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정부의 지원을 받아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찾은 누적 근로자 수가 2만 명을 넘어섰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말까지 정부 지원을 받아 취업한 시간선택제 근로자가 2만8877명으로 집계됐다고 11일 밝혔다. 정부는 2011년에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지원을 시작했으며 박근혜 정부 들어 ‘시간선택제’로 이름을 바꾸고 지원을 본격화했다. 올해 1∼9월 시간선택제 고용에 투입된 정부 예산은 414억 원으로 2013년 관련 연간 예산(34억 원)의 12배가 넘는다. 일자리의 질도 크게 나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간선택제 근로자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2012년 33.8%에서 지난해에 65.0%로 갑절 수준으로 증가했다. 정규직 전일제 근로자 대비 시간당 임금도 2012년 67.3%에서 지난해 77.8%까지 상승했다. 최근에는 전일제로 일하다가 시간선택제로 근무 형태를 바꾸는 등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제도 정착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성공적인 첫걸음을 떼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동아일보와 채널A, 대한상공회의소는 경력 단절 여성 및 중장년층의 재취업, 청년층의 일자리 찾기를 돕기 위해 19, 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016 리스타트 잡페어―일하니 행복해요’ 행사를 연다. 대기업, 중소기업, 공기업, 정부 부처 등 100여 개 기관이 참여해 풍부한 일자리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김현수 kimhs@donga.com·최고야·유성열 기자}

‘한국 자동차 산업 대표선수’인 현대자동차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밖으로는 미국에서 엔진 결함 등으로 소비자 보상이 예고됐고 안으로는 국토교통부까지 이례적으로 현대차를 검찰에 고발한 데 이어 미국에서 문제가 된 엔진에 대해 제작 결함 조사에 착수했다. 게다가 지난달부터 계속된 파업 사태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경북 경주 지진과 태풍 차바 사태로 연이은 생산 차질을 빚은 터라 파업이 재개되면 얼마나 생산 차질이 더 늘어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달 중 나올 3분기(7∼9월) 실적도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보상, 파업…국내외에서 ‘악재’ 쓰나미 서울중앙지검은 10일 강호인 국토부 장관이 현대차를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히고 사건을 형사4부(부장 신자용)에 배당했다. 국토부는 “현대차가 지난해 6월 생산한 싼타페 2360대의 조수석 에어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결함을 알고도 적법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자동차관리법 등에 따르면 제조사가 결함을 알았을 때 10일 내 정부에 신고하고, 신문에 공고해야 하는데 현대차는 1년 3개월이 지나서야 정부에 알렸다. 현대차는 “단순 착오”라고 설명했다. 유로6 디젤엔진이 탑재된 현대 싼타페와 기아자동차 올뉴쏘렌토 차량에서 ‘엔진오일 증가 현상’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1∼2014년형 쏘나타 세타Ⅱ 엔진 결함에 대해 88만여 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수리비, 대체차량 렌트비, 견인비, 중고차값 손실 등을 보상한다는 합의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보상금액은 수백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같은 엔진에 대해 국내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국토부도 최근 국산 쏘나타의 세타Ⅱ 엔진 제작 결함 조사에 착수했다. 현대차는 “미국 공장에서 생산된 엔진만 문제가 될 뿐 국내 생산 엔진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파업은 여전히 시한폭탄이다. 현대차 노조는 11일 전면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다가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여는 일정으로 바꿔 파업 재개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현대차 노조가 재차 파업에 들어가면 긴급조정권 발동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다시 한 번 밝혔다. 이 장관은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현대차 노조가 다시 파업하면 장관에게 주어진 모든 방안을 실행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즉시 30일간 파업이 금지되고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절차가 열린다.○ 판매량 순위 하락도 우려 연 목표 판매량(501만 대) 달성도 점점 멀어지고 있다. 정진행 현대차 사장은 10일 “목표 달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해에도 중국 시장 불황으로 목표치(505만 대) 달성에 실패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를 합친 현대자동차그룹은 올 상반기 폴크스바겐그룹, 도요타자동차, 제너럴모터스(GM), 르노닛산얼라이언스에 이어 세계 판매량 5위다. 그 뒤를 포드와 FCA(피아트 크라이슬러 오토모빌스)가 바짝 뒤쫓고 있다. 현대차그룹(386만 대)과 포드(341만 대)의 판매량 차이는 45만 대다. 이날 현대차 주가는 외국인과 기관 매도가 몰려 전일보다 3000원(2.2%) 내린 13만3500원에 마감했다. 연이어 불거지는 악재에 대해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가 과감하게 책임을 인정하고 발 빠르게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대차로서는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는 방법은 결국 품질 부문에서 불거진 문제를 조기 수습하는 것과 함께 차세대 자동차 기술을 발 빠르게 확보하는 데 있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율주행차와 친환경차 등에 대해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를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우선 현대차 스스로 최근의 좋지 않은 상황을 빨리 타개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현대차가 한국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수소차 등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측면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이은택 nabi@donga.com·유성열·김준일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집단 운송 거부(파업) 첫날인 10일 일부 물류 거점에서 운송 차질이 빚어졌지만 우려했던 대란은 벌어지지 않았다. 조합원과 비조합원 간 충돌도 많지 않았다. 파업 열기 자체가 예상보다 낮다는 분석이다. 다만 파업이 길어지면 일부 업계의 물류에 차질이 예상된다.○ 화물연대 “정부 발전 방안은 개악” 이날 오전 11시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열린 파업 출정식. 화물연대 서울·경기, 인천, 충북, 충남, 강원 등 5개 지부 조합원과 철도노조, 건설노조, 서울대병원노조, 민노총 지도부 등 90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화물운송시장 발전 방안과 구조개혁안을 비판한 뒤 “생존권이 확보될 때까지 파업을 계속하겠다”고 주장했다. 출정식에서는 농민 백남기 씨 사태, 성과연봉제 폐지 등 본래 목적과는 다른 내용의 정치구호가 잇따랐다. 최종진 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오전에 (백 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에 다녀왔다”며 투쟁을 독려했고, 조상수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공권력이 파업 참가자를 연행하면 화물연대와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조합원들은 출정식 뒤 의왕ICD 정문 근처에 텐트를 치고 철야 농성을 시작했다. 부산 남구 북항 감만부두와 강서구 신항에서도 출정식이 열렸다. 1700여 명이 모인 감만부두에서는 일부 조합원이 도로를 점거하고 행진을 시도하다 경찰과 대치했다. 일부 조합원은 운행 중인 화물차로 몰려가 생수병을 던지고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화물연대 박원호 본부장은 “정부의 화물운송시장 발전 방안은 화물 노동자들을 길거리에 내모는 개악이다”라고 주장했다. 신항 1부두에서도 조합원 1300여 명이 도로 점거를 시도하며 경찰과 대치했으나 충돌은 크지 않았다. 남구 신선대부두에선 조합원들이 다른 화물차 운행을 가로막다 경찰의 제지를 받고 물러났다. 당시 경찰관을 폭행하거나 물병을 집어던지고 차량 운행을 방해한 조합원 3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미지근한 파업 열기, 원인은 철도 파업? 이날 화물연대 파업을 바라보는 비조합원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비조합원 차량은 전체 사업용 화물차의 96.8%를 차지한다. 화물연대는 비조합원들의 동참을 독려하고 있지만 비조합원들이 참여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최근 철도 파업 여파로 운송 수요가 급증하면서 의왕∼부산 간 운임이 2배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의왕ICD 제1터미널에서 만난 비조합원 박모 씨(67)는 “화물차주들에게 중요한 것은 저가 구조 개선인데 화물연대가 맥을 잘못 짚었다”고 비판했다. 비조합원들은 화물연대 조합원의 운송 방해를 걱정하고 있다. 컨테이너 트럭 한 대의 가격은 약 2억 원. 차량이 손상되면 수리비뿐 아니라 막대한 영업손실을 본다. 피해가 발생하면 정부가 전액 보상해주기로 했지만 화물차주들은 “보상이 제때 되겠느냐”고 우려한다. 한편 전북 전주덕진경찰서는 미리 파업을 벌이다 업무에 복귀한 동료들의 대형 화물차 14대에 7일 스프레이로 욕설과 낙서를 한 혐의(재물손괴)로 화물연대 조합원 정모 씨(49)에 대해 10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정부 “명분 없는 파업에 엄중 대처”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국가 경제에 심대한 악영향을 끼치는 행위를 즉시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대국민 담화에서 “대형 화물차 위주로 구성된 화물연대가 직접적 이해관계가 적은 사안에 대해 비현실적인 주장을 되풀이하며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에 엄중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복되는 화물연대 파업의 목적이 실상은 ‘노동3권 보장’ 요구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화물연대는 노동조합법상 노조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화물차주들은 화주와 계약을 맺고 운송서비스를 제공하는 개인사업자라는 게 고용노동부의 판단이다. 대부분의 판례도 화물차주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파업을 쟁의행위로 인정하지 않고 ‘집단 운송 거부’로 부르는 이유다.의왕=서형석 skytree08@donga.com /부산=강성명 /유성열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10일부터 전면 파업(집단 운송 거부)에 들어갔지만 참가율이 저조해 우려했던 물류 운송 차질은 나타나지 않았다. 화물연대는 이날 오전 11시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와 부산의 부산신항, 북항 등 3곳에서 3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총파업 출정식을 가졌다. 이에 앞서 이날 0시부터 운송 거부에 들어갔다. 하지만 파업 참여율은 매우 낮은 것으로 추정됐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운송 거부에 참여한 비율이 72%에 달했던 2008년에 비하면 참여율이 크게 저조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초 우려했던 물류대란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와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이날 컨테이너기지, 부산항, 광양항 등 주요 물류거점은 대부분 정상 운영됐다. 첫날인데도 파업이 동력을 얻지 못한 것은 최근의 저유가 상황에서 운임 인상을 명분으로 내세우지 못한 데다, 철도 파업 여파로 차량을 이용한 화물 운임이 급등해 조합원 및 비조합원들의 파업 참여율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비조합원인 김모 씨(68)는 “철도 파업 때문에 평소 40만 원이던 의왕∼부산 편도 운송 단가가 2배 이상 뛰었다. 요즘 운행을 안 하면 손해”라고 말했다.김재영 redfoot@donga.com·유성열 /의왕=서형석 기자}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조선업의 실업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제조업 취업자 증가폭도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9일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9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조선업이 포함된 ‘기타운송장비업’의 지난달 고용보험 피보험자 가입자 수(상시 근로자)는 전년 동월 대비 2만3600명이나 감소했다. 상시 근로자(일용직 제외)로 취업하면 가입되는 고용보험 피보험자 가입자 수는 해당 업종의 취업자 수를 나타내는 지표다. 기타운송장비업 취업자는 선박 수주가 급감한 올해 4월부터 감소세로 전환해 6월 1만2000명, 7월 1만8000명, 8월 2만2000명 등 감소 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21만 명에 달했던 이 업종의 전체 고용규모는 지난달까지 18만5000명으로 급감했다. 제조업 중 고용규모가 가장 큰 ‘전자부품·컴퓨터·통신장비업’도 9월 취업자 수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만5400명이나 감소했다. 이 업종의 취업자는 2013년 9월 57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줄어 지난달 51만8000명까지 떨어졌다. 중국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에 내몰린 전자업체들이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조선, 반도체, 휴대전화 등 고용을 떠받치는 핵심 제조업종의 취업자가 급감하면서 전체 제조업의 9월 취업자 수는 작년 동월 대비 74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1월(6300명 증가) 이후 7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9일 오후 4시경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앞 도로는 한산했다. 평소 휴일보다 도로를 달리는 화물차가 적었다. 화물연대 부산지부 측 선전용 차량이 음악을 틀며 방송 상태를 시험하기도 했다. 부두 앞에는 10일부터 시작되는 화물연대 총파업의 선전용 플래카드가 3개 걸려 있었다. 인근 감만부두 앞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일부 화물차는 갓길에 주차를 하다 교통경찰에 단속되기도 했다. 화물연대 부산지부는 조합원들에게 가능한 한 8일까지 모든 업무를 마무리하고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사이 도로 양쪽에 화물차를 주차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 “무한 증차” vs “명분 없는 파업” 화물연대 총파업을 앞두고 전국 항만과 터미널 곳곳에선 전운이 감돌았다. 화물연대는 정부가 8월 30일 발표한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을 폐기하고 화물 노동자를 위한 법·제도 개선에 나설 때까지 파업을 벌이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화물연대가 특히 문제를 삼고 있는 것은 1.5t 소형 화물차에 대한 수급조절제 완화다. 화물연대 측은 지금도 낮은 운임과 중간 착취 등으로 장시간 위험한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규제가 완화될 경우 자칫 화물차 공급이 무한정 증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화물차 차주의 차량을 운송사업자 명의로 귀속시키는 지입제를 폐지하고 표준운임제 법제화를 시행하라는 것이 화물연대의 핵심 요구다. 정부는 직영 차량 확보, 운전사 고용 등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만 증차가 가능하기 때문에 화물연대의 말처럼 ‘무한 증차’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반박한다. 오히려 2001년 7월부터 영업용 화물운전사에게 매년 약 1조6000억 원에 이르는 유가보조금을 지원해주고 있는데 또다시 파업을 펼치는 것은 집단이기주의라고 비판한다. 정부는 이번 파업을 일부 강경 지도부가 주도하는 ‘정치적 행동’이라고 규정하고 강경 대응할 방침이다. ○ 비조합원 참여 여부가 파업 분수령 정부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시작한 지 한 달이 흘러 급한 컨테이너는 대부분 처리한 만큼 일각에서 우려하는 육·해상 물류가 한꺼번에 마비되는 최악의 상황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한진해운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부산항은 이중고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컨테이너 화물의 75%가량을 처리하는 부산항은 목적지로 가지 못한 한진해운 선박들이 싣고 있던 컨테이너들을 대량으로 내려놓는 바람에 항만의 여유 공간이 빠듯한 상황이다. 향후 파업 여파는 화물연대에 속하지 않은 비조합원의 참여 여부에 달려 있다. 1만4000대에 이르는 화물연대 조합원 차량은 대부분 5t 이상 대형차들이라 국내 전체 화물차(43만7000여 대)의 3.2%에 불과하다. 비조합원의 파업 참여율이 낮았던 2012년(26.4%) 수준으로 파업이 전개될 경우 994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의 수송 차질이 예상된다. 반면 비조합원이 파업에 적극 참여해 운송거부율이 71.8%에 달했던 2008년 파업 수준으로 전개될 경우 수송 차질 물량은 3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물 운행률을 떨어뜨려야 정부를 압박할 수 있다 보니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파업 때마다 이에 동참하지 않은 조합원이나 소형 화물차주들의 정상 운행을 조직적으로 방해한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화물연대는 이런 지적을 의식한 듯 이번 파업에 앞서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차주들의 정상 운행을 방해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정부는 화물연대의 파업 명분이 과거에 비해 떨어지는 만큼 비조합원의 참여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화물연대의 방해 행위가 재연되지 않도록 증거 수집을 강화하고 경찰 수사를 통해 적극 처벌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운송 거부가 장기화될 경우 화물연대 지도부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 적용도 검토할 계획이다. 세종=손영일 scud2007@donga.com / 유성열 / 부산=강성명 기자}
전직 은행원인 최모 씨(58·여)는 최근 새 일자리를 얻었다. 항공기의 시트와 무릎담요 등을 세탁하고 관리해주는 회사다. 사무직은 아니지만 월 200만 원 정도의 급여를 손에 쥘 수 있고, 무엇보다 일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에겐 큰 기쁨이다. 최 씨에게 재취업은 쉽지 않았다.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장년일자리희망넷(www.4060job.or.kr)에서 괜찮은 일자리를 하나 발견했고, 재단에 무작정 전화를 걸어 전문 컨설턴트를 소개받은 뒤 회사에 이력서를 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최 씨의 입사를 거부했다. 50대 후반인 나이가 부담스럽다는 이유였다. 컨설턴트는 “회사에 직접 찾아가 취업 의지를 보여주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최 씨는 회사를 직접 방문해 면접을 요청했다. 인사담당 임원은 최 씨의 열정에 감탄하며 “본사는 너무 머니 집에서 가까운 지사로 발령을 내주겠다”고 했다. 최 씨는 이렇게 ‘제2의 인생’을 살기 시작했다. 3일 일하고 하루 쉬는 방식에 오전 8시경 출근해서 잔업까지 하면 보통 오후 9시에야 일이 끝난다. 생전 처음 몸 쓰는 일을 하느라 적응하기 어려웠지만 삶에서 한 번은 겪고 넘어가야 할 산이라 생각하고 즐겁게 일하고 있다. 바쁜 아내를 생각해 집안일에 적극 나서는 남편의 모습도 큰 힘이 되고 있다. 최 씨의 재취업 비결은 ‘적극성’이다. 두드리고 두드리면 중장년에게도 일자리는 열린다는 것이다. 서류만 내놓고 기다리지 말고 전화라도 한 통 더 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최 씨는 “용기를 갖고 직접 부딪혀야 한다. 그렇게 한발 다가가면 반응이 온다”고 말했다. 재취업은 확실한 노후 대비책이다. 재취업은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노사발전재단이 무료로 운영 중인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02-6021-1100)가 대표적이다. 만 45세 이상 재직자에 대한 재취업을 지원하는 ‘장년나침반생애설계프로그램’이나 퇴직 근로자의 이직 준비를 돕는 ‘전직 스쿨’ 등이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도 중장년일자리센터를 운영 중이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거나 직업훈련을 받고 싶으면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운영하는 중장년취업아카데미를 고려해볼 만하다. 노사발전재단 관계자는 “전문기관에서는 컨설턴트에게 일대일 상담을 받을 수 있고, 심리상담도 가능하다”며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재취업에 도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철도노조 파업이 8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화물연대도 10일부터 무기한 파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철도노조 파업으로 가뜩이나 화물 운송 차질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화물연대까지 파업을 결의해 사상 최악의 물류대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4일 고용노동부와 노동계에 따르면 화물연대는 5일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총파업 돌입 여부를 선언할 예정이다. 정부와의 막판 교섭이 이뤄질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내부적으로는 사실상 파업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화물연대에는 화물차주 1만4000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해 있다. 조합원 수는 국내 전체 화물차주(약 35만 명)의 4%에 불과하지만 한국 경제의 ‘대동맥’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파업에 들어갈 경우 경제에 미치는 여파가 상당하다. 2008년 6월 8일간의 총파업 때는 총 7조 원에 이르는 피해가 있었던 것으로 당시 정부는 추산했다. 이번에는 철도노조의 파업으로 화물열차의 운행률이 40% 안팎으로 떨어진 상황이어서 화물연대 파업까지 겹치면 사상 최악의 물류대란이 벌어질 우려가 크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일종의 개인사업자인 ‘특수고용직’으로 이번 파업은 성과연봉제와 상관이 없다. 그 대신 화물연대는 8월 말 국토부가 내놓은 ‘화물운송시장 발전 방안’ 철회를 요구한다. 당시 국토부는 현재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는 1.5t 미만 소형 화물차를 사실상 등록제로 완화해 진입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소형 화물차의 자유로운 증차를 허용해 서비스 질을 높이고 연간 5000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드는 한편 ‘무허가 영업’ 논란을 빚었던 소셜커머스업체 쿠팡의 ‘로켓배송’도 합법화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화물연대와 기존 화물차주들은 진입 규제가 완화되면 경쟁이 더 심해져 운송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정부는 자가 컨테이너 차주에게 임시 운송허가를 내주고 군 보유 컨테이너 차량을 투입해 100대 이상의 대체 차량을 마련할 방침이다. 또 파업 기간에 화물차의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하고 과적 기준을 완화해 비조합원 차주들의 운행도 유도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고용부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에선 올해 7월 19일부터 이날까지 총 24차례 파업이 이뤄졌고 13만1851대의 생산 차질과 2조9000억 원이 넘는 매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고용부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협력업체 근로자의 생계 위협과 직결된다”며 “파업이 계속되면 긴급조정권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유성열 ryu@donga.com·천호성 기자}
학교 경비원 A 씨는 밤 근무 중 휴게시간을 두는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일하고 있다. 휴게시간은 밤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다. 그러나 야간 자율학습 시간이 끝나는 시간은 밤 11시. 학생들이 다 가고 문단속까지 하려면 밤 12시까지 매일 일을 해야 했다. A 씨는 이처럼 휴게시간 중 일한 시간에 대한 수당을 더 지급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학교 측은 "근로계약상 근로시간이 아니다"라며 지급을 거부했고 A 씨는 관할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냈다. 노동청은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수당을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처럼 아파트나 학교 경비원 등 '감시·단속(斷續)'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을 엄격히 구분토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고용노동부가 4일 발표했다. 근무 특성상 야간 또는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는 이들의 충분한 휴식 시간을 보장해주기 위해서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A 씨처럼 근로계약에 휴게시간으로 규정된 시간이더라도 사용자의 제재나 감시, 감독 하에 근무 장소에서 강제로 대기하는 시간은 근로시간으로 인정해야 한다. 학생들이 집에 갈 때까지 경비실을 지키고 문단속까지 해야 하는 A 씨처럼 사실상 대기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근로시간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휴게시간 도중 화재나 외부인 침입 등으로 대응한 시간 역시 근로시간으로 인정해야 한다. 휴게시간에 일을 더 했다면 당연히 임금도 더 지급해야 한다. 다만 근무장소에서 쉬더라도 근로자가 스스로 휴게장소를 선택하거나 사용자의 지휘, 감독에서 벗어나 자유로이 이용 가능하다면 이는 근로시간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본인의 선택에 의해 자발적으로 경비실에서 휴식을 취했고, 사용자가 휴게장소를 경비실로 제한하거나 업무수행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면 근로시간이 아니라 휴게시간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고용부는 정당한 이유 없이 경비원을 해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임금을 올리지 않기 위해 휴게시간을 과도하게 부여하는 행위도 금지했다. 근로자의 출퇴근 시간도 명확히 기록하고 관리토록 해 근로자가 휴게시간과 근로시간을 예측해 계획을 짤 수 있도록 했다. 고용부는 전국 47개 지청이 아파트 단지, 학교, 경비용역업체 등을 상대로 가이드라인을 배포하도로 지시했다. 정지원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은 "경비원과 당직 근로자들은 대부분 고령인 경우가 많다"며 "고령 근로자들이 정당한 휴식을 보장받고 근로조건이 악화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이 실천되는지 현장 모니터링을 지속해서 하겠다"고 밝혔다.유성열기자 ryu@donga.com}
서울시 산하 지방공기업(투자기관) 5곳이 노사 합의로 성과연봉제를 추진키로 한 결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을 경우 ‘추가 페널티’ 부과 방침을 밝히자 서울시는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30일 행정자치부와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는 공동성명을 통해 “서울시가 올해 말까지 지방공기업 5곳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추가 페널티를 고려할 것이다”라고 압박했다. 김성렬 행자부 차관은 “서울시의 명확한 도입 의지가 반영되지 않은 이번 합의에 강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성과 중심 문화 확산에 서울시 지방공기업만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기관별 개별 노사교섭에 맡기겠다는 의견이다. 특히 이날 충북도청을 방문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공기업에 성과연봉제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이며 수입·지출, 공공성, 사회적 안정 등 여러 적용 요인이 있을 수 있는데 지금처럼 평가하는 건 싫다”고 반박했다. 한편 전체 파업의 기세는 한풀 꺾이는 분위기다. 한때 10만 명까지 늘어났던 파업 규모는 30일 부산도시철도 노조가 파업을 중단하면서 대폭 감소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이날 철도노조 7400명 등 5개 노조 1만7700명(부산교통공사 노조 제외)이 파업에 참여했다. 이날 화물열차 운행률은 평소의 33.2%였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파업 장기화에 대비해 기간제 직원 1000명을 공개 모집하기로 했다. 또 파업 추이에 따라 최대 3000명의 기간제 직원을 대체인력으로 고용할 계획이다.노지현 isityou@donga.com·유성열·천호성 기자}
서울시가 주요 투자기관의 성과연봉제 도입을 보류하고 노사 합의로 추진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노조의 강경한 반대 기류를 감안할 때 사실상 도입이 물 건너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성과연봉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정부의 공공부문 개혁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등 서울시 투자기관인 5개 공사의 노사는 29일 열린 집단교섭 4차 회의에서 성과연봉제 등 핵심 쟁점에 합의했다. 노사는 앞으로 합의에 따라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모든 공사의 노조가 성과연봉제 도입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도입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노사는 또 저성과자 퇴출제 등 성과와 고용을 연계하는 제도는 아예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 일단 서울시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는 의견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내년 1월부터 성과연봉제를 적용하지 않으면 행정자치부로부터 페널티를 받는다”며 “이번 합의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합의는) 공무원 내부에서 문제가 많다고 보는 만큼 노사가 시간을 두고 천천히 논의하겠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서울시 내부에서도 “노사 합의를 조건으로 한 것은 사실상 도입을 안 하겠다는 뜻 아니냐”는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크게 반발했다. 노사 합의를 통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겠다는 선언만 있을 뿐 구체적인 ‘액션 플랜’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입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성과연봉제 추진에 진정성이 있다면 노사가 언제까지 합의를 이끌어 낼 것인지, 논의는 어떤 과정을 통해 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내용이 있어야 한다”며 “이런 내용조차 없는 합의가 과연 진정성이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또 “성과연봉제 도입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민노총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하고 있는 서울지하철 노조가 성과연봉제 도입에 합의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서울지하철 양대 공사 노사 합의로 27일 시작된 서울지하철 파업은 이틀 만에 끝났다. 지하철 운행은 인력 및 일정 재조정을 거쳐 30일부터 정상화된다. 다만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연계해 운행하는 1·3·4호선은 코레일 노조의 파업이 계속되고 있어 완전 정상화까지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지하철 1·3·4호선의 증편 운행을 검토 중이다. 노지현 isityou@donga.com·유성열 기자}
철도노조와 서울지하철노조가 사흘째 파업을 이어간 가운데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소속 공공연맹도 파업에 합류했다. 공공연맹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과 서울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를 함께 열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파업이 끝나고 성과연봉제가 전면 도입되더라도 더 큰 갈등이 불거질 소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날 파업에는 철도 등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11개 사업장 2만3300여 명, 한국노총 소속 근로복지공단 등 2400여 명 등 2만5700여 명이 참여했다. 전날 하루만 파업에 나선 보건의료노조와 부분파업만 했던 금속노조가 이날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전체 파업 규모는 전날(10만6300여 명)보다 크게 줄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으로 출근 대상자 1만7415명 중 40.7%인 7082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파업 참여율은 전날(41%)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날 고속철도(KTX)는 전과 다름없이 정상 운행했지만 일반열차(새마을호 무궁화호) 운행률은 64.3%를 나타냈다. 화물열차 운행률은 34.2%에 불과했다.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이 점점 심해지면서 파업 정국이 끝나고, 성과연봉제가 도입된 이후가 더 큰 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1월 말 성과연봉제 권고안을 내면서 고(高)성과자와 저(低)성과자의 연봉 인상률 차이를 2%(±1%)에서 평균 3%(±1.5%)로 확대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120곳의 공공기관은 대부분 도입 여부만 결정했을 뿐 구체적인 임금체계는 아직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더라도 세부적인 임금체계와 평가체계를 만들려면 노조의 역할이 중요하고, 노조와 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이 같은 파업 정국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특히 노동계가 낸 이사회 의결 무효 소송을 법원이 받아들인다면 성과연봉제 도입 자체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유성열 ryu@donga.com·구가인 기자}
이번 ‘파업 정국’의 핵심 쟁점은 성과연봉제다. 정부는 공공, 금융부문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해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철밥통’을 깨고 청년 채용도 늘리겠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노동, 금융개혁의 걸림돌인 공공, 금융부문 노조의 힘을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올해 1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지침을 발표하면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된다면 노조 동의 없이도 임금체계를 바꿀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지침 발표 이후 공공기관 120곳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이 중 54곳(45%)은 노조 설득에 실패해 이사회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1월 발표한 지침에 따라 성과연봉제가 불이익이 아니고, 노조가 협상에 적극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사회 의결만으로 도입해도 된다는 판단이었다. 정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민간 금융회사도 도입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성과연봉제가 적용되면 근로조건의 핵심인 임금 체계에 노조가 개입할 근거가 사라져 저절로 노조 영향력이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노동계는 또 정부가 내세운 효율성, 청년 채용 확대는 정치적 명분에 불과하고 실제론 ‘노조 힘 빼기’가 목표라고 주장한다. 노동계는 파업 전 정부와 직접 교섭을 요구했다. 정부와의 교섭을 통해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와 내용을 결정해 보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처음부터 성과연봉제는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또 공공, 금융 등 임금과 근로조건이 매우 좋은 ‘철밥통’에 대한 여론이 나쁜 상황에서 파업 동력이 오래가지는 않을 거라고 봤다. 파업을 해봤자 실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교섭 없이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성과연봉제 확산의 직접 당사자들인 공공, 금융부문 소속 산별노조가 이번 파업을 주도하게 됐다. 특히 23, 27일 각각 파업에 나선 금융노조(10만 명)와 공공운수노조(15만 명)는 금융회사와 공공기관 노조로 한국노총과 민노총에서 규모가 가장 큰 핵심 산별노조다. 양대 노총 조직의 역량을 집중시키면서 이번 파업에 ‘명운’을 걸고 있다. 문제는 정부와 노동계가 이처럼 변변한 교섭이나 대화 한 번 없이 강(强) 대 강 대치만 하다가 결국 ‘끝장 결투’까지 온 만큼 이번 파업 정국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사실상 양대 노총의 주요 산별노조는 모두 이미 파업에 들어갔거나 사실상 준비 태세에 있다고 보면 된다”며 “1998년 이후 18년 만의 양대 노총 동시 총파업도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정부와 노동계가 한 발씩 물러서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대안을 제시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는 노동계가 자발적으로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장을 만드는 통 큰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노동계도 맹목적인 반대 전략에서 벗어나 대안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 성과연봉제 ::연공과 서열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상승하는 호봉제와는 달리 직원들의 업무능력과 성과를 등급별로 평가해 임금에 차등을 두는 제도다. 정부는 공공부문과 금융부문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나 노동계는 강력 반대하고 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노동계는 성과연봉제 반대를 내세운 이번 파업이 근로조건(임금)과 관련돼 있고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등 법적 절차를 지킨 합법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는 서울과 부산 지하철 등의 파업은 정당성이 있지만 철도노조의 파업은 노조법에 따라 불법이라고 규정했다. 판단 근거는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다. 철도공사는 이미 이사회 의결을 통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했고, 서울과 부산 지하철은 아직 도입하지 않았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규정하고 있는 파업(쟁의행위)은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발생한 분쟁”이기 때문에 철도노조가 성과연봉제를 철회시키려면 파업 등 쟁의행위가 아니라 소송 등 법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시각이다. 반면 노동계는 노사 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것 자체가 불법 이고, 임금 관련 파업이기 때문에 합법이라고 반박한다. 이날 부산교통공사가 파업 참가자 전원을 직위해제한 것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은 부산 지하철 파업은 정당성을 갖고 있다고 규정한 정부 판단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임금 관련 사안은 통상적으로 단체교섭 대상으로 보는 것이 우리 사회의 통념”이라며 “이미 도입했기 때문에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정부의 해석은 조금 과도한 것 같다”고 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정부의 성과연봉제 확대 정책에 맞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의 최대 산별노조인 공공운수노조가 27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공공운수노조 소속 100여 개 사업장 가운데 철도 서울지하철 서울도시철도 부산교통 서울대병원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연금공단 한국가스공사 등의 노조는 이날 오전 9시 파업을 시작했다. 고용노동부는 8개 사업장에서 2만4000여 명이 파업에 참여했다고 집계했다. 공공운수노조는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권력의 낙하산에 줄서기 경쟁을 강요하는 성과퇴출제를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28일부터는 보건의료노조 소속 51개 병원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는 등 파업이 장기화할 조짐도 보인다. 부산교통공사는 파업에 참가한 노조원 848명, 코레일은 23명을 직위해제했다. 이날 고속철도(KTX)는 평소와 다름없이 운행했지만 새마을호 무궁화호 등의 일반열차는 평소의 71.6% 수준으로 운행률이 떨어졌다. 특히 화물열차는 평소의 50.6%만 운행해 ‘물류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명분 없는 파업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성열 ryu@donga.com·구가인 기자}
고용노동부와 교육부 국정감사에서는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의결을 막기 위해 ‘국무위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한 것 아니냐는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오전 10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고용부 국감이 시작되자 곧바로 의사진행발언을 요청한 뒤 “(23일 국회에서) 여당 의원이 질문을 할 때 답변 시간을 늘려 달라는 요청을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지 않았느냐”고 이기권 장관에게 물었다. 이 장관은 “전에도 (국회에 참석하면) 한 질문에 7∼8분씩 답변할 때가 있었다. 설명 드릴 게 많으면 그렇게 한다”며 “그런 요청은 전혀 받은 바 없다”고 부인했다. 같은 당 강병원 의원은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국무위원들을 불러서 답변을 길게 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이 장관 발언은 위증의 소지가 있는 것 아닌가”라고 추궁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역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노웅래 더민주당 의원은 “장관의 답변은 청와대에 잘 보이려고 하는 것이었다”며 “국회를 능멸하고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건데 청와대가 지시해서 그렇게 한 건지 잘 보이려고 (스스로) 한 건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병욱 의원도 “장관이 그날 ‘내가 뭐 한도 없이 말할 수 있겠지만’이라고 했는데 그런 명령 받은 것을 토로한 것”이라며 “아무리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지만 명백한 사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부총리는 처음에는 “국무위원의 한 사람으로 의원님 질의에 충실히 답변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질타가 이어지자 “평소보다 답변이 길게 이어졌다”면서도 “이전에도 답변이 길어진 적이 있었기에 정상·비정상으로 나눌 수는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반면 기동민 더민주당 의원은 보건복지부 국감에서 “소신 있게 답변하면서 정부 부처를 대표하는 수장으로서 면을 세웠다”고 방문규 복지부 차관을 치켜세웠다. 대정부질문에서 비교적 짧게 답변했던 것을 칭찬한 것이다. 세종=유성열 ryu@donga.com·최예나·김호경 기자}

28일부터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국정감사 풍경까지 180도 바꿔놓았다. 국회 상임위원들이 피감기관에 식사 비용을 떠넘기지 않고 국회 예산으로 처리하는 등 불필요한 논란을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피감기관의 업무가 국회의원의 직무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 국감 기간에는 3만 원 이하의 식사라도 제공받아서는 안 된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정부세종청사 구내식당에서 점심과 저녁을 모두 해결했다. 의원 식사 한 끼는 2만 원, 보좌진 단가는 1만 원이었다. 원래 구내식당 밥값은 3500원이지만 예약하면 가격에 맞춰 식단을 마련해 준다. 국회 공식 업무인 만큼 국회 사무처가 예산으로 식사 비용을 지불했다. 고용노동부 기자단은 기자단 회비로 구내식당에서 식사했다. 이틀 연속 국감이 예정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과 보좌진 등은 모든 식사와 교통편, 숙소까지 국회 예산으로 준비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의원들 역시 국회 예산으로 구내식당에 예약한 1만5000원짜리 메뉴로 식사를 해결했다.세종=유성열 ryu@donga.com·손가인 기자}

청년실업률 10%를 돌파한 시대. 질 좋은 일자리는 대기업과 공공기관에 몰려 있는 것만 같고, 이들 회사의 입사 경쟁률은 매년 수백 대 일이다. 하지만 눈을 조금만 돌려보면 청년들이 좋은 대우를 받으면서 마음껏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기업이 적지 않다. 고용노동부가 올해 4월 선정한 ‘청년 친화 강소기업’ 891곳도 그렇다. 임금체불 여부와 신용평가등급, 고용유지율 등의 지표를 평가해 매년 1만여 곳씩 선정했던 강소기업 중에서도 청년 채용에 적극적이고 월평균 통상임금 200만 원 이상, 주중 야근 2회 이하, 4개 이상의 복지제도 등의 기준을 충족한 알짜 기업이 대상이다. 이들 기업의 신입사원 평균 연봉은 2700만 원 수준. 올해만 총 2600여 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메르스 최전선 회사 조미리 씨(27·여·호서대 경제학과 졸업)는 올해 7월 ㈜우정비에스씨에 입사해 현재 이노비바 사업본부(동물실험실 혁신 사업)에서 일하고 있다. 1989년 설립된 우정비에스씨는 바이오멸균과 생명공학연구 전문 기업으로 전체 직원 76명 가운데 45명이 청년일 정도로 ‘젊은 회사’이자 고용부가 선정한 청년친화강소기업이다. 지난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바이러스 감염 병원들의 멸균 작업을 잇달아 맡으면서 지명도를 얻었다. 최근에는 가습기 살균제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한 소독멸균 모델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바이러스와의 전쟁 최전선에서 싸우는 기업인 셈이다. 조 씨는 이런 회사가 있는 줄 몰랐다. 여느 취업준비생들처럼 앞으로 일할 곳을 알아보다가 정부가 운영하는 취업포털 사이트 워크넷(www.work.go.kr)에 올라온 채용공고를 보고 괜찮은 회사겠다 싶어 지원했고, 면접 등을 거쳐 당당히 합격했다. 조 씨가 꼽은 우정비에스씨의 강점은 ‘인재 육성’이다. 신입사원들이 전문성을 기를 수 있도록 각종 교육이 수시로 열린다. 외부기관 교육도 신입사원들이 전문성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스스로 찾아내면, 부서장이 이를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조 씨도 입사 석 달여 만에 각종 교육을 받고 적응력을 높이고 있다. 특히 모든 직원에게 해외연수 기회가 제공된다.○ 비정규직이 없는 회사 우정비에스씨는 ‘인재가 자산’이라는 경영 이념에 따라 비정규직이 전혀 없다. 모든 직원은 정규직이다. 매년 신입사원 채용을 20%씩 늘릴 정도로 청년 채용에도 적극적이다. 신입사원을 선발할 때도 전공이나 스펙을 중요하게 평가하지 않는다. 회사와 같이 성장해 나갈 수 있는 목표와 의지가 제일 중요하다. 토익 점수 유효기간도 지났고, 지방대 인문계 출신인 조 씨를 우정비에스씨가 뽑은 이유는 단 하나, ‘가능성’과 ‘비전’이었다. 조 씨는 “스펙도 부족하고 전공 분야도 인문계라서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면접 때 긍정적인 태도로 자신감 있게 당당히 임했던 것이 합격의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남영표 경영지원부장은 “우리도 현실과 타협하여 적당히 머물 직장을 구하는 사람은 환영하지 않는다”면서 “배움이 부족하고 스펙이 좋지 않아도 본인이 가진 꿈이 있고 그 꿈을 열정으로 표현할 사람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우정비에스씨의 신입사원 평균 연봉은 2900만 원 수준. 연말 성과 인센티브는 별도다. 승진은 2년 단위로 이뤄지며 능력에 따른 특별 승진제도도 있다. 연차휴가는 물론이고 육아휴직도 적극 장려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젊은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다. 자녀학자금 지원, 양육비 지원, 육아시설 이용 등의 복지혜택도 대기업 못지않은 수준이다. 우정비에스씨에서 보낸 1년이, 다른 회사에서 보낸 몇 년과 견줄 수 있도록 전문성을 길러주겠다는 것이 이 회사의 인재 육성 철학이다. 조 씨는 “회사의 교육 기회를 적극 활용하고 열심히 일해서 지금 현재 맡고 있는 해외영업 부문의 전문성을 크게 높이고 싶다”며 “내가 받은 것 이상으로 후배들에게도 물려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천병년 대표는 “보이지 않는 적, 바이러스로부터 인간의 삶을 지키는 보루라는 사명감을 갖고 회사를 운영해 왔다”며 “제2의 메르스 사태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일에 많은 청년이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지난해 노동개혁 국면에서 뜨거운 감자였던 ‘2대 지침’(공정인사 지침)이 올해 1월 시행된 후 8개월이 흘렀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 따르면 공정인사 지침을 도입해 인사제도 개편을 노력 중인 사업장이 78.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인사 지침의 내용에 공감하거나(66.6%), 인력 운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사업장(63.6%)도 많았다. 노동계는 여전히 반대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서서히 안착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공정인사 지침을 적극 활용해 동기부여를 고취시키고 합리적 인사평가 모델을 마련하는 회사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근로자의 태도와 능력, 업적을 기반으로 하는 구체적인 평가기준을 마련했다. 특히 평가결과와 보상, 교육훈련의 연계성을 높여 연공에 따른 급여를 줄이고 능력 중심의 승진제도를 마련해 근로자들의 동기부여 수준을 대폭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의 희망퇴직 역시 전직 지원제도를 도입해 퇴직 예정자들이 퇴직 이후의 삶을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신세계 역시 올해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능력과 성과 중심의 평가 시스템을 전격적으로 도입했다. 임금은 상·하반기 두 차례 평가를 통해 개인별 연봉등급을 결정하고, 평가 및 성과 결과를 토대로 개인별로 보상을 차별화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특히 LG이노텍은 사무직과 기술직에만 적용하던 성과연봉제를 생산직으로 확대 적용했다. 이제는 생산직도 호봉제가 아닌 연봉제의 적용을 받아 임금인상률이 개인의 성과와 역량에 따라 달라지고, 인센티브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현장 직원이 능력에 따라 조기 진급할 수 있는 제도를 신설하고,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교육체계도 마련했다. 공기업인 한국마사회도 올해 3월 노사 합의로 호봉제를 폐지하고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개인과 부서 평가를 개선하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노사가 합의했고, 성과가 낮은 근로자들에 대해서는 두 달간 교육을 거치는 시스템도 마련했다. 마사회 측은 “열심히 일해 성과를 이룬 사람에게 보상이 주어진다는 조직문화가 마련되고 있다”고 설명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정년은 이미 60세로 연장됐고, 통상임금의 범위도 과거보다 대폭 확대됐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 청년 채용을 늘리려면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존의 연공서열식 호봉제를 성과와 직무에 기반을 둔 임금체계로 바꿔야 기업이 청년을 고용할 여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임금체계 개편으로 청년 채용을 늘리는 회사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 ○ 사무직은 연봉제, 생산직은 호봉제 2007년 설립된 유가공업체 ㈜서울에프엔비는 최근 노사협의회가 주도해 임금체계를 개편했다. 이 회사는 강원 횡성군 공근면에 본사와 공장이 있다. 수도권에서 멀고 교통이 불편하다 보니 직원 채용이 쉽지 않았다. 서울에프엔비는 노사협의회를 통해 과감히 임금체계를 개편함으로써 이런 입사 기피 현상도 단번에 해결할 수 있었다고 한다. 또 통상임금 범위 확대, 정년 연장 등 법적 변화와 함께 회사 규모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근로자들의 기대수준이 높아진 것 역시 임금체계 개편 필요성을 높였다. 이에 서울에프엔비 노사협의회는 임금체계 개편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제기했고, 노사발전재단을 통한 컨설팅도 본격적으로 받았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임금체계 개편 설명회를 열고 의견을 들었으며 각종 검증 작업도 수차례 벌인 뒤 노사 합의로 임금체계 개편에 들어갔다. 특히 생산직은 호봉제를 유지하되 상여금 제도를 개선했고, 사무직은 인센티브를 도입해 연봉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그 대신 인센티브 평가를 연 1회에서 4회로 늘려 평가의 객관성을 높였고, 평가 과정도 세분해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인센티브와 상여금은 분기별로 실시된 평가와 매출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기로 했다. 임금체계 개편으로 서울에프엔비 직원의 생활은 180도 달라졌다. 올해 1월 개편 이후 사무직 퇴사 인원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과거 지방 근무에 지쳐 사표를 내는 직원이 많았던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변화다. 급여항목을 대폭 통합하면서 야근수당을 폐지했고, 이에 따라 야근업무가 대폭 감소했다. 주간 및 평일에 업무를 몰아서 하고, 야간과 주말에는 일하지 않는 문화가 자리 잡은 것이다. 서울에프엔비 관계자는 “임금체계 개편으로 이직률을 줄이고,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일 수 있었다”며 “이런 효과를 바탕으로 청년 고용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고연봉 간부들에게 ‘샐러리캡’ 신소재 제조업체인 코닝정밀소재㈜ 역시 그동안 호봉, 연공 중심의 임금체계를 운영해왔다. 그러나 인건비 부담이 계속 가중되고 직원들에겐 동기부여가 잘 되지 않아 경영진의 고민이 많았다. 특히 연공이 높아지면서 임금은 오르지만 직무나 역할, 기능에 변화가 없는 현장 기능직에 대한 임금체계 개편 필요성이 계속 높아지는 상황이었다. 이에 노사는 직원들의 만족도와 고용 안정성을 높이고, 회사의 인건비 부담 완화는 물론이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성과와 역량에 기반을 둔 임금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기존 연공, 호봉 중심의 임금체계 대신 성과 능력 역량 직무에 따른 연봉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그 대신 나이가 많고, 임금이 많은 현장 기능직 직원들의 특성에 맞는 직급과 보상 체계 역시 별도로 마련해 이들의 승진 기회도 대폭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노사는 이런 내용을 합의하고 개편 내용을 취업규칙에 전격 반영했다. 이에 따라 연공이 오르면 임금이 획일적으로 오르는 시스템이 사라졌다. 전년도의 성과, 역량에 따라 해당 연도 임금이 결정되는 방식이 전격 도입된 것. 노사 간 임금 조정을 통해 전 사원에게 공통 적용되는 인상률이 결정되면, 여기에 개별 직원들의 성과와 역량 평가 결과에 따라 직원별 임금 가감률이 결정되는 방식이다. 또 현장 기능직 직원들을 위한 별도의 직급체계(주임-전임-책임)가 신설됐다. 사원-대리-과장으로 이어지는 사무직과 사실상 동일한 승진체계를 갖춘 것이다. 별도의 승진 체계에 부합하는 보상 체계 역시 새로 만들어 고임금 인력들의 지나친 임금인상을 억제하고, 인건비 부담을 줄였다. 특히 현장 기능직 고임금 간부들에 대해서는 임금 상한선(샐러리캡)을 두기로 했다. 임금체계 개편 후 코닝정밀소재는 매출과 이익이 감소했음에도 인력을 전혀 감원하지 않았다. 특히 임금체계 개편을 통한 비용 절감분을 청년 신규 채용에 활용해 2015년에는 고졸자 105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를 성과와 직무에 기반을 둔 연봉제로 바꿔야 청년 신규 채용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