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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은 21세기 기업 경영에 필요한 핵심 역량인 문화 리더십을 갖춘 경영자 양성을 위해 제9기 문화예술 최고위 과정 신입 원우를 모집한다. 프로그램은 건축, 미술, 음악(클래식·전통·재즈·대중), 무용, 교양, 미학, 인문학, 패션, 미주(美酒) 등 9개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고급 취향의 어른들을 위한 복합 문화 예술 특강’을 컨셉트로 한 기획이다. 조영란 주임교수는 “각 분야 리빙 레전드들의 예술철학이 원우들에게 생생히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기 주요 강사진은 한국 건축의 상징 승효상, 세계를 무대로 하는 안무가 안은미, 대한민국 대표 미술사학자 양정무, SM엔터테인먼트가 선택한 제1의 클래식 아티스트 문정재, 한국 음악의 얼굴 박범훈, 양현재단 이사 이주헌, 베스트셀러 작가 윤광준, 한양대 성악과 교수 고성현, ‘빛과 소금’의 장기호, 클래식 음악 칼럼리스트 이상민, 천재 소믈리에 오형우, MBC 기자 조승원 등이었다. 9기에선 이에 더해 건축가 조병수, 사진작가 김용호, 패션큐레이터 김홍기, 동아일보 대중음악 전문기자 임희윤, 소설가 김중혁 등이 함께할 예정이다. 제9기 과정은 8월 30일부터 2024년 1월 17일까지 매주 수요일 저녁 강의가 진행된다. 접수는 8월 25일까지 가능하며 합격자는 개별 통보한다. 원우들은 과정 수료 후에도 관심있는 수업의 청강 권한을 제공한다. 신청 및 문의는 동국대 문화예술 최고위 과정 사무국.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세종대는 교육부로부터 수도권 대학 중 세 번째로 많은 첨단학과 정원 145명 증원을 승인 받아 2024학년도 입시부터 AI로봇학과, 인공지능데이터사이언스학과, 지능형드론융합전공 등 3개의 신설학과 신입생을 모집한다. AI로봇학과는 로봇과 모빌리티(자율주행차, 드론 등)를 응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에 관한 교과목부터 기계공학, 전자공학 등 로봇과 모빌리티를 제작하고 개발 가능한 교과목까지 다양한 커리큘럼을 준비했다. AI로봇학과는 인공지능 융합, 스마트 모빌리티, 지능형 로보틱스의 3대 중점 연구분야 학습을 위한 체계화된 교육을 제공한다. 산업체와 접점을 대폭 늘려 학생들이 취업을 위한 실무지식 및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이 직접 개발 주제를 선정하는 기존 PBL(문제해결중심학습)에서 나아가 AI 융합프로젝트 PBL에선 교수가 AI 기술 관련 산업체 현장 문제 주제를 제시함으로써 산업체의 니즈를 반영함과 동시에 산업체와 멘토링 기회를 제공한다. 학생들은 인공지능 교과목을 통해 학습한 인공지능 기술을 로봇 실습 교과목에서 웨어러블, 휴머노이드, 자율주행 운송 로봇 등에 응용하게 된다. 또 자율이동체 실습, AI 모빌리티 특강 등을 통해 자동차, 드론, 선박 등 모빌리티 시스템의 인공지능 제어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자율주행을 실습할 수 있다. 인공지능데이터사이언스학과는 일반적인 인공지능학과와 달리 인공지능과 데이터사이언스를 함께 학습하게 된다. 인공지능은 고양이와 개의 사진이 있을 때 고양이와 개를 판단하는 딥러닝 모델을 연구하는 쪽에 중점을 뒀다면 데이터사이언스는 동물들의 사진을 대용량으로 수집하고 데이터를 과학적·통계적으로 분석하는 연구다. 학생들은 두 학문이 결합됨으로써 판단과 인식에 중점을 둔 인공지능 모델링에 더해 데이터 관리 및 체계적 분석까지 함께 배우게 된다. 이는 인공지능과 데이터사이언스의 통합형 인재를 요구하는 산업체들의 수요가 반영된 것이다. 인공지능데이터사이언스학과는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인공지능·빅데이터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자 한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예술, 인문, 사회과학 등 비IT 분야로도 취업의 폭이 넓어짐과 동시에 해외 취업 및 스타트업 창업 환경 또한 조성된다. 소프트웨어융합대학 지능기전공학과 김형석 교수는 “학생들이 미래 첨단 기술인 인공지능, 빅데이터, 지능형 로봇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갖추고 사회로 진출해 국내 IT기술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인재가 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능형드론융합전공은 4차 산업혁명 기술 발전과 산업체의 요구에 부합하는 지능형 드론 전문 기술력을 강화하고 자율이동체 통합 운영 및 융복합 시스템 구현을 위한 인재양성을 목표로 신설됐다. 사고 또는 추락 시 막대한 재산,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항공·드론 분야는 높은 수준의 신뢰도가 필요하다. 따라서 안정성과 신뢰성이 검증된 기존 항공우주공학 체계에 기초한 교육을 통해 지식기술 기반 실무형 문제해결사를 양성한다. 특성화 인재 양성 비전인 ‘SMOOTH SIX’를 통해 문제 해결(SM)의 목표 달성(OO)을 위해 팀 협업 및 상호 티칭(TH)이 가능한 자기주도형 전문가(SIX)를 양성하는 커리큘럼을 구성했다. 캡스톤 PBL을 통해 지능형 드론 실습에 필요한 1인 1키트를 제공함과 더불어 전공선택 인정과목을 폭넓게 인정해 18개의 타 학과 수업을 전공과목으로 들을 수 있다. 취업 분야에서도 유망성을 인정받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항공·드론부터 전통적 방위산업 및 민수 항공우주산업까지 연간 1000명 수준의 신규 인력양성이 필요하다. 지능형드론융합전공 안존 학과장은 “지식기술 기반 실무형문제해결사는 단순한 꿈만으로 실현되지 않는다. 물리, 수학과 같은 기초 학문 지식과 항공우주드론공학의 기반을 이곳에서 갖춰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유재영기자 elegant@donga.com}
한양대학교 미래자동차공학과는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 필요한 학제간 융복합 기술을 습득한 핵심 전문 인력을 양성한다. 환경 및 인간 친화형으로 대변되는 미래자동차(친환경자동차, 지능형자동차) 개발을 위해 필요한 기계공학, 전기·전자공학, IT·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분야의 핵심 기술을 중점적으로 교육한다. 미래자동차공학과는 차량개발, 친환경차개발, 차량제어·소프트웨어개발, 자율주행 등 산업체 실무경험이 풍부한 최고 전문가들로 교수진이 구성되어 있다. 기존의 정형화된 학문만으로는 급변하는 시대에 맞는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는데 한계가 있으므로 산업계 기술 수요에 따른 융복합 특성화 교육을 제공해 미래자동차 핵심기술을 선도할 소수 정예의 융합형 글로벌 엔지니어를 양성한다. 이를 기반으로 제품 기획에서부터 설계, 하드웨어 제작, 소프트웨어 구현, 시험에 이르는 전 과정 업무가 가능한, 공학 분야의 멀티플레이어로 성장할 수 있다. 신입생에게는 대학 신입학 다이아몬드플러스(D+) 장학금을 지원하고 재학생에게는 미래자동차공학과발전기금 성적우수 장학금으로 최대 수업료 전액을 지원한다. 졸업생 전원에게 본인이 희망할 경우 산학협력 지원기업으로 취업을 연계하며, 대학원 진학 시에는 등록금 지원 혜택을 제공한다. 미래자동차공학과는 수학, 기초과학, 기계공학, 전기·전자공학, IT·소프트웨어 등 미래자동차의 설계 및 연구개발에 필요한 기초학문을 가르친다. 또 미래자동차의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선도하기 위해 컴퓨터지원 설계 및 해석, 자동제어, 디지털 논리설계, 마이크로프로세서응용시스템 등을 교육한다. 이를 바탕으로 미래 친환경자동차·지능형자동차 요소기술을 개발하고 융복합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배양한다. 이를 위해 e-파워트레인, xEV모터구동시스템, xEV에너지시스템, AI로봇공학, 자동차소프트웨어, 임베디드시스템 등을 학습하게 된다. 전공과목의 경우 실험·실습 및 프로젝트를 병행해 수업이 이뤄진다. 미래자동차공학과를 졸업한 후에는 관련 대기업 취업, 국내외 대학원 진학, 벤처기업 창업, 전문행정직 임용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이 가능하다. 특히 취업의 경우 미래자동차공학과에 지원을 약속한 MOU 기업을 포함해 자동차 관련 기업뿐 아니라 기계, 전기전자, IT 관련 기업 등에 진출할 수 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깐부. 국어사전에는 ‘같은 편’, 나아가 ‘어떤 경우라도 모든 것을 나눌 수 있는 사이’라는 보충 설명이 달려 있습니다. 제아무리 모든 것을 갖춘 인생도 건전한 교감을 나누는 평생의 벗이 없다면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미국 하버드 의대 로버트 월딩어 교수는 동아일보 신년 인터뷰에서 “행복을 결정하는 결정적 요인은 부도, 명예도, 학벌도 아닌 사람들과 따뜻하게 의지할 수 있는 관계”라고 했습니다. 좋은 인간관계는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깐부들 사이에 피어나는 ‘같이의 가치’를 소개합니다. “이 감독님이 극장용 다큐멘터리를 준비하신다는데 그냥 딴 생각하지 마시고 ‘무릎과 무릎 사이 2’(속편)를 다시 찍으셨으면 좋겠어요. 전 무조건 그 영화 보고 싶습니다.”상대방의 말문을 닫아버린 ‘사이다’직격이다. 독특한 캐릭터의 후배 영화감독이, 25살 많은 대선배 영화감독에게 핀잔 같은 딴죽을 걸고 있으니 분명 보통 사이가 아닌 게 맞다. 선배는 후배가 얼마나 좋은지 후배의 말을 고개를 끄덕이며 조언으로 듣는다. 대화 하나하나를 안 놓친다. 행여 기발한 후배의 아이디어가 대화 중간에 스치고 지나갈까봐 집중을 한다. 시대를 넘어 한국 리얼리즘 영화의 계보를 잇는 이장호(78)-봉만대(53)감독이 무릎과 무릎을 대고 앉아 나누는 대화의 품격이다. 최근 서울 인사동에서 이 감독을 만난 봉 감독은 이 감독이 차기작 준비 얘기를 꺼내자마자 거침없이 제동(?)을 걸었다. 이 감독은 그런 봉 감독의 ‘브레이크’가 싫지 않다. 오래 미동조차 없는 ‘이장호’의 존재감을 심하게 흔들어 깨워주는 것만 같아 고맙다. ● 거침없는 ‘봉만대’ 앞에서 솔직해지는 ‘이장호’체중 조절로 날씬해진 이 감독은 이날도 아침 식사를 거르고 지하철을 타고 걸어서 인사동에 왔다. ‘애착 봉만대’를 만난다는 설렘에 빠른 걸음으로 오다보니 티셔츠가 땀으로 흠뻑 젖었다. 트레이드마크인 휘감기는 웨이브 앞머리를 세월이 밀어냈지만 티셔츠 위로 멜빵을 바지에 걸친 실루엣에서 여전히 현장을 그리워하는 간절함이 묻어난다. 이 감독이 수많은 친구들을 제치고 특별히 깐부로 찍었다는 말에 “저를요? ”라고 놀라 반문하던 봉 감독이 “땀 흘리는 거 설정이시죠?”라고 농담을 던지며 반갑게 이 감독을 맞는다. 이 감독은 봉 감독을 보면 궁금한 게 많아지고, 지나간 에피소드가 생각나고, 또 자기 얘기가 하고 싶어지는 것 같다. 술 얘기부터 어디 가서 말못할 고민까지 털어놓는 솔직한 ‘이장호’가 된다. -누가 술이 세셔요?“감독님이 끝까지 남아계십니다.”(봉만대)“나이가 드니까 술이 좀 줄어요. 이제는 소주 2병쯤 마시면 물만 많이 마셔요. 그런데 봉만대를 만나면 ‘봉’이 나를 영웅으로 만들거든. ‘그 연세에 술을 어떻게 잘 드시느냐’고 하면 영웅심리가 발동해서 길게 마셔요. (봉만대 때문에) 기분 좋으면 그날은 술에 당합니다.”(이장호)“감독님. 제가 최근에 ‘꿀주’라는 걸 알아냈어요. 소주컵에 소주를 적당량 따르고 맥주를 조금 따르면 꿀맛이 나요. 6시간은 버틸 수 있어요.“(봉만대)“그건 술 같지도 않다.”(이장호)“감독님. 연세가 있으시잖아요.”(봉만대)“연세, 연세하니까 연세대도 안나왔는데 기분 나쁘네. 하하.”(이장호)“감독님 주변 분들 중에 누가 술이 가장 셌어요?”(봉만대)“젊은 사람들은 그다지 센 사람을 못 봤고, 생각을 해보니 세상을 떠난 강수연이가 진짜 셌어. 예전에 배창호 감독이 강수연하고 술을 대작하다가 만취가 되서 몸집이 작은 수연이가 배 감독을 업어서 집까지 데려다줬다고. 봉 감독, 그런데 신설동에 유명한 설렁탕 집이 있다고 안 했나?”(이장호)길가다 삼천포로 빠지는 것과 같은 이 감독의 급격한 대화 흐름 변경에도 봉 감독은 아랑곳하지 않고 “요즘 너무 풀만 드시는 거 아녀요? OO 설렁탕인데, OO먹은 꼴뚜기 숙회 집도 유명하다. 대한민국 딱 한 곳 있을만한 스타일이다. 꼴뚜기가 엄청 크다. 그거 드셔보라”고 분위기를 이어준다. 이 감독은 1980년대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스타 제작자다.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던 레전드다. 1974년 감독 데뷔작인 故 신성일 주연의 ‘별들의 고향’부터 대박을 쳤다. 흥행 감독 대열에 합류해 1980년대 변화무쌍한 장르를 넘나들며 대작들을 선보였다. 바람불어 좋은 날(1980), 어둠의 자식들(1981), 바보선언(1983) 등에서 가난과 억압, 불평등 같은 사회 어두운 면을 낱낱이 고발하더니 이보희라는 여배우를 발굴해 무릎과 무릎사이(1984), 어우동(1985) 등의 파격적인 에로티시즘 영화로 새 인물, 더 자극적인 작품을 기대하던 성인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그러더니 만화에 꽂혀 만화가 이현세의 원작 야구 만화를 이장호의 외인구단(1986)으로 내놓아 또 한 번 히트를 쳤다. 야구에 사랑을 엮은 스토리가 지금 보면 진부할 수 있으니 애절한 OST 등을 절묘하게 붙여 관객들의 감성을 관통하고 심금을 울렸다. ‘난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난 네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별보다 예쁘고 꽃보다 더 고운 나의 친구야. 이 세상 다 주어도 바꿀 수 없는 나의 친구야….’ (영화 삽입 정수라 ‘난 너에게’에서) 둘이 만날 때 대화의 공백의 생기면 무척 어색해 보인다. “그런데 원작이 ‘공포의 외인구단’인데 왜 ‘이장호의 외인구단’으로 제목을 정하셨어요?”(봉만대)“그 당시에 검열이 엄청 셌거든. ‘공포’ 뭐 이런 단어 들어가면 다 잘랐어. ‘공포’가 혐오감을 준다는 거야. 할 수 없이 제목을 바꾼거지. 노래 가사에 ‘늑대 같은 사나이들이 몰려온다’가 있으면 늑대를 문제삼더라고. 늑대가 잘려서 나갔어.”(이장호)반짝 황금기 바로 직후 그는 긴 내리막길을 한없이 걷고 있는 영화인이 됐다. Y의 체험(1987)부터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1987), 미스 코뿔소 미스터 코란도(1989) 명자 아끼꼬 쏘냐(1992) 천재 선언(1995) 마스터 클래스의 산책(2011) 등이 연이어 흥행에 실패한데다, 자존심을 걸고 제작한 시선(2014)마저 외면당했다. ‘시선’ 개봉 전날에 세월호 참사가 터졌다. 정말 흥행은 고사하고 길거리에 나앉을 판이었다. ‘별들의 고향’ 크랭크인 40주년에 발표한 영화가 이장호 영화 인생의 ‘흑역사’가 돼 버렸다. 이후 그는 거의 10년 가까이 메가폰을 잡지 않았다. 급격하게 변해가는 세상과 좋고 싫음이 분명한 젊은 관객들이 점점 두려웠을 수도 있다. 그런 자신과 씨름해서 이겨야하는데 샅바 잡는 것부터 의지가 생기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런가요?“시선 이후에 영화를 한 번도 안 냈는데 이리 먹고 사는 것도 신기하죠. ‘무릎과 무릎 사이’ ‘어우동’이 성공하고 나서 ‘에로티시즘 영화가 더 고급스러워져야겠다. 색깔을 달리 해야겠다’고 어설프게 변화를 줬다가 ‘와이스토리’가 안 되고 그 이후 만드는 것마다 실패했죠. 은행에 집 저당 잡히고 쫒기다보니까 ‘손을 다 털어야겠구나’ 생각을 한 거야. 나는 시련이 에너지가 돼 정상까지 올라갔는데 거기서 오만해지고 게을러졌어요. 위기는 기회라고 하는데 나한테는 기회가 다시 위기가 되더라고. 그러다 시간이 흘러 이제 관객 세대가 완전히 달라졌는데, 그 관객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보이지 않고, 알아도 따라갈 수가 없어서 저 나름대로 굉장히 오래 위축이 됐죠.”영화 ‘바보선언’은 별 기대없이, 처음에는 제대로된 시나리오도 없이 찍었는데 오히려 영화계와 관객 반응이 예상외로 좋았던 작품이다.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스토리를 설계하고 장면을 꾸미는 이 감독 스타일이 가장 잘 묻어나는 작품이다. -‘바보선언’의 속편 격인 ‘천재 선언’이 자존심을 회복시켜줄까. 그간의 실패를 만회 해줄까. 그런 기대를 하지 않으셨나요. (봉 감독도 상당히 궁금해 했다)“김영삼(YS) 정부가 들어서고 검열이라는 벽이 낮아졌고, 표현의 자유도 보장이 됐죠. 그러다보니 정치, 사회 풍자를 세게 해야 하는데 총을 어디다 쏴야할지 타깃이 안 보이는 거야. 안성기가 극중에서 영화감독으로 나오는데 타깃 없이 본인 자아를 통제하니까 영화가 목표, 방향을 잃어버리더라고. 내가 보기에도 구토가 나오는 영화였어요. 그 영화에서 ‘영화감독 이장호’의 끝이 보이지 않았나 생각해요.”-자존심의 흠집이 많이 났겠어요.“영화를 몇 번 망치니까 후배 감독에게 실망스럽다는 말도 듣고, 민망한 방송 프로그램도 있었죠. 시내에서 사람들에게 무작위로 ‘이장호 감독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는 내용이 있었는데 전부 ‘안티’더라고. ‘왜 이보희만 출연시키냐’ , ‘왜 그렇게 포르노에 가까운 영화만 만드느냐’는 사람들의 즉석 질문에 내가 30초 안에 대답을 해야 했는데 당황스럽더라고. ‘내가 문제가 많구나. 나를 객관적으로 못 봤구나’라는 자책이 컸어요.” 봉 감독 앞에서 솔직하게 자신의 허물을 얘기하는 이 감독은 대종상 감독상을 두 차례(1980, 1982) 수상한 명장 중의 명장이다. 이미 마음속에서 영화인 최고의 명예를 반납하고 지운 걸까. 자기 반성과 성찰이 거침없다. 그런 이 감독이 봉 감독은 짠하다. ● 서로의 에로티시즘 ‘덫’에 걸리다도쿄 섹스피아(1999)로 감독 데뷔를 한 봉 감독은 ‘성(性)’의 리얼리티를 살린 에로티시즘 영화를 다수 제작해 화제가 됐다. 기발하고 발칙한 에로 영화의 대명사다. 직접 배우로도 자기 작품 등에 출연했고,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발굴의 입담으로 좌중을 압도하는 만능 엔터테이너다. 2003년 첫 영화 개봉작으로 내놓은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은 현실 남녀의 우발적인 육체적 이끌림과 연애 심리를 리얼하게 다뤄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아티스트 봉만대(2013),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를 패러디한 떡국열차(2015) 등과 같은 코미디 에로와 신데델라(2006), 덫: 치명적인 유혹(2015) 등 공포와 로맨스 스릴러 영화까지 도전을 시도하며 자기만의 길을 확실하게 구축해갔다. 둘이 만난 것도 에로 영화가 연결고리다. 때를 달리해 서로의 에로티시즘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이 감독은 ‘시선’의 참패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던 시절에 우연히 봉 감독의 영화 ‘덫: 치명적인 유혹’을 보고 에로티시즘의 새로운 세계를 접했다. 이 영화는 시나리오 집필을 위해 허름한 산골 민박을 찾은 작가가 우연히 관능적 매력을 가진 소녀를 만나 혼란스러운 경험을 하게 되는 스토리다. 봉 감독의 영화 중 가장 잘 다듬어졌다고 전문가들이 평가하는 작품이다. 이 감독과 2015년 여름 광주에서 개최된 이장호 영화아카데미에 봉 감독을 초청했다. 첫 만남이다. “봉만대 냄새가 전혀 나지 않은 본격적인 문제작이었어. 정말 놀랐어.”(이장호)“저에게는 비운의 작품이에요. 2010년에 만들어졌는데 개봉을 못하고 고생고생하다 어렵게 나왔죠.”(봉만대)봉 감독도 어린 시절 이 감독의 작품을 보고 굉장한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어땠어요?(봉 감독은 1970년생)“ ‘별들의 고향’은 TV로 봤고, 가장 먼저 ‘무릎과 무릎 사이’를 봤죠. 이장호 감독님 작품인줄 은 그 때 전혀 몰랐죠. 영화 감독 이름 올라가는 자막 화면 보질 않잖아요. 그 영화가 개봉했는데 보고 싶어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전라도 광주 금남로 인근에 살았었는데 지방은 동시 상영관이 많았잖아요. 중학교 때인데 영화관 근처에서 어머니가 식당을 하고 계셔서 주전자만 들고‘식당에서 왔다’고 배달하는 척하고 들어가 감독님 영화를 처음 보게 됐죠.”-야한 장면이 많았을텐데. “충격을 너무 크게 받았어요. 나한일 선배님이 차 안에서 도망가는 이보희 선배님 속옷을 당겼는데 그대로 튀어나가는 장면이 지금도 잊혀지질 않아요. ‘도대체 이 영화를 만든 감독님은 누굴까’라는 생각에 그 이후로 감독님의 영화는 다 봤던 것 같아요.”-단순한 영화가 아니라서 어린 나이에 이해하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어우동을 보는데 마지막 장면에 동굴에서 안성기 선배님이 이보희 선배님 등에 문신을 해주잖아요. 그 때는 무슨 글씨인가 싶었죠. 나중에 감독님께 물어보니 ‘날 비(飛)’자인 거예요. 제가 영화를 시작할 때쯤 감독님 영화를 봤다면 더 깊이 파고들지 않았겠나 싶어요. 지금 저에게 감독님 작품 리메이크 제안이 오면 ‘무릎과 무릎 사이’, ‘어우동’을 도전해보고 싶어요. 감독님한테 ‘무릎과 무릎 사이’ 제목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는데 이렇게 착하게 시작된 영화가 왜 에로 영화로 인기를 얻었을까요? 저는 당대 최고의 영화 제목이라고 생각해요.”이 감독이 안 낄 수가 없다. “당시 ‘무릎’이라는 말이 우리 영화 제목에 한 번도 안 쓰였더라고. 그러면서 스토리를 만들려고 하니 ‘무릎’ 단어가 주는 어감이 너무나 신선하고 깨끗한 거야. 미성년자 남자와 여자가 데이트할 때 서로 마주보는 상황에서의 그 순수한 무릎과 무릎을 떠올리고 제목으로 정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난리가 나더라고. 조감독에 얘기를 하니 엄지를 들고 입을 못 다물더라고. 어디 함부로 얘기하고 다니지 말라고 했어. 하하.”(이장호)“이 얘기를 감독님께 듣고 제가 어떤 생각을 한지 아세요. ‘내 영혼이 그동안 참 더러웠구나’.”(봉만대)● ‘봉만대’ 에로가 두려운 ‘이장호’… 유치한 ‘이장호’를 보고픈 ‘봉만대’이 감독은 자기에게 없는 것을 가진 ‘봉만대’의 매력이 범상치 않다고 본다. “ ‘덫’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이 친구가 예술가적인 섬세함이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봉 감독이 영화를 쉽게 만들지 않더라고. 나처럼 흥행에 미친 에로티시즘에서 벗어나면 아주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후배의 작품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그로 인해 초라한 내가 비춰질 것 같다는 이 감독이다. ‘봉만대 앞에만 서면’ 또 솔직해지는 이 감독이다. “봉 감독의 영화는 보기가 겁이 나요. 내가 에로티시즘으로 유명해졌기 때문에, 봉만대에게서 자칫 내 실패의 모습이 발견될까봐 두려운 게 사실입니다.”봉 감독은 “처음 듣는 얘기”라고 하자 이 감독은 “에로티시즘에는 한계가 분명 있다. 인간이 갖고 있는 것 중에 가장 발견하기 힘들기도 하고…. 육체에서 가장 예민하게 나타나는 게 관능이다. 이것을 대중들에게 보여주면서 어떻게든 의미부여하고 정당화시키는 게 나는 무서워. 거기서 얻을 게 뭐냐? 화제가 되서 돈 버는 것 외에는 없다고 보거든. 그것을 봉만대에게 발견하는 것보다는 봉만대가 갖고 있는 더 깊은 예술성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제가 표방했던 에로티시즘 스토리는 예전 통제된 시대가 아니라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나왔기 때문에 시대성은 닮지 않았죠. 그럼에도 잘 준비하겠습니다.”(봉만대)이 감독은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을 재평가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려 한다. 방대한 자료를 모으고 검증하는 중이다. 그들의 업적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알리고픈 의지가 무척 강하다. 한쪽으로 치우친 내용이 아니더라도 정치적 논란이 벌어질 게 뻔하다. 그래도 밀어붙일 생각이다. 영화감독으로 마지막 작품이라고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반성의 힘을 충전하는 기간이 길었다고 생각해요. 내리막길을 걷는 훈련을 오래 했고 이제 죽기 전에 한 번쯤 오르막길로 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얻었다고 봐요.” 봉 감독은 이 감독이 자꾸 내리막길로 간다고 규정짓는 자체가 불편하다. “작품을 안 찍어서 감독님 스스로 내리막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저는 한 번도 감독님 지금 가는 길이 내리막이라고 생각 안했어요. 심리적으로는 내려가고 있지만 감독님 몸은 계속 영화계 안에서 그대로 존재하고 있는 거죠.”“봉 감독. 나를 돌아보고 느낀 것들을 정직하게 작품으로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을 한 거야. 내가 극영화를 만들 수 있는 여건은 아니고. 역사 공부를 다시 하고 있어.”“그래도 저는 안했으면 좋겠어요.”봉 감독은 이 감독의 시도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속물적인 작품이 안 나올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런데 정치적 공격을 받을까봐 걱정이 크다. “저의 영화적 친구로만 계셔주면….”“봉 감독이 걱정하는 건 알겠는데….”“감독님 주변 친구들은 반대 안하던가요?”“없는데….”“그러면 친구 아니죠. 기독교인인 감독님의 정치를 뺀 기독교 영화라면 보고 싶습니다. 영화를 해왔던 사람으로 본 기독교, 3자의 시선에서 본 예수. 그리고 어쩔 수 없이 흘러가는 정치사, 그리고 그 시대에 감독님이 할 수 있었던 영화… 그런 것을 다른 사람이 객관화하는 게 좋지 않나 싶어요. 이 시점에서 감독님은 진짜 친구 찾기 하셔야 돼요.”“소신을 정직하게 밝히느냐, 아니면 눈치를 보면서 소신을 숨겨야할지, 이 둘의 결정이겠다 싶네.”‘갑분싸’ 대화는 절대 서로를 존중하는 선에서 설득과 설득 공방으로 진하게 이어진다.“감독님의 얘기를 더 객관화할 필요가 있다. 감독님 의식을 영화에 그대로 투영하는 건 무리가 있다”는 봉 감독의 제안에 “그동안 장르에 대한 도전이 많았다. 내 식으로 만들어보고 싶다. 다큐멘터리도 역시 정답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이 감독이 받아친다. 자신을 늘 ‘B급 감독’이라고 말하는 봉 감독은 아예 자신과 비슷한 캐릭터의 ‘이장호’가 돼 “유치한 영화를 만들어보시라”는 파격 주문을 해보면서 생각을 바꾸려했다. 그러자 이 감독은 “원래 내가 연출을 즉흥적으로 한다. 시나리오를 앉아서 쓴 적이 없다. 현장에 나가야 머리 회전이 된다. 그래서 내 연출은 ‘천수답’(지하수 시설이 없어 물을 빗물 등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형태의 논, ) 연출”이라며 잠시 다큐멘터리 제작 고집을 잠시 접어둔다. 진심으로 조언을 해주는 후배에 대한 배려다.“반대도 해주는 깐부하고 같이 있는 지금이 좋네요.”(이장호)● 어둠의 봉? 나는 ‘빛나는 봉’이 감독은 ‘살인의 추억’, ‘괴물’, ‘기생충’을 제작한 세계적인 명장 봉준호 감독과도 가깝다. 봉준호 감독과 봉만대 감독은 한국 영화계에서 흔치 않은 ‘양봉’ ‘쌍봉’으로 불린다. 봉만대 감독 본인은 ‘거장’ 봉준호 감독과 비교되는 게 영광스러워 ‘어둠의 봉준호’로 불리기를 자처하고 유쾌해 한다.“봉은 엔터테이너적인 능력을 갖고 있으면서 리얼리즘을 잘 살리는 영화감독이다. 인간적이고, 나와는 다른 세계가 있고.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작품이 있으면 늘 같이 작업을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다”는 이 감독에게 봉 감독은 정말 B급일까. 봉준호 감독과 음양의 조화가 잘 맞는, 내가 인정하는 후배? -봉준호 감독과 제대로 견줄만한 ‘어둠의 봉’인가요? “봉 감독이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를 흉내내 ‘떡꾹열차’를 내놓을 때 ‘저 친구가 문제의 감독이 될 수 있다’고 봉준호한테 얘기한 적이 있어요. ‘너 기분 안 나쁘냐’고도 했죠. 그런데 봉준호가 아주 유쾌하게 봉만대를 치켜세우더라고. (어둠의 봉은 아니죠?) 사회 풍자 있잖아. 같은 봉인데 풍자는 봉만대야.”‘어둠의 봉’ 당사자는 ‘이장호’에게 어떤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고 볼까.“감독님 주변에도 심각한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저는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면 재밌어야 되거든요. 굳이 재미없는 사람들 만나면 곤란하잖아요. 그런 면에서 감독님에게 저는 ‘해방구’가 아닐까 싶어요. 제가 진지한 작품도 만들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놀이공원에서 티켓 끊어 노는 건 잘 맞지 않아요. 감독님께는 그냥 놀이터에서 막 노는 후배죠.”8년째 인연. 이 감독에게는 확실히 ‘밝은 봉’이다. “봉만대 영화제를 하면 재밌을 것 같네. 생활비 마련하는데 도움이 되겠는데.”(이장호)이 감독의 눈에는 보면 볼수록 기발한 아이디어와 재능이 아깝다.봉 감독은 “2003년 극장에 ‘맛있는 섹스…’를 내놓고 20년이 됐다. 30주년돼서 하면 영화제하면 안 될까요. 감독님? 저도 깐느(2019년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으로 깐느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는 다녀와야 한다”며 이 감독을 웃게 한다. 80세 들어서는 줄에 젊은 ‘봉만대’와 나누는 ‘아무말 에로 대잔치’가 마치 복받은 것 같다. 그래서 ‘봉’을 만날 때가 기다려진다. 갈수록 영화를 보는 시각도 닮아가는 것 같다 좋다는 그다. 봉 감독이 정의하는 에로티시즘 세계관은 들어도 들어도 전라도말로 기똥차다. “에로 영화만큼 어려운 게 없어요. 스트레스도 받고 그래서 재밌어요. 야한 장면이 나오고 다음 얘기를 끌고 가는 게 쉽지 않아요. 여기서 템포를 잃으면 느슨해지죠. 이야기 속에 부합하는 에로가 끊임없이 있어야 돼요.”(봉만대)“에로 영화의 가장 큰 적은 정사신이야.”(이장호)“예전에 이 감독님께 물어봤어요. ‘에로 영화 감독’이라는 타이틀이 꼬리표처럼 붙어 있는데 기분 나쁘지 않냐고요. 그런데 감독님이 ‘얼마나 좋냐. 꼬리표라도 있는 게’라고 웃어 넘기시더라고요. 저는 무엇보다 감독님이 뭔가의 가능성에 대해서 ‘될 거다’라고 해주시는 ‘화이팅’이 좋습니다.”(봉만대) 이 감독은 봉 감독과의 소통으로 오래 답을 내리지 못한 영화적 고민도 해결한다. ‘영화적 배설’의 기쁨을 솔찬히 느낀다. “한참 에로 영화를 찍을 때 어디서 보고 얻은 고민인데, ‘성적인 영화가 가장 반체제 영화’일까라는 물음이야. 해방 기분이 있는 건 분명하고, 권위에 도전하는 것도 틀림없는데 난해하더라고. 체제를 정치라고 보면 성적인 것이 어떻게 반체제 의미가 될 수 있을까. 아직도 파악이 안 돼.”(이장호)“그 단면적인 면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서 봤어요. 봉 감독이 유일하게 연출이 약한 부분이 섹스신이거든요. 그런데 기생충에서 부부가 소파에 누워 오랜만에 행위를 하는 장면이 나와요. 그들이 보고 있는 시야가 창문 너머에요. 거기는 아들이 있는 인디언 캠프잖아요. 아이 수준에서 보는 행위는 반체제 느낌을 주죠. 기교도 아니고 테크닉도 없고 행위에 유희가 없어요. 던지는 메시지는 하나에요. 그런데 그건 제가 못 찍는 것 중에 하나에요.”(봉만대)“아, 그건 내가 생각 못했던 거다. 역시 에로 도사의 눈이 있네.”(이장호) ● 우리 무릎과 무릎에는 사이가 없다“봉만대는 사람을 참 솔직하게 만들어. 바보 선언을 하게 된단 말이야.”내면을 비워내며 후배와 가까워진 시간이 신기한 이 감독. 본인 스스로 내려간다는 인생 길이 안쓰러워 그 길을 지면과 평행하게 놔주고 싶은 봉 감독. 인연은 마지막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길 것 같다. 봉 감독은 “감독님이 갖고 있는 내공이나 좋음들이 많을 수 있다. 감독님은 모르는데 세월을 살아오면서 남들이 존경하는 감독님만의 교훈도 분명히 있을 거다”라며 이 감독의 영화 인생 후반부 꽃길이 열리는 희망을 걸어본다. 그래도 냉정하다. “다큐멘터리 시나리오를 쓰고는 계신거죠? 하지만 여전히 저는 감독님의 ‘무릎과 무릎 사이 2’를 보고 싶습니다.”“봉만대가 이제 나의 ‘봉’으로 보이네. 아까 다큐멘터리에 대해서 많은 조언을 해줬지? 그거 아이디어된다. 봉 감독 같은 사람이 시나리오도 만져야 돼. 봉 감독! 조 감독.”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고물가에 여행 대신 시원한 대형 쇼핑몰에서 시간을 보내는 이른바 ‘몰캉스족’이 늘고 있다. 이처럼 국내에서는 값싼 전기 요금으로 에어컨을 가동할 수 있다. 원자력발전이라는 효율적인 에너지원의 혜택이다. 그런데 1978년 첫 원전 가동 이후 45년간 원전 부지 내에 쌓여 있는 1만8600t의 ‘사용 후 핵연료’를 안전하게 처리하기 위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방폐물) 관리 특별법이 국회에서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2021년 9월 김성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을 발의한 것을 시작으로 이인선·김영식 의원(이상 국민의힘)이 지난해 8월 유사 법안을 발의했다. 여야가 고준위 방폐물의 처리를 놓고 공감대는 형성된 상태다. 하지만 원전 확대에 대한 여야 입장 차이로 인해 국회 법안소위의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중위) 9차 법안소위 논의 결과 야당은 신규 원전 건설과 연계해 고준위 방폐물 처리장의 건설 여부 및 규모 확정 전에는 특별법안에 대한 논의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여당은 신규 원전 논의와 연계 시 특별법 논의 지연에 대한 불안 장기화가 우려되기 때문에 신속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핵심 쟁점은 크게 3가지다. 첫 번째로 부지 내 저장시설 규모는 여당은 운영 허가 기간 중 발생량, 야당은 설계 수명 기간 중 발생량으로 맞서고 있다. 또 고준위 방폐장 확보 시점에 대해 여당과 원전 지역은 중간저장시설 50년, 처분시설 60년, 김성환 의원은 최종처분시설 목표 시점만 명시하는 것으로 논의가 진행 중이다. 마지막으로 고준위 방폐물 관리위원회의 지위에 관해서는 야당은 중앙행정기관, 여당은 일반행정기관 신설을 굽히지 않고 있다. 고준위 방폐장이 없는 상황에서 현재 원전 내 저장시설이 빠르게 포화되고 있는 상태다. 2030년 한빛원전부터 원전 내 저장시설 포화가 시작된다. 원전 내 저장시설이 건설되지 않으면 원전을 멈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야당이 이 같은 상황을 이용해 고준위 방폐장 건설을 탈원전 수단으로 삼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원전에 쌓여 있는 고준위 방폐물 1만8600t은 현실이며, 고준위 방폐장 건설이 기존 방폐물을 안전하게 처분하기 위한 것이지 신규 원전 확대를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고준위 방폐장은 친원전 또는 탈원전의 미래 문제가 아니라 지난 45년간 우리가 편리하게 전기를 사용한 결과에 대한 현 세대 책임의 문제라는 것이다. 정부는 8월을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 입법의 사실상의 ‘골든 타임’으로 보고 있다. 10월 국회 국정감사가 열리기 전 입법 통과가 되지 못하면 3개 법안은 21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고준위 방폐장은 부지 선정 절차에만 13년이 걸리고 최종 완공까지 37년이 걸리는 국가적 사업이다. 고준위 방폐장 건설이 지연될수록 기존 원전 지역 주민의 희생은 불가피해 보인다. 6월 원전 소재 지자체 행정협의회에서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 제정 촉구 공동건의문을 낸 데 이어 16일 경주, 울진, 영광, 기장, 울주 등 원전 소재 5개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주민들은 고준위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 촉구를 위한 상경 토론회를 개최했다. 많은 전문가들도 ‘탈원전과 친원전은 선택의 문제지만 고준위 방폐장은 이념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원전 내 ‘사용 후 핵연료’ 장기 보관에 대한 원전지역 주민의 불안감을 덜어주지 않으면 원전 내 건식 저장시설 건설이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깐부. 국어사전에는 ‘같은 편’, 나아가 ‘어떤 경우라도 모든 것을 나눌 수 있는 사이’라는 보충 설명이 달려 있습니다. 제아무리 모든 것을 갖춘 인생도 건전한 교감을 나누는 평생의 벗이 없다면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미국 하버드 의대 로버트 월딩어 교수는 동아일보 신년 인터뷰에서 “행복을 결정하는 결정적 요인은 부도, 명예도, 학벌도 아닌 사람들과 따뜻하게 의지할 수 있는 관계”라고 했습니다. 좋은 인간관계는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깐부들 사이에 피어나는 ‘같이의 가치’를 소개합니다.남녀가 평생의 벗이 되기는 쉽지 않다. 물론 남사친(남자사람친구), 여사친(여자사람친구)이라는 존재가 생겨나긴 했다. 그들에게 물어보면 동성 친구 이상의 우정이 영원히 갈 거라고 한다.그럼에도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의 오랜 가르침 때문일까. 여전히 남자는 남자를 대하기 편하고, 여자는 여자끼리가 익숙하다. ‘톡 까놓고’ 남녀가 친구 되기가 어려운 정서가 아직 지배적이다.일로 만난 사이라면 더 힘들지 않을까. 같은 회사에서 상하 관계인 남녀가 20년 가까이 호흡을 맞추고 비즈니스 성과를 계속 내는 경우가 흔할까. 죽도록 사랑해서 결혼한 부부도 이혼으로 숱하게 갈라서는 세상이다.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는 ‘비즈니스 커플’이 가족과 같은 편한 관계가 되려면 정말 세심한 상호 배려가 절대적이다.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의 위성우(52) 감독과 전주원(51) 코치는 ‘비즈니스 커플의 최상급’이라는 표현을 넘어 ‘절대 깐부’라는 수식어가 붙어도 되는 관계다. 2005년 신한은행에서 코치와 선수(플레잉 코치)로 처음 만나 2012년 우리은행에서 다시 감독과 코치로 뭉쳐 무려 18년째 동고동락을 하고 있다. 국내 스포츠계를 통틀어 유례가 없다. 둘이 뭉치니 복도 뭉쳤다. 미더스의 ‘두 손’이다. 위 감독이 혹독하게 선수들을 벼랑 끝으로 몰면 전 코치가 벼랑에서 손을 잡고 다독이면서 여자 농구의 역사를 써버렸다. 신한은행에서는 2005년 이후 7차례 우승(5연패 포함) 기쁨을 함께 누렸고, 우리은행에서도 감독과 코치로 함께 부임해 첫 시즌에 고사 직전인 팀을 살려 깜짝 우승을 시키는 등 7차례 챔피언(6연패 포함)에 올려놓았다. ● ‘위성우 코치’를 추천한 ‘코치에서 물러난 전주원’“ ‘위성우 코치’ 저는 좋다고 추천했어요.”최근 서울 장위동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만난 위 감독과 전 코치가 첫 만남의 기억을 더듬었다.한국 여자농구 대표 레전드 가드였던 전 코치는 2004년 신한은행 선수 시절 임신으로 현역 활동을 중단하고 이듬해 딸(정수빈)을 출산한 후 코치가 됐으나 코트를 잊지 못해 선수 복귀를 했다. 전 코치가 다시 현역 복귀를 하면서 공석이 된 코치를 위 감독이 맡게 된 것이다. 위 감독은 프로농구 현대모비스에서 은퇴 기로에 서 있던 상황이었다. 타 구단으로부터 2년 계약 제안을 받은 상태에서 위 감독은 당시 이영주 신한은행 감독의 부름으로 신한은행 연습장을 찾았다. 이것이 계기가 돼 은퇴 후 신한은행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전 코치께서 위 감독님 제2의 인생을 열어준 거네요?“(전 코치에게 90도 인사를 하며) 감사합니다!”(위성우)당시 연습이 끝나고 위 감독은 선수인 전 코치에게 “안 힘들어요”라고 물었고, 전 코치는 “네 조금 힘들어요”라고 했다. 그게 둘의 첫 대화다. 전 코치는 당시 감독과 사무국장에게 긍정적인 의사 표현을 해줬다. ‘성실한 위성우’로 기억하고 있어 코치로 좋을 것 같다고. 팀의 정신적 지주였던 전 코치의 ‘픽’은 나름 영향력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전 코치가 손사래를 치며 “저는 여러 명 중 한 표였다”고 말하는 찰나 위 감독이 다시 치고 들어온다.“저 같은 듣보잡을 택해주시다니 영광입니다.” ● ‘단무지’를 알아준 ‘전주원’위 감독은 자신을 ‘단무지’로 표현한다. 성격이 ‘단순-무식-지X’이라서다. 그런데 생판 모르는 여자 농구팀 코치를 맡았으니 스타일이 더 도드라졌다고 한다. 한 살 어린 전 코치가 이런 위 감독의 거친 기질이 평상시가 아닌 훈련 때에 선수들의 긴장감과 집중력을 높일 수 있게만 발휘되도록 잘 수습해줬다고. 덕분에 위 감독은 강한 카리스마와 독한 훈련으로 선수들을 바닥까지 끌어내렸다가 선수 본인이 가진 경기력의 120%까지를 끌어올려 코트에 쏟게 하는 자신의 지도 스타일 기반을 닦을 수 있었다고 했다. “신한은행에 부임해서 선수들 연습을 보는데, 운동을 하는 건지 워밍업을 하는 건지 분간이 안 가더라고요. 100% 힘을 쓰는 건지, 50%만인지 감이 안 왔어요. 감독님한테 일일이 물어볼 수도 없고, 전 코치가 정리를 잘해주더라고요. 전 코치가 대스타여서 다가가기 어려웠는데 깍듯이 대해줬어요. 알아서 선수들의 스타일과 성향에 대해 피드백을 수시로 많이 줬죠.”(위성우)“첫 훈련을 보더니 뛰는 게 맞느냐고 물어 보시기에,‘그냥 열심히 하는 거예요. 남자 선수들 보시다가 그러실 거예요’라고 한 것 밖에 없어요. 하하.”(전주원)현역 때도 찰거머리 수비수로 독종처럼 상대를 압박했던 위 감독의 강성 스타일을 전 코치가 처음부터 마냥 좋다고 받아들인 건 아니다. -안 싸우면 다행인데 못 믿겠어요. 트러블이 전혀 없지 않았죠?“위 감독님이 코치로 오고 경기 중에 저도 플레이가 안 돼서 짜증이 나 죽겠는데 엄청 뭐라고 지적을 하는 거예요. 저도 열이 받아서 ‘아! 알았다고요. 정말!’ 이러면서 들이받았죠. (이영주) 감독님한테 딱 걸렸는데, 둘이 싸울 거면 둘 다 팀을 나가라고 해서 다음부터는 절대 부딪히지 않았죠. 하하.”(전주원) ● 농구 천재 전주원에게 유일무이 지적을 한 ‘위성우’전 코치는 ‘농구 대통령’ 허재와 비교되는 여자농구의 역대급 스타다. 여자프로농구에서만 출산을 하고 8시즌을 더 뛰었다. 한국 프로 스포츠를 통틀어 영구 결번도 유일하게 2개나 갖고 있는 별 중의 별이다. 이런 전 코치에게 레이저를 쏜 지도자는 없었다.“저에게 농구 지적을 한 지도자는 없었거든요. 감독님은 저한테 유일하게 ‘엄청 뭐라 해주신 분’이에요. 그런데 감사하더라고요. 경기를 하면서 정신을 못 차린다고 생각했던 때이거든요. 플레이를 못 할 때 누군가 나를 꾸짖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때 감독님의 한 방 때문에 40살까지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현역으로 뛸 수 있었던 것 같아요.”(전주원)위 감독은 “나만의 지도 스타일이 생긴 건 전부 ‘니(전 코치를 지칭)’ 때문인 것 같다. 전 코치에게 쏘아붙이고 나서 정선민(현 여자농구 대표팀 감독) 등 대스타들에게도 그냥 똑같이 밀어붙일 수 있었다”고 웃었다. 위 감독은 “나는 코치의 역할이 있고, 선수는 선수로 할 일이 있다는 생각에서 행동한 거다. 전 코치가 회사에다 안 좋게 얘기할 수 있었는데 잘 이해해줬다”며 “의도한 콘셉트는 아니었는데 지금의 내 성향으로 정착된 것 같다”고 감사해했다. 전 코치가 감독과 선수들과의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며 선수들에게 감독의 성향을 논리적으로 이해시켜준 부분도 고맙다는 위 감독이다.전 코치는 코트 안팎에서 위 감독의 180도 다른 성향을 접하고 진심을 알았다. 위 감독은 코트만 벗어나면 허허실실 코드다. 동네에서 마주치면 무조건 아이스크림 사줄 것 같은 아저씨다. 코트에서 말이 거칠어도 뒤끝이 없다. 작전 타임 때는 작전을 막힘없이 지시하는데 평소에는 말이 꼬인다. 말하는 사람이 별 생각 안 하고 던지는 농담에도 박장대소로 웃어준다. “농구장이나 연습 때는 우리가 늘 ‘그분이 오신다’고 표현을 하는데 평상시는 아주 일반적이세요. 너무 가정적이고 세심하게 선수들을 챙기세요. 의외로 어렵지 않은 분이에요. 성격이 단순하지 않고 입체적이었다면 지금까지 같이 있었을지는 모르겠네요.”(전주원)“농구장 밖에서도 그러면 선수들이 저를 정신병자로 생각하겠죠. 어려운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안 됩니다.”(위성우) ● 나를 처음으로 시험 들게 한 ‘위성우’위 감독과 전 코치의 인연은 중간에 한 번 끊길 뻔 했다. 신한은행에서 단단한 커리어를 쌓은 위 감독이 2012년 우리은행으로부터 감독 제의를 받았다. 단골 꼴찌였던 우리은행은 신한은행의 우승 DNA를 이식해줄 적임자로 위 감독을 찍었다. 위 감독은 생애 첫 감독직을 수락했고, 2011년 은퇴를 하고 신한은행 코치가 된 전 코치를 적으로 마주해야 했다. 위 감독은 고민하지 않았다. “전 코치 신랑한테 먼저 제안했어요. 전 코치를 우리은행 코치로 보내달라고요. 우리은행은 당시 훈련을 혹독하게 해야 하는 팀이었는데, 전 코치라면 감독과 선수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잘하겠다 싶었죠.”전 코치 입장에선 위 감독의 제안을 안 받아도 되는 상황. 그런데 이번에도 새로운 내적 동기 부여가 필요할 때 위 감독이 기가 막힌 타이밍에 ‘콜’을 해줬다. “신한은행에 있으면 계속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전관예우를 받는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그런데 감독님 제안을 받고 처음으로 시험을 치르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한 팀에서만 성공했던 내가 팀을 옮기고 잘하지 못하면 어떤 자리에서도 실패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첫 도전 결심을 한 거죠.”-우리은행으로 옮겨서는 다시 새롭게 리셋된 목표에 또 일심동체가 되셔야했겠어요.“지금 생각하면 나도 참 용감했죠. 40경기에서 5~10승 하던 팀에 전 코치를 데려와 어떻게 하지?…그랬다니까. 3년 동안은 스트레스로 죽다 간신히 살아났었죠.”(위성우) “3~4년 동안은 어떻게 하면 선수들이 잘할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생각 안 했던 것 같아요. 당시는 선수들하고 말도 안 했어요. 피도 눈물도 없었죠. 우리가 느슨함을 보이면 선수들이 분위기에 휩쓸릴까 봐 더 악랄하게 했죠.”(전주원)-시어머니가 둘이었겠는데요. “선수들은 감독과 코치를 같은 사람으로 인식했을 거예요. 이 팀에 와보니 에이스가 없었어요. 승부처에서 선수들이 서로 해결을 미루고 공 돌리기를 해요. ‘정해진 것도 없고, 자신감도 실종됐구나’라는 판단에 나 스스로 스트레스를 더 감내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위성우) 위 감독과 전 코치는 ‘악역’을 자처하며 100%의 호흡으로 부임 첫해인 2012~2013시즌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끌어내며 우리은행 왕조의 시작을 화려하게 열었다. ● 그래서 다 맞춰주는 A형 ‘전주원’“전 코치는 누구든 다 맞출 수 있는 사람이에요.”19년 차가 된 ‘커플’은 이제 척하면 척이다. 혈액형이 A형인 전 코치는 살뜰하게 위 감독의 기분과 습관을 배려한다. O형인 위 감독은 코트 안에서 계획적이지만, 코트 밖에서는 무서운 무질서를 지향한다. 그러면서도 전 코치의 의견을 존중하고 받아들인다. 고집이 세지만 선수 관리나 소통 등에서 전 코치로부터 자신의 판단이 틀린 것 같다는 의견 제시가 오면 바로 수정을 한다. -연인이었으면 위 감독이 피곤한 스타일이었을까요?“만약 점심식사로 자장면을 먹기로 했다고 쳐요. 감독님은 그러다 갑자기 다른 메뉴가 꽂히면 바로 바꾸는 스타일이세요. 저는 어디에 맛있는 자장면 집이 있는지 미리 알아봐 두거든요. 당연히 감독님 취향은 맞춰야 하는데 한 번 여쭤봤어요. ‘그냥 자장면 먹으면 안 돼요’라고 물었더니 ‘나중에 네가 감독을 해’라고 하셨어요. 하하.”(전주원) “다 맞춰주니 편하죠. 미안할 때도 있는데 제가 뻔뻔해진 거죠.”(위성우)-뻔뻔해졌다는 건 전 코치를 아주 편하게 느끼고 있다는 의미인가요?“감독님이 제 눈치를 보고 있으면 제가 코치로 못하고 있다는 거잖아요. 감독님이 편해야 제가 잘하고 있는 거죠.”(전주원) -전 코치께서 A형입니다.“저도 전 코치가 진지하게 제안을 하면 아무 소리 안 하고 들어주죠. 예를 들어 저하고 선수 사이에 트러블이 생긴다, 그럴 때 전 코치가 ‘감독님. 이런 부분은 감독님이 조금 지나친 면이 있다’는 식으로 얘기해줍니다. 그러면 내가 선수에게 사과를 해요. 감독이 선수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기가 쉽지 않은데 전 코치가 깨우쳐줬어요.”(위성우)-A형들은 보통 마음 상한 일이 있어도 말 못 하고 속으로 삭인다고 하잖아요. “그럴 것 같으면 제가 눈치를 보죠. 제가 뭐라고 지적을 하다가 순간 ‘내가 잘못했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분명히 내가 맞는데, 내가 잘못한 것으로 결론 날 때가 있어요.”(위성우)“약간 저를 오해할때 설명을 드린 것뿐이에요. 여자는 살면서 2만 단어를 구사하고 남자는 5000단어 정도 쓴다고 해요. 그런데 남자가 단어를 다 쓰면 할 말이 없어 집을 나간다고 해요. 남자들은 차라리 말을 하지 않는 게 현명한 겁니다. 하하.”(전주원)18년이라는 시간을 같이 지내다보니 둘은 자연스럽게 교집합이 넓어졌다. “100% 전 코치를 안다. 여자팀에 오래 있다보니 여성화가 됐다”는 위 감독의 말에 전 코치는 “감독님이 술자리 약속이 많았다면 적응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둘은 오래 떨어져 있는 자체가 어색하다.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에서 전 코치는 여자농구 대표팀 감독을 맡아 잠시 팀을 떠났다. 새 시즌을 앞두고 위 감독이 팀의 모든 살림을 챙겨야 했다. “혼자 여름 보내느라 힘들었어요. 지겨워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후회했어요. 왜 대표팀에 보냈는지. 하하.”전 코치도 위 감독이 곁에 없으니 마음이 이상했다. “항상 감독님을 도왔는데 처음으로 결정 주체자가 돼서 이상했어요. 서툴러서 뭐가 잘못될까 봐 늘 걱정이었죠.”● ‘엄마 식혜’를 지켜주는 ‘위성우’… 헤어질 결심 없는 ‘우리’기쁘고 보람 있는 일은 셀 수 없이 많았지만 중간에 생긴 예상치 못한 고충과 아픈 추억을 깊게 공유하는 것도 둘에게는 매우 의미가 있다. 2017년 위 감독은 몸이 아파 수술을 받은 아내를 보고 처음으로 농구에 회의감을 느꼈다. ‘내가 왜 이러고 사나’라는 생각에 허무함이 밀려왔다.“권태기죠. 주변 안 보고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지쳤던 것 같아요. 그런데 쉬는 방법도 몰라 혼란스러워했죠. 그때 알았죠. 아등바등해봐야 소용없다는 걸요.”-감독님께 그런 순간이 올 거라고 느꼈나요?“성실하셔서 모든 걸 내려놓을 것이라고는 생각 안 했어요. ‘10개 중 서너 개만 버리겠구나’ 정도? 그러다 지난 시즌 김단비 선수가 이적하면서 다시 ‘웨이크업(Wake up)’을 하셨어요.”(전주원)자신은 크게 감독을 도운 게 없고 농구 일이 좋아 편했다는 전 코치. 하지만 힘든 일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2013년 3월 18일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을 앞두고 전 코치 어머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전날 2차전을 관전한 어머니가 다음 날 새벽 갑작스러운 심장마비 증세로 세상을 떠난 것. 어머니는 2차전이 끝나고 손수 만들어 빨간 통에 담은 식혜를 전 코치 손에 쥐여줬는데 그게 딸과의 마지막 조우였다.-식혜는 어떻게 했어요?“아직 갖고 있어요. 제 방에 좋은 냉동실에…. 못 먹어요. 먹지는 못하고….”겉으로는 웃는데 전 코치의 눈에서 눈물이 핑 한 번 돈다. “이사 갈 때 버리자.”우리은행 장위동 숙소와 연습장 부지와 주변은 2026년 재개발이 된다. 이사를 가야 한다. 위 감독은 퉁명스럽게 식혜를 버리자고는 했지만 속은 아니다. 전 코치가 식혜를 볼 때마다 ‘얼마나 속상한 마음을 힘들게 다스렸을까’라는 걱정을 줄곧 해왔다. 전 코치는 식혜가 있어서 위 코치나 자신에게 기분 좋은 일들이 계속 올 것 같다.“제가 이 일을 그만둘 때까지는 갖고 있을 것 같아요.”둘은 언제까지 같은 팀에 있을까. 위 감독은 언젠가 전 코치가 감독이 될 것이라 했고, 전 코치는 하루하루를 잘 보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둘은 앞으로의 세월을 대하는 태도가 절묘하게 같다.“나이가 드니 뭐든지 ‘그럴 수도 있지’라고 이해하고 사는 것 같아요.”(전주원)“맞아. 그런데 전 코치는 오늘 이 인터뷰를 감독만 하는지 알고 있었다며? 흠. 그럴 수도 있지.”(위성우)유재영기자 elegant@donga.com}
잠자는 뇌세포를 깨워 학습능력을 향상시키는 초고속 전뇌학습법이 관심을 끌고 있다. 초고속전뇌학습법은 집중력, 사고력, 기억력을 극대화시키는 기억학습법이다. 김용진 박사는 인간의 전뇌를 개발시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기주도 학습법인 초고속전뇌학습법을 개발해 장영실과학문화상 금상을 받았다. 초고속전뇌학습법은 3단계로 구성된다. 1단계는 초고속 정독을 위한 과정으로 집중력을 길러줘 기억력, 사고력, 판단력, 논리력, 어휘력, 문해력, 독서 능력을 10배 이상 향상시킨다고 한다. 2단계는 영어단어, 한자, 교과서 및 전공서적 암기 7, 5, 3원칙 등 암기법이다. 마지막 3단계에선 교과서 및 전공서적 요점정리 7원칙, 전뇌 이미지 기억법 7원칙 등을 체득해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자기 주도 학습 능력을 키울 수 있다. 보통 5일에서 7일이면 전 과정을 마칠 수 있고 학습 과정을 완수한 이들에게는 ‘공부방법 면허증’이 발급된다. 공부방법 면허증 취득자 가운데는 공무원, 변호사, 공인회계사 시험 등에 합격하거나 로스쿨에 입학한 이들도 있다. 기술사 시험 두 과목을 합격하고, 고려대에서 4학기 올 A+ 성적장학금을 받은 이도 있다. 김 박사는 “초고속전뇌학습법이 제도권에 도입된다면 우리나라도 각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다. 공교육을 살리고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어 출생률을 높일 수 있고 국가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초고속전뇌학습법을 활용한 ‘노벨상 100명 만들기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1년간 365권 독후감 쓰기를 통해 100만∼1000만원까지 상금을 주는 장학사업을 하고 있다. 중고교생과 대학생 회원들은 성적 향상 인증 시 성적장학금 2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김 박사는 “뇌 훈련을 통해 어르신들의 집중력, 기억력, 암기력 증진으로 치매 예방에도 획기적인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며 “회원 중에는 80대도 있다”고 말했다. 노성복 씨는 78세의 나이에 1년간 1800권의 책을 읽고 1015권의 독후감을 작성해 독후감 대상과 상금 300만원을 받았다. 노 씨는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과정에서 뇌가 개발돼 인지기능 저하와 손 떨림, 고혈압, 심근경색, 고질적인 불면증 등의 증상이 치유됐다. 그는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서 치매예방법 책을 쓰고, 지난해 세계기록 인증을 받았다. 일반학원에서 이뤄지는 단순하고 기계적인 학습이 아니라 잠자고 있는 뇌세포를 깨워 학생들의 성적 향상을 도모하는 초고속전뇌학습법은 과도한 사교육비 절감의 대안으로 부상했다는 평가다. 초고속전뇌학습법은 매일 수업이 있으며 22일, 29일, 8월 5일 오전 10시에서 12시 30분까지 서울 송파구 삼전동 세계전뇌학습아카데미에서 무료 공개특강이 진행된다. 8월 7일∼11일 닷새간 청소년 방학특강이 열린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2012년 정부와 인천광역시가 뜻을 모아 조성한 인천글로벌캠퍼스(IGC)는 동남아시아 학생 유치를 위해 지난달 4일부터 10일까지 6박 7일 간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을 방문해 IGC 입학 홍보 및 향후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주요 방문 기관으로는 동남아시아 국가연합(ASEAN) 사무국·교육각료기구(SEAMEO)·유네스코(UNESCO) 등 기관 5곳, 방콕 한국국제학교·필리핀 통합학교 등 학교 5곳, 인도네시아 교육부·필리핀 교육부·필리핀 고등교육위원회 등 교육기관 3곳 등 총 13개 기관을 방문했다. 지난달 21일에는 아세안 소속 교육부 차관 등 교육부 고위 공무원 30명이 IGC를 답방했다. 입주대학 총장들과 관계자들은 IGC를 소개하고 향후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IGC는 캠퍼스 전체 인원 중 30% 이상이 45개국 출신 외국인과 복귀 유학생으로 구성돼 있으며 매년 그 비율은 증가하고 있다. 이번 IGC의 동남아시아 방문은 IGC 내 아세안 국가 학생 수가 약 30명으로 다른 국가에 비해 비율이 낮은 만큼 해당 국가의 고급인재 확보를 위해서다.“한-아세안 협력기금, 장학제도 활용 논의” IGC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위치한 주아세안 대한민국 대표부와 ASEAN 사무국을 방문해 한-아세안 협력기금(AFCK)을 활용한 장학금 지원에 관해 논의했다. 한-아세안 협력기금은 1990년 아세안과 대한민국 간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출범했다. 기술 이전, 경제 발전, 인력 개발 및 인적 교류를 포함한 40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지원해왔다. 주아세안 대한민국 대표부는 아세안 석사학위 소지 교원 박사과정 지원사업(HEAT)을 소개하며, IGC 내 아세안 국가 학생을 대상으로 기금을 이용한 장학제도 도입 가능성을 제시했다. 인도네시아 교육부는 자국 장학기금을 IGC에 연계하는 방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고려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도네시아는 4만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1인당 3만∼3만5000달러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유네스코 방콕사무소와 SEAMEO에서는 IGC를 동남아시아에서 보다 효과적이고 혁신적으로 홍보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SEAMEO는 11월에 개최 예정인 연례 회의를 IGC에서 개최하는 방법을 제안했다.아세안 소속 교육부 고위 공무원 IGC 방문IGC의 동남아 3개국 입학설명회를 통해 구축된 네트워크를 통해 아세안 소속 교육부 차관 등 교육부 고위 공무원이 지난달 21일 IGC를 방문하였다. 이날 행사에는 지나 오 고농 필리핀 교육부 차관, 요다스폴 베누코스 태국 교육부 차관, 로저 얍 차오 주니어 아세안 사무국장 등 대표단 30명 및 IGC 운영재단 유병윤 대표이사, 한국뉴욕주립대 아써 리 총장, 한국조지메이슨대 로버트 매츠 대표, 겐트대 글로벌캠퍼스 한태준 총장, 유타대 아시아캠퍼스 그레고리 힐 대표가 참석했다. IGC운영재단 유병윤 대표는 “IGC 각 입주대학 총장님들과 함께 아세안과 IGC의 우수 인재 육성 방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돼 기쁘고, 더 많은 아세안 학생이 IGC에서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나 오 고농 필리핀 교육부 차관은 “IGC 시설 투어를 통해 인상적인 연합캠퍼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IGC의 연합캠퍼스 운영방식 및 본교와의 운영체계 차이점 등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여 동남아 학생들에게 IGC를 적극 알릴 수 있게 하겠다”며 답했다.앞으로 10년, 인천글로벌캠퍼스 세계로 비상 창립 11주년을 맞이한 IGC의 봄학기 학생 수는 3941명으로 지난 가을학기 대비 229명 증가했다. 충원율은 83.8%에서 89.3%로 상승했다. IGC는 정부, 인천광역시 그리고 지역사회와 협조를 통해 더욱 우수한 대학과 인재를 유치해 10개의 외국대학, 1만 명 이상의 학생이 상주하는 세계적인 교육 허브를 향해 달려나갈 계획이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NH농협금융지주가 디지털 혁신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이석준 회장은 1월 취임사에서부터 세계 초일류 금융지주가 되기 위한 발판으로 ‘디지털’을 강조했다. 첫 그룹 디지털전략회의를 끝장 토론 분위기로 이끌며 전통 금융권과 빅테크·핀테크의 격차 발생 이유 등을 확인하고 디지털 혁신의 정당성을 부여했다. 이 회장은 “회사의 생존이 걸렸다”며 신년 경영전략회의에서도 디지털 혁신을 다시 강조했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를 초청해 디지털 금융의 중요성을 소개하며 농협금융지주 임직원들이 금융 빅테크 기업의 DNA를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2월 서울 본사에서 열린 ‘제1차 농협금융 DT(Digital Transformation) 추진최고협의회’ 에서는 디지털 전환의 구상을 상세하게 제시했다. 사전 정보가 없어도 고객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디자인(Design)하고, 모든 것의 디지털화(Digital) 구현을 구체적인 실행 키워드로 내세웠다. 이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디지털 전환과 더불어 일하는 방식과 조직문화 혁신에도 앞장서 줄 것을 당부했다. 이 회장은 “모든 업무를 고객 관점에서 재구성하고, 원점(Zero-Base)에서 재설계하자”고 강조한다.NH농협금융지주는 디지털 전환의 일환으로 은행 주력 앱인 올원뱅크 등의 사용자환경(UI)과 사용자경험(UX) 전면 개선 작업을 시작했다. ‘디지털이 고객 접점의 최전선’ 임을 모토로 농협 금융만의 ‘슈퍼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의 행동 패턴을 꼼꼼히 분석해 사용자 친화적인 플랫폼을 구현할 계획이다.인공지능(AI)을 활용한 서비스 혁신도 노린다. 챗GPT 등 생성형 AI 모델을 활용한 서비스, 데이터 확보를 위한 외부 생태계 협업 등이 추진 중이다.시장 선점을 위한 디지털 신사업 진출도 디지털 금융의 중요한 한 축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으로 토큰증권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조각투자기업과 네트워크를 맺고 있는 NH농협은행과 기업금융(IB) 분야 업계 경쟁력이 강점인 NH투자증권이 각각 블록체인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차별화된 신사업 모델을 개발 중이다. 국내 유일의 농업 분야 특수 금융그룹으로 농식품분야 민간 투자 활성화를 위한 촉진자 역할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 초부터 농식품부와 협업해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한 각종 사업을 주도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농업인의 수익 증대를 위해 빅데이터와 머신러닝을 활용한 농식품 특화 신용평가모형 개발, 항공사진 등을 활용한 농작물재해보험 AI 인수 심사 도입 등을 연내에 완료할 계획이다. NH농협금융지주는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하 농진원)과 ‘그린 솔루션 랩’(Green Solution Lab) 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린 솔루션 랩’은 탄소시장 비즈니스의 일환으로 여러 환경 문제 솔류션과 연계된 사업이다. 우선 농진원과 협력해 ‘농업부문 배출권거래제 외부사업’에 대한 다각적인 지원을 추진할 계획이다. 등록된 17종의 저탄소 농업기술을 적용해 온실가스를 감축한 농가에 탄소배출권을 지급하는 사업 등이다. 지난달에는 농진원과 함께 농업분야 탄소저감 우수 중소기업에 지원금도 전달했다. 농업분야 탄소 저감과 관련한 우수한 기술이 늘어나면 탄소배출권 거래로 소득을 창출하는 농업인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저탄소 농업시설 관련 정책자금대출, 농업인 관련 보험 및 할부금융, 농업인 보유 탄소배출권 거래지원 등의 금융서비스도 제공한다. ‘그린 솔루션 랩’ 사업대상 범위를 농업부문에서 산림부문과 산업·발전, 건물·교통 등의 외부사업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NH농협금융지주의 자회사들은 농업인과 농업관련 기업의 지원을 강화한다. NH농협은행은 ‘NH농식품기업우대론’을 지난달 출시했다. NH농협은행이 자체 개발한 비재무평가 체계인 ‘NH농식품 우수기술 성공지수’를 활용해 우수기업에 추가 한도 15%와 우대금리 2%포인트를 제공하는 대출상품이다. NH농협은행은 농가와 기업간 상생을 위한 ‘함께하는 우리 농가 동행기업’을 선정해왔는데 올해에도 10개 사를 선정해 여신 우대, 홍보 등을 지원한다. 또 은행권 최초로 농어촌 학자금 대출 장기연체자에게 잔여 채무액을 지원하는 ‘초록사다리 신용지원 사업’도 실시한다. 3년간 약 3500명의 채무 조기상환을 지원할 예정이다.NH투자증권에선 올해 탄소금융팀을 신설하고, 해외 탄소배출권 기반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 중이다.NH농협카드는 농촌지역 소외계층을 위한 카드공익기금 1억원을 (사)우리농업지키기운동본부를 통해 전달했다. 전달된 카드공익기금은 ‘뉴(New)농촌사랑 체크카드’, ‘농촌사랑클럽 체크카드’ 등 카드이용액 일정비율로 조성돼 김치나눔, 장수사진 촬영, 다문화 가정 지원사업 등 농업·농촌을 위한 사회공헌활동에 사용될 예정이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인구, 산업 구조 급변에 따른 지역과 대학의 공동 위기 상황에서 대학의 혁신을 위한 정부의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실행이 속도를 내고 있다. RISE는 대학을 지역 발전의 허브로 육성해 ‘인재 양성-취·창업-정주’에 이르는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자는 교육부의 새로운 대학지원체계다. 교육부의 대표적 재정지원 사업인 산학연 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LINC·링크)도 2025년부터 RISE에 통합돼 운영될 예정이다. 링크 사업은 2012년부터 10년 동안 1, 2단계 사업을 통해 대학의 체질을 산학협력 친화형으로 혁신하고 자율적 산학협력 선도 모델을 창출했다. 2022년부터는 3단계 사업(링크3.0)을 시작해 미래 인재 양성과 고부가가치 창출을 통해 산학연 협력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는 비전과 목표를 이어가고 있다. RISE로의 전환을 앞두고 전국 링크3.0 사업단은 지산학(地産學·지자체-산업-대학) 협력 활동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11일부터 3일간의 일정으로 경북 경주에서 전국 135개 링크 사업 참여 대학이 참석한 가운데 ‘2023년 링크3.0 하계 성과포럼’을 개최했다. 대학별로 다양한 지산학 협력 성과를 선보여 RISE 체계를 준비하는 지자체 관계자들로부터 주목받았다. 경남대 링크3.0 사업단은 경남권 대학 간에 구성된 협의체를 바탕으로 지자체, 기업과 스마트 제조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경남도, 창원시로부터 경남형 산학연계 표준실습 예산을 5년간 45억 원 규모로 지원받았다. 경남대의 표준현장실습 학기제 이수 학생의 취업률은 71.4%에 달했다. 지자체와의 협업으로 지역 특화산업 경쟁력 강화를 견인한 사례도 눈길을 끌었다. 동신대 링크3.0 사업단은 바이오헬스케어 등 지역 전략산업을 대학의 특화 분야로 선정해 지역 내 산학협력 주체들을 위한 협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 생산 기업인 순천만 모링가협동조합은 동신대 링크3.0 사업단의 지산학협의회, 항노화 ICC 협의회에 참여해 신성장산업 육성을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교육부 박성하 지역혁신대학지원과장은 “지역 소멸 극복과 지역 주도 고등교육 패러다임의 대전환에 기여할 수 있도록 모든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백제의 가치를 새기다.’ 문화재청(청장 최응천)이 주최하고 한국문화재재단(이사장 최영창)이 주관하는 ‘2023 세계유산축전’이 7일부터 10월까지 백제역사유적지구(공주·부여·익산) 축전으로 시작해 순천, 수원, 제주에서 개최된다. 축전 행사는 올해 4회째를 맞는다. 7일 개막해 23일까지 열리는 백제역사유적지구 축전의 주제는 ‘백제의 가치를 새기다’이다. 공주 공산성과 무령왕릉, 부여 정림사지, 나성, 익산 미륵사지 및 왕궁리 유적 등 8곳에서 열린다. 백제역사유적지구는 2015년 한국의 12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문화재청과 충청남도, 전라북도, 공주시, 부여군, 익산시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재재단과 (재)백제세계유산센터가 주관한다. 본 행사는 7일 공산성에서 ‘가치전승 선포식’으로 시작된다. 3개 지역 연계 무용 및 국악 공연과 함께 백제 가치의 궤를 전달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된다. 이어 공주, 부여, 익산 지역 특색을 살린 석탑 미디어 아트와 비언어 창작공연, ‘백제캠핑원정대’와 ‘별빛마실’ 등의 체험 프로그램과 백제의 역사를 담은 주말 공연 ‘무형유산 연희마당’이 열린다. ‘별빛마실’은 사전 예약 프로그램으로 야간 투어를 하며 백제의 차를 시음하고 음악을 들을 수 있다. 12개국 12명의 석조각가가 유적을 재해석해 제작한 석조각 작품들은 6일부터 공주, 부여, 익산에서 순회 전시된다. 관객참여형 공연(이머시브 인물극)도 다채롭게 마련됐다. 백제역사유적지구 축전을 기획한 김종철 총감독은 “백제는 남겨진 유산이 많지는 않지만 엄청난 예술적 매력을 지니고 있다”며 “이번 축전을 통해 공주(웅진백제)는 역동, 부여(사비백제)는 부흥, 익산(익산백제)은 융성의 빛으로 가치를 도출해 매력을 살렸다”고 설명했다. 세계유산축전에 올해 처음 참여하는 전남은 ‘일류 순천, 세계유산을 담(湛)다’라는 주제로 8월 한 달간 선암사와 순천갯벌 일원에서 축전을 연다. ‘쉼’과 ‘비움’을 통해 유산과 인간의 공존을 보여주는 ‘선암사 야단법석’(선암사 괘불봉안 의식), ‘산사 미식회’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순천갯벌에서는 ‘갈대길 쉼 with 비움’ 등이 열린다. 수원 화성 축전(9월 23일∼10월 14일)에서는 ‘의궤가 살아있다: 수원화성, 이어지다’를 주제로 ‘기억의 축성’, ‘장인의 광장’ 공연이 이목을 끈다. 성곽 감상 프로그램인 ‘수원 화성의 기억을 걷다’도 열린다.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축전(10월 3∼8일)은 ‘상생: 유산과 함께 살아가다’를 주제로 거문오름에서부터 용암의 흐름을 따라 걷는 워킹투어 ‘불의 숨길, 만년의 숨길을 걷다’, 한라산부터 거문오름 용암 동굴계로 이어지는 종합 순례 프로그램 ‘숨길 원정대’, ‘세계자연유산 마을 7곳을 찾아서’ 등의 프로그램이 열린다. 문의: 세계유산축전 통합누리집 방문 또는 전화.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산만하고 집중력이 낮거나 공부한 내용을 쉽게 잊어버리는 학생, 학습시간을 단축하고 싶은 이들에게 주목받는 학습법이 있다. 세계전뇌학습아카데미 김용진 박사가 개발한 초고속전뇌학습법이다. 초고속전뇌학습법은 잠자고 있는 뇌세포를 깨워 학습효과를 높여주는 공부법이다. 좌뇌, 우뇌, 간뇌를 개발해 학습능력을 최대 10배 이상 향상시켜준다고 한다. 김 박사에 따르면 초고속전뇌학습법은 교육심리학, 인지발달, 대뇌생리학, 안과의학 등 여러 영역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완성됐다. 특허청에도 등록됐을 뿐 아니라 세계대백과사전에도 등재됐다. 일본 국회도서관에도 12종이 소장돼 있다. 학습법은 크게 3단계로 구성돼 있다. 1단계는 초고속 정독을 위한 과정으로 집중력, 기억력, 사고력, 판단력, 논리력, 어휘력 등을 향상시켜 문해력을 높여주며 독서 능력은 10배 이상 향상된다. 2단계는 영어단어, 한자, 교과서 및 전공서적 암기 7,5,3 원칙 등 암기법이다. 3단계인 응용 단계에서는 교과서 및 전공서적 요점정리 7원칙, 전뇌이미지기억법 7원칙 등을 통해 보다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키운다. 보통 5일에서 10일이면 전 과정을 끝낼 수 있고 학습과정을 완수한 이들에게는 ‘공부방법 면허증’을 발급해준다. 공부방법 면허증을 받은 사람은 8시간 지도사 과정을 이수하고 필기, 실기시험을 통과하면 지도사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은 개인과외, 방과 후 학습, 학원수업 등을 위한 세계전뇌학습아카데미 지사를 개설할 수 있다. 공부방법 면허증 취득자 가운데 공무원, 의사, 공인회계사시험 등에 합격하거나 대학에서 전 과목 A+를 받고 수석 졸업한 경우도 있다. 50대 김모 씨는 기술사 시험을 두 과목 합격하고, 조모 양은 서울대학교 입학 장학금을 받았다. 고려대학교 황모 양은 4학기 올 A+ 성적장학금을 받았다. 원모 씨는 서울시 공무원에 합격했다. 김 박사는 바쁜 직장인들을 위해서 주말반도 운영하고 있다. 평일, 주말 모두 개인 진도 수업을 진행한다. 김 박사는 뇌의 잠재력을 깨우는 초고속전뇌학습법을 활용한 ‘노벨상 100명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전 국민 독서운동을 위해 1년간 365권 독후감 쓰기를 통해 100만∼1000만 원까지 상금을 주는 장학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고교생과 대학생 회원들이 성적 향상을 인증하면 장학금 200만원도 주고 있다. 김 박사는 “초고속전뇌학습법을 제도권으로 도입시킨다면 우리나라도 노벨상수상자가 많이 배출될 수 있다. 공교육을 살리고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어 국가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뇌 계발 훈련을 통해 어르신들의 집중력, 기억력, 암기력 증진으로 치매 예방에도 획기적인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경북 청송군의 노성복 씨는 78세의 나이에 1년간 1800권의 책을 읽고 1015권의 독후감을 작성해 독후감 대상과 상금 300만 원을 받았다. 독후감을 쓰는 과정에서 전뇌가 계발돼 초기 치매와 중풍, 고혈압, 심근경색, 고질적인 불면증 등의 증상이 치유됐다.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서 자서전 ‘상금 300만 원’이라는 책을 썼다. 또 세계기록인증원으로부터 ‘세계최고기록 인증서’를 받았을 뿐 아니라 2023 독서 문화 대상 시상식에서 다독상을 받는 영광을 안았다. 본 학습법은 매일 수업이 있으며 7월 1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12시 30분에 서울 송파구 삼전동 세계전뇌학습아카데미에서 공개특강을 통해 학습법의 진수를 확인할 수 있다. 문의는 전화 또는 홈페이지로 하면 된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연세대학교는 제1기 연세대 미식문화 최고위 과정을 8월 개설한다. 오감을 극대화한 미식을 경험하고 음식에 녹아있는 역사와 배경, 테이블 매너 등 문화적 소양까지 높일 수 있는 인문학 강의로 진행된다. 본 과정의 특징으로는 ‘필드 트립’을 꼽을 수 있다. 각 장르의 명성이 높은 미식업체를 매주 탐방해 미식의 즐거움을 넘어 오너의 경영 이야기를 듣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각 분야 최고 강사진의 강연을 듣고 창의적인 생각을 흡수해 기업 경영에 활용할 수 있다. 강의 장소인 연세대 이윤재관은 주방시설이 완비돼 있어 셀럽 셰프들의 레시피를 직접 배울 수 있다. 본 과정의 주임교수인 명욱 교수는 “마치 소풍 전 날 아이들 같은 설레는 마음이 들 것이다. 음식의 히스토리를 알고 맛을 보니 먹는 즐거움이 두 배가 되는 만족도가 매우 높은 과정”이라고 말했다. 인문학, 경영, 역사, 문화, 음식 등 다양한 스토리를 술 이야기와 더불어 풀어나가는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로도 유명한 명욱 교수는 팟캐스트 ‘말술 남녀’, KBS 제1라디오 ‘김성완의 시사夜’에 고정 출연하고 있다. 매주 식사와 함께 곁들여지는 술에 대한 강의 또한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본 과정은 8월 23일부터 12월 13일까지 매주 다른 주제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및 셀프 다이닝 그리고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매주 수요일 오후 6시∼9시까지 진행된다. 8월 16일까지 모집을 진행하며, 조기 마감될 수 있다. 문의는 연세대 미식문화 최고위과정 사무국 전화나 이메일, 홈페이지로 하면 된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메르세데스-벤츠 사회공헌위원회(의장 토마스 클라인)와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미래재단(이사장 이훈규)은 지난달 ‘메르세데스-벤츠 기브앤 드림’ 장학사업을 통해 국내 취약 계층 아동과 청소년 스포츠 유망주 50명에게 총 1억5000만 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고 28일 밝혔다. 2020년부터 진행 중인 ‘기브앤 드림’ 장학사업은 기부문화 확산 사회공헌 활동인 ‘메르세데스-벤츠 기브’의 일환으로 취약 계층 아동 및 청소년이 스포츠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4회 차를 맞이해 올해까지 총 6억 원의 장학금이 115명에게 전달됐다. 5월 장학금 전달식에선 우수장학생으로 선정된 제천여고 박하은 선수가 대표로 장학금을 받았다. 자폐성 장애 2급인 박 선수는 ‘기브앤 드림’ 1회 장학생으로 선정돼 올해까지 4년째 후원을 받고 있다. 롤러스케이팅과 빙상 종목의 대회 출전비, 용품 구매 비용 등을 지원받고 성장해 왔다. 박 선수는 17일 개최된 2023 스폐셜올림픽 여름대회 참가 경비를 지원받고 롤러스케이팅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박 선수 어머니는 “기브 앤 드림을 통해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딸이) 앞으로 최고의 선수가 돼 같은 어려움을 가진 어린 선수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기브앤 드림 장학금은 축구, 태권도, 육상, 스키, 피겨스케이팅, 골프 등 각 분야의 스포츠 유망주 중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 계층, 기타 저소득 가정 학생 50명에게 전달된다. 장학생들은 1년간 최대 300만 원씩 지원받는다. 장학금은 대회 출전, 훈련, 스포츠 용품 구매, 부상 치료 등에 사용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가 갖는 특화된 전문성과 핵심 역량을 활용해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2014년부터 국내 메르세데스-벤츠 및 계열사 두 곳과 11개 공식 딜러사가 동참해 메르세데스-벤츠 사회공헌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약속’이라는 슬로건 아래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미래재단과 함께 5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주요 프로그램으로 ‘교육’이라는 핵심 가치를 중심으로 어린이 교통 안전을 위한 ‘메르세데스-벤츠 모바일 키즈’, 산학협동 프로그램인 ‘메르세데스-벤츠 모바일 아카데미’, 임직원 참여형 봉사활동인 ‘메르세데스-벤츠와 함께’, 스포츠와 기부가 결합된 나눔 확산 프로그램 ‘메르세데스-벤츠 기브’를 진행해 왔다. 2021년에는 탄소중립 기후 행동 실천 프로그램인 ‘메르세데스-벤츠 그린플러스’를 출범시켰다.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미래재단은 메르세데스-벤츠 사회공헌위원회를 비롯해 국내외 모범 기업들과 함께 파트너십을 통해 사회공헌 사업을 전문으로 펼치는 재단이다. 올해로 23주년을 맞이한 재단은 메르세데스-벤츠 사회공헌위원회와 9년째 사업을 같이 하고 있다. 교육 및 멘토링 사회공헌, 장학 지원, 교육환경 개선 사업 등을 통해 미래 인재 육성에 기여하고 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깐부. 국어사전에는 ‘같은 편’, 나아가 ‘어떤 경우라도 모든 것을 나눌 수 있는 사이’라는 보충 설명이 달려 있습니다. 제아무리 모든 것을 갖춘 인생도 건전한 교감을 나누는 평생의 벗이 없다면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미국 하버드 의대 로버트 월딩어 교수는 동아일보 신년 인터뷰에서 “행복을 결정하는 결정적 요인은 부도, 명예도, 학벌도 아닌 사람들과 따뜻하게 의지할 수 있는 관계”라고 했습니다. 좋은 인간관계는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깐부들 사이에 피어나는 ‘같이의 가치’를 소개합니다. ● ‘나’와 잘 지내던 김주성 총장에게 생긴 ‘나를 보여주고픈’ 사람“친한 사람만 봐도 시간이 모자라요. 나와 맞는 사람에게 시간을 집중하자는 게 삶의 지론입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자주 들게 하는 사람이 있어요.” 1980~90년대를 주름잡은 한국 축구의 전설인 김주성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사무총장(59)의 주변 사람들은 그가 이런 말을 쉽게 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안다. 김 총장은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3년 연속(1989~91년) 아시아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왼쪽 측면 공격수로 아시아를 휘젓고 1986년 멕시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다. 손흥민(토트넘)의 원조 격이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는 미드필더로 한국이 스페인, 독일 등을 상대로 선전하는 데 이바지했다. 이후 중앙 수비수로 변신해 K리그에서 공격수, 미드필더, 수비수 포지션에서 모두 시즌 베스트 11상을 받았다. K리그 최초의 영구 결번(16) 주인공이기도 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주역인 ‘테리우스’ 안정환이 청소년 때부터 롤모델로 삼았던 레전드다. 중앙고 재학 시절만 해도 유망주로 평가받지 못했던 그는 조선대에서 순전히 혼자의 노력으로 조용히 묻힐 뻔 했던 축구 인생을 반전시켰다. 대학 3학년 때인 1985년 국가대표에 선발됐고, 철저한 자기 관리로 롱런을 이어갔다. 독일 분데스리가 진출 꿈도 이뤄냈다. 김 총장은 현역 시절 ‘그라운드의 야생마’, ‘아시아의 삼손’으로 불렸다. 별명 자체가 김 총장의 온갖 스타일을 대변한다. 다른 흔한 공격수 스타일과 다르길 원했다. 상대 수비수 3~4명은 확실하게 힘과 스피드로 무너뜨릴 수 있어야 직성이 풀렸다. 한두 번 수비에 걸려도 끈질기게 돌파를 시도하고 체력적인 부담을 주게 해 수비수가 질리도록 했다. 대표팀에서 주전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파격적으로 갈기머리를 길러 본인의 파워와 스피드, 역동성을 더 돋보이게 하는 데 활용했다. 김주성은 한국 축구에서 언급되는 수많은 레전드와는 결이 다르다. 외유내강형인데 더 냉정하게 사리 판단을 하려는 면모가 강하게 풍긴다. 온화한 인상과 달리 내면에는 다른 세계와 카리스마가 있다. 표정으로는 티가 나지 않는데 축구 지능이 뒷받침된 수읽기와 계산에 밝다. 자기만의 생각이 정리되면 그라운드에서 거침없는 집념과 승부욕을 발휘했다. 일상에서도 자기 스타일에 대한 확신이 있다. 물론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정보가 그 배경에 있다. 학구열이 강해 박사 학위까지 땄다. 그러면서도 이를 알아달라고 남에게 요구하지 않는다. 행여 설명을 할 때는 필히 매너를 지킨다. 김 총장을 잘 아는 사람들이 인정하는 일관된 모습이다. 그래서 다가가기에 더 어렵고 높은 벽을 느끼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현역 시절 개인적으로 깊은 친분을 맺고 지냈다는 축구 담당 기자들이 많지 않다. 현역 은퇴 후 국제축구연맹(FIFA) 국제스포츠관리자 과정을 이수하고 대한축구협회 국제국에 입사해 20여년 가까이 축구 행정가로 일하고 있는 그를 지금도 사석에서 만나기는 쉽지 않다. 알려진 인맥은 대한축구협회에서 같이 근무했거나 현역 시절 대우로얄즈(현 부산)에서 같이 뛰었던 선후배 동료 정도. 인간 관계에 대해선 다다익선(多多益善)보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이치를 더 따르는 편이다. 친해져도 적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개인사 공개도 최대한 자제하는 편이다. 이런 그의 ‘선’을 무너뜨린 사람이 있다. 김 총장이 이례적으로 평생 매일 봐도 지겹지 않을 ‘깐부’라 주저 없이 말하는 대상이다. 최근 만난 자리에서 김 총장은 “친한 것보다 좋아한다”며 정면의 한 사람을 응시했다. ● 서로 상극인데 이렇게 재밌을 수 있어? 친한 것보다 좋아한다 말해주고 싶은 ‘우리’ 김 총장이 빠져든 ‘깐부’는 프로축구 K2(2부) 성남 FC(성남시민프로축구단)의 김영하 대표이사(63)다. 지난 시즌 프로축구 K1(1부)에서 K2리그로 떨어진 팀 부활의 특명을 안고 올해 새 사장으로 부임한 김 대표는 전직이 은행원이다. ‘은행원 출신 첫 프로축구단 대표이사’라는 수식어가 이름 앞에 붙어다니게 됐다. 성남, 분당 지역에서 두 차례 은행 지점장을 한 경력도 있다. 생판 축구와는 관계없는 전직 은행원이 왜 프로축구단 대표가 됐는지 궁금하겠지만 김 대표는 사실 국내 축구 마케팅의 근간을 닦은 선구자다. 1988년 하나은행의 전신인 서울신탁은행에 입사한 김 대표는 하나은행의 2002년 한일 월드컵 후원과 대한축구협회 공식 스폰서 참여를 20여년 넘게 진두지휘했던 실무자다. 김 대표가 성남 FC에 부임하자 고향 지역 체육회에서 축하 현수막을 내걸었다고 한다.“민망해서 현수막을 내려달라고 했더니 ‘이 고향 출신 고위 공직자들은 너무 많은데 프로축구단 대표는 처음이라 꼭 축하해줘야 해서 못 내리겠다’고 하더라고요.” 2004년 김 총장이 대한축구협회에 입사하고 나서 공식 후원사와 파트너 관계로 만난 두 사람은 첫인사를 나누고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소소한 만남을 거듭하면서 자연스럽게 절친한 사이로 발전했다. 김 대표는 “TV로만 보던 스타를 봐서 처음에는 얼떨떨했다. 우리 가족들에게도 ‘김주성’은 영웅이었다”면서 자신과는 너무 다른 스타일의 김 총장과 평생 친구가 된 게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김 총장이 “서로 성격은 아예 다르다”고 선을 긋자 김 대표는 “정말 독특한 스타”라며 맞장구를 쳤다. 김 대표는 “내 고향에 가면 사람들이 ‘김총’(김 총장이 2012년 대한축구협회 사무총장을 맡고 나서 편하게 부르는 지칭)을 보고 ‘축구 선수 김주성 닮았다’고 많이 그런다(웃음). 그런데 보통 이런 상황이면 ‘맞다’라고 인정하는데 김총은 손사래를 치고 숨어버린다. ‘나 잘났어. 알아봐줘’라는 스타 의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나는 두루두루 사람들과 친분을 쌓는데 김총은 반대다. 은행에서 영업을 할 때는 김총이 이해가 안 됐는데 은행을 나오고부터는 어느새 김총 말을 따르고 있다”며 웃었다. 1분을 지켜봐도 둘은 ‘티키타카’가 너무 잘 맞는다. “오늘까지 우리 4일을 연속으로 보네. 난 너무 재밌어.”(김영하)“그래도 일은 같이 하지 말자고요. 동업.”(김주성)“겉으로는 단순하게 판단하는 것 같은데 속으로 고민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죠.”(김영하)“그래도 언행일치는… 안 돼요. 하하.”(김주성)“내가 운전을 하면 김총은 ‘운전 못한다’고 타박을 하면서 뒷좌석에 앉아요. 김총한테 이길 수 있는 건 정말 나이하고 골프밖에 없다니까. 하하”(김영하) 대체로 장난과는 거리가 먼 김 총장이 김 대표 앞에서는 장난기가 조금 있는 점잖은 동생으로 팩폭(팩트폭행)을 날린다. 이를 김 대표가 편하게 받아준다. 이런 분위기만으로도 앞으로 둘이 어떻게 지낼지 예상이 된다. - 평생 보셔야죠? “안 갈 이유가 없는 것 같아요. 형님 연락을 이상하게 계속 기다리게 됩니다.”(김주성) “잘해주는 것보다는 한결같은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우리 사이에선.”(김영하) 티격태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서로를 너무 위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크다. 김 대표는 “김총이 고향 부모님이 계시는 노인복지관까지 직접 찾아가 용돈을 드리기까지 한다. 알면 알수록 속정이 깊은 사람이다. 자기의 진가를 서서히 나에게 보여주는 게 정말 고맙다. 내 옆에 없으면 빈 자리가 너무 커 보일 사람”이라고 했다. 김 총장은 “업무적으로 만났는데 개인 관계로 인연을 발전시켰다는 자체만으로 형님에게 감사하다. 서로가 축구로 추억을 나눌 수 있는 구심점이 되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가슴 뿌듯해했다. 김 총장이 김 대표를 대하는 태도에서 무심코 책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상처받지 않고 사람을 움직이는 관계의 심리학ּ 저자 양창순)’에서 ● 가려운 곳 긁어주며 더 풍성해지는 ‘우리 축구’ “사자성어를 보면 친구를 의미하는 말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지기지우(知己之友)가 딱 맞는 것 같아요.” 김 대표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속마음을 잘 알아주는 벗’이라는 의미의 말로 김 총장과의 관계를 정리한다. 그래도 행여 김 총장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정년 퇴임 등으로 은행을 떠나 있던 지난 몇 년간 다시 축구 일을 찾으려고 발품을 많이 팔았다. 김 총장은 “속으로 별 걱정을 많이 했던 때였지만 믿었다”고 했다. 그리고 김 대표는 성남 FC 대표이사 공모를 통해 정말 축구계로 돌아왔다. “하나은행을 모기업으로 하는 대전 구단도 아니고, 경기인 출신도 아닌 분이 본인 실력으로 성남 프로구단의 대표가 됐다는 건 대단한 일이죠. 가능성이 희박한 도전이었는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팀을 정상으로 정비할 수 있는 능력에서 많은 점수를 딴 것 같아요. 축구단 경영의 전문성 담보는 시대가 요구하는 사항입니다. 김 대표께서 이런 면모를 잘 보여주시고, 성남시와 구단-감독-선수 사이에서 건강한 견제구, 응집의 중심이 되면서 새로운 인생을 멋있게 펼치셨으면 해요.”(김주성) “김총과 무조건 축구 얘기를 오래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만 했어요. 성남 FC는 큰 홍역을 치르면서 소위 인구 3000만 명이 아는 구단이 됐다고 하잖아요. 불명예스러운 면이 부각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밑져봐야 손해날 것 없는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봅니다. 은행원의 시각으로 축구단의 회계 관리 등에서 새로운 게 보이더라고요. 뭐라도 잘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내 경험을 총동원해서 명문 구단의 자존심을 회복시키려고 합니다.”(김영하) 축구 얘기라면 ‘아무말 대잔치’라도 신이 난다. “김총만 보면 예전에 김총이 대우 시절 경기 도중 데니스(러시아 출신 전 수원 공격수. 2003년 한국으로 귀화) 목을 밟았던 게 기억 나.”(김영하)“좋은 선수였죠. 데니스….”(김주성) 김 대표의 즉흥 도발(?)에 김 총장이 숨을 고르자 김 대표는 “공격수 하다가 수비로 내려온 건 김총이 처음이지 않나. 대단한 건데”라고 김 총장을 띄우며 표정을 살핀다. 그러자 김 총장은 “박성화 감독(전 청소년대표팀 감독)께서 국가대표팀에서 스트라이커도 하고 나중에 수비수를 하셨죠. 점프력이 워낙 좋으셔서…”라며 차분하고 겸손한 동생의 모습을 다시 유지한다. 이러다 서로 잘 몰랐던 축구 개인사가 나오고 더 가까워진다. 김 대표가 성남 FC에 오고나서 김 총장이 여러 모로 큰 힘이 되고 있다. 김 대표는 “김 총장의 도움으로 선수의 이모저모를 세밀하게 관찰하는 눈이 생겼다. 독일 등 해외 구단들의 동향에 대해서도 정보를 알기 쉽지 않았는데 김총 본인이 해외에서 뛰던 경험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정확한 해석을 내려준다”고 했다. 김 대표는 김 총장의 화려한 현역 시절의 커리어, 알찬 축구 행정 경험, 승부욕과 성취욕, 평범하지 않은 학구열과 겸손함 등이 축구팬과 대중에게 활발하게 전해져 국가적인 선한 영향력이 됐으면 한다. 외부 활동을 더 적극적으로 해달라는 바람이었다. 김 총장은 “100년이 지나도 내 현역 시절의 스피드를 기억해줬으면 한다”고 우회적으로 김 대표의 말에 긍정적인 화답을 했다. 김 총장은 “저도 32살의 나이 때 공격수에서 수비수로 변신하면서 화려한 과거를 잊고 다시 축구에 눈뜨자고 다짐했고 실천했다. 형님의 최근 활동을 보면서 축구는 벗기면 벗길수록 새롭다는 것을 또 느낀다. 욕심을 부리지 않는 선에서 또 다른 ‘김주성 축구’를 찾고 싶은 마음이 형님 때문에 든다”고 말했다. 오늘보다 더 좋을 내일에 대한 기대감을 서로 주고받는 건 일상사다. “김총이 월드컵에서는 골을 못 넣었지만 저와 함께 남은 축구 인생에서 드라마틱한 ‘골’을 넣었으면 좋겠어요. 사장이 되고 나서 체중이 68kg까지 빠졌는데 김총과 함께 더 뛰어야죠.”(김영하)“형님의 몸무게는 다시 원상복귀될 겁니다. 하하. 장담해요. 프로축구단 대표로 사람들과 많이 만나셔야 되니까요. 그런데 내일은 뭐 하실 거예요?”(김주성) 유재영기자 elegant@donga.com}
평균 나이 70세의 시니어 노인들이 이색 축구 월드컵에 도전장을 냈다. 8월 23일부터 26일까지 영국에서 열리는 2023 국제워킹풋볼연맹(FIWFA) 월드 네이션스컵에 출전하는 한국 대표팀이 7일 서울 구로구 안양천 축구장에서 출정식을 가졌다. 대표팀은 60세 이상 그룹 대회에 출전한다.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대회는 사실상의 시니어 월드컵이다. 워킹풋볼(Walking Football)은 몸이 불편하거나 활동에 제약을 받는 시니어들을 위해 특별히 고안된 축구 경기다. 2011년 영국에서 첫 선을 보였다. 국내에서는 경도인지장애(정상 노화와 치매의 중간 단계) 등의 증세가 있는 시니어들의 재활을 돕는 운동으로 조금씩 보급됐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국가들에서 치매 예방 등의 스포츠로 적극 장려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경기도 워킹풋볼리그에 22개팀이 참가하고 있다. 동호회들도 다수 있다. 축구와 규칙은 다르다. 달리면서 공을 차는 게 아니라 한 발을 땅에 댄 채 걸어서 움직이고 공을 다룬다. 선수간 태클과 어깨, 몸싸움은 허용되지 않는다. 부상 방지를 위해 경합 상황을 방지하는 규정이다. 선수들은 축구화가 아닌 트레이닝화를 신는다. 한 팀은 6명(골키퍼 포함)으로 구성된다. 머리 높이 아래로 패스를 해야하고 골 에어리어(6m) 안에서 슛을 할 수 없다. 접촉이 금지되기 때문에 공격하는 팀이 공격을 전개할 때 수비팀은 공을 뺏을 수 없다. 공격하는 팀도 수비하는 팀 선수를 밀치거나 넘어뜨릴 수 없다. 그러면 반칙이 선언돼 프리킥, 페널티킥 등이 주어진다. 반칙을 3회 하면 블루카드를 받아 2분간 출전 금지된다. 이후 3회 반칙을 더하면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된다. 경기 시간은 전후반 20분씩(휴식 5분)이다. 경기장 규격은 일반 축구 경기가 열리는 구장의 절반 사이즈다. 월드 네이션스컵을 주최하는 FIWFA는 2018년 영국에서 창설됐다. 등록 회원국은 50여개다. 이번 대회에는 20여개 나라가 참가 신청을 했다. 한국은 60세 A조에서 잉글랜드, 프랑스, 일본, 캐나다, 스페인과 맞붙는다. 대회는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의 훈련장인 세인트 조지 풋볼 파크에서 열린다. 2회 대회는 2025년 사우디아리비아에서 개최되고, 한국은 2029년 4회 대회 유치를 노리고 있다. 2021년 6월 설립된 대한워킹풋볼협회(회장 한상철)는 지난 달 각 지역 선수들 중에서 대표 선수 12명 선발을 마무리 짓고 7일부터 훈련에 들어갔다. 선수단 평균 연령은 70.9세다. 전 국가대표인 김강남 감독(69)이 지휘봉을 잡고 감독 겸 선수로 뛴다. 김 감독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축구 대표팀 감독을 역임한 김정남 전 울산 감독의 친동생이다. 김 감독은 현역 시절 프로팀 유공과 대우에서 활약했으며 1975년부터 1983년까지 국가대표 A매치 39경기에 출전해 6골을 기록했다. 원흥재 선수(75)도 축구인이다. 숭실대 감독을 지냈고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U-20 월드컵)에서는 코치로 박종환 감독을 보좌하며 한국의 4강 신화를 이끌어냈다. 청소년 대표 출신인 양대길 대한워킹풋볼협회 사무총장(67)도 선수로 참가한다. 선수단은 22일 영국으로 출국한다. 김 감독은 “예선을 통과해 결선토너먼트에 올라가는 것이 목표”라며 “황혼기에 접어든 시니어들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의지를 보였다. 유재영기자 elegant@donga.com}
지역 균형 발전의 핵심은 대학과 교육, 과학이라는 인식하에 순천대와 전남 순천시가 협업을 통해 대한민국 생태 수도로 자리매김한 순천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전남 동부권의 대표 국립대인 순천대는 지산학(地産學) 연계를 바탕으로 국내 30위권 대학 진입을 노리고 있다. 지난달 17일 취임한 이병운 총장은 202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를 성공리에 개최하고 있는 노관규 순천시장을 23일 총장실에서 만나 지역과 대학의 동반 성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총장에 취임한 지 보름 정도 됐다. 정부도 대학 주도의 지역 균형 발전을 추진하고 있고, 노 시장도 순천대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이병운 총장=학령인구 급감 등 대학을 둘러싼 격변기에 내부 혁신을 이루고, 지역의 장점을 지자체 등과 함께 부흥시키는 연계 방식이 필요하다. 글로컬 대학에 도전하는 목표 지향점이기도 하다. 순천은 순천만 국가정원, 순천만 갯벌 등이 있는 생태 관광 도시다. 또 우주발사체의 거점인 단조립장(한화에어로스페이스 투자)이 건설될 예정이다. 이차전지 산업 기반도 있는데 더 커질 것이다. 순천대는 농·생명 분야에 강점이 있다. 애니메이션학과는 국립대에서 제일 먼저 만들어졌다. 이들을 묶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할 것이다. 이차전지·항공우주, 생태문화 콘텐츠, 저탄소 스마트팜 등 3개 군이 중심인 특화 전략이다. 모든 학과를 ‘헤쳐 모여’ 식으로 재편해 3개 분야 35개 학과로 통폐합한다. 애니메이션 전공은 인문예술대 내의 피아노, 만화애니메이션, 영상디자인, 사진예술학과 등과 융복합해 대폭 증원할 생각이다. ▽노관규 시장=대학은 식량이 떨어져 고사하는 지경까지 왔다. 시대가 변해서 큰 파고가 있을 것에 대비해 시가 대학협력팀을 1월 1일 자로 독자적으로 만들어 준비하고 있었다. 시의 순천대에 대한 의지는 이미 약대 지원에서 확인됐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마찬가지로 중소도시도 서울 같은 대도시를 흉내 내서는 절대 생존할 수 없다. 고유한 개성을 시와 대학의 노력으로 유지하고 발전시키면서 지역 주민들의 행복지수와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 ―이 총장은 취임사에서 지산학 거점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장=지산학 융합 모델은 지산학의 거버넌스를 구축해 전남을 비롯한 남해안의 지역 전략 산업, 첨단 산업의 기반, 인력 등이 선순환되도록 하는 중심축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목포대, 목포해양대, 도립대, 청암대 등 주변 대학과도 연합한다. 지자체 및 산업체의 유능한 분들을 교수로 채용하고 부총장으로도 선임하려 한다. 지자체, 산업체, 대학 간 인사 교류도 한다. 순천대가 지산학 플랫폼이 돼 28만 명의 순천시 인구가 30만 명 이상으로 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학생 정주 비율도 80% 이상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글로벌 지향 측면에서 외국인 유학생도 늘릴 건가. 순천 지역 산업 현장과도 연계할 방안이 있을 것 같다. ▽이 총장=400명 수준인 외국인 유학생 비중을 1000명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불법 체류 문제에 부딪힐 수 있는데 법안 통과 등을 통해 (입국, 유학) 조건이 완화되길 기대한다. 순천 지역 농촌, 중소기업 인력이 정말 많이 부족하다. 여기에 필요한 외국인 유학생 인력을 순천대에서 교육해 도움을 주겠다. 글로벌 교류 차원에서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등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분야 교육과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고, 필요하면 현지 캠퍼스를 만드는 것도 고려하겠다. ▽노 시장=스마트팜 사업이 농촌의 핫이슈다. 양질의 교육을 받은 사람 등 다양한 노동력이 필요하다. 동남아 유학생이 순천대에 올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팜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현장에 투입될 수 있기에 충분히 ‘유인’할 수 있다고 본다. ―시가 2026년까지 애니메이션 클러스터 조성 예산을 확보하는 데 역할을 했다. ▽노 시장=정부와 300억 원 규모로 조율이 됐는데 순천이 애니메이션, 웹툰 등의 기획, 설계, 제작의 ‘메카’가 되려면 국비 등이 추가 투입돼야 한다.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일하려는 학생들이 수도권 대학에 가지 않더라도 순천대 관련 학과에서 자기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생들이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다. 순천대에서 큰 그림을 그리고 주도해 줘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들도 유치할 생각이다. ―순천 같은 중소도시는 어떤 발전 전략을 채택해야 하는가. ▽노 시장=앞에서도 말했듯 대도시를 흉내 내지 않는 것이다. 당장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를 하면서 도시 구조부터 차별화되고 있다. 국내 다른 도시들은 도로를 내려고 난리다. 인구가 줄어들면 나중에 그 도로를 누가 관리하나. 순천은 정원이 아파트 앞까지 들어와 있다. 프랑스 파리의 이달고 시장을 흉내 낼 수 없지만, 센강 변을 차가 다니지 않는 도로로 만드는 것은 벤치마킹할 수 있다. 우리 모습을 고려해 우리의 문화로 소화하고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 이렇게 중소도시의 표준과 여건을 만들면 이 지역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일할 수 있는 산업도 들어온다. ―여기에 대학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 총장=시의 전략에 대학도 발맞춰야 한다.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총장의 역할 변화다. 대학 총장도 기업 최고경영자(CEO)처럼 뛰어야 한다. 대학 정책 수립에 지역 전문가들이 참여하도록 하고, 실무형 융합 교육을 강화하는 등의 리빌딩이 필요하다. 시대의 불확실성을 대비한 역량도 키워야 한다.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고 특히 인문학적인 소양 교육이 특화 분야와 시너지를 내도록 대학에 있는 벽을 허물겠다. 지역 주민들의 평생 역량 재교육에도 주도적으로 나설 것이다. ▽노 시장=시장이 잘한다고 해서 도시가 안 바뀐다. 도시 변화의 요건은 시민들의 눈높이, 즉 인문학적 소양과 지식, 철학적 높이에 달려 있다. 순천만에서 14년 전에 논바닥에 있는 전봇대 282개를 뽑았다. 시민들의 동의로 가능했다. 이번에는 도로를 막아서 정원을 만들었다. 시민들의 눈높이가 높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익숙해진 세상에서 미래를 보는 눈높이가 필요한데 이것은 평생 교육의 문제다. 중소도시의 경쟁력은 상상력이 필요하다. 갑자기 생길 수 없고 대학과 역할 분담을 잘해야 하는 문제다. ―일본 기타큐슈는 기타큐슈시와 기타큐슈시립대의 노력으로 중화학 공업 도시이자 친환경 생태 도시가 됐다. 일본의 지역 균형 발전 모델로도 손꼽힌다. 순천시와 순천대가 힘을 모은다면 ‘생태+α’ 발전 전략도 가능해 보인다. ▽이 총장=기타큐슈시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꿈꿀 수 있는 도시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교육 덕분이다. 교육으로 스펙트럼을 넓힌 상상력과 아이디어가 도시의 살길을 찾아줬다. 순천시도 정원이 어우러진 친환경 도시를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가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의 성공을 이끌었고, 대한민국 대표 생태 도시 타이틀을 얻었다. 글로컬 대학의 취지가 대학 주도의 지역 균형 발전에 있다면 결국 대학과 지자체가 연계를 통해 지역의 미래를 제시해야 한다. 순천은 특히 스마트팜으로 대표되는 농업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생태 도시를 넘어 모두가 모방하고 싶은 세계 최고의 ‘생태+스마트’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노 시장=생태가 경제를 견인한다.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에 300만 명이 왔다. 이 중 50만 명이 이 지역에서 소비 활동을 했다고 보면 파급 효과를 알 수 있다. 관광은 지자체가 증명했으니 대학이 다른 지혜를 줘야 한다. 지역 융복합의 미래 방향을 정리해줄 수 있는 곳이 대학밖에 없다. 순천대가 생각하는 특화 전략까지 포함해 대학의 변화와 순천의 변화를 논의하고 싶다. 순천대와 계속 손을 잡아서 지역을 소멸시키지 않고 더 큰 가치를 만들어 내고 싶다. 총장께서 새로 취임하셨으니 빨리 밥을 뜸 들여 함께 먹고 싶다.이병운 총장 약력△ 1967년생△ 순천대 법학과 졸업, 원광대 법학과 박사△ 순천대 법학전공 교수, 순천대 입학관리본부장△ 현 순천대 제10대 총장노관규 시장 약력△ 1960년생△ 제34회 사법시험 합격,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검사△ 새천년민주당 예산결산위원장, 5·6대 순천시장△ 현 10대 순천시장 순천=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아직 자신감을 잃지 않았습니다.” 대학이 위기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지만 야구의 속설처럼 ‘위기를 넘기면 반드시 기회가 찾아 온다’는 것을 철썩같이 믿고 싶다. 차정인 부산대 총장의 요즘 결기이자 의지다. 다른 지방 국립대가 겪는 것처럼 부산대도 어렵다. 제2의 수도로 불리는 부산의 대표 국립대지만 ‘수도권 대학 쏠림’ 유탄을 직격으로 맞고 휘청인지 꽤 됐다. 부산을 비롯해 경남권 인재들이 서울, 수도권으로 가면서 존재감이 흔들렸다. 1990년대 학번까지만 해도 전국 최상위권 성적에 있던 이 지역의 많은 학생들은 서울 타이틀을 버리고 기꺼이 부산대를 모교로 삼았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었다. 정부는 ‘글로컬(Global+Local) 대학’ 사업을 통해 지방대를 세계적인 대학으로 육성하겠다는 정책 과제를 제시했다. 올해부터 4년에 걸쳐 30개 대학을 선정한다. 가능성과 우려가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대에게 혁신과 통합의 과제가 주어졌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때다. 부산대는 어떤 포지셔닝을 할까. ‘부산대’라는 제품을 어떻게 혁신하고 경쟁력을 끌어올릴까. 어떤 커뮤니케이션 전략으로 교육 당사자들의 마음을 잡을까. 10일 부산대 총장실에서 차 총장을 만나 이와 관련한 부산대의 핵심 비전을 들었다. 그는 현재 부산대의 학생 수준과 교육 역량 모두를 긍정적으로 보면서 부산대가 지방대의 선도 모델이 돼야 한다고 했다. “부산대를 ‘또 하나의 서울대’로”“부산대는 인구 800만이 있는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의 대표 대학 아닙니까?” 차 총장은 비전을 논의하는데 있어서 차별화된 ‘아젠다’ 설정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나 교육 당사자들의 부산대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인가. “사회부총리와 미팅할 때 ‘지방대에 대한 정책 비전이 더 커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800만 인구를 대표하는 부산대는 ‘또 하나의 서울대’로 만들겠다는 비전 정도가 나와야 된다. 그래야 ‘지방 대학 시대’, ‘국가 균형 발전 시대’라고 얘기할 수 있지 않겠나.” -비전을 따라갈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하다고 보는 건가. “과거보다는 못하지만 부산대 공과대만 봐도 여전히 전국 상위 10% 내에 드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교육 역량도 탄탄하다. 석·박사급 연구 인력을 양성하는 ‘4단계 BK(두뇌 한국) 21 사업’ 선정에서 부산대는 서울대에 이어 전국 2위를 기록했다. 서울대는 46개, 우리는 36개 사업단이 선정됐다. BK 사업 선정은 주로 교육 역량을 평가하는데 그만큼 부산대 상황이 좋다는 것이다. 또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선호한다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최근 5년 합계 정규직 입사자 수를 보더라도 부산대가 연세대와 공동 1위다. 블라인드 평가에서 부산대 학생들이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다. 장래성 높은 학자들이 부산대에서 교수 경력을 시작하면서 연구의 전성기를 보낸다는 것도 장점이다. 지역 대학들에게 정책적 뒷받침을 해주면 국가 균형 발전을 선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부산대는 자신이 있다. ‘또 하나의 서울대’ 프로젝트를 담대한 구상으로 만들어 글로컬 사업 계획(공모 신청은 이달 31일까지)에 담았다.” 차 총장이 구상한 ‘또 하나의 서울대’ 프로젝트의 핵심은 투 트랙으로 특화 캠퍼스 ‘메카’를 만들어 서울대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것이다. -메카에 대해 소개해 달라. “하나는 양산캠퍼스를 중심으로 의생명 융합 특화 캠퍼스를 만드는 것이다. 이 분야의 ‘메카(성지)’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양산캠퍼스에는 의대, 치대, 한의대, 간호대학이 있다. 수의대까지 유치하게 되면 의·생명과학 학문 분야를 다 갖추게 된다. 의·생명 융합 기술을 기반으로 맞춤형 헬스케어, 바이오 헬스, 빅데이터 등을 연구하는 의·생명융합공학부도 있다. 재정 확보를 위해 정부가 약간의 규제 해결만 도와주면 된다. 그러면 기초과학 분야에 대대적 투자도 가능하다. 지금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내고 있는 부산대 IBS 기후물리연구단과 같은 것을 양산캠퍼스에 몇 개를 더 만들면 의·생명 융합 특화 캠퍼스를 최고 수준으로 만들 수 있다.”부산교대와 통합… 종합 교원 양성의 ‘성지’ 자신또 하나의 트랙은 교원 양성 특화 캠퍼스를 만들겠다는 방향이다. 지방 국립대 통합 과제 논의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부산교대와 통합이 관건이다. 15일 부산교대 학내 의견 수렴기구인 평의원회에서 통합안을 찬성하고 의결했다. 17일 부산교대 교수회의에서도 평의원회 의결 결과를 최종 승인했다. 차 총장은 “이제 본격적으로 양교 통합의 비전과 청사진을 내보일 것”이라고 했다. -두 학교의 특성을 십분 활용할 것인가. “부산교대 거제동 캠퍼스에 부산대 사범대 일부 학과가 이전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부산교대에는 초등교육 과정이 있고, 부산대에는 유아교육, 특수교육, 중등교육 과정이 있다. 명실공히 전국 최대 규모의 종합 교원 양성 특화 캠퍼스가 될 것이다.” -통합 논의에서 부산교대 학생들을 상당히 배려한 흔적이 보인다. “교대 학생들이 종합대학에서 역량을 최고조로 키우도록 도울 것이다. 초등교사가 중등교사보다 더 글로벌화돼야 하고 다양한 학문 분야의 소양도 갖추어야 한다. 교대 학생들의 부전공, 복수전공을 허용하고 권장할 예정이다. 사범대 학생들이 모두 교사가 되는 게 아니듯이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교육대학 학생들의 임용률도 점점 낮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4년 동안 대학을 다니면서 다른 진로에 관심이 생길 수도 있다. 초등교사가 희망 1순위지만 학문연구를 하고 싶어 교수가 될 수도 있고 기업으로 갈 수도 있다. 청년 시절에는 진로 선택의 폭이 다양하게 열려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기존 부산대 타 전공 학생의 초등교육 부전공, 복수전공 이수는 필요하지 않아 금지하기로 이미 정했다.” -당장 교육 현장의 지형도를 바꿀 자신감이 엿보인다. “‘교원 양성은 부산이다’는 것을 확실하게 입증해 나갈 것이다. 교원 양성 국책연구센터를 만들어 이 분야 국제적인 학술대회가 현 교대캠퍼스를 중심으로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교대에도 박사과정을 둬서 교수님들의 전문 연구를 지원할 것이다. 종합대학 교수로 전환하는 것에 맞춰 특별 연구비 지원도 필요하다. 통합으로 인한 가장 희망적 변화는 부산의 초등학교에서 나타날 것이다. ‘부산의 초등교육이 전국에서 가장 앞서 간다’는 평가를 받도록 하겠다.”“결정 장애에 빠져 있지 않겠다”차 총장의 고민은 부산대만 살자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우수 창의적 인재들의 입학과 더불어 그들의 지역 정착은 모든 지방 국립대들의 숙제다. 앞장서 난제 해결을 위해 움직이고 선도 모델을 낸다면 다른 대학에게 자극제, 동기 부여가 충분히 될 것으로 본다. - 돈 준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라고 보는 건가. “지역인재 유출을 막지 못하면 정부가 지역대학에 예산 지원을 해도 근본적 대책이 되지 않는다. 인재 유출의 확실한 방어책은 수도권 대학 정원 총량 규제다. 최후의 보루다. 부산대는 최근 정부가 첨단분야 정원 증원 신청을 받을 때, 먼저 기존 학과의 정원을 자체조정하고 그래도 모자라는 필수 인원 20명만 신청해서 20명을 받았다. 부산대가 정원을 지나치게 늘리면 바로 인근의 지역대학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거점대학 총장으로서 지역대학들을 고려하면서 대승적으로 판단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차 총장은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의무채용 확대가 지역대학의 경쟁력을 강하게 끌어올릴 것으로 확신한다. 차 총장이 직접 혁신도시법 개정안을 준비해 지역대학 총장들과 함께 정치권 등에 건의를 했고, 국회 국토위에서 법안 심사 중이다. 현재는 혁신도시법에 따라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은 직원의 30%를 해당 소재지 대학 출신 학생 가운데 의무적으로 뽑아야 한다. 차 총장의 안은 30%를 현재처럼 그대로 뽑고 추가 20%를 공공기관 소재지 대학 외의 비수도권 전체 대학에서 선발하자는 것이다. -이 법을 어떻게 평가하나. “지역인재 유출을 획기적으로 해결하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공공기관으로선 인재 선발의 풀이 넓어진다. 부산의 공기업에도 전남, 경북, 충남 지역 학생들이 오게 되는 것이다. 수도권 학생들의 불이익이 없도록 법령 적용은 6년 뒤부터다.” 국가 거점 국립대학교 총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차 총장은 국립대의 역할과 재정·운영에 대한 법적 근거인 국립대학법 제정과 국립대학회계법 개정도 주도했다. 주변 UNIST(울산과학기술원), 포스텍(포항공대)과의 융합, 교류도 검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차 총장은 “전국에 5대 밖에 없다는 300KV 초저온 투과 전자현미경을 부산캠퍼스가 아닌 양산캠퍼스에 뒀다. UNIST, 경북대, 경상대, 부경대 등이 다 편리하게 활용하도록 했다. UNIST는 당장 이 장비를 활용해 연구할 게 많다고 한다. 협력 구조를 함께 만드는 건 즐거운 일이고 대환영”이라고 말했다. -옳은 방향의 가닥이 잡히면 바로 실행에 옮기고 있다. “대학들이 종종 결정 장애에 빠지는 폐단이 있다. 상황이 어려운데도 중요한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부산대는 교무회의가 활발하다. 필요한 결정은 제때 내리고 있다. 학내 공론이 살아있게 하고 결정을 미루지 않으려고 한다. 한편으로는 지역대학 총장님들과 협력해 교육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부산대의 반전 상승의 그래프를 그린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온전히 부산 경남 시민들의 기부금으로 세워진 부산대가 균형발전을 위한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할 시기다.”“서울대 건드리지 않는 게 서울대 10개 만들기 핵심” 지역 균형 발전과 지방 거점 국립대의 경쟁력을 동시에 살리자는 취지에서 나온 대학 개혁 모델 제안 중 하나가 ‘서울대 10개 만들기’다. 김종영 경희대 교수(교육사회학)가 2021년 제안해 화제를 끌었다. 핵심은 지방 9개 거점 국립대에 서울대 수준의 재정을 투입해 세계적 수준의 연구 중심 대학으로 끌어올리자는 것이다. 과열된 대학 입시 경쟁을 막고 대학 서열화를 완화시켜 궁극적으로 국토 균형 발전 시대의 모멘텀으로 작용하게 한다는 취지다. 지난해 2월 전국 9개(서울대 제외) 국가 거점국립대총장협의회는 이 같은 방안을 여야 대통령 후보에 제안했다. 현재도 국회, 학계 등에서 활발하게 관련 제안이 나오고 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UC) 체제를 벤치마킹한 발상이다. 캘리포니아의 타이틀 안에서 10개의 연구 중심 대학이 있다. 버클리, 로스앤젤레스, 샌디에이고, 샌프란시스코, 산타바바라, 어바인, 데이비스, 산타크루즈, 리버사이드, 머세드에 캠퍼스가 있다. 차 총장은 “현장에 가서 보니 이 모델로 인해 모든 캠퍼스가 좋아졌다. 전체 연구 중심 대학을 선도하는 UC 버클리는 글로벌 탑 대학이 됐다. UC 버클리 모델은 서울대가 참고할 만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그러나 이른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들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차 총장은 발상의 전환을 언급했다. 차 총장은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장점은 서울대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다. 지역 거점 대학들의 수준을 먼저 끌어 올리는 것”이라고 했다. 차 총장은 “프랑스 파리대학을 따라가면 파리1, 파리2대학이 될 수 있고, UC 모델이면 서울대 경북, 서울대 충남 이런 식이 될 것”이라며 “부산대 구성원들이 ‘서울대 부산’의 명칭에 만족할 것인지는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대표적인 거점 국립대인 부산대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국가적인 공론에는 대승적으로 임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이어 차 총장은 “학원가에 초등학생 의대반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건 정상이 아니다”라며 “대학으로 가는 고속도로 병목현상이 심각하다. 고속도로를 10개쯤 만드는 게 올바른 대책이다”고 더 구체적인 화두로 다뤄지길 기대했다.부산=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깐부. 국어사전에는 ‘같은 편’, 나아가 ‘어떤 경우라도 모든 것을 나눌 수 있는 사이’라는 보충 설명이 달려 있습니다. 제아무리 모든 것을 갖춘 인생도 건전한 교감을 나누는 평생의 벗이 없다면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미국 하버드 의대 로버트 월딩어 교수는 동아일보 신년 인터뷰에서 “행복을 결정하는 결정적 요인은 부도, 명예도, 학벌도 아닌 사람들과 따뜻하게 의지할 수 있는 관계”라고 했습니다. 좋은 인간관계는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깐부들 사이에 피어나는 ‘같이의 가치’를 소개합니다.“나쁘게 말하면 오지랖인데 저는 사람들을 대할 때 보자기를 잘 안 싸요. 어떻게든 보자기를 풀어서 뭔가 해줘야 직성이 풀려요.”국내 최정상 재즈 아티스트 윤희정(70)은 보기만 해도 즐거움을 준다. 어색함을 무너뜨리는 ‘사이다 멘트’와 폭풍 칭찬으로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간다. 그러면서도 잡히는 대로 뭔가를 준다. 자발적 ‘흥부자’인데 퍼줘야 본인 속이 후련하고 안심이 되는 스타일이다. ‘재즈 대모’로 불리는 거장이지만 거리감이 없다.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즉석 노래 요청에 무반주 생라이브로 재즈 한 소절을 기가 막히게 뽑아주는 뮤지션이다. 그야말로 남을 위한 ‘정리의 달인’이다. 몸에 뱄다. 사람 정리, 관리는 도가 텄다. 많이 도와줘야 할 사람, 더 많이 도움이 필요한 사람, 아예 24시간 챙겨야 할 사람이 딱 구분돼 있다. 밥상, 식탁 정리도 예술이다. 음식을 즐기는 그는 남들이 준비해준 음식을 매우 소중히 여긴다. 박수를 치며 온 감각을 동원해 맛있게 먹고 표현한다. 남은 음식도 끝까지 관찰해 포장하든, 어떻게든 정리한다. ● 늘 보자기 푸는 여장부… ‘우리들의 빅마마’음식도 그가 보자기에서 푸는 정이다. 최근 기자와 인터뷰를 하는 자리에서도 손수 집에서 깎아온 참외를 기자의 입에 무작정 밀어넣는다. 크기가 예사롭지 않다. 참외 반쪽이 씨와 함께 훅 들어온다. 5분 후 하나가 더 들어오고 또 곧바로 2~3개 참외가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음식의 주고받음으로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채고 그에 맞게 도우려 한다. 영락없는 우리들의 ‘빅마마’다.재즈 정리도 듣는 입장 위주로 자신을 낮춘다. 화자정리가 아니라 청자정리다. 배려 차원에서 재주 가수인데 도대체 재즈 안에 갇히려 하지 않는다. 누가 옆에서 트로트를 불러도 박수를 치고, 발라드를 불러도 환호를 지른다. 그러면서 어떻게든 재즈와 연결지으려 하고 본인이 변화무쌍한 퓨전 재즈를 구사한다. “이미 20년 전에 트로트를 재즈로 부른 사람이에요, 내가.”그런 재즈를 사람들에게 늘 선물하려 한다. 그리고 실제 그렇게 했다. 25년 넘게. 박자, 리듬을 아주 쉽게(?) 무시하는 ‘음치’, ‘박치’들이 윤희정 재즈 무대에 올라 능력자가 됐다. 그들 삶의 방향을 바꿔놓았다. 노래를 시키면 숨을 곳부터 찾았던 사람들이 윤희정의 재즈 선물을 받고 어디서도 마이크를 놓지 않는다. 사람과 관계를 맺는 방식이 재즈관과 비슷하다. ‘사람=재즈’라고 봐도 무방하다. 사람의 다양성이 그의 재즈 세계로 들어가면 예상치 못한 스펙트럼을 낸다. 재즈를 부르는 실력은 어설퍼도 눈물나게 감동적인 게 나온다. 윤희정이 사람과 사람을 엮는 재즈를 시작한 건 1997년 무렵이다. 당시 정동극장으로부터 1년 공연을 제안받았는데 두려움을 오기로 바꿔 새로운 트렌드의 재즈 공연을 시작했다.“200곡 정도 재즈를 연습하고 있는데 제안을 받고 무서워서 도망을 갔어요. 그때 스승이신 이판근 선생님(한국 재즈 연구의 선구자로 불림)이 ‘너 호랑이를 그려야 되는데 고양이부터 그렸니’라고 야단을 치셨는데 뭐에 머리를 크게 맞은 것 같더라고요. 정신이 번쩍 드는 거예요. 그래서 한 달 만에 돌아가서 공연을 하겠다고 말하고 이 선생님 앞에서 재즈 연습을 한 뒤 숙제 검사를 받았죠. 다달이. 그때가 저의 전성기가 아닌가 싶어요. 그런데 관객석 500석을 어떻게 채울지가 또 고민이었죠.”-어떻게 하셨어요?“촉이 살아있었는지 ‘I’m a Jazz singer’라는 말이 떠오르는 거야. 재즈를 모르는 유명인, 연예인과 각계 각층 일반인들을 가르쳐서 무대에 함께 올라가기로 한 거죠. 그게 ‘윤희정 & 프랜즈’의 시작입니다. 1회가 남경주였고 박상원, 이은미, 신애라, 송일국, 이하늬, 옥주현 등 스타들이 법조인, 정치인, 일반인들과 함께 연이어 재즈 무대에 나섰죠. 두고두고 제가 제일 잘한 일이죠. 여기에 나온 분들, 그리고 그때의 히스토리가 저의 재산이 됐어요. 천하의 김건모도 부들부들 떨면서 공연을 했다니깐요. 하하.”재즈 불모지에서 그 어렵다던 재즈의 대중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윤희정 & 프랜즈’는 회당 2차례 매진 공연을 하면서 2011년 100회째 공연을 끝으로 마무리했다. 윤희정은 100회 공연을 통해 250명과 인연을 맺었다. 이 중 50명을 추려 에세이집을 냈다. 책 제목은 ‘이 노래 아세요?’ 였다. 제목까지 보는 사람을 배려했다. ● ‘온리 원’ 재즈 불러준 내 친구 안미려1년을 쉬고 2013년부터 재즈 힐링을 테마로 ‘윤희정의 재즈 프렌즈 파티’를 시작했다. 1기를 시작으로 현재 14기가 맹연습 중이다. ‘윤희정 & 프렌즈’는 교육적 차원의 퍼포먼스가 강했다면 프렌즈 파티는 재즈를 가르치면서 윤희정 본인도 사람들과 얘기를 하며 그들의 인생 모토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에서 작용-반작용 교감이 오가는 장으로 시작했다. 윤희정과 14기 6명이 함께 만들어내는 공연은 내달 9일 용산아트홀에서 열린다. 프렌즈 파티를 통해 윤희정은 ‘평생 윤희정을 떠나지 않으려는’ 친구들을 만났다. 그는 3명을 주저 없이 평생 깐부로 꼽는다. 윤희정은 “내 재즈를 더 풍부하게, 풍성하게 해 준 은인”이라고 말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안미려 (사)한국메이크업전문가직업교류협회 회장(예술학 박사)은 윤희정의 평생 ‘눈물받이’다. 우람한 풍체의 당당한 여장부 윤희정이 남들 눈치 안 보고 편하게 속 깊은 감정을 털어내고 마음을 정화하고 싶을 때 늘 옆에 있는 사람이다. 동갑내기다. 20여년 전 패션계 셀럽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조금씩 안면을 트다 서로 ‘원 픽(One Pick)’ 이 됐다.“그냥 워너비(갖고 싶은 것)에요, 안 회장은. 힘들 때마다 만나고, 둘이 교회를 가면 그렇게 똑같이 울어요. 말이 필요 없지.” (윤희정) “저는 수줍음도 많고, 규격화된 사람이에요. 게다가 윤 선생님은 제가 없는 것들을 너무 많이 갖고 계신데 왠지 삶의 궤적이 비슷할 것 같은 느낌을 처음부터 받았어요. 아들 하나 딸 하나 있는 것도 그렇고….”(안미려)설명이 부족했는지 윤희정은 “밤 12시에 매일 전화하는 사이다. 좋은 얘기하고 울고, 또 자연요리를 하는 김호순 선생을 찾아가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을 서로가 최고의 낙이라고 여긴다. 이렇게 피곤이 쌓일 정도로 만날 수 있나 싶다(웃음). 항상 겸손해지고 내려놓고 살자고 말해주는 유일한 사이”라고 했다.당연히 안 회장도 윤희정의 재즈 세계로 들어왔다. ‘윤희정의 재즈 프렌즈 파티’ 2기 멤버로 무대에 섰다. “재즈 연습을 할 때는 ‘내가 야단을 이렇게 맞으면서까지 해야 되나’는 생각도 했어요. 덜덜 떨고 노래 부른 기억밖에 안 나요. 가사를 안 잊어버린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지금 돌이켜보면 내가 재즈를 불렀다는 게 너무 신기하죠. 그 후로 인생이 달라졌어요. 기회가 되면 한 번 더 하고 싶어요.”윤희정은 안미려 친구를 재즈 무대에 올리고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오묘한 감정을 느꼈다고 했다. 가르치면서 배운다는 게 이런 것이구나 무릎을 쳤다고. “1935년에 나온 ‘ I’m in the mood for love’라는 노래를 딱 정해주고 하라고 시켰어요. 지금 이 순간 사랑하고 싶다, 이런 노래거든. 어려워해서 그냥 패티김 노래라 생각하라고 했죠. 무대에서 발라드 풍으로 부르는데 안 회장 본인의 인생이 녹아 나오더라고. 내가 선물한 드레스도 너무 잘 어울리고. 내가 아는 안 회장은 머리끈 딱 묶고 죽자살자 살아온 사람이거든요. 무대에서 그 모습이 겹치는데 눈물이 나더라고. 인생 그림이 나와서 정말 기뻤어요. 잘 부르고 못 부르고를 떠나 그 사람의 캐릭터를 발견하게 되더라고요.” 윤희정은 과거 재즈의 지향점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대중성을 추구하느냐, 재즈 본연을 유지하느냐 사이의 기로에 많이 섰었다. “재즈 원곡을 살리다보니 대중이 나를 싫어하고, 대중적인 재즈를 하니 재즈가 울더라고요. 음악은 두 가지라고 봐요. 듣기 좋거나 싫은 것. 나는 듣기 좋은 음악을 지향하겠다고 결심했죠. 물론 바탕은 재즈지만. 어렵게 불러서 청중들의 약을 올리는 건 아니다 싶었어요. 그리고 2010년 정도 되니까 스승님이 ‘동백아가씨든 뭐든 아무렇게나 해라. 다 재즈다’라고 하시는거에요. 재즈는 ‘넘버 원’이 아니라 ‘온리 원(only one)’이었던 거죠. 이것을 다시 안 회장이 일깨워줬어요. 안 회장이 내 인생 안에 미리 존재하고 있었던 플랜이 아니었을까요?”윤희정의 재즈를 재즈 입문자인 안 회장이 풍성하게 만들어준 셈이다. “재즈는 사랑과 연민(불쌍하게 가련하게 여김), 분노 등의 감정에서 깨닫는 건데 ‘나도 조금밖에 몰랐구나’는 생각이 들게 한 안 회장의 무대가 잊혀지지 않아요.”● 와인을 재즈에 섞게 한 CEO 친구“와인이 까다롭잖아. 선생님이 재즈를 가르칠 때처럼요. 그래서 와인하고 윤 선생님하고 어울리는 거에요.”오랜 친구는 아닌데 특별한 친구를 만났다. 변연배 딜리버리 N 대표다. 변 대표는 국내 HR(인적 자원 관리) 분야의 최고 전문가다. IBM, 나이키, 모토로라, DHL 등 굴지의 글로벌 기업에서 HR 임원을 지냈고, 쿠팡과 우아한 형제들(배달의 민족) 부사장을 지냈다. 최근 글로벌 다국적 기업과 일류 기업의 HR 성공 사례를 분석한 ‘The HR’을 펴내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변 대표는 자타공인 와인 전문가이기도 하다. 미국 체류 때 와인을 자주 접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뉴스통신사에서 와인 컬럼니스트로 ‘이야기가 있는 와인’ 칼럼을 4년째 연재하고 있다. 코로나 19가 확신되기 직전인 2018년 초까지 13년간 와인바도 운영했다. 마라톤 42.195km를 38회 뛰고(최고 기록 3시간 18분 14초), 헬스 잡지에 표지 모델로 나온 운동 마니아이기도 하다. 2년 전 두 사람은 우연한 자리에서 만나 재즈와 와인을 서로의 인생에 집어 넣었다. 술을 못하는 윤희정은 변 대표의 제안으로 와인을 조금씩 즐기게 됐다. “나는 술이 안 맞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변 대표의 와인 스토리를 들으며 와인을 마시니 맞더라고요. 변 대표 때문에 내 버킷리스트에 ‘와인 앤 재즈 콘서트’가 추가 됐어요.”변 대표도 바로 재즈 제자가 됐다. ‘윤희정의 재즈 프렌즈 파티’ 13기로 지난해 6월 스승과 함께 재즈 공연 무대에 섰다. 변 대표는 “선생님께 재즈를 배우면서 사람과 일에 대한 경건한 태도를 배우게 됐다. 프로페셔널한 것을 요구하면서도 저의 감성과 가치관에 맞게 노력이 드러나도록 해주셨다. 재즈를 배우면서 ‘재즈는 골프처럼 안 되는구나’하고 좌절감을 느꼈지만 저만의 히스토리를 새로 쓴 것에 무척 만족한다”고 말했다. 변 대표는 무대에서 나훈아의 ‘영영’을 재즈풍으로 편곡해 불렀다. “선생님께 애창곡이 ‘영영’이라고 했는데 ‘그거 해요’라며 바로 오케이를 하셨어요. 프렌즈 무대에 선 분들은 예외 없이 자기 전문 분야에서 성공을 거뒀더라고요. 도전하는 사람들은 자기 분야에서도 성취도가 높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습니다. 물리학의 결정론에서 만날 사람은 만나고,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고 하잖아요. 윤희정 선생님과 재즈와의 만남이 바로 그겁니다.”● 재즈는 공공재, 이것의 의미를 알려준 사라 김 선생님 “여운이 남는 사람이라고 할까요. 나를 꼼짝 못 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분이에요. 생각도 같고요.”윤희정이 꼽는 마지막 인생 깐부는 국내 1세대 패션디자이너인 사라 김(김정숙) 카포레 대표다. 26년 전 처음 인연을 맺은 김 디자이너는 존경의 대상과 동시에 든든한 자신의 후원자다. 김 디자이너는 경기도 양평에 복합문화공간 ‘카포레’를 세워 운영하고 있다. 패션 갤러리이면서 대중들과 문화와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이미 양평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김 디자이너는 “디자이너로 40여년 일한 시간을 하나의 아카이브에 담는다는 의미로 갤러리, 콘서트장, 가페, 게스트하우스 등을 건축가와 함께 설계해 구현했다”고 말했다. 이달 26일 윤희정은 ‘카포레, 재즈 데이트’ 공연을 한다. 이날 공연에는 윤희정의 딸인 가수, 보컬트레이너 쏘머즈(김수연)도 무대에 선다. 2003년 버블시스터즈로 데뷔한 쏘머즈는 발라드, 재즈, 힙합, 랩 등에서부터 작곡까지 두루 재능있는 전천 후 크로스오버 뮤지션이다. 어려서부터 엄마로부터 물려 받은 음악적 재능이 엿보였는데, 윤희정은 처음부터 노래 부를 기회를 주지 않고 코러스만 2년을 시키면서 롱런의 기반을 만들어줬다.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는 유니크한 음악 세계를 꿈꾸고 있어 다양한 재즈 대중화 실험을 하고 있는 엄마와도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윤희정은 김 디자이너의 추진력에서 동기 부여를 많이 받는다고 했다. 윤희정은 “한다면 한다는 분이다. 사적으로 실수가 없고 언행일치를 하는 분”이라고 했다. ‘카포레’를 사적인 용도의 공간으로 만들지 않은 의도와 실천을 특히 존경스러워한다. 김 디자이너는 “ ‘유사 퍼플릭’의 공간이다. 새로운 공간을 사람들과 공유하는 건 옷을 업으로 살아온 사람으로 멋진 마침표를 찍는 일”이라고 했다.윤희정에게 재즈는 나만의 것이 아니다. 김 디자이너를 통해 재즈의 광범위한 확장에 대한 신념이 더 강해진다. “사람들에게 재즈를 가르칠 때 그 사람의 ‘탑 보이스’에 맞춰 노래를 재구성해줘요. 자기 톤에 맞춰 부르면 그게 기가 막힌 재즈예요. 고로 ‘너의 것을 찾는 거야’가 재즈입니다.”그러다 보니 새로운 윤희정도 찾았다. 사람들의 재즈를 찾아주다가 본인의 재즈를 계속 발견 중이다. “내가 일반 재즈 가수였다면 매력이 있었을까요. 모든 장르의 음악을 ‘어게인 앤 어게인(다시 또다시)’ 하면서 사람들에게 ‘듣고 또 들어봐라’ 라고 하며 다가섰기 때문에 저를 좋아해 주시지 않나 싶어요.”깐부들의 존재로 가르치면서 배우는 삶이 즐거워졌다. “재즈는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이라는 말이 예전보다 더 잘 나온다고 했다. 삶의 허무가 느껴져 가장 좋아하게 됐다는 재즈곡 ‘I’m a fool to want you(당신을 원하는 나는 바보입니다)’ 대신 ‘Over the rainbow’가 요즘 윤희정에게 최애곡으로 비집고 들어왔다고 한다. “언젠가 감히 꿈꾸었던 일들이 정말로 이뤄질 거라는 의미에서요. 친구들을 통해 확신하게 됐어요.”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주류 통합 플랫폼으로 국내 ‘버티컬 커머스’(특정 상품 또는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 판매하는 형태) 애플리케이션(앱)의 대표 주자로 성장 중인 달리(Dali)가 커뮤니티 기능 구현에 이어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도 강화한다. 달리의 개발, 운영사인 ㈜달리는사람들(대표 배선경)과 AI 전문 기업 ㈜와이즈넛(대표 강용성)이 16일 ‘달리 내 AI 기술 기반 서비스 제공을 위한 개발 및 운영’에 관한 상호 협력을 약속하는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이번 협력으로 달리는 AI 챗봇을 활용한 ‘기업 간 거래’(B2B),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서비스를 선보이고, AI를 통해 개인별 취향에 맞는 주류를 추천하고 배송하며 고객 만족도를 높일 계획이다. 고객과의 소통도 늘리면서 공동 비즈니스를 확장할 예정이다. 달리는 온라인으로 주류를 간편하게 주문한 뒤 가까운 음식점에서 받거나 픽업지에서 코르키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주류 스마트오더 앱이다. 2020년 10월 출시된 후 5월 현재 가입자 수 12만 명을 돌파했다. 최근 MZ세대의 위스키 열풍 및 하이볼 인기와도 맞물려 주류 애호가들의 선호도가 높아졌다. 여성 인권변호사이기도 한 배선경 ㈜달리는사람들 대표는 “버티컬 커머스에 이어 AI 기술 기반 서비스까지 구현한다면 단순 온라인 주류 앱을 뛰어넘어 B2C와 B2B를 혁신적으로 통합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달리가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데 강력한 동력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강용성 와이즈넛 대표는 “이번 달리와의 협력은 주류 유통의 새 플랫폼과 와이즈넛의 AI 전문 기술력이 융합한다는 점에서 즐거운 도전이자 기회가 될 것”이라며 “와이즈넛은 양 사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AI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신규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와이즈넛은 23년간 자체 개발한 AI 원천기술을 보유하면서 국내 최다 챗봇 구축 레퍼런스(개발성공경험)도 갖고 있다. 특히 AI 기반 하이브리드 챗봇 솔루션 ‘와이즈 아이챗(WISE iChat)’의 기술력은 해외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기업공개(IPO) 및 상장 추진을 위해 최근 삼성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했다. 와이즈넛은 정부 부처 및 산하기관을 비롯해 전 산업 분야 기업을 대상으로 4400여 개에 달하는 국내 최대 AI 및 빅데이터 구축 레퍼런스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 아세안(ASEAN)과 중동 지역 국가들에도 진출했으며,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해외 시장 확대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