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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르는 ‘반도체 겨울론’에도 불구하고 네덜란드 첨단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이 지난해 4분기(10∼12월)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깜짝 실적’을 내놨다. 삼성전자와 인텔 등 주요 고객사들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에 따른 반도체 수요는 견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현지 시간) ASML은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전 분기 대비 24.1% 증가한 92억6300만 유로(약 13조9300억 원), 순이익은 29.7% 증가한 26억9300만 유로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4분기 매출과 순이익 모두 시장조사기관 LSEG의 예상치(매출 90억7000만 유로, 순이익 26억4000만 유로)를 상회했다. 매출총이익률은 51.7%로 전 분기보다 0.9%포인트 늘었다. ASML은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인 노광 장비를 사실상 독점 생산하는 기업이다. ASML의 수주 실적은 고객사인 삼성전자, TSMC, 인텔뿐만 아니라 엔비디아, 애플 등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속한 기업들과 반도체 시장의 바로미터로 읽힌다. 그 핵심 지표인 4분기 수주 금액은 70억8800만 유로로 전 분기 대비 169% 급등했으며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이날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경영자(CEO)는 4분기 실적과 관련해 “하이 NA 극자외선(EUV) 장비 두 대의 매출이 반영됐다”며 “ASML은 4분기에 세 번째 하이 NA EUV 장비를 고객사에 출하했다”고 밝혔다. 하이 NA EUV는 ASML의 차세대 노광 장비로, 기존 인텔과 IMEC 연구소에 이어 지난해 말 TSMC가 장비를 인도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SML은 올해 1분기(1∼3월) 순매출을 75억∼80억 유로, 매출총이익률을 52∼53%로 예상했다. 연간으로는 순매출 300억∼350억 유로, 매출총이익률 51∼53%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지난해보다 반도체 업황이 좋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ASML의 주가는 글로벌 반도체 업계를 강타한 ‘딥시크 쇼크’에도 불구하고 이날 실적 발표 이후 전일 대비 4.29% 뛰었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주 딥시크 출시에 따른 주식 매도에도 불구하고 ASML의 실적은 반도체 투자자들로 하여금 AI 칩에 대한 전망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게 했다”고 전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설 연휴 동안 미국 증시를 뒤흔든 ‘딥시크 쇼크’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그간 오픈AI의 ‘챗GPT’를 필두로 한 생성형 인공지능(AI) 투자와 이를 뒷받침하는 엔비디아의 ‘H100’ 등 고사양 AI 칩이 주도해 온 시장 구조에 균열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업계에 긍정적” 3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메모리 칩 제조사들은 이번 딥시크의 출현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반도체 증시 조정을 가져오더라도 장기적으로는 AI 시장의 대중화와 수요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투입 비용 측면에서 계속 이런 고비용 구조의 산업은 성장 폭이 더딜 수밖에 없다. 시장이 성장하려면 트리거(도화선)가 필요하다”며 “딥시크가 아니더라도, 미국의 많은 빅테크 회사들도 저비용 구조를 실현하기 위한 꿈을 꾸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딥시크의 개발이 엔비디아로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에 집중하고 있는 국내 메모리 업계에 또 다른 활로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그간 미국의 AI 칩 제재로 눌려 있었던 중국 AI 연구 및 시장이 커지게 되면 이 시장에 제품을 납품 중인 삼성전자 등에 희소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딥시크로 인해 고성능 반도체칩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퍼지면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고 있는 SK하이닉스 등이 단기적인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 앞서 29일(현지 시간) 4분기(10∼12월) 실적을 발표한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의 크리스토프 푸케 최고경영자(CEO)도 딥시크 소식에 대해 “(AI와 관련된) 비용을 낮춘다는 건 ASML 입장에선 반길 만한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저렴한 비용은 AI가 많은 애플리케이션에서 활용될 수 있다는 의미이며, 이는 곧 반도체 생산 수요 증가를 의미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 딥시크 실체나 보안에 대한 우려도 여전 하지만 딥시크의 실체와 실질적인 AI 대중화 가능성에 대한 업계의 의구심도 여전히 남아 있다. 또 다른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H800이 아니라 H100이 딥시크에 사용됐다는 주장이나, 딥시크가 챗GPT의 데이터를 무단 활용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중국 개발자들이 공식화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아직 어떤 식으로 개발이 이뤄졌는지 베일에 감춰진 부분이 많다”고 언급했다. 딥시크의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중국 내 서버에 저장된다는 점에서 안전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딥시크 고객 약관에 따르면 딥시크는 사용자가 계정을 설정할 때 제공하는 정보와 서비스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입력하는 콘텐츠를 수집한다. 이미 이탈리아와 아일랜드 규제 당국은 개인정보 처리 관련 답변을 딥시크에 요구했고, 이탈리아에선 딥시크 애플리케이션 신규 다운로드를 차단했다. 국가연구기관인 AI안전연구소 김명주 소장은 “딥시크는 중국 내 서버에 개인정보가 저장된다”며 “개인정보 문제는 국가 간 AI 안보 이슈로도 확대될 수 있어 우리나라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했다. 연구소는 연휴 기간 딥시크 이용약관 및 관련 논문 분석에 착수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
LG전자가 구글과의 협업을 통해 호텔 TV에서도 집에서 보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그대로 이어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인다.LG전자는 다음 달 4∼7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상업용 디스플레이 전시회 ‘ISE 2025’에서 구글 캐스트 인증을 받은 호텔 TV를 선보인다고 30일 밝혔다. 구글 캐스트는 다양한 기기 간 쉽게 콘텐츠를 전송할 수 있게 해주는 구글의 무선 공유 기술이다.LG전자의 호텔 TV용 구글 캐스트는 화면의 QR코드 스캔만으로 TV와 투숙객의 기기를 연결한다. 별도의 개인정보 입력 없이도 기존에 사용하던 OTT 앱에 자동으로 로그인되고, 연결 상태는 퇴실 때까지 지속된다. TV와 개인 기기 간 연결 이력은 개인정보 데이터 삭제 기능을 통해 퇴실과 동시에 자동으로 지워진다. 또 객실 간 네트워크를 분리해 사생활 침해나 개인정보 유출 위험도 낮췄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설 연휴 동안 미국 증시를 뒤흔든 ‘딥시크 쇼크’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그간 오픈AI의 ‘챗GPT’를 필두로 한 생성형 인공지능(AI) 투자와 이를 뒷받침하는 엔비디아의 ‘H100’ 등 고사양 AI 칩이 주도해 온 시장 구조에 균열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3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메모리 칩 제조사들은 이번 딥시크의 출현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반도체 증시 조정을 가져오더라도 장기적으로는 AI 시장의 대중화와 수요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투입 비용 측면에서 계속 이런 고비용 구조의 산업은 성장 폭이 더딜 수밖에 없다. 시장이 성장하려면 트리거(도화선)가 필요하다”며 “딥시크가 아니더라도, 미국의 많은 빅테크 회사들도 저비용 구조를 실현하기 위한 꿈을 꾸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엔비디아향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에 집중하고 있는 국내 메모리 업계에 또 다른 활로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그간 미국의 AI 칩 제재로 눌려 있었던 중국 AI 연구 및 시장이 커지게 되면 이 시장에 제품을 납품 중인 삼성전자 등에 희소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앞서 29일(현지 시간) 4분기(10~12월) 실적을 발표한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의 크리스토프 푸케 최고경영자(CEO)도 딥시크 소식에 대해 “(AI와 관련된) 비용을 낮춘다는 건 ASML 입장에선 반길만 한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저렴한 비용은 AI가 많은 애플리케이션에서 활용될 수 있다는 의미이며, 이는 곧 반도체 생산 수요 증가를 의미한다. 우리는 반도체 생산을 위한 장비를 제공하는 업체”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첨단 기업들이 수십억 달러를 들여 고성능 AI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지만 이는 전체 시장에선 일부에 불과하다고도 지적했다.하지만 딥시크의 실체와 실질적인 AI 대중화 가능성에 대한 업계의 의구심도 여전히 남아있다. 또 다른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부 외신 보도에 따르면 H800이 아니라 H100이 딥시크에 사용됐다는 주장이나, 딥시크가 챗GPT의 데이터를 무단 활용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중국 개발자들이 공식화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아직 어떤 식으로 개발이 이뤄졌는지 베일에 감춰진 부분이 많다”고 언급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지난해 파리 언팩 이후 지금까지, 반년 새 일상에서 인공지능(AI)을 사용하는 비중이 두 배 가까이로 늘었습니다.”23일(현지 시간) 미국 새너제이에서 국내 취재진을 대상으로 열린 삼성전자 ‘갤럭시 AI 브리핑’에서 김정현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 고객경험(CX)실장(부사장)이 “모바일 AI는 점차 일상이 돼 가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이날 삼성전자가 런던대 골드스미스 경영연구소와 공동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상에서 AI를 자주 사용하는가”에 대한 글로벌 10개국 소비자 대상 조사에서 지난해 7월 16%에 그쳤던 소비자 응답이 올해 1월 27%까지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AI를 사용하는 전자기기 유형별로는 스마트폰(55%)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PC(38%) 등을 제쳤다.강 부사장은 “결국 현재 30% 이하의 소비자가 AI를 사용한다는 얘기”라며 “나머지 소비자들이 AI를 쓰지 않는 이유를 해결하지 못하면 진정한 AI폰 시대로 나아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언팩에서 공개된 ‘갤럭시S25’ 시리즈의 AI 3대 원칙으로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AI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AI △안심하고 쓸 수 있는 AI를 꼽았다.이날 브리핑에 참석한 강민석 MX사업부 CX실 상무는 “스마트폰이 기존의 피처폰, 혹은 다른 정보기술(IT) 기기의 기능을 모아놓은 백화점이라면, AI폰은 내가 원하는 걸 파악하고 알아서 해 주는 컨시어지”라고 표현했다. 통화 기록, 번역 등 이미 다양한 AI 애플리케이션(앱)들이 나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갤럭시 AI로 내재화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는 “그런 앱들을 고민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원할 때 통화 스크립트를 얻을 수 있는 플로우(흐름)가 필요하다. 또 나머지 핵심 기능들과의 연계를 고려해서도 당사가 구현하는 게 소비자에게 더 직관적이고 효율적”이라고 말했다.삼성전자는 갤럭시S25 시리즈 출시 시점과 동시에 AI 비서 기능을 46개 언어로 지원할 예정이다. 통화 실시간 통역, 번역 등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온디바이스(내장)로 제공되는 AI 기능은 20개 언어까지 지원한다. 브리핑에 참석한 정혜순 삼성전자 MX사업부 개발실 부사장은 “언어로는 20개지만 적용 지역별로는 80개 가까이 된다. 아랍어만 해도 방언이 20개가 넘기 때문”이라며 “이런 사례는 외부 다른 앱에서 구현하기 쉽지 않다. 핵심 기능이면서 저희만이 제공할 수 있는 차별화 지점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새너제이=곽도영 기자 now@donga.com}
“단순하지만, 더 좋아졌어요(simple, but better)!” 22일(현지 시간) 삼성전자 ‘갤럭시 언팩 2025’ 현장에서 ‘갤럭시S25 울트라’로 연신 사진을 찍던 벨기에 출신 쌍둥이 인플루언서 팀 앙게트윈스는 “갤럭시S25 시리즈를 한마디로 표현해 달라”고 하자 이같이 답했다. 이들은 “검색이든, 문자 전송이든 버튼 누르고 말만 하면 인공지능(AI)이 알아서 해주니 모든 게 간단해졌다”고 말했다.이날 행사가 열린 미국 새너제이 SAP센터는 전 세계 70여 개국에서 몰려든 파트너사, 미디어 관계자 등 2000여 명으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오전 10시 행사가 시작되자 객석의 환호와 함께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사장)이 ‘갤럭시S25 울트라’를 집어 들고 화면을 확인하는 영상이 나왔다. 스마트폰 하단엔 ‘오전 10시, 갤럭시 언팩, 출발할 시간입니다’라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올해 언팩에서는 “지난겨울 맥스가 빨간 코트를 입고 케이크를 먹고 있는 사진 찾아줘”와 같이 자연어를 알아듣고,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앱)을 알아서 사용해 지시를 처리하는 AI 비서 시연이 이어졌다. 노 사장은 기조연설에서 “갤럭시S25 시리즈는 단순히 사용자의 말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의 다음 단계를 예측하는 AI 동반자로서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감독인 조너선 클레이도 언팩에 등장했다. 파도치는 바닷가 앞에 앉아 인터뷰하는 클레이 감독의 영상에서 음성과 바람 소리, 소음 등을 구분한 뒤 음성만 또렷하게 들리도록 편집해 선보이자 객석에선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탈리아 테크 유튜버인 조코포 달레시오 씨는 “AI 기능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으로 다양한 나라에서 언어 장벽 없이 사용되려면 현지 앱과의 연동도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언팩의 ‘히든 카드’는 상반기(1∼6월) 출시가 예고된 슬림 모델이었다. ‘갤럭시S25 엣지’라는 이름으로 언팩 막바지 티저 영상에서 공개됐다. 외신 및 테크업계에서 두께 6.4mm 안팎으로 추정하는 갤럭시S25 엣지는 가벼움을 강조하기 위해 가느다란 와이어에 연결돼 공중에 매달린 형태로 전시됐다. 삼성전자가 애플에 앞서 초슬림 제품을 선보이면서 외신 반응도 뜨거웠다. 애플은 연내 ‘아이폰17 에어’(가칭)로 알려진 초슬림 아이폰을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는 이날 “삼성전자가 상반기 갤럭시S25의 초슬림 버전을 출시하며 애플을 앞질러 새로운 카테고리를 선보일 예정”이라며 “이는 수년 만에 가장 대담한 디자인 변화 중 하나”라고 전했다. 이날 언팩에서는 XR(확장현실) 헤드셋 제품인 ‘프로젝트 무한’도 공개됐다. 연내 출시 예정으로 세부 사양 등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스키 고글 형태의 전면부 디자인 등은 이날 선보였다. 김정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고객경험(CX)실장(부사장)은 “구글과 공동으로 안드로이드 XR 에코시스템을 개발하며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갤럭시S25 시리즈는 2월 7일 국내에 출시된다. 사전 판매는 이달 24일부터 2월 3일까지 진행된다. 전 제품 가격이 전년과 같은 수준으로 동결됐으며 전 시리즈 대상 256GB(기가바이트) 모델 사전 구매 시 512GB 모델로 업그레이드 해주는 혜택을 제공한다.새너제이=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애플리케이션(앱) 사용과 터치 기반의 스마트폰 시대에서, 인공지능(AI) 비서와 멀티모달(다중 데이터)의 AI폰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갤럭시S25’는 진정한 AI 동반자의 시작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사장·사진)이 22일(현지 시간)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5’ 현장 기자간담회에서 “갤럭시S25 시리즈로 전작을 뛰어넘는 판매량을 내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노 사장은 시장의 관심을 모았던 갤럭시S25 전 시리즈 가격 동결 배경에 대해 “몇 달 전부터 동결로 방침을 정하고 있었다”며 “그사이 환율이 바뀌어서 이런 결정이 맞는지에 대해 내부적으로 도전이 있긴 했지만, 결국 국내 소비자들께 다른 어떤 시장보다 더 빨리 AI 비서 경험을 전해 드리기 위해 동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갤럭시S25 시리즈는 두뇌에 해당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에 퀄컴 제품을, 초도물량 메모리에 마이크론 제품을 채택하며 관심을 모았다. 노 사장은 “스마트폰 메인 칩셋인 AP는 최소 3, 4년 전부터 파트너사와 협의한다”며 “해당 연도에 소비자 관점에서 최고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 이는 ‘갤럭시S1’부터 일관된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메모리에 대해서는 “갤럭시S25에 들어가는 가장 많은 물량은 우리 삼성 반도체의 메모리”라며 “앞으로도 계속 협력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슬림 모델의 명칭을 ‘엣지’로 결정한 배경도 밝혔다. 노 사장은 “2014년 ‘갤럭시 노트 엣지’ 모델에 처음 쓰였던 이름”이라며 “트렌디하고 혁신적인, 새롭고 쿨한 의미를 담기 위해 많은 후보군 중 엣지로 정했다”고 언급했다.새너제이=곽도영 기자 now@donga.com}
“단순하지만, 더 좋아졌어요(simple, but better)!”22일(현지 시간) 삼성전자 ‘갤럭시 언팩 2025’ 현장에서 ‘갤럭시S25 울트라’로 연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던 벨기에 출신 쌍둥이 인플루언서 팀 앙게트윈스(Angetwins)는 “갤럭시S25 시리즈를 한마디로 표현해 달라”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앙게트윈스는 “검색이든, 문자 전송이든 버튼 누르고 말만 하면 인공지능(AI)이 알아서 해주니 모든 게 훨씬 간단해졌다”며 “댄서 팀이라서 영상을 많이 찍는데, 새로 나온 오디오 편집 기능도 놀랍다”고 말했다.“가장 직관적이고, 자연스럽고, 개인화된 AI”이날 행사가 열리고 있는 미국 새너제이 SAP센터는 행사 개막 1시간 전부터 전 세계 70여 개 국가에서 몰려든 파트너사, 미디어 관계자 등 2000여 명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오전 10시 행사가 시작되자 객석 환호와 함께 무대 전면 대형 스크린에는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사장)이 ‘갤럭시S25 울트라’를 집어 들고 화면을 확인하는 영상이 나왔다. 스마트폰 잠금화면 하단엔 ‘오전 10시, 갤럭시 언팩, 출발할 시간입니다’라는 메시지가 떠 있었다.언팩에서는 “지난 겨울 맥스가 빨간 코트를 입고 케이크를 먹고 있는 사진 찾아줘”와 같이 자연어를 알아듣고,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앱)을 알아서 사용해 지시를 처리하는 갤럭시S25 사례가 이어졌다. 노 사장은 오프닝 스피치에서 “갤럭시S25 시리즈는 이제까지 가장 직관적이고, 가장 자연스럽고, 가장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한다”며 “단순히 사용자의 말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의 다음 단계를 예측하며 AI 동반자로서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AI로 향상된 카메라 기능을 강조하기 위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감독인 조나단 클레이도 화면에 등장했다. 파도치는 바닷가 앞에 앉아 인터뷰하는 클레이 감독의 영상에서 음성과 바람소리, 소음 등을 구분한 뒤 음성만 또렷하게 들리도록 편집해 선보이자 객석에선 박수가 터져나왔다.언팩 이후 이어진 현장 체험존에서도 세계 각지의 방문객들이 갤럭시S25 시리즈 측면 버튼에 적용된 AI 버튼을 눌러 각종 지시를 시켜보고, 전작보다 얇아진 제품들을 만져보며 토론을 벌였다. 이탈리아 테크 유튜버인 조코포 달레지오 씨는 “지난해 나온 실시간 통역만큼 인상적이진 않지만, AI 기능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갔다고 본다”며 “다양한 나라에서 언어장벽 없이 사용되려면 현지 앱과의 연동도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 온라인 매체 기자 야스히로 야마네 씨는 “울트라 기준 14g이 가벼워졌는데, 많이들 쓰는 기본 케이스 무게와 비슷하다. 즉 케이스를 끼우고 써도 마치 안 끼우고 쓰는 것처럼 가볍게 느껴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습 드러낸 ‘갤럭시S25 엣지’에 북새통이날 언팩의 ‘히든 카드’는 업계 안팎의 관심을 모았던 슬림 모델이었다. ‘갤럭시S25 엣지’라는 이름으로 언팩 막바지 티저 영상에서 공개된 슬림 모델은 현장 체험존에서도 실물 전시돼 단연 눈길을 끌었다. 갤럭시S25 엣지는 외신 및 테크업계에서 두께 6.4㎜ 안팎으로 만들어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제품은 가벼움을 강조하기 위해 가느다란 와이어에 연결돼 공중에 매달린 형식으로 전시됐다. 이날 최초로 실물이 공개되면서 관람객들이 촬영을 위해 몰려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삼성전자가 애플에 앞서 초박형 제품을 선보이면서 외신 반응도 뜨거웠다. 애플은 연내 ‘아이폰17 에어(가칭)’로 알려진 초박형 아이폰을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는 이날 “삼성전자가 올 상반기 갤럭시S25의 초박형 버전을 출시하며 애플을 앞질러 새로운 카테고리를 선보일 예정”이라며 “이는 수년 만에 가장 대담한 디자인 변화 중 하나”라고 전했다.이날 언팩에서는 XR(확장현실) 헤드셋 제품인 ‘프로젝트 무한’도 공개됐다. 연내 출시 예정으로 세부 사양 등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스키 고글 형태의 전면부 디자인 등은 이날 선보였다. 언팩에 등장한 김정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고객경험(CX)실장(부사장)은 “지난해 12월 공개한 바와 같이 구글과 공동으로 안드로이드 XR 에코시스템을 개발하며 협력하고 있다”며 “멀티모달 AI를 사용하는 이러한 XR 제품은 물리적 세계 및 가상 세계와 소통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라고 말했다.새너제이=곽도영 기자 now@donga.com}
#1. “이번 주말 브로드웨이에서 하는 뮤지컬 ‘라이온킹’ 일정 찾아보고 제일 빠른 공연으로 캘린더에 넣어줄래?” ‘갤럭시S25’의 홈버튼을 길게 누르고 비서에게 하듯 자연스럽게 말했다. 내장된 구글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가 공연 일정을 검색한 뒤 “삼성 캘린더에 ‘1월 25일 오후 2시, 브로드웨이 라이온킹’ 일정을 추가했습니다”라고 보고했다. #2. 태국 현지 식당 영상에서 배경 음악 소리 사이로 사람들이 왁자하게 떠들고 있었다. 갤럭시S25로 이 영상을 선택한 뒤 별 모양의 AI 편집 버튼을 누르자 영상 속 다양한 소리가 음성, 음악, 군중 등으로 분류됐다. AI로 나머지 소리를 지우고 음악만 남겼더니 영상이 조용한 음악 속 식당 풍경으로 바뀌었다. 삼성전자는 22일(현지 시간) 신작 스마트폰 갤럭시S25 시리즈를 발표하며 ‘진정한 AI 스마트폰’이라고 명명했다. 통상 AI라고 하면 떠오르는 AI 비서, 즉 사람의 자연스러운 대화체를 이해하고 알아서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앱)을 쓰며 업무를 수행하는 수준의 AI 기능을 구현했다는 의미다.● 구글 제미나이 협업, 진정한 AI 스마트폰삼성전자는 이날 미국 새너제이 SAP센터에서 ‘갤럭시 언팩 2025’ 행사를 열고 갤럭시S25 시리즈를 공개했다. 구글의 생성형 AI 제미나이와의 협업으로 자연어 처리 능력을 강화했고, 통합형 AI 플랫폼으로 이를 다른 앱들과 연동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사장)은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AI 스마트폰을 출시한 후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모바일 AI 시장을 선도해 왔다”며 “새롭게 출시되는 갤럭시S25 시리즈는 한층 더 발전한 갤럭시 AI를 통해 역대 가장 쉽고 직관적인 AI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갤럭시S25 측면의 홈버튼은 AI 버튼이 됐다. 어떤 앱을 쓰고 있더라도 홈버튼을 길게 누르면 AI 비서를 호출해 지시할 수 있다. 이날 뮤지컬 일정 검색 외에도 “내일 샌프란시스코에서 뉴욕까지 가는 비행기편을 찾아 토미에게 메시지를 보내줘”라거나, “작년에 해변에서 찍었던 사진 찾아줘”라고 지시했을 때 각각 구글 항공편 검색, 메시지, 갤러리 앱을 AI가 알아서 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갤럭시S25의 AI 비서는 구글이나 삼성 앱 외에도 스포티파이와 왓츠앱 등 22개의 앱과 연동돼 있다. 현장에 있던 강명석 삼성전자 MX사업부 상무는 “향후 AI 플랫폼 생태계를 기반으로 국내 앱들을 비롯해 다양한 파트너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AI 기능들도 업그레이드됐다. 보고 있던 영상의 음악이 궁금하면 홈버튼을 눌러 ‘서클 투 서치’ 기능을 실행해 곡명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화제가 된 실시간 통역 기능도 지원 언어가 20개까지로 늘었다.● 전 모델 퀄컴 칩 탑재, 얇고 가벼워져갤럭시S25 시리즈는 전작과 달리 기본, 플러스, 울트라 전 모델에 퀄컴의 ‘스냅드래건 8 엘리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가 탑재됐다. 전작 대비 AI 연산을 담당하는 신경망처리장치(NPU) 성능이 40%,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이 각각 37%, 30% 향상됐다. 외형 면에서는 울트라 모델에도 기존의 각진 테두리가 아닌 둥근 모서리를 적용했다. 배터리 용량을 유지하면서도 세 가지 모델 모두 두께와 무게를 조금씩 줄여 슬림한 느낌을 줬다. 삼성전자는 2월 7일부터 갤럭시S25 시리즈를 전 세계에 순차 출시한다. 국내 사전 판매는 이달 24일부터 2월 3일까지 진행된다. 용량에 따라 갤럭시S25는 115만5000∼129만8000원, 갤럭시S25 플러스는 135만3000∼149만6000원, 갤럭시S25 울트라는 169만8400∼212만7400원이다. AP 등에서 원가 상승이 우려됐던 것과 달리 전 제품 기준 가격은 전작과 동일하다.새너제이=곽도영 기자 now@donga.com}
KT&G는 16일(현지 시간) 튀르키예 공장 증설식을 개최했다고 20일 밝혔다. 튀르키예 이즈미르주 티레 지역에 있는 현지 공장에서 열린 증설식에는 방경만 KT&G 사장과 부랄 카라귤 티레 지사, 정연두 주튀르키예 대사 등 관계자 50여 명이 참석했다. KT&G 튀르키예 공장은 이번 증설로 기존 대비 약 1.5배 넓어진 연면적 2만5000㎡로 확장되고 최신 생산 설비 2기를 추가 도입한다. 이에 따라 해당 공장은 4기의 궐련담배 생산 설비에서 연간 최대 120억 개비의 담배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KT&G는 “튀르키예 공장이 지속적으로 성장 중인 북아프리카, 중남미 시장 수요에 대응하는 수출 전초기지이자 핵심 생산 거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삼성전자가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사상 처음으로 임원 성과급의 일정 부분을 자사주로 지급한다. 지급 약정 1년 뒤 주가가 떨어지면 실제 지급 주식 수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임원들에 대한 올해 초과이익성과급(OPI)의 일부를 자사주로 지급하기로 하고 이 같은 내용을 17일 사내에 공지했다고 밝혔다. OPI는 연간 경영실적이 목표치를 넘어서면 이듬해 초에 임직원들에게 지급하는 성과급으로, 올해는 이달 24일에 지급될 예정이다. 이번 방침에 따라 상무는 성과급의 50% 이상, 부사장은 70% 이상, 사장은 80% 이상, 등기임원은 100%를 자사주 지급으로 선택해야 한다. 이 주식은 1년 후인 내년 1월 실제 지급되고, 지급받은 주식은 부사장 이하는 지급일로부터 1년간, 사장단은 2년간 매도할 수 없다. 지급 약정일 기준으로 따지면 상무와 부사장은 2년간, 사장단은 3년간 매도가 제한되는 셈이다. 특히 1년 뒤 주가(내년 1월 기준)가 약정 체결 당시보다 떨어질 경우 하락률만큼 지급 주식 수량도 줄어든다. 예컨대 1년 뒤 주가가 10% 하락하면 약정 주식 수량의 90%만 받게 되는 식이다.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해 “임원들의 업무 목표를 더욱 명확히 해서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특히 임원 성과급을 주가와 직접 연계한 것은 영업이익 등 경영 실적 외에도 주가 관리를 강화함으로써 주주 중시 경영을 확대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이 같은 초과이익성과급 주식 보상 제도를 일반 직원에게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다만 직원 대상으로 도입 시에는 주식으로 수령할지를 본인의 선택에 맡기도록 할 방침이다. 또 직원의 경우 주가 하락에 따른 주식 지급 수량 차감도 없다고 삼성전자는 밝혔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2021년 9월 공개된 ‘오징어게임’ 1편이 넷플릭스 역대 최초 1억 가구 시청을 돌파하며 공전의 히트를 쳤을 때 한국은 축제 분위기였다. 전 세계 관광객이 한국을 찾아와 인증샷을 찍고 명동에서 녹색 트레이닝복과 달고나를 사 갔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오징어게임을 계기로 K콘텐츠가 뜨면 방한 관광객이 두 배 늘어난다는 회귀분석 결과를 발표했을 정도였다. 안타깝게도 오징어게임 시즌2는 계엄과 탄핵의 폭풍 속 지난해 12월 26일 공개됐다. 단숨에 글로벌 시청 순위 1위를 석권했지만 넷플릭스만 잔칫상이고 내수 시장은 침통한 분위기다. 이날 한덕수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열린 ‘제9차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선 연간 방한 관광객 최종 예상치를 당초 목표인 1700만 명에 못 미치는 1630만 명으로 낮춰 잡았다. 계엄 사태로 12월 들어 한국을 찾는 발걸음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특히 관광객 유입 비중 1위인 중국에서 정치적 민감도가 높은 만큼 타격이 컸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말연시 시장이 기다렸던 중국인 관광객 소식 대신에 들려오는 건 중국 기업들의 한국 진출 소식이다. 이미 ‘로보락’ 브랜드로 주부들 마음을 빼앗고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1위를 꿰찬 샤오미가 15일 한국 지사 설립 공식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글로벌 전기차 출하량 1위인 BYD도 16일 한국에서 승용차 브랜드를 공식 출범했다. 대학로에는 팬데믹 여파로 2021년 철수했던 중국판 다이소 ‘미니소’가 매장을 다시 열었다. 20여 년 전 13억 인구 시장을 보고 중국에 진출했던 삼성, SK, 현대차, LG를 생각하면 상전벽해가 따로 없다. 미중 갈등이 상시 리스크가 된 이래 우리 기업들의 중국 법인, 중국 공장은 속속 철수 중인데 중국 기업들이 한국에 역진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는 중국의 해외 진출 ‘3차 물결’을 보고 있다. 1차 물결(2001∼2008년)은 하이얼, 화웨이 등 대표 기업을 앞세운 전략적 수출이었다. 2차 물결(2008∼2018년)은 지리-볼보, 하이얼-GE 등 선진 기술을 가진 해외 기업과의 인수합병(M&A) 시도다. 그리고 2018년 이후 현재까지 3차 물결에서 중국은 알리와 테무 같은 소프트 플랫폼으로 자국산 브랜드 영토를 넓히며 한국 시장에까지 스며들고 있다. 문제는 지난한 저성장으로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떠오른 ‘가성비’ 트렌드, 즉 ‘중국산이든 뭐든 쓸 만하기만 하면 된다’는 새로운 흑묘백묘론이 이러한 중국몽과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 찜찜한 건 이제 중국산 제품이 기술력에서도 스마트폰이나 TV 등 산업 전반에서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올라온 사례가 곳곳에서 돌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택 반, 강제 반으로 우리의 새로운 수출 시장이 되어 버린 미국 역시 자국 중심주의 기조로 개척이 녹록지 않은데, 바로 옆 중국이 우리가 그동안 알지 못한 새로운 모습으로 밀고 들어오고 있다. 관련 업계에 물어보면 “중저가 시장 경쟁에 그칠 것” “중국산 거부감이 아직은 크다”는 답변이 돌아오지만, 과연 이 안일함이 우리의 안방, 최후방어선을 조금씩 갉아먹기 시작한 건 아닌지 긴장해야 한다.곽도영 산업1부 기자 now@donga.com}
1971년 이래 그린벨트로 묶여 추가 증설 투자가 가로막혔던 기아 오토랜드 광명 공장이 규제 개선에 따라 증개축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국무조정실이 해당 공장의 지목(地目·토지의 종류)을 ‘대지’에서 ‘공장용지’로 바꾸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15일 대한상공회의소는 기아 오토랜드 광명 공장 규제를 비롯해 국무조정실과 함께 개선을 추진해 온 ‘국민이 선정한 10대 현장규제’ 중 8개가 수용됐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인 기아 오토랜드 광명 공장은 1970년 11월 건설을 시작해 1973년 준공된 국내 최초의 대단위 종합 자동차 공장이다. 건설 도중이던 1971년 도시계획법 개정으로 이 지역이 그린벨트로 지정되면서 54년간 ‘개발제한구역 내 자동차 공장’으로 묶여 있었다. 증개축 시 확장 면적에 대해 부과율(50%)을 곱하는 방식으로 보전 부담금을 산정해 수백억 원의 비용 부담을 안게 된 것이다. 실제 기아는 지난해 9월 오토랜드 광명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준공하면서 110억 원의 보전 부담금을 냈다. 비용 부담이 커지자 기아는 애초에 염두에 두고 있던 생산 규모인 20만 대 수준에서 15만 대 수준으로 시설 투자 수준을 축소했다. 대한상의는 “지목 변경 시 부담금이 6분의 1 수준으로 낮아져 미래산업 경쟁력 확보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무선 업데이트(OTA) 서비스도 법령 정비를 통해 합법화된다. OTA는 기존에 정비소에서만 가능했던 자동차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무선 통신을 이용해 개인이 직접 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앞서 2020년 6월 대한상의 샌드박스지원센터를 통해 임시허가 승인을 받은 이후 전기차 보급과 함께 보편화됐으나 4년 넘도록 법령 정비가 되지 않고 있었다. 고층 건물의 소방관 진입창 설치 기준도 현실화된다. 소방관이 소방 사다리를 통해 진입할 수 있는 높이가 최대 40m 안팎이지만 지금까지는 건축물 높이와 무관하게 11층까지 층마다 소방관 진입창을 설치하도록 했다. 반도체 공장 등이 1개 층고가 약 8m로 일반 건축물(2.8∼3m)보다 훨씬 높다는 지적에 따라 ‘11층 이하 또는 44m 이하’로 복수 기준을 도입했다. 이 외에 △생산관리지역 내 주차장 설치 허용 △외국인 고용허가 평가 기준에 ‘내국인 채용 실적’ 삭제 △저위험 연구실에서 음식물 취식 허용 등 그동안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 여러 규제가 개선될 예정이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앞으로 기업 현장의 규제 해소를 위해 대한상의 규제애로접수센터와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신문고 연계 운영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지속되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발(發) 공급 과잉으로 석유화학 업계의 지난해 성적표가 암울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4사 모두 실적 부진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자율 구조조정으로 대응 방향을 잡으면서 새해에도 업계에 강도 높은 사업 재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 4사 지난해 성적표 일제히 ‘하락세’1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2일 기준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금호석유화학 등 국내 석유화학 4사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 평균)가 전년 동기 대비 모두 감소했거나 적자로 돌아선 것으로 집계됐다. LG화학은 2023년 1조8523억 원이던 연간 영업이익이 지난해 1조2039억 원에 그치면서 35.01% 급락했을 것으로 전망됐다. 같은 기간 롯데케미칼은 ―3477억 원에서 ―7643억 원으로 적자가 커졌을 것으로 예상됐다. 한화솔루션은 6045억 원에서 ―4003억 원으로 연간 적자 전환하고, 금호석유화학도 연간 영업이익이 3590억 원에서 3209억 원으로 10.6%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석유화학 4사의 실적 부진에는 전방 수요 회복 지연에 더해 중국발 공급 과잉이 핵심 원인으로 작용했다. 중국 정부는 2020년부터 석유화학 자급률 제고, 공급망 내재화를 앞세워 대규모 설비 증설에 나섰다. 그 결과 중국의 에틸렌 생산 능력은 2020년 3227만 t에서 지난해(전망) 5440만 t으로 급등하며 이 기간 전 세계 증설 물량의 약 64%를 차지했다. 10여 년 전만 해도 국내 석유화학 업계 수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던 대(對)중국 수출은 2021년부터 감소세가 가팔라지며 2023년엔 36.3% 비중으로 떨어졌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시작된 고유가 환경이 고착화된 것도 석화 업계에는 설상가상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두바이유는 10일 배럴당 78.76달러로 3개월 내 최고치를 찍었다. 유가 고공 행진으로 석유화학의 원료인 나프타 가격은 오르는 반면 수요 부진 속에서 이를 제품 가격에 전가하긴 어렵게 됐다. 석화 업계의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에서 원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값)는 2022년 이래로 통상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t당 300∼350달러 수준을 크게 밑돌아 최근 180달러 안팎 선에 머물고 있다.● 사업부·생산시설 매각 등 새해에도 고강도 구조조정정부는 2028년 공급 과잉 규모가 국내 석유화학 생산 능력의 5배에 달할 것으로 보고 지난달 고부가·친환경 소재에 집중하는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과거 조선업 구조조정과 달리 기업들의 자발적 구조 개편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정부 정책이 정해지면서 업계 연중 구조조정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이달 초 LG화학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편광판 사업부를 약 2800억 원에 중국 화학업체에 매각 완료했다. 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 2공장 매각도 검토 중이다. 이달 8일 열린 화학 업계 신년인사회에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이와 관련해 “전략적 옵션을 다각도로 업계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효성화학도 이달 23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9200억 원에 ‘알짜’ 특수가스 사업을 그룹사인 효성티앤씨에 매각하는 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3월에는 금호석유화학이 라텍스 합작 공장 지분을 중국 업체에 전량 매각했고, 10월에는 롯데케미칼이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법인 청산을 발표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한국보다 앞서 ‘출산율 지키기’ 전쟁에 나섰던 나라가 있다. 바로 옆 이웃 나라, 일본이다. 일본은 민관이 힘을 합쳐 저출산 대응에 적극 나서며 2005년 1.26명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던 출산율을 완만한 상승세로 전환시켰다. 이후 2015년부터 다시 하락세로 접어들긴 했으나 출산율 하한선을 지켜내기 위해 주요 기업들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가장 먼저 바꾼 것은 근무 방식이다. 일본은 보수적인 직장 문화로 잘 알려져 있다. 가정보다 일을 우선하는 직장인들이 많고, 맡은 일이 마무리돼도 팀 동료가 남아 있으면 눈치 보며 퇴근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저출산 우려가 최고조에 이르렀던 2005년 이후 높은 업무 강도로 악명이 높던 주요 대기업들이 나서서 직장 문화 개선을 이끌기 시작했다. 일본의 3대 종합상사인 이토추상사는 2010년 일하는 방식을 개혁하는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아침형 근무 제도를 도입했다. 오후 8시 이후 야근을 금지했고, 오전 일찍 일하는 경우 추가 수당을 지급했다. 2012∼2021년 이토추상사의 사내 출산율은 0.6명에서 1.97명으로 급증하며 출산율 반등 성공 사례로 주목받았다. 일본의 5대 종합건설회사 중 하나인 다이세이건설도 업계 출산율을 견인하고 있다. 2006년 근무 방식 혁신에 착수해 남자 직원도 100% 육아휴직을 쓰도록 의무화했다. 다이세이건설의 합계출산율은 일본 전체 평균(2021년 1.33명)의 두 배에 가까운 2.5명을 기록했고, 여성 임원 비율도 11%를 넘겼다. 주 4일 근무제를 비롯해 다양한 유연근무 실험을 하는 곳들도 생겨났다. 주당 근무 시간만 채우면 육아 등 개인 상황에 따라 요일별로 근무 시간을 다르게 할 수 있다. 전자 대기업 히타치는 하루에 특정 시간은 반드시 일하도록 하는 ‘근무 시간 하한 규정’을 2022년 폐지하고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파나소닉홀딩스도 지주사 및 일부 자회사에 유연근무제를 시범 도입했다. 이처럼 주요 대기업들이 근무 방식 전환에 성공하며 출산율 반등을 이끌자 관련 제도 확대에 나서는 기업도 늘고 있다. 일본 최대 생활용품 업체 가오는 2023년부터 남녀 모두를 대상으로 유급 육아휴가를 신설했다. 어린 자녀가 있는 직원은 열흘간 육아휴직을 반드시 쓰도록 의무화했다. 메이지야스다생명보험은 지난해부터 남성 직원이 배우자의 출산 예정일 8주 전부터 사용이 가능한 ‘아빠 산전휴가’ 제도를 도입했다. 일본 기업들 사이에선 출산 축하금을 지급하는 문화도 확산하고 있다. 게임 기업 고에이는 셋째를 낳은 직원에게 축하금으로 200만 엔(약 1800만 원)을 지급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첫째 축하금은 10만 엔, 둘째는 20만 엔이다. 철도회사인 JR규슈도 첫째 30만 엔, 둘째 40만 엔, 셋째 50만 엔의 출산 축하금을 준다. 육아휴직자의 업무를 분담해야 하는 직장 동료들을 지원하는 곳도 생겨났다. 오키전기공업은 육아휴직자 업무를 지원하는 동료에게 최대 10만 엔을 지급한다. 미쓰이스미토모해상화재보험도 ‘육아휴직 응원수당 제도’를 시범 도입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태양광 전기차 스타트업 앱테라 모터스에 원통형 배터리를 단독 공급한다.LG에너지솔루션은 8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5’에서 앱테라 모터스 및 국내 배터리 팩 제조사 ‘시티엔에스(CTNS)’와 3자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10일 밝혔다.이를 통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부터 2031년까지 7년간 앱테라 모터스에 4.4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원통형 배터리(2170) 제품을 공급하는 한편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새로운 제품군으로 꼽히는 태양광 전기차 생산을 위해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앱테라 모터스가 개발한 태양광 전기차 ‘앱테라(Aptera)’는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 팩을 동시에 적용함으로써 주행거리를 극대화한 새로운 형태의 모빌리티다. 지난해 시험 주행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5만여 대의 선주문을 받아 올해부터 미국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앱테라 모터스에 따르면 이 차량은 1회 충전으로 643㎞ 주행이 가능하다. 하루 동안 태양광 패널만으로도 64㎞ 주행이 가능해 도심 출퇴근용으로도 활용성이 높다. 또 공기 저항을 최소화한 미래지향적 디자인 등으로 차세대 모빌리티의 대표 차량으로 꼽히며 미국 유명 SF 영화에 등장하기도 했다.최근혁 LG에너지솔루션 마케팅 담당은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배터리 산업의 독보적 리더로서 차세대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크리스 앤서니 앱테라 모터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협약은 고객이 기대하는 신뢰성과 성능을 갖춘 태양광 전기 자동차를 시장에 출시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이정표”라며 “뛰어난 전문성을 가진 LG에너지솔루션, CTNS와 지속 가능한 교통의 미래를 위해 함께 일하게 되어 기쁘다”고 밝혔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올해 사업계획 수립 시 현재 수준인 1450∼1500원 범위(9일 오후 3시 30분 현재 1460.5원)로 원-달러 환율을 예측하고 적용한 기업은 10곳 중 1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주요 기업들은 원자재 조달 및 해외투자 비용 증가 등의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9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5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요 대기업의 환율 영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들이 2025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하며 적용한 원-달러 환율은 1350∼1400원 범위가 33.3%로 가장 많았다. 이어 1300∼1350원이 29.6%로 두 번째였다. 주요 대기업 10곳 중 6곳은 올해 사업계획을 짜면서 1300원대 환율을 예상한 것이다. 반면 1400∼1450원 범위의 환율을 적용한 기업은 18.5%였고, 현재 수준인 1450∼1500원 범위로 원-달러 환율을 예측하고 적용한 기업은 11.1%에 불과했다. 탄핵 정국 등으로 실제 환율 흐름이 기업들의 전망치를 크게 벗어나면서 대부분의 기업이 사업계획을 급하게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환율 상승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을 5점 척도로 조사한 결과 ‘원자재 및 부품 조달비용 증가’(3.70점)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해외투자 비용 증가’(3.30점), ‘수입 결제 시 환차손 발생’(3.15점), ‘외화차입금 상환 부담 증가’(2.93점) 순으로 조사됐다. 필요한 정책과제로는 ‘기업에 대한 외환 유동성 지원 확대’(63.0%)와 ‘긴급 시 외환시장 안정 조치 시행’(63.0%)을 가장 많이 꼽았다. 기업 차원의 대응책으로는 74.1%가 ‘생산성 향상을 통한 원가 절감 노력’을 꼽았다. 이어 ‘수입처 다변화 및 저가 대체 공급처 발굴’(37.0%), ‘선물환, 통화스와프 등을 활용한 환헤지 비율 확대’(33.3%) 순으로 응답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불안정한 환율 상승이 자본 유출, 대외 신인도 하락 등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외환시장 안정화와 기업 유동성 지원 확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원자재 조달 및 해외투자 비용 증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025년도 사업계획 수립 시 현재 수준인 1450~1500원 범위로 원-달러 환율을 예측하고 적용한 기업은 10곳 중 1곳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9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5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요 대기업의 환율 영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들이 2025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하며 적용한 원-달러 환율은 1350~1400원 범위가 33.3%로 가장 많았다. 1300~1350원 범위가 29.6%로 두 번째로 많았다. 주요 대기업 10곳 중 6곳이 올해 사업계획에 1300원대 환율을 적용한 셈이다. 현재의 수준인 1450~1500원 범위로 원-달러 환율을 예측하고 적용한 기업은 11.1%에 불과했다. 1400~1450원 범위의 환율을 적용한 기업은 18.5%였다. 기업들은 사업계획 수립 시 적용한 환율과 실제 환율과의 격차가 발생함에 따라 사업계획과 환율 기준을 수정하며 환율 충격을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불가피한 상황이다.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 초 비상계엄 사태로 1430원대까지 오른 뒤, 같은 달 18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2025년 금리인하 횟수를 조정하겠다는 발표가 나오며 1450원을 돌파했다. 이후 27일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표결 직후 1470원을 돌파했고, 현재까지 1450원대 환율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환율상승으로 국내 대기업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5점 척도로 조사한 결과 ‘원자재 및 부품 조달비용 증가’(3.70점)가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혔다. 이어 ‘해외투자 비용증가’(3.30점), ‘수입결제시 환차손 발생’(3.15점), ‘외화차입금 상환부담 증가’(2.93점) 순으로 조사됐다.불안정한 환율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과제로는 ‘기업에 대한 외환 유동성 지원 확대’(63.0%)와 ‘긴급 시 외환시장 안정 조치 시행’(63.0%)을 가장 많이 꼽았다. 기업 차원의 대응책으로는 응답 기업의 74.1%가 ‘생산성 향상을 통한 원가절감 노력’을 꼽았다. 이어 ‘수입선 다변화 및 저가 대체공급처 발굴’(37.0%), ‘선물환, 통화스왑 등을 활용한 환헤지 비율 확대’(33.3%), ‘핵심부품 및 원자재의 국산화 추진’(22.2%) 등으로 답했다.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충격은 컸으나 여진은 비교적 짧았던 반면, 지금의 환율 불안은 경기침체가 누적되어 온 과정에서 국내·외 리스크 충격이 겹친 상황이라 그 여파와 불확실성이 더욱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 “불안정한 환율 상승이 자본 유출, 대외 신인도 하락 등 소위 ‘눈덩이 효과’로 확대되지 않도록 외환시장 안정화와 기업 유동성 지원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이 기회에 우리 경제의 과감한 체질 개선과 구조적 전환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8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지난해 4분기(10∼12월) 잠정 실적에는 3분기(7∼9월)에 이어 또다시 ‘반도체 겨울’ 그림자가 드리웠다. 중국 업체들이 범용 D램을 공격적으로 생산하는 가운데 고대역폭메모리(HBM)로 대표되는 인공지능(AI) 특수를 놓치면서 업계에선 올 상반기(1∼6월)까지 메모리 시장 고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D램 시장 침체 직격탄, 반도체 영업이익 1조 줄어이날 잠정 실적 발표에서 사업부별 세부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증권가는 삼성전자가 반도체(DS)부문에서 4분기 2조 원대 후반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했다. 3분기(3조8600억 원) 대비 1조 원가량 줄어든 숫자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앞서 2023년 반도체 시장 다운사이클(침체기)을 맞아 14조8800억 원의 연간 적자를 냈다. 이후 지난해 1분기(1∼3월) 1조9100억 원, 2분기(4∼6월) 6조4500억 원의 영업이익을 회복하며 ‘반도체 봄’을 기대했으나 3분기 이후 다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반도체 실적 부진의 가장 큰 배경은 삼성전자의 주력인 정보기술(IT) 기기용 D램 시장의 침체다. 연말을 맞아 회복을 기대했던 PC, 스마트폰 시장이 계속 얼어붙으면서 주요 고객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메모리 재고를 줄이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중국 메모리 제조사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푸젠진화(JHICC) 등이 시중 절반 가격으로 범용 D램 물량을 풀어 시장이 공급과잉으로 접어들었다. 지난해 12월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4분기 D램 가격이 3∼8% 하락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8∼13%가량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AI 돌풍을 타고 상승세인 HBM 시장을 놓친 것도 주요 요인이다. 사실상 5세대 HBM인 HBM3E 제품을 독점 공급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4분기 영업이익 8조 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글로벌 D램 3위 기업인 마이크론도 지난해 2월 HBM3E 엔비디아 공급을 공식화했다. 삼성전자는 설계 변경한 HBM3E 12단 제품을 올 상반기, 6세대 HBM4 제품을 올 하반기(7∼12월) 양산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이에 더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부와 반도체 설계를 맡는 시스템LSI사업부의 적자 폭도 전 분기 대비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율 및 고객사 확보에 난항을 겪으면서 두 사업부를 합쳐 4분기 2조 원이 넘는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시장 컨센서스와 차이가 크게 벌어진 데는 파운드리, 시스템LSI의 부진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닥 찍었나’ 삼성전자 주가는 상승 디바이스경험(DX)부문도 세부 실적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약세를 보였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증권가에 따르면 모바일경험(MX)·네트워크사업부에서 2조 원대 초반, 디스플레이 1조 원 안팎, TV·가전 3000억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잠정 300조800억 원으로 2년 만에 300조 원대를 회복했다. 연간 영업이익은 32조7300억 원을 기록했다.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주가는 오히려 오름세를 보였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3.43% 오른 5만73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악재를 다 확인했다는 안도감과 함께 올해 하반기부터는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파운드리는 상반기까지 적자 폭을 크게 줄이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하반기 D램 가격이 반등할 것으로 전망해 1분기를 기점으로 실적 바닥과 업황 반전의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탄핵 정국으로 인해 당분간 경제 한파가 예고된 가운데 ‘반도체 겨울’로 한국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의 실적마저 얼어붙었다. 주력 사업인 메모리 시장이 흔들리면서 새해에도 불확실성이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10∼12월) 연결 기준 잠정 매출 75조 원, 영업이익 6조5000억 원을 냈다고 8일 공시했다. 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전망치 평균)인 7조9700억 원을 1조 원 이상 밑돌았다. 직전 분기 대비 매출은 5.18%, 영업이익은 29.19% 감소했다. 실적 부진에는 주력 사업인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시장 침체 지속과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HBM3E 제품의 엔비디아 공급 지연이 영향을 미쳤다. D램의 주요 공급처인 PC, 스마트폰 시장 회복이 늦어지는 한편 중국발 D램 물량 공세가 확대되며 제품 가격이 최근 급락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D램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6월 2.10달러에서 12월 1.35달러로 수직 낙하했다. 삼성전자는 앞서 3분기(7∼9월)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4분기 중 HBM3E의 엔비디아 공급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결국 납품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이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5’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 HBM과 관련해 “현재 테스트 중이며 성공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언급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