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붕괴 시간문제… 한국도 北인권개선 동참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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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화 지원 칼 거슈먼 美NED회장

칼 거슈먼 미국 전국민주주의기금(NED) 회장이 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인권 개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칼 거슈먼 미국 전국민주주의기금(NED) 회장이 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인권 개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독재자들이 자국민을 억압하는 이유는 정권이 불안정하고 흔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불안감이 커질수록 독재의 강도는 높아지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체제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듭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북한의 붕괴는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칼 거슈먼 미국 전국민주주의기금(NED) 회장(70)은 2일 서울 코리아나 호텔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최근 10년 동안 북한 주민이 외부세계에 눈을 뜨고 깨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많은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거슈먼 회장은 NED 회장으로 취임한 1984년 이후 30년 가까이 전 세계 수많은 국가의 민주화 과정을 지켜보며 직접 지원했다. 미얀마 쿠바 등 독재국가의 변화 과정에 NED의 자금 지원을 받은 단체가 큰 활약을 했고 재스민 혁명 때도 마찬가지였다.

거슈먼 회장은 “1996년 북한 인권을 조사한 한국 북한인권시민연합의 보고서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고 1999년부터 북한 인권활동 후원에 나섰다”고 말했다. 그 공로로 거슈먼 회장은 지난해 큰 공로를 세운 외국인에게 한국 정부가 수여하는 수교훈장 흥인장(興仁章)을 받았다. 최근엔 북한 장마당(시장)의 변화를 추적하는 프로젝트도 벌이고 있다.

오랫동안 북한을 지켜보고 수많은 탈북자를 만난 거슈먼 회장이지만 최근 한글로도 출판된 ‘14호 수용소 탈출’의 주인공 신동혁 씨의 증언은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새로운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되고 억압적인 정권이다. 나의 가장 큰 관심사 역시 북한의 변화”라고 말했다. 그가 매년 서울에 찾아오는 이유도 북한 인권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려는 목적 때문이다.

“1990년대 말만 해도 북한의 인권 문제는 이슈가 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국제적 차원의 문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유엔에 북한인권특사직이 신설되고 탈북자 2만5000명 시대가 열리고 이들이 스스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나선 것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우리는 이런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북한 인권 발전사를 논할 때 NED는 빠뜨릴 수 없는 단체다. 1983년 창립된 비영리단체인 NED는 미 국무부의 자금 지원을 받아 90여 개국의 1400여 개 민주화 및 인권 관련 단체와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해 왔다. 1년 예산만도 1억 달러(약 1095억 원)가 넘는 NED는 미 국무부 인권노동국(DRL)과 함께 탈북자 단체를 비롯한 북한인권단체의 가장 큰 재정적 후원자였다.

하지만 3월 미국의 자동예산삭감 조치인 시퀘스터가 발동되면서 그 불똥이 국내 북한인권단체에까지 튀었다. 한때 350만 달러(약 38억 원)에 이르던 DRL의 지원금은 내년부터 중단되며 100만 달러(약 10억 원)가 넘던 NED의 지원도 약 15% 삭감된다. 김정은 체제의 출범과 핵실험으로 북한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는 시점이 정작 북한인권단체에는 암흑기의 시작이 된 것. 거슈먼 회장은 북한인권단체의 생존을 위해 한국 국민과 정부,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금까지 북한 인권 활동은 미국의 후원에 크게 의존해 왔습니다. 하지만 인권은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입니다. 민주화의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한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때 북한의 긍정적 변화도 빨라질 것입니다. NED도 최선을 다해 북한 인권 개선 운동을 지원할 것입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칼 거슈먼#북한#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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