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희

박선희 기자

동아일보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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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2부 유통중기팀 데스크입니다.

teller@donga.com

취재분야

2024-03-28~2024-04-27
칼럼27%
경제일반23%
기업20%
산업17%
문화 일반10%
유통3%
  • ‘언제 어디서나, 만화’ 부천국제만화축제 27일까지 온라인 진행

    국내 최대 만화축제인 제23회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사진)가 19일 온라인으로 개막했다. 이번 축제는 ‘언제 어디서나, 만화!’를 주제로 27일까지 진행된다. 개막식은 한국만화박물관 상영관에서 열렸다. 2020 부천만화대상·대한민국창작만화공모전 시상식과 개막선언은 화상채팅과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됐다. 전시회 ‘2020 부천만화대상전’은 온라인 가상 전시실에서 열린다. 지난해 대상 작품인 ‘곱게 자란 자식’과 올해 대상 작품인 ‘우두커니’ 등을 감상할 수 있다. 다양성 만화 지원사업으로 마련된 독립만화 특별전 ‘독립에서 독립하기’ 전시회도 이곳에서 진행된다. 코스튬플레이어(만화 캐릭터 분장을 하는 행위자) 행사도 온라인으로 열린다. 해외·국내·반려동물 코스튬플레이어 등 다양한 부문에서 진행하는 이 행사는 참가자들의 영상, 사진을 공모해 수상자를 선발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인기 작가와 온라인으로 만나는 ‘랜선 팬미팅’도 한다. 참여하는 작가는 ‘갓오브하이스쿨’의 박용제,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의 한산이가 홍비치라, ‘구구까까’의 혜니, ‘바른연애길잡이’의 남수 등이다. 초청이벤트 ‘최초공개! 취향저격 작가’에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투표에서 1위에 오른 ‘하루만 네가 되고 싶어’의 삼 작가가 라이브 방송으로 팬들과 만난다.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부른 가수와 함께하는 ‘애니송 콘서트’, 성우들의 더빙 연기를 볼 수 있는 ‘성우 콘서트’도 열릴 예정이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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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네 가지 빛깔의 사랑

    영화감독이자 소설가로 활동하며 문단 안팎으로 두루 주목 받는 손원평 작가의 신작 장편.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라 일컬어지지만 내면의 상처를 지닌 남자 도원과 매력적이지만 과거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재인, 티 없이 맑고 발랄한 성품의 예진과 어두운 내면을 가진 호계. 각자 개성이 뚜렷한 네 남녀의 감정이 서로 교차하는 가운데 생긴 미묘한 파장들이 산뜻하면서도 담담하게 그려진다. 커피를 홀짝이는 예진의 모습으로 시작되는 소설 도입부는 간결하고 산뜻하다. 일터에서 떨어진 건물 계단에 걸터앉아 쉬던 그는 우연히 같은 건물에서 일하는 영화 후시(後時)녹음업체 직원 도원과 마주친다. 두 사람은 금방 감정적인 유대감을 느끼지만 선뜻 가까워지지는 못한다. 예진은 도원에게 마음을 열지만 도원은 티 없이 맑은 예진이 자신과는 다른 결의 사람이라고 여기기 때문. 호계는 재인의 베이커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이다. 재인은 일 호흡이 잘 맞는 호계를 좋게 평가하지만 사실 호계는 냉소적이고 어두운 면이 많다. 그런 그가 오픈 채팅방 정모(정기 모임)를 통해 예진을 알게 되면서 조금씩 달라진다. 우연히 함께 연극을 보게 된 네 사람. 이후 도원과 재인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하면서 이들의 관계와 감정은 마치 프리즘을 통과한 빛처럼 갈라지기 시작한다. “일종의 연애소설이자 3인칭의 다소 느릿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사랑과 이별을 둘러싼 설렘과 아픔이 담백하고 편안한 문체에 녹아 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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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조리와 실패에 꺾이지마” 서로 보듬는 평범함의 힘

    《‘코로나 블루’의 시기, 이 소설을 펼쳤을 때 만나게 되는 세계는 놀랍다. 제주 본섬에서도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외딴 고고리섬의 그림 같은 풍광뿐만이 아니라 아픈 사연을 업고 이곳에서 만난 두 소녀의 우정, 선의를 매개로 이어진 평범한 사람들의 연대가 선연하게 펼쳐진다. 소설가 김금희(41)의 두 번째 장편 ‘복자에게’(문학동네·사진)는 제주를 배경으로 삶의 부조리 속에 쓰러진 이들이 서로를 일으키며 보듬는 포옹을 그려낸다.》 소설 읽는 즐거움을 더하는 건 배경과 인물이 튀어나올 듯 생생한 현장감이 있다는 점이다. 취재에 오래 공들이는 작가 덕분이다. 작가는 최근 e메일 인터뷰에서 “제주에 관한 장편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등단할 때부터 했는데 2018년 제주에 머물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취재하게 됐다”며 “그 공간에 놓여 있는 것만으로 어떤 이야기의 화소(話素)가 달라붙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덕에 제주 청보리밭, 향긋한 귤꽃, 선착장 풍경과 “게염지 좁안 방물 물엉들이듯 헤수다” 같은 능청스러운 제주방언까지 섬 생활의 디테일이 고스란히 재현된다. 주인공의 직업이 판사인 것은 이야기 흐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린 시절 단짝이었지만 오해로 멀어진 복자를 그리워하는 주인공 이영초롱은 법을 몰라 자신을 변호하지 못하는 이들을 마주할 때마다 속이 부글대는 당차고 의협심 강한 인물. 결국 불성실한 변호사에게 “엿까세요”라고 말한 사건을 계기로 제주로 발령받는다. 주변에선 “사법계의 이효리가 된 것”이라고 위로하지만 명백한 좌천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의료원의 산재(産災) 사건 피해자가 돼 힘겨운 소송 중인 복자를 재회하게 된다. 이런 설정은 법원에서 가졌던 강연회가 계기가 됐다. 그는 “질의응답 시간에 판사들이 직업의 애환을 자세히 토로했는데 약자들을 지켜봐야 하는 데서 오는 인간적인 괴로움에 대해 ‘화가 난다’라고 했던 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며 “인간적 고뇌가 깊으면 ‘그래, 화가 나는구나!’ 하고 깨닫는 순간 이미 소설의 어떤 인물이 만들어지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법대생이 보는 소(小)법전과 수업 교재를 사서 읽으며 인물에 몰입하기도 했다. 이 작품엔 제주에서 실제 있었던 한 의료원 산재 사건과 판사 블랙리스트 파문, 민주화운동의 상처와 개발을 둘러싼 갈등 등 다양한 사회적, 역사적 문제가 배경으로 깔려 있다. 하지만 작가의 시선은 갈등이나 문제 그 자체보다는 세상의 부조리와 실패에도 낙담하지 않고 서로를 일으키는 평범한 삶의 강인함에 머문다. 무거운 사건을 다룰 때도 특유의 위트와 산뜻한 문체가 균형을 잡는다. 소설 속 복자는 위안, 그리움, 연대의 존재이기도 하고 건강한 부채감과 책무의 대상이기도 하다. 작가는 복자라는 존재를 “어떤 상황에서도 실패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 걸을 수 있도록 응원해주는 사람” “좋은 미래의 날들에 대해 미약하게나마 암시해주고 싶은 사람”이라고 풀이했다. 그에게 그런 복자는 “당연히 독자분들”이란다. “경험한 적 없는 어려운 상황이 펼쳐지고 있지만 이렇게 해서 한번 강하게 삶의 방향을 바꿔보라는 세상의 요구인 것 같기도 해요. 이 시간들이 결국 우리를 더 나아지게 하리라 믿어요. 아주 간절히, 독자들의 안녕을 빕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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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0회 박경리문학상 ‘장마’ 소설가 윤흥길 씨

    소설 ‘장마’의 윤흥길 작가(78·사진)가 제10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로 16일 선정됐다. 심사위원회는 “윤흥길 작가의 작품에는 삶의 원초적인 모습이 있는 듯하다”며 “전통적 질서도 이데올로기의 체제이며 인간이 지닌 여러 모순을 포함하는데 그의 작품들은 전통과 이데올로기적 대결의 여러 모순 관계를 탁월하게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한국 작가의 수상은 1회 최인훈 작가(1936∼2018) 이후 처음이다. 박경리문학상은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1926∼2008)의 문학정신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11년 제정된 국내 최초의 세계문학상이다. 상금은 1억 원. 토지문화재단과 박경리문학상위원회, 강원도, 원주시, 동아일보가 공동 주최한다. 올해는 마로니에북스, ㈜미림씨스콘, ㈜스펙스, 연세대가 공동 후원했다. 시상식은 다음 달 24일 오전 11시 반 강원 원주시 토지문화관에서 열린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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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문학의 어머니 박경리선생, 그분 문학상 받는건 과분한 영광”

    윤흥길 작가(78)는 고향인 전북 완주에서 일제강점기 말부터 6·25전쟁 직후까지 한국근현대사의 굴곡을 다룬 대하소설 ‘문신’(전 5권)의 막바지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건강이 나빠지면서 집필을 잠시 중단했지만 얼마 전 몸을 추스른 뒤부터 “살얼음판 딛듯 근신”하며 밤새워 원고를 쓰고 있다. ‘문신’은 “큰 소설을 쓰라”고 한 생전 박경리 선생의 권유에 영향을 받은 작품. 2018년 3권까지 출간했다. “5권짜리를 대하소설이라 부르기 계면쩍다”며 스스로 ‘중하(中河)소설’이라 칭했다. 하지만 문학계에선 ‘완결되면 기념비적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 작가의 박경리문학상 수상 소식은 이런 의미에서 더욱 각별했다. 건강 때문에 e메일로 수상 인터뷰에 응한 작가는 “내 문학의 어머니이자 스승인 박경리 선생님 이름으로 제정된 문학상을 받는 것은 과분한 영광일뿐더러 무쌍(無雙)의 기쁨이고 격려”라고 밝혔다. 작가 윤흥길 하면 떠오르는 작품은 전쟁과 산업화 과정에서의 부조리를 그려낸 ‘장마’와 ‘아홉 켤레 구두로 남은 사내’다. “어린 시절 우상 같은 존재였던 외삼촌의 전사(戰死) 통지서가 전달되는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외아들을 잃은 외조부모는 절손(絶孫)의 아픔 속에 고적한 말년을 보내다 돌아가셨습니다. 또 저를 친자식 이상으로 사랑했던 막내 이모는 서울이 수복되기 직전 이모부가 행방불명된 뒤 홀로 사시다 폐결핵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외가의 비극이 작가인 저에게 전쟁의 참상과 분단의 비극에 주목하게 만든 셈이지요.” “분단 문제에 작가로서의 사명을 갖고 있다”고 밝혀온 작가는 대표작 ‘장마’에서 갈등 해결의 방법이 삶의 원초적 조건에 대한 깨달음임을 강조했다. 전쟁 발발 70년이 지났지만 우리 사회는 이념갈등과 분열로 시끄럽다. 그는 “남북이 공유한 민족의 전통적 정서나 가치관을 공동체 안에 끊임없이 환기해 동질성을 확인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집단이기주의에 사로잡히거나 철 지난 이념에 함몰돼 당장 코앞의 이익만을 노리고, 분단 현실을 정략적으로 악용하는 세력이 있는 한 국가의 장래는 암담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기독교인인 그는 작가의 소명과 역할을 생각할 때 늘 ‘우는 자와 함께 울라’는 이웃 사랑의 가르침을 마음에 붙잡는다. “아무리 위대한 작가나 작품일지라도 세상을 바꿀 힘은 없습니다. 갈대밭에 숨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목청껏 왜장치는 존재가 바로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기만이 아는 비밀을 누설할 때 비로소 이발사는 구원을 받습니다. 작가로서 내 역할은 궁지에 몰린 이발사를 갈대밭으로 유인해서 상처의 고백을 통해 치유의 가능성을 느끼게 만드는 일이라 믿습니다.” 그에겐 중년 시절 좌(左)반신 마비가 찾아와 종합병원에서 뇌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한 경험이 있다. 그때 창의적 사고를 관장하는 전두엽 크기가 보통 사람과 별 차이 없다는 걸 알았다. 처음에는 절망을 느꼈지만 천재가 아니라 범재(凡才)에 속함을 인정하고 나자 마음의 안정이 찾아왔다. 오히려 포기할 줄 모르는 끈기와 책상 앞에서 오래 버티는 무거운 엉덩이를 주신 창조주께 감사하게 됐다. “천재의 번뜩임 못지않게 범재의 어기찬 노력도 빛나는 결과를 창출할 수 있음을 입증하려 기를 쓰며 썼다”는 회고처럼 부단히 썼고, 그렇게 발표된 작품들은 한국문학사의 뚜렷한 족적이 됐다. ‘묵시의 바다’ ‘에미’ ‘완장’ 등 10종이 넘는 장편소설에 20여 권의 소설집 산문집 연작소설집 등을 펴냈다. 이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 연작소설집 ‘소라단 가는 길’(2003년)을 꼽았다. 그는 “환갑을 자축할 요량으로 그동안 쓰고 싶었으나 못 썼던 이야기들을 묶음으로써 초로인생의 중요한 기억들을 정리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잘난 자식보다 병약한 자식 쪽에 더 신경이 쓰이는 것이 부모 마음인 것과 같다”고 말했다.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원로작가인 그에겐 젊은 시절부터 내내 품었으나 아직 이루지 못한 소망 하나가 있다. 대중교통 안에서 그의 책을 열독하는 ‘미지의 독자’와 우연히 마주치는 경험이다. 그는 “그렇듯 소박하고 간절한 소망인데도 늙정이가 되도록 그런 애독자 하나 못 만났다”고 했다. “책의 자리를 휴대전화가 차지한 요즘 대중교통 풍경 속에서는 더더욱 성공할 확률이 떨어질 줄 알면서도 여전히 그 우스꽝스러운 꿈을 버리지 못한 채 계속 저서를 출간해 왔으니, 스스로 생각해도 참 딱한 신세지요.” 몸이 편치 않게 된 이후, 밤새워 글 쓰고 오후에 일상을 시작하는 집필 습관을 고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수십 년 묵은 생체리듬이라 아직은 별무성과”다. e메일 인터뷰 답신 역시 “밤을 새워서 썼다”며 하룻밤을 넘겨 바로 도착했다. 그는 “주치의한테 받은 돌연사 위험 경고가 내 소설이 가는 길에 자꾸만 딴죽을 걸곤 한다”며 “이번 수상을 계기로 건강이 회복돼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수한(壽限)이 다할 때까지 쓰고 싶은 작품, 써야 할 작품들을 꼭 쓰고 싶다”고 말했다.윤흥길 연표1942년 전북 정읍 출생 1961년 전주사범학교 졸업1966년 부안 진서초등학교 석포분교 교사, 습작 시작 196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회색 면류관의 계절’로 등단 1973년 원광대 국문과 졸업, 숭신여자중·고등학교 교사, 일조각 편집부 근무, 동족상잔의 아픔과 화해 그린 ‘장마’ 발표1977년 산업화시대 부조리 다룬 ‘아홉 켤레 구두로 남은 사내’ 발표, 한국문학작가상 수상1983년 ‘완장’으로 현대문학상 수상, ‘꿈꾸는 자의 나성’으로 한국창작문학상 수상 1995∼2008년 한서대 문예창작학과 교수2000년 ‘산불’로 21세기문학상 수상2004년 ‘소라단 가는 길’로 대산문학상 수상2016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선출2018년 대하소설 ‘문신’(1∼3권, 전 5권) 출간 ▼ “전통-이데올로기적 대결의 모순관계 탁월하게 보여줘” ▼‘윤흥길의 문학’ 심사평박경리문학상 후보자 추천위원회는 해마다 시상식이 끝나는 11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1년간 후보자 선정 작업을 한다. 세 차례 예심을 거쳐 본심 후보 57명을 최종 후보 5인으로 축소했고 본격적인 심사와 논의 끝에 올 7월 수상 후보자를 결정하게 됐다. 최종 후보 서정인(84) 윤흥길(78) 황석영(77) 벤 오크리(61) 조너선 프랜즌(61)의 국적을 따져 보면 세 작가는 한국인이고 벤 오크리 작가는 나이지리아인, 조너선 프랜즌 작가는 미국인이다. 최종 후보 작가들의 생년과 국적을 언급한 이유는 작가와 작품의 세대나 역사, 사회 배경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 작가들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을 정도의 엄청난 역사적 변화를 겪은 것이 근대 한국이다. 조선의 왕정 해체, 일본의 식민지 지배, 6·25 민족상잔 전쟁, 분단국가의 성립, 독재 정권의 산업화, 민주화라는 대사건, 그리고 이에 따르는 문화의 총체적 변화…. 한국 작가들은 시대의 변화를 작품 속에 끌어들일 수밖에 없었던 듯하다. 윤흥길 황석영 작가의 최근작이자 대표 작품 ‘문신’이나 ‘철도원 삼대’는 한국 사회가 거쳐 온 역사의 격동과 삶의 변화를 느끼게 한다. 서정인 작가는 더 광폭의 역사 변화를 체험한 세대에 속한다. ‘후송’ 등에서 실존적 시각에서의 경험을 이야기하게 되는데, 물론 그러한 결정에도 사회 상황이 반영된다. 이 중 윤흥길 작가가 그리는 세계는 주로 농촌, 전라도의 농촌이다. 그 작품 속 농촌은 단순히 가난만이 아니라 여러 모순이 뒤엉킨 역사와 관습의 결합체로 묘사된다. 작가에게 농촌의 의미는 거기에 스며 있는 삶의 원초적인 모습에 있는 듯하다. 신화적 이야기를 통해 이를 교훈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편 ‘장마’다. 주인공의 친할머니와 외할머니가 전쟁 탓에 시골 한집에 거주하게 된다. 외할머니의 아들은 국군 장교로 전사하고, 친할머니의 아들은 빨치산으로 공산군을 위해 싸운다. 두 할머니 사이에 갈등이 없을 수 없다. 친할머니는 빨치산 아들이 집으로 돌아오리라는 점쟁이 말을 믿는다. 그날 밤이 되자 아들 대신 구렁이 한 마리가 나타나고, 구렁이는 사람들에게 쫓겨 나무로 올라간다. 외할머니가 구렁이를 달래어 땅으로 내려오게 한 다음 대숲으로 들어가게 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두 할머니가 화해하고 친할머니는 일주일 후 세상을 떠난다. 이 우화의 해석은 여러 가지일 수 있겠지만 구렁이는 원초적 생명을 대표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문제 해결의 길이 이념 투쟁이나 집단적 살육이 아니라 삶의 원초적 조건에 대한 깨달음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윤흥길 작가의 작품들은 전통과 이데올로기적 대결의 여러 모순 관계를 탁월하게 보여준다. 아직 미완성 상태에 있는 ‘문신’ 또한 이러한 모순에 뒤얽힌 사건들을 이야기한다. 박경리문학상은 첫 회 이후 줄곧 외국 작가에게 시상했으나 이번에 작품의 규모나 문학 저술에 대한 생애적 헌신으로 보아 부족함이 없는 3인의 국내 작가가 최종 후보로 올랐다. 수없이 토의를 계속하고도 투표 과정을 거치고서야 윤흥길 작가를 수상자로 결정했다. 심사위원 모두의 축하를 전한다.※‘2020 박경리문학상 심사 소감’을 요약한 것임.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김우창 박경리문학상 심사위원장}

    • 2020-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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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티셔츠 한 장 만드는데 물 2700L 필요”…‘환경친화적 패션’ 도전 직면한 패션계

    “티셔츠 한 장 만드는데 2700L의 물이 든다.” 친환경 패션업체 세이브더덕(SAVE THE DUCK)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니콜라스 바르지(49)는 옷을 만드는 것 자체가 환경친화적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최근 한국 공식 런칭을 계기로 본보와 e메일 인터뷰를 한 그는 “좋아하는 옷을 사되 일생 동안 혹은 그 이상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며 “저온으로 빨리 세탁하고 재활용보다는 기부를 통해 제품 수명을 최대한 연장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르지의 말은 최근 패션계의 최대 화두가 ‘지속가능한 환경친화적 패션’임을 보여준다. “더 이상 쇼핑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제인 폰다가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6년 만에 다시 입고 나온 레드 시퀀 드레스는 어떤 레드카펫 패션보다 큰 주목을 받았다. 기후변화, 자원고갈의 심각성에 민감해진 소비자가 늘면서 환경오염, 생태계 파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패션산업도 일대 도전에 직면했다. 신념에 부합하는 소비를 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구찌, 멀버리 등 유명 브랜드도 친환경 제품군 개발을 시작했다. 세이브더덕(SAVE THE DUCK)은 이런 트렌드의 최전선에 선 비건 패션 브랜드다. 지속 가능성과 동물 윤리 이슈가 본격화 되지 않았던 2012년 ‘동물과 환경에 대한 존중’을 모토로 이탈리아에서 설립됐다. 주로 패딩 등 도시적 감성을 지닌 아웃도어 컬렉션을 선보여 왔다. 바르지는 “패션에선 색다른 관점일 수 있지만 진정한 럭셔리는 결국 ‘삶의 질’ ‘아름다운 자연’과 연결되는 것이란 관점에서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직물과 패션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물 사용, 이산화탄소 배출과 쓰레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모피, 가죽의 유해한 처리과정 때문에 유독성 금속 오염을 가장 많이 초래하는 산업 5위 안에 들 정도죠. 개인의 모든 선택이 생태계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생각하면 윤리적 소비는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궁극적 요소이기도 합니다.” 그는 이동수단으로 전기 자전거를 활용하고 사무실에서는 고양이와 함께 지낸다. 어릴 때부터 양치할 때 수도꼭지를 잠그는 기본적인 방법으로 물 절약을 실천해왔고 서핑을 통해 자연을 향한 애정을 키웠다. 그는 “환경에 완전히 무해한 삶은 불가능하겠지만 인생은 작은 것을 실천하며 큰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다”며 “내겐 패션이 그러 의미”라고 말했다. ‘오리를 구한다’는 브랜드 이름처럼, 그는 동물의 죽음과 토지황폐화, 수질 오염을 야기하는 원료는 일체 쓰지 않는다. 대신 페트병을 재활용한 원료, 에코퍼(친환경 인조모피), 자체 개발한 신소재 충전재로 의류를 제작한다. 직원의 인권을 존중하는 것부터 온실가스 배출 감량에 이르기까지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이기 위해선 생산 유통의 전 과정에서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다. 올해 한국에서 첫 선을 보이는 가을겨울 컬렉션 역시 티베트의 라다크 계곡과 주변에 사는 동물에서 영감을 받아 친환경 소재와 재활용한 원단으로 제작했다. 바르지는 “기후변화는 모두의 문제”라며 “지속가능한 방향과 윤리적 열망이야말로 패션의 미래에 대한 유일한 답일 것”이라고 말했다.박선희기자 teller@donga.com}

    • 2020-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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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여성의 적은 여성?

    ‘여자들의 우정은 얄팍하다. 애인이 생기면 친구는 내팽개친다. 여자 상사가 여자를 더 괴롭힌다.’ 여성의 우정은 오랫동안 이런 오해를 받아왔다. 남자의 우정이 과도할 만큼 미화된 것과 비교된다. 하지만 실제 그럴까. 이 책은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관계, 특히 여성의 우정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살폈다. 중세부터 현대까지 문헌과 영화, 드라마에 나타난 여성의 우정을 살피고 저자 자신의 솔직한 경험을 바탕으로 여성의 연대와 우정의 특별한 면모를 밝힌다. 10대 여자 아이들의 우정은 쉽게 폄하돼왔다. ‘여왕벌’로 불리는 중심인물 주변에 공전(公轉)하는 아이들이 서로를 은근히 배제하고 따돌리며 ‘못되게’ 군다는 편견이다. 저자도 무리에서 축출되고 무시당한 학창시절 경험이 있다. 하지만 그런 것을 여자의 우정이라고 규정할 순 없다. 그저 10대 특유의 미성숙한 집단사고일 뿐이다. 게다가 ‘못된 여자애’라는 인식은 1990년대 활발해진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반발로 생겼다는 견해도 있다. 편견과 낙인보다 여자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정서적, 교육적 문제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한 지점이다. 여성은 생물학적으로 도움을 주고받는 성향을 타고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여자친구들끼리 만났다가 헤어질 때면 으레 “도착하면 문자 해”라고 한다. 연대감의 표명이다. 혼자 남을 때의 불안을 공유하고 서로가 연결돼 있음을 인지시켜주는 말이다. 상대가 혼자가 아님을, 필요할 때 누군가 있음을 일러주는 말. “조심히 들어가”로 끝나는 남자들의 대화에서는 찾을 수 없는 세심함이다. 저자는 “진정한 친구는 동화 속 사랑 만큼이나 만나기 어려운 황홀한 존재”라고 말한다. 여성들의 관계에 얽힌 다양한 사례를 풀어내면서 다른 인간관계에 비해 중요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온 여성들 우정의 참모습을 흥미롭게 알려준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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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콕 지루한데 손톱 꾸며볼까

    불황일수록 기분 전환을 위해 상대적으로 값이 싼 사치품을 많이 구매하는 현상을 ‘립스틱 효과’라고 한다. 코로나19 시대, 이 용어는 ‘네일 효과’로 불러도 무방할 듯하다.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자기 손톱을 스스로 꾸며보는 ‘셀프 네일 케어’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어서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립스틱 효과에 빗대 손톱이 우리 시대 ‘새로운 립스틱’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이 지속되면서 네일숍을 방문하기 힘들어지자 집에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셀프 네일 용품’을 찾는 고객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평소 손톱이나 발톱 관리에 큰 신경 쓰지 않던 사람도 무료해지다 보니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하나로 네일 제품을 구매해 직접 해보는 사례가 늘었다. 뉴욕타임스(NYT)도 “1980년대에나 유행하던 저가의 ‘붙이는 손톱(press on nail)’이 돌아왔다”며 감염 우려 때문에 오갈 데가 없어진 데다 ‘코로나 블루’에 지친 사람들이 간단하게 떼고 붙일 수 있는 셀프 네일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에서도 관심이 더 커지고 있다. 머리 두피 모발 피부 등 다양한 홈 케어 분야 중 가장 간편하게 시도할 수 있는 것이 손톱 관리이기 때문이다. 손톱에 쓱 갖다 붙이기만 하면 완성되는 제품들이 나오면서 국내 셀프 네일 케어 시장은 1000억 원대 규모로 성장했다. 바르는 제품에 비해 조악했던 접착형 제품은 최근 유지력, 형태감, 디자인 모두 진일보해 반응이 좋다. 스티커, 플라스틱, 반경화(半硬化) 젤 등 소재가 다양하고 반짝이, 보석 장식 등이 가미돼 디자인도 화려하다. 가격도 대개 1만 원대로 부담이 없다. 네일은 적은 비용으로 높은 만족감을 주는 패션 아이템이다. 셀프 네일 케어에 도전한다면 올가을 네일 트렌드는 가을 의류에서 영감을 받은 패브릭 소재 모티브가 핵심인 것을 기억하자. 톤다운된 컬러에 아가일, 타탄체크 패턴 등을 활용하면 손쉽게 가을 분위기를 낼 수 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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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염과 격리의 시대, 문인들의 ‘마음방역법’

    “내키는 대로, 때에 따라 마스크는 반드시 써야만 하고, 가끔은 벗어도 상관없는. 코로나19는 이제 질병이라기보다 하나의 기분이 된 것 같다.”(소설가 김엄지) “마스크가 평범해졌다. 엘리베이터 한쪽에 비치된 손소독제가 평범해졌다. 하루에 서너 차례 요란스럽게 울리는 재난문자도 평범해졌다. 평범. 이제는 너무 많은 것이 평범해졌다.” (시인 김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특별한 시대를 살고 있다.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문인 13인이 불안과 희망이 교차하는 코로나19 시대의 특별한 경험담을 모은 책 ‘사진을 많이 찍고 이름을 많이 불러줘’(B공장)를 출간했다. 올 6월경 출판사 기획위원인 소설가 이승우 권정현, 시인 이정하 씨가 아이디어를 냈고 젊은 작가 중심으로 원고를 모았다. 작가들은 코로나로 뒤흔들린 일상을 기민하게 관찰하거나 감각하고 저마다의 사유와 성찰을 통해 개성 있는 글로 풀어낸다. 표제작을 쓴 소설가 손보미는 신부전에 걸린 반려묘(猫) 칸트를 돌보면서 ‘아픈 칸트가 우리 삶의 일부’가 된 것처럼, 코로나로 뒤바뀐 일상도 삶의 일부가 됐음을 실감한다. 아픈 고양이에게 사랑을 쏟듯 “사진을 많이 찍고, 이름을 많이 부르면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그저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소설가 김유담의 ‘내 이웃과의 거리’는 최근 사회상을 압축적으로 반영한 단편소설이다. 항공사 직원인 정윤은 육아휴직 중 맘카페에서 알게 된 동네 동생 혜미와 자매처럼 친하게 지낸다. 하지만 코로나로 업황이 나빠지며 반강제로 휴직이 연장되고, 치솟는 집값 때문에 남편과는 수시로 다툰다. 그 와중에 외벌이인 데다 대출에 쪼들려 마스크 값도 감당 안 된다고 엄살이던 혜미네 오래된 아파트 가격이 몇 년 사이 두 배 넘게 오른 것을 알게 되면서 정윤의 분노와 허탈감은 정점을 찍는다. 공연, 여행, 요식업계에서 일하다 코로나로 줄줄이 실직하고 공허함에 빠진 20대 청춘의 고단한 하루(최미래 ‘지난 이야기’)와 죽음이 낯설지 않게 된 시대, 외할아버지의 쓸쓸한 장례식장 풍경(임성순 ‘장례’)이 그려지기도 한다. 유튜버인 소설가 정무늬는 한 달에 한 번 찾는 정신과가 전에 없이 붐비는 것을 보면서 아무런 예고 없이 일상이 무너진 시대 “정신과도 코로나 특수 업종이었구나”라고 느낀다.(‘노란딱지’) 이들의 다양한 일화와 사유는 감염과 격리의 시대에 불쑥 화가 나고, 무시로 답답해지는 우리 마음을 함께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 소설가 김유담은 “모두가 힘들고 화가 가득한 시대, 글로 어떤 위안을 줄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나만 힘들고 내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란 말을 전하고 싶었다”며 “작가들이 보고 느낀 것을 함께 나누며 힘내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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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지 작가 초대전 ‘압축’ 16일부터 갤러리M

    한지를 활용해 색채와 형태의 파장을 변화무쌍하게 풀어낸 김수지 작가의 초대전 ‘압축’이 16∼21일 서울 종로구 갤러리M에서 열린다. 투명한 한지 띠를 한 겹씩 말아 만든 원형과 사각의 덩어리들이 기하학적 문양과 유기적 소용돌이를 이룬 다양한 작품(사진)들이 전시된다. 한지의 겹침을 통한 리듬감, 결합과 배열을 통한 새로운 감각을 만날 수 있다. 이화여대 동양화과를 졸업한 작가는 초대전 ‘찰나의 순간’(2018년), 개인전 ‘잠수’(2016년)를 열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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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생 입을 수 있는 친환경 옷을 사세요”

    최근 패션계의 최대 화두는 ‘지속 가능한 패션’이다. “더 이상 쇼핑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제인 폰다가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6년 만에 다시 입고 나온 레드 시퀸 드레스는 어떤 레드카펫 패션보다 큰 주목을 받았다. 기후변화, 자원 고갈의 심각성에 민감해진 소비자가 늘면서 환경오염, 생태계 파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패션산업도 일대 도전에 직면했다. 신념에 부합하는 소비를 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구찌, 멀버리 등 유명 브랜드도 친환경 제품군 개발을 시작했다. 세이브더덕(SAVE THE DUCK)은 이런 트렌드의 최전선에 선 비건 패션 브랜드다. 지속 가능성과 동물 윤리 이슈가 본격화되지 않았던 2012년 ‘동물과 환경에 대한 존중’을 모토로 이탈리아에서 설립됐다. 주로 패딩 등 도시적 감성을 지닌 아웃도어 컬렉션을 선보여 왔다. 한국 공식 론칭을 계기로 본보와 e메일 인터뷰를 한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니콜라스 바르지(49)는 “패션에선 색다른 관점일 수 있지만 진정한 럭셔리는 결국 ‘삶의 질’ ‘아름다운 자연’과 연결되는 것이란 관점에서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직물과 패션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많은 물을 사용하고, 이산화탄소와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습니다. 모피, 가죽의 유해한 처리 과정 때문에 유독성 금속 오염을 가장 많이 초래하는 산업 5위 안에 들 정도죠. 개인의 모든 선택이 생태계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생각하면 윤리적 소비는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궁극적 요소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친환경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 외에 패션을 통해 환경을 지킬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는 “이미 가진 아이템을 아껴 입는 것”을 꼽았다. 좋아하는 옷을 사되 일생 동안 혹은 그 이상 철저히 관리하라는 것. 바르지는 “티셔츠 한 장 만드는 데 2700L의 물이 든다”며 “옷은 꼭 필요할 때, 저온으로 빨리 세탁하고 재활용보다는 기부를 통해 제품 수명을 최대한 연장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동수단으로 전기자전거를 활용하고 사무실에서는 고양이와 함께 지낸다. 어릴 때부터 양치할 때 수도꼭지를 잠그는 기본적인 방법으로 물 절약을 실천해 왔고 서핑을 통해 자연을 향한 애정을 키웠다. 그는 “환경에 완전히 무해한 삶은 불가능하겠지만 인생은 작은 것을 실천하며 큰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다”며 “내겐 패션이 그런 의미”라고 말했다. ‘오리를 구한다’는 브랜드명처럼, 그는 동물의 죽음과 토지 황폐화, 수질 오염을 야기하는 원료는 일절 쓰지 않는다. 그 대신 페트병을 재활용한 원료, 에코퍼(친환경 인조모피), 자체 개발한 신소재 충전재로 의류를 제작한다. 직원의 인권을 존중하는 것부터 온실가스 배출 감량에 이르기까지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이기 위해선 생산 유통의 전 과정에서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다. 올해 한국에서 첫선을 보이는 가을겨울 컬렉션 역시 티베트의 카슈미르 라다크 계곡과 주변에 사는 동물에서 영감을 받아 친환경 소재와 재활용한 원단으로 제작했다. 바르지는 “기후변화는 모두의 문제”라며 “지속 가능한 방향과 윤리적 열망이야말로 패션의 미래에 대한 유일한 답일 것”이라고 말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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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 굿즈 보조배터리 일부 불량에…빅히트 “전량 교환”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올해 6월 BTS의 첫 온라인 콘서트 ‘방방콘 더 라이브’를 기념해 판매한 보조배터리 전량을 교환하겠다고 8일 밝혔다. 보조배터리의 외관이 움푹 들어가거나 일그러진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다수 올라오면서 불량품 논란이 커졌기 때문이다. 항의가 이어지자 빅히트 측은 “제조사의 공정 문제로 배터리 본품 중 일부에 불량이 발생해 죄송하다”며 “불량 여부와 관계없이 원할 경우 전량을 교환하겠다”고 밝혔다. ‘방방콘’ 공연 당시 판매한 기념품은 보조배터리와 포토카드, 스티커 세트였다. 빅히트는 BTS의 인기에 힘입어 2차 콘텐츠 사업을 확장해 왔지만 그에 맞는 제품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빅히트 매출액에서 ‘팬 상품(MD) 및 라이선싱’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17%에서 지난해 28.6%, 올해 상반기 30.6%로 늘고 있다. ‘방방콘’ 공연에서는 60만 개 가량의 상품이 판매됐다.박선희기자 teller@donga.com}

    • 2020-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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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동문학 평론가 원종찬, 소파 방정환을 다시 보다

    원종찬 인하대 한국어문학 전공 교수(61)의 네 번째 아동문학 평론집 ‘아동문학의 오래된 미래’(창비·사진)가 출간됐다. 아동문학에 대한 연구와 비평을 꾸준히 해온 저자가 지난 10년간 펼친 비평의 결실을 한데 모았다. 저자는 최영희 최상희 유은실 김리리 등 아동·청소년문학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들의 문학 세계를 먼저 살펴본다. 또 이금이 배유안 권오삼 작가 등과의 대화를 통해 작가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아동문학이 나아갈 길을 논의한다. 아동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작가와 작품의 재해석을 시도한 것이 눈에 띈다. 한국 아동문학의 효시로 불리는 소파 방정환(1899∼1931)에 대한 연구는 두드러진다. 방정환의 작품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후 아동문학계에서 그에 대한 담론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살펴 ‘방정환 문학’의 현재적 의미를 되짚어 본다. 저자는 한중일 중심의 동아시아 아동문학의 지형도를 새롭게 그리는 시도를 통해 3국 아동문학 관계자들의 지속적인 연대를 주장한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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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사래 치던 패션계… 마스크를 다시 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커지면서 주류 패션계도 마스크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최근 영국 패션 브랜드 버버리가 항바이러스 기능을 가진 마스크를 출시했다. 곡선형에 버버리의 체크 패턴을 담은 디자인으로 90파운드(약 14만 원)에 온라인 전용으로 판매하고 있다. 마스크 수익금의 20%는 코로나 관련 펀드에 기부되지만 고가의 상업용 마스크 출시에 첫발을 뗀 셈이다. 미국 패션 브랜드 랄프로렌도 9월에 마스크 컬렉션을 공식 론칭한다고 밝혔다. 브랜드의 시그니처 셔츠 패브릭으로 제작된 천 마스크는 스트라이프, 체크 등 디자인과 색상의 다양함이 눈길을 끈다. 필터가 장착된 마스크 라인도 별도로 있다. 가격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랄프로렌은 마스크 판매가의 50%는 관련 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다.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던 올해 봄 구찌, 디올 등 대부분의 명품 업체가 자사 공장을 일회용 마스크 생산에 투입했고 펜디, 지방시 등이 기부나 이벤트 목적의 마스크를 판매했었지만 한시적이었다. 코로나용 마스크가 하이엔드 브랜드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않은 건 무엇 때문이었을까. 해외패션지 바자는 최근 “세계적 재앙에서 초래된 달갑지 않은 패션 밴드왜건(유행에 편승한 소비)이란 인식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마스크를 쓴 모습이 불안감, 연약함 등의 감정을 유발한다는 통념도 패션이 마스크를 본격적으로 끌어안는 데 장애가 됐다. 하지만 마스크가 일상화되면서 이런 인식이 달라졌고, 전통 명품 브랜드들이 본격적인 마스크 판매에 시동을 걸고 있다. 이제 마스크는 연대, 결속, 책임감을 상징하는 자기표현의 수단이 됐다. 뉴욕 기반의 거리 패션 사진작가 스콧 슈만은 최근 독특한 마스크 패션 사진을 연이어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그는 화이트 크롭티에 강렬한 레드 마스크를 착용한 사진에 “우리 중 누군가는 여전히 패션을 즐기고 있다”고 평하기도 했다. 일상 필수품이자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마스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마스크 체인, 마스크 목걸이도 덩달아 인기다. 마스크 체인은 선글라스 체인처럼 아름답고 화려해졌다. 오늘날 클래식한 패션 아이템으로 사랑받는 트렌치코트는 원래 1차 세계대전 당시 참호 속 군인들이 입던 옷에서 유래됐다. 패션지 바자는 “마스크는 2020년의 ‘트렌치코트’가 됐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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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장기화에…패션 아이템 된 마스크, 버버리·폴로도 마스크 출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커지면서 주류 패션계도 마스크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최근 영국 패션 브랜드 버버리가 항바이러스 기능을 가진 마스크를 출시했다. 곡선형에 버버리의 체크 패턴을 담은 디자인으로 90파운드(약 14만 원)에 온라인 전용으로 판매하고 있다. 마스크 수익금의 20%는 코로나 관련 펀드에 기부되지만 고가의 상업용 마스크 출시에 첫 발을 뗀 셈이다. 미국 패션 브랜드 랄프 로렌도 9월에 마스크 컬렉션을 공식 런칭한다고 밝혔다. 브랜드의 시그니처 셔츠 패브릭으로 제작된 천 마스크는 스트라이프, 체크 등 디자인과 색상의 다양함이 눈길을 끈다. 필터가 장착된 마스크 라인도 별도로 있다. 가격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랄프 로렌은 마스크 판매가의 50%는 관련 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다.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던 올해 봄 구찌, 디올 등 대부분의 명품 업체가 자사 공장을 일회용 마스크 생산에 투입했고 펜디, 지방시 등이 기부나 이벤트 목적의 마스크를 판매 했었지만 한시적이었다. 코로나용 마스크가 하이엔드 브랜드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않은 건 무엇 때문이었을까. 해외패션지 바자는 최근 “세계적 재앙에서 초래된 달갑지 않은 패션 밴드웨건(유행에 편승한 소비)이란 인식 때문”이란 분석을 내놨다. 마스크를 쓴 모습이 불안감, 연약함 등의 감정을 유발한다는 통념도 패션이 마스크를 본격적으로 끌어안는 데 장애가 됐다. 하지만 마스크가 일상화되면서 이런 인식이 달라졌고, 전통 명품 브랜드들이 본격적인 마스크 판매에 시동을 걸고 있다. 이제 마스크는 연대, 결속, 책임감을 상징하는 자기표현의 수단이 됐다. 뉴욕 기반의 거리 패션 사진작가 스콧 슈만은 최근 독특한 마스크 패션 사진을 연이어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그는 화이트 크롭티에 강렬한 레드 마스크를 착용한 사진에 “우리 중 누군가는 여전히 패션을 즐기고 있다”고 평하기도 했다. 일상 필수품이자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마스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마스크 체인, 마스크 목걸이도 덩달아 인기다. 마스크 체인은 선글라스 체인처럼 아름답고 화려해졌다. 오늘날 클래식한 패션 아이템으로 사랑받는 트렌치코트는 원래 세계 1차대전 당시 참호 속 군인들이 입던 옷에서 유래됐다. 패션지 바자는 “마스크는 2020년의 ‘트렌치코트’가 됐다”고 말했다.박선희기자 teller@donga.com}

    • 2020-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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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중국은 누굴 위한 혁명을 하고 있나

    몸이 성치 않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작은 마을 서우훠에 류 현장(縣長)이 찾아온다. 류 현장은 양부모에게서 철저한 마르크스·레닌주의 교육을 받으며 자랐고 사회주의 이데올로기 속에서 어떻게 관료로 출세하는지를 체득한 인물이다. 그런 그가 장애를 이용해 묘기를 부리는 서우훠 마을 사람들을 보고 야심 찬 계획을 세운다. 러시아에서 레닌의 유해를 구해와 각 현에 전시해 경제를 부흥시키겠다는 것인데, 유해 구입 비용은 서우훠 사람들로 공연단을 만들어 공연 입장료 수입으로 충당하겠다는 것. 농사지으며 살던 서우훠 사람들은 난데없는 공연단 조직과 레닌 유해 구매 작전으로 난리가 난다. 이 마을의 정신적 지주인 마오즈 할머니는 이 모든 소동을 못마땅하게 지켜본다. 서우훠 마을은 세상에서 잊힌 마을이었다. 장애가 있는 이들만 살았기에 명, 청 어느 시대에도 이 마을을 편입시키려 하는 행정구역이 없었다. 그 덕에 역설적으로 그곳은 오랫동안 유토피아였다. 세금을 낸 적도, 누군가의 간섭을 받은 적도 없었다. 변화가 생긴 건 소녀 시절 중국공산당 홍군 출신의 열성 혁명론자이던 마오즈가 사고로 다리를 절게 돼 마을에 정착하면서부터였다. 마오즈는 열성적으로 마을에 혁명을 도입하지만 대흉년과 문화대혁명 등의 풍랑에 휩쓸리면서 마을의 삶은 훨씬 힘들고 고단해지고 만다. 혁명적 이상이 산산조각 나며 자책하던 마오즈는 철저한 반혁명주의자로 돌아선다. 그런 그이기에 혁명을 통해 자기 야망을 채우려는 류 현장의 황당한 계획을 그냥 두고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중국 반체제 작가로 널리 알려진 저자가 우화적 가상공간인 서우훠를 통해 중국 현대사에서 혁명이란 이름으로 자행된 폭력과 폐해를 폭로한 작품. 작가는 이 작품 때문에 27년간 일한 군에서 쫓겨났고, 책 출판이 금지되기도 했다. 하지만 해외에서 반체제 작가로서 그의 성가를 높이는 발판이 됐다. 리얼리즘만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하게 일그러진 중국 근현대사의 부조리를 작가 특유의 우화적 방식으로 그려낸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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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음 세대 문학 가치 아는 열린 평론가 되고 싶어”

    소설가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장류진의 ‘일의 기쁨과 슬픔’, 한정현의 ‘소녀 연예인 이보나’. 이 소설들은 저자가 최근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들이라는 점 외에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모두 한 비평가가 작품 해설을 썼다는 것. 작가들이 먼저 해설을 요청했다는 그 주인공은 등단 3년 차밖에 되지 않은 평론가다. 어떤 작가는 “작품 해설을 읽고 울었다”고 했고, 또 다른 작가는 “은혜를 입었다”고 표현했다. 26일 서울 종로구 한 커피숍에서 작가들이 팬을 자처하는 1990년생 문학평론가 인아영 씨(30)를 만났다. 그의 비평은 핵심을 정확하게 타격하면서도 간결하고 서정적이다. “다시 한번 더. 우리는 더 많은 사랑과 아름다움을”(한정현 작품 해설) “네, 잘 살겠습니다. 잘 살아보겠습니다”(장류진 작품 해설)처럼 각 작가의 세계를 감각적으로 압축한 문장도 인상적이다. 그는 “작품집 해설은 일반적 비평과는 또 다른 형태의 주석(註釋)이라고 생각한다”며 “독자들과 텍스트를 경유해 잘 대화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평가로서의 관점을 담되 구조적으로 어렵지 않고 솔직한 글을 쓰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꼼꼼한 텍스트 분석을 위해 3독 이상은 기본이다. 대학에서 인류학과 미학을 공부한 그는 “인간의 가장 섬세하고 철학적인 면을 담은 것이 언어예술이란 생각”에서 석·박사 과정에서는 문학비평에 집중했다. 활동 중인 문학평론가 중 가장 어린 축에 들지만 그래서 더 기민하게 ‘요즘 문학’을 들여다본다. 그런 반짝이는 감각을 작가들이 먼저 알아본 셈이다. “여성, 소수자같이 우리 세대 작가들은 자신이 딛고 있는 사회학적 세계에 훨씬 민감하고, 첨예하고 집요하게 물어보려는 자세를 갖고 있습니다. ‘진짜 우리 이야기’를 하는 작품으로 나와 세계가 맺는 관계를 다시 생각하는 과정이 너무 즐거워요.” 그는 비평가는 “예술을 통해 세상의 논의와 대화에 참여하는 사람”이라며 “자신을 건드리는 ‘이야기’를 경유할 때 더 풍부하고 섬세하게 세상과 연결된다”고 했다. 등단 계기도 한국문단의 ‘페미니즘 리부트’ 논의에 참여해 보고 싶다는 욕구였다. 문학이 침체됐다고들 하지만 인 씨는 한국 문학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좋은 작가들이 너무 많다”며 “조남주 최은영 등의 책이 일본 대만 등지에서 반향을 일으키는 것도 동시대 독자들의 문제의식과 맞닿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요즘 한국 문학’이 궁금한 독자에겐 정세랑 작가의 ‘시선으로부터’를 추천했다. “모계에 대한 상상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다. 그는 “시간이 흘러도 새로운 언어와 다음 세대 문학의 가치를 예민하게 감각할 수 있는 ‘열린 평론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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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물성 우유’로 만든 ‘비건 라테’… 요즘 인스타 대세죠

    유행에 민감한 트렌드세터들이 최근 인스타그램에 자주 올리는 사진 중에 집에서 직접 제조한 ‘비건 라테(vegan latte)’가 있다. 카페라테같이 일상에서 즐겨 마시는 우유가 들어간 음료에서 우유 대신 귀리 두유 아몬드 호두 등에서 추출한 액체를 넣은 것이다. 외관이나 맛은 기존 라테류와 흡사하지만 식물성 재료만으로 좋아하는 음료를 즐길 수 있어 큰 인기다. 많은 이들이 시도하는 채식주의 트렌드가 외식업계를 넘어서 ‘홈 카페’로까지 옮겨가고 있다. 우유를 잘 소화시키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두유를 선택할 수 있게 한 카페는 이전에도 드물지 않게 있었다. 스타벅스, 폴바셋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도 우유 대신 두유를 넣은 음료를 선택할 수 있었다. 우유에 함유된 젖당을 분해하는 효소인 락타아제가 부족해 설사 같은 증상을 보이는 유당불내증(乳糖不耐症)이 있는 이들이 많다. 특히 한국인 4명 중 3명은 이 증상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을 정도다. 두유 정도로 한정됐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식물성 우유’의 범위가 훨씬 넓어지고 대중화됐다. 귀리나 아몬드, 퀴노아같이 영양성분이 많아 이른바 ‘슈퍼푸드’로 알려진 재료뿐 아니라 쌀, 코코넛을 비롯해 다양한 원료에서 추출한 식물성 음료가 각광받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식물성 우유는 지방이나 탄수화물 함량이 낮아 소화가 잘되고 칼로리도 낮은 데다 비타민 같은 영양소도 풍부하다. 맛은 우유보다 더 고소하고 곡물 특유의 풍미가 더해져서 음료에 시너지 효과를 주기도 한다. 식물성 우유를 택하는 이유가 소화 문제 때문이라기보다는 동물 보호와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한 의식적 노력이라는 점도 새로운 현상이다. 일종의 가치소비인 셈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올 1월 미국 스타벅스는 귀리 성분을 넣은 ‘오틀리 라테’ 등 식물성 음료 메뉴를 추가했다. 미국 유럽에서는 채식주의 트렌드로 축산품 소비량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도 우유 소비량은 2000년대 이후 1인당 연간 33L 수준에 머물러 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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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판계에서도 ‘센 언니’ 대세

    가수 이효리 제시 등이 뭉친 ‘환불원정대’(어느 가게에서도 막힘없이 환불을 받아낼 것 같은 카리스마의 소유자들)처럼 최근 대중문화에서 ‘센 언니들’이 인기다. 남의 시선에 아랑곳 않는 패션과 당당한 말투에 대리만족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졌다. 출판계에서도 센 언니 흐름은 대세가 되고 있다. 산전수전 겪은 언니들의 인생 경험담이나 조언을 내세운 자기계발서, 여성 간 우애나 연대를 다룬 에세이집이 잇달아 출간돼 눈길을 끌고 있다. 번역서 제목의 적극적 의역은 특히 도드라진다. 최근 놀 출판사가 펴낸 에세이집 ‘장래희망은 이기적인 년’은 원제가 ‘Stay Sexy and Don‘t Get Murdered’로 ‘죽지 않고 섹시하게 살아남을 것’ 정도로 직역된다. 여성이 표적인 범죄 이야기를 나누던 팟캐스트를 기반으로 한 책인데, 요즘 트렌드에 맞춰 과감히 의역하고 ‘인생 좀 조져본 언니들의 유쾌한 카운슬링’이란 카피를 달았다. 한나비 팀장은 “여성은 예의를 차리거나 이타적이 되려다 결국 피해를 입은 경험이 많다는 데서 착안했다”며 “시대적으로 ‘쿨 걸’을 원하는 트렌드를 반영해선지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 평범한 워킹맘이 기업가로 성공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여자는 사업을 모른다는 헛소리가 지겨워서’(코쿤북스)도 원제는 ‘What It Takes(조건)’이지만 센 언니 느낌으로 의역했다. ‘여자들은 감정적이다’ ‘숫자에 약하다’ 같은 사회적 통념에 저항해 승리한 투사의 느낌을 강조했다. 언니는 타깃 독자층에게 강력한 친근감과 유대감을 발휘하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문고본 형식의 에세이 시리즈의 원조 격인 ‘아무튼’ 시리즈는 최근 ‘아무튼, 언니’(제철소)를 펴냈다. 경찰인 저자가 신입 경찰 교육기관인 중앙경찰학교에서 만난 여성 동료들과의 우정, 우애를 그려냈다. 부당한 통념, 성차별 탓에 먼저 고생해본 언니들이 전수해주는 삶의 노하우를 표방하며 여성 독자의 공감과 호기심을 적극적으로 유발하기도 한다. ‘배 아픈 언니들의 억울해서 배우는 투자 이야기’(메이트북스) ‘좀 놀아본 언니의 미심쩍은 상담소’(청출판) 등이 그렇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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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덮친 방송계… 드라마 제작 1주일 중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되면서 방송계가 드라마 제작을 잠정 중단한다. KBS는 22일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힘을 보태기 위해 주요 드라마의 제작을 24일부터 30일까지 1주일 동안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제작이 중단되는 드라마는 미니시리즈 ‘도도솔솔라라솔’ ‘바람피면 죽는다’ ‘암행어사’와 후속 주말드라마 ‘오! 삼광빌라!’, 후속 KBS 2TV 일일드라마 ‘비밀의 남자’ 등 5편이다. 26일 첫 방송 예정이던 도도솔솔라라솔을 포함한 후속 수목드라마의 편성 일정도 조정할 예정이다. 비밀의 남자는 31일 첫 방송 예정이었으나 다음 달 7일로 연기됐다. 이들 드라마의 향후 방송 일정도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 앞서 도도솔솔라라솔에 출연하는 배우 허동원 씨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바 있다. CJ ENM의 콘텐츠 제작사인 스튜디오 드래곤도 이날 “드라마 제작에 참여한 출연진과 제작진의 안전을 위해 24일부터 31일까지 예정된 모든 촬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현재 스튜디오 드래곤이 제작하고 있는 드라마는 tvN ‘비밀의 숲 2’와 ‘악의 꽃’, KBS 2TV 주말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 등이다. 이번 제작 중단으로 편성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넷플릭스도 21일 “한국 국민과 한국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는 제작진의 안전을 위해 모든 콘텐츠 제작 일정을 당분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며 “창작자와 제작진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재개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넷플릭스의 결정으로 현재 제작 중인 ‘오징어 게임’ 등의 촬영이 중단됐다. 이 드라마는 상금 456억 원이 걸린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이 드러내는 다양한 인간상을 담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다. 이정재 박해수 등이 출연한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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