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종교와 상관없이 누구나 와서 힐링하는 수행공간 꿈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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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사 ‘자연명상마을’ 만드는 정념 스님

정념 스님은 불교가 산중에 고립돼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불교가 시대와 대중의 요구에 부응해야 제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자연명상마을도 힐링과 치유를 바라는 대중의 마음을 잡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월정사 제공
정념 스님은 불교가 산중에 고립돼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불교가 시대와 대중의 요구에 부응해야 제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자연명상마을도 힐링과 치유를 바라는 대중의 마음을 잡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월정사 제공

“마음뿐 아니라 몸까지 함께 건강하게 하는 자연명상 마을을 만들 생각입니다.”

강원 오대산 월정사 주지인 정념 스님(60)은 최근 2017년 개관을 목표로 월정사 입구에 자연명상마을을 만드는 일에 힘쓰고 있다. 약 20만m² 대지에 세우는 대형 불사다.

1980년 출가해 2004년부터 주지를 맡아온 그는 지난해 말 4번째 연임을 하게 됐다. 그는 주지를 맡은 뒤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프로그램을 잇달아 개발해 대한불교 조계종 내 ‘히트상품 제조기’로 꼽힌다. 천년의 전나무 숲길 걷기 대회를 열고 일반인이 한 달간 삭발하고 출가를 체험하는 단기출가학교를 만들었다. 단기출가학교에는 지금까지 3000여 명이 참여했고 이 중 150명이 출가했다. 수행도 게을리 하지 않아 본사 주지를 하면서도 1년의 절반을 하안거 동안거로 선방에서 수좌들과 보낸다. 2008년 월정사 내에 만월선원을, 2012년엔 일반인을 위한 문수선원을 열었다.

― 명상 치유마을을 만들려는 이유는….

“현대 도시문명의 병리 현상 때문에 사람들이 힐링, 웰빙에 대한 욕구가 매우 커졌다. 그런데 좋은 명산대찰은 관광지화돼 수행과 힐링의 공간으로 적극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종교와 상관없이 누구나 와서 힐링하는 수행 공간을 만들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겠다는 뜻이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전에 문을 열어 올림픽에 오는 외국인도 한국 수행의 정수를 맛볼 수 있으면 좋겠다. 틱낫한 스님의 플럼빌리지(프랑스) 등 세계 7대 명상 센터는 거의 유럽과 동남아에 있고 동북아 지역에는 하나도 없다. 불교가 흥한 동북아에서도 세계에 널리 알려진 자연명상 마을이 필요하다.”

― 명상 치유인데 몸까지 돌보겠다는 발상이 생소하다.

“마음과 몸은 불이(不二), 둘이 아니다. 제대로 수행하려면 몸이 받쳐줘야 한다. 몸이 힘들면 짜증나지 않나. 부처님도 요가 수행을 했고 중국에 불교를 전한 달마대사는 내공과 신체 단련을 다룬 ‘역근세수경’을 지었다. 최고의 수행자도 몸을 신경 써서 챙긴 것이다. 월정사 선방에선 안거 기간 중 자체 개발한 참선요가 시간을 매일 갖는다.”

그는 휴대전화로 자신의 몸을 찍은 영상을 보여줬다. 호흡을 통해 배를 거의 등에 밀착하듯 집어넣고 내장 장기를 가운데로 모은 뒤 상하좌우로 돌리는 신기한 영상이었다. 그는 “참선요가 등으로 오랫동안 몸을 단련해온 결과”라고 말했다.

― 어떤 프로그램으로 명상 치유를 할 생각인가.

“세계적 명상 센터들이 주로 남방불교인 위파사나를 기초로 하고 있다. 우리의 간화선은 수행의 정수가 녹아있는 아름다운 꽃이다. 하지만 일반인이 접근하긴 어려운 꽃이어서 줄기와 뿌리를 만들려고 한다. 전통적 선을 바탕으로 한 수행과 몸을 쓰지 않는 현대인을 위한 신체 단련 등을 융합해 간결하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예정이다.”

― 평소 계율처럼 마음에 담아 두고 있는 말이 있다면….

“집지실도(執之失度)면 필입사로(必入邪路)다. 집착이 강해 법도를 잃으면 반드시 삿된 길로 빠진다는 뜻이다.”

― 병신년 새해 덕담 한 말씀 해주신다면….

“병(丙)은 큰 광명을, 신(申)은 원숭이의 슬기로운 지혜를 의미한다. 양극화, 남북문제 등 산적한 현안을 슬기로운 지혜로 이겨내 큰 광명을 보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그리고 물질적 가치 위주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각자가 고통을 분담해 사회의 온도를 높이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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