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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경기에서 졌지만 괜찮아요. 한국시리즈는 4번 먼저 이기는 팀이 우승하잖아요. 3번 져도 4번 이기면 돼요.” SK-두산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2차전이 열린 5일 서울 잠실구장. 경기 전 타격 훈련을 마친 두산 외야수 정수빈은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하루 전인 4일 열린 1차전에서 두산은 에이스 린드블럼을 선발로 올리고도 3-7로 졌다. 7안타와 9볼넷으로 3점밖에 얻지 못했을 정도로 경기 내용이 나빴다. 하지만 올해로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산 선수들은 좀처럼 동요하지 않았다. 경기 전 훈련 때 선수들은 웃으며 농담을 주고받았다.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 때 최우수선수(MVP)였던 정수빈은 “한두 번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는 게 아니지 않나. 경험 많은 우리 선수들은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가는 법을 안다”며 “2015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도 첫 경기를 진 뒤 내리 4경기를 이겼다”고 말했다. 그 말 그대로였다. 1차전 때 경기 감각 회복에 애를 먹었던 두산 선수들은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그 모습으로 돌아왔다. 두산은 선발 투수 후랭코프의 호투와 2점 홈런 포함 3안타 3타점으로 맹활약한 최주환 등을 앞세워 SK를 7-3으로 꺾고 시리즈 전적을 1승 1패로 맞췄다. 두산은 3회말 정수빈의 빠른 발을 앞세워 선취점을 얻은 게 컸다. 1사 1, 3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정수빈의 땅볼 타구는 유격수 김성현의 정면으로 향했다. 타구 속도가 빨라 병살타로 연결되는 듯했다. 하지만 정수빈의 발이 공보다 먼저 1루를 밟았다. 그사이 3루 주자 오재일이 소중한 첫 득점을 올렸다. 1차전처럼 선취점을 뽑지 못했다면 두산 선수들은 쫓기면서 초조하게 경기를 치를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지만 무난히 첫 점수를 뽑으며 한결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4회말에는 양의지의 적시타와 최주환의 2점 홈런으로 스코어를 4-0으로 벌렸다. 7회초 3루수 허경민의 실책이 빌미가 돼 4-3으로 쫓겼지만 8회말 양의지와 최주환의 적시타 등으로 3점을 추가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마운드에서는 올해 KBO리그 최다승 투수 후랭코프의 호투가 빛났다. 정규시즌에서 18승(3패)을 거둔 후랭코프는 최고 시속 150km의 빠른 공과 다양한 변화구를 앞세워 SK 타선을 6과 3분의 2이닝 5안타 2볼넷 3실점(1자책)으로 틀어막았다. 정규시즌 한 경기 최다 삼진이 9개였던 그는 이날 10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경기 최우수선수(MVP)도 그에게 돌아갔다. 4-3으로 앞선 8회초 2사 1루에서 등판한 두산 마무리 투수 함덕주는 1과 3분의 1이닝 퍼펙트 피칭으로 자신의 생애 첫 한국시리즈 세이브를 수확했다. 양 팀의 3차전은 7일 오후 6시 반 인천 SK행복드림구장으로 장소를 옮겨 열린다. 두산 이용찬, SK 켈리가 선발로 나선다.이헌재 uni@donga.com·김배중 기자}

SK 외야수 한동민은 지난주 금요일을 뜨겁게 달궜다. 2일 넥센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10-10 동점이던 연장 10회말 극적인 끝내기 홈런을 쳐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한동민의 홈런 장면과 홈런 세리머니는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에 소개될 정도로 큰 화제를 모았다.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린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만난 한동민은 이틀 전 홈런의 여운이 여전히 가시지 않은 듯했다. 한동민은 “끝내기 홈런 장면을 여러 번 돌려봤다”며 “아마 영상 조회 수의 3분의 1은 내가 올렸을 것”이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한동민은 이날 시작된 한국시리즈에서는 첫 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한동민은 1회초 무사 1루에서 두산 선발 린드블럼의 2구째 몸쪽 낮은 컷 패스트볼(시속 140km)을 잡아당겨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2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SK는 이날 한동민의 선제 2점 홈런과 6회초 박정권의 역전 결승 2점 홈런 등으로 7-3으로 승리하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지난해까지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 승리 팀은 34회 중 25차례(73.5%)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SK로서는 예상을 뛰어넘은 승리였다. 정규시즌 2위 SK는 넥센과의 플레이오프에서 5경기를 치르면서 모든 전력을 쏟아부었다. 특히 2일 5차전에 에이스 김광현과 외국인 투수 켈리를 투입하는 바람에 한국시리즈 1차전은 3선발인 박종훈이 선발 등판해야 했다. 이에 비해 정규시즌 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두산은 컨디션을 점검하며 상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1차전 선발은 정규시즌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한 에이스 린드블럼이었다. 하지만 경기 양상은 정반대였다. SK가 매끄럽게 경기를 풀어간 반면 두산은 20여 일간의 실전 공백을 극복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SK는 한동민과 박정권의 홈런 두 방이 결정적이었다. 한동민의 선제 홈런으로 초반 분위기를 가져온 SK는 2-3으로 역전당한 6회초 박정권의 우월 2점 홈런으로 재역전에 성공했다. 한 박자 빠른 투수 교체도 효과를 봤다. 선발 투수 박종훈을 5회 도중 교체했고, 산체스에게도 1과 3분의 2이닝밖에 맡기지 않았다. 왼손 중간계투 요원 김태훈은 7회부터 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고, 9회 마운드에 오른 정영일도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두산은 여러 차례 결정적인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3-4로 뒤진 7회말 무사만루 찬스를 놓친 건 두고두고 아쉬웠다. 오재일이 삼진으로 물러난 데 이어 김재호의 잘 맞은 타구가 2루수-유격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연결되면서 득점에 실패했다. 이에 앞서 6회말에는 허경민의 번트 실패와 오재원의 도루 실패가 이어졌다. 두산은 안타 7개와 볼넷 9개를 얻고도 3득점에 그쳤다. 잔루는 11개나 됐다. 9회에는 1루수 오재일의 송구 실책이 빌미가 돼 2점을 더 내줬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1차전을 잡았다는 건 좋은 의미다. 다음 경기도 역시 이기고 싶고, 마지막 경기도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는 올해 포스트시즌 들어 모처럼 만원 관중(2만5000명)을 기록했다. 양 팀의 2차전은 5일 오후 6시 반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SK는 문승원을, 두산은 후랭코프를 선발로 예고했다. 이헌재 uni@donga.com·임보미 기자}

“아직도 궁금한 게 많고, 해보고 싶은 게 있네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밝았다.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를 2개나 갖고 있는 김병현(39)이 호주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간다. 호주야구리그(ABL) 멜버른은 29일 구단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질롱은 코리아 팀을 갖고 있지만 우리 팀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한국 투수를 보유하게 됐다. 월드시리즈 영웅 김병현을 환영해 달라”라며 그의 영입 사실을 알렸다. 1999년 메이저리그 애리조나에 입단한 김병현은 2001년 팀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며 월드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탰다. 2004년 보스턴에서도 우승 반지를 받았다. 2010년까지 미국에서 뛰었던 그는 2011년에는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에 잠시 몸담았다가 2012년부터 2016년까지는 KBO리그 넥센과 KIA 등에서 활약했다. KBO리그 통산 성적은 11승 23패, 5홀드, 평균자책점 6.19다. 2017년 말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뛰기도 한 김병현은 “많은 사람들이 내가 은퇴한 줄 알고 있지만 내 입으로 은퇴를 얘기한 적이 없다. 몸이 허락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스포츠 정신이다. 새 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라고 말했다. 김병현은 올해 모교인 광주일고의 투수 인스트럭터로 활동하는 틈틈이 개인 훈련을 해왔다. 그는 “예전의 좋았던 피칭을 어느 정도 찾았다. 선발 투수로 긴 이닝을 던지진 못하겠지만 짧은 이닝을 소화하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다”라고 말했다. 호주야구리그에는 구대성 감독을 사령탑으로 한국인 선수로 구성한 질롱 코리아와 일본과 대만 선수들이 다수 포함된 오클랜드 등 8개 팀이 참가한다. 11월부터 내년 1월까지 3개월간 팀당 40경기씩을 치른다. 질롱 코리아에는 올해까지 KIA에서 뛰었던 투수 김진우와 이재곤(전 롯데), 장진용(전 LG) 등 KBO리그 출신이 대거 엔트리에 포함됐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 선수로는 사상 처음 월드시리즈 선발 투수로 등판했던 류현진(31·LA 다저스·사진)의 꿈은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다저스가 29일 열린 보스턴과의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1-5로 패하면서 류현진의 시즌도 마감됐다. 이날 다저스가 이겼다면 류현진은 31일 원정 6차전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었다. 시즌 종료와 함께 류현진은 자유계약선수(FA)가 된다. 2013년부터 다저스와 맺은 6년 3600만 달러(약 411억 원) 계약이 끝나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다저스에 잔류할 수도,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도 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도 검증된 왼손 선발 투수다. 어깨 및 팔꿈치 수술로 2015년과 2016년을 거의 뛰지 못했지만 통산 40승 28패, 평균자책점 3.20의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올해는 7승 3패, 평균자책점 1.97로 활약했다. 시즌 초반 당한 사타구니 부상으로 3개월가량 재활에 매달려야 했지만 8월 중순 복귀 후 팀의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이끌었다. 류현진은 애틀랜타와의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는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를 제치고 먼저 선발 투수로 등판해 7이닝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다.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건강하게 시즌 150이닝 이상을 던진 것은 2013, 2014년 2년밖에 되지 않는다. 포스트시즌은 ‘빅 피처 투수’로서의 면모를 과시할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밀워키와의 챔피언십시리즈 2경기와 보스턴과의 월드시리즈 1경기에서 모두 5이닝을 버티지 못한 점도 아쉬웠다. 현지에서는 다저스가 류현진에게 퀄리파잉 오퍼를 제시할지 여부가 관심사다. 퀼리파잉 오퍼는 구단이 FA 자격을 얻은 소속 선수에게 메이저리그 고액 연봉자 상위 125명의 평균 연봉(2019시즌 약 204억 원)을 제시해 1년간 보유하는 제도다. 거액 계약은 쉽지 않아도 합리적인 수준의 다년 계약은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팬사이디드는 28일 워싱턴의 내년 시즌 전력 보강을 다루면서 류현진의 가치를 연간 700만∼1000만 달러(80억∼114억 원)로 평가하기도 했다. 류현진의 향후 행선지는 스토브리그의 막이 오른 뒤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슈퍼 에이전트로 불리는 스콧 보라스가 그의 계약을 담당하고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에게 보스턴과의 월드시리즈는 악몽 그 자체다. 투수 교체만 했다 하면 어김없이 실패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전문가들과 팬들의 비난이 쏟아진다. 2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4차전에서도 악몽은 반복됐다. 다 잡았다고 생각했던 경기는 로버츠 감독의 투수 교체 이후 뒤집히고 말았다. 4점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6-9로 역전패한 다저스는 7전 4선승제의 월드시리즈에서 1승 3패로 벼랑 끝에 서게 됐다. 다저스는 하루 전 3차전에서 연장 18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맥스 먼시의 끝내기 홈런으로 3-2,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역대 월드시리즈 최장 이닝(18이닝)과 최장 시간(7시간 20분) 경기 끝에 거둔 소중한 첫 승이었다. 이날도 경기 중반까지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0-0으로 팽팽하던 6회말 상대 실책과 야시엘 푸이그의 3점 홈런을 앞세워 4점을 먼저 얻었다. 하지만 4-0으로 앞선 7회초 1사 1루에서 선발 투수 리치 힐을 교체하면서 흐름이 급변했다. 구원 투수 스콧 알렉산더는 브록 홀트에게 볼넷을 내주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1사 1, 2루에서 등판한 라이언 매드슨은 재키 브래들리 주니어를 2루수 뜬공으로 잡아냈지만 대타 미치 모얼랜드에게 우월 3점포를 얻어맞았다. 매드슨은 1차전과 2차전에서도 연달아 적시타를 맞았던 투수다. 8회에는 믿었던 마무리 투수 켄리 얀선이 스티브 피어스에게 동점 솔로 홈런을 허용했다. 얀선은 3차전에 이어 4차전에서도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기세가 오른 보스턴은 9회초 대타 라파엘 데버스의 결승타와 피어스의 3타점 싹쓸이 2루타 등으로 대거 5점을 내며 승기를 잡았다. 다저스는 9회말 키케 에르난데스의 2점 홈런으로 추격했지만 승부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3승(1패)째를 거둔 보스턴은 2013년 이후 5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1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양 팀의 5차전은 29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다. 다저스와 보스턴은 각각 에이스인 클레이턴 커쇼와 크리스 세일을 선발 투수로 예고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그 사건’만 없었다면 올해 신인왕은 강백호(19·KT)가 아닐 수도 있었겠는데요.” 23일 열린 한화-넥센의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4차전을 지켜보던 한 후배 기자는 넥센 신인 투수 안우진(19)의 투구를 보면서 탄성을 내뱉었다. 193cm의 큰 키에서 내리꽂는 구속 시속 150km대의 빠른 공은 누가 봐도 일품이었다. 슬라이더는 어지간한 투수의 속구와 맞먹는 143km가 찍혔다. 에이스 투수의 아우라가 뿜어져 나왔다. 베테랑도 긴장하는 포스트시즌 마운드에 선 그에게선 신인답지 않은 여유가 느껴졌다. 준플레이오프에서 2승을 거두는 동안 9이닝 7안타 10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악마의 재능’이라고 할 만했다. 그런데 준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는 그의 몫이 아니었다. MVP는 기자단 투표로 정해지는데 그는 74표 가운데 24표를 받는 데 그쳤다. MVP는 49표를 얻은 팀 선배 임병욱이었다. 기자단의 평가가 인색했던 이유는 그에게 학교폭력 가해자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안우진은 휘문고 3학년이던 지난해 후배들을 집단 폭행했다. 이 사실이 드러나면서 넥센 구단은 올해 정규시즌 50경기 출장정지와 함께 스프링캠프 제외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도 국가대표 3년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만약 그 일이 없었다면 안우진은 고졸 신인 최다 홈런 기록(29개)을 세운 강백호와 함께 치열한 신인왕 경쟁을 벌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뒤늦게 1군에 합류하면서 정규시즌에서 2승 4패, 평균자책점 7.16으로 부진했다. 그는 많은 것을 잃었다. 그의 기사에는 어김없이 ‘학교폭력’과 관련된 댓글이 달린다. 앞으로 국가대표에 뽑히기도 쉽지 않다. 팬들과 기자들은 냉정한 눈으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주시할 것이다. 다 자업자득이다. 그렇지만 나쁘게만 여길 일은 아니다. 일찍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안우진 정도면 그간 자기 마음대로 선수 생활을 해 왔을 것이다. 프로에서도 스타가 된 후엔 어디로 튈지 모르는 폭탄이 되었을 수도 있다. 상습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강정호를 비롯해 야구 실력과는 정반대 인성으로 신세를 망친 사례가 얼마나 많은가. 요즘 안우진은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넥센 관계자는 “선배들의 조언을 들으며 겸손하게 행동하려고 노력한다. 사인 요청에도 적극적으로 임하는 등 팬서비스에도 열심이다”고 전했다. 1군 복귀 때 “야구를 떠나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던 대로다. 개인적으로는 그가 좋은 투수가 되길 바란다. 야구로 성공하되 항상 속죄하는 마음으로 좋은 일도 많이 하는 선수가 되었으면 한다. 피해자들에 대한 진정한 사과는 물론이다. 안우진은 KBO리그에 모처럼 떠오른 특급 유망주다. 주홍글씨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겠지만 이겨내는 것도 그의 몫이다. 어릴 적 실수를 딛고 누가 봐도 모범적인 선수로 사는 것. 그것이야말로 안우진이 걸어가야 할 길이 아닐까 싶다. 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uni@donga.com}

포스트시즌 같은 단기전에서는 좀처럼 많은 점수가 나지 않는다. 매 경기가 결승전이나 마찬가지라서 구위가 좋은 투수들이 등판하기 때문이다. 또한 상대 타자에 따라 투수 교체도 활발히 이뤄진다. 단기전의 특성상 홈런은 가장 확실한 득점 루트다. 27일 시작되는 SK-넥센의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역시 한 방 싸움으로 승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1∼2차전과 5차전(필요시)이 열리는 인천 SK행복드림구장은 한국에서 홈런이 가장 많이 나오는 야구장이기도 하다. 정규시즌 2위 SK는 자타가 공인하는 홈런 군단이다. SK 타자들은 올해 233개의 홈런을 합작하며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팀 홈런 1위에 올랐다. 홈에서 좌우 펜스까지의 거리가 95m에 불과한 구장 덕을 톡톡히 봤다. 외국인 선수 로맥이 43홈런으로 박병호(넥센)와 함께 이 부문 공동 2위에 올랐고, 한동민 역시 생애 첫 40홈런(41개)을 기록했다. 지난 2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했던 최정은 올해 부진한 가운데서도 35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들 외에도 김동엽(27개), 이재원(17개), 김강민(14개), 나주환(12개), 정의윤(11개) 등도 언제든 홈런을 때릴 수 있다. 정규시즌 4위 넥센은 올해 165홈런으로 팀 홈런 6위에 머물렀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결코 만만치 않다.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홈런왕 박병호는 한 달 넘게 결장하면서도 43홈런을 때렸다. 호타준족 유격수 김하성도 20홈런을 쳤다. 대체 외국인 선수 샌즈는 25경기밖에 출전하지 않았지만 12홈런을 때렸다. 준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 임병욱이 좋았던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정규시즌에서 13홈런을 쳤던 그는 20일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연타석 3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올 시즌 정규시즌 상대 전적에서는 넥센이 9승 7패로 앞섰다. 넥센 임병욱은 SK 투수진을 상대로 타율 0.367, 1홈런, 10타점으로 강했다. 김민성과 박병호는 각각 3홈런, 2홈런을 기록했다. SK에서는 한동민이 넥센 투수들을 상대로 무려 11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천적으로 군림했다. 로맥과 김동엽은 각각 5개와 4개의 홈런을 쳤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5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보스턴의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2차전. 한국 선수로는 사상 처음 월드시리즈 선발 투수로 나선 다저스의 ‘괴물 투수’ 류현진(29)은 1회말 1번 타자 무키 베츠를 상대로 공을 던지며 한국 야구에 새 역사를 썼다. 하지만 결과는 아쉬웠다. 큰 경기에서 유독 강해 ‘빅게임 투수’란 별명을 얻었던 류현진은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고, 팀은 2-4로 패했다. 전날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를 내고도 4-8로 패했던 다저스는 7전 4선승제의 월드시리즈에서 2연패의 부담을 안고 3∼5차전이 열리는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으로 향하게 됐다. ○ 공 1개에 갈린 희비 야구는 공 1개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종목이다. 4회까지 1실점으로 비교적 호투하던 류현진이 패전의 멍에를 쓰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공 1개 때문이었다. 2-1로 앞선 5회말 류현진은 7번 타자 이언 킨슬러와 8번 재키 브래들리 주니어를 모두 범타 처리했다.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기까지 단 1타자만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9번 타자인 포수 크리스티안 바스케스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1번 베츠에게 좌전 안타를 맞아 2사 1, 2루가 됐다. 다음 상대는 앞선 두 타석에서 모두 아웃을 잡아낸 앤드루 베닌텐디였다. 류현진은 1회와 3회 낙차 큰 커브를 이용해 베닌텐디를 봉쇄했다. 1회에는 삼진, 3회에는 중견수 뜬공이었다. 5회에도 류현진은 초구부터 커브를 적극 활용했다. 그렇지만 베닌텐디도 이번에는 호락호락 당하지 않았다. 볼카운트 1볼 2스트라이크에서 6구째와 7구째 커브를 모두 커트해 내며 버텼다. 류현진은 마지막 8구째 승부구로 포심 패스트볼을 택했지만 손에서 공이 빠지면서 허무하게 볼넷을 허용하고 말았다. 2사 만루가 되자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곧바로 마운드로 향했고 류현진은 결국 고개를 떨군 채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결과적으로 로버츠 감독의 투수 교체는 실패였다. 구원 등판한 오른손 투수 라이언 매드슨은 제구 난조를 겪으며 스티브 피어스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줘 동점을 허용했다. 다음 타자 J D 마르티네스에게는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2타점 적시타를 내줬다. 류현진의 승계 주자 3명이 모두 홈인했고, 류현진의 성적은 4와 3분의 2이닝 6안타 1볼넷 5삼진 4실점이 됐다. ○ 논란 부른 투수 교체 경기가 그대로 다저스의 2-4 패배로 끝난 뒤 미국 CBS스포츠 등 현지 언론은 “로버츠 감독이 월드시리즈에서 거듭 잘못된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날도 전날과 비슷한 장면이 재현됐기 때문이다. 하루 전에도 커쇼가 5회말 무사 1, 2루 위기에 몰리자 로버츠 감독은 우타자 피어스를 상대하기 위해 커쇼를 내리고 우완 매드슨을 마운드에 올렸다. 하지만 매드슨은 피어스에게 볼넷을 내준 뒤 마르티네스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감독이 지나치게 데이터에 의존하는 듯했다. 소위 ‘좌우놀이’를 신봉해 이날 상대 좌완 선발을 상대로 우타자 일색의 라인업을 짰고, 위기에 우타자가 타석에 들어서자 우완 투수를 마운드에 올렸다”고 말했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은 “다저스가 이틀 연속 오른손 타자 라인업을 고수하면서 맥스 먼시, 코디 벨린저, 족 피더슨, 야스마니 그란달을 선발 라인업에서 뺐다. 이로써 다저스는 정규 시즌 홈런 개수 상위 4명을 벤치에 앉힌 채 월드시리즈를 시작한 최초의 팀이 됐다”고 전했다. 이에 비해 류현진은 스스로를 탓했다. 그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닝을 끝낼 기회가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제구가 좀 더 좋았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도 “류현진이 지난번 등판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였다면 더 던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원래부터 로버츠 감독은 선발 투수를 길게 기다려주는 스타일이 아니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결과만 갖고 오늘 류현진 교체 타이밍을 비난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1, 2차전을 내주면서 다저스는 30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가시밭길을 걷게 됐다. 월드시리즈 역사상 1, 2차전을 내준 뒤 이를 뒤집은 경우는 20.4%에 불과하다. 양 팀은 하루를 쉰 뒤 27일 다저스타디움으로 옮겨 3차전을 치른다. 조응형 yesbro@donga.com·이헌재 기자}

넥센 7년 차 외야수 김규민(25)은 최근 며칠간 극심한 부담을 느껴야 했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20)의 공백을 메우는 임무가 그에게 맡겨졌기 때문이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의 아들 이정후는 프로 2년 차인 올해 정규시즌에서 타율 0.355, 6홈런, 57타점을 기록하며 슈퍼스타로 떠올랐다. 이정후는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 첫 두 경기에서 9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다. 하지만 좌익수로 고비마다 호수비를 선보이며 팀을 구해냈다. 하지만 20일 열린 준플레이오프 2차전 9회말에 김회성의 타구를 슬라이딩으로 잡아내는 과정에서 왼쪽 어깨를 크게 다쳐 남은 포스트시즌 출전이 어려워졌다. 장정석 넥센 감독은 김규민을 대체자로 선택했다. 장 감독은 “포스트시즌 같은 단기전에서는 수비로 승패가 갈린다. 수비가 안정적인 김규민이 적격이다. 공격할 필요가 있을 때는 고종욱을 쓰겠다”고 말했다. 22일 3차전부터 선발 좌익수로 나서기 시작한 김규민 역시 “정후가 워낙 수비를 잘했다. 방망이는 못 쳐도 괜찮으니까 수비에서는 절대 실수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정작 넥센을 플레이오프로 이끈 것은 김규민의 안타 한 방이었다. 정규시즌 4위 넥센이 23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한화(3위)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김규민의 역전 2타점 적시타를 앞세워 한화를 5-2로 꺾었다. 넥센은 3승 1패를 기록해 2014년 이후 4년 만에 플레이오프 티켓을 따냈다. 경기 전까지 김규민은 이날 선발 라인업에 오른 선수 9명 가운데 유일하게 안타가 없었다. 3회 첫 타석에서도 포수 파울플라이로 아웃됐다. 하지만 김규민은 1-2로 뒤진 4회 2사 만루에서 호투하던 한화 선발 박주홍을 상대로 중견수 앞까지 굴러가는 역전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내 경기를 뒤집었다.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의 유일한 안타가 경기뿐 아니라 준플레이오프의 향방까지 결정지었다. 넥센은 3-2, 간발의 리드를 지키던 8회말 2사 1, 3루에서 임병욱이 좌중간을 가르는 3루타를 쳐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2차전에서 연타석 3점 홈런을 쳤던 임병욱은 기자단 투표에서 74표 중 49표를 얻어 준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준플레이오프 성적은 2홈런 포함 11타수 4안타(타율 0.367), 8타점이다. 2004년 당시 두산 안경현과 같은 단일 시즌 준플레이오프 최다 타점 타이기록이다. 임병욱은 상금 200만 원과 트로피를 받았다. 마운드에서는 신예 투수들의 호투가 빛났다. 선발 이승호에 이어 4회 1사 1, 3루 위기에서 구원 등판한 신인 안우진(19)은 5와 3분의 2이닝 동안 5피안타 5삼진 무실점 호투로 경기 MVP에 선정됐다. 2차전 구원승에 이어 2승째다. 넥센은 27일부터 정규시즌 2위 SK와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를 치른다. 이헌재 uni@donga.com·김배중 기자}

김태균(36)은 한화의 심장 같은 선수였다. 북일고를 졸업한 2001년 한화에 입단한 뒤 일본 프로야구 롯데에서 뛴 몇 년을 제외하곤 줄곧 한화의 주황색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올 시즌 김태균의 위상은 예전 같지 않았다. 한용덕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올해 김태균은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정규시즌 73경기에 출전해 타율 0.315에 10홈런, 34타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데뷔 이후 최소 경기 출장이었다. 4번 타자 자리도 다른 선수에게 내줬다. 11년 만에 진출한 포스트시즌에서도 그는 존재감이 없는 선수였다. 19일 열린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5회 대타로 나섰으나 공 3개에 허무하게 삼구삼진을 당했다. 20일 열린 2차전에는 아예 출전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1, 2차전 패배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한화를 구한 선수는 다름 아닌 김태균이었다. 벼랑 끝에 몰렸던 한화가 2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9회초 터진 김태균의 결승타에 힘입어 넥센을 4-3으로 꺾었다. 한 감독은 이날 김태균을 5번 타선에 배치하며 “앞선 두 경기에서 공격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오늘 연습 타격을 보니 김태균이 괜찮아 보였다. 수비보다는 공격을 중심으로 한 라인업을 짰다”고 말했다. 김태균은 2회초 무사 1루에서 상대 에이스 브리검을 상대로 깨끗한 좌전 안타를 때려내며 시동을 걸었다. 한화는 김태균의 안타를 시작으로 하주석과 최재훈의 연속 안타가 터지면서 2점을 먼저 얻었다. 해결사로서 그의 진가가 발휘된 것은 3-3으로 팽팽하던 9회였다. 선두 타자 호잉의 출루 후 이성열의 보내기 번트 작전 실패로 1사 1루의 상황이었다. 김태균은 바뀐 투수 이보근의 초구 직구를 노려 쳐 우중간을 가르는 결승 2루타로 연결시켰다. 2007년 10월 12일 삼성과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 승리 이후 4028일 만의 포스트시즌 승리를 이끈 김태균은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1차전과 2차전에서 각각 13개와 10개의 잔루를 기록한 한화는 이날도 경기 후반까지 공격의 실마리를 잘 풀지 못했다. 2-0으로 앞선 2회 무사 1, 2루에서는 김회성이 3루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삼중살을 기록했다. 역대 준플레이오프 사상 2번째이자 포스트시즌을 통틀어 3번째 나온 트리플플레이였다. 한화는 2-2 동점이던 6회초 호잉의 우월 홈런으로 다시 한 점을 앞섰지만 곧이은 6회말 실책과 폭투로 허무하게 동점을 허용했다. 1사 1루에서 김민성의 땅볼을 잡은 투수 이태양이 2루에 악송구하며 1사 1, 3루가 됐고, 한화의 4번째 투수 김범수가 폭투를 던지는 사이 3루 주자 임병욱이 홈을 밟았다. 하지만 천신만고 끝에 한 점 차 승리를 거두며 승부를 4차전으로 끌고 갈 수 있게 됐다. 8회 등판한 한화 마무리 정우람은 1과 3분의 2이닝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양 팀의 4차전은 23일 오후 6시 반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한화는 박주홍이, 넥센은 이승호가 선발 등판한다. 한편 2차전에서 수비하다 어깨를 다친 넥센 이정후(20)는 정밀검사 결과 올시즌 남은 경기를 뛸 수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헌재 uni@donga.com·조응형 기자 ▼“2회 삼중살 때 끝나는 줄 알아”▼▽한용덕 한화 감독=정말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었는데 선발 장민재가 전혀 흔들림 없이 안정적인 투구를 해줬다. 김태균도 자기 몫을 제대로 했다. 2회 삼중살이 나왔을 때만 해도 이렇게 끝나나 보다 했는데 선수들이 개의치 않고 끝까지 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늘이 세 번째 경기인데 여전히 긴장한 모습이 보이더라. 경험이 조금씩 쌓이고 있으니 다음 경기부터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장민재 공략법 준비 미흡했다”▼ ▽장정석 넥센 감독=팀 에이스 브리검이 나선 경기를 놓쳐 아쉽다. 한화 선발 장민재 공략법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던 것 같다. 장민재에게 끌려가면서 경기가 어렵게 됐다. 4차전 선발은 이승호다. 어린 선수지만 앞으로 넥센 선발을 이끌어갈 선수 중 한 명이기에 큰 무대 경험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잘 준비해서 다음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18일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미디어데이에서 “오랫동안 기다려 주신 팬들이 좀 더 길게 가을야구 냄새를 맡을 수 있게 해드리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화의 가을야구는 ‘4일 천하’로 끝날 위기에 처했다.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한화는 19∼20일 안방인 대전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을 모두 내줬다. 20일 2차전에서 한화는 선발 샘슨을 포함해 9명의 투수를 투입하고도 5-7로 졌다. 9명의 투수가 등판한 것은 역대 준플레이오프 사상 처음이다. 잦은 선수 교체로 이 경기는 준플레이오프 사상 최장(정규 이닝 기준)인 4시간 28분이나 걸렸다. 19일에 13잔루를 기록했던 한화는 이날도 번번이 득점 기회를 날리며 10개의 잔루를 기록했다. 반면 넥센은 홈런으로 손쉽게 경기를 이끌어갔다. 2차전에서 신예 외야수 임병욱(23)은 0-1로 끌려가던 4회초 한화 선발 샘슨을 상대로 역전 3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임병욱은 5회초 다시 한 번 경기를 뒤집는 3점포를 터뜨렸다. 준플레이오프 역대 최다 타점 기록(6개)을 세운 임병욱은 경기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넥센은 하루 전에는 박병호의 결승 2점 홈런으로 3-2로 이겼다. 22일 3차전에서도 넥센의 우세가 점쳐진다. 믿을 만한 선발 투수가 부족한 한화는 외국인 ‘원투펀치’를 내고도 1, 2차전을 모두 내줬기 때문이다. 한화는 3차전 선발로 오른손 투수 장민재(28)를 예고했다. 주로 중간계투로 뛰다 시즌 막판 선발로 3경기에 나선 장민재는 올 시즌 6승 2패 1홀드 평균자책점 4.68을 기록했다. 넥센은 에이스 브리검을 3차전 선발로 내세워 3연승으로 시리즈를 끝내겠다는 계획이다. 시즌 11승 7패, 평균자책점 3.84로 활약한 브리검은 16일 KIA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6이닝 4실점(승패 없음)으로 비교적 호투했다. 넥센이 3차전을 잡으면 27일부터 정규시즌 2위 SK와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를 치른다. 두 팀의 3차전은 22일 오후 6시 반 넥센의 안방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19일 넥센-한화의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린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1만3000석의 좌석마다 장미꽃 한 송이씩이 놓여 있었다. 2007년 이후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한화가 4000만 원을 들여 관중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었다. 장미꽃 옆에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담은 작은 봉투도 함께 놓여 있었다. “11년 동안 부진했던 성적에도 승패를 넘어 불꽃응원을 보내준 이글스팬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한화 홍보팀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장미꽃 선물은 한화 구단주를 맡고 있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뜻이었다. 김 회장도 이날 직접 구장을 찾아 모처럼의 가을야구를 즐겼다. 김 회장의 대전 야구장 방문은 2015년 8월 이후 3년여 만이다. 한화는 경기 전 시구자 선정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이날 시구자는 1999년 한화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이희수 전 감독이었다. 이 전 감독의 한화는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앞세워 1999년 한국시리즈에서 롯데를 4승 1패로 꺾고 우승했다. 한화 구단 역사상 유일한 한국시리즈 제패였다. 하지만 모처럼 포스트시즌 경기에 나선 한화 선수들은 긴장감과 부담감 때문인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날 승자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KIA를 꺾고 준플레이오프 무대에 오른 정규시즌 4위 넥센이었다. 넥센은 이날 한화를 3-2로 꺾고 플레이오프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한화로서는 경기 내내 공격의 물꼬를 트지 못했다. 12개의 안타를 쳤고, 4개의 상대 실책이 나왔지만 얻어낸 점수는 고작 2점에 불과했다. 잔루는 무려 13개였다. 경기 초반이었던 3회 무사 1, 2루와 4회 2사 2, 3루 찬스를 모두 허무하게 날려버렸다. 5회 1사 만루에서는 4번 타자 이성열이 투수 앞 땅볼, 대타 김태균이 삼진으로 물러나며 득점에 실패했다. 이에 비해 넥센의 공격은 훨씬 효율적이었다. 넥센 4번 타자 박병호는 0-0 동점이던 4회초 무사 2루에서 한화 선발 헤일의 3구째 몸쪽 투심패스트볼(시속 147km)을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넘겨버렸다. 박병호는 KIA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4타수 무안타로 부진했지만 준플레이오프 1차전부터 해결사의 면모를 회복했다. 지난 2년간 미국 무대에서 뛰었던 박병호의 KBO리그 포스트시즌 홈런은 2015년 10월 14일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 이후 약 3년 만이다. 2-1로 쫓긴 7회 초 공격 1사 2루에서는 대타 송성문이 좌전 적시타를 쳐내며 한 점을 더 달아났다. 한화로서는 7회말의 황금 찬스를 놓친 게 아쉬웠다. 1사 후 호잉의 3루타와 이성열의 우익선상 2루타가 연이어 터지며 한 점을 따라붙은 것도 잠시. 양성우의 유격수 앞 땅볼 때 2루 주자 이성열이 3루로 뛰다 객사했다. 다음 타자 하주석의 3루수 앞 땅볼 때 김민성의 송구 실책이 나왔으나 2루 주자 양성우가 3루와 홈 사이에서 런다운에 걸려 아웃되면서 동점 기회를 날리고 말았다. 양 팀의 2차전은 20일 오후 2시에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넥센은 한현희, 한화는 샘슨이 선발 등판한다. 대전=이헌재 uni@donga.com / 김배중 기자}

올 시즌 7위에 머문 롯데가 조원우 감독(47)을 전격 경질했다. 새 사령탑으로는 양상문 LG 단장(57)을 선임했다. 롯데는 지난해 말 조 전 감독과 3년 재계약을 했다. 하지만 올 시즌 성적이 부진하자 계약 기간이 2년이나 남은 조 감독과의 이별을 택했다. 롯데의 18대 감독으로 선임된 양 감독은 2004년부터 2년간 롯데를 지휘한 경험이 있다. 13년 만의 롯데 복귀다. 계약 조건은 총액 9억 원(계약금 3억 원, 연봉 3억 원)이다. 2014년 LG 감독으로 부임한 양 감독은 2017년을 마지막으로 감독 자리에서 물러난 뒤 올 시즌에는 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양 신임 감독은 “팀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팬들의 성원에 응답할 수 있는 팀을 만들어 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양 감독의 이동으로 공석이 된 LG 단장에는 차명석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49)이 임명됐다. 1992년 LG에 입단해 투수로 활약했던 차 단장은 2004년부터 코치로 변신했고, 2015년에는 수석코치를 맡기도 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그런데 우리 롱패딩은 있나?” 며칠 전 한 직원이 내뱉은 말에 한화 사무실은 갑자기 분주해졌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각 팀은 혹시 모를 추위에 대비해 방한용 옷을 준비한다. 그런데 한화는 10년 넘게 그럴 일이 없었다. 한화가 마지막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은 11년 전인 2007년이다. 강산이 한 번 변할 세월 동안 한화는 추워지기 전에 시즌을 마감한 탓에 롱패딩을 맞출 기회가 없었다. 한화 프런트는 부랴부랴 주문을 넣은 끝에 19일 대전에서 시작되는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1차전에 앞서 선수들에게 롱패딩을 지급하게 됐다. 11년 만에 ‘가을잔치’ 초대장을 거머쥔 한화는 모처럼 해보는 게 한둘이 아니다. 18일 열린 미디어데이 장소도 특별했다. 대부분의 팀은 야구장 내 빈 공간에서 이 행사를 진행한다. 그런데 1964년에 지어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는 규모가 작아(1만3000석) 100명이 넘는 취재진을 수용할 공간이 없었다. 한화는 고심 끝에 야구장과 가까운 건물의 한 층을 빌려 행사장으로 활용했다. 한화 선수단은 오랜 세월 갈망한 가을야구에서 멋진 모습을 보이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정규시즌 3위로 한화를 준플레이오프로 이끈 한용덕 감독은 “한화 팬 여러분께서 정말 오랫동안 기다려 주셨다. 팬들께서 좀 더 길게 가을야구 냄새를 맡을 수 있게 해드리겠다”고 말했다. 한화 주장 이성열은 “올해 우리 팀 캐치프레이즈가 ‘Break the frame(판을 흔들어라)’이었다. 포스트시즌에도 한 번 판을 흔들어 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투수 송은범도 “모든 선수가 더 큰 무대에서 올해를 마무리짓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19일 오후 6시 반에 시작되는 1차전 선발 투수로는 헤일(한화)과 해커(넥센)가 나선다. 장정석 넥센 감독은 “1차전이 중요하다. 해커는 경험이 풍부한 만큼 첫 경기를 잡으면 나머지 경기도 잘 풀릴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정규시즌에서 양 팀은 8승 8패를 기록했다. 한 감독은 승부가 5차전까지 갈 것이라고 예상했고, 장 감독은 4차전을 예상했다. 대전=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월 열린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에서 남북 단일팀은 진한 감동을 남겼다. 비록 5전 전패로 참가국 중 최하위였지만 승패는 중요하지 않았다.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구성된 남북 단일팀(한국 23명, 북한 12명)은 스포츠를 통한 평화와 화합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구현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단일팀을 이끈 세라 머리 감독(30·캐나다)은 “남들에겐 두 팀으로 보였을지 몰라도 우리는 하나였다”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평창 올림픽의 상징과 같았다. 그 업적을 기려 올림픽이 끝난 후 많은 상을 받기도 했다. 머리 감독은 올림픽 직후 2022년 베이징 올림픽까지 팀을 맡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당시 그는 “최근 대한아이스하키협회로부터 2년 재계약 제안을 듣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에도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협회는 16일 김상준 18세 이하 여자 대표팀 감독(50)을 신임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2014년 여자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머리 감독의 계약 기간은 올해 4월 세계선수권대회까지였다. 그런데 협회가 제안했고, 머리 감독도 원했던 재계약은 왜 이뤄지지 않았을까. 머리 감독의 재계약이 무산된 배경에는 선수들의 집단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팀 선수들은 4월 이탈리아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머리 감독과는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다’는 뜻을 협회에 전달했다. 선수들은 머리 감독이 코치 경력이 부족하며, 경기 운영과 선수 기용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만약 재계약을 할 경우 세계선수권대회를 보이콧하겠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평창 올림픽에 출전했던 선수 23명 중 대다수가 머리 감독의 재계약을 반대했다. 우여곡절 끝에 2018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B(3부 리그)에 출전한 한국은 김도윤 코치의 지휘 아래 선전을 거듭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머리 감독도 동행했지만 벤치에는 앉지 못했다. 경기 기록지에는 감독을 의미하는 헤드코치(Head Coach) 난에 머리 감독이 아닌 김 코치의 이름이 올라 있었다. 협회는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선수들의 거듭된 반대 속에 머리 감독은 재계약을 포기하고 모국으로 돌아갔다. 협회는 집단 항명 사태를 일으킨 선수들에게 6개월 국가대표 자격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징계를 받은 선수만도 20명가량에 이른다. 이 선수들은 8∼9월 열린 여자 리그 등에 참가했지만 한 번도 국가대표로 소집되지 못했다. 귀화 선수들은 고국으로 돌아갔고, 10년 넘게 골문을 지켰던 골리 신소정은 개인 사정을 이유로 은퇴했다. 협회 고위 관계자는 “머리 감독이 이끈 단일팀이 큰 화제가 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베이징 올림픽을 대비해 장기적으로 국내 지도자를 키워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공모를 통해 새 감독을 선임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자 대표팀은 조만간 선수들의 징계가 풀리는 대로 선수 선발을 거쳐 훈련에 들어갈 예정이다. 징계가 풀린 선수들의 대표팀 재발탁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협회 입장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혼란의 5회였다. 5위로 마지막 포스트시즌 티켓을 거머쥔 KIA의 가을잔치를 한 경기로 끝나게 만든 건 허술한 수비였다. KIA는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5회초 2점을 먼저 얻었다. 하지만 곧 이은 5회말 악몽이 시작됐다. 무사 1루에서 김혜성의 타석 때 포수 김민식의 타격 방해로 무사 1, 2루 위기를 자초했다. 볼카운트 2볼 2스트라이크에서 포구를 위해 앞으로 내민 김민식의 미트가 스윙을 한 김혜성의 방망이에 스치고 말았다. 기록상 포수 실책. 김재현의 내야 안타로 이어진 무사만루에서는 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1번 타자 이정후가 친 공은 3루수 쪽 평범한 뜬공이었다. 심판은 인필드 플라이를 선언했다. 그런데 포수 김민식과 3루수 이범호가 서로 미루다가 이 공을 놓치고 말았다. 인필드 플레이는 포구와 관계없이 자동 아웃이지만 공이 페어라인 안에 떨어질 때만 해당된다. 그런데 하필이면 공이 그라운드에 튕긴 뒤 파울라인 밖으로 나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인필드 플라이는 취소됐고, 최종 판정은 파울이 됐다. 공을 잡겠다는 손짓을 보낸 김민식의 실책이었다. 죽다 살아난 이정후가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치면서 KIA는 1점 추격을 허용했다. 선발 투수 양현종(사진)의 폭투로 이어진 1사 2, 3루에서는 유격수 황윤호의 1루수 악송구가 나오면서 허무하게 동점을 허용했다. 5회초 타석에서 왼쪽 새끼손가락을 맞아 교체된 주전 유격수 김선빈의 공백이 아쉬웠다. 한 이닝 3실책은 포스트시즌 역대 최다 실책 타이(8번째)다. 8회말 2루수 안치홍의 실책까지 나오면서 KIA는 실책 4개를 범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팀 최다 실책 기록이다. 옆구리 부상을 딛고 선발 등판한 에이스 양현종은 4와 3분의 1이닝 3안타 2볼넷 4실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가 내준 4점은 모두 비자책점이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시즌 내내 사건사고의 풍파를 만나 바닥부터 치고 올라온 넥센. 디펜딩 챔피언에서 시작해 가을야구 막차를 부여잡은 KIA. 달려온 모양새는 다르지만 힘들게 올라온 건 피차일반이다. 내일이 없는 것도 마찬가지다. ‘지금 이 순간’ 이들에게 남은 선택은 ‘오직 승리뿐’이다. 물론 1승의 어드밴티지를 가지고 와일드카드 시리즈를 시작하는 4위 넥센은 최소 1무만 거둬도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한다. 반면 5위 KIA는 무조건 2승을 거둬야 한다. 2015년 와일드카드 제도가 생긴 이래 5위가 2승을 거둔 적은 없었다. 하지만 KIA는 2016년 1차전 승리를 거두고 최초로 와일드카드 2차전을 치른 경험이 있다. 바람 잘 날 없는 시즌을 보냈지만 넥센은 기어코 다시 가을야구 무대에 올랐다. 염경엽 감독 재임 시절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2013∼2016)한 이후 ‘염경엽 없이’ 치르는 넥센의 첫 가을야구이자 장정석 감독이 지휘하는 첫 포스트시즌이기도 하다. 하지만 1군 매니저와 운영팀장으로 현장을 지켰던 장 감독은 “항상 뒤에서 많은 포스트시즌 경험을 했다. 팀 전체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여기까지 왔기 때문에 저 역시 굳은 각오를 가지고 쉽게 물러나지 않기 위해 준비를 착실히 했다”고 말했다. 1승을 안고 시리즈를 치르는 넥센은 1차전 승리 후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를 준비할 시간을 벌겠다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넥센 선발투수는 9월부터 ‘무패 행진’으로 시즌을 마친 브리검이다. 장 감독은 “해커를 제외한 나머지 선발진 모두 1차전에 대기한다”며 ‘다 걸기’를 선언했다. 넥센은 구원진의 평균자책점 리그 꼴찌(5.67)에서 보듯 불펜 층이 두껍지 않다. 일단 장 감독은 한현희의 임시 불펜행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작정이다. 한현희는 올 시즌 KIA전에서 4차례 선발 등판해 평균자책점 3.65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패배=탈락’인 KIA는 시즌 막판 옆구리 통증으로 엔트리에서 말소됐던 ‘에이스’ 양현종을 1차전 선발투수로 긴급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김기태 KIA 감독은 “얼마 전까지 부상 때문에 고민했는데 트레이닝 파트에서 게임이 된다는 보고를 받았다. 우리 팀 에이스로서 책임감이 강한 선수라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며 에이스를 향한 ‘무한신뢰’를 보냈다. 하지만 KIA는 헐거워진 뒷문이 고민거리다. 더욱이 KIA는 리그에서 홀드 최하위(43홀드) 팀이고 상대는 ‘버티기 전문’인 홀드 1위(70홀드) 넥센이다. 김 감독 역시 “모든 선수가 불펜으로도 갈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더불어 KIA는 ‘고척돔’과 사투도 벌여야 한다. KIA가 광주 안방 팬들에게 가을야구를 선물하기 위해 필요한 건 고척에서의 2승이다. KIA는 ‘문제의 고척돔’에서 팀 평균자책점이 리그 꼴찌(6.95)이고 방망이도 타율 0.270으로 뚝 떨어진다. 두 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은 16일 오후 6시 30분 고척돔에서 열린다.임보미 bom@donga.com·이헌재 기자}

애틀랜타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 1차전 선발로 나서 승리 투수가 된 류현진(31·LA 다저스·사진)이 밀워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는 2선발의 중책을 맡는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12일 “류현진이 밀워키와의 2차전에 등판한다.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게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13일 오전 9시 9분 시작되는 1차전은 다저스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가 선발 등판한다. 류현진은 커쇼의 뒤를 이어 14일 오전 5시 9분에 시작되는 2차전 선발로 나선다. 5일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 7이닝 무실점의 완벽투를 선보인 류현진은 충분히 휴식한 뒤 9일 만에 포스트시즌 2경기 연속 승리에 도전한다. 7전 4선승제의 다저스-밀워키의 챔피언십시리즈 1∼2차전은 밀워키의 안방인 밀러파크에서 열린다. 안방인 다저스타디움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던 류현진은 당초 홈구장에서 열리는 3차전에 선발 등판이 예상됐다. 하지만 로버츠 감독은 경험이 풍부한 류현진을 2차전에 내세우고, 3차전은 신예 워커 뷸러(24)를 등판시키기로 했다. 뷸러는 방문경기로 치른 8일 애틀랜타와의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서 만루홈런을 허용하는 등 5이닝 5실점으로 부진했다. 뷸러의 올해 정규 시즌 다저스타디움 성적은 4승 3패에 평균자책점 1.93이다. 신예 투수가 더 편한 분위기에서 던질 수 있게 배려한 것. 류현진의 선발 맞대결 상대는 밀워키 왼손 투수 웨이드 마일리(32)다. 올해 정규시즌에서 16경기에 등판해 5승 2패, 평균자책점 2.57을 기록했다. 밀워키는 류현진에게 낯선 팀이다.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던 2013년 5월 23일 밀러파크에서 열린 방문경기에서 7과 3분의 1이닝 2실점으로 승리를 따낸 게 유일한 상대 전적이다. 개폐식 구장인 밀러파크는 날씨에 따라 지붕을 열고 닫을 수 있다. 최근 날씨가 추워져 지붕을 닫고 경기를 치를 것으로 보인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KIA가 롯데의 끈질긴 추격을 뿌리치고 마지막 한 장 남은 포스트시즌 티켓을 거머쥐었다. KIA는 12일 광주 기아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롯데와의 안방경기에서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한 접전 끝에 6-4로 승리했다. 70승 73패(승률 0.490)를 기록한 KIA는 남은 1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5위를 확정 짓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하게 됐다. KIA 4번 타자 안치홍(사진)의 방망이가 가을잔치 초대장을 확정 지었다. 안치홍은 1회말 1사 1, 2루에서 적시타를 때려내며 소중한 선취점을 따냈다. 4-4 동점이던 7회말에는 좌측 펜스를 맞히는 결승 2타점 2루타를 때렸다. 6-4로 앞선 9회초 1사 1, 2루 위기에서 등판한 KIA 마무리 투수 윤석민은 롯데 전준우를 유격수 앞 병살타로 유도하며 승부를 마무리했다. 전준우는 4회 추격의 솔로홈런과 7회 역전 솔로홈런을 기록했지만 마지막 순간 병살타로 아쉬움을 남겼다. KIA는 16일부터 4위 팀(넥센 또는 한화)과 와일드카드 결정전(2선승제)을 치른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지난겨울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KBO리그 출신 타자가 대거 한국으로 돌아왔다. 볼티모어, 필라델피아 등에서 2년간 활약했던 외야수 김현수(30)는 LG와 4년 총액 115억 원에 계약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뛰었던 내야수 황재균(31)은 4년 총액 88억 원에 KT 유니폼을 입었다. 미네소타에 몸담았던 내야수 박병호(32)는 2년간의 잔여 계약을 포기하고 연봉 15억 원에 친정팀 넥센에 복귀했다. 2018시즌이 끝을 향해 가고 있는 현 시점에서 볼 때 이들은 몸값에 어울리는 활약을 했을까. 그리고 각 팀은 이들을 데려온 효과를 봤을까. 세 선수 모두 개인적으로는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였다. 김현수는 ‘타격 기계’라는 별명에 걸맞게 10일 현재 타율 0.362로 이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117경기에 나와 20홈런과 101타점을 기록하며 팀 타선을 이끌었다. 하지만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 다녀온 직후인 지난달 초 발목 부상을 당해 이후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게 뼈아프다. 김현수의 공백은 곧바로 팀 타선의 침묵으로 이어졌다. 한때 상위권이던 LG는 남은 1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올 시즌을 8위로 마무리하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성적이지만 팀으로서는 아쉬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KT 황재균도 이날까지 타율 0.291, 25홈런, 88타점을 기록하며 제 몫을 해냈다. 롯데 시절이던 2015년(26홈런, 97타점), 2016년(27홈런, 113타점)과 비슷한 성적이다. KT는 창단 후 첫 탈꼴찌를 넘어 중위권 도약까지 노리기 위한 핵심 선수로 황재균을 영입했다. KT는 10일 롯데와의 더블헤더 두 경기를 모두 이겨 58승 3무 81패(승률 0.417)로 이날 경기가 없었던 NC를 끌어내리고 9위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팀이 목표로 했던 성적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황재균을 영입하는 데 쓴 총액 88억 원은 KT 역사상 자유계약선수(FA)에게 쓴 최고 금액이었다. 이에 비해 박병호는 개인 성적과 팀 성적을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넥센은 9일 현재 4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박병호는 타율 0.339에 41홈런, 109타점을 기록하며 4번 타자 구실을 톡톡히 해냈다. 오히려 아쉬운 것은 개인 성적이다. 박병호는 미국에 건너가기 전인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연속 홈런왕에 올랐다. 올해 역시 유력한 홈런왕 후보로 거명됐으나 시즌 초반 종아리 부상을 당해 36일간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게 아쉬웠다. 그는 한 달 넘게 경기에 빠지고도 홈런 부문 3위에 올라 있다. 만약 부상 공백이 없었다면 홈런 1위 두산 김재환(44개), 2위 SK 로맥(43개)과 마지막까지 좋은 승부를 펼칠 수 있었을 것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