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좌변 흑 대마를 둘러싼 흑백 간의 공방이 치열하다. 물론 이세돌 9단도 이 흑 대마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은 안다. 그러나 백이 끈질기게 공격하는 것은 흑이 겁을 먹고 물러서길 기다리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흑이 끈끈하게 반발하면서 백의 뜻대로 돌아가고 있지 않다. 백 ○의 원거리 포격에 흑 31이 버티는 수. 흑 대마는 안전하다는 무언의 자신감이기도 하다. 백이 32로 흑 대마 공략에 적극 나서자 흑도 33으로 반발한다. 조한승 9단도 유리하다고 이런 대목에서 조금씩 물러서다 보면 가랑비에 옷 젖듯이 우세를 쉽게 까먹는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 백이 참고도 1처럼 단수하면 흑 2, 4가 기다리고 있다. 이런 정도는 백이 한 일이 없는 모습. 이 9단은 백 34로 최강수를 던진 뒤 백 36으로 중앙 흑 석 점을 끊는다. 탈출로가 없어진 흑은 37로 한 집을 내며 사는 것이 불가피하다. 여기서 백 38로 틀어막자 중앙 일대에 갑자기 백 집이 크게 나는 것처럼 보인다. 만약 이대로 백 집이 난다면 백은 큰 수확을 얻은 셈이다. 그러나 조 9단도 호락호락하게 물러서지 않는다. 흑 41이 비수처럼 날카로운 수. 아름다워 보였던 중앙 백 모양에 큰 금이 가는 듯하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2013년부터 추진된 강원 오대산 월정사의 자연명상마을은 한국의 전통적 명상-참선 문화와 오대산의 자연환경을 활용해 세계적 명상 센터로 도약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 이곳은 인간과 자연이 가장 생존하기 좋은 해발 700m의 고지에 위치해 있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된 전나무 숲과 한강 발원지인 우통수, 금강연을 보유하고 있다. 또 조선왕조실록과 의궤를 보관했던 오대산 사고가 복원됐으며 월정사 성보박물관은 상원사 동종, 문수동자좌상, 월정사 팔각 9층 석탑 등 국보를 비롯해 문화재 2111점을 소장하고 있다. 무형문화로 월정사 탑돌이, 사찰학춤 등이 전해져 내려오고 조선 세조가 문수동자를 만난 이야기 등 설화도 풍부하다. 이런 문화적 자원을 바탕으로 자연명상마을은 치유센터 등 20개 동의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들 건물은 이산화탄소를 가급적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으로 건립한다. 총 사업비는 300억 원가량. 치유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참선, 템플스테이, 숲속명상, 달빛명상, 걷기명상 등 ‘명상치유’를 비롯해 오대산 산림 문화자원 및 오대샘물을 활용한 ‘자연치유’, 사찰 음식 및 오대산 산나물·약초를 활용한 ‘음식치유’, 불교음악·미술을 활용한 ‘예술치유’ 등이 운영된다. 2017년 완공 목표인 자연명상마을은 우선 평창 겨울올림픽과 연계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주요 종목이 열리는 알펜시아 리조트와 차로 15분 거리여서 올림픽 때는 숙소로 활용할 수 있다. 또 자연명상마을에서 직접 치유 수행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월정사 상원사를 비롯해 기존에 조성된 성보박물관과 한강시원지체험관 등을 돌아보는 수행 자연생태 역사문화 체험 코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세계적 명상 마을인 프랑스 플럼빌리지의 틱낫한 스님은 2013년 월정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산세와 기운이 뛰어나 명상 센터가 들어서기 좋은 곳”이라고 칭찬했다. 정념 스님은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평창에 계속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하려면 월정사와 주변 환경을 활용해 고부가가치 산업 중 하나인 명상 치유를 특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4-1이나 5-0으로 이기지 않을까요.” 28일 이세돌 9단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나지막했지만 이길 것이라는 자신감이 듬뿍 담겨 있었다. 이 9단은 구글의 자회사인 구글 딥마인드가 자체 개발한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3월 중순 상금 100만 달러(약 12억 원)를 걸고 모두 다섯 판을 둔다. 이긴 쪽이 상금을 독차지하고, 알파고가 이기면 기부하기로 했다. 앞서 과학 잡지인 네이처 최신호는 알파고가 지난해 10월 영국 런던에서 중국 출신 프로 기사인 판후이 2단과 호선(맞바둑)으로 5판을 둔 결과 모두 승리해 컴퓨터가 최초로 프로 기사를 이긴 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이 9단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말 멍바이허배 결승전이 열리기 전에 제안을 받았다”며 “인간과 컴퓨터가 대등한 조건으로 벌이는 공개 대국이라는 역사적 의미가 있어 흔쾌히 수락했다. 많은 프로 기사 중에 제가 뽑힌 것도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2002년 세계대회인 후지쓰배에서 처음 우승한 뒤 10여 년간 세계 정상급 성적을 유지해왔다. 이 9단은 알파고의 실력에 대해 “알파고가 판 2단과 둔 기보를 아직 보지 못했지만 주위에서 아마 정상권 수준이라고 하는 얘기를 들었다”며 “인간도 그때가 가장 바둑 실력이 늘지 않을 때인데 아직 컴퓨터가 인간을 뛰어넘는 실력을 갖추지는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 기보를 본 국내 프로 기사들은 “알파고가 진정한 의미에서 프로 기사를 꺾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보상으로는 국내 아마 6, 7단 수준으로 이 9단 같은 최정상급 프로 기사에게 100% 이기려면 석 점은 접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판 2단은 유럽에 정착한 뒤 오랫동안 프로 기전에서 활동하지 않아 실제 실력이 유럽 아마 정상권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 그래서 바둑계에선 “구글 딥마인드 측이 승률을 50 대 50으로 본 건 홍보용 ‘멘트’라고 본다”며 “이 9단이 5-0으로 이길 텐데 4-1을 덧붙인 건 겸손의 표현일 뿐”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현재 알파고를 제외한 다른 바둑 프로그램의 실력은 프로 기사에게 넉 점으로 버티는 수준이다. 한국 프로그래머가 개발한 ‘돌바람’은 지난해 3월 조치훈 9단에게 넉 점으로 승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9단은 앞으로 수년 내 인간이 컴퓨터에 따라잡힐 수 있다는 뜻밖의 예측도 내놓았다. “지금은 제가 이길 겁니다. 구글 측은 이번 대국을 알파고를 완성시키기 위한 시험 단계로 보는 것 같습니다. 지금 단계에서 인간이 지면 너무 슬픈 일이고요. 구글은 대국 데이터를 분석해 알파고를 더 발전시켜 2, 3년 뒤 재도전하겠죠. 인공지능을 이용한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의 실력이 예상 밖으로 빨리 성장한 것을 보면 그때 승부는 장담할 수 없어요.”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마음뿐 아니라 몸까지 함께 건강하게 하는 자연명상 마을을 만들 생각입니다.” 강원 오대산 월정사 주지인 정념 스님(60)은 최근 2017년 개관을 목표로 월정사 입구에 자연명상마을을 만드는 일에 힘쓰고 있다. 약 20만m² 대지에 세우는 대형 불사다. 1980년 출가해 2004년부터 주지를 맡아온 그는 지난해 말 4번째 연임을 하게 됐다. 그는 주지를 맡은 뒤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프로그램을 잇달아 개발해 대한불교 조계종 내 ‘히트상품 제조기’로 꼽힌다. 천년의 전나무 숲길 걷기 대회를 열고 일반인이 한 달간 삭발하고 출가를 체험하는 단기출가학교를 만들었다. 단기출가학교에는 지금까지 3000여 명이 참여했고 이 중 150명이 출가했다. 수행도 게을리 하지 않아 본사 주지를 하면서도 1년의 절반을 하안거 동안거로 선방에서 수좌들과 보낸다. 2008년 월정사 내에 만월선원을, 2012년엔 일반인을 위한 문수선원을 열었다. ― 명상 치유마을을 만들려는 이유는…. “현대 도시문명의 병리 현상 때문에 사람들이 힐링, 웰빙에 대한 욕구가 매우 커졌다. 그런데 좋은 명산대찰은 관광지화돼 수행과 힐링의 공간으로 적극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종교와 상관없이 누구나 와서 힐링하는 수행 공간을 만들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겠다는 뜻이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전에 문을 열어 올림픽에 오는 외국인도 한국 수행의 정수를 맛볼 수 있으면 좋겠다. 틱낫한 스님의 플럼빌리지(프랑스) 등 세계 7대 명상 센터는 거의 유럽과 동남아에 있고 동북아 지역에는 하나도 없다. 불교가 흥한 동북아에서도 세계에 널리 알려진 자연명상 마을이 필요하다.” ― 명상 치유인데 몸까지 돌보겠다는 발상이 생소하다. “마음과 몸은 불이(不二), 둘이 아니다. 제대로 수행하려면 몸이 받쳐줘야 한다. 몸이 힘들면 짜증나지 않나. 부처님도 요가 수행을 했고 중국에 불교를 전한 달마대사는 내공과 신체 단련을 다룬 ‘역근세수경’을 지었다. 최고의 수행자도 몸을 신경 써서 챙긴 것이다. 월정사 선방에선 안거 기간 중 자체 개발한 참선요가 시간을 매일 갖는다.” 그는 휴대전화로 자신의 몸을 찍은 영상을 보여줬다. 호흡을 통해 배를 거의 등에 밀착하듯 집어넣고 내장 장기를 가운데로 모은 뒤 상하좌우로 돌리는 신기한 영상이었다. 그는 “참선요가 등으로 오랫동안 몸을 단련해온 결과”라고 말했다. ― 어떤 프로그램으로 명상 치유를 할 생각인가. “세계적 명상 센터들이 주로 남방불교인 위파사나를 기초로 하고 있다. 우리의 간화선은 수행의 정수가 녹아있는 아름다운 꽃이다. 하지만 일반인이 접근하긴 어려운 꽃이어서 줄기와 뿌리를 만들려고 한다. 전통적 선을 바탕으로 한 수행과 몸을 쓰지 않는 현대인을 위한 신체 단련 등을 융합해 간결하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예정이다.” ― 평소 계율처럼 마음에 담아 두고 있는 말이 있다면…. “집지실도(執之失度)면 필입사로(必入邪路)다. 집착이 강해 법도를 잃으면 반드시 삿된 길로 빠진다는 뜻이다.” ― 병신년 새해 덕담 한 말씀 해주신다면…. “병(丙)은 큰 광명을, 신(申)은 원숭이의 슬기로운 지혜를 의미한다. 양극화, 남북문제 등 산적한 현안을 슬기로운 지혜로 이겨내 큰 광명을 보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그리고 물질적 가치 위주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각자가 고통을 분담해 사회의 온도를 높이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최정상급 프로바둑 기사와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이 과연 호선으로 대결할 수 있을까. 과학 잡지인 네이처 최신호는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바둑프로그램 ‘알파고’가 지난해 10월 중국 출신 프로기사인 판후이 2단과 5판을 둬 모두 이겼으며 3월에 이세돌 9단과 100만 달러(12억 원)의 상금을 걸고 5판의 호선 바둑을 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알파고’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증이 제기되고 있다. 알파고와 판 2단이 둔 기보를 검토한 국내 프로기사들은 “네이처의 표현처럼 알파고가 프로기사를 꺾었다고 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라며 “알파고는 국내 아마 7단 정도로 입단대회를 통과할 수준은 안 된다”고 말했다. 박승철 9단은 “판 2단이 한가한 수를 두면 알파코가 뒤따라서 한가한 수를 두는 등 아직 프로 수준엔 미치지 못한다”며 “하지만 대세를 보는 시야 등이 이전 프로그램보다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프로기사들은 알파고가 이 9단처럼 세계 최정상급 실력자와 진검승부를 벌여 이기려면 석 점은 깔아야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판 2단이 중국 프로기사로 입단했으나 40대인데다 오랫동안 프로 기전에서 활동하지 않아 실제 실력이 유럽 아마 정상권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 그래서 바둑계에선 “호선이라면 이 9단이 손쉽게 이길 것”이라며 “이 9단 좋은 일만 시켜준다”는 농담까지 나온다. ‘알파고’ 외에 현재 공개된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은 프로기사에게 넉 점으로 버티는 수준이다. 지난해 3월 한국 프로그램인 ‘돌바람’은 조치훈 9단에게 넉 점으로 승리했다. ‘돌바람’은 지난해 11월 세계컴퓨터바둑대회에서 일본의 ‘젠’을 꺾고 우승했다. ‘돌바람’ 개발자인 임재범 씨는 “‘돌바람’은 프로기사와 넉 점이면 이겼다 졌다 하고 다섯 점이면 지지 않는다”며 “‘알파고’가 프로와 석 점에 버틸 수 있다면 진일보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바둑은 인공지능 분야에서 하나의 중요한 도전 과제로 꼽힌다. 무한대의 수를 가진 바둑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바둑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곧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지능의 척도를 보여준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구글 뿐 아니라 페이스북 역시 바둑 프로그램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세돌 9단은 “컴퓨터의 도전을 받게 된 인간 대표로 나서게 돼 기쁘다”며 “바둑 프로그램이 강해지고 있지만 이번 대국은 내가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 ‘국민 힐링 멘토’이자 베스트셀러 에세이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저자 혜민 스님(44)이 4년 만에 두 번째 책인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수오서재)을 펴낸다. 2012년 출간된 ‘멈추면…’은 250만 부 이상 팔렸다. 25일 혜민 스님을 만났다. 그가 지난해 3월부터 운영 중인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의 ‘마음치유학교’에서였다. 이곳을 언론에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멈추면…’과 신작의 차이에 대해 “첫 책에선 바쁜 삶 속에서의 쉬어 감을 얘기했다. 이번엔 나 자신, 가족, 친구, 동료 등이 완벽하지 못하고 부족하다고 해서 불평만 하고 살아가기에는 인생이 너무 소중하다는 데서 출발한다.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서로를 사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또한 사람들끼리의 관계 속에서 겪는 좌절과 아픔을 딛고 용기를 얻도록 하는 얘기들”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부족한 자신을 미워하지 말고 우리 내면 안의, 따뜻하게 바라보는 ‘자비의 시선’을 느꼈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최근 일곱 살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기사가 뉴스에 나왔어요. 기사를 보면서 ‘그 아버지가 본인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상처를 먼저 보듬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에 안타까웠습니다. 내 상처를 따뜻하게 바라보고 보듬지 못하면 그 가시가 자라 힘없는 주위 사람들을 찌릅니다.” 예상보다 두 번째 책이 늦게 나왔다고 했더니 그는 “내 안에 차고 넘칠 때까지 기다렸다”고 했다. 스님은 ‘멈추면…’을 낸 뒤 강연회 등으로 한동안 바쁘게 살다가 이후 수행에 들어갔다. 국내에서 가장 엄격하다는 경북 문경의 봉암사 선방에 들어가고 틱낫한 스님의 플럼빌리지(프랑스)에서도 공부했다. 마음치유학교도 왁자지껄하게 소문내지 않고 조용히 문을 열었다. “‘멈추면…’을 읽은 독자 가운데 제 글을 읽고 큰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제 마음에서 올라오는 글들이 어떤 이에겐 자살을 멈추는 구원의 끈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의무감과 부담감을 동시에 느끼게 했습니다. 그래서 내 속에 글이 찰 때까지 기다렸다가 썼더니 3권 분량이 나왔어요. 그걸 압축해 이번 책을 만들었어요.” 그는 이번 책의 계기로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둘째 아들(브래드 피트)을 잃은 목사 아버지가 설교 중에 한 말을 들었다. “‘우리는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어도 온전하게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목사 아버지가 노름판에 끼어든 아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었겠어요. 하지만 존재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멈추지 않는다는 것, 멈추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 우리의 삶인 것 같아요.” 그는 마음치유학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가족과 사별한 사람, 난치병 환자, 장애인 아이를 키우는 부모, 유산의 아픔을 가진 사람 등을 돌보는 프로그램을 직접 이끌었다. 또 전문가 20여 명과 함께 치유하는 글쓰기, 미술 치유, 그룹 상담 등을 열었다. “보통 사별, 이혼 등으로 큰 충격과 좌절을 겪은 사람들이 심리적 공허와 단절감에 시달려요. 보통 ‘잊어버리고 빨리 기운 내라’는 위로의 말을 던지는데 그건 도움이 안 돼요. 충분한 애도의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 동안 같이해 주는 게 정말 중요하죠. 그래서 프로그램을 통해 고통이 비슷한 사람끼리 모아 놓으면 서로 공감하며 치유의 지혜가 생깁니다.” 그는 이 학교를 운영하면서 일생일대의 큰 뜻을 세웠다. 마음의 병이 있는 사람들이 항상 손쉽게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전국적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학교를 찾아온 것도 감사한데 자신의 상처를 내보인 뒤 마음의 위로를 받아 웃으면서 나가는 과정이 늘 제게 감동을 줘요. 제가 왜 사는가에 대한 답이 나오는 거 같아요. 그래서 미국에 알코올 의존증 환자들이 쉽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자발적 민간 프로그램이 있는 것처럼 저는 국내에서 우울과 좌절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해 저렴한 비용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요.” 스님은 곧 서울 종로구 북촌로 헌법재판소 인근에 개인 상담소도 열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을 부탁했더니 스님은 “사랑하면 버텨라”고 힘주어 말했다. 사랑한다면 그 사람을 내가 원하는 대로 바꾸려고 하지 말고, 그의 모습 그대로 사랑하고 그의 아픔을 함께 나누며 지켜 달라는 것이었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우리는 눈물 속의 데이신다이/고향을 떠날 때는 순진한 처녀/잔인한 발톱들에 얼룩진 우리/이제는 돌이키지 못하는 운명….’ 1967년 10월 10일 동아방송(DBS)에서 첫 전파를 탄 라디오 드라마 ‘데이신다이’(挺身隊·정신대)의 주제가였다. 방송작가 김기팔 씨가 극본을 쓰고 안평선 PD(사진)가 연출한 이 드라마는 국내 방송 사상 처음으로 위안부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주제가는 서울대 작곡가 출신의 홍현걸 씨가 작곡하고 정시스터즈가 불렀다. 당시엔 위안부라는 용어도 없을 때라 역사적 맥락을 그대로 살리자는 취지에서 일제가 썼던 ‘데이신다이’를 그대로 사용했다. 그러나 30화로 예정됐던 이 드라마는 7화까지 내보내고 중단되고 말았다. 안 씨는 “당시 방송윤리위원회 위원이던 친일 인사가 선정적이라며 항의해 경고가 내려지면서 드라마 방송이 중단되고 담당 PD인 내가 6개월 견책을 받았다”며 “최근 한국과 일본 정부의 위안부 문제 합의를 계기로 첫 방송 테이프를 찾아 주제가 악보를 채록해 복원했다”고 말했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백 ○로 이세돌 9단은 좌변 흑 대마를 줄기차게 물고 늘어진다. 사냥꾼의 본능은 집요함이다. 사냥감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오랜 매복과 추격을 거듭한다. 결정적 한 방을 날리기까지 수많은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이창호 9단은 과거 이세돌 9단의 공격에 대해 ‘출기불의(出其不意)’라고 말한 적이 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공격을 해온다는 것이다. 그만큼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게 옭아매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뜻이다. 백 ○에 흑 17이 호착. 밋밋해 보이지만 상변 흑 두 점의 연결, 좌변 흑 대마의 연결, 우중앙 모양의 확장을 동시에 꾀하는 ‘일석삼조’의 수였다. 우변 흑 대마는 쉽게 죽지 않는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흑 17의 외면에 자존심이 상한 백은 백 22까지 하변을 틀어막고 백 24로 연결을 차단해 노골적으로 흑 대마를 잡으러 간다. 흑 25가 눈여겨볼 만한 급소. 흔히 참고도 흑 1로 막기 쉽지만 백 2의 붙임이 있어 흑 말의 생사가 불투명하다. 조한승 9단은 흑 29까지 한 집을 만들며 완생으로 나아간다. 백이 흑 대마를 계속 공격하려면 A로 파호해야 하는데 흑의 탈출로가 너무 많다. 그래서 백 30으로 사전 공작을 펼치는데….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국민힐링 멘토’이자 베스트셀러 에세이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저자 혜민 스님(44)이 4년 만에 두 번째 책인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수오서재)을 펴낸다. 2012년 출간된 ‘멈추면…’은 250만 부 이상 팔렸다. 25일 혜민 스님을 만났다. 그가 지난해 3월부터 운영 중인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의 ‘마음치유학교’에서였다. 이곳을 언론에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멈추면…’과 신작의 차이에 대해 “첫 책에선 바쁜 삶 속에서의 쉬어감을 얘기했다. 이번엔 내 자신, 가족, 친구, 동료 등이 완벽하지 못하고 부족하다고 해서 불평만 하고 살아가기에는 인생이 너무 소중하다는 데서 출발한다.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서로를 사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또한 사람들끼리의 관계 속에서 겪는 좌절과 아픔을 딛고 용기를 얻도록 하는 얘기들”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부족한 자신을 미워하지 말고 우리 내면 안에 따뜻하게 바라보는 ‘자비의 시선’을 느꼈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최근 아홉 살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기사가 뉴스에 나왔어요. 기사를 보면서 ‘그 아버지가 본인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상처를 먼저 보듬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에 안타까웠습니다. 내 상처를 따뜻하게 바라보고 보듬지 못하면 그 가시가 자라 힘없는 주위 사람들을 찌릅니다.” 예상보다 두 번째 책이 늦게 나왔다고 했더니 그는 “내 안에 차고 넘칠 때까지 기다렸다”고 했다. 스님은 ‘멈추면…’을 낸 뒤 강연회 등으로 한동안 바쁘게 살다가 이후 수행에 들어갔다. 국내에서 가장 엄격하다는 경북 문경의 봉암사 선방에 들어가고 틱낫한 스님의 플럼빌리지(프랑스)에서도 공부했다. 마음치유학교도 왁자지껄하게 소문내지 않고 조용히 문을 열었다. “‘멈추면…’을 읽은 독자 가운데 제 글을 읽고 큰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제 마음에서 올라오는 글들이 어떤 이에겐 자살을 멈추는 구원의 끈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의무감과 부담감을 동시에 느끼게 했습니다. 그래서 내 속에 글이 찰 때까지 기다렸다가 썼더니 3권 분량이 나왔어요. 그걸 압축해 이번 책을 만들었어요.” 그는 이번 책의 계기로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둘째 아들(브래드 피트)을 잃은 목사 아버지가 설교 중에 한 말을 들었다. “우리는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어도 온전하게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목사 아버지가 노름판에 끼어든 아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었겠어요. 하지만 존재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멈추지 않는다는 것, 멈추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 우리의 삶인 것 같아요.” 그는 마음치유학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가족과 사별한 사람, 난치병 환자, 장애인 아이를 키우는 있는 부모, 유산의 아픔이 가진 사람을 돌보는 프로그램을 직접 이끌었다. 또 전문가 20여 명과 함께 치유하는 글쓰기, 미술 치유, 그룹 상담 등을 열었다. “보통 사별, 이혼 등으로 큰 충격과 좌절을 겪은 사람들이 심리적 공허와 단절감에 시달려요. 보통 ’잊어버리고 빨리 기운 내라‘는 위로의 말을 던지는데 그건 도움이 안돼요. 충분한 애도의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 동안 같이 해주는 게 정말 중요하죠. 그래서 고통이 비슷한 사람끼리 프로그램을 통해 모아 놓으면 서로 공감하며 치유의 지혜가 생깁니다.” 그는 이 학교를 운영하면서 일생일대의 큰 뜻을 세웠다. 마음의 병이 있는 사람들이 항상 손쉽게 치유프로그램에 참여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전국적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학교를 찾아온 것도 감사한데 자신의 상처를 내보인 뒤 마음에 위로를 받아 웃으면서 나가는 과정이 늘 제게 감동을 줘요. 제가 왜 사는가에 대한 답이 나오는 거 같아요. 그래서 미국에서 알코올 중독자들이 쉽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민간의 자발적 프로그램이 있는 것처럼 저는 국내에서 우울과 좌절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해 저렴한 비용에 프로그램을 참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요.” 스님은 곧 서울 북촌로 헌법재판소 인근에 개인 상담소도 열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꼭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부탁했더니 스님은 “사랑하면 버텨라”고 힘주어 말했다. 사랑한다면 그 사람을 내가 원하는 대로 바꾸려고 하지 말고, 그의 모습 그대로 사랑하고 그의 아픔을 함께 나누며 지켜달라는 것이었다.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백 ○에 흑은 반발하지 않고 순순히 91로 물러섰다. ‘조한승류’이기도 하고 지금 유리한 국면에서 쓸데없이 싸울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백이 호시탐탐 좌변 흑 대마를 노리고 있다. 빵따냄한 모양이 두터워 설마 공격당할까 싶지만 워낙 노림수에 강한 이세돌 9단이다 보니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백 94, 98로 공들여 흑 대마를 공략하는데 백 100이 다 된 밥에 코 빠뜨린 격이다. 백은 물러설 필요가 없었다. 참고 1도 백 1이 급소. 흑 2 때 백 3, 5로 두면 ‘가’의 끼움이 있어 흑 대마 수습이 생각보단 수월하지 않다. 흑이 101에 두자 흑 대마 공격은 이제 물 건너간 느낌이다. 백 102의 붙임이 백의 노림인데 흑 103의 강력한 대응이 좋았다. 참고 2도 흑 1처럼 적당히 물러서려 해도 백 2로 끊으면 타협이 쉽지 않다. 흑 3은 백 18까지 축이어서 흑이 안 된다. 백 116으로 여전히 흑 대마에 대해 미련을 보이는 이 9단. 여기서 흑의 응수가 궁금하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조훈현(62) 서봉수(62) 조치훈(59) 유창혁(50) 이창호 9단(41)…. 이들이 지금까지 딴 타이틀만 428개. 조훈현 9단 160개, 서 9단 30개, 조치훈 9단 74개, 유 9단 24개, 이 9단 140개다. 한국 바둑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전설 5명이 다음 달 14일까지 풀리그로 특별 대국 열 판을 둔다. 23일 첫 대국은 이른바 ‘조-조’ 대결로 열려 조치훈 9단이 조훈현 9단을 물리쳤다. 다음날 열린 2국에선 서 9단이 조치훈 9단을, 25일 3국에선 유 9단이 이 9단을 눌렀다. 앞서 22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개막식에선 대국자들의 말잔치가 풍성했다. 조훈현 9단은 “한창 때였다면 내가 당연히 우승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나이가 가장 어린 창호(이 9단)가 가장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9단은 “나이가 어려 유리하긴 한데 요즘 돌도 안 된 아기 돌보느라 기운을 빼앗겨 다른 기사와 형평이 맞을 듯하다”고 재치 있게 맞받아쳤다. 유 9단은 전성기 때 세계 최고의 공격수로 불렸던 것에 대해 묻자 “내가 그랬나. 공격적으로 바둑을 둔 지 하도 오래돼 기억이 안 난다”고 눙치듯 답했다. 서 9단은 “대회 참가하게 되면 목표는 언제나 우승”이라며 “조치훈 9단과는 20년 만에 대국하게 돼 감회가 깊다”고 했다. 조치훈 9단은 “바둑은 몰라도 골프라면 여기 있는 사람 누구라도 이길 자신 있다. 그런데 이 9단만 예외다. 골프를 하질 않는다”며 좌중을 웃게 만들었다. 대회 규모는 1억5000만 원. 우승 상금은 5000만 원이며 준우승 2000만 원, 3위는 1200만 원, 4위 800만 원, 5위 600만 원이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이어폰을 통해 이동원 지구촌교회 목사의 낮은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가 직접 읽은 창세기 1장의 첫머리다. 개신교계 목사 100명이 성경을 직접 낭독한 ‘목소리 성경’(크로스미디어랩)이 최근 발간됐다. 참여 목사진의 면면이 화려하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는 신약의 요한 1, 2, 3서와 유다서를 읽었다. 앵커 출신 조정민 목사(베이직 교회)는 출애굽기, 박종화 목사(경동교회)는 욥기, 손인웅 목사(덕수교회)는 예레미야와 애가, 최일도 목사(다일교회)는 나훔 하박국 스바냐 학개를 읽었다. 홍정길 목사(남서울은혜교회)는 마태복음, 박은조 목사(분당샘물교회)는 마가복음, 인명진 목사(갈릴리교회)가 골로새서 등을 읽었다. 방지일 목사는 작고 전인 2012년 11월 목사 중 첫 번째로 아가서를 녹음했다. 박종화 목사는 “목 수술로 수년간 목소리를 잃었다가 다시 찾았는데 내 목소리로 성경을 읽게 된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CD 12장과 전용 MP3플레이어, 성경책, 참여 목사 100인의 인터뷰 화보집이 담긴 한정판 패키지도 있다. www.voicebible.net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조훈현(62) 서봉수(62) 조치훈(59) 유창혁(50) 이창호 9단(41)…. 이들이 지금까지 딴 타이틀 개수만 462개. 조훈현 9단이 160개, 서 9단이 30개, 조치훈 9단이 74개, 유 9단 24개, 이 9단 140개다. 한국바둑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전설 5명이 다음달 14일까지 풀리그로 특별 대국 열 판을 둔다. 23일 첫 대국은 이른바 ‘조-조’ 대결로 열려 조치훈 9단이 조훈현 9단을 물리쳤다. 다음날 열린 2국에선 서 9단이 조치훈 9단을, 25일 3국에선 유 9단이 이 9단을 눌렀다. 앞서 22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개막식에선 대국자들의 말잔치가 풍성했다. 조훈현 9단은 “한창 때였다면 내가 당연히 우승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나이가 가장 어린 창호(이 9단)가 가장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9단은 “나이가 어려 유리하긴 한데 요즘 돌도 안 된 아기 돌보느라 기운을 빼앗겨 다른 기사와 형평이 맞을 듯 하다”고 재치 있게 맞받아쳤다. 유 9단은 전성기 때 세계 최고의 공격수로 불렸던 것에 대해 묻자 “내가 그랬나. 공격적으로 바둑을 둔 지 하도 오래 돼 기억이 안 난다”고 눙치듯 답했다. 서 9단은 “대회 참가하게 되면 목표는 언제나 우승”이라며 “조치훈 9단과는 20년만에 대국하게 돼 감회가 깊다”고 했다. 조치훈 9단은 “바둑은 몰라도 골프라면 여기 있는 사람 누구라도 이길 자신 있다. 그런데 이창호 9단만 예외다. 골프를 하질 않는다”며 좌중을 웃게 만들었다. 대회 규모는 1억 5000만원. 우승 상금은 5000만원이며 준우승 2000만원, 3위는 1200만원, 4위 800만원, 5위 600만원이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새해부터 국내 랭킹 1, 2위 간에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다. 최근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결승전에선 이세돌 9단이 박정환 9단을 3승 1패로 누르고 3년 만에 명인전에서 우승했다. 앞서 끝난 KBS바둑왕전 결승전에서 박 9단에게 1승 2패로 진 것을 설욕한 셈이다. 우승 상금 규모로 볼 때 명인전(5000만 원)에서 우승한 이 9단이 KBS바둑왕전(2000만 원)에서 우승한 박 9단에게 일단 판정승을 거뒀다고 할 수 있다. 흑 ○를 공격하려면 백 72가 필수인데 흑은 73, 75의 임기응변으로 매우 탄력적인 모양을 만들었다. 더이상 흑을 공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백 80으로 미련을 가져보지만 흑 81로 붙인 것이 역시 좋은 수. 백 84의 후퇴가 불가피하다. 만약 참고도 백 1, 3으로 흑 한 점을 잡으면 흑 2, 4로 좌변 흑을 살리는 것은 물론이고 우상 백이 미생이 된다. 백이 물러서는 틈을 타 흑은 87까지 백 한 점을 때려내며 좌변에서 사실상 사는 모양을 만들었다. 흑 89는 큰 곳. 백 90의 응수타진은 좌변 흑의 집 모양이 매우 풍부하긴 하지만 아직 100% 완생이 아니라는 이유로 흑에게 ‘A’로 물러서라며 굴복을 강요하는 수. 여기서 흑의 선택은….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 “‘흙수저’ 젊은이들에게 야성(野性)을 가지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한국의 흙수저가 다른 곳에선 금수저가 될 수 있는데, 너무 경제적인 조건에만 얽매이지 말고 더 크고 넓은 세계로 나아가기를 바랍니다.”최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거룩한빛광성교회에서 만난 정성진 담임목사(61)는 젊은이들의 좌절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하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만인만색(萬人萬色)인데 오로지 대기업 직원과 공무원 등 한 방향으로 가게 하는 교육부터 문제”라며 “젊은이들은 신이 자신에게 준 능력이 있음을 믿고 개성에 맞게 도전의식을 지녀야 한다”고 했다. 정 목사 역시 흙수저였다. 공고 출신으로 취업에 8차례 실패한 뒤 가까스로 제약회사 생산직에 들어갔다. 방송통신대를 11년 만에 졸업한 그는 뒤늦게 신학대학원에 들어가 목회자의 길을 걸었고 광산촌에서 첫 목회를 시작했다. 하지만 1997년 당시 고양시 일산4동에 세운 교회는 현재 출석 신도가 1만 명을 넘고 부목사 59명, 직원 500여 명, 소모임 1000여 개가 있는 지역의 대표적 교회로 성장했다. 교회는 예산의 40%는 무조건 외부 지원 사업에 쓰는 것을 비롯해 대안학교 ‘광성드림’ 운영, 소액대출 사업, 북한 고아원 돕기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무엇보다 교회 모토 중 하나인 ‘상식이 통하는 교회’가 눈에 들어왔다. 그가 원하는 상식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말 그대로 교회 밖의 상식입니다. 교회는 개인 구원과 사회 구원이 동시에 필요한데 고속성장 시대에 개인 구원에만 치중해 왔어요. 그래서 사회적 비난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왜 비난받는지 깨닫지 못하는 겁니다.” 그는 이른바 진영 논리에 빠져 타협할 줄 모르는 현실 정치의 문제점이 교회 내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며 교회 안에서 승복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도입한 회의 방식을 소개했다. 발언을 3분 이상 하지 않고, 내용을 반복하거나 인신공격을 하지 않으며, 찬반을 각 3번씩 얘기한 뒤에는 자동 표결한다는 것이었다. 정 목사는 또 안으로는 철저하게 자신을 돌아보는 자성과 밖으로는 끊임없이 표출되는 사랑이 상식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옛말처럼 내가 양보하고 물러서는 것을 손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양보하면 물질과 자리를 잃을 수 있지만, 대신 사람을 얻을 수 있잖아요. 적을 만들면 내 속이 먼저 죽어요.” 지금까지 교회 17개를 분가(分家)시킨 그는 현재 신자 1만 명도 많다며 5000명으로 줄 때까지 분가를 계속할 예정이다. 또 같이 잘되는 공동체를 위해 주변 70개 교회를 도우면서 이 역할을 위한 전담 목회자까지 두고 있다. 정 목사는 올해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에 대해 ‘다움의 회복’을 들었다. “논어에서 ‘군주는 군주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부모는 부모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며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라고 하죠. 저는 정정경경종종민민(政政經經宗宗民民)을 얘기하고 싶습니다. 정치인은 정치인답게, 경제인은 경제인답게, 종교인은 종교인답게, 시민은 시민답게 사고하고 행동해야죠.”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최근 개신교계에 동성애 문제가 뜨거운 논란거리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22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회장 연임에 성공한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는 올해 한기총의 주요 계획 중 하나로 ‘동성애 합법화 반대’를 꼽았다. 앞서 한기총은 지난해 12월 31일 성명을 내고 “동성애에 빠진 소수자들도 차별 없이 사랑하지만 동성애는 죄이며 창조의 질서에 어긋나는 행위”라며 “인권이라는 미명 아래 동성애를 옹호하는 일련의 행위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교)는 최근 한 걸음 더 나아가 국내 개신교계에선 처음으로 동성애와 관련한 징계 조항을 신설했다. 이 조항에 따르면 목회자가 동성애를 찬성, 동조했을 경우 정직 면직은 물론이고 출교(교적 삭제, 교회 출석 금지)까지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최근 개신교계가 동성애 문제로 시끄러워진 직접적 계기는 지난해 12월 17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동성애에 대한 이해를 담은 세계교회협의회(WCC)의 책 ‘우리들의 차이에 직면하다’를 출간한 것. NCCK는 당시 ‘성적 소수자의 인권을 배려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한국 교회가 공론의 장에서 동성애 등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의 비상대책위원회는 19일 서울 종로구 NCCK 사무실을 찾아 김영주 NCCK 총무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번 논란에 대해 멀게는 지난해 6월 미국이 동성애 결혼을 합헌으로 인정하고 미국 장로회 일부가 동성애를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자 보수성이 강한 한국 개신교계가 이를 사전 차단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개신교계의 동성애에 대한 입장은 대체로 부정적인 편이다. 진보적 성향인 기독교장로회(기장) 역시 지난해 총회에서 ‘동성애에 대한 목회 지침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 청원이 상정됐으나 60%의 반대로 기각됐다. NCCK 관계자는 “세계 교회가 점차 동성애를 받아들이는 추세여서 국내 교계에서도 혐오만 하지 말고 건강한 논의를 해보자는 취지인데 이 문제가 너무 불거져 교계의 다른 중요한 문제까지 묻히는 것 같다”고 말했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흑 57이 조한승 9단 바둑의 면모를 보여준다. 침착하고 빈틈없다. 이런 수는 흔히 ‘놓이고 나면 쉽고 좋은데 막상 떠올리기 어렵다’는 평을 듣는 수. 흑 63도 눈여겨볼 만하다. 무심코 참고 1도 흑 1로 두면 지금은 우상 백 세력을 배경으로 바싹 다가서는 백 2가 돋보인다. 백 10까지 반상 전체적으로 백이 두텁다. 참고 1도처럼 우상, 좌상, 좌하 등 3군데가 함께 연결되는 두터움의 위력은 매우 막강하다. 백 66, 68을 선수한 것은 좌변을 키울 때 쓰는 수법. 이후 백은 당연히 참고 2도 백 1처럼 좌변을 키울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세돌 9단은 뜻밖에도 백 70으로 우상 귀 실리를 차지했다. 왜 갑자기 작전을 변경할 것일까. 이 9단은 참고 2도가 실패의 위험이 더 크다고 본 듯하다. 백으로선 좌변에 다걸기(올인)하는 셈이어서 좌변이 무너지면 바둑도 무너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흑 71로 좌변을 갈라친 것이 빛나는 호수. 흑 71은 백진 속에 있긴 하지만 사실상 공격이 잘 안 되는 돌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우상에서 백 38 이후 흑 39, 41로 하변을 견제한 것은 옳은 판단. 흑이 우상에서 어물거리다 선수를 빼앗겨 백이 하변에 선착하면 백 모양이 매우 깊어진다. 흑이 백 세력 안에 뛰어든 것 같지만 막상 우하 백도 세력이라고만 할 수 없는 상황. 흑이 한 수 더 두면 우하 백은 곤마에 가까운 모습이다. 그래서 백 42로 보강한 것은 필수. 조한승 9단은 흑 43으로 보폭을 좁혔다. 좀 넓게 벌렸다가 이세돌 9단의 강완에 당할 수도 있기 때문. 원래 신중한 성격이지만 이 9단을 만나 더욱 조심하는 모습이다. 백 44는 지나친 후퇴 같지만 지금은 정수다. 참고 1도 백 1로 받는 것은 흑 2의 끼움이 좋다. 흑 6까지 흑 모양이 활발하다. 흑 47에 참고 2도 백 1처럼 뒤로 물러서는 것이 오히려 좋지 않다. 흑 10까지 백이 뒷감당하기 어려운 모습. 그래서 이 9단이 백 48로 반발해 흑 한 점을 잡았다. 흑은 하변을 선수로 마무리 짓고 55로 좌하를 압박한다. 흑이 여전히 흐름을 타고 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 때 백 22로 장문처럼 씌운 것이 느닷없는 강수. 좀 과한 듯싶어도 정확한 수읽기로 상대를 압박하는 ‘이세돌’류인가 싶었는데 지금은 무리수라는 판정을 받았다. 지금은 참고 1도 백 1로 살짝 나오는 것이 좋았다. 백 ◎가 있기 때문에 흑은 일단 2∼6으로 빠져나올 수밖에 없는데 백 11까지 백이 유리한 형태다. 하변 백의 실리가 크기 때문이다. 흑 23, 25로 쿡쿡 찌른 뒤 27로 끊자 백의 약점이 너무 많다. 흑 27로 참고 2도 흑 1로 욕심을 내면 이번엔 흑이 뒷감당을 할 수 없다. 백 8(○의 곳) 이후 백 ‘가’와 ‘나’의 팻감이 있어 흑이 패를 이길 수 없다. 흑 27로 끊었기 때문에 백이 ‘A’로 패를 걸어갈 수 없다. 현재 백이 팻감이 없기 때문. 그래서 백 28로 잇고 다음을 기다린다. 이후는 예정된 수순. 흑 31, 33으로 패를 해소하고 백은 32, 34로 우상 귀를 연타했다. 이 결과는? 두 대국자 모두 흑 실리가 크다고 입을 모았다. 33=○.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지난해 58기 국수전 도전기에서 당시 조한승 국수는 박정환 도전자에게 1승 3패로 패하며 국수위를 넘겨줬다. 이번 기에 박 국수와의 리턴매치를 위한 마지막 관문까지 올라왔다. 이세돌 9단은 51, 52기 우승자. 57기 때 조 국수에게 도전했지만 실패한 적이 있다. 두 사람 모두 국수에 대한 갈망이 남다른 상황이다. 흑 7의 협공에 백 8로 다시 협공하는 게 근래 유행했던 포석. 흑 9, 11 때 백은 참고 1도 백 1처럼 귀에 파고드는 수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흑 26까지 복잡해 보이지만 그동안 프로바둑에 많이 출현해 익숙한 정석이다. 이후 백은 27 혹은 ‘가’로 붙이는 것이 정석. 백 18로 씌울 때 흑이 19로 그냥 받은 것이 도마에 올랐다. 참고 2도 흑 1로 먼저 두는 것이 수순이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백은 다섯 점을 살리려고 애쓰기보단 4, 6으로 외곽을 둘러싸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쨌든 흑이 이 교환을 놓치는 바람에 백이 20으로 내려설 여유가 생겼고 한 템포 늦게 흑 21을 뒀지만….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