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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은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인재 경영을 최근 크게 강화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올해부터 일반직·연구직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본사 인사부문이 관리하는 ‘정기 공개채용’에서 현업부문이 필요한 인재를 직접 선발하는 직무중심의 ‘상시 공개채용’ 방식으로 전환했다. 상·하반기 1회씩 고정된 시점에 채용하는 기존 채용 방식으로는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이 융·복합하는 미래 산업환경에 맞는 인재를 적기에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신입사원 채용 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꾼 것이다. 기존의 채용 방식은 경영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상황에 맞는 인력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반면 상시 공개채용은 이 같은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원자 입장에서도 관심 있는 직무를 중심으로 필요한 역량을 쌓으면서 연중 상시로 지원할 수 있다. 현대차는 올해부터 인턴사원 채용도 연중 상시 진행하는 ‘H-Experience’ 프로그램으로 전환했다. 인턴 채용 후 현업실습을 거쳐 입사 여부가 결정되는 ‘채용전환형 인턴’과 미래 경쟁력 강화 분야의 유망 인재를 발굴하고 직무 경험·탐색 기회를 제공하는 ‘연구 인턴’ 등 두 가지 방식이다. 또 현대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올 3월부터 신입·경력 채용에 화상면접을 도입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첨단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미래 경쟁력 확보에 나서면서 우수 인재를 뽑기 위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요즘 차와 차 업계를 이야기하는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15번째 편인 오늘은 최고가로 분류되는 수입차 브랜드가 국내에서 질주하는 모습과 그 이유를 다뤄볼까 합니다.포르쉐, 람보르기니, 벤틀리 등이 올해 상반기에 최대 2~3배에 이르는 판매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요.일반도로 주행이 어려운 초고가·고성능차 대신 편안한 주행이 가능하면서 가격은 오히려 더 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이 판매를 견인하는 모양새입니다.그리고 그 배경에는 흔해진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대신 더 보기 드문 브랜드를 찾는 수요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기자동차 시대의 선두주자로 각광받고 있는 ‘테슬라’라는 기업을 가볍게 짚어본 지난번 14번째 휴일차담에 보내주신 큰 관심에도 감사드립니다. ( 테슬라에서 추가 구매가 가능한 기능은 기본 제공되는 ‘오토파일럿’이 아니라 ‘완전 자율 주행 기능(Full Self-Driving)’이라는 점은 기사에서 수정했습니다. 댓글로 지적해 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코로나19에도 15% 성장한 수입차 시장한국수입자동차협회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차량 등록을 기준으로 한 수입차 판매 통계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올해의 경우 7월까지의 판매 통계가 올라와 있는데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덮쳤음에도 올해 수입차 브랜드들은 1~7월 국내에서 14만8000여 대(승용차 기준)를 팔았습니다.지난해 이 기간에 12만8000여대를 판 것과 비교하자면 14.9%의 성장입니다.올 3~6월 개별소비세가 큰 폭으로 인하(기존의 70% 감면)된데다 아우디와 폭스바겐 등 주요 브랜드가 ‘디젤 게이트’ 파문을 딛고 새로운 모델로 판매를 크게 늘린 영향이 커 보입니다.이 통계에는 수입 전기자동차를 대표하는 테슬라의 판매가 빠져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하는데요. 테슬라는 올 상반기에 ‘모델3’를 6830대나 팔았습니다. 아무튼, 2018년 26만 대 판매를 넘겼다가 지난해 다소 침체됐던 수입차 시장은 올해 다시 살아나는 모습입니다.● 2~3배 판매 늘린 포람벤(포르쉐·람보르기니·벤틀리)이런 통계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점도 있습니다. 억대 이상의 모델을 팔고 있는 스포츠카·슈퍼카·럭셔리차 브랜드의 약진입니다.스포츠카 브랜드로 유명한 포르쉐를 먼저 보겠습니다. 포르쉐는 일부를 뺀 대부분 국내 모델의 시작가격이 1억 원을 넘고 ‘911’과 ‘파나메라’ 일부 모델은 2억 원대에서 시작하는 브랜드인데요.포르쉐는 올 1~7월 국내에서 5287대를 판매했습니다. 지난해 이 기간 2900대에 비하면 82.3%나 성장했습니다. 테슬라가 빠져 있는 이 수입차 판매에서의 비중은 2.25%로 올랐습니다.슈퍼카 브랜드로 알려진 람보르기니는 이 기간에 국내에서 160대를 팔았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51대에 비하면 무려 213.7% 성장했습니다.럭셔리카 브랜드인 벤틀리 역시 1~7월을 기준으로 지난해 73대에서 올해 179대로 판매를 늘렸습니다. 145.2% 증가입니다.판매 차량의 가격이 최소 2억 원 대에서 시작하는 이 두 브랜드들의 볼륨 자체는 여전히 크다고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성장률로 보면 지난해의 2~3배에 이르는 판매를 기록한 것입니다.‘궁극의 빨간 맛’,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의 판매량도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안타깝게도 페라리는 이런 통계를 통해 판매량을 공식 공개하진 않고 있습니다.다만, 올 상반기 이탈리아 공장의 셧다운으로 국내 판매·인도가 지난해보다 좀 줄었지만 연간 판매로는 역시 지난해보다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 판매량 증가 이끈 건 ‘가격 낮은 SUV’이들 브랜드가 눈에 띄게 성장한 비결은 어떤 모델을 팔았나를 살펴보면서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간단히 말하면 기존 모델보다 가격이 낮은 SUV 판매가 눈에 띕니다.올해 1~7월에 벤틀리의 경우 럭셔리 SUV를 표방한 ‘벤테이가’가 116대, 람보르기니는 슈퍼 SUV를 내세운 ‘우루스’가 40대 판매되면서 판매 신장을 이끌었다는 것입니다.이 두 차는 모두 공식 판매 시작가격이 2억 원대여서 이들 브랜드가 기존에 판매하던 차량에 비해 가격이 낮습니다. 그러면서 일상에서 이용하기엔 편한 차들로 평가됩니다.람보르기니 같은 브랜드의 이른바 ‘슈퍼카’는 과속방지턱 때문에 일반도로 주행이 어려운 경우도 많은데 SUV 모델이 나오면서 이런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됐다는 것입니다.가격과 활용도 측면에서 모두 ‘접근성 높은 모델’로 판매를 키운 셈입니다.일상생활에서도 편하게 탈 수 있는 SUV 라인업을 강화해 브랜드 전체의 판매를 크게 늘리고 경쟁력을 끌어올린 것은 포르쉐의 주요한 시장 공략 방법으로도 꼽힙니다.포르쉐의 브랜드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은 스포츠카인 ‘911’로 꼽히지만 포르쉐의 판매를 주도하는 것은 SUV인 ‘카이엔’입니다.올해 1~7월에도 ‘카이엔’(1010대)과 ‘카이엔 쿠페’(795대) 등이 포르쉐의 ‘효자 모델’이었습니다.‘가족을 위한 스포츠카’라는 구호를 앞세운 카이엔은 이미 수년 전에 이른바 ‘강남 싼타페’로 등극한 바 있습니다.이런 가운데 포르쉐코리아에서는 쿠페형 디자인을 채택하고 동력 성능을 강화한 카이엔 쿠페를 통해 또 한번 시장을 넓히는 모양새입니다.● “독일 차 흔해지니 슈퍼카로”하지만 ‘접근성 높은 SUV 판매 증가’라는 결과만으로 이들 브랜드의 성장이 모두 설명되는 것은 아닙니다.고급스러운 수입 SUV가 이들만이 아닌데 이들 브랜드의 유별난 성장에는 다른 이유도 있다고 봐야하겠지요.수입차 업계에서는 “아무래도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가 너무 흔해졌다”는 점을 이야기합니다.수입차를 타는 고객들은 아무래도 ‘희소성’에 대한 생각이 있기 마련인데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같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가 길에 너무 흔해졌다는 것입니다.이런 차들로 ‘개성’을 드러낼 수 없으니 더 비싼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커진다는 설명인데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1억 원을 넘나들거나 심지어 수억 원에 이르는 수입차를 살 때는 당연히 이런 브랜드 가치에 대한 고려가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고가의 수입차를 선택할 때는 차의 성능, 디자인, 인테리어 등 직접 느낄 수 있는 가치에 대한 고려도 있겠지만 ‘브랜드’ 자체가 주는 만족감을 빼놓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보닛 앞쪽에 위로 우뚝 솟은 메르세데스벤츠의 ‘은색 삼각별 로고’를 운전석에 꼭 보고 싶어 하는 수요가 분명히 있다고 얘기하는 수입차 업계의 얘기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습니다.그리고 이제 ‘삼각별’로는 만족하지 못하겠다면 말(포르쉐, 페라리)이나 황소(람보르기니)가 그려진 브랜드 로고를 찾아가게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이런 분석을 백으로 한번 바꿔 놓고 봐도 좋을 듯 합니다.루이비통이 흔해진다 싶으면 샤넬 백 들고 싶고 샤넬이 많이 보인다 싶으면 에르메스 백 들고 싶은 것이 고객의 심리일 수 있습니다.에코백이 훨씬 가볍고 물건도 많이 들어가는데 가격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싸다는 논리는 엄연히 실존하는 이런 ‘마음’ 앞에서 별다른 힘을 발휘할 수가 없습니다.물론, 이런 선호는 개개인의 문제일 뿐이기 때문에 ‘명품백’보다 ‘에코백’이 더 선호되는 상황이나 개인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집 못 사니 차 산다?” “고소득층은 굳건하다?” 분분한 해석초고가 수입차의 판매 증가에는 사회적인 측면에서 분석해 볼만한 시사점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집값이 너무 올라서 집 살 수 없게 된 젊은 층이 자동차 구매에 열을 올린다는 분석도 있는 듯한데 가장 타당한 분석인지는 아리송합니다.이런 분석을 거꾸로 바라보자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의 자산 가치가 상승해서 고가의 수입차 접근이 부담스러워지지 않은 계층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또 자산 가치 상승의 근저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유동성 증가와 화폐 가치 하락이라는 점을 감안하자면 기존보다 가격대를 조금 낮춘 초고가 수입차의 가격표가 이제는 일부 고객에서는 접근이 그리 어렵지 않은 수준으로 여겨지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이와 더불어 불황이라고들 하지만 초고가 수입차를 살 수 있는 고소득 계층은 굳건하다는 측면에서도 접근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다만, 차를 파는 회사에서는 고객의 재무상황까지 자세히 분석하기는 쉽지 않거나, 시도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설혹 어느 정도의 자료가 있더라도 쉽사리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이 문제는 ‘합리적인 추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한계는 있을 듯 합니다.● “수입차 시장 다변화의 신호” 해석도초고가 수입차 판매 증가에 대해 수입차 업계에서 나오는 설명 가운데 “시장 다변화의 과정”이라는 분석은 눈여겨 볼만 합니다.최근 수년 이상 국내에서는 매년 수입차가 20만 대 이상 팔리고 있습니다. 180만 대 안팎의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상당한 비중입니다.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를 중심으로 E클래스(메르세데스벤츠), 5시리즈(BMW) 등의 베스트 셀링 카가 나온 시장에서 초고가 차량이 조금씩 시장을 키우면서 발전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시각입니다.이들 브랜드의 성장과 더불어 수입차 업계에서는 작지 않은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함께 보면 더 타당성이 있는 시각입니다.개선된 디자인에 안전, 스웨덴 감성을 앞세운 ‘볼보’는 지난해 1만 대 클럽 가입에 이어 올해도 1~7월 기준 24.6% 늘어난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성장하고 있습니다.지금은 BMW그룹 소속이지만 영국 브랜드로 작지만 매운 주행 성능을 앞세운 ‘미니’도 이 기간에 15.0% 성장하면서 벌써 6000대를 넘게 팔았습니다.또 고가 수입차 시장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가 고성능 차량인 ‘메르세데스-AMG’와 럭셔리카에 해당하는 ‘메르세데스-마이바흐’의 판매를 늘리면서 대응하고 있습니다.특히 고성능을 내세운 ‘AMG’ 차량들은 올해 1~7월에만 2300대가 팔렸습니다. 상반기에 벌써 지난해 전체 판매량(2740대)에 육박하는 판매고를 기록하면서 ‘더 비싸고 남다른 모델’의 판매를 키우고 있는 것입니다. 매달 판매·인도할 수 있는 물량의 편차가 큰 관계로 수입차 업계의 좀 더 정확한 성적표는 아무래도 연말쯤 돼야 좀 더 분명해질 듯 합니다.전기차가 대세처럼 자리 잡아 가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내연기관 성능을 기반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좀 남달라 보이는’ 브랜드들이 앞으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해지는 요즘입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업무상 재해로 숨지거나 퇴직한 근로자의 직계가족을 회사가 특별 채용하도록 한 현대·기아자동차의 노사 단체협약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유족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이 단체협약의 목적이 정당한 데다 실제 채용된 인원도 적어서 다른 구직자의 기회를 크게 침해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27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기아차 공장과 현대차 연구소에서 23년 동안 일하다가 숨진 A 씨의 유족이 회사를 상대로 “노사 단체협약에 따라 A 씨의 장녀를 채용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1985년부터 2008년까지 기아차 공장에서 발암물질인 벤젠이 든 원료로 금형 틀을 닦는 일 등을 했다. 이후 현대차 연구소로 자리를 옮긴 A 씨는 2008년 8월 백혈병 진단을 받고 투병 도중에 숨졌다. 1, 2심은 A 씨의 죽음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회사가 유족들에게 위자료와 치료비 등을 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다만 장녀를 특별 채용해달라는 유족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족을 특별 채용하도록 한 단체협약은 다른 구직자들의 취업 기회를 뺏고 기업의 채용 권한을 침해하기 때문에 무효라는 판단이었다. 현대·기아차 노사 단체협약에는 업무상 재해로 숨지거나 장해등급 6급 이상을 받아 퇴직한 조합원의 직계 가족에 대해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채용하도록 돼 있다. 김 대법원장과 대법관 등 11명은 이 단체협약에 대해 “근로자의 특별한 희생에 걸맞은 보상을 하고, 생계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약자인 유족을 보호하는 규정”이라며 유효하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은 “유족을 채용하는 것은 정년퇴직자나 장기 근속자의 자녀를 우선 채용하는 것과는 다르게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채용 대상을 ‘결격사유 없는 근로자’로 한정하고 있어 무조건적으로 채용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채용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공개채용과 다른 별도 절차를 통하기 때문에 구직자들의 채용 기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은 채용의 자유와 기회 공정성이 심각하게 침해되지 않는 한 노사 스스로 합의한 협약을 사법부가 무효로 판단해선 안 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현대차와 기아차에 실제 특별 채용된 유족의 수를 근거로 이 조항 때문에 다른 청년 구직자들이 불이익을 볼 수 있다는 1, 2심의 논리를 반박했다. 기아차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채용한 근로자 5281명 중 유족이란 이유로 채용된 인원은 5명으로 전체의 0.094%였다. 현대차가 같은 기간 채용한 근로자 1만8000명 중 유족 특채된 인원은 11명(0.061%)이었다. 민유숙, 이기택 대법관은 “청년 실업률이 지난해 22.9%인 현실에서 부모 일자리에 따라 자녀 일자리가 결정될 수 있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두 대법관은 “노사 합의로 유족들에게 다른 방식의 보상책을 마련해줘야 하지만 그런 노력이 없는 한 법원이 공정한 법질서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도록 단체협약 조항을 무효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현대·기아차의 노사 단체협약에는 “정년퇴직자 및 25년 재직한 장기 근속자 자녀에 대해규정상 적합한 경우 우선 채용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이 일부 남아있다. 대법원은 고용을 세습하는 규정이란 비판이 제기된 이 조항에 대해선 따로 판단하지 않았다.고도예 yea@donga.com·김도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올해 판매가 늘어난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포르셰나 람보르기니 같은 슈퍼카 브랜드의 선전이 두드러진다. 지난해에 비해 2∼3배에 이르는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초고가 수입차 시장이 커지고 있다. 기존 수입차 브랜드보다 더 희소한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 심리를 초고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공략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 1∼7월 국내 수입차 신규 등록은 14만801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만8767대에 비해 14.9% 증가했다. 하지만 2억∼3억 원대 이상의 스포츠카·슈퍼카를 주로 판매하는 브랜드는 2∼3배 늘어 성장세가 유독 두드러졌다. 럭셔리 브랜드로 꼽히는 벤틀리는 지난해 1∼7월 73대였던 국내 판매량이 올해 179대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슈퍼카 브랜드인 람보르기니도 지난해 같은 기간 51대에서 올해 160대로 판매량을 3배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이들 브랜드는 국내 판매 가격이 최소 2억 원∼최고 7억 원대에 이른다. 대부분 모델의 판매 가격이 1억 원을 훌쩍 넘는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셰도 지난해 1∼7월 총 2900대의 차를 판매했지만 올해는 5287대로 82% 증가했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초고가 수입차의 성장 요인 중 하나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SUV 모델 확대’를 꼽고 있다. 이 기간에 벤틀리의 경우 럭셔리 SUV를 표방한 ‘벤테이가’가 116대, 람보르기니는 슈퍼SUV를 내세운 ‘우루스’가 40대 판매되면서 판매 신장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두 차는 모두 판매가격이 2억 원대여서 기존에 판매하던 차량에 비해 가격은 낮으면서도 일상적으로 이용하기엔 편한 차들로 평가된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슈퍼카의 경우 과속방지턱 때문에 일반도로 주행이 어려운 경우도 많은데 SUV 모델이 나오면서 이런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됐다”고 말했다. 일상생활에서도 편하게 탈 수 있는 SUV 라인업을 강화해 판매를 크게 늘린 것은 포르셰의 주요한 시장 공략 방법으로도 꼽힌다. 포르셰 역시 SUV인 카이엔(1010대)과 카이엔 쿠페(795대) 등이 올해 판매 증가를 주도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 등 ‘독일 3사’로 대표되는 프리미엄 브랜드보다 더 희소성 있는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커진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에서는 2015년 이후 매년 20만 대 이상의 수입차가 판매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스스로를 더 차별화하려는 소비자가 초고가 브랜드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정판, 맞춤형 모델이 빠르게 완판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남들과 다르게, 더 유니크한 자동차를 소유하고 싶다는 수요가 구매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하도급 업체로부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한 기업은 영업비밀에 해당하더라도 회의 자료 등을 법원에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하도급 업체의 피해액을 산출하기 위한 법원의 자료 제출 요구가 강제명령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에서 관행처럼 사용되는 ‘단계적 단가 인하 약정’을 맺은 하도급 업체도 필요할 경우 하도급 대금 조정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개정안을 마련해 10월 5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24일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공정위는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과정에 자료제출명령제를 도입해 하도급 업체의 손해액을 명확히 산정할 방침이다. 자료제출명령제는 수급사업자의 피해를 증명하기 위해 원사업자가 회의 자료 등 증거 서류를 반드시 제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도 하도급법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 중 법원이 문서 제출을 요구할 수 있지만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졌다. 사업자가 영업비밀을 이유로 제출을 거부하면 손해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웠고 정확한 손해액을 산출하기 힘들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가령 A업체가 일방적으로 발주를 취소해 B업체가 손해를 볼 경우 A업체가 내부 회의나 품의를 거쳐 발주를 취소하더라도 관련 회의 자료를 법원이 확보하지 못해 피해를 구체화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하도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원사업자들은 법원의 자료제출 명령을 따라야 하고 사업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거부할 경우 하도급 업체의 손을 들어주기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송 과정에서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내용은 소송 목적으로만 사용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영업비밀을 이유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하도급 업체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일 계획”이라고 했다. 하도급 대금 조정 신청 사유도 확대된다. 공정위는 원가나 관리비가 인상될 때 하도급 업체가 원사업자에 하도급 대금을 올려 달라고 할 수 있는 제도를 ‘단계적 단가 인하 약정’에도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단계적 단가 인하 약정은 자동차 업계와 부품 납품 업체 사이에 주로 사용하는 계약 방식이다. 불량률 등을 감안해 납품 초기에 단가를 가장 높게 쳐주고 연도별로 차츰 단가를 낮춰 납품받는 형태다. 이 경우 납품 물량이 당초 예상보다 떨어지면 하도급 업체의 손해가 커질 수 있는데, 공정위는 하도급 업체가 하도급 대금을 올려 받을 수 있도록 법 개정을 한다는 방침이다. 또 현재는 중소기업협동조합을 통해 하도급 대금 조정을 신청할 수 있는데 이를 상위 단체 격인 중소기업중앙회를 통할 수 있도록 해 하도급 업체가 협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자동차 업계에서는 입법 예고된 내용이 업계에 미칠 영향을 살펴본 뒤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10월 초까지의 입법 예고 기간에 내용을 검토한 뒤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 / 김도형 기자}

요즘 차와 차 업계를 이야기하는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오늘은 ‘테슬라(Tesla)’를 한번 얘기해 볼까 합니다.주가가 ‘천슬라’(1주당 1000달러)를 넘어 ‘이천슬라’(1주당 2000달러)에 이른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올해 초 독일 폭스바겐, 최근 일본 도요타의 시가총액을 넘어섰습니다.이렇게 자동차 기업 최고의 시가총액을 기록하면서 테슬라는 미국은 물론 국내의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각광받았습니다.2003년 설립된 회사가 20년도 지나지 않아 세계 유수의 완성차 기업을 ‘기업가치’ 측면에서 모두 앞지른 상황. 기존의 자동차 업계에서는 테슬라를 어떤 눈으로 바라보는지를 놓고 가볍게 한번 써보겠습니다.시총으로 보자면 차이가 아주 큰 현대차와 ‘vs’를 붙인 제목을 지은 이유는 현대차를 비롯한 기존의 자동차 기업과의 비교를 통해 테슬라를 바라보고 이들이 어떻게 테슬라를 추격하려 하고 있는 지도 살펴보자는 취지입니다.테슬라의 사업 방향과 미래, 각 모델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라기보다는 전반적인 리뷰 정도가 될듯합니다.자동차 작명법에 대한 지난번 13번째 휴일차담에 보내주신 큰 관심에도 감사드립니다.● 기계공학과 vs 전자공학과테슬라를 바라보는 기존 자동차 업계의 가장 시각은 ‘IT 기기에 바퀴를 붙였다’는 걸로 요약이 됩니다.기계공학의 결정체라고 할만한 내연기관차도 그동안 점점 진화하면서 IT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테슬라의 접근은 이런 수준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입니다.대표적인 사례는 테슬라의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입니다. 국내에서는 취득세 회피 논란도 있었지만 기존의 자동차 업계에서는 “생각하기 힘든 개념이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상시적인 무선 업데이트로 차량의 능력을 향상시키고 새로운 기능을 추가한다는 것은 확실히 기존에는 활용되지 않던 개념입니다.그리고 수백만 원에 이르는 ‘완전 자율 주행 기능(Full Self-Driving’ 같은 옵션을 이런 방식으로 구동시킬 수 있다는 것 역시 놀랍다는 시각입니다.테슬라는 모든 신차에 자율주행 보조시스템인 ‘완전 자율 주행 기능(Full Self-Driving)’을 위한 하드웨어가 기본 탑재돼 있다고 설명합니다.고객이 이 옵션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이런 하드웨어는 ‘낭비’가 될 수도 있는 셈입니다. ‘원가’에 민감한 기존의 자동차 업체들은 이런 식의 자동차 제조를 잘 상상해보지 않은 듯 합니다.초대형 디스플레이로 차량을 통제하는 것을 비롯해서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등을 차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방식을 통해 차를 ‘움직이는 IT 기기’로 만든 것은 테슬라가 보여준 가장 큰 혁신 중의 하나입니다.조금 바꿔서 말하자면 기계공학과 출신들이 만들던 자동차를 전자공학과 출신이 만드는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었다는 것입니다.● 군더더기 없이, 민첩하고 재빠르게테슬라의 대약진을 바라보는 기존 자동차 업계의 사업적인 분석도 눈여겨 볼만합니다. 테슬라는 ‘완전히 새로 시작하는 기업의 이점’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분석입니다.테슬라와 경쟁하고 있는 대부분의 기업은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진 자동차 기업입니다.도요타, 폭스바겐, 현대·기아자동차, 제너럴모터스(GM)…모두 연간 수백만 혹은 천만 대 이상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와 인력을 갖춘 ‘공룡 기업’들입니다.이들은 전기차 시대를 맞이하면서 ‘변신’ 혹은 ‘구조조정’을 시도해야 합니다.생산하던 내연기관차의 일부를 전기차로 바꿔야 하고 이를 위해서 생산 체제를 바꾸고 근로자를 재교육, 전환 배치해야 합니다.하지만 테슬라는 입장이 전혀 다릅니다. 흰 도화지 위에서 새롭게 시작하면 됩니다.물론 새롭게 시작하는 기업은 자본과 신뢰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아주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수익이 발생할 때까지 ‘죽음의 계곡’도 건너야 합니다.하지만 이런 과정을 넘어선 테슬라는 원하는 곳에 자신들의 생산 기지인 ‘기가팩토리’를 만들면서 사업을 확장하기만 하면 되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반면에 기존의 완성차 업체들은 강력한 힘의 노동조합(한국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자동차 산업은 노조의 힘이 가장 센 영역으로 분류됩니다)의 반발을 무릅쓰면서 기존의 내연기관 생산능력을 줄이고 전기차 생산능력을 키워야 하는 힘든 과제를 해결해야 합니다.이런 점은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적용이 됩니다.테슬라의 차량들은 퍼포먼스, 주행거리, 안전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가속력 등에서 기존 일반 내연기관차를 압도하고 슈퍼카에 육박하는 수준입니다.이런 기술력을 보여줄 수 있는 한 요인은 테슬라는 처음부터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차를 만들었다는 점일 수 있습니다.차량 바닥에 충분한 양의 배터리를 배치하고 초반부터 강한 출력을 뽑아낼 수 있는 전기차의 장점을 살리면서 테슬라는 초기부터 뛰어난 성능의 자동차를 선보였습니다.기존의 자동차 업체들이 기존 내연기관차의 플랫폼에 배터리를 끼워 넣는 방식으로 전기차를 만들거나 경제성을 강조한 소형 전기차에 머물러 있을 때 새로운 방식으로 ‘고성능 전기차’를 만들어낸 테슬라는 확실히 돋보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팬덤’ 거느린 전기차 브랜드이런 장점들은 고스란히 ‘브랜드 가치’로 연결됐습니다.지금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만큼의 브랜드 파워를 거느린 기업이 있을까요. 애플이 그랬던 것처럼 테슬라는 자연스레 ‘팬덤’을 거느린 자동차 기업이 됐습니다.로드스터에 이어 모델S를 앞세워 전기차 시장을 선도한 테슬라는 앞서가는 디자인과 뛰어난 주행성능, 오토파일럿 등으로 ‘혁신적인 전기차 기업’으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했습니다.‘팬덤’은 웬만한 단점은 단점으로 보이지 않게 하는 효과까지 발휘합니다.‘귀족노조’라고 욕을 먹기도 하지만 그래도 수십 년 이상의 숙련된 기술을 가진 근로자들이 만드는 현대·기아차의 차량들은 사실 조립 품질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 자동차 업계의 일반적인 분석입니다.여기에 비하면 테슬라의 차량들은 단차 문제 등을 노출하면서 조립 품질에서는 아직 약점이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실제로 테슬라는 올해 JD파워의 초기품질지수(IQS) 평가에서 최하위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기아자동차와 제네시스가 최상위권에 오른 그 평가입니다.하지만 이런 점은 테슬라를 타는 사람들에게는 큰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완성도 문제 때문에 오랫동안 차를 만들던 사람들 사이에서는 ‘테슬라는 차도 아냐’라는 혹평도 나오지만 시장은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엄연한 현실입니다.올해 상반기 테슬라는 국내에서 7080대의 차를 판매하며 전기차 보조금을 쓸어가기도 했습니다.국민 세금으로 전기차 구매에 보조금을 주는데 수입 전기차, 그것도 상당한 고가 차량의 구매를 돕는 것이 옳으냐하는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입니다.하지만 테슬라의 ‘모델3’가 보조금 혜택에서 불이익을 받는 상황이 와도 테슬라의 타격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팬덤을 거느린 브랜드는 그 자체로 큰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토파일럿’ 논란… 다양한 화두 던진 테슬라물론 테슬라의 새로운 시도에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예컨대, 테슬라가 최첨단의 자동차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게 한 ‘오토파일럿’에 대한 기존 자동차 업계의 문제제기는 상당히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완전한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오토파일럿’은 일종의 자율주행 기술로 조명받았습니다.기존의 자동차 업계는 안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함을 가장 큰 리스크로 여기면서 기나긴 싸움을 벌여왔고 지금도 벌이고 있었습니다.이들은 ‘주행보조’보다는 ‘자율주행’에 방점을 찍는 테슬라의 방식에 “고객의 안전을 담보로 기술을 테스트하고 있다”고까지 지적하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오토파일럿’에서도 역시나 기존의 자동차 업계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접근을 한 셈입니다.이런 혁신과 논란을 포함해 다양한 측면에서 테슬라는 기존의 자동차 업계에 화두를 던졌습니다.정찰 가격을 기반으로 한 비대면 온라인 판매, 글로벌 스타인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광고비 없는 차량 홍보 등은 자동차 개발과 생산뿐만 아니라 홍보와 판매 부문에서도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기존의 자동차 업계에서는 참 부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전기차 각축장된 한국 시장… 현대차 ‘E-GMP’ 통할까이렇게 자동차 업계를 뒤흔들고 있지만 테슬라의 지난해 차량 판매는 36만여 대에 불과합니다. 누적 판매도 100만 대를 조금 넘긴 수준입니다.도요타와 폭스바겐 같은 기업은 매년 1000만 대를 넘게 팔고 현대·기아차도 해마다 700만 대를 넘게 생산·판매합니다.프리미엄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도 연간 200만 대 이상 판매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숫자상으로는 결코 크다고 볼 수 없습니다.그리고 배터리 비용이 원가의 상당 수준을 차지하는 전기차의 특성 등을 감안했을 때 테슬라가 차량 판매로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이지도 않습니다.이런 상황에서 전기차 시장에서의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이 경쟁이 어떻게 진행될 지는 멀리 가지 않고 국내 시장을 바라봐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올 상반기 국내에서는 승용 전기차가 총 1만6359대 팔렸습니다.6830대가 팔린 테슬라의 ‘모델3’가 시장을 주도한 가운데 아우디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트론’의 기세도 심상치 않습니다.아우디와 메르세데스벤츠는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점을 살려서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전기차로 시장을 공략하는 모양새입니다.한국은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상당히 잘 구축된 국가로 분류되고 있고 이에 따라 글로벌 브랜드가 빠르게 진출하는 모양새입니다.현대차의 코나, 기아차의 니로 등이 여전히 국내 전기차 판매 2, 3위를 차지한 상황에서 프랑스 계열의 브랜드도 연이어 대중적인 전기차를 내놓고 있습니다.그리고 내년에는 현대·기아차 모두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를 내놓습니다.이 가운데 현대차의 ‘아이오닉5’는 20분 충전, 450킬로미터 주행이라는 성능을 일찌감치 공개했습니다.테슬라와 마찬가지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차량을 공들여 내놓는 만큼 어느 정도의 성능과 상품성을 갖출 수 있을지 기대가 집중되는 모델입니다.테슬라보다 늦었지만 내연기관차 생산·판매의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전기차 개발에 나선 브랜드들은 테슬라의 약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을까요. 자동차 업계의 전문가들은 “내년에 펼쳐질 진검승부가 벌써부터 기대 된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이스타항공이 다음 달 전체 직원의 절반이 넘는 직원에 대한 정리해고에 나선다. 제주항공으로의 인수가 불발되면서 재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경영 어려움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항공업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저비용항공사(LCC) 해고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최근 조종사노조와 근로자대표 등에 회사 재매각 성사를 위해 대대적인 인력 감축을 추진하는 방안을 설명했다. 상황이 좋아지면 100% 재고용하겠다는 것을 전제로 한 설명이다. 정리해고 대상은 현재 남은 직원 약 1300명 중 절반이 넘는 700명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행될 경우 코로나19 이후 첫 항공업계 대규모 정리해고 사례가 된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급격히 늘어나는 미지급 임금을 감당할 방안이 없고 막대한 임금 채무를 감수할 인수 대상자를 찾기 어려운 입장”이라며 “향후 해외 노선을 포함한 정상적인 운항이 재개되면 모두 재고용한다는 전제로 구조조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조 및 근로자 대표 측은 반발하는 가운데 추이를 지켜보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 잠식 상태인 이스타항공은 정부의 추가 지원이나 또 다른 인수 후보자가 없으면 청산 절차에 돌입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체불 임금과 유류비, 조업료 등 미지급금이 1500억 원을 넘는다. 모든 항공기 운항이 멈춘 상태로 매출도 전혀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말 제주항공으로의 인수가 무산된 후 재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부 인수 희망자로부터 보유 항공기를 줄이고 조직을 슬림화하라는 요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지급 임금이 쌓이고 있는데 고정비 지출을 줄이지 못하면 재매각이 사실상 어렵다고 본 것이다. 직원들의 급여 지급이 이미 6개월가량 밀린 상황에서 정리해고 된 직원들은 실업급여라도 받을 수 있다는 측면이 감안된 것으로 전해졌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추진하던 아시아나항공 인수도 무산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되고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가 시작되면 아시아나 역시 인력 구조조정 압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는 국내 여행 수요가 조금씩 살아남에 따라 국내선 운항을 늘리며 활로를 찾으려 했지만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LG전자, SK하이닉스, 포스코 등 국내 주요 대기업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산업계에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마다 추가 확진자 발생 및 제품 생산 중단 등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20일 서울 금천구에 있는 LG전자 가산R&D캠퍼스 직원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LG전자는 이 직원이 근무하는 사업장을 주말까지 폐쇄하고 방역조치를 하기로 했다. LG전자는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단검사를 실시하고 검사 결과와 상관없이 2주간 재택근무를 시행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 직원은 19일 코로나19 증상을 느끼고 검사를 받은 뒤 이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SK하이닉스는 확진자 동선을 파악해 통근버스, 구내식당 등에 대해 방역조치를 시행했다. 회사 측은 “직원 근무지인 R&D센터 건물 일부를 폐쇄했다. 반도체 생산은 차질 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도 19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직원 중에서 확진자가 나와 20일부터 포스코센터 임직원을 대상으로 2교대 근무에 들어갔다. 포스코는 포스코센터에 대해 예비 방역 조치를 취하고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는 직원들은 재택근무로 전환하도록 했다. KT는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격상과 코로나19 확산세 지속에 따라 수도권과 부산 지역 근무자 재택근무를 30일까지 일주일 연장하기로 했다.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자 기업들의 신입 및 경력사원 채용 일정도 연기되고 있다. LG전자는 20일 진행될 예정이던 한국영업본부 신입사원 채용 면접을 9월 1일로 2주가량 연기한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별로 재택근무 인원을 확대하고, 대면회의 및 출장 등을 금지하는 등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서동일 dong@donga.com·김도형 기자}
기아자동차 근로자들이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0일 기아차 근로자 3194명이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통상임금은 수당이나 퇴직금 액수를 정하는 기준이다. 대법원은 1, 2심과 같이 기아차 근로자의 주장대로 매년 짝수 달과 명절에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13년 정기적으로(정기성) 모든 근로자에게(일률성) 미리 확정된 임금을 일한 시간에 따라(고정성)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한 것과 같다. 기아차 생산직 근로자들이 업무 도중 10∼15분씩 가졌던 휴게시간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으로 봐야 한다는 원심의 판단도 대법원은 그대로 인정했다. 기아차 측은 “통상임금을 인상해달라는 근로자들 요구는 회사와의 ‘신의성실 원칙(신의칙)’을 어긴 무리한 주장”이라고 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법에 규정된 ‘신의칙’은 상대방의 신뢰를 저버리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해선 안 된다는 원칙이다. 대법원은 1, 2심과 마찬가지로 회사 측이 통상임금 인상에 따른 추가 인건비를 감당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기업에 일방적으로 막대한 규모의 추가적인 시간외수당을 부담하도록 했다. 치열한 경쟁 속 전략적으로 경영활동을 하는 기업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측면이 크다”고 비판했다. 앞서 기아차 근로자 2만7000여 명은 “정기상여금과 일비, 중식비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수당을 다시 책정해야 한다”며 2011년 10월 추가수당과 이자 등 1조926억여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은 정기상여금과 중식비 등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 사측이 근로자에게 3127억여 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항소심은 정기상여금만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면서 사측이 3125억여 원을 근로자에게 줘야 한다고 했다. 기아차 노사는 항소심 판결 직후 통상임금을 월평균 3만1000원 올리고 근로자 한 명당 1900여만 원의 수당을 추가로 지급하는 안에 합의했다. 합의하지 않은 3000여 명이 소송을 이어나갔다. 소송에서 이긴 근로자들에게 500억여 원의 추가 수당을 지급하게 될 것으로 기아차 측은 보고 있다. 고도예 yea@donga.com·김도형 기자}

국내 전기자동차 시장이 해외 업체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모델3’를 앞세운 테슬라가 질주하는 가운데 독일 전통 고급차, 프랑스 대중 브랜드까지 전기차 경쟁에 가세하는 양상이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전기차 신차가 대거 출시되는 내년에 본격적인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18일 르노삼성자동차는 르노의 전기차 ‘조에(ZOE)’를 국내에 공식 출시했다. 조에는 1회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가 309km이고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경우의 실구매가가 2800만 원 안팎이다. 2012년 유럽 시장에 처음 선보인 이래 올해 6월까지 총 21만6000대가 팔리며 유럽 누적 판매 1위를 기록한 인기 전기차로도 유명하다. 또 다른 프랑스 브랜드 푸조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2008’의 전기차 버전을 최근 출시했다. 보조금을 받으면 3000만 원대에 구매할 수 있는 전기 SUV다. 올해 상반기(1∼6월) 국내 승용 전기차 시장은 이미 수입차의 각축장이 된 상태다. 특히 모델3를 앞세운 테슬라의 약진이 가장 눈에 띈다. 상반기 국내에서 팔린 승용 전기차 총 1만6359대 중 43.3%(7080대)가 테슬라 차지였다. 보조금을 받으면 4000만 원 안팎으로 구매할 수 있는 모델3는 6830대 팔려 지난해 판매량(1604대)과 비교해 폭발적으로 판매량이 늘었다. 반면 이 기간 현대차는 4877대, 기아차는 2309대의 전기 승용차를 판매했다. 현대차는 코나, 기아차는 니로를 앞세워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두 차종 모두 출시된 지 2년 이상이 지나 신차 효과가 반감된 상태다. 판매량도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힘이 빠지는 모양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세계적으로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으로 꼽힌다. 보조금 등 전기차 보급 정책도 활성화돼 있기 때문에 글로벌 브랜드가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것”이라며 “새로운 시장, 새로운 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갈망과 맞아떨어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1억 원 안팎의 고급 전기차 시장에선 토종 전기차가 아예 없다 보니 수입차 공세가 더욱 거세다. 전기 SUV ‘e-트론’을 국내에 내놓은 아우디는 지난달 394대를 판매했다. 아직 전기차 보조금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조금을 뛰어넘는 2000만 원 이상의 할인 판매 전략도 성공을 거뒀다. e-트론은 올해 국내 수입 물량이 이달 대부분 소진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달부터 보조금 혜택을 받게 된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 SUV ‘EQC’도 판매 가격을 낮추면서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내년에 본격적인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를 현대·기아차가 각기 내놓는다. 또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에서는 3종의 전기차를 출시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는 4종의 전기차로 올해 1분기 글로벌 4위의 전기차 판매를 기록했다”며 “내년에 5종의 전기차 신차 출시로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다음 달 22일로 예정된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를 앞두고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34.5%를 점유 중인 ‘K배터리’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테슬라가 중국 CATL과 함께 개발 중인 ‘100만 마일(약 160만 km)’ 배터리를 공개할 것이란 관측 속에 아예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는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김도형 dodo@donga.com·홍석호 기자}

국내 전기자동차 시장이 해외 업체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모델3’를 앞세운 테슬라가 질주하는 가운데 독일 전통 고급차, 프랑스 대중 브랜드까지 전기차 경쟁에 가세하는 양상이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전기차 신차가 대거 출시되는 내년에 본격적인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18일 르노삼성자동차는 르노의 전기차 ‘조에(ZOE)’를 국내에 공식 출시했다. 조에는 1회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가 309㎞이고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경우의 실구매가가 2800만 원 안팎이다. 2012년 유럽 시장에 처음 선보인 이래 올해 6월까지 총 21만6000대가 팔리며 유럽 누적 판매 1위를 기록한 인기 전기차로도 유명하다. 또 다른 프랑스 브랜드 푸조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2008’의 전기차 버전을 최근 출시했다. 보조금을 받으면 3000만 원대에 구매할 수 있는 전기 SUV다. 올해 상반기(1~6월) 국내 승용 전기차 시장은 이미 수입차의 각축전이 된 상태다. 특히 ‘모델3’를 앞세운 테슬라의 약진이 가장 눈에 띈다. 상반기 국내에서 팔린 승용 전기차 총 1만6359대 중 43.3%(7080대)가 테슬라 차지였다. 보조금을 받으면 5000만 원 안팎인 모델3는 6830대 팔려 지난해 상반기(417대)와 비교해 15배 이상 늘었다. 반면 이 기간 현대차는 4877대, 기아차는 2309대의 전기 승용차를 판매했다. 현대차는 코나, 기아차는 니로를 앞세워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두 차종 모두 지난해에 출시돼 신차효과가 반감된 상태다. 판매량도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힘이 빠지는 모양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세계적으로 전기차 충전 인프라 잘 갖춰진 곳으로 꼽힌다. 보조금 등 전기차 보급 정책도 활성화 돼 있기 때문에 글로벌 브랜드가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것”이라며 “새로운 시장, 새로운 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갈망과 맞아떨어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1억 원 안팎의 고급 전기차 시장에선 토종 전기차가 아예 없다보니 수입차 공세가 더욱 거세다.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트론’을 국내에 내놓은 아우디는 지난달 394대를 판매했다. 아직 전기차 보조금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조금을 뛰어넘는 2000만 원 이상의 할인 판매 전략도 성공을 거뒀다. e-트론은 올해 국내 수입 물량이 이달 대부분 소진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달부터 보조금 혜택을 받게 된 메르스데스벤츠의 전기 SUV ‘EQC’도 판매 가격을 낮추면서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내년에 본격적인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를 현대·기아차가 각기 내놓는다. 또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에서는 3종의 전기차를 출시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는 4종의 전기차로 올해 1분기 글로벌 4위의 전기차 판매를 기록했다”며 “내년에 5종의 전기차 신차 출시로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다음달 22일로 예정된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를 앞두고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34.5%를 점유 중인 ‘K배터리’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테슬라가 중국 CATL과 함께 개발 중인 ‘100만 마일(160만㎞)’ 배터리를 공개할 것이란 관측 속에 아예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는 계획을 발표할 것이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도형 dodo@donga.com·홍석호 기자}

“LG화학의 배터리 매출은 2024년 30조 원에 이를 것이다.” 이달 초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5년 만에 매출을 두 배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다. 올해 상반기(1∼6월)는 LG화학이 글로벌 1위 전기차 배터리 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된 분수령이었다. 석유화학에서 배터리 사업으로 빠르게 중심축을 전환하는 데 성공한 한편, 국가 및 기업별로 합종연횡을 시작한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진짜 경쟁’에 뛰어들어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LG화학, 배터리 기업으로 본격 변신 17일 LG화학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체 매출 13조6640억 원 중 배터리 부문 매출이 5조840억 원으로 37.2%를 차지했다. 기존 주력인 석유화학의 비중은 49.3%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50% 밑으로 떨어졌다. LG화학 배터리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0.8%로 처음 30%를 넘었다. 2018년(24.4%)과 비교해서는 2년 만에 12.8%포인트가 급증한 수치다. 국내외 투자도 확대해 자동차 배터리를 포함한 배터리 부문 생산 능력은 올 상반기 14조 원 규모로 전년 동기 대비 57.0% 늘었다. LG화학뿐만 아니라 올 상반기 한국 배터리 업계에는 낭보가 이어졌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한국산 배터리는 올해 상반기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 34.5%를 기록하며 중국(32.9%)을 처음으로 제쳤다. 일본이 점유율 26.4%로 3위를 차지했다. 기업별 점유율에서도 올 상반기 LG화학이 1위로 올라섰고 삼성SDI가 4위, SK이노베이션이 6위로 3사 모두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완성차-배터리社 합종연횡 ‘본게임’ 이제 시작 배터리 낭보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한중일 3국의 주도권 싸움이 본격화된 데다 완성차 기업들까지 배터리 합작사 설립 및 자체 개발을 통해 시장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무역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최대 경쟁국인 중국은 정부의 각종 보조금 지급을 등에 업고 내수시장을 확보했으며 최근 유럽 등 해외시장 다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요 완성차 기업과 배터리 기업 간의 협업 구도도 복잡해지고 있다. LG화학 등 한국 기업의 주요 공급처인 다임러그룹은 최근 중국 최대 배터리 기업 CATL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내년에 출시되는 전기차 세단 EQS에 CATL의 배터리를 탑재하고 차세대 배터리 공동 연구도 지속하기로 한 것이다. 앞서 4월에는 일본 도요타와 파나소닉이 배터리 합작사인 ‘프라임 플래닛 에너지 앤드 솔루션스’를 출범시켰다.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도 다음 달 22일 ‘배터리데이’를 개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테슬라가 배터리 독자기술 개발 계획을 내놓거나 CATL과 공동 개발 중인 차세대 배터리의 윤곽이 드러나면 시장에 또 한 차례 파장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향후 2, 3년이 배터리 시장 주도권 싸움을 결정짓는 골든타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역협회 손창우 수석연구원은 “과거 액정표시장치(LCD) 분야에서 중국이 특허 수에서 한국을 추월한 후 시장점유율 1위를 빼앗아간 사례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만 잘한다고 되지 않는다.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에 엄청난 지원을 하고 있는 상황이며 산관학의 집중적인 협력체계 구축도 시급하다”고 말했다.곽도영 now@donga.com·변종국·김도형 기자}

《 요즘 차와 차 업계를 이야기하는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오늘은 자동차 작명법에 대해 한번 써볼까 합니다. 지난 몇 주간 묵직한 주제들이 많았는데 좀 가벼운 소재로 돌아왔습니다. 》사실 차량의 모델명은 보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많이 엇갈리는 영역이기도 하고 저도 기존에 알려진 것들보다 깊숙한 얘기를 많이 알고 있는 것은 아닌데요. 알기 쉽게 한번 정리해본다는 생각으로 써보겠습니다.그래도 간단히 의미부여를 해보고 가자면…브랜드를 앞세우면서 E클래스, 3시리즈와 같은 식으로 별도의 차명은 잘 쓰지 않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와 ‘골프’, ‘쏘나타’와 같은 개별 차종의 이름이 또 하나의 브랜드이기도 한 대중 브랜드의 차이를 한번 짚어볼 수 있을 듯합니다.그리고 이런 작명법도 전기차 시대를 맞이하면서 변화의 기미가 보입니다.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의 변화와 관련한 지난번 12번째 휴일차담에 보내주신 뜨거운 관심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여전히 노조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과 의견도 많은 것 같지만, 조금씩이라도 변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면 꾸준히 살펴보면서 또 소식을 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 띄운 현대차, 숫자 붙이는 작명법 활용하기로요즘 같은 여름 휴가철에는 자동차 업계도 아무래도 조금 조용해지기 마련인데요. 중량급 신차 출시가 좀 뜸한 가운데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소식은 바로 ‘아이오닉’ 브랜드 출범 소식이었습니다.현대자동차가 앞으로 전기차 브랜드로 ‘아이오닉(IONIQ)’을 쓰기로 한 것인데요. 아이오닉은 전기적인 힘으로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이온(Ion)과 현대차의 독창성을 뜻하는 유니크(Unique)를 조합한 단어입니다.현대차는 이 아이오닉이라는 이름을 2016년에 차량 모델명으로 이미 쓴 바 있습니다. 하이브리드차량을 중심으로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순수전기차 모델도 출시가 됐습니다. 친환경 전용 자동차로 의미가 있었던 이름을 현대차가 앞으로 아예 브랜드로 쓰겠다는 것인데요.사실, 독자분들 중에는 현대차에서는 이와 비슷한 일이 이미 있었다는 것을 알고 계시는 분도 많을 듯 합니다.이런 모습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출범과 흐름이 비슷합니다. 2008년 제네시스라는 이름의 고급 세단을 내놓았던 현대차는 이 이름을 2015년 고급차 브랜드로 출범시켰습니다.그리고 아이오닉은 이 제네시스가 활용한 것과 비슷한 방식을 또 하나 사용하기로 했는데요. 바로 차량 작명법입니다. 제네시스는 세단 모델에서 G70·G80·G90이라는 모델명을 쓰고 SUV 모델에서는 ‘GV’ 뒤에 70·80 같은 숫자를 붙이는 방식을 쓰고 있는데요.아이오닉도 내년에 출시되는 준중형 크로스오버차량(CUV)을 ‘아이오닉 5’, 2022년에 나올 예정인 중형 세단은 ‘아이오닉 6’, 2024년 출시 예정인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아이오닉 7’으로 일찌감치 이름을 붙였습니다.문자와 숫자가 결합된 이른바 ‘알파뉴메릭(alphanumeric)’ 방식의 작명입니다. 직관적이고 확장성에서 유리하면서 세계적으로 통용이 쉽다는 것이 현대차의 설명입니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는 알파벳·숫자로 차급 표현이런 방식의 작명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14년 11월에 새로운 작명법을 공개했는데요. 새로운 작명법이라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차급에 따라 A, B, C, E, S 클래스로 분류하는 작명법이 그대로 유지됐습니다.가장 작은 A클래스 세단부터 가장 크고 고급스러운 S클래스 세단까지를 차명의 알파벳만 보면 알 수 있는 체계입니다. SUV에서는 이 클래스 앞에 ‘GL’을 붙이기로 했는데 자신들의 SUV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G 클래스를 기억하는 의미라고 하네요. 브랜드 내부 분류에서 이른바 드림카에 해당하는 모델은 ‘SL’를 붙이고 고성능차인 AMG 차량은 ‘GT’를 붙이는데 전반적으로 이름만 보면 차량의 급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아우디는 세단, 해치백, 왜건 등에는 A, SUV에는 Q를 앞세우면서 차급에 따른 숫자를 그 뒤에 붙입니다. A는 아반트(Avant), Q는 아우디가 자랑하는 기술 콰트로(Quattro)를 줄인 말입니다.BMW는 ‘320d’와 같은 식으로 아예 숫자를 앞세웁니다. 1시리즈부터 8시리즈까지의 차량이 있고 SUV 라인에는 X를 앞에 붙이는 방식입니다.다들 각 브랜드의 기본적인 특징만 알면 알파벳이나 숫자만 보고도 차급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물론 BMW에서는 세단에 2, 4, 6 등 짝수 번호가 앞장서 나오면 쿠페나 컨버터블 모델인 것처럼 추가적인 특징을 알면 더 좋습니다.역시나 알파뉴메릭으로 분류되는 독일 브랜드들의 명명법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합니다. 브랜드 차량 전체에 통일성을 부여할 수 있고 차를 내놓으면서 이름을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쏘나타·골프·프리우스… ‘브랜드’가 된 모델명이런 작명법은 현대차는 물론 일본의 도요타도 새로운 브랜드에서는 비슷한 작명법을 도입한다는 사실에서 그 장점을 알 수 있을듯합니다.도요타도 고급차 브랜드인 렉서스에서 세단은 IS, ES, LS 등에, SUV에서는 UX, NX RX, LX 등에 숫자를 붙이는 작명법을 씁니다.하지만 여전히 많은 차량들은 나름대로의 뜻을 가진 고유의 이름을 가진 채로 팔리고 있습니다.현대차가 1985년 두 번째 독자 모델 스텔라의 최고급 트림으로 등장시킨 바 있는 ‘쏘나타(SONATA)’는 음악 용어(4악장 형식의 악곡)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음악을 잘 모르지만 ‘월광 소나타’라는 악곡을 떠올리자면 뭔가 우아한 느낌이 드는데 그런 의미를 담았겠지요.지난해 8세대 모델까지 출시된 이 쏘나타는 지난해 8월을 기준으로 세계에서 872만 대가 팔렸습니다. 국내를 대표하는 중형 세단을 넘어서 세계 무대에서도 큰 성공을 거둔 것입니다.한국 자동차 시장이 점점 더 크고 고급스러운 차를 찾는 시장으로 변모하면서 쏘나타도 이제 예전 같은 위상은 아닙니다. 하지만 쏘나타라는 이름은 그 자체로 하나의 브랜드라고 해도 될 정도로 큰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지난해 초 출시된 8세대 쏘나타(DN8)는 마치 스포츠 세단처럼 변모했습니다. 이렇게 큰 변화를 주면서도 쏘나타라는 이름만은 가져가고 싶은 것이 현대차의 속마음일 것입니다.통일성 있는 이름도 좋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아주 다양한 차종을 선보이면서 ‘베스트셀링’ 모델 여럿 배출하고 그 모델 자체가 중요한 브랜드가 되는 것은 대중차 브랜드의 공통된 모습이기도 합니다.폭스바겐의 ‘골프(Golf)’가 그렇습니다. 1974년부터 생산된 이 준중형 해치백 차량은 2013년에 이미 누적 생산 3000만 대를 돌파했습니다.폭스바겐은 세계 곳곳에서 부는 바람이나 해류의 이름을 차명에 여러 번 적용한 역사가 있습니다. 멕시코만에서 형성되는 바람인 ‘걸프 스트림’에서 이름을 따온 골프는 폭스바겐을 대표하는 ‘큰 물결’ 중의 하나로 자리를 잡았습니다.폭스바겐에는 독일어 무역풍(Passatwind)에서 이름을 따온 ‘파사트(Passat)’를 비롯한 많은 베스트셀링카가 저마다의 이름값을 지켜내고 있습니다.도요타의 하이브리드차 ‘프리우스(Prius)’도 마찬가지입니다. 1997년 첫 출시된 이 첫 양산형 하이브리드차는 그동안 400만 대가 넘게 팔렸습니다.라틴어로 ‘선구자’라는 뜻에서 이름을 따온 이 차는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기술을 상징하는 차가 됐습니다. 그리고 획기적인 연비 개선을 이끈 하이브리드 기술을 널리 알리면서 한 개의 자동차 모델이 도요타라는 브랜드 자체의 가치를 높여준 사례로 꼽힙니다. 마차가 말을 끄는 꼴입니다.도요타 역시 ‘왕이 쓰는 관(冠)’에서 따온 ‘캠리(Camry)’, ‘꽃으로 된 관’이라는 의미의 ‘코롤라(Corolla)’ 등 세계에서 수천만 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링카를 여럿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들 차량 역시 여러 세대를 거듭하면서 차의 모습과 특징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그 이름을 지키고 있습니다.도요타나 현대차가 새롭게 시작하는 브랜드에서 알파뉴메릭 방식을 적용하는 것은 이런 점을 생각하면 당연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브랜드에서 차량 모델명 체계를 바꾸는 것은 아무래도 어렵고 새로운 브랜드에서는 가능하다는 것입니다.물론, 기존 모델명들의 가치가 그렇게 높지 않다고 본다면 과감하게 변화를 시도할 수도 있겠지요.기아자동차는 중형 세단에서 옵티마, 로체 등의 이름으로 팔리던 차의 이름을 K5로 바꾸고 포르테는 K3로 바꾼 바 있습니다. 물론 이들 차량은 수출명에서는 일정 기간 과거의 이름을 쓰기도 했습니다. 기아차는 세단에서는 K + 숫자의 방식을 쓰고 SUV에서는 스포티지·쏘렌토 등의 모델명을 그대로 쓰는 작명법을 쓰고 있습니다. SUV 모델들의 이름값이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볼 수도 있는 대목입니다.●전기차 시대, 자동차 작명법도 바뀔까이름을 짓는다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입니다.저만해도 주말마다 소소하게 자동차 얘기를 하는 이 온라인 연재물의 이름을 정하느라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처음엔 ‘주말차담’으로 정했다가 ‘휴일차담(休日車談)’으로 결정했는데요. 주말보다는 휴일이라는 말의 어감이 더 좋아보였고 꼭 주말이 아닌 주중의 휴일에도 기사를 출고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었습니다.뜯어보면 별다른 뜻은 없습니다. ‘휴일에 하는 자동차 이야기’ 정도로 열어놓은 틀에 아무 얘기나 해보자, 정도의 생각이었습니다.저도 이럴진대, 한 해에 수십만 대 이상을 파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자동차의 이름을 짓는 것은 보통일이 아닙니다. 호불호가 많이 엇갈리는 일이기도 하고 이런저런 시각을 감안해야 합니다.처음에 ‘소나타’로 출시됐던 ‘쏘나타’가 “소나 타는 차”라는 말 때문에 ‘쏘나타’로 한글명을 바꿨다는 얘기를 지금은 웃어넘길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차를 개발하는 입장에서는 긴 고민 끝에 지은 이름이 그런 얘기를 듣는다는 것은 참 괴로운 일일 수 있습니다.이름은 국내에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도 고민해야 합니다.해당 국가에서의 어감이 안 좋거나 문화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름이면 이름을 바꿔서 수출해야 합니다. 이제는 단종된 현대차의 ‘투스카니’는 남미에서 욕설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현대 쿠페’라는 이름으로 판매된 바 있습니다. 현대차의 SUV 라인업은 해외 휴양지의 이름을 따서 이름을 붙이고 있는데요. ‘코나(KONA)’ ‘투싼(Tucson)’ ‘싼타페(Santa Fe)’ ‘팰리세이드(Palisade)’ 등입니다. 차를 내놓을 때마다 이번 차는 어느 지역과 잘 어울릴 것이냐를 고민하는 것도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차급이 커질수록 이름이 길어지는 것 같은 ‘느낌’인데 그냥 ‘느낌’일 뿐 별 상관은 없다고 합니다.)최근에는 인종·젠더 등 다양한 이슈가 과거보다 더 큰 논란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는데 이름을 지을 때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런저런 문제의 소지를 아예 없애려면 ‘무색무취’한 작명법이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폭스바겐도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를 선언하면서 알파뉴메릭 체계를 도입했습니다. ‘ID’ 뒤에 숫자를 붙이는 방식입니다. 그 출발로 이미 ‘ID. 3’가 출시됐습니다. 원래 알파뉴메릭 체계를 쓰던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전기차 시리즈에 ‘EQ’와 ‘i’ 같은 알파벳을 일찌감치 붙여놨습니다.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로 새롭게 라인업을 꾸리는 상황에서 과거와 다른 작명법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테슬라는 모델 S, 모델 X 등에 이어 모델 3을 내놓았는데 사실은 ‘SEXY’를 완성하려고 했다고 하지요. 포드 때문에 ‘모델 E’가 아닌 ‘모델 3’가 됐다지만 일론 머스크다운 ‘패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전기차 영역에서 속속 새로운 브랜드가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앞으로 또 어떤 차명들이 등장할지 한번 지켜볼만한 요소 아닐까 싶습니다.● 모델명 짓기 전에는 ‘프로젝트명’으로 개발모델명을 짓기 전의 자동차 이름을 얘기해보고 오늘의 차담은 마무리 짓겠습니다.자동차의 모델명은 개발 막바지까지 결정되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요. 약 5년으로 보는 개발 기간을 고려하면 ‘가칭 쏘나타’ 이런 식으로 이름을 붙여놓고 차를 개발하기는 어려운 노릇입니다.그래서 자동차 회사들이 쓰는게 바로 ‘프로젝트명’입니다. 자동차 개발 단계에서 차명이 확정되기 전 해당 차종을 부르기 위한 이름인데요. 해당 차종의 부품생산·계약·출고 등 전산 관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코드명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양산 단계가 되도 생산 공장을 포함한 회사 내부에서는 프로젝트명을 쓰는 경우가 많은 듯합니다. 해당 차종을 가리키는 가장 확실한 이름이라는 것이지요.현대·기아차의 경우 지난해까지는 일반 고객들도 제법 아는 프로젝트명을 써왔습니다. ‘임의코드+차급코드’의 방식입니다.쏘나타의 경우 임의의 문자에 중형 세단을 상징하는 ‘F’를 붙여서 프로젝트명을 써왔는데요.그래서 4세대 쏘나타는 ‘EF’, 5세대 쏘나타는 ‘NF’, 6세대 쏘나타는 ‘YF’, 7세대 쏘나타는 ‘LF’ 같은 식의 프로젝트명이 붙었습니다. 그리고 프로젝트명은 자동차 이름 뒤에 붙어서 자연스레 세대 구분에 쓰였습니다.SUV는 이 차급코드가 ‘M’이기 때문에 싼타페는 세대가 바뀔 때 CM, DM, TM 같은 글자가 따라붙기도 했습니다.하지만 지난해부터는 이 프로젝트명 부여 방식이 좀 바뀌었습니다. 차급코드 + 모델분류코드 + 세대코드, 이렇게 해서 영문 두자리 + 숫자 한자리 체계입니다.좀 복잡한데 차급 코드는 경승용(A), 소형승용(B), 준중형승용(C), 중형승용(D), 스포츠(F), 준대형승용(G), 대형승용(U), 고급승용(R), 엔트리SUV(Q), 소형SUV(S), 준중형SUV(N), 중형SUV(M), 대형SUV(L), 고급SUV(J), MPV(K) 등입니다.모델분류 코드는 현대 승용(N), 현대 SUV(X), 기아 승용(L), 기아 SUV(Q)입니다.그래서 7세대 쏘나타인 ‘LF’의 후속모델 프로젝트명은 D(중형승용) + N(현대승용) + 8(8세대), ‘DN8’로 결정되는 것입니다. 이 체계가 바뀌지 않는다면 쏘나타는 9세대 모델이 나와도 ‘DN9’로 가장 뒤 숫자만 바뀌게 됩니다.출시를 앞둔 투싼의 후속모델도 프로젝트명은 N(준중형SUV) + X(현대SUV) + 4(4세대), 이렇게 해서 ‘NX4’로 결정됐습니다. 앞으로 각 모델의 프로젝트명 세대 구분을 기존처럼 알파벳으로 할 수는 없는 셈입니다.영문 두 글자 프로젝트명 체계로는 조합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고갈돼 가고 있고 아무래도 임의의 프로젝트명이다 보니 시간이 흐르면 혼란스럽다는 것이 프로젝트명 부여 체계에 변화를 준 이유라고 합니다.이런 설명도 앞으로 자동차 모델명이 어떤 식으로 변화할지 알려주는 힌트일 수 있을 듯 합니다. 이미 많은 차량이 출시됐고 그런 이름들을 잘 피하기 쉽지 않다면 알파뉴메릭과 같은 방식으로 기계적으로 이름을 짓는 게 편리할 수도 있습니다.물론, 삶의 동반자일 수도 있는 나의 차에, 좀 멋진 의미가 담긴 이름이 붙어있길 바라는 고객이 여전히 많을 수도 있으니 다양한 작명법이 계속 활용될 수도 있겠습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떨림 문제로 출고가 중단됐던 제네시스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 디젤차가 두 달여 만에 출고를 재개한다. 14일 현대자동차는 제네시스 GV80 디젤차 출고가 19일부터 재개된다고 밝혔다. 제네시스 측은 고객 안내문에서 “GV80 디젤차 일부 차량 진동현상에 관해 유효성 검증을 완료한 조치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기존에 출고된 GV80 디젤차의 진동 문제를 기계적인 조치 없이 ‘변속 제어 로직 업그레이드’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제네시스는 GV80 디젤차에서 간헐적인 진동 현상이 발견됨에 따라 6월 5일부터 출고를 중단했다. 당시 제네시스 측은 “낮은 분당회전수(RPM)에서 장기간 운행할 경우 엔진 내 카본(연료가 연소하고 남은 찌꺼기)의 누적 정도에 따라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변속 제어 로직 업그레이드를 통해 기존의 변속 질감 등과 거의 차이가 없으면서도 낮은 RPM 구간에서의 카본은 원활하게 제거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제네시스는 그동안 출고를 기다린 고객을 위해서는 G80과 GV80 시승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또 ‘바디케어 서비스 패키지 I’을 무상 제공하기로 했다. 1년 혹은 2만㎞ 기간에 차체, 앞유리, 타이어 손상을 보상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이에 앞서 제네시스는 6월 11일까지 출고된 GV80 디젤 모델 전체 차량을 대상으로 엔진 주요 부품 보증기간을 기존 ‘5년 혹은 10만㎞’에서 ‘10년 혹은 20만㎞’로 연장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현대자동차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기세가 무섭다. 최근 넉 달 연속으로 월간 판매량이 1만 대를 넘어서 올해 10만 대 고지 돌파가 확실시된다. 불과 4개 모델을 판매하는 고급차 브랜드가 수입차 1위인 메르세데스벤츠(올 1∼7월 4만1583대 판매)는 물론이고 한국GM, 르노삼성차보다 더 많은 차를 팔고 있다. 디자인과 성능이 개선되면서 고급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정착된 데 비해 수입차의 희소성은 떨어지고, 동시에 국내 소비수준이 올라가면서 가능해진 이른바 ‘제네시스 효과’다. 13일 현대차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지난달 국내에서 1만1119대를 팔며 올해 누적 판매 6만5대를 기록했다. 제네시스는 올 1월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GV80을 출시한 데 이어 3월에는 주력 세단인 G80의 3세대 신형 모델을 7년 만에 새로 내놓았다. 두 모델의 판매가 본격화된 4월부터 제네시스는 매달 1만 대 이상을 팔고 있다. 월간 최대인 1만3315대가 팔린 6월의 경우 G80이 7905대, GV80이 3728대 판매됐다. 연말까지 매달 8000대씩만 팔면 10만 대 판매가 가능해 제네시스는 올해 브랜드 역사상 첫 10만 대 이상 국내 판매가 확실시된다. 이런 돌풍에는 최근 출시된 두 차량의 디자인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가 있다. 특유의 방패 모양 라디에이터 그릴을 앞세우면서 세련되고 무게감 있는 외관으로 제네시스 주요 고객층인 40대 이상의 감성을 성공적으로 공략했다는 평가다.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전무)은 “현대차와는 디자인 방향성을 뚜렷하게 구분했다”며 “G80의 경우 역동적이면서도 우아한 디자인을 통해 럭셔리 세단다운 고급스러움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게 디자인했다”고 밝혔다. 5년 전 고급차 브랜드로 독립한 이후 꾸준히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온 점도 제네시스 질주의 배경이다. 고성능을 강조한 G70과 고급 세단인 G80, G90으로 기존의 현대차와는 차별화되는 고급차라는 인식을 차곡차곡 쌓아왔다는 것이다. 현대차 내부에서는 제네시스 브랜드가 자리를 잡으면서 수입차는 프리미엄차, 국산차는 대중차라는 인식도 많이 허물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수입차 판매가 10년 전 10만 대 수준에서 5년 전 25만 대로 가파르게 늘면서 수입차의 희소성이 떨어지자 제네시스가 그 틈을 적절히 파고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현대차는 수입차에서 제네시스 같은 국산차로 갈아타는 고객 비율이 2018년 20%대에서 지난해 30%대까지 높아졌고 올해는 40%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 소득수준과 차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진 점도 제네시스 돌풍의 이유로 꼽힌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소득 양극화로 고급차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최근 일본차 불매 운동과 일부 독일 브랜드의 부진을 적절히 활용했다”며 “앞으로 해외 시장에서 위상을 얼마나 높이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김도형 dodo@donga.com·정지영 기자}

“미래자동차 시대는 기존의 차량 냉난방 시스템보다 더 전문적인 통합 열관리 시스템을 요구하고 있다. 친환경차 핵심 부품사로 다각적인 대응력을 확보하겠다.” 자동차용 공조제품 전문기업으로 미래차 관련 부품 전환 우수 기업으로 꼽힌 한온시스템의 손정원 사장이 12일 밝힌 미래 계획이다. 한온시스템은 이날 더불어민주당의 미래전환 K뉴딜위원회 주관으로 경기 고양시 현대모터스튜디오고양에서 열린 ‘미래차 간담회’에서 부품 전환 우수 기업으로 선정돼 ‘내연차 협력업체의 미래차 전환사례’에 대해 소개했다. 이날 행사에서 업계 선도 사례로 발표에 나선 기업은 한온시스템이 유일하다.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신규 승용차 판매에서 친환경차 점유율이 2040년에는 약 6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미래차 시장은 각종 자동차 부품 영역에서도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전기차 등에서는 겨울철에 최대한 열 낭비를 막는 것이 주행거리 확보를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또 자율주행 기술 등에서 전자부품 사용이 크게 늘어나면서 정교한 냉각기술도 중요해지고 있다. 한온시스템은 이날 전기차·수소차·자율주행차 등 미래차의 열에너지 관리와 관련해 다양한 제품과 통합열관리 시스템 개발 상황 등을 소개했다. 한온시스템은 한앤컴퍼니에 인수된 이후 미래차 관련 사업을 지속 확대한 바 있다. 지난 5년간 1조3500억 원의 연구개발(R&D) 투자를 진행했으며 2018년 45% 수준이던 친환경차 연구 인력 비중을 지난해 56%로 늘렸다. 손 사장은 “미래차 공조 및 열에너지 부문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며 지속성장 가능한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국산차인 듯한 수입차’가 틈새시장을 넓히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인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가 수입해서 판매하는 차량이 각 업체의 내수 판매에서 1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무게감을 키우고 있다. 1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에서 6301대를 판매한 르노삼성차는 이 가운데 12.6%에 이르는 797대가 ‘르노’ 브랜드였다. 르노의 상용차 ‘마스터’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캡처’ 등이다. 수입해 판매되는 이들 차량은 르노삼성차의 태풍 모양 로고가 아니라 프랑스 르노의 마름모 모양 로고를 달고 판매된다. 지난달 국내에서 6988대를 판매한 한국GM은 한국자동차산업협회뿐만 아니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도 함께 가입하는 전략을 폈다. ‘쉐보레’라는 브랜드와 로고는 국내 생산 차량과 동일하지만 수입해 판매하는 차는 마케팅 등에서 차별화하는 전략을 펼치는 것이다. 픽업트럭인 ‘콜로라도’, 대형 SUV인 ‘트래버스’ 등 5종의 차량을 수입 판매하는 한국GM은 지난달 내수 판매의 13.7%에 해당하는 954대를 수입차 판매로 채웠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국내에서는 일부 차종만 생산하지만 글로벌 브랜드로 다양한 모델을 갖추고 있는 이들 업체가 차량 수입을 통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판매망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판매하는 제품군은 다양하게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르노 마스터는 지난달 400대 이상이 팔려 현대·기아자동차가 독식하고 있던 중형 상용차 시장을 적절히 공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픽업트럭 시장이 성장하는 가운데 3500대 이상이 판매된 한국GM의 콜로라도는 올해 수입차 전체에서 판매 5위를 기록했다. 르노삼성차가 르노의 전기차 ‘조에’를 18일 국내에 출시하기로 한 가운데 한국GM은 트래버스보다 더 큰 SUV인 ‘타호’의 수입 판매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이미 생산 중인 차를 수입하는 것이어서 수입 물량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고 판매량에 대한 부담도 덜해 수입 판매 모델이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현대자동차가 내년에 본격적인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 준비 중인 전기차 브랜드를 ‘아이오닉(IONIQ)’으로 통일하기로 했다. 지금까지의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을 전기차로 변경한 모델이었지만 내년부터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서 생산한 모델을 본격적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10일 현대차는 내년부터 2024년까지 순차적으로 출시할 예정인 전용 전기차의 브랜드 명칭을 아이오닉(IONIQ)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아이오닉은 전기적인 힘으로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이온(Ion)과 현대차의 독창성을 뜻하는 유니크(Unique)의 조합이다. 현대차가 별도의 전용 전기차 브랜드를 새로 꾸리는 것은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에서 통일된 콘셉트의 브랜드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5월 시장조사기관인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에 따르면 전 세계 신규 승용차 가운데 전기차 비중은 2040년 58%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만큼 전기차 전용 브랜드의 도입이 시급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가 ‘EQ’, BMW가 ‘i’를 전기차 브랜드로 운용하고 있다. 현대차가 준비 중인 아이오닉 모델은 △준중형 크로스오버차량(CUV) △중형 세단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3종이다. 첫 차는 콘셉트카 ‘45’를 모델로 내년에 선보일 준중형 CUV이다. 2022년에는 ‘프로페시(Prophecy)’ 콘셉트카 기반의 중형 세단, 2024년에는 대형 SUV 모델이 계획돼 있다. 아이오닉 브랜드는 ‘아이오닉’에 차량의 사이즈 등을 의미하는 숫자가 조합된 새로운 차명 체계도 도입한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가 주로 활용하는 이 차명 체계는 문자와 숫자의 결합으로 직관적이고 확장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따라 준중형 CUV는 ‘아이오닉5’, 중형 세단은 ‘아이오닉6’, 대형 SUV는 ‘아이오닉7’으로 이름을 짓기로 했다. 다만 기존에 아이오닉을 차량 이름으로 쓰던 모델은 전용 전기차에만 적용되는 아이오닉 브랜드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아이오닉 브랜드는 램프에 기하학적인 형태의 픽셀을 적용한 ‘파라메트릭 픽셀’을 통해 고유의 디자인을 선보인다. 또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가 최초로 적용돼 충전시간이 세계에서 가장 짧은 20분이다. 또 한 번 충전으로 450km 이상을 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실내공간을 극대화해 차량을 이동수단을 넘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생활공간’으로 확장시키는 개념도 적용한다. 현대차는 전동화 기술에만 관심을 두기보다는 고객에게 새로운 모빌리티 경험을 선사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브랜드 론칭과 함께 ‘아임 인 차지(I’m in Charge)’ 캠페인을 진행하기로 한 현대차는 첫 행사로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영국의 ‘런던 아이’에서 아이오닉의 ‘Q’를 시각화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조원홍 현대차 고객경험본부장(부사장)은 “전기차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 고객에게 친환경 라이프스타일 기반의 진보한 전동화 경험을 선사하겠다”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요즘 차와 차 업계를 이야기하는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오늘은 현대자동차 노동조합과 최근 울산공장에서의 징계 문제를 얘기해볼까 합니다.국내 최대 규모의 노동운동 조직인 현대차 노조는 한국의 강성노조를 대표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변화의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현대차가 품질 문제로 시끄러운 가운데 울산공장에서는 조기퇴근, 근무지 이탈 등으로 대규모 징계가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저는 현대차 울산공장을 노조 관계자와 함께 둘러보며 자동차 산업 환경 변화에 대한 노조의 생각을 직접 들어봤습니다. 노조에 대한 심각한 수위의 사회적 반감, 미래차 시대의 거대한 변화 등이 모두 노조의 고민이었습니다. 이번 노조는 투쟁 일변도의 노동운동이 더 이상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는 생각도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난해 취재를 위해 찾았던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모습은 정해진 퇴근시간을 앞두고 일찌감치 정문 앞에 와서 기다리고 있던 근로자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일찌감치 작업장을 떠나서 정문 통과 시간을 기다리는 이른바 ‘조기퇴근’입니다. 얼마 전 현대차는 상습적인 조기 퇴근자 그리고 근무 시간에 근무지를 벗어나 낚시를 한 울산공장 직원의 징계에 나섰습니다. 이런 식의 기초질서 위반 사례는 노조 집행부 등에서도 바로잡고 싶어 하는 부분입니다만 어찌됐건 노조와 근로자들의 힘이 그만큼 크기에 이런 일이 만연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현대차 노조가 정말로 변화한다면, 어찌됐건 이런 기초질서가 여전히 문제가 되는 상황을 바꿔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 현대차 노사에서 지금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찬찬히 얘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지난해 7월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본 이른바 ‘조기퇴근’의 모습. 야간 근무자들이 퇴근시간(밤 12시 10분) 전에 자신의 작업장을 벗어나서 정문 인근에서 기다리다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최근 볼보 XC90 사고를 계기로 자동차의 안전 기술을 짚어본 지난번 휴일차담에 보내주신 관심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박지윤 씨 가족 지킨 볼보 XC90와 안전한 차 고르는 법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김도형 기자의 휴일車담 전체 기사 보기● 높아진 반감, 늘어나는 악플 앞에 선 현대차 노조 “투쟁 일변도 이미지에서 벗어나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노동운동을 실천해야 한다.” “조합원은 배부른 귀족노동자, 안티현대로 낙인찍히는 불명예를 안았다.” 올해 현대차 노조(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내부 소식지에서 내놓은 얘기입니다. 노조 밖의 많은 사람들이 했던 말들입니다만, 노조 스스로 꺼냈다는 점에서 눈길이 갑니다. 투쟁 일변도의 노동운동으로 끊임없이 임금을 인상하는 모습 때문에 현대차 조합원은 ‘귀족노동자’라는 프레임에 갇히게 됐습니다. 사회적으로 큰 반감의 대상이 됐고 요즘은 노조와 별 관계가 없는 현대차 기사에도 노조를 비판하는 악플이 줄줄이 달립니다. 최근의 와이파이 차단 논란과 조기 퇴근자 해고 조치 등이 알려지면서 비판의 목소리는 더 높아졌습니다. 이런 문제를 지금이라도 노조가 고민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일로 보입니다. 자동차는 기업을 상대로 파는 물건이 아니고 소비자 개개인에게 파는 물건입니다. 현대차 노조가 회사의 이미지를 깎아먹으면 판매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현대차 노조는 “고객이 없으면 물량도 고용도 없다는 단순한 진리에서 출발하자”는 얘기도 했습니다. 완성차 공장에서는 생산 물량이 곧 고용이고 돈입니다. 생산 물량이 많아야 일자리를 지킬 수 있고 주말 특근 등을 통해서 당당하게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지역사회 그리고 국민들로부터 좀 더 사랑받는 회사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자, 는 노조의 목소리는 당연한 일에 가깝습니다. 노조 집행부는 기존의 노조 활동이 2020년 한국 사회에서 뚜렷한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기도 합니다. 초기의 ‘전투적 조합주의’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기금 사태를 계기로 ‘패배’한 것으로 봅니다. 정리해고를 포함한 구조조정을 막아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후에는 ‘실리적 조합주의’를 내걸어 임금·처우 개선 등에서 효력을 발휘했지만 사회적으로는 노조가 고립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점에서 한계를 노출했습니다. 이른바 ‘귀족노조’ 프레임을 고착화시켰다는 것입니다. 최근 현대차의 품질 문제에 노조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이런 고민들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제네시스 GV80의 디젤 엔진 문제 같은 일은 설계상의 문제로 봐야겠지만 흠집, 도장 불량, 단차 문제 등은 조합원들이 현장에서 일할 때 더 노력하는 것으로 충분히 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노동 최소화, 보상 최대화… “제국주의 노조” 지적도 까다로운 고객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조합원들도 더 노력하자는,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를 노조가 꺼낸 것이 2020년이라는 점은 서글픈 대목입니다. 현대차 노조의 문제는 뿌리가 깊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대한 비판은 이미 오래전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제기돼 왔습니다.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2017년 ‘가 보지 않은 길’이라는 책을 통해 현대차를 분석했습니다. 현대차의 성장 스토리를 다룬 이 책은 현대차 작업장의 ‘도덕적 해이’를 이야기했습니다. 당시에는 밤 12시 30분이었던 2직 퇴근자의 조기퇴근 갈등 문제가 언급됐고 미리 작업을 끝내고 노는 ‘올려치기’ ‘밀어치기’ 같은 관행이 얘기됐습니다. 와이파이가 됐건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됐건 간에 근무 중에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는 일이 있다면 이런 관행이 그 기반에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책의 비판은 현대차는 노동은 최소화하되 보상은 극대화하는 생산기지가 됐다는 것으로도 요약됩니다. 송 교수는 “노동 최소화를 위한 작은 흥정과 근무태만이 발생하는 작업현장에서 ‘열정’(passion)은 꿈같은 소리”라고 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이를 바라보자면, 도대체 무슨 마음가짐으로 만든 차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 더불어서 뼈아픈 대목은 ‘제국주의’라는 비판입니다. 현대차 노조의 ‘정직원’ 근로자들이 협력업체 그리고 해외공장의 생산성에 편승해서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송 교수는 “1970년대 ‘제국의 하청’에서 벗어난 현대차그룹 노조는 이제 제국 노조(imperial union)로 질주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체 반성이 필요하다”고 썼습니다. 현대차는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서 유래 없는 성장으로 주목받았고 지금의 위상 역시 자랑스러운 수준입니다. 말 그대로 불모지에서 이런 성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많은 근로자들이 땀과 눈물을 쏟았지만 어느 순간 이 근로자들은 ‘귀족 노동자’가 돼 사회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파업을 무기로 임금인상에 열을 올렸지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협력업체 근로자의 몫을 갉아먹고 있다는 비판도 여전합니다.● 노조의 변화, 내부 호응 얻을지가 관건이런 상황에서 이번 현대차 노조 집행부가 시도하는 변화의 움직임은 주목할 만하지만 앞길이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집행부에 정말로 변화 의지가 있느냐도 문제지만 집행부가 모든 것을 이끌고 나갈 수 없는 구조적인 제약이 뚜렷하기 때문입니다. 노조는 조합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곳입니다. 노동운동의 방식을 바꾸고 품질개선에 나서자는 주장은 “노조가 회사 경영에 협조하지 말고 조합원의 권익 보호에 더 집중하라”는 내부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울산공장 내부에서는 이미 “노조 집행부는 ‘경영’을 하지 말고 ‘집행’을 하라”는 비판 대자보가 나붙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현대차에는 다양한 노동운동 계파가 있고 선거를 앞두고 이합집산하면서 집행부를 선출합니다. 2년 임기의 노조가 큰 변화를 이끌어 내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셈입니다. 조합원 수가 가장 많은 울산공장의 경우 노조 집행부도 중요하지만 각 공장을 대표하는 사업부 대표와 대의원 등의 발언력도 상당합니다. 노조 집행부가 ‘변화’를 얘기한다고 해서 꼭 그렇게 흘러가리라는 보장이 없는 셈입니다. 결국 노조가 얼마나 설득력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느냐, 이런 목소리를 현장의 근로자들이 수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수 있어 보입니다. 사실, 현대차 노조는 노동력이 줄어드는 전기차로의 전환 등을 앞두고 일자리를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양보할 부분은 양보하고 지켜낼 부분은 지켜내자는 전략을 펼치는 것이 맞을 수도 있는 처지입니다. 이런 부분까지 맞물려서 현대차와 노조는 앞으로 복잡한 협상을 이어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조기퇴근, 근무 중 낚시… ‘비정상의 정상화’ 가능할까 현대차 노조가 어느 정도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계속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 올해 임금협상에서 현대차 노조가 어떤 태도를 보여줄지 등이 앞으로 이슈가 되겠습니다만, 저는 최근 회사 측에서 그동안의 잘못된 근무 관행에 연이어 철퇴를 내리고 있다는 점에 관심이 많이 갑니다. 현대차는 최근 상습적인 조기퇴근과 관련해 1명을 해고 조치하고 300명가량에게 감봉 등의 무더기 징계를 내렸습니다. 야간 근무 중에 근무지를 이탈해서 낚시를 한 직원이 정직 징계를 받기도 했습니다. 시끄러웠던 공장 내 ‘와이파이’는 이미 차단된 상황입니다. 회사 측이 잘못된 근무 관행을 바로 잡겠다고 나서는 모습에 눈길이 가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노조와 직원들이 임금을 올려달라고 투쟁하는 것은 권리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의무도 다하지 않으면서 권리만 앞세우는 것은 너무 비정상적인 상황입니다. 이런 문제를 바로잡는 것은 현대차 노사 모두에게 꼭 필요한 일로도 보입니다. 설혹 고임금을 받을 지라도, 근로자들이 그에 걸맞는 정성을 들여서 차를 만든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면 노사 모두 이미지를 크게 개선시킬 수도 있습니다. 잘못된 관행과 무관하게 자신의 몫을 묵묵히 하고 있는 근로자들을 위해서도 변화는 필요해 보입니다. 지난해 낮에 목격한 조기퇴근의 모습은 너무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밤까지 기다려서 다시 조기퇴근의 모습을 확인하고 영상으로도 찍었습니다. 밤 12시 30분이 넘어서 정문을 나서던 한 근로자는 “우리도 그런 모습이 부끄럽다. 다만, 모두 그렇다고 생각하지 말아 달라”고 했습니다. 자신처럼 퇴근 시간이 되면 작업을 마무리 짓고 작업장을 정돈한 뒤에 퇴근하는 근로자들이 더 많다는 것입니다. 이런 목소리에 비춰보면 “내 할 일은 다 했으니 퇴근 시간 맞춰서 정문을 통과하겠다”는 모습만큼은 정말 사라져야 할 관행일 수 있습니다. 근무 시간에 내 일 다 끝냈다면서 작업장을 한참 벗어난 곳까지 가서 낚시를 할 수 있는 회사가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요. 낚시하다 적발된 직원의 징계 소식에는 다른 직원들도 혀를 끌끌 찼습니다.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 밖에 알려질까 겁난다는 것입니다.● 첫 전기차 전용라인 공사… 노동운동 패러다임도 바뀔까 현대차 울산공장은 이번주 1주일 간의 여름 휴가를 가졌습니다. 다음주부터는 각 공장별 일정에 따라서 다시 조업을 재개합니다. 울산공장에는 엔진·변속기 공장을 제외하고도 1~5공장이 있습니다. 연간 150만 대를 넘는 차를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차 공장입니다. 지난달 돌아본 울산공장은 생각보다 컸고, 또 생각보다 비좁았습니다. 밖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넓었지만 그런 넓은 부지에도 너무 많은 공장과 시설이 밀집돼 있어서 내부가 좁게 느껴졌습니다. 울산공장은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이름을 딴 아산로를 옆에 끼고 있습니다. 1968년 첫 공장이 완공됐으니 공장의 역사는 50년을 훌쩍 넘겼습니다. 울산1공장 2라인은 이달 내내 전기차 전용 라인으로 바꾸는 공사를 진행합니다. 현대차의 첫 전기차 전용 생산라인입니다. 현대차가 내연기관차 기술을 따라잡느라 보냈던 반세기는 비교적 성공적이었습니다. 이제 전기차 시대를 준비하는 울산공장이, 지난 기간 동안 축적한 허물을 좀 벗어던질 수 있을지, 관심이 가는 요즘입니다. 현대차 노조가 지난 2월 소식지에서 밝힌 얘기로 오늘의 휴일차담을 마무리 짓겠습니다. “1987년 정권과 자본의 억압과 착취에서 해방되기 위해 노조를 만들었다… 시간이 흘러 조합원은 배부른 귀족노동자, 안티현대로 낙인찍히는 불명예를 안았다. 현대차 조합원에 대한 보수언론의 마녀사냥이 낳은 결과이기도 하지만 이제 노동운동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김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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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올 2분기(4~6월) 실적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도요타자동차 올 2분기 연결결산(국제회계기준)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98.1% 감소한 139억 엔(약 1560억 원), 최종 순이익은 74.3% 줄어든 1588억 엔(약 1조7800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코로나19 사태로 신차 수요가 급감한 것이 올 2분기의 실적 악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올 2분기 도요타자동차의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40.4% 감소한 4조6000억 엔(약 51조6600억 원)이었다. 다이하쓰공업 등 계열사를 포함한 세계 시장 판매 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1.8% 감소한 184만 대로 집계됐다. 도요타자동차그룹은 올 상반기에 세계 시장에서 416만4487대를 판매해 폭스바겐(389만3100대)을 제치고 6년 만에 세계 판매량 1위를 기록했지만 2분기 영업이익이 크게 줄면서 빛이 바랬다. 반면 현대자동차는 최근 발표한 올해 2분기 실적에서 영업이익이 590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2.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판매 감소에도 불구하고 국내 생산과 판매는 크게 타격을 입지 않아 도요타자동차 등 경쟁 기업에 비해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