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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24일(현지 시간) 국토안보부 산하 세관국경보호국(CBP) 요원의 총격으로 재향군인 병원의 중환자실에서 근무해 온 백인 남성 간호사 앨릭스 프레티(37)가 숨졌다. 7일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총격으로 비무장 백인 여성이자 세 아이의 어머니인 러네이 니콜 굿(37)이 숨진 지 17일 만이다. 이로 인해 미국 전역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반(反)이민 정책을 규탄하는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 등은 “프레티가 총기를 소지하고 있었다”며 정당방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장 영상은 이 주장과 배치돼 ‘과잉 진압’ 비판이 거세다. 이번 사태가 대규모 반트럼프 시위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놈 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프레티가 “9mm 반자동 권총과 탄창 2개를 소지한 채 CBP 요원에게 접근했다”며 “요원들은 용의자(프레티)의 무장 해제를 시도했으나 격렬한 저항을 받고 방어 사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뉴욕타임스(NYT) 등은 현장 목격자들이 촬영한 영상과 당국의 설명이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이 영상에 따르면 프레티는 한 손에 휴대전화를 들고 현장을 촬영하며 지나가는 자동차들에 교통을 안내하고 있었다. 프레티는 연방 요원의 최루 스프레이를 맞은 한 시민이 쓰러지자 그를 부축하려 다가갔다. 그 과정에서 요원들이 최루 스프레이를 뿌리며 프레티까지 길바닥에 쓰러뜨렸다. 영상에서 요원들은 프레티를 제압하고 약 8초 후 ‘그가 총을 갖고 있다’고 소리쳤다. NYT는 요원들이 프레티를 쓰러뜨리기 전까지 그가 무기를 소지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이후 최소 5명의 연방 요원이 프레티를 둘러싼 가운데 한 요원이 프레티의 등을 조준했고 5초 이내에 최소 10발을 발사해 사망했다. 프레티가 숨진 장소은 굿이 숨진 곳에서 약 1.6km(1마일) 거리다. 또한 미니애폴리스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20년 5월 백인 경찰의 목조르기로 비무장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질식사한 뒤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M·Black Lives Matter)’ 운동이 시작된 곳이다.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국토안보부가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연방정부가 사건 경위를 조작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폭력적이고 훈련받지 않은 수천 명의 연방 요원들을 미네소타에서 당장 철수시키라”고 촉구했다.프레티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후 24일 뉴욕,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워싱턴 등 주요 대도시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뉴욕 맨해튼 유니언스퀘어에는 수천 명이 모여 “ICE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외쳤다. 워싱턴 국토안보부 본청 청사 앞에 모인 시위대도 “부끄러운 줄 알라”고 항의했다. CNN은 이번 사태가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을 둘러싼 갈등의 “정점(crescendo)”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또 숱한 논란에도 대규모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을 강행하고 있는 대통령의 결정이 그러지 않아도 지지율 하락에 직면한 트럼프 행정부에 중대한 문제를 야기했다고 전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9·11테러로) 3000명의 미국인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테러리스트들이 불법으로 이곳(미국)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날로부터 ICE가 탄생했습니다.” 최근 민간인 사살 논란으로 큰 비판을 받고 있는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최신 채용 영상에 나오는 문구다. 조직의 존재 이유가 2001년 9·11테러와 밀접하게 연관 있음을 보여준다. 2003년 3월 설립된 ICE는 ‘미국 내 불법 체류자와 테러범 색출’을 목적으로 한다. 인원 2만1800여 명, 예산 91억3000만 달러(약 13조3300억 원)의 공룡 조직이다. 권한도 막강하다. 무엇보다 불법 체류가 의심되는 모든 이를 언제든 체포하고 구금할 수 있다. 구금을 위해 법원 영장을 받을 필요도 없다. ICE 요원이 작전 수행 과정에서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는 등 신원을 숨기는 것도 허용된다. 정치 매체 액시오스는 “ICE 요원은 경찰보다 훨씬 큰 집행 권한, 더 적은 투명성, 더 적은 제약 속에 활동한다”고 평가했다. ICE 요원의 잇따른 민간인 사살 또한 ‘견제받지 않는 기관’이라는 조직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을 핵심 정책으로 내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후 그 경향이 더 두드러졌다. 반(反)ICE 시위에 나선 시민들이 이 조직을 ‘트럼프의 게슈타포(나치의 비밀 경찰)’로 강하게 비판하는 이유다. ICE가 어떤 조직이고 왜 논란에 휩싸였는지 짚어본다.● 트럼프 2기 들어 무차별 체포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전부터 “연 100만 명의 불법 체류자를 추방시키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이런 그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ICE는 과거와 달리 범죄 경력이 없는 단순 불법 체류자들도 적극적으로 체포하고 있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로스쿨의 ‘추방 데이터 프로젝트’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1월 20일부터 같은 해 10월 15일까지 ICE가 체포한 사람 중 형사 유죄 판결 기록이 없는 ‘비범죄 경력자’ 비중이 72.2%에 달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2024년에는 이 비율이 49.1%였다. 같은 기간 ICE의 일평균 체포 건수 또한 981건으로 2024년(약 310건)의 3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길거리, 주택, 사업장 등에서 이뤄지는 ICE의 ‘무차별(at-large) 체포’가 약 15만 건으로 전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강압적 단속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소셜미디어에는 복면을 쓴 ICE 요원들이 사복 차림으로 거리와 주차장, 학교, 교회, 법원 인근 등에서 무차별적으로 이민자를 체포하는 영상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강압적인 단속 방식도 논란이다. 운전자가 신분증을 바로 보여주지 않자 창문을 강제로 부순다거나, 자택에 강제 진입해 속옷 차림으로 체포하는 것 같은 과도한 단속 사례가 공유된다. 액시오스에 따르면 지난해 ICE 구금시설에서 최소 31명이 숨졌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4년 동안 전체 사망자가 26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 최근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는 “ICE 구금자들이 질 낮은 식사, 극단적인 온도, 깨끗한 물 공급 부족”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법 체류자가 아닌 시민권자에 대한 부당 구금도 문제다. 탐사보도 전문 매체 프로퍼블리카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미국 시민이 불법 체류 혐의로 부당 구금된 사례가 최소 170건이었다.● 정쟁 속 트럼프 1기 때부터 수장도 공석ICE란 조직의 이런 특수성은 집권 공화당과 야당 민주당의 오랜 정쟁(政爭) 소재가 됐다. 소수계, 이민자의 지지가 두터운 민주당은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부터 ICE 조직의 운영 방식에 대한 강한 의문을 제기해 왔다. 공화당 의원들 중에서도 본인이 히스패닉계이거나 지역구에 라틴계 유권자가 많은 의원들 위주로 ICE의 강압적인 단속 방식 등을 우려했다. 이 여파로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출범한 2017년부터는 ICE 국장이 단 한 번도 상원 인준을 받지 못했다. 계속 국장 직무대행 체제로만 운영되고 있다. 현 토드 라이언스 국장 대행 또한 지난해 3월 지명됐지만 아직 ‘대행’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잘 보여주는 인물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백악관 ‘국경 차르’ 톰 호먼(65)이다. 호먼은 트럼프 1기인 2017년 1월∼2018년 6월 ICE 국장 대행으로 일했고 트럼프 2기에 ‘국경 차르’로 재기용됐다. 호먼은 ICE 간부 시절부터 체포된 불법 이민자 중 부모와 미성년 자녀를 격리해서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인권 유린이란 비판이 보수 진영에서도 제기됐지만 개의치 않았다. 실제로 그는 국장대행으로 근무 중이던 2018년 5월 ‘불법 이민자 부모-자녀’ 격리 정책을 도입했다. 다만 이 정책은 태생적으로 ‘잔혹하다’ ‘인륜에 어긋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조차 “반대한다”고 밝혔다. 멜라니아 여사는 2018년 6월 텍사스주 매캘런의 12∼17세 미성년 불법 이민자의 수용 시설을 찾아 아이들을 위로했다. 결국 이 정책은 철회됐다. 호먼은 그 책임을 지고 ICE 국장 대행직에서 사퇴했다. 호먼은 사퇴 뒤에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성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지난해 7월 공화당 전당대회 때 지지 연설자로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집권 2기의 국경 차르로 발탁했다. 호먼은 NYT 인터뷰에서 ‘트레이드마크’ 격인 불법 이민자 부모와 자녀의 격리 정책을 재도입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부모는 불법으로 거주하고 있지만 미국에서 태어나 시민권이 있는 그들의 자녀까지 내쫓겠다며 “가족 전체의 추방을 주저하지 않겠다. 가족 전체가 추방될지 분리될지는 당신들이 결정하라”고 엄포를 놨다. 그는 불법 이민자를 효과적으로 걸러내기 위해 안면 인식 등 최신 인공지능(AI) 기술을 사용하고, 불법 이민자를 쉽게 신고할 수 있는 핫라인 개설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ICE 산하에는 불법 이민자 체포·구금·추방을 담당하는 단속추방국(ERO) 외에도 마약 소탕 등 안보 관련 중대 범죄를 수사하는 국토안보수사국(HSI) 부서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선 사실상 ICE의 모든 역량이 불법 이민자 단속에 쓰이고 있다. 스콧 슈차트 전 ICE 부국장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대테러 범죄 수사 목적으로 사용되던 기술들이 “추방시킬 (불법 이민자) 할머니들에게 쓰이고 있다”고 개탄했다. ● 공화당, 11월 중간선거 악재 우려 ICE의 공격적 단속 방식에 대한 논란은 여론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NYT와 시에나대가 이달 12∼17일 등록 유권자 16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1%가 ICE의 단속 방방식이 “과도하다”고 답했다. “과도하지 않다”(11%) “옳다”(26%)보다 훨씬 높았다. ICE 기관 자체에 대한 부정 평가도 63%에 달해 긍정(36%)을 크게 앞질렀다. 특히 무당층에서는 ICE를 부정적으로 보는 여론이 70%까지 치솟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이민 정책 전반에 대한 지지율도 낮아지고 있다. AP통신의 8∼11일 조사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이민 정책에 대한 긍정 답변은 38%에 불과했다. 집권 공화당은 이 같은 반ICE 여론이 11월 중간선거에서 작용할까 우려하고 있다. 쿠바계인 마리아 엘비라 살라사르 공화당 하원의원은 히스패닉계가 주 타깃인 강경한 불법 이민 단속이 라틴계 유권자에게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거 야당인 민주당 지지세가 강했던 히스패닉 유권자는 2024년 대선에서 대거 트럼프 대통령을 찍었다. 이랬던 그들을 잃으면 중간선거에서 큰 타격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공화당 의원들은 당과 대통령이 중점을 두는 생활비 문제 해결 노력 대신 ICE 요원에게 사살된 민간인에 관한 소식이 언론지상을 도배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백악관에 제기했다. 7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비무장 백인 여성 러네이 니콜 굿(37), 24일 또 다른 미니애폴리스 시민 앨릭스 프레티(37)가 ICE 등 국토안보부 산하 기관의 요원에게 사살된 후 미 전역에서는 이에 관한 뉴스가 대서특필되고 있다. 민주당은 ICE의 상부 기관인 국토안보부 크리스티 놈 장관에 대한 탄핵 추진, ICE 예산 삭감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J D 밴스 부통령은 22일 미니애폴리스를 직접 방문해 강경 반이민 기조를 고수할 뜻을 분명히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밴스 부통령은 이날 미니애폴리스 ICE 지부 관계자들과 회의를 가진 뒤 현재의 혼란은 미국 내 다른 지역이 아닌 오직 미니애폴리스에서만 목격되고 있다며 “현지 경찰이 ICE의 단속 업무를 지원해야 한다”는 취지로 경찰의 협조를 촉구했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사진)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아첨 외교’ 전략을 펼쳐 그린란드를 둘러싼 미국-유럽 간 파국을 일단 막았다는 평가가 나온다.21일(현지 시간) 뤼터 사무총장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포함한 북극지역에 대한 프레임워크에 합의했다. 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에 군대를 파견한 유럽 8개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방침을 철회했다.당초 유럽 정상들과 유럽연합(EU) 지도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합병 야욕을 거세게 비판한 반면, 뤼터 사무총장은 침묵을 지키며 조용한 중재에 나섰다. 이에 유럽 내에서 자신들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 뤼터 사무총장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 하지만 그가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통해 군사적 긴장을 일단 해소하자 “뤼터의 외교적 승리”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조련가(whisperer)로 거듭난 뤼터 사무총장이 대서양 동맹의 붕괴를 막았다”고 평가했다.뤼터 사무총장은 14년간 네덜란드 총리를 지내며, 당시 집권 1기였던 트럼프 대통령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한 후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친근한 관계를 이어갔다. 그는 지난해 나토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이스라엘 갈등 관련 발언 중 욕설을 한 걸 두고 “아빠(daddy)는 때때로 강한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발언해 트럼프에게 너무 아첨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이란 혁명수비대를 처음 만들 때는 체제를 지키는 안전장치가 될 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은 머리가 여러 개인 괴물이 됐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아편을 들여오고, 도박장과 매춘업소를 운영하며, 사람들을 체포 고문한다. 이들은 마피아와 다를 게 없다.” 이란 혁명수비대 창설에 관여했던 모센 사제가라(71)는 17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이란 반(反)정부 시위 유혈 진압을 주도한 혁명수비대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지난해 12월 28일 발발해 최근까지 진행된 반정부 시위는 이란 정부의 공식 발표 기준으로 3117명의 사망자를 냈다. 국제 인권단체와 외신들은 1만 명 이상 사망했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사망자가 급격히 늘어난 배경으로는 혁명수비대가 중무장 병력과 민병대를 투입해 무차별 사격에 나섰던 게 꼽힌다. 특히 이란 당국은 강경 진압에 앞서 여론 결집을 막고 사망자 규모 등을 은폐하기 위해 인터넷과 국제전화 차단 조치를 내렸다. 이로 인해 시위 기간 이란의 인터넷 접속률은 평소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런 ‘외부와의 차단’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서도 혁명수비대가 중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 반정부 시위 강경 진압을 통해 혁명수비대가 이란 신정체제의 최후 보루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이란 체제 전환의 열쇠를 혁명수비대가 쥐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더 나아가, 혁명수비대가 건재한 이상 이란 신정체제 역시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반정부 시위 발발 뒤 중동으로 이동 중인 미국 항공모함 전단과 전략 군사 자산들도 대(對)이란 군사 조치가 취해질 경우 혁명수비대의 군사 인프라 공격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 세계경제포럼(WEF) 참석을 마친 뒤 스위스 다보스에서 미국으로 돌아가는 전용기에서 취재진에게 이란 상황과 관련해 “만약을 대비해 많은 함정이 그쪽으로 이동 중”이라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좋겠지만, 우리는 그들(이란)을 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 군사 옵션을 취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학살’ 수준 유혈 진압… 창고에 시신 쌓여수도 테헤란에서 시작된 이번 반정부 시위는 생활고와 물가 급등에서 촉발됐다. 미국의 경제 제재에 이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화폐 가치 폭락에 따른 물가 폭등이 중산층과 서민을 분노케 한 것이다. 특히 신정체제에 순응적이던 상인들도 가세하며 시위대 규모가 급속히 커졌다. 테헤란대, 샤리프공대 등 10여 개 대학에서도 시위가 이어졌다. 시위 구호 역시 경제난 해결에서 시작돼 민주, 자유, 신정체제 종말로 확대됐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시위가 거세지자 주거 건물과 모스크, 경찰서 등 곳곳에 배치된 군이 시위대를 향해 소총, 산탄총을 발사했다. 특히 무장하지 않은 시위 참여자의 머리와 몸통을 조준 사격하는 잔혹함을 보였다. 의료시설은 부상자들로 마비됐고, 살아남은 시민들은 가족의 시신을 찾아 헤맸다. 이들은 픽업트럭, 화물 컨테이너, 창고에 쌓인 시신들을 목격했다. 더타임스는 “40여 년 만에 성직자 통치에 대한 가장 심각한 도전이었다”며 강경 진압의 중심에 혁명수비대가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혁명수비대는 9일 성명을 통해 “지난 이틀간 테러리스트들이 군 및 치안기지를 공격해 민간인과 보안 요원들을 살해하고 불을 질렀다”며 “안보 수호는 레드라인이며 현 상황이 지속되는 걸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일각에선 이번 시위 사망자가 최대 1만8000명에 이른다고 추산한다. 더타임스의 주말판인 선데이타임스는 18일 이란 현지 의사들로부터 입수한 보고서를 근거로 최대 1만8000명이 사망하고, 33만 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최근 이란을 떠난 한 의사는 “언론이 보도하는 이미지와 수치들은 현실의 1%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에 말했다. 사망자가 급증하자 미국에 이어 유럽도 혁명수비대를 테러단체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집권 1기 때인 2019년 4월 혁명수비대를 외국 테러단체로 지정했다. 미국이 다른 나라의 정규군을 테러단체로 지정한 건 처음이었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2020년 1월 혁명수비대의 정예군으로 해외 작전과 특수전 등을 담당하는 쿠드스군 총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공습해 표적 살해했다. 솔레이마니는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에게 직보할 수 있는 최측근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이슬람 시아파(이란은 시아파 종주국) 인구 비율이 높거나 국내 정세가 혼란스러운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팔레스타인 등에서 무장단체와 파병군을 통해 반이스라엘과 반미 전선을 구축하고 무력을 행사하는, 이란의 ‘지역 영향력 확장 전략’의 기획자로도 여겨졌다.● ‘정부 위의 정부’… 핵심 권력 쥔 특수조직하메네이의 직속 기관인 혁명수비대는 단순한 군 조직이 아니라 이란 정국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 권력기관으로도 꼽힌다. 이들은 이란 정규군과 별개로 활동하며, 수십 년에 걸쳐 외교 안보 정치 경제 전반을 사실상 장악했다. 이란에서 ‘정부 위의 정부’, ‘총을 든 정부’ 등으로 통하는 이유다.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직후 창설된 혁명수비대는 현지에선 페르시아어로 ‘수호군’을 뜻하는 ‘파스다란’으로 불린다. 친미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린 루홀라 호메이니(신정체제 초대 국가 최고지도자) 등 신정체제 세력이 “이슬람 공화국 체제를 보호하려면 정규군과 별도의 군사 조직이 필요하다”며 혁명수비대를 만들었다. 왕정 시절 창설된 정규군이 반란을 일으킬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조치였다. 총사령관 등 주요 간부들은 국가 최고지도자(동시에 시아파 최고 성직자임)가 직접 임명한다. 혁명수비대는 이란 헌법에 규정된 헌법기관이다. 이란 헌법은 혁명수비대의 역할을 ‘쿠데타 및 외국 간섭을 방어해 이슬람 체제를 수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란 정규군보다 높은 법적 위상을 갖고 있는 것. 이런 혁명수비대의 위세는 선출 권력조차 압도한다. 신정일치 국가에서 ‘이슬람 수호’는 초법적 권한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선거로 선출된 행정 수반인 대통령조차 혁명수비대를 통제할 수 없다. 2009년 대선 후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혁명수비대가 진압하는 과정에서 당시 총사령관이던 모하마드 알리 자파리가 공개 석상에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얼굴을 때린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는 혁명수비대가 이란 내에서 가진 무소불위의 권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된다. 혁명수비대가 국가 권력의 핵심으로 부상한 계기는 1980∼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이었다. 이 전쟁을 거치며 장기전 수행 능력을 키웠다. 혁명수비대는 정규군과 함께 전면전에 투입됐을 뿐 아니라 특수전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바시즈 민병대가 동원됐고, 이후 혁명수비대로 흡수됐다. 이란-이라크 전쟁은 혁명수비대에 정치적 자산을 안겨줬다. 참전 군인들이 이란 사회에서 막강한 인맥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 전후 재건 과정은 이들이 군사 영역을 넘어 경제 분야로 진출하는 발판이 됐다. 혁명수비대는 육군, 해군, 공군, 특수전 및 해외 작전을 담당하는 정예부대인 쿠드스, 민병대 조직 바시즈 등 5개 단위로 구성돼 있다. 쿠드스군은 가자지구의 하마스,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등 중동지역 친이란 무장단체들을 후원 및 지휘해 왔다. 바시즈는 도시 빈곤층 및 농촌 출신의 청년들로 구성된 자원봉사 조직이지만, 체제 위기 때 무장조직으로 동원된다. 평시에는 지역사회나 학교, 직장 곳곳에 스며들어 일종의 사회 감시망으로 기능한다. 혁명수비대의 현역 병력 규모는 15만∼19만 명으로, 바시즈를 포함한 별도 병력은 60만 명이다. 혁명수비대와 별개 조직인 이란 정규군 규모는 약 34만 명이다. 이란 국방예산의 약 37%가 혁명수비대에 배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권력까지 장악… 국가 핵심 인프라 독점 혁명수비대는 이란 경제 전반도 장악하고 있다. 혁명수비대의 경제 활동 규모가 이란 국내총생산(GDP)의 약 30%에 육박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가 기간 인프라를 독점하며 이란 석유 수출의 절반가량을 통제하고 있다는 것. 특히 △건설·에너지기업 ‘하탐알안비야’ △석유·천연가스업체 ‘오리엔탈오일키시’ △자동차업체 ‘바만그룹’ △건설사 ‘하라’ 등 이란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혁명수비대 관할이다. 특히 하탐알안비야는 철도, 항만, 도로 등 주요 인프라 사업을 독식하며 돈을 쓸어 담고 있다. 이를 통해 혁명수비대의 가용 자금만 수십억 달러에 이른다. 자국산 석유를 중국에 공급하는 등 밀수 조직을 통해 국제 제재를 피하고 있다. 미국이 혁명수비대를 테러단체로 지정한 배경엔 이런 돈줄을 차단하려는 목적도 있다. 서방의 오랜 제재가 도리어 혁명수비대의 경제 역량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 기업이 철수하고 민간 부문이 붕괴하자 자금과 영향력을 갖춘 혁명수비대가 공백을 대신 메웠다는 것. 이를 통해 댐, 도로, 에너지 인프라를 장악한 데 이어 통신, 금융 분야에까지 진출했다. 국제 정치 전문 매체 포린어페어스는 혁명수비대가 국제 고립에서 이익을 얻는 구조를 폰지 사기에 비유했다. 제재로 왜곡된 경제가 밀수 수익을 낳고, 그 돈이 후원 네트워크와 중동 전역의 대리 세력으로 흘러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혁명수비대가 지키려는 건 신정체제가 아니라 그들이 독식해 온 경제 구조란 시각도 있다. 반서방 노선은 종교적 신념이 아니라 경제적 이해관계와 권력 유지를 위한 선택이라는 것. 포린어페어스는 “이란 내 어떤 세력보다 혁명수비대가 고립에서 이익을 얻고 있으며, 제재는 이들이 지배하는 밀수 네트워크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그룹(IGC)은 “경제 정상화는 핵심 산업에 대한 혁명수비대의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정치적 영향력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정체제 지속 가능 여부 혁명수비대에 달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반정부 시위대를 지지하며 군사 개입을 시사하는 글을 트루스소셜에 게재했다. 또 하메네이 축출을 통한 정권 교체를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도 올렸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이런 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아르신 아디브모가담 영국 런던대 이란연구센터 교수는 “이란은 깊이 뿌리 내린 국가 구조와 조직을 갖고 있다. 시위만으론 체제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중동연구소의 알렉스 바탄카 연구위원도 “변화는 불가피해 보이지만 정권 붕괴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 같은 이란 체제가 유지될지의 열쇠도 결국 혁명수비대가 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메네이와 그의 리더십, 나아가 신정체제를 혁명수비대가 인정할 것이냐, 인정하지 않을 것이냐에 따라 이란 정치와 사회의 변화도 달려 있다는 것이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은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에 대해 상징적인 공습을 단행할 것이냐, 혁명수비대가 총구를 어느 쪽으로 향할 것이냐가 향후 이란 정국을 좌우할 중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동 국가에서 공관장을 지낸 한 전직 외교관은 “혁명수비대는 하메네이의 직속 기관이란 특수성을 앞세워 많은 특혜를 누렸다”며 “하메네이 체제가 무너진다는 건 자신들의 특권도 무너지는 것이라 반하메네이 행보를 보이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어 “혁명수비대가 신정체제를 부정하기 전에는 하메네이와 신정체제가 어떤 형태로든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아첨 외교’ 전략을 펼쳐 그린란드를 둘러싼 미국-유럽 간 파국을 일단 막았다는 평가가 나온다.21일(현지 시간) 뤼터 사무총장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포함한 북극지역에 대한 프레임워크에 합의했다. 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에 군대를 파견한 유럽 8개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방침을 철회했다.당초 유럽 정상들과 유럽연합(EU) 지도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합병 야욕을 거세게 비판한 반면, 뤼터 사무총장은 침묵을 지키며 조용한 중재에 나섰다. 이에 유럽 내에서 자신들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 뤼터 사무총장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 하지만 그가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통해 군사적 긴장을 일단 해소하자 “뤼터의 외교적 승리”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조련가(whisperer)로 거듭난 뤼터 사무총장이 대서양 동맹의 붕괴를 막았다”고 평가했다.뤼터 사무총장은 14년간 네덜란드 총리를 지내며, 당시 집권 1기였던 트럼프 대통령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었다.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회원국 정상들과 방위비 증액을 놓고 충돌할 때 뤼터 당시 네덜란드 총리가 해결사로 나섰다. 뤼터 사무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한 후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친근한 관계를 이어갔다. 그는 지난해 나토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이스라엘 갈등 관련 발언 중 욕설을 한 걸 두고 “아빠(daddy)는 때때로 강한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발언해 트럼프에게 너무 아첨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병합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맞서 덴마크의 한 연기금이 보유 중인 약 1억 달러(약 1470억 원) 규모의 미국 국채 보유분을 전량 매각하겠다고 20일(현지 시간) 밝혔다. 그린란드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의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유럽 자본이 미국 시장을 이탈하는 상징적 신호탄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날 덴마크 교사, 연구자 등이 가입한 연기금 ‘아카데미케르펜션’은 “이달 말까지 미 국채 보유분 전량을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또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 등을 감안할 때 그간 최고 안전자산으로 꼽혔던 미 국채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이 연기금의 전체 운용 규모는 250억 달러(약 36조7500억 원). 아네르스 셸레 아카데미케르펜션 최고투자책임자는 “위험 관리, 유동성 확보가 미 국채를 보유했던 이유였지만 그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아카데미케르펜션의 발표 뒤 ‘셀 아메리카’(미국 자산 매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20일 미국 주식·채권·달러 가치는 일제히 하락했다. 대표 가상화폐 비트코인 또한 전일 대비 4.63% 떨어졌다. 반면 또 다른 안전자산인 국제 금값은 트로이온스(약 31.1g)당 4701.23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편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같은 날 그린란드 논란으로 유럽이 미국에 보복 관세를 부과한다면 미국 또한 “‘눈에는 눈, 이에는 이(tit-for-tat)’ 상태로 돌아갈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1일부터 그린란드 방어를 위한 군대 파병에 나선 영국 등 유럽 8개국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6월에는 이를 25%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유럽연합(EU) 또한 미국에 대한 930억 유로(약 159조 원)의 보복 관세 시행 등을 검토하고 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트럼프는 어떻게 14억850만 달러(약 2조705억 원)의 돈을 챙겼을까?’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 1년을 맞은 20일 뉴욕타임스(NYT)가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재산 축적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가 대통령 직위를 전방위적으로 이용해 최근 1년 동안 최소 14억850만 달러를 벌었다는 것이 비판의 골자다. 이는 최근 1년 간 미국 가구 중위 소득의 1만6822배이며 대통령의 돈에 대한 집착이 미국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트렸다다고 지적했다.이날 NYT는 ‘위대한 미국식 돈벌이(The Great American Cash Grab)’란 사설을 통해 “1년 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맹세했음에도 대통령직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만 집중했다”며 “자신이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는 사람이 아니라 나라가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해줄 지를 시험하는 사람”이라고 꼬집었다.NYT는 미국 언론들의 분석 기사를 바탕으로 대통령이 얻은 수익을 추산했다. 일부 수익은 공개되지 않았고 관련 사업 또한 계속 늘고 있기에 실제 번 돈은 더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트럼프 대통령의 가족 회사 ‘트럼프오거니제이션’은 베트남 하노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인도, 오만 등에서 골프장, 호텔 사업 등을 수주하며 막대한 돈을 벌었다. 총 20개가 넘는 이 사업들은 모두 현지 정부와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데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의 지위를 남용했다는 것이 NYT의 진단이다. 실제 트럼프오거니제이션이 하노이 외곽에 15억 달러(약 2조2050억 원)의 골프단지 건설 사업을 시작한 직후 미국은 베트남에 대한 관세를 인하했다.다른 언론도 비슷한 비판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마존이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여사에 대한 다큐멘터리 제작을 해 주기로 하고 4000만 달러(약 588억 원)를 지불한 것을 비판했다. 또, X, ABC 뉴스, 메타, 유튜브, 파라마운트 등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소송에 대한 합의금 명목으로 수천만 달러를 지급한 것도 사실상의 뇌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가상화폐를 만들어 최소 8억6700만 달러(약 1조2745억 원)를 벌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접근하려는 이들은 이 가상화폐를 비밀리에 구매해 사실상 트럼프 일가에게 돈을 송금할 수 있다는 것이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돈에 대한 욕심은 뻔뻔스러울 정도”라며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공직을 통해 사익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 왔던 것과 다르다”고 비판했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등 트럼프 대통령과 밀착하는 빅테크 거물 또한 최근 1년간 자산이 급증했다. FT에 따르면 머스크의 자산은 최근 1년간 2340억 달러(약 344조 원), 베이조스의 자산은 150억 달러(약 22조 원) 늘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가 19일(현지 시간) 개막했다. 23일까지 열리는 이번 포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 오후 연설을 갖기로 했다. 세간의 관심은 공식 행사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덴마크령 그린란드 병합 추진과 이에 반발하는 유럽 정상들 간의 대화에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그린란드에 파병을 결정한 영국 프랑스 독일 덴마크 등 8개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다음 달부터 10%, 6월부터 25%)를 선언했다. 이후 유럽 전역에서 ‘반(反)트럼프’ 여론이 거세다. 하지만 유럽 주요국 사이에선 미국에 대한 대응 수위를 둘러싼 온도 차가 심해 뾰족한 돌파구가 나올지 미지수다. 그린란드 논란의 당사국인 덴마크는 이번 총회에 아예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병합 방침에 대한 분노를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로프 길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대변인 또한 빠르면 다음 달 7일부터 930억 유로(약 159조 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19일 경고했다. 프랑스는 2023년 도입돼 이른바 ‘무역 바주카포’로 불리는 EU의 통상위협대응조치(ACI) 발동을 제안하며 강경론을 주도하고 있다. ACI가 발효되면 미국 기업들은 EU 시장에서 공공입찰 참여, 지식재산권, 직접 투자 등이 크게 제한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20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공개한 메시지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린란드 문제에 대한 대화 의지를 나타냈다. 마크롱 대통령은 “당신이 그린란드에 대해 무엇을 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22일 파리에서 주요 7개국(G7) 회의를 열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미국으로 가기 전 파리에서 저녁 식사를 같이 하자”고 제안했다. 독일과 영국 등은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면서도 보복 조치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19일 다보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설득해 보겠다”고 밝혔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는 잘못됐지만 유럽의 대미(對美) 보복 관세 또한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며 신중론을 폈다. 올해로 56번째인 다보스포럼에는 전 세계 130여 개국에서 약 3000명의 정치인과 기업인 등이 참석한다. 지난해 불참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대표단과 함께 이곳을 찾는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가 19일(현지 시간) 개막했다. 23일까지 열리는 이번 포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 오후 연설을 갖기로 했다. 세간의 관심은 공식 행사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덴마크령 그린란드 병합 추진과 이에 반발하는 유럽 정상들 간의 대화에 쏠린다.트럼프 대통령은 17일 그린란드에 파병을 결정한 영국 프랑스 독일 덴마크 등 8개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다음 달부터 10%, 6월부터 25%)를 선언했다. 이후 유럽 전역에서 ‘반(反)트럼프’ 여론이 거세다. 하지만 유럽 주요국 사이에선 미국에 대한 대응 수위를 둘러싼 온도 차가 심해 뾰족한 돌파구가 나올지 미지수다.그린란드 논란의 당사국인 덴마크는 이번 총회에 아예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병합 방침에 대한 분노를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로프 길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대변인 또한 빠르면 다음 달 7일부터 930억 유로(약 159조 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19일 경고했다.프랑스는 2023년 도입돼 이른바 ‘무역 바주카포’로 불리는 EU의 통상위협대응조치(ACI) 발동을 제안하며 강경론을 주도하고 있다. ACI가 발효되면 미국 기업들은 EU 시장에서 공공입찰 참여, 지식재산권, 직접 투자 등이 크게 제한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20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공개한 메시지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린란드 문제에 대한 대화 의지를 나타냈다. 마크롱 대통령은 “당신이 그린란드에 대해 무엇을 하려는지 이해할수 없다”면서도 22일 파리에서 주요 (G7) 회의를 열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미국으로 가기 전 파리에서 저녁 식사를 같이 하자”고 제안했다.독일과 영국 등은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면서도 보복 조치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19일 다보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설득해 보겠다”고 밝혔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는 잘못됐지만 유럽의 대미(對美) 보복 관세 또한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며 신중론을 폈다.올해로 56번째인 다보스포럼에는 전 세계 130여 개국에서 약 3000명의 정치인과 기업인 등이 참석한다. 지난해 불참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대표단과 함께 이곳을 찾는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다보스포럼의 공식 의제는 기후 보호와 혁신, 경제 성장 등이지만 유럽 주요국 정상과 외교관들이 이번 포럼에서 그린란드 영유권 및 관세 문제를 논의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덴마크령 그린란드 병합 시도와 그린란드 파병을 결정한 유럽 8개국(덴마크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에 대한 관세 부과 결정을 두고 집권 공화당과 야당 민주당에서 동시에 강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양당 주요 정치인들은 이번 사태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유럽의 집단 안보를 지켜 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체제를 뿌리부터 흔들 수 있다는 점을 특히 우려하고 있다. 리사 머카우스키 공화당 상원의원은 18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 X에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파병국에 대한 관세 조치를 두고 “미국의 국가 안보 증진에 아무 기여를 하지 못한다”며 “우리의 유럽 핵심 동맹국만 멀어지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관세가 ‘불필요한 조치’이자 ‘심각한 실수’라고도 했다. 마이크 터너 공화당 하원의원 또한 CBS방송 인터뷰에서 동맹을 관세로 압박하는 현 상황이 “누군가에게 파트너십에 함께하자고 요청하면서 써야 할 언어는 분명히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하원 외교위원장을 지낸 마이클 매콜 공화당 하원의원은 ABC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이 그린란드를 군사적으로 침공한다면 ‘집단 방위’를 명시한 나토 조약 5조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라며 “본질적으로 나토와의 전쟁에 들어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세계대전을 막아 왔던 나토는 사실상 붕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감세 등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했던 랜드 폴 공화당 상원의원 역시 NBC방송에 “그린란드 병합을 위해 군사력을 동원한다면 사실상 나토와 전쟁을 벌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의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과 세라 맥브라이드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병합 시도를 반대하고 덴마크와 그린란드 모두를 지지하기 위해 16, 17일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을 찾았다. 쿤스 의원은 현지 기자회견에서 “그린란드는 덴마크의 일부이고 덴마크는 우리의 나토 동맹”이라며 “이 논의는 여기서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루벤 가예고 민주당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유산으로 남길 무언가를 원할 뿐”이라며 “자신이 원하는 걸 얻기 위해 미국의 외교정책 전체, 모든 동맹, 경제까지도 망가뜨릴 각오가 돼 있다”고 지적했다. 팀 케인 민주당 상원의원은 의회 차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를 막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상원 국토안보위원회가 대통령의 무력 사용 능력을 제한하는 ‘전쟁 권한 결의안’이나, 그의 관세 사용에 이의를 제기하는 결의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부동산 사업가 출신으로 ‘경제 대통령’을 자처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재집권 1년을 맞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국정연설 당시 “조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인플레이션 악몽’을 물려받았다”며 물가 안정과 경제 회복을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그의 경제 성과는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특히 식료품, 전기료, 도시가스비, 임대료 등 민생과 직결되는 생활 물가의 상승세가 여전해 여론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경제방송 CNBC는 현 상황이 계속되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운명을 좌우할 11월 중간선거에서 집권 공화당이 크게 패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물가-고용 상황 모두 악화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025년 한 해 동안 전년 대비 2.7% 상승했다. 그러나 세부 항목 중 식료품(2.88%), 전기료(4.68%), 도시가스비(11.34%)의 연간 상승률은 전체 CPI보다 크게 높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첫 달인 지난해 1월과 같은 해 12월을 비교하면 생활 물가의 가파른 상승세를 확인할 수 있다. 이 기간 중 전년 동월 대비 식료품 물가는 2.5%에서 3.1%로 올랐다. 전기료(1.9%→6.7%), 도시가스비(4.9%→10.8%)의 상승세는 더 가파르다. 지난해 12월 주거비 물가 또한 전년 동월 대비 3.2% 올랐다. 최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뉴욕 등 미국 주요 대도시에서 임대료와 집값이 급등했다고 진단했다. 대도시가 아닌 지역에서는 높은 주택담보대출 이자율로 미국인들의 주거난이 심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생활물가에 대한 불만은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조사센터(NORC)가 16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생활물가 문제를 악화시켰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가 57%에 달했다. “대통령이 생활물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됐다”는 응답은 19%에 그쳤다. CBS방송의 17일 조사에서도 “대통령의 경제 성과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61%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16일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0%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경제 상황이 나빠졌다”고 답했다. “개선됐다”는 응답은 35%에 그쳤다. 특히 응답자의 58%는 “현 경제 상황의 가장 큰 책임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 역시 부진했다. 지난해 전체 미국의 월평균 신규 일자리 증가 수는 4만9000개에 그쳤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2024년(16만8000개)의 약 3분의 1에 그친다. 실업률 또한 2024년 12월 4.1%에서 2025년 12월 4.4%로 올랐다.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기업들이 비용 절감, 신규 채용 중단에 나선 점 등이 이유로 꼽힌다. 강경한 불법 이민자 단속으로 저숙련 노동 공급이 위축된 것도 고용 시장에 부담을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간선거에서 다수당 지위 잃을 수 있어” CNBC방송은 이런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야당 민주당이 생활비 문제를 집중 공격하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원에서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다수당 지위를 잃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공화당은 상원 100석 중 53석, 하원 435석 중 218석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상원은 전체의 약 3분의 1인 35석, 하원은 435석 전체를 교체한다. 하원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의 의석 격차는 5석에 불과하다.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를 상실할 가능성이 작지 않은 셈이다. 특히 유권자들은 ‘미국 우선주의’를 외친 트럼프 대통령이 민생 경제보다 대외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 불만을 제기했다. WSJ 조사에서 응답자의 53%는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를 희생시키면서 외교 의제에 집중하고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관료가 민심을 자극하는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도 여론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브룩 롤린스 농무장관은 14일 보수 매체인 뉴스네이션 인터뷰에서 “닭고기 한 조각, 브로콜리 한 조각, 옥수수 토르티야 한 장, 여기에 다른 음식 하나만 더하면 3달러(약 4410원)로 한 끼를 먹을 수 있다”고 해 논란을 일으켰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 발언이 18세기 프랑스대혁명 당시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가 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빵이 없으면 대신 케이크를 먹으라”는 말에 빗대어 조롱받고 있다고 전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부동산 사업가 출신으로 ‘경제 대통령’을 자처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재집권 1년을 맞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국정연설 당시 “조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인플레이션 악몽’을 물려받았다”며 물가 안정과 경제 회복을 강조했다.하지만 지난 1년간 그의 경제 성과는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특히 식료품, 전기료, 도시가스비, 임대료 등 민생과 직결되는 생활 물가의 상승세가 여전해 여론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경제방송 CNBC는 현 상황이 계속되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운명을 좌우할 11월 중간선거에서 집권 공화당이 크게 패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물가-고용 상황 모두 악화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025년 한 해 동안 전년 대비 2.7% 상승했다. 그러나 세부 항목 중 식료품(2.88%), 전기료(4.68%), 도시가스비(11.34%)의 연간 상승률은 전체 CPI보다 크게 높았다.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첫 달인 지난해 1월과 같은 해 12월을 비교하면 생활 물가의 가파른 상승세를 확인할 수 있다. 이 기간 중 식료품 물가는2.5%에서 3.1%로 올랐다. 전기료(1.9%→6.7%), 도시가스비(4.9%→10.8%)의 상승세는 더 가파르다. 지난해 12월 주거비 물가 또한 전년 동월 대비 3.2% 올랐다. 최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뉴욕 등 미국 주요 대도시에서 임대료와 집값이 급등했다고 진단했다. 대도시가 아닌 지역에서는 높은 주택담보대출 이자율로 미국인들의 주거난이 심화하고 있다고 전했다.생활물가에 대한 불만은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AP통신과 시카고대여론조사센터(NORC)가 16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생활물가 문제를 악화시켰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가 57%에 달했다. “대통령이 생활물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됐다”는 응답은 19%에 그쳤다. CBS방송의 17일 조사에서도 “대통령의 경제 성과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61%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16일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0%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경제 상황이 나빠졌다”고 답했다. “개선됐다”는 응답은 35%에 그쳤다. 특히 응답자의 58%는 “현 경제 상황의 가장 큰 책임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있다”고 지적했다.고용 역시 부진했다. 지난해 전체로 미국의 월평균 신규 일자리 증가 수는 4만9000개에 그쳤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2024년(16만8000개)의 약 3분의 1에 그친다. 실업률 또한 2024년 12월 4.1%에서 2025년 12월 4.4%로 올랐다.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기업들이 비용 절감, 신규 채용 중단에 나선 점 등이 이유로 꼽힌다. 강경한 불법 이민자 단속으로 저숙련 노동 공급이 위축된 것도 고용 시장에 부담을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간선거에서 다수당 지위 잃을 수 있어”CNBC방송은 이런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야당 민주당이 생활비 문제를 집중 공격하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원에서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다수당 지위를 잃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공화당은 상원 100석 중 53석, 하원 435석 중 218석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상원은 전체의 약 3분의 1인 35석, 하원은 435석 전체를 교체한다. 하원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의 의석 격차는 5석에 불과하다.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를 상실할 가능성이 작지 않은 셈이다.특히 유권자들은 ‘미국 우선주의’를 외친 트럼프 대통령이 민생 경제보다 대외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 불만을 제기했다. WSJ 조사에서 응답자의 53%는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를 희생시키면서 외교 의제에 집중하고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관료가 민심을 자극하는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도 여론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브룩 롤린스 농무장관은 14일 보수 매체인 뉴스네이션 인터뷰에서 “닭고기 한 조각, 브로콜리 한 조각, 옥수수 토르티야 한 장, 여기에 다른 음식 하나만 더하면 3달러(약 4410원)로 한 끼를 먹을 수 있다”고 해 논란을 일으켰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 발언이 18세기 프랑스 대혁명 당시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가 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빵이 없으면 대신 케이크를 먹으라”는 말에 빗대어 조롱받고 있다고 전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미국 국무부가 향후 5개년의 외교 전략 목표를 공개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반구 패권 장악 의지를 담은 ‘돈로 독트린(Donroe Doctrine)’을 공식 용어로 채택했다. 또 한국의 디지털 규제법을 포함해 각국의 디지털 규제 움직임을 겨냥해 비자·금융 제재까지 포함된 강력한 보복 조치도 예고했다. 국무부는 ‘2026∼2030 회계연도 전략계획(Agency Strategic Plan·ASP)’을 15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전략계획은 각 행정부가 4년마다 의회에 제출하는 문서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 노선과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담고 있다. 특히 국무부는 “새로운 ‘돈로 독트린’ 아래 미국은 반미(反美) 국가 및 불량 국가들을 굴복시키고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과 강력한 새 안보·경제 파트너십을 구축함으로써 서반구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확립했다”고 강조했다. 돈로 독트린은 19세기 유럽의 미주 대륙 간섭을 거부한 제임스 먼로 전 대통령(1817∼1825년 집권)의 외교 정책 ‘먼로 독트린’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 ‘도널드’를 합친 조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NSS)에서도 서반구 안보에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강조했지만 ‘돈로 독트린’을 국가 문서에 공식 사용한 것은 처음이다. 국무부는 전략계획에서 돈로 독트린을 포함해 △미국의 국가 주권 강화 △인도태평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럽 국가들과의 동맹 재건 △기술·지배적 우위 확보 △국익 최우선의 대외 원조 등 총 6개 목표를 제시했다. 특히 주권 강화 항목에서 “미국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외국 정부의 활동에 반대한다”고 적시했다. 외국 정부가 미국 기술 기업에 운영 조건을 강제하거나 벌금을 부과하는 것을 그 사례로 들며 “비자 및 금융 제재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통해 이에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무부가 특정 국가를 거론하지 않았지만 한국의 디지털 규제 입법도 겨냥한 대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31일 국무부는 최근 한국의 국무회의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허위조작정보근절법)에 대해 “미국 기반 온라인 플랫폼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표현의 자유를 약화한다”고 지적했다. 국무부는 경제·산업 분야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상업 외교(commercial diplomacy)’의 첨병이 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전 세계 해외 공관에 방위산업, 인공지능(AI), 에너지, 자본 시장,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미국 기업의 해외 수주를 직접 지원하고 중국 기업의 입찰 참여를 차단하는 데도 적극 개입하라고 주문했다. 또 동맹국에 미국산 첨단 기술 및 무기의 구매를 유도해 ‘친미(親美·pro-American) 경제 블록’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재정을 미국 제조업 재건에 투자하겠다는 구상도 드러냈다.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에는 국방비 증액을 재차 압박하며 “미국 또한 미국의 방위산업 기반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해 줄 것”이라고 유인책을 제시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최근 이란에 대한 군사 조치 감행 의지를 거듭 나타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이란에서 (시위대) 살해가 중단됐다고 들었다. 그 의미가 뭔지 알아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28일 발발한 반(反)정부 시위를 유혈 진압하고 이날 26세 남성 에르판 솔타니의 교수형 집행 계획까지 공언했던 이란 당국이 솔타니의 처형을 연기하는 등 한발 물러선 것을 감안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만 미국의 군사 조치와 이를 통한 양국의 무력 충돌 가능성은 여전하다. 미국은 중동 역내 기지에 머무는 일부 미군 인력에게 철수를 권고했다. 남중국해에 있던 미국 항공모함 전단이 중동 지역으로 이동을 시작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란 또한 15일 오전 1시 45분부터 7시 30분까지 약 6시간 동안 ‘공중 임무’를 이유로 자국 영공을 전면 폐쇄했다. 이처럼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 우려가 고조되자 이탈리아, 폴란드, 인도 등 각국은 이란 내 공관을 폐쇄하거나 자국민의 철수를 권고했다.● 트럼프-이란 모두 수위 조절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신뢰할 만한 소식통에게 들은 정보에 따르면 최근 며칠간 사람들이 얘기했던 처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당국의 시위대 살해 또한 “중단됐다”며 현지 상황이 호전됐음을 시사했다. 하루 전 솔타니의 처형 계획에 관한 질문을 받자 “매우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군사 개입을 시사했던 것과 상반된다. 같은 날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오늘이나 내일(15일) 중으로 교수형이 집행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솔타니가 살아 있다고 전했다. 이런 이란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기 위한 조치라고 진단했다. 다만 시위대에 대한 이란 당국의 위협은 계속되고 있다. 이란 사법부 수장 골람호세인 모세니에제이는 14일 시위대가 수감된 수도 테헤란의 한 교도소를 찾아 “어떤 사람(시위대)이 누군가를 참수하고 불태웠다면 우리는 임무를 신속하게 해야 한다”며 강경 진압 필요성을 강조했다. 14일 워싱턴포스트(WP)도 최근 온라인 영상들을 분석해 이란 군경이 최소 6개 도시에서 자국 시위대를 향해 산탄총 등을 발포했다고 전했다. 수도 테헤란 인근의 한 영안실에서는 최소 100구의 시신이 가방에 싸인 채 신원 확인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도 포착됐다. 노르웨이 기반 국제 인권단체 ‘이란인권(IHR)’은 시위 18일째인 14일 기준 누적 사망자를 3428명으로 집계했다. 실제 사망자는 훨씬 더 많다고 덧붙였다. 미국에 본부를 둔 이란 매체 ‘인권활동가통신(HRANA)’도 최소 1만8400명이 체포 및 구금됐다고 추산했다.● 미-이란 군사 충돌 가능성은 여전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에 대한 군사 옵션은 배제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보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실제 미군이 이란 공습을 준비하는 듯한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미국 보수성향 케이블 방송 ‘뉴스네이션’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이날 남중국해에 배치됐던 항모전단을 중동으로 배치하기로 했다. 이 전단은 핵추진 항공모함인 ‘USS 에이브러햄링컨’호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이란 인근 해역으로 이동하는 데는 약 1주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NBC방송 또한 이란과 페르시아만을 두고 인접한 카타르의 알우데이드 미 공군기지에선 일부 병력이 철수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란과의 무력 충돌에 대비해 위험 지역에서 일부 병력을 이동시킨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란은 지난해 6월 미국이 이란의 핵 농축 시설을 대규모 공습했을 당시 이 기지에 보복 타격을 가했다. 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미 CBS방송에 “예방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미군 기지가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튀르키예 등에 “미국이 이란을 공격한다면 당신 나라의 미군 기지를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모하마드 파크푸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반정부 시위의 배후로 미국과 이스라엘을 지목하며 “결정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최고 수준의 준비태세를 갖췄다”고 주장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호주 총리 출신의 케빈 러드 주미 호주대사(69·사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공개 석상에서 질책을 받은 지 약 3개월 만에 대사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예정된 임기보다 1년 빠른 올 3월 물러날 예정이다. 12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케빈 러드 주미 호주대사가 2026년 3월 임기를 마치게 됐다”고 밝혔다. 러드 대사는 2007∼2010년, 2013년 등 두 차례에 걸쳐 호주 총리를 지냈다. 2023년 3월 주미 호주대사로 임명된 뒤 미국·영국·호주의 3국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를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그가 과거 트럼프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한 사실이 발목을 잡았다. 2020년 미 대선에서 부정선거를 주장한 트럼프를 겨냥해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대통령”이자 “미국과 민주주의를 진흙탕 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서방의 반역자”라고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린 것. 2021년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동네 바보(village idiot)”라고 지칭한 영상도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이에 2024년 3월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러드는 대사로 오래 있지 못하고 호주로 돌아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러드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11월 재선에 성공한 직후 논란이 된 게시물들을 삭제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회복하진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백악관에서 열린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배석한 러드 대사에게 “나는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마도 절대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모두 용서했다”며 러드 대사와 화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정상회담 3개월 만에 러드 대사는 사퇴 의사를 밝혔다. 앨버니지 총리는 전적으로 러드 대사가 내린 결정이며 조기 사퇴 압박은 없었다고 밝혔다. 러드 대사는 12일 “지난 3년간 호주대사로 일할 수 있던 것이 큰 영광이었다”며 “앞으로도 미국에 남아 뉴욕과 워싱턴을 오가며 미중 관계의 미래에 대해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사 퇴임 후 비영리 싱크탱크인 ‘아시아 소사이어티’ 회장과 중국분석센터장을 맡을 예정이다. 그는 2021∼2023년에도 아시아 소사이어티 회장을 지냈고, 강경화 주미 한국대사에게 회장직 바통을 넘겼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미국 연방 하원의원들이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한국이 미국 기업을 차별하고 있다”며 노골적인 쿠팡 편들기에 나섰다. 또 한국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도 쿠팡이 초래한 대규모 정보 유출 사건과 이로 인한 파장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쿠팡이 미국 정치권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3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 의회에서 열린 ‘해외 디지털 규제 동향’ 청문회에서 에이드리언 스미스 하원 세입위원회 산하 무역소위원회 위원장(공화당)은 “내가 관찰하기에 한국은 미국 기업들을 명백하게 겨냥하는 입법 노력을 계속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한국이 한미 정상회담 이후 지난해 11월 미국과 발표한 공동 팩트시트에서 미국 기업들을 차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도 이렇게 행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미스 위원장은 “한국 규제당국은 이미 미국의 기술 선도 기업들을 공격할 표적으로 삼고 있는 것 같다. 쿠팡에 대한 차별적인 규제 조치가 한 사례”라며 쿠팡을 직접 언급했다.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모회사 쿠팡Inc는 쿠팡 한국법인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날 미 하원 청문회는 미국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해외 각국의 디지털 규제 사례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그러나 미국 의원들은 한국의 입법 사례를 반복해 언급하며 우려를 표시했다. 캐럴 밀러 공화당 하원의원은 “디지털 분야에서 자유로운 교역을 막으려는 움직임이 한국에서 가장 명백하다”고 했다. 밀러 의원은 한국 국회가 미국 기업을 겨냥한 ‘검열 법안(censorship bill)’을 통과시키는 등 규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며 “최근 두 미국인 경영진을 대상으로 ‘정치적 마녀사냥(political witch hunt)’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검열 법안은 최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마녀사냥은 김범석 쿠팡Inc 의장,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 임시 대표에 대한 비판과 국회 조사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전 델베네 민주당 하원의원은 한국 정부가 무역협상 때 합의한 내용을 지키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과정에서 쿠팡을 거론했다. 그는 “지역구(워싱턴주)에 있는 쿠팡 같은 기업들로부터 한국 규제당국이 이미 약속을 위반하고 있다고 듣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을 방문해 미 의회와 정부를 상대로 한국 디지털 규제의 입법 취지를 설명하는 가운데 열렸다. 전날 여 본부장은 미 하원 외교위원회 소속으로 한국의 디지털 규제를 비판해 온 대럴 아이사 공화당 하원의원과 재계 인사들을 만났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호주 총리 출신의 케빈 러드 주미 호주대사(69)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공개석상에서 질책을 받은 지 약 3개월 만에 대사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예정된 임기보다 1년 빠른 올 3월 물러날 예정이다.12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케빈 러드 주미 호주대사가 2026년 3월 임기를 마치게 됐다”고 밝혔다. 러드 대사는 2007~2010년,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호주 총리를 지냈다. 2023년 3월 주미 호주대사로 임명된 뒤 미국·영국·호주의 3국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를 강화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그러나 그가 과거 트럼프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한 사실이 발목을 잡았다. 2020년 미 대선에서 부정선거를 주장한 트럼프를 겨냥해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대통령”이자 “미국과 민주주의를 진흙탕 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서방의 반역자”라고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린 것. 2021년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동네 바보(village idiot)”라고 지칭한 영상도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이에 2024년 3월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러드는 대사로 오래 있지 못 하고 호주로 돌아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러드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11월 재선에 성공한 직후 논란이 된 게시물들을 삭제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회복하진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백악관에서 열린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배석한 러드 대사에게 “나는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마도 절대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모두 용서했다”며 러드 대사와 화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정상회담 3개월 만에 러드 대사는 사퇴 의사를 밝혔다.앨버니지 총리는 전적으로 러드 대사가 내린 결정이며 조기 사퇴 압박은 없었다고 밝혔다. 러드 대사는 12일 “지난 3년간 호주 대사로 일할 수 있던 것이 큰 영광이었다”며 “앞으로도 미국에 남아 뉴욕과 워싱턴을 오가며 미중관계의 미래에 대해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사 퇴임 후 비영리 싱크탱크인 ‘아시아 소사이어티’ 회장과 중국분석센터장을 맡을 예정이다. 그는 2021~2023년에도 아시아 소사이어티 회장을 지냈고, 강경화 주미 한국대사에게 회장직 바통을 넘겼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미국 집권 공화당과 야당 민주당의 하원의원들이 쿠팡 사건과 관련해 “한국이 미국 기업을 차별하고 있다”며 일제히 쿠팡 편들기에 나섰다.1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의회에서 열린 ‘해외 디지털 규제 동향’ 청문회에서 하원 세입위원회 무역소위원회의 에이드리언 스미스 위원장(공화당·네브래스카)은 “내가 관찰하기에 한국은 미국 기업들을 명백하게 겨냥하는 입법 노력을 계속 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스미스 위원장은 한국이 한미 정상회담 이후 지난해 11월 미국과 발표한 공동 팩트시트에서 미국 기업들을 차별하지 않고, 미국 기업들이 불필요한 디지털 무역장벽에 직면하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는데도 이렇게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규제당국은 이미 미국의 기술 선도 기업들을 공격적으로 표적 삼고 있는 것 같다”면서 “쿠팡에 대한 차별적인 규제 조치가 한 사례”라고 쿠팡을 지목했다.이날 청문회는 미국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해외의 디지털 규제 사례를 전반적으로 다루기 위한 자리였다. 그러나 공화당 의원들은 반복해서 한국의 입법 사례를 언급하며 우려를 표했다. 캐럴 밀러 의원(웨스트버지니아)은 디지털 분야에서 자유로운 교역을 막으려는 움직임이 “한국에서 가장 명백하다”고 지적했다.밀러 의원은 또 한국 국회가 미국 기업을 겨냥한 “검열 법안(censorship bill)”을 통과시키는 등 규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며 “최근 두 미국인 경영진을 대상으로 정치적 마녀사냥(political witch hunt)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검열 법안’은 최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정치적 마녀사냥’은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 임시 대표와 김범석 쿠팡Inc 의장에 대한 수사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민주당도 미국 기업 지키기에 가세했다. 수전 델베네 의원(워싱턴)은 한국과의 무역 합의를 언급하면서 “지역구인 워싱턴주에 있는 쿠팡 같은 기업들로부터 한국 규제당국이 이미 약속을 위반하고 있다고 듣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이 대미 정부 로비를 계속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이날 청문회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한국의 디지털 규제 동향에 대한 미국 정부와 정치권 등의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가운데 열렸다. 여 본부장은 전날 대럴 아이사 하원의원(공화·캘리포니아)과 재계 인사들을 만나 정부 입장을 설명했고 남은 방미 기간에도 미국의 우려를 해소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지난해 12월 28일부터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발한 이란에서 당국이 폭압적인 시위대 진압을 이어 가고 있다. 인명 피해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노르웨이에서 활동 중인 이란인권(IHR) 등에 따르면 8일 시위 도중 당국에 붙잡힌 남성 에르판 솔타니(26)가 14일 교수형에 처해질 예정이다. 당국은 솔타니를 사형이 가능한 ‘신(神)에 대한 전쟁’ 혐의로 기소했다. 그에게 변호인 접견조차 허락하지 않고 있다. 이에 국제인도주의비정부기구(IHRNGO)는 “시위대에 대한 이란 당국의 초법적 처형 위험이 심각하다. 국제사회가 당국의 대량 학살로부터 민간인 시위대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촉구했다.영국 일간 가디언과 IHR 등에 따르면 8일 소수민족 쿠르드족 여대생 루비나 아미니안(23·사진) 또한 시위 진압 과정에서 숨졌다. 유족과 목격자에 따르면 그는 뒤쪽 근거리에서 발사된 총탄에 머리를 맞았다. 이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란 당국이 사실상 자국민을 상대로 ‘즉결 처형’ 수준의 진압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아미니안의 어머니는 딸의 유해를 찾기 위해 서부 쿠르디스탄주 마리반에서 수도 테헤란으로 상경했다. 수백 구의 시신을 직접 뒤지며 딸의 신원을 확인했다. 당국은 아미니안의 유해를 고향에 매장하려는 유족들의 염원을 외면한 채 시신을 테헤란 인근 도로변에 묻을 것을 강요하고 있다. 2022년 9월 이란에서 발생한 ‘히잡 의문사’ 반정부 시위도 쿠르드족 여성 마사 아미니(당시 22세)의 죽음으로 발발했다. 아미니는 당시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교 경찰에 끌려갔고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당시 이란 당국은 아미니의 사망 원인을 심장마비라고 밝혀 국민들의 분노를 키웠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간) 이란의 반정부 시위대에 미국의 도움을 약속하며 강력한 행동을 촉구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이란의 애국자들이여, 계속 시위하라. 여러분의 (정부)기관들을 점령하라”며 “(여러분을) 살해하고 학대하는 이들의 이름을 남겨라. 그들은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시위대에 대한 무분별한 살인이 멈출 때까지 이란 관리들과의 모든 회담을 취소했다”며 “지원이 곧 도착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11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지도부가 어제 전화했다”며 “회담이 준비되고 있고, 그들은 협상을 원한다”고 밝히며 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일부 시위대가 사용하고 있는 구호인 “이란을 다시 위대하게(MIGA·Make Iran Great Again)”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에서 미국 대신 이란을 넣은 표현이다.지난해 12월 28일 리알화 가치 폭락, 생필품 가격 급등, 실업난 등 극심한 경제난에 대한 불만으로 시작된 이란의 반정부 시위는 2주 넘게 계속되고 있다. CNN에 따르면 미국에 기반한 인권단체 인권운동가통신(HRANA)는 이날까지 시위대 최소 1850명이 사망하고 1만6784명 이상 체포됐다고 추산했다.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이란 반정부 매체인 이란인터내셔널은 1만2000여 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당국의 유혈 진압을 비판하며 미국의 개입 가능성을 반복적으로 시사해왔다. 그는 12일에도 이란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히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군사 옵션을 쓰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란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에 대한 미국의 군사 개입도 가능한 선택지임을 암시한 것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안보 분야 당국자들로부터 이란에 취할 수 있는 군사 조치에 대한 브리핑을 받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