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나 북-중 관계 발전을 위한 네 가지 방안을 제시하면서 국제사회 대북제재의 틈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교류 확대는 인적·물적 자원의 이동을 동반하는 만큼 중국이 제재로 고립된 북한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는 것이다. 28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김정은에게 우선 고위급 교류 활성화를 위해 지도적 역할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두 정상이 상호 방문, 특사 파견, 서신 등 방식으로 보다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자고 했다. 2011년 12월 김정은 집권 후 양국 간 고위급 교류는 10차례 있었지만 김정은과 시 주석이 직접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일단 ‘보스’들이 교류 활성화에 합의한 만큼 고위급 실무급 교류는 봇물 터지듯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번째로 시 주석은 오랜 세월 쌓아온 전략적 소통을 더욱 강화해 나가자고 했다. 경색된 북-중 관계를 풀고 다양한 분야에서 전략적 소통 채널을 확대하자는 것. 이에 일각에선 “남북이 평창 교류로 거리를 좁혔던 것처럼 북-중도 정치적 소통은 물론이고 다양한 문화, 스포츠 교류에까지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세 번째로는 평화 발전 프로세스 추진이 언급됐다. 시 주석은 중국이 북한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으며 평화·발전·협력의 깃발을 들고 상호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마지막으로 민간 인적 교류를 강화하자고 약속했다. 다양한 민간 교류 채널을 확대하고, 특히 청년 세대 교류 증진으로 북-중 간 우의를 회복하자는 얘기다. 김정은은 시 주석의 이러한 제안에 “내게 매우 큰 영감과 격려가 됐다”며 “선대가 직접 만든 우의는 절대로 흔들려선 안 된다”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 미국이 즉각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미 국무부 헤더 나워트 대변인은 27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중국이 북한을 경제적으로 도울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그러지 않길 바란다”며 “중국은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서명한 나라”라고 강조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견지한다”며 “중국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 의무를 이행하는 뜻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올해 들어 강력한 대화 의지를 보이며 남북,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전격 합의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결국 가장 먼저 만난 정상은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었다. 이번 만남을 시 주석이 먼저 제안하고, 김 위원장이 수락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 위원장이 결국 한미와 중국 사이를 오가며 몸값 높이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 대화 모멘텀 장악 승부수 27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이 처음으로 중국 측에 관계 개선 의사를 내비친 시점은 지난달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 때다. 당시 개회식에 참석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한정(韓正)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에게 특사 교환 등 의사를 밝혔고,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고 한다. 서로 관계 정상화 의지만 확인한 채 눈치만 보던 북-중이 지난주를 기점으로 그 실행 방식을 놓고 머리를 맞댄 건 결국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의식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미국이 ‘초강경 매파’로 외교안보 라인업을 구축해 대북 압박에 나선 상황에서 김정은이 시 주석의 첫 베이징 초청이란 손길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김정은이 최근 리용호 외무상, 최강일 외무성 부국장을 각각 스웨덴, 핀란드로 보내 미국 측 기류를 탐색했지만 미 관계자들로부터 비핵화에 대한 만족할 만한 반대급부를 확인하지 못하자 ‘보험’ 차원에서 중국으로 눈을 돌린 것이란 분석도 있다. 동시에 김정은이 기습적으로 베이징행 열차에 몸을 실은 것은 다음 달부터 남북, 북-미 ‘릴레이 정상회담’에 앞서 시 주석과의 회담을 시작으로 선제적으로 판을 이끌고 국제사회의 이목을 다시 한 번 집중시키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아버지 김정일 못지않게 돌발적인 김정은은 충격요법을 어떻게 써야 자신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며 “앞으로 미중은 물론 일본, 러시아 정상들과의 관계까지 부각시켜 자신을 이 같은 대화 모멘텀의 꼭짓점에 두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김정은이 다른 나라들의 예상보다 반 박자 빨리 움직임으로써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에 따른 행보”라며 “트럼프 행정부에도 ‘미국과 여의치 않으면 북-중 관계를 얼마든지 만들어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이전에 북한이 소련과 중국 사이에서 썼던 등거리 외교를 미국과 중국으로 옮겨놓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시 주석의 대북 인식 변화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 혈맹이자 ‘아우 나라’인 북한이 중국과 패권 경쟁을 하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전격 합의하자 시 주석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정보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북한이 본격적인 회담 국면에 나서 ‘차이나 패싱’ 논란이 가속화하기 전에 김 위원장의 의중을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김정은, 혈맹의 무게 재확인한 듯 아무튼 김정은이 2011년 12월 집권한 뒤 7년 만에 첫 공개 해외 일정을 방중(訪中)으로 정한 것은 결국 양국이 쌓아온 유산, 즉 북-중 관계의 무게를 실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김일성, 김정일이 결국 중국과의 원만한 관계 속에 장기 집권의 토대를 닦았던 만큼 김정은도 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 올해 이어질 외교 격변기에 중국이란 배경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정영태 북한연구소장은 “중국이 공식적으로 북한을 ‘용도 폐기’ 선언하며 내치지 않는 한 북한은 절대 중국을 먼저 무시하거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20일 막을 내린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국가주석 등 임기 제한 폐지’ 등이 포함된 헌법 수정안을 통과시키며 시 주석의 장기집권 체제가 완비되자 가급적 빨리 시 주석과의 관계를 복원해야겠다고 느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은 양회 후 최근 시 주석에게 축전을 보냈다. 대북제재로 인한 피해가 올 상반기에 본격화하면서 김정은이 타개책 마련을 위한 중국행에 나섰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시 주석이 듣기 원하는 비핵화 의지를 직접 전달하며 대북제재 완화나 향후 미국과의 협상 불발 시 기댈 군사적, 경제적 ‘언덕’을 약속받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한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이 이번 방문에 앞서 중국에 일부 제재 완화 의사를 타진하고, 중국은 ‘은밀하게’ 긍정적인 답변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멜리사 핸햄 미 제임스 마틴 핵무기확산방지연구센터(CNS) 연구원은 블룸버그통신에 “북-중 지도자의 만남이 확인된다면 그것은 트럼프와 김정은이 몇 주 뒤 가질 포토 오프(photo op·정치가 등이 선전을 위해 연출한 사진 촬영)보다 (김정은에겐) 훨씬 생산적인 작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은 “북-중 간에는 오래전부터 당 대 당 물밑 교류를 해왔고 중국이 유심히 상황을 지켜보다가 한반도 대화 프로세스에 본격적으로 숟가락을 얹기 시작한 것”이라며 “김정은은 중국에 요구하고, 시 주석은 북핵 6자회담 당사국으로서 몫을 챙기겠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신진우 niceshin@donga.com·신나리 기자}
“그런 인간쓰레기에다 흡혈귀는 회담에 참여할 자격이 없다.” 2003년 존 볼턴 당시 미국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담당 차관이 북핵 6자회담의 미국 대표단 일원으로 참여하자 북한은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볼턴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폭군 같은 독재자’로 지칭하자 이렇게 응수한 것. 북한은 2008년에도 볼턴을 향해 “미 강경보수 세력들이 6자회담의 파탄과 사태 악화만 바라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랬던 북한이 정작 볼턴이 미 외교안보 정책의 컨트롤타워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내정되자 잠잠하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2002년 북한과 함께 ‘악의 축’으로 지목했던 이란이 볼턴 임명 소식을 듣자마자 “미국의 최종 목적은 이란 전복”이라며 핏대를 세우는 것과 대조된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볼턴이 백악관 중책을 맡아 대북 정책을 세팅할 시점에 괜히 자극하는 게 득 될 게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증거가 부족하다고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증거도 아니다.” 2003년 1월 서울의 한 호텔. 북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방한한 존 볼턴 당시 미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담당 차관은 이렇게 단언했다. 당시 외교통상부 외교정책실장이었던 조창범 전 주호주 대사가 볼턴의 카운터파트로 각각 보좌관을 대동해 2 대 2 회동에 나섰을 때였다. 조 전 대사는 25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북핵 문제를 바라보는 볼턴의 대전제는 간단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들이 확실한 핵 개발 증거를 북한에서 찾지 못했다는 사실이 김정일에게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는 거였다”고 말했다. 조 전 대사에 따르면 볼턴은 이미 당시 “(북-미가 각각 핵 사찰 허용과 경수로 제공을 합의한) 제네바 합의는 영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확실한 검증 없이 북한에 퍼주는 행위라며 불만을 여과 없이 표출했다는 것이다. 볼턴은 북한을 ‘로그 스테이트(rogue state·불량국가)’라 지칭하면서 “한국은 북한을 신뢰하느냐”며 북한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질문을 자주 던졌다고 한다. 볼턴이 유엔주재 미국대사로 있을 당시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볼턴은 북한을 요즘 말로 ‘적폐’로 인식했고, ‘적폐 청산’을 비핵화의 확실한 방법으로 믿었다”고 말했다. 향후 본격적인 북-미 대화 국면에서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검증 강화를 주문할 것이라는 전망은 그래서 나온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퍼붓는 볼턴의 일화도 전해졌다. 2002년 ‘탄도미사일 확산방지를 위한 헤이그행동규범(HCOC)’ 출범을 위해 미측 수석대표로 참석한 볼턴은 자신의 발언 순서가 되자 이란 외교장관 등을 앞에 두고 처음부터 끝까지 원색적으로 비난을 퍼부었다고 한다. 당시 우리 측 수석대표로 참석한 조 전 대사는 “일단 기회다 싶으면 앞뒤 재지 않고 들이대고 보는 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도 닮은 것 같다”고 말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슈퍼 매파’로 불리는 존 볼턴이 미국 외교안보 정책의 사령탑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에 내정되면서 NSC 관리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전임자인 허버트 맥매스터 보좌관의 색깔을 지우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충성파를 대거 포진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북핵 대응과 남북, 북-미 정상회담 등의 현안에서 손발을 맞춰 온 한미 외교안보 채널에도 불똥이 튈 것으로 보인다. ○ “버락 오바마와 맥매스터 라인 수십 명 쳐낼 듯” 미 외교안보 전문매체인 포린폴리시(FP)는 24일(현지 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볼턴 내정자가 직원 수십 명을 쳐내고 맥매스터의 NSC를 해체할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도 볼턴 내정자의 백악관 입성을 선더볼트(벼락)에 빗대 ‘선더볼턴’으로 표현하며 미 외교안보 라인의 대대적인 변화를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성하지 않는 관료, 언론에 정보를 누설한 팀원,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근무한 관료 등이 숙청 대상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 백악관 관리는 “맥매스터가 임명한 정무직을 모두 제거할 것”이라며 “오바마 대통령 재임 중 있었던 모든 이가 짐을 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볼턴 내정자는 임명 직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집행부서의 난쟁이족들이 정보를 흘리기로 작정한다면 외교를 수행할 수 없다”며 인적 쇄신 필요성을 제기했다.○ ‘선더볼턴 충격’에 한미 채널도 흔들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과 함께 북핵 문제에 대한 외교적 해법을 주도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의 거취도 관심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22일 볼턴 내정자의 임명을 발표하기 직전 매티스 장관이 주변 사람들에게 ‘볼턴과 함께 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경질설이 나오는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역시 볼턴 임명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매파 일색인 백악관에서 오히려 매티스 장관의 권한과 역할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토머스 라이트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매티스는 유일한 생존자”라며 “그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자리에 여전히 있으며 전보다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 측 외교안보 라인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주말 내내 우선 백악관 기류 확인에 초점을 맞췄다. 미 정부 내 ‘매파 라인업’이 꾸려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우선인 만큼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백악관 입장부터 파악하는 게 급선무란 판단에서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25일 “아직 미 측 기류가 기존과 크게 다르진 않은 걸로 보인다. 이번 인사가 대북 협상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물갈이된 이번 인사가 오히려 한반도 문제 해결에 기회라는 분석도 나온다. 외교부 관계자는 “당장 미 국무부에서 ‘이제 능동적으로 일해 보자’는 목소리가 들린다”며 “미 측과의 협조가 시원시원하게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기대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신진우 기자}

2002년 8월 28일 방한한 존 볼턴 당시 미국 국무부 차관은 정부 고위 관계자를 만나 미국이 입수한 정보라며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핵개발 계획을 알렸다. 두 달 뒤 미국 백악관은 “‘제네바 기본합의’는 무효화됐다”고 선언했다. 2차 북핵 위기의 출발점이다. 22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한 볼턴은 당시 미국의 대북 강경책을 이끌었던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핵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안보사령탑을 ‘슈퍼 매파’로 불리는 볼턴으로 교체한 것을 두고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 美에서도 “트럼프 전시내각 꾸린 것” 미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세 번째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된 볼턴을 ‘단호한 국가안보 전문가’로 소개했다. “북한과의 전쟁이 장기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던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볼턴의 내정은 미국의 적들에게는 나쁜 소식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 민주당의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은 “맙소사,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의 안보 1인자가 북한과 이란에 선제공격을 해야 한다고 열정적으로 믿고 있다”고 했다. 미국 내에서도 여야 모두 볼턴 보좌관 내정으로 북핵 협상이 어그러질 경우 미국이 대북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에드워드 마키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를 데리고 성공적으로 전시 내각을 꾸린 셈”이라고 했다. 볼턴 내정자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은 그가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북한을 이란,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규정한 초강경 정책을 이끈 인물이기 때문이다. 볼턴 내정자는 당시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보유를 주장하며 미국이 이라크전쟁에 나설 명분을 제공한 데 이어 북한의 HEU 개발 의혹을 제기하면서 북-미 대치 국면을 주도했다. 볼턴 내정자는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5년 9·19공동성명이 채택된 뒤엔 주유엔 대사를 지내며 북한의 ‘슈퍼노트(100달러 위조지폐)’ 의혹과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 자금에 문제를 제기하며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 제재 도입을 주도하기도 했다. 볼턴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내정되자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김정은이 임자를 만난 셈”이라고 말했다. 볼턴이 유엔주재 대사로 있을 당시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천 전 수석은 “당시 볼턴은 우리와 코드가 안 맞았다”고 말했다. 우리 측은 재처리 시설 폐기를 전제로 한 만큼 경수로를 건설해 주는 게 나은 선택지라 판단했지만 볼턴 등 미국 측 강경파들은 북한이 당근만 챙기고 미국을 속이려는 술수라며 강하게 반대했다는 것. 천 전 수석은 “볼턴은 북한 체제라는 건 요즘 말로 ‘적폐’로 인식했다”며 “적폐 청산을 비핵화의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믿었던 인물”이라고 덧붙였다.○ 볼턴 “북한과 평화조약 체결할 필요 없어” 청와대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대북 강경파로 꼽혔지만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허버트 맥매스터 안보보좌관과는 다르다는 평가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을 제안하면서 비핵화와 북-미 수교, 경제교류 정상화를 일괄 타결하려는 시도에 나선 가운데 볼턴 내정자는 이 같은 구상에 공개적으로 반대해 왔다. 볼턴 내정자는 21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북한에 경제적 지원을 제공할 필요는 없다. 또 미국이 북한과 평화조약을 체결할 필요도 없다”며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하는 것이 (김정은의) 행운”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북핵 외교 구상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볼턴 내정자는 또 “북한이 평창 겨울올림픽 초청을 수락했을 때 단지 북한 체제 선전을 위한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것이 실수”라며 평창 올림픽이 북한의 ‘시간 끌기’에 이용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남북 정상회담을 앞둔 한국에 대해 “한국 국민들이 북한의 약속에 대해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내건 안보 원칙의 핵심인 ‘전쟁 불가’는 물론이고 ‘한국이 남북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한다’는 한반도 운전석론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한 것이다. 청와대는 볼턴 내정자가 트럼프 대통령 보좌 역할을 맡게 되는 만큼 예전처럼 강경 일변도로만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도 볼턴 내정자가 기본적으론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 범위 안에서 움직일 것으로 관측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새 길이 열리면 그 길로 가야 한다”며 볼턴 내정자와 긴밀한 협력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 대화의 의지를 보이고 직접 테이블에 앉기로 결정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북-미 정상회담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얼마나 충실히 회담을 준비할 수 있을지는 우려스럽다”는 의견도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기대 이상의 성의를 보이면 화끈한 반대급부를 내놓을 수 있는 게 지금 트럼프 행정부”라며 “그 대신 김정은이 어물쩍 넘어가려고 한다면 체제를 종식시키는 버튼을 누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 신진우 기자}

최강일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국장 직무대행(사진)이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과 관련해 “우리는 우리의 법과 원칙대로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최강일은 20일(현지 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반민반관(半民半官·정부도 관여하는 민간대화 채널)의 남북미 ‘1.5 트랙’ 대화에서 억류 미국인 석방 문제에 대해 “아직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일부 외신 등이 북-미가 억류된 미국인 석방 협상을 사실상 타결했단 소식을 전하는 가운데 북한의 대미(對美) 협상 책임자가 일단 이에 대해 선을 그은 것. 다만 일각에선 미국인 석방에 대한 더 큰 반대급부를 노리고 북한이 미국과 마지막 신경전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수도 헬싱키 북부 반타의 총리실 별장에서 진행된 이번 회의에선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한 포괄적인 논의가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남북, 북-미 ‘릴레이 정상회담’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도움을 줄 것이란 측면에선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한다. 비핵화 방법론에선 신각수 전 주일 대사 등 우리 측 인사들은 남북 간 신뢰 프로세스 수립에 방점을 찍었고, 북측 인사들은 그 과정에서 군사적 긴장 완화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화파로 분류되는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대사 등 미측 인사들은 한반도 주변국들의 우호적인 역할을 강조했다고 한다. 19일 만찬을 시작으로 2박 3일 동안 진행된 이번 대화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우호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식통은 “예전과 비교해 특히 북측 참석자들의 표정이 밝았다”며 “우리 측 인사들에게 국내 여론을 묻는 등 여유까지 느껴졌다”고 전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가수 조용필, 이선희, YB, 걸그룹 레드벨벳 등이 포함된 우리 예술단 160여 명이 31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평양에 머물며 두 차례 공연을 갖는다. 남북 정상회담을 20여 일 앞두고 열리는 이번 평양 공연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석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실무접촉 남측 수석대표 겸 평양 공연 음악감독을 맡은 윤상 용인대 실용음악과 교수는 20일 판문점 실무접촉 후 가진 브리핑에서 “우리 예술단이 31일 방북해 동평양대극장과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공연을 2회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2005년 8월 조용필 단독 콘서트 이후 13년 만에 우리 예술인들이 북한 땅을 밟게 된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김 위원장의 참석 여부다. 지난 ‘평창 교류’에서 김 위원장은 비례 원칙에 입각해 우리 측 대북 특사단을 환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열린 삼지연관현악단의 공연을 관람한 것을 감안하면 김 위원장이 답례 형식으로 이번 평양 공연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2001년 가수 김연자의 평양 공연을 찾은 적이 있다. 한 정부 당국자는 “아직 북한이 관객과 관련한 것은 알려오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정상회담을 앞두고 공연이 열리는 만큼 김 위원장의 참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음 달 1일 첫 공연에 이어 2일 또는 3일 두 번째 공연이 열린다. 공연단에는 조용필, 이선희, 최진희, YB, 백지영, 레드벨벳, 정인, 서현, 알리 등의 가수가 포함됐다. 윤도현은 인스타그램에 “그동안 만든 YB의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곡 중에서 이번엔 ‘1178’을 연주할 예정이다. 1178은 한반도 최남단에서 최북단까지의 거리인 1178km”라고 적었다. 선곡에도 관심이 쏠린다. 북한에서 한국 대중문화는 ‘남조선 날라리풍’이라며 시청은 물론이고 언급 자체가 금지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걸그룹을 대표해 참가하는 레드벨벳이 북한 주민 앞에서 히트곡 ‘빨간 맛’을 부를지 관심사다. 남측 사전점검단은 공연 준비를 위해 22일 중국 베이징을 거쳐 평양에 가 24일까지 머물 예정이다. 20일 실무접촉에 참석한 탁현민 대통령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평양에도 갈지는 정해지지 않았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신진우·임희윤 기자}

한국과 북한 미국이 4, 5월 열릴 남북, 북-미 ‘릴레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자리에 모여 ‘몸 풀기 대화’에 나선다. 20일부터 1박 2일 동안 핀란드 헬싱키에서 학술회의 형식으로 열리는 반민반관(半民半官·정부도 관여하는 민간대화 채널)의 ‘1.5 트랙’ 대화다. 민간인이 대거 참석하지만 사실상 릴레이 정상회담의 사전 물밑 접촉 격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미 3자는 지난해 10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비확산 국제회의’에서 회동하려 했지만 무산됐다. 그동안 열렸던 ‘1.5 트랙 대화’는 북한의 연쇄 도발과 미국의 대북제재로 긴장 일변도였던 북-미 관계에서 거의 유일한 숨구멍 같은 역할을 해왔다. 유엔 북한대표부와 미 국무부 사이에 가동되던 뉴욕채널이 막혀 있을 때도 스웨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제3국에서 열리는 1.5 트랙은 북-미 간 소통창구였다. 그나마 북-미는 간헐적으로 접촉했지만, 남북 및 남-북-미 간 의미 있는 접촉은 거의 ‘0’에 가까웠다. 한국 측 패널로 참석하는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미 간에는 가끔 만나왔다고 들었다. 그래서 우리가 (평창 모멘텀 이후) 국면도 좋고 하니 북한에 (1.5 트랙 대화에 참석해도 되느냐고) 의중을 물어봤고, 북한이 수용하면서 3자 대화가 열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백지토론 해보자는 생각”이라며 “그러다 보면 한반도 비핵화 방안이나 대화에 임하는 북측 의중, 정세 관련 생각이 드러나지 않겠나 싶다”고 덧붙였다. 각국의 참여 인사만 봐도 기존 1.5 트랙 대화보다 무게감이 느껴진다. 북측을 대표할 것으로 보이는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부국장은 1994년 제네바 협상 실무도 했던 북-미 대화 전문가다. 지난달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 참석을 계기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 함께 방한한 최 부국장은 당시 미 대표단과 접촉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는 최근 외무성 부상으로 승진한 최선희 북아메리카국 국장을 대신해 북한의 대화국면용 새 협상 ‘일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정은의 북-미 정상회담 제안을 수용한 후 북한이 이에 대한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라, 최 부국장이 김정은의 또 다른 메시지를 들고 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대화파로 분류되는 토머스 허버드,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대사가 포진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 첫해 주한 미대사로 재직했던 허버드 전 대사는 미국 내 한국 관련 대표 단체 중 하나인 코리아소사이어티 이사장을 맡고 있고,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비둘기파다. 로버트 칼린 미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CISAC) 객원 연구원은 북측 인사들과 접촉해 이번 대화의 실무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 대표로는 신각수 전 주일대사와 신정승 전 주중대사, 백종천 세종연구소 이사장(전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 조동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원장, 김동엽 경남대 교수, 김준형 교수가 참석한다. 신각수, 신정승 전 대사는 북-일 정상회담과 북-중 관계 개선에 대한 조언을 건네고, 노무현 정부에서 2차 남북정상회담을 경험한 백 이사장은 남북대화 의제에 대한 대화를 나눌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와 정부 당국자들의 다발적인 접촉 행보도 이어지고 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과 17, 18일(현지 시간)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남북 및 북-미 회담에 대해 논의했다. 19일 유럽연합(EU) 외교이사회 참석차 벨기에를 방문한 강경화 장관도 마르고트 발스트룀 스웨덴 외교장관과 회담을 갖고 지난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스웨덴 방문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신진우 기자 / 뉴욕=박용 특파원}

남북이 20일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우리 예술단의 평양공연을 위한 남북실무접촉을 갖기로 했다. 우리 측 예술단 수석대표 겸 음악감독은 작곡가 겸 가수인 윤상 용인대 실용음악과 교수(사진)가 맡는다. 대중문화계 인사가 남북 접촉에서 수석대표로 나선 것은 처음이다. 18일 통일부는 우리 측 회담 대표단으로 윤 씨를 포함해 박형일 통일부 국장, 박진원 청와대 통일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임명됐다고 밝혔다. 통일부 관계자는 윤 씨를 수석대표로 지명한 데 대해 “평양 공연이 대중음악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점, 윤 씨가 공연 준비 능력에서 검증된 인사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윤 씨 소속사인 오드아이앤씨 측은 “좋은 취지여서 수석대표직을 수락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가수 강수지의 ‘보랏빛 향기’ 등을 작곡한 윤 씨는 미 버클리음대와 뉴욕대 대학원에서 대중음악을 전공했다. 북측에선 평창 겨울올림픽 당시 북측 예술단을 이끌었던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을 수석대표로 김순호 행정부단장, 안정호 무대감독이 나온다. 이번 실무접촉에선 4월 초로만 알려진 공연일자를 확정한다. 4월 초로 예정된 태권도 시범단의 평양 공연과 관련해선 따로 실무접촉 없이 문서교환으로 남북이 필요한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알려졌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과 만나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조기 개최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강 장관과 고노 외상은 17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한중일 정상회의 조기 개최와 관련해 실무협의를 확대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방일(訪日)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16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중일 정상회의를 가급적 빨리 개최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고노 외상은 한국 정부가 다음 달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거론해줄 것도 강 장관에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고노 외상은 “북-일 평양선언에 기초해 납치, 핵·미사일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해 국교 정상화를 목표로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노 외상은 북한이 비핵화에 응할 경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에 필요한 초기 비용을 부담할 것이라는 입장도 거듭 전했다. 양국 장관은 또 북한 비핵화를 위해 단계적으로 실현할 대응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북한의 미사일 문제와 관련해선 미국 본토를 사정권으로 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뿐만 아니라 중·단거리 미사일 폐기에 대해서도 한미일의 협력 방침을 확인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이번 회담에서 위안부 문제는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한국 정부에 북-일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중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한중일, 한일 등 릴레이 정상회담이 추진되는 가운데 14년 만에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높아지면서 한반도 대화 국면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일 관계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18일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에 아베 총리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만남을 중재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4월 미일 정상회담도 준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아베 총리는 16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남북 및 북-미 회담을 계기로 북-일 대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피력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특히 아베 총리는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방북 당시 발표한 ‘평양선언’에 대해서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선언은 북-일 관계 정상화,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 등을 담고 있다. 북-일 정상회담 추진은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 현실화된 만큼, 대북 강경노선을 고수하다 한반도 대화 정국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아베 총리의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7일 논평에서 “일본이 대세를 바로 보고 대북정책을 숙고해야 할 때”라며 “우리는 이미 일본 반동들이 분별을 잃고 계속 못되게 놀아대다가는 영원히 평양행 차표를 구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데 대하여 경고했다”고 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신진우 기자}

남북·북-미 정상회담 사이에 한국과 북한, 미중일 등이 교차로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북핵 외교의 핵심 당사국인 중국과 일본까지 가세하면서 한반도 대화의 판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북핵 대화가 외교관들의 치열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던 과거 6자회담과 달리 정상들이 직접 나서는 ‘정상급 다자외교’ 형식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숨 가쁜 북핵 릴레이 정상회담 4, 5월에 열릴 북핵 정상외교는 다음 달 말 남북 정상회담이 출발선이다. 종착역은 5월에 열릴 북-미 정상회담. 백악관은 16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5월 말(by the end of May)’까지 김정은과 만날 계획임을 재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국무장관 교체로 제기된 북-미 정상회담 연기 가능성을 일축한 것. 여기에 백악관은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의 경질설에 대해서도 일단 선을 그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16일 “맥매스터 보좌관의 경질이 임박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사이 최대 한 달에 걸쳐 추진되고 있는 회담은 현재 한미, 한일 및 한중일 정상회담에 미일 및 북-일 정상회담 등이 거론된다. 청와대는 북-미 정상회담 전 가급적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의 만남에서 비핵화 문제를 집중 논의할 예정인 만큼 남북 정상회담을 북-미 간 비핵화와 평화협정 등 핵심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마중물로 삼겠다는 것.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회담 테이블에 앉기 전 문 대통령이 먼저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비핵화를 위한 한미 간 공조 전략을 가다듬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구상이다. 청와대는 한일 및 한중일 회담도 가능하면 추진할 방침이다. 이런 식이라면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한미 정상회담, 한일 및 한중일 회담 순으로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 정상회담 날짜를 잡는 게 최우선이다. 이게 확정되면 그 전에 한미 정상회담을 넣을 수 있는지를 논의하고 한일 또는 한중일 회담을 어떻게 배치할 것이냐를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中日도 뒤늦게 북핵 외교 시동 중국과 일본도 본격적으로 북핵 외교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특히 일본은 4월 중 아베 신조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미일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나선 데 이어 한국 정부에 김정은과의 북-일 정상회담 중재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북한이 핵 포기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길 때까지 대북 압박을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동시에 한국과 미국을 통해 북한에 일본 납북자 문제를 언급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북-일 간 현안도 부각하고 있다. 일각에선 아베 총리가 사학스캔들 관련 재무성 문건 조작 파문 등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북핵 외교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아직 북한은 일본에 선뜻 호의적이지는 않다. 대북제재를 누구보다 강조하는 일본을 흔들어 한미일 공조를 느슨하게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일본은 갈 데 없는 미국의 삽살개”라며 “미국의 비호 아래 군사 대국화에 박차를 가하며 전쟁 국가를 조작하려고 날뛰는 한편 재침의 통로를 계속 열어 나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가 폐막하는 20일 전후로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북한에 대표단을 파견해 북-중 관계 개선에 나서는 한편 28일에는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한국에 파견할 계획이다. 이에 한중일 정상회담이 5월 열릴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일본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한중일 회담을 추진해 왔으나 중국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회담이 계속 미뤄져 왔다. 하지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지명하는 등 중국 내부 권력 정리가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는 만큼 회담 성사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많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시 주석에게 국빈 방한을 제안한 만큼 상황에 따라선 한중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 신진우 기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중국 국가주석으로 재선출된 시진핑(習近平) 주석에게 축전을 보냈다. 18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시 주석에게 전날 축전을 보내 “중화인민공화국 주석, 중화인민공화국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으로 다시 선거(출)된 데 대해 진심으로 축하를 보낸다”고 밝혔다. 김정은은 또 “조중(朝中) 두 나라 사이의 관계가 두 나라 인민들의 공동의 이익에 맞게 발전되리라고 확신하면서 당신의 책임적인 사업에서 커다란 성과가 있을 것을 축원한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중국중앙(CC)TV도 이날 김정은이 축전을 보낸 사실을 보도하며 “(김정은이) 중국 인민이 시 주석을 핵심으로 하는 중국 공산당의 영도 아래 신시대 중국 특색사회주의 건설에 큰 성취를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지난해 10월 시 주석이 중국 공산당 총서기에 연임됐을 때도 축전을 보냈다. 김정은의 이번 메시지는 남북, 북-미 연쇄 정상회담 국면에서 북-중이 최근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전달된 것이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 주석은 빠르면 이달 말 북한에 고위급 대표단을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한국의 국회 격)가 20일 끝나면 며칠 안에 북한에 고위급 대표단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 대표단 파견의 명분은 전국인대 결과를 설명하는 것이지만, 속내는 북-중 관계 개선에 집중돼 결국 미국에 대한 견제에 나설 것이란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당장 남북, 북-미 간 정상회담을 앞둔 사전 접촉이 본격화되는 만큼 중국도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북-미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중국이 북한으로부터 구체적인 사전 언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 내부에서도 스스로 한반도에서의 역할론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많아졌다. 한 정부 관계자는 “시 주석은 12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만난 자리에서 북-미 대화 결정 과정은 물론이고 김정은의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물었다고 한다”며 “얼마 전까지 북한을 쥐고 흔들던 중국이 지금은 얼마나 답답한 상황인지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했다. 중국 지도부는 전통적으로 북한이 중국을 배제한 채 미국이나 한국에 집중하는 상황을 경계해왔다. 특히 최근 대북 제재 이행 등을 이유로 북한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중국 입장에선 북한이 한국, 미국과 연쇄 정상회담을 가지는 것이 매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국 시 주석의 이번 대북 대표단 파견은 경색된 북-중 관계를 풀고 향후 북핵 논의 국면에서 적극적인 역할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란 해석이 나온다. 김정은도 이번 중국 대표단 방문에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대북 제재에 참여한다는 이유 등으로 중국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높여왔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지금은 중국을 향해 다가설 전략적 타이밍이기도 하다.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던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가 최근 중국 정부의 공식 행사 등에 자주 나타나는 것도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 회복에 나선 장면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른 소식통은 “북한이 평창 교류로 한국과의 거리를 좁혔던 것처럼 중국과도 다양한 문화, 스포츠 교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빠르면 이달 말 북한에 고위급 대표단을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정치국 상무위원급 인사를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을 조만간 평양으로 보내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김정은의 의견을 청취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달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한 한정(韓正)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이 북한 고위급 대표단장으로 방한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만나 대표단의 북한 파견 문제를 논의했다는 후문이다. 김정은이 전격적으로 대북 특사를 만나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북-미 정상회담을 제안하는 등 한반도 상황이 급변하면서 대표단의 평양 파견 일정을 더 당기려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 주석의 대표단 파견이 확정되면 가장 큰 관심사는 김정은을 만날지 여부다.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특사로 평양에 보냈지만 김정은이 면담을 거절한 바 있다. 하지만 김정은이 상무위원급 인사의 면담은 거절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편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15일 오전 평양발 고려항공 편으로 중국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공항에 도착한 뒤 이곳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스웨덴으로 향했다. 대미 외교를 담당하는 최강일 외무성 부국장이 리 외무상과 동행했다. 5월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과 모두 수교하고 있는 스웨덴 정부가 북-미 회담과 관련해 모종의 역할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스웨덴은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거론되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 구성을 발표했다. 위원에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참여한다. 준비위는 16일 첫 회의를 갖고 본격적인 실무 준비에 나선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두뇌’(정보력)에 ‘발’(외교 라인)까지 얻었다.” 14일 정부 핵심 관계자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신임 미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것을 이렇게 평가했다. 남북, 북-미 대화 국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브레인 역할을 했던 폼페이오가 외교 라인 수장으로 올라서면서 그동안 물밑에서 운용하던 정보를 더욱 과감하게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주축으로 한 우리 측 정보 라인과의 채널도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폼페이오, “서훈은 조용하지만 믿을 만하다” 폼페이오가 장관으로 취임하면 우리 측 ‘공식’ 카운터파트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이 5월로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폼페이오가 강 장관에게 손을 내밀지는 의문이다. 최근 대화 정국에서 외교부는 상대적으로 배제되어 있기 때문. 여기에 폼페이오의 장관 인사청문 절차를 고려하면 공식 취임은 다음 달에나 가능하다. 이 때문에 다음 달 말에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한미 조율이나 북-미 사전 접촉은 국정원-CIA 라인을 통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서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안보 참모 역할을 오래했고 대북특사로 김정은을 만났다. 폼페이오도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인사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국제 외교 무대에서 대화 파트너를 볼 때 가장 눈여겨보는 부분이 상대가 ‘오너’의 신임을 얼마나 받느냐이다. 그런 측면에서 서훈과 폼페이오는 닮았다”고 했다. 특히 올해 초부터 이어진 대북 대화 국면에서 ‘국정원-CIA’ 라인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폼페이오와 서 원장은 비교적 양호한 신뢰 관계를 구축했다고 한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폼페이오는 최근 국정원 관계자에게 서 원장을 지칭해 “조용하지만 묵직하고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했다고 한다. 지난해 CIA 한국임무센터(KMC)의 창설을 주도했던 폼페이오는 KMC를 이끄는 앤드루 김(김성현)을 통해 평창 올림픽 기간 남북 교류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센터장은 최근 수차례 방한해 국회의원 등 한국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대북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한미 간 공조를 강화하기 위해 물밑 접촉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폼페이오가 외교 라인에 발을 들인 만큼 조직에 맞춰 옷을 바꿔 입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동안 정보 라인을 중용했던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선 각종 실무 준비를 위해서라도 ‘폼페이오의 국무부’에 본연의 임무를 요구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폼페이오, 북핵 ‘단칼 해결’ 추구할까 트럼프 대통령이 매파인 폼페이오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결국 대화 국면에서도 한편으론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며, 북핵 문제를 일괄 타결하려는 의도다. 외교 소식통은 “폼페이오는 ‘대화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식으로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며 포괄적, 일괄적 타결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4일 “보통으로는 제재 완화를 하고, 점층법으로 대화를 해 왔다면 지금은 그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다”며 “여러 가지 복잡하게 꼬인 매듭을 생각하면 (북핵 이슈를) 하나하나 푸는 게 아니라,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어 버리는 방식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은 고대 그리스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이 복잡하게 얽혀 있던 매듭을 단칼에 잘랐다는 전설에서 나온 말로, 한꺼번에 풀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를 뜻한다. 다시 말해 대북 제재, 핵 동결 및 폐기 등 북핵 관련 문제들을 ‘원샷 타결’ 해보겠다는 의미다.신진우 niceshin@donga.com·한상준 기자}
정부는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사퇴가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측근인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전면에 내세워 두 달 남짓 남은 북-미 정상회담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미 정상 간 타결 사안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결국 각국의 외교라인이 키를 잡아야 한다. 폼페이오의 선임은 바로 앞의 북-미 회담뿐만 아니라 궁극적인 북핵 타결이라는 먼 과정까지를 고려한 인사로 보인다”고 말했다. 폼페이오는 김정은의 신년사 이후 이어진 남북의 평창 교류, 대북특사단의 평양 파견과 남북 정상회담 합의, 그리고 북-미 정상회담 추진까지 전반적인 골격을 짜는 데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틸러슨 장관의 낙마 가능성은 파악하고 있었지만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앞둔 가운데 갑작스러운 경질에 당황하는 모습도 보였다. 외교부 핵심 당국자는 이날 “오늘 오후까지도 미 국무부 측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방미와 관련해 얘기를 주고받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15일 워싱턴을 방문해 16일 틸러슨 장관과 회담을 가지려던 강 장관의 방미 계획도 불투명해졌다.황인찬 hic@donga.com·신진우 기자}

13일 일본 도쿄 총리공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서훈 국가정보원장의 회동에 앞서 관심사 중 하나는 아베 총리가 서 원장에게 어떤 의자를 내줄지였다. 아베 총리는 만나는 인사에 따라 의자의 급을 달리해 자주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근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이 ‘자리 굴욕’의 피해자가 됐다. 당시 아베 총리는 자신은 금색 꽃무늬가 들어간 높은 의자에 앉고 상대방에겐 낮은 의자를 내줘 ‘외교 결례’ 논란을 일으켰다. 이날 아베 총리는 서 원장에겐 자신과 같은 높이의 꽃무늬 의자를 내줬다. 정부 당국자는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의전 격(格)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팬 패싱’ 우려가 나오면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의중 등 북한 정보가 필요한 일본이 서 원장을 ‘모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8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면담을 가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을 사실상 정상급으로 대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벽난로를 배경으로 정 실장을 자신의 오른쪽에 앉혀 면담을 했다. 미국 대통령의 노변정담(爐邊情談·Fireside chats)의 배경이 되는 벽난로를 사이에 둔 자리 배치는 해외 정상들과의 회담에서 주로 연출되는 장면이다. 지난해 6월 백악관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도 같은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반면 이번 ‘양회(兩會)’를 통해 장기 집권을 굳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면담 자리 배치는 사뭇 달랐다. 시 주석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가진 면담에서 자신은 테이블 중앙 상석에 앉은 채 정 실장을 옆줄에 앉혀 고의로 하대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 실장의 정면에는 정 실장의 중국 카운터파트인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앉았다. 외교 소식통은 “시 주석이 남북 대화 국면에서 중국이 끌려가는 입장이 아니란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 아니냐”고 했다. 방북 과정에서 드러난 김정은식 의전도 눈길을 끌었다. 김정은은 5일 대북특사단을 노동당 본관 로비까지 나와 맞이했다. 면담과 만찬을 합쳐 4시간 넘게 대북 특사를 만난 김정은은 만찬에서 바로 왼쪽에 정 실장, 우측에는 부인인 리설주를 앉혔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북한이 연일 국제사회의 초강경 대북제재를 겨냥해 맹비난을 쏟아붓고 있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북한이 연쇄 회담의 목표 중 하나로 경제적 위기 돌파를 설정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12일 1면 사설에서 “혁명 앞에 가로놓인 난국은 엄혹하며, 조국은 사상 최악의 역경을 단독으로 강행 돌파해나가고 있다”며 “미제와 그 추종세력은 제재압살책동을 극대화하고 무모한 핵전쟁도발책동에 매달리며 최후 발악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노동신문은 10일에도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를 두고 “국제법에 대한 노골적인 위반이며 주권침해 행위”라고 날을 세웠다. 반면 북한 매체들은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 9일 북-미 정상이 회담 개최에 합의한 뒤 북 대내 매체는 나흘째 관련 보도를 싣지 않고 있다. 다만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가 10일 “평화 담판이 시작되려 한다”고 첫 언급했지만 하루 뒤 삭제됐다. 일각에선 북 매체들이 최근 비판의 주파수를 대북제재에 맞추는 게 역설적으로 북한이 연쇄 회담을 통해 노리는 게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수십 년 동안 업그레이드시킨 핵이란 무기까지 경제적 지원을 얻어낼 협상 카드로 이번에 던질 수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협상 직전까지 최대한 패를 감추는 ‘깜깜이 전술’에 나설 것이란 말도 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도 12일 “북한이 여러 가지 입장을 정리하는 데 나름대로 시간이 필요하고, 그런 만큼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