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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은하(가명·28) 씨는 직속 상사인 A 부장이 팀원들을 향해 고함을 지를 때면 심장이 벌렁벌렁 뛴다. 최근에는 직원 중 한 명이 자신에게 보고도 없이 외근을 나갔다며 전화로 소리를 지르다 스마트폰을 사무실 바닥에 집어 던져 액정이 깨졌다. A 부장은 “제까짓 게 왜 마음대로 행동을 하느냐”며 사무실이 떠나갈 듯 소리를 질렀다. A 부장은 평소엔 유머러스한 성격이지만 한번 욱하면 헐크로 돌변한다. 직원들 사이에서 그는 분노조절장애를 줄인 말인 ‘분조장’이라 불린다. 갑자기 폭발하듯 화를 내는 사람을 두고 “분노조절장애가 있다”라고 표현하곤 한다. 분노조절장애는 정식 진단명은 아니지만 화를 못 참고 폭언이나 폭행 등 위협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을 통칭하는 말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분노조절장애가 일상 용어로 자리 잡은 것은 그만큼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분노조절장애 증상이 심각한 경우 정식 진단명인 ‘간헐적 폭발장애’로 진단 받을 수 있다. 충동조절장애 가운데 하나로 분노를 스스로 통제하지 못해 파괴적 행동을 반복적으로 나타내는 특징을 보인다. 이는 단지 감정 기복이 심하고 성격이 안 좋다고 말하는 수준과는 다른 차원이다. ○ 혹시 나도 분노조절장애?살면서 화가 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화가 나는 원인에 비해 과도하게 화를 표출한다면 문제가 된다. 특히 평상시에는 조용하다가 갑자기 벼락같이 화를 낸 적이 많다면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화를 낸 뒤 후회하며 주변에 사과하는 일이 잦다면 더욱 그렇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제공하는 분노조절장애 자가진단 문항에 따르면 화가 날 때 △참지 못하고 표출하거나 △폭언·폭력을 가하며 △물건을 집어 던지고 △중요한 일을 망친 적이 있다면 감정 조절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로 본다. 증상이 만성적이고 빈도가 잦을 경우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미국 정신의학회의 정신장애진단 및 통계편람(DSM-5)에서는 간헐적 폭발장애를 ‘파괴적 충동 조절 및 품행 장애’로 분류하고 구체적 진단 기준을 제시했다. △최근 3개월간 1주일에 2회 이상 폭언을 했거나 △1년 내 3번 이상 재산상 손해를 입거나 신체에 해를 입을 정도의 폭력 사건이 발생했다면 간헐적 폭발장애로 진단할 수 있다. 충동성이 기준이므로 벼르다가 계획적으로 화를 낸 경우는 해당하지 않는다. 증상이 심한 경우 약물 치료가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다.○‘버럭맨’ 남자의 분노가 위험하다간헐적 폭발장애는 폭언, 폭행 등 과격한 행동이 나오는 특성상 남성적 질병에 가깝다. 간헐적 폭발장애 환자의 남녀 성비를 보면 10명 중 9명이 남성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간헐적 폭발장애 진단 환자는 2071명으로 남성은 1812명(87.5%), 여성은 259명(12.5%)이었다. 연령별로는 20대가 39.1%로 가장 많았고, 30대(18.4%), 10대(15.5%), 40대(13.1%) 순이었다. 20대 남성은 전체 35.2%로 가장 많았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10대에 감정 조절 능력을 키우지 못한 남성들이 성인이 돼 화를 참지 못하고 행동으로 표출하는 것”이라며 “군대 내 폭력 문제는 이런 연장선에서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이는 청소년기 남성들이 정서적 문제를 겪더라도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어렵게 느끼기 때문이다. 청소년 정신질환 예방을 위해 활동하는 영국 자선단체 ‘스템4(Stem4)’는 2021년 만 14∼21세 남성 1100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에 대한 경험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45%가 ‘상황이 더 나빠지더라도 자신을 분노하거나 우울하게 만드는 문제에 대해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유(복수응답)로는 △용기가 없어서(36%) △소란 피우고 싶지 않아서(32%) △약하거나 부끄럽게 느껴져서(30%) △비웃음당할까 봐(21%) △남성적이지 않아 보여서(14%) 등이 꼽혔다. 사회학과 심리학을 비롯한 젠더 연구에서는 이를 ‘유해한 남성성(toxic masculinity)’으로 규정한다. 사회적으로 강요받는 남성다움은 분노와 같은 강렬한 감정은 강화시키지만 힘든 감정을 말하는 것은 금기시하기 때문이다. ‘스템4’의 설립자인 니하라 크라우제 대표는 “남성의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려면 침묵 속에서 고통을 견디는 남성의 문화적 맹점을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화 뒤에 숨은 불안·우울·외로움이처럼 ‘버럭맨’들이 화를 내는 진짜 이유는 오랫동안 남에게 말 못 하고 쌓여 온 자신의 정서적 문제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사소한 일에도 남들이 자신을 무시했다고 생각하거나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불안, 우울, 모멸감, 수치심, 좌절감, 열등감, 억울함 등이 건드려지면서 짜증이 폭발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해결되지 않은 마음의 상처가 분노라는 탈출구를 찾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권석만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화내는 사람은 사실은 약한 사람들이다. 지탱해줄 주변인도 없고, 불안하고 외롭고 자존감이 낮다”며 “누군가 자존감의 상처를 건드리면 불안감이 커지는데, 이를 스스로 해결할 능력도 없고 위안해줄 사람도 없기 때문에 불안을 견디고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화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40여 년간 분노에 관한 연구를 해온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파괴적 분노 극복하기’의 저자 버나드 골든 박사는 “유년기에 느낀 부정적 경험이 성인의 분노와 공격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유년기에 경험한 소외감, 수치심 등이 성인기 분노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가 다수 있다. 폭발적 분노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 정서 경험 같은 보다 근원적 원인까지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당장 화가 날 땐 어떻게?일단 자신이 과도한 분노로 폭발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고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대부분 본인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긴 어렵고, 가족들이 ‘더 이상 같이 못 살겠다’며 치료를 강권하는 경우가 많다. 당사자가 자신 때문에 주변 사람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어느 정도 행동이 조절되기 때문이다. 화를 내는 공통된 상황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떤 자극에 화가 나는지 맥락별로 정리해서 비슷한 상황이 닥쳤을 때 행동 계획을 세워두면 좋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자신을 무시한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 화를 내는 패턴이 있다면, 이런 상황에서 10까지 세며 심호흡하기, 자리 피하기 등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이 밖에 상대방의 의도와 달리 부정적으로 해석해 무시나 모욕을 당했다고 받아들인 것은 아닌지 인지적 접근을 해보는 것도 효과적이다. 홍 교수는 “분노 폭발은 보통 30분 안에 진정되는데, 당사자도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며 “행동적, 인지적 교육을 통해 정서 조절의 어려움을 얼마든지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정신 건강, 정서 문제 등 마음(心) 깊은 곳(深)에 있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미래의 ‘나’를 ‘남’처럼 여기는 심리새해가 되면 운동, 다이어트, 공부, 독서, 금주, 금연 등 매년 반복되는 다짐을 하지만 며칠 만에 흐지부지되곤 한다. 미국의 설문기관 SBRI(The Statistic Brain Research Institute)에 따르면 새해 다짐을 하는 사람의 8%만이 결심을 끝까지 지킨다고 한다. 10명 중 9명은 중도 포기하는 셈이다. 현실적으로 지킬 수 없는 무리한 계획을 세웠거나 의지가 부족한 탓으로 돌릴 수 있겠지만, 사실 이보다 근원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여러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우리의 마음은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를 다른 존재로 인식하는 경향을 갖고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아 연속성(self-continuity)’ 개념으로 설명한다. 자아 연속성은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내가 얼마나 동일하게 느껴지는가를 나타낸다. 먼 미래로 갈수록 자아 연속성이 낮아지고 미래의 나를 더 남처럼 느끼게 된다. 현재 나의 행복을 포기하고 남처럼 느껴지는 먼 미래의 나를 위해 다이어트, 운동, 금연 등을 힘들게 실천하지 않게 되는 이유다.현재의 나에겐 관대, 미래의 나에겐 가혹이런 경향은 우리가 미래의 나를 위한 결정을 내릴 때 남에게 하는 것처럼 냉정한 판단을 내리게 만든다. 에밀리 프로닌 미국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교수는 2008년 발표한 ‘타인에게 하듯 미래의 나를 대하기: 심리적 거리와 의사 결정’이라는 논문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프로닌 교수는 역겨운 맛에 대한 과학 실험을 한다고 꾸미고 참가자 153명을 모집했다. 실험을 위해서는 케첩과 간장을 섞은 역한 액체를 마셔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즉시, 나머지는 한 학기 뒤에 실험에 참여하도록 했다. 각 그룹에게 케첩과 간장이 섞인 액체를 얼마나 마실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즉시 실험에 참여하는 이들은 평균 두 숟가락 정도를 먹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한 학기 뒤에 참여하는 이들은 평균적으로 반 컵보다 조금 적은 정도의 양을 먹겠다고 답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다른 참가자들은 얼마나 먹게 하는 게 좋겠느냐’고 물었더니 평균 반 컵 정도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한 학기 이후 내가 먹겠다고 답한 양과 (시점과 관계없이) 다른 참가자가 먹어야 한다고 말한 액체의 양은 거의 차이가 없었다. 프로닌 교수는 “사람들이 미래의 자신을 위한 결정을 내릴 때는 다른 사람을 위한 결정을 내릴 때처럼 걱정을 덜 하면서 자유롭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뇌에서도 미래의 나를 타인처럼 인식이 같은 현상은 뇌의 신경 활동에서도 드러난다. 현재 자신에 대해 생각할 때 활성화되는 뇌의 부위와 미래의 자신을 생각할 때 활성화되는 뇌의 부위는 달랐다. 오히려 미래의 자신을 생각할 때 활성화되는 부위는 타인을 생각할 때 활성화되는 부위와 상당부분 일치했다. 할 허쉬필드 미국 캘리포니아대 심리학과 교수 등의 연구에 따르면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촬영을 통해 살펴본 결과 현재 자기 자신과 관련성이 높은 것에 대해 생각할 때는 뇌의 전전두엽 피질(MPFC·mesial prefrontal cortex)과 전측 대상피질(rACC·rostral anterior cingulate cortex)의 일부가 활성화됐다. 하지만 10년 뒤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할 때는 해당 부분의 활성화 정도가 크게 감소했다. 오히려 타인을 생각할 때 활성화 되는 뇌의 신경 활동과 더 유사하게 관찰됐다.“미래의 나를 생생하게 느껴봐야”남 같이 멀게 느껴지는 미래의 나를 위해 당장 무거운 몸을 일으켜 헬스장으로 향하기는 어렵다. 하기 싫은 공부를 하고, 사고 싶은 걸 참아 저축을 늘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건강이나 노후 대비 같은 중요한 장기 계획을 포기할 수는 없다. 계획을 꾸준히 이뤄나가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효과적일까. 학자들은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내가 똑같은 존재라는 것을 생생하고 감정적으로 느끼게 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미래의 자신에게 편지를 쓰거나 자신의 미래 모습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상상해 보는 것이다. 2018년 미국 심리학회 실험심리학 저널에 실린 ‘미래의 자기 연속성이 건강과 운동에 미치는 연관성’ 논문에서는 미래의 나에게 편지 쓰기가 건강과 관련한 현재의 행동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연구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 498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게는 3개월 후의 자신에게, 다른 그룹에게는 20년 후의 자신에게 편지를 쓰도록 했다. 편지에는 미래의 자신이 어떤 모습인지, 옆에는 누가 있는지, 무엇을 소중하게 여기는지,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담도록 했다. 편지 쓰기 과제를 실시한 이후 두 그룹에게 며칠 동안 하루 운동 시간을 기록하도록 했더니 두 그룹 모두 평소보다 운동량이 늘어나는 결과가 나타났다. 연구를 주도한 아브라함 러치크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노스리지캠퍼스 교수는 “편지 쓰기를 통해 미래에 대한 자기 연속성이 강화되면서 미래 자신의 건강을 위해 운동량을 늘린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현재와 미래의 내가 가깝다고 느낄수록 미래의 자신을 염두에 둔 결정을 내린다”고 설명했다. 편지 쓰기 등을 통해 자기 연속성을 강화하면 운동 뿐 아니라 저축 늘리기, 자격증 따기, 영어 공부하기 등 장기적 목표를 이루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이밖에 장기 목표를 위해 현재의 내가 희생해야 하는 일의 실천 단위를 작게 쪼개면 심리적 부담감을 줄일 수 있다. ‘한 달에 30만원 저금하기‘ 같은 월별 계획보다 ‘하루에 커피 1, 2잔 덜 사먹기‘ 같은 일별 계획으로 나눠 실천 단위를 작게 만드는 것이다. 20년 넘게 자아 연속성에 대해 연구해온 허쉬필드 교수는 “아직까지 우리가 왜 미래의 나를 남처럼 여기는지에 대한 기원은 연구된 바가 없다”면서도 “현재와 미래의 나 사이의 유대감을 높이고 현재의 내가 희생해야 하는 고통의 단위를 줄이면 장기적 목표 달성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친환경농산물자조금관리위원회(친환경농산물자조금)는 행복중심생협연합회와 함께 친환경 쌀의 소비 확산을 위해 쌀로 만든 라면인 ‘미미라면’(사진)을 지난해 12월 출시했다. 이 라면에는 친환경 쌀 생산량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전남 지역의 유기농 쌀이 42% 함유돼 있다. 미미라면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쌀 소비량을 늘리기 위해 개발됐다. 친환경농산물자조금에서 라면 개발비를 지원했고, 행복중심생협연합회에서 상품 개발과 판매를 맡았다. ‘미미라면’은 행복중심생협연합회 온라인 쇼핑몰과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다. 미미라면 한 봉지에는 유기농 쌀이 48g 함유돼 있다. 이는 성인 기준 밥 반 공기 분량에 해당된다. 친환경농산물자조금은 쌀 라면 판매를 통해 친환경 쌀의 소비를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행복중심생협연합회는 미미라면 출시를 기념해 친환경 쌀을 원재료로 한 라면 1박스를 소비하면 이산화탄소 1kg을 줄일 수도 있다는 내용의 소비자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또 친환경농산물자조금은 한국친환경농업협회, 세종시친환경농업협회와 함께 이달 내로 세종 지역 장애인·노인 복지기관 등에 건강한 친환경 쌀 라면을 기부하는 ‘지구를 지키는 건강한 한 입’ 기부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주형로 친환경농산물자조금 위원장은 “지구와 환경을 지키는 친환경 농산물을 활용해 건강한 가공식품을 개발, 농산물 수급 안정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이 출시 약 4개월 만에 전국 전통시장과 상점가에서 활발하게 사용되며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카드형 상품권으로 결제하려는 손님이 늘면서 상인회에서 나서 소비자와 상인들을 대상으로 온누리상품권 앱 사용 방법 등을 교육하는 곳도 생겨났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전국 전통시장(전문 상점가 포함) 중 8월 29일 카드형 온누리상품권 출시 이후부터 현재(이달 11일 기준)까지 거래액 기준으로 이를 가장 많이 사용한 곳은 대전의 도마큰시장이다. 침구, 커튼 등을 전문 판매하는 대구 섬유제품관, 포항 죽도시장, 인천 모래내전통시장, 대전 한민시장, 부산 부전상가시장 등이 뒤를 이었다. 도마큰시장은 대전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으로, 팬데믹 전인 2019년을 기준으로 하면 연간 방문객 710만 명, 연 매출 900억 원이 넘는 시장이다. 도마큰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주차장마다 현수막을 설치하고 포스터와 가맹점 스티커 부착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카드형 상품권을 홍보하고 있다”며 “시장 고객센터로 온누리상품권 앱 설치와 사용 방법을 문의하는 손님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형 상품권 출시 이후 고객들의 문의가 늘어나자 카드형 상품권 가맹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국 전통시장 등에서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상점은 취급 품목에 따라 농산물(1만1544곳), 축산물(6199곳), 수산물(7873곳), 가정용품(1만124곳), 의류 및 신발(2만5372곳) 등 총 14만4059곳이다. 다만 전통시장 내 주소에 위치해 있다 하더라도 유흥업소는 물론이고 주류, 사행성 게임, 노래방, 안마시술소, 점술 및 유사서비스 관련 업종 등의 상가에서는 상품권을 사용할 수 없다. 전통시장에서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하려면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이라고 적힌 주황색 스티커가 부착된 상점을 찾으면 된다. 온누리상품권 앱을 내려받아 시장별, 지역별로 가맹점을 검색하면 상점 리스트와 지도의 위치 정보도 알 수 있다. 인천 모래내전통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편의를 높이고 상품권 사용처를 확대하기 위해 상인들에게 가맹점 등록을 유도하고 있다”며 “카드형 상품권으로 결제하려는 소비자가 늘다 보니 상인들의 문의도 많아져 상인회 차원에서 상품권 사용 방법 등의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형 상품권을 사용하고 남은 금액을 편리하게 환불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카드형 상품권 사용자가 늘어난 이유 중 하나다. 카드형 상품권의 액면가 60% 이상을 사용하면 나머지 금액은 계좌로 환불 받을 수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는 “종이형 상품권은 상점 1곳에서 액면가 60% 이상을 한 번에 사용해야 현금으로 잔돈을 받을 수 있지만, 카드형 상품권은 여러 상점에서 누적 사용한 금액이 액면가의 60% 이상이면 환급이 가능해 종이상품권보다 더 편리해졌다”고 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서울시는 올해 발표한 취약계층 주거 안정 대책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주거 취약계층 관련 이슈가 있을 때만 단편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일명 ‘지옥고’라 불리는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등에 거주하는 주거 취약계층을 위해 2026년까지 국비와 시비 7조5000억 원을 투입한다. 우선 반지하 주택을 개선하기 위해 4년간 ‘안심주택’ 1만6400채를 공급할 계획이다. 반지하 주택을 매입해 신축하거나, 지하층을 비주거용 시설로 전환하고 지상층을 임대주택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건물주가 지하층을 없애면 용적률 완화 등 혜택을 제공한다. 옥탑방은 건축 구조나 단열, 피난 통로 확보 등 건축·안전 기준에 맞게 수리하는 비용을 시가 지원한다. 장애인, 홀몸노인, 아동 등이 거주 중인 옥탑방을 대상으로 우선 내년 한 해 동안 50곳을 수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집수리가 끝나면 SH공사와 집주인 간 약정을 통해 시가 전세보증금 일부를 지원하는 ‘장기안심주택’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또 노후 고시원을 매입해 1, 2인 가구를 위한 ‘서울형 공공기숙사’ 건립을 추진한다. 내년부터 곧바로 관악구 신림동 노후 고시원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해 공유주방, 세탁실, 도서관 등을 갖춘 공공 지원 주거 시설로 개선할 예정이다. 기존 고시원에 대해서는 스프링클러 등 안전 기준 등을 갖추면 서울시가 인정하는 ‘안심 고시원’으로 인증한다. 서울시가 역점을 두고 있는 또 다른 정책은 임대주택의 고품질화다. 재개발 사업 때 함께 짓는 임대주택의 인테리어 품질을 올리고, 중형 평수를 늘려 좁고 열악한 임대주택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임대주택 건축 기준을 가구 수뿐만 아니라 연면적 기준도 적용할 수 있도록 바꿔 주거 지역 재개발 시 전체 연면적의 10%(상업지역 재개발 시 5%)를 임대주택 비율로 의무화했다. 서울시는 13일 이 같은 내용의 ‘재개발사업의 임대주택 및 주택규모별 건설비율’을 고시하고 곧바로 시행에 들어갔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올해 4월 “임대주택도 타워팰리스처럼 고품질로 짓겠다”며 ‘서울형 고품질 임대주택’을 만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민간 아파트처럼 아일랜드 주방, 시스템 에어컨 등이 인테리어에 반영되고, 내장재도 고급화한다. 21일 국내 1호 영구임대주택인 노원구 하계5단지의 주민설명회를 시작으로 재개발을 본격화해 2030년까지 고품격 임대주택 총 1510가구 건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소한 집수리부터 취약계층 지원까지 주거 복지와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받을 수 있는 ‘주거안심종합센터’도 올해 용산·강동·양천·동대문구에 이어 2024년까지 25개 모든 자치구에 설치된다. 기존의 주거복지센터, SH지역센터, 청년주거상담센터로 분화된 주거복지 서비스를 한 곳에서 처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청년, 1인 가구, 신혼부부, 노인 등이 주요 서비스 대상이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온누리상품권의 주요 사용처는 전통시장이지만 10대에서 30대까지 젊은층도 자주 찾는 지하 쇼핑몰 등에서도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다.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을 충전해 어떤 다양한 물품들을 구매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서울 최대 규모 지하상가인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 ‘고투몰’에 직접 가봤다. 15일 방문한 고투몰은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평일 낮임에도 구석구석이 쇼핑객들로 북적였다. 물건 구매 전 스마트폰에 온누리상품권 앱 다운로드는 필수다. 상품권 구매에 필요한 은행 계좌와 물건 구매 때 지불 수단으로 사용할 신용·체크카드를 미리 앱에 연동해 둬야 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진행하는 ‘윈·윈터페스티벌’ 연말 이벤트 통해 10% 할인된 가격에 상품권을 구매할 수 있다. 기자는 4만5000원을 지불하고 5만 원짜리 상품권을 충전했다. 고투몰에서는 의류는 물론이고 액세서리, 인테리어 소품, 그릇, 식당 등 다양한 물품을 파는 상점에서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었다. 방문객이 가장 많은 곳은 크리스마스트리, 조명, 오르골을 앞세운 화려한 소품 가게들이었다. 기자는 이날 충전한 상품권으로 크리스마스트리 소품과 액세서리를 총 3만5000원에 구입했다. 카드로 결제하면 온누리상품권에서 얼마가 차감됐는지 카드사 문자메시지 알림으로 확인할 수 있다. 도매가만큼 저렴하기로 유명한 고투몰에서 10% 할인받은 상품권으로 구매하니 평소보다 훨씬 더 저렴하게 구매한 셈이었다. 다만 카드형 상품권이 출시된 지 만 4개월도 되지 않아 할인 혜택을 알고 사용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이날 크리스마스 오르골을 구매한 대학생 송인아 씨(23)는 “온누리상품권은 종이 상품권만 있는 줄 알았는데 카드형 상품권이 10% 할인이 되는 줄 알았으면 미리 알아보고 구매했을 텐데 아쉽다”고 했다. 알고 쓰면 생활비가 절약되는 카드형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은 총 14만4059곳이다. 경기, 대전, 대구, 부산, 충남, 광주, 제주 등 전국 지하 쇼핑몰에서 사용 가능하다. 의류 및 신발(2만5372곳), 음식점업(3만5053곳) 등 시장 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업종도 많이 등록돼 있다. 앱에서 내 주변 가맹점 찾기도 가능해 집 근처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점을 찾기 쉽다. 온누리상품권을 위탁 운영하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는 “전통시장, 지하상가 등에서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하는 고객층을 2030 젊은 세대까지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은 한국농수산정보센터, 농업인재개발원, 농촌정보문화센터의 통합으로 2012년 출범해 올해로 개원 10주년을 맞았다. 농정원은 ‘국민과 함께하는 농업·농촌 혁신성장 동반자’를 비전으로 삼고, 활기찬 농촌 실현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6일로 취임 1주년을 맞은 이종순 농정원장(사진)에게서 미래 농업의 방향과 농정원의 역할에 대해 들었다. 이 원장은 13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우리 농업과 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청년농부 양성, 농촌의 디지털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농림어업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농업인 중 65세 이상 고령 인구의 비율은 46.8%로 전체 농업인 중 거의 절반에 달한다. 그중에서도 40세 미만 청년 농업인의 비중은 0.8%에 불과했다. 이 원장은 “농촌의 고령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2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일손 부족도 더 심해졌다”며 “최근 우리 농업·농촌이 직면한 위기는 가까운 미래에 식량주권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농정원은 농촌의 고령화를 막기 위해 청년들의 귀농을 장려하고, 농업 환경을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스마트농업으로 변화시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 원장은 “청년농업인으로 선발되면 농정원이 3년 차까지 일정 금액을 지원한다”며 “귀농귀촌종합센터와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통해 청년들이 농촌에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창업을 돕고 있다”고 했다. 또 농업의 생산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기술집약적 첨단농업인 스마트팜을 적극적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농정원은 전북 김제와 경북 상주 등 전국 4곳에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구축해 빅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원장은 “스마트팜을 통해 우수한 인재를 농촌에 유입해 청년실업 해소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농민신문 기자로 27년간 활동해온 이 원장은 농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든 답은 현장에 있다’는 일념하에 농정원이 현장중심 전문기관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3농(農) 중심 정신으로 무장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3농은 농업·농촌·농민을 뜻한다”며 “다산 정약용이 강조한 3농은 편하게 농사짓는 편농(便農), 농업에 이득이 되는 후농(厚農), 농민의 지위를 높이는 상농(上農)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궁극적으로는 모든 국민이 우리 농업과 농촌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라며 “우리 농업·농촌의 든든한 버팀목, 혁신성장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주부 이혜영 씨(53)는 맘카페에서 추천을 받아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을 구매해볼 생각이다. 이달 말까지 진행되는 ‘윈·윈터페스티벌’ 기간에 카드형 상품권을 10%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어서다. 9만 원을 선불로 결제하면 등록한 신용카드에 상품권 10만 원이 들어온다는 사실에 마음이 동했다. 이 씨는 “가뜩이나 물가가 올라 생활비 걱정이 컸는데 카드형 상품권을 구입해 그동안 미뤄뒀던 김장을 해야겠다”고 했다. 고물가 시대에 생활비를 조금이라도 아낄 방법을 찾고 있다면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이 답이 될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2월 한 달 동안 ‘윈·윈터페스티벌’을 통해 카드형 상품권을 개인당 100만 원 한도 내에서 10% 할인된 금액으로 판매한다. 온누리상품권 앱에 신용·체크카드를 등록하고 연계된 계좌를 통해 90만 원을 지불하면 등록한 카드로 상품권 100만 원이 들어온다. 액면가의 60% 이상 사용하면 나머지 금액은 계좌로 환급받을 수 있다.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종이 상품권은 사용은 편리하지만 반드시 은행에 가서 대면으로 상품권을 사 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카드형 상품권은 온라인 앱에서 본인 인증 절차만 거치면 은행 운영 시간과 관계없이 편리하게 구매가 가능하다. 상품권을 전통시장에서 사용하면 급여생활자들에게는 ‘13월의 월급’이라 불리는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를 받기에도 유리하다. 전통시장 내 점포에서 현금이나 카드를 사용하면 사용 금액의 40%를 소득공제 때 적용받을 수 있다. 총급여가 7000만 원 이하인 근로소득자가 전통시장에서 월 50만 원을 1년 동안 사용한다면 약 36만∼57만6000원의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카드 사용 시 국세청에 자동 신고되기 때문에 별도의 신청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 카드형 상품권을 구매하면 카드회사가 여러 혜택을 제공할 때 요구하는 사용 실적으로도 인정된다. 카드 사용 실적을 기반으로 카드사로부터 다른 할인 혜택을 받을 때 유리하다는 얘기다. 종이 상품권은 그동안 상품권 교환 시 차액을 노린 불법 유통으로 많은 문제점이 불거졌는데, 카드형 상품권의 경우 본인 명의의 카드에 상품권을 등록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불법 유통은 불가능하다. 현재 카드형 상품권의 전국 가맹점 수는 전통시장, 지하상가 점포 등 12만2984곳이다. 중기부는 앞으로 불법 유통 근절을 위해 카드형 상품권이 종이 상품권을 대체할 수 있도록 가맹 점포를 점차 늘려갈 방침이다. 온누리상품권을 위탁 운영하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는 “앞으로 오픈마켓에 ‘온라인 전통시장관’ 등을 추후 개설해 온라인에서도 카드형 온누리상품권 사용처를 늘려갈 예정”이라고 말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국가균형발전은 역대 정권들이 주요 국정과제로 삼고 추진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전국 228개 시군구의 30% 이상이 소멸 우려 혹은 위험 지역으로 꼽히는 등 지방과 수도권의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도 올해 6월 국무회의에서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시동을 걸고 있다. 정권을 뛰어넘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본보는 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과 김두관,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 등 현 정부와 전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전문가들과 ‘국가균형발전 구체화와 동반 성장’을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사회는 이종승 동아일보 부국장이 맡았다. 참석자들은 지역 불균형이 심각하고 해결책 마련이 시급한 만큼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인적·물적 자원 배분에 어느 정도 개입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우 위원장은 “지역 대학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연구개발(R&D) 기능이 지방으로 내려가는 등 지방 진흥 정책을 통해 불균형을 풀어야 한다”고 했다.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위 부위원장을 지낸 정 의원은 “지역균형발전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국가 생존을 위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국가균형발전 특별위원장인 송 의원은 “지방 소멸을 국토 소멸 차원의 문제로 놓고 절박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선 후보 중앙선대위에서 균형발전위원장을 맡았던 김 의원은 내년 1월 출범하기로 했던 부울경 메가시티가 경제동맹, 행정통합으로 폐기되는 것을 두고 “중앙이든 지방이든 좋은 정책은 승계하고 마무리해야지 파기하면 기회비용이 많이 든다”고 했다.○ ‘지방시대 위원회’, 우려와 기대 동시에이날 좌담회에서는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 특별법’에 대한 의견이 많았다. 윤 대통령은 국토균형발전과 자치분권을 위한 새로운 컨트롤타워인 ‘지방시대위원회’를 세종시에 설치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지방시대위원회는 기존의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자치분권위원회의 조직을 하나로 합쳐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이끌 사령탑 역할을 하게 된다. 우 위원장은 지방시대위원회가 출범하면 위원장에 취임할 예정이다. 우 위원장은 “국가균형발전은 결국 인간 존엄성, 차별 문제이기 때문에 이번 정부에서 강력한 정책이 실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민주당에서는 두 위원회가 노무현, 문재인 정권에서 설립된 만큼 통합된다 해도 위원회의 운영 방식과 권한에 대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역할이 다른 위원회를 일방적으로 통합하는 데 큰 우려가 있다”며 “만약 통합된다면 지방시대위원회가 자문기관에 그치지 않고, 위원장에게 집행력 있는 부총리급 권한을 줘서 다른 부처를 컨트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결국 정부 부처의 혁신과 구조조정이 문제가 되는데 이 정부에서는 아직은 주춤한 것 같다”고 했다.○ 기회발전·교육자유특구 지정도 관심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 특별법안이 통과될 경우 지역에 기회발전특구와 교육자유특구를 지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정부는 두 가지 특구 지정을 통해 일자리와 교육 문제를 해결해 지방으로 인구 분산을 유도할 계획이다. 기회발전특구에 투자하는 기업은 양도소득세, 법인세, 소득세, 상속세 등 각종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의 자발적인 지방 이전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우 위원장은 “지방세뿐 아니라 국세 감면 등 과감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지방정부가 규제 특례를 요청할 경우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승인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줄 예정”이라고 했다. 교육자유특구를 통해서는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특화대학 운영과 교육 시스템 구축이 가능해져 지역 대학을 기업, 공공기관 등과 연계해 운영할 길이 열린다. 최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대학 관련 예산을 지자체에 넘겨 지방 대학을 지역 산업 발전의 허브로 삼겠다고 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김 의원은 “교육부 권한을 과감히 지자체에 넘기겠다는 의견에 상당히 공감한다”며 “지역 대학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지자체에 주도권을 줄 필요가 있다. 거점 국립대에 대한 광역자치단체의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지역 산업이 자생력을 갖기 위해서는 지역에 과학기술원 설립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의원은 “공공기관과 대학을 매칭해 특화 교육을 하고, 지자체가 이를 지원하고, 중앙정부는 관련 규제를 완화하면 지방이 살아날 토양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우주항공이 강한 지역에 관련 국가연구소를 보내고, 농업 관련 연구소는 전북에 보내는 등 독일처럼 국가연구소와 지역 대학이 시너지를 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정 의원은 지역의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 대학 충원 대책 마련도 강조했다. 정 의원은 “비수도권 대학의 충원 미달률은 수도권보다 2배 높다”며 “우리나라가 연간 해외에 4조 원 정도를 원조하는데, 이 가운데 10% 정도를 개발도상국 학생들이 지방대에 유학을 올 수 있도록 배분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했다. ○ “공공기관 이전 마무리돼야”노무현 정부에서 시작한 공공기관 지방 이전도 이번 정부 내에서 가급적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에도 의견을 같이했다. 우 위원장은 “1차 공공기관 이전 정책은 신도시 위주로 이뤄지다 보니 원도심과 격차가 벌어져 공동화 현상 등 부작용이 생겼다”며 “2차는 신도시가 아닌 기존의 도심으로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 “윤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문제다. 내년부터는 수도권에 청사가 아닌 사무실 임대 형태로 운영하는 기관들 먼저 지방으로 속속 내려갈 것”이라고 했다. 다만 지역별, 기관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경우가 많아 이번 정부에서 공공기관 이전에 속도를 붙이려면 교통정리가 시급하다. 김 의원은 “한국산업은행법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를 지방으로 이전시키기 위해 ‘대한민국에 둔다’로 바꿔 개정안을 냈다”며 “그런데 부산 지역구 의원은 ‘부산에 둔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내고, 서울 지역구 의원들은 서울에서 본점이 이전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고 했다. 송 의원은 “지자체 간 과도한 유치 경쟁,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 의원은 “단순히 지역끼리 ‘나눠 먹기 식’이 아닌 지역 산업구조와 생태계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권역별 산업구조를 면밀히 조사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관을 이전시켜야 할 것”이라고 했다.○ “지방이 살아나려면 지자체에 권한 실어줘야”지방이 살아나려면 중앙집권적 체제를 지양하고, 지자체에 권한과 힘을 실어주는 자치분권으로 가야 한다는 데도 한목소리를 냈다. 정 의원은 “지역균형발전의 주체는 지역의 사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지역이 돼야 한다”며 “그러나 중앙정부가 각종 권한을 갖고 규제를 풀지 않는 한 지역 스스로 지역 발전을 설계하고 추진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지역 자립의 발판을 만들기 위해서는 중앙부처가 결정하고 지방에는 통보하거나 교부만 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했다. 정부에서도 이같이 고질적으로 지적돼 왔던 중앙집권적인 지역균형개발 정책 대신 지자체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우 위원장은 “이번 여름에 수해를 겪으면서 지방분권에 대한 생각이 굳어졌다.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일부라도 가시화되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광역지자체장이 미국의 주지사들같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 자치경찰제처럼 시도지사들이 중앙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고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범위를 늘리는 부분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진행=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정리=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덕선(혜리 분)은 시험 공부를 시작하기 전 컴퍼스와 자를 동원해 공부 계획표를 짜고, 물걸레질을 해가며 독서실 책상을 정성껏 치운다. 필통의 필기구도 ‘칼각’에 맞춰 정리한다. 하지만 덕선은 공부 시작 몇 분 만에 독서실 방바닥에 드러누워 잠이 들고 만다. 책상 정리만 하고 공부를 못한 건 비단 이날 뿐만은 아니다. 습관적으로 공부를 미룬 탓에 결국 덕선은 대입에 실패하고 재수를 하게 된다. 우리는 누구나 해야 할 일들을 조금씩 미루며 산다. 집안일 같은 사소한 것부터 공부, 일, 운동, 모임 등 다양한 것을 미루곤 한다. 업무를 시작하기 전 기사 검색을 한참 하거나, 헬스클럽 등록 전에 운동복만 사서 모셔두거나, 미루는 습관을 고치기 위해 미루는 습관을 고치는 자기계발서만 자꾸 사다 모으는 등 다양하다. 심리학에서는 이처럼 꼭 해야 하는 일을 미루고 딴 짓을 하는 것을 지연행동(procrastination)이라 부른다. 미루는 습관은 누구나 갖고 있다. 하지만 본인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만성적이고, 이런 습관 때문에 기회를 잃거나 금전적 손해를 보고, 스스로를 ‘쓸모 없다’고 생각해 고통스럽다면 문제가 된다. 우울증, 불안증,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도 미루는 습관 때문에 일상에 장애가 생기는데, 이런 병리적인 경우는 제외하고 살펴보기로 한다. 왜 꾸물거릴까?보통 게으르거나 의지가 부족해 일을 미룬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오랫동안 지연행동을 연구한 전문가들은 감정적 문제와 연결돼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연행동 연구 전문가인 티모시 피칠 캐나다 오타와 칼튼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꾸물거림은 부정적인 감정에 초점을 맞춘 인간의 대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할 일 앞에서 우리는 압박, 불안, 스트레스 등 부정적 감정을 느끼는데, 딴 짓을 통해 거기서 도망치는 것이다. 과제발생 → 부담·압박·불안 → 회피행동(딴 짓) → 안정감지연행동의 원리는 위와 같다. 이때 선택하는 ‘딴 짓’은 원래해야 하는 일보다 재미있게 느껴지는 일이다. 고통스러운 일은 미래로 미루고, 당장의 흥미를 선택하는 쾌락 원리대로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항상 ‘때가 되면 하겠다‘고 기약하지만, 이들이 말하는 완벽한 때란 웬만해선 잘 오지 않는다.일을 미루는 이유는 각자 다르다20년간 지연행동을 연구해 온 조셉 페라리 미국 시카고 드폴대 심리학과 교수는 미루는 습관을 가진 이들의 특징을 ‘회피형’과 ‘각성형’으로 나눴다. 각성형은 앞서 설명한 쾌락 원리에 의해 미래보다는 현재에 집중하는 이들이다. 이들은 계획적으로 게으름을 부리면서 마감 시간 일보 직전에 밀려오는 흥분과 긴장감으로 능률이 바짝 오르길 기대한다. 회피형의 미루는 습관 뒤에는 좀 더 복잡한 기제들이 숨어 있다. 낮은 자존감, 실패에 대한 두려움, 불안 등이다. 특히 능력에 대한 평가에 굉장히 민감하다. 페라리 교수는 “이들은 사람들로부터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기보다는 일을 미뤄 ‘노력이나 시간이 부족해 실패했다’고 평가 받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부 완벽주의 성향의 사람도 비슷한 문제를 겪는다. 이들은 스스로를 압박하고, 실수하면 질책하고, 결과가 나오더라도 충분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이 모든 과정이 불만족스럽기 때문에 일을 미루며 도피하다 벼락치기를 한다. 열심히 했지만 자신의 높은 기준에 못 미쳐 패배감을 경험하는 것보다 미루다가 시간에 쫓겨 실패한 것처럼 보이는 쪽을 택하는 것이다. 자존감이 낮은 경우에도 자신의 능력을 불신하며 일을 미루기 쉽다. 예를 들어 ‘나는 승진할 자신(자격)이 없어’라고 생각하면서 승진 시험도 보지 않고,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다. 그러면 승진 심사에서 떨어지는 실패를 맛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미룬다고 진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미루기를 통해 당장은 행복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피칠 교수는 “하기 싫은 일을 회피하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믿지만 사실 이는 자기 자신을 잘못된 길로 통제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험을 착실히 준비한 학생과 벼락치기로 밤을 샌 학생이 받은 스트레스의 총량은 같지 않다. 여러 연구들에 따르면 벼락치기를 하는 사람들은 감기, 독감, 소화불량, 불면증, 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확률이 일반인 보다 높았다. 격렬한 스트레스 반응이 신체 증상으로도 나타나는 것이다. 또 미루는 습관은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누군가는 미룬 일을 대신 해줘야 하고, 직장과 학교에서 대인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나는 왜 하기 싫은가?’ 자기 이해 필요페라리 교수는 “미루는 사람한테 ‘일단 해’라고 말하는 것은 만성 우울증 환자에게 ‘기운 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하기 싫은 일을 강제로 시키기보다 근본적 원인인 감정 문제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제를 미루는 진짜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는 자기 이해가 먼저다. 만약 시험 공부를 계속 미룬다면 성적이 나왔을 때 주변의 평가가 두려운 것인지, 자신감이 없어서 도망치고 싶은 것인지, 자신의 기준이 너무 높은 것은 아닌지를 살펴봐야 한다. 헬스클럽 등록을 미루는 경우라면 체중 감량 목표가 너무 높아서 부담스러운지, 가더라도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몰라 막막한지 등 이유를 살펴보는 것이다. 그래야 자신을 몰아세우지 않고 자신에게 맞는 여러 시도를 해보면서 습관을 고쳐나갈 수 있다. 미루는 습관을 대체할 습관 기르기자기 이해 과정이 끝났다면 이제는 정말 행동할 때다. “내가 마음을 굳게 안 먹어서 그렇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자기 위안은 더 이상 도움이 안 된다. 완벽주의, 지연행동 등을 연구해온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오히려 방해가 된다. 이들은 언제나 마음이 안 먹어지는 게 문제”라며 “우선 아주 작은 행동을 시작하고 그 뒤에 동기를 유발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이 교수는 15분 기법을 추천했다. 이 교수는 “처음부터 공부를 하겠다고 생각하지 말고 15분 동안 큰 소리로 책을 읽어보자. 그러면 집중력이 생기면서 공부를 해야겠다는 동기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꼭 15분이 아니어도 괜찮다. 5~15분 사이 본인에게 맞는 시간을 찾으면 된다. 이밖에 마감 기한을 이틀 정도 당겨 자신만의 데드라인 만들기, 눈에 보이는 곳마다 해야 할 일을 적은 메모 붙여 놓기 같은 것도 도움이 된다. 주변에서는 “마감이 얼마 안 남았어”라며 불안을 조장하는 말보단 “초안은 언제 나오니”처럼 시작을 독려하는 의사소통이 도움을 줄 수 있다.미루는 습관을 고치는 행동 리스트·하루의 할 일 목록(최대 3개) 적고 기한 정하기·목록에서 시급한 순서부터 처리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 하기·할 일의 단위를 가능한 작고 구체적으로 쪼개 ‘만만하게’ 만들기·5~15분 타이머 맞추고 일단 시도해보기 ·하루 중 가장 집중이 잘 되는 시간 파악하기·알람 맞춰놓고 휴식시간 갖기·완료한 일 목록 만들기·시간 관리에 도움을 줄 동료 구하기·원래 마감보다 이틀 당긴 자신만의 마감 기한 만들기·눈에 보이는 곳 마다 할일 적은 메모 붙여 놓기헤이든 핀치 ‘게으른 완벽주의자를 위한 심리학’ 등 참조할 일 목록 작성도 도움을 준다. 하루 최대 3개까지만 정해 시급한 순서대로 적고, 기한을 정한다. 가장 하기 싫은 일을 맨 위에 배치한다. 쇼핑하기 등 당장 하고 싶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은 맨 마지막 줄에 두고 다른 일을 다 처리한 다음에 한다. 일종의 보상으로 남겨두는 것이다. 완료한 일 목록을 만들어 성과를 되짚어보면 자기 효능감을 높일 수 있다. 부담이 큰 일일수록 계획 단위를 잘게 쪼개는 것이 좋다. 집 청소를 방 청소로, 방 청소를 침대 정리로, 침대 정리를 이불 털기로 쪼개 최대한 부담 없는 수준으로 나누는 것이다. 이불 털기에서 끝나도 괜찮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안 한 것보다 사소한 한 가지라도 실행한 것이 의미있다고 여기는 태도다. ‘게으른 완벽주의자를 위한 심리학’의 저자 헤이든 핀치는 “일단 몸을 움직여 시작하면 성공은 따라온다”며 “실천하지 않으면 (자기계발서를 읽는 등) 지금껏 쏟아 부은 노력이 허사로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 역시 “한 번에 하나씩, 지금 해야 한다. ‘왜 못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멈추고 ‘어떻게 하는가’를 신경 쓸 차례”라며 “혼자서 어렵다면 주변에 도움을 청해 극복해가야 한다”고 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2009년 첫선을 보인 온누리상품권은 소상공인과 소비자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든든한 동반자로 자리매김해 왔다. 그러나 이른바 ‘상품권깡’으로 불리는 상품권 부정 유통은 ‘옥에 티’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누리상품권을 카드형 상품권으로 대전환하는 방안이 시행 중이다. 본인 명의의 신용·체크카드에 상품권을 충전해 사용하는 카드형 상품권은 부정 유통을 막고,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온누리상품권의 본래 취지를 살릴 것으로 기대된다. 총 5회에 걸쳐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의 도입 배경과 스마트한 활용법 등을 소개한다.》 올해 6월 광주의 한 전통시장에서 온누리상품권을 이용해 수년간 100억 원 상당의 ‘상품권깡’을 해온 상인이 적발됐다. 가족 명의 등을 동원해 시장에서 점포 5곳을 운영해온 A 씨는 액면가보다 5∼10% 싸게 모바일 상품권을 사들여 이를 현금으로 환전해 수억 원의 차익을 챙겼다. 전국에서 2016년부터 올해 8월까지 이 같은 방법의 상품권 부정 유통이 적발된 건수는 159건에 이른다. 상품권을 액면가보다 싸게 구입해 환전 차익을 챙기는 상품권깡은 꾸준히 문제가 제기돼 왔다. 환전 과정에서 상품권 대리 구매자를 동원하기 위해 시장 상인이나 가족 등을 대동하는 각종 편법이 등장하기도 했다. 문제가 지속적으로 불거지자 온누리상품권을 발행하는 중소벤처기업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놨다. 꾸준한 단속 강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보란 듯이 기승을 부리는 상품권깡의 오래된 악습을 끊기 위해서다.○ 카드형 상품권 도입으로 ‘깡’ 방지중기부는 기존 종이, 모바일 상품권을 활용한 불법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 카드형 상품권을 올해 8월 출시했다. 이를 통해 지역경제를 살리고 소상공인에게 힘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온누리상품권의 본래 취지에 맞게 운영되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은 소비자가 보유한 신용·체크가드와 상품권을 연동해 사용할 수 있다. 사용 방법은 지난해 지급된 정부 재난지원금을 사용했던 방식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소비자가 온누리상품권 모바일 앱에 자신의 신용카드 또는 체크카드를 등록한 뒤 상품권을 구매하면, 구매 금액만큼 해당 카드로 상품권이 충전된다. 이후 카드로 결제하면 상품권 충전 금액 내에서 차감이 시작된다. 그동안 종이 상품권은 상품권 구매자와 사용자가 달라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부정 유통이 쉬웠다. 하지만 개인 신용·체크카드와 상품권을 연동시킨 카드형 상품권은 타인에게 카드를 빌려주지 않는 한 상품권을 양도할 수 없어 부정 유통을 막을 수 있다. ○왜 카드형인가카드형 상품권은 상품권 부정 유통을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소비자의 결제 패턴에 맞춰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해 탄생했다. 지난해 7월 온누리상품권을 구매한 고객 4만5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0.6%가 가장 선호하는 결제 수단으로 ‘카드’를 꼽았다. ‘스마트폰 간편결제’ 14%, ‘(지류) 상품권’ 9.5%, ‘현금’ 4.9% 순이었다. 또 카드형 상품권은 기존의 종이 상품권과 달리 신분증을 가지고 은행에 가지 않더라도 비대면으로 언제든지 구매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카드 단말기가 있는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어 사용이 간편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1인당 월 100만 원 한도 내에서 10% 할인된 금액으로 상품권을 살 수 있어 경제적이다. 온누리상품권을 위탁 운영하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는 “카드형 상품권 보급을 통해 전통시장의 주 고객층인 장·노년층뿐만 아니라 20, 30대도 찾는 시장을 만들어 시장 상인들의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년 초까지 이벤트 풍성카드형 상품권 보급을 위해 마련된 ‘온누리소비복권’ 이벤트도 눈여겨볼 만하다. 온누리소비복권 이벤트는 카드형 상품권 사용자 대상으로 11월 1일부터 내년 1월 28일까지 총 3개월 동안 진행된다. 당첨 규모는 총 15억 원에 이른다. 총 6회에 걸쳐 진행되는 이번 이벤트는 당첨자에게 1인당 최대 100만 원의 카드형 상품권을 지급한다. △1등 100만 원(40명) △2등 50만 원(80명) △3등 20만 원(200명) △4등 5만 원(800명) △5등 1만 원(4000명)을 6회에 걸쳐 각각 선정한다. 전통시장에서 특히 상품권 소비가 크게 늘어나는 내년 설 명절에 진행되는 6회 차 이벤트 기간(내년 1월 8∼28일)에는 경품 당첨자를 2배로 늘려 추첨할 예정이다. 이벤트 응모 방법은 이벤트 기간 내에 누적 금액으로 5만 원 이상 카드형 상품권을 사용하면 된다. 누적 금액으로 5만 원이 쌓일 때마다 1회 응모권이 자동 적립된다. 다만 복권에 응모하려면 사전에 온누리상품권 모바일 앱에서 이벤트 참여에 동의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박성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은 “대규모 소비자 이벤트를 통해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이 확산되면 전통시장의 디지털 전환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청소년의 자살·자해위기 징후를 살피던 ‘사이버아웃리치’ 상담원은 A 군이 트위터에 올린 동반자살 관련 글을 발견했다. 상담원은 서둘러 A 군에게 메시지를 보내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의 실시간 일대일 채팅상담실로 안내했다. 상담원의 신속한 대응을 통해 A 군은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었고, 곧이어 지역 청소년상담센터 대면상담으로 연계돼 더욱 안정적인 심리 지원을 받게 됐다. 정부는 A 군과 같이 자살·자해 위험에 놓인 청소년들을 위한 심리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청소년 정신건강 검사를 강화해 선제적으로 문제를 발굴하고, 청소년 상담 전문 인력을 확대한다. 여성가족부는 이 같은 내용을 24일 열린 국무총리 주재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에서 보고했다. 위기 청소년 심리상담 지원에 정부가 팔을 걷어붙인 이유는 갈수록 청소년 자살률과 자해시도 건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청소년(9∼24세)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11.1명으로, 2017년 7.7명에서 44%나 증가했다. 자살은 이 기간 줄곧 청소년 사망원인 1위를 차지했다. 10대 자살·자해 시도 건수도 2017년 2633명에서 2020년 4459명으로 2배 가까이로 늘었다. 정부는 위기에 놓인 청소년들을 지원하기 위해 온·오프라인 청소년 전문 상담 체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청소년의 자살·자해 시도가 꾸준히 늘어나는 동안 여가부 청소년상담(1388)에 의뢰된 정신건강 상담도 같은 기간 11만7590건에서 20만5373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 가운데 자살·자해와 관련된 상담은 8207건에서 2만91건으로 폭증했다. 우선 정부는 전국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 자살과 자해에 특화된 고위기청소년 집중 심리클리닉을 확대 설치할 방침이다. 지난해 일부 센터에서 시범 운영한 결과 자살위험성은 39.4%, 자해위험성은 44.7% 감소해 효과를 봤다. 청소년상담1388에는 24시간 이용 가능한 전문 상담인력을 늘려 상담 대기 시간을 줄일 예정이다. 청소년이 쉽게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문자 상담 서비스도 운영한다. 이 밖에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 종합 심리검사 실시를 위한 임상심리사도 새롭게 배치한다. 청소년의 정서 문제는 대부분 가족 간 갈등에서 유발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가족상담 기능을 강화한다. 교육청과 연계해 자살·자해 고위험군 청소년의 부모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가정에서 나와 정부가 운영하는 쉼터 등에서 생활한 청소년이 퇴소 이후에도 자립할 수 있도록 해주는 지원도 확대한다. 또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 청소년을 조기에 찾아내기 위해 위기 진단 검사를 확대한다. 청소년쉼터 등 청소년시설 이용자를 대상으로 정서행동 특성조사를 실시하고, 초중고등학생과 대학 신입생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검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또 온라인 매체에 청소년이 올린 글을 보고 전문 상담원이 직접 접촉을 시도하는 사이버아웃리치 상담과 찾아가는 오프라인 상담 서비스도 강화한다. 부처 간 원활한 지원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여가부의 청소년상담복지센터, 교육부의 Wee센터, 보건복지부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이 협력해 청소년정책실무위원회를 활용한 협의체도 운영하기로 했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힘든 상황에 처한 청소년이 온·오프라인으로 쉽게 맞춤형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개선해 소중한 삶을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광고업계에서 일하는 10년 차 직장인 정상훈 씨(38·가명)는 위염 증상, 목 주변 근육통, 두통을 달고 산다. 특히 위통이 심해 프로젝트 마감 직전에는 위를 꽉 쥐어짜는 듯한 통증으로 물도 못 마실 정도다. 체중이 7㎏이나 빠져 위내시경 검사를 해봤는데 위가 약간 부어 있다는 소견 외에 이상은 없었다. 소화기내과 약을 한 달 이상 먹고, 300만 원이 넘는 한약도 먹어봤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주부 이은혜 씨(51·가명)는 가슴 통증, 복통, 어지럼증 등이 느껴질 때마다 유방암, 췌장암, 심장질환, 혈관질환, 뇌질환 환자들을 위한 정보공유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입했다. 이렇게 가입한 커뮤니티는 벌써 9곳이 넘었다. 최근에는 두통이 심해져 뇌종양이 의심돼 컴퓨터단층촬영(CT)을 했다. 결과는 정상이었지만, 이 씨는 CT만으로는 뇌종양을 발견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온종일 불안하다.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다. 암 같은 중증 질환 환자의 우울증 발병률이 높은 것처럼 거꾸로 마음이 힘들거나 아플 때도 몸에 반응이 나타난다. 물론 신체 증상의 원인은 생물학적, 유전적 등 다양한 요인이 있을 수 있어 정밀한 검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특정 증상에 오랫동안 시달리며 여러 병원에서 CT, 자기공명영상(MRI), X레이 등 각종 검사를 받아 봐도 뚜렷한 원인이 나오지 않았다면 몸이 아니라 마음에 원인이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고통받은 마음 대신 몸이 말하는 ‘신체화’‘신체화’란 의학적으로 명확히 아픈 원인을 설명할 수 없지만 심리적인 원인에 의해 몸이 계속 아프고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을 말한다. 주요 증상으로는 △근육통 또는 신경통 △소화 불량 △과민대장증후군 △만성 피로 △두통 △불면증 △식도 이물감 등이 있다. 만약 주변에 특별한 질병은 없지만 몸이 여기저기 쑤시고 아프고, 밥도 잘 못 먹고, 잠도 잘 못 자는 이가 있다면 신체화 증상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신체화 증상 예시① 일반적 신체 증상 : 근육통, 무기력감, 땀, 입 마름, 얼굴 화끈거림 등② 소화기계 증상 : 구토, 메스꺼움③ 신경계 증상 : 두통, 어지럼증, 손발의 저림이나 떨림 등④ 심장 및 호흡기계 증상 : 가슴 두근거림, 가슴 답답함, 숨 막힘, 가슴의 열감 등⑤ 비뇨생식기계 증상 : 생리불순, 생리통, 하복부 통, 성기능 이상 등출처: 서울아산병원일시적으로 앞이 안 보이거나, 혼절, 마비, 경련 증세가 일어나 119구급차에 실려 응급실에 가는 경우도 생각보다 흔한 편이다. 드라마에서 충격적인 소식을 듣고 갑자기 정신을 잃으며 쓰러지는 장면도 신체화 증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다만 갑자기 증상이 사라지기도 해 주변에서는 ‘꾀병’이라고 오해하기도 한다. 이런 증상이 심하게 나타날 경우 질병으로 진단받을 수 있다.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DSM-5)의 진단명은 ‘신체증상장애’다. 증상의 심각성에 대해 △과도한 생각을 지속적으로 하고 △높은 수준의 불안을 나타내며 △과도한 에너지를 투여하며 △걱정하는 기간이 6개월 이상 지속될 때 신체증상장애로 진단된다. 꼭 진단받지 않더라도 병원에서 ‘신경성’ ‘스트레스성’이라고 말하는 증상 대부분이 신체화 증상이라고 볼 수 있다. 한 국내 연구에서는 정신과 이외의 진료과에서 진료받은 사람 중 신체화 환자 비율이 11.5%에 달했다는 결과가 있다. 몸이 아프다고 생각해 병원을 찾은 10명 중 1명 이상이 사실 몸이 아닌 마음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들 대부분은 왕성하게 사회 생활을 하는 20~40대였다. “다들 그러려니” 하고 참는 각종 통증이 사실은 혹사당하고 있는 마음이 보내는 신호인지 모르고 살아간다는 의미다. “중병에 걸렸나 봐” 건강염려증 건강염려증도 마음의 병이 몸으로 반응하는 증상이다. 주로 불안이 높은 사람에게 많이 나타난다. 이들은 실제로 몸에 불편 증상이 생기긴 하지만, 이에 과도하게 집착하며 심각한 질병에 걸렸다고 끊임없이 생각한다. 소화가 잘 안되면 위암에 걸렸다고 생각하거나, 뭔가를 깜빡하면 치매에 걸렸다고 걱정하는 식이다. 이들은 증상에 대해 과도하게 집중하기 때문에 고통이 더욱 증폭된 것처럼 느낀다. 넘어져서 피가 난 상처를 계속 쳐다보고 있으면 더 아프게 느껴지는 것과 유사하다.●건강염려증의 특징·의료진의 말이 의심됨 ·같은 증상 때문에·작은 신체 증상도 큰 병이라고 확대 해석·병이 있다는 믿음 때문에 사회 생활에 지장이 생김 ·틈만 나면 건강 정보를 검색 ·건강보조제에 지나치게 집착건강염려증은 가족력이 있거나, 과거에 큰 병에 걸렸던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들은 병원에서 검사 결과에 이상이 없다고 해도 안심하지 못하고, 병명이 나올 때까지 ‘병원 쇼핑’을 다닌다. 이때 민간치료사 등 대체의학에 현혹되는 경우도 있다. 신현균 전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저서 ‘신체 증상 및 관련 장애’에서 “그들에게 치료받은 사람 중에는 일시적으로 병이 나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다. 이는 원래 신체적인 병이 없는 상태에서 병이 나았다고 믿는 것이지 실제 병이 나은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근본적인 심리적 문제가 치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얼마 가지 않아 다시 재발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왜 이런 증상이 일어날까?정신의학, 심리학계에서는 신체화가 불안, 긴장, 우울, 분노 등 강렬한 감정들이 제대로 해소되지 못하고 억압됐을 때 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본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잘 절제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여기는 아시아권에서는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한때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DSM-4)에 한국 문화 특유의 질병으로 분류됐던 ‘화병(Hwabyeong)’ 역시 이런 문화를 잘 보여준다. 특히 한국에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머리가 지끈거린다’ ‘열 받는다’ ‘속이 답답하다’ ‘토 나온다’ 등 감정을 신체 증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직접적인 감정 표현 대신 신체 반응으로 표현하는 문화가 언어에도 드러난 것이다.우울증은 신체화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미국 하버드대 부속 매사추세츠종합병원의 우울증임상연구센터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한국 우울증 환자는 미국 우울증 환자보다 건강염려증, 체중 감소, 불면증 등 신체적 반응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우울감, 죄책감 등 정서적 반응은 미국 우울증 환자보다 훨씬 낮았다. 해당 연구에 참여한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분이 우울하면 몸에 힘이 없고 두통을 호소하는 신체 증상으로 표현한다“며 “이 때문에 신체 감각에 예민해지고, 불안이 높아지면 건강염려증으로 가기도 쉽다”고 말했다. 만성 불안도 자율신경계의 교감 신경을 활성화해 신체화에 영향을 미친다. 위기 시 활성화되는 교감 신경은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동공이 확장되며, 근육으로 혈액이 몰려 힘쓸 준비를 한다. 이때 생존에 당장 필요하지 않은 소화 기능이나 생식 기능은 저하되는데, 만성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면 평소에도 소화가 안 되거나 불임 가능성도 커지는 것이다.신체화 여부에 따라 접근법 달라져가장 우선적인 치료는 신체화 여부에 대해 아는 것이다. 몸이 아픈 원인이 신체냐, 정신이냐에 따라 접근법이 달라질 뿐만 아니라 미리 예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서 사례로 소개했던 직장인 정 씨의 경우 원인이 신체에 있다고 생각해 위내시경을 받고 한약과 양약을 먹었지만, 효과가 없었다. 만약 정 씨가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분노, 불안 등이 원인이라고 생각했다면 운동, 휴식, 심리 상담 등 스트레스를 이완하는 시도를 해볼 수 있었을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힘든 감정을 말하거나, 글쓰기를 통한 자기 표현은 긴장 완화에 효과적이다.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심리적으로 만들어낸 고통의 이유는 결국 스트레스를 피하고 싶고, 분노를 표현하고 싶은 마음의 소리를 들어달라는 것”이라며 “주변에서 ‘왜 또 아프냐’가 아니라 ‘오죽 힘들면 그러겠느냐’고 힘든 마음을 알아주기만 해도 스스로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했다. 온라인에 떠도는 불확실한 의학 정보에 기대 큰 병에 걸렸다고 함부로 판단하는 것도 금물이다. 불안이 과도해지면 자신에게 해당하지 않는 것까지도 모두 해당한다고 판단해 불필요한 병원 검사 비용을 지출할 수 있다. 전홍진 교수는 “자신에게 신체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정확히 알아야 중병이 의심되더라도 값비싼 검사 없이도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대인관계 갈등이 생기면 갑작스럽게 신체화 반응이 강렬하게 나올 때가 있는데, 이를 미리 예측하고 그 상황을 피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신라스테이는 국내 호텔 단일 브랜드로는 최초로 한 해 동안 100만 객실 판매 돌파를 달성했다고 22일 밝혔다. 2일 신라스테이 삼성에서 100만 번째 체크인이 기록됐다. 신라스테이는 100만 번째 객실 이용 고객에게 전 지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100박 숙박권과 5돈 상당의 골드바를 증정했다. 휴가차 신라스테이에 투숙한 100만 번째 체크인 고객은 “꿈만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신라스테이의 100만 객실 판매 돌파는 국내 토종 호텔 브랜드로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국 14개 지역에서 총 4510개 객실을 운영하고 있는 신라스테이가 연간 100만 객실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올 초부터 매일 3000번 이상의 체크인이 이뤄져야 한다. 이는 모든 지역에서 평균 80% 투숙률을 기록해야 달성 가능하다. 올해 말까지는 총 125만 객실을 판매할 것으로 예상한다. 성장세에 힘입어 신라스테이는 국내외에 영업장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전북 전주, 세종, 제주 이호테우, 미국 새너제이 등에 진출해 2025년까지 총 20개 지역에 진출할 계획이다. 그동안 신라스테이는 ‘워케이션(Work+Vacation)’ 상품, ‘지역별 한 달 살기’ 등 여행지에서 생활을 경험해보고자 하는 MZ세대의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한 상품을 선보여 호응을 얻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하수처리 전문 환경기업인 피앤아이휴먼코리아가 오염된 물을 정화하는 독자 개발 기술을 앞세워 중국, 베트남 등 해외 시장으로 속속 진출하고 있다. 피앤아이휴먼코리아는 빗물과 오수 정화에 특화된 기업으로, 2019년 환경부의 우수환경산업체로 지정됐다. 피앤아이휴먼코리아의 기술은 특히 비점오염원 관리에 특화돼 있다. 비점오염원이란 비가 오면 농지나 방목장, 산림, 도로 등으로부터 더러운 물질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지하로 흘러들어와 수질 악화의 원인을 명확히 알 수 없는 것을 말한다. 곳곳에 있던 오염물질들이 씻겨 내려 공공수역으로 흘러 들어가 복합적 작용으로 수질 오염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반면 점오염원은 강에 폐수를 흘려보내는 공장 등 수질 악화의 원인이 명확한 경우를 일컫는다. 비점오염원에 의한 수질 오염을 막기 위해 피앤아이휴먼코리아는 독자적 기술을 이용한 저감시설을 개발했다. ‘방사형 다단여과 기술을 적용한 초기우수 및 합류식 하수월류수 처리기술’로, 빗물로 인해 지하로 떠내려온 쓰레기 등 오염물질을 1차적으로 여과하는 장치다. 오염물질을 물리적으로 더 이상 흘러가지 못하게 막는다고 해서 ‘커튼월’이라 부른다. 커튼월이 떠내려온 오염물질들을 걸러내기 때문에 폭우가 왔을 때 쓰레기가 하수도를 막아 빗물이 흘러가지 못해 범람하는 위험을 막을 수 있다. 기존의 비점오염원 저감시설보다 성능이 우수하면서도 관리가 쉽고 비용도 적게 드는 장점이 있다. 피앤아이휴먼코리아는 해당 기술 특허를 통해 국토교통부로부터 신기술개발 업체로 인증 받았다. 피앤아이휴먼코리아는 커튼월 기술을 앞세워 각종 하수와 악취로 몸살을 앓던 경기 수원의 서호천을 성공적으로 복원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강원, 경기, 충남, 제주, 부산 등 국내 500여 곳에 비점오염 저감시설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중국과 베트남에 대한 기술 수출을 통해 해외로도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2017년 중국 상하이에 커튼월을 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2018년 우한, 2019년 칭다오에 진출했다. 피앤아이휴먼코리아 관계자는 “중국 사업에 참여하기 전 중국 상하이 환경과학원의 박사급 하수처리 전문가들이 수십 차례 국내 시설을 방문해 재차 확인하고 돌아갔다”며 “수준 높은 검증 과정을 거치면서 기술에서 높은 평가를 받게 돼 까다로운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국제공동 환경기술 현지화 지원 사업에도 참여해 오염이 심했던 베트남 하노이의 스타레이크 공원 내 호수 정화 시설을 설치했다. 방사형 다단여과 시스템을 현장에 적용해 오염이 심했던 호수의 물 색깔을 투명하게 바꾸는 데 성공했다. 이에 앞서 피앤아이휴먼코리아는 베트남 물환경계획조사국, 베트남 농민위원회와 기술 활용을 위한 양해각서(MOU)도 각각 체결했다. 피앤아이휴먼코리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는 기간 동안 어쩔 수 없이 해외 시장 진출이 주춤하긴 했지만, 중국과 베트남에 기술 수출이 성공으로 이뤄짐에 따라 수출 국가를 점차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홍봉창 피앤아이휴먼코리아 대표는 “독자 개발한 비점오염 저감시설과 물 재활용 시설은 기존 시설보다 훨씬 경제적이고 효과적”이라며 “앞으로 미래 세대인 아이들에게 더 깨끗한 자연을 물려주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농협금융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가 세계적 화두로 등장하기 전부터 농업과 농업인, 지역사회에 대한 공익적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농협금융은 ‘농협이 곧 ESG’라는 사명감을 갖고 기후변화 위기 해소에 적극 동참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친환경 금융그룹으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농협금융은 2021년을 ESG 원년으로 삼고 경영 활동에서 사회적 가치를 높이고, 녹색금융을 확대하기로 했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2월 4일 신년 경영전략회의를 통해 ‘ESG Transformation 2025’를 선언했다. 이를 통해 농협금융은 농협에 특화된 ESG 투자모델을 기반으로 한 녹색금융상품을 개발하는 등 ESG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또 농협금융은 지속가능한 탄소중립 성장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담아 ‘탈(脫)석탄금융’을 선언했다. 이 선언을 통해 향후 국내외 석탄발전소 건설을 위한 신규 대출과 채권에는 투자하지 않고, 친환경 사업과 신재생에너지 분야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이 밖에 이사회 내 기후변화에 대한 전략과 계획을 수립하고 승인하는 ESG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사회가치 및 녹색금융위원회’를 신설했다. 이 위원회에서는 ESG 전략에 관한 사항을 다룬다. 지주 회장이 주관하는 ‘사회가치 및 녹색금융협의회’도 새롭게 만들었다. 금융지주의 ESG에 관한 주요 사항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실무 차원에서는 농협금융지주의 기존 ESG 전담 조직인 ‘ESG추진팀’을 ‘ESG추진국’으로 격상했다.농협금융은 다른 금융그룹과 차별화하기 위해 친환경·농업 중심으로 이뤄진 ESG 관련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농업에 특화된 ESG 금융 지원과 투자 확대를 위해 ESG 투자모델인 ‘그린 Impact 금융’, ‘농협 Impact 금융’, ‘ESG 채권 및 펀드투자’를 도입했다. 농협금융은 다양한 ESG 상품을 선보여 친환경 기업을 지원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수신, 보험, 펀드, ESG 인덱스 등 계열사별로 특화된 ESG 상품을 내놓았다. 농협은행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우수기업 지원시스템과 연계해 녹색금융 확대를 위한 ESG 여신 특화 상품으로 ‘NH친환경기업우대론’을 선보였다. NH투자증권은 국내 지주회사의 ESG 이슈를 주식에 반영해 투자하기 위해 지속가능발전소와 손잡고 ‘iSelect ESG 지주회사 인덱스’를 제공해 증권업계 내에서 ESG 리서치 사업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또한 NH-Amundi자산운용에서 국내외 친환경 기업과 탄소배출권 선물(先物) 등에 투자하는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를 내놨고, 농협캐피탈은 국내 금융권 최초로 전기차 충전설비 할부 상품을 선보였다. 농협금융은 기후변화와 관련된 재무정보를 공개하는 협의체인 TCFD(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에 가입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가 설립한 금융안정위원회(FSB)에서 2015년 설립한 TCFD는 금융회사와 기업이 기후위기 시나리오에 따른 재무적 영향을 분석하고, 이를 관리하기 위한 지배구조와 전략, 리스크 관리 지표와 목표 등 4대 영역을 공시하도록 권고한다. 농협금융도 TCFD에 가입해 친환경 경영체제를 구축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한 농협금융은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 경영을 위해 유엔환경계획이 글로벌 금융사들과 함께 제정한 원칙인 UNEP FI-PRB(UN Environment Programme Finance Initiative-Principles for Responsible Banking·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책임은행원칙)에도 동참하고 있다. 파리기후협정과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 이행을 위한 역할을 다하기 위한 것이다. 이 외에도 농협금융은 PCAF(탄소회계금융협회), SBTi(과학기반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 NZBA(넷제로은행연합) 등에도 가입했다.자체적으로 ‘NH택소노미’(NH-Taxonomy)도 개발했다. ESG 관련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여신에 적용 가능한 업종별 분류 체계와 프로젝트금융, 자산운용에 적합한 주제별 분류 체계를 수립해 체계적인 성과관리를 할 수 있게 했다. NH택소노미는 농협금융의 분류 기준에 국제적으로 공신력 있는 ICMA(International Capital Market Association·국제자본시장협회)의 녹색채권원칙과 사회채권원칙, EU 택소노미를 결합해 만들었다.그룹 차원에서는 임직원들이 생활 속에서 친환경 활동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녹색금융 캠페인 ‘ESG 애쓰자’를 추진하고 있다. ‘친환경 활동 애쓰자’, ‘탄소배출 감소 애쓰자’, ‘사회공헌 애쓰자’, ‘나눔과 기부 애쓰자’의 4가지 슬로건 아래 세부 실천 행동으로 구성돼 있다. 이 밖에 업무 차량을 친환경 차량으로 바꾸고, 사무실 조명을 LED 조명으로 교체하는 등 회사 차원의 활동도 포함돼 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정신 건강, 정서 문제 등 마음(心) 깊은 곳(深)에 있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수능 시험일이 어느덧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시험 볼 생각을 하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땀이 나고, 잠을 설칠 정도로 긴장하는 것은 사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적절한 불안감은 신체를 각성 상태로 만들어 주의 집중력을 높이고, 행동을 민첩하게 만드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긴장감이 ‘0’이어야 수행 능력이 높아지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하지만 시험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과 공포감 때문에 어지러움, 메스꺼움, 두통, 설사 등이 유발된다면 오히려 집중력이 낮아져 실력 발휘에 방해가 된다. 수능뿐 아니라 각종 시험, 면접 등을 앞두고 불안감이 지나치게 높아져 생활 자체에 괴로움을 호소하는 것을 시험불안(test anxiety)이라고 한다. 중요한 일 앞에서 긴장을 낮추고 두려움을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시험을 망치면 내 인생도 망할까?긴장되는 상황 앞에서 사람마다 느끼는 불안의 정도는 전부 다르다. 개인마다 예민한 성격, 완벽주의, 주위의 기대, 남과의 비교 등 다양한 요인들이 영향을 미친다. 특히 완벽주의 성향은 시험불안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이들은 실패했을 때, 절망감을 남들보다 강렬하게 느낀다. 주변에서 자신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고 느낄수록 완벽함에 대한 강박적 생각은 더욱 커진다. 부모님 등의 기대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여기서 오는 불안 역시 자신이 통제할 수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또 ‘시험을 망치면 인생도 끝난다’고 생각하는 왜곡된 사고 역시 불안감을 높이는 데 큰 영향을 끼친다. 불안장애 치료에 효과적인 인지행동치료에서는 심리적 장애를 일으키는 인지적 오류 가운데 하나로 파국화(catastrophizing) 사고를 지적한다. 파국화 사고는 “이것을 제대로 못 하면 끝이야” “문제가 생겼으니 내 인생도 망했어” 등 가장 최악의 상황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인지적 왜곡 현상이다.오강섭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특히 퍼포먼스가 높은 사람들이 시험 하나에 모든 것이 걸려 있다고 믿는다. 이런 인지적 왜곡이 심할수록 병적으로 걱정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수능시험 한 번이 인생 전체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을 믿는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숨만 잘 쉬어도 긴장 이완에 효과복식호흡과 근육 이완은 행동을 통해 불안을 완화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불안감이 올라오면 호흡이 빠르게 변한다. 이때 들이마시는 산소에 비해 신체 세포에 공급되는 산소량은 줄어들면서 근육이 긴장하고, 심장박동이 빨라지며 땀이 난다. 이때 얼른 복식호흡을 통해 신체 리듬을 정상으로 돌려야 한다. 복식호흡은 가슴보다 배가 더 많이 부풀었다 가라앉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①편한 곳에 앉아 배가 공기로 불룩해진다고 상상하며 천천히 숨을 들이쉰다. ②다시 배에 있는 공기를 전부 내뱉는다고 생각하고 천천히 내쉰다. ③몸이 이완될 때까지 약 5~10분 동안 반복한다. 하루에 2, 3번 하면 좋다.과도한 긴장으로 숨을 빠르게 몰아쉬는 과호흡이 온 경우에는 방법이 약간 다르다. ①숨을 천천히 들이쉰다.②들이 쉰 상태에서 멈추지 말고 연이어 천천히 내쉰다.③숨을 다 내 쉰 상태에서 6~10초간 잠시 멈췄다가 다시 숨을 들이쉰다.④위와 같이 2~3분 반복한다. 긴장된 근육을 풀어주는 점진적 근육 이완법은 미국의 생리학자 에드먼드 제이콥슨이 1920년대에 개발했다. 인위적으로 근육의 긴장을 끌어 올렸다가 서서히 이완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어깨 근육이 뭉쳐있다면 승모근에 힘을 주고 5초 버텼다가 10초간 다시 근육을 이완시킨다. 누운 자세에서 손부터 시작해 팔, 어깨, 목, 미간 등 순서를 변경해 가며 천천히 연습해 본다. 복식호흡과 병행하면 효과가 더 좋다.딴짓도 제대로 하면 도움 된다단순하지만 반복적인 활동을 천천히 해보는 것도 마음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된다. 책상에서 벗어나 잠깐 딴짓하며 몸의 리듬을 천천히 돌아가게 맞추는 것이다. 포인트는 ‘천천히’에 있다. 퍼즐 맞추기, 글씨 따라 쓰기, 색칠하기, 산책하기 등 본인에게 맞는 것을 택해 평소 하던 것보다 속도를 천천히 한다. 반면 빠르게 다리를 떨거나 강박적으로 손톱을 물어뜯는 행동은 오히려 불안감을 증폭시킬 수 있는 행동이다. 올림픽 경기 직전 극도의 긴장감을 경험하는 운동선수들도 이런 방법을 동원해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영국의 다이빙 금메달리스트 토마스 데일리는 경기 시작 전 뜨개질을 하며 마음을 다스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올림픽을 준비하는 모든 과정에서 뜨개질은 나에게 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을 줬다”고 언급했다. 2018년 평창올림픽에 출전한 핀란드 국가대표팀도 경기 전후로 뜨개질하는 모습이 다수 포착돼 관심을 받았다. 핀란드에는 뜨개질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힌다는 의미인 ‘네올루시(Neuloosi)’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신경증(neurosis)과 핀란드어 뜨개질(neuloa)의 합성어다. 핀란드 스노보드 대표팀 코치 안티 코스키넨은 자신이 지도한 선수가 출발선에 서 있는 상황에서도 손에 실과 바늘을 쥐고 뜨개질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심리상담사가 뜨개질이 선수단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며 추천했다”고 했다. 시험 시작 10분 전 꿀팁시험 시작 직전 긴장 해소에 도움이 될만한 실험이 있다. 2011년 1월 사이언스지에 실린 시카고대 심리학과 시안 레아 베일록 박사팀의 연구로, 시험 때문에 불안한 감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이 보인 차이를 입증했다. 연구팀은 대학생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그동안 배운 적 없는 어려운 수학 시험을 보게 해 이들의 평상시 실력을 체크했다. 이후 두 번째로 다시 실시되는 수학 시험을 앞두고, 시험 성적에 따른 보상과 처벌에 관해 설명했다. 시험을 잘 보면 돈을 받을 수 있지만, 시험을 못 보면 친구들이 실망할 것이고, 시험을 보는 장면을 녹화해 교수와 친구들에게 보여주겠다고 불안감을 조성했다. 그러면서 한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시험 시작 10분 전에 불안한 감정을 글로 적어보게 시켰고, 다른 한 그룹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게 했다.그 결과 불안한 감정을 글쓰기로 표현한 그룹의 성적은 평균 5% 정도 향상됐다. 반면 그냥 시험을 치른 그룹은 성적이 평균 12% 정도 떨어졌다. 베일록 박사는 “중요한 시험을 치르기 직전에 수행된 쓰기 과제는 특히 시험 응시에 대해 습관적으로 불안해하는 학생들의 시험 점수를 크게 향상시켰다”며 “큰 부담이 되는 시험을 보기 전에 걱정거리에 대해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시험 점수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감정을 정리하는 글쓰기 행위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일으키게 됐고, 결과적으로 마음을 비우고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시험 당일 긴장 낮추는 약물 복용은 피해야막판에 어려운 문제 풀이에 도전하기보단 그동안 공부해 왔던 것들을 복습하거나, 자신 있는 과목 위주로 들여다보는 것이 좋다. 정답을 맞힐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면 자신감이 붙으면서 불안감이 낮아질 수 있다. 또 시험 당일에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청심환이나 신경 안정제 계열의 약을 복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평소 안 먹던 약을 복용하면 개인마다 약에 대한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부작용이 일어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전날 잠이 안온다고 수면제를 먹는 것도 금물이다. 오 교수는 “떨린다고 약을 복용하면 긴장은 낮아질 수 있겠지만, 정작 인지기능이 떨어질 수도 있다. 수면제는 더욱 피해야 한다”며 “약물에 의지하기 보다는 시험 며칠 전부터 규칙적인 수면과 식사를 하면서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최고야기자 best@donga.com}

팬데믹을 겪으며 ‘코로나 블루’ 등으로 몇 년 새 심리상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하지만 자격 검증이 부실한 민간 자격증이 남발되면서 오랜 시간 전문성을 쌓기 위해 노력한 상담사와 상담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다. 이 때문에 심리상담 관련 자격증을 국가 자격증으로 법제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힘을 받고 있다. 현재 심리상담 관련 국가 자격증은 청소년상담사, 전문상담교사, 직업상담사, 임상심리사 등으로, 일부 상담 영역에만 국한돼 있어 민간 자격증이 훨씬 활성화되어 있다. 학술지 ‘교육종합연구’에 실린 한 연구에 따르면 민간자격정보서비스에 등록된 상담 분야 민간 자격증은 4054개(2018년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가운데 자격시험에서 이론시험, 면접, 수련기준, 보수교육, 자격유지연수 등 엄격한 자격검정 체계를 갖춘 곳은 10곳에 불과했다. 민간 기관에서 발급하는 일부 자격증은 10분 만에 온라인으로 취득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심리상담센터 개업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심지어 성범죄 전력이 있는 전과자도 상담센터를 개업할 수 있다. 올 2월에는 전자발찌를 찬 상담사가 심리상담센터를 개업한 뒤 여성 내담자를 성추행해 실형이 선고되는 일도 있었다. 문제가 잇따르자 21대 국회 들어 관련 법안 4건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최종윤 의원의 ‘심리상담사법안’, 국민의힘 전봉민 의원의 ‘국민 마음건강증진 및 심리상담지원에 관한 법안’,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의 ‘심리사법안’, 정의당 심상정 의원의 ‘상담사법안’ 등이다. 모두 심리상담 국가 자격증을 신설해 무자격자의 무분별한 업계 진입을 막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지난달 31일에는 국회에서 24개 관련 단체가 참여해 상담 관련 법안 제정을 위한 공동토론회도 열렸다. 현재까지 심리상담 관련 각종 학회와 단체 등에서 국가 자격증 신설에 대한 큰 틀의 합의는 이뤄진 상태다. 그러나 자격증 발급 조건을 세분화하는 과정에서는 상당 기간 진통이 예상된다. 한국심리학회 산하 한국상담심리학회 측에서는 국가 자격증 응시 조건으로 심리학 전공 또는 심리학과 전공과목 이수 등을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심리상담을 교육하는 심리학과 이외의 교육, 사회복지, 아동, 간호, 종교 관련 학과 등에서는 응시 조건을 특정 전공자로 한정 짓는 것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자격증의 성격도 합의를 이뤄야 하는 부분이다. 만약 독점적 면허 성격으로 국가 자격증을 운영하게 된다면 무면허 의료 행위를 처벌하듯 무자격 상담사를 처벌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기존에 활동하고 있는 상담사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별도의 경과 규정을 둔다는 방침이다. 법안 연구에 참여해 온 윤동욱 법무법인 서희 대표변호사는 “필요한 교육, 훈련 등을 통과한 자격자들에게 공적 관리감독을 통한 독점적 면허 법안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반면 일부에서는 심리상담은 누구나 할 수 있도록 열어두되, 향후 국가자격증에서 사용하는 명칭은 자격증 소지자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자격증이 신설된다면 이와 연계한 교육 과정의 표준화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김인규 한국상담진흥협회장(전주대 상담심리학과 교수)은 “상담 전공 학과는 대학과 대학원 등에 총 539개에 이른다. 교육 과정이 표준화돼 있지 않아 졸업자들의 상담 역량이 어느 수준인가 뚜렷하게 제시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향후 상담 전문가 양성의 표준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검증하는 상담교육인준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정신 건강, 정서 문제 등 마음(心) 깊은 곳(深)에 있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자칭 ‘공황 전도사’라 말하는 방송인 김구라는 수년 전 방송에서 공황장애를 진단받은 사실을 털어놔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후로도 개그맨 이경규, 정형돈, 배우 차태현 등이 공황장애를 고백했다. 올해 초 아이돌 가수 샤이니 태민은 군 복무 중 공황장애와 우울증으로 보충역으로 편입됐다. 연예인들의 고백이 이어지면서 공황장애는 한때 ‘연예인병’이라는 오해를 받았다. 하지만 공황장애는 결코 특정 직업인들만 겪는 마음의 병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큰 스트레스를 받아 몸과 마음에 피로가 누적된다면 누구나 공황발작을 경험할 수 있다. 비정상적 공포와 불안에 압도되는 공황발작직장인 송모 씨(31)는 2년 전 지하철에서 처음으로 공황발작을 겪었다. 퇴근 길 만원 지하철에 끼인 송 씨는 갑자기 숨이 막히고, 심장이 빨리 뛰어 졸도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처음엔 마스크가 답답해서 그런 줄 알았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땀을 뻘뻘 흘리며 도망치듯 지하철에서 내렸다. 송 씨는 다음날 회사 근처 병원에 방문해 흉부 엑스레이를 찍고, 혈액 검사도 했지만 검사 결과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공황장애는 갑자기 비정상적으로 불안과 공포가 몰려와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되는 불안장애의 한 종류다. △심장이 지나치게 빨리 뛰고 △어지러우며 △숨이 막힐 듯 호흡이 가빠지고 △갑자기 땀이 많이 나는 신체적 발작 증상을 동반한다. 공황발작은 대개 10분 이내에 최고조에 도달하고, 20~30분 내에 정상으로 돌아온다. 다음은 미국정신의학협회에서 발행하는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DSM-5)에 나와 있는 증상 분류로, 13개 가운데 4개 이상의 증상을 겪었다면 공황발작으로 본다. 그러나 공황발작을 한 번 겪었다고 해서 모두 공황장애 진단을 받는 것은 아니다. 공황장애는 이러한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발작이 언제 찾아올지 몰라 평상시에도 두려움을 느끼는 ‘예기불안’이 함께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증상의 강도가 약하고 혼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정도로 쉽게 진정됐다면, 공황장애로 보기는 어렵다. 높아진 발병률…연간 환자 수 22만 명 국내 공황장애 환자는 전 연령에서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5년간 공황장애 환자 수는 2017년 14만4943명에서 지난해 21만1131만 명으로 52.6%늘었다. 같은 시기 여성 환자 수는 58.3%, 남성은 46% 증가했다. 연령별로 보면 지난해 기준 40대가 전체의 27.4%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30대(21.1%), 50대(19.9%) 순이었다. 가장 흔한 정신 질환 중 하나인 우울증 환자 수(지난해 기준 91만785명)와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미국 등 해외 연구 가운데에는 전 생애에서 한 번이라도 공황장애를 겪을 확률이 4.7%에 육박한다는 연구도 있다. 100명 중 5명은 반복적인 공황발작을 겪을 정도로 흔하게 발병한다는 것이다. 특히 여성이 남성에 비해 발병률이 2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트레스 받은 심신이 취하는 가짜 ‘전투모드’공황장애의 직접적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몸과 마음에 스트레스와 피로가 누적되면 뇌가 외부 자극에 과민 반응하는 것이라는 게 일반적 설명이다. 스트레스를 받은 뇌의 일부분이 위협적인 상황이 아닐 때도 민감하게 반응해 몸이 전투태세를 갖추게 하는 것이다. 이때 심장을 빨리 뛰게 하고, 땀이 나며, 호흡이 가빠지게 만드는 교감신경이 비정상적으로 활성화 되면서 공황발작이 일어난다. ‘굿바이 공황장애’를 집필한 최주연 강남연정신과 원장은 “체내 이산화탄소 농도와 관련된 가설, 신경전달 물질 생성 이상 가설 등 여러 가설이 있지만, 명확한 설명으로 보긴 어렵다”며 “심리적, 신체적 에너지가 떨어졌을 때 균형이 무너지면서 몸이 공황발작이라는 잘못된 알람 반응을 보내는 것으로 이해하면 쉽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황발작을 처음 경험하기 전에 과로로 체력이 떨어지거나, 심리적 스트레스를 경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2019년 대한불안의학회지 ‘한국인에게 나타나는 공황장애의 신체적 증상 및 유발 요인의 특징’ 연구에 따르면, 공황장애 환자의 74.2%가 첫 공황발작 경험 직전 몸과 마음의 스트레스를 경험했다. 업무상 과로(17.6%)가 가장 많았고, 신체질환 발생(9.7%), 가족과 연관된 걱정(9.6%), 경제적 문제(8.7%), 대인관계(8.6%), 배우자나 이성 파트너와의 갈등(8.0%), 학업(5.3%), 가족이나 지인과의 사별(3.1%) 순이었다. 신체 질병으로 오인하기 쉬운 공황발작직장인 안모 씨(38)는 4년 전 첫 번째 공황발작을 겪고 대학병원 심장내과와 호흡기내과를 찾았다. 수십만 원에 달하는 심장초음파 등 비싼 검사를 받았지만 결과는 전부 ‘정상’이었다. 뒤늦게 자신이 경험한 것이 공황발작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안 씨는 첫 공황발작을 겪은 지 5개월 만에야 정신건강의학과를 찾게 됐다. 공황발작을 처음 겪은 경우 심장이나 뇌, 폐 등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인식하고 응급실이나 내과를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심장 초음파, 24시간 심전도 검사, 뇌 MRI, 위 내시경 등 여러 가지 고가의 검사를 받기도 한다. 2019년 대한불안의학회지의 ‘증상의 발현부터 치료의 시작까지: 한국인의 공황장애 인식도 변화가 치료적 접근에 미친 영향’ 연구에 따르면, 공황발작을 경험한 환자의 3분의 2는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기 전 내과, 신경과 등 다른 진료과를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황장애 판정을 받는 데까지는 평균 14주 정도가 걸렸다. 물론 1차적으로 신체 기능 문제를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상이 없음에도 증세가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면 공황장애는 아닌지 재빨리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혼자 앓던 병이었지만 이제는 ‘#공밍아웃’공황장애의 원인이나 증상에 대해 알려진 바가 많지 않았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여러 병원을 전전하거나, 혼자 끙끙거리며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점차 미디어를 통해 공황장애가 알려지면서 자신의 공황장애 극복기를 온라인에 글과 그림으로 공유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공황장애를 커밍아웃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함께 이겨 나가보자는 이른바 ‘공밍아웃’이다. 직장인 김세경 씨(37)는 글쓰기 플랫폼에 7개월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공황장애 를극복한 에세이를 게재했다. 워킹맘이자 한 기업의 인사팀 교육담당자로 바쁘게 살아오던 어느 날 퇴근길에 처음으로 공황발작이 찾아왔다. 김 씨는 “처음에는 정신과 문턱을 넘는 것조차 무섭고, 사회적 낙인이 찍히는 것 같았다”며 “아무리 인터넷을 검색해도 공황장애를 극복한 해피엔딩 사례를 찾기 힘들었다. 나처럼 막막한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글을 쓰게 됐다”고 했다. 김 씨의 공황장애 극복기는 지난해 ‘지하철이 무섭다고 퇴사할 순 없잖아’라는 책으로 출간됐다. 물리치료사 허경심 씨(41)는 공황장애에 걸릴 만큼 혹독하게 자신을 몰아붙였던 과거의 자신을 대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던 것이 한 권의 책이 됐다. 허 씨가 펴낸 ‘어느 날, 나에게 공황장애가 찾아왔습니다’는 공황장애를 계기로 자신을 질책하고, 잔소리했던 과거를 돌아보며 이제부터라도 자신을 사랑해주기로 결심한 자기고백이 담겨 있다. 허 씨는 “공황장애는 전혀 숨길 일이 아니다. 오히려 글쓰기를 통해 표현하고 나니 마음의 무게가 덜어졌다”며 “또 몸이 왜 이런 신호를 보내는지 귀 기울이고, 스스로가 나의 부모가 되어 돌봐줘야 한다”고 말했다. ‘가짜 공포’를 가짜라고 확신할 수 있어야 공황장애를 극복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핵심은 공황발작이 불러오는 죽을 것 같은 공포가 가짜라는 사실을 확실히 아는 것이다. 곧 큰일이 날 것 같다는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아 심리적, 행동적 치료를 유발하는 인지행동치료는 공황장애 등 각종 불안장애 치료에 가장 널리 사용된다. 공포를 느끼는 상황에 노출시켜 체계적으로 불안을 둔감화 시키는 등 공황발작이 일어나도 실제로 죽거나 큰일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적, 경험적으로 알게 한다.1970년대부터 공황장애 환자들에게 인지행동치료를 적용해 이 분야의 권위자로 불리는 데이비드 번스 미국 스탠포드 의대 명예교수는 “공황발작은 무해한 신체 증상을 죽을 것 같은 느낌으로 잘못 해석하는 데서 비롯된다”며 “부정적인 생각이 현실성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공포감과 무력감이 사라진다”고 했다. 당황하지 않고 복식호흡을 하며 심장의 두근거림이 잦아들기를 기다리면 뇌가 만든 가짜 공포감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 도움 없이 자가진단으로 섣부르게 공황장애를 판정내리고, 자가 치료를 시도하는 것은 금물이다. 최주연 원장은 “체계적인 내과 진단을 해보고 몸에 문제가 없을 시 공황장애를 정확히 진단 받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진단을 받은 경우라면 발작이 왔다고 무작정 응급실을 찾기 보단 복식호흡, 명상 등 자가 이완이 중요하다”며 “지금 상태가 위험한 것이 아니라 단지 불편한 상태일 뿐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아이들과미래재단은 메르세데스-벤츠 사회공헌위원회가 경북 산불 피해 지역의 산림 조성 사업을 위해 6억 원을 지원했다고 25일 밝혔다. 아이들과미래재단, 메르세데스-벤츠 사회공헌위원회, 경북도, 울진군, 경상북도종합자원봉사센터는 24일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에서 산불 피해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3월 경북 울진, 강원 삼척 등 동해안 지역 산불로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자 메르세데스-벤츠 사회공헌위원회는 아이들과미래재단을 통해 긴급 기부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아이들과미래재단은 2000년 3월 벤처기업들이 출연한 기금으로 설립된 독립법인으로, 연간 80여 개 기업과 사업협약을 맺고 아동과 청소년의 복지 향상을 위해 지원하고 있다. 이날 협약식에서 메르세데스-벤츠 사회공헌위원회는 산불 피해 복원을 위해 조성된 성금 10억 원 가운데 6억 원을 경북도에 기탁했다. 이 성금은 경북도와 강원도 경계선에 위치한 도화동산 지역 녹화를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도화동산은 경북도의 꽃으로 지정된 백일홍이 자라는 산림이다. 김병기 아이들과미래재단 본부장은 “메르세데스-벤츠와 협업해 도화동산뿐만 아니라 대형 산불 피해로 훼손된 산림과 생태계가 빠르게 복원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상국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부사장은 “심각한 산불 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빠른 일상 회복을 기원하며, 앞으로도 지역 사회 나눔에 이바지하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