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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3시 반경. 전화벨이 울렸다. 남측 연락관이 먼저 수화기를 들고 “○○○입니다”라고 말하자 북측에서도 통성명을 했다. 이어 남측에서 “오래간만입니다”라고 하자 북측 연락관은 “반갑습니다”라고 화답했다. 1년 11개월 만에 남북 간 직통전화가 복원되는 순간이었다. 오랜만에 함께 수화기를 든 남북 연락관은 주로 통신선을 점검하며 20분가량 대화를 나눴다. 판문점 평화의집 내 연락사무소에 설치된 전화기는 녹색과 붉은색 두 대. 한 대가 마비될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남측은 주로 녹색 전화기로 북측에 전화를 걸고, 붉은색 전화기로 북측의 전화를 받지만 반대로 할 경우도 있어서 딱히 구분은 없다. 이날은 녹색 전화기로 북측의 전화를 받았다. 북측 연락사무소는 판문점 내 통일각에 있다. 이 채널은 2016년 2월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남북 연락선이 끊기기 전에도 사용됐던 직통전화다. 오랜만에 사용했지만 이날 통화에서 목소리를 방해하는 잡음은 거의 없었다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남북 간 연락이 단절된 뒤에도 통일부 소속 연락관(사무관급)들은 2교대로 평일 오전 9시, 오후 4시 근무 개시와 종료를 알리려 북측에 전화를 걸었지만 응답은 없었다. 우리 측은 이날 첫 번째 접촉을 마치며 “더 할 얘기가 있으면 전화를 달라”고 한 뒤 기다렸다. 북측은 오후 6시 7분경 전화를 걸어와 “오늘은 마감하자”고 밝혔다. 이에 첫날 남북 접촉은 2시간 37분 만에 마감됐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북한이 3일 문재인 정부의 남북 고위급 회담 제안에 23시간 뒤 화답하면서 2016년 2월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끊겼던 판문점 남북 연락채널이 1년 11개월 만에 재개됐다. 지난해 김정은의 핵 폭주로 경색 일변도였던 남북 교류 및 대화가 새해 벽두부터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 기다리던 북한 화답에 “의미 크다”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은 이날 오후 1시 19분경 조선중앙TV를 통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3일 15시(한국 시간 오후 3시 반)부터 판문점 연락통로를 개통하는 데 대한 지시를 주셨다”고 밝혔다. ‘평창 참가 용의’를 밝힌 신년사에 이어 이틀 만에 김정은이 연락채널 복원을 직접 지시한 것이다. 리 위원장은 이어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의 적극적인 공식 지지 입장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높이 평가하며 환영의 뜻을 표명했다”고도 말했다. 정부는 ‘고위급 남북 당국회담’을 제시한 뒤인 전날 오후 4시와 이날 오전 9시 두 차례 북측에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 신호음만 들어야 했다. 초조하게 기다리던 정부는 북한의 전격 호응으로 화색이 돌았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도 “연락망 복원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북한은 자신들이 예고한 시간에 먼저 연락해 통신선이 정상 가동되는지 점검했다. 이제 관심은 연락채널 정상화로 대화의 물꼬를 튼 남북이 과연 ‘언제, 누가, 어디서 회담할지’에 쏠리고 있다. 우선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고위급 회담 날짜로 제안한 9일에 회담이 가능할지가 핵심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한반도평화포럼 상임공동대표는 “북한이 날짜를 수정 제의할 수도 있다. 남북은 습관적으로 샅바싸움을 해왔다”고 말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북한이 우리 정부의 애간장을 태우며 한 번에 쉽게 가진 않을 것이다. 본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이 빠르면 이번 주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개최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어떤 조직들이 회담에 관여할지도 주목된다. 리 위원장의 발표대로라면 김정은이 실무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한 조직은 ‘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와 조평통, 국가체육지도위원회를 비롯한 해당 단위들’이다. 리 위원장은 “최고지도부의 뜻을 받들어 진지한 입장과 성실한 자세에서 남조선 측과 긴밀한 연계를 취할 것이며 우리 대표단 파견과 관련한 실무적 문제를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강 부원장은 “동시다발적으로 회담을 추진할 인력으로 포괄적인 팀을 구성할 테니 우리 정부도 준비해 달라는 취지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조명균 vs 리선권 양측 대표단 이끌 듯 조 장관이 역제안하고 리 위원장이 화답한 만큼 두 사람이 양측 수석대표로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물론 북한이 남북 관계 주도권을 쥐겠다며 일부러 회담대표 급을 낮춰 기 싸움에 나설 수도 있다. 하지만 정세현 전 장관은 “리 위원장보다 낮은 단계 인사가 나오면 성실히 협의하라는 김정은의 지시를 거스르는 것이라 회담의 진정성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단언했다. 아울러 “체육 당국끼리만 만나면 북한만의 화법과 관용문법 등 고유의 언어를 몰라 낭패를 볼 수 있으니 훗날 쪼개져 나갈지라도 처음엔 통일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회담 초기부터 함께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의제와 관련해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 문제만 테이블에 오를지도 두고 볼 일이다. 평창이 최우선이지만 북핵, 한미 연합 군사훈련 연기 및 취소 등 한반도 이슈도 협의 과정에서 논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북한이 군사훈련 연기 이상의 요구 사항들을 걸고 올림픽 참가 여부를 놓고 정부와 밀고 당기기에 나설 수 있겠지만 이는 종국적으로는 미국과 풀어야 하는 문제라 기대만큼 얻어가진 못할 것”이라며 “일단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다음 게임을 이어가기 위한 전술적 의도 때문에라도 김정은이 대표단을 평창에 보낼 것”이라고 분석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신진우 기자}

정부가 북한에 제의한 고위급 남북 당국회담이 성사되려면 일단 그동안 완전히 단절되다시피 한 남북 대화채널부터 복구돼야 한다. 북한이 우리 정부의 제의를 받아들여 9일 회담이 열린다면 남은 협의 기간은 일주일 남짓. 그만큼 의제 및 대표단 구성 등 세부 절차 협의에 앞서 필수 절차인 핫라인 복원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남북이 연락을 취하는 수단으로는 판문점 연락사무소 직통전화와 군 통신선 등이 있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이 2016년 1월 4차 핵실험에 나서자 그 다음 달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전격적으로 결정했다. 이에 북한이 반발하며 남북 채널을 모두 끊었고, 이후 지금까지 1년 9개월가량 이 채널들은 단 한 차례도 가동되지 않았다. 북한군-유엔군사령부 직통 전화는 2013년부터 끊긴 상태다. 현재 남북의 유일한 소통 채널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확성기를 잡고 직접 말하는 ‘육성 채널’ 정도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6월 동해상에서 표류하다 구조된 어민을 송환할 당시 확성기로 북측에 일정을 통보하기도 했다. 일방적으로 외치는 수준이라 제대로 된 의사 교류는 불가능에 가깝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군사분계선(MDL)에서의 적대 행위를 중단하자”며 판문점 연락사무소 및 군 통신선으로 북한이 회신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북한은 묵묵부답이었다. 정부는 북한이 이번에는 다르게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먼저 ‘만날 의사’를 밝힌 만큼 우리 측 연락을 받을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바로 자신들의 일정이나 의사를 전달할지, 아니면 사전 실무 접촉부터 요구할진 모르겠다. 그래도 며칠 안에 판문점 직통전화로 연락이 닿을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북한은 통신선 자체를 폐쇄하진 않았다. 우리 측 판문점 연락관들은 연락이 완전 단절된 이후에도 지금까지 오전 9시와 오후 4시, 매일 두 차례씩 북측과 통화를 시도하고 있다. 다만 북한은 2일까지 오전, 오후 모두 통신에 응하지 않았다. 팩스는 아예 전원을 꺼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2016년 2월 이전에도 여러 차례 남북 연락선 차단을 자신들의 불만을 표출하는 보복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2013년 2월 3차 핵실험 다음 달 북한은 남북 불가침 선언 무효를 주장하며 군 통신선과 판문점 직통전화를 끊었다. 2010년 천안함 폭침이 있은 뒤에도 우리 정부가 5·24 대북 제재 조치를 하자 연락을 단절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2일 평창 겨울올림픽 북측 참가를 위한 고위급 남북 당국 회담을 “9일 판문점에서 갖자”면서도 “시기, 장소, 형식에 대해서는 열린 입장”이라고 밝혔다. 2015년 12월 남북 차관급 회담 이후 당국자 간 양자 회의를 열지 못한 만큼 “우선 테이블에 마주 앉자”며 대화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가 나온 지 ‘6시간 만에 환영 표명’에 이어 ‘28시간 만에 회담 역제의’한 것을 지켜본 북한이 우리 생각만큼 속도감 있게 회담 제안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미국의 반응을 지켜보며 특유의 지연술로 몸값을 잔뜩 높이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측 “‘회담 대표의 급’도 양보할 수 있다” 조 장관은 2일 ‘북한이 다른 날짜와 장소로 역제안을 해 온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북측이) 편리하다고 생각하는 시기, 장소, 형식을 제안해 온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남북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대화 재개에 강한 의지를 펼친 것에 대해 “형식은 적극 양보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 통일부가 공동경비구역(JSA)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을 회담 장소로 제안한 가운데 북측이 장소 변경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11월 13일 북한 병사 오청성 씨(25)가 판문점 인근 군사분계선을 넘어 귀순한 뒤 북한은 현장에 탈북 방지용 참호를 깊게 파고 나무를 심는 등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에 북한이 개성공단을 회담 장소로 역제안할 가능성도 있다. 대북 제재로 경제 사정이 악화된 북한이 남북 회담을 계기로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환기하려 할 수도 있다는 것. 하지만 개성공단을 다시 여는 데 미국 등 국제사회가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건 여전히 부담이다. 회담 대표로 누가 나설지도 관심이다. 장관급 회담으로 결정되면 북한 군부 내 대표적 대남통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이 북측 대표로 참가할 가능성이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우리는 김영철을 원하지만 북한에서는 ‘총리급’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가능성이 낮다. 그래서 리선권이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남북은 정부 직급 체계가 다르기에 ‘급 논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 고위 당국자는 “지금 장관급이니 차관급이니, 급을 맞추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급 갖고 따지는 것은 회담하기 싫다는 말”이라고 말했다. 회담 의제를 놓고서는 남북이 치열한 줄다리기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은 의제와 관련해서는 “서로 협의를 통해 정할 것” “협의를 집중하려 한다” 등 매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전날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사실상 대북 제재 철회와 한미 군사훈련 및 미군 전략자산 순환배치 중단을 요구한 만큼 일단 의제를 정하지 않고 만나서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겠다는 것이다.○ 9일 전날은 김정은 생일, 회담 며칠 늦춰질 수도 정부가 제안한 고위급 회담 전날인 8일은 김 위원장의 생일로 알려져 있다. 김일성, 김정일 생일과 달리 김정은은 자신의 생일과 관련한 대외 행사를 공식적으로는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외에 알리지 않고 생일 행사를 치른다”며 회담이 성사되더라도 김 위원장 생일 때문에 9일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북한이 회담 참가에 대한 답을 미루며 지연술을 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우리는 마감 시한(평창 올림픽 개막)이 정해져 있지만 북한은 급할 게 없다. 최대한 늦게 (참가를) 확정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 같은 북한의 속내까지 감안해 회담을 바로 코앞인 9일로 제안했다는 말도 있다. 북한이 한두 차례 미룰 명분을 주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신년사를 한 뒤 내부 총화를 하는 기간도 있어 ‘시간을 줘야 한다’는 지적들이 있었다. 그에 따라 일주일 정도 말미를 줬을 뿐 어떤 특별한 정무적 의도는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 안팎에서도 북한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부시무식에서 “남북 당국 간 대화가 오랜만에 열릴 것으로 보이지만 만만치 않은 대화가 될 것”이라며 “북한은 또 다른 대접을 요구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황인찬 hic@donga.com·문병기·신진우 기자}

#. 국민 34.5% “대북 선제타격 검토할 수도”20대 47.2%·한국당 지지자 48.5% 찬성#. 우리 국민 3명 중 1명 이상(34.5%)이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대북 선제타격도 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동아일보가 여론조사회사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지난해 12월 29, 30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입니다.#. 전문가들은 “군사 작전이 실행되면 그 후폭풍을 직접 맞는 당사자 국민이 이렇게 높은 비율로 선제 타격 고려를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북한 발 위기가 심각하다”고 평가했습니다.“북한 핵미사일 완성 시점이 다가오면서일반 국민까지 군사 옵션을 거론할 만큼북한에 피로감을 느낀다는 뜻.”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비서관#. 세대별로는 20대(47.2%)의 선제 타격 지지가 가장 높았습니다. 반면 40대(26.6%)가 가장 낮았죠.두 세대의 격차는 20%포인트 이상 벌어졌는데요.“연평도 포격, 천안함 폭침을 군 생활 중 겪은 20대가북한을 한 민족이라기보다 외국으로 여길 수 있다.북한 주민에 대한 정서적 공감이 위 세대보다 떨어진다.”한 외교소식통#. 지지 정당별로는 민주당 지지자는 70.2%가 선제 타격을 반대했지만한국당 지지자는 반대(46.3%)보다 찬성(48.5%)이 많았습니다.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지지도 역시 지역, 세대별로 엇갈렸습니다.30대(79.1%)와 40대(71.8%) 지지가 높은 반면 50대(47.4%), 60대 이상(43.6%)은 낮았죠. 지역별로는 호남권(87.1%)이 가장 높았고 대구경북(41.4%)은 유일하게 40%대로 호남의 절반이었습니다. 민주당 지지층은 83.4%가 잘한다고 했고 한국당 지지자는 22.7%만이 잘한다고 답했죠. #. 신뢰 관계를 쌓아야 하는 해외 정상으로 우리 국민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56.4%)을 첫손에 꼽았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28.0%), 아베 신조 일본 총리(1.5%)가 뒤를 이었죠. 시 주석에 대한 평가는 지지 정당별로 엇갈렸습니다.민주당 지지자 중 “시 주석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 사람은 35.3%, 한국당 지지자 중에선 20.5%였습니다. 갈수록 높아지는 한반도 위기.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2018.1.2 (화)원본l 신진우·신나리 기자사진 출처l 동아일보DB·뉴시스·Pixabay기획·제작l 하정민 기자·김채은 인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1일 신년사에서 지난해까지 한국과 미국에 보여줬던 태도를 동전 뒤집듯 반대로 보여줬다. ‘대북 적대시 정책을 폐기하라’며 매달리던 미국엔 “전쟁 억지력을 확보했다”며 짐짓 여유를 보였다. ‘대화에서 빠지라’던 한국엔 “북남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자”며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김정은은 이날 신년사에서 핵 개발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결국 김정은이 지난해 줄곧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요구하다가 대답을 듣지 못하고 제재 국면만 강화되면서 궁지에 몰리자 한국에 유화 메시지를 던지며 일시적 탈출구를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동안 북핵 논의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한국에 손을 내밀어 한미동맹을 흔들고 남북 관계를 지렛대로 대미 협상을 진척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 김정은, 한반도 정세 주도권 노리나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육성으로 처음 평창 겨울올림픽을 언급했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여러 경로로 평창 올림픽 참가를 독려했는데 김정은이 본인 육성으로 반응을 내놓은 것. 김정은은 평창 올림픽에 대해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 “동족의 경사”란 표현까지 써가며 “대표단 파견을 포함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평창 올림픽 참가 가능성을 밝힌 것은 대회의 안정적 개최와 흥행 보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북한 선수단 참가와 관련된 체육회담에 그치지 않고 올림픽 기간 우발적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군사회담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북한이 요구할 반대급부에 쏠린다. 그냥 평창 올림픽에 참가하겠느냐는 것이다.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은 “한미 연합훈련 연기, 축소뿐만 아니라 통일 분위기 조성 등을 내세워 5·24조치 및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통일부도 신년사 분석 자료에서 “북한이 경제 분야 전반의 활성화를 강조하면서 대남관계에서 (대북 제재의) 출로를 모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은이 평창 올림픽 참가를 시작으로 관계 개선에 나서며 여러 협력을 요구할 경우 ‘남남갈등’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대북 제재에서 이탈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이는 나아가 한미 전시작전권 전환, 미국 첨단 무기 도입 등과 같은 국방 과제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화해 메시지와 별개로 올해도 핵폭주 이어갈 듯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핵단추가 내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 “우리(북한)의 핵무력은 미국이 모험적인 불장난을 할 수 없게 제압하는 강력한 억제력”이라며 미국을 위협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은 삼갔다. 그 대신 김정은은 “신뢰성이 확고히 담보된 핵탄두들과 탄도로켓들을 대량생산하여 실전배치하는 사업에 박차를 가해 나가야 한다”고 독려했다. 특히 김정은은 “적들의 핵전쟁 책동에 대한 즉시적인 핵반격 작전태세를 항상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에 참석하며 남북 관계 개선에 나서는 듯했으나 결국 추가 도발로 관계 경색의 원인을 제공해 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김정은이 평창 올림픽 참석 타진 카드를 던진 것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 검증 등 핵무력 완성을 위한 시간 벌기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북한이 ICBM을 (실전에 쓸 정도로) 아직 완성한 게 아니고 추가 핵실험도 필요하다”면서 “북한이 어떻게든 (대북 제재의) 판을 흔들어 보려고 하는 것 같고, 한국과 진심으로 뭐를 해보겠다는 것보다는 대북 공격을 할 수 없게 ‘미국을 좀 붙잡아 달라’는 뜻으로 읽힌다”고 분석했다.황인찬 hic@donga.com·신진우 기자}

국민 3명 중 1명 이상이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대북 선제타격도 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에 대해선 10명 중 6명이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자유한국당 지지자의 경우 73.9%가 ‘잘 못하고 있다’고 응답해 현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인식이 지지 정당별로 엇갈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김정은 위협에 선제타격 목소리 커져 동아일보가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9, 30일 진행한 조사에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대북 선제타격은 하지 말아야 한다’(60.7%)는 응답자는 ‘대북 선제타격을 검토할 수 있다’(34.5%)보다 많았다. 그러나 군사 옵션 시 후폭풍을 직접 맞는 당사국이 한국임을 감안하면 30% 넘는 국민이 선제타격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북-미 간 긴장감이 한창 고조되던 지난해 9월 미국 워싱턴포스트와 ABC 뉴스 여론조사에서는 미국인 중에서도 23%만이 ‘미국이 먼저 북한을 공격해야 한다’고 했다.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완성 시점이 다가오면서 일반 국민까지 군사 옵션을 거론할 만큼 북한발(發) 위기가 심각하고 그에 피로감을 느낀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김정은은 1일 신년사에서도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있다”고 위협해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지지 정당별로는 엇갈렸다. 민주당 지지자는 70.2%가 반대했지만, 한국당 지지자는 46.3%가 반대했고 48.5%가 선제타격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등에 대한 지지도는 세대별로 갈렸다. 20대(69.7%), 30대(79.1%), 40대(71.8%)는 높은 반면 50대(47.4%), 60대 이상(43.6%)은 낮았다. 지역별로는 호남권(87.1%)이 가장 높았고 대구경북(41.4%)은 유일하게 40%대로 낮았다. 민주당 지지층은 83.4%가 잘한다고 했고 한국당 지지층은 22.7%만이 잘한다고 했다. 국민의당 지지자들은 잘한다가 55.4%로 민주당과 한국당 중간쯤이었다. 안철수 대표를 중심으로 외교안보 분야에서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운 전략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2월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연기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전체 국민의 63.5%가 ‘찬성한다’고 답해 반대(30.1%)보다 2배 이상 많았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평창 올림픽에 대표단을 보낼 수 있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군사훈련 연기 등 평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구상도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당 지지자는 75.8%가 훈련 연기에 찬성한 반면 한국당 지지자는 54.0%에 그쳤다.○ 역시 한미동맹이 가장 중요 국민은 신뢰 관계를 쌓아야 하는 해외 정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56.4%)을 첫손에 꼽았다. 그 뒤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28.0%),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1.5%)가 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대와 지역에 상관없이 1위로 나타났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아무리 트럼프가 ‘돌발 발언’을 쏟아내고 중국의 전략적 중요성이 부각돼도 우리 국민은 ‘외교안보의 근간은 한미동맹’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방한 당시 국회에서의 예상 밖의 명연설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외교부 당국자는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한미를 향해 다른 목소리를 내 자칫 한미 분열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국민이 한미동맹을 높게 평가한다는 결과는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에 대해서는 지지 정당별로 엇갈렸다. 민주당 지지자 중 시 주석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 사람은 35.3%였는데, 한국당 지지자 중에선 20.5%였다. 문 대통령의 지난해 12월 방중 과정에서 빚어진 ‘홀대론’을 놓고 엇갈리는 여론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의 경우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를 놓고 한국 정부와 갈등이 재연되면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에 비해선 지나치게 낮게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20대의 47.2%는 ‘대북 선제타격을 검토할 수 있다’고 답해 세대별 비율에서 가장 높았다. 특히 선제타격에 가장 부정적인 40대(26.6%)와는 격차가 20%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20대는 한미 군사훈련 연기에 대해선 찬성(51.3%) 비율이 유일하게 50%대로 가장 낮았다. 한 외교 소식통은 “20대는 연평도 포격, 천안함 폭침 사건을 군 생활 과정 등에서 직접 보고 겪으면서 북한을 한 민족이라기보다 외국으로 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주민들에 대한 정서적 공감이 위 세대보다 떨어지다 보니 북한을 단순히 ‘불편한 대상’으로 인식한다는 해석도 나온다.신진우 niceshin@donga.com·신나리 기자}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뚫고 ‘선박 간 이전’ 방식으로 최근 정유제품을 들이려 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 정부는 북한 선박에 정유제품 등을 이전해 준 외국 선박 10여 척을 확인해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9일 “홍콩 선적 선박인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가 정유제품 600t을 북한 선박인 ‘삼정 2호’에 이전했음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가 ‘선박 간 이전’ 방식으로 북한에 물자를 전달한 선박을 적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결의 2375호는 어떤 물품도 북한 선박과의 이전을 금지하고 있다. 외교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윈모어호는 10월 11일 여수항에 입항해 일본산 정유제품을 적재한 뒤 목적지인 대만으로 출항했다. 하지만 대만으로 가지 않고 나흘 뒤 동중국해 공해상에서 4척의 배에 정유제품을 옮겨 실었다. 이 가운데 한 척이 북한 선박인 삼정 2호였다. 삼정 2호가 정유제품을 싣고 다시 북한으로 돌아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정부는 한미 간 정보 자산 공조 등을 통해 이 사실을 10월 19일 인지했다. 이후 지난달 24일 윈모어호가 여수항에 다시 입항하자 이 배를 억류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미 외교·정보 당국과 9월 이후 집중적으로 위성사진 등을 교환해 북한 선박의 움직임을 감시해 왔다. 이를 통해 외국 선박 10여 척이 북한 선박과 접선한 증거를 확보했다. 윈모어호는 이 가운데 한 선박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10월 19일 한미 당국이 처음으로 인지한 이후 윈모어호와 관련해서만 수십 차례 협의해 왔다”고 밝혔다. 또 “윈모어호로부터 정유제품을 이전받은 다른 외국 선박 3척이 다시 북한에 이전했을 가능성도 확인 중”이라고 전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합의와 개성공단 전면 중단 등 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진 주요 외교적 결정을 적폐청산 차원에서 다시 뜯어보면서 적지 않은 외교적 후폭풍이 일고 있다. 정부는 과거 정권의 결정에 대한 사실 검증 차원이라고 하고 있지만, 미국 일본 등 주변 우방들은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에 정부 안팎에선 “과연 우방들과 최소한의 조율을 거친 뒤 이들 결정에 대한 재검토에 나선 것이냐”며 북핵에 맞서는 한미일 3각 공조가 흔들릴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주한대사 귀국 조치까지 고려하는 일본 일본은 정부 간 공식적으로 성사된 2015년 위안부 피해자 합의를 문재인 정부가 다시 문제 삼자 주한 일본대사 귀국까지 거론하며 압박의 강도를 높이는 모양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9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내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 참석을 보류하는 쪽으로 조정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또 “(일본이) 북한 문제 대응을 우선해 정상 간 대화를 유지해 왔지만 한일 관계 악화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를 일시 귀국시키는 방안 등이 부상하고 있다”고 했다. 일본 정부는 올해 초 부산의 총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설치 후 나가미네 대사를 불러들인 뒤 85일 만에 귀임시킨 바 있다. 한일의원연맹 일본 측 간사장인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자민당 의원도 전날 아베 총리 면담 직후 “합의를 파기하면 한일 관계가 어떻게 될지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일본이 주한대사 귀국 등까지 거론하며 강력히 반발하자 정부는 기존에 세웠던 ‘투 트랙’ 전략까지 변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위안부 문제와 별개로 대북 문제, 경제 협력 등과 관련해선 일본과의 공조를 추진하려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미 국무부, “개성공단 폐쇄 결정 지지” 위안부 피해자 합의 재검토에 이어 개성공단 중단에 대한 재검토는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를 자극하고 있다. 마이클 케이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29일 미국의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안정을 위협하는 북한의 도발 행위 앞에서 개성공단을 폐쇄하기로 한 2016년 결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말했듯 모든 국가들이 북한의 경제적 고립을 심화시키기 위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회적으로 현 정부의 ‘과거 들쑤시기’에 불만을 드러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미국은 위안부 이슈로 한일 갈등이 재연될 경우 한미일 3각 공조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한미일 협력 등도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는 “미국이 우리 정부에 대일 관계까지 언급한 건 이례적인 경우”라고 말했다. 봉합을 서둘렀지만 ‘미완성 봉인’에 그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는 중국과의 외교적 갈등을 부추길 불씨로 여전히 남아 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도쿄=서영아 / 뉴욕=박용 특파원}

북한이 10월 ‘선박 간 이전’ 방식으로 정유제품을 실은 과정은 첩보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우리 정부는 이번에 적발된 선박 외에 10여 척의 외국 선박과 북한 선박 간의 연결고리를 조사하고 있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불법 정유제품 이전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교부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홍콩 선적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는 10월 11일 여수항에서 일본산 정유제품 1만4039t을 적재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선박 화물관리인 등이 능숙하게 관련 서류를 작성하고 적재 과정도 숙지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선박은 같은 달 19일 동중국해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 ‘삼정2호’ 등 4척의 배와 접선했다. 윈모어호가 파이프를 통해 삼정2호에 정유제품 600t을 이전하는 데 걸린 시간은 3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고 한다.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되자 북한이 4월 자동차 한 대당 휘발유 주유를 회당 20L로 제한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삼정2호가 가져간 정유제품 600t은 한꺼번에 자동차 약 3만 대에 주유할 수 있는 분량이다. 윈모어호에는 중국인 23명 등 25명의 선원이 승선해 있었다. 배와 함께 선원들을 억류한 정부는 이들을 상대로 경위를 조사한 뒤 출국 조치할 예정이다. 선박 화물관리인은 우리 정부 조사에서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했지만 삼정2호의 사진을 보여주며 추궁하자 북한 선박과 만난 사실 등은 일부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접선 경위 등을 놓고선 여전히 진술이 오락가락한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우리 정부는 10월 윈모어호가 북한 선박과 접선한 사실을 인지한 뒤 이 배를 집중 감시 대상 선박으로 올려놨다. 윈모어호가 북한 선박과 접선하는 장면은 미국 국무부 등과 대북 관련 ‘정보 공유’ 대상을 확대한 덕분에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게 당국자의 설명이다. 미 측이 정찰 자산을 통해 확인된 이민트(IMINT·영상 정보)를 우리 정부에 넘겨줬다는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9월 채택된 대북제재 결의 2375호를 통해 대북 정유제품 공급량을 기존의 450만 배럴에서 200만 배럴로 제한했다. 또 최근 대북제재 결의 2397호를 통해서는 이를 50만 배럴로 줄였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을 중심으로 이제 안보리가 대북제재 시선을 넓히겠다는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적발은 북한이 그동안 국제사회에 알려지지 않은 우회 경로를 그만큼 확보했다는 방증이란 평가도 나온다. 실제 북한은 밀수 우회로 확보에 최근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밀수 경로도 중동, 아프리카 등 제재의 시선이 미치지 못한 곳으로 넓어졌다는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 시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현행범으로 딱 걸렸다. 중국이 북한에 석유가 계속 흘러들어 가게 허용해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적시하지 않았지만 윈모어호 적발 사실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도 “석유가 북한으로 들어가는 걸 안다. 오늘 아침 폭스뉴스 보도를 봤다”며 “(중국이) 북한 문제에 도움을 준다면 (미중 무역관계에 대해) 다르게 생각해 보겠지만, 돕지 않는다면 내가 항상 하겠다고 말해 왔던 걸 실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이 석유 밀무역을 방치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날 유엔 안보리는 불법 화물을 실어 나른 ‘례성강1’ ‘삼정2’ ‘을지봉6’ ‘릉라2’ 등 북한 선박 4척의 국제 항구 접근을 금지하는 제재 조치를 내렸다. AFP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윈모어 등 총 10척을 안보리 블랙리스트(제재 명단)에 올려 달라고 요구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북한 선박 4척만 명단에 올리는 데 그쳤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뉴욕=박용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위안부 합의’의 중대한 흠결을 지적하고 빠른 후속 조치를 주문하자 정부는 즉각 후속 계획을 세워 실행에 나서기로 했다. 당초 외교부는 강경화 장관이 직접 나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할머니 32명 전원을 면담할 계획이었다. 또 관련 단체, 전문가, 학계 인사 등의 의견까지 폭넓게 수렴할 방침이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한 달가량 시간을 갖고 피해자 의견을 듣는 동시에 일본과 물밑에서 협상하는 ‘투 트랙’ 전략을 고려했던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정부는 ‘선조치, 후설득’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안부 합의에 대한 국내 여론을 고려해 일단 관련 조치에 나서고, 일본 정부 설득은 나중에 진행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 기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당장 다음 주부터 피해자의 의견을 구체적으로 듣기로 했다. 여성가족부 등 관련 부처와도 수시로 의견을 교환한다. 일본과의 물밑협상은 공통 접점을 중심으로 시작한다. 정부 관계자는 “양국 여론이 조금 부드러워지면 대북문제, 경제공조 등을 꺼내 대화를 시작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평창 겨울올림픽 방문도 꾸준히 설득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관계자는 “일본 측에 제시할 ‘당근’이 현재로선 마땅치 않다는 게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정부는 미국 등 국제사회를 설득할 수 있는 외교 전략도 고민 중이다. 국제사회의 시선에 따라 일본의 반응 강도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특히 정부는 우리가 비공개 외교 문서를 공개한 부분을 일본이 집중 공략할 것으로 예상하고 선제적으로 ‘불가피한 최소한의 열람’이란 입장을 국제사회에 알릴 계획이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강경화 외교부 장관 직속의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가 2015년 12월 28일 발표된 한일 위안부 합의는 ‘주고받기식’ 정치적 합의로 성사된 것이라고 27일 밝혔다. 특히 TF는 양국 간 비공개 합의 내용까지 공개했고, 일본이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나서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우선 TF는 조사 결과 일본 측 희망에 따라 비공개로 사전 고위급 협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비공개 합의에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등 피해자 관련 단체를 (양국 간 합의 후에) 설득하겠다고 일본 측에 말했다. 소녀상 이전 계획에 대해선 “관련 단체와 협의를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일본 측에 답했다. 또 미국 등 제3국에서의 위안부상(像) 설치를 두고 일본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자 “(설치 등) 움직임을 지원함이 없이 한일 관계가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정부 차원에서 해외 위안부상 설치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성노예’ 명칭을 사용하지 않기를 희망한다는 일본 측 요구에는 “공식 명칭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라며 사실상 수용했다. 이와 함께 TF는 당시 외교부가 2015년에만 15차례 이상 피해자 및 관련 단체를 접촉했음에도 ‘최종적·불가역적’ 표현 등 우리 정부의 조치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TF는 우리 정부가 일본으로부터 △책임 인정 △사죄 △배상을 얻어냈다는 부분은 긍정 평가했다. TF는 위안부 합의 파기 등 정책 제언은 보고서에 담지 않았다. 오태규 TF 위원장은 “최대한 (가치) 판단은 자제하고 합의 경위 등만 넣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반발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은 27일 담화를 통해 “2015년 합의는 민주적으로 뽑힌 한일 양국의 정상하에서 정당한 교섭 과정을 거친 것”이라고 강조했다.신진우 niceshin@donga.com·신나리 기자}

27일 외교부 장관 직속 ‘한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가 내놓은 보고서로 2년 만에 위안부 합의 과정의 민낯이 드러났다. 2015년 12월 28일 발표 당시 박근혜 정부는 ‘이면 합의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TF 조사 결과 합의 비공개 부분에 따르면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들을 설득하겠다는 것도, 해외 소녀상 건립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약속한 주체도 모두 한국 정부였다. 사실상의 이면합의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일본 정부가 내기로 한 10억 엔도 객관적인 산정 기준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 박근혜 청와대가 주도한 위안부 합의 TF는 “한일 양국 외교장관이 공동기자회견에서 위안부 합의를 발표하기까지 총 8차례 고위급 비공개 협의가 있었다”고 공식 확인했다. 지지부진했던 외교부 국장급 협의를 2015년 초 청와대가 가져오면서 실질적인 내용은 이병기 당시 국가정보원장이 나선 고위급 협의에서 논의됐다는 것이다. 발표 당시 가장 큰 논란을 일으켰던 ‘불가역적’이라는 표현도 협상 과정에서 한국이 먼저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태규 TF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은 일본 측 사죄의 불가역성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했으나 당초 취지와는 달리 합의에서는 해결의 불가역성으로 의미와 맥락이 변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외교부가 해당 표현을 삭제하자고 의견을 냈지만 끝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도 짚었다. 그러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배경에 대해서는 “저희도 진짜 알고 싶은 부분이었지만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2015년 합의를 발표했던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은 이날 논평을 내고 “우리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부분들은 한중일 정상회의 계기, 대통령 방일 등 후속 외교협의를 통해 풀려고 했지만 탄핵 등 사태로 추진이 어렵게 됐다”고 해명했다. ○ 외교 자충수로 돌아올 비공개 부분 공개 TF는 이날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을 이유로 위안부 합의의 비공개 부분을 공개했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소녀상을 이전하거나 제3국에 위안부 기림비를 설치하지 못하게 관여하거나 ‘성노예(sexual slavery)’ 표현을 사용하지 않기로 약속한 것은 아니나, 일본 쪽이 이러한 문제에 관여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전 정권의 잘못을 지적하기 위해 상대국과의 비공개 합의 부분을 외부에 알린 것이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은 “외국으로 하여금 ‘한국과 협상을 하면 언제든 공개될 수 있구나’ 하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박 원장은 “3가지 비공개 언급 내용이 사실 깜짝 놀랄 만큼 새로운 내용도 아닌데 얻을 것 하나 없이 장래 한국 외교에 그림자를 드리웠다”고도 말했다. 윤 전 장관도 “복잡한 고난도 외교협상 결과와 과정을 국제 외교 관례를 무시하고 전례 없는 민간 TF를 통해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은 앞으로 우리 외교 수행 방식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도를 저하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는 양국의 역사적 화해를 원했던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의 압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TF 보고서도 “한일 관계 악화는 미국의 부담으로 작용함으로써 미국이 양국 역사 문제에 관여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시사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외교 소식통은 “워싱턴에선 한일 위안부 갈등이 장기화되자 일종의 ‘피로감’이 확산됐다. 하루빨리 위안부 논란을 끝내자는 게 한미일의 공통된 인식이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런데도 한국이 다시 위안부 합의의 문제점을 지적하면 일본에선 또다시 ‘한국이 골대를 옮기고 있다’고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난관 예상되는 정책 결정 보고서 발표 후 향후 조치도 주목된다. TF 결과 발표 후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모두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 진정성 있고 실질적인 조치를 강구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관련 단체, 학계 의견을 수렴해 정책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것이지만, 일본이 시종일관 위안부 합의 파기는 없다고 맞서고 있어 난관이 예상된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은 이날 오후 외교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TF 위원들의 노고에 감사한다”면서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TF의 자의적 평가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를 향해 △TF 결과와 피해자의 요구를 즉각 수용해 한일 합의 무효화 △화해치유재단 해산 △위로금 10억 엔 즉각 반환 등을 요구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신진우·권기범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내년 2월 열리는 평창 겨울올림픽에 참석할 해외 정상급 인사들과 관련해 “43명 정도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통해) 참석 의사를 표명했다. 정상급 인사들 가운데 (우리 정부에) 참석을 확인한 경우는 15명”이라고 26일 밝혔다. 이에 따라 어떤 주요국 정상들이 평창 올림픽에 참석할지 관심을 모은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주변 4강(미중일러)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경우 지난달 방한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가족을 보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유력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다른 일정 등을 이유로 결정을 유보한 상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당초 참석이 유력했지만 IOC가 도핑 스캔들을 일으킨 러시아에 평창 올림픽 전면 출전 금지라는 중징계를 내리면서 참석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 때문에 주변 4강 중 유일하게 남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참석이 주목받고 있다. 현재 한일 정부가 가능성을 열어 놓고 ‘긴밀히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소식통은 “2020년 도쿄 여름올림픽을 앞둔 아베 총리가 평창에 오겠다는 의지는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일단 일본은 27일 한국 정부가 공식 발표할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 결과를 지켜본 뒤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겨울스포츠 강국인 동유럽, 북유럽 국가 정상들은 다수 참석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의 참석도 유력시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 추세면 최소 70명 이상의 정상급 인사가 방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신진우 niceshin@donga.com·김상훈 기자}
중국 베이징(北京) 내 북한인 수가 2년 전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대폭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도발과 중국의 대북제재로 북-중 관계가 최악인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4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베이징 내 북한 국적자는 2년 전에 비해 약 3분의 2가 줄어들었다. 2년 전 베이징에서 북한인 수는 5000명이 안 되는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5000명으로 잡아도 1600명 정도로 계산된다. 따라서 현재 베이징에 남아 있는 북한인은 1000명 안팎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추세는 중국 내 북한 노동자 수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중 접경 지역인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의 북한 노동자 2만여 명 가운데 20∼30%가 중국 당국의 불법 취업 단속 등으로 감소했다. 다른 외교 소식통은 “내년 1월 9일까지 중국 내 북한 기업을 폐쇄하도록 했고 북한 노동자의 신규 비자 연장 금지에 이어 22일 통과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2397호에서 2년 내 북한 노동자 송환을 명시한 만큼 내년부터 중국 내 북한인 수가 더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미국과 중국이 합의한 초안에는 노동자 송환 시한이 12개월이었지만 막판에 러시아의 이의 제기로 1년 더 연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정제유 공급량을 연초 450만 배럴에서 10% 수준인 50만 배럴까지 줄이고 대북 원유 공급 상한선으로 현재 추정치인 ‘연간 400만 배럴’을 처음 명시한 것은 초안대로 통과됐다. 핵과 미사일 개발에 직간접으로 관여한 16명을 제재 명단에 추가했다. 중국 외교부는 23일 “전면적”이면서도 “균형 있는” 집행을 강조했다. 기존 대북제재 결의에 대해 “전면적이고 완전한 집행”을 강조한 것과 사뭇 달라졌다. 북-미 간 한반도 전쟁 발생에 대한 불안감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 안보리 결의 2397호가 집행될 경우 현재 북한의 대(對)중국 수출액이 10분의 1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24일 현재 중국 해관(세관)은 국가별 품목별 세부 수출입 액수를 공개한 올해 10월 북-중 무역 통계에서 2397호가 금지한 식용품, 농산품, 기계류, 전기기기, 광물 및 토석류, 목재류 대중국 수출액을 빼면 10월 북한의 대중국 수출액(9074만 달러·약 980억 원)은 10.1%인 913만 달러 수준으로 떨어진다. 단둥 등 북-중 접경 지역을 통한 북한의 대북 수출 대부분이 막히는 셈이다. 이미 중국과 북한의 지난달 무역액은 지난해 11월보다 36.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로이터통신이 중국 해관총서의 국가별 무역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1월 북-중 무역액은 올해 3억8800만 달러(약 4190억 원)로 지난해 6억1320만 달러(약 6620억 원)보다 감소했다. 11월 북한의 대중국 수출 총액은 1억18만 달러(약 1081억 원)로 지난해 2억6220만 달러보다 61.8%나 줄었다. 동아일보가 확인한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 전문가패널 ‘대북제재 이행보고서’에서도 북한의 대중국 석탄, 광물 수출액이 크게 줄었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신진우 기자}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왕세제의 조카인 자이드 만수르(사진)가 최근 전용기로 방한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함마드 알 나하얀 왕세제는 임 실장이 9∼12일 중동 방문 당시 만났던 UAE의 실권자다. 19일 입국해 21일 돌아간 자이드는 외교관으로 알려졌다. 그의 아버지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시티 구단주인 만수르 빈 자이드 알 나하얀(47)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21일 “이번 방문은 전적으로 사적인 방문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당국자는 “쇼핑을 직접 한 것으로 들었다. 한국에서의 공식 일정은 전달받은 게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민감한 시기에 UAE 왕실 인사가 방한한 만큼 청와대 측과 모종의 협의를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공교롭게 임 실장은 18일 오후부터 21일까지 휴가를 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정부가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에 나서지 않으면 내년 초 북측에 다시 남북 군사회담을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0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비핵화 로드맵’ 초안을 작성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7월 문재인 정부의 100대 과제를 내놓으면서 연말까지 북핵 관련 비핵화 로드맵을 내놓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특히 로드맵은 남북문제의 주도적 해결을 위해 우리가 먼저 북한에 각종 제안을 할 수 있다는 전략을 담고 있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밝힐 때까지 기다렸다 제안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먼저 다가서 반응을 이끌어내겠다는 것. 그러면서 소식통은 “모든 제안의 전제는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남북 군사회담 개최 △군사분계선에서의 긴장 완화 △휴전선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 △군비 통제 등 군사적 해법을 차례로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로드맵에는 내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 이후로 일부 한미 연합 군사훈련 연기 방안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소식통은 “인도적 지원, 이산가족 상봉 제안 등은 후순위로 거론되는 옵션”이라고 덧붙였다. 국가안보실이 주도하는 로드맵의 기본 원칙은 △한반도 평화 정착 △비핵화 △남북문제의 주도적 해결 등 5가지로 문 대통령이 지난달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밝힌 ‘한반도 평화실현 5대 원칙’과 같다. 로드맵에는 지역·분야별 자문위원들의 조언을 토대로 중국 일본 등 주변국 반응까지 고려한 대응 시나리오도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로드맵이 완성되더라도 외부에는 비공개하고 관련 부처만 공유할 것으로 전해졌다.신진우 niceshin@donga.com·신나리 기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9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자신은 높은 소파에 앉고 강 장관에겐 낮은 소파를 내줘 결례 논란이 일고 있다. 아베 총리는 14일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의 회동에서도 자신보다 낮은 소파를 줬고, 5월 더불어민주당 문희상 의원이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6월 일본에서 아베 총리와 만났을 때 처음에는 낮은 소파를 제공받았으나 정 의장 측이 문제를 제기하자 뒤늦게 소파를 바꿔 높이를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미국 인사를 만날 때는 대부분 같은 높이의 소파에 앉았다. 지난해 12월 애슈턴 카터 당시 미 국방장관, 2014년 페이스북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와 만났을 때는 같은 높이의 소파에 앉았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북한은 지난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발사하면서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한국,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 전체를 인질로 삼는 핵무기 실전 배치가 코앞까지 왔다고 주장한 것.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를 말하던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15일(현지 시간) 이 발언을 사실상 철회했다. ‘지속적인 도발 중단’을 대화의 새 조건으로 내걸었고, 한반도 전쟁 위기는 다시 증폭됐다. 동아일보와 고려대 정부학연구소가 실시한 2017 대한민국 정책평가에도 한반도 위기 상황이 반영됐다. 일반 국민과 정책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외교안보 분야 정책의 상대적 중요성은 경제(1위), 사회복지(2위), 교육문화(4위), 외교안보 등 4개 분야 정책 중 3위였다. 지난해엔 4위였다. 외교안보 정책이 4개 분야 정책 중 일상생활 체감도가 가장 낮은 점을 감안하면 북핵 문제로 외교안보 이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핵 위기에도 ‘생활 체감형 정책’ 상위권 외교안보 분야 10대 정책 중 정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건 국가보훈처의 ‘6·25 참전 미등록자 발굴, 국가유공자로 예우 및 명예선양’ 정책이었다. 참전용사에 대한 처우 개선과 예우에 대해선 한반도 전쟁 위기와 별개로 국민 모두가 공감한다는 뜻이다. 다만 참전에 대한 예우는 생전에 이뤄져야 의미가 있는 만큼 생존 참전용사 발굴에 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생존 6·25전쟁 참전유공자 연령은 평균 87세에 달한다. 병사 월급 인상을 핵심으로 하는 국방부의 ‘병 봉급 연차적 인상 및 자기개발 기회 지원 확대’ 정책은 2위였다. 국방부는 병사 월급을 병장 기준 올해 21만6000원에서 내년에는 최저임금 대비 30% 수준인 40만5700원으로 올리고, 2022년엔 50%인 67만6100원으로 올리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병사 월급 인상에 내년에만 지난해 대비 7600억 원대의 예산이 추가로 소요된다. 향후 북핵·미사일에 맞선 무기 도입비 등이 포함된 예산인 방위력개선비가 줄어드는 ‘풍선 효과’를 막으려면 구체적인 예산 확보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의 ‘재외국민 사건사고 예방 및 대응 역량 강화’(3위) 정책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누구나 해외에서 사건사고를 당할 수 있는 만큼 당장 체감되는 대표적 정책이다. ○ 정작 ‘한반도 정세’ 안정 정책은 하위권 이에 반해 한반도 정세와 관련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위한 국제공조 강화(외교부)’ 정책은 4위,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실질적 발전 추진(외교부)’ 정책은 8위, ‘북핵·미사일 등 비대칭 위협 대응 능력 강화(국방부)’ 정책은 9위에 머물렀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위한 국제공조 강화’ 정책은 정부가 미국 등 국제사회와 꾸준히 대북 문제 해법을 고민해 온 점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다만 미국의 인도 태평양 구상과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사이에서 청와대와 외교부가 각각 다른 메시지를 내는 등 일부 정책의 방향은 일관성이 없었다. 대북 제재 이행의 핵심 당사자인 중국에 우리 정부가 대북 원유 공급 제한을 요청하지 않는 등 소극적인 모습도 평가에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세 차례나 한중 정상회담을 갖는 등 사드 갈등으로 냉각됐던 한중 관계는 회복되는 모습이지만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실질적 발전 추진’ 정책은 8위에 그쳤다. 정부가 봉합했다던 사드 이슈가 중국 측 문제 제기로 거듭 불거지는 등 ‘정책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 점수가 낮았다. 북한이 북핵 및 미사일 고도화에 사활을 거는 것과 달리 이에 대응하는 ‘북핵·미사일 등 비대칭 위협 대응능력 강화(국방부)’ 정책은 9위에 그쳤다. 북한이 핵무기 및 이를 실어 나를 ICBM을 완성하는 속도가 매우 빠른 반면 이에 대응할 ‘한국형 3축 체계’의 구축 속도는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점이 낮은 평가의 원인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가장 큰 관심을 받았던 안보 이슈 중 하나인 ‘굳건한 한미동맹 기반 위의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전환’ 정책도 6위에 머물렀다. 2006년 한미 정상이 전작권 전환에 합의하고도 2010년,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전환 시기가 연기되는 등 10년 넘게 별다른 성과가 없었던 점이 낮은 순위를 기록한 결정적 요인이었다. 현재 한미는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에 합의한 상태다. ‘방산비리 처벌 및 제재 강화, 예방 시스템 구축 정책’은 조사한 외교안보 정책 중 꼴찌였다. 방위사업청은 악성 및 고의적인 비리가 적발된 방위산업체는 즉시 퇴출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을 검토하고 방사청 내 문민화율을 내년 상반기 기준 70%까지 달성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방산비리 근절책을 마련 중이다. 그러나 방산비리 근절 대책에도 ‘뚫리는 방탄복’이 군에 납품되는 등 방산비리가 반복되면서 ‘정책의 실현 가능성’ 부문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손효주 hjson@donga.com·신진우·황인찬 기자외교안보 평가: 김선혁, 임현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강경화 외교부 장관(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을 요구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외교적인 논의는 타이밍이 있는 것이고 (대북 제재는) 기본적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내에서 돌아가는 내용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18일 서울 종로구 사직로 외교부 청사에서 동아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중국에 (향후 대북 원유 공급 중단 요청을) 영원히 한다 안 한다 말하긴 힘들지만 한중 관계뿐만 아니라 국제 정세를 감안해서 외교 의제를 택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한중 정상회담에서 가까스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논란이 수그러들 모멘텀을 찾은 만큼, 당분간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카드는 꺼내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돼 미국 일본 등 주변국의 반응이 주목된다. 강 장관은 이어 “문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더 큰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제재를 해달라는 논의는 (시 주석과)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강 장관은 또 시 주석이 향후 사드 문제를 다시 언급할 가능성에 대해 “100%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이번 회담에서 사드 관련 대화가 몇 분밖에 안 될 만큼 비중이 작았던 것을 봤을 때 다음부턴 (한중 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가 안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 기간 중 문 대통령의 혼밥 논란 등 ‘홀대론’에 대해선 “일정을 잡을 땐 상대와 시간이 맞아야 된다. 기본적으로 시간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관련 상황이 (언론에)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은 부분도 있고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본질을 잘 모르고 주변 이야기를 키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최근 북한을 겨냥해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했다가 비핵화 전제 대화론으로 선회한 것에 대해선 “(대화에 나서기 위해선) 북한이 (도발 중단 등) ‘명백한 기류 변화의 신호를 보내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