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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10명 중 7명은 2개 이상의 만성질환에, 3명은 우울증상에 시달리고 있지만 권장 수준에 맞춰 운동하는 비율은 절반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지 않은 노인이 건강 정보 소외 계층이라는 점을 감안해,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저소득 만성질환 고령자들에게 ‘찾아가는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노인실태조사를 토대로 65세 이상 고령자의 건강 상태와 병·의원 이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89.2%가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만성질환을 2개 이상 앓는 노인은 69.7%, 3개 이상은 46.2%로, 전체 노인이 평균 2.6개의 만성질환을 안은 채 살고 있다. 만성질환은 완치가 어려워 장기간 관찰해야 하는 질병이나 기능장애를 말하며 고혈압, 관절염, 당뇨병 등이 주를 이룬다. 만성질환의 투병 기간은 ‘남은 평생’과 다름없기 때문에 신체적 고통과 경제적 부담이 합쳐져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일이 잦다. 보건사회연구원이 1만261명을 상대로 검사해보니 65∼69세에서 23.9%였던 우울증 위험 인구 비율은 70∼74세에선 31.5%, 75∼79세 38.5%, 80∼84세 41.9% 등으로 점점 늘어나 85세 이상에선 49%에 달했다. 이 같은 경향은 점차 심해지고 있다. 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60대 이상의 우울증 진료 인원은 2010년 19만3078명에서 지난해 26만1740명으로 35.6%나 증가했다. 이는 노인의 만성질환을 사회 전체가 아닌 개인의 문제로 보는 시각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신체 질환뿐만 아니라 자녀의 성장에 따른 ‘빈 둥지 증후군’, 배우자와의 사별 후 겪는 스트레스 등이 복합적으로 노인들의 정신건강 악화에 영향을 미치지만 이들이 일정 기간마다 모여 대화를 나누거나 운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노인 중 권장 수준(1주에 150분) 이상 운동하는 비율은 43.9%에 불과했고,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이들도 41.9%나 됐다.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만성질환자 중엔 집에만 틀어박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어르신이 많다. 지역사회가 이들을 집 밖으로 끌어내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데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지난달부터 서울 종로구 율곡로 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기초생활 및 차상위 복지급여 수급자 중 만성질환으로 신체 및 정신건강에 어려움이 있는 고령자 40여 명을 대상으로 ‘시니어 100세 힐링센터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매주 2차례씩 12월까지 총 30차례에 걸쳐 아로마, 색칠, 음식세러피 등으로 구성된 ‘신체힐링’ ‘오감힐링’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재단은 특히 근육과 관절의 유연성과 심폐 기능을 증가시키기 위한 필라테스 수업을 병행한다. 이시형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이사장은 “힐링센터 사업이 노인 만성질환의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민관 협력의 선도적 모델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9월 마지막 주엔 일교차가 심하고 전국 곳곳에서 한때 비가 오겠다. 25일 기상청에 따르면 26일 제주와 남부 지역에 새벽부터 낮 사이에 60∼70% 확률로 비 소식이 있다. 예상 강수량은 전남과 경남 5∼30mm, 전북과 경북, 제주 5mm 안팎이다. 서울 인천 등은 구름이 많고 대전 충남 등은 오후부터 흐리겠다.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13∼21도, 낮 최고기온은 24∼29도로 일교차가 상당하겠다. 특히 서울(20∼29도)과 경기 수원(18∼29도), 강원 춘천(16∼28도), 세종시(17∼28도) 등 일교차가 10도 안팎인 수도권과 중부 지역에선 건강 관리에 주의하는 게 좋겠다. 전국이 대체로 청명하지만 서울 인천 경기와 대전 충남 충북은 고기압 정체 현상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한때 m³당 51∼100μg으로 ‘나쁨’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남해 동부 먼바다와 제주 남쪽 먼바다에선 물결이 1.5∼3m로 높고 그 밖의 해상은 0.5∼2.5m 수준으로 예상됐다. 당분간 전 해상에 돌풍이 불고 천둥 번개가 치는 곳도 있겠다. 27일 오전엔 기압골의 영향으로 서울과 충남에서 비가 시작돼 오후에 전북 경북 지역으로 확대되겠다. 비는 28일 전국에서 이어지다가 오후부터 차차 물러나겠지만 경남과 제주에선 29일 오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겠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성상철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68·사진)이 21일 “정부가 표심을 의식해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를 개편하지 않고 있다”고 발언해 파문이 일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고소득층의 부담을 키우는 것을 꺼려 건보료 개혁을 미루고 있다는 취지다. 성 이사장은 21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야당을 중심으로 건보료 부과 체계가 논의되고 있지만 정부도 더 늦기 전에 개편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여당이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 하락을 우려해 개편을 미루고 있다는 평가에 대해서도 “맞다. 하지만 자동차 배기량에 따라 부과되는 건보료 등 현행 체계의 불합리한 부분을 개편하면 오히려 박수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부과 체계 개편의 핵심은 건보료 책정 기준이다. 현재 직장 가입자의 건보료는 근로소득에 따라 책정되지만 지역 가입자에겐 재산, 자동차, 성별, 나이 등이 기준이라 부담이 크다. 더불어민주당은 7월 직장과 지역 가입자 구분을 없애고 모든 가입자의 건보료를 소득 기준으로 매기는 개편안을 내놓았다. 정부는 지난해 말 유사한 방안을 추진하려다 발표 하루 전 백지화했다. 파장이 커지자 건보공단은 22일 “부과 체계 개편 논의가 빨리 시작될수록 제도가 시행됐을 때 연착륙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이르면 내년 1월부터 환자 몰래 다른 의사에게 대리수술을 시킨 의사는 1년 동안 의료행위가 정지된다. 보건복지부는 의료인의 비도덕적인 행위에 대한 자격정지 처분을 현행 최대 1개월에서 12개월로 늘리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23일 입법예고한다고 22일 밝혔다. 대상이 되는 행위는 △대리수술 지시 △무단 낙태시술 △진료 목적 외 향정신성의약품 투약 △허가받지 않았거나 사용기한이 지난 의약품 사용 △성범죄 등 8가지다. 기존엔 '비도덕적 행위'의 구체적 기준이 없고 처분도 솜방망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7월 후배 의사에게 대리수술을 시켰다가 적발된 삼성서울병원 교수도 이달 초 자격정지 1개월 처분을 받았다. 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이를 위해 11월부터 전문가 평가단을 시범 구성해 지역 내에 비도덕적 진료행위가 있는지 감시한다. 평가단이 위법 행위를 포착하면 자체적으로 방문 조사한 뒤 필요하면 복지부, 보건소 등과 공동 조사해 의협 중앙윤리위원회를 거쳐 복지부에 행정처분을 의뢰한다. 하지만 평가단이 지역 의사회의 추천을 받은 의사들로만 구성되기 때문에 '봐주기나 솜방망이 처벌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복지부는 의사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3년마다 실시하는 면허신고 시 의료행위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신체적·정신적 질환을 반드시 보고하도록 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의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사건에 따른 후속조치다. 당시 원장 A 씨(52)는 "교통사고 후 뇌출혈로 몸을 움직이는 게 어려워져 주사기를 재사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 대상엔 △신경계 질환으로 인해 의사소통이 어렵거나 △운동능력이 떨어지고 치매 조현병 등 중대한 정신질환을 앓는 경우 등이 포함됐다. 이는 2018년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의료계 반발 탓에 보고를 빼먹었을 때 이를 처분할 수 있는 조항은 빠져 '반쪽짜리'라는 비판이 나온다. 의료법 개정안엔 간호조무사의 자격 신고를 3년마다 복지부 장관에게 하도록 하고 이를 어길 경우 자격을 정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11월부터 중환자실에 입원한 신생아의 독감(인플루엔자) 검사비가 면제된다. 또 오후 10시 이후에 분만하는 산모를 받은 병의원엔 건강보험 진료비를 2배로 주기로 해 ‘분만 사각지대’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21일 제14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어 이같이 의결했다고 밝혔다. 미숙아와 중환아의 가족이 맞닥뜨려야 했던 ‘진료비 폭탄’을 줄이기 위한 개선안에는 연간 130억 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추가로 투입된다. 우선 태어난 지 4주가 지나지 않은 영유아가 중환자실에 입원하면 독감 등 호흡기 바이러스 8종을 검사하는 데 드는 본인부담금 15만 원가량을 전액 건강보험이 대신 내준다. 이들은 면역력이 약하고 호흡기가 덜 발달해 바이러스에 조금만 노출돼도 심각한 상태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격이 비싼 특수 인공호흡기와 고성능 인큐베이터 등 신생아용 장비와 신생아 중환자실에 대한 건강보험 혜택도 높이거나 현실화한다. 기존엔 질병을 앓는 신생아의 하루 입원료가 건강한 신생아보다 최대 1만2600원 저렴해 산부인과가 아픈 아이를 받는 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분만 사각지대를 줄이는 각종 정책엔 연간 165억 원이 들어간다. 충남 서천군 등 산부인과 접근성이 떨어지는 분만 취약지 97곳에서 자연분만을 하면 해당 병의원이 건강보험 분만료를 현행의 3배로 받을 수 있다. 자연분만엔 본인부담금이 붙지 않기 때문에 산모가 추가로 내야 할 돈은 없다. 조산(임신 34주 미만), 태아 기형 등 고위험 분만엔 30%,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 사이의 심야분만엔 100% 수가가 가산된다. ‘유전성 대사질환 진단검사’와 ‘전정 유발 근전위 검사’ 등 18개 항목에 건강보험 혜택을 새로 적용하는 등 4대 중증질환(암, 심장, 뇌혈관, 희귀 질환)의 보장성을 높이기 위한 내용도 포함됐다. 이로 인해 연간 최대 41만 명이 의료비 경감 혜택을 받고 건강보험 재정은 67억 원씩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김포공항에서 근무하는 항공사 직원이 홍역으로 확진됐다. 질병관리본부는 일본 국적 항공사의 사무직원 A 씨(38)가 19일 홍역 유전자 진단검사에서 양성으로 확인돼 같은 항공사 동료와 가족 등 102명이 홍역 의심 증상을 보이는지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A 씨는 7일 열이 나고 기침을 하다가 11일 피부가 붉게 솟아오르자 12∼14일 서울 양천구 E의원에서 치료받은 뒤 현재는 완전히 회복했다. 홍역은 침방울 등으로 호흡기에 감염된 뒤 10∼12일 잠복기를 거쳐 감기와 유사한 발열 기침과 발진 증세로 나타난다. 보통 일주일 후면 자연히 회복되지만 드물게 폐렴으로 악화한다. 보건당국은 A 씨가 공항에서 대민 업무를 하지 않았고 한국인의 예방접종률이 95% 이상이기 때문에 홍역이 퍼질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2014년 442명이던 국내 홍역 환자는 지난해 7명, 올해 8명 등으로 크게 줄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12일 경북 경주시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5.8의 지진 후 발생한 여진 중 일부는 ‘숨겨진 단층(Hidden Fault)’에서 촉발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20일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본진이 일어난 곳 주변의 수많은 단층에 진동이 전달돼 앞으로 1년 가까이 규모 5.0 안팎의 여진이 계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20일 기상청에 따르면 12일 이후 9일간 경주시 인근에서 발생한 규모 2.0 이상의 지진은 총 132건으로 지난해 1년간 한반도에서 발생한 규모 2.0 이상 지진 총횟수(44건)의 3배였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진원지 132곳을 지리정보 전문 업체 ‘비즈지아이에스’의 지리정보시스템(GIS)으로 분석해 보니 19일 규모 4.5의 여진 지점을 포함한 127건은 본진이 일어난 경주시 내남면 화곡저수지의 반지름 5km 안에 집중돼 있었다. 국립대 지질학과 교수들로 구성된 여진분석팀은 이처럼 진앙이 밀집된 형태로 볼 때 이번 강진의 원인이 경북 영덕군에서 부산까지 육지 170km 구간을 관통하는 양산단층일 가능성이 높다고 중간 결론을 내렸다. 분석팀에 참여한 강태섭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여진이 양산단층이 발달한 남북 방향에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양산단층과 무관한 곳에서 발생한 지진 2건을 두고는 숨겨진 단층이 원인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12일 오후 9시 33분 경주시 산내면 외칠리와 13일 오후 11시 8분 외동읍 입실리에서 각각 기록된 규모 2.3의 지진은 발생 지점이 화곡저수지에서 서쪽으로 14.5km, 동쪽으로 16.8km 떨어져 있어 양산단층과 거리가 멀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지진의 양상과 진앙 분포를 보면 아직 이름조차 붙지 않은 단층이 촉발한 지진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숨겨진 단층은 규모와 형태가 파악되지 않아 그 파급력이 베일에 가려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팀은 7월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숨겨진 단층이 규모 9.0 이상의 강진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는 숨겨진 단층은커녕 이미 알려진 대형 단층의 활성화 여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2009년 활성단층 및 지진 위험 지도 제작을 추진하다가 2012년 이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안전처가 뒤늦게 지진 빈발 지역의 단층 활성화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완료하는 데에는 2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태평양판과 인도판이 만나 활성단층에 쌓인 응력(應力·힘이 가해졌을 때 내부에 생기는 저항력)이 언젠가 지진으로 나타날지, 아니면 단층이 얌전히 가라앉아 스스로 사라질지 예측하려면 곳곳에 계측기를 설치해 둬야 하는데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날이 어둑해질 때까지 놀이터에서 서성이다가 집으로 향하는 30대 초반 지적장애인 A 씨의 발걸음이 무겁다. 함께 사는 남동생은 “맘에 안 든다”며 A 씨의 옆구리를 발로 차기 일쑤다. 누나는 물건으로 머리를 때린다. 온몸의 멍을 수상히 여긴 활동보조인의 신고로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가 상담하는 과정에서 A 씨는 “가족은 내가 동네북인 줄 안다. 집이 무섭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최근 충북 청주시의 축사와 타이어 수리점 등에서 재가(在家) 장애인을 노예처럼 부리고 학대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이들에 대한 인권 방치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재가 장애인은 전체 등록 장애인 249만406명 중 245만9184명(98.7%)에 이르지만 3년마다 전수 점검 대상이 되는 시설 거주 장애인과 달리 정부가 인권 실태를 한 번도 점검하지 않았다. ‘축사·타이어 노예’ 사건의 피해자 고모 씨(48)와 김모 씨(42)도 재가 장애인으로 분류돼 점검을 피해갔다. 서울에 사는 뇌병변장애인 B 씨(48·여)는 유일한 가족인 어머니가 외출을 허용하지 않고 집 안에서 휠체어도 못 타게 해 집에 갇혀 벽을 쳐다보는 게 일상의 전부다. B 씨처럼 일상생활 기능이 떨어지고 빈곤한 경우 보호자가 장애인에게 폭언을 일삼거나, 반대로 장애인이 보호자를 폭행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재가 정신장애인 534명을 조사했더니 139명(26%)은 가족과 살지 않고 장애인시설이나 요양시설에서 살고 싶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20일부터 한 달간 재가 장애인의 인권 실태를 점검하기로 했다. 우선 △장애 등급 재판정 시기를 한 번이라도 넘겼거나 △부모도 장애인이거나 사망해 제대로 보살필 사람이 없고 △기초생활수급자 등 소득 수준이 낮은 1만여 명을 먼저 점검한 뒤 학대 정황이 포착되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하지만 장애인계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안 그래도 업무가 과중한 읍면동 주민센터에 점검을 맡기면 전화만 한 통 걸어보고 ‘이상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 때문에 지역 사회의 인권 의식을 높이는 프로그램을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2010년 ‘차고 노예’, 2014년 ‘염전 노예’ 사건 이후에도 정부가 인권 침해 사례를 여러 건 적발했지만 피해자 대다수가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염전 등 원래 거주지로 돌아갔다. 정부에 등록되지 않은 장애인 12만5567명(추산)은 이번 특별 점검에서도 제외됐다. 등급 재판정(2년 주기) 절차조차 밟지 않는 미등록 장애인은 인권 사각지대에 방치됐을 우려가 높다. 충북도가 지난달 20일부터 벌인 자체 조사에서 적발한 강제 노역 피해자 중에도 미등록 장애인이 여럿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문희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사무차장은 “정부는 ‘사안이 잠잠해질 때까지만 모면하자’고 생각하지 말고 인권 침해 감시 체계를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인천 남구의 한 사회복지사가 7월 초 윤아영(가명·12) 양 여섯 남매의 집을 찾았을 때 33m² 남짓한 반지하 방은 잡동사니가 산을 이뤄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싱크대가 고장 나 설거지물을 바가지로 퍼서 화장실로 날라야 했고, 돌을 갓 넘긴 막내는 햇빛을 보지 못한 듯 새하얀 얼굴로 곰팡이로 뒤덮인 천장 아래 누워 있었다. 여성가족부 인천남구건강가정지원센터는 윤 양 남매가 정서적 학대와 방임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고 이 가정을 위기가정 집중관리 프로그램인 ‘가족행복드림’ 대상으로 선정했다.○ 학대 위험 가정에 ‘응급 수술’ 가족행복드림은 아동학대가 의심되거나 사회적 경제적 문제가 있는 가정에 10∼15차례 전문상담사를 보내 문제점을 진단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로 6월부터 시범 운영 중이다. 대상은 △아동학대 가해 전력이 있는 보호자 △아이를 병원이나 초등학교에 보내지 않는 방임 의심 가정 △한부모·이혼·재혼·빈곤(중위소득 72% 이하) 가정 등 취약계층이다. 평범한 가정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부모 교육이 아동학대를 막기 위한 ‘예방접종’이라면 가족행복드림은 이미 진행 중인 학대를 막기 위한 ‘응급 수술’이나 학대의 재발을 막을 ‘항암치료’에 비유할 수 있다. 윤 양의 어머니 A 씨(33)는 재혼 전후를 합쳐 자녀가 6명으로 늘고 가정 형편이 어려워지자 우울증에 빠져 살림과 육아에 거의 손을 놓고 있었다. 상담사는 A 씨가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학대받은 기억 탓에 무기력증이 심해졌다고 판단했다. A 씨의 남편은 집안일에 전혀 동참하지 않았고, 도움을 얻을 친인척도 없었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이 절실했다. 건강가정지원센터는 전문상담사를 파견해 일대일 상담을 하는 한편으로 정리·수납 전문업체 ‘더민’의 재능 기부를 받아 집 안 청소부터 시작했다. 지저분한 환경 탓에 여섯 남매가 호흡기 질환에 걸릴 위험까지 있었기 때문이다. 집 안에 가득했던 살림이 말끔히 정리되자 A 씨의 눈빛에 생기가 돌아왔다. 센터는 A 씨가 혼자서 집안일을 전부 챙기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여섯 남매에게도 신발장 정리, 싱크대 청소 등 집안일을 분담해줬다. 센터가 연결해준 관할 청소년문화회관은 여섯 남매에게 각종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A 씨는 요즈음도 간혹 상담사에게 ‘살고 싶지 않다’는 전화를 걸지만 이는 오히려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한다. 예전과 달리 속마음을 터놓을 상대가 한 명이라도 생긴 셈이기 때문이다. ○ 실직 부모에 취업 연계도 경기 안산시에 사는 B 씨(50·여)는 가족행복드림 대상이 된 뒤 고용지원센터의 ‘취업 성공 패키지’를 소개받았다. 지난해 12월 일자리를 잃은 뒤 알코올의존증이 심해진 남편을 대신한 것이다. 남편은 멀쩡할 땐 고압적으로 세 아들을 꾸짖었고, 술을 마시면 둘째에게 손찌검을 했다. 4월경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학대 신고를 받고 B 씨 가정을 방문했을 때 아이들은 상담사와 눈을 맞추지 못할 정도로 불안이 몸에 배어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생인 셋째는 한글도 떼지 못한 상태였다. B 씨가 컴퓨터 활용 능력 자격증을 딴 뒤 직장을 잡아 경제권을 갖게 되자 남편의 태도도 달라졌다. 처음엔 “남의 가정사에 웬 참견이냐”며 상담을 거부했지만 요즘은 빨래를 개거나 거실을 청소하기도 한다. 건강가정지원센터는 관계가 서먹했던 형제끼리 활발히 대화할 수 있도록 배움지도사를 보내 보드게임을 함께 하는 등 경직된 집안 분위기를 바꾸려는 노력도 함께 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혼자 아이를 키우는 C 씨(35·여)에게는 건강가정지원센터가 변호사를 소개해 법률 지원도 할 예정이다. 가정폭력 탓에 지난해 이혼한 남편이 양육비를 전혀 보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C 씨는 이혼 후 대인기피증이 생겨 집 밖으로 거의 나간 적이 없는 터라 심리적 불안정을 극복하는 상담도 하고 있다. 조민경 여가부 가족정책과장은 “아동학대 3건 중 1건은 부모가 양육 방법을 잘 알지 못해 발생했다”며 “위기 가정을 선제적으로 찾아내 가정 내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을 교육하는 게 학대 예방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가부는 12월까지 서울 구로·동대문·서초구와 경기 의정부시, 인천 남구 등 수도권 6개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가족행복드림 시범 사업을 실시한 뒤 내년부턴 예산 12억 원을 새로 투입해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서비스 문의는 건강가정지원센터 홈페이지() 및 전화(1577-9337)로 하면 된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일본군 위안부 화해·치유 재단’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서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의 뜻을 담은 편지를 받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돼 파장이 예상된다. 이는 최근 일본 정부가 내놓은 재단금과 별개로 위안부 합의 취지에 맞는 진정성 있는 ‘정서적 위로’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인데 논란이 불가피하다.○ “총리 편지가 ‘치유’ 정신에 부합” 18일 재단 관계자는 “피해자들에게 배상·위로금(생존자 1억 원, 사망자 유족 2000만 원)을 전달할 때 동봉할 수 있도록 이르면 10월 내 아베 총리의 편지를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단은 이달 초 이사회에서 이 같은 방침을 정한 뒤 한일 관계와 외교 분야에 정통한 인사들을 통해 일본 정부에 여러 경로로 편지 작성 의사를 타진했지만 아직 아베 총리의 답변을 받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단은 아베 총리가 직접 쓴 편지를 피해 할머니 개개인에게 전달하는 것이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한다”는 합의 정신에 부합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28일 공개석상에서 발표한 총리 명의의 합의문이 편지보다 외교적으론 더 무게감이 크지만 적지 않은 피해 할머니들이 ‘총리가 아닌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이 대리 사과를 했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총리의 편지가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5년 일본 민간 단체가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사과금’으로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아시아여성기금)’을 모금했을 때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당시 일본 총리가 사죄 편지를 피해자들에게 전달하기로 했지만 사적(私的) 편지였던 데다 일본 정부의 책임을 언급하지 않아 무산됐다. 2012년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당시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도 일본 총리의 사죄 편지와 주한 일본대사의 면담, 사과를 포함한 합의안을 제시했지만 한국이 거부했다. 전망은 엇갈린다. 일각에선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일본 총리 등 일본 내에서도 편지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들이 있다는 점을 들어 ‘편지 전달’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반면 일본 정부 차원의 재단금이 전달됐고, 아베 총리가 지지층인 자국 우익 세력의 반발을 우려해 편지 작성을 거부할 거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재단의 움직임에 대해 ‘뒷북’을 치는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지난해 합의를 앞두고 열린 한일 국장급 협의에선 편지 문제도 검토됐지만 최종적으론 일본 외상이 합의문을 읽는 방식만 채택됐다. 또한 재단이 독자적으로 사과 편지를 추진하다가 거부당하면 그에 따른 외교적 파장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지적도 나온다.○ 배상금에 ‘세금 폭탄’ 피하기 위해 진땀 이런 가운데 재단금을 집행하기 전 가장 시급한 문제인 배상·위로금의 용처와 전달 방법을 놓고 재단 측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생존한 피해자의 정확한 뜻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7일 김태현 재단 이사장이 경기 용인시의 한 병원에 입원한 이모 할머니(90)를 만났을 때 뇌경색으로 인지·표현 능력이 떨어지는 이 할머니는 ‘한일 합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엔 “마음이 좋아”라고 답했지만 ‘보상금을 어디에 쓰겠느냐’는 질문엔 “돈 받으면 약 먹고 싶어. 일본 가서 높은 사람 만나고 싶어”라고만 간신히 대답했다. 현재 생존자 40명 중 12명은 치매 등으로 의사 표현이 어렵다. 세금도 문제다. 현행 소득세법상 지정기부금 단체로부터 수령한 현금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적게는 4.4%, 많게는 22%를 소득세로 내야 한다. 따라서 할머니들이 배상·위로금을 수령할 때 많게는 2200만 원을 세금으로 떼일 수 있다. 재단을 관할하는 여성가족부는 “신체, 자유, 명예, 정조 등 인격적 이익의 침해로 지급되는 배상금과 위자료에는 소득세를 매기지 않는다”는 ‘소득세법 집행 기준’을 적용해 위안부 배상·위로금엔 세금을 아예 부과하지 않는 방안을 세무 당국과 협의 중이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필리핀에서 최근 귀국한 20대 남성이 국내 13번째 감염자로 확진됐다. 질병관리본부는 2일 필리핀으로 출국해 칼람바 시를 여행한 뒤 13일 국내로 돌아온 L 씨(28)의 혈액과 소변에서 17일 지카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확인됐다고 18일 밝혔다. L 씨는 필리핀에서 모기에 물린 것으로 추정되며, 14일부터 발진 증상이 나타나 17일 인천 길병원을 찾았다가 지카 바이러스 감염 의심자로 신고됐다. L 씨는 현재 건강을 회복했지만 신경 이상 증세가 나타날 가능성에 대비해 서울대병원에서 추가 검사를 받고 있다. L 씨와 필리핀에 동행했던 3명도 검사가 진행 중이다. 보건당국은 L 씨가 귀국 후 헌혈하거나 모기에 물린 적이 없어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30년간 담배를 매일 1갑씩 피운 55∼74세 흡연자는 내년부터 폐암 검진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암 치료 후에도 경제적, 사회적 고통을 받는 암 생존자 137만 명에 대한 지원이 강화된다. 보건복지부는 12일 국가암관리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제3차(2016∼2020년) 국가 암 관리 종합계획’을 확정했다. 폐암은 암이 1983년 이후 한국인의 첫 번째 사망 원인으로 자리 잡게 한 ‘주범’이다. 인구 10만 명당 폐암 사망자는 19.1명(2014년)이고, 암 사망자 중 폐암이 차지하는 비중은 22.8%(2013년)로 가장 크다. 2009∼2013년 폐암으로 확정 진단이나 수술을 받은 환자의 5년 생존율은 23.5%로, 췌장암(9.4%)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복지부는 우선 내년부터 흡연력이 30갑년(30년간 매일 1갑 혹은 15년간 매일 2갑) 이상인 8000여 명에게 29억 원을 들여 국립암센터 및 전국 지역암센터 12곳에서 방사선 노출량이 적은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CT) 방식으로 폐암 검진을 한다. 시범 사업의 추이를 지켜본 뒤 이르면 2019년 위·간·대장·유방·자궁경부암 등으로 이뤄진 ‘5대 국가 암 검진’에 폐암을 추가해 검진비 지원 대상을 늘릴 방침이다. 종합계획엔 암 생존자의 관리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권역별로 ‘통합지지센터’를 설립하는 내용도 담겼다. 암 회복 후 건강관리를 위한 표준 지침을 만들고 개인별로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골자다. 저소득층은 기존엔 국가 암 검진에서 암이 발견된 경우에만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었지만 국가 검진 여부와 무관하게 의료비를 최대 3년간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2020년까지 말기 암 환자의 호스피스 완화의료(완치 가능성 없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치료행위) 이용률을 25%로 높이기 위해 서비스 체계도 다양화한다. 가정이나 일반병동에 머무는 환자를 의료진이 찾아가고 소아 환자 전담팀을 만드는 등의 방안이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딸 채경이(가명·15)의 휴지통에서 공책 여러 권이 찢어진 채 발견됐을 때 주부 박모 씨(43)는 그 무섭다는 ‘중2병’이 조금 늦게 찾아온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딸이 끼니를 자주 거르고 자살한 연예인에 대해 ‘죽으면 편할까’ 등의 이야기까지 하게 되자 박 씨는 딸과 함께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 채경 양은 소아청소년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한국 청소년(10∼19세)의 1995∼2012년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는 남성 5.6명, 여성 4.4명이었다. 남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6.2명)보다 약간 적지만 여성은 뉴질랜드(5.7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통계청의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 10명 중 1명은 지난 한 해 동안 한 번 이상 ‘자살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 이유로는 성적 및 진학 문제(39.2%), 가정 불화(16.9%), 경제적 어려움(16.7%) 등이 꼽혔다. 청소년은 자신의 감정을 파악하고 표현하는 게 미숙해 성인 우울증에 비해 증상을 주변 사람이 눈치 채기 어렵다. 스마트폰·게임 중독이나 사춘기의 급격한 기분 변화 등 다른 모습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아 ‘가면(假面)우울증’이라고도 한다. 자녀가 평소와 달리 과격한 말과 행동을 하거나 별다른 이유 없이 몸이 아프다고 하면 우울증을 의심해 보는 게 좋다. 사소한 실수에 ‘죄송하다’는 말을 자주 하거나 죽음과 외로움에 대해 언급하는 것도 ‘경고 표시’ 중 하나다. 자신이 벌을 받아야 한다는 ‘처벌 망상’이나 주변에서 벌어진 일을 과도하게 자신이 한 행동의 결과로 해석하는 ‘관계 망상’은 우울증이 심한 정도에 이르렀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이럴 때 덩달아 자녀에게 짜증을 내거나 야단을 치면 큰 상처를 주게 된다. 청소년 우울증과 관련된 가장 잘못된 믿음은 ‘우울감에 대해 얘기하면 증상이 더 나빠지기 때문에 사춘기와 함께 자연히 사라지도록 내버려 두는 게 낫다’는 것이다. 우울증은 단순히 기분이 좋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두뇌의 신경전달물질과 관련된 질환이다. 적절히 치료받지 않으면 수개월 혹은 수년 동안 지속되다 극단적인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 친구나 가족과 우울한 감정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우울증을 극복하는 첫 단계다. 증상이 지속되면 꼭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해 정식으로 검사를 받아야 하고, 일상생활이나 학업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각해지면 항우울제 복용을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가족 등 주변 사람이 청소년과 함께 우울증이 생각과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공부하고 치료를 잘 받고 있는지 관심을 가져주는 게 중요하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서울시교육청, 중앙자살예방센터와 함께 청소년 예방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미술치료와 연극치료, 생명존중 연극 관람엔 4428명이 참가했고, 우울증 위험을 조기에 진단하기 위한 교우관계검사는 5199명이 받았다. 자살 예방과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초등학생을 상대로 실시하는 인성 교육엔 1만2780명이 참여했다. 재단 관계자는 “지난 2주 동안 슬프거나 화나는 기분이 지속되는 등 우울증 의심 증상에 시달렸다면 중앙자살예방센터(02-2203-0053)나 정신건강위기 상담전화(1577-0199)로 전화해 달라”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최근 경남 거제시의 한 초밥집 식재료에 이어 8일 인근 해역에서도 콜레라균이 검출되자 이미 균에 오염된 환경 탓에 유행이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9일 질병관리본부와 역학 전문가들의 조언을 토대로 콜레라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짚어봤다. Q. 이번 콜레라, 가을까지 이어지나. A. 그럴 수 있다. 국내에서 1963년 이후 발생한 콜레라 환자 2663명 중 9월에 발병한 환자는 2008명(75.4%), 10월은 431명(16.2%)이었다. 10월까지는 인근 해역의 수산물을 통해 추가 환자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11월 이후에도 유행이 이어질 확률은 낮다. 1963∼1964년엔 11월에도 환자가 7명 나왔지만 주로 상하수도 시설이 열악해 사람끼리 전파한 사례였고, 1965년부터는 11월 이후 환자가 한 명도 없었다. Q. 콜레라가 내년에도 유행하나. A. 현재로선 미지수다. 1995년 이후 국내 해안가에서 콜레라균이 검출된 사례는 7∼9월에 집중돼 있지만 2000년엔 1, 2월에도 콜레라균이 검출됐다는 비공식 기록이 있다. 생물학적으로는 콜레라균이 인근 해역에서 겨울을 난 뒤 내년에 다시 증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올해 겨울과 내년 여름의 기온이 주요 변수다. 따뜻한 날씨와 잔잔한 바람이 유지되다가 폭염이 다시 찾아오면 콜레라균이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 Q. 국내 바닷물, 이미 콜레라균에 오염된 상태인가. A. 전 해역이 오염됐을 가능성은 낮지만 주의가 필요하다. 질병관리본부는 올해 662차례에 걸친 바닷물 검사에서 단 한 차례만 콜레라균이 검출됐다는 점을 들어 오염 규모가 작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행 검사 방식으로 콜레라균을 찾아내는 게 ‘사막에서 바늘 찾기’만큼 어렵다는 점, 환자 139명이 발생했던 2001년에도 콜레라균이 바닷물에서 검출된 것은 단 한 차례(경남 통영시)였던 점을 감안하면 인근 해역에서 잡힌 수산물을 껍질째, 혹은 날것으로 먹는 것은 당분간 피하는 게 좋다. Q. 초밥집에서도 콜레라균이 나왔다는데…. A. 해당 콜레라균은 ‘가짜 콜레라균’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필리핀에서 콜레라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네 번째 환자(47)는 지난달 29일 증상이 발생하기 2시간 전 부산의 한 초밥집에 들렀는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현장에서 수거한 세네갈산 고둥에서 콜레라균이 검출됐다. 이 균은 혈청학적으로 감염병을 일으키지 않는 종류라서 이번 유행 사태와는 무관하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52·사진)은 5일 “위안부 ‘화해·치유재단’ 설립이 소녀상 철거로 이어질 일은 없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최근 재단에 10억 엔(약 106억 원)을 송금한 것과 관련해 ‘소녀상 철거의 대가’라는 의혹이 제기되자 선을 그은 것이다. 강 장관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재단의 운영 방향 △지난해 말 초안이 완성된 위안부 백서의 발간이 늦어지는 이유 △위안부 기록 유네스코 등재 지원 예산의 삭감 이유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원하는대로 맞춤형 지원” ▼“위안부 소녀상 철거는 정부가 결정할 일이 아닙니다.”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이 곧 본격 활동을 시작할 ‘일본군 위안부 화해·치유 재단’이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를 전제로 설립된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5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재단은 소녀상과 무관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부 부처의 수장이 소녀상 철거 논란에 대해 직접 방침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 장관은 또 재단금의 사용처에 대해 피해 할머니들이 원하는 대로 맞춤형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일 합의 내용 중 소녀상에 대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는 언급이 있다. “‘적절한 노력’은 외교적인 성의를 뜻할 순 있지만 강제 철거한다는 뜻이 아니다. 2011년 여가부가 종로구에 소녀상 설치 협조 공문을 보낸 것은 시민단체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철거도 마찬가지다. 국민이 ‘일본이 충분히 반성했으니 이 정도면 됐다’며 철거를 요청하면 모를까, 정부가 먼저 나설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위안부 생존자 46명 중 12명이 한일 위안부 합의에 반발해 소송을 냈다. “합의가 완벽했다고 평가할 순 없다. 하지만 2011년 8월 헌법재판소가 ‘고령인 피해자들은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면 존엄을 회복하는 것이 영원히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처럼 ‘한 명이라도 더 살아있을 때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현 상황을 고려해 합의한 거라고 본다. 피해자 중에도 이번 한일 합의를 인정하는 분이 더 많다.” ―재단금(약 106억 원)을 어떻게 사용할 계획인가. “피해 할머니마다 원하는 바가 다르다. 어떤 분은 현금 수령을 원하고, 어떤 분은 ‘공장을 지어 청년들 취업시켜 달라’고 한다. 각자의 소망을 존중해 개개인에게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 수령을 거부하는 분의 몫은 남겨두는 게 옳다.” ―위안부 기록 유네스코 등재 지원 사업 예산이 내년엔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여가부는 민간위원회가 유네스코 등재 신청을 위해 자료를 수집하는 작업을 도와왔고, 올해 6월 신청이 완료되면서 지원 사업도 마무리했다. 우리(정부)가 나서면 일본 정부도 나설 텐데 ‘국가 간 힘겨루기’로 번지는 게 과연 위안부 기록 등재에 유리할지 냉정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만약 기록 수집, 보존과 관련해 정부 지원이 추가로 필요하다면 예산과 무관하게 별도로 지원할 수 있다.” ―위안부 백서 발간은 왜 늦어지나. “백서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한일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었다. 백서를 만들던 중 합의가 이뤄졌으니, 그 주요 조치 중 하나였던 재단이 설립되고 활동하는 내용까지 담아야 백서를 마무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재단 설립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백서에 기록하게 될 거다. 올해 안에 발간할 수 있길 희망하고 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가정 폭력에 대한 해결책이 있나. “생애 주기별 부모 교육을 전국 건강가정지원센터뿐 아니라 대형마트·백화점의 문화센터와 군에서도 실시할 예정이다. 10월부턴 아이사랑 카드(보육료 바우처) 발급 전 부모 교육 동영상을 반드시 시청하도록 하는 등 온라인 강의도 늘릴 방침이다.” ―다문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한 지 10년이 됐다. 가장 큰 과제는…. “다문화 아이들이 군대에 갈 나이가 됐다. 군 생활에 원만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당면 과제다. 내년부턴 결혼이주여성이 최소한 초등학생 수준 이상의 한국어를 구사하고 우리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하겠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횟집과 수산시장을 대상으로 한 위생 점검 항목에서 콜레라균 검사가 제외된 사실이 확인됐다.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콜레라 환자 4명 중 2명은 횟집에서 회를 사 먹고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생활 속 수산물은 원산지를 불문하고 감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입 수산물에 대한 콜레라균 검역도 이미 3년 전 중단됐다, 4일 수산물 관리 당국에 따르면 해양수산부 산하 수산물품질관리원은 1996년부터 중국과 동남아 등 콜레라 오염국에서 수입한 수산물의 콜레라균 검출 여부를 표본(2%) 감시해왔다. 하지만 2013년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무총리 산하로 승격되며 수산물 검역 업무를 넘겨받았고, 이때부터 콜레라균 검역을 실시하지 않았다. 수산물 생산단계(양식장)에서 벌이는 안전성 검사와 유통·소비 단계(음식점 등)에서 하는 위생검사 항목에는 식중독균과 중금속 항목은 있지만 콜레라균 검사는 포함돼 있지 않았다. 한편 질병관리본부는 필리핀에서 귀국한 뒤 설사 증세를 보인 A 씨(47·부산)가 3일 콜레라 환자로 확진됐다고 밝혔다. 조건희 becom@donga.com·임현석 기자}

《 정부의 뒤늦은 정책 대응과 책임 떠넘기기가 국민들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다. 구멍이 뚫린 콜레라 감시 체계를 두고서는 책임을 떠넘기는 작태를 보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질병 관리는 질병관리본부의 업무라고 떠밀고 있고, 질병관리본부는 식품을 관리하는 것은 식약처의 임무라고 미루고 있다. 》 “콜레라는 법정 감염병이니 질병관리본부 관할이다.”(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 “수산물은 식품이니 식약처가 맡고 있다.”(질병관리본부 관계자) 경남 거제시에서 확인된 콜레라는 수산물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식약처와 질병관리본부, 수산물품질관리원 등 관계 기관들은 콜레라균의 감시 책임을 떠넘기기 바쁘다. 15년 만에 국내에 콜레라가 다시 등장한 가장 큰 원인은 기록적인 폭염이 아닌 ‘부처 간 칸막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각 부처는 콜레라균을 어떻게 감시 사각지대로 내몰았을까. ‘식품의 기준 및 규격’ 고시에 따르면 음식점을 대상으로 식약처가 실시하는 위생 점검 대상에 식중독균(살모넬라균, 황색포도상구균, 장염비브리오 등), 결핵균, 탄저균 검출 여부와 중금속, 방사성물질, 일산화탄소의 농도 기준 등은 포함돼 있지만 콜레라균은 빠져 있다. 식약처는 콜레라가 물에 의해 감염되는 수인성(水因性) 감염병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질병관리본부 소관이라고 말한다. 이는 수산물 등 식품이 아닌 물에 의해 콜레라에 감염된 국내 사례가 1960년대 이후 단 한 건도 없고, 식약처가 식품 안전의 총괄 부처라는 점을 감안하면 옹색한 변명이라는 시각이 많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감염 원인이 파악되는 대로 콜레라균을 검사 항목에 다시 포함할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전국 양식장의 안전성은 수산물품질관리원이 맡고 있다. 하지만 검사의 초점은 어패류에 금지 약품을 사용했는지, 중금속이 섞여 나오지 않는지 등에 맞춰져 있다. 콜레라균은 검사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수산물품질관리원은 이번 콜레라 유행 사태 이후에야 경남 지역의 양식장에서 균 검사를 벌이고 있다. 콜레라 오염 국가에서 출발한 선박과 항공기, 여행객에 대한 감시에도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다. 질병관리본부 국립검역소가 지정한 콜레라 오염국은 이라크, 콩고민주공화국, 탄자니아, 북한뿐이다. 네 번째 환자 A 씨가 콜레라에 감염돼 온 것으로 추정되는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는 감시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 필리핀 등을 오염국으로 지정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대다수 동남아 국가는 여행객이 줄까 봐 콜레라 환자를 숨기고 있다. 보건 당국의 추측대로 거제시 인근 해역이 콜레라균에 오염됐다면 가장 유력한 유입 경로는 해외 선박의 평형수(중심을 잡아주기 위해 배 바닥에 채우는 바닷물)다. 그러나 해양수산부는 2007년 ‘선박 평형수 관리법’을 만들었지만 외항선 평형수 감시에는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다. 평형수 배출 금지 조항이 시행되는 시점을 ‘국제해사기구(IMO)의 관련 협약이 발효되는 시기’로 정했는데, 참여국이 적어 내년에야 협약이 발효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전국 검역소 13곳은 2일에야 외항선 평형수의 위생 상태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엄중식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콜레라 감시 체계가 수산물, 선박 평형수, 바닷물 등 모든 영역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 당국은 4번째 콜레라 환자 A 씨가 해외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A 씨는 지난달 24∼28일 필리핀 여행을 다녀왔는데 귀국 다음 날(29일) 오후 8시부터 설사 증상이 나타났다. 해외에서 감염돼 국내로 유입된 콜레라 환자는 종종 나왔다. 2004년 이후 해외 유입 환자는 57명에 이른다. 이들 환자 중 절반 이상인 34명이 7, 8월에 발병한 것으로 나타났다.조건희 becom@donga.com·임현석 기자}

이번 콜레라 사태에서 가장 큰 미스터리는 ‘15년 동안 보이지 않았던 콜레라균이 어디서 나왔느냐’는 것이다. 2001년 콜레라 대유행 당시 국립보건원(현 질병관리본부) 중앙역학조사반장을 맡았던 임현술 동국대 예방의학과 교수(64·사진)는 1일 해외 선박이 콜레라균을 몰고 왔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임 교수에 따르면 콜레라균은 바닷속 플랑크톤에 기생해 번식하는데, 보건당국의 추측대로 경남 거제시 인근 해역에 콜레라균이 번져 있다면 가능성은 △균이 해류를 타고 왔거나 △물고기 아가미 등에 숨어서 왔거나 △해외 선박·선원에 묻어 왔을 경우 등 3가지다. 하지만 해류나 물고기에 이동 수단이었다면 균이 거제시 인근에만 퍼져 있을 가능성은 낮다. 결국 콜레라 발생국에서 출발해 거제 인근 항구에 정박했던 선박이 ‘범인’일 확률이 더 높다는 얘기다. 해외 선박은 전국 검역소 13곳이 일일이 감시하고 있지만 검역관 325명이 한 해 선박·항공기 19만 대를 검사해야 해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만 임 교수는 환자가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점, 지난달 말 남해에 비가 내리고 강한 바람이 불어 바닷물 온도가 내려간 점 등을 들어 이번 콜레라가 대유행이나 2차 감염으로 번질 위험은 적다고 내다봤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2001년 전국 139명 감염식당종업원 해산물 먹고 발병… 경북 영천서 확산… 2차 감염 유발2016년 거제에만 집중산발적 발생… 인근 바닷물 오염 의심… 폭염 탓에 균 폭발적 증식 추정최근 경남 거제시에서 잇따라 발생한 콜레라 환자 3명의 균 유전자형이 모두 일치하는 것으로 1일 분석됐다. 이들의 콜레라균이 똑같은 발원지에서 나왔다는 뜻이다. 그러나 보건당국은 첫 신고 접수 후 보름이 지나도록 감염 경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콜레라가 유행했던 2001년 첫 신고 사흘 만에 감염원을 좁혔던 것과 대조적이다. 질병관리본부(당시 국립보건원)의 2001년 역학조사 보고서를 토대로 15년이 지난 그때와 지금의 차이점을 분석해 봤다.○ 식당 vs 바닷물 2001년 콜레라균이 급속도로 확산된 장소는 경북 영천시를 지나는 국도 28호선에 있는 기사식당 ‘25시 만남의 광장’이었다. 여종업원 최모 씨(당시 37세)는 8월 14일 경북 포항시에서 해산물을 사먹은 뒤 콜레라에 감염됐지만 제대로 치료받지 않고 보름간 가오리찜 오징어찜 등 조리를 계속했다. 그해 여름 발생한 콜레라 환자 139명 중 무려 98명(70.5%)이 이 식당에서 나왔다. 콜레라 ‘아웃브레이크(대유행)’가 시작된 지 사흘 만에 보건당국이 이 식당을 발원지로 지목할 수 있었던 것은 환자들이 공통적으로 다녀간 유일한 장소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경남 거제시에서 발생한 환자 3명의 동선은 전혀 겹치지 않는다. 첫 번째 환자와 세 번째 환자가 수산물을 산 장소는 차로 20분 이상 떨어져 있고, 두 번째 환자가 먹은 삼치는 시장에서 산 게 아니라 지인이 직접 낚은 것이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거제시 인근 해역에서 잡은 수산물을 먹었다는 점뿐이다. 당국이 바닷물이 콜레라에 오염됐다고 추정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이처럼 감염병이 산발적으로 발생하면 끝내 감염 경로를 찾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5.7일 vs 5.7일 2001년 콜레라 환자들이 처음 증세를 보인 뒤 병원 1인실이나 자택에 격리되기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5.7일이었다. 올해 세 환자가 증상을 보인 후 격리까지 소요된 기간도 각각 2일, 10일, 5일(평균 5.7일)로 2001년과 비슷하다. 콜레라에 걸리면 설사를 수십 차례 반복하며 균에 오염된 분변을 다른 사람에게 옮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격리 조치가 필수다. 15년 새 감염병 검사 기법과 감시 체계는 크게 발달했지만 정작 기초적인 감염 관리 수준은 제자리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콜레라가 15년째 모습을 감춘 탓에 현장 의료진의 경계가 느슨해졌다고 지적한다. 2001년 이전엔 거의 매년 콜레라 환자가 나왔기 때문에 당시 8월 13일부터 콜레라 신고 강화 등 감시 사업을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거제시 M병원은 지난달 17일 두 번째 환자가 입원했을 때 아예 콜레라를 의심하지 않고 6인실을 배정했고, 부산 D대학병원도 세 번째 환자를 중환자실에서 일반실로 옮겼다가 콜레라 확진 후 격리실로 다시 옮겼다. ○ 2차 감염 6명 vs 전파 가능성 낮아 2001년엔 피서철 여행객이 주로 들르던 국도 변 식당에서 콜레라균이 퍼지는 바람에 감염자가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이들은 서울, 경기 김포시, 부산 등에서 다시 콜레라균을 퍼뜨려 2차 감염자가 6명 발생했다. 주로 환자와 함께 생활한 가족이었다. 이번엔 두 번째 콜레라 환자가 발생한 직후 당국이 경남 지역에 설사 환자에 각별히 유의하라는 공문을 뿌리고 신고 의무를 어긴 병원을 고발하는 등 적극 대응하고 있기 때문에 2차 감염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세 환자의 접촉자 중에 콜레라균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은 없다. ○ 적조 vs 폭염 2001년 콜레라 유행의 ‘조력자’는 36일간 이어진 적조였다. 적조는 바닷물 속 질소와 인의 농도를 변화시켜 동물성 플랑크톤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 플랑크톤에 기생하는 콜레라균도 덩달아 증식할 수 있다. 실제로 유행이 끝난 뒤 당국이 조사를 벌인 결과 경남 통영시 인근 해역에서 콜레라균이 검출됐다. 올해엔 적조는 예년보다 적었지만 폭염 탓에 바닷물 온도가 높아진 것이 플랑크톤과 콜레라균 번식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두 번째 환자가 얼린 삼치회를 녹여 먹는 과정에서도 더위 탓에 균이 폭발적으로 증식했을 수 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경남 거제시에서 31일 세 번째 콜레라 환자가 확인됐다. 이번 환자는 수산물을 익혀 먹었는데도 균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돼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거제시에선 일주일 새 설사 환자가 100여 명 신고됐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거제시에 거주하는 C 씨(64)는 8월 19, 20일 시내 H수산 개업 행사장에서 정어리와 오징어를 구입한 뒤 집으로 돌아와 각각 굽거나 데쳐 먹었다. 21일부터 설사가 시작돼 인근 J내과의원에서 수액 치료를 받았고, 설사가 멎지 않자 25일 거제시 D종합병원에 입원했지만 심한 탈수로 혈액량이 줄어 급성 콩팥병 증세까지 보였다. 이튿날 부산 D대학병원 중환자실로 옮겨 집중 치료를 받은 뒤에야 회복돼 31일 퇴원했다. 첫 번째 환자 A 씨(59)와 두 번째 B 씨(73·여)에 이어 세 번째 환자까지 거제시에서 집중 발생해 이 일대에 콜레라균이 퍼져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8월 25일 이후 인근 병원에 접수된 설사 환자는 100여 명이다. 대다수는 단순 배탈일 가능성이 높지만 당국은 전부 콜레라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세 환자는 각각 8월 7일, 14일, 20일 등 일주일 간격으로 콜레라균에 오염된 수산물을 먹은 것으로 의심된다. 하지만 C 씨는 A, B 씨와 달리 수산물을 익혀 먹었다. 정기석 질병관리본부장은 “덜 익은 부위에 하필 콜레라균이 집중돼 있었다면 익힌 음식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는 있다”고 말했다. C 씨가 병·의원 3곳을 전전하는 동안 신고와 격리 의무는 지켜지지 않았다. C 씨가 처음 찾은 J의원은 균 검사를 24일 민간 업체에 맡겼지만 결과가 30일에야 나왔다. 그 사이 D종합병원과 D대학병원은 C 씨를 격리실이 아닌 일반실에 배치해 다른 환자 수십 명과 접촉하도록 방치했다. 특히 D종합병원은 C 씨를 콜레라 의심환자로 당국에 신고하지 않아 거제시 보건소로부터 감염병관리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당했다. 한편 30일 광주에서 일본뇌염 환자가 올해 처음으로 등장했다. D 씨(51)는 8월 15일부터 고열 증상을 보여 입원 치료를 받고 있지만 31일 현재 의식불명 상태다. 일본뇌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대개는 증상이 아예 없거나 미열로 그치지만 250명 중 1명꼴로 D 씨와 같은 급성 신경계 증상을 보일 수 있다.조건희 becom@donga.com / 광주=이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