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의 역설… 가계소득 得보다 失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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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이자 부담은 소폭 줄었지만… 이자수익 대폭 감소로 소비 타격
이자 생활하는 노년층 어려워져

3년 전 직장을 그만두고 은퇴자금 5억 원을 손에 쥔 이모 씨(60)는 요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초만 해도 은퇴자금을 은행 예·적금에 넣어두고 한 달에 110만 원 정도 이자수입을 얻었지만 지금은 100만 원이 채 안 될 정도로 줄었기 때문이다. 1년 새 예금금리가 가파르게 떨어진 탓이다. 동시에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함께 떨어지면서 이 씨가 매달 내는 대출이자는 55만 원에서 51만 원으로 줄었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뒤 이 씨의 고민은 더 커졌다. 그는 “내가 내야 하는 이자는 찔끔 떨어지고 받는 이자는 왕창 낮아지니 부담이 크다”며 “생활비를 더 줄이든지 좀 더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췄을 때 가계의 대출이자 부담이 줄어드는 것보다 이자소득이 더 많이 감소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가 금리인하를 통해 가계소득을 늘리는 방향의 경기부양책을 쓰고 있지만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소득에 득보다 실이 된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이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오제세(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하된 만큼 시장금리와 예대금리가 하락할 경우 가계가 대출이자 등을 갚느라 지출하는 이자비용은 연간 2조8000억 원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동시에 예·적금 금리인하로 가계의 이자소득은 연간 4조4000억 원 줄어드는 것으로 집계됐다.

기준금리 인하로 가계 이자소득이 더 많이 줄어드는 것은 국내 가계의 금융자산이 금융부채보다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현재 가계의 금융자산은 2636조 원으로 금융부채 1219조 원의 2.2배 수준이다.

소득별로 따져봤을 때도 모든 가구에서 이자소득이 더 많이 줄어 금리인하에 따른 소득 증대 효과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소득 최상위 20% 가구의 이자소득 감소분은 연간 2조1000억 원으로 이자비용 감소분(1조2000억 원)보다 9000억 원 컸다. 소득 최하위 20% 가구에서도 이자소득 감소분이 이자비용 감소보다 1000억 원 많았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를 인하해 소비심리를 자극하고 경기부양을 꾀하겠다는 정부의 정책방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기준금리 동결을 주장했던 문우식 금통위원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이자비용 감소로 인한 소비 증가보다는 이자소득 감소에 따른 소비 감소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특히 올해 안에 한 차례 더 기준금리가 인하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이자로 생활하는 은퇴자와 노년층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금리인하#대출이자#이자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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