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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문제와 정답 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A 씨의 쌍둥이 딸의 내신 성적이 급상승한 기간 동안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고사 성적은 급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울시교육청에서 받은 특별감사 자료에 따르면 쌍둥이 중 언니의 국어 내신 성적은 1학년 1학기 전교 107등에서 2학년 1학기 전교 1등으로 수직 상승했다. 반면 모의고사 성적은 1학년 9월 전교 68등에서 2학년 3월 459등으로 추락했다. 영어는 내신 성적이 1학년 1학기 132등에서 2학년 1학기 전교 1등으로 크게 올랐지만 모의고사 성적은 1학년 1등급에서 2학년엔 2등급으로 하락했다. 수학은 내신이 1학년 1학기 전교 77등에서 2학년 1학기 전교 1등으로 급상승한 반면 모의고사 성적은 1학년 149등에서 2학년 121등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쌍둥이 중 동생 역시 내신 성적이 급상승했지만 모의고사 성적은 내려가거나 상승폭이 적었다. 국어 내신 1학년 1학기 전교 성적은 82등을 차지했지만 2학년 1학기에 전교 1등이 됐다. 반면 모의고사는 1학년 130등에서 2학년 301등으로 크게 떨어졌다. 같은 기간 영어 내신은 188등에서 전교 8등이 됐지만 모의고사는 1등급에서 2등급으로 하락했다. 수학은 내신이 전교 265등에서 1등으로 향상됐고, 모의고사는 300등에서 96등으로 올랐다. 8월 21일 특별감사 당시 A 씨는 ‘상승한 내신 성적에 비해 모의고사 성적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질문에 대해 “두 딸이 모의고사에 대비해 따로 준비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성적이 급상승한 원인에 대해선 “수학클리닉 도움과 자발적인 노력이라고 추측한다”고 말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9일 발생한 화재로 거처를 잃은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거주자 가운데 일부가 또다시 스프링클러가 없는 고시원으로 이주한 것으로 밝혀졌다. 11일 서울 종로구 등에 따르면 국일고시원 거주자 가운데 18명이 인근 고시원 등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런데 종로구가 추천한 고시원 7곳 가운데 1곳, 거주민 본인이 원해서 입주한 고시원 1곳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일고시원 화재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고, 화재 초기 진화에 실패한 것이 대형 참사로 이어진 주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종로구 관계자는 “이 2곳의 고시원으로 이주한 사람들에게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설득하고 있다”며 “국일고시원에서 내던 월세에 맞춰 실거주 비용을 지원하기 때문에 싼 방을 원하는 이재민이 있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긴급 주거 지원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의 임시 사용’ 규정에 따라 필요성이 인정되면 이번 화재로 살 곳을 잃은 피해자들을 인근 공공임대아파트 등에 입주시킬 계획이다. 또 서울시는 15일부터 내년 2월까지 고시원 5840곳과 소규모 건축물 1675곳을 대상으로 안전 점검을 하기로 했다.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 및 비상구와 피난 경로 장애물 적치 여부 등이 주요 점검 대상이다. 앞서 서울 종로경찰서는 10일 오전 정확한 발화 지점과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등이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고 11일 밝혔다.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최대 3주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30여 명으로 전담팀을 편성해 건축, 소방 관련법 위반 등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국일고시원에는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 사항이 아니지만 문제점이 없었는지 엄밀히 검토한 뒤 건물주의 소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구특교 kootg@donga.com·한우신 기자}
“방송진행자(BJ)가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나서 음주운전을 하며 이동 중이에요. 수천 명이 방송을 시청하고 있는데 차량 번호는 잘 모르겠어요.” 2일 오전 9시경 BJ 임모 씨(26·여)가 진행하는 인터넷 방송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던 한 시청자가 경찰에 신고한 내용이다. 임 씨는 이날 새벽부터 염모 씨(29)와 함께 서울 강남구의 한 술집에서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오전 8시경 술집을 나온 임 씨는 자신의 파란색 미니쿠페 차량을 운전했고, 염 씨는 옆자리에 동승했다. 경찰의 음주운전 특별단속 기간(11월 1일∼내년 1월 31일)을 비웃기라도 하듯, 여러 명이 시청하는 방송에서 음주운전을 하는 모습을 고스란히 생중계한 것.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인터넷 방송 BJ들이 모텔에서 방송을 자주 한다는 점에 착안해 인근 모텔 8곳을 집중 수색했다. 경찰은 오전 10시경 술집에서 약 700m 떨어진 A모텔 주차장에서 차량 보닛에 열기가 남아 있는 파란색 미니쿠페 차량을 발견했고, 투숙 중이던 두 사람을 검거했다. 음주 측정 결과 임 씨는 면허정지(혈중 알코올 농도 0.03% 이상∼0.1% 미만)에 해당하는 0.086%로 나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임 씨는 음주운전 혐의로, 동승자 염 씨는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각각 입건했다고 11일 밝혔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9일 새벽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3층에서 불이 나 거주자 7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대부분 일용직 근로자, 기초생활수급자 등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던 피해자들은 5∼10m²(약 1.5∼3평) 남짓한 방에서 자다가 참변을 당했다. 이들이 “불이야”라는 소리에 방 밖으로 나왔을 때 유일한 탈출 통로인 출입구는 불길로 막혀 있었다. 출입구와 가장 가까운 방에서 불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지은 지 35년 된 건물에 비상구는 없었다. 아비규환의 상황에서 완강기는 무용지물이었다. 일부 거주자만 불에 달궈진 가로 60cm, 세로 30cm의 창틀 사이로 빠져나와 배관 등을 타고 탈출했을 뿐이다. 올 1월 종로구 쪽방여관 화재 때도 투숙객들은 자물쇠로 잠긴 비상문과 쇠창살이 설치된 창문에 가로막혔다. 일용직, 퀵서비스 배달원 등 6명이 숨졌다. 이후 저소득층 숙소의 화재 안전이 도마에 올랐지만 10개월 동안 달라진 건 없었다. 소방 당국과 경찰에 따르면 불은 이날 오전 5시경 고시원 301호실에서 시작됐다. 이 방에 사는 박모 씨(72)가 쓰던 전기난로에서 불이 났다. 3층은 폭 1m 남짓의 좁은 복도를 사이에 두고 방 29개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경찰은 “박 씨가 이불로 불을 꺼보려다 불이 이불로 옮겨붙자 탈출했다. 방문이 열려 있어 확산이 빨랐다”고 밝혔다. 이 고시원 건물에는 스프링클러가 없다. 현행법상 2009년 7월 이전부터 운영된 고시원은 설치 의무가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 고시원은 2015년 서울시의 고시원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하지만 건물주가 동의하지 않아 설치가 무산됐다”고 밝혔다. 비상벨은 불길이 가장 거셌던 출입구 쪽에 있어서 아무도 누르지 못했다. 방마다 설치된 화재경보기에서도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다고 주민들은 전했다.김은지 eunji@donga.com·구특교 기자}
시험 문제와 답안 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A 씨의 쌍둥이 딸이 자퇴서를 제출하자 숙명여고 학부모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학부모와 졸업생으로 구성된 ‘숙명여고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8일 “‘자퇴는 괴물이 되는 길’, 더 이상 괴물이 되지 말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비대위는 “지금 필요한 것은 (자퇴가 아닌) 사과와 퇴학 조치”라며 “학교와 쌍둥이 딸이 더 이상 국민적 혐오 대상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자퇴가 아니라 퇴학을 시켜야 두 딸의 성적이 0점 처리되고 다른 학생들의 성적이 재산정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가 쌍둥이 딸을 퇴학 처리한다는 것은 A 씨와 쌍둥이 딸의 시험지 유출 의혹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학교 규정에 따라 0점 처리가 가능해져 다른 학생들의 성적도 재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2학년 1학기 성적이 0점 처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쌍둥이 딸이 자퇴하면 다른 학교로 전입학해 2학년 2학기부터 학업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비대위는 “(쌍둥이 딸의) 2학년 2학기 중간고사 성적이 떨어져서 (향후) 좋은 대학에 지원할 수 없게 될 것을 우려해 자퇴서를 제출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됐던 민주평화당 이용주 의원(50)이 8일 만에 경찰 조사를 받았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 의원이 8일 오후 8시 반경 출석해 약 30분간 조사를 받은 뒤 귀가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경찰 조사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지난달 31일 오후 11시 5분경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남단 교차로 인근에서 면허정지(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 0.1% 미만)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089%로 운전하다 적발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 의원은 적발 당시에는 “여의도에서부터 운전을 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대리기사를 불러 여의도에서 서초구 반포동 자택으로 갔고, 집에서 쉬다가 약속이 생겨 내가 운전했다”고 진술했다. 이 의원은 “적발 당시에는 경황이 없어 제대로 말을 못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음주운전으로 적발되기 9일 전인 지난달 22일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취지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이른바 ‘윤창호법’) 발의에 참여했다. 자신의 블로그에는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닌 살인행위”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시험 문제와 답안 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A 씨의 쌍둥이 딸이 숙명여고에 자퇴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숙명여고는 쌍둥이 자매가 1일 학교에 자퇴서를 제출해 승인 여부를 고려 중이라고 7일 밝혔다. 두 딸이 자퇴서를 낸 시점은 경찰이 A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기 하루 전날이다. 학교 측은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문제인 만큼 다각도로 상황을 고려하고 절차 등을 따져본 뒤 (자퇴) 승인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학부모와 학생들에 따르면 문과생인 쌍둥이 언니는 5일부터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이과생인 쌍둥이 동생은 지난달 6일과 14일 진행된 경찰 소환 조사 중 호흡 곤란 등의 이유로 병원에 이송된 이후 학교에 나오지 않고 있다. 현재 2학년 2학기에 재학 중인 쌍둥이 딸이 자퇴를 하면 복학이 가능하다. 시험 문제 유출 혐의가 인정돼 두 딸의 기존 2학년 1학기 성적이 0점 처리가 될 경우 자퇴 후 2학년 1학기로 복학해 다시 시험을 칠 수가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다만 쌍둥이 딸이 자퇴한 뒤 다른 학교에 복학하더라도 재판 등을 통해 두 딸의 범죄 혐의가 확정될 경우 다른 학교에서도 퇴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학부모 B 씨는 “A 씨와 두 딸이 생활기록부에 범죄 사실이 기록되기 전에 미리 자퇴를 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한편 법원은 증거인멸 우려 등의 이유로 6일 A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되는 15일 이전에 수사를 마무리하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구특교 kootg@donga.com·조유라 기자}

초대형 태풍 ‘위투’가 24, 25일(현지 시간) 사이판섬을 강타해 대부분의 지역이 폐허로 돌변하면서 한국인 관광객 1800여 명이 오도 가도 못하는 노숙인 신세가 됐다. 현지 공항은 폐쇄됐으며 숙박시설이 부족해 많은 관광객들이 호텔 로비나 사무실 등에서 뜬눈으로 밤을 보내야 했다. 물과 전기 공급이 끊기고 식당도 상당수 운영이 중단돼 임산부나 노약자들은 건강에 위협을 받고 있다. 가족 여행을 왔다가 한순간에 ‘난민 가족’이 된 관광객은 정부의 소극적인 대처에 불만을 터뜨렸다. ‘안전에 유의하라’는 원론적 수준의 로밍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 외에 다른 초동대응이 없었다는 것이다. 관광객들은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숙박 정보나 구호물품 등을 주고받으며 ‘자력갱생’했다. 제26호 태풍 ‘위투’는 최대풍속이 초속 58m에 이르는 초대형 태풍이다. 이 태풍으로 가로수와 전신주가 도미노처럼 쓰러지고 건물 지붕이 뜯겨 날아갔다. 현지 여성(44세) 한 명이 숨졌고, 133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사이판 국제공항은 24일 폐쇄돼 한국인 관광객들의 발이 묶였다. 사이판으로 신혼여행을 온 김모 씨(25·여)는 “한순간에 숙소 천장이 무너지고 유리창이 깨졌다. 유리창이 추가로 깨지는 것을 막으려고 침대와 소파를 창문 앞에 세워놓고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고 말했다. 조모 씨(36·여)는 “비바람이 워낙 거세 건물이 흔들렸다. 방이 무너질까 봐 여권만 챙겨 뛰쳐나왔다”고 했다. 대부분의 숙소는 물과 전기가 끊겼다. 휴대전화 등 통신 연결이 원활하지 않아 외부와 연락하기도 쉽지 않다. 호텔 저층이 발목까지 물이 차 고층으로 올라가 복도에서 대기하는 투숙객도 많았다. 귀국길이 막혀 열악한 숙소라도 구해야 하지만 이마저 ‘하늘의 별 따기’다. 방이 필요한 관광객이 폭증한 데다 집을 잃은 현지인까지 숙소 확보에 나선 탓이다. 방값은 2배까지 치솟았다. 한 관광객은 “비싼 방값도 문제지만 방 자체가 없어 무작정 기다려야 한다. 일단 구해도 기간 연장이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생필품 물가도 폭등했다. 1.75달러이던 생수 한 병이 3배가량 오른 5달러에 팔린다. 관광객 금모 씨(24·여)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부서져 인출도 못 한다. 비행기가 며칠 더 못 뜨면 굶으며 노숙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 태교여행-효도관광 왔다가… “숙소 복도서 뜬눈으로 밤새워” ▼ 사이판에 고립된 한국인 관광객 중에는 가족 단위 여행객이 많다. 인천공항에서 직항으로 4시간 거리인 사이판은 연간 20만 명 정도가 방문하고, 특히 태교 여행이나 효도 관광지로 인기가 높다. 이 때문에 현지에 고립된 관광객 중에는 신혼부부나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온 가족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직장인 최모 씨(34·여)는 “몇 년간 돈을 모아 아이 데리고 떠나온 첫 해외여행인데 이렇게 갇혀버렸다. 묵을 곳도 없고 갑자기 오른 물가를 감당하려면 빚내서 귀국하게 생겼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노인, 임산부 등 노약자들은 제때 챙겨 먹어야 할 약이 떨어지거나 아수라장 속에서 안정을 취하지 못해 고통을 호소했다. 영유아를 데리고 온 부부들은 기저귀가 떨어져 손으로 빨아서 재사용하며 버텼다. 정부는 태풍 전후 현지 관광객들에게 두 차례 긴급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24일 ‘태풍 통과로 공항 폐쇄 예정, 신변안전 유의’, 25일 ‘태풍 통과에 따라 공항 폐쇄, 항공기 일정 변경 등에 유의, 항공기 일정은 각 항공사 홈페이지 참조 요망’ 등 2건이었다. 하지만 원론적인 안내에 불과해 관광객들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의료 지원이나 항공편 이용 등 실질적인 정보는 제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관광객 서모 씨(20·여)는 “25일 외교부 영사콜센터에 항공편이나 공항 이용에 대해 문의했지만 ‘모르겠다’ ‘항공사에 문의하라’는 무책임한 답변만 들었다. ‘사이판에 태풍이 심각하냐’고 되물으며 안이한 인식을 보였다”고 말했다. 관광객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단체대화방을 개설해 빈 객실이 있는 숙소와 생필품 물가 등 정보를 공유했다. 일부 관광객들은 서로 필요한 물품을 주고받았다. 신혼여행 중인 임신부 박모 씨(27)는 “숙소, 식사 등 모든 게 불안정해 몸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졌다. 철분제가 필요해 다른 임산부들에게 수소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이판 공항은 27일까지 시설 보수를 끝내고 이르면 28일부터 일부 구간 운영을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항공사들은 귀국 항공기 운영 일정을 아직 잡지 못하고 있다. 사이판에 취항 중인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가운데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각각 31일과 28일까지 결항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군 수송기를 사이판에 파견해 관광객들의 귀환을 돕기로 하는 등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외교부 등 관계기관은 26일 대책회의를 열고 사이판 공항 재개가 늦어질 경우 27일 군 수송기 1대 파견을 추진하기로 했다. 군 수송기는 사이판에서 괌으로 우리 국민을 수송한다. 괌에서 한국까지는 국적 항공기를 추가 편성해 귀환을 도울 계획이다. 군 수송기는 최대 90명이 탈 수 있으며 하루 2회 운항한다. 정부는 임산부 등 노약자부터 우선 수송한 뒤 필요하면 추가 파견을 검토할 계획이다. 관광객들은 “1800여 명이 고립되어 있는데 하루 최대 수송인원이 180명뿐이라면 나머지는 어떡하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등은 출발일 기준 11월 말까지 사이판 여행상품을 예약한 고객에게 취소 수수료 없이 100% 환불 처리를 할 방침이다. 구특교 kootg@donga.com·김정훈·신나리 기자}

시험지 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전 교무부장 A 씨의 쌍둥이 딸이 다니는 숙명여고에서 2학기 중간고사 성적표가 전달되면서 학생들과 경찰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학생들은 쌍둥이 딸의 시험 등수 확인에 나섰고, 경찰은 두 학생의 2학기 성적과 1학기 성적을 비교 분석하고 있다. 서울 수서경찰서와 숙명여고에 따르면 23일 학교는 지난달 28일부터 일주일간 치러진 2학기 중간고사 성적표를 학생들에게 전달했다. 2학기 중간고사 성적표에는 석차가 나와 있지 않다. 다만 학생들이 개인적으로 담임교사에게 물어보면 본인의 석차는 확인해준다고 한다. 이 때문에 2학년 쌍둥이 딸과 같은 반 학생들은 한 명 한 명 본인 성적을 확인한 뒤 두 딸의 석차를 추적하고 있다. 각 학생의 등수를 서로 맞춰 보면서 비어 있는 등수를 찾는 방식이다. 학생들은 쌍둥이 딸의 2학기 중간고사 성적은 각각 문과 이과 전체 1등을 차지했던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성적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학부모들은 학교가 시험지 유출 의혹을 규명하는 데 소극적이어서 학생들이 직접 해결책을 찾고 있다고 지적했다. 쌍둥이 딸과 같은 반에 다니는 한 학생의 학부모는 “학교 측이 사태 해결에 적극적이지 않고 수사도 지연되다 보니 답답한 마음에 학생들이 직접 증거를 찾아나서는 것 같다. 보기에 참 안쓰럽다”고 말했다. 경찰도 숙명여고로부터 쌍둥이 딸의 2학기 중간고사 성적을 24일 전달받아 분석 작업을 시작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25일 ‘독도의 날’을 앞두고 ‘독도 1호 박사’인 고 박관숙 전 연세대 법학과 교수(1921∼1978)의 학덕비(學德碑)가 34년 만에 제자리를 찾았다. 본보 보도(2016년 10월 24일자 A25면) 이후 2년 만이다. 울릉군은 초기 독도 연구자의 노력과 공적을 기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20일 울릉읍 독도박물관 인근에서 학덕비 제막식을 가졌다. 이 행사에는 김병수 울릉군수와 심보균 행정안전부 차관, 유가족, 학덕비 제작에 참여한 성인숙 씨 등이 참석했다. 울릉군청의 한 창고에 보관된 채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던 학덕비가 제자리를 찾기까지 34년이 걸렸다. 박 교수를 기리는 학덕비는 박 교수가 세상을 떠난 뒤 ‘성균관대 독도를 사랑하는 학우들의 모임’이 1984년 제작했다. 이들은 독도에 학덕비를 세울 계획이었지만 천연기념물인 독도의 특성 때문에 건립 작업이 무산됐다. 이후 유가족과 학덕비 제작자들이 ‘학덕비를 세워 달라’고 관계기관에 꾸준히 요청했고, 본보 보도 등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면서 마침내 학덕비가 세워졌다. 박 교수는 독도의 법적 지위에 대한 연구를 통해 ‘독도는 한국 땅’이라는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한평생을 바친 인물로 평가된다. 평안북도가 고향인 박 교수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독도의 법적 지위에 대한 연구’로 1968년 연세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저서와 논문, 기고문 등 100여 편에 이르는 독도 관련 집필 활동을 하며 ‘독도는 대한민국 영토’라는 점을 밝히는 데 매진했다. 박 교수의 사촌동생인 박관주 씨(85)는 24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30여 년간 잊혀졌던 학덕비가 독도의 날을 맞아 세상에 빛을 보게 돼 더욱 뜻깊다”며 “형(박 교수)의 노고가 헛되지 않게 독도가 대한민국 영토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야 한다”고 밝혔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전 교무부장 A 씨의 쌍둥이 딸이 부정을 저질러서 다른 학생들의 성적이 밀려나게 됐어요.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린다면 이미 학생들은 졸업한 뒤예요. 빨리 쌍둥이 딸의 시험 점수를 0점 처리해서 학년이 바뀌기 전에 (성적을) 되찾고 싶다는 겁니다.” 22일 오후 4시경 서울 강남구 숙명여고의 한 회의실. 학교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한 학부모가 목소리를 높이며 학교 측에 두 학생의 ‘0점 처리’를 강하게 요구했다. 이날 회의는 교장과 교직원, 학부모 등 1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 반 동안 진행됐다. 시험지 유출 의혹이 이 회의 정식 안건은 아니었지만 학부모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A 씨와 쌍둥이 딸을 조속히 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학교 측은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교칙상 조치를 할 수 없다. 기다려 달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설전이 오갔다.○ “3학년 전 0점 처리” vs “대법원 판결 기다려야” 본보가 단독 입수한 숙명여고 운영위원회 회의 녹취 파일에 따르면 학부모들이 가장 강력하게 요구한 부분은 학년이 바뀌기 전에 현재 2학년인 쌍둥이 딸의 점수를 0점 처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A 씨를 파면해야 한다’ ‘학교 측이 공식 사과문을 발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부모도 있었다. ‘강남 8학군’에 위치한 숙명여고의 내신 경쟁은 치열하다. 문·이과 전교 1등인 쌍둥이 딸의 성적이 0점 처리된다면 다른 학생들은 등수가 올라가 내신 등급이 바뀔 수 있다. 회의에 참여한 학부모 B 씨는 “내신 등급의 경계선에 있는 학생들은 등수 하나 차이로 등급이 바뀔 수 있고, 갈 수 있는 대학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래서 올해 두 학생의 성적을 0점 처리해야 내년에 수시 지원을 할 때 다른 학생들에게 유리하다는 게 학부모들의 생각이다. 학부모 C 씨는 “퇴학은 나중에 시키더라도 성적 정정만큼은 학년이 바뀌기 전에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교장은 “대법원 판결 전까지 학교가 징계할 근거가 없다. 그 전에 학교가 임의대로 (0점 처리하는 것은) 성적 조작이 된다”고 말했다. ○ 시교육청 “확정 판결 전 쌍둥이 딸 징계 가능” 두 학생에 대한 징계는 교직원 5∼10명으로 구성되는 학교 선도위원회(선도위)에서 결정한다. ‘2018년 숙명여고 학생생활지도 징계기준’에는 ‘고사 중 부정행위를 했거나 동조한 학생’은 해당 시험을 0점 처리하도록 돼 있다. 이를 근거로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수사 결과를 통해 명백한 부정행위가 드러나고 학생 과실이 입증되면 0점 처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 7월 광주의 한 고교에서도 학교 운영위원장 D 씨가 시험지를 빼돌려 자녀에게 건넨 것이 밝혀지자 학교 측에서 자녀의 시험 점수를 0점 처리했다. 또 쌍둥이 딸의 징계와 관련해 학교 측은 “학생생활지도 징계기준에 따라 ‘형법상 유죄로 판결된 학생’에 대해서만 퇴학 처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징계 기준에는 ‘부정행위를 목적으로 시험 문제를 사전에 절취하거나 절취 후 누설한 학생’에 대해 최대 퇴학 조치가 가능하다는 조항도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선도위는 법원 판결과 별개로 퇴학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장은 23일 본보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학부모들의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규정상 ‘형법상 유죄가 확정된 경우 퇴학’이다. 위법을 하며 처벌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유죄 확정 뒤 징계’ 방침을 고수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전 교무부장 A 씨의 쌍둥이 딸이 부정을 저질러서 다른 학생들의 성적이 밀려나게 됐어요.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린다면 이미 학생들은 졸업한 뒤에요. 빨리 쌍둥이 딸 시험 점수를 0점 처리해서 학년이 바뀌기 전에 (성적을) 되찾고 싶다는 겁니다.” 22일 오후 4시경 서울 강남구 숙명여고의 한 회의실. 학교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한 학부모가 목소리를 높이며 학교 측에 두 학생의 ‘0점 처리’를 강하게 요구했다. 학교 측이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교칙상 어떤 조치도 할 수 없다”고 밝힌 뒤였다. 이날 회의는 교장과 교직원, 학부모 등 1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 반 동안 진행됐다. 이번 회의의 주요 논의 대상은 시험지 유출 의혹과 관련해 A 씨와 쌍둥이 딸에 대한 학교 측의 징계 여부였다. 학부모들의 항의가 이어졌지만 학교 측은 “대법원 판결을 기다려 달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설전이 오갔다.● “3학년 전 0점 처리” vs “대법원 판결 기다려야” 본보가 단독 입수한 숙명여고 운영위원회 회의 녹취 파일에 따르면 학부모들이 가장 강력하게 요구한 부분은 학년이 바뀌기 전 2학년인 쌍둥이 딸의 점수를 0점 처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강남 8학군’에 위치한 숙명여고의 내신 경쟁은 치열하다. 그런데 현재 2학년 학생들이 3학년이 되는 내년에 성적이 정정되면 수시 지원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학부모들은 우려한다. 회의에 참여한 학부모 B 씨는 “퇴학은 나중에 시키더라도 성적 정정만큼은 학년이 바뀌기 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교장은 “대법원 판결 전까지 학교가 징계할 근거가 없다. 그 전에 학교가 임의대로 (0점 처리하는 것은) 성적 조작이 된다”고 말했다. 학부모 C 씨는 “내신 등급의 경계선에 있는 학생들은 등수 하나 차이로 등급이 바뀔 수 있고, 갈 수 있는 대학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우려했다. ‘A 씨에게 월급을 주지 말아야 한다’ ‘학교 측이 공식 사과문을 발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부모들도 있었다.●시교육청 “확정 판결 전 쌍둥이 딸 징계 가능” 두 학생에 대한 징계 처리는 학교 선도위원회(선도위)에서 결정한다. 선도위는 5~10인으로 교직원으로 구성되고 위원장은 교감이 맡는다. ‘2018년 숙명여고 학생생활지도 징계기준’에는 ‘고사 중 부정행위를 했거나 동조한 학생’은 해당 시험을 0점 처리하도록 돼 있다. 이를 근거로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수사 결과를 통해 명백한 부정행위가 드러나고 학생 과실이 입증되면 0점 처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 7월 광주의 한 고교에서도 학교 운영위원장 D 씨가 시험지를 빼돌려 자녀에게 건넨 것이 밝혀져 자녀의 시험 점수가 0점 처리됐다. 당시 경찰 수사와는 별개로 학교는 부정행위를 확인한 뒤 징계했다. 또 쌍둥이 딸의 퇴학 처리 여부와 관련해 학교 측은 “학생생활지도 징계기준에 따라 ‘형법상 유죄로 판결된 학생’에 대해서만 퇴학처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징계기준에는 ‘부정행위를 목적으로 시험 문제를 사전에 절취하거나 절취 후 누설한 학생’에 대해 최대 퇴학 조치가 가능하다는 조항도 있다. 수사 결과가 나오면 선도위에서 이 조항을 두 학생에게 적용할지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선도위는 법원 판결과 별개로 퇴학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며 “다만 사건이 사회적인 주목을 받고 있고 두 학생이 혐의를 부인하는 만큼 학교 측이 신중한 자세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아이돌그룹 ‘카라’ 출신 구하라 씨(27·여)의 전 남자친구 최모 씨(27)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최 씨에 대해 19일 강요와 협박, 상해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서울중앙지검은 22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경찰은 최 씨가 구 씨와의 성관계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을 구 씨에게 보내며 ‘연예인 인생 끝나게 해주겠다’는 취지로 발언하는 등 ‘리벤지 포르노(보복성 음란물)’를 이용해 협박한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최 씨가 다른 사람에게 동영상을 전달한 정황은 없다고 보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최 씨의 변호인은 “최 씨가 당시 흥분한 상태에서 구 씨에게만 (동영상을) 보낸 것일 뿐 유포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최 씨는 동영상을 이용해 구 씨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고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구 씨가 산부인과에서 받은 진단서를 제출하는 등 무거운 피해를 입었다고 보고 최 씨에게 단순 폭행이 아닌 상해 혐의를 적용했다. 사건은 지난달 13일 최 씨가 ‘구 씨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하며 불거졌다. 이에 구 씨가 쌍방 폭행이라고 주장하며 양측의 ‘폭로전’이 진행됐다. 이달 4일 구 씨는 ‘최 씨에게 리벤지 포르노 동영상으로 협박을 당했다’고 추가 고소했다. 경찰은 최 씨의 주거지와 차량 등을 압수수색했고 최 씨의 휴대전화와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 등을 확보해 분석했다. 경찰은 구 씨를 세 차례, 최 씨를 두 차례 불러 조사했고, 양측 진술이 엇갈리자 17일 두 사람을 비공개 소환해 대질조사를 했다. 아직 구 씨의 신병처리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서울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전 교무부장 A 씨 쌍둥이 딸의 휴대전화 메모 프로그램에서 미·적분, 과학탐구, 문학 등 세 과목의 시험 관련 정보를 확보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경찰은 A 씨가 시험 전에 두 딸에게 관련 정보를 전해줬는지를 집중 수사 중이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쌍둥이 딸의 휴대전화를 디지털포렌식으로 복원한 결과 2학년 1학기 이과 전교 1등을 차지한 작은딸의 휴대전화 메모 프로그램에서 미·적분과 과학탐구의 시험 관련 정보, 문학 과목의 일부 지문을 발견했다. 경찰은 시험 관련 정보가 들어있는 이 메모가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전 작성된 것으로 파악했다. 1학년 1학기에는 각각 전교 121등, 59등이었던 두 딸이 1년 만에 나란히 문·이과 1등을 차지한 데엔 A 씨의 ‘조력’이 있었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경찰과 학교에 따르면 시험지와 이원목적분류표(문항 출제 단원, 정답, 배점이 적혀있는 표)를 보관하는 금고는 해당 과목 담당 교사뿐 아니라 교무부장도 열어볼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종 결재를 마치고 금고에 보관 중인 시험지를 A 씨가 꺼내 보고 시험 정보를 두 딸에게 알려줬는지를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미성년자인 쌍둥이 딸의 진술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무방해 혐의로 피의자 신분이 된 두 딸은 경찰 조사에서 대부분의 질문에 “모르겠다”로 일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작은딸은 두 차례 경찰 조사를 받을 당시 호흡 곤란 등을 이유로 병원에 이송돼 조사가 중단됐다. 경찰 관계자는 “작은딸이 병원에 입원 중이라 조사를 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며 “11월 초까지는 수사 결론을 낸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학부모들은 A 씨의 두 딸이 동아리 활동이나 교내 대회 등 비교과 영역에서 11차례 수상한 이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숙명여고 교지 ‘숙란’을 살펴본 결과 쌍둥이 딸은 입학 이후 올해 9월까지 어버이 편지쓰기대회, 미술창작 작품공모전, 문예창작대회 등 11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큰딸이 7차례, 작은딸이 4차례 수상했다. 비교과 영역의 수상 경력은 대입 수시 전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이를 대비하는 학원이 따로 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숙명여고의 한 학부모는 “일반 학생들은 졸업할 때까지 비교과 영역에서 상을 한 개 받기도 어렵다”며 “A 씨의 두 딸이 이렇게 많은 상을 받은 걸 알게 된 학부모들은 대부분 의아하게 여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히말라야 구르자히말 신루트 개척에 나섰다 숨진 원정대원들의 시신이 17일 오전 5시 7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검역과 통관을 거쳐 오전 6시 20분 운구 행렬이 시작됐다. 막내 이재훈 대원(24)에 이어 임일진 다큐멘터리 감독(49), 유영직 대원(51), 정준모 한국산악회 이사(54), 김창호 대장(49)이 차례로 운구차에 올랐다. 김 대장의 부인 김윤경 씨(45)는 고개를 깊이 숙여 인사하면서 의연한 모습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 “우리 재훈이가 스물네 살입니다. 아이고… 어떡하니….” 이번이 마지막 산행이라던 이재훈 대원의 어머니는 한참 동안 운구 행렬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운구를 위해 모인 유가족과 산악인들이 숨죽여 흐느끼는 가운데 인천공항 화물청사에는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 영정 보고 아빠 찾는 25개월 딸 김 대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는 대학산악연맹 88학번 동기·선후배들이 자리를 지켰다. 김 대장의 무역학과·산악회 동기로 30년을 동고동락한 염제상 씨(49)는 김 대장을 “산 그 자체인 친구”로 기억했다. 그는 “창호가 출국 전 만난 자리에서 산악인 후배들을 위해 재단을 만들 것을 논의했다”며 “우리가 선배로부터 받았으니 후배들에게 베풀자는 소박한 꿈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오후 1시경 김 대장의 25개월 된 딸 단아 양이 이모의 품에 안겨 빈소를 찾았다. 김 대장의 영정을 보고 “아빠!”라고 외치며 손을 뻗는 딸 앞에서 그때까지 의연한 모습을 지켜왔던 김 대장의 부인은 처음으로 크게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훔쳤다. 주변의 산악인들과 지인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돌리며 눈물을 닦았다.○ 모교 서울시립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 김 대장의 모교 서울시립대 대강당에는 오전 8시부터 합동분향소가 마련돼 학교 관계자 및 재학생, 산악인 등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인정 아시아산악연맹회장이 자리를 지키며 추모객을 맞았다. 분향소를 찾은 원윤희 서울시립대 총장은 “그의 도전 정신을 기리기 위해 김창호 대장 기념강의실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호 외교부 2차관,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도 분향소를 찾았다. 유럽 순방 중인 도종환 장관을 대신해 온 노 차관은 “(이 사고로 산악인의 도전이) 끝나서는 안 되겠지만, 위험을 줄일 방법을 찾겠다. 장비나 날씨에 따른 등반 매뉴얼을 강화하는 등 산악인들과 머리를 맞대겠다”고 말했다. 1991년 등반 도중 열 손가락을 모두 잃은 장애인 등반가 김홍빈 씨(54)는 “지난해 7월 낭가파르바트(8126m) 등정 때 길을 잃어 김 대장에게 급하게 위성 전화를 했더니 김 대장이 새벽에 전화를 받았는데도 자세히 길을 알려주었다”고 회고했다. 한편 유영직 대원의 시신이 안치된 경기 의정부시 추병원에도 산악인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유학재 대한산악연맹 등산교육원 교수부장(57)은 “내가 영직이를 김창호 대장에게 추천해줘 죽은 것 같다”며 비통해했다. 이재훈 씨의 빈소가 마련된 부산 수영구 서호병원에는 김영섭 부경대 총장이 방문해 유가족에게 명예졸업장을 전달했다. 이 씨는 이 대학 컴퓨터공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김 총장은 “고인을 위로하고 새 길을 개척하기 위해 도전했던 그의 정신을 함께 기억하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 대장이 졸업한 경북 영주시 영주제일고에도 합동분향소가 마련돼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산악인들이 추모했다.조응형 yesbro@donga.com·김재형 / 의정부=구특교 기자}
시험문제 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 강남구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A 씨 쌍둥이 딸의 휴대전화에서 시험문제 관련 정보를 미리 알고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메모를 경찰이 확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쌍둥이 딸의 휴대전화를 디지털포렌식 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증거를 바탕으로 두 딸을 업무방해 혐의의 피의자로 입건했다고 15일 밝혔다. 이주민 서울경찰청장도 이날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A 씨가 시험에 관해 두 딸에게 알려준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나타났다”며 “디지털 분석에서 (증거가) 나왔다”고 확인했다. 경찰은 A 씨가 두 딸에게 시험 문제와 관련된 메모 내용을 알려줬는지를 집중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쌍둥이 딸이 시험문제를 미리 알고 있었다고 볼 만한 메모 내용을 이들의 휴대전화에서 확인한 건 맞다”며 “다만 A 씨가 두 딸에게 관련 내용을 전달해 메모가 작성됐는지는 추가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14일 A 씨와 쌍둥이 딸을 비공개로 제3의 경찰관서로 불러 재조사를 벌였다. 쌍둥이 딸의 변호인과 어머니, 할머니, 삼촌 등이 입회한 가운데 조사가 진행됐다. 하지만 한 딸이 조사 도중 “답답하다”고 호소하며 병원에 가는 바람에 조사가 중단됐다. 경찰이 6일 두 딸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때에도 이 딸이 호흡 곤란 등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 관계자는 “쌍둥이 딸을 다시 조사하기 위해 변호인과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며 “두 딸에 대한 조사가 끝나지 않은 만큼 수사 결론에 대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두 학생의 올해 2학기 중간고사 성적을 이전 시험 성적과 비교하는 등의 방식으로 수사에 참고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숙명여고에 성적자료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A 씨와 두 딸은 경찰 조사에서 시험지 유출 의혹에 대한 혐의를 계속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쌍둥이 딸이 입건되자 숙명여고 학부모들은 관계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학부모 B 씨는 “경찰이 확실한 물증을 잡았다면 A 씨에 대한 파면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며 “같은 학교에 자녀가 다닌 숙명여고 전·현직 교사를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부모들은 앞으로 졸업생 등과 함께 ‘숙명여고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해 경찰 수사가 끝난 뒤에도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을 이어갈 방침이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경찰이 9일 구속영장을 신청한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고양저유소) 화재 피의자 스리랑카인 A 씨(27)는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3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게 됐다. A 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중실화. 중대한 과실로 불을 냈을 때 적용하는 혐의로 실화(1500만 원 이하의 벌금)보다 처벌이 무겁다. A 씨는 경기 고양시의 서울∼문산고속도로 강매터널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로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에서 홀로 거주하고 있었다. 2015년 5월 비전문취업(E-9) 비자로 입국한 A 씨는 올해 비자를 갱신해 3년째 한국에서 생활 중이다. 7일 오전 10시 32분경 A 씨는 쉬는 시간에 공사장 주위에 떨어진 풍등을 발견했다. 호기심이 발동한 A 씨가 인근 산 위로 올라가 호주머니에 있던 라이터로 풍등에 불을 붙여 날려 보낸 것이 결정적 실수였다. A 씨는 풍등이 300m가량 떨어진 저유소 방향으로 날아가자 풍등을 쫓아갔지만 풍등의 행적을 놓쳐 버렸고 다시 업무에 복귀했다. A 씨는 ‘풍등을 날린 곳에 나무가 우거져 있어 풍등이 저유소 잔디밭에 떨어져 불이 붙는 것은 못 봤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아이돌그룹 ‘카라’ 출신 구하라 씨(27·여)가 ‘리벤지 포르노로 협박을 당했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에 대해 전 남자친구 최모 씨(27)가 정면으로 반박했다. 리벤지 포르노는 연인 사이였을 때 촬영했던 성관계 동영상 등을 이별한 뒤 보복하기 위해 유포하는 것을 뜻한다. 최 씨의 변호인 곽준호 변호사는 8일 입장문에서 “(성관계) 동영상을 (구 씨에게) 보낸 것은 구 씨에게 상해를 당한 뒤 흥분한 상태에서 화가 나서 한 행동이지만 유포는 물론이고 유포를 시도한 사실조차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구 씨 측에서 동영상을 자진 폭로하며 최 씨를 동영상 유포범으로 낙인찍히도록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구 씨는 지난달 27일 ‘최 씨가 성관계 동영상으로 협박했다’며 최 씨를 강요, 협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강남경찰서는 형사과, 여성청소년과, 사이버팀으로 전담팀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젠더 감수성’을 고려하고 철저한 사실 확인을 위해 수사팀을 확대했다”며 “최 씨의 휴대전화와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 등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리벤지 포르노 피의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에 참여한 인원은 21만 명을 넘어섰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석 달 전 병원을 찾았을 때 ‘군인은 다음 휴가 때 꼭 치료해주겠다’고 해서 달려왔는데 오늘도 허탕이네요.” 4일 오전 11시경 서울 강남구의 투명치과 별관 3층 계단. 군복을 입은 황모 씨(21)가 허탈한 표정으로 닫힌 병원 문 앞 계단에 앉아 있었다. 황 씨는 올 2월 이 치과에서 교정 치료를 받기로 하고 300여만 원을 냈다. 하지만 5월경 병원이 재정 악화,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돌연 영업을 중단하며 날벼락을 맞았다. 현재 투명치과는 불규칙적으로 문을 열고 일부 환자에게만 부분적으로 진료를 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하염없이 병원 앞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투명치과는 이른바 ‘이벤트 병원’으로 알려진 병원이다. 이벤트 병원은 각종 할인 이벤트를 통해 저렴한 가격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뜻한다. 황 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지금 즉시 치료 받으면 50% 할인’이라는 광고를 보고 이 병원을 찾았다가 피해를 입었다. 강남경찰서는 투명치과 원장 A 씨를 사기 혐의 등으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가 1000여 명, 피해액은 25억 원이 넘는다. 황 씨는 “이벤트 가격에 혹해서 치료를 시작한 게 무척 후회된다. 다른 병원에 또 수백만 원을 내고 치료할 수도 없으니 어쩔 수 없이 투명치과를 다시 찾아왔다”고 말했다. ○ 하염없이 진료 기다리는 피해자들 투명치과 ‘먹튀 논란’이 불거진 지 5개월이 지났지만 피해를 입고도 이 병원을 다시 찾을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계속됐다. 이날 투명치과 앞에서는 40여 명이 차가운 계단 바닥에 앉아 진료를 기다렸다. 환불을 받는 건 사실상 어렵다는 생각에 ‘울며 겨자 먹기’로 진료를 받으러 온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피해자들 사이에서 ‘이날 오후부터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소문이 돌자 전국 각지에서 병원으로 몰려온 것이다. 다리를 다쳐 목발을 짚고 힘겹게 병원을 찾은 환자도 보였다. 환자들은 대기하던 자리를 뺏길까 봐 화장실도 마음대로 가지 못했다. 투명치과 건물 곳곳에는 ‘정상 진료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최소한의 의료 인력으로 일부 환자에게 불규칙적으로 진료를 이어가고 있다. 9월 중순 A 씨에게 직접 진료를 받았다는 김모 씨(23·여)는 “420만 원의 피해를 입은 뒤 ‘온라인 예약’이 열렸다는 말을 듣고 병원을 찾았다. 거액을 내고 다른 병원을 찾을 여력이 없으니 믿음이 안 가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불규칙적으로 의료 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사기 혐의에서 벗어나려는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투명치과처럼 SNS나 각종 광고물을 통해 치과나 피부과, 성형외과 등에서 하는 미용 목적의 치료에 대한 할인 이벤트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벤트로 환자를 끌어모아 ‘박리다매(薄利多賣)’ 식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투명치과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 B 씨에 따르면 이 병원 환자 90% 이상은 SNS 등에서 이벤트 광고를 보고 온 손님이라고 한다. B 씨는 “할인 이벤트 등 광고비로만 한 달에 약 3억 원을 썼다”고 말했다. 이런 구조에서 다른 병원들과의 경쟁에서 밀리거나 치료 수준이 만족스럽지 못해 환자가 줄어들면 광고비 등 고정 비용이 높아 순식간에 경영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45% 할인’ 광고… 실제 방문하면 “이벤트 없다” 이벤트 병원의 대표적인 홍보 방법은 특정 시기나 대상에게만 40∼50%의 ‘파격 할인’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사회 초년생에게만 45% 할인’이나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 생년월일에 5가 들어갈 경우 할인을 제공하는 ‘555 이벤트’ 등이다. 쌍꺼풀수술과 눈매교정술처럼 고가와 저가의 시술을 조합하는 ‘묶어 팔기’나 이벤트 당첨자에게만 특별 할인을 제공한다고 부추기는 방식도 널리 사용된다. 성형이나 미용시술 등 분야에서 가격을 할인하는 것 자체는 괜찮지만 문제는 ‘가짜 할인 이벤트’가 많다는 것이다. 투명치과 피해자 박모 씨(21·여)는 “‘치아 3D(3차원) 엑스레이 무료 검사 이벤트에 당첨됐다’는 연락을 받고 병원을 찾은 뒤 400만 원을 결제했다”며 “그런데 알고 보니 지원만 하면 모두 당첨되는 이벤트였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3일 손님으로 가장해 ‘45% 특별 할인 이벤트’를 진행 중이라는 서울 강남의 한 치과를 찾았다. 하지만 이벤트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상담실장은 “솔직히 45% 할인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손님들이 할인 이벤트 광고를 보고 많이 찾아오기 때문에 적어둔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후 슬며시 다른 고가의 추천 상품을 건넸다. 자리를 뜨려고 하자 “지금 결제를 해야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날 방문한 ‘이벤트 병원’ 5곳 모두 실제 할인 상품이 없거나 이벤트 상품 대신 다른 고가의 상품을 추천했다.○ “이벤트에 끌려 충동구매 말아야” 이벤트 병원에서는 상담실장의 역할이 핵심적이다. 실장의 ‘말발’과 영업 능력에 따라 병원 수익이 좌지우지되기 때문. 의료법에 의사가 담당하도록 돼 있는 구체적인 수술 방법까지 상담실장이 설명하는 경우가 잦다. 상담실장은 기본급과 더불어 자신이 받은 환자가 결제한 금액의 일정 부분을 성과급으로 챙긴다고 한다. 한 성형외과에서 근무하는 의사 C 씨는 “환자들과 가격 흥정을 하는 건 상담실장의 몫이다. 의사들은 진료만 할 뿐 가격적인 부분은 전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의료 전문 변호사 신현호 씨는 “미모와 언변을 갖춘 상담실장이 전면에 나서서 환자들을 구워삶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들은 막상 사고가 나면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벤트 병원 피해자들은 쉽사리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한다. 피해자들이 인터넷에 피해 사례를 공유하면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하겠다’고 압박하는 병원도 있기 때문이다. 치료 비용을 초기에 일시불로 받은 뒤 책임을 환자에게 돌리는 ‘나 몰라라 병원’도 있다. D 씨(26·여)는 ‘현장 결제를 하면 레이저시술 1회를 추가 제공한다’는 피부과 이벤트를 보고 결제를 했다. 시술을 받자마자 눈 밑에 큰 물집이 생겼지만 병원 측은 ‘이벤트 상품은 환불이 불가하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그는 “의사가 ‘피곤하면 이런 반응이 올 수 있다’며 책임을 회피했지만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의료 전문가들은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의료 행위는 가격에 의한 ‘시장 논리’로만 작동돼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이벤트 병원이 범람하면 의료의 질은 뒷전으로 밀리고 가격 경쟁에 매몰돼 환자들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돌아간다는 것. 윤영호 한국건강학회 이사장은 “의료기관에 대한 평가, 수술 횟수와 성과 등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환자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들도 이벤트 병원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가격도 중요하지만 본인에게 적절한 치료인지를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정민호 전 대한치과교정학회 기획이사는 “‘겨울철에만 암 수술을 50% 할인한다’고 광고한다면 다들 의심할 텐데 미용 목적의 의료 행위는 안일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할인 이벤트에 혹해 ‘충동구매’를 할 게 아니라 여러 병원을 방문하고 비교한 뒤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유관순 열사 순국(9월 28일) 99주기를 계기로 청년들이 3·1운동의 뜻과 정신을 기리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행사를 가졌다. 1919년 열린 3·1운동은 내년 100주년을 맞이한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취업컨설팅업체 회의실에 모인 30여 명의 청년들은 3·1운동 당시 33인의 민족대표를 본뜬 ‘우리끼리 민족대표’ 발대식을 가졌다. 가수, 무용가, 교사, 공연기획가 등 다양한 분야의 청년들이 각 분야의 ‘민족대표’를 자처해 3·1운동 계승 방안을 논의한 것. 이들은 ‘하나의 바람이 모여 태극기를 휘날리기까지’를 모토로 서로를 ‘직장인 대표’, ‘교사 대표’, ‘여성 대표’ 등으로 부르며 열띤 토의를 진행했다. 3·1운동 이후 대한민국의 100년과 앞으로 나아갈 100년이 토의 주제였다. 논의의 주요 화두는 ‘단결’이었다. 개인콘텐츠 개발소 ‘인유어스’ 김두하 대표(28)는 “우리 민족은 역경 속에서도 3·1운동과 같이 온 국민이 단결해 어려움을 극복해왔다. 청년 문제 등 각종 문제가 산적한 현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단결력”이라고 말했다. 힙합가수 이재웅 씨(31)는 “3·1운동 이후 우리는 조금 더 잘사는 데만 급급했다. 앞으로 100년은 한 차원 높은 목표를 향해 전진하기 위해 3·1운동과 같은 우리 시대의 구심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3·1운동의 정신이 해외로 전파되도록 힘을 써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초등학교 교사 백가예 씨(28)는 “3·1운동의 민족자결주의 정신은 당시 동남아 등 다른 식민지 국가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안다. ‘3·1운동 플래시몹’ 행사 등을 기획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유튜브를 활용해 외국인들에게 정신을 널리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끼리 민족대표’들은 내년 3월 1일까지 매달 재미있고 유익한 삼일절 행사를 주기적으로 열 계획이다. 행사를 주최한 휴먼임팩트 최문석 대표(36)는 “3·1운동 당시 학생이던 유관순 열사의 상징이 바로 ‘교복’”이라며 “10월에는 ‘교복 운동회’를 열어 누구나 손쉽고 재미있게 3·1운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