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윤

김기윤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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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 특파원

pep@donga.com

취재분야

2024-03-28~2024-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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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英, 예멘반군 거점 때렸다… 중동 확전 위기

    미국과 영국이 11일 오전 2시 30분(현지 시간) 세계 물류의 ‘동맥’인 홍해를 공격해온 친(親)이란 예멘 반군 후티의 군사 시설을 기습 타격했다. 지난해 10월 발발한 가자지구 전쟁 이후 미영 연합군이 중동 지역에서 개시한 첫 무력 공습으로, 미국과 이란이 격돌하는 전면전으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과 영국군이 호주, 바레인, 캐나다, 네덜란드의 지원을 받아 예멘 내 다수의 후티 표적을 성공적으로 타격했다”고 밝혔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이번 공격에 대해 “필요하고 (후티 공격에) 비례적인 조치”라고 했다. 미 중부사령부에 따르면 미영 연합군은 잠수함과 전투기 등을 동원해 후티 반군의 근거지 16곳 60개 이상의 목표물을 공격했다. 중부사령부는 “항행의 자유에 대한 국제사회 약속을 강화하고 홍해에서 상업 선박에 대한 후티의 공격에 맞서는 다국적 공격”이라고 선포했다. 한국 등 8개국 정부도 지지 성명을 내놓았다. 한국과 호주, 바레인, 캐나다,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뉴질랜드 등은 “유엔 헌장에 부합하는 개별 및 집단 자위권에 따른 것”이라며 자국 선박의 보호 조치임을 강조했다. 기습 공격을 받은 후티는 AFP통신에 “이번 공습으로 최소 5명이 숨졌다. 미국 등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이스라엘 관련 선박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이란 역시 “예멘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자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하마스를 지지하던 러시아도 공습 직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했다. 홍해를 유럽 시장의 길목으로 삼고 있는 국내 산업계도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중국 등에서 부품을 수급해 유럽 공장으로 운송하는 가전업계나 완제품을 수출하는 자동차·소재·석유화학업계 모두 영향을 받는다. 홍해와 유럽을 잇는 수에즈운하는 국내 가전업계 전체 해상 운송량의 10%가량을 책임지고 있다. 국제유가도 들썩이고 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12일 한때 전일 종가 대비 약 2.7% 오른 배럴당 73.96달러에 거래됐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는 다음 달 11일까지 독일 그륀하이데 공장의 자동차 생산을 대부분 중단하기로 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한국인 4명 포함 총 21명이 탑승한 한국 국적의 4만 t급 벌크선 1척이 공습 지역인 예멘 서안을 지나고 있다. 12일 오후 9시 현재 특별한 안전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해수부 관계자는 “종합상황실에서 안전 점검 및 24시간 모니터링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이란, 美유조선 나포하자… 美, 친이란 예멘반군 ‘토마호크 맹폭’ [美-英, 예멘반군 공습]반군, 홍해 민간 선박 27차례 위협… 가자전쟁후 이란 지원속 ‘물류 봉쇄’美, 이란 개입에 직접 군사행동 나서… 반군 “우리도 美-英 기지 공습할 것” 미국과 영국이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반군인 ‘후티’의 근거지에 11일 새벽(현지 시간) 대대적인 포격을 가하며 중동 전역이 폭풍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그간 미국은 전면적인 전쟁 확대를 우려해 친(親)이란 세력들의 도발에 군사 개입을 망설여 왔지만, 후티 반군의 무력 행사와 홍해 봉쇄가 길어지자 결국 맞불 대응에 나섰다.● 후티 ‘홍해 봉쇄’로 물류대란 커지며 촉발후티 반군이 지난해 11월 19일부터 홍해를 지나는 민간 선박을 위협한 횟수는 지금까지 27차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에 맞서 팔레스타인을 돕는다는 명분이다. 이란은 그간 지역 내 영향력 확대를 위해 ‘저항의 축’이란 이름을 내걸고 후티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 반미·반이스라엘 세력을 결집해 왔다. 미국 등이 공습을 결심한 데에는 최근 미 선박이 후티과 이란에 잇따라 공격을 받거나 나포된 사건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후티의 공격으로 세계 물류 부담이 급격하게 커지자 미국은 지난해 12월 18일 다국적 안보 구상인 ‘번영 수호자 작전’을 창설해 군사 대응을 경고했다. 실제로 미 해군이 지난해 말 홍해에서 민간 상선을 공격하던 후티 반군 선박 3척을 파괴하기도 했다. 이란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올해 첫날 홍해에 구축함 알보르즈호를 파견했으며, 11일 호르무즈해협에서 미국의 유조선 세인트 니컬러스호를 나포했다. 이란이 세계 ‘물류 대동맥’의 통제권을 과시하자 미국도 가만히 지켜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공습 첫날 미 공군 중부사령관은 예멘 수도 사나를 포함해 후티의 거점 16곳을 타격했다. 여기엔 후티의 지휘통제 시설과 군수품 저장소, 방공 레이더 시스템 등이 포함됐다. 공격에는 전투기와 선박, 잠수함, 순항미사일 토마호크 등이 동원됐다. 토마호크는 비행속도가 시속 890km로 비교적 느린 편이지만 정밀한 타격이 가능하다. 미 CNN은 “토마호크를 중심으로 공습해 ‘쑥대밭’을 만든 뒤 지상군을 투입하는 게 미국의 가장 ‘클래식’한 군사작전”이라고 전했다. 토마호크는 1991년 걸프전에서 이라크 주요 군사시설 파괴로 유명세를 떨쳤고, 아프가니스탄이나 시리아 등에서도 항상 등장해 ‘미 군사 개입의 신호탄’ 으로도 불린다.● “미 공격, 1차례로 끝나지 않을 것” 미군이 예멘에서 후티 반군을 직접 타격한 것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2016년 이후 미국이 후티 반군에 토마호크 미사일 세 발을 쏜 뒤로 최대 규모의 타격”이라고 전했다. 후티는 즉각 반발했다. 후티 고위 관계자인 압둘라 벤 아메르는 알자지라 방송에서 “미국과 영국이 군사 활동을 확대한다면 역내 그들의 기지를 공습하겠다”고 말했다. 무함마드 압둘 살람 후티 반군 대변인은 “홍해와 아라비아해에서 이스라엘로 향하는 선박을 계속 표적으로 삼겠다”고도 했다. 지난 수개월간 후티 반군과 평화협상을 벌여 온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성명을 통해 “사태 악화를 막아야 한다”고 진정을 촉구했다. 미국 내에서는 후티 반군이 홍해의 긴장감을 크게 높여 군사 대응이 불가피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 CNN 방송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최후통첩이 무시당하자 중동에서 미국의 힘에 대한 신뢰도가 위태로워졌다”며 “어떻게든 억지력을 다시 구축할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해에서의 군사적 충돌은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은 공습 직후 보고서에서 “공습이 한 차례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중동 선임 애널리스트인 윌리엄 어셔도 블룸버그통신에 “후티 반군은 중동에서도 엄청나게 비타협적인 조직”이라며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공습이 전면전으로 확대될지는 아직 판가름하기 어렵다. 향후 이란 정부의 태도가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영 군사 공격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반발했으나, 구체적인 대응은 언급하지 않았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2024-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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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英, 예멘반군 60개 표적 대대적 폭격… 중동 확전 위기

    미국과 영국이 11일 오전 2시 30분(현지 시간) 세계 물류의 ‘동맥’인 홍해를 공격해온 친(親)이란 예멘 반군 후티의 군사 시설을 기습 타격했다. 지난해 10월 발발한 가자지구 전쟁 이후 미영 연합군이 중동 지역에서 개시한 첫 무력 공습으로, 미국과 이란이 격돌하는 전면전으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과 영국군이 호주, 바레인, 캐나다, 네덜란드의 지원을 받아 예멘 내 다수의 후티 표적을 성공적으로 타격했다”고 밝혔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이번 공격에 대해 “필요하고 (후티 공격에) 비례적인 조치”라고 했다.미 중부사령부에 따르면 미영 연합군은 잠수함과 전투기 등을 동원해 후티 반군의 근거지 16곳 60개 이상의 목표물을 공격했다. 중부사령부는 “항행의 자유에 대한 국제사회 약속을 강화하고 홍해에서 상업 선박에 대한 후티의 공격에 맞서는 다국적 공격”이라고 선포했다.한국 등 8개국 정부도 지지 성명을 내놓았다. 한국과 호주, 바레인, 캐나다,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뉴질랜드 등은 “유엔 헌장에 부합하는 개별 및 집단 자위권에 따른 것”이라며 자국 선박의 보호 조치임을 강조했다.기습 공격을 받은 후티는 AFP통신에 “이번 공습으로 최소 5명이 숨졌다. 미국 등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이스라엘 관련 선박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이란 역시 “예멘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자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하마스를 지지하던 러시아도 공습 직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했다.홍해를 유럽 시장의 길목으로 삼고 있는 국내 산업계도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중국 등에서 부품을 수급해 유럽 공장으로 운송하는 가전업계나 완제품을 수출하는 자동차·소재·석유화학업계 모두 영향을 받는다. 홍해와 유럽을 잇는 수에즈 운하는 국내 가전업계 전체 해상 운송량의 10%가량을 책임지고 있다.국제유가도 들썩이고 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12일 한때 전일 종가 대비 약 2.7% 오른 배럴당 73.96달러에 거래됐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는 다음달 11일까지 독일 그륀하이데 공장의 자동차 생산을 대부분 중단하기로 했다.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한국인 4명이 탑승한 한국 선박 1척이 공습 지역인 예멘 서안을 지나고 있다. 12일 오후 8시 현재 특별한 안전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해수부 관계자는 “안전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종합상황실에서 24시간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전했다.한국 등 10개국 공습 지지 성명… 후티 “대가 치를것” 보복 천명미국과 영국이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반군인 ‘후티’의 근거지에 11일 새벽(현지 시간) 대대적인 포격을 가하며 중동 전역이 폭풍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그간 미국은 전면적인 전쟁 확대를 우려해 친(親)이란 세력들의 도발에 군사 개입을 망설여 왔지만, 후티 반군의 무력 행사와 홍해 봉쇄가 길어지자 결국 맞불 대응에 나섰다.● 후티 ‘홍해 봉쇄’로 물류대란 커지며 촉발후티 반군이 지난해 11월 19일부터 홍해를 지나는 민간 선박을 위협한 횟수는 지금까지 27차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에 맞서 팔레스타인을 돕는다는 명분이다. 이란은 그간 지역 내 영향력 확대를 위해 ‘저항의 축’이란 이름을 내걸고 후티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 반미·반이스라엘 세력을 결집해 왔다.미국 등이 공습을 결심한 데에는 최근 미 선박이 후티과 이란에 잇따라 공격받거나 나포된 사건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후티의 공격으로 세계 물류 부담이 급격하게 커지자 미국은 지난해 12월 18일 다국적 안보 구상인 ‘번영 수호자 작전’을 창설해 군사 대응을 경고했다. 실제로 미 해군이 지난해 말 홍해에서 민간 상선을 공격하던 후티 반군 선박 3척을 파괴하기도 했다.이란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올해 첫날 홍해에 구축함 알보르즈호를 파견했으며, 11일 호르무즈해협에서 미국의 유조선 세인트 니콜라스호를 나포했다. 이란이 세계 ‘물류 대동맥’의 통제권을 과시하자 미국도 가만히 지켜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공습 첫날 미 공군 중부사령관은 예멘 수도 사나를 포함해 후티의 거점 16곳을 타격했다. 여기엔 후티의 지휘통제 시설과 군수품 저장소, 방공 레이더 시스템 등이 포함됐다.공격에는 전투기와 선박, 잠수함, 순항미사일 토마호크 등이 동원됐다. 토마호크는 비행속도가 시속 890km로 비교적 느린 편이지만, 정밀한 타격이 가능하다. 미 CNN은 “토마호크를 중심으로 공습해 ‘쑥대밭’을 만든 뒤 지상군을 투입하는 게 미국의 가장 ‘클래식’한 군사작전”이라고 전했다. 토마호크는 1991년 걸프전에서 이라크 주요 군사시설 파괴로 유명세를 떨쳤고, 아프가니스탄이나 시리아 등에서도 항상 등장해 ‘미 군사 개입의 신호탄’ 으로도 불린다.● “미 공격, 1차례로 끝나지 않을 것”미군이 예멘에서 후티 반군을 직접 타격한 것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2016년 이후 미국이 후티 반군에 토마호크 미사일 세 발을 쏜 뒤로 최대 규모의 타격”이라고 전했다.후티는 즉각 반발했다. 후티 고위 관계자인 압둘라 벤 아메르는 알자지라 방송에서 “미국과 영국이 군사 활동을 확대한다면 역내 그들의 기지를 공습하겠다”고 말했다. 모하메드 압둘 살람 후티 반군 대변인은 “홍해와 아라비아 해에서 이스라엘로 향하는 선박을 계속 표적으로 삼겠다”고도 했다. 지난 수개월간 후티 반군과 평화협상을 벌여온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성명을 통해 “사태 악화를 막아야 한다”고 진정을 촉구했다.미국 내에서는 후티 반군이 홍해의 긴장감을 크게 높여 군사 대응이 불가피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 CNN 방송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최후통첩이 무시당하자 중동에서 미국의 힘에 대한 신뢰도가 위태로워졌다”며 “어떻게든 억지력을 다시 구축할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라고 분석했다.홍해에서의 군사적 충돌은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은 공습 직후 보고서에서 “공습이 한 차례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중동 선임 애널리스트인 윌리엄 어셔도 블룸버그통신에 “후티 반군은 중동에서도 엄청나게 비타협적인 조직”이라며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다만 이번 공습이 전면전으로 확대될지는 아직 판가름하기 어렵다. 향후 이란 정부의 태도가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영 군사 공격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반발했으나, 구체적인 대응은 언급하지 않았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2024-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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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동戰 100일, 가자 2만3200명 사망… 피란민은 ‘생존 전쟁’

    11일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화상치료 전문 병원 앞. 인근 도로에는 각종 의료 및 구호용품, 식수 등을 담은 대형 트럭 20여 대가 보였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접한 이집트 라파 검문소를 통해 가자지구 주민에게 한참 전 전달됐어야 할 물품들이다. 한 운전사는 “이집트 당국이 운송 허가를 내주지 않아 벌써 2주째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가자지구 사상자가 늘어난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이 물품을 전해 주지 못해 애가 탄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발생한 중동전쟁이 14일 100일을 맞는다. 군사력에서 압도적 우위인 이스라엘의 공격이 거듭되면서 가자지구 내 희생자가 속출하고 생존자의 인도주의적 위기 또한 심화하고 있다. 최근 국제사회의 압박으로 이스라엘군이 일부 지상군을 철수시키고 ‘저강도 작전’으로 선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는 여전하다. 이스라엘 사망자도 대부분 민간인이고 아직까지 하마스에 억류돼 있는 인질도 100명이 넘는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양측 모두에서 민간인 희생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가자지구 전체 인구의 1% 사망 가자지구 보건부 등에 따르면 전쟁 발발 후 이달 10일까지 가자지구에서만 최소 2만3200여 명이 숨졌다. 가자 전체 인구(약 227만 명)의 약 1%에 달한다. 특히 사망자 중 70%는 여성, 어린이다. 심각한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도 최소 50만 명을 넘는다고 유엔은 밝혔다. 이스라엘의 공격이 집중된 가자시티 등 북부 주요 도시에선 전체 건물의 80%가 파괴됐다. 최근 가자지구 내부에서는 생필품 부족에 시달리는 일부 주민들이 구호 물품을 두고 탈취 경쟁까지 벌였다. 9일 서부 셰이크이즐린에선 수십 명이 구호 트럭 두 대를 포위해 물품들을 탈취했다. AP통신은 “최근 몇 주 동안 벌어진 여러 강탈 사건 중 일부에 불과하다”며 이스라엘의 공습이 집중된 가자지구 북부에는 도로망 등도 대부분 파괴돼 구호품이 도달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같은 기간 이스라엘 측 사망자도 약 1386명이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당시 약 1200명의 민간인이 숨졌고 이후 교전에서 186명의 군 병력이 희생됐다. 하마스에 현재까지 억류된 인질도 132명으로 추산된다. 당초 민간인 약 230명을 인질로 잡았다가 양측 간 임시 휴전 합의에 따라 105명을 석방했다. ● 이스라엘 “단일 적 아닌 축과의 전쟁” 상황이 이렇지만 양측 모두 쉽사리 휴전에 동의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특히 2일 이스라엘이 레바논 베이루트 인근에 머물던 하마스 3인자 살레흐 알 아루리를 사살한 후 휴전 협상은 완전 중단됐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0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영구 점령하거나 민간인들을 이주시킬 의도가 없다”고 밝혔다. 전후 가자지구 점령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주변국은 물론 우군 미국까지 강한 우려를 보내자 진화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은 “하마스 섬멸”을 외치며 공격을 늦추지 않고 있고, 오사마 함단 하마스 대변인도 “이스라엘이 전면 휴전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이스라엘 인질들은 살아서 가족에게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위협하며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이번 전쟁이 중동 전체로 번질 가능성 또한 상당하다. 하마스,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등 중동 내 주요 무장세력을 모두 후원하는 이란은 이번 전쟁을 자신들의 중동 내 영향력을 확대하는 계기로 삼으려는 속내를 보인다. 이스라엘 역시 하마스는 물론 국경을 맞댄 레바논의 헤즈볼라까지 이참에 공격하겠다는 뜻이 확고하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7일 “이스라엘은 ‘단일 적’(하마스)이 아닌 ‘축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하마스, 헤즈볼라 등과 다면전을 불사할 뜻을 밝혔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2024-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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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동 맞춤 대추야자 냉장고-‘얄라 그린’ 에어컨… 年매출 30% 성장

    지난해 12월 17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 도심에서 약 50km를 달려 도착한 LG전자-셰이커의 에어컨 생산 스마트 공장. 직원 100여 명이 상업용 에어컨을 조립하고 있었다. 계절은 겨울이지만 한낮 기온이 26도까지 치솟았다. 이 공장의 규모는 4만2176㎡로 전체 직원은 220여 명이다. 대부분 현지 채용이다. 공장은 연간 40만 대의 가정용 에어컨과 18만 대의 상업용 에어컨을 생산할 수 있다. 에어컨은 사우디뿐만 아니라 중동·아프리카 17개 국가에서 팔린다. 8일 LG전자에 따르면 2022년과 지난해 LG전자는 사우디에서 가정용·상업용 에어컨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네옴시티(NEOM City)’ 등 대규모 프로젝트와 주택 건설 프로젝트가 사우디 전국적으로 진행 중이어서 앞으로 에어컨 판매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1970년대 건설이 중동 시장을 개척했다면 지금은 LG의 가전, 현대자동차의 자동차, 삼성의 스마트폰이 3대 인기 품목”이라고 말했다.● 합작 공장 덕에 ‘메이드 인 사우디’ 가능 LG전자는 2006년 중동 시장 공략을 위해 사우디 가전 유통업체 셰이커와 합작법인(JV)을 세웠다. 중동 현지 맞춤형 제품을 개발하고, 물류비 절감을 통해 경쟁사들과 차별화하겠다는 취지였다. LG전자의 에어컨은 ‘메이드 인 사우디’라고 표시돼 있는데, 이는 판매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사우디 내 대규모 에어컨 공장을 갖춘 현지 기업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LG가 합작법인을 세워 사우디에서 에어컨을 생산해내자 사우디 현지인들의 애국 소비가 시작됐다. LG전자-셰이커 공장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를 시작으로 이웃 중동국으로도 LG 가전을 수출하고 있다. 사우디가 LG의 중동 공략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셈이다. 리야드 시내에 위치한 LG전자 에어컨 판매 대리점에는 혼수용 에어컨을 찾는 부부부터 사무실용 에어컨을 살펴보는 기업 관계자까지 다양했다. 프리미엄부터 중저가까지 제품에 붙은 ‘얄라 그린(Yalla Green·녹색으로 함께 가자는 뜻의 아랍어)’ 마크가 눈에 띄었다. LG전자는 인버터 에어컨 전 제품이 사우디 에너지효율 라벨 최고 등급(그린)을 받았다. 사우디는 사막 도심 지역을 녹지화하는 ‘그린 리야드’ 정책을 펼치고 있다. 포스트 석유 시대를 준비 중인 사우디는 2021년 10월 탄소 배출량을 2060년까지 ‘제로(0)’로 만들겠다는 목표의 ‘그린 이니셔티브’를 출범시켰고, 사막 위에 세운 도시인 리야드 전역에도 750만 그루의 나무를 심고 있다. LG전자는 리야드 인근 타디끄 국립공원에 나무를 심고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며 협조하고 있다.● 대추야자 냉장고 등 현지 맞춤형 전략 LG그룹이 중동 시장에 뛰어든 것은 2004년이다. 당시 세계 최초 대추야자 냉장고 ‘프리미안’을 선보였다. 한국에서 냉장고와 김치냉장고를 따로 두는 것처럼 중동에서 즐겨 먹는 대추야자 보관에 적합한 온도(영하 25도에서 영상 3.5도)로 조절할 수 있는 서랍형 냉장고를 출시한 것이다. 같은 해 나침반처럼 방위 표시 기능을 갖춰 항상 이슬람 성지 메카를 가리키는 ‘메카폰’을 출시해 이슬람 신도 공략에 나서기도 했다. 이처럼 LG전자의 중동 공략 전략은 철저하게 현지 맞춤에 맞춰졌다. 2019년 세계 최초로 아랍어 음성 인식 기능을 탑재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선보였다. 광파 오븐에 중동 지역 특화 메뉴 맞춤형 조리 기능을 넣기도 했다. 중동 OLED TV 시장에서 LG전자 점유율은 2022년 78.9%(출하량 기준)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동은 성장하는 대표 시장 사우디 가전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LG전자 리야드 법인 관계자는 “과거 사우디 소비자들은 새 제품이 아니면 관심이 없었는데 최근엔 중고 제품도 구매하고 제품 교환 캠페인도 적극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에너지 등급이 낮은 오래된 제품을 가져오면 새 제품을 살 때 일부 금액을 보전해 주는 캠페인을 운영하고 있다.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에 에어컨을 공급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마케팅 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사우디는 2020년 기준 전체 인구의 16.9%가 0∼9세일 정도로 ‘젊은 인구구조’를 갖고 있다. 여기에 최근 여성의 사회 참여를 독려하며 맞벌이가 늘고 대가족 중심의 가족 구성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그러면서 주택, 가전 등에 대한 수요가 커졌고, 고효율 제품을 선호하게 됐다. 또 인프라나 노동시장 등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 저유가로 사우디 내수시장이 침체됐던 2016년에는 LG전자 리야드 법인도 구조조정을 해야 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2020년 유가가 반등하기 시작하면서 가전 수요도 커지고 있다. LG전자의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 매출은 2020년 2조2120억 원에서 2021년 2조7747억 원, 2022년 3조3572억 원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글로벌 매출에서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0년 3.5%에서 2021년 3.7%, 2022년 4.0%로 커졌다. 특히 사우디 생산 법인 매출은 2020∼2022년 연평균 30%가량 성장하며 중동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리야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2024-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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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니 40대로 시작한 중동 車판매… “현지생산 등 2030년 55만대”

    《“K전기차로 중동서 도요타 잡겠다” 현대자동차는 1976년 바레인에 포니 40대를 수출하며 중동 시장에 첫발을 들였다. 기아는 한 해 전 카타르에 픽업트럭 10대를 수출하며 중동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총 50대로 출발했던 현대자동차그룹은 작년 1∼11월 34만3785대를 팔았다. 2022년 연간 판매량을 이미 넘어섰다. 현대차는 지난해 이스라엘에서 점유율 1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2위를 달렸다. 2026년 사우디에 연간 생산 5만 대 규모의 공장을 완공하고, 전기차 판매가 궤도에 오르면 중동의 강자 도요타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새로운 기회의 땅 중동 현장에서 현대차·기아의 질주를 살펴봤다. 》“이곳도 몇 년 뒤에는 몰라보게 달라지겠죠.” 사우디아라비아 킹 압둘라 경제도시(KAEC)의 마케팅 업무를 돕는 왈리드 카라누 씨의 목소리에는 기대감이 담겨 있었다. 3일(현지 시간) 방문한 KAEC 현대자동차 반조립제품(CKD) 공장부지는 그의 말대로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올 상반기(1∼6월) 착공 예정인데, 이미 잡목을 뽑고 울퉁불퉁한 땅을 평탄화하는 1차 사전 작업은 지난해 말에 끝난 상태였다. 지금은 지평선까지 누런 흙이 끝없이 펼쳐진 허허벌판이지만 2026년 상반기가 되면 연간 생산 5만 대 규모의 현대차 공장이 완공될 예정이다. 카라누 씨는 “이미 공장 설계는 거의 다 마무리됐고 막바지 최종 조율을 마친 뒤 착공에 돌입할 것”이라며 “공장이 완성된 뒤 ‘사우디 생산’ 자동차가 시장에 풀리면 그때 인기는 엄청날 것이다. 전기차로 넘어가는 흐름을 현대차가 주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동, 2030년 자동차 판매 300만 대 시장 현대차그룹이 중동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2030년경에는 2022년 대비 약 30% 커진 ‘연간 판매 300만 대’ 시장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분석되는 중동을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중동은 평균 연령 40세 미만의 청장년층 인구가 69.6%에 달할 정도로 ‘젊은 소비자’가 많다. 연평균 인구 성장률도 1.7%로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지금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곳이다. 사우디 정부는 여성의 운전을 2018년부터 합법화하면서 여성 운전 인구가 늘고 있는 것 또한 자동차 시장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2030년쯤 55만 대를 판매하는 게 목표다. 시장점유율로 따지면 약 20%에 달한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사우디에 처음으로 중동 지역 생산 거점을 마련해 현지에서 선두를 내달리는 일본 도요타를 추월하겠다는 계획이다. ‘메이드 인 코리아’ 자동차의 인기는 이미 현지 판매 매장에서 느낄 수 있었다. 3일 사우디 제다 시내에 자리한 현대차 매장을 찾으니 500㎡(약 150평) 안팎의 실내에 방문객 20여 명이 몰려 북적거린다는 느낌까지 받았다. 손님을 응대하느라 정신없이 뛰어다니던 한 직원은 “평일 기준 하루에 100∼150명이 매장을 찾는다”며 “그중에서 50명 정도는 계약과 관련해 구체적인 설명을 받을 정도로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이튿날 찾은 인근 기아 매장의 판매 책임자인 제하드 므나이젤 씨는 “현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에선 텔루라이드, 세단 중에선 K5 모델이 고객들한테 가장 인기 있다”며 “뛰어난 성능에 비해 가격대도 합리적인 수준인데 중국 차량과 비교할 때 더 고급스럽다는 인식도 있다”고 말했다. 제다 지역의 한 제네시스 매장 직원은 “출산율이 높아 고객들이 자녀 및 보모까지 함께 탈 수 있는 차를 선호한다”며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높은 SUV의 판매 비중이 높아 수익성이 좋은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7대 車 수출국’ 사우디 현대차그룹은 중동 시장에 오랫동안 공들여 왔다. 현대차는 1976년 바레인에 포니 40대를, 기아는 1975년 카타르에 브리사 픽업트럭 10대를 수출하며 첫발을 내디뎠다. 한국 건설업체들이 중동에 진출해 막대한 외화를 벌어온 1970, 80년대 ‘1차 중동 붐’ 시절에 이미 중동 시장의 잠재력을 알아본 것이다. 처음엔 고군분투했지만 50년 가까이 현지 경험을 쌓은 결과 이제는 인기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1∼10월 기준으로 중동 최대 자동차 시장인 사우디에서 현대차는 판매량 2위(9만4754대), 기아는 4위(3만9096대)를 차지했다. 그 다음 규모인 아랍에미리트(UAE)에서는 현대차가 4위(9974대), 기아가 5위(8526대)를 차지했다. 중동 주요 시장에선 대부분 도요타가 선두를 달리지만 이스라엘에서는 현대차(4만2210대)가, 이라크에서는 기아(2만7339대)가 각각 판매 1위를 차지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사우디(6만1859대)와 이스라엘(5만598대)은 각각 한국 자동차 기업의 7번째, 8번째 수출 시장으로 꼽힌다.● “전기차 강화해 도요타 잡는다” 이제 한국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중동 지역은 아직 충전기 인프라가 많이 깔리지 않아 전기차 시장이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지만 앞으로는 성장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우디의 경우 2030년까지 ‘연간 50만 대 전기차 생산’과 ‘수도 리야드의 전기차 비율 30%로 확대’를 목표로 내걸었다. 카타르 역시 2030년까지 전기차 보급률 10%를 달성하겠다는 등 중동 국가들도 글로벌 탄소중립 움직임에 발을 맞추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중동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현지 전기차 제품군을 늘리고 있다. 현대차가 2022년 사우디에서 전기차를 팔기 시작한 후, 지난해 5월부터는 제네시스가 전동화 모델 판매에 가세했다. 올 1분기(1∼3월)에는 기아가 SUV 전기차 EV6와 EV9의 사우디 판매를 개시할 예정이다. 현대차가 2종, 제네시스가 3종을 이미 팔고 있고 기아까지 가세하면 현대차그룹이 사우디에서 판매하는 전동화 모델은 총 7종이 된다. 현대차는 2027년까지 전기차 제품군을 현재 대비 2배 이상으로 늘려 중동 판매 차량 전체 제품군 중 3분의 1을 전기차로 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32년에는 중동 전체 판매량 중 전기차 비중을 15%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유재선 현대차 아중동권역 마케팅 팀장은 “중동 시장 1위인 도요타가 전기차 시장에 적극적이지 않아 현대차는 전기차 시장 공략을 계기로 사우디에서 시장 1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내연기관차가 대세인 중동 국가에서 전기차 선호도가 높아지려면 여러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제다=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2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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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우디, 20년간 법인세 인하 - 부가세도 면제… 해외기업에 인센티브

    현대자동차가 중동지역 공략을 위한 전진기지로 사우디아라비아의 킹 압둘라 경제도시(KAEC)를 낙점하고 자동차 반조립제품(CKD) 공장을 짓는 것에는 파격적인 인센티브의 영향이 컸다. 거기에 부품 조달과 수출에 유리한 입지도 매력적이었다. 사우디 제2의 도시인 제다에서 북쪽으로 120km 이동하면 나오는 KAEC는 제조업 육성과 물류허브를 추구하는 사우디의 개혁안 ‘비전 2030’의 핵심 원동력 중 하나다. KAEC는 2006년부터 초기 개발이 시작됐다. 사우디 정부는 이곳이 200만 인구를 수용하고 1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공업·관광·물류 도시로 성장하길 기대하고 있다. 100곳 이상의 기업이 이미 KAEC에 둥지를 틀고 있다. 현대차 CKD 공장 부지 인근에도 벌써 사우디의 전기차 브랜드인 ‘시어(CEER)’와 미국의 전기차 업체인 루시드의 생산시설이 들어섰다. KAEC는 중동 지역을 가로지르는 홍해 연안 중심에 위치해 수출과 수입에 탁월한 입지를 지녔다. KAEC가 품고 있는 킹 압둘라 항구를 통해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부품들을 공급받고, 완성된 자동차 제품들을 다른 중동 지역으로 수출할 수도 있다. 더구나 사우디는 경제특별구역에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사우디는 지난해 4월 KAEC, 리야드, 자잔, 라스 알카이르 등 4곳에 경제특구를 신설하고 투자 및 인센티브 제공 계획을 발표했다. 법인세를 20년간 최대 5% 인하해주거나, 경제특구 내 거래 물품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 면제, 각종 행정절차 간소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또 5년간은 ‘사우디제이션(Saudization·사우디 국민 채용)’이라는 규제 없이 외국인 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KAEC를 자동차산업·정보통신기술(ICT)·제약·물류의 중심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라스 알카이르는 조선업, 자잔은 식품가공업·물류, 리야드는 컴퓨터·제약·항공부품 위주로 키워 나갈 예정이다. 박동휘 현대차 아중동권역본부장은 “KAEC는 입주 업체에 각종 특혜를 제공하는 경제특구인 데다 부품 운송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지리적 장점이 있다”며 “중동국가들의 개발 및 투자 유치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보니, 이들 국가의 경제 개발계획에 부합하는 분야의 업체들에는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제다=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202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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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쟁중 쪼개진 이스라엘… “사법부 무력화 입법무효”

    이스라엘 대법원이 1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강경 우파 연정이 지난해 통과시킨 ‘사법부 무력화’ 법안을 무효화했다. 사법부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이 법안은 제출 당시부터 현직 총리 최초로 재판을 받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 본인을 구하기 위한 ‘방탄용’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이에 따른 국민적 반발은 물론이고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의 우려도 상당했다.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전쟁으로 잠시 봉합되는 듯했던 이스라엘의 내부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이번 판결은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와 전쟁 장기화 등으로 이미 적지 않은 지도력 위기에 처한 네타냐후 총리에게 추가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네타냐후 총리가 속한 집권 리쿠드당은 “전시 상황에서 통합을 바라는 국민들의 의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 대법관 15명 중 8명 “민주국가 훼손”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날 대법관 15인이 전원 참여한 가운데 찬성 8, 반대 7로 지난해 7월 의회가 가결한 ‘사법부에 관한 개정 기본법’을 무효로 결정했다. 대법원은 성명을 통해 “이 법이 민주주의 국가인 이스라엘의 기본 성격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특히 행정부의 비합리적인 장관 임명을 심사하는 사법부의 권한을 없애는 부분을 문제 삼았다. 행정부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사법부의 견제 장치를 없앴을 뿐 아니라 총리가 자격 없는 측근을 요직에 임명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는 이유로 논란이 많았다. 네타냐후 총리는 2022년 말 세 번째 집권에 성공했다. 두 번째 임기 중의 부패 혐의로 현재도 재판을 받고 있는 그가 집권 직후부터 사법부 무력화 입법을 추진하자 스스로를 구제하기 위해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조차 깼다는 비판이 국내외에서 거셌다. 맹방인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조차 거듭 우려를 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이스라엘 곳곳에서는 대규모 반대 집회가 벌어졌지만 결국 법안은 넉 달 후 의회를 통과했다. 야권의 반발로 같은 해 9월부터 대법원이 이 법안의 적합성을 심사했고 이날 판결이 나온 것이다. 다만 이번 판결을 둘러싼 후폭풍과 국론 분열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7명의 보수 성향 대법관이 무효화 결정에 반대할 정도로 사법부의 분열 또한 우려할 수준이다. 정치권에서도 찬반 양론이 엇갈렸다. 네타냐후 총리보다 더 극우 성향으로 유명한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반민주적인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반면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 등 야권 지도자는 “대법원이 국민 보호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며 반겼다.● 설상가상 네타냐후, 전쟁에도 영향 네타냐후 총리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하마스와의 전쟁 상황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 정권은 하마스의 선제 공격을 사전 인지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1200여 명의 국민이 목숨을 잃었다는 비판을 여전히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방탄 입법을 재시도하면 하마스와의 전쟁에서 핵심 역할을 맡아 온 예비군이 반(反)네타냐후 시위를 재개하거나 복무 거부를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고 AP통신 등이 진단했다. 예비군들은 지난해 법안에 반발해 복무 거부를 선언했지만 전쟁이 발발하자 복귀한 상태다. CNN 또한 “네타냐후 총리가 논란이 되는 변화를 강행할 경우 헌정 위기가 닥쳐올 수 있다”고 평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향후 몇 주 안에 수천 명의 병력을 철수할 예정이라고 1일 밝혔다. 그간 계속됐던 대규모 공습과 지상군 위주의 교전 대신 저강도 작전으로 전환해 민간인 희생을 줄이라는 미국의 압박에 따른 것이라고 CNN은 분석했다. 이스라엘 지원 사격을 위해 지중해에 전개됐던 미 해군의 ‘제럴드포드’ 항공모함 함대도 본국으로 귀환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2024-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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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우디 사막에 韓 경전철… ‘무역한파’ 녹인 중동수출

    사우디아라비아 내륙의 광활한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수도 리야드. 작년 12월 26일(현지 시간) 찾은 이 모래빛 도시에서 수많은 덤프트럭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공사 현장이 있다. 사우디 첫 도시철도로 770만 시민의 발이 돼 줄 ‘리야드 메트로’다. 2013년 착공한 이 경전철은 총 168㎞ 길이의 6개 노선으로 4월 동시 개통을 목표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었다. 삼성물산은 킹칼리드 국제공항에서 금융지구까지 길게 뻗은 노란색의 지상철도 4호선을 책임지고 있다. 사우디의 관문을 한국의 건설사가 맡은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1조 달러(약 1300조 원)에 이르는 초대형 프로젝트 ‘네옴시티’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사우디 북서부 홍해 인근 2만6500㎢(서울 면적의 44배)에 미래도시를 짓는 사업으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네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수직도시 ‘더 라인’의 철도용 지하터널 공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수출 한파 속에 한국 경제는 크게 위축됐지만 중동이 새로운 성장 돌파구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에 대한 수출은 7.3% 늘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교역량이 줄면서 한국 수출이 3년 만에 7.4% 줄어들었고,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에서 수출이 급감(―19.9%)한 것을 감안하면 큰 성과다. 특히 지난해 1∼11월 기준 사우디(11.3%), 아랍에미리트(UAE·8.7%), 카타르(57.9%) 등 중동 3국에 대한 수출 증가율은 11.2%에 이른다. 정부가 지난해 말 중동 6개국 경제협력체인 걸프협력이사회(GCC)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으면서 관세 장벽이 낮아져 앞으로 한국 방산, 음식, 뷰티 등에서도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중동이 한국의 실질적인 수출 대안 시장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1970년대 석유파동 위기 때 중동의 건설과 산업 항만 공사를 수주했던 기업들은 이제 중동 국가들의 탈(脫)탄소 전환을 위한 미래도시 구축, 모빌리티와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유달승 한국외국어대 중동연구소장은 “중동은 아직 인구 증가세가 가파르고 성장 역동성이 큰 지역”이라며 “향후 중동 시장이 점차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중동 수출, 건설서 車-전기부품 다변화… 사우디 수출 46% 급증 〈1〉 중동, 미래시장-투자 큰손으로對中수출 20%↓ 중동3국은 11%↑… 車수출, 작년 사우디에만 1.7조원중동국, 오일머니 앞세워 韓투자… UAE 韓투자액 4년새 800배로 중동이 과거의 석유 수입국을 넘어 한국의 미래 시장이자 한국에 대한 ‘큰손’ 투자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인구 감소 문제를 겪고 있는 주요국들과 달리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무슬림 인구는 2050년 세계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0억 명에 이를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수출 한파를 맞은 한국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중동 주요 3국 대상 수출은 지난해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이 수출 다변화를 위한 핵심 국가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신(新)중동, 석유 수입국 넘어 미래 시장으로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2월 및 연간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은 1년 전보다 7.4% 줄어든 6326억9000만 달러(약 821조9000억 원)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수입은 12.1% 줄어든 6426억7000만 달러였다. 무역수지는 99억7000만 달러 적자를 보였다. 특히 한국에 대규모 흑자를 안겨줬던 대중(對中) 수출은 중국 경기 둔화로 인해 전년 대비 19.9% 줄어든 1248억4000만 달러로 나타났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시절이었던 2022년 “지난 20년간 우리가 누려 왔던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중국의 대안 시장이 필요하고 시장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신시장으로 중동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지난해 11월까지 중동 3국(사우디, UAE, 카타르) 대상 수출액은 94억5688만 달러로 11.2% 성장했다. 2019∼2023년(11월) 약 5년간 추이를 살펴봐도 한국 전체 수출액이 6.04% 늘어나는 동안 중동 3국 대상 수출액은 25.7% 급증했다. 특히 카타르 대상 수출액은 전년 11월까지 57.9% 급증했다. 사우디도 같은 기간 11.3% 성장했고, 2022년엔 46.3% 급등하며 명실상부 신시장으로 떠올랐다. 강문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프리카중동팀장은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 수출국 다변화를 해야 하는 한국 입장에선 중동은 매우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말했다. ‘원유 수입국’ 혹은 ‘건설 신화’로만 알려졌던 과거와 달리 최근 중동 수출을 견인하는 것은 자동차다. 자동차는 대표 수출국인 사우디를 기준으로 작년 수출액 1위(12억9900만 달러)를 기록한 품목이다. 이 외에도 변압기 등 전기부품(2억5900만 달러), 불도저 등 건설 중장비(1억5000만 달러), 고무 타이어(1억4000만 달러) 등이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오일머니’ 앞세운 큰손, 한국 투자도 확대앞서 올해 3월 울산 울주군에선 국내 석유화학 역사상 최대 규모인 9조 원이 투입된 ‘샤힌 프로젝트’ 기공식이 열렸다. 샤힌은 아랍어로 ‘매’를 뜻한다. 사우디 국영 에너지기업인 아람코가 대대적으로 투자한 이 석유화학 생산 공장은 2026년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처럼 최근 중동 주요 국가들에서 오는 ‘오일머니’도 국내 산업계 곳곳에 투입되며 한국 산업계에 새 활력이 되고 있다. 산업부 외국인투자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중동 3국의 국내 투자액은 일제히 급등했다. 사우디가 2019년 409만 달러에서 올해 9월 말 기준 4억4900만 달러로 늘었고, UAE는 20만 달러에서 1억5973만 달러로 늘었다. 중동 국부펀드의 국내 기업 투자도 활발하다. 지난해 1월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4억8200만 달러를 투자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6월까지 넥슨 지분을 총 2조5000억 원어치 사들이기도 했다. 유달승 한국외국어대 중동연구소장은 “중동의 많은 국가가 화석연료 의존도를 탈피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외국 기업들과의 관계 확대, 투자 유치를 국가 전략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이러한 요소들이 중동을 새로운 미래 파트너로 주목받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리야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 2024-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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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석탄’ 삼성물산, 사우디 사막에 친환경 발전소 건설

    사우디아라비아 동부의 중심도시 담맘. 북쪽으로 해안을 따라 약 250㎞를 달리자 삼성물산이 건설하는 ‘타나집(Tanajib) 발전소’가 사막 한가운데서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12월 27일 찾은 현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근로자 2000여 명이 작업을 위해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 타나집 발전소는 하루 생산 2만4000t 규모의 해수담수화 플랜트와 전력 940㎿(메가와트) 및 스팀 1100t을 생산하는 열병합발전소로 구성된다. 완공되면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의 가스 플랜트에 공업용수와 전력을 공급하게 된다. 2년 전만 해도 황량한 사막 벌판이던 땅이 사우디 동부 개발의 거점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조면철 삼성물산 타나집 플랜트 현장소장은 “한국 기업은 안전 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면서도 기한을 지켜 사우디 정부는 물론 중동 전역에서 인정받고 있다”고 했다. 삼성물산은 2020년 10월 국내 건설사 최초로 ‘탈석탄’을 선언한 이후 타나집 발전소 등 친환경에너지 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이는 석유 고갈에 대비해 탈석유화 바람이 불고 있는 중동 지역 수요와도 맞아떨어졌다. 최근에는 사우디 투자부(MISA) 등과 ‘그린수소 암모니아’ 사업 수주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해외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설사들이 과거에는 석유화학 플랜트나 초고층 빌딩 등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친환경에너지 등 신산업 영역으로의 진출이 늘고 있다”며 “특히 그린수소 암모니아 등 기술력이 필요한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춰 향후 수주 확대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주바일(사우디)=김기윤 pep@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 2024-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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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건설 신공법으로 ‘사우디 메트로’ 공사단축…“추가 수주 기대”

    “전철은 언제 개통하나요?”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킹칼리드 국제공항 터미널3과 연결된 리야드 메트로 4호선 역사. 아직 개통 전인데도 많은 시민이 인근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공항에는 ‘메트로(METRO)’ 입구를 알리는 표지판이 설치됐다. 사우디 첫 도시철도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감은 열차들이 시운전에 나서며 더 커졌다고 했다. 최영훈 삼성물산 리야드 메트로 부사장은 “사우디 국민이 나라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커 도시철도 같은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며 “이를 짓는 우리도 자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우디의 관문, 리야드 메트로 완공 임박 이르면 올해 4월부터 리야드를 찾는 수백만 명의 해외 방문객과 사우디 국민은 리야드 메트로를 타고 도심에 들어갈 수 있다. 리야드 메트로의 총 6개 노선 중 삼성물산 컨소시엄은 3공구의 4·5·6호선을 맡았다. 3공구 공사비만 10조 원에 이르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사우디 정부는 인구 770만 명인 리야드를 1500만 명 규모의 글로벌 도시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리야드 메트로는 이를 실현시킬 핵심 인프라다. 삼성물산 컨소시엄이 맡은 노선은 미국 등의 건설사가 시공 중인 1·2·3호선보다 공사 기간을 단축했다.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교량 상판을 설치하는 ‘교량 상판 일괄 가설 공법(FSLM)’ 덕분이다. 최 부사장은 “앞으로 리야드 메트로 노선 확장 관련 추가 발주도 잇따를 것”이라며 “사우디에서는 엑스포, 아시안게임, 월드컵 등 대형 이벤트가 줄줄이 예고돼 있어 메가 프로젝트 수주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삼성물산은 2010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현존 세계 최고 높이 건축물인 ‘부르즈 칼리파’(828m)를 준공했다. 이는 발주사가 원하는 대로 건물을 잘 짓는 단순 도급사라는 인식이 강했던 한국 건설사에 대한 이미지가 ‘사업 파트너’로 바뀌는 전환점이 됐다. 최근에는 친환경 에너지·스마트시티·교통 등으로 사업 영역이 확장됐고, 특히 도시 개발 파트너로까지 도약했다. 사업 규모만 1조 달러(약 1300조 원)에 이르는 사우디 ‘네옴시티’의 초대형 프로젝트들에 대한 수주 기대감을 키우고 있는 이유다. 삼성물산은 2022년 6월부터 현대건설과 네옴시티의 핵심 사업인 ‘더 라인’ 지하를 지나는 고속·화물 철도 터널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이 밖에 네옴과 모듈러 관련 합작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모듈러 공장 건설과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초대형 프로젝트 잇따르는 중동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1∼11월 중동지역 해외 건설 수주 금액은 83억8530만 달러로, 전체(277억3739만 달러)의 30.2%를 차지했다. 태평양·북미(94억4891만 달러·34.1%)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프로젝트당 규모는 중동이 2억963만 달러로 태평양·북미(1억2769만 달러)보다 64% 크다. 그만큼 대형 프로젝트가 많다는 의미다. 특히 사우디의 네옴시티처럼 석유 중심 경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프로젝트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들은 높은 시공 능력과 함께 탄소중립 목표를 공격적으로 추진하는 한국 건설사들의 전략과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물산은 중동 각국에서 대형 병원과 터널, 현수교, 발전소 등으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고 있다. 2012년 1월 UAE 아부다비 기존 도로 하부에 연장 3.6km, 왕복 8차로 지하차도 및 접속도로를 건설해 지하 토목공사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2014년 4월에는 아부다비에 세계 최고 수준의 클리블랜드 클리닉 병원(21층)을 지었다. 2018년에는 중동 최초로 원형 주탑이 적용된 카타르 루사일 현수교를, 2022년 10월에는 사우디 리야드 증권거래소 건물 타다울 타워(42층)를 준공했다. 사우디 외 중동 국가들도 앞으로 대규모 프로젝트를 쏟아낼 것으로 전망된다. UAE는 최근 두바이에 49억 달러 규모의 신규 지하철 사업계획을 공개했다. 이라크는 25억 달러 규모 메트로 프로젝트 등 전후 재건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창구 해외건설협회 해외 건설정책지원센터장은 “앞으로 중동에서는 고위험 고수익 형태의 투자개발형 사업이 많아질 것”이라며 “현지와의 신뢰관계 구축, 리스크 분산 등에 정부가 도움을 준다면 기업들이 더 큰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리야드(사우디)=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 2024-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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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홍해서 후티 반군에 첫 공격… “확전은 원치 않아” 딜레마

    미국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 발발 후 줄곧 하마스를 지지해 온 예멘의 시아파 반군 ‘후티’ 선박들을 홍해에서 공격해 최소 10명의 후티 대원을 사살하고 선박 3척을 침몰시켰다. 지난해 10월 중동전쟁 개전 이후 미국이 후티와 직접 교전한 것은 처음이다. 그간 후티는 홍해 일대를 지나는 서방 주요국의 민간 선박까지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팔레스타인을 탄압하는 세력이라며 끊임없이 공격했다. 이로 인해 각국 주요 해운사가 속속 홍해 항로를 포기하고 일대의 안보 위협까지 고조되자 미국이 직접 칼을 빼든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또한 후티 공격을 검토하고 있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지난해 12월 31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이날 오전 6시 30분경 홍해를 지나던 덴마크 해운사 머스크의 컨테이너선 ‘항저우’의 긴급 구조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후티의 소형 선박 4척은 항저우호에 20m까지 접근해 소형 화기를 쏘며 위협했고 승선을 시도했다. 미국은 즉각 항공모함 ‘아이젠하워’, 구축함 ‘그레이블리’ 등에 있던 헬기를 출격시켰다. 중부사령부는 “후티 선박이 구두 경고를 한 미 헬기에 발포함에 따라 자위권 차원에서 응사했다. 4척 중 3척은 침몰시켰고 나머지 한 척은 달아났다”고 밝혔다. AFP통신 등은 이 교전으로 최소 10명의 후티 대원이 죽고 2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후티는 하마스와 마찬가지로 이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중동전쟁 발발 후 최소 23차례 홍해를 지나는 서구 민간 선박을 공격했다. 세계 2위 해운사인 머스크 측은 “향후 48시간 동안 홍해 항로 운항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에 대원과 선박을 잃었지만 후티의 공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이란의 정보수장 격인 알리 아크바르 아흐마디안 최고국가안보회의(NSC) 의장은 수도 테헤란에서 무함마드 압둘살람 후티 대변인과 만났다. 두 사람이 후티에 대한 이란의 추가 지원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맞서 그랜트 섑스 영국 국방장관이 홍해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후티를 겨냥한 공습을 검토하고 있다고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다만 미국의 딜레마는 점점 커지고 있다. 후티와의 추가 교전은 이란의 추가 개입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또 이미 2개의 전쟁에 따른 비용 부담이 엄청난 상황에서 후티와의 대결은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물밑에서 공들였던 후티와 사우디아라비아의 평화협상 중재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위험성도 존재한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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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가자에 석달간 폭탄 3만개 투하… 美, 이라크戰 사용량의 8배

    《‘두 개의 전쟁’ 올해에도 계속 세밑까지 유럽과 중동 전장(戰場)에서는 포성이 멎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전쟁은 각각 개전 3년차, 100일을 앞두고 있다. 전쟁 장기화에 국제사회의 휴전 및 종전 촉구 목소리도 커지고 있지만 ‘두 개의 전쟁’은 올해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세계 정치·경제에 상존하는 불안 요인이 됐다. 》이스라엘이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이후 보복 및 하마스 섬멸전에 나선 뒤 약 3개월 동안 가자지구에 폭탄 3만여 개를 투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 측 보건당국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민간인 누적 사상자는 약 7만7000명에 이르고 있다. 로버트 페이프 미국 시카고대 정치학과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가자’라는 단어가 독일 드레스덴 등 폭격을 받아 유명해진 도시들과 함께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전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드레스덴은 도시의 80% 이상이 파괴되고, 2만5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라크전 때 투하 폭탄의 8배 퍼부어” A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IDF)은 지난해 12월 30일 가자지구 중부에 있는 누세이라트와 부레이즈에 있는 난민 캠프를 공습했다. 해당 지역은 수십만 명의 피란민이 몰려 있는 상황이라 인명 피해도 컸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IDF의 폭격으로 24시간 동안 165명이 사망했고 250여 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전쟁이 3개월 가까이 이어지며 민간인 피해 확산을 우려하는 미국은 이스라엘에 ‘저강도 작전’으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아직 호응하고 있지 않다. IDF는 여전히 가자지구 남부 중심 도시인 칸유니스 일대에서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칸유니스는 이스라엘 당국이 하마스 지도부가 은신한다고 추정하는 지역이다. IDF는 이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정보부대 본부 등 칸유니스에 있는 하마스의 시설 다수를 공습해 장악했다”고도 밝혔다. 정보부대 본부는 하마스의 정보작전을 총괄하는 곳으로, IDF 지상작전 직전 공군 병력은 일대에 50여 차례 폭격을 퍼부었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이날 “개전 이후 누적 사망자 수는 약 2만1600명, 부상자는 약 5만6160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WSJ는 개전 이후 가자지구 주택 43만9000채의 약 70%와 건물 절반 이상이 이스라엘의 공습에 훼손됐다고 보도했다. 미 국가정보국(DNI)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 개전 후 가자지구에 투하한 폭탄 등은 총 2만9000개에 이른다. 이는 미군이 2004∼2010년 이라크에 투하했던 3678발의 약 8배에 육박한다. ● 카타르 중재, 협상 재개 움직임도 지난해 11월 말 한 차례 일시 휴전 및 인질-수감자 맞교환을 진행했던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이후 현재까지 추가적인 합의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카타르와 이집트 등이 다시 중재에 나서 휴전 논의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미 인터넷매체 액시오스는 지난해 12월 29일 카타르가 이스라엘 측에 “하마스가 인질 협상 재개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전달해 왔다고 이스라엘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하마스 측이 인질 40여 명을 석방하고 이스라엘과 한 달간 휴전한다는 게 합의안의 주된 내용이다. 앞서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인질 30여 명을 풀어주면 최소 한 주간 교전을 멈추고 자국 교도소에 수감 중인 팔레스타인인을 추가로 석방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하마스가 이에 응하지 않으며 협상은 불발됐다. 이집트도 최근 양측에 2주간 휴전을 시작으로 전쟁 전면 종식을 목표로 하는 ‘3단계 종전안’을 제안했으며, 이스라엘 당국이 이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공식적으로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하마스 섬멸을 천명한 상황이다.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등 친이란 무장세력 등이 이스라엘과 국지전을 이어가며 오히려 확전될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AFP통신은 “시리아 동부에서 지난해 12월 30일 이스라엘군 소행으로 추정되는 공습으로 친이란 세력 23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최근 시리아에서 이란 지원을 받는 민병대, 무기 호송, 무기 보관시설로 의심되는 군사기지를 겨냥한 공격을 강화하기도 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이달 초 이스라엘을 다시 방문해 전후 가자지구 통치 계획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2024-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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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 이집트 제안 ‘3단계 종전안’ 토대로 협상 검토”

    이집트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양측에 인질 전원 석방 및 전면 휴전을 위한 ‘3단계 종전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은 전달받은 제안을 토대로 협상 재개를 검토할 예정이지만, 크리스마스 당일까지도 가자지구에 대한 폭격을 이어가는 등 공세의 고삐를 풀지 않는 모습이다. 25일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은 평화 협상을 중재 중인 이집트가 양측에 2주간 휴전을 시작으로 전쟁 전면 종식을 목표로 하는 ‘3단계 종전안’을 제안했으며 “이스라엘 관리들이 종전안 초안을 전면적으로 거부하진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전시내각이 이 초안을 토대로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전쟁 국면에서 양측 협상을 위한 종전안 내용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이에 따르면 1단계에선 하마스가 이스라엘 여성과 미성년자, 노인 남성 등 인질 40명을 석방하고 2주간 전투를 중단한다. 이스라엘은 그 대가로 팔레스타인 포로 120명을 풀어주게 된다. 지난달 말 일시 휴전 시 조건을 그대로 적용하게 된다. 2단계에선 현재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를 이끄는 파타당, 가자지구를 통치해온 하마스 등 다수 정파를 통합하는 ‘팔레스타인 국민 회담’을 열고 가자지구에 긴급 안보 정부를 수립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해당 정부는 향후 인도적 지원 및 재건, 선거 등도 감독하게 된다. 3단계는 전면 휴전 단계로, 억류된 이스라엘 인질 전원을 석방하고 팔레스타인 죄수를 맞교환하며 사실상 종전을 공식 선언한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완전 철수하며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귀향이 허용된다. 다반 이스라엘군(IDF)의 공세 수위는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23, 24일 IDF가 가자지구 중부의 난민 캠프 등 세 곳을 공습했다고 보도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24일 하루에만 IDF 공격으로 마가지 난민 캠프 등에서 적어도 70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전쟁은 큰 비용을 요구하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싸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도 언급하며 “(미국에)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승리할 때까지 싸울 것이라 전했다”고 말했다. 전투가 치열해지면서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한 곳으로 알려진 베들레헴은 이번 크리스마스에 애도 분위기로 뒤덮였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가톨릭 프란치스코 교황은 24일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 크리스마스 미사에서 “우리 마음은 헛된 전쟁 논리에 의해 평화의 왕이 다시 한번 거부당하는 베들레헴에 있다”며 평화를 호소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3-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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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 이집트 제안 ‘3단계 종전안’ 토대로 협상 검토”

    이집트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양측에 인질 전원 석방 및 전면 휴전을 위한 ‘3단계 종전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은 전달받은 제안을 토대로 협상 재개를 검토할 예정이지만, 크리스마스 당일까지도 가자지구에 대한 폭격을 이어가는 등 공세의 고삐를 풀지 않는 모습이다. 25일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은 평화 협상을 중재 중인 이집트가 양측에 2주간 휴전을 시작으로 전쟁 전면 종식을 목표로 하는 ‘3단계 종전안’을 제안했으며 “이스라엘 관리들이 종전안 초안을 전면적으로 거부하진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전시내각이 이 초안을 토대로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전쟁 국면에서 양측 협상을 위한 종전안 내용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이에 따르면 1단계에선 하마스가 이스라엘 여성과 미성년자, 노인 남성 등 인질 40명을 석방하고 2주간 전투를 중단한다. 이스라엘은 그 대가로 팔레스타인 포로 120명을 풀어주게 된다. 지난달 말 일시 휴전 시 조건을 그대로 적용하게 된다.2단계에선 현재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를 이끄는 파타당, 가자지구f를 통치해온 하마스 등 다수 정파를 통합하는 ‘팔레스타인 국민 회담’을 열고 가자지구에 긴급 안보 정부를 수립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해당 정부는 향후 인도적 지원 및 재건, 선거 등도 감독하게 된다. 3단계는 전면 휴전 단계로, 억류된 이스라엘 인질 전원을 석방하고 팔레스타인 죄수를 맞교환하며 사실상 종전을 공식 선언한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완전 철수하며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귀향이 허용된다.다반 이스라엘군(IDF)의 공세 수위는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23, 24일 IDF가 가자지구 중부의 난민 캠프 등 세 곳을 공습했다고 보도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24일 하루에만 IDF 공격으로 마가지 난민 캠프 등에서 적어도 70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전쟁은 큰 비용을 요구하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싸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도 언급하며 “(미국에)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승리할 때까지 싸울 것이라 전했다”고 말했다. 전투가 치열해지면서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한 곳으로 알려진 베들레헴은 이번 크리스마스에 애도 분위기로 뒤덮였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가톨릭 프란치스코 교황은 24일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 크리스마스 미사에서 “우리 마음은 헛된 전쟁 논리에 의해 평화의 왕이 다시 한 번 거부당하는 베들레헴에 있다”며 평화를 호소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3-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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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코 프라하 대학서 총기난사 39명 사상… “미치광이 되겠다” 계획범죄 정황 글 남겨

    체코 수도 프라하 도심의 카를로바대(카렐대)에서 21일(현지 시간)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최소 14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 용의자 다비트 코자크(24·사진) 또한 현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1348년 설립돼 675년 전통을 지닌 이 학교의 재학생이며 오래전부터 대규모 살상 계획을 가지고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정황이 드러나 충격을 안긴다. 총기 사건이 비교적 적다고 여겨지던 유럽에서 대규모 인명 피해를 야기한 총기 난사가 발생했다는 점, 체코가 한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인기 여행지라는 점도 우려를 낳는다. 체코 관광청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7년 연 41만 명의 한국 관광객이 체코를 찾았다. 범행 장소인 카를로바대 또한 프라하의 대표 명소인 카를교에서 불과 약 500m 떨어져 있다.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경찰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고로 내국인 14명이 희생됐다”며 용의자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밝혔다. 부상자 중에는 아랍에미리트(UAE)인 2명, 네덜란드인 1명 등 3명의 외국인이 있다고 공개했다. 현지 소셜미디어에는 범행 당시 코자크가 건물 옥상에서 저격수처럼 희생자를 정밀하게 조준하는 모습, 그가 곳곳을 돌아다니며 총격을 가하는 장면 등이 돌고 있다. 피로 얼룩진 카를로바대 내부 모습 등도 포착됐다. 몇몇 학생은 총격을 피하려 학교 건물의 고층 외부 난간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어야 했다. 코자크는 과거부터 일기나 소셜미디어에 “학교에서 총기 난사를 벌인 후 자살하고 싶다” “언제나 (사람을) 죽이고 싶었다. 나는 언젠가 미치광이가 될 것”이라고 썼다. 2019년 역시 카를로바대를 공격해 9명을 살해한 다른 총기 난사범을 찬양하며 “연쇄 살인보다 대량 살인이 효율성이 높다는 것을 깨달았다”고도 했다. 경찰은 이 같은 성향의 코자크가 해외의 총기 난사 사건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동기를 수사하고 있다. 특히 코자크가 이번 범행에 앞서 3건의 또 다른 살인을 저지른 정황도 드러났다. 범행 당일 코자크의 고향 호스토운에서는 그의 부친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 역시 코자크의 범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코자크가 앞서 15일 프라하의 한 남성과 생후 2개월 딸을 살해한 정황도 포착됐다. 다만 그의 범행이 테러단체와 연계됐을 가능성은 낮다고 당국은 밝혔다. 체코의 느슨한 총기 규제, 경찰의 허술한 초동 대처 등도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CNN에 따르면 전체 인구 약 1000만 명 중 30만 명 이상이 총기 허가증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등록된 총기만 100만 정에 달한다. 총기 면허를 취득할 때 범죄 기록을 제출할 필요도 없다. 코자크 또한 면허를 지녔다. 경찰은 이날 코자크가 카를로바대 한 건물에서 강연할 것이란 정보를 입수하고 해당 건물의 사람들을 대피시켰다. 그러나 정작 총격은 다른 건물에서 발생해 참사로 이어졌다. 페트르 파벨 대통령은 23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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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진 잔해속 나를 죽었다 할때, 韓구조대가 살려줘”

    “모두가 잔해 더미 속 저를 보고 시체라 할 때, 한국 구조대 덕분에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올 2월 튀르키예 강진 당시 입은 부상으로 10개월간 입원 치료를 받은 베키르 도우 군(18·사진)은 수도 앙카라의 한 병원에서 퇴원을 이틀 앞둔 15일(현지 시간) 주튀르키예 한국대사관 관계자들을 만나 거듭 감사를 표했다. 도우 군은 한국 해외긴급구호대(KDRT)의 일곱 번째 구조자이자, 이후 치료를 받고 마지막으로 퇴원한 생존자다. 줄곧 간호해 온 그의 고모 역시 “한국 정부가 너무나도 고맙다”며 이원익 주튀르키예 한국대사를 보며 울먹였다. 도우 군은 ‘기적의 청년’으로도 불린다. 20일 대사관에 따르면 튀르키예 남동부와 시리아 일대에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한 올 2월 6일 그는 무너진 건물에 그대로 깔렸다. 한국 구조대는 그로부터 138시간이 흐른 뒤 그를 발견했다. 구조대가 도우 군의 몸을 건물 잔해 밖으로 꺼냈을 때 주민들은 “시체 한 구가 더 나온다”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차갑게 식었던 그의 몸에서 희미하게나마 맥박이 살아 있다고 확신한 구조대는 희망을 놓지 않고 그를 즉각 병원으로 이송했다. 수차례의 수술 끝에 그는 의식을 되찾았다. 도우 군은 “솔직히 지진 당시 기억이 전혀 나질 않지만 제가 살아난 건 기적이 맞는 것 같다. 모두 한국 덕분”이라며 밝게 웃었다. 당시 도우 군이 살던 튀르키예 남부 하타이주의 안타키아 지역은 피해가 가장 큰 지역 중 하나였다. 마을 구석까지 전 세계 구조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던 차에 한국 구조대가 유일하게 도착해 구호활동을 벌였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2023-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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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마스 지도부 “휴전 협상” “타협 안돼” 내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에서 그간 무장 투쟁을 주도했던 가자지구 내 하마스 지도부와 카타르에 근거를 둔 하마스 정치국 지도부가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이스마일 하니예 하마스 정치 지도자는 이스라엘 측과 연이어 휴전 협상에 나섰을 뿐 아니라 경쟁 정파로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측과도 전쟁 종료 후 가자지구 통치 구상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그러자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주도했던 가자지구 실권자 야히야 신와르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하니예, 후삼 바드란 등 하마스 정치국 지도부는 최근 경쟁 정파이며 이스라엘에 좀 더 유화적이라는 평을 얻는 PA 지도자들과 만나 종전 후 통치 구상 등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바드란은 WSJ에 “우리는 ‘제로섬 게임’을 추구하는 게릴라가 아니다. 전쟁이 끝나기를 원한다”고 했다. 이스라엘에 결사 항전하겠다는 그간 하마스의 입장과 완전히 대비된다. 하니예 또한 같은 날 가자지구 남부와 국경을 맞댄 이집트도 찾아 휴전 논의를 이어갔다.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PA는 당초 가자지구까지도 통치했지만 부패 등으로 민심을 잃고 하마스에 가자지구를 내줬다. 두 조직은 최근까지도 이스라엘 투쟁 노선 등을 놓고 충돌했다. 이스라엘의 거듭된 공세로 가자지구에서 통제권을 점차 잃고 있는 하마스가 PA 집권세력 파타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반면 가자지구의 실권자 신와르는 정치국 지도부의 이런 행보를 뒤늦게 전달받고 “아직 전쟁의 승패가 결정되지 않았으니 타협은 이르다”며 휴전 협상 중단을 주장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또한 휴전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모든 테러리스트는 항복하거나 죽는 것, 두 가지 선택밖에 없다”고 밝혔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2023-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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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쟁 끝내자” VS “타협은 이르다”…하마스 지도부 내분 조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에서 그간 무장 투쟁을 주도했던 가자지구 내 하마스 지도부와 카타르에 근거를 둔 하마스 정치국 지도부가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이스마일 하니예 하마스 정치 지도자는 이스라엘 측과 연이어 휴전 협상에 나섰을 뿐 아니라 경쟁 정파로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측과도 전쟁 종료 후 가자지구 통치 구상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그러자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주도했던 가자지구 실권자 야히야 신와르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하니예, 후삼 바드란 등 하마스 정치국 지도부는 최근 경쟁 정파이며 이스라엘에 좀 더 유화적이라는 평을 얻는 PA 지도자들과 만나 종전 후 통치 구상 등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바드란은 WSJ에 “우리는 ‘제로섬 게임’을 추구하는 게릴라가 아니다. 전쟁이 끝나기를 원한다”고 했다. 이스라엘에 결사 항전하겠다는 그간 하마스의 입장과 완전히 대비된다. 하니예 또한 같은 날 가자지구 남부와 국경을 맞댄 이집트도 찾아 휴전 논의를 이어갔다.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PA는 당초 가자지구까지도 통치했지만 부패 등으로 민심을 잃고 하마스에 가자지구를 내줬다. 두 조직은 최근까지도 이스라엘 투쟁 노선 등을 놓고 충돌했다. 이스라엘의 거듭된 공세로 가자지구에서 통제권을 점차 잃고 있는 하마스가 PA 집권세력 파타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반면 가자지구의 실권자 신와르는 정치국 지도부의 이런 행보를 뒤늦게 전달받고 “아직 전쟁의 승패가 결정되지 않았으니 타협은 이르다”며 휴전 협상 중단을 주장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또한 휴전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모든 테러리스트들은 항복하거나 죽는 것, 두 가지 선택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가자지구 최대 도시 가자시티 중심부 지하에서 신와르가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지휘한 지휘본부를 발견했다고 공개했다. 이 시설이 거미줄처럼 뻗어 있는 다른 땅굴들과 이어졌으며 하마스와의 유착 의혹이 제기돼 온 가자시티 내 대형 의료기관들과도 직통으로 연결돼 있다고 공개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2023-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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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軍, 자국 인질 3명 오인 사살… 네타냐후 사면초가

    이스라엘군이 15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에서 수색 작전 중 자국 민간인 인질 3명을 하마스 대원으로 오인해 사살했다. 사망자들이 ‘항복’을 뜻하는 백기까지 들었음에도 교전 수칙을 위반하고 총격을 가한 사실이 드러나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하루 뒤 가자지구의 가톨릭 교회 인근에서도 모녀로 추정되는 여성 2명이 이스라엘군에 사살되는 등 민간인 희생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 이스라엘 내부는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하마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고 인질 석방을 위한 휴전 협상에 나서라”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인질에 대한 오인 사살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략을 재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16일 보도했다. 민간인을 보호하겠다는 이스라엘의 약속이 실패로 돌아간 만큼 휴전을 압박하는 새로운 동력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백기 든 인질을 하마스 대원으로 오인 이스라엘군의 초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스라엘 남성 요탐 하임(28), 사메르 탈랄카(22), 알론 샴리즈(26)는 15일 밤 가자지구 내 최대 도시인 가자시티의 셰자이야 지역 건물에서 상의를 입지 않은 채 나타났다. 이 중 한 명은 나뭇가지에 흰색 옷을 걸치고 흔들며 히브리어로 “도와달라”고 외쳤다. 자신들이 하마스 대원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은 이들 3명을 유인 작전에 나선 하마스 대원으로 간주해 발포했다. 2명은 즉사했고, 나머지 1명은 총상을 입은 채 건물로 피신했지만 이후 총격이 계속되자 결국 숨졌다. 3명은 모두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10월 7일 납치된 이스라엘 민간인이다. 하임은 헤비메탈 밴드에 소속된 드럼 연주자, 탈랄카는 내년 여름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이었다. 샴리즈는 컴퓨터 공학을 공부하려던 학생이었다. 이스라엘군은 오인 사살을 인정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성명을 통해 “나를 포함한 군 전체가 책임이 있다”고 사과했다. 다만 다니엘 하가리 군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셰자이야 일대는 자살폭탄 테러범을 비롯한 많은 테러범을 마주치는 지역”이라고 해명했다. 하마스 대원이 민간인 복장을 한 채 이스라엘군을 습격하는 일이 잦아 경계 수위가 높았고 그 과정에서 이번 참사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16일에도 가자지구의 가톨릭교회인 ‘성가족교회’ 인근에서 여성 2명이 이스라엘군 저격수에게 사살됐다고 CNN 등이 전했다. 가자지구 내 기독교인은 전쟁 발발 후 대부분 이곳으로 대피했다.● 휴전 여론에 네타냐후 “시간 못 되돌려” 거듭된 민간인 희생으로 인질의 무사 귀환과 휴전을 촉구하는 국내외 여론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16일 최대 도시 텔아비브에서는 인질 가족을 포함한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와 “인질을 빨리 집으로 데려오라”며 시위를 벌였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교장관과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교장관 또한 같은 날 영국 선데이타임스 공동 기고문에 “휴전으로 가는 길을 닦는 데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가세했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같은 날 기자회견을 통해 “가슴이 무너진다”면서도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 하마스를 뿌리 뽑을 때까지 지상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휴전 요구를 일축했다. 인질 석방을 둘러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이견 또한 상당하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선(先) 공격 중단, 후(後) 협상 개시’를 요구하지만 이스라엘은 거부하고 있다. 또 인질 130여 명 중 일부는 하마스가 아닌 또 다른 무장단체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가 억류하고 있어 하마스 또한 통제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다비드 바르네아 국장은 15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와 만나 인질 석방 등을 논의했다. 양측이 별다른 합의점은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2023-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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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軍, 백기 흔드는 인질 3명 사살…네타냐후 ‘사면초가’

    이스라엘군이 15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에서 수색 작전 중 자국 민간인 인질 3명을 하마스 대원으로 오인해 사살했다. 사망자들이 ‘항복’을 뜻하는 백기까지 들었음에도 교전 수칙을 위반하고 총격을 가한 사실이 드러나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하루 뒤 가자지구의 가톨릭 교회 인근에서도 모녀로 추정되는 여성 2명이 이스라엘군에 사살되는 등 민간인 희생이 속출하고 있다.이에 이스라엘 내부는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하마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고 인질 석방을 위한 휴전 협상에 나서라”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인질에 대한 오인 사살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략을 재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16일 보도했다. 민간인을 보호하겠다는 이스라엘의 약속이 실패로 돌아간 만큼 휴전을 압박하는 새로운 동력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백기 든 인질을 하마스 대원으로 오인이스라엘군의 초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스라엘 남성 요탐 하임(28), 사메르 탈랄카(22), 알론 샴리즈(26)는 15일 밤 가자지구 내 최대도시인 가자시티의 셰자이야 지역 건물에서 상의를 입지 않은 채 나타났다. 이 중 한 명은 나뭇가지에 흰색 옷을 걸치고 흔들며 히브리어로 “도와 달라”고 외쳤다. 자신들이 하마스 대원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하지만 이스라엘군은 이들 3명을 유인 작전에 나선 하마스 대원으로 간주해 발포했다. 2명은 즉사했고, 나머지 1명은 총상을 입은 채 건물로 피신했지만 이후 총격이 계속되자 결국 숨졌다. 3명은 모두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10월 7일 납치된 이스라엘 민간인이다. 하임은 헤비메탈 밴드에 소속된 드럼 연주자, 탈랄카는 내년 여름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이었다. 샴리즈는 컴퓨터 공학을 공부하려던 학생이었다.이스라엘군은 오인 사살을 인정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성명을 통해 “나를 포함한 군 전체가 책임이 있다”고 사과했다. 다만 다니엘 하가리 군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셰자이야 일대는 자살폭탄 테러범을 비롯한 많은 테러범을 마주치는 지역”이라고 해명했다. 하마스 대원이 민간인 복장을 한 채 이스라엘군을 습격하는 일이 잦아 경계수위가 높았고 그 과정에서 이번 참사가 발생했다는 것이다.16일에도 가자지구의 가톨릭교회인 ‘성가족교회’ 인근에서 여성 2명이 이스라엘군 저격수에 사살됐다고 CNN 등이 전했다. 가자지구 내 기독교인은 전쟁 발발 후 대부분 이 곳으로 대피했다.● 휴전 여론에 네탸나후 “시간 못 되돌려”거듭된 민간인 희생으로 인질의 무사귀환과 휴전을 촉구하는 국내외 여론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16일 최대 도시 텔아비브에서는 인질 가족을 포함한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와 “인질을 빨리 집으로 데려오라”며 시위를 벌였다.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교장관과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교장관 또한 같은 날 영국 선데이타임스 공동 기고문에 “휴전으로 가는 길을 닦는 데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가세했다.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같은 날 기자회견을 통해 “가슴이 무너진다”면서도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 하마스를 뿌리 뽑을 때까지 지상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휴전 요구를 일축했다. 인질 석방을 둘러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이견 또한 상당하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선(先) 공격 중단, 후(後) 협상 개시’를 요구하지만 이스라엘은 거부하고 있다. 또 인질 130여 명 중 일부는 하마스가 아닌 또 다른 무장단체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가 억류하고 있어 하마스 또한 통제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다비드 바르네아 국장은 15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와 만나 인질 석방 등을 논의했다. 양측이 별다른 합의점은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2023-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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