아주머니, 너무 꽉 묶여서 푸는 데 한참 걸리는 운동화끈…. 금동이는 과연 100초 미션을 해결할 수 있을까. 갑자기 찾아온 생리현상 때문에 화장실에 가기까지 벌어지는 긴박한 상황을 아이들 눈높이에서 우스꽝스럽고 재치있게 풀어낸 그림책이다. 100초까지 세는 동안의 긴장감이 유머러스하게 그려진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영화 티켓값이 올라서 극장에 사람이 없다는 한 배우의 발언이 논란이 됐을 때, 올여름 찾았던 미국 캘리포니아 한 도시의 영화관을 떠올렸다. 대형 쇼핑몰에 있는 멀티상영관이었고, 디즈니에서 개봉한 화제의 신작을 보러 간 것이었지만 극장엔 달랑 우리 가족과 아이를 동반한 한 남자, 두 팀뿐이었다. 평일 낮이긴 했지만 방학 중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비어 있을 줄은 몰랐다. 빈 상영관과 애니메이션의 요란한 대사가 빚어내는 부조화가 을씨년스러웠다. 극장 산업의 침체는 국내에 한정된 현상은 아니다. 시장 조사 업체 컴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북미 박스오피스 수입은 90억 달러를 조금 넘기는 데 그쳤다. ‘바비’ 등 흥행작이 터지면서 팬데믹 타격을 회복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그 이전인 2019년보다 20%, 2018년보다는 24% 감소한 수치다. 논란처럼 티켓 가격 때문이었을까. 미국 티켓 가격은 국내총생산(GDP) 상위 20개국 중 중간 정도다. 매년 평균 티켓 요금 지수를 발표하는 더넘버스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평균가는 10.78달러였다. 소득 대비 가격은 더 낮다. 한국, 미국, 일본, 중국, 프랑스 최저시급 기준으로 영화 관람을 위한 노동시간을 계산한 영화진흥위원회 보고서(2021년 기준)에 따르면 미국은 46분으로 5개국 중간인 한국(66분)보다 훨씬 낮았다. 부담 되는 가격이 아니어도 관객은 줄었단 뜻이다. 한국 가격도 액면가와 다른 부분이 있다. 주말가로 1만5000원이라지만 통신사 할인 등이 일반화돼 있어 정가를 내는 경우는 드물다. 올해 상반기 국내 영화관 객단가는 9768원이었다. 작년보다 3.1% 떨어진 수치다. 가격 탓은 손쉽고 휘발성 강하지만 개인 취향에 따라 지갑을 여닫는 가치 소비 시대에 극장의 고전을 티켓값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을 쓴 일본 작가 이나다 도요시에 따르면 쇼츠, 릴스 같은 짧은 콘텐츠가 출현하며 문화는 ‘감상’에서 ‘소비’의 대상이 됐는데, 가성비가 절대적 기준이 된다. 10분 안에 줄거리를 요약한 콘텐츠가 넘치는 시대에 2시간을 버텨야 하는 영화관은 돈을 떠나 시간, 기회비용 등 모든 측면에서 가성비가 낮은 공간이 됐단 의미다. 연극 같은 무대예술은 어차피 감상자 마음대로 볼 수 없고, 책은 애초에 독자가 읽는 방식을 결정할 수 있지만 영화는 다르다. 볼 건 넘치고 시간은 부족한 시대, 극장의 수동적 관람이 ‘비효율적’이라고 느끼게 된 이들에게 빨리 감기가 가능한 대체재가 매일 쏟아지면서 영화의 향유 방식을 뒤바꿔 놨다. 역설적으로 관객의 기대치는 훨씬 높아졌다. 빨리 감기와 건너뛰기를 포기해도 좋다는 확신이 있어야만 영화관에 가기 때문이다. 팝콘 브레인(즉각적 자극에 길들여진 뇌)과 효율적 콘텐츠 소비 속에서 현재 영화관은 얼마나 독자적 매력을 갖춘 작품을 차별적 경험 속에서 제공하고 있는가? 지금 가격 논쟁보다 중요한 건 이에 대한 대답 같다.박선희 문화부 차장 teller@donga.com}

‘자, 갑니다.’ 아나운서의 안내 방송과 함께 배드민턴 셔틀콕을 힘차게 날리는 어린이. 경기가 시작됐다. 그런데 받는 사람은 정해져 있지 않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다 곧 땅에 고꾸라질 것 같은 공. 하지만 그렇지 않다. 자고 있는 줄 알았던 고양이가 꼬리로 셔틀콕을 ‘탁’ 받아친다. “고양이 선수, 자는 줄 알았는데요.” 놀라움을 드러내는 중계방송. 그러나 저러나 고양이가 친 셔틀콕은 높은 건물 위로 떠오른다. 이렇게 높이 올리간 공을 바로 받아칠 사람이 있을까. 그때 베란다 창을 열고 누군가 시원하게 스매싱을 한다. 멀리, 더 멀리 날아가는 셔틀콕. 받아내는 사람이 있을까? 있다. “이번엔 저수지의 오리 선수가 받았습니다. 조금 느리게 넘겨주는데요.” 오리를 지난 공은 이제 나무, 거미, 두더지, 구름, 해까지 거쳐가며 더 멀리멀리 날아간다. ‘이젠 끝이구나’ 할 때마다 누군가 나타나서 공을 살린다. 모든 것은 연결돼 있고, 이어진다. 낙심할 필요 없다. 누군가 또 공을 살려낼 테니까! 서로 어울려 산다는 건 통통 튀는 즐거운 게임이 계속 된다는 것. 도우며 살아가는 유쾌한 모습을 재치 있게 그려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처음에는 어색하고 부끄러웠지만 이제는 무대에 서는 게 즐겁고 행복합니다.” 뮤지컬 ‘마이 마더’ 공연에 참여한 류채영 양(15)에겐 새로운 꿈이 생겼다. 그는 “소중한 경험을 통해 뮤지컬 배우의 꿈을 꾸게 됐다”고 말했다. 경남 거제시 거제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 청소년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친구야! 문화예술과 놀자―나도 케이팝 스타’가 27일 열렸다. 이 프로그램은 동아일보, 경남도교육청, 거제시문화예술재단과 거제중앙중학교가 공동 주최하고 K공연예술비전연구소가 주관했다. 이번 행사에선 거제중앙중 학생 20여 명과 김춘경 동덕여대 방송연예과 교수, 김태욱, 김유진 등 전문강사로 구성된 멘토단이 케이팝 콘서트 뮤지컬 ‘마이 마더’를 무대에 올렸다. ‘마이 마더’는 청소년들의 따뜻한 시선으로 엄마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창작 뮤지컬이다. 총괄감독을 맡은 김춘경 교수는 “학생들이 자기 삶을 나누며 서로 공감하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성희 거제중앙중 교장은 “문화예술 교육을 통해 성장하는 학생들의 모습에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거제시문화예술재단 김준성 관장은 “미래 세대인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 예술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7년부터 지역문화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동아일보는 2012년부터 경남교육청과 ‘나도 케이팝 스타’를 공동 주최하고 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배우들도 다른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늘 있었습니다. 그러다 영화 ‘도둑들’(2012년)을 찍을 때 함께 출연한 린다화 선배님이 ‘나는 그냥 영화인’이라고 하는 말씀을 듣고는 연출과 제작을 하면 좋겠단 꿈을 꾸게 됐어요.” 배우 이정재가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코엑스 공동주관으로 열린 ‘국제방송영상마켓 2024’(BCWW 2024) 에 참석해 배우이자 영화 연출자, 제작자로 활약하게 된 계기와 경험을 나눴다. 이정재는 2022년 개봉한 영화 ‘헌트’를 연출했다. 이정재는 “막 데뷔했던 1990년대 초반에는 ‘배우는 다른 일을 하면 안 되고 연기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자기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어 부르는 싱어송라이터를 보면서 부러워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헌트’ 시나리오를 4년 동안 썼고, 각본을 쓰는 동안 촬영한 작품이 7, 8개 정도였다”며 “즐겁고 재미있어서 하는 일이다 보니까 촬영 중인 작품에도 오히려 방해되지 않고 오히려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이정재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2022년 비영어권 드라마 최초로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올해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스타워즈 시리즈인 ‘애콜라이트’ 에서는 주연을 맡았다. 그는 “달라진 한국 콘텐츠의 위상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에 가면 ‘오징어 게임‘뿐 아니라 한국에서 지금 나오고 있는 드라마나 영화, 예능에 관해서까지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다”며 “ 선배들의 노력과 희생 덕분에 이런 시대가 왔다고 생각한다. 나도 후배나 동료를 위해서 좋은 기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말 공개될 ‘오징어 게임’ 시즌 2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후반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곧 본격적인 홍보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24회를 맞이한 국제방송영상마켓은 29일까지 사흘간 진행된다. 국제방송영상마켓은 국내 방송영상산업 관계자와 해외 주요 구매자들이 참여하는 행사로 올해는 ‘글로벌 무대의 미래를 열다‘라는 슬로건 아래 277개사에 달하는 전 세계 콘텐츠 산업 관계자들이 참여한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세상일 마음먹기 나름이라고들 하지만, 그 마음이란 걸 먹는 게 참 어렵다. 여기, 마음 하나만은 끝내주게 잘 먹는 고양이가 한 마리 있다. 기지개를 쭉 켜기로 마음먹고 바로 스트레칭. 저 멀리 가보기로 마음먹고 거침없이 달려간다.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일을 해 보기로 마음먹기도 한다. 그러니까 이 고양이는 생선만 먹는 것이 아니라, 수시로 마음을 먹는다. 마음을 먹으면 뭐든 다 할 수 있다. 물론 마음을 먹고 한다고 해서 모든 일이 생각처럼 다 잘되는 것은 아니다.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하냐고? 아무것도 안 하기로 마음먹으면 된다. 새로운 기회를 노리거나, 발로 벽을 긁기로 마음먹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마음만 먹으면 뭐든 다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마음을 잘 먹는 비법은 이 마음 저 마음 가리지 않고 골고루 먹어 보는 것이다. 어렵고 망설여지는 마음일수록 적극적으로 먹자. 그리고 떠오르는 일이 있다면, 그냥 해보면 된다. 마음먹은 고양이처럼 말이다. 내가 먹은 음식만 나를 만드는 게 아니라 내가 먹은 마음이 나를 만들기도 한다는 걸 아이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책. ‘마음먹다’는 문구를 재치있게 활용해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조길용 씨 별세· 성대 목사·성옥 아이액츠 대표·성화 씨 부친상, 박형용·이진우 매일경제신문 편집국장 장인상·박희정씨 시부상=21일, 창원파티마병원 장례식장, 발인 23일 오전 11시 반. 055-270-1900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배우 최민식이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영화관 티켓 가격이 비싸다고 비판한 것에 대해 현직 교수가 “무지한 소리”라고 지적했다. 20일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영화관 사업은 민간 기업이 하는 것인데 ‘가격을 인하하라’는 이야기가 용기가 필요한 소리인가”라며 영화 관람료가 너무 올랐으니 최저임금 인하하라고 했으면 소신 발언이라고 인정하겠다”고 했다. 이 교수는 또한 “팬데믹 중에 영화관들이 부도 위기에 직면했었는데, 최민식은 자신의 영화를 상영해 주는 극장을 위해 출연료 기부라도 했었나?”라며 “대출금리가 올라 임대료가 오르고, 최저임금이 올라 극장 청소 인력의 인건비도 올랐다. 1만5000원 이하로 사업할 수 있으면 주주가 있는 다른 기업의 극장에 요구하지 말고 당신이 극장 하나 세워서 싸게 사업하라”고 했다. 앞서 최민식은 17일 한 방송에서 “영화관 가격이 비싸서 관객들이 극장을 찾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민식은 “극장 가격이 많이 올랐다. 좀 내리세요”라며 “영화 한 편에 1만5000원이면 집에서 편하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보지 발품 팔아서 극장까지 가겠나. 나라도 안 간다”고 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바이트 씨가 가게를 열고 싱싱한 재료들로 갖가지 아이스크림을 만든다. 새콤달콤 상큼한 딸기 아이스크림, 아몬드와 땅콩이 콕콕 박힌 고소한 너트 아이스크림,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알록달록 구슬 아이스크림…. 그런데 새로운 아이스크림을 만들 때마다 신기한 동물들이 나타나 한 입만 달라고 조른다. 딸기 아이스크림을 만들면 새콤달콤딸기꼬리 토끼가, 구슬 아이스크림을 만들면 동글동글구름구슬 돼지가 나타난다. 우유 아이스크림을 만들자 하양하양 소프트 양 떼가 나와 딱 한 입만 달라고 보챈다. 바이트 씨는 매번 동물들에게 안 된다고 단호하게 거절한다. 거기엔 귀여운 비밀이 숨어 있다.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은 듣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마법의 단어다. 거침없는 붓 터치와 콜라주, 점토를 활용한 그림 덕분에 한 장씩 책장을 넘길 때마다 다양한 재료로 먹음직스럽게 만든 시원하고 꾸덕꾸덕한 아이스크림들이 눈앞에 바로 펼쳐지는 것 같다. 경쾌하고 발랄한 상상력의 전모는 책 마지막에 드러난다. 상상력으로 빚어진 각양각색의 아이스크림을 아이들과 눈으로 음미하며 읽기 좋은 책이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음주 상태에서 전동 스쿠터를 운전해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슈가에 대해 소속사 빅히트 측이 내놓은 부정확한 해명이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이동장치의 정확한 명칭에서부터 주행거리와 처벌 수위 등을 놓고 사안을 사실보다 축소하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전동 킥보드가 아니라 전동 스쿠터슈가의 음주운전 혐의 입건 사실이 알려진 7일 빅히트 측은 “음주상태로 귀가하던 중 헬멧을 착용한 상태로 전동 킥보드를 이용했다”고 밝혔다. 슈가 역시 “가까운 거리라는 안이한 생각과 음주 상태에서는 전동 킥보드 이용이 불가하다는 점을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도로교통법규를 위반했다”며 ‘전동 킥보드’라는 표현을 썼다.하지만 이후 슈가가 안장이 달린 전동 스쿠터에 앉아 주행하고 있는 CCTV 장면이 공개되며 거짓 해명 논란이 일었다.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전동 킥보드와 전동 스쿠터 모두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도로교통법상 ‘차’에 해당해 음주 상태로 운전하면 형사 처벌을 받는다. 다만 처벌 수위에 차이가 있다. 범칙금 10만원만 받는 전동 킥보드와는 달리 최대 시속이 더 높은 전동 스쿠터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2년 이하의 징역 등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사건 축소 의혹이 일자 소속사 빅히트뮤직은 팬 커뮤니티인 위버스에 다시 글을 올리고 “제품의 성능과 사양에 따라 분류가 달라지고, 사고에 대한 책임 범위도 달라질 수 있음을 인지하게 됐다”며 사과했다.●실제 주행거리는 얼마?음주 운전 주행 거리를 500m라고 밝힌 점도 논란이다. 소속사는 “전동 킥보드로 500m 이동했고 범칙금과 면허취소 처분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슈가도 “집 앞 정문에서 전동 킥보드를 세우는 과정에서 혼자 넘어지게 됐다”며 “가까운 거리라 안일한 생각을 했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슈가가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집부터 CCTV에 찍힌 건물까지의 지도 상의 직선 거리가 461m일 뿐, 차도를 이용해 이동하기 위해서는 실제 이보다 훨씬 먼 거리를 돌아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주행 거리가 소속사가 밝혔던 500m보다 훨씬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음주 및 처벌 수위도 논란슈가는 ‘맥주 한 잔’을 마시고 잠깐 운전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측정된 혈중알코올 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0.08% 이상)으로 확인됐다. 처벌 수위도 논란이다. 슈가와 소속사는 당초 “면허취소 처분과 범칙금이 부과됐다”고 밝혀 사건이 일단락된 것처럼 해명했지만, 추가 조사가 남아 있는 상태다. 논란이 일자 소속사 측은 “당사와 아티스트 모두 향후 절차가 남아있다는 점을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해당 사안이 종결된 것으로 잘못 인지했다”며 “사안의 심각성에 비추어, 내부 커뮤니케이션 착오로 잘못된 정보를 전달했다”고 밝혔다.현재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 중인 슈가는 지난 6일 밤 용산구 한남동 일대에서 음주 상태로 전동 스쿠터를 탔고 주차하다가 혼자 넘어졌다고 밝혔다. 다만 사회복무요원 근무 시간 외 일어난 사건이라 병무청 차원의 추가 징계는 없을 전망이다. 병무청은 8일 “해당 사회복무요원은 근무시간 이후 개인적으로 음주 상태에서 운전, 경찰에 적발돼 도로교통법 등 관련법에 따라 처벌될 예정”이라며 “향후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