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희

소설희 기자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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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사회일반38%
사건·범죄20%
검찰-법원판결20%
인사일반7%
사고3%
국회3%
미담3%
지방뉴스3%
보건3%
  • “건진법사 공천 뒷돈 현장, 이천수가 목격”

    지방선거 공천을 대가로 1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 씨(65·사진)가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전 씨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각종 이권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수사하고 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9단독 고소영 판사는 7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 씨의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전 씨 측은 “(2018년) 당시 (전 씨가) 정치 활동을 하는 자가 아니었으므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주체가 될 수 없고, 해당 자금도 정치자금으로 볼 수 없다”며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전 씨는 2018년 지방선거 때 경북 영천시장 예비후보였던 A 씨로부터 공천을 대가로 약 1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전 씨는 당시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의 친분을 내세워 돈을 받아 간 것으로 조사됐다. 돈이 오갔던 자리엔 코인업체 관계자 이모 씨(47)와 국가대표 축구선수 출신 이천수 씨(44)도 동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이 오간 자리에 동석했던 인물 중 한 명은 “전 씨가 전화로 공천을 청탁하는 것을 봤는데, 휴대전화 화면에 ‘윤한홍’의 이름이 떠 있었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검찰은 “전 씨가 윤 의원에게 직접 공천을 부탁했고, 윤 의원이 ‘여론조사 1위는 아니지만 진행해 보겠다’며 긍정적으로 답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의원 측은 “전 씨와 돈거래를 한 사실이 없을 뿐 아니라 공천 관련 통화를 한 사실도 없다”며 “피고인들도 오늘 재판에서 (윤 의원에게) 돈을 전달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반박했다. 이날 공판엔 전 씨와 함께 기소된 A 씨도 피고인석에 앉았다. A 씨 측은 전 씨에게 돈을 건넨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유력한 정치인을 많이 알고 있어 영향력을 믿고 공천에 도움을 받기 위해 건넨 것일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 후 전 씨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한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반인에게 그런 것 묻는 거 아니다”라면서도 “대한민국 국민이 다 안타까워하고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전 씨는 2022년 윤 전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활동하고 김건희 여사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에서 고문을 맡기도 했다. 2차 공판은 다음 달 12일 열릴 예정이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조승연 기자 cho@donga.com}

    • 2025-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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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진법사 공천 뒷돈 현장, 동석한 이천수가 목격”

    지방선거 공천을 대가로 1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 씨(65)가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전 씨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각종 이권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수사 중이다.서울남부지법 형사9단독 고소영 판사는 7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 씨의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전 씨 측은 “(2018년) 당시 (전 씨가) 정치 활동을 하는 자가 아니었으므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주체가 될 수 없고, 해당 자금도 정치자금으로 볼 수 없다”며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전 씨는 2018년 지방선거 때 경북 영천시장 예비후보였던 A 씨로부터 공천을 대가로 약 1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전 씨는 당시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의 친분을 내세워 돈을 받아 간 것으로 조사됐다. 돈이 오갔던 자리엔 코인업체 관계자 이모 씨(47)와 국가대표 축구선수 출신 이천수 씨(44)도 동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이 오간 자리에 동석했던 인물 중 한 명은 “전 씨가 전화로 공천을 청탁하는 것을 봤는데, 휴대전화 화면에 ‘윤한홍’의 이름이 떠 있었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검찰은 “전 씨가 윤 의원에게 직접 공천을 부탁했고, 윤 의원이 ‘여론조사 1위는 아니지만 진행해 보겠다’며 긍정적으로 답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의원 측은 “전 씨와 돈 거래를 한 사실이 없을 뿐 아니라 공천 관련 통화를 한 사실도 없다”며 “피고인들도 오늘 재판에서 (윤 의원에게) 돈을 전달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반박했다.이날 공판엔 전 씨와 함께 기소된 A 씨도 피고인석에 앉았다. A 씨 측은 전 씨에게 돈을 건넨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유력한 정치인을 많이 알고 있어 영향력을 믿고 공천에 도움을 받기 위해 건넨 것일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 후 전 씨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한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반인에게 그런 것 묻는 거 아니다”라면서도 “대한민국 국민이 다 안타까워하고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전 씨는 2022년 윤 전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활동하고 김건희 여사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에서 고문을 맡기도 했다. 2차 공판은 다음 달 12일 열릴 예정이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조승연 기자 cho@donga.com}

    • 2025-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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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km밖 밀려온 연기에 속 울렁대고 두통… 산불 꺼져도 고통 계속”

    “연기를 많이 마시는 바람에 목이 아프고 기침이 계속 나요. 산불이 꺼져도 한동안 고통이 계속될 것 같아요.” 28일 경북 영양군 군민회관의 산불 이재민 대피소. KF94(보건용) 마스크를 쓴 김무한 씨(69)는 가슴을 부여잡고 통증을 호소했다. 석보면 요원리에 사는 김 씨 부부는 이날 집으로 돌아가려다가 자욱한 연기와 탄내 탓에 대피소로 돌아왔다. 주불이 진화됐단 소식을 들은 후 김 씨 부부는 “이젠 병원에 가려고 한다”고 했다. 21일부터 이어진 역대급 산불로 경북 전역에 퍼진 ‘산불발(發) 연기’로 고통을 호소하는 주민이 급증했다. 8일 만에 주불이 꺼졌지만, 연기와 미세먼지가 여전하고 장시간 연기를 맡은 주민들이 상당한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의료 지원 등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불에 담긴 초미세먼지, WHO 기준 32배 산불 연기를 연일 맡은 이재민들은 “가슴 통증과 두통 등이 수일째 계속된다”고 하소연했다. 27일 오후 경북 영덕군 영덕국민체육센터 대피소에서 만난 이기원 씨(66)는 “연기를 너무 많이 마셔 후유증이 있다”며 “밖으로만 나가면 속이 울렁거리면서 목도 매캐해지고 머리가 아주 아프다”고 말했다. 영덕군 지품면 주민 권모 씨(80)도 “목이 계속 칼칼하고 목에 가시 같은 게 걸린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다”며 연신 기침을 했다. 실제 경북 지역 일대는 산불 연기로 가득 차 연일 미세먼지 농도가 급증했다. 연기 속에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초미세먼지(PM 2.5)도 대량으로 포함돼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발간한 ‘산불 제대로 알기’ 등의 자료에 따르면 연기에 담긴 초미세먼지 농도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인 연평균 ㎥당 5μg(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 1일 평균 ㎥당 15μg의 32배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산불 연기에는 발암성 물질로 천식을 유발하는 벤젠과 포름알데히드 등도 들어 있다. 산림 당국 관계자는 “산불 연기 속 유해물질에 노출돼 질식하는 사례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노약자나 어린이에게 치명적이므로 노출을 최소화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일부 지역에 27일 밤부터 단비가 내렸지만 공기 질은 여전히 좋지 않은 상태다. 28일 오후 한때 영덕, 영양, 청송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당 40∼53μg으로 나타나는 등 연일 ‘나쁨’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산림 당국이 경북 산불의 주불 진화를 선언했던 오후 5시경에도 청송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당 45μg으로 ‘나쁨’ 상태였다. 이날 안동과 청송 지역의 초미세먼지 최고 농도는 ㎥당 500μg을 웃돌기도 했다.● 먼 마을까지 확산된 연기… “마스크 꼭 써야” 산불 연기는 산불이 발생한 산간 지역뿐만 아니라 산불이 나지 않은 마을이나 먼 도시까지 확산된다. 경북 영양군 일월면에 거주하는 김은희 씨(54)는 “화재 피해가 심한 석보면과는 20km나 떨어져 있는데도 우리 동네 전체가 연기로 뿌옇게 덮여 있는 상태”라며 “집 안에만 있어도 탄내가 너무 심하게 나 고통스럽다”고 호소했다. 산불로 인한 극초미세먼지(PM 1.0)는 주거 지역에 더 오래 머무르며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국립산림과학원이 2022년 3월 강원 강릉시 옥계면 산불 발생 후 강릉 시내의 대기오염 물질 이동 양상을 분석한 결과 극초미세먼지 농도는 ㎥당 35.7μg으로 산불 발생 직전보다 50% 높았으며 ㎥당 최대 234.5μg까지 측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산불이 꺼졌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유해 물질이 지속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만큼 KF94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큰불이 잡혔더라도 외출 시 KF94 방역 마스크를 써야 안전하다”며 “지자체 차원에서 이재민에게 마스크를 지급하고 착용하도록 적극 권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기석 전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연기를 들이마셨을 경우 물을 자주 섭취하고 검은 가래를 뱉어내는 등 먼지가 빠져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영양=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영덕=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 2025-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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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mm 보슬비 덕에 축구장 6만여개 태운 산불 잡아… ‘잔불’ 감시

    산림당국은 27일 밤부터 살짝 내린 ‘봄비’가 역대급 산불을 잡아내는 원동력이 됐다고 분석했다. 얕은 보슬비였지만 산불의 확산을 막고, 진화 헬기를 방해하던 연무까지 걷어내면서 ‘골든타임’을 부여한 것이다. 이번 산불로 축구장 6만3245개 면적인 4만5157ha(산불영향구역)가 불에 탔고, 경남 산청 등의 산불까지 포함하면 주민 등 27명과 헬기 조종사 1명 등 28명이 사망했다. 산림 당국은 긴장을 놓지 않고 잔불 정리 및 뒷불 감시 체제로 전환해 완진한다는 방침이다.● 얕게 내린 봄비가 ‘골든타임’ 줬다산불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북 영양군 석보면 화매리에 27일 오후부터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더니 부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산불 이후 내린 첫 비였다. 강수량이 많지 않은 보슬비였지만 잿더미 속에서 피어오르던 연기는 조금씩 사그러드는 모습이었다. 다음 날 경북 영양군 영양읍에선 새벽 사이 내린 비로 운동장 바닥 등이 젖어 있었다. 특히 의성군 일대는 최근 며칠 중 가장 차갑고 신선한 공기가 감돌았다. 기온도 10도 가까이 떨어져 자원봉사자 등의 옷차림도 전날보다 두꺼워진 모습이었다. 기상청 등에 따르면 27일과 28일 새벽 의성 등 산불이 확산하던 5개 시군에 1∼3mm의 비가 내렸다. 산불을 완전히 제압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비로 인해 습도가 높아지면서 빠르게 확장하던 산불이 진정세를 보였다. 화력이 약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비와 낮아진 기온은 헬기를 막던 연무를 걷어내며 조종사의 시야 확보에도 도움을 줬다. 골든타임이 오자 전날 63%에 머물던 5개 시군의 진화율은 28일 오전 85%까지 급증했고, 오후 5시 산림청은 주불 진화를 선언했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산불 발생 7일 차인데 진화 헬기 투입이 원활하게 된 것은 오늘이 처음”이라며 “(비로 인해) 기상 여건도 좋았고, 지상 인력 진화도 수월해져 진화율도 빠르게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진화 소식을 들은 주민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하지만 불이 꺼져도 돌아갈 집이 없다는 생각에 이내 망연자실했다. 대피소에서 만난 신두리 씨(90)는 “한동안 멍해 있었는데 요근래 가장 반가운 소식”이라면서도 “6·25 때도 그대로 있었던 집이 불에 타버렸다. 앞으로 어떻게 사나”라며 다시 울먹였다. 집과 염소를 잃은 송선구 씨(71)는 “불이 꺼졌으니 큰 산은 하나 넘었지만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걱정 시작이다”고 말했다. 경북경찰청은 실화자로 지목된 50대 남성을 입건해 조사할 계획이다. 이 남성은 괴산리 발화 지점에서 성묘하던 중 산불을 낸 혐의를 받고 있다.● 산청 산불은 아직도… “진화-확산 반복” 전문가들은 “아직 모든 상황이 끝난 건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잔불 정리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산불이 완전히 진화되려면 짧게는 2∼3일, 길게는 5∼6일이 걸린다. 주불이 진화됐더라도 돌풍이 불면 잔불이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국은 잔불 관리를 위해 산림청 진화 헬기와 지자체 임차 헬기 등 2∼5대가량을 시군별로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21일부터 시작된 경남 산청군 산불도 아직 진화되지 않았다. 28일 오후 8시 진화율은 96%까지 올라갔지만 강해진 바람에 주불 진화에는 실패했다. 산림 피해 면적은 약 1800ha로, 총 화선 71km 중 남은 2.5km 구간에 대한 집중 진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산청 산불 불길은 지리산국립공원까지 넘어가 80ha의 피해를 입혔고 천왕봉 4.5km까지 접근했다. 산림 당국은 헬기 43대를 지리산국립공원 구역에 집중 투입해 진화 작업을 한 데 이어 야간에는 특수진화대 등 1030여 명을 투입해 야간 진화에 나섰다. 주한미군 CH-47(치누크) 헬기 1대와 블랙호크 3대가 이날 투입됐다. 임 청장은 “지리산 입구 지역의 경사가 가파르고 인력이 접근하기 어려워 돌풍에 따라서 확산과 진화가 반복적으로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의성=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산청=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영덕=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영양=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 2025-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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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휠체어 타는 어르신 환자, 산불 대피시간 10배 더 걸려”

    “어르신들의 경우엔 휠체어를 타거나 와상 환자가 많아 대피 차량 탑승까지 걸리는 시간이 일반인들의 10배 이상이에요. 이번 산불을 계기로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경북 영덕의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2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숨을 푹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요양시설 어르신들은 휠체어나 침대에 누워 계시다 보니 대피 차량도 한 사람당 하나씩 필요하다”면서 “이동 시에도 요양보호사나 도우미도 각각 필요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경북 지역 곳곳을 불태웠던 산불이 28일 149시간 만에 진화됐다. 이번 산불로 노인과 장애인 등 신속한 대피가 어려운 ‘재난약자시설’의 안전 취약점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북 영덕군의 한 요양병원에 있다가 산불에 사망한 3명 역시 모두 거동이 불편한 80대였다. 경북 의성군의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화재 발생 시 다른 곳으로 어르신들을 신속히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다치거나 건강이 악화될 수 있어 무작정 대피를 시키는 것도 걱정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요양원뿐만 아니라 노인복지센터와 장애인 시설도 산불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런 시설에는 젊은 직원들이 별로 없고, 요양보호사들은 대부분 60대 이상이어서 입소자들을 신속히 대피시키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의성군의 한 장애인시설 관계자는 “화재 등 돌발 상황 시 발달장애인들이 일사불란하게 이동하기는 힘들다”며 “대피 훈련을 할 때도 장난처럼 받아들여 통제에 어려움을 겪는데, 실제 화재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요양병원 등 시설이 산속 깊이 있는 경우가 많은 만큼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자체 화재 진압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채진 목원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거동이 어려운 환자들을 1층에만 배치하면 신속한 대피가 가능하다”며 “옥외 소화전을 의무적으로 두도록 해 화재 발생 시 자체적으로라도 신속하게 대처하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산림청도 이번 산불에서 확인된 재난약자시설의 취약점을 적극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통상 조경 때문에 요양시설에 나무를 심는 경우가 많은데 불에 잘 타는 소나무, 침엽수 대신 키가 작고 불에 잘 안 타는 나무를 심도록 안내 중”이라며 “또 화재 발생 시 소방차 도착 전까지 어느 정도 불을 진압할 수 있게끔 건물 상단에 스프링클러 등을 설치하는 등 장비를 확충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도 요양병원 등에 대해 24시간 상황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산불 발생 시 입소자들을 선제적으로 대피시키기로 했다.영덕=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안동=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 2025-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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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악 산불 149시간만에, 큰 불길 잡혔다

    22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해 동해안 해변까지 번진 역대 최악의 산불이 28일 가까스로 진화됐다. 이번 산불은 149시간 35분 동안 서울 면적의 75%를 태우며 역대 가장 큰 피해를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잔불 정리와 조사가 끝나면 피해 면적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산림청은 28일 오후 5시 경북 산불의 주불이 진화됐다고 밝혔다. 22일 오전 11시 25분경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의 한 묘소에서 성묘객 실화로 발생한 화마(火魔)는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5개 지역에서 7일째 확산하며 4만5157ha(산불영향구역)를 삼켰다. 서울의 74.6%, 여의도의 156배, 축구장 6만3245개 면적으로, 기존 역대 최대 피해로 기록됐던 2000년 동해안 산불(2만3794ha)의 2배 규모다. 산림청은 잔불 정리 등 진화 작업을 마친 뒤 정확한 면적을 산출하면 피해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산불은 인명 및 재산 피해도 막대했다. 화마가 주민들을 덮치며 경북 5개 시군에서 24명이 숨지는 등 총 28명이 사망했고, 3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주택 등 시설 4646곳이 잿더미로 변해 이재민 3만6674여 명이 발생했다. 현재도 대피소에 있는 이재민은 경남 산청, 하동 등을 포함해 8078명에 달한다. 의성의 천년 고찰인 고운사와 운람사가 불에 탔고, 청송 주왕산국립공원도 1000ha가 훼손됐다.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주왕산 천년 고찰인 대전사에 불길이 근접해 오며 위험한 상황이 이어지기도 했다. 산불 진화의 주역은 봄비였다. 27일 오후부터 시작된 비는 밤사이 5개 시군에 1∼3mm의 물을 뿌렸다. 산림청 관계자는 “강우량은 적었지만 산림을 적신 비가 불똥이 날아가 번지는 ‘비산화’ 위험을 낮춰줬다”고 했다. 전날보다 10도 이상 떨어진 기온도 연무를 제거해줘 진화 헬기의 정밀 분사를 돕기도 했다. 산림당국은 이 같은 조건을 발판 삼아 전날 오후 6시 기준 63.2%에 머물렀던 진화율을 28일 낮 94%까지 끌어올렸고 주불 진화까지 성공했다. 산림당국은 “불씨가 다시 오르지 않도록 잔불까지 모두 제거하겠다는 방침”이라며 “21일 시작된 산청 산불 진화율도 96%로, 주불 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의성=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의성=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영덕=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 2025-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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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슬비가 ‘골든타임’ 선사…습도 높아져 산불 확산 멈췄다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돼 안동, 영양, 청송, 영덕을 덮치며 사상 최악의 피해를 낸 산불이 149시간 35분만에 진화됐다. 산림당국은 27일 밤부터 살짝 내린 ‘봄비’가 역대급 산불을 잡아내는 원동력이 됐다고 분석했다. 얕은 보슬비였지만 산불의 확산을 막고, 진화 헬기를 방해하던 연무까지 걷어내면서 ‘골든타임’을 부여한 것이다.이번 산불로 축구장 6만3245개 면적인 4만5157ha(산불영향구역)가 불에 탔고, 경남 산청 등의 산불까지 포함하면 주민 등 27명과 헬기 조종사 1명 등 28명이 사망했다. 산림 당국은 긴장을 놓지 않고 잔불 정리 및 뒷불 감시 체제로 전환해 완진한다는 방침이다.● 얕게 내린 봄비가 ‘골든타임’ 줬다산불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북 영양군 석보면 화매리에 27일 오후부터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더니 부슬비가 내리기 사작했다. 산불 이후 내린 첫 비였다. 강수량이 많지 않은 보슬비였지만 잿더미 속에서 피어오르던 연기는 조금씩 사그러드는 모습이었다.다음 날 경북 영양군 영양읍에선 새벽 사이 내린 비로 운동장 바닥 등이 젖어 있었다. 특히 의성군 일대는 최근 며칠 중 가장 차갑고 신선한 공기가 감돌았다. 기온도 10도 가까이 떨어져 자원봉사자 등의 옷차림도 전날보다 두꺼워진 모습이었다.기상청 등에 따르면 27일과 28일 새벽 의성 등 산불이 확산하던 5개 시군에 1~3mm의 비가 내렸다. 산불을 완전히 제압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비로 인해 습도가 높아지면서 빠르게 확장하던 산불이 진정세를 보였다. 화력이 약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비와 낮아진 기온은 헬기를 막던 연무를 걷어내며 조종사의 시야 확보에도 도움을 줬다.골든타임이 오자 전날 63%에 머물던 5개 시군의 진화율은 28일 오전 85%까지 급증했고, 오후 5시 산림청은 주불 진화를 선언했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산불 발생 7일 차인데 진화헬기 투입이 원활하게 된 것은 오늘이 처음”이라며 “(비로 인해) 기상 여건도 좋았고, 지상 인력 진화도 수월해져 진화율도 빠르게 올라갔다”고 설명했다.진화 소식을 들은 주민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하지만 불이 꺼져도 돌아갈 집이 없다는 생각에 이내 망연자실했다. 대피소에서 만난 신두리 씨(90)는 “한동안 멍해 있었는데 요근래 가장 반가운 소식”이라면서도 “6·25 때도 그대로 있었던 집이 불에 타버렸다. 앞으로 어떻게 사나”라며 다시 울먹였다. 집과 염소를 잃은 송선구 씨(71)는 “불이 꺼졌으니 큰 산은 하나 넘었지만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걱정 시작이다”고 말했다. 경북경찰청은 실화자로 지목된 50대 남성을 입건해 조사할 계획이다. 이 남성은 괴산리 발화 지점에서 성묘하던 중 산불을 낸 혐의를 받고 있다.● 산청 산불은 아직도…“진화-확산 반복”전문가들은 “아직 모든 상황이 끝난 건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잔불 정리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산불이 완전히 진화되려면 짧게는 2~3일, 길게는 5~6일이 걸린다. 주불이 진화됐더라도 돌풍이 불면 잔불이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국은 잔불 관리를 위해 산림청 진화 헬기와 지자체 임차 헬기 등 2~5대가량을 시군별로 투입한다는 계획이다.21일부터 시작된 경남 산청군 산불도 아직 진화되지 않았다. 오후 8시 진화율 96%까지 올라갔지만 강해진 바람에 주불 진화는 실패했다. 산림 피해 면적은 약 1800ha로, 총 화선 71km 중 남은 2.5km 구간에 대한 집중 진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산청 산불 불길은 지리산국립공원까지 넘어가 80ha의 피해를 입혔고 천왕봉 4.5km까지 접근했다.산림 당국은 헬기 43대를 지리산국립공원 구역에 집중 투입해 진화 작업을 한 데 이어 야간에는 특수진화대 등 1030여 명을 투입해 야간 진화에 나섰다. 주한미군 CH-47(치누크) 헬기 1대와 블랙호크 3대가 이날 투입됐다. 임 청장은 “지리산 입구 지역의 경사가 가파르고 인력이 접근하기 어려워 돌풍에 따라서 확산과 진화가 반복적으로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의성=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산청=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영덕=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영양=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 2025-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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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불 연기는 유해물질 범벅…떨어져 있어도 마스크 꼭 써야

    “연기를 많이 마시는 바람에 목이 아프고 기침이 계속 나요. 산불이 꺼져도 한동안 고통이 계속 될거 같아요.”28일 오후 경북 영양군 군민회관의 산불 이재민 대피소. KF94(보건용) 마스크를 쓴 김무한 씨(69)는 가슴을 부여잡고 통증을 호소했다. 석보면 요원리에 사는 김 씨 부부는 이날 집으로 돌아가려다 자욱한 연기와 탄내 탓에 대피소로 돌아왔다. 주불이 진화됐단 소식을 들은 후 김 씨 부부는 “이젠 병원에 가려고 한다”고 했다.21일부터 이어진 역대급 산불로 경북 전역에 퍼진 ‘산불발(發) 연기’로 고통을 호소하는 주민이 급증했다. 8일 만에 주불이 꺼졌지만, 연기와 미세먼지가 여전하고 장시간 연기를 맡은 주민들이 상당한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의료 지원 등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불에 담긴 초미세먼지, WHO 기준 32배산불 연기를 연일 맡은 이재민들은 “가슴 통증과 두통 등을 수일째 계속된다”고 하소연했다. 27일 오후 경북 영덕군 영덕국민체육센터 대피소에서 만난 이기원 씨(66)는 “연기를 너무 많이 마셔 후유증이 있다”며 “밖으로만 나가면 속이 울렁거리면서 목도 매캐해지고 머리가 아주 아프다”고 말했다. 영덕군 지품면 주민 권모 씨(80)도 “목이 계속 칼칼하고 목에 가시 같은 게 걸린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다”며 연신 기침을 했다.실제 경북 지역 일대는 산불 연기로 가득차면서 연일 미세먼지 농도가 급증했다. 연기 속에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초미세먼지(PM 2.5)도 대량으로 포함돼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발간한 ‘산불 제대로 알기’ 등의 자료에 따르면 연기에 담긴 초미세먼지 농도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인 연평균 ㎥당 5㎍(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 1일 평균 ㎥당 15㎍)의 32배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산불 연기에는 발암성 물질로 천식을 유발하는 벤젠과 포름알데히드 등도 들어있다. 산림 당국 관계자는 “산불 연기 속 유해물질에 노출돼 질식하는 사례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노약자나 어린이에게 치명적이므로 노출을 최소화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일부 지역에 27일 밤부터 단비가 내렸지만 공기 질은 여전히 좋지 않은 상태다. 28일 오후 한때 영덕, 영양, 청송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당 40~53㎍으로 나타나는 등 연일 ‘나쁨’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산림당국이 경북 산불의 주불 진화를 선언했던 오후 5시경에도 청송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당 45㎍으로 ‘나쁨’ 상태였다. 이날 안동과 청송 지역의 초미세먼지 최고 농도는 ㎥ 500㎍을 웃돌기도 했다.● 먼 마을까지 확산된 연기… “마스크 꼭 써야”산불 연기는 산불이 발생한 산간 지역뿐만 아니라 산불이 나지 않은 마을이나 먼 도시까지 확산된다. 경북 영양군 일월면에 거주 중인 김은희 씨(54)는 “화재 피해가 심한 석보면과는 20km나 떨어져 있는데도 우리 동네 전체가 연기로 뿌옇게 덮여 있는 상태”라며 “집 안에만 있어도 탄내가 너무 심하게 나 고통스럽다”고 호소했다. 28일 오전 경북 영양군 영양읍에서 만난 주민 이모 씨(62)도 “며칠 동안 마스크를 낀 채 생활하고 있다”며 “그래도 목이 칼칼하게 아프고 머리도 띵하다”며 불편을 호소했다.산불로 인한 극초미세먼지(PM 1.0)는 주거 지역에 더 오래 머무르며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국립산림과학원이 2022년 3월 강원 강릉시 옥계면 산불 발생 후 강릉 시내의 대기오염 물질 이동 양상을 분석한 결과 극초미세먼지 농도는 ㎥당 35.7㎍으로 산불 발생 직전보다 50% 높았으며 ㎥당 최대 234.5㎍까지 측정된 것으로 나타났다.전문가들은 산불이 꺼졌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유해 물질이 지속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만큼 KF94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큰불이 잡혔더라도 외출 시 KF94 방역 마스크를 써야 안전하다”며 “지자체 차원에서 이재민에게 마스크를 지급하고 착용하도록 적극 권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기석 전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연기를 들이마셨을 경우 물을 자주 섭취하고 검은 가래를 뱉어내는 등 먼지가 빠져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심한 기침 등의 증상이 있다면 병원에서 기침을 멎게 하는 진해제나 가래를 제거하는 거담제 등을 처방받아야 한다”고 했다. 영양=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영덕=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 2025-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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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난문자 127건 쏟아졌지만… 고령 노인들 “온줄도 몰랐다”

    “귀가 많이 어두워 재난문자 오는 소리를 못 들으세요. 젊은 사람들이나 신경 써서 보는 거지. 나이 든 사람들한테는 그게 들리겠어요, 어디.” 경북 영덕 산불로 어머니를 잃은 김모 씨(65)는 27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울먹였다. 27일에도 화재 지역에서는 재난문자가 계속 들어오고 있지만 고령층에게는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산불을 피해 대피한 노인들은 “대부분 문자가 아닌 주변 친구나 가족, 이장의 도움으로 산불이 난 걸 알았다”며 “사람들이 달려와 알려줘서 덕분에 대피했지, 문자 보고 대피한 노인들은 거의 없다”고 했다.● 노인들 휴대전화에 ‘미확인 재난문자’ 가득행정안전부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따르면 이달 22일부터 27일 오후 7시까지 행안부, 각 시도 등이 발송한 재난문자 중 206건이 경북 안동, 영양, 영덕, 청송 대상이었다. 모두 산불 사망자가 발생한 지역이다. 재난문자 건수는 안동 127건, 영양 26건, 영덕 23건, 청송 30건이었다. 취재팀이 대피소 등에서 만난 고령층은 대부분 재난문자를 확인하지 못했거나 일부는 아예 문자가 오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눈이 어두워 휴대전화를 아예 안 쓰는 노인들도 있었다. 디지털 소외계층인 셈이다. 경북 영양 대피소에 머물고 있는 김모 씨(86)의 휴대전화에는 재난문자 50여 개가 미확인 상태로 들어와 있었다. 김 씨는 재난문자가 왔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이웃들이 대피하라고 알려줘서 대피소에 올 수 있었다. 그는 “우리는 휴대전화 잘 못 쓴다. 아들이 전화하면 받는 정도”라고 했다. 오모 씨(82)의 휴대전화에도 20개 넘는 재난문자가 미확인 상태로 쌓여 있었다. 오 씨 역시 동장이 전화를 걸어 “대피하라”고 말을 해준 덕분에 산불을 피할 수 있었다. 오 씨는 “휴대전화를 볼 줄도 모른다”고 말했다. 영양 산불로 누나 등 가족 3명을 잃은 우모 씨는 “(가족이) 모두 60대다. 휴대전화 가지고는 (대피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 김모 씨(83)는 “자식들이 휴대전화를 사주긴 했는데 문자를 볼 줄도 모른다”고 했다. 그는 이장과 친척들이 대피하라고 연락을 해 준 덕분에 목숨을 구했다. 경북 영덕 대피소에서 만난 80대 권모 씨는 휴대전화가 아예 없는 탓에 TV 뉴스를 보고 나서야 산불이 발생한 사실을 알았다. 권 씨는 산불이 집 코앞까지 번진지도 몰랐다가 동네 이장이 급히 대피소로 가야 한다고 알려줘서 함께 차를 타고 왔다고 한다. 권 씨는 “노인들이 휴대전화가 왜 필요하나. 할 말은 집전화로 한다”며 “문자고 뭐고 눈도 잘 안 보이는데 그걸 어떻게 들여다보나”라고 말했다.● 3G 폰 이용자 52만 명, 재난문자 못 받아일부 노인들은 구형 휴대전화에 해당하는 ‘3세대(3G) 폰’을 여전히 쓰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 중 3G 서비스 가입자는 1%가 채 안 되는데 대부분 고령층이다. 문제는 3G폰은 기술적인 문제로 재난문자를 수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안전디딤돌’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면 재난 정보를 긴급문자처럼 받을 수 있지만, 앱 설치가 안 되는 3G 폰은 이마저도 이용할 수 없다. 2013년 이전에 출시된 4세대(LTE) 휴대전화 역시 재난문자를 받을 수 없다. 산불 피해지 중 한 곳인 영양군 석보면에서 만난 김모 씨(84) 역시 휴대전화가 구형인 탓에 재난문자를 받지 못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유무선통신서비스 가입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 3G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52만8335명으로 전체 가입자(5693만 명)의 1%가 안 된다. 하지만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고령층은 여전히 3G 휴대전화 사용 빈도가 높다. 현재 3G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 중인 SK텔레콤, KT의 ‘만 65세 이상 노인 전용 요금제’ 중 3G 서비스는 각각 월 9900원, 9680원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60대 이상 고령층은 비교적 3G를 많이 이용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는 “3G 이용자 중 고령층의 비율이 높다. 어르신들은 사용하는 기계도 구형이 많고, 요금제도 3G 요금제를 많이 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령층에게 재난 사실을 빠르게 전파할 수 있는 대안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술에 소외된 계층이기 때문에 결국은 지방 공무원 등 사람이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고령층 등 통신 기기 이용이 미숙한 분들은 재난문자에 익숙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정보를 시시각각 확인하면서 대처할 수 있어야 했는데, 결과적으로 대피에 실패했으니 재난문자 시스템에 부족한 점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자체 관계자와 고령자를 1 대 1로 매칭해서 대피명령이 떨어졌을 때 직접 전화를 거는 등 필요한 정보를 직접 알려드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영양=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영덕=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영양=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 2025-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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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주전 다시 고향 모셔온 100세 어머니, 산불에 가실줄이야”

    “100세 어머니를 영덕으로 다시 모셔 온 지 3주밖에 안 됐는데 이렇게 가실 줄은 몰랐습니다. 한이 맺혀요.” 27일 오전 경북 영덕군 영덕읍의 한 장례식장. 어머니 이모 씨(100)의 빈소를 지키던 막내아들 김모 씨(65)가 눈시울을 훔치며 말했다. 김 씨는 8개월 전 어머니를 자신이 사는 부산으로 모셨지만, 3주 전 어머니는 “답답하다”며 원래 살던 영덕읍 석리로 다시 돌아갔다. 어머니는 26일 산불이 마을을 덮칠 때 대피하지 못했고 그날 오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13년 경력 진화대원, 귀가 도중 참변 이번 산불에 어머니를 잃은 김 씨는 “어머니는 조그마한 먹을 거 하나도 동네분들께 다 나눠주던 다정한 분이셨다”며 “사망 당일 아침에도 집사람과 ‘누룽지를 맛있게 끓여 먹었다’며 통화를 했는데 이렇게 돌아가실 줄은 전혀 몰랐다”고 애통해했다. 생전 이 씨는 80세까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농사일을 나갈 정도로 정정했다고 한다. 석리 마을 주민 상당수는 산불을 피해 해안가 방파제로 대피했지만, 일찍 잠자리에 들었던 이 씨는 재난 문자 알림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이날 차려진 빈소에서 이 씨의 자녀들은 “불쌍한 우리 엄마, 얼마나 무섭고 뜨거웠을까”라며 엎드려 통곡했다.22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6일째 영남 지역 곳곳으로 확산하고 있다. 산불로 가족을 잃은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도 이어지고 있다. 경북 영덕 매정리에선 산불 진화 작업을 하고 귀가하던 신모 씨(69)가 숨진 채 발견됐다. 산불예방진화대원으로 13년간 근무한 신 씨는 25일 오전 경북 의성군 산불 진압에 자원했다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사망했다. 신 씨는 25일 오후 8시 반경 아내와 “(집에) 다 왔다, 이제 집으로 간다”는 통화를 끝으로 휴대전화 전원이 꺼졌고, 이틀 뒤인 27일 오전 11시 반경 본인의 차에서 1m 떨어진 인도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의용소방대원인 신 씨의 큰아들(47)은 “아버지는 가족밖에 모르고, 10원 하나 허투루 쓰지 않던, 매사에 성실하던 분”이라며 “남동생이 내년 봄에 결혼하는데 이렇게 가셔서 너무 허망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신 씨의 큰아들 역시 25일 영덕에서 산불을 진압하느라 아버지와 통화를 하지 못했다고 한다. 같은 지역에선 80대 노부부가 대피 도중 참변을 당했다. 26일 오후 영덕군의 한 장례식장에서 만난 큰아들 이모 씨(60)는 “25일 오후 8시 40분경 부모님이 조카와 통화하면서 ‘불은 안 보이는데 연기가 꽉 찼다’고 하셨다고 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 씨는 “당연히 대피하셨을거라 생각해서 대피소를 다 뒤지고, 주무시는 어르신들 얼굴에 불빛을 비춰가면서 부모님인지를 확인했다”며 “다시 집에 가보니 부모님이 누워계셨고 움직이질 않으셨다”고 말했다.● “아직 아빠 엄마랑 하고 싶은 게 많은데….”이번 산불로 사망한 경북 영양군 석보면 삼의리의 권모 이장(64)과 부인 우모 씨(59)의 딸 권모 씨(38)는 26일 빈소에서 “아직 아빠 엄마랑 같이 하고 싶은 게 많은데 이렇게 떠나다니 황망하다”고 통곡했다. 권 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아빠와 떨어져 대구로 ‘지역 유학’을 갔다. 부부는 딸의 학업을 위해 대구에 집을 마련해 줄 만큼 딸에게 정성을 쏟는 부모였다고 한다. 권 씨는 “거의 한평생을 엄마 아빠랑 떨어져 살아 그리움이 컸는데 앞으로 이 그리움을 어떻게 하냐”며 “동생이 아버지에게 선물해 드린 차를 보니 500km밖에 못 탔다. 사고 나지 말라고 같이 고사를 지낸 게 마지막 (모습)이었다”고 오열했다. 권 씨의 외삼촌 역시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누나를 구하러 갔지만 여기로 가면 저기 도로로 가라고 하고, 또 그곳으로 가면 다른 도로로 가라고 하는 바람에 누나를 구하지 못했다”며 “통제가 잘됐다면 누나를 구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산불 희생자들을 위한 합동분향소는 경북 청송군 보건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분향소에는 국화 수십 송이와 산불로 희생된 이들의 명패가 차례로 놓여 있었다. 이날 합동분향소엔 윤경희 청송군수와 경북 청송경찰서장 등이 방문해 고인들에 대한 조의를 표했다.영덕=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영덕=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영양=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청송=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 2025-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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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 줄도 몰랐다”…고령층엔 무용지물인 재난문자

    “귀가 많이 어두워 재난문자 오는 소리를 못 들으세요. 젊은 사람들이나 신경써서 보는거지. 나이든 사람들한테는 그게 들리겠어요, 어디.”경북 영덕 산불로 어머니를 잃은 김모 씨(65)는 27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울먹였다. 27일에도 화재 지역에서는 재난문자가 계속 들어오고 있지만 고령층에게는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산불을 피해 대피한 노인들은 “대부분 문자가 아닌 주변 친구나 가족, 이장의 도움으로 산불이 난 걸 알았다”며 “사람들이 달려와 알려줘서 덕분에 대피했지, 문자 보고 대피한 노인들은 거의 없다”고 했다.●노인들 휴대전화에 ‘미확인 재난문자’ 가득행정안전부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따르면 이달 22일부터 27일 오후 7시까지 행정안전부, 각 시도 등이 발송한 재난문자 중 206건이 경북 안동, 영양, 영덕, 청송 대상이이었다. 모두 산불 사망자가 발생한 지역이다. 재난문자 건수는 안동 127건, 영양 26건, 영덕 23건, 청송 30건이었다.취재팀이 대피소 등에서 만난 고령층은 대부분 재난문자를 확인하지 못했거나 일부는 아예 문자가 오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눈이 어두워 휴대전화를 아예 안 쓰는 노인들도 있었다. 디지털 소외계층인 셈이다. 경북 영양 대피소에 머물고 있는 김모 씨(86)의 휴대전화에는 재난문자 50여 개가 미확인 상태로 들어와 있었다. 김 씨는 재난문자가 왔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이웃들이 대피하라고 알려줘서 대피소에 올 수 있었다. 그는 “우리는 휴대전화 잘 못 쓴다. 아들이 전화하면 받는 정도”라고 했다.오모 씨(82)의 휴대전화에도 20여 개 넘는 재난문자가 미확인 상태로 쌓여 있었다. 오 씨 역시 동장이 전화를 걸어 “대피하라”고 말을 해준 덕분에 산불을 피할 수 있었다. 오 씨는 “휴대전화를 볼 줄도 모른다”고 말했다. 영양 산불로 누나 등 가족 3명을 잃은 우모 씨는 “(가족이) 모두 60대다. 휴대전화 가지고는 (대피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 김모 씨(83)는 “자식들이 휴대전화를 사주긴 했는데 문자를 볼 줄도 모른다”고 했다. 그는 이장과 친척들이 대피하라고 연락을 해 준 덕분에 목숨을 구했다.경북 영덕 대피소에서 만난 80대 권모 씨는 휴대전화가 아예 없던 탓에 TV 뉴스를 보고나서야 산불이 발생한 사실을 알았다. 권 씨는 산불이 집 코앞까지 번진지도 몰랐다가 동네 이장이 급히 대피소로 와야 한다고 알려줘서 함께 차 타고 왔다고 한다. 권 씨는 “노인들이 휴대전화가 왜 필요하나. 할 말은 집전화로 한다”며 “문자고 뭐고 눈도 잘 안보이는데 그걸 어떻게 들여다보나”고 말했다.●전문가들 “기술 공백, 사람으로 메워야”일부 노인들은 구형폰에 해당하는 ‘3세대(3G) 폰’을 여전히 쓰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 중 3G 서비스 가입자는 1%가 채 안되는데 대부분 고령층이다. 문제는 3G폰은 기술적인 문제로 재난문자를 수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안전디딤돌’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면 재난 정보를 긴급문자처럼 받을 수 있지만, 앱 설치가 안되는 3G 폰은 이마저도 이용할 수 없다. 2013년 이전에 출시된 4세대(LTE) 휴대전화 역시 재난문자를 받을 수 없다. 산불 피해지 중 한 곳인 석보면에서 만난 김모 씨(84) 역시 휴대전화가 구형인 탓에 재난문자를 받지 못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유무선통신서비스 가입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 3G 휴대폰 가입자 수는 52만 8335명으로 전체 가입자(5693만명)의 1%가 안 된다. 하지만 정보통신(ICT) 업계에 따르면 고령층은 여전히 3G 휴대폰 사용 빈도가 높다.현재 3G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중인 SK텔레콤, KT의 ‘만 65세 이상 노인 전용 요금제’ 중 3G 서비스는 각각 월 9900원, 9680원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60대 이상 고령층은 비교적 3G를 많이 이용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는 “3G 이용자 중 고령층의 비율이 높다. 어르신들은 사용하는 기계도 구형이 많고, 요금제도 3G 요금제를 많이 쓴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고령층에게 재난 사실을 빠르게 전파할 수 있는 대안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술에 소외된 계층이기 때문에 결국은 지방 공무원 등 사람이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고령층 등 통신 기기에 대한 이용이 미숙한 분들은 재난문자에 익숙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정보를 시시각각 확인하면서 대처할 수 있어야 했는데, 결과적으로 대피에 실패했으니 재난문자 시스템에 부족한 점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해다. 이어 “지자체 관계자와 고령자를 1대1 매칭해서 대피명령이 떨어졌을 때 직접 전화를 거는 등 필요한 정보를 직접 알려드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영양=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영덕=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영양=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 2025-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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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시 싫다고 3주전 귀향하셨는데”…영덕 100세 사망자 유족 오열

    “100세 어머니를 영덕으로 다시 모셔 온 지 3주밖에 안 됐는데 이렇게 가실 줄은 몰랐습니다. 한이 맺혀요.”27일 오전 경북 영덕군 영덕읍의 한 장례식장. 어머니 이모 씨(100)의 빈소를 지키던 막내아들 김모 씨(65)가 눈시울을 훔치며 말했다. 김 씨는 8개월 전 어머니를 자신이 사는 부산으로 모셨지만, 3주 전 어머니는 “답답하다”며 원래 살던 영덕읍 석리로 다시 돌아갔다. 어머니는 26일 산불이 마을을 덮칠 때 대피하지 못했고 그날 오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13년 경력 진화대원, 귀가 도중 참변이번 산불에 어머니를 잃은 김 씨는 “어머니는 조그마한 먹을 거 하나도 동네 분들께 다 나눠주던 다정한 분이셨다”며 “사망 당일 아침에도 집사람과 ‘누룽지를 맛있게 끓여 먹었다’며 통화를 했는데 이렇게 돌아가실 줄은 전혀 몰랐다”고 애통해했다. 생전 이 씨는 80세까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농사일을 나갈 정도로 정정했다고 한다. 석리 마을 주민 상당수는 산불을 피해 해안가 방파제로 대피했지만, 일찍 잠자리에 들었던 이 씨는 재난 문자 알림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이날 차려진 빈소에서 이 씨의 자녀들은 “불쌍한 우리 엄마, 얼마나 무섭고 뜨거웠을까”라며 엎드려 통곡했다.22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6일째 영남 지역 곳곳으로 확산하고 있다. 산불로 가족을 잃은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도 이어지고 있다. 경북 영덕 매정리에선 산불 진화 작업을 하고 귀가하던 신모 씨(69)가 숨진 채 발견됐다. 산불예방진화대원으로 13년간 근무한 신 씨는 25일 오전 경북 의성군 산불 진압에 자원했다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사망했다. 신 씨는 25일 오후 8시반경 아내와 “(집에) 다 왔다, 이제 집으로 간다”는 통화를 끝으로 휴대전화 전원이 꺼졌고, 이틀 뒤인 27일 오전 11시반경 본인의 차에서 1m 떨어진 인도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의용소방대원인 신 씨의 큰아들(47)은 “아버지는 가족밖에 모르고, 10원 하나 허투루 쓰지 않던, 매사에 성실하던 분”이라며 “남동생이 내년 봄에 결혼하는데 이렇게 가셔서 너무 허망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신 씨의 큰아들 역시 25일 영덕에서 산불을 진압하느라 아버지와 통화를 하지 못했다고 한다.같은 지역에선 80대 노부부가 대피 도중 참변을 당했다. 26일 오후 영덕군의 한 장례식장에서 만난 큰아들 이모 씨(60)는 “25일 오후 8시 40분경 부모님이 조카와 통화하면서 ‘불은 안 보이는데 연기가 꽉 찼다’고 하셨다고 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 씨는 “당연히 대피하셨을거라 생각해서 대피소를 다 뒤지고, 주무시는 어르신들 얼굴에 불빛을 비춰가면서 부모님인지를 확인했다”며 “다시 집에 가보니 부모님이 누워계셨고 움직이질 않으셨다”고 말했다.● “아직 아빠 엄마랑 하고 싶은 게 많은데….”이번 산불로 사망한 경북 영양군 석보면 삼의리의 권모 이장(64)와 부인 우모 씨(59)의 딸 권모 씨(38)는 26일 빈소에서 “아직 아빠 엄마랑 같이 하고 싶은 게 많은데 이렇게 떠나다니 황망하다”고 통곡했다. 권 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아빠와 떨어져 대구로 ‘지역 유학’을 갔다. 부부는 딸의 학업을 위해 대구에 집을 마련해줄 만큼 딸에게 정성을 쏟는 부모였다고 한다.권 씨는 “거의 한 평생을 엄마 아빠랑 떨어져 살아 그리움이 컸는데 앞으로 이 그리움을 어떻게 하냐”며 “동생이 아버지에게 선물해 드린 차를 보니 500km밖에 못 탔다. 사고 나지 말라고 같이 고사를 지낸 게 마지막 (모습)이었다”고 오열했다. 권 씨의 외삼촌 역시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누나를 구하러 갔지만 여기로 가면 저기 도로로 가라고 하고, 또 그곳으로 가면 다른 도로로 가라고 하는 바람에 누나를 구하지 못했다”며 “통제가 잘 됐다면 누나를 구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산불 희생자들을 위한 합동분향소는 경북 청송군 보건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분향소에는 국화 수십 송이와 산불로 희생된 이들의 명패가 차례로 놓여져 있었다. 이날 합동분향소엔 윤경희 청송군수와 경북 청송경찰서장 등이 방문해 사망자들의 고인들에 대한 조의를 표했다.영덕=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영덕=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영양=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영양=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청송=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 2025-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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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불에 26명 사망, 지리산도 뚫렸다

    영남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로 26일까지 26명이 사망했다. 산림청이 산불 통계를 시작한 1987년 이후 1989년 26명과 함께 역대 가장 많은 산불 재해 사망자다. 22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과 함께 안동, 청송에 이어 영양 영덕 동해안까지 번지면서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의성 산불이 경북 지역 4개 시군으로 빠르게 번지면서 25일 영덕군에선 80대 요양원 입소자 등 6명이 타고 대피하던 차량이 불길에 폭발해 3명이 숨졌다. 거동이 불편한 80대 노부부가 불길을 피하지 못해 집 앞에서 함께 숨지는 등 안동 4명, 청송 3명, 영양 6명, 영덕 8명 등 21명이 숨졌다. 26일 의성 산불 진압 중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 1명도 사망했다. 22일 경남 산청 산불로 사망한 진화대원 등 4명을 더하면 사망자는 총 26명이다. 부상자까지 합치면 사상자는 50여 명에 달한다. 거듭된 진화 작업에도 불구하고 산불은 강풍과 고온, 건조한 날씨 등으로 인해 무섭게 확산하고 있다. 영덕군 관계자는 “초속 최대 25m의 태풍급 강풍으로 산불이 청송에서 영덕읍 군청까지 4∼5시간, 해안까지 확산하는 데 대략 8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청송 영덕과 인접한 포항시 죽장면에서는 주민들에게 긴급대피 안내 문자가 발송되기도 했다. 산청 산불은 지리산국립공원 경계선 안쪽 200m까지 번졌다. 산림 당국은 방어선을 구축해 천왕봉 사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산불이 확산한 곳에서 천왕봉까지 거리는 8.5km이다. 22일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주왕산국립공원으로 번졌다. 강한 바람으로 인해 한때 진화율 92%였던 울산 울주 산불도 이날 오후 진화율이 68%까지 떨어졌다. 불길은 강한 바람을 타고 인접한 경남 양산시까지 뻗쳤다. 시는 대운산 인근에 있는 민가와 사찰, 한방병원 등에 사전대피 명령을 내렸다. 불길은 부산 기장군 경계 지역까지 근접했다. 의성과 산청 산불로 이날 오후 4시 기준 주택과 공장, 창고, 사찰, 문화재 등 건물 317곳이 불에 탔다. 의성과 안동 2만2026명, 산청과 하동 1797명, 울주 언양 4628명, 온양 383명 등 2만8869명이 대피했다. 이날 산불 진화 헬기 추락 사고로 한동안 항공 진화가 중단되기도 했다. 진화대원들의 피로도 누적되고 있다. 26일 울산 등 일부 지역에서 비가 시작됐고 27일 전국에 비가 예고됐지만 산불 확산세를 가라앉힐 수 있을 정도로 강수량이 많을지는 미지수다. 산림청은 “불길이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강원지역으로까지 북상할 기세”라고 밝혔다.안동=장영훈 기자 jang@donga.com영양=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영덕=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 2025-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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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양원 차 두 대로 필사의 탈출…뒷차가 불길 못 피했다

    25일 오후 8시 반 경북 영덕군 영덕읍 매정리. 산을 태우던 불길이 불과 15분 만에 중턱에 있는 요양원까지 내려왔다. ‘즉시 떠나라’는 대피령이 떨어졌다. 입소자 대부분이 거동 불편한 노인이라 걷거나 뛰어서 대피할 수 없었다. 한 명 씩 요양원 앞 차량에 모였고, 오후 9시경 정모 할머니(80) 등 입소자 4명과 요양원 여성 직원 2명을 태운 차가 요양원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주변은 이미 화마가 삼키고 있었다. 정 할머니 일행이 탄 차는 10분도 못 가 달려든 불길을 피하지 못했다. 불이 도로를 달군 탓에 타이어가 녹아 먼저 터졌다. 이후 차에 불이 붙어 폭발했다. 정 할머니 등 3명이 숨졌고 나머지 탑승자 3명은 중상을 입었다. 이들보다 앞서 요양원을 출발해 인근 교회로 필사적으로 대피해 목숨을 건진 입소자들은 정 할머니 일행의 죽음을 애통해했다. ● “산불이 방사포처럼 마을로 쏟아져”25, 26일 이틀간 20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북 북동부 산불 현장은 ‘아비규환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25일 오후 6시 경북 영양군 석보면 화매2리 오원인 이장(57)은 마을 뒷산에서 붉게 밀려오는 화염을 보고 경악했다. 의성에서 번진 불이 안동을 거쳐 영양까지 덮쳤다. 불길은 산과 바람을 타고 무서운 속도로 다가왔다. 불과 5분 전 “빨리 주민들을 대피시켜달라”는 군청의 연락을 받은 오 이장은 다급하게 움직였고, 이내 주민들의 휴대전화에는 “즉시 대피하라”는 오 이장의 스마트 음성 메시지가 속속 도착했다. 한 주민은 “이장이 보낸 메지를 받고 집을 뛰어나왔더니 마당에 불이 붙고 있었다”고 말했다. 화매2리 50대 주민 김모 씨는 “불이 그냥 천천히 번지는 게 아니라 뉴스에서나 봤던 북한 방사정포처럼 불꽃 수 천 개가 미사일처럼 마을로 쏟아졌다”고 말했다. 이후 마을 전기와 통신망도 끊겼다.같은 시간 옆 마을 삼의리 권모 이장(64)도 아내 우모 씨(59)와 함께 다급하게 차에 올랐다. 마을 도로는 이미 여기저기 날리는 불씨와 검은 연기 탓에 앞을 거의 볼 수 없는 지경이었다. 도로 옆의 낙엽이 땔감 역할을 하며 타오르자 마치 도로는 용암이 흘러드는 것 같았다. 권 이장 부부는 인근에 사는 친척들과 연락이 두절됐다. 오후 8시경 권 이장의 동생이 형님의 행방을 찾아 나섰을 때는 이미 늦었다. 권 이장의 차는 도로변 배수로에 고꾸라져 검게 탄 채 발견됐다. 차가 향하던 방향은 대피소가 아니라 삼의리 쪽이었다. 산불 연기 등으로 시야 확보가 안돼 방향을 잘못 잡은 것으로 보인다. 평소 권 이장과 친하게 지냈다는 오 이장은 “아마 다른 마을 주민들을 구하러 가다가 불길에 휩싸인 것으로 보인다”며 슬퍼했다.● 희생자 대부분 거동 어려운 노인이번 화마에 스러진 희생자 상당수는 거동이 어려운 노약자였다. 대부분 70, 80대로 집 안이나 마당, 도로에 불 탄 차 안에서 발견됐다. 영덕군 영덕읍 매정리에서는 80대 노부부가 집 앞 내리막길에서 숨졌다. 이들은 산불을 피해 집을 나섰지만 거동이 불편해 미처 불길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부부는 집에서 불과 도보로 1분 거리에 쓰러진 채 가족들에게 발견됐다. 장손 이모 씨(30)는 “산불이 난 뒤 교통도 통제돼 동네가 무질서 그 자체였다”며 “조금만 더 빨리 도착했다면 살릴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에 모두가 자책하고 있다”며 눈물을 훔쳤다.안동시 임하면 신덕리 이덕마을에서는 70대 여성 지적장애인이 집을 나서지 못하고 불길에 숨졌다. 그는 요양보호자 도움이 없이는 밖에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하는 처지였다. 이웃 주민은 “대피 연락을 받았어도 움직일 수가 없어 갇혀있었을 것”이라며 “그 고통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영덕군 축산면 대곡리에서는 80대 남성이 산불로 무너진 자택에 매몰돼 숨졌다. 청손 파천면과 진보면에서는 80대 여성과 70대 남성이 집 안과 마당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경북소방본부 관계자는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이 대피를 준비하거나 대피중에 급속도로 번진 불길의 피해를 입으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산불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앞으로도 집안이나 주변에서 숨진 채 뒤늦게 발견되는 희생자들이 늘어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의성=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영양=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영양=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영덕=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영덕=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안동=조승연 기자 cho@donga.com}

    • 2025-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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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싱크홀 공포 “내 출퇴근길은 괜찮나”

    “출퇴근길에 또 싱크홀이 발생할지 누가 알아요. 자주 오가는 도로인데 불안합니다.” 25일 서울 강동구 주민 유세영 씨(52)는 전날 벌어진 명일동 땅꺼짐(싱크홀) 사고를 언급하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갑자기 도로가 무너져 1명이 다치고 1명이 숨진 사고로 인근 주민들은 언제 어디서 싱크홀이 생길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천호동에 사는 김여길 씨(67)는 “오전에 동네 주민들과 사고 현장을 가봤는데 생각보다 싱크홀이 너무 커서 깜짝 놀랐다”며 “바로 옆 주유소에서 폭발 사고라도 일어났으면 어떻게 됐을까 싶어 아찔했다”고 말했다. 최근 10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2000개를 넘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2023년 전국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2085개였다. 그중 52개에선 부상자 71명이 발생했다. 대부분 상하수도관과 오수관 누수가 원인이었다. 명일동 싱크홀에 추락해 매몰된 오토바이 운전자 박모 씨(34)는 사고 발생 17시간 만인 25일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씨는 싱크홀 중심에서 고덕동 방향 50m 지점에서 호흡과 의식이 없는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인근에 공사를 진행 중인 건설사 등이 관련 법규를 위반했는지 내사 중이다.곳곳에 낡은 수도관, 지하철-도로 공사… 10년간 싱크홀 2085건[도심 싱크홀 공포]싱크홀 발생 원인 살펴보니명일동 현장 인근 9호선 연장 공사… 15m 거리선 고속道 지하터널 건설22년된 수도관 파열 누수 가능성도… “부실공사 처벌-정기점검 강화를”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서울 강동구 명일동 싱크홀 사고가 인근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지하 구간 공사, 상하수도 파열로 인한 누수 때문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도심 싱크홀 사고가 매년 이어지고 관련 인명, 재산 피해도 발생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물막이 공사를 제대로 시행하고, 사고가 나면 원인과 책임 여부를 명확히 가려야 다른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지하철-고속도로 공사 조사 예정도심 한복판의 싱크홀은 매년 있었다. 2023년엔 서울 여의도 IFC몰 앞에서 2.5m 깊이의 싱크홀이 생겨 행인 1명이 다쳤다. 지난해 8월에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폭 6m, 깊이 2.5m의 싱크홀에 차가 빠져 2명이 중상을 입었다. 2022년 강원 양양군에서는 폭 12m, 깊이 5m의 싱크홀이 29개나 생겨 편의점이 통째로 빨려 들어갔다.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전국에서 싱크홀이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은 경기(429건)였다. 이어 강원(270건), 서울(216건), 광주(182건) 순이다. 이번에 사고가 난 강동구는 2020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약 5년간 4건의 싱크홀 사고가 있었고, 2명이 다쳤다.서울시는 명일동 싱크홀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일단 중앙보훈병원∼고덕강일1지구 서울 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 공사가 영향을 미쳤는지 조사 중이다. 사고 현장 인근에서 해당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는 땅꺼짐 현장에서 무너진 흙이 지하철 터널 공사 부근으로 상당 부분 흘러 들어갔다고 확인했다. 앞서 국토부가 지난해 12월 지하철 공사 등 대형 공사장을 대상으로 진행한 특별 점검에서는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 결과 땅속에서 빈 공간이 발견되진 않았다.올해 1월 개통한 세종포천고속도로(서울세종고속도로) 공사 과정에서 지반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 고속도로는 싱크홀과 불과 15m 거리에 있다. 지난달 경기 안성시에서 교량 붕괴 사고가 발생한 곳도 바로 이 고속도로의 한 구간이다. 2021년 한국터널환경학회는 “이미 서울세종고속도로 터널 건설 과정에서 지반 침하와 건물 손상 등이 발견됐다”며 “9호선 연장 공사가 서울세종고속도로 지하터널에 근접하여 통과하니 시공 안전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지하 상수도 파열로 인한 누수가 원인일 가능성도 시는 조사하고 있다. 싱크홀 아래 있던 수도관은 2004년 설치된 것으로 올해로 사용 22년째다. 보통 설치된 지 30년 이상 지난 수도관은 내구연한을 초과한 노후관으로 본다.지하 가스배관 설치 당시 지반 다짐 작업이 제대로 안 됐을 가능성도 조사할 예정이다. 배관 자체의 문제라기보단 배관 매설 이후 흙을 제대로 다져놓지 않아 빈틈에 지하수나 빗물이 들어갔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토질도 살펴볼 계획”이라며 “사고 지역 일대 흙은 암반이 부족하고 풍화토나 사질토 등으로 이루어져 지지력이 부족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토목공사 균열 처벌 강화하고 정기점검해야”전문가들은 싱크홀 사고를 막기 위해선 공사 현장마다 물막이 공사를 제대로 하고 사고 책임을 명확히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명일동 사고 현장에 가봤더니 지반은 흙으로 돼 있고 전부 다 연약한 토사 지반이었다. 공사를 잘못하면 터널 내로 물이 들어올 수 있다”며 “물의 유입을 막는 물막이 공사를 확실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토목공사 때 주변에 조금이라도 균열이 날 경우 관계자들이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처벌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GPR 탐사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그리고 정기적으로 싱크홀 점검을 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GPR을 제대로 판독할 수 있는 기술자를 양성하는 등 재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연희동 싱크홀 사고 이후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전국 최초로 ‘지반 침하 관측망’을 시범 운영하고 지하 안전관리를 전담하는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 2025-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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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탁기 뚜껑에 비친 ‘성폭행 37분’… 20대, 범행 덜미

    성폭행 혐의를 전면 부인하던 20대 남성이 세탁기 뚜껑에 비친 성폭행 장면이 증거로 인정돼 중형을 선고받았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부장판사 이은혜)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24세 남성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이 남성은 지난해 3∼4월 교제하던 피해자 여성을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조사 결과 그는 자신의 휴대전화에 여성들의 나체 사진과 성관계 영상을 촬영해 둔 사실을 피해 여성에게 들키고 이별을 통보받자 장시간 감금하고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 조사에서 해당 남성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피해 여성이 제출한 39분 분량의 영상에도 두 사람이 찍힌 건 2분에 불과했다. 하지만 검찰은 영상 속 세탁기 플라스틱 뚜껑에 나머지 37분 장면이 비친 사실을 확인했고, 화질 개선 등을 거쳐 증거를 찾아냈다. 검찰이 증거를 제시하자 이 남성은 모든 혐의를 자백했다. 검찰은 그의 다른 성범죄까지 파악해 재판에 넘겼다. 1심은 “성폭력 범죄로 장기간 재판받고 있었음에도 자숙하지 않은 채 피해자들을 상대로 거듭해 다양한 성폭력 범행을 지속·반복해서 저질렀다”며 징역 8년을 선고했다. 2심은 “피해자를 역고소해서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좋지 않아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피해자 1명과 추가로 합의한 점 등을 감안해 형량을 소폭 감경했다.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 2025-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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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선고 앞둔 탄핵 찬반집회… “내란 심판” “복귀 안하면 내전”

    22, 23일 주말 서울 도심 곳곳에선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을 둘러싼 집회가 벌어졌다. 이번 주 중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기일이 잡히면 주말 집회로는 마지막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양측은 총력전을 펼쳤다.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퇴진비상행동)은 22일 오후 5시부터 서울 종로구 경복궁 동십자각 일대에서 집회를 열고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했다. 집회 참가자 1만8000명(경찰 비공식 추산)은 ‘윤석열을 파면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김건희 수사하라” “국민의힘 내란동조 심판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5당도 동십자각에서 ‘야5당 공동 비상시국 대응을 위한 범국민대회’를 열었다. 1만 명이 모인 가운데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시위대를 향해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이름을 호명하며 “25일 내란수괴 윤석열 파면을 선고해 달라”고 소리쳤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암살 위협을 이유로 외투 안에 방탄조끼를 입고 집회에 참가했다. 23일 오후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등 진보 약사단체는 경복궁 서십자각 근처에서 윤 대통령의 조속한 탄핵을 촉구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은 같은 날 오후 1시부터 종로구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열었다. 참가자 3만3000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모인 가운데 전 목사는 연단에 올라 “(윤 대통령이) 살아오지 않으면 내전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옥중서신에서 “여론 조작, 선고 조작 세력과 부합해 국민 주권을 훔치려는 종중, 종북 세력이 있다. 이들을 척결해 달라”고 주장했다. 보수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 등도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 등에서 집회를 열었다. 탄핵 반대 집회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6만여 명이 모였다. 경찰은 종로구 헌재 인근에 차벽을 설치하고 1인 시위 등을 제지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안국역 2·3번 출구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탄핵 기각’, ‘멸공’ 등의 구호를 외치며 1인 시위를 이어 갔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5-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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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탁기에 비친 37분의 성폭행 장면…범행 부인하던 20대 중형 선고

    성폭행 혐의를 전면 부인하던 20대 남성이 세탁기 뚜껑에 비친 성폭행 장면이 증거로 인정돼 중형을 선고받았다.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부장판사 이은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24세 남성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이 남성은 지난해 3~4월 교제하던 피해자 여성을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조사 결과 그는 자신의 휴대전화에 여성들의 나체 사진과 성관계 영상을 촬영해 둔 사실을 피해 여성에게 들키고 이별을 통보받자 장시간 감금하고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다.검찰 조사에서 해당 남성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피해 여성이 제출한 39분 분량의 영상에도 두 사람이 찍힌 건 2분에 불과했다. 하지만 검찰은 영상 속 세탁기 플라스틱 뚜껑에 나머지 37분 장면이 비친 사실을 확인했고, 화질 개선 등을 거쳐 증거를 찾아냈다. 검찰이 증거를 제시하자 이 남성은 모든 혐의를 자백했다. 검찰은 그의 다른 성범죄까지 파악해 재판에 넘겼다.1심은 “성폭력 범죄로 장기간 재판받고 있었음에도 자숙하지 않은 채 피해자들을 상대로 거듭해 다양한 성폭력 범행을 지속·반복해서 저질렀다”며 징역 8년을 선고했다. 2심은 “피해자를 역고소해서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좋지 않아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피해자 1명과 추가로 합의한 점 등을 감안해 형량을 소폭 감경했다.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 2025-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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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 탄핵선고’ 앞두고 찬반 집회…“즉시 파면” “복귀 안하면 내전”

    22, 23일 주말 서울 도심 곳곳에선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을 둘러싼 집회가 벌어졌다. 이번주 중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기일이 잡히면 주말 집회로는 마지막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양측은 총력전을 펼쳤다.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퇴진비상행동)은 22일 오후 5시부터 서울 종로구 경복궁 동십자각 일대에서 집회를 열고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했다. 집회 참가자 1만8000명(경찰 비공식 추산)은 ‘윤석열을 파면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김건희 수사하라” “국민의힘 내란동조 심판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5당도 동십자각에서 ‘야5당 공동 비상시국 대응을 위한 범국민대회’를 열었다. 1만 명이 모인 가운데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시위대를 향해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이름을 호명하며 “25일 내란수괴 윤석열 파면을 선고해달라“고 소리쳤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암살 위협을 이유로 외투 안에 방탄조끼를 입고 집회에 참가했다. 23일 오후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등 진보 약사단체는 경복궁 서십자각 근처에서 윤 대통령의 조속한 탄핵을 촉구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은 같은 날 오후 1시부터 인근 종로구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윤 대통령 탄핵 반대를 집회를 열었다. 참가자 3만3000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모인 가운데, 전 목사는 연단에 올라 “(윤 대통령이) 살아오지 않으면 내전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옥중서신에서 “여론 조작, 선고 조작 세력과 부합해 국민 주권을 훔치려는 종중, 종북 세력이 있다. 이들을 척결해달라”고 주장했다. 보수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 등도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 등에서 집회를 열었다. 탄핵 반대 집회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6만여 명이 모였다.경찰은 종로구 헌재 인근에 차벽을 설치하고 1인 시위 등을 제지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안국역 2·3번 출구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탄핵 기각’, ‘멸공’ 등의 구호를 외치며 1인 시위를 이어갔다.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5-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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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인에 자녀까지 동원해 보험사기 친 소년원 동기…7000만원 가로채

    주차된 차량을 일부러 들이받는 등 일부러 사고를 내 7000만 원가량의 보험금을 챙긴 일당 9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일당 중 주범 2명은 소년원 동기로, 이들은 전 애인은 물론 자녀까지 동원해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일부는 마약도 투약한 것으로 파악됐다.경기북부청 교통범죄수사팀은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혐의로 주범인 여성 A 씨(31)와 B 씨(32) 등 9명을 송치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들은 2020년 10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양주시에 있는 도로와 빌라 주차장에서 고의로 사고를 내고 8회에 걸쳐 보험금 약 7000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주차돼 있는 차를 고의로 들이받거나 사전에 계획해 차량을 나눠 타고 추돌사고를 냈다. 또 사고 운전자를 타인으로 바꿔 보험금을 청구하거나 경미한 사고임에도 높은 합의금을 노리고 과도한 병원 치료를 받는 등의 수법을 썼다. 심지어는 실제 사고 차량에 탑승하지 않은 자녀를 사고 피해자로 꾸미기도 했다.보험사로부터 사건 의뢰를 받은 경찰은 여러 건의 교통사고 관련자들이 소년원 동기이거나 사실혼 배우자 등으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이후 4개월 만에 일당을 붙잡았다. 일당 중 주범인 A 씨와 B 씨는 10대 때 소년원에서 알게 된 사이로 이후 사회에서 다시 만나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범행을 위해 전 애인, 사실혼 배우자, 자녀 등까지 동원했다.이후 보험 사기를 수사하던 경찰은 A 씨를 비롯한 공범 2명이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도 포착해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도 추가로 적용해 불구속 송치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 2025-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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