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김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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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국제부 기자입니다. 예술가의 이야기를 따로 모아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kimmin@donga.com

취재분야

2025-11-26~2025-12-26
미술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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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일반7%
언론3%
문화 일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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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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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모이’ ‘조선말 큰사전’ 원고 보물 된다

    최초의 한글사전인 ‘말모이’와 조선어학회의 ‘조선말 큰사전’의 원고가 보물로 지정된다. 8일 문화재청은 ‘말모이 원고’와 ‘조선말 큰사전 원고’ 2종 4건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밝혔다. 근대문화재가 보물로 지정되는 것은 17년 만이다. 두 문화재는 일제강점기 우리말을 지켜낸 국민적 노력의 결실을 보여주는 자료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말모이 원고’의 경우 한글학자 주시경(1876∼1914)이 제자들과 1911년 집필을 시작했다. 240자 원고지에 단정한 붓글씨로 쓰인 원고는 사전 출간을 염두에 둔 구성이 특징이다. 그러나 1914년 주시경이 세상을 떠나고, 제자 김두봉이 3·1운동을 계기로 망명하면서 편찬자들이 뿔뿔이 흩어져 정식 출간되지 못했다. 이후 조선어학회의 ‘조선말 큰사전’ 편찬의 결정적 디딤돌이 됐다. ‘조선말 큰사전 원고’는 조선어학회(한글학회 전신)가 1929∼1942년 작성한 사전 원고의 필사본 교정지 총 14책이다. 오랜 기간 다수의 학자가 참여해 손때가 묻은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제작 과정에서 범국민적 움직임도 있었다. 각계 인사 108명이 결성해 사전편찬 사업을 시작하고, 영친왕이 후원금 1000원(현재 약 958만 원)을 기부했으며, 국민들이 지역별 사투리와 우리말 자료를 모아 학회로 보내 힘을 보탰다. 이번 보물 지정 예고는 근대문화재의 역사적·학술적 가치 재평가 차원에서 이뤄졌다. 그간 근대문화재 중 국보는 0건, 보물은 33건에 불과하며 이 가운데 26건은 안중근 의사 유묵이다. 황정연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 연구사는 “등록문화재 제도가 생긴 2005년부터 국보·보물 지정이 전혀 없었다”며 “근대문화재의 역사성에 대해 본격적인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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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년 전 ‘황금광시대’, 현재와 묘하게 닮았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최장의 장마까지 2020년은 이상한 해로 기억될 듯하다. 그럼 100년 전 서울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8일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에서 개막한 ‘1920 기억극장 ‘황금광시대’’전은 지금과 기묘하게 닮은 1920년 경성을 광화문사거리로 소환한다.》 황금광시대 전시의 뼈대는 신문 잡지 같은 인쇄매체다. 1920, 30년대 발행된 이들 매체의 기록을 재해석해 전시실 3곳에서 모두 5개의 장면으로 구성했다. 출발은 잡지 ‘삼천리’에 실린 목병정의 글 ‘삭주 금광 채광관’이다. 이 글은 당시 경성을, 조선을 ‘황금광시대’라고 부른다. ‘지금 조선은 그야말로 황금광시대다. … 눈코 박힌 사람이 두셋만 모여 앉은 자리에서 금광 이야기 나오지 않는 곳이 없으리만치 금광열(熱)이 뻗치었다.’ 1929년 세계 대공황 이후 한반도에 불어닥친 금광 열풍을 기록한 신문과 잡지에서는 말 그대로 ‘황금에 미친 시대’에 대한 자조 섞인 풍자와 세태가 보인다. 코로나19로 경제는 거꾸로 성장하는데, 주식과 부동산 투자 광풍이 부는 현재와 묘하게 닮았다. 각 전시실은 현대 미술가들이 1920년대 기록을 토대로 서울의 현재 모습을 재해석한 작품 등으로 구성됐다. 1전시실에는 미디어아티스트 그룹 뮌(MIOON)의 설치 작품 ‘픽션 픽션 논픽션’이 자리 잡았다. 2전시실에서는 안무가 이양희가 100년 전 가상의 카바레 공간을 재현한 ‘클럽 그로칼랭(열렬한 포옹)’에서 안무를 선보인 영상 작품 ‘연습 NO.4’와 ‘언더그라운드 카페’가 전시된다. 이 작품 뒤쪽으로 “참된 삶은 문화와 예술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사회에서 가능하다”는 소신을 지녔던 일민 김상만(1910∼1994)의 컬렉션 중 회화 작품 50여 점이 설치됐다. 김환기의 ‘학 구성’(1957년)과 박수근의 ‘제비’(1960년대), 남관의 ‘동양의 환상’(1962년)부터 황용엽의 ‘인간’(1985년) 등 다채로운 구성이 돋보인다. 이 밖에도 고려시대 청자, 표암 강세황(1713∼1791) 화첩 등도 볼 수 있다. 3전시실에는 소설가 조선희의 장편소설 ‘세 여자’(2017년)를 전시로 구현했다. 이 소설에는 1922년 창간된 잡지 ‘신여성’의 편집장이자 동아일보 최초의 여성 기자인 허정숙이 등장한다. 이에 착안해 전시 공간은 신여성의 1920년 편집실을 재현했고 소설 속 세 여자 이야기에 관한 기록과 소품으로 연출했다. 또 권하윤 작가가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토대로 만든 설치 작품 ‘구보, 경성 방랑’도 볼 수 있다. 마지막 장면인 ‘수장고의 기억: 일민 컬렉션’은 조선의 공예품과 민예품을 유머러스하게 설치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동안 일반 관람객에게 공개하지 않던 일민미술관의 숨은 공간을 엿볼 수 있다. 2층 전시실에서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일민미술관(옛 동아일보 사옥) 건물이 지어진 1926년 모습 그대로를 확인할 수 있다. 12월 27일까지. 5000∼7000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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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제국 칙서 활용해 한글 서체 만들었어요”

    “대한제국 공식 문서에서 보기 드문 단아한 한글을 공유하기 위해 ‘재민체’를 만들었습니다.” 박재갑 서울대 의과대학 명예교수와 국민대 사회문화디자인연구소 김민 교수팀이 한글날을 맞아 새로운 글씨체인 ‘재민체’를 개발했다. 재민체는 서울대학교병원이 소장한 대한의원 개원칙서(등록문화제 제449호)의 한글을 재해석해 만든 디지털 폰트다. 이 칙서에는 한글과 한문이 혼용됐다. 박 교수와 김 교수팀은 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의학박물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재민체를 발표했다. 재민(在民)은 두 교수의 이름에서 각각 한 글자씩 따왔다. 국립암센터 초대원장과 국립의료원장을 지낸 박 교수가 재민체를 만든 것은 서예에 취미를 갖게 된 뒤였다. 그는 “서예를 배우며 왜 한문만 쓰느냐는 의문이 생겨 서울대병원 시계탑건물(옛 대한의원 자리)에 걸린 ‘개원칙서’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대한의원 개원칙서는 백성의 건강과 생명을 염려한 순종 황제의 뜻을 기록한 만큼 이것을 쓴 사자관(寫字官)은 최고의 문필가였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김 교수는 디자인 재능 기부 활동을 통해 박 교수와 인연을 맺었다. 개원칙서에 등장하는 한글 자소는 총 33자다. 연구팀은 이 글자와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내 고문헌의 한글을 비교해 재민체 2350자를 개발했다. 새 폰트는 8일부터 한국저작권위원회 웹사이트의 공유마당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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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점 찍듯 툭툭 던진 붓… 화폭 가득 넘치는 힘

    간결한 선의 수묵화에 통기타와 램프가 보인다. 캠핑하는 사람들 그림이다. 또 다른 그림에서는 배경을 칠하고 흰 옷은 그대로 둔 채 다양한 붓 터치로 음악과 춤의 역동성을 표현했다. 1980년대 한국화에서 보기 힘든 일상의 흥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이 그림들에는 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1979년 이후 그림’이라고 날인돼 있다. 서울 서대문구 황창배미술관은 황창배 작가(1947∼2001) 19주기를 맞아 6일부터 ‘1979년 이후 그림’전을 연다. 황창배가 1979년부터 1983년까지 제작한 회화 17점과 전각(篆刻)작품 10여 점을 소개한다. 전시 작품에는 그가 직접 ‘1979년 이후 그림’이라고 전각으로 새긴 인장이 찍혀 있다. 1979년은 그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던 걸까. 그 1년 전인 1978년 황창배는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 ‘비(秘)’를 출품해 대통령상을 받는다. 이는 작가로 주목받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는 같은 해 12월, 42일간 이탈리아 스위스 영국 이집트를 여행한다. 당시 기억을 황창배는 이렇게 썼다.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도 아무것도 그리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작품의 지역성’ 문제가 나를 괴롭혔기 때문이다. 각국 예술품, 지역 주민과 직접 대해보는 길밖에 돌파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낭만에 가득 찬 자아도취적 외국 등불 스케치는 하지 않기로 했다.” 이때부터 그는 동양화적 관습에서 벗어나려 시도한다. 계획을 하고 그리면 습관이 튀어나와 아무것도 전제하지 않고 작업에 들어갔다. 우선 점부터 찍으며 그림을 시작했다. 이 때문에 실패한 그림도 많았다. 이재온 황창배미술관장은 “1983년까지의 그림 중 작가가 스스로 만족한 그림에만 ‘1979년 이후 그림’이라고 인장을 찍었다”고 설명했다. 소규모 전시지만 작가 고유의 조형 언어가 형성되는 초기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이 기간 작가는 첫 번째 개인전(1981년)을 동산방화랑에서 열었고, 1987년 두 번째 개인전에서 ‘숨은그림찾기’ 시리즈를 통해 화단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임연숙 세종문화회관 예술교육팀장(한국화 박사)은 “그의 초기 작품은 화선지에 수묵이라는 단조로운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급격한 경제 개발에 따른 사회의 화려하면서도 어두운 일면, 인간 욕망의 단면을 자유로운 선묘와 경쾌한 색감으로 표현했다”며 “수묵화가 죽은 언어가 아닌 시대를 표현하고 호흡하는 시각언어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무료. 11월 7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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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문가도 풀지 못하는 ‘남파 간첩의 암호’를 해독하라!

    남파 간첩들이 비밀 지령을 받는 수단인 난수에 대해 알아본다. 난수는 숫자나 문자, 단어 등을 나열해 조합한 암호로, 해독을 위한 올바른 키를 갖고 있지 않은 한 암호의 규칙성이 없어 해독이 불가능하다. 전문가와 함께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는 북한 간첩의 암호를 해독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한데 모두를 소름 돋게 한 암호의 내용은 바로 ‘한국 고위층 암살’ 지령이었다고 해 관심을 모은다. 이어 김일성의 특별 지시로 창단된 스키부대의 여단참모장이 최초로 방송에 출연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스키부대에서 승승장구해 최연소로 여단참모장 자리에 오른 그는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던 딸이 몰래 중국으로 넘어가자 딸을 찾기 위해 두만강을 건너 탈북을 한다. 그리고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딸은 물론 아내와 아들까지 가족을 모두 한국에 데려올 수 있었던 사연을 생생하게 전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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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 빌보드 싱글차트 다시 맨위에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Dynamite’가 빌보드 싱글차트에서 다시 정상에 올랐다. 28일(현지 시간) 빌보드는 ‘Dynamite’가 다음 달 3일자 ‘핫1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 노래는 지난달 5일자 ‘핫100’ 차트에서 한국 가수 최초로 1위에 오른 뒤 2주 연속 정상을 지켰다. 이후 발매 3, 4주 차에는 2위로 내려앉았다가 5주 차 만에 역주행으로 정상을 탈환했다. 방탄소년단은 트위터를 통해 “아미 여러분 덕분에 또 한 번의 기적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빌보드는 18일 새롭게 발매된 네 가지 리믹스 버전(Bedroom, Midnight, Retro, Slow Jam)의 음원 판매량이 순위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리믹스 버전 신규 발매 후 한 주간 ‘Dynamite’의 다운로드 횟수는 96%나 증가했다. 앞서 지난달 28일에는 풀사이드·트로피컬 리믹스가, 같은 달 21일에는 원곡과 어쿠스틱, 일렉트로닉댄스뮤직 리믹스가 모두 할인가인 69센트에 공개된 바 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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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중앙박물관 ‘조국 흑서’ 서민 특강영상 비공개 논란

    국립중앙박물관이 유튜브 채널에서 서민 단국대 교수(사진)의 특강 영상에 대해 부정적 댓글 등이 달렸다며 일시적으로 비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박물관은 올해 초 서 교수를 9월의 특강 인물로 선정해 8월 사전 녹화한 영상을 이달 2일부터 매주 수요일 유튜브 채널에 공개했다. 마지막 편인 4회 ‘책은 왜 읽어야 하는가’는 23일 업로드됐다. 이후 ‘세금 살살 녹는다’ ‘정파성을 띠며 피로감을 주는 인물이 중앙박물관 유튜브에 등장…’ 등의 비난 댓글 2개가 달렸다. 그러자 박물관은 24일 오후 서 교수의 영상 4편을 비공개로 전환했다가 28일 오전 재공개했다. 이에 대해 서 교수가 최근 현 정부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자 중앙박물관이 영상을 지운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박물관 측은 “서 교수 특강 영상에 평소와는 달리 부정적인 댓글 2개와 ‘싫어요’가 20개 이상 달려 담당자가 상부에 보고한 후 영상을 검토하기 위해 비공개 처리했다. 그 후 영상 내용에 문제가 없어 28일 오전 다시 공개했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권경애 변호사,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 등과 함께 지난달 25일 이른바 ‘조국 흑서’라고 불리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출간해 현 정부를 비판했고, 영상 비공개 하루 뒤인 25일 출간 기념 기자회견을 가졌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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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킹키부츠’ 유쾌하게, ‘검객’ 짜릿하게… 코로나 우울증 날린다

    《추석은 왔지만 추석 같지 않다. 종택(宗宅)의 종손은 방문 자제를 당부하고 노모는 휴대전화 영상통화로 “난 괜찮다”며 귀향을 만류한다. 차례상은 ‘음복(飮福) 도시락’으로 대체되고 깊은 산속, 바다 건너로 사람들은 ‘추캉스(추석+바캉스)’를 떠난다. 그래도 쇼는 계속돼야 한다. 중추절 연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며 온·오프라인으로 눈과 마음을 채울 공연 전시 영화를 추려봤다.》○ 킹키부츠(뮤지컬) 파산 위기의 신발 공장을 물려받은 찰리가 드래그 퀸(여장 남자) 롤라를 만나 드래그 퀸이 신는 ‘킹키부츠’ 만들기에 도전한 실화를 유쾌하게 그렸다. 팝스타 신디 로퍼가 작곡한 노래는 귀에 쏙쏙 꽂힌다. 2014년 국내 초연 때 익살스러운 연기로 객석을 들었다 놓은 강홍석, 뛰어난 가창력으로 열연한 최재림이 롤라로 무대에 선다. 박은태가 새 롤라로 합류했다. 찰리 역은 이석훈 김성규. 30일∼10월 4일 공연 전 좌석 30% 할인. 11월 1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6만∼14만 원. ○ 베르테르(뮤지컬) 올해 창작 20주년을 맞이한 작품으로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무대에 옮겼다. 고전적인 연출과 서정적인 음악에 순수하고도 가슴 아픈 이야기가 어우러진다. 섬세한 감정을 노련하게 표현하는 엄기준, 부드러운 목소리의 카이, 애절한 연기를 선보이는 유연석과 깊이를 더해가는 규현, 주목받는 배우 나현우까지 5명이 베르테르를 연기한다. 롯데는 김예원 이지혜. 11월 1일까지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 6만∼14만 원. ○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영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어쩌면 지구인의 외피를 뒤집어쓴 외계 생물의 비유일 수도 있다. 할리우드에서 좀비나 ‘맨인블랙’ 시리즈, ‘잇’으로 형상화되던 타자(他者)에 대한 두려움이 표현된 한국 영화는 ‘지구를 지켜라’(2003년) 정도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은 외계 생물과 대놓고 맞서는 흔치 않은 한국형 코믹 스릴러다. 지구 멸망을 목표로 나타난 외계의 ‘언브레이커블’에 여고 동창들이 한판 붙는다. 29일 개봉.○ 검객(영화)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하는 코로나19에 명절 스트레스까지 쌓인다면 연휴는 괴로울 뿐이다. 이 악몽을 떨쳐내기에 칼싸움만큼 시원한 것도 없다. 조선 최고 검객이지만 광해군 폐위 이후 세상을 등진 태율(장혁)이 딸을 납치한 청나라 황족 구루타이(조 타슬림)를 쫓는다. 딸을 구하는 이야기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도 거듭된, 기시감 강한 소재. 하지만 장혁의 고난도 검투(劍鬪) 액션은 머리를 텅 비우게 할 만큼 쾌감이 있다. 23일 개봉.○ 오페라 콘체르탄테 투란도트(클래식) 오페라 팬이 아니더라도 음악을 곁들인 드라마를 좋아하거나, 방송에서 들려오는 ‘성악적 발성’에 귀가 붙들린다면 이 공연을 추천한다. 10월 2일 오후 4시 서울 롯데콘서트홀. ‘콘체르탄테’란 무대장치 없이 콘서트 형식으로 공연하는 오페라를 말한다. 오페라 전성기의 마지막 거장 푸치니가 최후로 남긴 걸작 ‘투란도트’의 주요 장면을 오케스트라 반주로 감상할 수 있다. 테너 아리아 ‘잠들지 말라’는 유명하다. 테너 이현종, 소프라노 조현애 정꽃님, 김봉미가 지휘하는 베하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위너오페라합창단이 출연한다. 3만∼12만 원.○ 임동식 개인전 ‘일어나 올라가’(전시) 제5회 박수근미술상 수상자 임동식 작가가 국내에 들여온 ‘자연미술’의 역사를 볼 수 있다. 1970년대 중반 ‘한국미술청년작가회’의 안면도 꽃지해변 작업으로 자연미술의 가능성을 본 임 작가는 1980년대 홍명섭 등과 ‘야투(野投)―야외현장미술연구회’를 결성했다. 서울시립미술관이 건립할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와 연계한 전시로 당시의 생생한 기록을 엿볼 수 있다. 11월 22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무료.○ 내 나니 여자라(전시) 수원시립미술관 개관 5주년 기념 전시.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을 매개로 여성에 대한 동시대적 정서를 고찰한다. 윤석남 임민욱 이미래 이은새 등 동시대 여성 작가 13인(팀)의 회화 설치 미디어 등 작품 48점을 선보인다. 여성의 이야기를 듣고 여성의 존재와 정체성을 생각해 보자고 제안한다. 11월 29일까지. 경기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1000∼4000원.김재희 jetti@donga.com·유윤종 문화전문기자·김민 기자}

    • 2020-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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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양적? 서양적?… 이분법을 향한 분노를 담다

    “서로 다른 온도 차로 인해 발생하는 물의 응결은 조용하고 신중한 소통의 모델이다. 다름을 인지하고 유지한다면, 눈물과 땀이 흐르더라도 공존할 수 있다.” 국내 공공 미술관에서는 5년 만인 미술가 양혜규(49)의 개인전은 이 말과 함께 문을 열었다.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29일 개막하는 ‘MMCA 현대차 시리즈 2020: 양혜규-O₂&H₂O’전 이야기다. 양혜규는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 재개관전에 작품을 선보이는 등 국제 미술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3년 전부터 준비한 전시는 신작을 포함한 약 40점의 작품으로 국내 관객을 만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먼저 대형 작품 ‘침묵의 저장고-클릭된 속심’을 마주한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블라인드를 활용한 설치 작품으로, 양혜규 하면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소재다. “누군가는 서양적, 다른 이는 동양적이라 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보는 시각에 따라 서구적인 오피스 공간을, 또 동양적인 대나무발을 연상케 한다. 이렇게 명확히 규정할 수 없는 개념 사이의 틈과 경계를 작가는 겨냥하고 있다. 또 다른 대표작인 ‘소리 나는 가물(家物)’도 이러한 연장선에 있다. 다리미, 마우스, 헤어드라이어, 냄비의 형태를 확대하고 왜곡해 살아있는 생물처럼 만든 조각들은 생물이란 무엇이고 무생물이란 무엇인가, 어떤 것이 동양적이고 어떤 것이 서양적인가를 되묻는다. 이들 작품과 함께 “다름을 인지하고 유지하자”는 작가의 말을 통해 이분법이나 규정을 향한 거부를 감지할 수 있다. 좌우 중 한쪽을 ‘선명하게’ 선택하라는 이분법, 혹은 ‘모난 정이 돌 맞는다’며 남들과 같아지기를 강요한 사회에 대한 세대적 분노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보다 더 눈에 들어오는 건 화려한 시각 언어다. 블라인드와 도금된 방울, 인조 짚단처럼 독특한 소재를 활용한 조각 작품들은 깔끔한 마무리로 ‘예쁘게’ 보이는 데도 노력한다. 이런 유머러스한 비주얼이 관객들을 먼저 매혹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신작 ‘오행비행’은 이번 전시의 의도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O₂&H₂O’라는 제목처럼 작가는 ‘현실의 추상화’를 시도했다고 설명한다. 현수막과 애드벌룬으로 만든 작품은 각각 오방색이 상징하는 다섯 가지 원소(물, 나무, 불, 흙, 철)를 시각화했다. 그 가운데 스피커 작품 ‘진정성 있는 복제’에선 인공지능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전 지구’를 표방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지워가다 보면 결국 남는 것은 혹시 텅 빈 목소리가 아닐까? 무료. 내년 2월 28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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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수근 예술세계는 가슴 치는 인간드라마”

    “수상자 통보를 받고 하루하루가 긴장된 시간이었습니다. 예상 못 했던 축복 아래서 지난날을 반추해 보고, 또 앞으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 고민도 해봤습니다. 오늘 제가 여러분 앞에, 비할 데 없는 영광된 자리에 섰습니다.” 26일 강원 양구군 박수근미술관에서 열린 제5회 박수근미술상 시상식에서 수상자 임동식 작가(75)는 “박수근 화백의 작품은 그림인 동시에 가슴을 치는 ‘인간 드라마’”라며 “우리로 하여금 감성을 일깨우고, 들뜬 마음을 가라앉혀 주는 그의 예술세계가 바로 오늘의 주인공”이라고 말했다. 박수근미술상은 박수근 화백(1914∼1965)의 예술혼을 기리기 위해 제정돼 동아일보와 양구군, 강원일보, 서울디자인재단, 박수근미술관이 공동 주최한다. 시상식은 박 화백의 기일이 있는 매년 5월 개최했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이날 열렸다. 조은정 박수근미술상 운영위원장은 “국내에 많은 미술상이 있지만 박수근미술상은 까다로운 심사를 거친다”며 “오로지 예술가의 길을 가는 작가에게 주는 상이 박수근미술상임을 증명하는 자리가 바로 지금”이라고 했다. 엄선미 박수근미술관 관장은 “임 작가의 회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풍경 자체를 숙고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조인묵 양구군수는 “미술사적 가치와 그간의 화업(畵業)을 인정받게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박 화백의 장남 박성남 화백은 “(전 수상자인) 황재형 김진열 이재삼 박미화 작가의 ‘꽃다발’이 임 작가에게 안긴 것을 보니 포스트 박수근의 ‘한 뼘 잇기’가 놀랍고 감사하다”고 밝혔다. 임 작가에게는 박 화백의 작품 ‘아기 보는 소녀(1963년)’를 조각으로 형상화한 상패와 창작지원금 3000만 원이 주어졌다. 그는 내년 5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갤러리 문’과 박수근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다. 이날 시상식에는 수상자 가족과 류철하 이응노미술관 관장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양구=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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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이방인 시선으로 본 ‘코로나 한국’

    깨끗한 가을 하늘이 펼쳐지는 날들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의 공포는 여전하다. 마스크를 끼고 손을 씻으며 매일 아침 확진자 수를 확인하는 것 외엔 별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모든 상황이 처음인 날들을 세계가 함께 지나고 있다. 저자는 코로나19 속 서울의 일상을 느린 호흡으로 기록한다. 그 누구도 향방을 예측할 수 없는 신종 바이러스 아래, 암흑을 손으로 더듬어가듯 매일을 관찰했다. 그 속에는 일상이 낱낱이 공개됐던 슈퍼 전파자, 신천지 집단감염 등 벌써 오래전 일처럼 느껴지는 사건도 등장한다. 적응할 새 없이 잇따라 벌어지는 각종 사건 속에 하루 이틀 정도의 대화 소재가 돼 넘어갔던 일들이 다시 소환되는 것이다. 담담한 문장 사이에서 드러나는 건 터무니없는 인간사의 단면이다. 코로나19의 첫 사망자는 20년 넘게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1957년생 남성. 밥을 제대로 먹지 못했던 그의 체중은 42kg이었다. 통계와 공식 발표에는 전달되지 않는 ‘벌거벗은 유인원’, 인간의 모습이 생생히 살아난다. 그는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나타난 이유는 인간도 한낱 동물임을 상기시켜 주기 위해서”라고 쓴다. 콜롬비아 보고타 출신인 저자는 현재 서울에 거주하고 있다. 이방인의 시선으로 한국에서의 삶을 그린 ‘한국에 삽니다’로 2016년 콜롬비아 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자는 33세이던 2010년 영국 문학지 그랜타가 ‘스페인어권 최고의 젊은 작가 22인’에 선정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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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대 안에도 백두대간이 있다, 그러니 용기를 내시라[한국미술의 딥 컷]

    《예술은 박제된 장식이나 글로 된 관념이 아닌 삶에서 배태된다. 한없이 관념적으로 보이는 ‘다다이즘’도, 마르셀 뒤샹의 ‘샘’도 세계대전이 일으킨 허무가 낳은 예술이었다. 한국 미술사는 과연 우리들의 삶과 함께 흘러가고 있을까. 예술가 황재형(68)은 이 시대의 민낯을 보기 위해 모든 것을 뒤로하고 탄광에 뛰어들었다. 한국 미술의 ‘딥 컷(Deep Cut)’, 숨은 보석인 황재형의 작품세계를 지면에는 시원하게, 동아닷컴에는 심층적으로 소개한다.》 1982년 9월. 서른 살 황재형은 아내와 두 살배기 아이를 데리고 강원도 탄광촌으로 향했다. 현실에 대한 깊은 절망감을 안고 있었다. 대학에선 밤낮 술을 먹으며 세상이 뒤집어지는 이야길 했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가장 뜨거운 진실을 찾겠다며 그는 현장으로 향했다. 1년만 있어보자고 다짐한 것이 길어져 작가는 지금도 태백에 살고 있다. 그가 탄광에 간 것은 단순한 현실을 고발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것은 도시와 산업으로 만들어진 포장을 벗겨낸 시대의 민낯을 보기 위해서였다. 황재형은 “희망이 없어지는 곳이 바로 ‘막장’이며, 광부는 서울이나 부산에 더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가로 5m, 세로 2m의 대작은 ‘백두대간’이다. 작가는 이 그림을 1993년 시작해 20년 넘게 그리고 있다. 풍경을 감상하려는 그림이었다면 오랜 세월을 들일 필요가 없다. 그림 속 백두대간은 우리가 휴양하러 찾는 피안의 자연이 아닌 인간의 조건이다. 바다 속 땅이 용솟음칠 때부터 인간이 묵묵히 흘려온 땀과 역사가 담긴 거대한 몸이다. 세상은 황재형을 ‘탄광촌의 화가’라 말한다. 그러나 그의 그림 속 산은 산이 아니고, 광부도 광부가 아니다. 단순한 기록을 위한 그림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현대미술의 문을 연 화가 폴 세잔(1839~1906)의 ‘생 빅투아르 산’이 ‘개별성의 산’이라면 황재형의 산은 ‘한국인의 땀과 살과 주름’에서 배어 나온 산이다. 우뚝 솟아 굽이치는 산맥의 힘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인간사를 두터운 물감에 담은 그림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의 몸속에도 장엄한 백두대간이 자리하고 있다고. 그러니 용기를 내라고. ::황재형 작가::△1952년 전남 보성 출생△1982년 중앙대 회화과 졸업, 강원 태백 탄광촌으로 이주서울 덕수미술관 ‘임술년 창립’전△1991년 서울 가나아트센터 ‘쥘 흙과 뉠 땅’△2010년 서울·뉴욕 가나아트센터 ‘쥘 흙과 뉠 땅’△2013년 전북도립미술관·광주시립미술관 ‘삶의 주름, 땀의 무게’△2017년 강원 양구 제1회 박수근미술상 수상작가전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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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의 몸 속에도 장엄한 산맥이 있다…삶에서 배태된 황재형의 예술[한국미술의 딥 컷]

    가로 5m, 세로 2m에 달하는 이 대작은 황재형 작가(68)의 작품 ‘백두대간’이다. 작가는 이 그림을 1993년 시작해 수십 년에 걸쳐 그리고 있다. 단순히 보기 좋은 풍경을 감상하려는 그림이라면 오랜 세월을 들일 필요가 없다. 우뚝 솟아 굽이치는 산맥의 힘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인간사를 두터운 물감에 담은 그림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의 몸속에도 장엄한 백두대간이 자리하고 있다고. 그러니 용기를 내라고. 세상은 황재형을 태백과 탄광촌의 화가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의 그림 속 산은 산이 아니고, 광부도 광부가 아니다. 단순한 기록을 위한 그림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현대미술의 문을 연 화가 폴 세잔(1839~1906)의 ‘생 빅투아르 산’이 ‘개별성의 산’이라면, 황재형의 산은 ‘한국인의 땀과 살과 주름’에서 배어 나온 산이다.○ 시대의 민낯을 찾아가다. 1982년 9월 작가는 가족과 함께 강원도 태백 탄광촌으로 이주했다. 안경을 쓰면 광부로 받아주지 않았기 때문에 콘택트렌즈를 끼고 일을 했다.화가 황재형을 세상에 알린 것도 이 작품이다. 태백 황지탄광에서 갱도 매몰 사고로 사망한 광부 김봉춘 씨의 작업복을 극도로 확대했다. 낡아서 헤어지고 구멍 난 옷 그림자 아래 김 씨의 증명사진 속 얼굴이 보이는 작품이다. 작가는 이렇게 썼다.“광부의 아내가 라면을 끓여 내온 밥상 틈에 박힌 고춧가루와 흰 밥알을 보며 남보다 더 고생하며 살았다 자부한 자신에게 구역질이 났다. … 그 잠시의 경험으로 작품을 시도했지만 광부의 작업복을 통해서는 광부의 작업복 밖에 표현할 수 없음에 남들이 보지 않는 변소에서 눈물을 숨길 수 밖에 없었다”(샘터, 1985년 3월호)렌즈를 끼고 일하다 시력을 잃을 뻔하는 등 이어진 삶이 강렬해 그의 작품을 ‘탄광 노동자의 현실 고발’로만 기억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가 탄광을 전전한 이유는 도시를 비롯한 각종 포장을 벗겨낸 시대의 민낯을 보기 위해서였다. 탄광촌에 왜 갔냐는 물음에 대해 황재형은 ‘진정성을 찾고 싶어서’라고 했다.“1980년대 사회나 현실에 대한 절망감이 너무 깊었다. 진정성, 진실을 알고 싶었지만 그것은 누가 이야기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서울에선 밤낮 술만 먹으며 세상 뒤집어지는 이야길 하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4.19 세대들의 변절도 봤다. 가장 뜨거운 진실은 현장에 있다니 그것을 찾겠다고 직접 호랑이 굴에 들어간 것이다.”황재형은 현대 사회 인간의 노동이 놓인 조건, 그 민낯을 보기 위해 온갖 포장을 벗겨낸 벌거벗은 막장으로 향했다.“광부,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사치스런 감상은 무너졌다. 구경하며 짬짬이 한 일과는 전혀 다른 작업량. 갈증, 호흡 곤란, 작업 장소에서 부적당한 큰 키. 내게 중요한 첫 경험은 점심 시간에 이루어졌다. 부옇게 탄진이 날리는 갱도에서 버려진 갱목을 놓고 안전등을 서로에게 비추며 앉아 먹었던 점심은 삶의 연민과 진실이었다.” (샘터, 1985년 3월호)이 과정에서 경계했던 것은 ‘대상화’, 광부의 삶을 그림의 소재로 이용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광부로 일하던 어느 날 황재형은 탄광 옆 판자 건물 속 목욕하는 선탄부들의 소리를 듣는다. 땀 흘려 일하고 난 ‘숭고한 모습’을 그리고 싶다는 욕망이 솟아 문고리를 붙잡았다. 수십 분을 고민했지만, ‘황재형, 너 지금 이 사람들을 대상화하려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어 끝내 포기했다.시인 신경림은 그에 대해 이렇게 썼다.“황재형은 목에 힘을 주고 광부들을 지도하겠다고 설치는 화가가 아니라 그들 속에 들어가 거꾸로 그들로부터 삶의 진실을 배워 화폭에 옮겨 놓는 화가임을 확인했다.”(1991년 가나아트센터 ‘쥘 흙과 뉠 땅’전 도록)이데올로기적 시각에서 벗어나서 바라보면 그림 속 광부의 삶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모두의 이야기가 된다. 누구나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 사회 속에서 살고 직장을 다니지만, 때때로 그 삶에 매몰되다 보면 자아나 본성을 잃어버린다. 그런 세상 속 광부들에게 이야기와 위로를 건네고 싶다고 작가는 말한다.“세상 어디든 희망 없는 곳이 바로 ‘막장’이다. 광부는 서울이나 부산에 더 많을 수 있다.”○ 당신의 몸속에 백두대간이 있다대작 ‘백두대간’의 시작은 광부 동료들과 탄광 일을 마친 어느 날이었다. 하루의 노동을 술 한 잔으로 달래고 헤어지던 어두운 밤, 황재형은 산골을 타고 짐승처럼 울부짖는 회오리 바람을 마주했다.“바람이 깊은 계곡을 타고 나오며 눈보라 치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해저에서부터 지각 변동을 타고 솟아나온 카르스트 지형이다. ‘이것이야 말로 속에서 역동적으로 끌어 올려지는 용솟음이 아닌가, 내가 정말 그려볼 장소를 만났구나. 저 생명력을 그려보자’는 생각이 들었다.”다음날 아침 작가는 화구를 들고 다시 산에 올랐다. 캔버스를 펼치고 그림을 그리려는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어젯밤의 에너지는 온데 간데 없고 차분하고 고요한 아침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이게 뭐야? 이러면 일반 풍경화 달력 그림이지 뭐야 이게! 내가 느꼈던 건 이게 아닌데 안되겠어.’가져온 짐을 다시 꾸려 하산하려던 작가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모든 건 내재되는 것이다. 슬픔도 기쁨도 광란도 폭풍우도 자연이 담고 있다. 밖으로 나왔을 땐 현상에 불과한 데, 왜 겉모습만 보고 실망해서 가려 하나?’이 때의 깨달음은 ‘백두대간’에 20년이 넘는 시간을 매달리게 만들었다. 오랜 시간의 고뇌와 씨름은 작품 속 공간이 태백산맥을 넘어서게 만들었다. 그림은 산을 기록한 것이 아니다. 그 산은 우리가 휴양하러 찾는 피안의 자연이 아닌 인간의 조건이다. 바닷속 땅이 용솟음 칠 때부터 인간이 묵묵히 흘려온 땀과 역사가 담긴 거대한 몸이다.사람의 몸으로서 자연은 어떤 의미일까? 작가는 구부러진 산맥과 구릉을 할머니의 손에 비유했다.“그 손을 보면 마디가 지고 구릉이 진다. 내 코 앞에 손을 놓고 보면 바로 그것이 산의 모습이다. 나의 조상으로부터 흘러 내려와 골골이 사무치고 구릉으로 내닫는 묵묵한 생명력이 산인 것이다.”그림 속 아버지의 얼굴에는 백두대간의 산맥의 구릉처럼 만들어진 주름이 졌다. 그 주름 속엔 그가 겪은 삶의 굴곡들이 있다. 그럼에도 맑은 눈은 희망과 생명력을 말한다.“계급의 간극도 삶의 주름이요, 척박한 막장 환경을 편안해 하는 굴욕적인 적응력도 삶의 주름이라는 억지가 언제부턴가 피어 올라왔다…온갖 삶의 주름은 얼굴의 주름처럼 앙금으로 남았다. 놀라운 건 삶의 주름이 그렇다 해도 그것은 주름일 뿐 존재와 본질은 변함없이 희망을 이야기 한다.” (2013년 광주시립미술관 개인전 ‘삶의 주름 땀의 무게’ 윤범모의 글에서 황재형 작가의 말)그림 ‘백두대간’은 말한다. 삶과 역사의 모든 굴곡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몸 속에는 백두대간이 있다고. 태고부터 흘러 내려온 생명력이 내재되어 있다고. ○ 아름다움은 삶에서 나온다그는 1997년 ‘태백미술연구소’를 만들고 매년 미술 캠프를 열고 있다. 처음 열었을 땐 교사 7명에 학생 2명이 찾았지만, 지금은 40여 명이 찾는다. 이는 관념이나 장식을 위한 예술이 아닌 삶과 맞닿은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작가의 작업 세계와도 맞닿아있다.“오랜 세월 동안 예술이 특권적인 것으로 이야기 되어 왔다. 특히 한국에서는 현실과 상관없는 ‘유미주의’처럼 여겨지곤 한다. 그것은 서구의 예술 관념이 일본을 통해 한국으로 오면서 굴절되어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그의 말처럼 국제 미술사는 특정 계층의 역사를 벗어나 보편적 인권의 확장을 기준으로 재편되고 있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여성은 물론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 등 각 지역별 주체의 맥락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국내 미술사는 일제시대와 미술수첩을 통해 제한적으로 받아들여진 미술사, 이 때문에 관념적으로 예술을 접근한 관점으로 쓰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가운데 어디에도 ‘한국’을 찾을 수 없었던 작가들이 저마다의 길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이 중 황재형 작가는 삶의 처절한 현장을 찾아 나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현실의 인간에서 만날 수 있는 아름다움을 찾고자 했다. 미술사가 전하현은 그의 작업에 대해 “삶에서 배태된 예술을 추구하는 한국 미술사에서 보기 드문 예”라며 “이런 작가가 있다는 것은 한국의 큰 문화적 자산”이라고 말했다.김민기자 kimmin@donga.com}

    • 2020-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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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년만에 공공미술 완성? 950억짜리 ‘공공흉물 프로젝트’ 될판

    “우리 동네에 비보이 조형물이 생긴다고요? 그게 왜 공공미술인가요?” 경기 부천시에 사는 직장인 조모 씨(32)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공공미술 프로젝트’ 내용을 전해 듣고 이렇게 반문했다. 3차 추경 예산 통과로 생긴 이 프로젝트는 문체부(759억)와 지방자치단체 예산(179억)을 합해 총 948억 원 규모로 전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일부 공개된 공모 결과에 따르면 비보이 조형물뿐 아니라 가두 전시장, 철도 모형 조각, 트릭 아트 벽화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지역 심사에 참여한 미술계 인사 A 씨는 “연말까지 예산을 집행해야 해 급조된 프로그램을 울며 겨자 먹기로 선정하고 있다”며 “채택을 포기하고 돌아가는 심사위원도 있다”고 말했다.●“퇴행적 환경미술 양산 우려”전국 228개 지자체별로 시행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현재 진행 중이다. 7월 3일 사업 안내서가 배포되고 8월 말부터 공모가 시작됐다. 대부분 사업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흉물 양산을 우려하고 있다. 턱없이 짧은 진행 기간 때문이다. 공공미술은 지역의 역사와 문화는 물론 주민들의 수요 등 오랜 시간을 들여 다양한 맥락을 고려해 의미와 가치를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설치미술가 부부인 ‘크리스토와 잔클로드’의 대표적 공공미술로, 프랑스 파리의 퐁뇌프 다리를 황금빛 천으로 둘러싼 ‘퐁뇌프 포장’은 10여 년이 걸렸다.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내년 2월까지 마무리 지어야한다. 준비 기간은 길어야 6개월, 아이디어 구상은 물론 제작에도 벅찬 시간이다. 전남 지역 한 도시의 담당자 B씨는 “통상 마을 미술 프로젝트는 연초부터 지역에서 자율적으로 준비해 예산을 신청한다. 이번엔 연중에 문체부에서 돈부터 내려준다며 정하라니 졸속은 맞다”고 했다. 프로젝트 결과물의 ‘3년 유지’ 조항도 부담을 가중시킨다. 경남 지역 한 도시의 담당자 C씨는 “사후 관리 예산이 편성이 쉽지 않아 내년 추경을 기대해야 해 흉물로 전락할까 걱정”이라고 털어 놓았다. 문체부는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짧은 기간을 보완할 근본적 대책은 아니다. 오히려 책임 떠넘기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일부 공개된 지자체의 심사위원 평가에서 ‘구상 기간이 짧아 보완이 필요하다’거나 ‘조건부 통과’가 결정되고 있다. 김찬동 전 수원시립미술관장은 “충분한 기간과 소통, 협업이 없다면 일방적 제작 설치로 ‘퇴행적 환경미술’ 양산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일시적 고용 수치 높이기?이러한 우려는 추경 예산안 발표 때부터 제기됐다. “90년 전 미국에서 실패한 뉴딜정책을 왜 답습하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그럼에도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강행된 것은 ‘일자리 창출’ 목적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최근 서울시 공공미술프로젝트는 ‘대학교수, 직장인, 대학생은 참여가 제한되며 최종 사업자로 선정될 시 반드시 고용보험 미가입 상태여야 한다’고 긴급 공지했다. 또 ‘사업비 4억 기준 총 37명 팀 구성’이 가이드라인으로 제시돼 복수의 예술가 참가를 조건으로 했다. 이 때문에 “고용 수치를 높이기 위한 꼼수”라거나 “공공미술이 아닌 공공근로”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정은 문체부 시각예술디자인과장은 “작업 기회가 없는 예술가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작가 D씨는 “창작에 대한 이해 없이 노동 행위만 지원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 ●“미술계 위한다면 생태계 지원을”코로나19에 해외 정부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취소된 행사 비용을 일부 지원하거나, 예술 기관과 사업체, 프리랜서 예술가 지원에 집중한다. 프랑스는 3월 문화계의 연대 기금이나 예술가를 위한 실업 급여 등 기존 제도에 예산을 지원했다. 가시적 결과물이나 통계적 이득을 위해서가 아닌 예술계 생태계를 유지에 방점을 둔 것이다. 황무현 창원조각비엔날레 추진위원장은 “예산이 전무한 지역 예술인 복지센터 등 기존의 시스템을 활용한 간접지원이 훨씬 더 효율적이었을 것”이라며 “지금 정책은 추진 기간이 터무니없이 짧아 지역 미술계 갈등을 조장할 우려도 있다”고 했다.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국립현대미술관의 20년치 소장품 구입 예산과 맞먹는 공공미술 프로젝트 예산은 예술기금 조성이나 창작 준비금, 생활 금융 지원으로도 쓰일 수 있다”며 “지금처럼 충분한 연구와 조사가 없으면 1000억 원 가까운 세금이 휘발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관을 통한 간접지원이나 미술품 구입 지원이 예술인을 존중하는 태도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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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소로는 ‘자연의 은둔자’가 아니다

    “어제 나는 여기 들어와 살기 시작했다.” 1845년 7월 5일 토요일 아침.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는 새 노트를 꺼내 이렇게 적었다. 글을 쓴 장소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콩코드의 월든 호숫가. 3개월 전 그는 아일랜드계 철도 노동자로부터 4달러 25센트를 주고 이곳의 판잣집을 샀다. 소로는 직접 도끼를 들고 친구들의 도움을 얻어 이 집을 오두막집으로 바꿨다. 쟁기질로 집 옆 땅을 갈아 강낭콩을 심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땅에게 풀이 아닌 콩으로 말하게 하는 일”이었다. 이 일은 고전이 된 책 ‘월든’을 꽃피웠다. 그러나 월든은 소로가 ‘자연의 은둔자’라는 오해를 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했다. 소로는 때때로 염세주의에 찌들고,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내는 잔소리꾼으로 폄하됐다. 그의 45년 생애 가운데 월든 호숫가에 머문 기간은 2년 2개월 2일에 불과했으며, 실은 이웃이나 친구들과 교류가 잦았다는 사실에 어떤 독자는 배신감을 느낀다. 그런 독자에게 이 책은 “당신이 아는 소로가 전부는 아니다”라며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는 소로와 그의 친구들이 남긴 일기 편지 저작에 근거해 그의 생애를 추적한다. ‘시대가 바뀔 때마다 각 세대의 방식으로 소로를 되살렸으나, 자신이 찾던 소로를 발견할 수 없어’ 이 책을 썼다면서 말이다. 그 과정에서 저술 ‘시민불복종’과 ‘더 높은 법칙’의 개혁가 소로의 모습이 살아난다. 시민불복종에서 소로는 우리가 내리는 선택이 우리의 환경(정치적 환경과 자연환경)을 만든다고 말한다. 사소한 모든 선택의 총합이 지구라는 저울에 올라가 세계를 만든다는 것. 여기서 소로의 사회적 행동주의와 자연보호 사상은 한 뿌리에서 나온 것임을 가늠할 수 있다. ‘매사추세츠의 노예제’를 강연하던 날, 소로는 미국 헌법을 구둣발로 짓밟고 이렇게 외쳤다. “인간이 천박하다면 아름다운 자연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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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청가 무형문화재 김영자-정회석씨

    김영자(70) 정회석 씨(58)가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 심청가 보유자로 인정됐다. 문화재청은 18일 “김 씨와 정 씨는 판소리 심청가의 전승 능력 및 전수 활동 기여도를 인정받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두 사람 모두 명창 정권진 전 보유자(1927∼1986)를 사사했다. 김 씨는 8세부터 정 전 보유자에게서 심청가와 ‘춘향가’를 배웠다. 1987년 판소리 수궁가 전수교육조교로 지정됐다. 정 전 보유자의 아들인 정 씨는 할아버지 정응민 명창(1896∼1963)이 서편제와 동편제 소리를 집대성한 보성소리의 전승을 이어가고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에는 심청가 수궁가 적벽가 흥보가 춘향가 고법(鼓法) 등 6개 분야가 있다. 심청가는 2017년 성창순 전 보유자 별세 이후 보유자가 없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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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영남 ‘대작 스캔들’ 반사효과냐… ‘한국적 팝아트’ 대중마음 움직였나

    ‘대작(代作) 스캔들’의 반사 효과일까? 아니면 ‘트롯파 미술’이 대중의 마음을 울린 걸까? 서울과 충남 아산시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가수 조영남(75)의 작품이 관객들의 호응을 얻으며 판매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강남구 피카프로젝트에서는 1일 전시 개막 후 보름 만에 10여 점이 판매됐다. 지난달 12일 개막한 아산갤러리에서는 20여 점을 판매해 두 갤러리의 판매 금액을 합하면 5억 원이 넘는다. 조영남의 작품 가격은 200만∼6000만 원대다. 조영남은 그림을 그릴 때 조수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사기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기까지 미술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논란의 중심에 섰던 조영남의 작품을 산 컬렉터는 누구일까? 김수열 아산갤러리 대표는 평소와 다른 성향의 관객과 컬렉터가 전시장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보통 전시를 열면 작가나 미술계 관계자가 많이 찾는데, 조영남 전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미술계와 미술 전문지가 외면하는 가운데 일반인이나 컬렉터가 굉장한 호기심을 갖고 온다.” ‘대작 사건’을 계기로 관심을 갖게 된 컬렉터도 있다. 성해중 피카프로젝트 대표는 “일부는 ‘조영남의 행동은 비호감’이라면서도 이번 재판 결과에 따른 투자 가치를 기대하고 구매하고 있다”며 “첫 그림 구매를 조영남 작품으로 시작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조영남은 시인 이상이나 풍경을 다룬 그림도 전시하고 있지만 주로 팔리는 것은 ‘화투 그림’이다. 피카프로젝트에서 화투를 소재로 한 그림만 판매됐다. 아산갤러리에서는 화투가 나오는 ‘극동에서 온 꽃’ 시리즈가 전부 판매됐고, 화투 그림을 찾는 요청이 많아 다음 전시에는 화투 그림을 좀 더 늘릴 예정이다. 이는 조영남이 ‘트롯파 미술’이라 설명한 것처럼, 대중에게 친근하고 익숙한 소재를 사용한 ‘한국적 팝아트’가 소통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서구의 예술 개념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한 것에 대한 ‘화투의 반역’이라는 것이다. 코카콜라나 캠벨수프 같은 해외문화를 차용한 것이 ‘팝아트’가 아니라 한국인이 즐기는 소재를 활용한 ‘대중미술’이라는 이야기다. 조영남의 작품 ‘음악과 미술’을 구매한 김숙희 씨(62)는 이렇게 말했다. “어릴 적 제가 좋아하는 노래를 불렀던 조영남 선생님이 전시를 한다니 무척 반가웠죠. 작품 구매도 이번이 처음인데, 그 그림을 보고 여섯 살짜리 손녀가 노래를 부르더라고요. 이렇게 편하고 따뜻하고 즐거운 그림이면 그만 아닌가요?”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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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아프 아트서울’ 23일부터 온라인으로 만나요

    제19회 키아프 아트서울(KIAF ART SEOUL·한국국제아트페어)이 온라인 전시로 열린다. 당초 키아프 아트서울은 25∼2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전면 중단됐다. 키아프 공식 홈페이지에서 접속할 수 있는 온라인 페어에는 11개국 139개 갤러리가 참가한다. 갤러리마다 최다 30점의 작품 이미지를 올려놓을 수 있다. 판매되거나 교체할 작품은 실시간 반영된다. 작품 가격 공개는 갤러리 재량에 따른다. VIP 개막 16일, 일반 개막 23일. 다음 달 18일까지 볼 수 있다. 국제갤러리, 학고재 같은 일부 갤러리는 자체 전시장 내부에 별도의 전시 공간을 두고 예약을 통해 키아프 출품작을 직접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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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세기 조선 ‘왕의 행차’ 병풍 온라인 공개

    국립중앙박물관은 ‘출행도(出行圖·왕의 행차를 그린 그림)’ 병풍(사진)을 10월 11일까지 온라인 공개한다고 15일 밝혔다. 19세기 후반 조선 궁중 도화서 화원들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출행도 병풍은 해, 달, 봉우리 5개의 일월오봉(日月五峯)을 배경으로 왕과 인물, 동물 등이 정교한 선과 화려한 색깔로 묘사돼 있다. 이 병풍은 1886∼1926년 국내 교육, 의료, 선교 분야에서 활동한 달젤 벙커, 애니 벙커 부부가 소장하다 1933년 미국 오하이오주 오벌린대에 기증한 것이다. 2년 전 오벌린대 앨런기념관의 요청으로 한국에 들여와 전통 방식으로 보존 처리했다. 중앙박물관 홈페이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감상할 수 있다. 전시가 끝나면 병풍은 미국으로 돌아간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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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 RM, 미술책 보급에 1억원 후원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본명 김남준·26·사진)이 국립현대미술관(MMCA)에 1억 원을 기부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RM이 미술책 읽는 문화 확산을 위해 국립현대미술관문화재단을 통해 도서 제작 후원에 참여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기부는 RM의 12일 생일을 기념한 것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이 출간한 미술 도서를 중심으로 절판돼 구하기 어렵거나, 재발행이 필요한 도서 제작을 후원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RM 후원으로 제작된 도서는 도심에서 먼 전국 공공도서관 및 도서산간지역 초중고교 도서관 400곳에 기증되고,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책방에도 비치할 예정이다. 도서는 한국 작가 도록 7종(김환기 이중섭 변월룡 유영국 박래현 윤형근 이승조)과 전시 도록 ‘내가 사랑한 미술관: 근대의 걸작’ ‘미술관에 書: 한국 근현대 서예전’ 중 각 1권을 묶어 한 세트 8권으로 구성된다. 총 4000권이 만들어져 다음 달에 보급된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RM 씨가 평소 영감과 휴식을 얻은 미술 분야에 대한 지원 의사를 밝히며, 본인이 책을 통해 미술을 더 깊게 이해하는 것처럼 미술관 접근이 어려운 청소년들도 쉽게 미술을 접하면 좋겠다는 뜻을 전해와 기쁘고 놀랐다”며 “바쁜 스케줄에도 미술관을 찾아 관심 확대에 영향력을 주는 RM 씨와 함께 우리 미술 책 읽는 문화가 확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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