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독재자들이 자국민을 억압하는 이유는 정권이 불안정하고 흔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불안감이 커질수록 독재의 강도는 높아지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체제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듭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북한의 붕괴는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칼 거슈먼 미국 전국민주주의기금(NED) 회장(70)은 2일 서울 코리아나 호텔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최근 10년 동안 북한 주민이 외부세계에 눈을 뜨고 깨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많은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거슈먼 회장은 NED 회장으로 취임한 1984년 이후 30년 가까이 전 세계 수많은 국가의 민주화 과정을 지켜보며 직접 지원했다. 미얀마 쿠바 등 독재국가의 변화 과정에 NED의 자금 지원을 받은 단체가 큰 활약을 했고 재스민 혁명 때도 마찬가지였다. 거슈먼 회장은 “1996년 북한 인권을 조사한 한국 북한인권시민연합의 보고서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고 1999년부터 북한 인권활동 후원에 나섰다”고 말했다. 그 공로로 거슈먼 회장은 지난해 큰 공로를 세운 외국인에게 한국 정부가 수여하는 수교훈장 흥인장(興仁章)을 받았다. 최근엔 북한 장마당(시장)의 변화를 추적하는 프로젝트도 벌이고 있다. 오랫동안 북한을 지켜보고 수많은 탈북자를 만난 거슈먼 회장이지만 최근 한글로도 출판된 ‘14호 수용소 탈출’의 주인공 신동혁 씨의 증언은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새로운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되고 억압적인 정권이다. 나의 가장 큰 관심사 역시 북한의 변화”라고 말했다. 그가 매년 서울에 찾아오는 이유도 북한 인권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려는 목적 때문이다. “1990년대 말만 해도 북한의 인권 문제는 이슈가 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국제적 차원의 문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유엔에 북한인권특사직이 신설되고 탈북자 2만5000명 시대가 열리고 이들이 스스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나선 것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우리는 이런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북한 인권 발전사를 논할 때 NED는 빠뜨릴 수 없는 단체다. 1983년 창립된 비영리단체인 NED는 미 국무부의 자금 지원을 받아 90여 개국의 1400여 개 민주화 및 인권 관련 단체와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해 왔다. 1년 예산만도 1억 달러(약 1095억 원)가 넘는 NED는 미 국무부 인권노동국(DRL)과 함께 탈북자 단체를 비롯한 북한인권단체의 가장 큰 재정적 후원자였다. 하지만 3월 미국의 자동예산삭감 조치인 시퀘스터가 발동되면서 그 불똥이 국내 북한인권단체에까지 튀었다. 한때 350만 달러(약 38억 원)에 이르던 DRL의 지원금은 내년부터 중단되며 100만 달러(약 10억 원)가 넘던 NED의 지원도 약 15% 삭감된다. 김정은 체제의 출범과 핵실험으로 북한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는 시점이 정작 북한인권단체에는 암흑기의 시작이 된 것. 거슈먼 회장은 북한인권단체의 생존을 위해 한국 국민과 정부,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금까지 북한 인권 활동은 미국의 후원에 크게 의존해 왔습니다. 하지만 인권은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입니다. 민주화의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한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때 북한의 긍정적 변화도 빨라질 것입니다. NED도 최선을 다해 북한 인권 개선 운동을 지원할 것입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이 세습왕조를 따라 배우기로 했다면 적어도 공부는 제대로 해야 한다. 왕조가 흥할 때는 왕의 말이라도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전하…”라며 제동을 거는 신하가 있었다. 신하들이 목청 돋우어 “지당하신 말씀이옵니다”만 외치면 그 왕조는 망했다. 이건 수천 년 역사가 증명해준 진리다. 현재 북한 왕조의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아뢰옵기 황송하오나”를 외치는 충신이 없다는 점이다. 수십 년 전에 이미 수용소에서 흔적 없이 사라졌다. 남은 자들은 “지당하신 말씀이옵니다”는 당연하고, “소인들은 경지를 헤아릴 바 없는 위대하고 비범하고 천재적이고…”를 자다 깨도 줄줄 욀 줄 아는 간신뿐이다. 그들이 터무니없는 아첨만 떨다 보니 김씨 3대는 우주와 태양과 신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갔고, 찬양의 수식어만 수천 가지나 된다. 북한 왕조에선 과격한 충성심 표현은 표창감이지만, 남보다 못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살아남으려면 옆의 신하가 박수를 칠 때 나는 발까지 구르며 박수쳐야 된다. 그 경쟁에서 재주 부려 살아남은 간신들 탓에 북한이 저 모양으로 망조가 든 것이다. 그나마 북한이 망하는 속도를 조금 더 늦추려면 왕에게 균형 감각이 있어야 한다. 20대부터 정치판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노회한 김정일에겐 득실을 따지는 감각이 어느 정도 있었다. “전하, 최고 존엄을 모독하는 자들을 절대로 용서치 마옵소서”라고 간신들이 아무리 아부해도 김정일이 머릿속 주판을 튕긴 뒤 “놔둬라” 하고 한마디 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젊은 김정은에겐 그게 보이지 않는다. 남보다 한술 더 뜨는 게 생활화된 간신들이 새 왕에 대한 충성을 증명하려고 “전하, 담력과 배짱을 보여 주소서” “원수들을 벌벌 떨게 하소서” 하며 주청(奏請)하는 대로 끌려가는 형국이다. 지금 북에선 왕별 박은 인간들의 목소리가 가장 높다. 17세 때부터 군에서 평생 충성을 주입받으며 외골수로 단순무식하게 살아온 이들은 간신보단 오히려 맹목적인 광신도에 가깝다. 충성과 배짱이란 눈금밖에 없는 잣대로 세상을 재단하고, 수틀리면 개성공단이 아니라 온 나라도 거덜 낼 사람들이다. 그나마 세상이 굴러가는 이치를 좀 아는 이들은 바로 알기 때문에 입을 다문다. 세대교체가 코앞인데 말 한마디로 숙청의 빌미를 만들까봐. 이런 북한을 상대하니 현재 남북 상황은 우리 잣대로 답이 안 나오는 것이다. 북한에서 ‘강’으로밖에 돌아갈 줄 모르는 스위치를 ‘약’으로 돌릴 수 있는 인물은 ‘신’인 김정은이 유일하다. 그런 그마저 남들이 붕 띄워주는 데 취해 버려 언제 스위치를 돌려야 할지 감을 모르고 있다면…. 상상되시는가. 그런 무섭게도 황당한 상황이.주성하 국제부 기자 zsh75@donga.com}

초코파이가 평양에서 전설적인 지위에 올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평양 주민들에겐 초코파이가 이미 거의 전설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지구상의 가장 폐쇄적인 북한이 마시멜로로 채워진 작고 둥근 초코파이에 의해 서서히 변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문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초코파이는 북한에서 심리 변화에 중요한 도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 주민에게 초코파이는 남한의 번영을 상징한다”며 “초코파이와 DVD, 대규모 노동인구의 중국 유입 등으로 인해 이제 북한 주민은 더이상 남한이 자신들보다 못산다는 잘못된 정보를 믿지 않는다”고 밝혔다. 신문은 개성공단 노동자들에게 보너스로 지급되고 있는 초코파이가 북한 연구자들 사이에서 전설적인 지위를 획득했으며, 북한 시장에서 정가의 서너 배에 팔릴 정도로 압도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또 “초코파이뿐 아니라 휴대전화도 북한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며 “북한 젊은이들은 금지된 청바지나 스키니진을 입고 다니며 돈이 생기면 외국 DVD와 휴대전화를 사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이런 변화는 북한 주민들이 외부 세계에 눈을 돌리고 내부에 대한 불만을 키워 나가고 있음을 나타낸다. 그리고 이는 북한 지도자들에게 경고 신호로 다가온다”고 분석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미국 외교전문잡지 포린폴리시가 지난달 28일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힘이 있는 인물 500명’ 명단에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해 한국인 10명이 선정됐다. 북한에선 유일하게 김정은 이름이 올랐다. 잡지는 정치, 여론주도력(bully pulpit), 군사, 두뇌, 경제, 선함, 악함이라는 7개 기준으로 500인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7개 기준 간의 가중치나 500명의 순위는 공개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 분야에서 인정받아 500인에 포함됐다. 나머지 한국인 9인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선함·여론주도력), 김관진 국방부 장관(군사), 현오석 경제부총리(경제), 윤병세 외교부 장관(정치),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군사), 남재준 국정원장(군사),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정치), 박원순 서울시장(정치),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두뇌·경제)이다. 한국에서 선정된 인물들은 주로 정치(4인)와 군사(3인) 부문에서 인정받았다. 북한 김정은은 군사와 악함 2개 분야에서 인정받았다. 김정은과 함께 악함 분야에 이름을 올린 인물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오마르 알바시르 수단 대통령, 아부 두아 알카에다 이라크 지도자, 할레드 마샬 하마스 지도자 등이 있다. 7가지 기준 중 가장 많은 분야를 인정받은 인물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치, 여론주도력, 군사, 두뇌, 경제 5개 분야에서 영향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치 여론주도력 군사 경제 등 4개 분야에서 인정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인정받은 두뇌가 빠졌다. 국가별로는 미국인이 141명, 중국인이 30명, 일본인이 25명으로 집계됐다. 포린폴리시는 “선정된 500인은 인구 1400만 명당 1명꼴로 뽑힌 셈”이라며 “이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힘이 있는 인물이자 0.000007%에 속하는 인물들”이라고 설명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남미 중도 실용 좌파의 대부’로 불리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67·사진)이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칼럼니스트가 된다고 AP통신이 24일 전했다. 룰라 전 대통령의 개인사 박물관이자 사무실인 ‘룰라 연구소’의 조제 크리스피니아누 대변인은 “룰라 전 대통령은 22일 NYT 측과 칼럼 게재에 관한 계약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룰라 전 대통령은 빠르면 6월부터 매월 한 차례 세계의 정치·경제 이슈와 기아와 빈곤 퇴치 등을 주제로 칼럼을 쓴다. 포르투갈어로 쓰인 칼럼은 영어와 스페인어로도 번역돼 주로 온라인에만 게재된다. 룰라 전 대통령은 22일 뉴욕을 방문해 국제위기그룹(ICC)으로부터 ‘평화를 찾아서’라는 이름의 상을 받고 25분간 연설했다. 노조 지도자 출신으로 2003년 집권한 룰라 전 대통령은 2010년까지 8년간 집권하며 정치적 안정을 도모하고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또 저소득층과 빈곤층에 생계비와 식량을 무상 지원하는 사회복지정책을 통해 약 3600만 명을 중산층에 편입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퇴임 당시 80%를 넘는 지지율을 기록했으며 퇴임 후에도 브라질은 물론이고 남미 전체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캐나다에서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연계된 여객열차 테러 음모가 적발됐다. 캐나다 연방경찰은 22일 “국영철도 ‘비아레일’ 여객열차를 겨냥한 테러 모의 혐의로 몬트리올과 토론토에서 남성 2명을 체포해 조사한 뒤 기소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8월부터 용의자들을 지켜본 결과 열차와 철도를 관찰하는 등 테러 공격을 하기 위한 절차를 밟아온 것으로 판단했다”며 검거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적발 당시 테러 모의 단계여서 현실화된 위협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용의자들의 신원에 대해선 “캐나다인은 아니지만 캐나다에 상당 기간 거주한 치헤브 에세가이에르(30)와 라에드 자세르(35)라는 남성”이라고만 밝혔을 뿐 국적이나 범행 동기는 공개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들이 이란의 알카에다 연계 단체로부터 지도와 지침을 받았지만 이란 정부나 알카에다에서 재정적 지원을 받은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현지 이슬람 사회의 관계자는 “용의자들은 튀니지와 아랍에미리트 출신으로 모두 이슬람공동체지도자그룹이라는 단체의 맴버였다”고 말했다. 경찰에 이들을 제보한 사람도 역시 이 그룹 구성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들이 유학생이며 한 명은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번 사건은 캐나다에서는 첫 알카에다 연계 테러 음모로 기록됐다. 미국 법무부 관계자는 테러 시도가 보스턴 마라톤대회 폭탄테러사건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란이 자국에 숨어 있는 알카에다 등 테러단체를 묵인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알리 악바르 살레히 이란 외교장관은 캐나다 경찰의 발표 직후 관영통신과 대담을 갖고 “내 인생 64년 동안 들은 이야기 중 가장 웃기는 일”이라며 의혹을 강하게 일축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용의자는 미국 영주권을 가진 체첸공화국 출신 이슬람교도 형제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 연방수사국(FBI)과 현지 경찰은 18일 밤 케임브리지 시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총격전을 벌이다 대학 경찰 한 명을 살해하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빼앗아 달아났던 두 명의 남자는 15일 발생한 폭탄테러 용의자로 FBI가 공개 수배한 두 명과 같은 인물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도주하면서 총을 쏘고 수류탄을 던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검은색 모자를 쓴 용의자로 수배됐던 형 타메를란 차르나예프(26)는 경찰 총격을 받은 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흰색 모자를 쓴 인물로 수배됐던 동생 조하르 차르나예프(20)는 무장한 채 도주했다. 로이터통신은 워터타운에서 18일 밤새 수백 발의 총성이 울리며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동생을 찾기 위해 워터타운을 완전 봉쇄하고 19일까지 집집마다 수색을 벌였다. 경찰은 주민들도 일절 집을 나서지 못하게 하고 상점도 모든 영업활동을 중단하도록 했다. 경찰은 워터타운과 뉴턴 월섬 케임브리지와 보스턴 등의 주민들에게 집에 머물러 주도록 요청했으며 MIT와 하버드대 보스턴대 에머스칼리지 등 대학도 19일 수업이 중단됐다.타메를란이 이송된 보스턴 배스 이스라엘 병원 관계자는 “상흔과 총상이 많았으며 병원에 실려 왔을 때 이미 심장이 멎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타메를란의 몸에 ‘임시 폭발 장치’가 부착돼 있었다고 전했다. NBC방송은 이 형제가 ‘국제적 연계’와 ‘군사적 경험’이 있다고 보도했으나 특별히 어떤 외부 테러조직과 연계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슬람 극단주의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미 수사 당국은 밝혔다.NBC방송 등은 형은 체첸, 동생은 키르기스스탄에서 태어난 후 2002, 2003년경 미국으로 왔으며 형은 2007년 영주권을 얻었다고 전했다. 형제 중 형은 권투를 좋아하고, 동생은 고등학교 때 레슬링 선수를 하는 등 두 명 다 운동을 좋아했으며 독실한 이슬람교도라고 영국 가디언은 보도했다. 러시아에 있는 형제의 아버지 안조르 씨는 AP통신과의 통화에서 “조하르는 미국에서 의대 2학년 학생으로 영리한 아이”라고 말했다. 조하르는 2011년 케임브리지 시 장학생으로 선발돼 2500달러의 장학금을 받았다. 한편 텍사스 주 웨스트 시 비료공장 폭발사고 현장에선 19일 오전까지 12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현지 경찰 당국은 전체 사망자 수가 전날 추정했던 35명에는 크게 못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 부상자는 200여 명에 이른다.폭발 원인으로는 테러가 아닌 안전사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국 언론은 물과 접촉하면 폭발하는 무수 암모니아가 누출됐다는 것을 모르는 상태에서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을 위해 물을 뿌려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백연상·주성하 기자 baek@donga.com}

미국 보스턴 마라톤대회 폭발 사건에 사용된 폭발물은 ‘압력솥 폭탄’인 것으로 밝혀졌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16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폭발 뒤에 남은 압력솥 폭탄의 잔해를 공개했다. FBI는 이 폭탄이 장약을 솥 안에 채워 넣고, 디지털시계나 휴대전화 등을 이용해 만든 뇌관을 뚜껑 부분에 설치하는 식으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장약으로는 질산암모늄이나 화약 성분인 RDX 등이 사용된다. 압력솥 폭탄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무장 세력과 알카에다 등 국제적인 테러 조직이 주로 사용하며 개인 테러리스트도 종종 사용하는 사제폭탄이다. 제조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며 인터넷에 널리 퍼져 있다. 폭탄 재료는 물론이고 제조된 압력솥 폭탄을 1999달러(약 223만 원)에 판매하는 사이트도 있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첫 번째로 터진 폭발물은 금속과 볼베어링이 담겨 있는 6L짜리 압력솥이고 또 다른 폭발물 역시 못이 가득 담긴 압력솥 폭탄이라고 전했다. 압력솥 폭탄은 파편을 넓게 확산시켜 많은 인명을 살상하는 수류탄과 비슷하다. 수백 g의 장약이 든 수류탄보다 몇 배 많은 폭발 물질을 채워 넣을 수 있어 폭발 위력은 더 크다. FBI와 미 국토안보부가 2010년 7월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압력솥 폭탄은 아프가니스탄과 인도 파키스탄 등에서 발생한 테러에 사용됐다. 미 텍사스에서는 전직 군인이 압력솥 폭탄으로 레스토랑을 공격하려 한 혐의로 지난해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2010년 5월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이 폭탄을 이용한 테러 기도가 있었다. 미 보안 당국은 2010년 “빌딩 로비나 사람이 붐비는 거리 모퉁이에 놓인 압력솥은 의심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한편 폭탄 테러범에게 바머(bomber)라는 이름을 잘 붙이는 미 언론은 보스턴 마라톤 폭발 사건의 범인에게 붙일 이름을 두고 ‘마라톤 바머’ 또는 ‘압력솥(pressure cooker) 바머’로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전했다. 테러 사건 초기에는 마라톤 바머라는 단어가 많이 나왔지만 폭발물 정체가 압력솥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프레셔쿠커 바머라는 이름이 더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WSJ는 덧붙였다. 미국 문명을 비판하며 1978∼95년 대학과 항공사에 폭발물을 배달한 시어도어 카진스키에게는 대학(university)과 항공사(airline)의 첫 영문 머리글자를 따서 ‘유나(una) 바머’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2001년 신발에 폭탄을 숨기고 미국행 항공기에 탑승했던 영국 국적 이슬람교도 리처드 리드는 ‘슈(shoe) 바머’로 불렸다.주성하 기자·정미경 특파원 zsh75@donga.com}

탈북해 중국에 숨어있던 2000년대 초반, 영화 ‘쉬리’를 우연히 보고 놀라움과 전율을 함께 느꼈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영화 속 북한 특수부대원들이 경찰특공대를 저 죽이고 싶은 만큼 죽이며 날아다니는 장면이었다. 전혀 가능하진 않지만, 만약에 북한 영화에서 북파공작원을 그렇게 그렸다간 그 감독은 3대가 멸족할 것이 뻔하다. 이런 영화를 만든 감독도 대단하지만, 그런 불편한 장면을 앉아서 봐주는 한국 관객들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보면서 한국 사회의 자유를 읽었다. 이후 한국 영화를 수백 편 봤지만 지금 돌아봐도 쉬리는 대단하다. 마치 아벨과 카인처럼 핏줄과 죽음이 공존하는 남북관계를 잘 담아냈다. 이는 이후 북한을 소재로 삼아 성공한 영화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공통적인 코드이기도 하다. 쉬리를 보면서 가장 전율했던 순간은 특수8군단 소좌 박무영으로 열연한 최민식이 국정원 요원 한석규에게 침을 튀기며 울부짖을 때였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니들이 한가롭게 그 노래를 부르고 있을 이 순간에도 우리 북녘의 인민들은 못 먹고 병들어서 길바닥에 쓰러져 죽어가고 있어. 나무껍데기에 풀뿌리도 모자라서 이젠 흙까지 파먹고 있어. 새파란 우리 인민의 아들딸들이 국경 넘어 매춘부에 그것도 단돈 100달러에 개 팔리듯 팔리고 있어. 굶어 죽은 지 새끼의 인육마저 뜯어먹는 그 에미, 그 애비를, 너는 본 적이 있어? 썩은 치즈에 콜라 햄버거를 먹고 자란 니들이 그걸 알 리 없지.” 놀랐다. 치즈에 콜라를 먹고 사는 작가가 쓴 대본 같지 않고, 햄버거를 먹고 사는 배우가 하는 연기 같지 않았다. 한국에 와서 기자로 산 지만 햇수로 12년째. 북한과 탈북자들을 취재하다 보니 늘 애통 슬픔 분노와 같은 감정에 잠겨 있다. 작년 봄에도 중국에서 체포돼 북송되는 탈북자들을 구출하기 위해 한 달 넘게 노력했지만 끝내 구하지 못했다. 지금 북한은 12년 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 탈북자도 여전히 팔려가고 잡혀가고 죽어가고 있다. 내 마음에는 10년 넘게 묵힌 분노가 꽉 차있다. 연기엔 소질이 없지만 박무영의 울부짖음만큼은 어느 배우보다도 더 잘할 것 같다. 북한을 바라보며 속으로 백 번, 천 번도 더 넘게 부르짖어 왔기 때문이다. 만약 영화가 아닌 현실에 박무영이 존재한다면 그는 서울에서 목숨 걸고 싸울 이유가 전혀 없다. 그가 정작 멱살을 움켜쥐고 성토해야 할 대상은 모두 평양에 있기 때문이다. “니들이 전쟁 놀음, 핵 놀음 할 때 지금도 길바닥에 쓰러져 죽어가는 아이들이 전국에 널렸어. 새파란 우리 인민의 딸들과 누이들이 중국에 스스로 매춘부로 팔려가고 있어. 덴마크산 베이컨에 이란산 캐비아를 먹고 자란 니들이 그걸 알 리 없지.”주성하 국제부 기자 zsh75@donga.com}

“오늘날 세계 경제는 크게 3개 권역으로 나누어 서로 다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 새로운 형태의 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사진)는 10일 새로운 세계 경제 위기의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는 “세계 경제가 3가지 다른 속도로 성장하는 이른바 ‘세 갈래 회복(three-speed recovery)’의 시대에 들어섰다”며 “각 경제 권역이 처하는 위험이 다르기 때문에 전 세계가 경각심을 가지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세계를 경제 성장 속도를 기준으로 가장 빠른 1권역, 경제가 회복되는 2권역, 크게 뒤져 있는 3권역으로 분류했다. 1권역은 동아시아 지역, 2권역은 미국 스웨덴 스위스, 3권역은 유로존 17개국과 일본 등이다. 1권역의 가장 큰 취약점은 금융. 경제성장이 두드러지면서 최근 5년 동안 신흥시장의 외환 도입이 50%나 늘었다는 점이다. 이 자본이 갑자기 빠져나갈 경우 역내 통화가치가 크게 떨어지고, 이 때문에 채무 상환이 어려워지면 전형적인 신흥국 금융위기가 닥쳐올 수 있다는 것이 라가르드 총재의 분석이다. 2권역은 계속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며 특히 미국은 매우 공격적으로 단기간에 적자를 줄이려 하지만 장기간의 노력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3권역의 유로존 및 일본은 은행 시스템 개혁 등 획기적 금융개혁이 절실하다고 라가르드 총재는 강조했다. 지난주 시중 화폐 공급량을 2년 안에 2배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고강도 추가 금융완화 조치를 취한 일본에 대해선 당분간 통화정책을 계속 과감하게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다만 일본은 선진국에서 가장 높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45% 수준의 국가 채무를 더이상 지탱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유럽 경제위기의 근원지인 그리스에서 뚜렷한 경제 회복세가 관측되고 있다. 지난해 2월 유럽연합(EU)에서 1300억 유로(약 192조 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공무원 인력과 최저임금, 퇴직연금을 삭감하는 등 가혹한 긴축 재정을 펴온 지 1년 만이다. 그리스 통계청은 2월 한 달간 수입액이 38억9000만 유로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5.4% 늘었다고 10일 밝혔다. 지난해 2월부터 올 1월까지 수입액은 전년도 동기에 비해 3.4% 늘었다. 수출도 호조를 보였다. 2월 수출액은 21억3000만 유로(약 3조15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6.1% 늘어났다. 지난해 2월부터 올 1월까지 수출액도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1.9% 증가했다. 지난달 물가 상승률은 마이너스 0.2%를 기록해 1968년 이후 45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그리스 재무부는 물가 상승률이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여 지난해(1.5%)와 달리 올해는 0%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거시 지표가 호전된 덕분에 올해 경제성장률은 그리스 정부의 공언대로 마이너스 성장을 멈추고 성장세로 반전할 가능성이 크다. 경제에 온기가 돌기 시작하면서 국가신용이 현재 투자 부적격 등급인 그리스도 연말쯤 국채를 다시 발행할 수 있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자유로운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승리를 쟁취해 냄으로써 영국 국민은 필요하다면 가장 용맹스럽고 결의에 넘치는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사진)가 아르헨티나와의 포클랜드 전쟁에서 전사한 병사의 가족들에게 보낸 위로 편지의 내용이다.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로 ‘철의 여인’으로 불린 대처 전 총리가 8일 뇌중풍(뇌졸중)으로 사망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향년 88세. 그는 알츠하이머병을 앓았다.대처 전 총리는 1979년 총선에서 보수당을 승리로 이끌어 영국의 첫 여성 총리가 됐다. 이후 11년간 총리를 지내며 과도한 사회복지 지출과 노사 분규로 신음해온 경제를 개혁해 ‘영국병’을 치유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는 19세기 이후 최장수 총리 기록을 남겼다. 또 미국과 협력해 철저한 반공주의를 추구해 동서 냉전 체제를 무너뜨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영국 왕실은 이날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크게 슬퍼했으며 유족에게 조의를 보냈다”고 발표했다.주성하 기자·파리=이종훈 특파원 zsh75@donga.com}
국제 해커집단 ‘어나니머스’가 6, 7일 이틀간 이스라엘 정부기관 사이트들을 공격했다. 어나니머스의 친팔레스타인 성향 해커들은 6일 이스라엘 국방부와 일부 은행을, 7일엔 외교부와 교육부 웹사이트를 공격했다. 이스라엘 총리실 산하 국가사이버국(INCB)은 어나니머스의 공격에 즉각 대응해 해커들의 공격을 저지했다고 이스라엘 라디오가 7일 보도했다. 피해는 경미해 이스라엘 외교부와 교육부의 웹사이트가 각각 수초와 수분 동안 다운됐을 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와 은행 공격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어나니머스의 이스라엘 사이트 공격은 이미 예고됐던 일이다. 어나니머스 소속이라고 자처한 해커들이 며칠 전부터 ‘홀로코스트 추모일’ 전날인 7일 대규모 공격으로 “이스라엘을 인터넷에서 말살하겠다”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중국 상하이(上海) 시 당국은 농산물 시장에서 수거한 비둘기 샘플에서 H7N9형 신종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검출되자 4일 시장 내 생(生)가금류 거래구역을 폐쇄하고 시장 내 가금류를 전부 도살처분 했다. 또 사람끼리는 전염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AI 바이러스가 사람 간 전염이 가능한 것으로 변형됐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이날 저장(浙江) 성에서 64세 농부 1명이 H7N9형 AI에 감염돼 숨지면서 사망자는 모두 6명으로 늘었다. 중국 당국은 이날 AI 감염 및 치료와 관련한 수시보고를 일일보고 체제로 전환하라고 전국 보건당국에 지시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올해 초 당국의 검열에 항의해 파업을 일으켰던 중국의 진보적 주간지 난팡(南方)주말의 전 검열원이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는 글을 남긴 뒤 급작스러운 내출혈로 숨졌다. 난팡주말에서 심독원(審讀員·사전 검열원)으로 일했던 쩡리(曾禮·61·사진) 씨는 지난달 28일 은퇴를 앞두고 사내 내부망에 올린 ‘고별사’에서 ‘최근 4년을 되돌아볼 때 나는 잘못을 저질렀다. 빼지 말아야 할 원고를 없앴고 삭제하지 말아야 할 내용을 삭제했다’고 고백했다. 심독원은 성(省)과 중앙 정부의 검열 규정에 어긋나는 기사가 실리지 않도록 신문 발행 전 기사를 심의하는 역할을 한다. 난팡신문미디어그룹에 입사해 오랜 기간 일했던 그는 난팡일보의 지사장, 주임 등을 거쳐 4년 전부터 난팡일보의 자매지인 난팡주말의 심독원으로 일해 왔다. 쩡 씨는 “나는 정치적 사명을 다하지는 못해도 자신의 양심에 반하지는 말아야겠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며 “역사 앞에 죄인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런 마음의 다짐을 했던 그를 중국 당국은 그대로 놔두지 않았다. 난팡주말 올해 1월 3일자 ‘진정한 민주주의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당당한 감시’라는 내용의 신년 축사 ‘중국의 꿈, 헌정(憲政)의 꿈’이 갑자기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꿈에 근접해 있다’는 시진핑(習近平) 당 총서기 찬양 글로 바뀌어 나가자 기자들은 총파업으로 맞섰다. 쩡 씨는 여전히 심독원이었지만 파업 발생 직후 ‘도대체 누가 난팡주말의 신년 축사를 멋대로 뜯어고쳤나’ ‘나는 절대 위대하지 않고 단지 양심을 거스르려 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제목의 글 2편을 통해 광둥(廣東) 성 정부가 난팡주말에 압력을 행사해 글을 뜯어고쳤음을 폭로했다. 그는 고별사에서 ‘양심을 거스르지 않기 위해 올해 초 신년 축사 파동 과정에서 정의를 바탕으로 주장을 펼 수 있었고 언론 종사자로서 응당 가져야 할 본성을 지킬 수 있었다’라고 썼다. 그는 또 ‘은퇴하면 서방국가에 가서 자유의 햇살을 듬뿍 받고 싶다’는 소망도 고별사에 남겼다. 하지만 쩡 씨의 소망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달 초 은퇴해 고향으로 돌아간 뒤 청명절을 맞아 성묘하던 중 그는 3일 소화관 대정맥 출혈로 사망했다. 그의 글은 난팡주말의 계열사인 난두(南都)주간의 천자오화(陳朝華) 총편집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올리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웨이보에 올라온 글은 수천 번 공유됐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에서 온 사람하고 결혼하면 승진이 안 된다고 하네요.” 채널A의 인기 프로그램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 출연해 미모와 말솜씨로 인기가 높은 20대 탈북여성 A 씨가 남자친구와 헤어져야 했던 이유다. A 씨는 “헤어지기 위한 억지 핑계인 것 같지만 탈북자로서 커다란 장벽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사선(死線)을 넘어 자유의 땅으로 온 탈북자들은 같은 피부색에 같은 말과 글을 쓰는 동포지만 이처럼 이방인 취급을 받곤 한다. 60년 넘은 남북 분단의 이질감과 한국 사회의 두터운 선입견 때문이다.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는 “탈북자 간첩사건, 잇단 재입북 등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한국 사회의 탈북자에 대한 불신이 더 커져 간다”고 걱정했다. 동아일보의 창간 93주년 기념 통일의식 조사에서 ‘형제나 자녀가 탈북자와 결혼해도 괜찮다’는 응답은 57.4%로 10년 전(53.2%)과 큰 차이가 없었다. 더 큰 문제는 ‘전혀 괜찮지 않다’고 대답한 강한 부정이 같은 기간 4.3%포인트(12.9%→17.2%) 증가했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차별이나 무시는 결혼 못지않게 직업 세계에서도 심각하다. 북한에서 교사로 일했던 탈북자가 100명을 넘지만 아직 한국에서 제도권 교사로 일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본보 여론조사에서는 ‘자녀의 교사가 탈북자여도 괜찮다’는 응답이 61.1%나 됐지만 현실은 전혀 딴판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탈북자를 ‘머리’로는 이해해도 ‘마음’으로는 품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한국 사회의 품에 제대로 안기지 못하는 탈북자들의 좌절감도 깊어지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 김신희 연구원이 최근 탈북 청소년 287명을 대상으로 ‘한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살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37.0%가 ‘그렇다’고 답했다. 김 연구원은 “이들 37%가 한국을 떠나고 싶어 하는 이유는 탈북자를 복지의 일방적 수혜자 정도로 여겨 사회적 낙인을 찍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홍순경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은 “탈북자에 대한 경제지원만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사회 전반의 탈북자에 대한 반감이 커졌다. 이 반감은 탈북자의 정착을 더 어렵게 만들고 그 해결을 위해 다시 경제적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악순환 구조”라고 말했다. ‘탈북자=북한 정권’으로 보는 한국 사회의 편견도 탈북자가 행복해지는 ‘남한 내 작은 통일’을 어렵게 한다.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 조명숙 교감은 “탈북자와 북한 정권을 하나로 보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탈북 대학생 백요셉 씨는 “가난 폭력 저학력 실업 등 탈북자의 사회 부적응 모습만 집중 보도되다 보니 탈북자에 대한 인식이 나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은 “우리가 자활의지를 갖고 남한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세밀한 대책이 뒷받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탈북자 출신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은 “극소수의 탈북자 성공모델을 다른 탈북자들에게 강요하면 안 된다”며 “성공모델 개발과 부적응자들에 대한 교육 및 지원이 병행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손영일·주성하 기자 scud2007@donga.com}

북한이 1일 평양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2기 7차 회의를 열어 박봉주 전 노동당 경공업부장(74·사진)을 신임 내각총리로 임명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대북 소식통들은 “2003∼2007년 총리를 지냈던 박봉주의 ‘화려한 부활’이 주는 정치적 의미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북한의 대표적 개혁파 경제통으로 분류되는 박봉주는 2004년 협동농장 개혁 등을 주도하다 북한 강경파의 눈 밖에 나 실각했다. 화학공업상이었던 2002년 북한 경제시찰단으로 남한을 방문해 각종 산업현장을 돌아보기도 했다. 2005년엔 북한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해 상하이(上海) 푸둥(浦東)지구 등 경제개혁 현장을 집중 시찰했다. 박봉주는 북한이 2002년 파격적으로 도입한 임금 및 물가의 현실화, 기업의 경영자율권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7·1경제관리개선조치’를 주도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노동자에서 총리 자리에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로 북한의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다. 1980년대 중반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 책임비서였던 그를 모델로 한 2부작 영화 ‘보증’이 나오기도 했다. 김일성 김정일 부자 외의 우상화를 경계하는 북한에서 살아 있는 인물을 모델로 영화까지 만든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박봉주의 재기용은 북한이 지난해 하반기 추진하다 좌초한 협동농장 개혁을 선두로 한 경제개혁조치를 과감하게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북한이 경제개혁을 추진하려면 긴장관계 완화와 외부 지원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한 정부 관계자는 “개혁파 박봉주가 다시 권력 중심으로 들어온 것이 현재 악화일로로 치닫는 남북관계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핵보유국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한 법적 근거와 우주개발을 위한 법적, 제도적 조치도 마련했다. 한편 김격식 인민무력부장과 최부일 인민보안부장을 국방위원회 위원으로 선임했다고 통신은 밝혔다. 두 사람은 김정각 전 인민무력부장과 이명수 전 인민보안부장이 국방위원직을 박탈당하면서 빈 자리를 채운 것이다.주성하·조숭호 기자 zsh75@donga.com}

“저는 5년 전만 해도 동성애자라고 밝히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동성애자도 평범한 미국인이라는 것을 알리려면 누군가 나서야 했기에 이번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27일 미 워싱턴 연방대법원에서 열린 동성결혼 금지법 위헌소송의 주역인 83세의 에디스 윈저 씨는 분홍색 스카프와 백발을 휘날리며 수백 명의 지지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동성결혼 소송 뒤에 숨겨진 한 동성 커플의 46년에 걸친 러브스토리를 자세히 전했다. ‘미합중국 대 윈저’ 소송의 원고인 윈저 씨는 46년 전 동성 배우자 테아 스파이어 씨에게서 받은 약혼 브로치를 달고 이날 법정에 등장했다. 윈저 씨는 2009년 스파이어 씨가 사망한 후 36만 달러(4억여 원)의 상속세가 부과되자 동성 커플의 복지혜택을 인정하지 않은 연방법 ‘결혼보호법(DOMA)’ 때문에 이 세금을 내야 한다며 80대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을 법정으로 끌고 갔다. 지난해 하급 법원으로부터 DOMA 위헌 판결을 받아 세금 납부액은 이미 환급받았다. 하지만 동성결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시민단체들과 합심해 연방 대법원에 심리를 요청했다. IBM 프로그래머 출신인 윈저 씨는 1963년 뉴욕에서 만난 스파이어 씨가 사망할 때까지 해로했다. 사회 시선이 두려워 약혼반지 대신 브로치를 주고받았다. 1977년 스파이어 씨가 다발성경화증과 전신마비로 거동이 불편해진 후에도 그를 떠나지 않았다. 2007년 윈저 씨는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미국법을 피해 병상의 스파이어 씨와 캐나다로 건너가 공항 호텔에서 목사를 불러 결혼식을 올렸다. 그동안 치열한 법정 소송을 치르느라 심장마비까지 앓은 윈저 씨는 심리 후 “대법관들이 우호적인 질문을 많이 던졌다”고 기뻐하며 “소송을 이겨야 그(스파이어 씨)가 천국에서 나를 웃으며 맞이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심리에서 연방 대법관 9명 중 과반인 5명이 DOMA 합헌성에 부정적인 질문을 많이 던져 6월 예정된 판결에서 동성결혼 지지 쪽으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미 언론은 일제히 보도했다. 특히 캐스팅보트를 쥔 것으로 평가되는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이 동성결혼의 합법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연방정부의 법적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며 DOMA에 의문을 제기했다는 점에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1996년 빌 클린턴 대통령이 서명해 발효된 DOMA는 결혼은 남성과 여성의 결혼이라고 명시하며 동성결혼 부부에게 1000가지가 넘는 연방정부 차원의 세금 및 복지 혜택을 부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지난해 동성결혼 합법화 지지 의사를 밝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일찌감치 DOMA 합헌 방어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이날 심리에서는 공화당 의원 단체인 BLAG가 대신 피고로 나섰다. DOMA 위헌 판결이 나오면 동성결혼을 허용한 9개 주와 워싱턴DC의 동성결혼 부부는 복지혜택을 받게 된다. 전날 대법원 심리에서 다뤄졌던 캘리포니아 동성결혼 금지법률 조항(프로포지션8)도 위헌 또는 기각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 “동성결혼 지지자들에게 의미 있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정치권과 여론도 동성결혼 지지 쪽으로 기울고 있다. 최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자신이 서명한 DOMA를 폐기해야 한다고 밝혔고 2016년 민주당 대권 주자로 유력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동성결혼을 공개 지지 선언한 바 있다.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의원들도 속속 동성결혼 지지를 선언하고 있다. CBS방송이 2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10명 중 6명은 연방정부가 동성결혼을 인정하고 이성 결혼자와 동일한 복지혜택을 제공해야 한다는 데 찬성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노르웨이가 풍요의 안락에 빠져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올 1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1위로 선정한 나라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풍부한 석유자원을 갖고 있는 노르웨이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0만 달러(약 1억1110만 원)가 넘고 외환 보유액은 국내총생산 4998억 달러(2011년)의 1.4배인 7000억 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은 월급과 복지가 가져다주는 행복한 여가와 가족적인 삶에 빠져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서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5일 전했다. 노르웨이의 위기를 요약하면 고임금에 따른 내수 기업의 경쟁력과 노동 생산성의 하락이다. 노르웨이의 임금은 2000년 이후 63%나 상승했다. 이는 독일과 스웨덴보다 6배 높다. 최근 노르웨이 국영석유기업 스타토일이 낸 입찰에서 노르웨이 조선건설 중장비 그룹인 크베너가 대우조선해양에 진 것이 대표적 사례다. 여가 생활은 늘어나고 있다. 목요일 오후부터 주말여행을 떠나는 직장인이 갈수록 늘어나는 등 근로시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노르웨이 정부는 최근 보고서에서 근로시간이 10% 늘어나지 않는다면 저축한 돈을 써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르웨이 중앙은행도 최근 “노르웨이의 과도한 복지제도가 노동시장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며 “그리스조차 노르웨이 근로자보다 더 많이 일한다”고 개탄했다. 이바르 프로네스 오슬로대 교수는 “사람들은 집과 산, 해변의 별장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며 “풍요가 사회를 서서히 좀먹고 있다”고 경고했다. 노르웨이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펴고 있다. 인구 500만 명인 노르웨이가 해마다 받아들이는 이민자 수는 5만 명 정도. 결코 적지 않지만 문제는 실제 필요한 숙련 기술자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르웨이 정치권도 문제를 알고 있지만 임금과 근로시간 문제는 정치적으로 자살폭탄과 마찬가지로 민감한 것이어서 침묵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노르웨이 국민도 당장 위기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점을 고치기 어렵다고 전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아프리카 중심부에 위치한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24일 반군이 수도를 함락해 대통령이 이웃 국가인 콩고민주공화국으로 망명했다. 이날 대통령실 대변인은 “반군이 수도를 함락했다. 보복이 없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대통령실 고문은 “프랑수아 보지제 대통령이 24일 오전 우방기 강을 건너 콩고민주공화국으로로 건너갔다”고 밝혔다. 보지제 대통령은 2003년 육군 참모총장 신분으로 쿠데타를 일으켜 합법선거로 집권한 앙주 펠릭스 파타세 정부를 전복하고 권력을 장악했다. 쿠데타로 집권한 대통령이 반군에 의해 쫓겨난 셈이다. 수도를 공격한 반군은 3개 무장단체 연합체인 ‘셀레카 반군’으로 알려졌다. 반군 수백 명은 23일 수도 방기 인근의 발전소 3곳을 점령하고 수도의 전기를 차단한 뒤 곧바로 시내에 진입해 정부군과 교전을 시작했다. 정부군은 교전이 시작된 지 불과 하루도 못돼 반군에게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