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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은 잘 때 발목을 묶고 자게 했습니다.”경찰이 26일부터 일선 전·의경 부대의 구타 및 가혹행위를 특별점검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그동안 많이 개선됐거나 일부에서만 발생하는 것으로 알았던 구타 및 가혹행위가 여전히 만연한 것. 경찰청이 26, 27일 이틀 동안 전국 16개 지방경찰청에서 부대 배치 6개월 이내의 신참 전·의경 4581명을 조사한 결과 365명(8.0%)이 맞거나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제일 먼 제주도로 보내주세요”특별점검 이틀째인 27일 강원 춘천시 동내면 거두리 강원지방경찰청 대강당 앞에서 한 의경은 동기들에게 “잘 때 차려자세로만 자도록 하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발목까지 묶여서 잤다”고 털어놓았다. 강원경찰청은 최근 전·의경 6명이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해 집단 탈영한 곳. 이 자리에는 전입 6개월 이하 전·의경 151명이 모여 그동안 당한 폭행이나 가혹행위를 신고했다.경찰은 전·의경 대원들이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피해 상황을 신고할 수 있도록 일부 직원만 남긴 채 모두 강당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일부 대원은 피해 사실이 알려지면 보복당할까 봐 두려운지 소원수리서를 백지로 내려다 다시 쓰기도 했다.한 대원은 손에 펜을 들고 굳은 표정으로 하얀 종이만 쳐다봤다. 작성 시간이 지난 뒤 일부는 다른 동료에게 “그 내용을 정말 쓰면 어떡하느냐”며 걱정하기도 했다. 고참으로 보이는 한 대원이 후배들에게 무슨 내용을 썼느냐고 은근히 압력을 가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날 소원수리서를 작성한 한 이경은 “어차피 부대가 다 해체된다고 해 쓰고 싶은 내용을 다 썼다”며 “여기서 제일 멀리 떨어진 제주도로 보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김일태 경찰청 감사관은 “아직은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소원수리서에 아무것도 쓰지 않고 제출하려 한 대원이 많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26일 서울 경기 등 5개 지방청에 이어 이날 부산청 등 전국 11개 지방청의 전·의경을 상대로 구타 및 가혹행위에 관한 일제조사를 실시했다. 이틀간의 조사 결과 강원청이 신임 대원의 구타 및 가혹행위 경험률이 19.9%로 가장 높았고 대구청이 2.2%로 가장 낮았다.○ 엉덩이에 자기 몸 붙이며 성추행 경찰청에 접수된 소원수리서 내용 중에는 서 있는 후임의 엉덩이에 자신의 몸을 대고 성행위 흉내를 낸 선임 대원이 있는가 하면 자다가 코를 곤다는 이유로 뺨을 맞은 후임도 있었다. 양손에 깍지를 끼게 한 채 부동자세로만 자게 하는 일명 ‘개스’라는 괴롭힘도 있었고 선임 대원의 허락 없이 전화를 썼다는 이유로 뺨과 가슴, 배를 주먹으로 맞은 사례도 있었다.오직 ‘괴롭히기 위해’ 얼차려를 가한 경우도 많았다. 한 이경은 “전입 후 절대 웃지 못하게 하고 TV도 보지 못하도록 막았다”며 “전경버스에서 대기할 때도 등받이에 허리를 붙이지 못하고 정면만 바라보게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전역한 맹모 씨(26)는 “갓 전입한 신입은 고참이 말하라고 시키기 전까지 말할 수도 없는 ‘묵언수행’ 기간이 길게는 3주까지 있다”며 “그 다음에는 서열 등을 외우게 하고 시험을 치르는 등 가혹행위 후에 이를 통과하지 못하면 때리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고 털어놨다.이날 공개된 전·의경 가혹행위 사례 중에는 비인간적인 얼차려가 가장 많았다. 접수된 365건 중 구타가 138건, 가혹행위 및 언어폭력 사례가 227건이었다. 한 이경은 “폐가 좋지 않아 입대 후 수술을 받았는데 이를 두고 ‘폐병신’ ‘병신○○’라며 지속적으로 모욕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서울지역의 한 의경은 “예전에는 단순 구타가 많았는데 지금은 비인간적인 얼차려가 가장 괴롭다”고 말했다. ○ “우리도 조사받나”…압박에 시달리는 선임들경찰이 전국적으로 일제조사를 시작하면서 일선 경찰서에서 이들을 관리하는 선임대원과 지휘관도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의 한 지휘관은 “속된 말로 요즘 가해자를 찾아내라는 압박에 지옥 같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 다른 경찰서의 한 간부도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가해자 색출만 강요하는 현실에 불만을 토로했다. 이 간부는 “육군 등과 비교할 때 휴일 근무가 언제 발생할지도 모르는 환경에서 생활하다 보니 전·의경의 스트레스가 많을 수밖에 없다”며 “경찰 고위 관계자들은 부대 개편 등 근본적인 문제는 내버려둔 채 가혹 행위를 한 선임대원을 밝혀내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지역의 한 경찰서에 근무하는 수경은 “혹시 우리 부대에서도 가혹행위 사실을 써내지는 않았는지 선임병들이 모두 전전긍긍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춘천=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대한적십자사 유종하 총재가 개인적으로 국립현대미술관에 보관하던 중 사라진 19세기 네덜란드 화가 ‘알베르트 스헹크’의 유화는 미술관 간부가 훔쳐갔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는 유 총재 그림을 빼돌린 미술관 전 작품관리팀장 정모 씨(65)와 서양화 담당 직원 이모 씨(55)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정 씨 등은 경찰 조사에서 “수장고에 보관 중이던 해당 그림이 관리대장에 없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아 다른 곳에 보관한 후 주인이 나타나면 돌려주려고 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17일 언론에 그림 분실 사실이 보도되자 정 씨의 아내가 유 총재에게 19일 그림을 돌려줬다”고 설명했다.}

“무사하니 아무 걱정 마라. 설날은 집에서 보낼 수 있을 거다.”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58)의 지시를 받고 엔진오일에 물을 타 해군의 작전을 도운 기관장 정만기 씨(58)는 23일 가족과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 씨의 딸 수민 씨(26)는 “아버지가 ‘지금은 항해에만 전념하고 있다’며 오히려 가족을 안심시켰다”며 “피랍 6일간 피를 말리듯 걱정했는데 이젠 안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삼호주얼리호 선원들은 구출된 뒤 고국 땅에서 마음 졸이며 애타게 소식을 기다린 가족들에게 위성통화 등 국제전화로 짧은 안부를 전했다. 1등 기관사 손재호 씨(53)는 22일 부인 허모 씨(51)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자신이 무사함을 알렸다. 허 씨는 “남편이 ‘상근이 엄마, 이번에 걱정 많이 했지. 조만간 다 정리되는 대로 집에 갈게’라고 말했다”고 소식을 전했다. 허 씨는 선원들의 구출 소식을 듣고 난 뒤 남편의 휴대전화로 수십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를 할 수 없었다고 했다. 허 씨는 “반가운 마음에 ‘상근이 아빠, 살아줘서 고마워. 너무너무 고마워’라는 말을 전했는데 30초 만에 전화가 끊겼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하지만 손 씨의 어머니 문악이 씨(81)는 “아직 통화를 못했다”며 “만약 통화를 하게 되면 ‘욕 봤다. 빨리 오너라. 너무 보고 싶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아쉬워했다. 25세 어린 나이로 군복무를 대신하기 위해 삼호주얼리호에 탔던 3등 항해사 최진경 씨는 23일 낮 12시경 오만으로 가던 도중 아버지 최영수 씨(52)와 통화를 했다. 최영수 씨는 “아들이 통화에서 ‘저는 건강하니 걱정 마세요. 27일경 오만에 도착하면 다시 전화해서 자세한 내용을 말씀 드릴게요’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최 씨는 어머니 김미선 씨(50)에게도 “겨우 살아났습니다. 저 때문에 걱정 많으셨죠. 이제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라고 안부를 전했다고 한다. 최 씨의 누나(28·간호사)는 “이제 잘 있다니 너무 다행”이라며 “아직 직접 통화는 못했지만 빨리 와서 얼굴이나 봤으면 하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1등 항해사 이기용 씨(46)의 아들 민혁 군(14)은 24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오늘 아침 9시경 아버지가 전화를 걸어와 가족들과 통화했다”며 “자랑스럽고 멋진 우리 아빠가 건강하게 돌아와 빨리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삼호주얼리호의 의료진으로 승선한 김두찬 씨의 아들 동민 씨(29)는 “최근 아버지가 어머니와 통화하면서 ‘걱정 말라’고 거듭 당부했다”며 “앞으로 돌아오는 데 일주일 이상 걸릴 것 같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거제=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순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법원이 한화그룹 위장계열사에 3500억 원을 부당지원한 혐의(업무상 배임 등)를 받고 있는 전 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인 홍동옥 여천NCC 대표를 비롯한 그룹 관계자 5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이에 따라 홍 씨에 대해 재청구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곧바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대해서도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려던 서울서부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원곤 부장)의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검찰은 김 회장 등을 설 연휴 전에 불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이번 수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진철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판사는 24일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고,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크다”며 홍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또 같은 법원의 이우철 영장전담판사도 이날 김현중 한화건설 사장, 유영인 한화케미칼 상무(전 그룹 경영기획실 상무), 김관수 한화이글스 사장(전 한화국토개발 사장), 김모 전 차장(42) 등 그룹 관계자 4명의 영장을 같은 이유로 모두 기각했다. 법원은 지난해 12월 홍 대표의 첫 번째 구속영장을 기각한 데 이어, 이달 19일에는 한화그룹 정보기술(IT)계열사인 한화S&C 주식을 김 회장의 장남이 헐값에 인수한 것과 관련해 주식매매가를 부당하게 낮춘 혐의를 받고 있는 삼일회계법인 김모 상무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등 한화그룹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청구한 대부분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셈이 됐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차명재산이 발견됐고, 위장계열사의 부실채무를 한화 계열사가 변제하고 조세 포탈, 주식 헐값 매각 등 확인된 중대범죄행위에 대해 무더기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수사를 하지 말라는 얘기”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에 앞서 검찰은 20일 김관수 사장에 대해 한화국토개발 사장 시절 자회사 소유 부동산을 김 회장이 차명으로 소유한 위장계열사에 저가 매각해 김 회장이 총 1367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게 한 혐의로, 김현중 사장에 대해 김 회장이 차명 보유한 계열사의 부동산을 고가로 사들여 695억 원의 부당 이득을 챙기도록 한 혐의로 각각 구속영장을 청구했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도박중독은 마약중독이나 알코올의존증과 같은 질병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도박중독에서 벗어나려면 반드시 병원이나 도박치유센터를 찾아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조언이다.의학계에서는 도박중독자들이 ‘언제든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조절에 대한 환상’이라고 부른다. 도박중독자가 도박을 할 때는 마약중독자가 마약을 할 때와 같은 호르몬인 ‘도파민’이 분비되는데 도박을 안 하면 이 호르몬 분비가 줄어들어 손 떨림과 불안감 같은 금단현상이 나타난다는 것. 이 때문에 반드시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야 하고 필요할 경우 항갈망제(抗渴望劑) 같은 약물치료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항갈망제는 알코올의존증 치료에도 쓰는 약물이다. 도박이 얼마나 끊기 어려운지는 신정환 씨 경우에서도 잘 드러난다. 전문가들은 신 씨의 상태가 도박중독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최삼욱 울산대병원 도박중독클리닉(정신과) 교수는 “도박중독은 돈을 따면서 재미를 붙이는 단계, 판돈을 잃고 도박을 반복하는 단계, 스스로 조절이 불가능해지는 단계, 도박 때문에 생긴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단계로 나뉜다”며 “거짓말을 하는 단계가 가장 증상이 심한 상태”라고 말했다. 도박중독 증세가 완화되더라도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도박중독치유센터 이정임 상담원은 “도박에는 ‘완치’라는 개념이 없다”며 “당뇨나 고혈압처럼 환자가 평생 관리를 하지 않으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도박중독에 빠지기 쉬운 직업군으로 사생활이 낱낱이 공개되는 연예인이나 공인, 근무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프리랜서나 자영업자 등을 꼽고 있다. 신영철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교수는 “승부욕이 강하거나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는 성격, 현실도피 성향이 강한 사람도 도박 중독에 빠지기 쉽다”고 설명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동영상=“많이 혼나겠습니다”…‘원정도박’ 혐의 신정환 입국}
“사기가 하도 횡행하다 보니 웬만한 사기 수법은 일반인도 다 알아 이젠 사기 치기도 쉽지 않아요.” 18일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관리를 미끼로 사기를 치려다 경찰에 검거된 김모 씨(52)는 최근 한 항공유 납품업체 대표 정모 씨(39)에게 “나는 노무현 김대중 정권이 숨겨둔 수십조 원대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사람인데 돈 인출을 도와주면 평생 먹고살 돈을 주겠다”며 접근했다. 둘은 비록 오래전에 명함을 주고받았지만 사실상 거의 모르는 사이. 김 씨는 정 씨에게 5000억 원, 10조 원이 한 번에 입출금된 통장을 보여주며 진짜 비자금 관리인인 것처럼 행세했다. 몇 차례 정 씨를 찾아와 만난 김 씨는 어느 날 드디어 “비자금 계좌에서 수조 원을 인출하려 하는데 작업비가 필요하다”며 정 씨에게 300만 원을 요구했다. 서로 잘 알지도 못하는 데다 한 번에 5000억 원씩 입출금이 되는 통장이 있다는 점을 수상하게 여긴 정 씨는 이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고 김 씨는 결국 15일 경찰에 붙잡혀 사기미수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결과 김 씨가 7, 8명의 다른 사람에게도 비슷한 수법으로 사기를 치려 했던 것 같다”며 “하지만 요즘은 보이스피싱 등 유사 사기범죄가 일반인에게 많이 알려져 이 같은 수법으로 성공에 이른 사기는 한 건도 없다”고 말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출석하면 불구속 수사할 겁니까? 구속할 거면 안 나갈 겁니다.” 지난해 12월 12일 신고가 접수된 사기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김모 씨(20)에게 전화를 건 서울 강서경찰서 형사들은 김 씨의 황당한 요구에 잠시 말문이 막혔다. 피의자 신분인 김 씨가 경찰에 말도 안 되는 ‘거래’를 제안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인터넷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에 “대기업 노트북컴퓨터를 65만 원에 판다”는 글을 올린 뒤 지난해 12월 8일 이를 보고 연락한 양모 씨(33)에게서 돈만 받아 챙기고 제품은 보내지 않은 혐의였다. 죄는 비교적 가벼웠지만 경찰은 김 씨가 ‘구속 수사’를 입에 올린 데 주목했다. 여죄가 분명히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경찰은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와 계좌를 사용한 김 씨 신원을 파악하고 곧바로 검거작전에 돌입했다. 경찰은 한 달가량 추적한 끝에 12일 경기 평택시 모처에서 김 씨와 공범 등 총 5명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 수사 결과 이들의 사기 행각은 드러난 것만 85차례나 됐다. 김 씨 등은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패딩 점퍼, 카메라 렌즈 등 고가 물품을 판다는 허위 글을 올리는 수법으로 사기를 쳐 총 3500여만 원어치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경찰은 “이들에 대해 13일 상습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서울과학기술대는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사진)에게 명예 행정학박사 학위를 수여했다고 12일 밝혔다. 노준형 서울과기대 총장은 축사에서 “정 장관이 40년간 공직에 몸담으면서 국가기간교통시설 건설, 주택공사와 토지공사 통합 등 건설산업 선진화 등을 통해 경제 성장에 기여한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공부하면서 처음으로 밤을 지새워 봤습니다. (인터넷 강의를) 1분 듣고 정지시킨 다음 다시 받아 적는 식으로 공부했어요. 그러다 보니 1시간짜리 수업 듣는 데 7시간 이상 걸리기도 했지요. 남들은 미분 적분을 당연한 듯이 푸는데 나는 그런 답이 나오지 않았어요. 그런 데서 차이를 많이 느꼈지요.”―숨진 조모 군이 2009년 KAIST 브리지 프로그램을 끝낸 뒤 학교 측과의 면담에서 한 말》 지난해 연세대 자연과학부에 입학한 공업고 출신 K 씨(20)는 지난해 평균 학점이 4.3 만점에 3.0을 넘지 못했다.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입학했지만 교과목을 공부하기가 매우 어려웠기 때문이다. K 씨는 “고교 때 전혀 배우지 않았던 물리 생물 화학 등을 필수로 들어야 했다”며 “어느 정도 내용을 알고 있을 것으로 보고 수업을 해 남들보다 배로 공부했지만 진도를 따라가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대학마다 입학사정관제 전형, 전문계고 특별전형, 농어촌 특별전형 등을 통해 성적 위주가 아닌 다양한 특기적성을 가진 학생들을 뽑는 전형을 늘리고 있지만 학업을 따라가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학업 문제로 자살한 KAIST 1학년 조모 씨(19) 사건을 계기로 학생 선발은 물론이고 입학생 교육시스템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기초 실력 안 돼 수업 못 따라가 서울의 A대가 2008학년도에 입학한 학생들의 3학년 1학기까지 학업 현황을 조사한 결과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일반계고 출신의 평균학점이 4.5점 만점에 3.18점인 데 비해 전문계고 출신 평균은 2.67점, 특히 전문계고 출신 휴학생은 2.50점으로 더 낮았다. 휴학 비율(군입대 포함)을 보면 일반계고 출신은 38%인 데 비해 전문계고 출신은 46%로 훨씬 높아 학업 부진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이다.또 다른 상위권대 관계자는 “전문계고 출신 학생들은 공학 수학 과목에서 50% 이상, 공학 기초물리에서는 90% 이상이 F학점을 받는다”며 “일반계고 학생들의 F학점 비율은 10%가 안 돼 결국 전문계고 출신이 성적을 깔아주는 셈”이라고 말했다.이 같은 현상은 대학들이 특기자 전형,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 등 특별전형을 확대하면서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들을 뽑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A대 관계자는 “정부 정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입학사정관제, 농어촌 특별전형, 기회균형선발 전형을 늘리고 있지만 입학자 중에 학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며 “대학은 학문을 하는 곳인 만큼 보여주기식, 이벤트성 선발을 지양하고 거품을 빼야 한다”고 말했다.학업 부진 현상은 인문계보다는 수학 과학 등 기초가 되어 있지 않으면 문제 해결이나 실험을 수행할 수 없는 자연계에서 특히 심하다. K 씨는 “고교 때 공부했던 컴퓨터, 제도, 공업 등의 과목은 대학에서 쓸모가 없었다”고 말했다. 자살한 조 씨도 생전 학교와의 면담에서 “남들은 미적분을 척척 푸는데 나는 답이 나오지 않아 공부 부족을 뼈저리게 느꼈다”며 “인터넷 강의 1분 듣고 다시 받아 적는 식으로 공부하니 한 시간 강의 듣는 데 7시간 이상 걸렸다”고 토로했다. 영어 강의가 늘면서 우리말로 설명해도 어려운 것을 영어로 들어야 하기 때문에 전문계고 출신들은 큰 좌절을 느낀다는 것이다. ○ 대학 보충교육은 부실서울대나 KAIST 등 일부 대학에서 전문계고 학생을 위한 기초수준 수업을 편성하는 경우는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따라서 대학들도 뽑은 학생을 책임지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연세대는 신입생을 대상으로 우수학급생과 대학원생이 16∼20시간씩 영어, 계열 기초과목을 가르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고려대는 이공계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수학 기초학력평가’를 실시하고 있다.KAIST의 한 교수는 “다양한 수준의 학생을 뽑아 놓고 획일적인 시스템으로 가르치려는 것부터 잘못됐다”며 “학업성취도나 이해 정도에 따라 수준을 달리 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공업고 출신인 한양대 공대 1학년 박재한 씨(20)는 “고교 때 많이 배웠던 프로그래밍 언어나 실험실습 등 인문계 학생들보다 잘하는 과목에서는 남들보다 높은 점수를 받고 수학, 과학 등 뒤처지는 과목은 인문계 출신 선배 등에게 배워 부족한 점을 만회했다”고 말했다. ○ 무리한 진학 피해자는 학생 본인실력에 맞지 않는 대학에 무리하게 진학하려는 것도 ‘간판 중시’ 풍토의 폐해인 만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별전형은 교육 기회의 제공이지 결과까지 책임지라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전문계고와 전문대의 연계교육을 강화하는 게 더 실용적이라는 의견이다. 서승직 인하대 교수는 “전문계고는 산업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는 곳이지 대입 준비를 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대학 공부를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학생이 입학해 특기를 살리지도 못하고 낙오하면 결국 피해자는 학생 본인”이라고 지적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공고 나와 서울대 공과대 다니는 허련 씨 적응기“한 번 더 묻고, 한 번 더 찾아보는 수밖에” “남들보다 약간 뒤져 있을 거라는 걸 감안하고 대학에 들어온걸요. 부족한 부분은 본인의 노력으로 메워 가야죠.”서울대 공과대 전기공학부 3학년이 되는 허련 씨(21·사진)는 전주공고 출신이다. 과학고를 포함한 특기자 출신이 대부분인 학부에서 2년째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허 씨에게는 2년째 방학이 없다. 방학을 이용해 지난 학기 복습과 다가올 학기 예습은 물론 부족한 전공 공부를 보충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공 과목 수업 중에는 허 씨처럼 선행학습을 하지 않은 실업·인문계고 졸업생들이 이해하기 힘든 수준의 수업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허 씨는 “가끔 교수님이 생소한 개념을 설명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데, 다른 아이들은 이해한 듯 묻지도 않고 가만히 있었다”며 “그럴 때는 수업이 끝난 뒤 모르는 부분을 찾아 따로 공부를 해야 한다”고 전했다.컴퓨터를 좋아하던 평범한 공고생인 허 씨가 대학 진학을 생각하게 된 것은 아버지와 주변 사람들의 권유 때문이었다. ‘공고생이 과연 될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공부에 매진했고, 2009년 지역균형선발전형의 혜택을 입어 당당히 서울대 신입생에 이름을 올렸다.‘고생 끝에 낙’이 올 줄 알았지만, 학교생활이 즐겁지만은 않았다. 과학고 출신 신입생들보다 많이 뒤처질 것이라고 각오는 했지만, 현실의 벽은 그 이상으로 높았다. 모르는 게 너무 많아 “한 번 더 묻고, 한 번 더 찾아보기 다반사”였다고 한다. 선행학습을 마친 특기자 출신 가운데는 수업시간에 잘 듣지 않고 시험공부조차 하지 않고 시험을 치르는 아이들도 있었다. “부럽기도 하고, 열등감을 느낄 때도 있었다”고 허 씨는 털어놨다.하지만 그는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았다. “대학 와서 배우는 것은 고등학교 때 배운 것보다 어려운 게 당연하다”는 생각으로 학습에 임했고, “일단 대학 공부를 하기로 결심한 이상 극복하자”고 자신을 다독였다. 방학을 틈타 부족한 공부를 메워 나갔고, 혼자 공부하는 시간을 늘렸다. 공을 들이는 만큼 수업에 대한 이해도는 높아졌다.허 씨에게 꿈을 묻자 “노벨상 수상”이라고 당당히 말했다. 그는 “전공 공부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성적은 되레 떨어지고 있지만, 꿈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최근 안타까운 소식(조모 씨의 자살)이 있었지만, 본인이 열심히 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외국에선 어떻게기숙사 옆에 ‘학습도움센터’… 부진학생 1대1 지도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앰허스트대는 입학사정에서 가족 수입과 학부모의 교육수준 및 직업을 감안해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을 특별전형으로 뽑을 때 연 4만8000달러의 학비 면제는 물론 매달 200달러씩 용돈까지 지급한다. 혹시 경제적인 곤란 때문에 동료 학생들과 어울리는 데 문제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서 배려하는 것이다. 입학 후 학습부진이 우려되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대학 첫 학기가 시작되기 직전 여름방학 때 과학과 수학을 특별 지도하는 캠프도 운영하고 있다. 또 미국 채플힐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에는 학생기숙사 근처에 ‘러닝센터’가 있다. 대학 생활을 접하면서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별도로 마련된 학업상담소다.이곳에서는 대학교수 출신의 전문 카운슬러가 학생과 상담하면서 부진한 과목 대응 방식을 설명해 준다. 노트를 효율적으로 작성하는 요령이나 시험에 대비해 효과적으로 공부하는 방법, 효율적으로 교재를 읽는 방법 등 구체적인 학습 기법을 가르쳐준다. 학습시간을 효과적으로 관리해 한정된 시간에 최대한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공부 방법도 지도한다. 또 석·박사 과정 학생과 성적이 우수한 3, 4학년 학생들이 개인교사로 나서 경제학 수학 물리학 통계학 화학 생물학 등 자연과학과 사회과학 기초 과목에서 성적이 부진한 학생을 가르쳐주는 프로그램도 따로 운영하고 있다. 이를테면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수학과 통계학 외국어 경영학 경제학을 학부 학생이 지도하는 무료 프로그램이다.영어가 원활하지 못한 유학생을 위해 리포트 작성 시 작문을 가르쳐주는 ‘라이팅 센터’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러닝센터 내 읽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프랭크 케슬러 상담사는 “입학 초기에 공부 방법을 몰라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이 러닝센터를 찾아 고충을 털어놓고 지도를 받아 학업성적이 향상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두 대학뿐 아니라 하버드대와 프린스턴대 스탠퍼드대 버지니아대 윌리엄스대 등 미국의 많은 명문대학은 소외계층을 특별전형으로 뽑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나아가 이들이 학업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제도와 시스템으로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다.프랑스의 경우 대부분 학생에게 학업성취 문제를 맡기지만 학생이 원할 경우 학과 선배 도움을 받아 개인교습을 받을 수 있도록 학교에서 주선해 준다. 하지만 프랑스의 경우 일반적으로 대학교 1학년을 마치면 정원의 최대 30∼40%가 탈락하거나 과락으로 1년을 더 공부하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에 학업 부진으로 자살을 하는 극단적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동영상=최강의 태권 로봇을 가린다. ‘지능형 SoC 로봇워 2010’}
건설현장 식당(일명 함바집) 브로커 유상봉 씨(65·구속기소)에게서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강희락 전 경찰청장이지난해 8월 임기 도중 사퇴 의사를 밝힌 시점이 유 씨에 대한 고소사건 수사 시기와 맞물려 유 씨의 로비의혹 사건과 관련이 있는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강 전 청장은 임기 7개월을 앞둔 지난해 8월 5일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국정쇄신을 위한 새로운 진용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되고, 경찰 후진을 위해 조직이 안정돼 있는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해 용퇴하기로결심했다”며 청장직 사퇴를 전격 발표했다. 그러나 경찰 내부에선 강 전 청장이 별다른 과오가 없는데도 임기를채우지 못하고 사퇴한 이유가 석연찮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는 퇴임 발표 직전까지도 지인들에게는 “임기를 끝까지 채우겠다”는의지를 여러 차례 밝혔다. 이 때문에 “강 전 청장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옷을 벗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경찰 안팎에서제기됐다. 일각에선 청와대가 임기 막바지인 2012년 9월경 한 번 더 후임 경찰청장을 기용하기 위해 강 전 청장을 교체하려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한 경찰 간부는 “경찰의 최대 현안이었던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불과 3개월 앞둔시점이어서 ‘뭔가 불미스러운 일이 있는 것 같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 전 청장이 유 씨에게4000만 원을 건네며 해외 도피를 권유한 시점도 지난해 8월경이고, 유 씨에 대한 건설업자들의 고소 고발이 여러 건 제기된것도 같은 시기다. 검찰은 유 씨를 지난해 11월 24일 구속하고 12월 초부터 유 씨 진술을 토대로 정관계 로비의혹 수사로확대했다. 유 씨도 자신에 대한 고소고발 사건이 로비의혹 수사로 확대될 것이라는 낌새를 채고 주변 정리에 나선것으로 보인다. 본보 취재 결과 유 씨가 운영하던 10여 개 식품유통 업체 대표 등 관계자들이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 지난해11월을 전후해 대부분 종적을 감춘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유 씨가 운영하는 원진씨엔씨의 서울 송파구 잠실동M빌딩 6층 사무실은 일반 전화선이 끊긴 채 텅 비어 있었다. 빌딩 관리인은 “그 회사가 건물에서 나간 지는 좀 된 것으로 알고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급식업체인 K사 대표 김모 씨(58) 명의의 송파구 방이동 집에는 현재 유 씨 측근이 머물고 있었다.한편 유 씨는 원진씨엔씨 등 10개 식품유통 관련 업체의 대표이사와 감사 등 주요 직책에 친인척과 지인들을 이른바‘바지사장’으로 세우고 자신의 신분은 철저히 숨긴 것으로 알려졌다. 원진씨엔씨의 경우 아들(43)이 서류상 대표이사였고,급식업체 K사 대표 김 씨는 유 씨의 매제로 알려졌다. 유 씨 아들은 “내가 왜 바지사장으로 되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유 씨의 세 딸 중 한 명은 원진씨엔씨 감사, 다른 한 명은 K사 감사로 각각 재직했다.박진우 기자 pjw@donga.com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마당발 브로커’ 양대 인맥 호남-PK▼호남향우회 통해 관료-경관들과 폭넓게 교류,PK인맥은 부산사업 근거지로 알음알음 넓혀건설현장 식당(일명 함바집) 업자들 사이에서 ‘마당발’ ‘전국구’로 통했던 함바집 운영권 브로커 유상봉 씨의 인맥은 크게 ‘호남’과 ‘부산경남(PK)’으로 나뉜다. 전남 출신인 유 씨는 호남 출신 관료 및 경찰관 등과 오래전부터 폭넓게 교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씨는 주로 향우회 등을 통해 인맥을 쌓아왔다.유 씨의 호남 인맥으로는 현재 검찰 안팎에서 유 씨의 로비 대상으로 거론되는 전직 장관 L 씨, 전직 공기업 사장 J 씨,양성철 광주지방경찰청장 등이 꼽힌다. 또 내무 관료 출신인 민주당 조영택 국회의원에게는 2008년 8월 500만 원의 후원금을기부한 적이 있다. 이들은 대부분 유 씨를 동향 사람의 소개나 향우회를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J 씨는 “향우회에서 처음 본걸로 기억한다. 자주는 아니고 2008년 이전에 몇 번 봤다”고 했고, 양성철 광주지방경찰청장도 “같은 고향 사람이라고 해서만났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유 씨의 PK 인맥은 그가 부산을 오랫동안 사업의 근거지로 삼아와 만들어진 것으로보인다. 부산지방경찰청장을 지냈던 강희락 전 경찰청장과 부산지방경찰청 차장 출신인 김병철 울산지방경찰청장, 2004년부터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초대 청장을 지냈던 장수만 방위산업청장 등이 해당한다. 그는 이때도 자신의 인맥을 이용해 지역 인사들과친분을 맺었고, 이렇게 인연을 맺은 사람을 발판 삼아 다른 사람을 소개받는 식으로 인맥을 넓혀갔다. 김병철 울산청장은 자신의혐의를 부인하면서 “2005년 부산청 차장 시절 호남 출신인 박모 전 부산청장의 소개로 유 씨를 알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유 씨는 한나라당 이군현 의원의 지역구인 경남 통영시의 문화예술단체에 1억 원을 기부하는 등 지역 유지 행세를 하기도 했다. 이처럼 지연을 통해 알음알음 인연을 맺었던 인사들이 고위직에 오르면서 유 씨의 ‘파워’도 커졌다는 게 검찰의 분석이다.박진우 기자 pjw@donga.com}
태광그룹 비자금 조성 및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원곤)는 이호진 그룹 회장의 모친이자 그룹의 실질적 자금관리인으로 알려진 이선애 상무(83)에게 이번 주 검찰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고 9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이 상무가 그동안 건강을 이유로 두 차례 출석 통보에 불응했지만 최근 이 상무의 병원 진료 기록을 분석한 결과 건강상태가 호전돼 통원 치료가 가능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며 “검찰에 나와 답변하는 데 지장이 없다고 판단하고 출석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번에도 이 상무가 출석하지 않을 경우 구인 또는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신병을 확보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위치정보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중 위치정보를 제공할 때마다 본인에게 통보해야 한다는 내용은 혐의 적용이 쉽지 않습니다.” 6일 사용자 위치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실시간으로 전송해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오빠믿지’ 개발사 대표 등 8명을 입건한 경찰 관계자는 “법률이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위치정보를 제공할 때 본인에게 정보 제공 여부를 알려줘야 한다는 위치정보보호법 제19조가 현실적으로 ‘지킬 수 없는 조항’이 되고 있다. 실시간으로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스마트폰 위치추적 앱에 이 조항을 적용하면 통보를 받는 당사자는 사실상 1초마다 문자를 받아 오히려 불편이 가중될 것이라고 수사관계자들은 말한다. 지난해 말 현재 700만 대의 스마트폰이 보급된 상황에서 이 법을 지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위치정보보호법이 처음 만들어진 2005년에는 ‘위치정보’를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 등과 같이 한번 정해지면 잘 바뀌지 않는 ‘개인정보’ 개념으로 인식했기 때문. 실종자나 조난자 구조처럼 공적 용도로 주로 쓰이던 위치추적 기술을 개인적 목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를 만든 측면도 있다. 하지만 정보기술(IT)의 눈부신 발달로 위치정보는 이제 수시로 변하는 동적(動的) 정보로 변했다. 개인의 위치정보가 범죄에 악용되거나 사생활 침해에 이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위치정보 이용에 일정 수준의 보호막을 두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IT의 발전 속도와 일반 시민의 이용 행태에 관련법이 손발을 맞추지 못한다면 법은 불편을 초래할 뿐이다. 위치기반 서비스를 이용하는 많은 스마트폰 이용자를 ‘선의의 범법자’로 만들 뿐만 아니라 앱 산업 활성화에도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산업 활성화를 위해 개인정보를 침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위치정보 서비스의 허가·신고제 완화, 즉시통보 의무 완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 개정안을 올해 초 국회에 상정한다”고 밝혔다. 현실을 반영하는 시의 적절한 조치다. 행정 당국은 산업과 기술 발전을 가로막지 않도록 법률 및 규제를 적극적으로 정비하고, 앱 개발업체는 사용자 편익을 늘리는 앱 개발에 매진하면서도 개인정보 보호를 소홀히 하지 않는 ‘상생’을 기대해 본다.이원주 사회부 takeoff@donga.com}
개인의 위치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논란을 일으킨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오빠믿지’ 개발사 대표 김모 씨(25)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하지 않고 개인의 위치정보를 타인에게 제공하는 앱을 만들어 배포한 김 씨 등 8명을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6일 밝혔다. 현행법에는 휴대전화 등을 이용해 위치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때 본인에게 위치정보를 열람하는 사람과 일시, 이용 목적 등을 즉시 통보하도록 되어 있고 본인이 동의하지 않을 때는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동아논평] 창조적 인재들이 바꿔놓은 세상▲2010년 12월17일 동아뉴스스테이션}
구글 ‘스트리트뷰’는 그림이나 아이콘으로 표시되는 일반 지도와 달리 거리 사진을 직접 찍어 이용자들이 실제 거리에 나가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만든 ‘사진 기반 지도’ 서비스다. 일반 인터넷 지도에서 검색되지 않는 작은 가게의 간판이나 구조물까지 구체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네이버에서는 ‘거리뷰’, 다음에서는 ‘로드뷰’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 다만 구글은 이 사진 지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뿐만 아니라 무선랜 접속장치(AP) 정보까지 수집해 개인정보 불법수집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네이버와 다음 관계자는 “사진 기반 지도서비스에 AP 위치정보가 꼭 필요한 정보는 아니어서 참조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구글은 직접 촬영한 사진 정보 가운데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는 사람, 건물 등에 대한 보호조치를 소홀히 해 세계 누리꾼의 공분을 샀다. 해외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구글 스트리트뷰 사진에는 ‘알몸인 채로 앉아 있는 사람’(캐나다), ‘빨랫줄에 걸어놓은 여성 속옷’(일본) 등이 여과 없이 게재됐다가 뒤늦게 삭제됐다. 사생활 침해 논란이 각국에서 거세게 일기 시작하자 에릭 슈미트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0월 CNN과의 인터뷰에서 “지도에 나타나기 싫다면 이사를 가라”고 발언했다가 누리꾼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사과하기도 했다. 국내 서비스업체들은 “번호판이나 사람 얼굴 등은 인식 프로그램으로 흐리게 처리한 뒤 사람이 다시 일일이 점검해 사생활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신묘년 첫 출근길이 열리기 훨씬 전인 3일 오전 4시 반경 서울 양천구 신정3동 신정네거리역 앞에는 커다란 포장마차용 천막 하나가 펼쳐졌다. 업소용 난로 2개가 설치되고, 간이 의자가 30여 개 놓였다. 이곳은 서울의 몇 안 되는 인력시장 중 한 곳으로, 양천구청 측이 일용직 근로자들이 일감을 기다리는 동안 추위를 피하라고 천막을 설치한 것. 삼삼오오 모인 일용직 건설근로자들은 서로 신년 인사를 나누거나 농담을 건네는 등 활기찬 모습이었다.○ “아직 일할 수 있는 게 행복” 오전 4시 40분경 천막 안으로 들어온 남궁담 씨(60)는 철근 콘크리트 양생 기술을 익힌 후 15년째 새벽에 이곳으로 나와 일감을 구하고 있다. 그는 “요즘처럼 날이 추우면 한 달에 10일 정도 일감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하루 일당은 14만∼15만 원. 그나마 신정네거리역 앞 인력시장은 용접, 철근 콘크리트 양생 등 숙달된 기술을 가진 근로자들이 모이기 때문에 단순 건설근로자보다는 일당을 2배 정도 많이 받는 편이다. 남 씨는 “일감을 구하려면 매일 오전 4시경에 일어나 이곳으로 나와야 하기 때문에 친구들과 즐겁게 술 한잔을 기울여 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했다. 오전에 일감을 구하지 못하면 ‘탈락자’들끼리 해장국 한 그릇에 소주 한잔 걸치는 게 유일한 술자리라고 했다. 집에 들어가면 아내 볼 낯이 없어 민망함을 잊기 위한 술자리라는 것. 그래도 남 씨 얼굴엔 피곤하거나 풀죽은 기색이 없었다. “가끔이지만 일을 못 구하는 날엔 아내와 나들이를 하면서 피로를 풀기도 한다”며 웃었다. “일이 많아서 돈을 더 벌 수 있으면 좋죠. 하지만 내 나이에 아직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도 다행 아닙니까.” 건설 근로로 번 돈으로 세 자녀 모두를 출가시켰다는 남 씨는 이날 천막이 걷히기 전에 어디론가 떠났다. 이날 인력시장에 나온 근로자 40여 명 중 일감을 찾아 떠난 사람은 10명이 채 되지 않았다. 오전 6시 15분까지 남아 있던 근로자들은 삼삼오오 해장국집을 찾아 떠났다. ○ “일꾼들이 행복한 한 해가 됐으면” 서울 종로구 창신동 인력시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날 오전 일찍 모인 40여 명 중 일감을 찾은 사람은 10여 명 남짓이었다. 오전 6시가 넘어서도 일감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모두 김옥자 할머니(80)가 운영하는 홍어집에 모였다. 40여 년째 같은 자리에서 홍어집을 하다 보니 새벽에 나오는 일용직 근로자들이 자녀가 몇 명인지, 인력시장에 나오기 전에는 무슨 일을 했는지 속속들이 안다. 십수 년째 인력시장에 나오는 일용직 근로자들은 아예 김 할머니를 ‘엄니(어머니)’라고 불렀다. 근로자 강점돌 씨(74)는 “엄니 요새 솜씨가 예전만 못해, 맛있게 좀 해봐요”라고 농을 던졌다. 김 할머니는 “요즘엔 정말 일거리가 많이 줄긴 준 모양”이라고 했다. 5년 전에는 새벽마다 창신동 인력시장에 일용직 근로자 400여 명이 북적였고, 지난해 봄까지만 해도 일감을 구한 사람이 100명 정도는 됐다는 것. 일용직 근로자들은 일당이 훨씬 싼 외국인근로자가 늘어나면서 ‘토박이’ 일용직 일감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거친 일을 하는 사람들이지만 정은 끈끈하다는 것이 김 할머니의 얘기다. “수십 년 전에 집에서 쫓겨났다며 부인이랑 아기를 안고 온 일꾼 한 명에게 월셋방을 구해주고 이불도 사준 적이 있다”며 “그 친구가 몇 년 전부터 자리를 잡았는지 갈비 한 짝씩 사들고 손주 데리고 와서 ‘엄니엄니’ 하는데 신기해 죽겠다”고 했다. 김 할머니는 “가장 밑바닥에서 땀 흘려 일하고, 일한 만큼 대가를 받는 사람들이 일용직 근로자들 아니냐”며 “올해는 이런 사람들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환하게 웃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신묘년 첫 출근길이 열리기 훨씬 전인 3일 오전 4시 반경 서울 양천구 신정3동 신정네거리역 앞에는 커다란 포장마차용 천막 하나가 펼쳐졌다. 업소용 난로 2개가 설치되고, 간이 의자가 30여 개가 놓였다. 이 곳은 서울의 몇 안되는 인력시장 중 한 곳으로, 양천구청 측이 일용직 근로자들이 일감을 기다리는 동안 추위를 피하라고 천막을 설치한 것. 삼삼오오 모인 일용직 건설근로자들은 서로 신년 인사를 나누거나 농담을 건네는 등 활기찬 모습이었다.●"아직 일할 수 있는 게 행복" 오전 4시40분 경 천막 안으로 들어온 남궁담 씨(60)는 철근 콘크리트 양생 기술을 익힌 후 15년째 새벽에 이 곳으로 나와 일감을 구하고 있다. 그는 "요즘처럼 날이 추우면 한 달에 10일 정도 일감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하루 일당은 14만~15만 원 정도. 그나마 신정네거리 앞 인력시장은 용접, 철근콘크리트 양생 등 숙달된 기술을 가진 근로자들이 모이기 때문에 단순건설근로자보다는 일당을 2배 정도 많이 받는 편이다. 남 씨는 "일감을 구하려면 매일 새벽 4시 경 일어나 이 곳으로 나와야 하기 때문에 친구들과 즐겁게 술 한 잔을 기울여 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했다. 오전에 일감을 구하지 못하면 '탈락자'들끼리 해장국 한 그릇에 소주 한 잔 걸치는 게 유일한 술자리라고 했다. 집에 들어가면 아내 볼 낯이 없어 민망함을 잊기 위한 술자리라는 것. 그래도 남 씨 얼굴엔 피곤하거나 풀죽은 기색이 없었다. "가끔이지만 일을 못 구하는 날엔 아내와 나들이를 하면서 피로를 풀기도 한다"며 웃었다. "일이 많아서 돈을 더 벌 수 있으면 좋죠. 하지만 내 나이에 아직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도 다행 아닙니까." 건설 근로로 번 돈으로 세 자녀 모두 출가시켰다는 남 씨는 이날 천막이 걷히기 전에 어디론가 떠났다. 이날 인력시장에 나온 근로자 40여 명 중 일감을 찾아 떠난 사람은 10명이 채 되지 않았다. 오전 6시15분까지 남아있던 근로자들은 삼삼오오 해장국집을 찾아 떠났다. 유모 씨(61)는 "하루 일 없다고 풀이 죽으면 일용직 생활 못 한다"며 "오늘 없으면 내일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직장동료'들과 위로주 한 잔 하러 간다"며 웃었다.●"일꾼들이 행복한 한 해가 됐으면" 서울 종로구 창신동 인력시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날 오전 일찍 모인 40여 명 중 일감을 찾은 사람은 10여 명 남짓했다. 오전 6시가 넘어서도 일감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모두 김옥자 할머니(80)가 운영하는 홍어집에 모였다. 40여 년째 같은 자리에서 홍어집을 하다보니 새벽에 나오는 일용직 근로자들이 자녀가 몇 명인지, 인력시장에 나오기 전에는 무슨 일을 했는지 속속들이 안다. 십수 년째 인력시장에 나오는 일용직 근로자들은 아예 김 할머니를 '엄니(어머니)'라고 불렀다. 근로자 강점돌 씨(74)는 "엄니 요새 솜씨가 예전만 못해, 맛있게 좀 해봐요"라고 농을 던졌다. 김 할머니는 "요즘엔 정말 일거리가 많이 줄긴 준 모양"이라고 했다. 5년 전에는 새벽마다 창신동 인력시장에 일용직 근로자 400여 명이 북적였고, 지난해 봄까지만 해도 일감을 구한 사람들이 100명 정도는 됐다는 것. 일용직 근로자들은 일당이 훨씬 싼 외국인근로자가 늘어나면서 '토박이' 일용직 일감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거친 일을 하는 사람들이지만 정은 끈끈하다는 것이 김 할머니의 얘기다. "수십년 전에 집에서 쫓겨났다며 부인이랑 아기를 안고 온 일꾼 한 명에게 월셋방을 구해주고 이불도 사주고 한 적이 있다"며 "그 친구가 몇 년 전부터 자리를 잡았는지 갈비 한 짝씩 사들고 손주 데리고 와서 '엄니 엄니'하는데 신기해 죽겠다"고 했다. 김 할머니는 "가장 밑바닥에서 땀흘려 일하고, 일한 만큼 대가를 받는 사람들이 일용직 근로자들 아니냐"며 "올해는 이런 사람들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원주기자 takeoff@donga.com강경석기자 coolup@donga.com}

“아이들 사진을 보니 다 내 자식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들이 겨울에 추울까 봐 제가 할 수 있는 선물을 해 준 건데 선행(善行)이라니요.”2010년 11월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월드비전 사무실로 목도리 22개와 모자 6개를 보낸 환경미화원 고덕자 씨(61·여)는 고맙다는 월드비전 측의 인사에 도리어 이렇게 답했다. 월드비전은 지난해 12월 31일 “고 씨가 형편이 어려워 춥게 겨울을 날 아이들에게 전달해 달라며 직접 짠 목도리와 모자 등을 보내왔다”며 고 씨의 따뜻한 마음을 전했다.고 씨는 자신이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하는 광고기획사 ‘비전크리에이티브’ 게시판에 걸린 아이들 사진을 보고 이 같은 선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저소득층 어린이 11명에게 매달 총 75만 원을 후원하고 있는 비전크리에이티브에서 아이들이 감사 편지와 함께 보내온 사진을 게시판에 걸어놓은 것을 본 것. 고 씨는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라 겨울이 되면 따뜻한 옷도 제대로 챙겨 입기 힘들 것 같아 목도리를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값나가는 선물은 아니지만 고 씨는 목도리와 모자를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 월급이 많지 않아 털실을 사기 위해서는 교통비를 아껴야 했다. 3월부터 고 씨는 종로구 혜화동 자신의 집에서 통의동 회사까지 걸어서 출근하기 시작했다. 월드비전 측은 “고 씨가 ‘버스로 다섯 정거장이라 힘들지 않다’며 웃었지만 몸이 건강하지 않아 가끔 병원을 다녀야 하는 고 씨에게는 부담스러운 거리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구입한 털실로 고 씨는 쉬는 시간, 잠자는 시간을 아껴가며 목도리를 하나하나 만들어 나갔다.월드비전에 선물을 전달한 지 한 달 정도 지난 지난달 초. 이번엔 고 씨가 아이들에게서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고 씨가 만든 선물을 받은 아이들이 목도리를 두르고 활짝 웃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고 씨에게 보내준 것. “정말 예쁜 목도리를 주셔서 감사하다” “직접 짜신 목도리라 그런지 더 따뜻하다”는 감사 쪽지도 함께 들어있었다. 고 씨는 “아주 조금 품을 들여 목도리를 만들어 줬을 뿐인데 내가 들인 노력보다 100배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라며 좋아했다. ‘베푸는 즐거움’을 알게 된 고 씨는 새해에는 조금 더 욕심을 부려보고 싶은 마음을 드러냈다. “목도리 두른 아이들 모습을 보니까 조끼도 입으면 더 예쁠 것 같네요. 새해부터는 조끼를 짜는 연습도 좀 해보려고요.”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동영상=바닐라루시, 선덕원 천사들에 ‘천상의 목소리’ 로 사랑나눔 실천}
전 소속 부대 운전병(당시 상병) 이모 씨(22)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해병대 참모장 오모 대령(47)에게 군사법원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해병대사령부 보통군사법원은 30일 선고공판에서 “이 씨가 주장한 3번의 추행 중 1, 2차는 무죄이며 3차만 유죄로 인정한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성이 없는 등 신빙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1, 2차 추행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평도 발전소장 변종기 씨(56)는 이곳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는 연평도 토박이다. 지난달 23일 북한의 포격 도발이 있었을 때도 섬을 떠나지 않았다. 포성이 멈추자 대피소를 빠져나와 육지에서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까지 진화 작업을 벌였다. 소방대가 도착한 다음에는 이틀 밤을 새워 전력 복구 작업을 했다. 이들이 섬을 빠져나갔다면 연평도 전체가 밤마다 암흑천지에 빠질 상황이었다. 하지만 변 소장은 최근 옹진군이 주민들에게 지급한 위로금을 전혀 받지 못했다. 발전소뿐만이 아니다. 26일 인천해양경찰서 연평출장소와 연평도 주민들에 따르면 발전소, 우체국, 농협 등 연평도 내 주요 공공기관 직원들은 주민들에게 지급된 위로금 100만 원과 생활안정자금 150만 원, 유류지원 등을 전혀 받지 못했다. 모두 연평도에 주소를 둔 ‘주민’이지만 기관 소속이라는 이유로 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정창권 연평우체국장은 “최근 옹진군에 생활지원금 지급기준과 기관 직원들이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질의했지만 대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옹진군 관계자는 “북한의 포격 도발 이후 각종 업무가 많아 바빠서 답을 주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지원금을 주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공무원과 기관 종사자들은 월급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간 기업에 다니면서 월급을 받는 사람도 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지원금 지급 초기에 민간 기업에서 월급을 받는 사람까지 정확히 선별하기 어려워 이들에게도 돈을 입금한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 확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월급을 받은 사실을 확인하면 지원금을 회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지원금을 받은 주민들이 회수 요청에 얼마나 순순히 따를지는 미지수다. 눈앞에서 포탄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놀란 마음은 똑같은데 월급을 받는다는 이유로 지원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기준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주민이 많다. 김모 씨(61)는 “기관 종사자들은 공무원 신분도 아니면서 포격 직후부터 마을 복구에 힘써왔는데 위로금마저 지급하지 않는 것은 지나치다”라고 지적했다. 주민 혈세로 마련된 피해 보상비용을 빈틈이 없도록 아끼겠다는 취지는 좋다. 하지만 지급해야 할 대상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한 채 신분이 분명한 기관 종사자만 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공정’하다고 보기 어렵다. 마을 주민들은 이들이 포격 직후에도 섬을 떠나지 않고 남아 복구작업에 힘써준 데 대해 무척 고마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했으면 한다.―연평도에서이원주 사회부 takeoff@donga.com}

쾌속 여객선이 닿는 ‘당섬나루’ 말고도 연평도에는 어선들이 정박하는 포구가 마을 입구에 있다. 24일 어둠이 깔린 어선 포구 앞에서 담배를 꺼내 물고 한숨을 깊게 내쉬는 김모 씨(61)를 만났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현지 취재에 나선 지 19일째 되는 날이다. 서성이는 기자를 보고 김 씨가 먼저 말을 걸었다. “저게 우리 배요.” 그의 손가락 끝은 포구에서 가장 큰 배를 가리키고 있었다. 김 씨는 배에 미안하다고 했다. “너무 배를 안 몰아서 바닥에 수초가 많이 붙었어. 그러면 배를 몰아도 속도가 안 나.” 1년에 두 번씩 해 주는 페인트칠을 못했고, 기관 수리를 한 지도 너무 오래됐다는 것. “배도 사람 같아서 돌봐주지 않으면 병이 난다”며 연방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북한의 포격 도발 이후 어둠이 내린 연평도에서 가장 크게 들리는 것은 파도와 바람소리였다. 하지만 주민들은 “포격 전까지만 해도 어선포구 앞은 사람 사는 것 같았다”고 했다. 한밤중에도 바닷가에서 낚싯대를 드리우는 낚시꾼이 있었고, 고기잡이 나갔다가 돌아온 어부들은 마을 노래방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신나게 목청을 돋우었다. 지금은 웃돈을 얹어 준대도 바다에 나가겠다고 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고 한다. 그래도 배를 띄우는 선주들은 최근 배추를 100포기나 절여 김장을 담갔다. 내년 바다에 나갈 선원들이 먹을 김치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도시에선 화사한 조명과 크리스마스캐럴이 마음을 들뜨게 하고 있지만 포격의 회오리가 지나간 연평도에서는 떠들썩한 연말 분위기를 느끼기 힘들었다. 그저 ‘차분한’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고 있었다. 연평도의 유일한 성당인 연평성당의 김태헌 신부는 이날 오후 8시 섬에 남은 10여 명의 신자와 군인들과 함께 성탄전야 미사를 집전했다. 미사가 끝나고 컵라면을 끓여 아기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조촐한 ‘생일파티’를 열었다. 연평교회 송중섭 목사(44)도 이날 10여 명의 신자들과 포격 흔적이 남아있는 마을을 돌아다니며 찬송가를 불렀다. 날씨가 조금만 추워져도 얼어붙는 수도관, 편의점 빼고는 가게 문을 연 곳이 없어 양파 한 개, 마늘 한 쪽을 살 수 없는 불편한 생활. 그래도 섬을 지키는 주민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이웃의 수도관과 보일러를 대신 점검해 주고 있다. “사격도 끝났으니 이제 동네사람들이 많이 돌아올 거야. 마을도 다시 사람 사는 것 같아지겠지.” 잿더미를 뚫고 다시 일어나려는 연평도 주민들은 체감온도 20도의 강추위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들은 ‘작은 것에 감사하고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소리 없이 따르고 있었다.연평도=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