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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보험공사는 부실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투입된 자금 회수를 본격화하면서 올 들어 8월까지 2조5000억 원을 회수했다고 30일 밝혔다. 저축은행 사태 직후인 2012년 1000억 원 수준이던 회수금액은 지난해 1조 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작년의 2.5배 수준으로 늘었다. 예보 측은 “현재까지 누적 회수금액은 3조8000억 원으로, 회계법인이 추정한 예상금액(9조7000억 원)의 39% 수준”이라며 “회수기간이 평균 10년 이상임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대부분의 생명보험사가 약관대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는 금융당국의 권고를 거부하고 보험금 지급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30일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12개 생명보험사에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권고한 가운데 중소형 보험사인 현대라이프와 에이스생명 등 2곳만 금감원 권고대로 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금감원에 보고했다. 앞서 금감원은 분쟁조정국에 접수된 자살보험금 관련 민원 39건에 대해 해당 보험사에 보험금을 지급할지를 30일까지 결정해 보고하라는 공문을 보낸 바 있다. 금융당국은 7월 ING생명에 대해 “미지급 자살보험금 560억 원을 약관대로 지급하라”고 명령하며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 민원이 들어온 보험사는 ING생명,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동부생명, 신한생명, 현대라이프, 농협생명, 동양생명, 메트라이프생명, 에이스생명, 알리안츠생명 등 12곳이다. 이들이 지급해야 하는 자살보험금은 최소 2100억 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삼성생명은 당장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8월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며 고객이 제기한 소송의 결과를 지켜본 뒤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현대라이프와 에이스생명, 삼성생명을 제외한 나머지 9개 보험사는 민원인에게 자살보험금을 지급할 채무가 없다는 채무부존재 소송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생보사들은 ‘재해사망 특약 가입 후 2년이 지나 자살하면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약관에 명시해 놓고도 일반사망 보험금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통상 교통사고나 재해로 숨졌을 때 받는 재해사망 보험금은 일반사망 보험금의 2배 정도 된다. 신민기 minki@donga.com·정임수 기자}
은행의 예금과 대출금리가 사상 최저 행진을 이어갔다. 8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시장금리의 하락이 반영된 결과다.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올 8월 예금은행의 평균 저축성수신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연 2.36%로 전달보다 0.13%포인트 하락했다. 또 대출금리도 연 4.18%로 0.21%포인트 떨어졌다. 예금과 대출금리 모두 1996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저축성수신금리는 지난해 12월(2.67%) 이후 거의 매달 사상 최저치 경신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정기예금 금리도 7월의 2.47%에서 8월 2.35%로 하락해 사상 처음 연 2.3%대에 진입했다. 정기적금(2.57%)과 상호부금(2.49%), 주택부금(2.91%) 금리도 각각 0.05∼0.10%포인트씩 내렸다. 대출금리도 줄줄이 내림세를 보였다. 가계대출은 3.93%에서 3.76%로, 주택담보대출은 3.53%에서 3.50%로 각각 금리가 내렸다. 한편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임원회의에서 은행을 비롯해 저축은행, 신용카드사 등 금융회사의 부당 금리 인상 실태를 전반적으로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최근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일부 은행이 가산금리를 인상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린 것과 관련해 최 원장은 이같이 지시하며 “가계와 중소기업이 부당하게 금리를 부담해 경기활성화를 위한 여건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유재동 jarrett@donga.com·정임수 기자}
은행의 예금과 대출 금리가 사상 최저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 8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시장금리의 하락이 반영된 결과다.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올 8월 중 예금은행의 평균 저축성수신금리(신규취급액기준)는 연 2.36%로 전달보다 0.13%포인트 하락했다. 또 대출금리도 연 4.18%로 0.21%포인트 떨어졌다. 예금과 대출금리 모두 1996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저축성수신금리는 지난해 12월(2.67%) 이후 거의 매달 사상 최저치 경신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정기예금 금리도 7월의 2.47%에서 8월 2.35%로 하락해 사상 처음 연 2.3%대에 진입했다. 정기적금(2.57%)과 상호부금(2.49%), 주택부금(2.91%) 금리도 각각 0.05~0.10%포인트씩 내렸다. 대출금리도 줄줄이 내림세를 보였다. 가계대출은 3.93%에서 3.76%로, 주택담보대출은 3.53%에서 3.50%로 각각 금리가 내렸다. 한편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임원회의에서 은행을 비롯해 저축은행, 신용카드사 등 금융회사의 부당 금리인상 실태를 전반적으로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최근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일부 은행이 가산금리를 인상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린 것과 관련해 최 원장은 이 같이 지시하며 "가계와 중소기업이 부당하게 금리를 부담해 경기활성화를 위한 여건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정임수기자 imsoo@donga.com}

금융위원회가 내린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 처분이 부당하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던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사진)이 금융당국을 상대로 낸 소송을 모두 취하하고 KB금융 등기이사 자리에서도 물러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문제로 5월부터 이어져온 KB금융 사태가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임 전 회장은 28일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인을 통해 금융위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한 직무정지 처분 취소 소송을 29일자로 취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임 전 회장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자 한다”며 “금융위를 상대로 제기한 본안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을 취하하고 등기이사직에서도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일어난 모든 일을 제 부덕의 소치로 생각하고 앞으로 충분한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이어 “KB금융그룹의 고객, 주주, 임직원 및 이사회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KB금융그룹이 새로운 경영진의 선임으로 조속히 안정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12일 주전산기 교체 문제와 관련해 임 전 회장에게 중징계를 내렸으며 임 전 회장은 이에 반발해 16일 징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KB금융지주 이사회가 17일 임 전 회장의 해임을 의결한 뒤에도 그는 “소송을 통해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지만 이날 모든 소송을 취하한다고 밝혔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금융당국을 상대로 낸 징계 무효소송을 취소하고 등기이사직에서도 물러나기로 함에 따라 차기 KB금융 회장과 KB국민은행장 선임 절차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5월 수면 위로 떠오른 ‘KB사태’가 사실상 마침표를 찍게 되면서 오랜 경영공백 상태에 놓였던 KB금융그룹이 경영 정상화에 접어들지 금융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명예 회복과 진실 규명을 거듭 강조하며 금융당국과의 소송전을 강행했던 임 회장이 ‘백기’를 든 것은 금융당국과 사정당국의 전방위적 압박에 부담을 느낀 결과로 풀이된다. 검찰은 최근 이례적으로 서울지검 특수부에 임 전 회장 관련 사건을 배당해 강도 높은 수사에 벌이고 있다. 또 임 전 회장에게 우호적이었던 KB금융지주 이사회가 해임을 강행하고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곧바로 진행하면서 회장직에 복귀할 가능성이 희박해진 것도 그가 현실적인 결단을 내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사회의 해임으로 임 전 회장이 낸 직무정지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높았다. 이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차기 KB금융 회장과 국민은행장 선임 절차는 빨라지게 됐다. KB금융의 LIG손해보험 인수도 큰 무리 없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26일 2차 회의를 열어 이달까지 100여 명의 전체 후보군을 확정한 뒤 다음 달 2일 회의 때 10여 명으로 후보군을 압축하기로 했다. 이어 외부 전문기관의 평판조회를 거쳐 10월 중순 4명의 최종 후보군을 확정할 예정이다. 회추위는 4명의 후보군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거쳐 이르면 다음 달 말 최종 회장 후보를 선정하기로 했다. 차기 회장은 11월 21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확정된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투자성향이 ‘위험중립형(3등급)’이네요. 하지만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수익률을 높이려면 좀 더 위험한 상품에 투자하는 게 좋습니다.” 26일 서울 여의도의 한 증권사 지점. 동아일보 기자가 영업 직원에게 펀드 가입 상담을 의뢰하자 대뜸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직원은 “원금 비보장형이긴 하지만 아직까지 원금 손실이 난 경우는 없다”며 ‘공격투자형(5등급)’에 해당하는 주가연계증권(ELS) 2종을 슬그머니 내놨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판매사는 투자성향 진단 결과에 적합한 상품을 고객에게 제안해야 하지만 이 증권사 직원은 이런 규정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위험 상품을 권유했다. 4만 명이 넘는 피해자를 낸 ‘동양그룹 사태’가 30일로 발생 1년을 맞는다.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의 불완전판매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에 대한 분쟁조정 작업은 어느 정도 마무리됐지만 불완전판매 등 잘못된 관행은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증권사 불완전판매 같은 날 기자가 방문한 B증권의 한 지점. 이 증권사도 기자의 투자성향을 위험중립형으로 평가했지만 마찬가지로 5등급의 주식형 펀드를 소개했다. 영업 직원은 “앞으로 소득이 증가할 20, 30대 젊은 고객들에게는 투자성향에 비해 다소 공격적인 상품도 권하고 있다”며 “상품 등급에 맞춰 투자성향을 다시 작성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C증권 지점 관계자는 여러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만 줄줄 소개하더니 “수수료가 절반인 우리 회사 온라인 펀드마켓에서 가입하라”고 권유했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관계자는 “불완전판매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라인 가입을 권유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며 “온라인에서 가입할 경우 투자자 본인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동양사태 이후에도 불완전판매 관행이 계속되면서 금융회사들을 상대로 한 분쟁은 줄지 않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금융투자업계의 민원·분쟁은 1074건(STX·동양사태 등 대량민원 제외)으로, 지난해 하반기(7∼12월) 대비 9% 증가했다. 2012년 하반기 이후 계속 증가 추세다. 최근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불완전판매의 위험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1%라도 금리가 높은 상품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고 업계에서도 영업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이 7월 실시한 미스터리쇼핑(암행 감찰)을 통해서도 불완전판매의 문제점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 위험 등 상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 없이 인기 상품을 소개한 뒤 고객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았다. 위험 등급별로 투자설명서의 색상을 차등화해야 하지만 흑백으로 출력하는 등 동양사태 이후 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불완전판매 종합대책’도 일선 영업현장에서는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었다.○ 동양사태 여진 계속…책임지는 사람은 없어 한편 1년이 지났지만 동양사태의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피해자에 대한 구제 절차는 7월 말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일단락됐지만 관련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피해자와 동양증권이 금융당국의 분쟁조정을 받아들이겠다고 수락한 비율은 불완전판매가 인정된 전체 계약건수의 85% 수준(약 1만3000건)이다. 나머지 투자자 318명은 불완전판매 인정비율(약 67%)과 배상비율(15∼50%)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달 초 금감원에 재조정을 신청했다. 여기에다 동양그룹과 동양증권을 상대로 불완전판매가 아니라 사기판매라고 주장하는 집단소송도 제기된 상황이어서 소송이 마무리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의 허술한 관리, 감독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올해 초 김건섭 전 금감원 부원장이 자진 사퇴한 것 외에는 금융당국에서 제대로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김재영 redfoot@donga.com·박민우·정임수 기자}

《 “나는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다. 나는 세계화를 믿고, 시장경제와 사유재산을 믿는다. 무엇보다 개인의 자유를 믿는다. 다만 과도한 부(富)의 불평등은 부의 이동을 감소시키고 일부 계층에 권력이 집중되도록 해 민주주의를 방해한다는 점에서 경계한다.” 불평등 심화를 분석한 저서 ‘21세기 자본’으로 전 세계에 ‘피케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43)는 19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제15회 매일경제 세계지식포럼 사전 행사로 마련된 토론회 참석차 이날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 》 그는 “불평등이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 일정한 수준의 불평등은 경쟁을 통해 성장을 촉발한다는 점에서 유효하다”면서도 “하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극심한 불평등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21세기의 마르크스가 아니냐’는 자신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려는 듯 시장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부의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자본의 영향력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읽을 만한 책을 쓰고 싶었다”는 피케티 교수는 ‘21세기 자본’에서 오노레 드 발자크의 소설 ‘고리오 영감’을 인용해 부의 불평등을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몰락한 시골 귀족 출신 청년 라스티냐크가 사회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공부, 재능, 노력보다도 부잣집 딸을 만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현실에서 갈등을 느끼는 장면이 있다”며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고 단언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피케티 교수는 부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교육기회 확대를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서 교육이 경제성장에 기여한 바가 컸지만 지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사교육비 지출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로 교육에서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며 “공공교육을 확대해 양질의 교육을 받기 어려운 하위 계층에도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한국의 소득과 부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며 “개정판에는 한국의 상황을 자세히 담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서울 중구 동호로 신라호텔에서 열린 ‘1% 대 99% 대토론회’에 참석한 피케티 교수는 300여 년에 걸친 방대한 통계자료를 분석해 얻어낸 부의 불평등 현상과 원인을 조목조목 짚었다. 그는 “미국의 경우 지난해 상위 10%의 세전 소득이 전체 계층의 세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0%를 넘어서는 등 소수의 최상위 계층에 부가 집중되고 있다”며 “미국이나 유럽과 같이 경제성장률이 낮은 경우에는 더욱 심각한 불평등을 야기한다”고 말했다. 피케티 교수가 공공교육 확대와 더불어 제시한 또 다른 불평등 해소 방안인 누진적 부유세는 이날 토론회에서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돈이 많을수록 높은 세율을 매기는 누진적 부유세는 부의 이동성을 증가시킨다”며 “누진 소득세율을 최고 80%까지 인상해 자본수익률을 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토론회 패널로 나선 로런스 코틀리코프 미국 보스턴대 교수는 “누진세를 늘리자고 하기 전에 현재 세제를 살펴봐야 한다. 지금도 미국은 상당히 누진적인 소득세 제도를 갖고 있다”며 “정부가 제공하는 사회보험이나 의료혜택, 은퇴자들의 연금 소득 등까지 고려하면 미국 사회에서 부의 불평등이 피케티 교수가 주장하는 것처럼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국이나 유럽 같은 고성장 국가를 중심으로 연구한 피케티 교수의 주장을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조원동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누진세 등을 통해 자본에 불이익을 주자는 피케티 교수의 제안은 한국과 같이 개발 중인 국가에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더 많은 경쟁을 도입해 경제성장을 촉발하는 것이 세금을 부과해 기업 활동을 억제하는 것보다 효과적이다”고 반박했다. 피케티 교수는 최근 한국 정부가 기업의 과도한 사내유보금에 과세하기로 한 데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한국의 사정과 정책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지는 않지만 부의 불평등을 해소하려면 기업의 과도한 잉여금에 과세하는 정책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 토마 피케티 교수는 ▼정치 관심 많은 좌파 경제학자… 佛 대선때 사회당 지지 서한 토마 피케티는 1971년 프랑스 파리 근교 클리시 지역에서 태어났다. 부모가 1968년 5월 프랑스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68세대’여서 피케티도 어릴 때부터 좌파적인 부모들의 성향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다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족 중에 좌파도 있고 우파도 있다. 난 이념적 신념이 아니라 순수한 학문적 동기로 연구를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18세에 프랑스 명문인 고등사범학교에 입학해 수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뒤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과 런던정경대에서 ‘부의 재분배’라는 주제로 22세 때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2년간 조교수로 지냈지만 “미국 경제학의 수학적 추상성에 불만을 느껴” 1995년 프랑스로 돌아갔고 2000년부터 파리경제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12년 ‘프랑스 최고 젊은 경제학자’상을 받는 등 프랑스에서는 소장 좌파 경제학자로 인정받았지만 영미 중심의 세계 경제학계에서는 무명에 가까웠다. 현실 정치에도 관심이 많은 피케티는 2007년 프랑스 대선 때 세골렌 루아얄 사회당 후보의 경제자문을 맡았으며 2012년 대선 때는 사회당 소속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을 지지하는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다.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사진)이 채권단의 공동관리(자율협약)를 받고 있는 동부제철의 경영권을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 대신 동부제철의 모든 채무는 2018년까지 유예되고 6000억 원가량의 신규 자금이 추가 지원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동부제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등 9개 채권금융기관은 이날 오후 채권단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동부제철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했다. 채권단은 김 회장 등 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책임을 물어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동부제철 주식에 대해 100 대 1의 무상감자를 하기로 했다. 다른 소액주주 지분에 대해서는 4 대 1의 무상감자가 추진된다. 6월 말 현재 동부제철 최대주주는 동부그룹 비금융 계열사의 지주회사 격인 동부CNI(지분 11.23%)이며 김 회장(7.12%), 장남 남호 씨(7.39%) 등 특수관계인이 36.94%의 지분을 갖고 있다. 채권단 방안대로 무상감자가 실시되면 김 회장은 동부제철의 경영권을 상실한다. 채권단은 또 동부제철의 채무원금에 대해 2018년까지 상환을 유예해주고 금리도 최저 연 1%로 낮춰주기로 했다. 또 530억 원 규모의 출자전환과 함께 5000억 원의 자금을 새로 투입하고 신용장(LC) 대금 1억 달러도 지원할 예정이다. 동부그룹은 비금융 계열사는 동부CNI가, 금융 계열사는 동부화재가 각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구조로 분리돼 있다. 이에 따라 채권단 방안대로 시행되더라도 김 회장의 금융 계열사에 대한 지배구조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정임수 imsoo@donga.com·김지현 기자}
KB금융그룹을 이끌 차기 회장 인선 작업이 본격화됐다. 다음 달 말이면 신임 회장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 이사회는 19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가동하고 해임된 임영록 전 회장의 후임을 뽑는 절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사외이사 9명 전원으로 구성된 회추위는 이날 첫 회의를 열고 김영진 사외이사(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를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김 위원장은 이경재 KB금융 이사회 의장의 건강악화로 당분간 이사회 의장도 대행하기로 했다. 회추위는 앞으로 5차례 정도 회의를 열어 회장 후보군을 확정하고 내부심사와 인터뷰 등을 거쳐 10월 말 최종 후보를 확정할 계획을 세웠다. 차기 회장 후보로 내부 인사로는 KB금융 회장 대행을 맡고 있는 윤웅원 부사장과 국민은행장 직무대행인 박지우 부행장, 윤종규 전 금융지주 부사장, 김옥찬 전 부행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외부 인사는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이종휘 미소금융재단 이사장(우리은행장), 주재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 등의 이름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지주 회장과 행장의 겸임 여부 등 세부적인 사항들은 26일 2차 회의를 열고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임종룡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경북지역의 산업단지를 방문해 ‘기술금융’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18일 NH농협금융에 따르면 임 회장은 이날 경북 경산산업단지를 찾아 기업체를 견학한 뒤 기술금융과 관련한 중소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임 회장은 이 자리에서 “중소기업이 성장해야 고용도 늘고 국가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며 “중소기업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해외 진출도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기업체 방문 후에는 농협은행 경북영업본부와 자회사 직원 30여 명과 간담회를 하고 중소기업을 비롯한 서민금융 지원 현황을 보고 받았다. 임 회장은 기술금융과 관련해 영업직원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건의사항을 수렴한 뒤 “경북지역의 기술력 있는 유망 중소기업과 농식품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확대할 수 있도록 각별히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임 회장은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매달 전국 영업현장을 방문해 직원들을 만나는 현장경영을 해오고 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선견지명’ vs ‘무리한 투자’ 현대자동차그룹이 10조5500억 원에 달하는 ‘통 큰 베팅’으로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터를 품에 안으면서 낙찰가의 적절성을 놓고 업계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당초 한전 본사 터가 5조 원 안팎에 새 주인을 찾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예상액의 갑절이 넘는 가격에 낙찰되자 “예상보다 너무 높은 가격”이라는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낙찰가를 3.3m²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4억3880만 원 수준이다. 서울시 방침대로 한전 부지의 40%를 기부할 경우 3.3m²당 실제 매입 가격은 6억∼7억 원에 이르게 된다. 개별공시지가 기준으로 전국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서울 중구 충무로1가 24-2번지(3.3m²당 2억5410만 원)를 훌쩍 뛰어넘는 가격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연구위원은 “매각 차익을 노린 투자용이 아니라 사옥으로 이용하는 실수요 목적으로 접근하다 보니 시장의 예상을 상회하는 거액을 베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개발 호재 등을 감안한 미래 가치와 강남의 마지막 남은 노른자위 땅이라는 희소성을 생각하면 충분히 베팅할 만한 가격이라는 의견도 있다. 문주현 한국부동산개발협회장은 “1987년 3.3m²당 500만 원대였던 강남 테헤란로 땅값이 최근 2억 원까지 육박할 정도로 급등했다”면서 “강남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생각하면 장기적으로는 투자비용을 충분히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높은 낙찰가와 대기업 본사 이전 효과는 주변 부동산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계열사가 들어서면 인근 오피스빌딩 등 수익형부동산 시장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빌딩거래전문 정보업체인 알코리아의 황종선 대표는 “한전 본사 근처 중소형 빌딩 시장은 한전 본사 터 개발 소식이 나온 뒤 지하철9호선 개통 소식까지 맞물리면서 1년 새 매매 호가가 10∼20% 올랐다”고 말했다. 인근 주택시장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업 입주로 중산층 인구가 유입되면서 삼성동은 물론이고 인근 대치동까지 주거용 아파트 및 오피스텔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강남구 삼성동 현대공인 관계자는 “삼성동 일대는 지난해 12월 최저 수준일 때와 비교하면 중소형 아파트 매매가가 1억 원 이상 뛰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전 터 개발 소식이 나온 뒤 3.3m²당 1억 원 안팎이던 대로변 일대 토지 가격은 1억2000만 원 수준으로 뛰었다. 김현진 bright@donga.com·정임수 기자}

KB금융지주 이사회가 금융위원회로부터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임영록 회장(사진)에 대한 해임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임 회장은 KB금융의 대표이사직을 잃었다. 임 회장이 이 같은 이사회의 결정에 반발하며 법적 대응을 이어나갈 뜻을 밝혀 ‘개인 임영록’과 금융당국 간의 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KB금융 이사회는 17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이사회를 열고 임 회장의 해임 여부를 논의했다. 일부 사외이사가 임 회장의 퇴진에 반대했지만 이경재 KB금융 이사회 의장과 다른 사외이사들은 해임안 처리가 불가피하다며 반대하는 이사들을 설득했다. 결국 사외이사들은 이사회가 직접 해임하기보다 마지막으로 임 회장에게 사퇴 기회를 주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뒤 이날 오후 늦게 임 회장의 서울 서초구 반포동 자택을 찾아가 자진 사퇴를 설득했다. 그러나 임 회장이 거부하자 이날 밤 12시 무렵 명동 KB금융지주 본사로 다시 모여 이사회를 재개하고 표결에 부쳐 찬성 7표, 반대 2표로 해임을 의결했다. 한편 임 회장은 이사들의 해임 의결이 있기 직전 자택 앞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자진 사퇴는 하지 않기로 했다. 처음 경징계였다가 사퇴까지 해야 한다는 게 너무 하지 않느냐”며 “담당 변호사와 상의해 해임에 따른 대응을 하고 진실 규명을 위한 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본인의 명예회복을 위해 16일 낸 행정소송을 그대로 진행하고, 이와 별도로 자신을 해임한 이사회를 상대로 법원에 따로 가처분신청까지 검토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임 회장은 대표이사 회장 자리를 잃게 됐지만 ‘이사직’ 해임은 주주총회의 결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이사 자격은 주총 때까지 유지된다. KB금융 이사회는 곧 차기 회장 선임에 착수할 예정이다. 사외이사 9명으로 구성된 회장추천위원회는 조만간 여러 후보군 가운데 최종 후보를 선정할 방침이다. KB금융 사태가 ‘낙하산 수뇌부’ 간 갈등으로 촉발됐다는 점 때문에 차기 회장으로는 관료나 대선 캠프 출신이 배제되고 오랫동안 금융계에 몸담은 인사가 중용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KB그룹 안팎에서는 5, 6명이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차기 회장은 공석인 국민은행장을 겸임할 수 있지만 두 자리가 분리될 경우 이건호 전 행장의 후임도 별도로 선출할 예정이다.정임수 imsoo@donga.com·신민기 기자}
올해 안에 저축은행에서 신용카드를 발급받고 보험도 가입할 수 있게 된다. 또 저축은행 점포 설립 규제가 대폭 완화돼 저축은행 지점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는 17일 이런 내용의 ‘저축은행의 관계형 금융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와 카드사, 보험사 간의 업무제휴를 통해 연내에 저축은행의 신용카드 및 방카쉬랑스 판매가 허용된다. 고객이 저축은행 창구에서 제휴카드사의 카드를 발급받고 결제 계좌를 해당 저축은행으로 지정하는 식이다. 또 내년 1분기(1∼3월)에 저축은행이 발급하는 체크카드도 후불교통카드 기능이 탑재돼 30만 원 한도 내에서 소액결제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저축은행의 체크카드 발급은 늘었지만 후불교통카드 같은 생활편의기능이 없어 사용 실적이 미미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저축은행 점포 설립 규제가 완화된다. 지금은 증자요건 등을 갖춰 금융위 인가를 받아야 영업구역 내에서 점포 설립이 가능해 전국 저축은행 지점이 297개로 시군구 1곳당 1.13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앞으로는 금융위 신고만으로 지점을 세울 수 있고 출장소 설치 때는 증자의무도 사라진다. 영업구역 외에 출장소를 세우는 것도 허용된다. 금융위는 중장기적으로 저축은행중앙회의 승인으로 점포를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 저축은행이 대출자의 연체 경험과 채무상환 능력을 따져 자율적으로 대손충당금을 쌓을 수 있도록 자산건전성 분류 기준도 완화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규제 완화로 저축은행의 방만 경영이나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저축은행 부실은 과도한 투자나 대주주 불법 행위에서 비롯됐다”며 “부실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밀착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16일 글로벌 금융시장의 급변 가능성에 적극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날 국회 경제정책포럼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선진국 통화정책 변화에 따른 국제 금융시장의 급변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면서 “내외 금리차와 원화 약세 또는 강세 기대 변화에 유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원화 약세와 유럽·일본의 추가 완화정책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일본이 추가 완화조치를 펴면 원-엔 환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해 우리 기업의 수출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환율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더 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이 총재는 이날 “환율을 고려해 금리를 조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환율 발언을 금리인하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은 확대 해석”이라고 말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KB금융 사태는 단적인 예일 뿐이죠. 우리 금융당국은 ‘예측 가능성’이 전혀 없어요. 불과 몇 달 전에는 ‘된다’고 했다가 이제 와선 ‘안 된다’고 하고. 위(금융위원회)에서 하는 얘기, 원(금융감독원)에서 하는 얘기 또 다르고….”(한 시중은행 부행장) 최근 KB금융 사태와 관련해 금융권에서는 당국이 사태를 수습하기는커녕 도리어 키웠다는 비판이 강하게 일고 있다. 사태 해결 과정에서 여론을 좇아 원칙 없이 대응한 것도 문제지만, 내부에서조차 의견이 갈리며 당국의 신뢰를 제 손으로 깎아먹었다는 점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제재 대상자들의 잘잘못을 정교하게 가리기보다 ‘윗선’이나 정치권의 신호만 기다리는 소신 없는 관료집단의 한계를 그대로 노출했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 스스로 신뢰 떨어뜨려 이번 사태의 처리 과정에서 금융당국은 KB금융 못지않은 심각한 내분 양상을 보였다. 이런 점이 갖은 억측을 불러일으키고 당국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는 지적이 많다. 처음에는 금감원과 금융위의 대립이 있었다. 5월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주 전산기 교체 문제를 신고해 금감원이 조사에 돌입했을 때 금융위 안에서는 이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기류가 강했다. 금융회사의 자체적인 경영 판단이 당국의 징계대상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처음부터 회의적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후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가 두 달간 징계수위를 결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자 금융위에서는 “애초에 이 사건에 발을 담근 것부터가 금감원의 실책”이라는 당국자들의 촌평이 쏟아졌다. 그러나 금융위도 금감원의 검사업무를 감독할 의무가 있고, 제재심 과정에도 시종일관 참여했다는 점에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갈등은 금감원 내부에서도 끊이지 않았다. 제재심이 6차례의 회의 끝에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 전 행장에 대한 경징계를 결정하자 최수현 금감원장은 제재심의위원장을 맡은 최종구 부원장에게 강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원장이 제재심 결정을 파기하고 문책경고로 제재 수위를 높인 다음에도 파장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금감원 은행검사국을 중심으로 ‘중징계가 합당하다’고 주장하는 쪽과 ‘당초 제재심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쪽으로 양분돼 의견 충돌이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금감원 내에서는 ‘제재심 위원들이 징계를 낮춰달라는 로비를 받았다’는 루머도 퍼졌다.○ 사태 방관하다 ‘벼락치기’ 제재 금융당국의 원칙 없는 행보도 도마에 오른다. 최 원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처리하겠다”며 특별검사에 돌입한 지 3주도 안돼 임 회장과 이 전 행장에게 중징계를 통보했다. 그간의 검사 관행을 봤을 때 상당히 빠른 결정으로 검사국 내부에서도 “무리수”라는 뒷말이 나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통상적인 검사도 제재까지 한 달 넘게 걸리는데 상반기에 징계를 마무리하라는 지침에 따라 현장검사 이틀 만에 보고서 작성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최 원장의 이런 이례적인 강경 행보 때문에 금융계에서는 ‘특정인물 찍어내기’설과 배후설, 음모론 등이 끊이지 않았다. 금융위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처음에는 징계의 ‘깜’도 안 된다며 사태를 덮으려 했다가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불과 석 달 만에 ‘직무정지’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우리도 사건이 금융위로 넘어올 거라는 예상을 미처 하지 못했다”며 “시간이 부족한 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최 원장이 임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건의한 4일부터 금융위가 직무정지를 의결한 12일까지는 불과 일주일 남짓한 기간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들이 미처 사건을 검토할 충분한 시간 없이 정치적인 결정을 내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헌 숭실대 교수는 “KB금융 사태는 당국이 초동대처를 제대로 못했다는 점에서 세월호 참사와 비슷하다”며 “같은 사건을 놓고 제재 강도가 이렇게 급변한다면 금융회사들이 당국의 규제 기준에 대한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유재동 jarrett@donga.com·정임수 기자}
3년 전 직장을 그만두고 은퇴자금 5억 원을 손에 쥔 이모 씨(60)는 요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초만 해도 은퇴자금을 은행 예·적금에 넣어두고 한 달에 110만 원 정도 이자수입을 얻었지만 지금은 100만 원이 채 안 될 정도로 줄었기 때문이다. 1년 새 예금금리가 가파르게 떨어진 탓이다. 동시에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함께 떨어지면서 이 씨가 매달 내는 대출이자는 55만 원에서 51만 원으로 줄었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뒤 이 씨의 고민은 더 커졌다. 그는 “내가 내야 하는 이자는 찔끔 떨어지고 받는 이자는 왕창 낮아지니 부담이 크다”며 “생활비를 더 줄이든지 좀 더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췄을 때 가계의 대출이자 부담이 줄어드는 것보다 이자소득이 더 많이 감소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가 금리인하를 통해 가계소득을 늘리는 방향의 경기부양책을 쓰고 있지만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소득에 득보다 실이 된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이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오제세(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하된 만큼 시장금리와 예대금리가 하락할 경우 가계가 대출이자 등을 갚느라 지출하는 이자비용은 연간 2조8000억 원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동시에 예·적금 금리인하로 가계의 이자소득은 연간 4조4000억 원 줄어드는 것으로 집계됐다. 기준금리 인하로 가계 이자소득이 더 많이 줄어드는 것은 국내 가계의 금융자산이 금융부채보다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현재 가계의 금융자산은 2636조 원으로 금융부채 1219조 원의 2.2배 수준이다. 소득별로 따져봤을 때도 모든 가구에서 이자소득이 더 많이 줄어 금리인하에 따른 소득 증대 효과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소득 최상위 20% 가구의 이자소득 감소분은 연간 2조1000억 원으로 이자비용 감소분(1조2000억 원)보다 9000억 원 컸다. 소득 최하위 20% 가구에서도 이자소득 감소분이 이자비용 감소보다 1000억 원 많았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를 인하해 소비심리를 자극하고 경기부양을 꾀하겠다는 정부의 정책방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기준금리 동결을 주장했던 문우식 금통위원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이자비용 감소로 인한 소비 증가보다는 이자소득 감소에 따른 소비 감소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특히 올해 안에 한 차례 더 기준금리가 인하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이자로 생활하는 은퇴자와 노년층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KB금융지주 이사회가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3개월 직무정지의 중징계를 받은 임영록 회장에게 자진 사퇴를 권고했다. KB금융 사외이사들은 15일 오전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고 “다수의 이사는 KB금융의 조직 안정을 위해 임 회장 스스로 현명한 판단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일단 임 회장에게 스스로 물러날 것을 권고하고 그래도 사퇴하지 않으면 이사회 차원에서 해임안 의결을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음 이사회는 17일에 잡혀 있다. 이사회의 권고에 대해 임 회장은 이날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거취를 고민 중인 임 회장이 안팎의 압박에 못 이겨 금명간 사퇴 의사를 밝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KB금융지주 임원들도 최근 임 회장에게 사퇴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이날 임 회장 등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사업의 핵심 관련자 4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임 회장 직무정지에 따른 경영리스크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12일 KB금융지주에 감독관을 파견한 데 이어 KB금융그룹 9개 계열사에 추가로 감독관을 파견했다. 이와 별도로 2011년 국민카드 분사 당시 고객정보 이관과 관련해 임 회장이 책임질 일이 있는지 면밀히 살피기 위해 지주, 국민은행, 국민카드에 대한 추가검사에도 착수했다. 유재동 jarrett@donga.com·정임수 기자}

KB금융 사태 등으로 ‘금융지주사 무용(無用)론’이 제기될 때마다 현장의 금융인이나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법·제도는 잘돼 있는데 운용을 잘 못한 결과”라는 것이다. 또 이들은 지주사가 탈이 많다고 제도를 없애려는 건 국제적 흐름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한다. 자회사 간 시너지를 이뤄 대형화, 겸업화에 나서는 게 현대 금융의 추세기 때문이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 금융회사들은 저마다 견고한 지주사 체제를 구축해 대외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이런 분위기에 정면으로 역행하고 있다. 회장이 행장까지 겸임하는 ‘무늬만 지주사’가 많아지고 있고 외국계 금융사를 중심으로 아예 지주사를 해체하는 곳도 나오기 시작했다. 그나마 겨우 지주사의 틀을 갖춘 곳은 KB금융처럼 수뇌부끼리 무한 권력투쟁에 나서며 경영을 내팽개치기 일쑤다. 전문가들은 경영진 간의 권한과 책임을 보다 명확히 하고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게 파행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한국 금융지주사의 역주행 선진 금융회사들의 지배구조는 1980, 90년대부터 지금의 형태로 유지, 발전돼 왔다. 미국은 대공황 이후 은행과 증권업을 분리해오다 1999년부터는 모든 업종의 금융사를 자회사로 두는 금융지주사의 설립을 허용했다. 일본도 1997년 은행 증권 보험지주회사에 대한 설립·감독 규정을 두기 시작했고 영국은 이보다 앞선 1986년 ‘금융 빅뱅’을 통해 각 금융사 간의 경계를 허물고 초대형 ‘메가 뱅크’들을 육성해왔다. 외국의 대표 금융사들은 사업구조가 어느 한 부문에 쏠리지 않고 지역별, 업종별로 다원화돼 있다는 특징을 갖는다. 스위스의 UBS나 일본의 미즈호그룹은 은행업과 투자은행업이 사업 포트폴리오상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HSBC그룹, 도이치뱅크, ING그룹 등도 사업 다각화에 성공한 사례로 평가된다. 하지만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당초 지주사의 도입 취지를 거의 살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지주사들의 은행 비중은 84%(자산 기준)로 금융투자나 보험 등 다른 업권들의 비중은 한 자릿수에 그친다.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수익도 3% 안팎으로 60∼70%에 이르는 글로벌 금융그룹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금융지주사들이 그동안 수익구조 다변화를 위해 저축은행 인수, 해외 진출 등의 노력을 했다고 하지만 아직도 한참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 때문에 금융사 지배구조가 과거의 형태로 돌아가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산은, 우리, 씨티는 이미 지주사 체제를 허물기 시작했고 SC 역시 지주사 해체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많다. 경영진 구성도 단순화되는 추세다. 과거에는 지주 회장과 사장, 은행장이 각각 따로 있었지만 지금은 4대 지주사에서 사장직이 없어진 지 오래고 지방은행을 중심으로 회장과 행장을 겸임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운영의 묘’ 살려야 물론 국내 지주사가 은행업에 편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짧은 시간 내에 바꾸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최소한 현 지배구조에서 경영진 간의 마찰을 줄이기 위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우선 지주와 자회사 간의 적절한 역할과 업무 분담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금융사들은 은행장의 파워가 막강하다 보니 지주사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이런 애매한 상황을 없애기 위해 경영진의 권한과 책임을 명시적으로 구분해 선을 그어 주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연강흠 연세대 교수도 “자회사에 대한 업무지시는 공식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며 “비공식적 채널을 가동하면 금융그룹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인사’가 오지 못하도록 지주 회장의 임기를 보장하거나 경영 승계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금융지주 체제가 겸업화를 통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선진 금융회사처럼 매트릭스 조직을 더욱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권력 싸움은 외국 금융사에도 있지만 이들은 타협을 통해 매끄럽게 갈등을 풀어낸다”며 “국내 지주사 체제도 제도는 잘돼 있지만 운영에서 문제가 노출된 것 같다”고 말했다.유재동 jarrett@donga.com·정임수 기자}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의 갈등으로 촉발된 ‘KB금융 사태’로 국민은행의 ‘리딩 뱅크’ 지위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됐다. 2001년 금융지주회사 체제가 도입된 이후 지주 회장과 행장의 갈등이 해당 금융회사는 물론이고 전체 금융권을 혼란에 빠뜨리는 일은 끊임없이 반복돼 왔다. 지배주주가 없어 지배구조가 취약한 금융회사에 정권의 줄을 타고 내려온 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주도권 다툼을 벌이며 반목하고, 임직원들은 업무를 뒷전으로 한 채 자리보전과 승진을 위해 줄서기에 열중하는 문화가 깊게 뿌리 내렸다.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정권 창출 ‘공신’에게 나눠주는 전리품 정도로 여기는 정부와 이런 정권의 도구로 전락한 금융당국도 후진적인 금융 지배구조의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산업의 지배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금융 선진화는 ‘구두선’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 지주 회장-행장, ‘다툼의 역사’ 2001년 4월 우리금융지주를 시작으로 금융지주회사 제도가 출범한 이후 국내 금융그룹에서는 금융지주 회장과 행장 간의 ‘반목의 역사’가 이어져 왔다. 특히 KB금융은 회장과 행장 간의 알력 다툼이 2008년 지주 체제 전환 이후 줄곧 계속됐다. 황영기 전 회장과 강정원 전 행장은 2008년 초대 회장직을 놓고 대립한 뒤 사외이사, 은행 부행장 등의 선임을 놓고 사사건건 부딪쳤다. 뒤를 이은 어윤대 전 회장 역시 임기 후반에 임영록 당시 KB금융 사장과 갈등을 빚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도 수뇌부 간의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팔성 전 회장은 은행장 권한을 축소하는 ‘매트릭스 조직’을 도입하려다 이종휘 전 행장, 이순우 행장의 반발을 샀다. 앞서 관료 출신인 박병원 전 우리금융 회장도 박해춘 당시 행장과 주요 의사결정을 할 때마다 마찰을 빚었고, 초대 회장인 윤병철 회장은 이덕훈 당시 행장과 요즘 KB금융처럼 전산시스템 도입을 놓고 대립했다. 그래서 “이순우 지주회장이 행장을 겸임하는 지금이 창립 이래 가장 평온한 시절”이라는 말이 나온다. 내부 권력다툼 문제로 아직까지 법정공방 중인 ‘신한 사태’는 라응찬 전 회장을 따르는 이백순 전 행장이 차기 지주회장으로 거론되던 신상훈 전 지주사장을 배임혐의로 고소하면서 촉발됐다. 당시 이명박 정부와 가까웠던 라 전 회장이 호남 출신인 신 전 사장을 배제하고 장기집권 체제를 굳히려다 벌어진 사태라는 해석이 나왔다. ○ 은행 편중 구조에 낙하산 관행까지 겹쳐 연강흠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당초 금융지주 도입의 취지는 대형화, 겸업화를 통해 글로벌 금융환경 변화에 대응하도록 하려는 것이었다”면서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생긴 부실 은행을 구조조정하는 수단으로 쓰다 보니 지주회사에 걸맞은 사업구조와 지배구조를 제대로 갖춘 곳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금융지주 대부분은 자산 비중과 수익창출 여력이 은행에 과도하게 편중돼 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권한과 책임에 혼선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국내 전체 13개 금융지주회사 가운데 은행을 자회사로 둔 11개 금융지주의 총자산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80%를 넘는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지금처럼 은행 편중이 높은 상황에서 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관계는 옥상옥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회장과 행장을 겸직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여기다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은 동일인 주식 소유 한도를 10%로 제한하고 있고, 산업자본은 4% 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 하는 등 은행과 지주회사에 ‘지배주주’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은행과 지주회사의 소유권을 분산시켜 실질적인 주인이 없게 만든 것이다. 이렇다 보니 정부가 각종 규제와 감독수단을 통해 금융회사 경영에 간섭하고 인사에 개입하는 등 관치금융이 일상화됐다. 이번 KB사태도 이명박 정부 시절 ‘낙하산 사장’으로 KB금융에 자리 잡은 임 회장과 박근혜 정부의 금융권 실세 인맥으로 알려진 이 전 행장의 대결 구도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지분도 없는 민간기업의 인사를 좌지우지하며 정권 입맛에 맞춰 수뇌부를 갈아 치운다”며 “출신 배경이 다른 회장과 행장이 선임되면 내부 갈등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권에 줄을 대 금융회사 CEO 자리를 꿰찬 ‘낙하산 인사’들은 그동안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장기 비전을 추구하는 대신 권력 투쟁과 단기 실적에 집착하는 행태를 보여 왔다. 이 때문에 임직원들은 CEO 교체 때마다 달라지는 경영 방침과 업무 혼선으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으며 본연의 업무보다 줄 대기에 치중하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기회에 주인 없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문제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며 “무엇보다 정권의 인사 개입과 과도한 경영 간섭을 뿌리 뽑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정임수 imsoo@donga.com·유재동·신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