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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이 2020 도쿄 올림픽 남자축구 정상에 오르며 2회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브라질은 7일 일본 요코하마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남자축구 결승전에서 연장 후반 3분 마우콩(24)의 결승골에 힘입어 스페인을 2-1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브라질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에 이어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반면 스페인은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이후 29년 만에 정상 탈환을 노렸지만 브라질의 장벽을 넘지 못했다. 미국 남자농구 ‘드림팀’은 4개 대회 연속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국제농구연맹(FIBA) 세계랭킹 1위인 미국은 이날 일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프랑스(7위)를 87-82로 꺾었다. 2008 베이징 올림픽부터 2012 런던 올림픽,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챔피언 자리를 지켜 온 미국은 다시 한 번 시상대 꼭대기에 섰다. 미국은 1936 베를린 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남자농구에서 20차례 중 16번이나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최강’ 전력을 과시했다.미국은 여자농구에서도 일본을 90-75로 제압하고 7회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미국은 도쿄 올림픽 골프 우승도 휩쓸었다. 넬리 코르다(23·미국)는 이날 일본 사이타마현 가와고에 가스미가세키CC(파71)에서 끝난 여자골프 최종 4라운드에서 2언더파 69타를 적어 최종합계 17언더파 198타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앞서 끝난 남자 대회에서 우승한 잰더 쇼플리(28·미국)에 이어 여자 대회까지 미국이 휩쓴 것이다. 우승 확정 후 이번 대회에 함께 출전한 언니 제시카(공동 15위)와 기쁨의 포옹을 나눈 코르다는 “놀라운 기분이다. 현실 같지 않다”고 했다. 이나미 모네(일본)은 16언더파로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와 동 타로 마친 뒤 은메달 결정전에서 이겨 은메달을 차지했다. 리디아 고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은메달에 이어 2회 연속 메달을 수집했다. 5년 전 박인비가 금메달을 땄던 한국은 노메달에 머물렀다. 고진영과 김세영은 나란히 10언더파 274타를 쳐 공동 9위로 마쳤다. 디펜딩 챔피언 박인비는 공동 23위(5언더파 279타). 도쿄=김정훈 기자 hun@donga.com}

체감 온도 39도에 육박하는 불볕더위도 그녀의 맹타를 막아내지 못했다. 2라운드에서 무려 9타를 줄이며 단독 선두로 치고 올라간 넬리 코르다(23·미국)가 3라운드에서도 단독 선두를 지키며 금메달을 향해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시즌 최다인 3승을 올리며 세계 랭킹 1위에도 올라선 그의 상승세가 올림픽 무대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코르다는 6일 일본 사이타마현 가와고에 가스미가세키CC(파71)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여자 골프 3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1개를 묶어 2언더파 69타를 적어 냈다. 중간합계 15언더파 198타를 기록한 코르다는 이날 3타를 줄인 2위 아디티 아쇼크(인도)에게 3타 앞섰다. 최종 4라운드가 열리는 7일에는 태풍이 예보돼 있지만 대회 조직위는 4라운드를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코르다는 “내 마음은 72홀 경기를 향해 있다”며 “오직 내 플레이에만 집중하겠다”고 했다. 전날 9언더파를 몰아 치며 맹타를 휘두른 코르다는 전반에 2타를 줄인 뒤 후반엔 모두 파를 지켰다. 코르다는 한국과 인연이 깊다. 한국 기업인 한화큐셀이 2017년부터 코르다를 후원하고 있다. LPGA투어 통산 첫 승도 한화큐셀 모자를 쓰고 2018년 대만 대회에서 이뤄냈다. 한화가 강원 춘천 제이드팰리스GC에서 개최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한화 클래식에도 3년간 출전했다. 코르다는 “한국은 자주 와서 그런지 제2의 고향 같다”며 “미국에서 종종 한국 음식점을 찾을 정도로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 특히 불고기를 넣은 떡볶이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같은 골프 선수로 도쿄 올림픽에도 함께 출전한 친언니 제시카도 한화의 후원을 받은 바 있다. 이 자매는 한국에 오면 갈비 먹는 걸 즐거움 가운데 하나로 여긴다. 제시카는 이날 2오버파를 치며 중간합계 2언더파 211타로 공동 29위에 자리했다. 코르다의 독주 속에 한국 여자 골프 대표팀 ‘어벤쥬스’는 정상과 다소 멀어졌다. ‘빨간 바지의 마법사’ 김세영(28)이 유일하게 이날 3타를 줄이며 중간합계 7언더파 206타로 고진영(26)과 공동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공동 3위 그룹과는 3타 차. 김세영은 “메달권이든, 그 위든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남은 18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매 홀 열심히 치면 결과는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고진영도 “상위권 선수들이 날씨 영향을 받고, 우리는 그럴 때 실수 없이 하면 격차를 줄일 수 있다. 이렇게 계속 날씨가 좋기만 하면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김효주(26)는 중간합계 5언더파로 공동 18위, 이날 극심한 퍼팅 난조에 시달리다 플레이 도중 그린에서 퍼터를 허공에 휘두르는,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까지 나온 ‘디펜딩 챔피언’ 박인비(33)는 3언더파로 공동 25위에 자리했다. 2016 리우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24)는 이날 5타를 줄이며 5타 차 공동 3위(중간합계 10언더파 203타)로 최종 라운드에서 역전 우승에 도전한다.가와고에=김정훈 기자 hun@donga.com}

“개인적으로 ‘내가 1위’라고 생각하고 있다.” 세계 랭킹 2위 고진영(26)은 5일 일본 사이타마현 가와고에 가스미가세키CC(파71)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여자 골프 2라운드를 마친 뒤 이렇게 말했다. 고진영은 버디 6개와 보기 2개를 묶어 4언더파 67타를 쳤다. 중간합계 7언더파 135타로 공동 6위로 마쳤다. 이글 1개, 버디 9개, 더블보기 1개를 묶어 9언더파 62타의 맹타를 휘두르며 중간합계 13언더파를 기록 중인 단독 선두 넬리 코르다와는 6타 차다. 하지만 고진영은 “‘좀 더 공격적으로 하라’는 박세리 감독님의 주문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플레이가 잘 안됐다”면서도 “6타 차이는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올 시즌 메이저대회 위민스 PGA챔피언십 등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3승을 거둔 코르다는 “4, 5언더파를 생각했는데 퍼트 등 홀에 대한 공략이 아주 좋아 생각보다 좋은 성적을 받았다”고 했다. 이날 가스미가세키CC는 전날 1라운드보다는 다소 나았지만 폭염은 여전했다. 체감온도 39도에 육박하는 땡볕 아래에서 선수들은 더위를 피하기 위해 애를 썼다. 고진영은 조금이라도 체온을 낮추기 위해 목에 얼음주머니를 두르기도 했다. 또 다른 변수는 주말부터 다가오는 태풍 소식이다. 대회 관계자는 “날씨에 따라 3라운드로 줄어들거나 일요일까지 하루 더 경기를 치를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김세영(28)과 김효주(26)는 나란히 공동 11위(4언더파), 디펜딩 챔피언 박인비(33)는 3언더파로 공동 24위에 이름을 올렸다. 가와고에=김정훈 기자 hun@donga.com}

기온이 37도까지 올라가고 강렬한 햇볕이 내리쬔 4일 일본 사이타마현 가스미가세키CC(파71). 2020 도쿄 올림픽 여자 골프 1라운드가 열린 이 골프장 18번홀(파4) 그린에 오른 고진영(26)은 우산을 손에 든 채 퍼팅라인을 살폈다. 평소 같으면 우산을 접어뒀겠지만 체감온도가 40도를 넘어가는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땡볕 아래에서는 잠시만 서 있어도 숨이 막힐 정도였다. 박인비(33)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금메달리스트로 올림픽 2연패를 노리는 박인비는 “20년 골프를 치는 동안 이렇게 더운 적이 없었다. 하루하루가 마라톤처럼 힘들다”며 “너무 더워서 후반 몇 개 홀은 어떻게 쳤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고 했다. 한참 동안 헛웃음을 짓던 김세영(28) 역시 “제가 생각해도 선수 생활에서 가장 더운 것 같다”며 “평소에 땀을 잘 흘리지 않는 편이다. 오늘처럼 땀을 많이 흘린 것이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김세영은 라운드 형태로 올라온 대표팀 골프복 상의의 목 부분을 살짝 잘라내 아래로 접어내린 채 경기에 나서기도 했다. 반바지를 입고 라운드에 나선 김효주(26)의 다리는 화상을 입은 것처럼 벌겋게 익은 모습이었다. 김효주는 “올림픽에 처음 나와 기쁘긴 한데 너무 더웠다. 물을 끊임없이 마셨다”고 토로했다. 미국 대표팀의 렉시 톰프슨의 캐디는 경기 도중 열사병 증세로 주저앉아 버렸다. 톰프슨은 15번홀부터 팀 매니저인 도나 윌킨스를 대동해 남은 경기를 치러야 했다. 이 같은 폭염 탓에 참가 선수 60명 가운데 언더파를 친 선수는 22명에 불과했다. ‘찜통더위’에 말라 버린 잔디로 그린이 딱딱해져 타수를 줄이기가 더욱 어려웠다. 하지만 ‘어벤져스’를 패러디한 ‘달콤한 어벤쥬스’라는 팀명을 붙인 한국 선수들은 악조건에도 모두 언더파를 기록하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세계랭킹 2위 고진영은 버디 6개와 보기 3개를 묶어 3언더파 68타를 적어 내며 한국 선수 중 가장 앞선 공동 4위에 이름을 올렸다. 단독 선두 마델레네 삭스트롬(스웨덴)과는 2타 차. 박인비와 김세영은 나란히 2언더파 69타로 공동 7위에 자리했고, 김효주도 1언더파 70타로 공동 16위에 이름을 올렸다. 국제골프연맹(IGF)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기온이 더 올라갈 것으로 예보된 5일 2라운드부터 1번 티에 선수와 캐디용 우산을 비치하고, 각 홀 티에도 우산을 든 자원봉사자를 배치하기로 했다. 또 얼음과 쿨링 타월을 싣고 코스를 다니는 카트를 운행하기로 했다. 4라운드 72홀 스트로크 플레이로 치러지는 이번 대회가 54홀 대회로 축소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대회 조직위 관계자는 “일단은 예정대로 대회를 진행하겠지만 날씨 상황에 따라 54홀 대회로 축소될 수 있다는 사실을 출전 선수들에게 공지했다”고 전했다. 가와고에=김정훈 기자 hun@donga.com}

4번의 장면이 똑같이 반복됐다. 메달이 결정되는 순간 피스트에 있던 마지막 주자는 소리를 지르며 눈물을 흘렸고, 동료들은 달려가 함께 얼싸안았다. 종목은 달랐어도 승리 세리머니는 한결같았다. 한국 펜싱 대표팀은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 모든 단체전에서 메달을 획득하는 ‘올메달(금 1, 은 1, 동 2개)’ 기록을 처음 달성했다. 남자 사브르는 2회 연속 단체전 금메달을 땄고, 여자 에페 단체전에서는 은메달을 수확했다. 남자 에페와 여자 사브르는 처음 단체전 메달(동메달)을 따냈다. 개인전에서는 맏형 김정환(38)이 남자 사브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각종 악재를 딛고 일궈낸 성과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회가 1년 연기됐고, 설상가상으로 대표팀 선수 중 여러 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펜싱 대표팀 선수들은 모두 ‘원 팀’을 이뤄 값진 결실을 맺었다. 선수들이 ‘꿈의 무대’를 향해 최선을 다했다면 회장사인 SK텔레콤은 물심양면으로 선수단을 지원했다. SK텔레콤은 2003년부터 올해까지 대한펜싱협회에 총 242억 원을 후원했다. 대한펜싱협회는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진천선수촌에 도쿄 올림픽 펜싱장에서 사용된 것과 동일한 모양의 피스트를 재현했는데, 이 역시 SK텔레콤의 든든한 투자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박상영(26)은 “(도쿄 올림픽 펜싱 경기장인) 마쿠하리 메세B홀과 동일한 피스트에서 훈련한 덕분에 실제 경기를 치를 때 심리적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체력·의무 트레이너, 영상분석팀 운영을 통해서도 경기력 강화에 도움을 줬다. 도쿄 올림픽에서도 선수들의 체력 강화와 부상 회복 등을 위해 의무트레이너 지원을 확대했다. SK텔레콤은 스포츠 외교력에 따라 심판 판정에도 영향을 받는 종목 특성을 고려해 SK그랑프리, 아시아선수권 등 국제대회를 유치해 한국 펜싱의 위상을 끌어올렸다. 대한펜싱협회 부회장인 오경식 SK텔레콤 스포츠마케팅 그룹장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끝난 후 열린 대표팀 워크숍에서 선수들이 ‘도쿄 땅에 태극기를 올리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정했다. 그 약속을 5번이나 지켜줘서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2024년 파리 올림픽까지 3년밖에 남지 않았다. 파리에서는 더 많이 태극기를 올릴 수 있도록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과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아시아 펜싱 선수 최다인 4개의 올림픽 메달(금 2, 동 2개)을 수집한 김정환은 “국가대표 15년 하는 동안 SK의 적극적인 지원이 큰 힘이 됐다. 국가대표뿐 아니라 후보 선수들도 국제 대회 출전이나 전지훈련으로 기량 발전과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한펜싱협회는 도쿄 올림픽 선수단에 총 3억300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추가 포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도쿄=김정훈 기자 hun@donga.com}

도쿄 올림픽 여자골프 1라운드 시작을 하루 앞둔 3일 일본 사이타마현 가스미가세키CC(파71). 연습 라운드를 진행하는 선수들의 얼굴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습기는 강하지 않았지만 대신 강한 땡볕이 선수들을 향해 연신 내리쬐었다. 한낮 최고 기온은 35도까지 올라갔고, 체감온도는 40도를 넘어서기도 했다. 자외선지수는 한때 ‘위험’ 표시까지 올라갔다. 도쿄 올림픽 골프에 출전한 여자 선수들은 ‘더위’와의 힘겨운 싸움을 시작했다. 특히 5시간 이상 야외에서 걸어다니며 경기를 치러야 하는 골프 종목 특성상 더위가 더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큰 나무 그늘 아래는 햇빛을 피할 수 있어 시원했지만, 그늘 하나 없는 페어웨이는 잠시만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흘렀다. 선수들은 선글라스, 우산, 얼음주머니 등을 총동원했지만 더위를 달래기엔 역부족이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이어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하는 ‘골프여제’ 박인비(33·사진)는 “날씨가 너무 더워 잘 쉬어야 한다. 경기 전에 연습장이나 코스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3라운드부터 비 소식이 있다. 1, 2라운드에는 습도가 높아져 체감온도가 46도까지 올라간다는 예보가 나와 선수들의 걱정은 더 커지고 있다. 한국과 미국 어디서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본만의 특이한 잔디 특성과 1929년 개장한 가스미가세키CC 코스의 특이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일본 잔디는 미국 잔디보다는 길고 한국 잔디보다는 짧은 것이 특징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라고 해도 그동안 경험해 온 것과 다른 길고 억센 잔디 특성에 당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우승 경험이 있는 박인비는 “남자 선수들의 경기를 봤을 때는 코스가 짧고 부드러울 줄 알았는데, 실제 경험을 해보니 그렇지 않아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100년 가까이 된 가스미가세키CC에는 페어웨이 양 옆으로 큰 나무들이 길게 늘어져 서있어 페어웨이가 좁은 편이다. 또 러프가 길고 단단해 티샷이 조금만 페어웨이를 벗어나도 한 타 이상 잃을 각오를 해야 한다. 더운 날씨 탓에 그린마저 단단해져 어프로치 샷에서도 적지 않은 실수가 나올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우승 후보로 꼽히는 넬리 코르다(23·미국)도 “같은 코스에서 경기를 한 남자 선수들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며 “남자 선수들의 경기를 보며 그린 공략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고 했다.가스미가세키=김정훈 기자 hun@donga.com}

경기가 끝나자 코트 위 4명의 선수는 진심 어린 눈빛으로 서로를 껴안았다. 선수들 눈에서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국 선수들끼리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메달을 목에 걸게 된 승자는 기쁨과 미안함, 메달을 따지 못한 패자는 아쉬움과 동료를 향한 축하의 마음이 뒤섞였다. 여자 복식 세계랭킹 5위 김소영(29)-공희용(25)이 2일 일본 도쿄 무사시노노모리 스포츠플라자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복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계랭킹 4위 이소희(27)-신승찬(27)을 2-0(21-10, 21-17)으로 제압하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끼리 올림픽 메달을 다툰 것은 2004년 아테네에서 하태권-김동문이 남자 복식 결승에서 이동수-유용성을 꺾은 뒤 17년 만이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복식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던 신승찬은 두 대회 연속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한 팀은 빈손으로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네 선수는 경기 전 가벼운 눈인사를 주고받은 뒤 플레이 도중 상대를 자극할 수 있는 기합이나 동작은 자제했다. 김소영-공희용은 경기 초반부터 강한 공격력을 앞세워 이소희-신승찬을 몰아붙였다. 김소영-공희용은 이전까지 이소희-신승찬을 상대로 2승 4패를 기록 중이었으나 이날은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닥공’으로 승리를 가져왔다. 경기 한때 84초 동안 75번 랠리를 주고받는 접전을 펼치기도 했다. 김소영은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란 각오로 열심히 했는데 원하는 목표를 이뤘다”며 “이소희-신승찬보다 실수를 적게 한 것이 승리의 요인”이라고 했다. 공희용은 “언니와 복식 조로 만난 지 3년째인데 최고의 순간을 맛봤다”고 말했다. 경기 뒤 이소희-신승찬은 ‘맏언니’ 김소영의 첫 메달 획득을 축하해줬다. 결승에서는 세계랭킹 6위 그레이시아 폴리-아프리야니 라하유(인도네시아)가 중국의 세계랭킹 3위 천칭천-자이판을 2-0(21-19, 21-15)으로 꺾고 우승했다. 인도네시아의 이번 올림픽 첫 금메달이자 배드민턴 여자 복식 첫 금메달이다.도쿄=김정훈 기자 hun@donga.com}

경기가 끝나자 코트 위 4명의 선수는 진심어린 눈빛으로 서로를 껴안았다. 선수들 눈에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국 선수들끼리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메달을 목에 걸게 된 승자는 기쁨과 미안함, 메달을 따지 못한 패자는 아쉬움과 동료를 향한 축하의 마음이 뒤섞였다. 여자복식 세계랭킹 5위 김소영(29)-공희용(25)이 2일 일본 도쿄 무사시노노모리 스포츠플라자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복식 동메달결정전에서 세계랭킹 4위 이소희-신승찬(이상 27)을 2-0(21-10, 21-17)으로 제압하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끼리 올림픽 메달 다툰 것은 2004년 아테네에서 하태권-김동문이 남자복식 결승에서 이동수-유용성을 꺾은 뒤 17년 만이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복식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던 신승찬은 두 대회 연속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한 팀은 빈손으로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네 선수는 경기 전 가벼운 눈인사를 주고받은 뒤 플레이 도중 상대를 자극할 수 있는 기합이나 동작은 자제했다. 김소영-공희용은 경기 초반부터 강한 공격력을 앞세워 이소희-신승찬을 몰아붙였다. 김소영-공희용은 이전까지 이소희-신승찬를 상대로 2승 4패를 기록 중이었으나 이날은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닥공’으로 승리를 가져왔다. 경기 한때 84초 동안 75번 랠리를 주고받는 접전을 펼치기도 했다. 김소영은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란 각오로 열심히 했는데 원하는 목표를 이뤘다”며 “이소희-신승찬보다 실수를 적게 한 것이 승리의 요인”이라고 했다. 공희용은 “언니와 복식 조로 만난 지 3년째인데 최고의 순간을 맛봤다”고 말했다. 경기 뒤 이소희-신승찬은 ‘맏언니’ 김소영의 첫 메달 획득을 축하해줬다. 결승에서는 세계랭킹 6위 그레이시아 폴리-아프리야니 라하유(인도네시아)가 중국의 세계랭킹 3위 천칭천-자이판을 2-0(21-19, 21-15)으로 꺾고 우승했다. 인도네시아의 이번 올림픽 첫 금메달이자 배드민턴 여자복식 첫 금메달이다. 도쿄=김정훈 기자 hun@donga.com}

‘맏언니’ 김지연(33)이 동메달까지 마지막 1점을 남겨뒀을 때 동생들은 주저앉은 채로 경기를 지켜봤다. 떨리는 마음에 경기를 지켜보지 못해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선수들 눈에는 벌써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맏언니가 전광석화처럼 앞으로 달려가 상대 선수를 찔렀다. 마스크에 마지막 초록색 불빛이 번쩍였다. ‘45-42.’ 동생들은 울고 있는 김지연을 향해 곧장 달려가 서로를 안고 각자 흘리던 눈물을 한데 모았다. 한국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 선수들은 피스트 위에서 한참 동안 눈물을 흘렸다. 김지연, 윤지수(28), 서지연(28), 최수연(31)으로 구성된 대표팀이 지난달 31일 일본 지바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 동메달결정전에서 이탈리아에 경기 한때 15-26으로 11점 차까지 뒤졌으나 맹렬한 뒷심을 발휘한 끝에 45-42 역전승을 거뒀다. 한국 여자 사브르 단체에서 획득한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다. 한국 펜싱은 단체전에 출전한 네 개 종목 모두 메달을 목에 걸며 금 1(남자 사브르 단체), 은 1(여자 에페 단체), 동 3(남자 에페 단체, 여자 사브르 단체, 남자 사브르 김정환)으로 도쿄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단체전 4경기에서 모두 메달을 획득한 것은 올림픽 사상 처음이다. “뭉치면 더 강하다”는 말을 한국 펜싱이 보여줬다. 2012 런던 올림픽 이 종목 개인전 금메달리스트인 ‘에이스’ 김지연은 “올림픽을 준비하며 아킬레스힘줄이 파열되는 큰 부상에 힘들었지만, 올림픽이라는 마지막 도전이 있어 포기하지 않았다”며 “정말 간절했던 메달이라 의미가 커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10점 이상 뒤져 패색이 짙던 이날 경기는 윤학길 전 프로야구 롯데 2군 감독의 딸인 윤지수가 6바우트에 홀로 11점을 추가한 데 힘입어 26-30을 만들며 추격에 시동을 걸었다. 윤지수는 “다른 펜싱 종목에서 한국 선수들이 분위기를 잘 타줘 부러운 마음과 ‘우리도 할 수 있을까’란 걱정하는 마음이 공존했다”며 “중압감을 이겨내고 5년간 준비한 것을 정말로 절실했던 올림픽에서 쏟아낼 수 있어 감사하다”고 밝혔다.지바=김정훈 기자 hun@donga.com}

경기 종료를 울리는 휘슬이 울리자 선수들은 약속이나 한 듯 그 자리에 주저앉거나 누워버렸다. 일부 선수들은 무릎에 얼굴을 묻고 눈물을 흘렸다. 한참 동안이나 도쿄올림픽 축구 대표팀 선수들은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31일 일본 요코하마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8강전에서 멕시코에 3-6으로 예상치 못한 대패를 당했다. 한국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이어 두 대회 연속 8강 고지를 넘지 못했다. 김 감독은 “열심히 준비했지만 미흡했던 모습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6골이나 실점했다는 것은 저로서는 믿기지 않고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선수들 문제보다 감독이 대응을 잘 못해서 오늘 같은 결과가 일어나지 않았나 생각한다. 늦은 밤까지 응원을 해준 국민께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국은 이날 전반 초반부터 양 측면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며 흐름을 주도했으나 멕시코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면서 허둥댔다. 전반 11분 멕시코 공격수 베가의 크로스를 받은 로모가 머리로 골키퍼 앞에 떨어뜨렸고, 이를 공격수 마틴이 가볍게 밀어넣었다. 하지만 한국은 8분 뒤 이동경이 김진규의 패스를 받아 수비를 제친 뒤 그대로 왼발 슛으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놨다. 이후 한국은 공격이 되살아난 듯 전반 24분과 28분 이동경을 주축으로 위협적인 공격을 퍼붓기도 했다. 하지만 전반 29분 오히려 로모에게 역전골을 내줬고, 전반 37분에는 페널티킥까지 멕시코에 허용하며 1-3으로 전반을 마쳤다. 측면 윙백 수비수들이 공격수들의 움직임을 읽지 못하고 크로스와 돌파를 계속 허용하며 위기 상황을 맞이했다. 이동준은 “전반전이 끝나고 감독님의 ‘절대 포기하지 말라.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는 말을 선수들이 머릿속에 넣고 후반전에 임했다”고 했다. 김학범 감독은 또 후반 시작과 동시에 엄원상, 권창훈, 원두재를 교체카드로 넣으며 팀 전술에 변화를 줬고, 후반 5분 문전 혼전 상황에서 흐른 볼을 이동경이 강력한 왼발 슛으로 오른쪽 골대 구석으로 꽂아 넣으며 희망탄을 쐈다. 하지만 3분 만에 마틴에게 다시 추가골을 내줬고, 후반 17분과 후반 38분에 연이어 허무허게 실점을 내줬다. 한국은 경기 종료 직전 황의조가 한 골을 만회했지만 이미 따라가기엔 시간이 늦었다. 이날 2골을 넣은 이동경은 “조별리그에서도 고비가 있었지만 그것을 잘 이겨내고 토너먼트에 진출해 오늘도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올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힘든 시기를 포함해 3년 간 대회를 준비했는데 이렇게 대회를 마치게 돼 아쉽다”며 축 처진 어깨를 보이고 경기장을 떠났다.요코하마=김정훈 기자 hun@donga.com}

31일 한국과 이탈리아의 펜싱 사브르 여자 단체전 동메달결정전이 열린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B홀. 4강전에서 러시아에 26-45로 대패를 한 한국 대표팀은 5바우트까지 15-25로 이탈리아에 뒤져 패색이 짙어지고 있었다. 심지어 3바우트부터 5바우트까지 이탈리아가 각 바우트당 5점을 추가할 때, 한국은 1점씩만 보태는데 그쳤다. 사브르 단체전이 총 45점을 9개 바우트에 3명이 3번씩 나눠 경기를 치르는 것을 고려할 때 이날 출전한 3명의 선수 모두가 이탈리아에 밀리고 있던 것이었다. 하지만 6바우트에 피스트에 올라선 윤지수(28)의 눈빛은 남달랐다. 벼랑 끝에서 포기한 눈빛이 아닌 오히려 ‘한 번 해보자’라는 집중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강한 의지가 통해서 였을까. 윤지수는 재빠른 몸놀림과 과감한 공격으로 6바우트에서만 무려 11점을 추가해 26-30으로 따라서며 대역전 드라마의 발판을 마련한 끝에 값진 동메달을 추가했다. 김지연(33), 윤지수, 서지연(28), 최수연(31)으로 구성된 한국 여자 사브르 대표팀이 도쿄올림픽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이탈리아를 45-42로 꺾는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다. 한국은 이날 여자 사브레 단체전 동메달 확보로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펜싱 전종목 단체전에서 모두 메달을 확보하는 사상 첫 ‘올메달’ 기록을 세웠다. 한국은 앞서 여자 에페 단체전에서 은메달, 남자 사브레 단체전에서 금메달, 남자 에페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땄다. 한국은 플뢰레 남녀 단체전은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지 못했다. 윤지수의 맹활약에 힘입어 한국은 기사회생으로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윤지수만이 해낸 일도 아니다. 윤지수에 이어 7바우트에 올라온 서지연은 세계랭킹 28위에 불과하지만 이탈리아 에이스를 상대로 9점을 추가하며 역전승의 서막을 올렸다. 한국이 이날 경기에서 바우트를 먼저 가져온 것도 이 때가 처음이다. 세계랭킹 8위이자 팀의 ‘에이스’ 김지연은 맏언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날 1바우트와 5바우트에서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여준 김지연은 한국의 최종 주자로 피스트에 올라섰다. 김지연은 동생들의 맹활약에 힘을 얻은 듯 과감한 공격력을 선보이며 승리를 마무리했다.지바=김정훈 기자 hun@donga.com}

30일 한국과 중국의 펜싱 남자 에페 단체 동메달결정전이 열린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B홀. 마지막 선수로 나선 박상영(26)은 45-42로 승리가 확정되자 그대로 피스트에 누워 눈물을 흘리며 포효를 터뜨렸다. 팀 동료들이 피스트에 올라올 때도, 응원석을 향해 큰절을 할 때도 눈물은 계속 흘렀다. 그 뒤에도 대기석에서 얼굴을 무릎에 묻은 채 한동안 펑펑 울었다. 박상영에게 도쿄 올림픽은 부담이 컸다. 그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할 수 있다”를 되뇌는 긍정 마인드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끝에 금메달을 차지하며 깜짝 스타가 됐다. 하지만 영광 뒤에는 후유증도 컸다. 그는 경기 뒤 “리우 올림픽 이후 부담감이 점점 커져 나에게 돌아왔다. 체중이 10kg이나 빠졌고 수면제가 없으면 잠을 잘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탈락하고 국내 대회 성적도 좋지 않아 국가대표에서 제외되는 등 슬럼프를 겪었다. 그는 “수술을 두 번이나 하면서 성적이 나지 않았다. 최대한 많은 운동을 했는데 결실이 나지 않을까 봐 두려움이 생겼다”고 밝혔다. 도쿄에 도착해서도 스트레스는 여전했다. 잘해야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다 보니 개인전 8강전에서 탈락했다. 그런 그를 일으켜 세운 것은 단체전에 함께 나선 팀 동료 권영준(34), 송재호(31), 마세건(27)이었다. 그들이 있었기에 그는 끝까지 힘을 내며 해결사 역할을 해냈다. 이날 스위스와의 8강전과 중국과의 동메달결정전은 박상영에서 시작해 박상영으로 끝났다. 8강전 첫 선수로 나서 4-3 리드를 이끌었고, 14-15로 뒤진 상황에서 나선 5바우트에서도 8점을 따며 22-21로 역전시켰다. 압권은 마지막 9바우트였다. 30-34로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박상영은 혼신의 힘으로 3분간 무려 14점을 얻으며 44-39 대역전극에 마침표를 찍었다. 동메달결정전에서도 34-34 동점 상황이던 9바우트에 나서 3분 동안 11점을 몰아치며 한국 에페 단체전의 사상 첫 메달을 안겨줬다. 박상영은 “형들이 잘해줬지만 내가 실수하면 끝날 수 있기 때문에 부담감과 두려움이 있었다”며 “내가 제일 잘하는 것만 하고 내려오자고 생각했는데 좋은 결과를 맞았다”고 말했다. 역사적인 동메달 획득에는 ‘맏형’ 권영준의 역할도 컸다. 권영준은 8강전과 일본과의 4강전에서 제몫을 하지 못했지만 마지막 동메달결정전에서 대역전극의 발판을 마련했다. 권영준은 8강전과 4강전에서 득점보다 실점이 더 많았다. 하지만 중국전에서 29-32로 뒤진 8바우트에 나서 5점을 얻으며 34-34 동점을 만들었다.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한 것. 권영준은 “몸도 마음도 지쳐 마치 ‘낭떠러지’에 있는 것 같았다”며 “하지만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고 오로지 상영이한테 점수 차이를 좁혀서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멋진 마무리를 해준 상영이에게 고맙다”며 웃었다. 한국 펜싱은 이번 올림픽에서 여자 에페 단체전(은)과 남자 사브르 단체전(금)에 이어 단체전에서만 3번째 메달을 땄다.지바=김정훈 기자 hun@donga.com}

세트 스코어 5-5. 금메달과 은메달의 주인공은 이제 슛오프에서 단 한 발로 결판나게 됐다. 긴박한 순간에도 스무 살 신궁 안산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류수정 여자 대표팀 감독이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 익살스러운 제스처를 보이자 ‘아니다’는 의미로 손가락을 젓기도 했다. 사대에 오른 안산의 손을 떠난 화살이 70m를 날아가 노란색 중앙에 꽂혔다. 10점 만점. 과녁을 응시하던 안산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8점을 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옐레나 오시포바는 허탈하게 웃었다. 비로소 안산은 류 감독의 품에 안기며 승리의 환호에 젖어들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3관왕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안산은 30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오시포바를 슛오프 끝에 6-5(28-28, 30-29, 27-28, 27-29, 28-27<10-8>)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안산은 혼성전과 여자 단체전에 이어 개인전까지 휩쓸며 한국 선수로는 첫 여름올림픽 3관왕에 올랐다. 겨울올림픽에서는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남녀 쇼트트랙 3관왕에 오른 진선유, 안현수가 각각 금메달 3개를 목에 걸었다. 한국 양궁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4개 전 종목 우승을 휩쓴 데 이어 혼성전이 추가된 이번 대회에서 5개 금메달 석권에 한 개만 남겼다. 31일 남자 개인전에서 김우진(29)이 마침표에 도전한다. 안산은 준결승과 결승에서 연속 슛오프를 치르는 숨 막히는 접전에도 두 번 모두 10점을 쏘는 강심장을 과시했다. 결승 슛오프에서 안산의 심박수는 118bpm이었던 반면 오시포바는 167bpm까지 치솟았다. 안산은 “끝나고 나니 더 긴장된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상식에서 눈물을 흘린 그는 “갑자기 (감정이) 차올라서 울지 마 울지 마 했는데 나왔다. 한국에 있을 때 너무 힘들어서 울기도 했다”고 말했다. 금메달이 확정되자 양궁장에는 방탄소년단(BTS)의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가 울려 퍼졌다. 세계 양궁을 평정한 안산을 위한 축가였다. 김민정(24)은 사격 여자 25m 권총 결선에서 비탈리나 바차라시키나(ROC)와 38점으로 동률을 이룬 뒤 슛오프에서 1-4로 져 은메달을 따냈다. 이번 대회 한국 사격의 첫 메달이다. 박상영(26), 권영준(34), 송재호(31), 마세건(27)으로 구성된 한국 남자 펜싱 에페 대표팀은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중국을 45-41로 꺾고 동메달을 획득했다. 2016 리우 올림픽 에페 개인전에서 ‘할 수 있다’는 말을 되뇌며 금메달을 딴 박상영이 고비마다 해결사로 나섰다.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지바=김정훈 기자 hun@donga.com}

30일 도쿄 올림픽에서 깜짝 은메달을 쏜 ‘여자 진종오’ 김민정(24·KB국민은행)은 ‘반전의 여왕’이다. 그의 주 종목은 10m 공기권총이지만 그에게 은메달을 안긴 종목은 25m 권총이었다. 한국 사격 여자 권총에서 올림픽 메달이 나온 건 2012년 런던 대회의 김장미(금메달) 이후 처음이다. 은메달을 따기까지도 ‘반전의 연속’이었다. 2012 런던 올림픽 공기권총 10m 금메달리스트 진종오(42·서울시청)처럼 2019년 이 종목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던 그는 올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3위로 탈락했다. 실망은 잠시, 대신 곧이어 열린 25m 권총에서 1위로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그는 이날 경기 뒤 “다들 내 주 종목이 10m라고 생각하지만 25m도 잘 쏜다”며 “10m에 집중한 나머지 25m를 연습하지 않고 있다가 선발전 공식 훈련 때가 돼서야 훈련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8년 국제사격연맹 뮌헨 월드컵에 번외 선수로 참가해 25m 권총 비공인 세계기록(597점)을 쏜 적이 있다. 가까스로 올림픽 무대를 밟은 뒤에도 위기가 있었다. 본선에서 탈락 직전까지 갔던 것. 김민정은 본선 1일 차 완사에서 291점으로 9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둘째 날 급사에서 293점을 쏴 합계 584점으로 조라나 아루노비치(세르비아)와 동점을 이뤘다. 그러나 이너텐(inner ten·가장 중앙의 원)을 쏜 횟수에서 아루노비치(18회)보다 단 1회 많은 19회를 기록해 8위로 결선행 티켓을 따냈다. 그는 “극적으로 결선에 들어가 기뻤다. 인생에서 올림픽 결선을 한번 경험해 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25m 권총 결선은 급사 50발로 순위를 정한다. 10.2점 이상을 쏘면 1점을 받는다. 시리즈당 5발 단위 사격이며 4시리즈(16∼20발)부터 가장 낮은 순위 선수가 탈락하는 서바이벌 방식이다. 결선에서 그는 금메달을 놓고 비탈리나 바차라시키나(러시아올림픽위원회)와 초접전을 벌였다. 9시리즈까지는 34-33으로 앞섰다. 하지만 마지막 10번째 시리즈에서 동점을 허용한 뒤 슛오프에서 패했다. 그는 “그동안 준비한 대로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하며 다 쏘니 은메달이 된 것 같다”며 “‘내가 조금 부족하구나, 더 채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더 채우고 싶다”고 말했다. 14세 때 사격을 시작한 그는 시력이 0.3∼0.4에 불과해 동그란 사격 안경(교정시력 1.0)을 쓰고 경기에 나선다. 손에 땀을 쥐게 하며 자신의 첫 올림픽 메달을 땄지만 김민정은 다른 생각을 했을지 모른다. 경기 전날 그는 아버지 김태형 씨(53)에게 이런 ‘카톡’을 보냈다. “나는 자신 있어.”도쿄=김정훈 기자 hun@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

세트 스코어 5-5. 금메달과 은메달의 주인공은 이제 슛오프에서 단 한 발로 결판나게 됐다. 긴박한 순간에도 스무 살 신궁 안산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류수정 여자 대표팀 감독이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 익살스러운 제스처를 보이자 ‘아니다’는 의미로 손가락을 젓기도 했다. 사대에 오른 안산의 손을 떠난 화살이 70m를 날아가 노란색 중앙에 꽂혔다. 10점 만점. 과녁을 응시하던 안산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8점을 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옐라나 오시포바는 허탈하게 웃었다. 비로소 안산은 류 감독의 품에 안기며 승리의 환호에 젖어들었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처음으로 3관왕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안산은 30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오시포바를 슛오프 끝에 6-5(28-28, 30-29, 27-28, 27-29, 28-27<10-8>)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안산은 혼성전과 여자단체전에 이어 개인전까지 휩쓸며 한국 선수로는 첫 여름 올림픽 3관왕에 올랐다. 겨울 올림픽에서는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남녀 쇼트트랙 3관왕에 오른 진선유, 안현수가 각각 금메달 3개를 목에 걸었다. 한국 양궁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4개 전종목 우승을 휩쓴 데 이어 혼성전이 추가된 이번 대회에서 5개 금메달 석권에 한 개만 남겼다. 31일 남자 개인전에 김우진(29)이 마침표에 도전한다. 안산은 준결승과 결승에서 연속 슛오프를 치르는 숨 막히는 접전에도 두 번 모두 10점을 쏘는 강심장을 과시했다. 결승 슛오프에서 안산의 심박수는 118이었던 반면 오시포바는 167까지 치솟았다. 안산은 “끝나고 나니 더 긴장된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상식에서 눈물을 흘린 그는 “갑자기 (감정이) 차올라서 울지마 울지마 했는데 나왔다. 한국에 있을 때 너무 힘들어서 울기도 했다”고 말했다. 금메달이 확정되자 양궁장에는 BTS(방탄소년단)의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가 울려 퍼졌다. 세계 양궁을 평정한 안산을 위한 축가였다. 김민정(24)은 사격 여자 25m 권총 결선에서 비탈리나 바차라시키나(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와 38점으로 동률을 이룬 뒤 슛오프에서 1-4로 져 은메달을 따냈다. 이번 대회 한국 사격의 첫 메달이다. 박상영(26), 권영준(34), 송재호(21), 마세건(27)으로 구성된 한국 남자 에페 대표팀은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중국을 45-41로 꺾고 동메달을 획득했다. 2016 리우 올림픽 에페 개인전에서 ‘할 수 있다’는 말을 되 뇌이며 금메달을 딴 박상영이 고비마다 해결사로 나섰다. 도쿄=유재영기자 elegant@donga.com도쿄=김정훈 기자 hun@donga.com}

손을 꼭 잡은 한국 펜싱 ‘어벤져스’ 네 명이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서로에게 금메달을 걸어주는 그들의 표정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9년 기다림 끝에 한국 펜싱이 남자 사브레 단체전에서 올림픽 2회 연속 우승을 맞이한 순간이었다. 오상욱(25), 김정환(38), 구본길(32), 김준호(27)로 구성된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28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B홀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에서 45-26으로 이탈리아를 꺾었다. 세계 랭킹 1위 한국은 세계 랭킹 3위 이탈리아를 경기 내내 압도하며 19점 차의 대승을 거뒀다. 경기 초반부터 줄곧 앞서 나가자 선수들은 “흐름 너무 좋아. 이렇게만 하자”며 파이팅을 외쳤다. 한국 펜싱은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이 종목 금메달을 차지한 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순환 개최 원칙에 따라 종목 자체가 열리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 펜싱은 ‘발 펜싱’을 앞세워 최강의 자리를 지켰다. 펜싱 강국 유럽 국가에 비해 손기술이 약한 반면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스텝의 변화로 상대를 흔들고 타이밍을 뺏었다. 18세 수영 천재 황선우(서울체고)는 아시아 선수로는 65년 만에 자유형 100m 결선에 진출했다. 황선우는 이날 수영 남자 자유형 100m 준결선에서 47초56으로 전체 4위에 올라 결선 티켓을 차지했다. 아시아 남자 선수가 결선에 오른 것은 1956 멜버른 올림픽에서 다니 아쓰시(일본) 이후 처음이다. 결선은 29일 오전 11시 37분 열린다. 이 종목은 체격과 힘이 좋은 서양 선수들의 전유물이었다. 준결선에 출전한 16명의 평균 신장은 192cm로 황선우(186cm)보다 6cm 이상 컸다. 이런 열세를 폭발적인 스타트와 물의 저항을 최소화하는 파워 영법으로 극복했다. 황선우는 2014년 중국의 닝쩌타오(28·은퇴)가 세운 아시아기록(47초65)을 7년 만에 깨뜨렸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온두라스와의 조별리그 B조 최종 3차전에서 황의조의 해트트릭을 앞세워 6-0 대승을 거뒀다. 2승 1패를 기록한 한국은 8강에 올라 멕시코와 맞붙는다.지바=김정훈 기자 hun@donga.com도쿄=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상대가 한 스텝을 뛰면, 두세 스텝을 더 뛰었다. 은빛 검의 화려한 움직임이 매력적인 펜싱. 하지만 한국 선수들에게는 1점을 따기 위해 많게는 수십 번 발을 딛는 스텝의 스포츠다. 한국 선수들은 대부분 중학생 때부터 칼을 잡는다. 하지만 유치원, 초등학교에서부터 칼을 쓰는 유럽 선수들과 손에 밴 칼 감각부터 다르다. 이미 성장한 한국 선수들이 유럽 선수와 대등한 손 기술을 키우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한국 펜싱은 ‘발 펜싱’을 선택했다. 번쩍이는 순간을 만든 건, 손보다 빠른 발이었다. 28일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도 구본길(32), 김정환(38), 오상욱(25), 김준호(27) 등은 부지런히 피스트를 앞뒤로 오가면서 상대 선수의 약점을 공략했다. 구본길은 “(처음 금메달을 딴)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머리를 모아서 연구를 많이 했다. 하체가 약해 손동작 위주로 하는 유럽 선수들을 스텝으로 파고들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정환은 “다른 나라 선수들이 우리의 발 펜싱을 보고 충격을 많이 받았다고 들었다”며 “이후 많은 탐색을 거쳐 거기에 대응하는 기술을 들고 나오면 우리는 더 업그레이드된 발 펜싱을 들고 나왔다”고 밝혔다. 발 펜싱 덕분에 대응도 빨라졌다. 사브르는 상대가 공격해 올 때 적어도 0.17초 안에 반격을 해야 동시타로 인정받아 실점을 막을 수 있다. 에페와 플뢰레보다 더 빨리 찌르고 공격적으로 가야 한다. 화려한 스텝 변화로 상대를 흔들면서 압박감을 줄 수 있다. 무엇보다 빠른 속도전이 관건인 사브르에서 발 펜싱은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발 펜싱은 강한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선수들은 웨이트트레이닝도 필수다. 부상 위험도 많다. 우승의 최대 고비가 된 세계 랭킹 4위 독일과의 준결승(45-42)에서 선수들은 스텝을 밟다가 자주 상대 선수와 부딪쳐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55분간의 혈투 끝에 독일을 이긴 뒤 선수들은 지칠 만도 했지만 이탈리아와의 결승에서 다시 절정의 컨디션을 보였다. 아시아 선수 최초로 4개(금 2, 동 2)의 펜싱 메달을 딴 김정환은 “순간순간 과격하게 움직이다 보면 타박상은 어쩔 수 없다. 타박상이 교통사고 수준과 비슷할 정도로 아프지만 아픈 것 잊고 참고 뛴다”며 “경기 다음 날부터 일주일간 앓아눕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일 금메달 들고 귀국해야 하는데 침대에서 일어날 수 있을지 걱정이다”라고 덧붙였다.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도 부상이 많아 선수들은 오전에는 재활에 전념하다 오후에는 다시 검을 잡았다. 식사 시간도 아끼려고 도시락을 먹어가며 훈련에 집중했다. 세계 랭킹 1위 오상욱은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며 마음고생을 했다. 이날 우승 후 오상욱은 “코로나에 걸리면서 다리에 힘이 빠져 힘들었다. 코로나에 걸려도 이겨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줘 기쁘다”고 말했다. 구본길은 “32강전에서 떨어진 개인전에서 아무것도 못 하고 내려왔다. 확신이 없어 불안했는데 간절함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맏형’ 김정환은 2018년 은퇴를 선언한 뒤 체력에 대한 부담과 부상 위험을 안고 다시 돌아왔다. 예비선수로 출전한 김준호(27)도 2019년 세계선수권에서 왼발 힘줄이 찢어지는 등 힘든 시간을 겪은 끝에 도쿄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원팀으로 뭉친 그들 앞에 그 누구도 적수가 되지 못했다.지바=김정훈 기자 hun@donga.com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비결이요? 팀워크입니다.”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세계 랭킹 1위다. 2019년 10개 국제대회에서 무려 9차례 우승하며 ‘어벤저스’라고 불렸다. 당시 연이은 우승 비결을 묻자 구본길(32)은 ‘팀워크’라 답했다. 28일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8강전은 물론 준결승에서도 엎치락뒤치락하는 접전을 벌였다. 한 선수가 실점하면 다른 선수들이 먼저 다가가 하이파이브를 하며 “잘했다”, “할 수 있다”며 응원했다. 한국이 앞서 나갈 때면 ‘맏형’ 김정환(38)이 “들뜨지 말고 집중하자”고 말하며 분위기를 다잡았다. 이날 세계랭킹 3위 이탈리아와의 결승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팀이 위기에 몰릴 때는 김정환이 우렁찬 목소리로 동생들에게 파이팅을 넣어줬다. 동생들도 맏형의 리더십을 따라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냈다. 환상의 팀워크가 있었기에 2012년 런던 올림픽 이후 9년 만에 2연패를 달성할 수 있었다. 2012 런던 올림픽 때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여름과 겨울 올림픽을 합쳐 한국의 100번째 금메달을 따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이 이 영광을 달성하기 까지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한 때 4명 선수 모두 잘생긴 외모로 ‘판타스틴 포’, 미남 검객’이라 불렸지만 거친 고난을 겪은 탓인지 도쿄 땅을 밟았을 때는 ‘품격 검객’으로 거듭나 있었다. 세계랭킹 1위이자 대표팀 ‘에이스’ 오상욱(25)은 지난해 3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국제펜싱연맹(FIE) 사브르 월드컵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2018∼2019시즌부터 세계랭킹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세계 최고의 검객이지만 코로나19로 주춤했다. 완치 후 이번 대회 개인전 금메달을 노렸지만 8강에 그치며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독일과의 준결승전부터 맹활약을 펼치며 위기 때마다 팀을 구해낸 구본길(32·9위)도 32강전에서 떨어졌다. 구본길은 “개인전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내려와서 경기 감각이 전혀 없었다”며 “오늘 첫 게임에서 시험을 해야 하는데 확신이 없었고 불안했는데 간절함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구본길은 김정환과 함께 10년 넘게 한국 남자 사브르를 이끌고 있다. 2008년 구본길이 처음 태릉선수촌에 들어갔을 때부터 한 방을 썼던 둘은 이제 눈빛만 봐도 서로의 검이 어디로 향할지 짐작할 수 있다. 두 선수는 동반 그랜드슬램(올림픽, 아시아경기,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 4개 대회 우승)도 달성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단체전 금메달 이후 한 차례 은퇴를 선언했다 돌아온 김정환도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걸긴 했지만, 숱한 고난이 있었다. 한 차례 대표팀을 떠났다가 돌아오는 동안 세계 랭킹은 15위까지 떨어졌다. 체력에 대한 부담과 부상 위험도 있었다. 김정환은 “맏형 입장에서 동생들이 잘해줘 고마웠다”며 공을 동생들에게 돌렸다. 예비선수로 출전한 김준호(27)도 201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왼발 힘줄이 찢어지는 등 힘든 시간을 겪은 끝에 도쿄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올림픽 시작 전부터 선수 모두 “개인전보다는 단체전이 중요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구본길은 결승전을 앞두고 물 이외에 어떤 음식도 먹지 않으며 투혼을 발휘했다. 김준호도 “시합 전 음식을 먹는 대신 하나라도 더 배우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오상욱은 자신이 존경한다고 꼽은 김정환의 조언을 들으며 집중력을 높였다. 맏형 김정환은 동생들을 다독였다.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와 동메달 2개를 딴 김정환은 “올림픽은 내게 행운의 무대”라며 동생들을 향해 환하게 웃었다. 동생들도 미소로 답했다. 지바=김정훈 기자 hun@donga.com}

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하는 짜릿한 승부 끝에 한국 펜싱이 다시 한 번 세계 최정상 자리에 올라설 기회를 맞이했다. 세계랭킹 4위인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이 금메달 유력 후보인 세계랭킹 2위 독일을 꺾고 2020 도쿄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전에 진출했다. 전날 여자 에페 대표팀이 이루지 못한 한국 펜싱 대표팀 이번 대회 첫 금빛 사냥에 나설 기회를 잡았다. 오상욱(25), 김정환(38), 구본길(32), 김준호(27)로 구성된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28일 일본 지바현 지비사의 마쿠하리 메세B홀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사브르 단체전 준결승에서 45-42로 독일을 꺾고 결승전에 진출했다. 이날 한국은 경기 초반 체격적 우위를 점한 독일에 밀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위기 때마다 등판해 맹활약을 펼친 구본길의 활약에 힘입어 최소 은메달을 확보했다. 남자 사브르 단체전은 총 45점을 9개 바우트에 3명이 3번씩 나눠 경기를 치르며 해당 바우트 총점 기준에 도달하면 선수를 교체하는 방식이다. 이날 대표팀의 첫 주자는 세계랭킹 1위 오상욱이었다. 192cm의 장신인 오상욱은 큰 키와 긴 팔 다리를 활용해 독일과 엎치락뒤치락 맹공을 주고받으며 4-5로 1바우트를 먼저 내줬다. 하지만 3바우트에서 ‘맏형’ 김정환이 10-10 첫 동점을 만들었고, 4바우트에서는 구본길이 20-18로 역전을 시키며 이날 경기에서 처음으로 바우트를 먼저 가져왔다. 위기도 있었다. 25-21로 앞서며 맞이한 6바우트에서 김정환이 독일에 9점을 내주며 30-29로 역전을 허용한 것이다. 하지만 구본길이 4바우트에 이어 다시 한 번 7바우트에서도 35-33으로 재역전을 성공시키며 승기를 가져왔고, 8바우트에 이어 나온 김정환이 과감한 찌르기 공격으로 40-37로 달아났다. 최종 9바우트도 경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치열한 접전이었다. 독일이 맹공을 퍼부으며 40-40까지 추격을 해왔기 때문. 하지만 ‘에이스’ 오상욱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한 경기 운영 능력과 과감한 공격 전술로 45-42 승리를 가져오며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처음과 끝을 완벽하게 책임졌다. 28일 오후 7시 30분부터 시작되는 이탈리아와의 결승전에서 한국이 금메달을 딸 경우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이어 9년 만에 2관왕을 차지한다. 남자 사브르 단체전은 펜싱에 주어진 금메달 수를 맞추기 위해 단체전 한 종목씩 로테이션으로 올림픽에서 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열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참가한 한국은 금메달을 차지할 경우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게 된다.지바=김정훈 기자 hun@donga.com}

패색이 짙었지만 마지막 주자 최인정(31)은 포기하지 않았다. 밖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3명의 동료 선수들은 “할 수 있다”며 응원을 보냈다. 10초 사이에 2점을 보탠 최인정은 종료 23초 전 30-31까지 따라붙었다. 하지만 승부를 뒤집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도 은메달을 따낸 4명의 선수들은 서로를 얼싸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한국 펜싱 여자 에페 대표팀이 9년 만에 올림픽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인정, 강영미(36), 송세라(28), 이혜인(26)으로 구성된 여자 에페 대표팀(세계 랭킹 4위)은 27일 일본 지바시 마쿠하리 메세B홀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여자 에페 단체전 결승에서 에스토니아(세계 랭킹 7위)에 32-36으로 패했다. 이번 올림픽 펜싱 여자 대표팀의 첫 메달을 신고하며 2012년 런던 올림픽 이후 9년 만에 다시 이 종목 은메달을 수집했다. 한국 대표팀은 준결승에서 세계 1위 중국을 꺾고 결승에 오르며 첫 금메달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평균 신장이 7cm 가까이 큰 에스토니아(174cm)의 벽을 넘지 못했다. 전신을 모두 공격할 수 있는 에페는 신체조건이 유리한 유럽 선수들의 전유물로 불린다. 한국은 8라운드까지 에스토니아와 26-26 동점을 기록한 뒤 최종 라운드에서 막판까지 숨 막히는 접전을 펼쳤다. 여자 에페 대표팀은 지난해 3월 헝가리에서 열린 대회를 마친 뒤 3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며 위기를 맞기도 했다. 국가대표 첫 감염으로 한동안 마음고생을 했지만 도쿄 올림픽 시상대에 올라 활짝 웃었다. 한국 태권도는 2000년 시드니 대회에서 올림픽 정식종목이 된 뒤 처음으로 ‘노 골드’에 그쳤다. 이날 이다빈(25)이 여자 67kg 초과급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혈액암을 극복하고 돌아온 인교돈(29)이 남자 80kg 초과급에서 동메달을 추가하면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로 모든 일정을 마쳤다.지바=김정훈 기자 hun@donga.com지바=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