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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S 교통방송 대표가 사임 의사를 밝히며 전 직원 해고 절차에 나섰다.25일 TBS에 따르면 전날 이성구 TBS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실·본부장 등 임원들과 함께 참여한 단체 대화방에서 “TBS를 살려보려고 노력했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부족함으로 느끼고 대표대행을 사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사임 의사를 이사회에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TBS 관계자는 “급여일인 오늘(25일) 전 직원에 대한 급여가 지급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임금 체불이 발생하면 형사책임을 대표이사가 져야 하는데, 대표의 사임은 그 책임을 피하기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고 했다.이 대표는 다음달 31일을 해고 예정일로 명시한 ‘재단 직원 전원에 대한 구조조정을 위한 해고 예고 계획안’에도 결재했다. 계획안에는 “자구책 강구를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영상 전원 해고를 통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며 “무급휴업 운영 및 방송유지 필수인력으로 필요한 직원에 대하여는 추후 조정하여 해고 제외대상자를 법률절차에 따라 통보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TBS 노동조합 측은 “전 직원 해고는 명백한 노동법 위반”이라고 반발했다. 서울시 산하 미디어재단이었던 TBS는 서울시의회 지원 조례 폐지 이후 서울시의 예산 지원이 끊기며 재정난을 겪어 왔다. 이달 11일부턴 서울시 출연 기관 지위를 잃고 민영화된 상태지만, 아직 인수할 기업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TBS는 민간의 기부를 받기 위해 정관을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변경하기로 하고 지난달 28일 방송통신위원회의 허가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날 방통위는 TBS의 재단 지배구조 변경 등이 지상파방송사업자의 지배구조, 사업운영 등에 대한 본질적인 내용을 변경하는 사항이라 방통위의 심의·의결이 필요하다며 반려 입장을 밝혔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국가정보원 직원과 함께 후배 여성 기자들을 성희롱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조선일보 논설위원에 대한 해임이 확정됐다. 20일 언론계에 따르면 조선일보는 앞서 12일 포상징계위원회를 열고 논설위원 A 씨에 대한 해임 징계를 결정했다. 이에 대한 A 씨의 이의신청 기한이 19일까지였으나 별다른 이의신청이 없어 해임 처분이 확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A 씨가 국정원 직원과 여성 기자들의 사진을 공유하며 이들을 성희롱하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는 의혹이 지난달 21일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이에 조선일보는 A 씨를 직무 배제한 뒤 자체 진상 조사 및 외부 기관을 통한 추가 조사를 한 바 있다. 국정원은 지난달 26일 국회에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으나 추후 조치는 알려지지 않았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유럽에선 18세기 초반까지 결핵은 ‘미지의 질병’이었다. 천연두처럼 고름이 차거나 콜레라처럼 설사가 쏟아지는 등 결핵에선 눈에 띄는 증세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쇼팽, 파가니니, 체호프, 도스토옙스키 등 예술가나 귀족들이 결핵을 앓다 죽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부유층 사이에서 번지는 유전적 질환이라는 인식도 퍼졌다. 혹자는 한 발 더 나아가 결핵이 여성미를 부각한다고도 주장했다. 병세로 얼굴이 창백해지고 눈이 커진 것처럼 보이며, 열로 옅은 홍조를 띤 모습이 여성미를 강조한다는 것. 당대 일부 여성들이 일부러 결핵에 걸린 듯한 외모로 꾸미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18세기 후반이 되자 이는 완전히 뒤바뀐다. 산업혁명으로 노동자들과 도시 인구가 불어났다. 이들 사이에서 결핵이 감염병처럼 퍼지며 점차 ‘노동자의 질병’이 된다. 치사율이 높아지며 ‘백사병(White Death)’으로도 불렸다. 저자는 “결핵균의 생장이 매우 느려 증상도 더디게 나타나 ‘낭만적 질병’처럼 보였지만 인간이 만든 급격한 산업화, 도시화로 인해 결핵은 인구 밀집 지역에서 치명적 질병이 됐다”고 설명한다.성균관대 의대 미생물학교실에서 항생제 내성세균 등을 연구하는 저자가 인류와 공생하며 함께 진화해 온 미생물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맨눈으로는 관찰할 수 없는 작은 생물이란 뜻의 미생물은 통상 진균, 원생동물, 세균, 바이러스 등을 포함하는 개념. 고대 그리스 시기부터 산업혁명기, 제1·2차 세계대전, 현대까지 역사의 주요 변곡점마다 미생물이 인간 생활, 문화, 의학, 전쟁 등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짚는다. 지난해 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터에 쥐 떼가 들끓어 ‘한타 바이러스(Hanta Virus)’가 창궐한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랐다. 유행성출혈열의 일종인 이 바이러스는 과거 6·25전쟁 때도 확산하며 양측에 큰 피해를 끼쳤는데 서로가 ‘적이 세균전을 벌이고 있다’고 의심할 정도였다. 이 바이러스는 고려대 의대 이호왕 박사가 1970년대 실체를 밝혀냈는데, 6·25전쟁 격전지이자 바이러스를 발견했던 한탄강의 이름을 따 ‘한타’ 바이러스로 명명했다. 이 밖에도 매독균은 콜럼버스 항해선에 의해 아메리카 대륙에서 유럽으로 처음 옮겨지고, 아프리카 황열병은 노예무역선을 타고 전 세계로 퍼져 나가는 등 ‘미생물 역사’도 다채롭게 펼쳐진다. 책은 미생물을 단순히 질병의 원인으로만 인식하는 데서 벗어나 건강과 생명에 필수적인 존재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차피 미생물은 자기들이 할 일을 할 뿐 이를 유용하게 이용하거나 악용하는 건 사람들의 몫”이라고 설명한다. 막연하게 두려워하거나 반대로 중시하지 않았던 미생물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켜 준다. 미생물을 단순히 ‘좋은 것’ ‘나쁜 것’으로 구분하는 편협한 시각에서도 벗어나게 해 준다. 다만 바이러스의 학명, 유명 학자, 원전을 곳곳에서 인용하는 대목은 다소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국정원 직원과 후배 여성 기자들을 성희롱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조선일보 현직 논설위원이 회사로부터 해임 징계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조선일보 관계자 등에 따르면 조선일보는 12일 포상징계위원회를 열고 논설위원 A 씨에 대한 해임 징계를 결정했다. 이날은 의결 결과에 대한 A 씨의 이의신청 기한 마지막 날로, 징계 당사자가 이의신청을 하지 않아 해임 처분이 확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달 21일 한 언론사가 A 씨와 국정원 소속 직원이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등을 주고받으며 알고 지내던 여성 기자들과 관련한 성적 발언을 주고받았다고 보도하면서 A 씨의 성희롱 의혹이 불거졌다. 보도에 따르면 성희롱 대상이 된 여성 기자들은 A 씨보다 연차가 낮은 후배 기자들로 최소 3명의 피해 사례가 있었다. 이에 조선일보는 A 씨를 직무 배제한 뒤 자체 진상 조사 및 외부 기관을 통한 추가 조사를 실시했다. 조선일보 노동조합은 12일 발행한 노보에서 “‘나도 얼마든지 성범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줬다”며 사측에 조속한 피해 사실 파악 및 징계 결정을 촉구해왔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주말마다 산에 오르고, 휴가철마다 자연 속으로 떠나는 건 익숙한 풍경. 일상 대부분을 실내에서 보내고, 한 주의 대부분을 도시에 갇혀 사는 현대인들이 자연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선 작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문밖에 나가자마자 동네에서 접할 수 있는 ‘소량의 자연’만으로도 충분히 힐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지론이다. 매일 출근길에서 마주하는 작은 잔디밭이나 점심시간에 누리는 짧은 산책 등이 그렇다. 환경과학 및 정책을 공부하고 환경운동가로 활동하는 저자는 “점차 실내 동물이 되어 가는 현대인들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연과 함께하는 법을 공유하고 싶다”고 집필 계기를 밝혔다. 이 중 ‘나무 한 그루와 친해지기’가 눈길을 끈다. 사무실이나 집 밖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자신만의 나무 한 그루를 고른 뒤 이곳을 지날 때마다 5분이라도 짧게 시간을 내서 적극적으로 관찰하는 방법이다. 나무의 질감과 결을 눈과 손으로 훑고 가지가 꺾이지 않았는지, 잎의 색이 변하진 않았는지 등을 세세히 살핀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 심호흡하며 흙과 나무의 냄새를 맡는 행위만으로도 에너지를 회복할 수 있다는 것. 주변에 바다나 강이 없더라도 도심 속 분수나 인공폭포도 물의 에너지를 느끼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물의 소리와 흐름에 집중하면 긴장감을 해소할 수 있다. 공원 귀퉁이 잔디밭에 잠시 앉거나, 흙을 한 줌 집어 자연과 접촉하는 행위도 추천한다. 이마저도 시간을 내기 힘들 땐 파도 소리가 담긴 음원 파일을 듣는 것도 비슷한 효과를 내 몸의 긴장을 완화할 수 있다. 단순히 팁만 나열된 책은 아니다. 저자는 집필을 위해 생태연구가, 학자, 자연모험가 70여 명을 인터뷰하고 각종 실증 사례와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 궁극적으로 자연과 도시라는 이분법적 구도에서 벗어나 자연을 보고 즐기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출판계에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은 ‘영원한 스테디셀러’로 꼽힌다. 400년 넘게 전 세계 독자와 연구자들이 끊임없이 재해석하고 살을 붙이면서 지금도 여러 번역본과 해석서들이 나오고 있다. 셰익스피어 특유의 복합적인 서사와 입체적인 캐릭터가 현대 독자들의 흥미를 지속적으로 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번역본, 리커버 책들 속속 출간 셰익스피어 공연 연출가이자 희곡 번역가인 이현우 순천향대 영미학과 교수는 지난달 ‘한여름 밤의 꿈’(동인)을 내놨다. 약 2년에 걸친 운문 번역작이다. 이 교수는 “그간 주로 산문으로 소개된 셰익스피어 작품들을 원작에 가까운 운문 형태로 번역하는 작업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서는 최종철 연세대 명예교수가 셰익스피어의 모든 작품을 우리 시 운율로 번역한 ‘셰익스피어 전집’(총 10권·민음사)을 펴냈다. 최 명예교수가 1993년 맥베스 번역을 시작한 지 약 30년 만으로, 운문 번역을 통해 원전의 리듬감과 읽는 맛을 최대한 살린 게 특징. 전집은 4대 비극을 비롯해 비극 10편, 소네트 154편을 담았다. 셰익스피어 작품은 1920년대 일본을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됐는데, 이번 완간으로 100년간 이어진 일본식 번역의 영향에서 벗어났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셰익스피어 작품 속 특정 주제를 뽑아낸 기획 저서도 출간되고 있다. ‘사랑은 맹목적이다(Love is blind)’, ‘러브 레터(love letter)’ 등 사랑 관련 주제로 문장과 단어를 엮은 신간 ‘셰익스피어, 사랑에 대하여’(세창미디어)가 대표적이다. 이성모 동인 출판사 대표는 “셰익스피어 작품은 저작권 문제에서 자유로우면서도 연구자, 학회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출간 요청이 있다. 주로 4대 비극을 다룬 내용이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편”이라고 했다. 셰익스피어 책은 표지 디자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더스토리 출판사는 ‘1577년 홀린셰드의 연대기 초판본’이나 ‘1608년 오리지널 초판본 리어왕’ 등 옛 표지를 활용한 리커버 버전을 최근 출간했다.● 복합적 인간상 살아 숨쉬는 매력 셰익스피어 작품이 수백 년 동안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복합적인 서사와 캐릭터를 첫손에 꼽는다. 최종철 명예교수는 “‘햄릿’에서 주인공이 숙부 클로디어스를 죽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에서 복수 대신 그를 살려주며, 휘장 뒤에 숨어 있던 폴로니어스를 클로디어스로 생각해 아무런 주저 없이 찔러 죽이는 모습이 공존한다”며 “인물들의 모순과 결함, 인간적 양면성이 다양하게 그려진 게 매력”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셰익스피어학회장인 김태원 서강대 영미학부 교수는 셰익스피어 작품들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로 ‘타자와의 만남’을 꼽았다. 김 교수는 “현대인들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다른 세계나 사회, 타자와 빈번하게 접촉하고 있다”며 “‘맥베스’ ‘리어왕’ 등의 등장인물들이 타자와의 만남에서 겪는 슬픔, 번뇌, 고민, 행복은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지금 한국의 시대상이 셰익스피어 비극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현우 교수는 “삶이 복잡다단할수록 정답을 얻기 위해 통찰이 담긴 고전에 기대는 경향이 있다”며 “해외에선 셰익스피어 작품 중 희극이 더 조명받는 편인데, 한국에서 유독 그의 비극이 인기를 끄는 건 한국이 고도성장 과정에서 놓친 존재론적 고민이 반영된 결과”라고 짚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방송통신위원회가 KBS 이사 임명 효력 집행정지 여부를 판단할 재판부를 바꿔 달라며 제기한 기피신청이 기각됐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송각엽)는 방통위가 제기한 재판부 기피신청을 모두 기각한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때’라 함은 당사자가 불공정한 재판이 될지도 모른다고 추측할 만한 주관적인 사정이 있는 때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통상인의 판단으로서 법관과 사건과의 관계로 보아 불공정한 재판을 할 것이라는 의혹을 갖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인정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때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청인들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민사소송법 제43조 제1항 소정의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며 기각 결정을 밝혔다. 이에 따라 KBS 이사 임명 효력에 대한 집행정지 여부는 처음 사건을 배당받은 행정법원 제12부가 판단하게 됐다. 앞서 KBS 전임 이사들 가운데 야권으로 분류되는 4인은 방통위가 KBS 이사진을 추천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재가한 것에 대해 효력정지를 구하는 집행정지 신청 및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방통위는 이틀 뒤인 29일 “서울행정법원 제12재판부에 대하여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집행정지 관련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거나 그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처분의 효력을 정지할 긴급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함에도 인용 결정을 했다. 본 사건에서도 그와 같은 예단을 가지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며 기피신청을 낸 바 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MBC가 최승호·박성제 사장 시절 미국 라스베이거스 리조트 개발 펀드에 투자했다가 투자금 105억 원 전액을 손실 본 것으로 드러났다고 감사원이 밝혔다. 이를 감독해야 할 MBC 최대 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MBC로부터 투자금 전액을 날린 뒤에야 사실을 보고받았고, 문책을 요구하지도 않았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감사원이 11일 공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MBC는 2019년 임원회의에서 여의도 사옥 매각 대금 4849억 원을 부동산 대체투자 상품에 투자하는 등 적극 운용키로 결정했다. MBC는 이 과정에서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 MBC는 그해 7월부터 라스베이거스 리조트 건설 사업에 투자하는 펀드에 105억 원을 투자했다. 계약에는 채무자인 리조트 개발업체가 선순위 채권자인 JP모건에 자산을 넘길 경우 나머지 채무는 갚지 않아도 된다는 ‘DIL(Deed in Lieu)’ 조항도 있었다. ‘중순위 채권자’인 MBC 입장에선 전액 손실을 볼 수도 있는 ‘초고위험 투자’였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결국 리조트 개발업체가 2020년 6월 사업을 포기하면서 MBC는 전액을 잃게 됐다. 감사원은 MBC가 부동산 대체펀드에 투자한 금액이 총자산의 8%가 넘는 1905억여 원에 달하는 만큼 나머지 투자 건에서도 손실이 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방문진은 MBC가 투자금 105억 원을 전부 날린 2021년 2월까지도 부동산 대체투자 사실을 보고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MBC 및 자회사 관계자들에 대해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에 수사 참고자료를 전달했다.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한 방문진 관계자에 대해서도 감사원법 위반 등으로 참고자료를 보냈다. 방문진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정치적 목적으로 위법하게 시작된 감사”라며 “국민감사 청구 시에는 대상 기관의 ‘법령 위반’이나 ‘부패 행위’가 있어야 하나 적시되지 않아 국민감사 요건을 갖추지 못해 기각됐어야 한다”고 밝혔다. MBC도 이날 감사원이 지적한 미국 리조트 펀드 투자와 관련해선 “상품의 중요 규정을 설명하지 않은 채 판매한 증권사를 상대로 투자금 반환 청구 소송 1심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한국 독자들이 제 소설을 통해 눈물을 크게 한바탕 쏟아내길 바랍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꾸준히 다뤄온 대만 작가 천쓰홍(陳思宏·천쓰훙·48)은 신간 ‘67번째 천산갑’(민음사)의 국내 출간을 맞아 9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올 초 국내에 소개된 그의 대표작 ‘귀신들의 땅’(민음사)이 1만5000부가량 팔리며 대만 문학 붐을 일으킨 지 8개월 만이다. 그는 ‘귀신들의 땅’으로 2020년 대만의 양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금장상 문학부문상과 금전상 연도백만대상을 모두 거머쥐었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주최하는 ‘2024 서울국제작가축제’ 참석차 처음 방한한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 “눈물은 결코 창피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억압받는 모든 이들은 제 책을 통해 크게 울어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만과 비슷한 근현대사를 가진 한국 독자들에겐 책의 의미가 남다를 것”이라고 했다. ‘귀신들의 땅’이 국민당 독재 시절 ‘백색테러’로 뒤얽힌 대만의 비극적인 역사를 조명했다면 ‘67번째 천산갑’에서 그는 성소수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보다 전면에 내세웠다. 대만에서 동성애자 남성과 이성애자 여성의 우정을 뜻하는 ‘게이미(Gay蜜)’를 그렸다. 주인공 ‘그’와 ‘그녀’는 6세 때 처음 만나 가부장제에서 혹독한 억압을 견뎌내며 성인이 돼 우연히 재회한다. 이후 서로를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존재로 여기며 여정을 함께한다. 천쓰홍은 “주인공들이 가부장제의 보편적인 남녀 관계는 아니지만 누구보다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는 가장 인간적인 관계”라고 설명했다. 제목의 ‘천산갑’은 ‘그’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작가가 어린 시절 대만의 산을 오르며 종종 봤던 동물인데 유독 부끄러움을 많이 탄다고. 멸종위기종인 천산갑은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방법이 없어 동그랗게 몸을 말거나 굴을 파고 들어가는 습성이 있는데 사회적 차별과 억압에 취약한 이들을 상징한다. 천쓰홍은 ‘귀신들의 땅’이 미국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라 12개 언어로 번역되는 등 국제적으로 성공한 작가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을 거듭 ‘실패자’라고 불렀다. 그는 “성공한 기업가가 돼 고향에 금의환향하는 기분과는 조금 다르다”며 웃었다. 대만에서 동성혼이 법제화됐지만 동성애자를 배척하는 사회적 풍토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현재 독일 베를린에 거주 중인 그는 작가로서 명성을 얻은 뒤 일부 대만인들로부터 “죽여버리겠다”는 협박 메시지를 받기도 했다. 그는 “아직 제가 책을 통해 해야 할 이야기가 많은 것 같다”고 했다. 배우로도 활동 중인 그는 이번 방한 중 한국의 성소수자와 작가들로부터 “좋은 작품을 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독재, 성차별 등 억압을 겪고 자란 한국인과 대만인의 정서는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출간 후 제가 해방감을 느낀 것처럼 한국 독자들도 제 책을 통해 더 자유로워지길 바랍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70세 이상 0.5표 공약을 실현하겠습니다!” 2044년 대한민국. 제27대 총선을 앞두고 ‘젊은당’은 70세 이상 노인의 투표권을 1표에서 0.5표로 조정하겠다는 파격적 공약을 내놓는다. 초고령사회 한국에선 70세 이상 유권자가 압도적으로 늘어난 상황. 청년층은 점차 소외당하니 불공정한 1인 1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청년 세대 표심을 잡느라 혈안이 된 젊은당에 젊은층은 뜨거운 지지를 보낸다. 반면 노인들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며 반발한다. 외신도 “한국이 인구, 민주주의와 관련한 급진적 정치실험 중”이라고 보도한다. 한국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꽤 도발적인 상상으로 포문을 연 저자는 “‘노인 0.5표’는 현 시점에선 황당무계한, 노인 차별적 발상”이라면서도 20년 후에도 마냥 발칙한 발상으로만 치부할 수 있을 것인지 반문한다.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 감소로 20년 뒤 한국에선 노인 인구가 청년 인구의 2배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이라도 세대 간 대립을 완화할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한다면 암울한 미래를 피하기 힘들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바로 지금이 세대 갈등을 돌파할 ‘골든타임’이라는 것. 한국 사회와 인권 문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진단해 온 사회학자인 저자는 신간에서 세대 갈등을 화두로 던졌다. 사회에 대한 통찰을 담은 사회비평서다. 얼핏 한때 유행한 ‘MZ세대 설명서’ 부류의 뻔한 이야기로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직접 강단에서 학생들과 만나며 느낀 통찰이나 사례들을 적절히 들면서 무거운 주제를 쉽게 풀어썼다. 난해한 제목을 풀어보면 ‘생(生)’ ‘존(zone)’ ‘십(ship)’이다. 각각 우리의 삶, 나와 타인을 구분 짓는 물리적·정신적 공간, 관계 맺기를 의미한다. 한국에선 어딜 가든 보이지 않는 칸막이를 만들고, 일정한 마인드세팅과 관계 맺기를 강요한다는 게 저자의 시각. 21세기 한국인은 ‘생존십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이다. 3장에서 다루는 ‘노(NO)키즈존’ ‘노(NO)시니어존’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의도와 상관없이 특정 집단을 일반화해 배제하는 건 명백한 차별이라는 사실이다. 유독 한국에서 ‘노○○존’이 성행하는 것은 세대 간 사안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태도에 따른 것이다. 저자는 대안으로 ‘노(NO)’ 대신 외국의 ‘전용(ONLY)’ 사례를 제시한다. ‘성인 전용 공간’이나 ‘청년 전용 공간’ 등으로 표현만 달리해도 세대 갈등을 부추기는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사실 세대 갈등은 어느 정도 필연적이다. 인류는 새로운 세대의 출현을 두려워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본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세대 갈등이 심한 건 ‘외부 호명’ 방식으로 세대 정체성이 형성된 영향도 있다. 세대 정체성이 당사자들과 상관없이 외부 세력에 의해 규정된다는 것. 저자는 “기성세대가 가치관을 정당화하는 목적으로 MZ세대론을 전파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분석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텔레그램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삭제를 요청한 딥페이크 성범죄 영상물 25건을 모두 지운 것으로 나타났다. 텔레그램은 방심위에 전용 이메일 주소를 제공하는 등 성범죄 영상물 차단을 위한 핫라인 구축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3일 방심위에 따르면 텔레그램은 동아시아 지역 관계자의 공식 이메일 서한을 통해 “최근 한국 당국이 자사 플랫폼에서 불법 콘텐츠를 다루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접했다”며 “한국 당국으로부터 접수된 신고를 성실하게 처리해 왔으나 현재와 같은 상황 전개를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면 사과한다”며 “한국 사용자들이 텔레그램을 더욱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텔레그램은 세계적으로 딥페이크 성범죄 영상물의 온상으로 꼽혀 왔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데다 메시지가 암호화돼 유통 경로 추적이나 단속이 어려운 실정이다. 앞서 방심위가 텔레그램에 영상물 차단 및 삭제를 요청해도 즉각적으로 반영되지 않아 성범죄 영상물 확산을 막는 데 역부족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방심위는 텔레그램이 이번에 제공한 전용 이메일을 통해 삭제 요청한 콘텐츠를 텔레그램이 지웠는지를 즉각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방심위 관계자는 “별도로 소통이 가능한 채널로 이메일 주소를 제공받은 건 전향적인 성과로 평가한다”며 “이를 시작으로 향후 더 빠르게 소통할 수 있는 ‘핫라인’을 구축하기 위해 협의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스무 살에 보디빌더로 데뷔해 역대 최연소 ‘미스터 유니버스’ 타이틀을 얻고, 영화배우로 세계적 명성을 얻더니 정치인으로 변신해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자리까지 오른다. ‘터미네이터’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이야기다. 정계에서 은퇴한 뒤 기후 환경운동가로 활동하며 성공적 커리어를 쌓고 있는 그가 60년간 지켜온 7가지 철칙을 풀어낸다. 그가 내세운 7가지 원칙은 △비전의 힘을 믿어라 △스스로 정한 경계를 과감히 허물어라 △완벽을 추구하라 △당신의 꿈을 세상에 보여줘라 △인생의 기어를 과감히 바꿔라 △영원한 학생이 되어라 △당신의 쓸모가 세상을 빛나게 하라다. 으레 성공한 이들이 내놓는 다소 뻔한 메시지처럼 들릴 법한 내용이다. 하지만 각 내용에 얽힌 그의 사적인 이야기들이 흥미롭다. 보디빌더로 활동할 땐 하루에 1만8000kg씩 바벨을 들었다. 배우 시절엔 암벽 등반하는 장면 촬영을 위해 팔에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연습을 멈추지 않았다. 도전하는 분야마다 성공적 인생을 사는 듯했던 그도 “약 10년 전 밑바닥까지 추락했다”고 회고한다. 한때 가정부와 불륜을 저지르고 혼외자를 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상은 그를 향해 “끝났다”며 손가락질했다. ‘불륜남’이라는 꼬리표가 붙으며 진행 중이던 영화 작업 등도 줄줄이 무산됐다. 그는 “인생의 가장 밑바닥은 아직 오지 않은 거였다. 내 세상을 무너뜨린 건 내가 저지른 일이었다”고 털어놓는다. 그럼에도 그는 “고통은 성공의 기회”라며 털고 일어났다. 팬데믹 기간 중 그의 동기 부여 강연 영상이 유튜브에서 인기를 끈 것이 우연한 기회가 됐다. 현재 자기계발 전문가이자 기후환경 운동가로 세계인들에게 자신의 인생 이야기와 영감을 전하고 있다. 저자는 오스트리아 출신 이민자로 미국에서 성공한 ‘아메리칸 드림’의 아이콘으로도 불린다. 그가 말하는 진짜 성공은 뭘까. “성공이란 남에게 쓸모 있는 삶입니다.” 원제는 ‘Be Useful’(쓸모 있는 사람이 돼라). 그의 부친이 습관처럼 내뱉던 인생 조언이었다고 한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KBS 현직 이사들이 방통위의 신규 이사 임명 처분의 효력을 멈춰 달라며 신청한 집행정지 사건에서 재판부 기피 신청을 냈다. 앞서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신임 이사 임명에 제동을 걸었던 재판부에 이번 신청이 재차 배당되자 공정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방통위는 29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강재원)에 기피 신청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방통위 법률대리인단은 “재판부는 방통위가 2인으로 구성돼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한 것이 방통위법의 입법 목적을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으나 이는 국회가 3인을 추천하지 않아 발생한 방통위 구성의 파행 책임을 외면한 것”이라며 “이전 사건에서 임기 만료된 이사들의 업무수행권을 인정하며 집행정지를 인용했으나 이는 임기 만료 이사의 업무수행권을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대법원 판례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방통위는 “결론적으로 위 판사들이 관련 사건에서 보여준 판단을 근거로, 이 사건에서도 같은 예단을 가지고 불공정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며 기피를 신청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KBS 현 이사진 측은 “방통위가 MBC 소송에선 기일 연기로 절차를 지연시키려 하더니 이번엔 기피 신청으로 위법한 이사 임명 상황을 유지하려 한다”며 “결정이 날 때까지 신임 이사회의 업무는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26일 법원은 야권 성향 방문진 현직 이사들이 신청했던 집행정지를 인용해 방통위 의결의 효력을 정지했다. 이에 이튿날 야권 성향의 현직 KBS 이사 5명은 방통위의 신임 이사 추천과 윤석열 대통령 재가의 효력을 멈춰 달라며 방통위를 상대로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딥페이크 성 범죄물이 주로 유통되는 텔레그램 등에 영상 삭제를 신속히 요청할 수 있도록 국제적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딥페이크 성 범죄물 모니터링 인력도 2배 이상 확충할 방침이다.류희림 방심위원장은 28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급속도로 확산 중인 딥페이크 음란물, 성범죄물 관련 긴급 전체회의를 열고 “텔레그램과 페이스북, X(옛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과 긴밀한 협의체를 구성해서 신속한 삭제 및 차단 조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방심위에 따르면 불법 성 범죄물의 주요 유통경로인 해외 플랫폼 및 SNS 사업자의 경우 e메일, 공문 등으로 시정 요구 및 자율적 규제를 요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현재 단계보다 더 빠르게 상시 소통이 가능하도록 면대면 소통 협의체도 마련해 불법 영상물 등의 국내 확산을 최대한 신속하게 막겠다는 것이다. 방심위에 따르면 현재 국제적으로 글로벌온라인안전규제기관네트워크(GOSRN), 국제인터넷핫라인협회(INHOPE) 등 해외 인터넷, 통신 관련 협의체가 운영되고 있다. 방심위는 해당 네트워크에서 국내 텔레그램 내 딥페이크 성 범죄물 유통 문제를 핵심 의제로 거론하고, 국제적 공조 노력도 강화하기로 했다.방심위 사무처에 따르면 지난해 방심위는 불법 성 범죄물이나 마약·도박 관련 게시물 관련 텔레그램 측에 총 161건의 시정요구를 의뢰했다. 이 중 160건은 최종적으로 삭제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텔레그램 측이 즉각적으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아 시일이 오래 걸린 경우도 많은 데다 심의 기준도 일관적이지 않은 게 문제라고 지적됐다. 모니터링 인력도 대거 확충된다. 류 위원장은 기존 6명인 방심위 내 성 범죄물 모니터링 인력을 즉각 12명으로 늘리고 향후 전담 인력을 추가 확충하겠다고도 밝혔다. 또 방송심의에 집중된 방심위 내 400여 명의 모니터링 인력을 디지털 성범죄 관련 심의 부문에 재배치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현재 관련 인력은 70여 명 수준이다. 필요 시 경찰 등 전문 인력의 파견 근무도 추진할 방침이다.방심위는 27일부터 홈페이지에 딥페이크 성범죄 영상물 신고 전용 배너를 별도로 설치했으며, 온라인 신고뿐만 아니라 방심위 디지털 성범죄 신고 전화 기능도 강화해 상담원이 24시간 접수 및 상담할 수 있도록 했다. 류 위원장은 “최근 딥페이크 합성 기술을 악용한 디지털 성범죄 영상이 대학과 중고등학교뿐만 아니라 심지어 초등학교까지 유포됨으로써 우리 사회를 정조준해 위협하는 상황이 됐다”며 “딥페이크 성범죄가 근절되도록 국민들도 엄중한 감시자이자 신고자로서 방심위와 함께해달라”고 밝혔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KBS 현직 이사들이 27일 방송통신위원회가 ‘2인 체제’로 의결한 새 이사진 구성이 무효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전날 법원이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신임 이사 6명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데 이어 KBS 이사진 구성도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KBS 김찬태, 류일형, 이상요, 정재권, 조숙현 등 야권 이사 5명은 이날 오후 서울행정법원에 이 같은 내용의 소송을 제기하고 집행 정지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자료를 통해 “방통위는 공영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법적으로 보장할 합의제 행정기구인데 대통령이 지명한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 단 2명만이 새 이사를 추천한 것은 법적 정당성이 없는 원천 무효 행위”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과 김 부위원장은 취임 첫날인 지난달 31일 회의를 열어 방문진 이사 6명의 임명안을 가결하고, KBS 이사 11명 중 7명을 여권 몫으로 추천했다. KBS 이사 임명권을 가진 윤 대통령은 이튿날인 1일 방통위가 추천한 이사진 임명안을 재가했다. 법원이 KBS 이사들의 집행 정지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방통위가 추천한 KBS의 새 이사진도 본안소송 전까지 임기를 시작할 수 없다. 임기가 이달 31일까지인 이사진은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지면 본안 판결까지 임기가 연장된다. 앞서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과 김기중 박선아 이사는 “방통위가 새로 임명한 방문진 이사진에 대한 임명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하고 집행 정지 신청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이 26일 이를 인용하면서 기존 방문진 이사진이 본안소송 판결까지 임기를 이어가게 됐다. 여야는 법원 결정에 대한 공방을 이어갔다. 국민의힘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전방위로 비판 성명을 내며 대응했다. 원내대책회의 공개 발언을 비롯해 당 미디어특위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이 각각 성명과 기자회견문을 배포했고, 대변인도 2번이나 논평을 냈다. 국민의힘 소속 과방위원들은 “법원 결정은 ‘임기가 끝난 이사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새롭게 임기를 시작할 이사들의 이익은 희생해도 좋다’는 정말 듣도 보도 못한 결론이었다”고 비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법원 결정을 환영하며 “방통위를 정상화하고 공영방송 이사진을 새로 뽑자”고 주장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2인 체제의 불법성과 이사 선임 과정의 절차적 하자에 대한 법원의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라며 “윤석열 정권의 언론 자유 탄압과 방송 장악의 악순환을 끊어내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
텔레그램을 기반으로 한 딥페이크 음란물 확산 문제가 커지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텔레그램 측과 ‘핫라인’을 구축해 신속한 확산 방지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히는 등 대응책 마련이 본격화되고 있다. 방심위는 27일 실·국장 회의에서 이를 비롯한 사건 대책을 논의했고, 향후 음란물의 신속한 차단에 집중할 계획이다. 텔레그램에 게시물 시정 요구 등을 할 때 주로 e메일을 통해 협조 요청을 해 시정 조치까지 며칠씩 걸리는 경우가 있었는데 앞으로는 ‘핫라인’을 구축해 시간 단축을 하겠다는 것. 아울러 방심위는 이번 딥페이크 음란물 확산 사태와 관련해 즉각 중점 모니터링에 착수하기로 했다. 또 전자심의를 활용해 24시간 내 성적 허위 영상물에 대한 시정 요구를 하고, 중점 모니터링 과정에서 적발된 악성 유포자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경찰도 28일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 특별 집중 단속에 나선다. 27일 서울경찰청은 딥페이크 관련 ‘긴급 스쿨벨’을 발령했다. 이는 학교나 학생을 상대로 한 범죄가 퍼졌을 때 경찰이 관련 주의사항을 서울시교육청에 전달하면 시교육청은 산하 학교들로 전파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전날(26일) 전국 시도교육청에 “딥페이크 피해 및 가해 현황을 파악해 달라”란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학생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하고 타인의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올리거나 전송하지 않도록 예방 교육을 철저히 할 수 있도록 학교에 안내해 달라”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여성가족부는 불법 딥페이크 성범죄 합성물로 피해를 입은 이들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27일 밝혔다. 여가부 관계자는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로 피해 상담을 신청해 달라”고 말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텔레그램 기반 딥페이크 음란물 제작 및 유포 사건이 대학가 단체 대화방 등에서 확산하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긴급회의를 소집해 강력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방심위는 27일 실·국장 회의를 소집해 딥페이크 음란물 확산 사태와 관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즉각 중점 모니터링에 착수하기로 했다. 또 전자심의를 활용해 24시간 내 성적 허위영상물에 대한 시정요구를 하고, 중점 모니터링 과정에서 적발된 악성 유포자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또 방심위 홈페이지에 기존 ‘디지털 성범죄’ 신고 배너 외에도 ‘딥페이크 음란물 피해’ 신고 전용 배너도 신설할 방침이다. 아울러 성범죄물이 집중 유포되는 온라인 플랫폼인 텔레그램 측과 이메일을 통해 소통해왔으나 즉시 협의할 수 있는 ‘핫라인’도 개설도 추진할 방침이다. 방심위는 28일 전체 회의를 통해 해당 내용 등을 확정하기로 했다. 방심위는 특히 성적 허위 영상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총 7187건의 시정 요구를 결정했는데, 올해는 7월 말까지 벌써 전년의 90%에 달하는 6434건을 시정 요구를 결정하는 등 유포 범위, 속도가 빠르게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방심위 관계자는 “디지털성범죄 정보는 무한 복제, 유포 등 확산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초동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인터넷 이용자들이 방심위에 적극적으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최근 한 대학에서 여학생의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한 딥페이크 영상이 유포된 데 이어 비슷한 종류의 텔레그램 대화방이 잇따라 발견돼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일선 중고교에도 유사 사례가 늘어나 사회적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법원이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새 이사 6명을 방송통신위원회가 선임한 것에 제동을 걸었다. 방통위가 이른바 ‘2인 체제’로 새 이사를 임명한 것이 적법한지 법원에서 결론이 날 때까지 새 이사 임명을 보류시킨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강재원)는 26일 권태선 이사장과 김기중·박선아 이사 등 야권 추천 방문진 현직 이사 3명이 방통위를 상대로 낸 신임 이사 임명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따라 방통위가 여권 추천으로 새로 임명한 이사 6명의 임기는 권 이사장 등이 제기한 이사 선임 취소 소송 1심 선고일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정지된다. 법조계에선 1심 판결까지 1년 이상 걸릴 거란 관측이 나오고 있어, 방문진은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이사들을 주축으로 당분간 운영된다. 재판부는 방통위가 선임한 새 이사가 그대로 임명된다면 권 이사장 등이 나중에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본안소송 심리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을 감안하면 권 이사장 등이 승소하더라도 직무를 수행하지 못해 입은 손해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사) 임명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여야 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김태규 상임위원의 ‘2인 체제’가 방문진 이사 선임안 의결을 강행한 것도 법원에서 정당성을 다퉈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2인의 위원으로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것은 방통위법이 추구하는 입법 목적을 저해하는 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신청인들이 본안소송을 통해 2인 위원 심의·의결에 의한 임명처분의 적법 내지 위법 여부를 다툴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 결정으로 방통위는 MBC 경영진 교체 등 현안 처리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현재 헌법재판소가 심리 중인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심판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법원 결정에 대해 “즉시 항고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가 항고하면 서울고법이 집행정지 인용 여부를 재차 심리하게 된다. 이날 법원 결정에 국민의힘은 “행정기관(방통위) 결정이 사법부에 의해 침해됐다. 삼권분립 원칙에 반하는 판결”이라고 반발했고, 대통령실은 “항고심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방송 쿠데타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나진이)는 조능희 전 MBC플러스 사장 등 방문진 이사에 공모했다 탈락한 3명이 같은 취지로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은 기각했다. ‘文정부 방문진’ 체제 최소 1년 유지될듯… MBC경영진 교체 제동법원, MBC방문진 새 이사 임명 제동본안 소송까지 최소 1년 이상 걸려… 現이사들, 임기 끝났지만 직무수행‘여권 3:야권 6’ 구도로 되돌아가법원, ‘2인 방통위 의결’ 문제 지적… 일부 “이진숙 탄핵심판에도 영향”법원이 26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신임 이사 6명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여권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임명을 필두로 드라이브를 걸었던 MBC 경영진 교체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방통위는 즉각 항고 의사를 밝혔지만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최소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때 주로 임명된 방문진 이사들이 이미 임기가 종료됐지만 그때까지 직무를 지속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하게 돼 주요 현안을 놓고 여야의 충돌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 MBC 경영진 조기교체 어려워져 방문진법에 따르면 새 이사가 오지 않을 경우 기존 이사들이 임기 종료 후에도 이사직을 계속 수행하게 된다. 이에 따라 대부분 문재인 정부 때 임명돼 이달 12일 임기 만료된 이사 9명은 법원의 본안소송 판결까지 임기를 지속한다. 지난달 31일 방통위의 여권 몫 이사 6인 선정으로 방문진은 여야 6 대 3의 구도를 갖게 됐지만, 이번 법원의 결정을 통해 기존대로 여야 3 대 6 상황으로 돌아가게 된 것. 법원은 방통위의 이른바 ‘2인 체제’ 구성 및 의결의 위법성에 다툴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방통위 2인 위원들의 심의·의결에 의한 임명처분의 적법 내지 위법 여부를 다툴 여지가 있다”며 “방통위 측이 제출한 자료 및 심문 결과만으로는 합의제 기관의 의사형성에 관한 전제조건들이 실질적으로 충족되었다거나 절차적 하자가 없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여권은 KBS에 이어 MBC에 대한 공영방송 정상화에 나설 계획이 있지만 이번 법원 결정으로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방문진 이사 교체 후 2026년 2월까지 임기인 안형준 MBC 사장에 대한 해임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불투명하게 됐다.● 방통위 ‘2인 체제’ 논란 격화될 듯 헌법재판소가 다음 달 3일부터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탄핵심판 절차에도 돌입하는 가운데 이날 법원 결정이 탄핵 심판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야당은 탄핵소추 의결 당시 2인 체제에서 공영방송 이사를 선임한 점을 핵심 이유로 들었는데 법원도 ‘방통위 2인 체제’의 문제점을 지적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26일 결정에서 “단지 2인의 위원으로 피신청인에게 부여된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것은 방통위법이 추구하는 입법 목적을 저해하는 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동안 ‘2인 위원 체제가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혔던 방통위는 즉시 항고 의사를 밝혔다. 방통위는 “방문진 이사 임명처분 효력 집행정지 사건 결정 관련 내용과 이유 등을 검토해 즉시 항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원 결정 관련 질의에 “본안에 대한 부분은 아직 판단이 이뤄지지 않아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가 곤란하다”면서도 항고를 통해 위법성을 따져 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8월부터 이어온 ‘방통위 2인 체제’의 변화가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최민희 국회 과방위원장은 21일 “민주당 몫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2명을 추천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대통령실과 여당은 “이진숙 위원장이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로 직무 정지 상태이고 김태규 부위원장 1명만 남은 상태에서 여야 2 대 2, 4인 체제를 만들어 극한 대치를 격화하고 식물 방통위를 만들겠다는 의도”로 보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심판 절차는 최소 4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여 방통위 업무 일부 차질은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EBS 이사 추천안 의결, 연말에는 MBC 재허가 심사계획 마련 등 주요 현안이 산적해 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방금 나온 그 노래 뭐지?’ 귓가를 강렬하게 때리는 ‘끌리는 노래’의 기준은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누군가는 리듬에 몸부터 반응하고, 다른 누군가는 멜로디를 따라 흥얼댄다. 유독 가사를 곱씹으며 경탄하는 이도 있고, 보컬 한 명의 목소리에 평생 푹 빠져 있는 사람도 있다. 저마다 좋은 노래라고 판단하는 기준이 다른 이유는 뭘까. 그리고 우리의 개인적인 음악 취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신간은 끌리는 노래들의 비밀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낸 책이다. 저자 수전 로저스는 전설적인 팝 가수 프린스의 앨범 ‘퍼플 레인’의 사운드 엔지니어로 일했고, 현재는 미국 버클리음대 심리음향학과 교수다. 프린스로부터 ‘듣는 능력’을 인정받아 음악 산업에 뛰어든 뒤 평생 음악 프로듀싱, 녹음, 소리 연구에 천착했다. 공저자는 대중에게 과학을 쉽게 소개하는 다양한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저자는 개인의 청취 경험을 분석할 수 있는 틀로 7가지 항목을 제시한다. 진정성 사실성 참신성을 ‘미적 차원’으로, 멜로디 가사 리듬 음색을 ‘음악적 차원’으로 각각 분류한다. 막연히 좋다고 생각한 노래들을 각 항목에 맞게 떠올려 보면 독자들 각자가 어떤 음악 취향을 갖고 있는지, 어떤 항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스스로 발견할 수 있다. 각 항목에 따라 저자가 정리한 플레이리스트를 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다. 음계의 조화를 설명하는 화성학, 가사에 반응하는 신경과학, 멜로디가 달팽이관을 타고 흐를 때 발생하는 생물학 등에 대한 전문 지식을 설명하는 대목에선 다소 이해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음반 프로듀서로 업계에서 일하며 겪은 내부자들의 이야기와 고민, 에피소드, 장르별 감상법 등이 적절히 담겨 있어 흥미롭게 책장을 넘길 수 있다. 미국 음악 시장이나 2000년대 이전 미국 가요에 대한 배경 지식이 풍부하다면 조금 더 쉽게 읽힐 듯하다. 음악과 음악 산업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가이드로도 손색이 없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21일 국회 청문회 도중 “민주당 몫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2명을 추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곧장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을 철회하고 국민의힘이 추천할 방통위원 1명도 국회서 함께 의결해달라”며 대응에 나섰다. 방통위는 위원장과 방통위원 4명을 포함한 5인 체제 합의제 행정기구다. 위원장과 상임위원 1명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나머지 상임위원 3명은 여야가 각각 1명과 2명을 추천한다.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 여부를 결정한다. 민주당은 “비정상적 2인 체제를 끝내고 방통위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점을 야당 몫 2명 위원 추천 이유로 내세웠다. 반면 대통령실과 여당은 “이진숙 위원장이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로 직무 정지 상태이고 김태규 부위원장 1명만 남은 상태에서 여야 2 대 2 4인 체제를 만들어 극한 대치를 격화하고 식물 방통위를 만들겠다는 의도”로 보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방통위가 본래의 기능을 찾는 게 급선무”라면서도 “2 대 2 구도를 만들어 방통위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려는 것인지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野 “방통위 정상화해야” 최 위원장은 이날 ‘방문진 이사 선임 등 방송장악 3차 청문회’를 위해 열린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은 공모를 통한 정당한 절차를 통해 민주당 몫의 방통위원 선임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며 “민주당 추천 방통위원 2명을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해주고 방통위원들이 공영방송 이사를 재추천(선임)하기를 기대한다는 게 민주당의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 후보로는 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인 장윤미 변호사,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 박선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등이 거론된다. 민주당은 여당이 자당 몫 상임위원 한 명을 함께 추천하더라도 이 위원장이 직무 정지 상태인 만큼 여야 간 2 대 2 구도가 돼 의결이 불가능하다는 판단도 하고 있다. 과방위 여당 간사인 최형두 의원이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추천 위원 1명을 국회에서 함께 의결해 줄 거냐”고 제기했다. 최 위원장은 “민주당 추천 위원 2인이 임명되고 나면 국민의힘 추천 의원 1인도 당연히 본회의에서 의결할 것”이라며 “최소한 4명의 방통위원이 모인 상태에서 방문진 이사 등 공영방송 이사 선임이 다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與 “이진숙 탄핵안부터 철회하라” 최형두 의원은 “이 위원장의 탄핵심판 종결과 함께 5인 체제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의 직무 정지 상태를 풀어 방통위 상임위를 여야 2 대 2 구도가 아닌 여야 3 대 2 구도인 5인 체제로 되돌리자는 이야기다. 국민의힘은 “위원장을 탄핵해 놓고 방통위를 정상화시키겠다는 것은 말장난이자 정치 공세”라고 반발했다. 국민의힘 신동욱 원내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진정으로 방통위를 정상화시키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당장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부터 철회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대통령실은 민주당의 의도와 추천 상임위원 등을 보고 대응할 계획이다. 여권은 민주당이 방통위원을 추천한 의도가 이달 26일까지 결론이 나올 방통위의 방문진 이사 임명 효력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판결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방통위 2인 체제’를 만든 당사자가 민주당이라는 점이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고 했다. 방통위는 지난해 8월 김효재 직무대행과 김현 위원이 임기 만료로 퇴임한 뒤 민주당의 탄핵 추진과 자진 사퇴 등이 반복되면서 사실상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장과 부위원장만 있는 ‘2인 체제’로 유지돼 왔다. 방통위는 올 하반기에 EBS 이사 임명, MBC 등 일부 지상파 재허가 등의 현안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 위원장의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선고가 늦어지거나 상임위원 임명이 늦어질 경우 연말에 예정된 EBS 이사 임명 등이 해를 넘기는 상황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