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서울 모 구청 공무원 A 씨(여)는 지난해 가을 같은 부서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A 씨는 서울시 성희롱고충상담·신고처리센터에 신고했다. 얼마 뒤 이 상사가 인사위원회(인사위)에 회부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상사가 인사위에서 어떤 징계를 받게 되는지 궁금했지만 알 길이 없었다. 성희롱고충상담센터나 인사과 등에 물어봤지만 “징계 내용을 제3자에게 알려줄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 A 씨는 올 1월 가해자가 새로 발령 난 부서에 나오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고서야 정직 처분을 받았음을 ‘짐작’했다. 사회 곳곳에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열풍이 불고 있지만 공직사회는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여러 이유를 들고 있지만 성폭력 가해자의 징계 내용을 피해자가 알 수 없도록 돼 있는 이 같은 현실도 일조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사건 자체가 밖으로 알려지지 않도록 암묵적인 압박으로 작용한다는 얘기다.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에서 성희롱이나 성추행 사건이 발생해 신고가 들어오면 각 기관은 내부 조사 및 감사에 착수한다. 우선 피해자를 가해자로 지목된 공무원과 같은 공간에서 일하지 않도록 분리시킨다. 조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나면 가해자는 징계 절차를 밟는다. 문제는 이때 피해자에게는 가해자의 징계 여부나 구체적인 징계 결과가 통보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피해자는 성(性)비위 문제로 인사위에 회부되면 대부분 중징계 받는다는 점에서 ‘가해자의 징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징계 결과를 알 수 없으니 이에 대해 이의신청을 할 수도 없다. 징계 결과를 포함한 인사정보는 당사자만 알 수 있도록 돼 있는 개인정보이기 때문이다. 지방공무원 징계 및 소청규정 제9조에 따르면 징계 통보 대상자에 피해자는 들어 있지 않다. 서울시 관계자는 “(피해자는) ‘사건’ 당사자일 뿐, ‘징계’ 당사자와는 구분되는 타인이다”라며 “징계 결과에 이의제기할 수 있는 사람 역시 징계 처분 대상자와 기관장에 제한돼 있다”고 말했다. 징계 결과도 공공기관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의 비공개대상 정보에 해당된다. 공개하려면 징계 당사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임현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15일 “징계 결과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개인정보여서 통보 대상자가 명확히 규정돼 있어 (피해자에게 알리면) 현행법상 개인정보 유출이나 명예훼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해자의 인권(개인정보)이 피해자의 인권(알 권리)보다 중요한 것이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많은 여성 공무원들은 “징계 결과를 피해자가 수소문하는 것은 힘들뿐더러 그 과정에서 2차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피해자도 공식적으로 가해자의 징계 내용을 공지받아야 ‘사건이 끝났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고 말했다.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도 “징계 결과를 알아야 피해자가 안정될 수 있고, 결과가 불만족스럽다면 민·형사소송 등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며 “피해자가 징계 결과를 알기 원하는지를 파악하는 등 적절한 통지 방식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6일 오전 서울시 인터넷 지방세 납부 시스템 이택스(ETAX)가 오류를 일으켜 70만 명에게 세금고지서가 잘못 발송돼 많은 시민이 혼란을 겪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부터 8시 20분까지 이택스 자동발송시스템에 전산 오류가 발생해 한 사람이 받아야 할 세금고지서가 70만 명에게 e메일로 중복 발송됐다. 광진구에 거주하는 A 씨 앞으로 보내는 도로점용료 12만8000원을 납부하라는 고지서였다. 이택스를 관리하는 우리은행 측은 약 6시간 후 오류를 확인하고 130만 명에게 예정된 발송을 70만 명에서 중단시켰다. 다른 사람 명의의 고지서를 받은 시민들이 이날 오전 해당 광진구청에 문의 전화를 거는 소동이 벌어졌다. e메일에 적힌 광진구청 건설관리과는 물론이고 다른 과에도 오전 9시부터 2시간 동안 전화 약 10만5000통이 걸려와 사실상 업무가 마비됐다. 구 관계자는 “구청 전화 전체가 불통이었다가 점심 무렵에야 복구됐다. 하지만 오후에도 계속 전화가 와서 업무에 차질이 빚어졌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이들 시민에게 사과 e메일을 보내 다른 개인정보 유출은 없었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고지서가 든 첨부파일을 열려면 비밀번호 입력 등 보안 절차를 거쳐야 한다. e메일에는 납세자 이름과 세목, 금액만 있을 뿐이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측은 오류 발생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미투(#MeToo·나도 당했다)’가 대학 사회 전체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지금까지는 문화예술계와 연결된 예술대학이나 관련 학과가 미투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개강에 맞춰 일반 학과에서도 폭로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대상도 교수뿐 아니라 교직원으로도 확대됐다. 최근 서울시립대 온라인 커뮤니티인 ‘서울시립대 광장’에 자신을 재학생이라고 밝힌 A 씨의 글이 올라왔다. A 씨는 ‘교내 성추행 사실을 고백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한 교양교수의 이름을 거론했다. A 씨는 “1학년 때 수업을 핑계로 따로 불러냈다. 함께 술을 마신 뒤 외진 곳에서 키스를 시도했다. 딸 같다며 몸을 이곳저곳 만졌다”고 주장했다. A 씨가 황급히 그곳을 떠나려 하자 교수는 뒤따라와 택시비까지 줬다고 한다. A 씨는 “마치 몸 파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미투가 계속되는 걸 보고 침묵하던 자신에게 죄책감이 느껴져 글을 썼다고 고백했다. 미투 대상으로 지목된 교수는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기자가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일단 학교 측은 해당 교수 강의를 휴강 처리했다. 그리고 양성평등상담센터를 통해 진상을 조사 중이다. 경기 의정부시 신한대에서도 개강을 전후로 성추행 폭로가 10여 건 이어지고 있다. 모두 특정 교수를 지목했다. “여학생을 ‘공주님’으로 부르며 포옹하고 뽀뽀했다” “남자친구와의 성관계 여부를 물어봤다” 등의 내용이다. 미투 대상에 교직원도 나왔다. 성신여대에서 교직원으로 근무했다는 B 씨는 3일 이 대학 페이스북 대나무숲에 자신의 피해 사례를 밝혔다. 2014년 자신의 상사를 당사자로 지목했다. B 씨는 “대학을 갓 졸업하고 행정조교로 근무할 때였다. 회식을 마치고 상사와 집 방향이 같다는 이유로 함께 택시를 탔는데 갑자기 달리는 차 안에서 키스를 하고 가슴을 만졌다. ‘오늘 집에 들어가지 마라’ ‘같이 자자’는 말도 수없이 했다”고 밝혔다. 다음 날 상사는 아무 일 없는 듯 행동했고 B 씨는 피해사실을 공개할 수 없었다. 결국 B 씨가 학교를 떠났다. 성신여대는 가해자로 지목된 교직원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다. 앞으로 학기가 진행되고 새로운 폭로가 이어지면 비슷한 미투가 대학 사회 전반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대학가에서는 교수와 교직원 학생 사이에 성범죄가 종종 발생했다. 하지만 드러나지 않은 사건은 더욱 많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대학 사회 내부의 성의식 수준이 느슨한 점을 이유로 꼽았다. 가해자 제재 등 후속 조치가 부실하거나 투명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지난해 서울시립대는 “서른 살 넘은 여자들이 본인이 싱싱한 줄 안다. 그래서 결혼을 안 하는 것”이라고 발언한 교수에게 당시 경고 처분만 내렸다가 지적을 받자 뒤늦게 징계에 돌입했다. 성폭력 피해를 입은 학생이 학내 양성평등센터를 통해 피해사실을 알려도 징계위원회 위원들이 가해자의 동료 교수들인 경우가 많아 파면 해임 등 중징계보다는 증거 불충분이나 솜방망이 처분이 나오는 경우도 많다. 한 서울대 교수는 “정직 2개월만 받아도 교수에게는 상당히 무거운 처벌”이라고 말했다. 김동혁 hack@donga.com·김예윤·사공성근 기자}

33년 전 황영숙 씨(56·여) 신혼집 앞으로 최루탄과 돌이 날아다녔다. 학교 입구를 막은 전경들과 마주한 대학생들은 인도에서 떼어내 부순 보도블록 조각을 쥐고 있었다. 구청에서 보도블록을 걷고 시멘트를 깔았지만 매운 가루가 공기에 가득했다. 갓난 아들이 최루탄 소리에 깰까 봐 함께 이불을 뒤집어쓰곤 했다. 집에서 서울대 정문까지 걸어서 5분 걸렸다. 1985년 스물네 살 늦가을, 황 씨는 고향 광주에서 남편을 따라 이곳으로 왔다. 서울 관악구 신림9동. 지금의 대학동이다.○ 허허벌판에서 하숙촌으로 “남편 어릴 때 ‘녹두거리’ 쪽은 허허벌판이었대요.” 1960, 70년대 초반 관악산 끝자락 신림9동 일대에는 용산 해방촌이나 청계천 판자촌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터전을 꾸렸다. 무허가 판잣집과 관악골프장이 공존하던 이곳으로 1975년 동숭동과 공릉동의 서울대 문리대, 이공대가 옮겨 왔다. 신림9동에서 가장 먼저 식당과 주점이 들어섰던 화랑거리에 학생들이 밀려들었다. 화랑거리는 신림9동 앞을 흐르는 도림천의 두 번째 다리 화랑교 앞에서 시작된다. 폭 6m의 소로(小路). 이 거리를 중심으로 주변에 지방 학생을 위한 하숙집이 하나둘씩 늘었다. 황 씨가 올라왔을 때는 층마다 방 서너 개씩 하숙을 치는 2층집이 줄지어 있었다. 서울대생들은 화랑거리를 녹두거리라고 불렀다. 황 씨는 “1980년대 초 거리 초입에 녹두빈대떡을 팔던 ‘녹두집’이 있었는데 그래서 녹두거리가 됐다고 한다”고 했다. 80년대 전두환 정권의 억압적 학원정책에 신음하던 학생들은 녹두장군 전봉준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시위를 마치고 최루탄 냄새 범벅인 학생들은 이 거리 주점에 모여 뒤풀이를 했다. 황 씨는 녹두거리를 조금 지나면 있던 화랑시장을 매일 다녔다. 녹두거리는 대략 지금의 신림로11길과 대학5길이 만나는 지점의 ‘왕약국’까지다. 미세하던 오르막이 왕약국을 지나면 조금씩 가팔라지고 그 양옆 상점이나 좌판들이 시장을 이뤘다. 이곳에서 산 찬거리는 신림9동 주민 식탁과 하숙집 아침상에 밥반찬이 돼서 올랐다.○ 하숙촌에서 고시촌으로 1990년대 들어 신림9동은 고시촌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옛 소련의 붕괴와 다중주택건축가능구역 지정이 이를 불렀다. 사회주의가 몰락하면서 허허해진 학생들은 사법 외무 행정고시로 눈을 돌렸다. 여기에 서울시는 1990년 3월 신림9동 18만 m²(약 5만5000평)를 다중주택건축가능구역으로 지정했다. 서울 최초로 3층 이하 건물에 방 20개까지 들이는 기숙사형 주택을 지을 수 있게 됐다. 다세대주택 위주이던 동네는 두 갈래로 재건축 붐이 일었다. 아파트, 혹은 1인 가구용 건물이 대거 들어섰다. 황 씨가 살던 3층짜리 연립주택 ‘서림맨션’도 1994년 허물고 아파트를 지었다. 아파트 값이 버거운 젊은 부부들은 신림9동을 떠났다. 주택을 원룸 건물로 새로 올린 이웃도 많았다. “그때 원룸으로 바꾼 사람들은 노후 대비 확실히 되겠다고 부러움을 많이 샀어요.” 유명 고시학원 이름이 오르내리고 다른 대학가와 지방에서 올라온 고시생 수만 명이 몰렸다. 고시생이 늘면서 딸이 다녔던 삼성초등학교는 1500명이던 전교생이 약 400명으로 줄기도 했다. ‘그날이 오면’ 같은 인문사회과학서적은 쇠락해 갔다. 황 씨가 초등학생 아들, 딸에게 주말이면 돈 1만 원을 쥐여 주고 ‘놀다’ 오게 했던 ‘광장서적’은 고시서적을 더 많이 팔았다.○ 고시촌에는 신혼부부들이 2000년대 들어 슬며시 화랑시장은 사라졌다. 대형 슈퍼마켓과 화장품 가게, 코인노래방이 들어섰다. 이름을 바꾼 정육점만 남았다. 산비탈 고시원들이 아랫마을까지 ‘점령’하면서다. “다들 혼자 사는데…. 장 볼 사람이 없어진 거지.” 1995년 둘째까지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가계에 보탬이 될까 하여 콜센터 직장을 가진 황 씨는 2007년 퇴직한 뒤에야 동네를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10여 년째 동명(洞名)을 바꾸자는 목소리가 높았다. ‘신림동 달동네’ 이미지를 벗으려고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많았다. ‘집값 싸고 대학가라 안심하고 아이들 키운 동네인데 부끄러울 건 뭐람’ 하는 생각도 들었다. 2008년 신림9동은 대학동이 됐다. 그해 로스쿨이 생겼다. 사시는 사라지게 됐다. 빈방이 늘어가며 고시촌은 쭈그러들었다. 문화센터에서 만나는 ‘노후 대비 잘했다’던 이웃들은 “(고시원) 방 열 개 가운데 서너 개는 빈다”며 울상이었다. 그러나 죽으라는 법은 없다. 빈자리는 강남에 가까우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곳을 찾는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가 채운다. 광장서적은 2013년 문을 닫았다. 그래도 군데군데 헌책방이 남아 있다. 고시에 합격한 사람도, 포기한 사람도 책은 팔고 나간다. 대학동의 많은 이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고시가 끝나고, 자리를 잡으면 이곳을 떠났다. 관악구 마을관광해설사인 황 씨는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어쩌면 대학도, 고시도 상관없었으니까 이렇게 남아 있는 건지도 몰라.” 멋쩍게 그가 웃었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낙후된 도심’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풍경이 있다. 구불구불한 골목길, 다닥다닥 붙은 주택, 갈라진 틈새로 풀이 난 시멘트 바닥…. 어딘지 허전하게 느껴진다면, 그건 전선이 늘어진 전봇대다. 전단지와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은 회색 기둥 위 얽히고설킨 검은 선들은 오래돼 낡은 도시 이미지를 완성시킨다. “여기는 이런 풍경까지 매력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심각한 수준이죠.” 지난달 19일 오후 2시 종로구 익선동 한옥거리에는 평일인데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서울시 보도환경개선과 관계자가 손가락을 들어 위를 가리키자 골목을 지나던 사람들이 덩달아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많이 젖힐 필요도 없었다. 전봇대와 전봇대 사이 중간쯤에서 내려온 전선이 대여섯 줄씩 맞은편 건물 창문들로 들어갔다. 한 건물이라도 각 가구가 가입한 케이블TV 회사나 통신사가 다른 까닭이다. 이 관계자는 “한 건물에 밖에서 들어가는 선은 하나라는 ‘1건물 1인입(引入)’이 원칙이다. 이렇게 여러 선이 각각 들어가는 것은 사실상 불법이다”라고 말했다. 옥상에서 선을 나누는 탭오프(tapoff) 등을 써서 건물의 각 가정으로 들어가도록 하는 게 원칙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를 규제하는 법규는 없다. 기와지붕으로 된 만홧가게 앞 전신주에 걸린 굵직한 검은 전선에 몇 줄인지 세기조차 어려운 가느다란 선이 복잡하게 걸려 있다. 가로등 밑에는 통신선으로 추정되는 선들이 동그랗게 엉켜 있다. 모든 선이 전봇대와 전봇대 사이에 팽팽하게 걸려 있거나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만은 아니다. 어림잡아도 열 줄이 넘는 회색, 검은색 선이 뚝뚝 끊겨 길게 늘어져서는 가게 간판에까지 아무렇게나 내려와 있다. 더 이상 쓰지 않는 폐선(廢線)이다. 이 관계자는 “이사를 간다든가 가입을 해지하면 폐선이 생기는데 (통신사 등에서) 그것을 제대로 철거하지 않고 그냥 싹둑 자르고 가버려 저렇게 흉물이 됐다”고 말했다. ‘폐선 미철거’ 역시 법적 규제가 없다. 이 같은 ‘공중 거미줄’은 1990년대 중후반 종합유선방송이 본격 시작되고 인터넷 사용이 급증하면서 걷잡을 수 없어졌다. 1999년 정보통신선을 한전 전봇대에 걸 수 있도록 허가가 나면서 기존 전선에 각종 통신선과 케이블TV선 및 장비가 함께 매달리게 됐다. “보기에만 거슬린다면 모르겠는데 사고가 날 수 있으니 문제예요.” 전선들이 너무 무거워 과부하가 걸린 전봇대가 태풍을 비롯한 강풍에 쓰러지거나, 늘어진 전선이 밑을 지나가던 트럭에 엉켜 전봇대가 넘어가기도 한다. 이날 오후에도 부산에서 고철을 잔뜩 실은 트럭이 전선을 건드려 전봇대 2개가 쓰러졌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인근 92가구가 정전됐고 교통이 마비됐다. 불이 났을 때 소방차 진입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공중선 정비법은 크게 두 가지다. 전봇대를 철거하고 전선과 통신선 등을 지하에 묻는 지중화(地中化)가 그 하나다. 하지만 쉽지 않다. 전선과 통신선은 지하에 매설하지만 고압전기를 220V로 변환하는 변압기나 전류 차단 개폐기는 지상에 설치해야 한다. ‘서울로 7017’의 중구 구간 아래에 있는 사람 가슴팍 정도 오는 두꺼운 철제 상자 6개에는 변압기와 개폐기가 들어 있다. 그러나 설치할 공간 자체 확보가 어렵고 그 땅의 소유주가 흔쾌히 사용을 동의하는 경우도 많지 않다. 비용도 대당 1억 원이나 된다. 이 관계자는 “시 및 자치구와 한전이 설치비용을 일대일로 부담한다. 지중화 사업은 선 1km당 약 30억 원이 드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지중화보다 더 기본에 충실한 방법은 공중선 정리다. 폐선을 걷어내고 여러 선을 하나로 묶어 건물에 들어가는 선은 한 줄이 되도록 정비하는 것이다. 공중선을 정리하려면 먼저 지방자치단체가 현장조사를 한 뒤 우선정비구역을 선정해 과학기술부에 정리 승인 신청을 해야 한다. 이날 서울시 점검도 공중선 정리를 위한 현장조사였다. 승인을 받으면 지자체와 한전, 통신사가 함께 정비에 나선다. 비용은 통신사 부담이다. 2012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중선 정비종합계획’에서 정비 대상으로 지목한 서울시 전봇대는 약 16만 개. 서울시는 지난해까지 통신사와 함께 3만 개를 정비했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한국인 일본군 위안부가 숨진 채 버려진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됐다. 일본군이 한국인 위안부를 학살했다는 증언과 기록은 있었지만 학살 직후 영상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서울시와 서울대 인권센터 정진성 교수(사회학과) 연구팀은 27일 1944년 9월 중국 윈난(雲南)성 텅충(騰沖)에서 일본군에게 학살된 다수의 위안부 시신이 담긴 영상을 발굴해 공개했다. 서울시청에서 열린 ‘한중일 일본군 위안부 국제 콘퍼런스’에서다. 공개된 흑백영상은 19초 분량이다. 마른 나뭇가지 등이 깔린 흙구덩이에 옷이 벗겨진 여성 시신 6구가 뒤엉켜 있다. 수습하러 온 듯한 중국군 병사는 시신에서 양말로 보이는 옷가지를 벗기고 잠시 뒤돌아서기도 한다. 시신 일부는 불에 그슬렸다. 이 영상은 태평양전쟁에서 일본의 패색이 짙어 가던 1944년 9월 15일 텅충성(城) 근처에서 미중 연합군 164통신대 사진중대 B파견대 소속 볼드윈 병장이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 촬영 전날인 14일 연합군은 텅충을 함락했다. 연구팀은 이날 ‘(1944년 9월) 13일 밤 일본군이 조선인 여성 30명을 총살했다(Night of the 13th the Japs shot 30 Korean girls in the city)’라고 기록된 연합군 작전일지도 공개했다. 인권센터 강성현 교수는 “여기서 ‘한국 여성(Korean girls)’은 문서 곳곳에서 언급된 맥락상 위안부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2016년과 지난해 두 차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서 자료 조사를 하다 이 영상을 발굴했다. 다만 강 교수는 “1990년대 중후반 일본에서 공개돼 ‘일본군의 한국인 위안부 학살’로 알려진 사진과 이번 영상이 똑같다고 단언할 순 없다”면서도 “시체나 중국군 옷차림 등으로 미뤄 같은 장면을 촬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콘퍼런스에 참석한 일본 시민단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전국 행동자료’의 고바야시 히사토모 씨는 “(이 영상자료를) 일본 정부가 인정할 수 있도록 양국 정부 간 채널을 가동해야 한다”고 말했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서울시가 택시요금 15~25%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 도시교통본부는 시의회 교통위원회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8년 주요 업무계획’을 보고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현행 택시 기본요금은 2013년 10월 기존 2400원에서 3000원으로 오른 뒤 5년째 그대로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부터 택시노조, 전문가 등으로 ‘택시 노·사·민·전·정 협의체’를 구성해 택시요금 인상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시 안팎에서는 6월 지방선거 이후 구체적인 인상안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시 관계자는 “다음달 말 나올 협의체 결론이 택시요금 인상 여부 결정에 반영된다. 이후에도 택시정책위원회 및 시의회 심의 등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인상이 결정된다면 요금은 적어도 15%, 많으면 25%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현재 기본요금 3000원을 3900~4500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요금이 갑자기 인상될 때의 시민 반발과 업계 우려를 고려해 논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요금이 인상되더라도 택시기사가 회사에 내는 사납금은 동결할 방침이라고 한다. 요금 인상이 기사 수입 증대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다. 시는 기사 월급을 50만 원가량 늘리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 최근 물가 및 최저임금 인상을 고려할 때 현행 요금체계로는 기사 최저생계비 보장이 힘들다는 의견이 많다. 시 다른 관계자는 “자체 분석한 결과 서울시내 법인택시 기사 월평균 수입은 약 217만 원인데 사법부가 채무자 회생신청 때 ‘인간다운 생활유지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 금액’으로 제시한 268만 원에 맞추기 위해 50만 원 인상을 고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승차거부행태를 줄이기 위해 자정부터 오전 4시까지 적용되는 택시요금 할증시간을 오후 10~11시부터로 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개인택시는 대부분 오후 9시 이후에는 퇴근해 심야에 운행하는 택시가 줄어드는 것을 고려한 유인책”이라고 말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루이스 캐럴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이상한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 기억하시는지. 주인공 앨리스는 하얀 토끼를 쫓아 내려간 땅굴 밑에서 예상치 못한 모험을 한다. 2018년 서울의 발밑에는 무엇이 있을까. 8일 서울시의 지하 안전관리 점검에 동행했다.○ 지하 1.5m 상하수도관…동공? “어, 잠깐만 멈춰 봐.” 뚫어져라 모니터를 바라보던 서울시 도로관리과 직원이 외쳤다. 직선에 가까운 선들이 이어지던 흑백 화면에 아치형 곡선이 나타났다. 동공(洞空·싱크홀) 탐사차량이 멈췄다. “동공인가?” 화면을 본 직원은 “아니네요”라며 고개를 저었다. 탐사차량은 이날 오후 송파구 한국전력 터 앞 영동대로에서 동공이 있는지 점검했다. 2016년 4월 동공 4개를 복구한 지 2년 만이다. 땅속의 빈 공간인 동공은 평균 지름이 1m가량이다. 상하수도관이 묻혀 있는 지하 1∼1.5m에 주로 생긴다. 이 구멍이 커지면서 지반이 침하돼 땅이 꺼지면 흔히 싱크홀이라고 불린다. 이 직원은 “동공은 서울이 늙어가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지난 3년간 서울에서 발생한 도로 함몰 169건의 62%는 상하수도관이 낡아서 발생했다. 1960년대 말∼1970년대에 묻은 상하수도관이 노후화해 파손되면 그 틈으로 새나온 물에 흙과 모래가 쓸려가거나, 그 틈으로 빠지면서 동공이 생기기 쉽다. 탐사차량 안에는 의자 대신 모니터가 있다. 차량 외부에 달린 동공탐사레이더(GPR)가 도로 밑을 위, 아래, 옆에서 분석한 신호를 보여준다. 첫 번째 나타나는 화면은 도로 종단면이다. 직선이 이어지다 아치형 곡선이 나타난다. 그렇다고 무조건 동공은 아니다. 동공은 아치 모양이 찌그러지거나 두 개가 겹치는 등 불규칙하다. 둥근 배관도 아치형으로 나온다. 아치형 곡선이 보이면 여러 단면과 주파수를 종합해 동공 여부를 판별한다. 차량 탐사로 동공이 확인되면 카트형 GPR로 사람이 직접 해당 지표를 정밀하게 탐사한다. 동공이 맞으면 크기와 모양에 따라 등급을 매기고 긴급을 요하면 땅을 파 원인을 파악해 조치한다. 이날 동공은 발견되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2015년 동공탐사를 시작한 후 도로 함몰 건수가 2016년 85건에서 지난해 28건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지하 10m 지하 공동구 계단을 걸어 내려가자 시멘트벽에서 느껴지는 냉기가 서늘하다. 한손으로 잡을 수 없는 두께의 철제 배관과 용도를 알 수 없는 검은색 선, 관 서너 개가 벽에 걸려 보이지 않는 곳 너머로 뻗어 있다. 첩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끝’은 없었다. 지하 10m 아래에는 공동구(共同溝)가 있다. 공동구는 전기 가스 수도 통신시설 등을 한데 모아둔 대형 지하구조물이다. 과거 전선이나 상하수도관은 필요할 때마다 공중이나 지하에 설치했다. 그러나 1970년대 후반 ‘계획적’ 도시 개발이 본격화됐다. 200만 m² 이상의 택지를 개발할 때 도시 미관과 관리 편의를 위해 이들 시설을 한데 모은 것이 공동구다. 이날은 서울시내 7곳 가운데 마포구의 공동구를 점검했다. “기사에 위치가 드러나게 쓰면 안 됩니다.” 국가보안시설물인 공동구는 전쟁이나 테러 목표물이 될 수 있어 외부인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다. 몇 번이나 신신당부를 듣고 신분증을 제출한 뒤, 사진 등을 함부로 찍거나 유출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들어갔다. 상수도관과 통신케이블, 광케이블, 전선 말고 다른 설비는 없다. 맞은편 바닥에 30m마다 소화기가 1개씩 있다. 공동구에서는 작은 사고가 대형 재난으로 번질 위험이 상존한다. 상수도관에서 누수가 생기면 전선에 영향을 줄 수 있고, 화재가 나면 순식간에 번질 수 있다. 이날 점검은 하루에 오전 오후 2번 순찰과 함께 이뤄지는 일상점검. 상수도관은 접합부가 파손되지는 않았는지 만져본다. 접합부에 녹이 스는 걸 방지하려 감아둔 기름종이를 갈아주기도 한다. 30cm마다 손망치로 두들겨 소리를 살핀다. 통신케이블은 열화상카메라로 점검해 특별히 온도가 높은 부분은 화재 위험이 있어 조치를 취한다. 시 관계자는 “군부대, 경찰과 함께 대테러 훈련 때도 점검한다”고 말했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서울 서초구는 양재동과 내곡동 일부 집단취락지구 해제를 서울시에 요청하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집단취락지구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같이 개발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지역 안의 주거지역이다. 그린벨트보다 완화된 건축규제 기준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그린벨트 건폐율은 20%지만 집단취락지구는 40%다. 노인복지시설 같은 주민 편의시설은 신축이 비교적 쉽다. 하지만 법이 정한 시설 외의 건물은 지을 수 없다. 서초구가 이날 집단취락지구 해제를 서울시에 요청하겠다고 한 곳은 양재동 식유촌(37가구)과 송동마을(42가구), 내곡동 탑성마을(39가구)이다. 서초구에 따르면 식유촌과 송동마을은 최고 25층 고층 아파트가 들어선 서초공공주택지구와 왕복 8차로, 탑성마을은 최고 21층 아파트단지가 있는 내곡공공주택지구와 왕복 2차로를 사이에 두고 있다. 구 관계자는 “사실상 이들 공공주택지구와 동일 생활권으로, 그린벨트 역할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는데도 이들 마을은 외딴섬처럼 고립돼 낙후되고 있어 주민 불만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세 마을 모두 서울시 집단취락지구 해제 기준인 ‘주택 100호 이상’에는 미치지 못한다. 서초구는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이 관계자는 “국토교통부 해제 기준(20호 이상)보다 5배 높은 서울시 해제 기준을 완화해달라고 요청할 방침이다”라며 “세 마을에서 불과 1∼2km 떨어진 경기도 과천 가일 및 세곡마을은 국토부 기준이 적용돼 집단취락지구에서 해제됐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국토부는 집단취락지구 해제 기준을 ‘20∼100호 이상’이라고 범위를 정하고 구체적인 기준은 각 지자체에 맡겼다”며 “도시기본계획 자체를 수정해야 하는 문제여서 현재로서는 해제를 고려하기 어렵다”고 말했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양천구가 남성을 위한 ‘아버지 요리교실’을 연다. 요리할 줄 몰라 선뜻 불 앞에 서지 못하는 남성에게 자신감을 심어줘 일과 가정의 양립에 도움을 주자는 취지다. 양천구에 사는 남성은 나이나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들을 수 있다. ‘아버지 요리교실’은 제육볶음이나 ‘매콤’ 명태조림, 우럭매운탕같이 가정에서 종종 먹는 음식부터 월남쌈, 샤부샤부, 파에야, 햄버그스테이크 같은 특선요리까지 16가지 메뉴의 조리법을 배운다. 올해 1∼3기 수업이 계획돼 있다. 1기 수업은 다음 달 10일부터 4월 28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오후 1시 양천구 여성교실(목동남로94 ‘신나는 어린이집’ 3층)에서 8회 열린다. 신청은 다음 달 5일까지 양천구 홈페이지() ‘여성’ 메뉴에 들어가서 한다. 추첨을 통해 수강생 30명을 뽑아 6일 발표한다. 당첨된 사람은 9일까지 수강료 1만 원을 공지된 은행에 입금하면 된다. 여성가족과 02-2620-3384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명절 연휴에 36시간을 내리 일한 적도 있어요.” 경기 의정부에서 14년째 편의점을 하는 계모 씨(47)가 고개를 내저었다. 돈을 더 얹어준다고 해도 연휴, 특히 명절 당일 일하겠다는 아르바이트생을 구하기 어렵다. 계 씨는 “일을 해달라는 말을 꺼내기도 어렵다”고 했다. 설 연휴에 계 씨는 아들과 12시간씩 교대로 편의점을 지킨다. 고향은 지난주에 다녀왔다. “명절 하루쯤 쉬어도 되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사장이기 때문에 찾는 손님을 위해 문을 연다. 하지만 본사와 365일 연중무휴 계약을 해서 쉬는 게 쉽지 않기도 하다”고 말했다. 계 씨처럼 가맹본사와의 계약 때문에 설에 쉬고 싶어도 못 쉬는 편의점주가 많다. 13일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서울시내 편의점주 10명 중 8명은 명절 연휴 자율영업을 원했다. 지난해 11월∼지난달 편의점주 951명을 조사한 결과다. 편의점주의 주당 노동시간은 65.7시간으로 일반 자영업자보다 17.4시간 많았다. 월평균 휴일은 2.4일에 불과했다. 서울시는 “조사 대상인 서울시내 5대 편의점 본사 가운데 이마트24를 제외하고 모두 365일 연중무휴 하루 24시간 점포 운영을 기본 조건으로 가맹점과 계약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루 19시간 영업을 원칙으로 하되 24시간 영업은 선택사항으로 두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시가 조사한 편의점 93%는 심야영업(0시∼오전 6시)을 했다. 이들 가운데 62%는 ‘심야영업을 중단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편의점 가맹점주 연석회의’(연석회의) 관계자는 “지하철역처럼 심야에 문을 닫는 건물에 입점한 경우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심야에도 일한다”고 말했다. 심야영업을 해도 편의점주에게 실익은 그리 크지 않다. 아르바이트생을 쓰면 시급은 올라가지만 매출은 상대적으로 적다. 연석회의 관계자는 “연휴나 심야에는 유흥가에 있지 않는 한 적자를 감수하고 문을 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아르바이트생이 사고를 당할 우려가 있어 직접 가게를 보는 점주도 적지 않다고 한다. 올해 최저임금이 올라 아르바이트생 쓰기가 더 부담스러워졌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해 평일 9시간 정도 일하던 계 씨는 올 들어 11시간가량 일한다. 주말에만 고용하던 아르바이트생 대신 아들이나 아내가 일한다. 무엇보다 설 연휴에 24시간 문을 여는 까닭은 “본사 눈치 보느라”라고 점주들은 입을 모은다. 동대문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모 씨(42)는 “본사 전산망에 우리 가게 매출이 2시간 이상 ‘0’라고 뜨면 바로 이유를 묻는 전화가 온다. 상을 당하거나 아주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본사는 ‘곤란하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심야영업을 하다 아르바이트생이 화장실에 가러 가게를 잠시 비웠을 때 찾은 고객이 ‘편의점에 아무도 없다’고 본사에 민원을 넣은 경우도 있었다. 다음 날 오전 본사에서 이를 지적하는 전화가 왔고 그 손님에게 사과 전화를 해야 했다. 이 씨는 “계약서에 ‘성실히 매장을 운영할 의무’가 명시돼 이런 일로 페널티(벌점)가 쌓이면 가맹 해지를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쉬기가 더 어렵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휴일, 심야 영업이 소비자 편의를 위한 것도 있지만 자칫 영세 자영업자의 휴식권 등을 빼앗을 수도 있어 점주에게 선택권이 주어져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해 관련 법령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공연이 끝난 후 황토색과 흰색 태권도복을 각각 입은 남북 태권도 시범단장이 나와 손을 위로 맞잡고 흔들었다. 환호와 박수를 받으며 양측 시범단원들은 악수를 나눴다.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이 서울을 떠난 이튿날 북한 태권도 시범단이 서울에서 공연을 펼쳤다. 북한 주도의 국제태권도연맹(ITF) 소속 시범단은 12일 오후 2시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남북 태권도 합동 시범공연’을 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맞아 7일 경의선 육로로 한국에 온 ITF 시범단의 세 번째 공연이었다. 이날 공연은 한국 주도의 세계태권도연맹(WT)이 주최했고 소속 시범단이 함께했다. 2시간 남짓한 공연에서 남북 시범단은 25분씩 각자 무대를 선보였고 마지막 10분 합동시범을 펼쳤다. ITF 시범단은 배경음악 없이 격파, 낙법 같은 무도 위주로 보여줬다. 동작마다 큰소리로 기합을 넣었다. WT 시범단은 ‘아리랑’ 등 음악을 배경으로 부채와 종 등을 활용해 예술적 요소를 가미했다. ITF 관계자는 WT 시범단 공연과 관람석 반응을 줄곧 카메라에 담았다. 객석에서는 시 환경미화원과 태권도를 배우는 어린이들, 그리고 개성공단에서 공장을 운영하던 업체 관계자를 비롯해 약 250명이 지켜봤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공연 전 축사에서 “내년 전국체전 100주년 행사를 서울과 평양에서 동시에 개최해 개막식은 서울, 폐막식은 평양에서 하자”고 제안했다. ITF 시범단은 14일 서울에서 마지막 무대를 펼친 뒤 15일 북으로 돌아간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6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대학을 졸업한 지 몇 년 되지 않은 기자에게 낯익은 사이트 두 개가 종일 올랐습니다. 대학원서접수 사이트였습니다. 알고 보니 4년제 대학 정시모집 합격자 발표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약 60만 수험생과 학부모가 이들 사이트를 통해 합격 여부를 알아본 겁니다. ‘합격하셨습니다’라는 문구를 사이트에서 보기 전까지 학부모들은 대학입시정보 갈증에 시달립니다. 학부모들은 30분에 15만 원 하는 대입 컨설팅부터 200만 원 넘는 맞춤수시지원전략 컨설팅을 받기도 합니다. 이런 학부모, 아니 구민들을 위해 서울시 여러 자치구는 몇 년 전부터 대입전략설명회를 열고 있습니다. 종로 영등포 광진 성동 중랑구 등은 지난해 수능 성적표가 배부된 12월 중순부터 지난달까지 자체 대입전략설명회를 열었습니다. 경험이 풍부한 입시 전문가들을 초청해 전형별 지원 전략을 알려주고 일대일 진학 컨설팅도 해줍니다. 성북구는 지난여름 수시지원 전략설명회를 열었고, 강남구는 일찌감치 5월부터 10월까지 6회 릴레이 진학·입시설명회를 열었습니다. 고교 1, 2학년생 대상으로 전문 컨설턴트가 현재 학업 수준을 진단하고 자기소개서 구성 등을 조언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자치구도 있습니다. 이처럼 기초단체에서 무료로 또는 시중보다 저렴하게 양질의 입시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나쁘게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상대적으로 교육 인프라가 열악한 기초단체 주민들에게는 고마운 프로그램일지 모릅니다. 반응도 좋습니다. 구청 관계자는 “가을쯤이면 구청에 ‘올해 입시설명회는 언제냐’고 묻는 어머니들 전화가 쇄도한다”며 “보통 300∼400석을 준비하는데 매번 거의 다 찬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까지 앞을 다퉈 입시설명회를 하는 것이 개운치만은 않습니다. 물론 이해는 합니다. 관내 고교가 이른바 명문대, 혹은 서울 4년제 대학에 많은 학생을 진학시킨다면 이는 고교만의 ‘영광’은 아닙니다. ‘좋은’ 고교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리고, 면학 분위기가 좋다는 강남으로 이사를 덜 갈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자치구에도 여러모로 이익이 될 것입니다. 설마 자치구들이 대학의 서열로 20세 안팎의 삶이 결정되고 대학 가야 사람대접 받는 사회를 지향할 리는 없겠지요. 다만 그런 인식을 은연중에 퍼뜨리는 데 일조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송호정 소방위(51)는 지난해 12월 발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만 생각하면 가슴 아픈 대목이 있다. 당시 소방대가 화재가 난 건물 현황을 담은 지도를 뒤늦게 확인해 비상구를 찾다 허둥댄 것이다. 진화의 골든타임 5분이 이렇게 허비됐다. 6개월 전까지 현장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송 소방위는 5일 “충북 소방에도 ‘소방안전지도’가 있었다면 큰 도움이 됐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소방안전지도는 소방재난본부가 2014년부터 쓰는 일종의 ‘재난 종합 내비게이션’ 프로그램이다. 화재 등 재난이 발생했을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정확한 위치와 건물 현황, 주변 정보를 상세히 담았다. 화재 시 다수 인명피해가 예상되는 병원, 아파트 등 70만∼80만 개 건물 정보가 입력돼 있다. 일반 주택을 제외하고 거의 다 담겨있다. 과거에 소방대는 현장에 출동할 때 지도책을 활용했다. 그러나 공사 중이거나 새 건물이 들어서 길이 바뀌는 등 출동이 지체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때마다 새 지도를 사서 일일이 스티커로 붙이거나 글로 변화상을 적어두곤 했다. 소방재난본부는 2013년 포털사이트 지도 프로그램에 본부가 축적한 빅데이터를 결합해 소방안전지도를 만들었다. 소방안전지도는 소방대에 지급한 태블릿PC의 종합 재난관리시스템 페이지에 깔려 있다. 화재 신고가 들어오면 소방안전지도 재난 목록에 ‘지령 하달’이라는 표시와 함께 현장 주소가 뜬다. 이를 클릭하면 현장 지도가 떠오른다. 현장까지의 최단 경로가 지도에 표시되고 공사 현장이나 실시간 정체구간을 이모티콘으로 보여준다. 처음 경로가 막혀 재탐색하면 ‘우회전 후 41m 진행’ 같은 지시창이 뜬다. 현장에 가까워지면 소방차가 진입하기 좋은 경로가 붉은 화살표로 표시된다. 이어 ‘화재진압작전도’ 메뉴에서 건물 현황을 클릭하면 화면 왼쪽 상단에 불이 난 건물의 연혁과 층수, 높이, 계단 수 등이 나타난다. ‘지하주차장이 없고 지상주차장만 있어 소방차량 진입이 어려우니 수관(水管) 연장을 고려할 것’ 같은 작전 정보도 뜬다. 소방관들은 “건물에 계단 통로가 몇 개 있는지만 알아도 진압 및 구조 작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계단이 한 곳뿐이라면 불길과 연기가 번질 통로가 될 확률이 높아 주민을 계단으로 대피시키기보다 건물 내부 안전한 곳에 잠시 대피하도록 지시한다는 얘기다. 화재 건물뿐 아니라 그 주변에 공장이나 창고 밀집 지역, 쪽방촌, 유독물질 취급소 등 화재에 취약한 환경이 있는지도 제공해 대형 재난으로 번지는 것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서울시가 서울시 청소년 정책을 만들 어린이와 청소년 50명을 모집한다. 서울시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직접 자신들과 관련된 정책과 사업에 참여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서울시 어린이·청소년 참여위원회’ 위원을 모집한다고 4일 밝혔다. 참여위원에 선발되면 어린이·청소년 정책을 제안하고 기존 정책에 대한 의견 제시와 평가를 할 수 있다. 참여위원 임기는 다음 달부터 내년 2월까지로 1년이다. 연 4회 열리는 정기회의와 매월 열리는 분과회의 등에 참여해야 한다. 참여위원으로 활동하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는 서울시장 명의 위촉장이 주어지며 필요하면 활동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서울시에 거주하는 만 9세∼24세 미만 어린이와 청소년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신청은 23일까지 서울시 홈페이지에서 지원서와 자기소개서, 정책제안서 양식을 내려받아 작성한 후 e메일(sysc0404@naver.com)로 제출하면 된다. 공개 모집이지만 장애 및 다문화 청소년 등에게도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서울시 기관 및 학교 추천을 병행한다. 추천 받아 신청할 때는 기존 서류에 추천서를 더 제출하면 된다. 전체 참여위원의 10% 안팎으로 연임할 수 있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설 연휴인 16, 17일 서울 지하철과 시내버스 막차 시간이 연장된다. 서울시는 심야 귀성·귀경객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설 연휴 특별교통대책’을 실시한다고 4일 밝혔다. 설날인 16일과 다음 날 17일 서울 지하철과 버스는 이튿날 오전 2시까지 운행한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매년 설날 당일 밤부터 다음 날까지 귀성 차량의 약 70%가 귀경한다. 지하철 1∼9호선과 경전철 우이신설선은 종착역 도착 시간 기준으로 오전 2시까지 운행한다. 연장된 각 역 출발 시간은 출발지와 행선지마다 다르므로 역에 부착될 안내물과 안내방송을 확인해두는 것이 좋다. 기차역 5곳(서울 용산 영등포 청량리 수서)과 버스터미널 4곳(서울고속버스 동서울 남부 상봉)을 경유하는 시내버스 130개 노선도 오전 2시까지 운행한다. 시내버스도 지하철과 마찬가지로 종점 도착시간 기준 오전 2시까지다. 올빼미버스 9개 노선과 심야전용 택시 약 2800대도 설 연휴 정상 운행한다. 버스 운행 횟수도 늘린다. 16, 17일 용미리(774번)와 망우리(201 262 270번) 시립묘지를 경유하는 시내버스 4개 노선의 운행 횟수를 각각 용미리쪽 하루 19회, 망우리쪽 36회 늘린다. 서울을 출발하는 고속·시외버스도 14∼18일 하루 약 830대씩 더 운행한다. 경부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한남 나들목∼신탄진 나들목)는 14∼18일 오전 7시부터 다음 날 오전 1시까지로 평소보다 운행시간을 4시간 늘린다. 서울시는 “서울교통정보센터 토피스 홈페이지()나 서울교통포털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서 날짜와 시간대별 서울시내 도로 정체구간과 통과소요시간 예측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명랑하고 쾌활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착한 딸이었습니다.” 세상을 떠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아버지의 가슴에는 여전히 사랑스러운 딸이었다. 하지만 이제 눈으로 볼 수도, 손으로 만질 수도 없었다. 그 대신 아버지의 눈앞에는 사랑하는 딸을 추행하고 살해한 이영학(35)이 서 있었다. 아버지가 이영학을 바라보며 말했다. “죽이고 싶습니다.”○ “이영학 부녀 모두 사형시켜 달라” 30일 오후 3시 서울북부지법 702호 법정.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의 결심공판이 열렸다. 지난해 9월 이영학에게 희생된 여중생(당시 14세)의 아버지 김모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씨가 이영학 재판에 참석한 건 처음이다. 증인석에 선 김 씨 오른쪽으로 하늘색 수의를 입은 이영학과 옅은 녹색 수의를 입은 딸 이모 양(15)이 변호인과 함께 피고인석에 앉아 있었다. 김 씨가 말하는 동안 두 사람은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김 씨는 딸을 떠올리며 울먹였다. “저희 부부는 금방이라도 활짝 웃으며 들어오는 딸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너무 고통스러워 당장이라도 집을 떠나고 싶습니다. 죽어서 돌아온 딸아이가 얼마나 아팠을까…, 엄마 아빠를 얼마나 찾았을지 생각하면 마음이 찢어집니다.” 이어 김 씨의 어조가 강해졌다. “억울하게 죽은 제 딸을 위해 이영학과 이○○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해 주십시오. 사형을 꼭 집행해 주십시오. 이영학 부녀는 죽음으로 제 딸에게 사죄해야 합니다.” 검찰은 “범행하는 피고인 모습을 떠올리면 치가 떨린다. 피고인이 죽는다고 해서 여중생이 살아날 수 없지만 더 큰 범죄를 막고 사회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며 이영학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딸 이 양에게는 “미성년자이지만 모든 걸 판단할 수 있는 나이”라며 장기 7년에 단기 4년형을 구형했다. 소년법에 따라 미성년자는 장기와 단기로 나눠 형기의 상·하한을 두는 부정기형을 선고한다. 검찰이 사형을 구형하자 이영학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더 깊숙이 숙였다. 표정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최후진술 순서가 되자 분위기가 급변했다. 이영학은 먼저 여중생 가족에게 용서를 구했다. 한편으로 재판장에게 선처를 호소했다. 이영학은 “이 못난 아비가 딸을 위해 살고 싶다. 다시 살고 싶다. 법의 엄중한 심판하에 품어 달라”고 말했다. 황당한 주장도 내놓았다. 그는 “검찰이 협박했다. 때리려고 했다. 폐쇄회로(CC)TV 공개하면 나온다. 한 사람의 장애인이 죽어가는 걸 막아 달라.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여중생 아버지는 표정이 일그러진 채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방청석에선 “완전히 미친놈이다”라는 말이 나왔다. 이영학의 딸 이 양은 유족에게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 양의 변호인은 “이영학의 지시를 거부할 수 없어 소극적으로 거부하다 범행했다. 참회할 수 있도록 선처 바란다”고 말했다.○ 이영학의 편지·반성문 살펴보니 이날 최후진술에서 알 수 있듯이 이영학은 출소 의지가 강했다. 동아일보는 이영학이 옥중에서 가족과 법조인 등에게 쓴 약 100장 분량의 편지 20여 통과 청와대에 보낸 탄원서 반성문 등을 입수했다. 이영학은 감형을 위해 자신과 딸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아는 듯했다. 편지 등에 따르면 이영학은 매일 10시간씩 반성문을 썼다. 1심 재판 중 반성문 300장을 쓰는 게 목표였다고 한다. 이영학은 딸에게 “○○이가 아빠 살려줘야 돼. 아가, 재판 때 우리 판사님한테 빌어야 해. (그래야) 우리 조금이라도 빨리 본다”고 적었다. 또 “1심 무기징역 받고 2심에서 싸우겠다. 1월에 1심 선고하고 3월에 2심 들어가니 항소 준비해 달라…. 1심 선고 후 일주일 뒤 전 항소심 갑니다”라는 내용도 있었다. 심신 미약이 인정되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할 계획도 덧붙였다. 경찰과 검찰이 무리하게 수사했기에 국가에 손해배상 청구를 하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감형 전략’을 9개로 나눠 정리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영학은 시종일관 심신미약을 주장하고 있지만 모친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알고 한 행위’임을 분명히 했다. 이영학은 편지에서 “약 먹고 했어도 알아. 나중에 (피해 여중생 가족과) 합의도 해야 된다”고 적었다. 또 장애인 단체와 연계할 계획도 밝혔다. 심신이 미약한 장애인이 저지른 범행임을 강조해 감형 받으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영학은 ‘옥살이 이후 삶’도 계획하고 있었다. 출소 후 푸드트럭을 운영할 것이고, 딸에게는 가명을 지어주며 새 삶을 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영학은 딸에게 “너무 걱정하지마. 소년부 송치가 된다더라. 오히려 그곳은 메이크업, 미용 등을 배울 수 있는 곳이야. 걱정 말고 기회로 생각해”라고 적었다. 이어 “구치소는 다시 시작하고 싶은 우리 같은 사람들이 준비하는 곳이야. ○○이 나오면 할머니가 법원에서 이름 변경해 줄거야”라고 적었다. 이뿐만 아니라 이영학은 자신의 삶을 망라한 자서전 집필 계획도 갖고 있었다. 편지에 따르면 이영학은 ‘나는 살인범이다’라는 제목의 책을 쓰고 있다고 한다. 딸에게 “아빠가 이곳에서 책 쓰니까 출판 계약되면 삼촌이 집이랑 학원 보내줄 거야. 1년 정도 기다려. 우리가 복수해야지”라고 전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이지훈 easyhoon@donga.com·배준우·김예윤 기자}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정규직 직원 일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으로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헌법소원을 낸다. 서울교통공사는 3월 무기계약직 1288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그러나 일부 정규직은 이 조치로 자신들의 평등권이 침해됐다고 보고 있다. 서울시 산하 투자·출연기관 비정규직 2442명 전원의 정규직 전환 방침으로 불거진 ‘노노(勞勞) 갈등’이 헌법재판소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적절한 검증 절차 없으면 평등권 위배” ‘서울교통공사 특혜반대 법률소송단’(대표 곽용기 과장)은 30일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기 전인 다음 달 헌법소원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법률소송단 관계자는 “지난해 12월부터 모집한 사내 헌법소원 청구인이 현재 400명에 육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구인의 70%는 입사 4년 차 미만의 공채 출신 정규직이다. 이들은 지난해 7월 서울시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을 발표하자 이에 반대하는 집회와 시위를 주도했다. 이들은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그 절차는 정규직에 불평등하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자신들이 정규직이 되기 위해 거쳤던 절차에 상응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법률소송단의 다른 관계자는 “공채 등 공사가 정한 절차에 따라 입사한 사람과 비슷한 검증을 거치지 않거나 어쩌면 ‘백’으로 들어왔을 수도 있는 사람이 동일한 대우를 받는 것은 평등에 어긋난다”며 “업무 수행 적합도 같은 최소한의 선별 과정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 정규직은 신체검사를 비롯한 5단계 시험(서류·필기·인성·면접)을 거친다. 무기계약직은 서류 및 면접 전형만 본다. 지난해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서울교통공사 전·현직 직원 자녀를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했다는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법률소송단은 정규직 전환 중지 가처분신청도 함께 제기할 방침이다. 중앙헌법법률사무소 조기현 변호사는 “우선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면 3월 예정된 정규직 전환을 중지하고 헌법소원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헌법소원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려면 청구인이 실질적인 손해를 보는지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법조계는 본다. 정규직의 평등권이 침해됐다고 해도 명확한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청구인에 정규직 공채를 준비하는 수험생을 포함시킨다는 얘기도 있다. 다만 인용된다면 그 파급력은 서울교통공사뿐만 아니라 다른 공공기관의 정규직 전환에까지 미칠 정도로 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시 “이미 공사 노사 합의 끝난 일” 뒷짐 노노 갈등이 법의 힘을 빌리는 데까지 이르렀음에도 서울시는 “노사 합의로 결정한 것”이라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모양새다. 서울교통공사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갈등은 지난해 7월 정책 발표 직후 불거져 지속적으로 표출됐지만 이를 봉합하려는 서울시의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법률소송단 전신이라 할 ‘공정사회를 염원하는 서울교통공사 청년모임’은 지난해 8월부터 “정규직 역차별에 반대한다”며 1인 시위를 벌이고 ‘합리적인 차이 없는 무기직 일반화 반대’ 서명을 정규직 약 1000명에게서 받았다. 세종문화회관 정규직 모임 및 서울시교육청 일반직공무원노조 등과 연합해 ‘정규직 역차별’ 기자회견도 열었다. 서울교통공사 사내 익명 게시판에는 찬반 글이 100건 넘게 올라왔다. 지난해 12월 무기계약직 직원들은 이 익명 게시판에 오른 ‘비정규직 비하’ 발언을 시와 서울교통공사 측이 방치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이미 지난해 말 노사가 합의한 사항이다. 시의회의 동의를 얻어 정관을 수정할 것”이라며 “일부 사원들의 반발이 진정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주 tbs교통방송 프리랜서 비정규직 181명의 정규직화를 발표한 데 이어 다음 달 1일 서울시 본청 및 사업소, 서울시설공단 기간제 근로자 146명을 공무직(정년 보장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고 30일 밝혔다. :: 헌법소원 ::공권력에 의해 헌법상 보장된 국민 기본권이 침해된 경우 헌법재판소에 이를 구제해 줄 것을 청구하는 제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모든 공권력 작용은 대상이 될 수 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서울시가 재건축 초과이익을 철저히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정유승 서울시 주택건축국장은 25일 서울시청에서 ‘정부 부동산 안정화 대책 관련’ 브리핑을 통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엄격히 시행하는 등 부동산 투기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나설 의원들이 최근 “서울시가 강남 4구에 재건축 허가를 내줘 집값이 잡히지 않는다”고 비판하자 이에 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국장은 이날 “재건축 초과이익금을 엄격히 환수해 그 돈을 노후지역 기반시설 확충과 임대주택 공급 확대에 쓰겠다”고 말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주택 재건축으로 조합원이 3000만 원 넘는 이익을 얻을 경우 초과 금액에 대해 해당 자치구청장이 10∼50%의 부담금을 매기는 제도다. 2006년 도입됐으나 지난해까지 시행이 유예됐다. 앞서 21일 국토교통부는 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 재건축 아파트의 초과이익환수제 관련 예상 부담금을 공개했다. 최대 8억 원까지 추산됐다. 정 국장은 “국토부와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재건축 부담금 업무 매뉴얼을 이미 만들었다. 구청장이 거두지 않는다면 시가 이행명령 조치를 통해서라도 반드시 징수하겠다”며 “지난 정부에서 재건축 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한 것이 문제였다”고 말했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서울시는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기간 서울과 강원 평창, 강릉을 오가는 무료 버스 ‘평창e버스’를 운행한다고 24일 밝혔다. 평창e버스는 평창 올림픽 개막 이틀째인 다음 달 10일부터 25일까지 운행한다. 이어지는 패럴림픽 기간(3월 9∼18일)에도 달린다. 평창과 강릉에서 열리는 올림픽 각 종목 경기 입장권이나 문화올림픽 공연 티켓을 가진 사람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평창e버스 예약 사이트()에서 예약하면 선착순으로 승차권을 받을 수 있다. 예약은 26일 오전 11시부터다. 노선은 평창행과 강릉행 2개다. 강릉행은 오전 9시, 평창행은 9시 반에 서울광장에서 출발한다. 평창행은 오대산 월정사 앞에 서며 강릉행은 강릉시 안목카페거리에서 내린다. 서울로 돌아오는 e버스는 월정사 앞과 안목카페거리에서 각각 오후 8시 반, 8시 20분 떠난다. e버스는 하루 기본 10대를 운행한다. 예약자가 많으면 30대까지 더 배차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경유버스지만 경유차 배기가스 규제 단계 가운데 가장 엄격한 ‘유로6’ 단계를 맞춘 버스여서 미세먼지 발생 우려는 없다”고 말했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