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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3명은 사진 몇 장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소소한 일상을 담은 가족사진이었다. 사진 속에서 어머니는 자매와 함께 벌판을 걷고 있었다. 어머니는 40대 전후, 자매는 예닐곱의 나이로 보였다. 자매는 걷다가 마주친 조랑말을 신기한 듯 바라봤고 흐르는 냇물이 반가운지 손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무언가 발견한 듯 형사들은 동시에 고개를 들고 서로를 쳐다봤다. 그들은 철부지 자매의 얼굴에서 쫓고 있던 어느 ‘악인(惡人)’의 흔적을 찾았다. 이어 악인의 주민등록증 사진을 가족사진 옆에 나란히 놓았다. “애들이 닮았네요.” “쏙 빼닮았다.” 1990년 일본으로 달아난 경기 이천 공기총 살인사건의 주범 김모 씨(56)를 찾을 단서가 포착된 순간이었다. 김 씨는 도피 후 완전히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그러나 유전자까지 숨길 순 없었다.‘불명예’를 씻기 위해 해마다 200∼400명의 범죄자가 법의 심판을 피해 해외로 달아난다. 경찰은 늘어나는 해외도피 범죄를 막고 사법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와 도피사범 수사를 위한 공조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2012년에는 해외도피 범죄자를 잡기 위한 인터폴 추적수사팀도 만들었다. 2014년 4월 중순 경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사무실에서 인터폴 추적수사팀의 회의가 열렸다. 분위기는 비장했다. 이날 서인석 팀장(51·경위)과 송우상(45·경위), 김미진 형사(36·여·경사)는 ‘가장 어려운 숙제’에 도전하기로 결정했다. 살인이란 중범죄를 저지르고 일본으로 달아난 김 씨를 검거하기로 한 것이다. 상부의 지시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30년 가까이 도피 행각을 이어가고 있는 김 씨를 잡는 것이야말로 추적수사팀 본연의 임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세 사람 모두 이견이 없었다. 당시 김 씨는 최장기 해외도피 사범 기록을 세우고 있었다. 경찰에게는 불명예였다. 수사팀은 수원지방검찰청 여주지청을 찾았다. 타자기로 작성된 옛 수사기록은 오랜 시일이 지난 탓에 누렇게 변해 있었다. 한 장 한 장 서류를 펼치자 사건 현장이 눈앞에 그려지기 시작했다.26년 전 이천에선… 1990년 5월 7일 오후 9시경. 검은색 그랜저 한 대가 경기 이천시 장호원읍의 한 방죽길 아래 공터에 멈춰 섰다. 차량 전조등 덕분에 주위가 환해졌다. 남성 3명이 차량에서 내렸다. 농담이 오가고 웃음소리가 들렸다. 이들은 고기를 굽기 위해 불판을 꺼냈다. 마른 체격의 A 씨(49)가 뜨거워진 불판 앞에서 삼겹살을 굽기 시작했다. 거구의 B 씨(당시 22세)도 불판 앞으로 다가섰다. 이때 김 씨가 몰래 차량 트렁크에서 6연발 공기총을 꺼냈다. 김 씨는 뒤돌아선 B 씨를 향해 공기총 한 발을 쐈다. B 씨가 쓰러지자 김 씨는 바로 옆에 다가가 나머지 5발을 모두 쐈다. 이어 B 씨의 머리를 향해 야구방망이를 마구 휘둘렀다. 잠시 뒤 김 씨와 A 씨는 땅에 구덩이를 파고 B 씨의 시신을 매장했다. 그리고 현금 150만 원과 시계를 들고 현장을 떠났다. 김 씨와 A 씨는 차량 절도범이다. 사건 발생 전 이들은 훔친 콩코드 차량을 B 씨에게 팔았다. 그러나 폭력조직 행동대원인 B 씨는 잔금 30만 원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차량 절도범으로 신고하겠다고 두 사람을 협박했다. 이에 화가 난 두 사람이 B 씨를 유인해 범행을 저질렀다. 사건 발생 후 김 씨는 일본으로 도피하기로 결심했다. 아는 후배에게 “일본에 취업시켜 주겠다”고 속이고 여권 신청서를 작성하게 했다. 그리고 후배의 사진 대신 자신의 사진을 붙이는 수법으로 여권을 발급받았다. 그리고 같은 해 8월 일본으로 건너갔다. 한국에 남아있던 A 씨는 그해 검거됐고 유죄가 확정돼 15년을 복역한 뒤 출소했다. 수사팀은 여주지청을 나와 사건이 일어난 방죽길 공터로 차를 몰았다. 사건이 일어난 청미천 풍경은 1990년과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다리가 놓이고 방죽길 포장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수사팀은 오히려 자신감을 갖게 됐다. 서 팀장은 “이천 공기총 살인사건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며 “김 씨가 도피 초기처럼 긴장 속에 살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고 말했다. 살아만 있다면 오랜 시간이 지났으니 방심으로 인한 흔적을 남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벼랑 끝에서 찾은 결정적 단서 ‘인터폴’(국제형사기구) 간판을 달았지만 해외도피 사범 수사에는 제약이 많다. 현지 국가에선 사법권이 없는 데다 나라마다 사법공조 체계가 달라 해외에서 적극적인 수사를 펼치기 어렵다. 수사팀은 주로 한국에서 도피범의 행적을 쫓아 단서를 잡는다. 경찰청 인터폴계를 통해 해외 경찰 주재관과 현지 경찰의 도움을 받아 검거한다. 수사팀은 김 씨 주변에 대한 기초조사부터 시작해 통신수사, 금융거래, 출입국기록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추적수사 기법을 활용해 흔적 찾기에 나섰다. 과거에도 몇 차례 재수사에 착수했다가 실패한 사건이라 쉽게 단서를 찾지 못했다. 그렇게 1년 가까이 지나자 형사들의 마음에 ‘포기’란 단어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형사들은 마지막으로 김 씨 가족이 찍힌 것으로 보이는 사진 몇 장을 손에 넣었다. 서 팀장은 “김 씨가 자신의 현재 상황을 알리기 위해 가족사진을 남긴 것 같다. 시간이 오래 흐르면서 신상 노출에 대한 경계가 무뎌진 것이었다”고 말했다. 사진을 단서로 추적한 결과 일본 사이타마(埼玉) 현에 사는 한 남성의 신상정보가 포착됐다. 하지만 남성의 이름과 나이는 김 씨와 달랐다. 경찰은 김 씨의 지문정보를 현지 주재관에게 보내 협조를 구했다. 경찰청 외사국이 나서 일본 경찰청에 공조수사를 요청했다. 일본 경찰은 검거전담팀을 꾸렸다. 전담팀 구성 7일 만인 지난해 3월 24일 불법체류 혐의로 김 씨가 체포됐다. 김 씨는 타인의 개인정보까지 도용해 철저히 신분을 세탁했지만 지문까지 바꿀 순 없었다.법정에서 계속될 진실 찾기 지금까지 김 씨는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평범한 삶을 살았다. 귀금속 세공 기술을 배워 취업하고 일본인 여성을 만나 새로운 가정까지 꾸린 뒤 생활하던 중 검거됐다. 지난해 12월 그는 한국으로 송환됐다. 일본에서 불법체류 혐의로 재판을 받는 동안 일본 가족은 “김 씨와 함께 살게 해달라”며 눈물로 간청했다고 한다. 송환 이후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수할 의사가 있었지만 일본에 아내와 아이가 생기고 한국에선 경찰이 쫓고 있어 귀국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특별히 고생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일본 가족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피했다”고 전했다. 결국 김 씨가 처벌을 피해 일본으로 도피하면서 한국과 일본 가족 모두에게 상처를 남긴 셈이다. 수사팀은 영구미제로 남을 뻔한 사건을 해결한 보람만큼 안타까운 마음도 느꼈다. 서 팀장의 이야기다. “범죄자는 대가를 치르고 손가락질 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일본 가족은 무슨 죄입니까. 사진 속 아이들 모습이 떠올라 짠했습니다.” 지난해 12월 18일 검찰은 김 씨를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김 씨의 살인 혐의는 해외도피로 공소시효가 정지된 상태였다. 김 씨는 “공범 A 씨가 B 씨를 살해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24일 수원지법에서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린다. 법원은 공판준비기일을 거쳐 국민참여재판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김 씨는 15년간 복역해 죗값을 치른 A 씨와 진실 공방을 벌이게 됐다.“지구 끝까지 추적한다” 수사팀은 매일 이런 각오로 일한다. 서 팀장은 “범죄자가 해외로 도망가 떵떵거리고 사는 꼴을 두고 볼 수 없다. 세월이 얼마나 지나든 살아만 있다면 어떻게든 붙잡는다”고 강조했다. 서 팀장이 이끄는 수사팀은 해마다 범죄자 10∼20명의 소재를 확인한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제 마늘밭 110억 돈다발 사건’의 주범 중 1명도 소재를 파악해 국제 공조수사로 검거했다. 지금도 청부살인범, 미성년자 강간범 등 극악무도한 범죄자를 추적하고 있다. 수사팀은 범인은 해외로 달아나고 피해자 시신이 사라진 사건을 국내 수사만으로 해결하기도 했다. 2013년 2월 충남에서 망치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세입자 C 씨(45)는 상가에 입주했다가 가게가 손해를 보자 건물주와 갈등을 빚었다. C 씨는 건물주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다음 해외로 도주했다. 경찰은 현지 경찰과 공조해 C 씨의 유력한 은신처를 추적했지만 이미 도주한 뒤였다. 현지 언론을 통해 공개 수배하고 교민사회의 협조까지 구했지만 실마리가 잡히지 않았다. 수사팀은 전국을 돌며 C 씨의 친구와 지인을 만났다. C 씨 주변 인물의 이야기를 종합해 사람과 모임을 좋아하는 C 씨 성격이라면 분명 국내로 먼저 연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사건 발생 8개월 만에 C 씨는 한국으로 먼저 소식을 보냈다. 철두철미한 C 씨도 고국을 향한 그리움 앞에선 경계를 풀었다. 수사팀은 사건 해결의 공로를 서로에게 돌렸다. 김 형사는 강력범죄통이라 ‘촉’이 뛰어나다. 김 씨 사건에서 사진 속 자매의 얼굴에 가장 먼저 주목한 것도 김 형사였다. 그는 “폐쇄회로(CC)TV를 하도 많이 들여다보니까 영상 속에서 범인이 스쳐 지나가는 모습만 보고도 현장에서 마주치면 바로 알아본다”고 말했다. 송 형사는 지능범죄통이다. 통신수사, 금융거래, 출입국기록 등 해외도피 사범이 남긴 기록을 탈탈 털어 흔적을 찾는다. 서 팀장은 함께 수집한 정보를 분석하고 사건을 해결할 실마리를 제시한다. 서 팀장은 “가족보다 팀원들과 더 오랜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최근 종영한 케이블TV 드라마 ‘시그널’에는 현재와 과거를 연결해 장기미제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주는 무전기가 나온다. 수사팀 형사들에게도 자신만의 ‘무전기’가 있다. 김 형사는 범죄자의 지인을 꼽았다. 김 형사는 “범인의 과거를 아는 지인을 만나 수사하면 범인의 현재까지 그려볼 수 있다”며 “홀로 도망가면 남은 사람은 괴로울 수밖에 없으니 자신의 행동에 꼭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송 형사는 고국을 그리워하는 향수로 범인을 잡는다. 송 형사는 “한국인은 혈육을 쉽게 잊지 못하고 고향의 맛과 냄새를 그리워한다. 귀향 본능이 강해 잡힐 수밖에 없다”고 확신했다. 서 팀장은 소설가 이문열 씨의 장편소설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해외도피 사범의 행적을 쫓을 때면 소설 제목을 자주 떠올린다. 제목을 살짝 바꿔 입으로 외우면 수사의 실마리가 풀린다. “그대 다시는 고국을 떠나지 못하리.”▼ 190개 인터폴 회원국 공조수사 어디까지 ▼국내 송환 범죄인 年 74명서 216명으로 늘어365일, 24시간 경찰청 인터폴계는 해외도피 사범 추적·검거를 위해 해외를 누빈다. 경찰은 해외도피 사범 검거를 위해서 190개 인터폴 회원국과 긴밀한 공조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이를 위해 강신명 경찰청장은 주요 해외도피 국가를 방문해 해외도피 사범 검거를 위한 협약을 맺었다. 지난달 중국 베이징 공안부를 방문해 ‘한중 연합 도피사범 집중단속’ 공조 강화를 약속하고, 지난해 11월에는 필리핀 이민청을 찾아 한국인 범죄자를 입국 단계에서 한국으로 추방하기로 협약을 맺었다.경찰 인터폴 추적수사팀의 활약 속에 국내로 강제 송환된 도피사범 수는 2011년 74명에서 지난해 216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검거 기록을 깨기 위해 올해도 계속 노력하고 있다. 올 1월 임모 씨(40)는 700억 원대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다 필리핀으로 도피했다. 그러나 필리핀 입국 단계에서 거부돼 한국으로 강제 송환됐다. 같은 달 2500억 원대 주식 사기를 벌이고 중국으로 밀항한 벤처기업 전 대표 이모 씨(45)는 6년 만에 붙잡혀 강제 송환되기도 했다.인터폴은 국제범죄의 예방과 진압을 위해 회원국의 국내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범죄 정보를 교환하고 범죄자 체포와 인도에 대해 상호 협력하는 국제기구다. 한국은 1964년 9월 가입했다. 경찰청 인터폴계는 인터폴 수배자 관리와 국제공조 수사 업무도 맡는다. 김병주 인터폴계장은 “매년 해외도피 사범이 증가해 인터폴 추적수사팀의 업무량도 크게 늘었다”며 “그러나 범죄자는 반드시 잡는다는 사명감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리는 마라톤 대회의 안전을 위해 경찰특공대를 배치하겠습니다.” 이상원 서울지방경찰청장(사진)은 17일 “최근 대내외적으로 테러 위협이 높아진 가운데 대회가 열리는 만큼 서울경찰은 몇 달 전부터 꼼꼼히 준비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경찰이 국내에서 개최하는 국제대회 출발지와 도착지에 폭발물 탐지 요원과 탐지견 등 경찰특공대를 배치하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서울경찰청은 경찰 34개 중대와 교통경찰, 모범운전자 등 역대 최대 규모인 4000여 명이 코스 곳곳에서 대회를 지원한다. 이 청장은 “마스터스 참가자들은 개인 기록도 중요하지만 규정을 준수하는 스포츠 정신을 보여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서울경찰은 참가자들이 가진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도로 곳곳을 잘 통제하면서 달림이들의 ‘펀런(즐겁게 달리기)’을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20일 오전 5시부터 8시 40분까지 출발지인 세종대로(광화문 삼거리∼세종대로 사거리) 양방향 전 차로의 교통을 통제한다. 또 오전 7시 50분부터 오후 1시 35분까지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잠실주경기장에 이르는 마라톤 구간은 진행 방향 전 차로의 교통을 순차적으로 통제한다. 오전 10시 20분부터 11시 5분까지 뚝섬한강공원길은 진행 방향 전 차로의 교통을 통제한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짐승에게 인권(人權)은 사치다” “뻔뻔한 계모와 친부 얼굴을 싸매고 보호해주는 경찰도 잘못이다” “원영이는 추위에 벌벌 떨다 죽었는데 손목 추울까 봐 토시까지 꼈다”…. 3개월간 추운 화장실에서 찬물과 표백제를 퍼부으며 학대해 신원영 군(7)을 죽게 한 계모와 친부가 현장검증에 나타난 모습을 두고 시민들의 분노가 컸다. 아들은 발가벗긴 채 찬물을 퍼부었으면서 자신들은 모자와 마스크까지 써 얼굴을 가리고 수갑 찬 손도 가리고 나타난 것에 분개했다. 여중생 딸을 11개월 동안 백골이 되도록 방치하다 2월 붙잡힌 목사와 계모 역시 비슷한 차림새로 나타나자 시민들은 목소리 높여 비난하며 “얼굴을 보여 달라”고 했다. 자식을 죽인 부모의 얼굴은 알려지면 안 되는 걸까. 지금과 같은 피의자 얼굴 가리기는 국가인권위원회가 2005년 6월 피의자 호송 관련 업무를 개선하라고 권고하면서부터였다. 1994년 엽기 살인을 펼친 ‘지존파’ 사건에서 보듯 원래 범죄자들의 얼굴은 모두 공개했다. 인권위는 “수갑이나 얼굴 노출로 인해 진정 건이 여러 차례 올라왔고 인격권이 침해된다고 판단된 사례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2011년 11월에도 인권위는 경찰에 “피의자가 수갑 찬 모습이 언론이나 시민에게 노출되면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고 개선을 권고했다. 경찰은 2005년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직무규칙’과 ‘피의자유치 및 호송규칙’을 만들었다. 원칙적으로 범죄수사 발표를 할 때와 현장 검증 및 호송 시에도 범죄 피의자의 얼굴을 가려서 누군지 알 수 없도록 했다. 민심은 달랐다. 2009년 언론이 7명의 여성을 살해한 강호순 얼굴을 공개하자 이를 게시한 인터넷사이트에는 강호순 얼굴을 보려는 사람들로 접속이 폭주했다. 경찰도 2009년 특별법을 만들어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미국 일본에서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얼굴을 공개한다. 일선 현장에서 범인을 잡는 경찰도 살인이나 아동 폭행 사망 등과 같은 강력 범죄자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과거에도 흉악범 피의자의 얼굴 공개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진 적이 있지만 아동 학대 사망처럼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악행을 저지르는 경우는 공개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한 강력계 형사는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자를 왜 익명을 쓰고 얼굴을 가려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또 다른 강력계 형사는 “범죄자 얼굴을 가리고 경찰 얼굴을 공개하니까 오히려 수사를 제대로 못 한다”며 “얼굴을 공개하면 범행을 막는 경고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범죄자 얼굴 공개가 헌법이 보호하는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본다. 정철호 안동대 법학과 교수는 “신상 공개가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확인된 바도 없고 피의자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나 무죄 추정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신원영 군 사건의 경우 누나를 보호할 필요가 있어 얼굴을 공개하지 않았다”며 “범죄자는 죗값을 치러야 마땅하지만 범죄자의 가족이란 이유만으로 또 다른 피해를 입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중죄를 저지른 범죄자의 얼굴, 가려야 할까 공개해야 할까.노지현 isityou@donga.com·박훈상 기자}
경찰은 최근 잇따라 발생한 아동학대 살인사건 해결을 위해 새누리당에 총선 공약으로 학대전담 경찰관 인원명을 확충하는 방안을 요청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날 강신명 경찰청장은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아동학대 단속을 위해서 인력이 필요하다”며 “새누리당에 학대전담 경찰관 912명을 충원하는 방안을 당정협의 때 요청했고 야당에도 협조를 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현재 활동 중인 학대전담 경찰관 349명에 912명이 충원되면 보다 면밀한 아동학대 대응체계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찰은 아동학대 신고 활성화를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강 청장은 “스마트 국민제보 애플리케이션 ‘목격자를 찾습니다’에 아동학대 신고코너를 신설했다”며 “전 국민이 아동학대를 범죄로 인식하고 활발히 제보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경찰 유관 단체인 녹색어머니회와 자율방범대, 모범운전자회 등 회원을 대상으로 아동학대 신고 중요성을 알리고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하기로 했다. 이들 단체 규모는 모두 80만 명에 달한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2일 지방의 산골 마을 작은 초등학교에서 특별한 입학식이 열렸다. 다른 학생들보다 머리 하나가 훌쩍 큰 형제가 늦깎이 입학을 했다. 다른 아이들보다 서너 살 많은 이 형제는 “학교에 오니 정말 좋다”며 연신 웃었다. 한 달 전까지도 형제는 학교라는 걸 몰랐다. 부모는 멧돼지, 들개 같은 산짐승이 위험하다며 형제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이 지역 경찰서의 ‘학대전담 경찰관’이 미취학 아동 실태를 조사하다 형제를 발견했다. 부모가 학대한 흔적은 없었지만 명백한 교육적 방임이었다. 경찰관은 “학교에 보내지 않는 것도 범죄”라고 경고하는 한편으로 부모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형제의 통학차량을 마련해줬다. 이 경찰관은 “부모의 잘못된 판단으로 몇 년째 학교에 가지 못한 아이들이 동기들과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꼈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돌보고 챙기겠다”고 말했다. 전국 학대전담 경찰관이 학대아동 구하기에 발 벗고 나섰다. 경찰청은 지난달 22일 본청 여성청소년과 산하에 349명 규모로 학대전담 경찰관을 발족했다. 기존 가정폭력전담 138명에 추가로 211명을 투입했다. 지난해 12월 인천에서 굶주림과 폭행에 시달리다가 맨발로 탈출한 ‘16kg 소녀’에 이어 올해 1, 2월 경기 부천에서 학대로 숨진 초등생, 여중생이 잇따라 발견된 게 계기가 됐다. 전북 익산에서는 학대전담 경찰관이 2003년 양아버지가 기차에 버리고 내린 입양 아동을 13년 만에 발견하기도 했다. 경찰은 4일 “나모 씨(55)의 네 아이 중 15세 된 아이가 중학교에 다니지 않고 있다”는 신고를 받았다. 조사 끝에 나 씨가 2001년 당시 생후 1년도 안 된 나정훈(가명) 군을 입양해 키우다 뒤늦게 희귀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결국 치료비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고 2003년 12월 서울행 기차에 나 군을 두고 홀로 내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관은 나 씨의 진술을 바탕으로 서울과 익산을 오가며 어린이집, 복지시설, 서울역 등을 샅샅이 뒤져 서울 서초구의 한 복지원에서 16세 차정훈으로 생활하던 피해 아동을 발견했다. 학대전담 경찰관은 경찰서당 1.4명의 인원으로 힘든 임무를 맡다 보니 고충도 많다. 활동비도 부족하고 차량도 제대로 지원되지 않지만 이런 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경찰관 A 씨는 “아동학대뿐만 아니라 여성, 노인학대까지 챙겨야 하는데 근거법이 없다”며 “유관기관의 원활한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법 정비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현장에선 현재 운영 중인 ‘학교전담 경찰관’의 성과를 참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학교전담 경찰관은 1인당 10개 학교를 맡아 교사와 학교폭력 정보를 공유하고 학생을 만나 상담하는 등 현장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성과도 컸다. 2012년 193명으로 시작해 지난해 1138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학교폭력 피해 응답자는 2.1%에서 0.94%로 줄었다. 경찰은 학대전담 경찰관을 중장기적으로 1000여 명으로 늘릴 계획이지만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예산 확보 등 정부의 우선 지원이 필요하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가정에서 은밀히 이뤄지는 아동학대는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며 “학교전담 경찰관이 학교, 지역사회와 연계해 학교폭력을 예방하듯 학대전담 경찰관도 인력과 예산을 확충해 현장에서 중심 역할을 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홍정수 기자}
6일 오후 1시경 경부고속도로 서울에서 부산방면 375㎞ 지점에서 사설 구급차량이 갓길과 버스전용차로를 오가며 속도를 냈다. 뒤따르던 승용차는 구급차를 앞지르더니 차량 뒤쪽 전광판으로 ‘경찰입니다. 법규위반 단속 중입니다. 우측으로 이동하세요’라는 안내 글을 표시했다. 암행 순찰차가 자신을 쫓아오는지도 모른 채 위반 행위를 반복하던 구급차 운전자는 서서히 갓길로 차로를 바꿔야 했다. 1일부터 암행 순찰차 시범 단속을 실시한 경찰청은 일주일 만에 127건의 불법 운전행위를 적발했다고 9일 밝혔다. 버스전용차로 위반이 93건으로 가장 많고 지정차로 위반, 갓길운전,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난폭운전 등이 뒤를 이었다. 7일에는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지그재그로 달리며 난폭 운전을 하던 승용차를 적발했고, 1일에는 버스전용차로를 달리던 사기범을 잡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적발된 시민은 암행 순찰차 시범운영 사실을 알고 있어 대체로 단속에도 협조하는 분위기였다”며 “암행 순찰차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돼 현장에서 잘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암행 순찰차는 6월 말까지 경부고속도로 양재 나들목에서 신탄진 나들목까지 총 2대가 운영된다. 7월부터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등에도 단계적으로 투입을 늘릴 계획이다. 암행 순찰차는 보닛과 앞좌석 양쪽에 경찰마크가 붙어 있지만 얼핏 보면 일반 승용차와 똑같아 단속효과가 크다. 도로를 달리다 단속 대상을 발견하면 경광등을 켜고 사이렌을 울린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8일 열린 긴급 국가사이버안전대책회의에서는 북한의 4차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급증한 북한 해킹 사례가 다수 공개됐다. 이 자리에서 외교안보라인 인사 스마트폰에서 탈취된 “식사는 하셨냐” 등 일상적인 음성통화 내용과 문자메시지도 공개됐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해킹된 스마트폰에 저장된 전화번호나 통화 내용이 유출되면 2차, 3차 공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국가정보원이 감염 스마트폰에 대한 악성코드를 분석하고 차단했다고 밝혔지만 스마트폰 해킹은 개인이 해킹당한 사실을 알기 어려워 알려진 것보다 피해 규모가 클 수 있다. 외교안보 인사 스마트폰뿐 아니라 국방부 등 외교안보 부처 및 산하 연구소 PC를 대상으로도 광범위한 해킹 시도가 있었던 점도 우려스럽다. 2000만 명이 이용하는 국내 인터넷뱅킹 및 카드 결제 보안 서비스 전문기업 전산망에 대한 북한의 해킹 시도는 추가 공격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국정원은 이번 공격을 2013년 언론사 및 금융사 전산망을 파괴한 ‘3·20 사이버테러’와 같은 사이버테러의 준비 단계로 보고 있다. 당시 공격은 북한 정찰총국이 주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정찰총국이 사이버테러 전선 확대에 나선 것으로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국정원은 “북한이 4차 핵실험 이후 잇단 해킹 공격을 통해 사이버공간을 위협하고 있으며 대규모 사이버테러를 준비하고 있는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이날 주요 기반시설 보안 담당자들과 함께 북한의 사이버테러 위협에 대비해 사이버테러 예방 간담회를 열고 최근 교묘해진 북한 사이버테러 동향과 대응책을 논의했다. 국정원이 주요 인사와 기간시설에 대한 북한의 사이버테러 시도를 공개하면서 사이버테러방지법의 국회 통과가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청와대는 사이버테러방지법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정연국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이버테러방지법이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기를 바란다”며 “절박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사이버테러방지법은 더불어민주당이 안건 조정 신청을 해놓은 상태라 직권상정 외에는 (처리할) 길이 없다”며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더민주당 김성수 대변인은 논평에서 “박근혜 정부가 안보 불안을 선거에 이용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어려운 경제 회생에 전념하라”고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사이버테러방지법의 남용 대책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정원 등 정보당국의 과도한 사이버 수사로 인권 침해가 발생할 소지를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우경임 woohaha@donga.com·박훈상·장택동 기자}
경찰은 현역 복무시절 주식 투자로 날린 돈을 메우려고 10억 대 사기행각을 벌인 예비역 육군 소령을 검거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군 보급 업무 경험을 이용해 군납 사기 등으로 10억2100만 원을 가로챈 전 육군 소령 김모 씨(46)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2013년 4월 육군 모 사령부 지원통제과장으로 근무하면서 식자재 납품업자 김모 씨(54)에게 군납 닭고기 납품을 대행하는 축협에 투자하면 큰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속여 투자금 2억 원을 받아 가로챘다. 김 씨는 또 2014년 2월 전기공사 업자에게 전기공사 하도급을 약속하고 같은 해 10월 통조림 식품 업체 직원에게 부대 납품계약을 맺게 해주겠다고 속이는 방법으로 각각 1억9600만 원과 3억1000만 원을 받았다. 또 2013년 8월 지인들에게 집 살 돈이 부족하다고 3억 원을 빌려 갚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는 20여 년간 군 보급 업무를 담당하며 쌓은 경험을 사기 행각에 이용했다”며 “피해자를 속이려고 보급 관련 서류를 위조하거나 공사 설계도면까지 유출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2009년부터 제1, 2금융권의 돈을 빌려 부인 명의 통장으로 10억 원 이상 주식에 투자했다가 빈털터리가 됐다. 그는 지난해 계급정년으로 퇴직하며 받은 퇴직금 1억6000만 원마저 몽땅 잃었다. 군 검찰은 현역 복무시절 김 씨의 비리를 인지하지 못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경찰이 ‘이슬람국가(IS)’의 살해 협박 동영상에 포함된 한국인 정보의 유출 경위를 파악 중인 가운데 명단에 등장하는 공무원은 대부분 특정 부처 소속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달 IS가 유튜브에 올린 49분짜리 동영상에 나오는 한국인 20명의 명단이 유출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뉴스 모니터링 업체 A사의 서버를 분석하고 있다고 6일 밝혔다. 경찰은 정체불명의 해커가 A사의 관리자 계정을 탈취해 전산망에 침투한 뒤 공무원 11명과 업체 직원 및 민간인 9명 등 20명의 명단을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주소(IP주소)를 추적해 IS의 소행인지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11명은 공무원이 사용하는 e메일 계정인 ‘@korea.kr’를 사용하고 있었다. 대부분 한 중앙부처 소속으로 뉴스를 수집해 분석하는 부서 소속이다. 직급은 고위공무원부터 주무관까지 다양했다. 해당 부처 관계자는 “현재 협박 e메일을 받거나 피해를 본 직원은 없다”며 “테러 대상이 될 만한 업무에 종사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IS는 지난해 11월 테러 대상 국가로 한국을 포함한 세계 60개국 명단을 제시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1년 3개월을 끌어온 이른바 ‘서울시향 사태’를 수사한 경찰이 3일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54·여)의 추문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발표함에 따라 박 전 대표는 일단 누명을 벗게 됐다. 반대로 박 전 대표의 막말, 성희롱 등으로 인권을 유린당했다며 ‘호소문’을 배포한 서울시향 직원 10명과 이에 적극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의 부인 구순열 씨(68)는 허위 사실을 퍼뜨린 피의자가 됐다. 경찰 발표 직후 구 씨 측은 경찰의 ‘짜맞추기 수사’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둘 중 하나는 추악한 거짓말쟁이가 되는 진실게임 형국이 됐으니 구 씨 등 피의자들의 반발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사건 초기부터 현장에서 경찰 수사를 지켜본 기자는 짜맞추기 수사라는 구 씨 측의 비난에 불편한 감정을 숨길 수 없다. 경찰은 서울시향 직원들의 호소문에 맞서 박 전 대표가 제출한 진정서를 처음 접할 때만 해도 그의 주장을 허무맹랑한 변명으로 여겼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경찰은 호소문에 적시된 사례들을 하나하나 조사하면서 석연치 않은 점을 적잖게 발견했다. 주장이 일방적인 내용일 뿐 시기와 장소, 증거도 앞뒤가 맞지 않았고 심지어 직원들의 진술마저 엇갈렸다. 뭔가 수상하다는 경찰의 의심에 확신을 준 것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구 씨와 정 전 감독의 비서 백모 과장이 주고받은 600여 건의 문자메시지였다. 구 씨는 대리인을 통해 자신은 억울하게 당하고 있는 서울시향 직원들의 인권을 위해 조언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문자메시지 내용을 보면 ‘현대사회에선 다른 것보다 인권 이슈가 중요하다’, ‘내쫓는 이유는 인권문제로 포커스해야 한다’, ‘인권침해 이슈만 강조하라’는 등 구 씨의 주장과는 사뭇 다르다. 인권침해 피해자를 걱정하고 위로하는 내용은 없고 오로지 박 전 대표를 쫓아내야 한다는 의도밖에 보이지 않는다. 경찰은 구 씨와 서울시향 직원 10명을 검찰에 넘기기로 했다. 검찰이 이들을 기소하면 서울시향 직원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구 씨는 피고인 신분이 된다. ‘인권 열사’라 할 만하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구 씨에게 네 차례나 출석을 요구했지만 그는 모두 불응했다. 구 씨는 미국 국적인 데다 현재 프랑스에 머물고 있어 강제 송환도 불가능했다. 구 씨가 진정 직원들의 인권을 옹호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하루빨리 자발적으로 귀국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 혹시 비행기 값이 부족하다면 나라도 기꺼이 보탤 수 있다. 누군가의 인권이 바로 세워질 수 있다면 그 정도는 아깝지 않다. 박훈상·사건팀 tigermask@donga.com}

2014년 12월 2일 서울시립교향악단 일부 직원들이 “박현정 대표(54·여)가 막말을 하는 등 인권을 유린했다”며 배포한 호소문에 대해 경찰이 ‘허위사실’이라고 밝혔다.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63)의 부인 구순열 씨(68)가 적극적으로 개입한 정황도 확인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1년여간 진행한 ‘서울시향 사태’ 수사 결과를 3일 발표했다. 핵심은 ‘서울시향을 지키고 싶은 직원 17명 일동’ 명의로 작성된 호소문의 내용이 거짓이라는 것이다. 경찰은 호소문을 작성해 배포하는 데 가담한 정 전 감독의 비서 백모 씨(40·여) 등 서울시향 직원 10명을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불구속 기소 의견)하기로 했다. 또 백 씨를 막후에서 지시한 정황이 포착된 구 씨도 같은 혐의로 기소중지 의견으로 송치하기로 했다. 구 씨는 현재 프랑스에 거주하고 있다.○ 호소문 작성 직원 7명은 가짜 서울시향 직원 윤모 씨(33·여)는 당시 호소문 배포 과정을 숨기기 위해 파일을 이동식저장장치(USB메모리)에 담아 지인에게 전달했다. 지인은 이를 익명이 보장되는 호주 e메일 계정을 이용하고 인터넷주소(IP주소)를 바꿔 발신하는 등 신중을 기했다. 그런데 경찰 수사 결과 호소문 작성에 참여했다는 17명 중 7명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가공의 인물이었다. 호소문에는 2014년 12월 29일 사퇴한 박 전 대표의 성추행과 막말 및 성희롱, 인사 전횡을 고발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박 전 대표는 졸지에 파렴치한 상사로 낙인찍혔다. 이어 피의자 곽모 씨(40)는 2013년 9월 26일 서울시향, 예술의전당 직원 14명이 모인 회식 자리에서 박 전 대표가 주요 부위에 접촉을 시도했다고 경찰에 고소까지 했다. 하지만 수사 결과 예술의전당 직원들은 “성추행이 전혀 없었고 화기애애하게 회식이 마무리됐다”고 진술했다. 호소문에 담긴 박 전 대표의 성희롱과 막말 발언도 허위인 것으로 드러났다. “너는 미니스커트 입고 나가서 음반 팔면 좋겠다”, “사손(회사 손해)이 발생하면 월급에서 까겠어. 니들 월급으로 못 갚으니 장기(臟器)라도 팔아야지 뭐” 등이다. 경찰은 “일부 피의자의 일방적 주장인 데다 진술도 크게 엇갈려 허위로 판단했다”며 “박 전 대표의 평소 언행에 대해 피의자를 제외한 다수 직원은 ‘직장에서 용인될 정도’라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피의자들은 박 전 대표가 인사위원회 의결 없이 특정인을 승진시키거나 지인의 자녀에게 보수를 지급했다고 주장했지만 조사 결과 절차상 흠이 없었고, 보수를 지급한 사실도 없었다.○ 정 전 감독 부인, 호소문 유포 지시 경찰은 백 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삭제된 문자메시지를 복원한 끝에 2014년 10월부터 2015년 2월까지 백 씨와 구 씨가 주고받은 670여 건의 문자메시지를 확인했다. 경찰이 문자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박 대표를 사회적으로 매장시켜라’, ‘현대사회에선 인권 이슈가 중요하다. 인권 침해 이슈만 강조해라. 절대 잊지 마라’ 등의 내용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 씨의 변호인은 “박 전 대표로부터 막말 등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의 사정을 듣고 이를 심각한 인권 문제로 파악해 이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도록 도와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주고받은 문자에는 인권 유린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내용은 없었고, 박 전 대표 퇴진, 정 전 감독의 서울시의회 증인 출석 및 재계약 등 세 가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대화가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박 전 대표의 개혁 드라이브에 반기? 경찰은 서울시향 일부 직원들이 박 전 대표를 퇴진시킬 목적으로 호소문을 만들어 배포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 배경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먼저 박 전 대표가 취임 후 성과주의를 강조하면서 업무가 과중해지자 직원들이 반기를 들었을 가능성이다. 삼성생명 마케팅전략그룹장, 여성리더십연구원 대표 등을 지낸 박 전 대표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정 전 감독이 삼고초려 끝에 영입해 2013년 2월 서울시향 첫 여성 대표로 취임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평소 직원들의 일처리 방식에 불만을 품고 엄하게 꾸짖어 직원들의 반감이 커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는 정 전 감독의 불투명한 예산 사용에 문제를 제기해 그와도 갈등을 빚었다. 평소 남편의 매니저 역할을 해온 구 씨가 남편과 박 전 대표의 갈등이 깊어지자 이번 사건에 개입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2월 기자회견에서 “정 감독의 지시라고 하면 규정을 어기는 것은 물론이고 예산 전용(轉用)도 예사”라며 “규정과 절차를 중시하는 나와 갈등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정 전 감독의 법률 대리인은 ‘경찰의 짜맞추기식 수사’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시향도 박 전 대표의 인권 침해를 인정한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의 결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박 전 대표는 “구 씨가 선의로 직원을 도와준 게 맞다면 한국에 돌아와 당당하게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전주영 기자}
한국 경찰이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공조 수사를 펼쳐 난민 신청자를 끌어들여 e메일 사기 행각을 벌인 나이지리아인 일당을 검거했다. 경찰청은 지난달 13일 미국 일리노이 주의 S의료기업 대표이사를 사칭해 부하 재무 담당자에게 ‘무역 거래 대금을 송금하라’는 내용의 e메일을 발송하고 국내 계좌로 15만 달러(약 1억8000만 원)를 입금받아 가로채려 한 F 씨(31) 등 3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범행 전 나이지리아로 출국한 우두머리 B 씨(30)는 추적 중이다. 이들은 e메일 발신자 이름을 임의로 변경할 수 있는 발신자 표시 변경 기능을 범행에 사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e메일을 확인할 때 계정 주소보다 발신자의 이름만 확인하는 습관과 심리를 공략한 사회공학적 해킹 수법이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소재 대학 유학생인 두 사람은 난민 신청자 H 씨(39)와 J 씨(25)를 고용하고 H 씨 명의로 입금 받을 외국환 계좌를 개설했다. 경찰 관계자는 “난민 신청 제도를 악용해 난민 신청자가 된 외국인이 외국환 계좌를 개설하고 범행에 가담하고 있다”며 “B 씨도 난민 신청자에게 큰돈을 벌 수 있다고 꾀어 조직으로 끌어들였다”고 말했다. B 씨 일당이 앞서 리비아 출신 난민 신청자를 포섭해 같은 수법으로 범행에 성공한 사실도 드러났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는 발 빠른 한국 경찰의 공조로 피해금을 전액 회수했다며 감사를 표했다. 경찰은 FBI 공조 요청을 받고 곧장 국내 은행과 공조해 특정 시간에 은행 방문을 유도해 일당을 검거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2014년 12월 박현정 전 대표의 인권유린을 고발하는 직원 일부의 호소문으로 시작된 ‘서울시향 사태’가 1년여 만에 경찰 조사를 통해 모두 허위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의 아내인 구모 씨가 “인권침해 이슈를 강조하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직원에게 보내는 등 적극적으로 범행을 지시한 정황도 포착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서울시향 박현정 대표 퇴진을 위한 호소문’을 작성해 서울시향 이사, 서울시 의원 등에 발송하는데 가담한 혐의(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로 서울시향 직원 백모 씨(40·여) 등 10명을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고 3일 밝혔다. 또 정명훈 전 예술감독의 비서인 백 씨에게 호소문을 유포하도록 지시한 정황이 포착된 구 씨를 같은 혐의로 기소중지 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다. 이날 경찰은 수사 브리핑을 통해 ‘서울시향을 지키고 싶은 직원 17명 일동’ 명의로 발표한 호소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경찰 조사 결과 직원 17명 중 7명은 모두 가공인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초기 7명이 부풀려진 사실을 확인하고 호소문 내용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시향 직원인 피의자 곽모 씨(40)는 2013년 9월 예술의 전당과 가진 회식 자리에서 박 전 대표가 과도한 음주 후 자신의 넥타이를 손으로 잡고 얼굴을 마주보고 왼손 바닥으로 주요 부위를 접촉 시도했다고 경찰에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회식 참석자 가운데 일부 피의자 이외 나머지 참석자들은 성추행과 같은 상황이 전혀 없었을 뿐만 아니라 화기애애하게 회식이 마무리 됐다는 일관적 진술이 있다”고 밝혔다. 또 당시 자리에 동석한 피의자는 회식 자리가 열린 방문 입구에서 이를 목격했다고 진술했지만 경찰 조사 결과 방문 입구에선 내부가 보이지 않았다. 서울시향 직원들은 박 전 대표가 “”너는 미니스커트 입고 니 다리로라도 나가서 음반팔면 좋겠다“, ”마담하면 잘 할 것 같아. 옆에서 아가씨 하구“ 등 성희롱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또 ”사손(회사 손해)이 발생하면 월급에서 까겠어. 니들 월급으로 못 갚으니 장기라도 팔아야지 뭐. 니들 몸 보호하려면 일 제대로 해“라고 박 전 대표가 수차례 막말한 것으로 호소문을 작성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10명이 박 전 대표로 들었다던 폭언과 성희롱 발언을 들었다는 일시와 장소가 크게 다르고, 일부는 동료 주장만 믿고 투서 작성에 참여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당초 서울시향 직원은 박 전 대표의 성희롱과 막말 발언이 담긴 녹취 파일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정명훈) 감독이 ‘굿 휴먼 비잉’이라고 깝죽거릴수가 있어“란 발언만 담긴 녹취 파일만 경찰에 제출했다. 박 전 대표의 인사전횡 관련 내용도 허위로 드러났다. 투서를 쓴 서울시향 직원들은 박 전 대표가 △특정인을 인사위원회 의결 없이 승진시키고 △지인의 제자를 비공개 채용했으며 △무보수 자원봉사자인 지인의 자녀에게 보수를 지급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경찰이 인사담당자 조사 및 인사자료를 검토한 결과, 인사위의 의결이 없었다는 내용은 실제 인사위의 심의를 거쳐 이뤄져 절차상의 하자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인의 제자를 비공개 채용했다는 내용도 박 전 대표의 과실이 아니었다. 경찰 관계자는 ”인사담당자가 이전 공무직 공채에서 아깝게 탈락했던 지원자를 공고 없이 예전 지원서류로 갈음해 계약직으로 채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무보수 자원봉사자도 보수가 지급된 정황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투서에 피의자 백 씨 주도로 정리된 인사전횡 부분이 법령과 절차를 확실히 따지지 않은 내용들이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 전 예술감독의 아내 구 씨가 백 씨에게 투서를 유포하도록 지시한 정황이 있는 600여 건의 문자메시지도 확인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구 씨와 백 씨가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에는 ”박 대표를 사회적으로 매장시켜라“, ”꼭 승리하겠습니다“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대사회에선 인권이슈가 중요하다. 인권침해 이슈만 강조하라. 절대 잊지 마라“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도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백 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삭제한 문자메시지 600건을 복원했다“며 ”백 씨가 박 전 대표의 전횡으로 힘들다고 호소하는 내용은 없고 박 전 대표의 퇴진 문제 등을 지시하는 내용만 담겨 있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 국적인 구 씨는 프랑스에 거주 중이다. 경찰이 4차례 출석요구를 했지만 구 씨는 응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문자메시지로 주고 받았기에 정확한 의미를 확인하기 위해선 구 씨의 수사가 꼭 필요했지만 응하지 않았다“며 ”정황이 확인되면 범행교사 혐의가 추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수사 결과에 대해 박 전 대표는 억울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2014년 12월 이후 사회적으로 매장됐다. 15개월동안 무덤 안에 매장됐다가 다시 꺼내진 기분이다“고 털어놨다. 박 전 대표는 ”직원들만 생각하면 사람이 무섭다“며 ”반성도 없고 미안함도 없는 그들을 보면서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건 개입 정황이 드러난 구 씨에 대해서는 ”구 씨가 꼭 한국에 왔어야 했다. 선의로 직원을 도와줬다고 생각한다면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
찌릿한 전류가 온몸을 타고 흘렀다. 눈앞의 팬티를 손에 넣어야 한다는 충동이 그를 사로잡았다. 주택가를 걷던 A 씨(43)는 담 너머 빨래 건조대에 걸린 빨간색 여자 팬티를 보고 이성을 잃었다. 순간 담을 넘어 팬티를 들고 달아났다. 이후 3시간가량 반경 100m 안을 맴돌며 5번이나 가정집에 침입했다. 경찰을 피해 담을 넘어 숨어도 팬티부터 찾았다. 방충망까지 뜯고 들어가 분홍색 팬티를 가져오기도 했다. A 씨는 “여자에게선 충동 욕구를 느끼지 못하는데 빨랫줄에 걸린 야한 팬티만 보면 흥분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초 부산의 한 주택가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부산지방경찰청 범죄행동분석관(프로파일러) 임흠규 경장은 ‘도대체 왜 속옷을 훔치는가’란 궁금증을 풀기 위해 A 씨를 면담했다. A 씨는 1990년 17세 때 동네 형이 여자 속옷을 입고 누워 있는 모습에 흥분을 느꼈다. 팬티 때문이었다. 2000년대 초 결혼해 아이도 낳아 잘 키우던 A 씨는 청소년 시절 강도, 폭력, 마약 전과 탓에 취업을 못 해 경제적으로 힘들었다. 그는 극심한 스트레스의 탈출구를 어릴 적 흥분의 기억에서 찾았다. 2006년 서른셋 나이에 속옷 절도 행위에 빠져들었다. 교도소를 들락날락하면서도 팬티 훔치기를 멈출 수 없었다. 임 경장의 연구에 따르면 다른 속옷 절도범도 이런 충동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번 시작하면 경찰에 붙잡혀 더이상 훔칠 수 없을 때까지 범행을 계속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력 범죄를 막기 위해 연쇄 속옷 절도범 연구가 필요하다. 임 경장은 “해외 연구에 따르면 성폭행 살인 등 성적 살인자의 40% 정도가 물품음란증이나 관음증에서 시작된 주거침입 절도 전과가 있었다”며 “해외에선 속옷 절도범을 치료가 필요한 대상으로 보고 연구하는 데 비해 국내에선 단순한 도벽으로 치부되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 경장이 연구한 ‘물품음란증에 대한 이론적·경험적 고찰’은 이달 발간 예정인 경찰청 ‘2016 범죄행동분석 연구’에 게재된다. 배용주 경찰청 과학수사관리관은 “프로파일러가 각자 범죄연구를 활발히 하고 결과물을 공유한다면 이상동기 범죄(일명 묻지마 범죄) 등 다양한 현대 사회 범죄의 예방책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물품음란증(페티시즘) ::개인의 성적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무생물체에 성욕을 느끼는 성도착증. 여성의 신체를 상징하거나 여성의 몸에 닿는 물건이 많고 속옷 절도가 대표적이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한국 경찰이 최근 발생한 필리핀 한인 사망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를 현지 공조 수사로 검거했다. 경찰청은 지난달 21일 필리핀 마닐라 외곽 카비테 주의 한 주택에서 집주인 한국인 박모 씨(68)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용의자 A 씨를 26일 현지에서 붙잡았다고 29일 밝혔다. 10대 후반인 현지 여성 A 씨는 7년 전 필리핀으로 홀로 건너간 지방대 교수 출신 박 씨 집에서 지난달부터 가정부로 일했다. 필리핀의 공조 요청을 받은 한국 경찰은 현장감식, 영상분석, 범죄분석, 법의학 등 4개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수사팀을 23일 현지에 파견했다. 지난해 12월 한인 건축업자 피살 사건에 이어 두 번째다. 수사팀은 마을 입구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사망 추정 시간에 A 씨가 마을을 다녀간 사실을 확인했다. 시신의 목과 가슴 등에 난 칼자국도 힘이 약한 여성이나 노인의 소행일 확률이 높았다. 이번 용의자 검거는 한국 경찰이 교민 보호를 위해 강력사건 발생 시 초동수사 단계부터 합동 수사하기로 필리핀과 협의한 결과다. 필리핀 현지에서 2014년 10명, 지난해 11명의 한인이 피살돼 현지 수사 협조가 필요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필리핀에서 사건 발생 5일 만에 살인 용의자를 특정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며 “A 씨가 범행을 부인하고 있지만 사건 현장에 있었던 만큼 사건 해결의 결정적인 단초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2011년 3월 김모 씨(49)는 황당한 사기 행각을 벌였다. 김 씨는 “교통카드를 쓰면 마일리지가 적립되는 제도를 사람들이 몰라 수십조 원의 현금이 교통카드 회사에 쌓여 있다”며 “투자만 하면 원금에 30%를 더한 금액을 현금으로 돌려주겠다”고 속여 65명을 모았다. 그는 수십억 원을 챙겨 2011년 5월 중국으로 도피했다가 4년 6개월 만에 검거됐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의 여자친구가 탈북자라 중국에 지인이 많아서 그곳으로 도피했다”며 “범죄자가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을 도피처로 많이 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젠 국내 범죄자의 ‘중국 도피’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23일 중국 도피 범죄자를 막기 위해 중국 공안부와 공조 수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이날 중국 베이징 공안부를 방문해 멍훙웨이(孟宏偉) 공안부 부부장과 회담을 하고 ‘한중 연합 도피사범 집중단속’ 공조 강화를 약속했다. 양국은 2013년 6월부터 집중단속 협약을 맺고 ‘맞교환’ 방식으로 상대방이 요청한 주요 범죄자를 검거해 송환하고 있는데 더욱 치밀하고 체계적으로 공조해 도피를 막겠다는 것이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인 범죄자 100명, 중국인 범죄자 26명이 본국으로 송환됐다. 해마다 국내 범죄자의 해외 도피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미국 다음으로 많이 도피하는 국가다. 법무부에 따르면 해마다 80여 명이 검경 수사 단계에서 중국으로 도피했다. ‘희대의 사기범’ 조희팔도 2008년 12월 중국으로 밀항한 뒤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고 그의 측근 강태용(54)도 중국으로 도피했다가 검거됐다. 김형식 서울시의원의 사주를 받아 청부살해를 저지른 팽모 씨(45)도 중국으로 도피했었다. 최근에는 중국에 기반을 두고 국내를 상대로 전화금융사기나 온라인 도박 등을 벌이는 범죄자도 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한국 교민이 많아 적응하기 편하고 중국인과 생김새가 비슷해 범죄자가 숨어들기 쉽다”고 설명했다. 양국 공조로 중국인 범죄자의 한국 도피도 막을 수 있다. 2013년엔 중국 최대 폭력조직 ‘흑사회’ 부두목이 한국으로 도피했다가 도피사범 공조 수사로 검거됐다. 경찰 관계자는 “중국인 도피사범은 대부분 신분을 감추고 조용히 숨어 있지만 추가 범죄를 저지를 위험성이 크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이버범죄 공동수사팀 구성, 과학수사 기술 교류 확대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강 청장은 “범죄자는 어디에 가더라도 검거된다는 경각심을 일깨우겠다”며 “양국 인적 교류가 계속 늘고 있는 만큼 상대국 교민의 안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마약류 사범에 대한 경찰의 특별단속 결과 무직자가 가장 많이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은 지난해 11월 16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연말연시 마약류 사범 특별단속을 실시해 마약류 사범 1512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460명을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마약류 사범의 직업은 무직자가 771명(51%)으로 가장 많았다. 경찰 관계자는 “중독 상태에서 정상적인 직업을 구하기 어렵고, 마약 구매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불법적인 일을 하기 때문”이라며 “대부분이 한창 일할 30, 40대라 마약이 한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무직 다음으로 회사원, 노동자, 유흥업 종사자 순으로 드러났다. 마약사범들이 사용하는 마약은 필로폰(메스암페타민)이 1068명(70.6%)으로 가장 많았다. 경찰 관계자는 “밀반입된 필로폰 대부분이 중국에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며 “단속 결과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적발된 필로폰이 늘고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기프트카드 정보가 유출된 대형 카드회사 A사와 B사가 한 달이 넘도록 피해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데다 경찰 수사가 진행되자 피해자들의 기프트카드에 피해금액을 몰래 채워 넣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이들 카드사가 사고를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A사에 고객들의 ‘기프트카드 잔액이 없어졌다’는 민원이 접수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초이다. 이에 A사는 지난해 12월에 이미 자사 홈페이지에서 잔액 조회 시도가 급증했다는 사실을 토대로 기프트카드가 부정 사용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런데도 지난달 19일에야 금융감독원에 관련 사실을 보고했다. B사 역시 1월 말경에 금감원에 기프트카드 도용 사실을 알렸다. 두 회사는 또 잠재적인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기프트카드 이용자들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무기명 카드의 특성상 피해 고객에게 직접 알릴 수 없더라도 홈페이지 등을 통해 피해 사실과 후속 조치를 알리는 게 금융회사의 도리인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두 회사가 정보가 해커들에게 노출돼 돈이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되는 카드에 민원이 제기되기도 전에 피해금액에 해당하는 돈을 슬그머니 채워 넣은 것도 논란거리다. B사 관계자는 “부정사용이 의심되는 카드는 지난달 말에 잔액을 모두 채워 넣고 회사비용으로 처리했다”고 실토했다. 카드사들은 하지만 19일 금감원이 피해 보상 대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기 전까지 이 같은 선(先) 보상 사실을 금감원에 알리지 않아 민원 건수나 피해 규모를 줄이기 위해 미리 손을 쓴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기프트카드 정보 유출 사실이 알려지자 기프트카드 도매상이 많은 서울 명동의 상품권 매매 업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왔다. 기프트카드 잔액이 보유자 몰래 감쪽같이 사라지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기 때문이다. 해커 조직에 정보가 유출돼 돈이 빠져나간 기프트카드를 팔았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상품권 매매업자 C 씨는 지난해 12월 말 50만 원짜리 기프트카드 20장을 고객에게 팔았다. 며칠 뒤 이 고객은 20장 중 10장의 잔액이 ‘0원’인 사실을 알고 경찰에 C 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C 씨는 “카드사에 찾아가 항의했지만 당시엔 ‘기프트카드 관리를 제대로 안 한 것 아니냐’는 답만 들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여신금융협회는 기프트카드의 부정사용을 막기 위한 대책을 19일 발표했다. 앞으로 카드사 홈페이지에서 기프트카드 잔액을 조회할 때 5회 이상 오류가 발생하면 카드 이용을 차단할 예정이다. 또 실물 카드의 경우 CVC번호와 마그네틱선 일부를 보안스티커로 막아 이미 사용된 카드가 유통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김철중 tnf@donga.com·박훈상 기자}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해 11월 14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투쟁대회에 참가한 민노총 간부 이모 씨(45)를 특수공무집행방해, 특수공용물건손상, 범인도피 혐의로 19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경찰버스를 파손하는 데 쓰인 밧줄과 사다리를 구입해 집회 참가자들에게 배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집회 당일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을 체포하려는 경찰관을 폭행하고 도피를 도운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는 밧줄 판매업체를 찾아가 가명을 대고 ‘연극에 사용한다’며 용도를 속이는 등 경찰 추적을 사전에 피하려 했다”며 “일부 참가자의 우발적인 폭력시위가 아닌, 사전에 민노총 간부 등에 의해 철저히 기획된 불법 폭력시위임이 드러났다”고 말했다.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
경찰이 학습지 교사 320여 명을 2년 이상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했다가 결국 무혐의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수사 책임자를 인사 조치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013년 7월 중국어 학습지 교육업체 소속 학습지 교사인 중국동포 김모 씨 등 320여 명을 불법 과외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수사 초기에 강습비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교육부의 의견을 바탕으로 수사를 진행했지만, 추가로 교육부에 의견을 물은 결과 처벌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답변을 받아 지난해 말 무혐의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설명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2년 이상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한 경찰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이 같은 사실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결국 강신명 경찰청장이 진상 파악을 지시해 올해 1월 해당 국제범죄수사대장(경정급)과 수사팀장, 담당 수사관을 인사 조치했다. 서울청 관계자는 “320여 명을 입건해 수사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고, 교육부에 관련 규정을 질의하고 (두 번째 질의의) 답변을 받는 데도 8개월 이상 걸렸다”며 “세심하게 수사를 하지 못한 부분은 인정한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